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14 건 검색)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지역소멸을 ‘태권V’로 막겠다고?(2019. 09. 27 14:36)
- 2019. 09. 27 14:36 경제
-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 없이는 못마십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서영춘이 부른 <사이다송>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인천을 상징하는 몇 가지 스토리 중 하나다. 실제로 1905년 인천 중구 신흥동에는 인천탄산제조소라는 회사가 세워져 미국 전동기를 가지고 사이다를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천은 1883년 최초의 개항항으로서 이런 근대적 기록이 많다. 인천 성냥공장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2016년 서울 강남구에 설치된 ‘강남스타일’ 조형물/홍경한 미술평론가 제공 그런데 인천시가 다음달 인천 앞바다를 돌아볼 수 있는 ‘원미바다열차’ 개통에 맞춰 바닷가에 사이다병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한다. 원래 바다에 부표 형식으로 띄우려고 했지만, 선박 항해에 영향을 준다는 관련 기관의 의견과 흉물이라는 반대여론이 일자 시 예산이 아닌 사이다 업체의 협찬을 받아서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여기보다 한술 더 뜨는 곳이 있다. 전북 무주군에서는 소백산맥 향로산 정상에 72억원을 들여 ‘태권V랜드 조성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업 내용 중 무려 33m에 이르는 태권V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부분이 있다. 논란이 일자 무주군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태권도 성지인 무주를 알리고 이농과 저출산 등 지역 소멸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전남 신안군의 ‘황금바둑판추진사업’ 등 논란이 되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등장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논리가 등장한다. 지역경제 성장논리에 따른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산업단지 건설이고 또하나는 지역축제다. 개발독재 시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를 위해 산업단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그런데 지역산업단지가 무려 1159곳(2017년 기준)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중 80% 이상은 분양률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기존 국가산업단지도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침체되고 있는데, 지역산업단지가 너무 많은 것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지역축제가 있다. 광역·기초자치단체마다 각각 5억원과 3억원이 넘는 축제가 361개(2014년 기준)나 있다. 이것 역시 너무 많다.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흑자를 보는 곳이 없고, 대형 조형물들은 거의 대부분 축제와 연관된 것들이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패러다임의 문제다. 개발독재 성공논리가 지금도 통할 것이라는 철 지난 사고방식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의 개발이익연대다. 실패가 예상되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로 인한 토지보상비 때문이다. 또한 대형조형물과 축제도 관련 토건기업들에는 주요한 수입원이다. 관련한 예산으로 먹고사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패러다임과 이익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주민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관광객이 찾아온다. 지역주민도 가지 않는 관광지, 좋아하지 않는 조형물을 보러올 사람은 별로 없다. 공공정책은 기획 기간과 참여가 많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짧은 임기 내에 성과를 보려고 졸속 추진을 하고, 그나마 소수만이 참여해 아이디어까지 빈곤한 데다 이익이라는 또 다른 의도까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다. 결국 해결의 역할은 깨어 있는 시민의 몫이다.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 “태권” 기합소리 대신 “원, 투, 쓰리”(2017. 07. 24 17:43)
- 2017. 07. 24 17:43 사회
- ㆍ태권도장의 살아남기 경쟁… 영어·컴퓨터 등 가미한 종합학원화 변신 기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가 도장이 있는 상가건물 복도까지 흘러나왔지만 태권도장이면 으레 있을 법한 ‘태권!’ 구령과는 달랐다. 사범도, 어린이들도 도복을 입고 띠를 맨 것까지는 여느 도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다른 것은 도장 바닥에 정좌하거나 수련을 하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도 필수과목이 된다는 컴퓨터 ‘코딩’ 교육이 한창인 태권도장의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한 영어태권도장에서 어린이 관원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히어로영어태권도 제공 마룻바닥을 걸레질하며, 한구석에서 새끼줄로 감은 나무기둥에 정권 단련을 하던 옛날 도장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에이, 그건 너무 옛날 얘기고요. 컴퓨터나 영어도 가르치고 방과후 교육을 하는 도장들이 대세가 된 건 벌써 몇 년 됐지요.” 서울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을 하고 있는 김형철씨(30)의 표현대로라면 지금의 태권도장은 ‘도장’보다는 ‘종합학습센터’에 가까워지고 있다. 겨루기와 품새 등 전통적인 태권도 교육과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양하게 개발된 교육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길다. “물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르치는 도장도 남아있고, 그런 곳에서는 이런 변화를 안 좋아합니다만 저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봐요.” 김 사범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이 관련 자격증도 따며 새로운 과목을 배운 것은 물론, 도장 자체가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교습하는 학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것도 변화의 일환이다. 프로그램 다양화 다른 과목도 교습 경기도 고양에 있는 또 다른 태권도장에서는 우렁찬 기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영어다. ‘태권’을 제외하면 ‘원, 투, 쓰리’나 ‘미들 라운드하우스 킥(중단 돌려차기)’과 같은 영어 구령이 터져나왔다. 태권도와 영어를 합쳐 ‘태글리쉬’라는 이름을 붙인 교육프로그램 외에도 영어와 태권도를 접목시킨 다양한 교육과정들은 이미 도장에 정착돼 있다. 대학에서 태권도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일선 도장에서 사범을 하려는 대학생들도 졸업 전 관련 지도자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이 필수가 됐다. 이곳 도장의 이모 관장(49)은 “사범을 구할 때도 태권도는 다들 하니까, 영어 태권도나 생활체육지도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들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수행평가 종목, 레포츠 활동도 접목 전국의 태권도장은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도장만 지난해 기준으로 9642곳, 미등록 도장을 더하면 1만2000여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태권도계에서는 이들 도장에 소속된 관원의 85%가량을 어린이 관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아동 관원이 태권도 교육의 중심이 된 것은 이미 1980년대부터 이어져 자리잡은 한국 태권도의 특징이다. 문제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태권도장의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줄곧 증가세를 보였던 전국 태권도장 수는 그해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어린이 관원 수가 줄어들면서 도장 한 곳당 평균 수련생 수가 100명 안팎이던 것이 7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도장 수의 감소보다 어린이 인구의 감소가 더 빨랐던 탓에 생존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아예 다른 학원으로 빠져나가는 어린이 관원들을 잡기 위해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하교부터 귀가까지 도장 차량으로 태워주는 것은 필수가 됐다. 사범은 고용하지 않아도 등·하원 차량과 운전기사는 최대한 늘리는 것이 인기의 척도라는 말이 관장들 사이에서 떠돌 정도다. 여기에는 학부모들의 필요도 맞아떨어졌다. 