레이디경향(총 22 건 검색)
- Y2K 무드 붐…즉석 카메라도 돌아왔다
- 2024. 09. 06 18:00 문화/생활
- 폴라로이드(Polaroid)가 2세대 즉석카메라 ‘폴라로이드 나우(Polaroid NOW)’를 새롭게 출시했다. 폴라로이드(Polaroid) 제공 즉석 사진이 Y2K 붐으로 다시 뜨고 있다. 사진의 특유의 물 빠진 듯한 색감과 아날로그적인 미감을 젠지 세대들이 선호하면서부터다. 이에 발맞춰 즉석 사진기 업체 폴라로이드(Polaroid)가 2세대 즉석카메라 ‘폴라로이드 나우(Polaroid NOW)’를 새롭게 출시했다. 폴라로이드 나우는 아날로그적 미학과 현대적인 기능을 갖춘 폴라로이드의 대표적인 클래식 카메라이다. 이번 신제품은 빈티지 화이트와 퍼플 총 두 가지 컬러웨이로 구성되어 클래식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뽐낸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절의 Y2K 무드를 가득 담았다. 또한 선명한 사진 촬영, 셀프타이머, 이중 노출 모드 같은 듀얼 렌즈 자동 초점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일상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최고의 아날로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폴라로이드의 대표적인 풀-사이즈 즉석 필름 포맷인 ‘폴라로이드 i-Type’ 그리고 ‘600 필름’과도 호환되어 실용성이 높다는 평이다. 수몰렉 웡(Shmolech Wong)과 함께 한 화보. 폴라로이드(Polaroid) 제공 이 밖에도 신제품 출시에 맞춰 폴라로이드 아시아팀은 커뮤니티 홍보대사 수몰렉 웡(Shmolech Wong)과 함께 한 화보를 공개했다. 이번 화보는 홍콩의 전통적인 명소를 배경으로 2000년대 특유의 독특한 온도와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충돌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한편, 폴라로이드 나우는 9월 6일부터 솔플레이 더현대 서울, 게이즈샵 강남, 게이즈샵 갤러리아 등 국내 공식 판매처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여성 취향 저격, 셀피 카메라
- 2016. 03. 08 17:49 문화/생활
- 간단한 작동법과 콤팩트한 사이즈, 와이파이 기능은 기본에 LCD 화면을 보면서 촬영이 가능하다. 화창한 봄날 ‘셀피’ 찍기 좋은, 여심 뒤흔드는 카메라 컬렉션. 셀피 최적화 올림푸스 PEN E-PL7 미러리스 카메라로 LCD 화면을 아래로 내릴 수 있어 화면 터치로 셔터를 작동시킬 때 사용하기 편하고 시선 처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CD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자동으로 셀피 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른바 ‘쨍한 얼굴’이라는 표현에 맞는 보정 효과가 생긴다. 초당 8프레임 연사는 물론 3축 손 떨림 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안정적으로 셀피 촬영을 즐길 수 있다. 70만원(전동 줌 렌즈 포함). 예쁜 얼굴 남겨주는 캐논 EOS M10 일명 ‘강소라 카메라’로 불리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 제품.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조작이 매우 간단하다. LCD 화면에 촬영 모드 아이콘 목록이 있어 터치로 촬영은 물론 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특히 ‘예쁜 피부 효과 기능’과 7가지 보정 필터 기능으로 더욱 예쁜 얼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59만8,000원(싱글렌즈 킷+고래 파우치+Sandisk SD 8G 포함). 클래식한 디자인의 후지필름 X70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색감이 살아 있는 사진이 특징으로 카메라에 대해 ‘뭘 좀 아는’ 남자들이 여자친구에게 추천하는 카메라로 꼽힌다. 터치 패널로 사용할 때 초점 영역 설정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드래그, 옆으로 쓸어 넘기는 스와이프 조절이 가능하다. 89만9,000원. 주머니에 쏙! 캐논 파워샷N2 파우치에 들어갈 만큼 사이즈가 작고 USB 커넥터가 있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셀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하면 밝기, 예쁜 피부 효과, 배경 흐림 효과, 셀프타이머 기능 설정까지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연동할 수 있는 NFC 기능을 적용했는데, 카메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줌, 타이머 등의 설정 변경이 가능해 전신 촬영이나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다. 28만9,000원. 야경까지 잡아내는 소니 알파 5100 초고속 듀얼 AF 시스템을 적용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주는 미러리스 카메라. 컴컴한 곳에서도 초점을 잡기 때문에 멋진 야경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도 특징. 뷰티 모드로 설정해놓으면 알아서 깨끗한 피부로 만들어주며, 여성들이 좋아하는 토이 카메라 모드, 느낌 있는 일러스트 효과 등 다양한 효과 기능도 갖췄다. 89만9,000원(번들렌즈 포함). 포토샵이 필요 없는 고급 기능 니콘 J5 무게 231g의 가볍고 콤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미러리스 제품. ‘뷰티 모드’로 피부 보정 효과는 물론 눈과 얼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크리에이티브 기능’으로 포토샵 작업을 한 듯 팝아트, 레트로, 노스탤직 세피아 등의 감각적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고급 동영상 모드로 들어가면 ‘슬로 모션’, ‘패스트 모션’, 일정 간격으로 건너뛰는 ‘점프 컷’ 모드로 재밌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54만8,000원(파워 줌 렌즈 포함). 다양한 촬영 모드 후지필름 X-A2 미러리스 제품으로 LCD 화면을 위로 완전히 올리면 AF 모드가 작동돼 피사체의 눈에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부드러운 톤의 깊이 있는 색감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색다른 결과물을 안겨주는 클래식 크롬 모드를 포함한 6종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기능을 갖춰 멋진 풍경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 아트필터, 다중 노출 등 다양한 촬영 모드를 지원한다. 64만9,000원(렌즈 킷 포함). 알아서 척척 파나소닉 루믹스 GF7 미러리스 카메라로 스스로 셔터를 작동하는 기능을 갖췄다. 얼굴을 인식하는 ‘자동 셔터 기능’과 연인이 셀피를 찍을 때 두 얼굴이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셔터가 작동되는 ‘버디 셔터 기능’이 그것. 모니터를 위로 180도 회전할 수 있어 셀피 촬영할 때 유용하며, ‘뷰티 보정 모드’로 얼굴을 갸름하게 하거나 피부를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다. 59만9,000원(번들렌즈 포함). <■진행 / 윤미애 기자 ■사진 / 김태환 ■사진 제공 / 올림푸스(1544-3200), 파나소닉코리아(02-533-8452) ■제품 협찬 / 니콘이미징코리아(080-800-6600), 소니코리아(1588-0911),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1588-8133),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1577-4793)>
- 발레리노, 카메라를 들다! 사진가 박귀섭
- 2015. 10. 01 17:00 화제
- 발레리노 출신 사진가 박귀섭은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무용수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사진가. 그의 렌즈 속에 담긴 실루엣은 춤을 추듯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뿌 리부터 뻗어나간 기둥과 가지가 마치 살아 움직이듯 넘실거린다. 언뜻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같기도 하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메두사’의 머리 같기도 하다. 사람의 몸이 뒤엉켜 만들어낸 나무 이미지는 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잭과 콩나무」의 나무줄기처럼 금방이라도 하늘을 뚫을 듯 뻗어나갈 기세다. 국립발레단의 무용수 10명이 몸을 포개고 팔다리를 비틀어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사진작가 박귀섭(32)의 ‘쉐도우’ 시리즈 중 2번 작품이다. “제목 안에 작품을 가두고 싶지 않다”라며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는데, 사람의 몸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또렷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이 작품은 얼마 전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의 러시아판 표지로 쓰였다. 책을 받아보고 나서야 작가가 그인 것을 알았다는 박 작가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올봄 러시아의 출판사로부터 제 작품을 책의 표지로 쓰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프랑스 판타지 소설가의 작품이라고만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더라고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제 사진을 봤대요. 마침 러시아에서 소설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제 사진을 표지로 하고 싶다고 했다더군요. 아내가 굉장한 팬이거든요. 깜짝 놀랐죠.” 비슷한 시기 미국의 음반사 소니와도 계약을 마쳤다. 얼마 전 발매된 뉴욕의 R&B 가수 ‘LYFE’의 앨범 표지로 우연찮게 미국 진출까지 한 상태다. 세계 곳곳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사진작가 박귀섭은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활약했던 발레리노. 2007년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났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무대를 누비는 발레리노 박귀섭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이후 10년 넘게 발레는 그의 삶 그 자체였다. “중학교 때까지 미술을 하다가 학교 무용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을 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 중에 무용을 하는 아이가 드물었는데 미술보다 더 신나 보이더라고요.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마냥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무용수의 길을 걷게 됐죠.” 전남 목포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그에게 무용수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발레를 업으로 삼겠다는 아들의 말에 1년 넘게 얼굴을 보지 않을 정도로 크게 반대하셨던 아버지는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하고 난 뒤에야 무용수 아들을 받아들이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카르멘’의 솔리스트로 지목되는 등 발레리노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불현듯 사진작가로 변신한 건 2010년의 일이었다. 사진 속에 응축시킨 몸의 에너지 “춤을 추면서도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사업에 눈을 돌리기도 했고요. 발레단에 소속된 발레리노로서 할 수 있는 일과 무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고민의 답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그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을 본 일본의 한 패션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해온 것. 