학원을 옮겨다니며 길에서 빼앗기는 시간을 줄이고, 교습내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며,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가 늦게 퇴근해 자녀를 돌볼 수 없을 때도 도장에서 친구들이나 사범과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장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진영씨(40)는 “요즘은 애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는데, 그나마 도장에 보내면 지켜보는 사범도 있고 학교 체육과목 수행평가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처럼 태권도 외에 학교 체육이나 다양한 레포츠 활동, 다른 무술 강습을 접목시킨 것도 태권도장의 생존 몸부림의 한 면모다. 줄넘기와 윗몸일으키기 등은 학교 체육시험에 나오는 단골 종목이기 때문에 태권도장에서도 수행평가 시기가 되면 필수 프로그램으로 꼭 넣어둔다. 주중에는 각종 구기종목 운동과 뜀틀·철봉·평균대 같은 체조 프로그램을 태권도 교습과 번갈아 집어넣고, 주말이면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등 레포츠 활동도 한다. 신청자들을 모아 스키를 타러 가거나 수상스포츠 체험을 하는 등의 코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방학에 해야 하는 체험교육 과제로 박물관 견학을 바쁜 부모 대신 가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종합학원화된 태권도장의 현실을 두고 무예로서의 태권도를 강조하는 측의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생존경쟁 격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태권도계에도 만연한 ‘열정 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60여개 태권도 관련 학과에서 한 해 배출되는 사범 지망생 수는 2500여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흡수할 만한 도장 수는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교육내용이 태권도보다는 학교 교육의 보조 역할로서의 영어나 컴퓨터, 예·체능과목으로 다변화되면서 그나마 있는 사범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원자들이 전공인 태권도 외에 재교육까지 받아야 한다. 대학 졸업 이후 8년째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모씨(33)는 “물가 오르는 정도라도 월급이 올라야 하는데 제자리”라면서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지지만 말 그대로 ‘나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많으니까’ 나가지도 못하고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낮은 임금, 그리고 차량 운전까지 도맡으며 태권도 외의 과목까지 가르쳐야 하는 고충에도 자신만의 도장을 차리고 싶다며 버티는 젊은 사범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독립 이후 직면하는 현실도 녹록지만은 않다. 성인 수련생들 중에서도 복싱이나 레슬링, 주짓수 등 보다 실전적인 수련을 내세운 종목이나 아예 이들을 종합한 종합격투기가 인기를 얻는 반면, 격투종목으로서의 태권도는 인기가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성인 수련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예 수련 중심의 태권도장에서 일하다 결국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종목을 바꾼 김현곤씨(35)는 “아동용 도장이나 경기용 태권도 대신 무도 태권도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협회나 국기원에서는 관심이 없다”며 “태권도에도 있는 펀치와 하단차기, 급소지르기 같은 실전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쳐 봤지만 결국 ‘태권도는 약하다’는 인식이 너무 강해 그 벽을 깨지 못했다”고 말했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 ‘거짓 의술’ 비판하는 의학계의 태권V(2014. 07. 21 18:22)
- 2014. 07. 21 18:22 정치
- 언제 어디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완벽한’ 직업을 꼽으라면 변호사와 의사라고 한다. 변호사는 낙원에서도 ‘소송’을 만들고 의사는 천국에서도 ‘병’을 만들어 계속 일거리를 확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중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갑’(甲) 중에서도 갑이다. 그 ‘갑’들은 복잡한 카르텔을 만들어 자신의 특권을 전문가의 권위로 포장한다. 이들은 또 ‘공동의 적’에 대해 극렬한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는다. ‘메타분석’ 통해 임상실험 다시 검증 그런데 요즘 의학계에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46)이다. 키도 자그맣고, 고집으로 똘똘 뭉친 만화의 ‘짱구’ 같은 외모이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보면 무슨 연예인같지만 의사 가운을 입은 것으로 보아 분명 의사이다. 그는 기존 의학상식을 마구 까부순다. 한의사는 물론, 양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잘 아는 학교 선배, 동료 의사들의 무지와 몰염치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심지어 그는 ‘겁도 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비판한다. 그의 혹독한 비판에 의학계는 물론 비타민 제약업계, 건강보조식품업계, 한의학계까지 치명타를 맞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타민 업계는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타민 제약업계와 건강보조식품 업계에서 보면 그는 ‘테러’라도 하고 싶을 만큼 얄미운 존재이다. 변변한 외국 물(유학)도 먹지 못한 그가 제약업계·건강보조업계에 충격을 줄 수 있던 신무기는 바로 ‘메타분석’이다. 메타분석이란 개별연구를 종합분석하는 연구방법론이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의학연구는 가장 먼저 비커나 시험관을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동물실험에 적용한다. 실험용 쥐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간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단계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먼저 환자군과 대조군을 무작위로 추출해 연구물질과 가짜약을 투여하는 실험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아무 약효가 없는 밀가루 덩어리를 약이라고 주어도 심리적으로 약효를 느끼는 경우가 20%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코호트 조사, 이른바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의 질병발생률을 추적하는 것이다. “비타민·건강보조식품 무용론” 주장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연구를 통해 나온 임상실험 결과가 모두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최종 단계는 이런 개별 임상실험 결과를 모아 통계·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메타분석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의학계는 임상실험 결과만 놓고 약이나 식품의 효용성을 따져왔다. 그런데 최근 선진 의학계는 바로 이 메타분석을 통해 임상실험 결과를 다시 검증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분석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미국에서 16년간 이뤄진 47개의 수준 높은 임상실험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가 2007년 미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됐다. ‘비타민/항산화보충제 복용과 사망률 관련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암 예방에 좋다는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비타민/항산화보충제를 섭취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오히려 5% 높다는 것이었다. 천연 식품이 아닌 제약 형태의 비타민 보충제가 몸에 해롭다는 충격적인 결과는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은 성인의 50%가 비타민 보충제를 먹고 있다.(우리나라는 성인의 20% 정도가 복용한다) 명 박사는 2005년부터 메타분석을 거의 독학으로 공부해 2007년 메타분석과 관련한 석사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그리고 2013년 30여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한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에 대한 효능’이라는 연구를 통해 비타민과 항산화보충제가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방광암의 경우 암 발생률을 1.52%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이후 세계적으로 메타분석이 많이 사용되면서 이런 사실이 속속 검증되고 확인됐다. 결국 미국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종합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의 효능은 근거가 불충분하고 오히려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것은 폐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사용을 금지한다’고 고시했다. 아울러 고용량 비타민의 감기에 대한 효능도 ‘근거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국제적으로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나라는 의사가 비타민 광고에 출연하는 등 비타민 광풍이 불고 있었다. 명 박사는 일부 의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 의사들이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스스로 비타민 쇼핑몰을 운영한다”며 “학교 선배나 서로 잘 아는 사이지만 이건 너무하다”고 말했다.(그는 이들 의사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직접 접속해 보였다) 이런 잘못된 정보로 우리나라 성인의 20%, 암환자의 경우 무려 70%가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명 박사는 이후 국제학술지에 논문 47편을 쓰면서 비타민뿐만 아니라 오메가3 같은 건강보조식품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유해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대학시절 개그맨 시험 본 ‘운동권 의대생’ 중학교 시절, 그의 꿈은 개그맨이나 만화가였다. 로보트 태권V를 많이 그렸다. 1994년 대학 본과 3학년 겨울방학 때 대학개그제에 참가, 3차 본선까지 진출했다가 떨어졌다. 나중에 SBS 개그맨 모집에 지원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작가로 변신, 5개월 동안 개그작가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인생을 참 재미있게 살아 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인생을 매우 치열하게 살고 있다. 사실 모르는 척 눈감아주면 그만일 동업자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하기란 쉽지 않다. 명승권 박사는 TV에 많이 출연해서인지 카메라에 대해 매우 친숙한 자세를 취했다. | 이상훈 선임기자 그는 “정의감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무슨 콤플렉스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의대생으로 드물게 사회과학서적을 파고들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고민하던 세칭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대학에 들어가 서클 활동을 하면서 마르크시즘, 유물론자로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가난한 생활(그는 반지하 셋방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을 통해 “이 사회는 가진 자, 권력자들의 비리와 억압에 성실한 사람들이 압박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토로했다. 사실 그는 의대 졸업 후 형편이 안 돼 남들 다 가는 외국유학은커녕 대학원도 못 갔다. 군의관을 마친 후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아 봉천동에 병원을 개업했지만 10개월 만에 망했다. 하루 환자를 50~60명은 봐야 유지되는데, 20명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30대가 그에겐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거짓이 진실로 행세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병원을 말아먹고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메타분석이라는 유력한 ‘도구’를 얻었다. 메타분석을 바탕으로 한 근거중심 의학은 그동안 매우 과학적이라고 여겨졌던 의학계의 허상을 깨부수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거짓이 진실로 행세하고 있다. 철저히 과학적이어야 할 의학이 그럴 정도라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토목공학자, 심지어 환경공학자들마저 “4대강 사업은 친환경적이며 생태환경에 유리하다”고 우겼다. 과학자들은 ‘자리’나 ‘연구비’에 과학의 양심을 팔았다. 결국 남은 것은 음모론만 횡행하는 사회가 됐다. 4대강 사업이 그러했고, 국정원 댓글조작 사태도, 최근 세월호 참사도 그러했다. 과학적 설명보다, 정치적 논리와 이에 대응하는 음모론만 위세를 떨친다. 이런 황량한 시대, 그래서 명승권이란 존재가 특이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즐겨 그렸던 로보트 태권V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당장 비타민 판매 중지시켜야 한다” 명승권 박사는 의대생으로 드물게 운동권에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 이상훈 선임기자 메타분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단점 있다. 한계 인정한다. 100명 임상실험, 200명 임상실험 통계적으로 합친다고 단일연구로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연구를 정리하면 방향성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진료권고안으로도 유용하다.”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수천년간 임상실험, 이것도 일종의 메타분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전혀 아니다. (한의학은) 수백수천년간 그런 정보를 선택적으로, 과장해서 정리한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에서 임상실험 전 단계로 관찰단계를 거쳐 환자군 연구 단계가 있는데, 한의학은 이 약을 먹고 좋아졌다는 사람만 연구한 환자군 연구 수준이다.” 그렇다고 서양의학만 만고의 진리는 아니지 않는가. “현존하는 최상의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하라는 것이다. 의학교과서에 나온 지식도 최신 지식 아니다. 3~4년 전 지식이다. 근거중심 의학의 중요한 잣대가 메타분석이다.” 현존하는 최상의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지 않나. “침술, 뜸, 구황, 허브(한약), 기, 기도, 명상 등을 모두 보완대체요법으로 분류한다. 미국 국립보완대체요법센터에서 2000년부터 2011년 동안 1년에 1000억씩 10년간 1조원의 예산을 쓰고 이들을 하나하나 검증했다. 수백건을 임상실험한 결과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를 권고안 형식으로 공개했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면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이런 비타민이나 보완대체요법의 문제를 책임 있는 기관이 국민에게 알려야 하지 않는가. “그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산업 발전을 염두에 둔다. 전체 의약품 시장 15조6000억원 중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가 3조6000억원이다. 이 건강기능식품 매출의 50%가 홍삼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식약처는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비타민이 오히려 방광암 사망률을 높인다면 식약처장은 당장 판매를 중지시켜야 한다.” 제약회사에서 ‘봐달라’고 오는 곳은 없나. “공식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 아마 스트레스는 받을 것이다.” 의학계에서 너무 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나는 이 일을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다.” 이 시대 의사의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양심이다. 여기에 올바른 최신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거중심 의학에 기반한 의학지식을 쉬지 않고 쌓아야 한다.” 결국 국민이 암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표준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적게 먹고,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한다. 김치를 줄이고 다른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담배를 끊고 적절한 음주를 해야 한다. 싱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건 돈과 시간낭비이다.” 악력 1968년생. 서울대 의대 석·박사(가정의학).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 과장.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방문학자.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상 수상(2013년)
- 원희복의 인물탐구
- [사람의 길]태권도 지도자 주신규, 강해야 강한 자를 키운다(2008. 10. 16)
- 2008. 10. 16 문화/과학