단순히 좋아서 취미 삼아 찍던 사진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했다. “제의를 받고 일본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며 사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사진으로 다시 새롭게 나다운 걸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최태지 단장님께 발레단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죠. 많이 혼났어요. 그동안 해온 게 아깝지 않느냐고요. 그럼에도 하루라도 빨리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발레단을 그만뒀다는 사실에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대로하셨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선 서럽게 울며 다짐했단다.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한 다짐이 무색하리만큼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진의 세계는 낯설기만 했다. “사진 쪽으로는 연고나 인맥이 전혀 없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포트폴리오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온 광고주도 제 이력을 보고 고개를 젓기 일쑤였어요. 제가 생각해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본 경력도 없는 사람에게 뭘 믿고 일을 맡기겠나 싶더라고요.” ‘쉐도우’ 연작 시리즈.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스스로 한 결정이었기에 부담감이 더 컸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내겠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이를 악물고 작업에 매달렸다. 그 와중에 무용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분야였다. “사진에 매혹된 가장 큰 이유가 제 머릿속의 상상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람의 몸만큼 정교하고 많은 텍스트를 담고 있는 것이 없거든요. 무용수로 살아봤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연결시켰던 것 같아요.” 국립발레단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을 씨름해 탄생시킨 작품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아낸 ‘쉐도우 시리즈’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뿌리, 악보 속의 음표, 검은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는 모두 무용수들의 몸으로 표현해낸 것들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전까진 사람의 실루엣으로 만들어낸 형상이란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이미지, 그야말로 발레와 사진이 만나 이루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움직일 때 가장 아름다운지 제때 포착해내는 것이 저의 장점이에요. 타이밍을 아니까요. 보통 무용수들이 10번 점프해야 나올 컷이 두세 번만에 나오거든요. 사진작가로서 피사체를 잘 안다는 건 행운이죠.” 발레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예술이다. 정지된 순간에 담아낸 이미지에는 무대에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 그의 작품들이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처음 작품을 찍을 땐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진 때문에 고생하며 참여해준 발레단 동료들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이었다. 요즘 작품이 여기저기 소문이 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마음의 부담을 좀 덜었단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고생한 것이 잊힐 정도라고. 예술 작업에 참여하게 돼서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마울 뿐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팀을 이뤄서 하는 작업이 재밌어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퍼즐 맞추듯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무척 즐겁고 행복해요. 발레 역시 여러 무용수들이 만들어내잖아요. 그와는 또 다른 희열이 있어요.”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멀티 아트 그는 얼마 전 새로운 작업을 마쳤다. 바로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 캠페인이다. 그가 총괄 안무를 맡은 이 프로젝트에는 26명의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참여해 담배를 피우는 순간 뇌와 폐가 받는 고통을 발레로 표현했다. 담배 연기가 몸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느껴지는 괴로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쉬 잔상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모든 사진작품의 영상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그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안무와 영상 작업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쉐도우 시리즈’도 영상화할 계획이 있거든요.” 그의 꿈은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까지 아우르는 멀티 아트를 구현하는 것이다. 댄서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일 생각이다. 특정 개념에 갇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며 머쓱하게 웃는 그에게서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다. “필살기는 무용수 사진이지만 딱히 정해진 건 없어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무척이나 많아요. 사진, 영상, 연출도 하고 싶어요. 제 상상 속의 이미지를 밖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민희(프리랜서) ■사진 제공 / BAKI>
- 秀자매, 착한 카메라 여행을 떠나다
- 2015. 08. 27 15:52 화제
- 열다섯 개의 카메라를 배낭에 가득 넣고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로 떠났다. ‘카메라 우체부’가 돼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 권수진·권수정 쌍둥이 자매의 따뜻하고도 특별한 여행기. 삐뚤어진 앵글 안에 환히 웃고 있는 꼬마 아이, 조금은 흐릿한 풍경 속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얼굴들. 어딘가 엉성해 보이지만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태국과 인도의 농촌 마을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스물세 살 권수진·권수정 쌍둥이 자매는 얼마 전 태어나서 한 번도 카메라를 접하지 못한 먼 나라의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나누고 돌아왔다. 쌍둥이 자매가 배낭 안에 15개의 카메라를 나눠 담고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로 떠난 건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난 3월이었다. “둘 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행에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공정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좋은 뜻을 가지고 함께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여행하는 카메라」라는 책을 통해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의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책의 마지막에 ‘카메라 우체부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우리가 우체부가 돼보기로 했죠.” 책의 저자인 김정화 작가에게 자문을 구한 두 사람은 곧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목적지는 인도와 태국으로 각각 3주간의 일정이었다. 2박 3일 짧은 휴가여도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카메라를 들고 이국의 낯선 아이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준비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우선 필요한 것이 카메라이고, 현지에서 아이들과 접점이 돼줄 사람도 찾아봐야 했다. “카메라는 주위에서 알음알음 보내주셨어요. 흔히들 ‘똑딱이’라고 하는 조그만 자동카메라예요. 찾아보니 저희 집에도 안 쓰는 디지털카메라가 있더라고요. 인터넷 여행 카페나 사이트를 통해 현지에서 NGO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 저희 뜻을 말씀드렸어요. 취지에 동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셨죠. 봉사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찾아와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가는 사람들이 많대요. 여행을 준비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도와주러 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하러 가는 거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20대 초반의 두 딸이 인도 빈민가로 배낭여행을 떠난다니, 2년 전 큰딸 수진이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났을 때 한창 마음을 졸이셨던 아버지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매는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짜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보내드린 제주도 여행에서 좋은 분위기를 틈타 승낙을 얻어내는 데 성공.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출발 일주일 전,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진행했던 소셜펀딩이 무산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3개월 동안 여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모은 돈에 소셜펀딩으로 경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모금이 무산되며 위기를 맞았죠. 다시 모금을 시작하기엔 시간이 없었고. 결국 현지에서 쓰는 경비를 최소화하기로 하고 일단 떠나기로 했어요.” 막내 여동생과 10년 지기 친구도 합류, 총 네 사람은 15개의 카메라를 배낭에 나눠 메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떠나는 기분이 어땠을까? 나름 비장한 질문에 하이톤의 웃음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카메라와 충전기가 어찌나 무겁던지, 14kg짜리 배낭을 하루 동안 메고 다니다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할 뻔했어요(웃음).” 카메라 렌즈 너머 아이들이 준 선물 자매가 인도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 지역의 빈민가 아이들이었다. 초호화 호텔이 즐비한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카메라를 만져보거나 사진 속 주인공이 돼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날아온 선물은 마냥 신기한 물건이었다. “묵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 옥상을 아지트 삼아 아이들에게 카메라 다루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카메라는 15대뿐인데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왔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더라고요. 