- 일반 스포츠와 달리 태권도 수련에서 중요시하는 ‘정신’은 태권도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태권도 정신’이란 태권도의 수련을 통해 함양할 수 있는 도덕적 신념을 가진 인간 행동의 바탕이며 주된 수련 목표의 하나다. 전인적 인간의 완성을 지향하는 태권도 수련은 심신의 조화로운 향상을 통해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자연이 협동하여 공생하고자 하는 홍익인간, 즉 상생의 정신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 이경명 ‘한국 전통무예의 철학-태권도’ 중에서 원주 상지대학교 체육학부 주신규(55) 태권도 감독의 요즘 목표는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것도 정신적으로. 내가 먼저 강해지지 않으면 강한 제자를 키워낼 수 없다. 그가 상지대학교 태권도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그의 태권도 인생에서 어쩌면 마지막 승부일지도 모른다. 10여 년의 선수생활, 그리고 그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걸어온 지도자의 길.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과도 없었다. 비록 국가대표 선수로 뛰지는 못했지만 국가대표 코치를 맡기를 수차례, 지도자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한다. 그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는 지난 9월 1일 상지대학교 체육학부 초빙교수 겸 태권도 감독으로 부임했다. 상지대학교 체육학부에서 태권도 특기생들을 받아들인 것은 2년 전부터. 그 수래야 한 해 2명씩 고작 4명. 일반학생으로 태권도를 선택한 수까지 합쳐도 태권도부는 12명을 채 넘지 않는다. 따라서 그가 부임한 상지대학교는 태권도에서만큼은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런 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그게 오히려 주 감독의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먼저 체육관 한쪽 방에 숙소를 마련했다. 집이 있는 서울에서 출퇴근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승부를 앞둔 마당에 스스로 다그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생활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몸에 익은 터이기도 했고. 그가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그는 태권도 명문 광성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육상 및 축구 선수로 뛰었기에 운동신경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삼아 태권도를 흉내 내던 그는 2학년 때 학교 태권도부에 들어가 정식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으로 이어졌다. 학창시절 그는 참 열심히도 운동했다. 통행 금지가 있던 시절, 밤 늦게까지 운동을 하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운동에 빠져 산 것은 당시 집안형편과도 상관이 있었다. 어릴 적 제법 부유했던 집안 형편은 갈수록 기울었다. 자칫 엉뚱한 길로 나갈 수도 있을 즈음, 그는 운동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선배들과 겨루기를 하면서 얻어맞는 역으로 절제심을 키웠다. 그는 여러 차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가대표하고는 영 인연이 없었다. 제1회 세계 선수권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때만 해도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무승부를 이뤄 계체량 끝에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분명 상대선수가 체중이 더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심판은 상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만 해도 무덕관이니 지도관이니 출신 체육관에 따라 승부가 뒤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는 한때 운동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승부의 세계에선 결국 실력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서 이미 이긴 것이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 감독 시절. 그가 선수로서 출전했던 마지막 시합도 잊을 수 없다. 신촌체육관 소속으로 대통령배대회 단체전에 출전해 결승에서 한국체대와 맞붙었다. 1, 2회전에서 두 명의 선수가 일방적으로 승리해 2-0 스코어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감독을 맡고 있던 고의민 사범이 선수들을 불러 뜻밖의 지시를 내렸다. 한국체대에 우승을 양보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체대 태권도부는 대학에서 처음 창설한 팀이었다. 현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심의의장이기도 한 고 감독은 태권도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체대가 우승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고심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른 이유로 승부를 포기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스승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비록 그의 마지막 시합은 그렇게 2등으로 막을 내렸지만 더 이상의 아쉬움은 갖지 않았다. 때론 양보가 승리보다 값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 감독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80년도였다. 1975년부터 봉천동에 태권도장을 열어 4년간 운영했지만 별로 비전이 없는 것 같아 이를 접고 포항으로 내려갔다. 포항에서 수산업에 손을 대 잠시 외도를 하던 중 정찬모 서울대 교수가 수원 수성고 코치직을 권유해왔다. 마침 하던 일이 난관에 봉착해 있던 터라 이를 수락하고 수원으로 올라왔다. 봉급이래야 차비 정도에 불과했지만 마음은 편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도 맞았다. 1년 만에 한 선수를 우승으로 이끈 후 동대문상고로 자리를 옮겼다. 1984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코치를 시작으로 국가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같은 해 아비장 국제태권도대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등에서 국가대표팀을 맡았다. 1997년에는 한국가스공사 태권도팀 초대 감독을 맡아 이후 6년간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는 국가대표팀을 맡는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선수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헤비급 우승을 차지한 김제경 선수를 꼽는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비록 시범 종목이기는 했지만 여느 종목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앞두고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위상과 체면이 걸려 있기도 했다. 다른 체급이야 우승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최중량급인 헤비급만큼은 신장과 파워에서 앞서는 유럽선수들을 상대하기란 결코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헤비급만큼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제경 선수는 그런 우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 이면에는 3개월 동안 비디오를 분석하며 철저히 작전을 준비한 주 감독의 역할이 있었다. 김제경 선수의 우승은 후에 김경훈, 문대성, 차동민으로 이어지는 최중량급 연속 석권과 스타 탄생의 예고편이기도 했다. 주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얻은 승리의 기쁨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얻은 승리와 비할 바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이겼을 때 비로소 진정한 승자다. 단지 시합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수들 역시 언젠가 지도자의 길로 나갈 터인데, 항상 최선을 다한 선수는 진실성을 가진 최고의 지도자가 되고 약은 선수는 약기만 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주 감독의 지론이기도 하다. 태권도 지도자의 생활은 돈과는 인연이 먼 생활이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끝난 후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잠깐 큰돈을 만져본 것을 제외하고는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한국가스공사 감독 시절, 그나마 꼬박꼬박 월급을 집에 가쳐다 준 것을 빼놓고는 가장 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아내에게 미안하다. 넉넉하게 벌어다주지도 못하면서 해외 원정이다 전지 훈련이다 밖으로만 도는 남편을 두고도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용케도 버텨왔다. 아내가 어떻게 살림을 꾸려왔는지 신기할 따름인 그로서는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겁다. 상지대학교에 부임하면서 주 감독은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걸어볼 작정이다. 상지대학교를 태권도 명문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 길만이 한평생 태권도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 날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여력이 있다면 사회체육으로서 태권도의 대중화에도 앞장서볼 생각이다. 태권도에 춤이나 오페라 등을 접목해 태권도를 친근한 스포츠로 대중에게 다가가도록 해보고 싶은 것이다. 말만 국기(國技)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태권도를 명실 상부한 국민의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태권도 인생’ 주신규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 사람의 빛
- [태권 무주!]187개국 7000만 태권인들의 태권 메카로!(2008. 02. 21)
- 2008. 02. 21 사회