처음 카메라를 잡은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아이들이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플래시만 터지면 까르르 웃음도 같이 터져요.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간 준비하며 힘들었던 게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오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카메라는 어려운 물건이 아니었다. 금세 카메라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신과 가족, 친구, 풍경이나 물건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왜 그것을 찍었는지, 찍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날의 사진 일기도 썼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나의 표정’, ‘가장 좋아하는 친구’ 이런 식으로 미션을 줘요. 한번은 ‘꿈’에 대한 미션을 준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저는 군인이 돼서 인도를 지킬 거예요’라고 썼더라고요.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도, 속도 참 깊구나 싶었어요. 태국에서는 여덟, 아홉 살 아이들이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라고 사진 일기를 써요. 태국 아이들은 불교의 영향 때문인지 자연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을 보며 저희도 배우고 느낀 게 참 많아요.” 물론 환경적으로는 고된 여행이었다. 네 사람의 하루 예산은 1만원. 여행 경비를 최소화하다 보니 식비가 모자라 감자와 토마토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45℃에 육박하는 태국의 더위도 예상치 못한 강적이었다. “3월에는 인도를 다녀오고 4월에는 태국에 갔는데, 당시 현지 기온이 45℃였어요.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날은 덥지, 배는 고프지, 너무 일찍 일어나면 배고프니까 늦게 일어나자 했을 정도예요(웃음).” 힘든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카메라로 소통하고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었을 때 자기가 찍은 사진이 전시된 걸 보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던 모습, 카메라를 보고 배시시 수줍게 웃던 미소, 맑은 눈망울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까지, 이번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많은 걸 얻어왔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숙소에 매일 놀러 오던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 꿈이 가수였는데, 하루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가수가 돼서 언니들처럼 다른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그때 정말 감동했어요. 태국에서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고 울었던 기억도 나고요. 사람들은 저희가 봉사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 온 것보다 아이들이 저희에게 준 게 더 많아요.” 이제 20대 초반인 자매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더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자매의 인생관에 확신을 심어준 값진 경험이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사진 제공 / 권수정, 권수진>
- 오인숙 작가, 카메라로 보니 남편 마음이 보였다
- 2015. 07. 29 11:43 화제
- 처음부터 남편을 찍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사춘기를 앓는 쌍둥이 딸들을 이해해보려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매일 딸들의 사진을 찍는데, 애들 아빠가 배경으로 찍혔다. 그러다 점점 더 프레임 안에 들어오고…. 어느새 남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강재훈 사진학교를 졸업하고 108일 동안 찍은 쌍둥이 딸의 사진으로 첫 개인전 ‘내 딸 둘’을 열었던 오인숙(47) 작가가 남편 김종호씨(47)를 찍은 사진을 모아 「서울 염소」(효형출판)라는 사진 에세이집을 펴냈다. 10여 년 동안 남편의 곁에서 끈질기게 카메라를 들이댄 시간의 기록이다. 사진은 한 중년 남자의 삶과 결혼 23년 차 부부가 살아온 이야기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파도가 끊임없이 쳤을 터인데,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은 담담하다. 요즘 범람하는 세련되고 매끈한 ‘감성 사진’과는 달리 중년 남자를 찍은 만큼 투박하고 때론 칙칙하고 꾸밈이 없는데, 오히려 더 감정을 일렁이게 만든다. 언뜻 들으면 의미를 알듯 말 듯한 ‘서울 염소’라는 제목은 “내 신세가 목줄에 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염소 같다”라는 남편의 탄식에서 비롯됐다. “한 여자의 남편, 아들과 딸 쌍둥이의 아빠 그리고 회사원이라는 역할이 남편의 목을 옥죄고 있는 단단한 줄이었어요. 훌훌 목줄을 벗어버리고 싶어도 가장이란 본분 때문에 묵묵히 버티고 있었을 거예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오 작가는 남편에게 짙게 드리워져 가는 그늘에 점점 불안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그를 찍기 시작했다. 짐짓 외면했던 남편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방황을 지켜보며 여러모로 남편은 찍기 힘든 피사체였다. 카메라를 향해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길 주저하지 않던 쌍둥이 딸들과는 한참 달랐다. “처음에는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어쩌다 어렵사리 프레임 안에 넣었다 싶어도 웃거나 화내거나 무표정한, 딱 세 가지 얼굴뿐이었고요. 얼굴을 가리고 저만치 가버리기 일쑤였고 때론 찍지 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했고요. 딱히 방법이 있나요? 열심히 남편 눈치를 봤죠(웃음). 지금 기분이 괜찮나? 표정이 왜 안 좋지? 어디 아픈 거 아닌가?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셔터를 누를 타이밍을 포착하기 위해 자꾸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남편의 마음속을 살피는 일이었다. 정년이 짧고 치열하기로 악명 높은 프로그래머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편은 지쳐가고 있었다. 틈만 나면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는 일이 많아졌고 몸이 아픈 날도 늘어갔다. 오 작가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사진학교를 다니고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으면서 숨통을 틔웠지만, 남편에게는 그런 해방구가 없었던 거다. “남편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걸 진심으로 알게 됐어요. 카메라를 들고 뒤를 쫓다 보니 왜 자꾸 옥상에 올라가 앉아 있는지 그 속내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그 사람도 나처럼 숨 쉴 곳이 필요했다는 걸 몰랐어요. 가슴이 철렁했죠.” 아내의 눈보다 작가의 카메라가 남편을 좀 더 자유롭게 놓아줬다. 하지만 작가이기 전에 그 남자의 아내. 남편의 마음에 유난히 험한 파도가 치는 날이면 오 작가도 함께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배 안의 부부이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고 남편을 이해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파도를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아내로서 질척한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더라고요. 부부 사이에 별의별 감정이 폈다 졌다 하는데, 그걸 다스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남편한테 화가 날 때는 사진이 다 뭐예요, 카메라도 생각이 안 나죠(웃음). 어쩔 수 없이 제 다짐을 작업 노트에 쓰고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주문을 외듯 들여다보면서 수없이 제 마음을 단속했어요.”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가 많이 아파 보인다. 자신의 본질이 아니라 역할로만 불리기 시작한 즈음 그의 병도 시작된 것 같다. 아내인 나는 그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만을 바라왔고 지금도 그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내가 껍데기를 깨고 내 본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그가 흔쾌히 마음을 열어주었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어야 할 텐데 쉽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를 통해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온전히 인정하기로 했다. -「서울 염소」 中 부부란 거울 같은 관계다. 어지간히 비협조적이었던 남편의 태도도 변해갔다. 아내가 포기하지 않고 어떨 땐 바짝 들이대고 또 어떨 땐 한발 물러나 기다리길 반복하자 슬쩍슬쩍 카메라를 봐주기 시작했다. 감정이 안 좋을 때도 아내가 참아가면서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남편 김종호씨는 후에 이런 말로 모델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처음엔 아내가 자신의 사진 욕심에 자꾸 나를 찍는가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제가 하는 말을 다 받아 적는 거예요. 울컥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카메라를 향하기 시작했어요. ‘인자 찍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 카메라 덕분에 생긴 아름다운 거리 카메라를 향하겠다고 마음먹은 남편은 마음도 활짝 열었다. 그 전까지는 무표정 일색이었던 남편 사진이 조금씩 다채롭게 변해갔다. 아내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도 늘어갔다. “한두 해 찍고 만 게 아니라 10년 넘게 계속 자신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받아 적으니까 남편도 받아들인 것 같아요. ‘아, 이 여자가 진심이구나. 진심으로 나를 보는구나’ 싶었겠죠. 정말 제 마음도 그랬고요. 남편 사진 작업이 부부 관계가 좋아지는 큰 밑거름이 됐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노력이 꼭 필요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곁에서 카메라만큼 한발 물러나니 서로 숨 쉬기가 더 편했다.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서로 마음속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부부의 정서적 거리는 훨씬 가까워졌다. 남편은 목줄 맨 ‘서울 염소’의 삶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집 짓는 법을 배우는 학교에 다녀오기도 하고, 시골로 내려가 집 짓고 살고 싶은 속내를 자주 내비쳤다. 물려받은 것 하나 없는데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도 어떻게 시골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지만 한 번도 가장의 의무를 져버린 적이 없는 성실한 남편이 한 사람으로서 갖는 소망을 외면하기도 힘들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세상살이를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짜증이 날 때도 있었고 불안한 적도 많았어요. 멍하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밉기도 했고요. 아마도 카메라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사진을 찍기 위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곤 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부부는 그 전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나눴다. 카메라를 들이대려면 무슨 말이든 붙여야 하니까 가벼이 주고받던 대화가 점점 농밀해졌다. “맞벌이 부부라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았고 시부모님과 같이 살기도 했고요. 같이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었으니까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는데, 사진 찍으며 함께 다니다 보니 신혼 때보다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돼요(웃음). 서로 훨씬 더 편해졌고요.” 더 이상 ‘서울 염소’가 아니다 서로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진실한 말들이 서로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해독이 된 걸까. 남편도, 아내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남편은 여전히 ‘서울 염소’로 살고 있었지만, 때때로 스스로 목줄을 풀고 나갔다. 열병처럼 앓던 시골집을 산 것이다. 이미 오 작가는 그의 꿈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부로 살려면 싸우든가 받아들이든가, 택일해야 했다. 사람이 살지 않던 허름한 농가 주택을 남편은 세상에 하나뿐인 궁전인 것처럼 정성을 들여 쓸고 닦고 고쳤다. 틈만 나면 시골로 내려가 집에 매달렸다. 시골집은 비로소 찾은 남편의 해방구였다. 시골집에서 찍은 남편 사진은 도시에서와는 무척 달랐다. 표정이 환했고 생기가 넘쳤다. 그토록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아내도 시골집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수리를 하고 남은 각목으로 남편이 뚝딱 만들어준 작은 평상에 앉아 부부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빨간 망개나무 가지가 뒤에 걸려 있고 앞에는 팔짱을 끼고 앉아 천진하게 웃는 부부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을, 오 작가는 가장 좋아한다. “그 순간에는 우리한테 무엇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날이었고, 햇빛이 따뜻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충만했어요.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하다’라고 느낀 그런 순간이요.” 그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같은 행복을 느끼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그래서 그 순간이 더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 살벌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고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회사를 나왔다. 남편의 긴 방황은 그렇게 끝났다. 괜찮다고 웃었지만 남편은 초라해 보였다. 오 작가도 혹독한 병치레 끝에 학교를 그만둔 터였다. 전환이 필요했다. 남편은 오랜 꿈이었던 세계 일주를 떠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일단 어디든 떠나기로 했다. 마음은 불안했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동화된 건지, 오 작가도 어느새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됐다. 사정상 참여하지 못한 아들을 제외하고 쌍둥이 딸과 함께 네 식구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족의 세계 여행이라니 ‘럭셔리’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인천항에서 중국행 배를 탔다. 출발 후의 일은 아무것도 기약하지 않기로 하고 용감하게 말이다. 일상을 벗어난 가족은 3개월여를 마음껏 쏘다녔다. 이 대목에서, 어떻게 두 사람 다 직장을 잃어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런 모험을 저질렀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가까이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인데 소원 하나는 들어줘야지 싶었어요. 우리가 돈이 많아서 떠난 건 아니에요. 3개월 동안 아끼고 아껴서 네 식구가 500만원으로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사는 허름한 동네에 주로 머물렀어요. 물론 그 시간에 돈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저희 가족에게 귀한 경험이 된 덕분에 후회는 없어요. 딸들에게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알려준 계기도 됐고요. 물론 정말 징그럽게 싸웠죠(웃음).” 남편을 보는 건 나를 보는 일 여행에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남루했다. 당장 냉장고가 휑했고 비워둔 셋집에는 곰팡이가 슬었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심하게 동요되지는 않았다. 남편의 긴 방황을 지켜보고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깨달은 바가 있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는 게 낫다는 걸, 순간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 삶의 방식이라는 걸 말이다. “시골집이나 세계 여행이나, 이런 세부적인 것은 중요치 않아요. 무엇이 됐든 자신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알아야 돼요.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다른 것을 포기할 줄 알게 되잖아요. 계속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생각하고 조금씩 그쪽으로 향해가면서 살고 싶어요.” 남편은 곧 새 직장을 구했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며 머리를 삭발하고 씩씩하게 출근했다. 월급은 줄었지만 남편은 전보다 훨씬 행복해졌다. 남편의 방황에 덩달아 함께 불안해하다가 그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남편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고, 남편이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나중에 깨달았다.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결국 그건 나를 이해하는 일이었다는 걸 말이다. 아빠의 사진과 엄마의 글이 담긴 「서울 염소」를 읽은 아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아빠와 많이 부딪혔던 딸은 대성통곡을 하더니 엄마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고 엄마, 아빠라는 직위를 자유롭게 떨쳐버리세요”라는 제법 철든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다른 딸은 “엄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고 물었고, 아들은 “가족이 뭔지 확 다가왔다”라고 시원한 소감을 남겼다. 아들의 힘든 방황기를 보면 마음이 미어지실까 봐 시부모님께는 아직도 보여드리지 못했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지만, 아이들에게 뭔가 큰 걸 물려줬구나 싶어서 흐뭇하죠. 남편은요? 책도 잘 안 보려고 해요. 매일 수없이 본 사진, 자기가 한 얘기를 뭘 또 보냐고요(웃음).” 덤덤하게 말하지만 남편은 이제 자기가 먼저 나서서 사진 아이디어를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협조적으로 변했다. 이번 작업으로 인해 삶을 중간 정산한 기분이라는 오 작가는 이 책을 남편 또래의 중년 남자들에게 건네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아내도 봤으면 한다고 했다. 팍팍한 삶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여보”, “당신”으로 서로를 부르던 동갑내기 부부는 이제 “인숙아!”, “종호야!”라고 서로를 부른다. 딸의 말대로 남편과 아내라는 직위를 떨쳐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에게 되찾아주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안지영 ■사진 제공 / 오인숙>
- 배우 이정진, 카메라를 들다
- 2015. 05. 28 16:26 연예
-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더 익숙할 듯한 배우 이정진의 취미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전까지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그의 카메라 앵글 속엔 어떤 장면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제부턴 ‘작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배우 이정진(37). 그가 첫 사진전을 열었다. 한류 매거진 「KWAVE」와 함께 개최한 사진전 ‘LEE JUNG JIN; More Of JJ’에서 그는 사진을 통해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봉사 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케냐와 네팔의 풍경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무대 뒷모습까지, 일상을 담은 작품 82점이 전시돼 있다. Kenya “찰나의 순간 그들은 천사들이다.” “케냐와 네팔에 봉사 활동을 하러 가면서 가족사진을 찍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사진을, 부모님에게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곤 했죠.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그는 소니 아티스트, 비엔토, S.I. 크리에이션 등 전문 사진작가 모임에 소속될 정도로 꾸준하게 사진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 주로 국내외에서 마주한 색다른 풍경과 동료 연예인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포착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전까지 열게 된 것. “카메라가 아주 재미있는 물건이더라고요. 촬영장에서 함께 연기를 했고 늘 봐오던 배우들이지만 렌즈를 통해 보면 또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런 찰나를 제 눈에만 간직하기 아까워 사진을 찍었죠.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인 소속사 후배들의 리얼한 모습도 담을 수 있었어요. 사진 촬영에 집중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누군가 날 이렇게까지 찍어준 적이 있었나 싶기도 했어요(웃음).” 그가 꼭 한 번 찍어보고 싶은 피사체는 이순재, 신구 등 연세 지긋한 원로 배우들이다.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국 로비에 전시하고 싶단다. 이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그의 말에서 사뭇 진심이 느껴진다. Nepal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우리보다 더 여유로워 보인다. 행복이란….” “사진을 찍다 보면 연륜이나 경험이 보여요. 그분들은 한평생 연기만 하신 분들이라 사진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날 것 같아요. 지금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담아 오랫동안 방송국에 걸어놓고 싶어요. 주요 프로그램 사진만 걸려 있는 방송국 로비를 선생님들의 사진으로 채우면 더욱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후배로서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이번 전시회가 잘 끝나면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들께는 따로 연락을 드릴 예정이에요.” 깨달음의 사원이라는 뜻의 보드나트 스투파. 이정진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이번 사진전에서 공개되는 작품의 판매수익금은 모두 네팔 현지 도서관을 짓는 데 사용된다. 2011년 열악한 환경에 놓인 네팔 어린이들을 만났던 그는 아이들에게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결심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지금까지 지은 도서관 수는 27개. 목표는 1,000개다. 이렇게 네팔과 소중한 인연이 있었던 터라 지난 4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그는 SNS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JYP Entertainment “눈으로 보지 못했던 표정들을 카메라를 통해 보고 카메라에 비친 사람들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곤 한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무대 뒤 대기 모습. 2PM 멤버 닉쿤과 그의 어머니. 가수이자 프로듀서,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진영. 작품이 끝난 뒤 틈이 날 때마다 해외 봉사를 떠났던 이정진. 그는 최근 또 다른 이유로 해외에 다녀왔다. SBS-TV ‘정글의 법칙’에 병만족의 일원으로 참여해 정글 체험에 나선 것이다. 그들이 향한 곳은 오세아니아의 미크로네시아 제도에 있는 ‘얍(Yap)’ 섬.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곳이다. 촬영을 위해 출국하는 순간에도 이정진은 여전히 자신의 카메라와 함께였다. 혹독한 정글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여러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을 게 분명하다. 머지않은 날에 열릴 그의 두 번째 전시에서는 이 순간들이 공개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이정진 사진전 ‘LEE JUNG JIN; More Of JJ’ 일정 6월 5일(금)까지 장소 KWAVE 튤립갤러리(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21)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제공 / 이정진, JYP 엔터테인먼트>