-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전북 무주군에 전 세계 187개국 7000만 태권인의 성지가 조성된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산101-9번지 일원에 조성되는 태권도공원은 231만 4000㎡ 규모의 대역사(大役事)로 명실상부한 태권도의 메카가 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국제 경기장과 종합 수련원, 전시관, 체험관, 명예의 전당 등 태권도 시설과 세계 민속촌, 호텔, 전통 한방 요양원, 실버 타운 등이 들어선다. 홍낙표 무주군수는 “지난해 ‘태권도진흥및태권도공원조성등에관한법’이 제정돼 정부 지원 근거를 확실하게 마련했다”면서 “전 세계 7000만 태권도인들의 메카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권도특별법’ 통과, 6000억 총사업비 확정, 대역사의 시작 태권도공원의 추진은 지난해 11월 22일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 상정 21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월 5일 태권도공원 타당성 재검증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총사업비를 6009억 원으로 최종 확정함에 따라 올해부터 시작된다. 총사업비를 확정함에 따라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투자주체별 사업비는 민자부문 3648억 원, 국고 2044억 원, 지방비 141억 원, 기부금 176억 원으로 총사업비의 절반을 넘는 민자유치 부문은 전북도가 주체가 되어 금융기관 중심의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이를 유치할 계획이다. 홍 군수는 “태권도공원 사업의 성패는 민자를 얼마나 끌어오느냐에 달려 있다. 민자 유치를 위해 전북도, 태권도진흥재단 등과 손잡고 곧 유치기획단을 꾸린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 달려갈 각오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를 겨냥한 유치 설명회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국비 투자 사업의 규모와 시설을 늘리도록 기획예산처, 문화부 등을 상대로 설득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태권도공원이 무주군에 가져오는 유·무형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인구 3만의 무주군 처지에서는 경천동지할 일이다. 건설 관련 파급효과로 고용 1만 6000명, 생산유발 1조 4903억 원, 부가가치유발 6212억 원에 달하고 관광지출에 따른 파급효과는 고용 5만 9000명, 생산유발 2조 3925억 원 부가가치 1조 126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무주 군민뿐 아니라 전 세계 태권도인의 숙원사업인 이번 태권도특별법에 따른 태권도공원 사업은 1996년 ‘태권도 발전 대토론회’에서 태권도 성전의 건립 방안을 논의한 지 10여 년 만에 이루어진, 군민이 혼신을 다해 노력한 결과다. 태권도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특별추진과제로 폭넓게 의견 수렴을 거친 태권도공원 사업계획은 참여정부에서 ‘국민체육진흥 5개년계획’으로 과제를 이어받아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권도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실무위원회를 거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태권도공원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는 광역시와 도를 합쳐 총 17개 지자체가 신청했고 1차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는 춘천, 무주, 경주로 압축되었다. 태권도 성지 건립으로 ‘태권도=무주’라는 항등식 만들 터 2004년 12월 최종평가에서 전북 무주가 결정되었다. 무주로 결정은 되었지만 공원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특별법의 제정이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태권도진흥재단이 설립되고 2006년 정세균 의원 외 국회의원 129인의 발의로 ‘태권도진흥및태권도공원조성등에관한법률’ 제정안이 발의됐다.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라 특별법의 통과는 쉽지 않았다. 태권도공원 조성과 관련해 타당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기획예산처에서 KDI로 사업타당성 검증기관이 바뀌고 무주군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택 방문도 불사하며 전방위로 로비를 벌였다. 무주군 태권도공원추진단 김남호 계장은 “특별법이 가결되자 3만 무주 군민 중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2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며 “안성면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조성과 기존의 무주리조트, 백운산 관광지 등과 함께 태권도공원을 관광레저의 3대축으로 만들어 무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편안하고 천천히 즐기는 슬로 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이 무주군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진흥재단의 홍보교류팀 김병용 팀장은 “재단의 본래 역할인 국고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끌어낸 것에 만족한다”며 “올 8월에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9월에 기본 설계를 거쳐 내년 9월께 차질없이 착공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주군은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태권도공원을 성공적으로 조성한다는 의지를 범국민운동으로 승화,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학교에서의 태권도 교육 활성화와 글로벌 태권도 인재 등 엘리트 선수 육성 지원 ▲성인 태권도의 저변 확대 ▲무주군 태권도 민간단체 육성 ▲태권도실업팀 및 시범단 육성 및 지도자 확보 ▲국내외 태권도 대회의 무주 유치 ▲태권도 기술 개발 및 보급 ▲태권도인 종합 수련장 운영 등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 등을 통해 무주군은 태권도인 저변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태권도 하면 무주”라는 인식을 확고히 함으로써 태권도를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기로 승화,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진용훈 태권도공원추진단장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행될 텐데 앞으로의 추진 계획은. “특별법이 제정되어 각종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민자 유치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부지매입 완료, 토지 적성 평가, 환경교통, 재해 영향 평가를 2009년 9월 내 마무리하고, 태권도공원의 마스터플랜을 공모, 확정, 기본계획 수립 승인고시를 거쳐 내년 9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다.” 태권도공원이 187개국 7000만 세계인의 성지가 되기 위해서는 민자 유치 및 전 세계인들에게 홍보도 필요할 텐데. “기본적인 시설을 제외하고는 민간태권도교육센터, 민속촌, 특목고 사관학교, 전망대, 상징 조형물, 보조경기장 등이 민간 유치 사업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국비 전환 및 대기업 민자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태권도공원을 세계적인 성지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태권도대회 유치는 물론 종주국으로서 면모를 다할 범국민 태권도인을 유치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무주에서는 이미 초·중학생으로 꿈나무 태권도단을 구성해 이를 육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태권도공원 업무를 추진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민족의 혼이 어려 있는 태권도공원 추진 업무에 자부심을 느낀다. 긍지를 갖고 업무에 임했고 앞으로도 유종의 미를 다할 것이다. 책임감도 느낀다. 군민과 국민 나아가 전 세계 태권도인의 태권도 성지를 만드는 일이니만큼 혼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 [그때 그장면]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결승(2007. 07. 03)
- 2007. 07. 03 스포츠
- 종주국 위상 드높인 ‘한 방’ 3년 전 아테네올림픽. 국민들은 태권도 종주국답게 새벽잠을 설쳐가며 문대성 선수가 참가하는 태권도 헤비급(80㎏ 이상) 결승전을 시청했다. 결승전에서 문 선수는 환상의 뒤후려치기 한 방으로 상대방을 매트에 떨어뜨렸다. 사진은 문 선수가 2004년 8월 30일 아테네 팔리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태권도 헤비급 결승전에서 강력한 뒤후려치기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안면을 강타하는 모습이다. 그는 전 세계 태권도 팬들에게 태권도의 진수를 보여줬으며 팬들은 아직도 당시의 짜릿한 장면을 잊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그는 선수생활에서 은퇴하고 모교인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 겸 감독으로 일해왔다. 그런 그가 6월 20일 “내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며 선수 복귀를 전격 결정했다. 문대성 선수의 ‘깜짝 복귀 결정’은 올림픽 이후 그를 뒤따를 ‘포스트 문대성’이 없기 때문이다. 후배 헤비급 선수들은 올림픽 후 세계 절대 강자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후배들의 패배가 나의 패배처럼 가슴 아팠다”며 “그동안 꾸준히 몸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근력과 체력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과연 문대성 선수가 3년 동안의 공백기와 나이(31)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태권도 종주국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까.
- 그때 그장면
- [독자세상]태권도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 外(2005. 07. 19)
- 2005. 07. 19 사회
- 장하진 장관 보육문제 개선의지 기대 632호 ‘유인경이 만난 사람-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읽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시점에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젯거리인 보육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데에는 많은 여성이 박수를 보내리라 생각한다. 지금껏 여성의 사회참여는 높아졌지만 육아나 자녀교육 문제는 여전히 여성 몫으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장 장관은 남성도 가정 대소사에 참여하고, 육아휴직까지 과감하게 택할 수 있는 파파쿼터 제도를 제시해 앞으로 여성들의 삶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장 장관은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 대답했다. 즉 행복이란 높은 곳이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가장 평범한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가정을 지키는 것이 거창한 일만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현주〈충남 예산군 예산읍〉 도박은 인생 망치는 ‘악마의 유혹’ 632호 ‘베팅 무제한 도박 권하는 사회’를 읽고 도박이 얼마나 우리 일상에까지 닿아 있는지 새삼 느꼈다. 이 기사에는 도박으로 재산을 날리고 이혼까지 한 사람이 다시 도박에 손을 댄 사례가 있다. 도박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관용을 베푼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도박중독자를 위한 치료전문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병을 치료하는 병원은 날로 늘어나는 반면 도박에 관해서는 그저 개인의 사사로운 문제로 일축해버리는 게 현실이다. 도박은 분명히 심각한 개인 파산이며 나아가 가정 파탄까지 불러오는 주범인데도 말이다. 이제 인생역전을 꿈꾸며 도박판에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더 이상 도박은 금맥을 캐는 곳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는 ‘폐광’과 같은 것임을 깨우쳐줘야 한다. 이태수〈대전시 대덕구 법동〉 형평성 잃은 가석방 국민정서 외면 가석방 제도가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적용됨으로써 국민의 원성과 빈축을 사고 있다는 기사(632호·아니 벌써! 가석방)를 읽었다. 걸핏하면 정치적 고려라는 빌미로 개전의 정이 없는데도 가석방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외면한 처사다. 원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과 부유층 인사들에게는 솜방망이요, 일반시민들에게는 엄격하기 짝이 없다. 법 적용이 누구에게는 무르고 누구에게는 가혹하다면 굳이 법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김운용씨나 김홍업씨 모두 권력형 부정비리와 연루되어 있는데 참여정부가 비리부패를 근절시키겠다고 해놓고 이들을 슬그머니 풀어준다면 이율배반이요, 앞뒤도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일수록 더욱 행형에 모범을 보이고 만기를 채우도록 해야 법의 권위와 존엄성이 설 것이 아닌가. 박옥희〈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태권도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 서울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던 태권도가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632호 기사(태권도 퇴출이냐 도약이냐)를 읽은 후 한동안 불안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IOC싱가포르 총회에서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태권도는 여태껏 올림픽에서 메달박스로 여길 정도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는데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기사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수십 년간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왔지만 이제 유럽과 중남미의 추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기술로써 버티기에는 이미 한계가 온 듯한 느낌이다. 한국 태권도의 지도자들이 세계 각국에 초빙되어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도 한국을 위협하는 추세다. 종주국이란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독주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우향화〈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 독자의 소리
- [조명]태권도 퇴출이냐 도약이냐(2005. 07. 12)
- 2005. 07. 12 스포츠
- 아테네올림픽 이후 퇴출 거론… IOC 싱가포르 총회 결정 앞두고 촉각 곤두 1993년 3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8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김 회장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위 득표가 유력했던 김 회장은 오히려 자파인 노무현 대통령의 동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더 열심이었다. 결과는 노 대통령 5위, 김 회장은 9위였다. 걱정했던 노 대통령은 무난히 당선됐지만 정작 자신은 1위 득표는 고사하고 지도부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김 회장은 12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선거란 이런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절대 마음을 놓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이 선거판에서 뼈저리게 체득한 교훈이다. 12·13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회장은 3당합당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 다섯 번 나가 다섯 번 떨어졌다(보궐선거 1회 포함). 하지만 지난해 1월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 올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연거푸 이겼다. 최근 언론이 노 대통령의 총선 낙선인사 공직 임명 사례를 들면서 거기에 자신을 포함시킨 것이 무척 억울한 표정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자리를 임명직과 도매금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거 얘기가 나오면 김 회장은 할 말이 많다. 김 회장이 요즘 12년 전의 선거를 새삼 떠올린 데는 까닭이 있다. 태권도 때문이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의 태권도를 대표하는 대한태권도협회장이면서 동시에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7월 6일부터 9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17차 총회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와 종목을 결정한다. 태권도가 7월 8일 이뤄지는 28개 하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개별종목별 비밀투표에서 IOC 위원의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올림픽에서 퇴출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판정 공정성 문제· 흥미 감소 등 지적 ‘태권도 위기론’이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심판 판정의 공정성 문제, 단조로운 경기에 따른 흥미 감소 등이 지적되면서 퇴출 후보종목으로 거론돼왔다. 지난 6월 13일 IOC 프로그램위원회가 발표한 28개 올림픽 종목 및 5개 후보종목(럭비, 가라데, 골프, 스쿼시, 인라인롤러)에 대한 평가보고서는 ‘태권도 위기론’의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아테네 양대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거둔 성과는 회의적이다. 입장권 판매는 호조였으나 TV 시청률 및 관련기사 보도 건수가 저조했고, 심판 판정의 공정성이 의심스러웠으며, 득점 과정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반면 5개 후보종목 가운데 일본의 가라데는 173개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케팅 및 방송권을 통한 수입이 많을 것으로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림픽 종목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취임 후 경기종목 28개, 세부종목 301개, 선수 1만5000명으로 고정됐다. 기존 경기종목이 퇴출돼야 신규종목이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열린우리당 체육특별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같은 격투기 종목인 가라데의 진입을 원하는 IOC 위원이 태권도에 반대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되는 사태가 온다면 우리에게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태권도는 우리의 국기(國技)이자 김치나 삼성·현대 등처럼 국제사회에 이미 친숙해진 한국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지구촌 180여개국에 약 6000만 명이 즐기는 운동이고, 5000여명의 한국인이 종사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태권도가 퇴출된다면 우리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김 회장은 이번 IOC 총회에서 태권도 퇴출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태권도가 가진 장점과 그동안 국제사회에 쌓아온 이미지가 만만찮다고 보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짧은 시간에 습득이 가능하고 시설비가 별로 들지 않는 대중적인 운동이다. 태권도가 퇴출되면 올림픽종목에서 발 공격이 가능한 운동이 사라지는 점도 있다. 