- 출산 후 첫 화보 인터뷰! 유선, 다시 카메라 앞에 서다
- 2014. 05. 29 16:58 패션
- 꼬박 한나절 동안 이어진 촬영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셔터 소리에 맞춰 표정과 포즈를 바꾸며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던 그녀는 짬이 날 때마다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데뷔 13년차 배우 유선. 그간 멜로부터 스릴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감정을 풍부한 연기로 증명해 보인 여배우의 관록은 그렇게 한 컷 한 컷 완성된 사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샤스커트를 덧대 우아한 느낌을 강조한 레이스 소재의 화이트 드레스. 매니시 스타일의 재킷을 걸쳐 시크한 분위기를 더했다. 샤스커트 장식 화이트 드레스 가격미정, 맥앤로건. 화이트 재킷 가격미정, 데무. 진주 귀고리 61만7천원, 골든듀. 팔찌 2백50만원, 도비마. 반지 61만7천원, 골든듀. 스킨톤의 스틸레토힐 29만9천원, 나무하나. 엄마의 외출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머리 질끈 묶고 옷도 편하게 입고 그렇게 지냈거든요.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고 살았어요. 이렇게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까지 모두 세팅이 된 상태로 촬영하니까 그래, 내가 배우였지, 하고 깨닫게 되던걸요. 설레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되고 그랬어요(웃음).”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저지 소재의 백리스 원피스. 심플하고 모던한 프런트 디자인과는 상반되는 섹시한 백라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블랙 백리스 원피스 37만6천원, 디누에. 태슬 장식 진주 귀고리 가격미정, S.O.A. 반지 1백25만원, 골든듀. 배우 유선(38)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속 복실에게는 순박함이, ‘작은 아씨들’의 미득에게는 당당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영화 ‘이끼’의 영지는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했고, ‘검은 집’에서 보여준 이화의 섬뜩함은 오래도록 회자됐다.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밝고 쾌활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그녀에게는 어색함이 없었다. 극단의 캐릭터를 이토록 자유자재로, 자신만의 색을 입혀 표현해내는 여배우가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한 줄의 설명으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배우다. 그래서 가끔은 그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일상생활에서도 끼가 넘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편이에요. 사교적이지도 않고, 낯도 많이 가리고, 조용히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나서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또 다른 제가 튀어나와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기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최근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엄마’라는 캐릭터가 추가됐다. 지난 1월, 3년간의 달콤했던 신혼생활 끝에 찾아온 선물인 딸 차윤을 만난 것이다.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초보’ 엄마이지만 아이와 시선을 맞춰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녀의 행복도 커져만 간다. 슬릿 디테일의 랩스커트가 레이어링돼 은근한 섹시미가 느껴지는 퀼로트와 티어드 디테일의 슬리브리스 톱의 매치가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5만9천원·화이트 퀼로트 14만5천원, ZARA. 볼드한 큐빅 귀고리·3단 골드 너클 링 가격미정, S.O.A. 옐로 오픈토 슈즈 39만8천원, 슈콤마보니. “임신했을 땐 빨리 아이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다들 입을 모아 배 속에 있을 때가 행복한 거라고, 나오는 순간 전쟁이야, 라고 하더군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그 말의 참뜻을 이해했어요. 하루 3시간 이상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걸요(웃음). 이제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우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아서 덜 힘들어요.”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카리스마 넘쳤던 그녀의 얼굴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미소가 번질 줄이야. 아이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가득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체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차만 타면 쪽잠이라도 자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약했거든요. 그런데 불침번을 서듯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아이가 조금만 움찔해도 눈을 번쩍 떠야 하니까 관리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 스스로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요. 이런 게 엄마의 힘인가 싶어요(웃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신을 믿고 지켜봐준 남편은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다. 좋은 남편인 줄은 진작 알았지만 이토록 훌륭한 아빠일 줄은 몰랐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어준 그가 있어 행복하다. 또 고맙다. 아랫단에 보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루스 핏의 화이트 셔츠와 펀칭 디테일의 타이트한 롱스커트로 글래머러스한 섹시함을 완성했다. 화이트 셔츠 가격미정, 맥앤로건. 블랙 가죽 스커트 58만원, 엉쁠랜뉘. 앤티크 디자인 진주 귀고리 86만원·플라워 모티브 볼드 반지 가격미정, 도비마. “남편의 진면목은 아빠가 된 뒤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정말 잘 돌봐주거든요. 그러면서도 아내가 아닌 엄마로서의 존재감만 느끼게끔 하는 남편들도 있다고 하던데, 제 남편은 품 안의 자식은 금방이라고,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 맞지만 결국 우리 둘이 즐겁게 평생 살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대요. 그래서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저에게 배려를 많이 해줘요. 물론 이와 같은 남편의 전폭적인 도움에도 불만은 있지만요(웃음).” 평소 ‘하미모(하나님을 사랑하는 미인들의 모임)’의 멤버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그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 1호는 ‘따뜻한 마음’이다. “제 오지랖을 닮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소외된 사람들, 힘든 친구들에게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사실 저는 소심한 편이라 제가 신경을 써준 만큼 상대방이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 상처를 자주 받지만요. 딸아이는 그냥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따뜻한 아이였으면 해요.” A라인 원피스의 대반전. 옆 라인을 통해 피부가 그대로 노출돼 더욱 섹시하다. 블랙&화이트 컬러의 지그재그 패턴이 인상적인 원피스 56만8천원, 디누에. 그녀가 꿈꾸는 삶 이번 인터뷰를 위해 그녀는 디데이를 꼽으며 몸매를 만들었다. 언제든 좋은 작품이 들어왔을 때 여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운을 냈다고 했다. 다시 뛸 준비가 됐다, 라는 신호탄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보탰다. “연예인들은 몸매가 타고났다는 말, 그건 정말 오해예요.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하는데요. 저도 평소에 운동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출산 후 3개월 안에 몸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모두 내 살이 된다는 조언에 이를 악물었어요. 모유 수유를 병행하다 보니 먹는 것을 전폐할 수는 없고, 그냥 운동밖에 없더라고요. 정체기를 보내며 남들도 이랬을까, 하면서 감탄했어요. 지인 중에 박지윤 아나운서가 있는데 그렇게 빨리 몸을 만들어 복귀하는 걸 보면서 제가 독한 여자라고 했어요(웃음).” 쉼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임신 7개월까지 MBC-TV 단막극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에 출연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산후조리를 하며 조금은 여유를 부려도 될 법한데, 그녀는 복귀를 서둘렀다.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그녀를 바쁘게 했다. 미니멀한 라인의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이지만 빛에 따라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펀칭 디테일이 가미돼 시스루 효과가 연출된다. 오렌지 레드톤 슈즈 매치로 컬러 포인트를 더했다. 블랙 펀칭 슬리브리스 톱 45만8천원·블랙 펀칭 스커트 42만7천원·볼드한 큐빅 장식 목걸이 82만원, 디누에. 오렌지 레드톤 오픈토 샌들 16만원, 멜리사.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 이렇게 아이만 키우면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신비로워요. 그리고 행복해요. 물론 아이가 앞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떼를 쓰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웃음), 지금은 오로지 저에게만 의지하고 제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모성애란 이런 거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엄마를 안정적인 배우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에게만 시간을 투자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구나, 잊히기 전에 돌아와야겠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죠. 한 번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배우보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제가 꼭 필요한 배우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요. 과제이고 바람이에요.” 쉬는 동안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작품은 없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좋은 배우로 평가받고, 또 존경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녀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까닭이다. “엄마가 된 뒤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어요.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고백컨대 제가 ‘별에서 온 그대’ 팬이었거든요(웃음). 전지현이란 배우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렇게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드라마에서는 보다 더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영화에서는 강렬하게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진행 / 이서연 기자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박재찬 ■제품 협찬 / 골든듀(02-540-4723), 나무하나(02-512-4329), 데무(02-3442-3012), 도비마(02-514-5404), 디누에(02-3444-4756), 맥앤로건·슈콤마보니(02-3447-7701), 멜리사(02-514-2137), 엉쁠랜뉘(02-792-9419), S.O.A(02-547-6259), ZARA(02-512-0728) ■헤어&메이크업 / 차홍(차홍아르더, 02-540-8520), 우현증(메르시 뷰티 하우스, 02-546-7740) ■모델 / 유선 ■스타일리스트 / 홍은화>
- 카메라 앞에 서면 달라지는 여자, 배우 손여은
- 2014. 03. 26 19:04 연예
- 저마다 ‘연기를 잘한다’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악역을 얼마나 얄밉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SBS-TV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채린 역으로 10년 무명의 종지부를 찍은 손여은은 그런 점에서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김수현 작가가 ‘콕’ 찍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혹여 극중 채린이가 그러하듯 돌변해 짜증을 부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연관 검색어가 돼버린 단어 ‘미저리’를 외치면 어떻게 받아쳐야 할까, 하고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러나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촬영 내내 그녀는 이따금 미소를 지어 보일 뿐 말을 아꼈다. 맹랑함을 기대했던 기자가 의외의 모습이라고 반응하자 “원래 낯을 많이 가려요”라며 수줍게 시선을 떨궜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털털하다’, ‘솔직하다’라고 말하는데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래도 이쪽 일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처음 본 사람에게는 말도 못 걸었거든요(웃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그녀의 고백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뷰파인더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는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순수함과 사랑에 빠진 여인의 애잔함이 공존했고, 동양적인 요염함과 채 포장되지 못한 표독스러움이 교차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한 배우의 간절함도 녹아 있었다. 뒤늦게 발견한 그녀의 매력은 그렇게 깊고, 또 넓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결혼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자매 오현수(엄지원 분)와 은수(이지아 분)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처음 편성됐을 때 지상파 복귀를 한 김수현 작가와 실제 평범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을 경험한 이지아의 캐스팅에 대중과 언론의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그 무게중심은 은수의 전남편 태원(송창의 분)과 재혼한 채린 그리고 그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손여은(32)에게 옮겨졌다.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다소곳한 아내,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착한 새엄마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철없고 이기적인 ‘밉상’ 계모임이 밝혀지면서 시청률에도 탄력이 붙었다. 혹자는 그녀를 ‘신 스틸러’라 불렀다. “인기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슬기 새엄마다’라고 손가락질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불쌍해 보이는지 식당에 가면 반찬도 더 챙겨 주시곤 하세요. 초반에는 댓글들도 읽어보곤 했는데 주로 ‘정말 얄밉다’라는 내용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잘 안 봐요. 주위에서 말해줘서 결국엔 알게 되지만요(웃음).” 올해로 벌써 데뷔 10년 차. 주목받지 못했던 그 시간 속에서 그녀는 의외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왔다. ‘각시탈’, ‘대왕의 꿈’ 등이 그나마 알려진 필모그래피. 꼭꼭 가려져 있던 그녀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김 작가다. 전작 ‘구암 허준’의 궁궐 의녀 소현으로 허준을 흠모하는 섬세하고 단아한 매력을 선보인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영광이었죠. 만나 뵙기 전에 소문을 통해 들은 작가님은 굉장히 무섭고 대사에서 토씨 하나 틀려도 안 되는 엄격한 분이셨어요. 캐스팅 전화를 받고 설렘과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작품에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됐죠. 그래서 작가님의 드라마를 다시 찾아 봤어요. 첫 대본 리딩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하필이면 맞은편에 앉으셨거든요(웃음).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떨었어요. 작가님은 굉장히 날카롭고 정확한 분이세요. 틀린 말씀이 하나도 없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는 따뜻함이 있어요. 인물에 대한 통찰력도 대단하시고요. 매번 감동하고 감탄해요.” 촬영장은 즐겁다 대본 연습 때마다 참석해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김 작가가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러나 이는 몇 번을 들여다봐도 풀 수 없는,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과제였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는 ‘채린’이 되기로 했다. 말투도, 습관도 바꿨다. 콧소리를 섞어 징징대는 목소리나 소심한 종종걸음은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에 시놉시스상의 인물 느낌이나 작가님께 들었던 이미지는 참하고 조신한 양갓집 규수였어요. 그렇게 알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가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바뀌어서 적응하는 데 조금 힘들었어요. 채린이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알고 있으면 덜 어려웠을 텐데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여기까지 왔어요.” 그녀는 모름지기 배우라면 작가가 대본 안에 숨겨둔 부분까지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반복해 대본을 읽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전적으로 작가님을 믿었어요. 다행히 대사를 디테일하게 잘 살려주셔서 대본 안에서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었죠.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느 시점엔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작가님께 여쭤봤는데, ‘응, 지금 하는 대로, 채린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혼란스러웠지만(웃음), 더 연구하게 됐어요. 물론 아직까진 아쉬운 것들이 더 많아요. 제 연기를 볼 때마다 부끄럽고 그래요. 아직 멀었죠.” 그녀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게 된 건 드라마 중반, 채린이 돌변하면서부터다. 극중 금이야 옥이야 키운 전처의 딸에게 손찌검을 하고, 자신을 나무라는 시어머니에게 “뭐!”라고 맞받아치면서 그녀는 드라마의 갈등 축이 됐다. 의도치 않게 외톨이가 돼가는 그 모습이 억울하기도 하다. “저도 제가 이렇게 악녀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얄밉다’에서 서서히 진화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 내가 진짜 악녀가 된 건가 싶어 어리둥절해요. 특히 슬기를 때리는 신에서는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도 많이 했고 촬영 후엔 속이 상해 눈물도 흘렸어요.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고요. 그저 앞으로 이어질 내용 전개에 꼭 필요한 부분들이라고 하니 최대한 잘해야겠다, 그 생각만 했어요.” 극의 후반부에서 사회적으로는 성인군자로 알려졌지만 가정에서는 폭행을 일삼는 파렴치한인 아버지를 둔 불행했던 성장 과정이 드러나며 그녀를 동정하는 시청자들도 늘었다. “예상하지 못한 신들엔 저도 당황하게 돼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죠. 그렇지만 저는 작가님의 대본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한편으로는 대본을 받을 때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장면들이 많아 놀랍고 재미있어요. 처음 저를 캐스팅하실 때 ‘네가 나오는 걸 봤다. 예쁘더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촬영하면서 그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어요(웃음).” 김용림, 허진, 김정난 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도 쉽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날마다 고성이 오가는 촬영장이 즐겁다고 했다. 특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임실댁과 식탁을 닦다가 행주를 뺏으며 기 싸움을 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즉석에서 완성한 애드리브였다고. “태원의 집에 시집오고 나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웃음). 시어머니 김용림 선생님께서는 극중에선 까칠하시지만 매번 재미있는 이야기로 저희들을 웃게 하세요. 임실댁 허진 선생님께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잘 챙겨주시고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하다 보니 대사를 주고받는 합도 잘 맞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겠다고 계획하고 연기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정말 생생한 교육 현장인 것 같아요.” 