지난 4월 로게 IOC 위원장도 스위스 로잔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고 김 회장이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퇴출이냐 잔류냐는 IOC 위원장이 아니라 위원 115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판의 속성을 누구보다 가혹하게 체험한 그로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김정길 회장 각국 IOC 위원 만나 설득 최근 김 회장은 국내에 머무는 날이 거의 없었다. 스위스, 스페인, 쿠웨이트, 중남미 등 IOC 위원이 있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스포츠 외교’를 펼쳤다. 최종적으로 6월 하순에는 KOC 부위원장인 오지철 전 문화광광부 차관, 총무인 김상우 전 의원 등과 3개 팀으로 나눠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중남미·유럽·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김 회장은 이 가운데 멕시코·파나마·페루·우루과이·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지역을 돌았다. 내년 3월말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협의차 멕시코를 방문했다가 주변국 IOC 위원과 NOC 위원을 만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ANOC 총회는 세계 200여개국의 NOC 위원이 참여하는 ‘스포츠 UN총회’ 격으로, 바스케스 라냐 멕시코 IOC 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4개월여 동안 김 회장이 직접 만난 IOC 위원만도 25명이다. 위원 전원에게 서신도 띄웠다. 김 회장의 1차 목표는 태권도의 2012년 올림픽 잔류지만 진짜 목표는 다시는 퇴출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4년마다 실시하는 개별종목별 투표에서 아예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압도적 지지를 받아내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게 그의 ‘선거철학’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IOC 위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보다 태권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거듭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태권도가 재미있는 스포츠가 돼야 관중이 많아지고, 그래야 TV로도 중계된다는 것이다. 언론이 태권도 보도에 인색하다는 것만 탓할 게 아니라 언론이 보도하지 않을 수 없게끔 인기 스포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도 같은 맥락에서 태권도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남자경기를 3분 3회전에서 2분 3회전으로 단축하고 무승부일 경우 서든데스로 승자를 결정하게 하는 등 경기에 박진감을 더하고 판정 시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회장에게는 이번 IOC 총회 외에도 큰 ‘선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 유치,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및 아시안게임 인천 유치 등이다. 정치권에서 체육계로, 국내에서 세계로 무대를 옮긴 선거판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먼저 태권도 퇴출이냐, 새로운 도약인가를 판가름하는 싱가포르의 투표함에 체육계는 물론 온 국민의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한국형 골든플랜 적극 추진할 것” 국론통합, 남북화합, 교육제도 개선, 건강보험 문제 해결, 청소년 범죄 예방…. ‘싱가포르 출정’을 사흘 앞둔 지난 6월 29일 서울 하얏트호텔 로비라운지에서 만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정치인에게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화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인 김정길’이 아니라 ‘체육인 김정길’의 말이었다. 그는 정치인 출신 체육인으로서 우리나라 체육과 체육계의 개혁을 주장한다. 먼저 김 회장은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은 곧 한계에 이를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길은 생활체육에 집중투자하는 길뿐임을 역설했다. “그동안 우리는 엘리트체육에 목을 매다시피 했습니다. 선수들을 메달 따는 기계로 만들었어요. 이런 정책이 우리나라를 스포츠 후진국에서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김 회장은 머잖은 장래에 엘리트체육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녀를 많이 낳던 시절과 달리 저출산 시대에는 선수층이 엷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자녀에게 운동을 시킬 부모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운동선수는 공부 안 해도 되고, 공부하는 학생은 운동을 못해도 되는 교육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 공부와 운동을 다 잘 해야 국가대표선수가 될 수 있고 일반 학생도 적어도 한 가지 운동을 잘해야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지요.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건전한 학교체육·생활체육의 바탕 위에 건전한 엘리트체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김 회장은 1960년대 독일의 골든플랜에서 따온 ‘한국형 골든플랜’을 추진중이다. 향후 10년간 스포츠예산을 1%로 끌어올리고(현재 국민체육진흥기금 포함 0.2%), 언제 어디서나 국민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클럽을 조성하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엘리트체육 발전을 위해서도, 앞에 말한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일본·호주 등처럼 생활체육을 육성한 나라가 국민 평균수명도 길고 스포츠강국이 됩니다. 일본도 엘리트체육으로 가다가 1980년대부터 생활체육에 집중투자했지요. 그래서 한동안 국제대회에서 별 성과를 못 냈지만 아테네올림픽 때 5위로 뛰어오르지 않았습니까.” 국민이 건강해야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고, 월드컵·박찬호 효과에서도 보듯 스포츠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독일 통일 과정처럼 스포츠 교류로 남북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논리다. 미국의 경우 3대 메이저대회 때 범죄율이 16%나 준다고 한다. 스포츠의 ‘히어로 효과(hero effect)’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도 한다는 게 그의 ‘스포츠 예찬론’이다. “체육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두 가지가 결합돼 같이 가야 합니다. 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가 분리돼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어요. 합쳐져야 합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김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가석방과 최근 논란이 된 ‘3각 빅딜설’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죄는 죄지만 고령이고 스포츠에 기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잘된 일이라고 봅니다. 빅딜설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로게 위원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그가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보장하고 ‘딜’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조명
- [화제]태권도 ‘남북통일’ 틀까(2005. 03. 22)
- 2005. 03. 22 사회
- ITF총재 장웅 북한 IOC위원 방한 의사… 올림픽 종목 유지 한목소리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인 장웅 북한 IOC위원이 양대 태권도연맹의 통합을 위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7일 방한한 ITF 박종수부총재는 “오는 4월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에서 새로운 총재가 선출되면 장웅총재가 4월말이나 5월초 남한을 방문해 양대 태권도연맹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TF는 오는 4월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신임 총재를 선출하게 된다. 박부총재의 전언에 따르면 장총재가 현 WTF 조정원총재와 통합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는 것. 박부총재는 “조총재 역시 통합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나 4월 경선에서 총재가 돼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으면 본격적으로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WTF총재 선출 후 본격 논의 김운용 전총재의 사퇴로 지난해부터 잔여임기를 채우고 있는 조총재는 이번 경선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조총재 외에 박선재 이탈리아태권도협회장이 출마를 선언, 2파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선거에 출마했던 박차석 팬암태권도연맹회장은 최근 “조정원총재에게 4년 임기의 기회를 열어주고 태권도인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태권도계의 관심사는 오는 7월 열리는 IOC총회. 여기에서 태권도가 2012년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남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WTF 경선불출마를 선언한 박차석회장 역시 불출마의 이유로 IOC총회를 앞두고 태권도계의 단결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간에 소문으로 떠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태권도 제외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ITF역시 IOC총회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수부총재는 “태권도가 IOC총회에서 계속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되는데는 양측의 통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IOC위원인 장웅 ITF총재가 적극 지원할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WTF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양대 기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ITF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홍희 전 총재의 사후에 ITF가 세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내분 문제로 오히려 좋지 않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WTF쪽에서는 ITF가 창구를 단일화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WTF는 태권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양대연맹의 통합보다 개혁위원회를 통한 경기 방식 개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장도 남북교류 강조 ITF는 창시자인 최홍희 전총재가 2002년 사망한 후 세개의 세력으로 나뉘었다. 장웅 IOC위원과 최 전 총재의 아들인 최중화씨, 베트남 출신의 트란 트류 콴이 서로 ITF의 정통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박부총재는 “현재 최중화씨 쪽은 ITF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거의 힘을 잃은 상태이며, 트란 트류 콴 쪽과 법정 소송에서도 우리가 승소하고 있다“며 장웅총재 체제로 굳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박부총재는 “최전총재는 태권도 통합을 위해서는 장총재가 적임자임을 생전에 누차 말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김정길 신임회장이 지난 2월 당선되자마자 남북 교류를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것도 IFT쪽에서는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부총재는 “장웅총재가 방한한다면 태권도협회장인 김정길 체육회장과도 태권도 통합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박종수 ITF부총재 “경기 방식 차이 많이 좁혀“ -최홍희 전총재와의 인연은? 1950년대 중반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먼 발치에서 최전총재를 봤다. 최전총재와의 인연은 1964년부터 시작됐다. 그후 40여년을 그의 곁에서 일했다. 1973년 최전총재가 박정희 전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왔다. 나는 1966년부터 캐나다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정착해 있었다.“ -이번에 방문한 목적은? “경북과학대 체육학과 태권도 전공에 처음으로 ITF태권도를 도입하게 됐다. 그래서 과목 개설 행사를 위해 방문했다.“ -최홍희 전총재가 ITF를 북한에 보급한 이후 ITF는 북한태권도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고 있다. 최전총재 사후에 장웅위원이 총재가 되면서 그런 오해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전총재는 생전에 태권도 문제는 자신이 결정한다고 누차 말했다. 그런 언급 때문에 북한과 한때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김일성주석과 단독면담을 통해 이를 관철하기도 했다. 지금도 장총재는 태권도 문제는 전적으로 집행부에 맡기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ITF는 총재가 아니라 집행부와 회원들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등으로 태권도 통합 문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합이 중요하다는 것은 양쪽 다 공감한다. 갑자기 통합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원칙을 세워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북통일보다는 빨리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스승들끼리 싸우면서 제자들한테 뭘 배우라고 하는가'라고 주위에서 비판할까봐 걱정이다. 태권도 스승의 나라로서 떳떳하게 통합돼야 한다.“ -WTF와의 통합에 있어 경기방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ITF 경기위원장을 맡고 있어 여기에 관심이 많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WTF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WTF가 최근 주먹 기술에 득점을 부여한다든지, 기술에 따라 차등점수를 준다든지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ITF의 경기방식과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방식의 적응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WTF에서는 한국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ITF에서도 북한 선수가 우수하다고 들었는데, 양쪽이 맞붙는다면 누가 실력이 우수하다고 보는가? “경기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일단 북한 선수들은 주먹기술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경기 때 착용하는 보호구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ITF선수들이 WTF경기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태권도가 인기를 얻으려면 경기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최전총재는 태권도가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유겨루기를 항상 못마땅해 했다. 제 기량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란한 기술에 점수를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관중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두뇌를 쓰는 동작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한국에서는 ITF가 거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130여개 ITF 회원국에서는 종주국인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많은 ITF도장이 생겼으면 한다. ITF에서도 여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경북과학대에서 ITF태권도를 교과목으로 채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 [월드리포트]"32년만에 정통 태권도 귀환 감격"(2004. 10. 28)
- 2004. 10. 28 국제
-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대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대전 엑스포 무역전시관에서 열렸다. ITF 최중화 총재는 대회 개막 전날 [뉴스메이커]와 단독인터뷰를 하고 "32년 만에 귀환해 국민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태권도의 원형과 진면목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태권도연맹(WTF)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ITF는 무도성(martial art)에 중점을 두는 반면, WTF는 운동성(sports)이 특징이기 때문에 두 단체를 통합하기보다 병존시켜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부정적인 입장를 보였다. 다음은 최 총재와의 일문일답. 32년 만의 귀환이라는 역사적 행사에 최 총재가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ITF 발전과 이번 세계대회의 성공을 저지하려는 일부 세력이 핵심임원들을 테러리스트 혐의자로 거짓 밀고하는 바람에 입국을 못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극단적 회교 무장단체의 한국에 대한 테러위협이 터져나온 것이라 운이 없다고 본다. 한국 공항에 내릴 때 환영받기는커녕 정보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멀리서 지켜보며 격려하는 편이 낫다는 ITF 임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입국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꼭 한국에 들어가 국민에게 진실을 얘기할 것이다." 부친 최홍희 초대 총재께서 돌아가신 뒤 ITF가 3분됐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정통성이 제일 중요하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베트남 출신 트란 트류 콴 등이 각자 자기가 최홍희 총재의 후계자라고 주장하지만 정통성에 문제가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있는 ITF 쪽으로 태권도인이 더 많이 몰려올 것이다." WTF와의 통합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조정원 WTF 총재에게 이번 대회 참석을 요청하는 초대장을 보냈다. 그동안 양쪽에서 통합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파워게임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더구나 ITF와 WTF는 태권도를 바라보는 철학이 달라 기술이나 운영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ITF는 무도성에, WTF는 운동성에 각각 중점을 두기 때문에 억지로 통합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각기 그 나름의 태권도의 장점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물론 올림픽경기에서 태권도가 영구종목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ITF가 적극 지원할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말해달라. "1972년 부친께서 캐나다로 망명한 뒤 32년 만에 ITF태권도가 한국으로 돌아온 만큼 한국에 뿌리내리는 데 전력할 것이다. 한국의 모든 시-도에 지부를 설치, 조직을 확대시키고 한국이 '태권도의 성지'인 만큼 태권도대학도 설립할 것이다. 내가 태어난 제주도에 태권도대학이 들어설 부지를 광범위하게 조사해놓았다." 인터뷰[최중화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토론토[김정남 통신원 namki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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