노력에 대한 보상일까.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의 분량으로 비중이 늘었다. 기분 좋은 부담감과 책임감이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죠. 분명한 건 채린이가 할 일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아이도 괴롭혀야 하고 시월드에도 맞서야 하고(웃음). 더 몰입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피아노밖에 모르던 평범한 부산 여대생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가 발단이었다. 서울에 놀러 왔다가 길거리 캐스팅이 돼 CF를 촬영한 것이 그 계기가 된 것. 부모님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진심을 다해 설득했고 2005년 SBS-TV ‘돌아온 싱글’로 데뷔했다. 이후 걸 그룹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피아노는 일곱 살 때부터 쳤어요. 그런데 그 피아노보다 더 좋은 연기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점점 더 연기의 매력에 빠졌죠. 피아노를 그만둔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 제 경력들이 연기에도 활용될 거라 믿어요. 어찌 보면 음악도, 연기도 예술이라는 분야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것이니까요.” 음영이 많았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자신의 노력이, 진심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으로 묵묵히 버텨왔다. 쉬는 동안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면서 내공을 키웠다. 독립 영화와 장르 영화도 섭렵했다. “소속사 문제로 2년 정도 쉬는 동안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연기에서 답을 찾지 못할 때였어요. 요즘엔 채린이 때문에 웃고 울어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진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하면 대중이 좋아할까 잘 고민해보고 선택하려고 해요. 지금까지는 매번 다른 캐릭터를 해왔는데요. ‘구암 허준’이 끝나고 나서 참한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반전 있는 캐릭터가 들어왔잖아요?(웃음)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설레요. 지금도 그런 시기고요.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되게 기대돼요.” 다소 식상하지만 ‘결혼’에 대한 궁금증을 마지막 질문으로 건넸다. 한번 몰입하면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격 탓에 머릿속에 온통 ‘채린’밖에 없다는 말을 다시금 상기시키려는 듯 그녀의 대답은 역시나 그 이름으로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모든 질문의 답은 하나로 이어졌다. “채린이처럼 이기적인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돼야 하죠. 고부간의 갈등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울타리라는 넓은 마음이 있다면 부드럽게 풀리지 않을까, 싶어요. 결혼을 하면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얼마나 빨리 달려가느냐보다, 결국 어디에 도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인생이다. 그녀의 목적지는 분명하다. 이제 그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을 지켜볼 차례다. “저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극이 좋아요. 현실 속에 있음직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영화 ‘연애의 목적’의 강혜정씨 캐릭터? 정말 여자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잖아요.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 그런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요.” “저도 제가 이렇게 악녀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얄밉다’에서 서서히 진화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 내가 진짜 악녀가 된 건가 싶어 어리둥절해요. 특히 슬기를 때리는 신에서는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도 많이 했고 촬영 후엔 속이 상해 눈물도 흘렸어요.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고요”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의상&소품 협찬 / 보브, 스톤헨지, 에스까다 by 갤러리어 클락 ■장소 협찬 / 서울 팔래스 호텔(02-532-5000, www.seoulpalace.co.kr) ■헤어&메이크업 / 이진애, 전선아(Meien, 02-3443-9926) ■스타일리스트 / 김예진>
- 카메라 밖 모습이 궁금해 Star Photo Gallery
- 2013. 07. 29 17:14 연예
-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열애 소식 그리고 한 편의 그림 같은 그들의 일상을 모아봤다. 이름하여 스타 포토 갤러리. Gallery 1 스타들의 데이트엔 스타일이 있다 신비주의 커플의 은둔형 데이트 원빈과 이나영은 측근들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비밀 연애의 신공을 발휘했다. 신비주의 스타들답게 주로 집 안에서 은밀하게 데이트를 즐겼으며 슬리퍼에 티셔츠 차림인, 일명 ‘주민 룩’을 위장막으로 사용했다. 민간인 됐지 말입니다 새해 첫날, 모두를 놀라게 한 김태희와 비의 열애 현장. 군 복무 중인 비가 위문 공연 후 받은 외출, 외박, 휴가 때마다 즐긴 이들의 데이트는 역대 그 어떤 스타들의 데이트보다 복잡다단했다. 접선 장소가 따로 있었으며 차량은 3대 이상 동원됐다. 마침내 비의 전역으로 고무신을 벗게 된 김태희. 이들의 애정 전선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 밀착 또 밀착 띠 동갑임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이병헌·이민정 커플. 두 사람의 데이트는 마냥 달달했다. 팔짱을 꼭 낀 채로 밀착 또 밀착해서 걸었으며 데이트 내내 서로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추운 날씨에도 외투까지 벗어둘 만큼 뜨거운 남자 이병헌과 세상을 얻은 듯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며 행복해하는 이민정의 표정이 포인트. 누구일까요? 결혼을 앞둔 이효리·이상순 커플의 지난해 하와이 동반 출국 현장이다. 당시 두 사람은 이효리의 새 앨범 구상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공항 도착부터 탑승까지 티케팅도, 환전도 따로따로. 눈만 빼고 모든 것을 가린 탓에 정체를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이효리와 노란색 비니를 썼음에도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이상순의 패션 조화가 흥미로웠다. Gallery 2 일상이 화보인 스타들 그 겨울, 바람이 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겨울,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전파를 타기 전이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주연배우와 제작진이 사전 미팅을 갖는 자리였는데 ‘자체 발광’ 송혜교는 멀리서도 빛이 났고, ‘시크남’ 조인성은 화보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근사했다. 그냥 절친입니다! 소녀시대 제시카와 2PM 택연의 압구정 브런치 현장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절친’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생활했다는 두 사람의 공통분모가 서로에게 힘이 됐다는 후문. 때문에 이들의 만남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시종일관 유쾌했다. 동네 오빠들의 금강산도 식후경 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에 흐뭇한 표정을 짓는 이들은 바로 비스트. 무대 위 카리스마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소탈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진 이들의 화기애애함이 인기를 유지하는 숨겨진 비결이 아닐까. Gallery 3 여행지에서도 빛나는 스타들 관광객 모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앞 명물 시티투어 버스에서 만난 샤이니, 강타 그리고 f(x)의 엠버까지. 2층 좌석에 자리한 이들은 화려한 밤거리를 배경으로 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들을 알아본 뉴요커들의 뜨거운 환호에 온유는 즉석에서 일어나 춤까지 선보이는 화끈한 팬 서비스로 화답했다. 소녀들의 외출 파리지앵보다 동방신기 동방신기가 ‘SM타운’ 파리 콘서트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두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노천카페에서 티타임을 갖고, 노점상에서 아이쇼핑을 하는 등 유럽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거리를 산책하는 동방신기의 우월한 외모는 파리지앵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중문화 아지트 용담미술관, 톱스타를 만나다 톱스타 사진 전시회 ‘스타 포착-연예뉴스 사진전’이 오는 9월 15일까지 전북 진안군 용담미술관에서 무료로 열린다. 진안군과 연예 매체 디스패치, TV리포트 주최로 진행되는 이번 스타 사진 전시회에는 두 매체의 열애 뉴스, 스타 인터뷰 및 일상 등 총 1백32점의 사진이 테마별로 구성됐다. 단연 눈길을 끄는 사진은 이병헌·이민정 커플, 비·김태희 커플, 원빈·이나영 커플 등 톱스타들의 열애 현장을 담은 것이다. 송혜교, 장동건, 고소영, 정우성, 전지현, 장근석 등 스타들의 일상생활을 포착한 사진들 역시 흥미롭다. 사진전을 기획한 용담미술관 관계자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여행과 사진전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장소 전북 진안군 용담면 수천리 542 용담미술관 문의 063-432-9941 <■정리 / 김지윤 기자 ■자료&사진 제공 / 디스패치(www.dispatch.co.kr), TV리포트(www.tvreport.co.kr)>
- [행복 커뮤니티]희망을 담아내는 사진 한 장, ‘꿈꾸는 카메라’
- 2013. 05. 06 18:41 화제
- 그들을 만나기 전 선교활동에 목적을 둔 단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란다. 단지 ‘재미’라는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그들의 모임 이름은 ‘꿈꾸는 카메라’. 처음에는 작은 파도에 의지해 항해를 시작한 뒤 현재 큰 물결이 가득한 깊은 바다로 순항 중인 꿈꾸는 카메라, 그들이 찍어내는 꿈과 희망을 엿본다. 꿈꾸는 카메라의 4인, 그들이 말하는 꿈꾸는 카메라란? 훌륭한 정신력과 리더십을 갖춘 선장이 있더라도 선원들이 없다면 배는 항해할 수 없다. 꿈꾸는 카메라가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올곧은 방향으로 순항을 이어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꿈꾸는 카메라의 대표 주자 4인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꿈꾸는 카메라에 대해 들어봤다. “가끔 사람들이 ‘왜 빵이 아니고 카메라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당장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식량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 아프리카 지역이 그러하죠. 물이 없어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사막화된 남수단 같은 곳들은 하루하루의 물, 빵이 곧 그 사람들의 삶 자체와 직결돼 있어요. 그곳에는 도움의 손길이 간절합니다. 그러기에 많은 분들이 돕고 있죠. 그런데 아프리카는 당장 식량 조달이 급한 곳 말고도 여러 형태의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 많아요.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잖아요. 목숨을 겨우 부지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먹을 것이 해결된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필요한 것이죠. 오늘 살아 있는 이유가 내일의 빵 한 조각을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그러한 삶의 희망,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도와준다면 그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거든요.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있고, 응급처치가 끝났으면 본격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꿈꾸는 카메라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줄 알았어요. 그들이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의미와 희망을 찾아줄 수 있는 그런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그런데 잠비아를 가고, 몽골을 가며 아이들을 만나고, 미소를 보며 함께 어울려 지내다가 우연히 그들의 사진을 보게 됐어요.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은 결국 도움을 받은 것은 나였고, 우리 프로젝트 멤버들이라는 점이죠.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꿈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른인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아이이기에 가능한 그 꿈들을 보며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품었던 그래서 행복했던 그 꿈들이 떠올랐고, 그 꿈과 아이들의 꿈이 합쳐지고 긍정의 에너지까지 가세하면 시너지가 커지게 되죠.” _차풍 (39, 신부) 「27컷, 꿈을 담는 카메라」 중 발췌. 정신후(27, 평화방송 라디오작가)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라는 걸 3년이 지난 이제야 비로소 조금 알 것 같다. 꿈꾸는 카메라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나인 것 같다. 이를 테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가 꾸려나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 배고프게 살 준비가 된 건가?(웃음)” 정다운(36, 정리컨설턴트) “이웃 마을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꿈꾸는 카메라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 친구들이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든다. 언제나 프렌들리한 카메라가 바로 꿈꾸는 카메라다.” 임수식(39, 아티스트) “지금껏 나는 사진으로 삶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재능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내면의 이야기를 발현해야 직업인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모두 꿈꾸는 카메라에 담겨 있다고 본다.” 강진주(37, 사진작가) “꿈꾸는 카메라는 ‘놀이’다. 내가 행복하니까. 그리고 즐거우니까. 사실 나의 근본적인 성향은 ‘나’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나’라는 주체가 잘 살고,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 내 마음이다.” Just for ‘Fun’ 거룩한 목적의 실현도 아닌, 그렇다고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더더욱 자신들의 컨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거절하는 배포 큰 단체, 꿈꾸는 카메라.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쿨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2009년에 시작돼 벌써 5년째에 접어든 이 모임이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증폭되어가고 있을 무렵, 운이 좋게도 꿈꾸는 카메라를 이끌고 있는 차풍(39) 신부의 연락처를 손에 넣게 됐고, 드디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됐다. “재미있어서 시작했다”라는 차 신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단순히 재미가 아닌, 희망의 빛이 희미한 전 세계 곳곳의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깊고 아름다운 프로젝트인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주는 이 따뜻하고 책임감 막중한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에는 재미 그 이상의 철학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름에서조차 시원한 바람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 차풍 신부가 생각하는, 꿈꾸는 카메라가 찍어온 수많은 삶의 이야기. 그 속에서 진짜 재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1 브룬디의 한 어린이는 선명한 노란색으로 색감을 맞춰 촬영했다. 2 제법 스타일리시하게 찍은 차드 어린이 사진. 3 신나는 순간을 포착한 몽골 아이 사진. 4 환하게 미소 짓는 잠비아 여성.한 편의 영화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다 생활고로 인해 카메라를 만져보지 못하고 지내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의 아이들을 위해 카메라를 전달하는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에서 시작됐다. 2009년 교구청 청소년국에 소속돼 있던 차 신부는 우연한 기회에 성심여고 학생들과 함께 접하게 된 이 영화 한 편으로 앞으로의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큰 결정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가 단순히 사진을 촬영하는 기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에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카메라를 나눠주고 그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다시 보내주자는 다소 무모한 기획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놀라우리만치 단순하고 단호한 결정에 정신후씨(29)를 비롯한 몇몇의 청년들이 차 신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했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적지로 잠비아가 결정됐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남부에 위치한 잠비아는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내전과 그로 인한 가난으로 깊은 신음이 가득한 곳. 첫 번째 여정지로 왜 잠비야를 택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차 신부는 동료 신부가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옮겨주었다. 1 사진 촬영을 위해 한껏 차려입은 차드 어린이. 2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보내는 잠비아 아이들. 3 학교에서 받은 카메라를 들고 단체로 포즈를 취한 잠비아 어린이들. 4 잠비아에서 만난 귀여운 3남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줬어요. 사진 찍히는 것을 재미있어 하기에 내가 찍은 너희들 사진을 부활절 미사 때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했죠. 그랬더니 부활절에 아이들이 하루를 꼬박 걸어 성당에 온 거예요. 자신들의 얼굴을 보겠다고 말이죠…. 빔 프로젝터를 성당 벽면에 투사해서 사진을 보여줬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더라고요. 한 번도 모자라서 세 번, 네 번 계속 보여달라고 하는 통에 겨우 분위기를 추슬러서 미사를 이어 나갔죠.” 차 신부는 동료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기존의 발상과는 다른 컨셉트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지인에게 털어놓았고 그들과 의기투합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가고자 하는 지역에 아이들이 2천 명 정도 살고 있고 선물로 일회용 카메라가 좋겠다고 결론이 났다. 문제는 이 카메라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 결국 차 신부는 본인의 월급을 쪼개 틈틈이 모아두었던 적금 통장을 깼다.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와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행동인 듯했다. 진심 어린 그의 노력이 단지 재미라고 치부하기엔 무척 큰 결심을 필요로 했으니까 말이다. 1 부룬디에서 만난 가족의 단란한 모습. 2 자신이 기르고 있는 식물과 함께 촬영한 마음이 예쁜 부룬디 어린이. 3 카메라 렌즈 앞에서 활짝 미소 짓는 스리랑카 어린이.차 신부는 휴대전화 고리 제작, 일인일계좌 카메라 후원하기 모금 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2천만원 이상을 모으고 카메라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가지 난제를 뚫고 그가 말하는 ‘재미’를 위해서 떠난 차 신부와 팀원들은 창고처럼 생긴 잠비아 공항에 내린 뒤 차로 꼬박 이틀을 달려 메헤바(국제 난민촌으로 지정된 지구) 지역에 당도하게 된다. 이곳에서 마을 촌장과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주고, 필름을 수거해 한국에서 인화를 마치고 다시 잠비아로 보내주는 대장정의 ‘즐거운 활동’을 끝마치고 나니 5천만원이라는 거금이 손바닥 위에서 훅 하고 사라졌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말씀하셨죠. ‘기쁨은 사람들의 영혼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랑의 그물이다’라고요. 비록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에 동참하고 있고, 이 일을 통해서 누군가가 희망의 싹을 틔워 조금씩 자라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꾸는 카메라가 존재하는 이유의 일부인 것 같아요”라고 초창기 멤버 정신후씨는 말한다. 1 석양이 질 무렵 학교운동장에서 촬영을 하는 잠비아 어린이들. 2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식사중인 부룬디 꼬마. 3 한가한 오후를 만끽하는 스리랑카 학생. 4 올망졸망 부룬디의 여자 아이들. 꿈꾸는 카메라는 2009년 잠비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몽골, 아프리카 부룬디, 라오스, 스리랑카, 차드까지 ‘재미’난 활동을 이어왔다. 이들의 항해는 앞으로만 쭉쭉 나아가는 것이 아닌, 일회용 카메라를 선물하고 사진을 보내주고, 마지막으로 전시까지 열어 그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좀 더 돈독한 신의를 다지며 활동 내역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꿈꾸는 카메라는 희망과 사랑을 담아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기 위해 오는 5월 1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자선 바자회를 연다. 이들이 각국에서 사온 홍차, 특산품을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이 기부한 다양한 아이템도 바자회에 함께 선보인다니, 즐거움과 나눔이 공존하는 자리에 동참해 이들의 재미난 활동에 활력을 더해준다면 난분분한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뜻 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기획 / 김민정 기자 ■진행 / 이다혜(프리랜서) ■사진 / 이주석 ■촬영 협찬&사진 제공 / 꿈꾸는 카메라(cumcalove@gmail.com) ■헤어&메이크업 / 김비라(박수영헤어파셀, 02-518-6631), 양경모(HINY Make-up, 02-963-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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