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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별 차등투표제가 공정할 수 있다”(2024. 05. 20 06:00)
- 2024. 05. 20 06:00 경제
- 50대는 ‘1표’ 20대는 ‘1.33표’…홍범교 조세연 연구위원 제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4월 10일 인천의 한 투표소에서 어린이가 엄마의 투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이 유일하게 공차고 신나게 노는 공간을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특정인을 위해 강제로 뺏는 겁니다. 아이들 많이 낳으라면서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없애다니요.”, “아기들은 걸음마를 배우고, 어린이들은 부모와 캐치볼을 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공을 차는, 평화와 생기로 가득 찬 곳입니다. 이런 힐링의 장소에 갑자기 무슨 일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네요.” 지난 4월 말부터 서울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서울 동작구 대방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려는 구청의 계획에 반대하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반대하는 이들은 어린이·노약자를 비롯해 전 연령대를 위한 휴식, 생태 공간인 공원에 골프시설을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주로 노년층이, 그중에서도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 놀이공간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파크골프장은 공과 홀컵의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 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 “예약이 효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노년층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치솟는 수요를 감당하려고, 전국 지자체가 공원과 하천 둔치에 우후죽순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서 동작구에서와 같은 갈등이 빈번하다. 파크골프장 조성을 주민 투표로 결정한다면 공정한 해결책이 될까. 파크골프장이 노년층을 위한 시설이라고 인식하는 이가 많다면 노년층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수도 많다면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예산의 활용처가 노년층의 여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20대 인구는 50대 인구의 75% 의견이 분분할 때 다수의 의견에 따르자는 원칙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에 부합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로 소수 집단의 권리가 무시되고, 이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면서 한국사회에서 아동·청소년·청년층은 그 윗세대에 비해 소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실제 2022년 말 내국인 유권자 비율을 보면 20대 인구는 50대 인구의 7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한다면, 미래세대의 요구가 경제·사회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정책이나 제도의 영향은 미래세대가 가장 오래 받지만, 그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힘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려는 방편으로 인구분포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50대에게 ‘1’의 투표권을 준다면 20대에게는 ‘1.33’의 투표권을 줄 수 있다. 소수점이 어색하다면, 50대에게 1인당 3표를 주고 20대에게 1인당 4표를 행사하게 할 수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창립 멤버인 홍범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세대별 차등투표제를 지난 4월 말 조세연을 퇴직하면서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안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이다. 핵심은 인구수에 반비례해 투표권을 차등해 부여하자는 제안이다. 홍 위원은 국제조세와 금융조세 등을 연구하며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에 천착했는데 이번에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에도 관심을 두고 고민했다. 홍 위원은 “우리 사회가 좀더 지속가능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벗어나 다원적인 사회가 되려면 젊은 층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퇴직하면서 후배들이 더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인식은 ‘1인 1표’의 보통선거를 상식으로 전제하고 있다. 나이, 거주지, 재산, 인종, 성별, 교육과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1표를 행사할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여겨진다. 성별, 계급에 따라 투표권이 부정당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분명한 전진이다. 하지만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반영해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소수 집단에는 1인 1표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다수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0.72(2023년 기준)로 떨어진 지금 정치에서 세대 간의 목소리가 형평성 있게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연금과 정년연장 등 세대 간에 이해가 갈리는 문제에서 미래세대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공개변론이 진행 중인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참여한 청소년들도 정부의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미래세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통로가 있었다면 이런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세대별 차등투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홍 위원은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라 1인 1표로 하면 젊은 층의 사람 수가 모자란다. 미래 의제의 경우 오히려 인구수에 반비례해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대별로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차등투표제지만 한편으로 연령별로 평등한 투표제라고도 부를 수 있다. ■경제의 상위 체제인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홍 위원은 정치학 전공자가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치철학에 대한 논의도 덧붙였다. 공리주의에 대비되는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에 대한 불평등은 사회가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대가다. 하지만 롤스는 가장 취약한 계층의 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사회계약이 정의로운 계약이라고 본다. 어려운 사람에게 유리한 불평등은 바람직한 불평등이라고 봤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수 집단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는 공리주의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롤스의 정의론이고, 차등투표제는 이런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차등투표제는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홍 위원은 보고서에서 “소득과 관련한 현안에 관한 투표에서는 소득분위별 인구수를 고려해 조정된 차등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똑같은 비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형평성을 복원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소득수준은 변동성이 커 연령별 평등투표제보다는 보완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과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투표권을 부여하던 불평등의 시기로 회귀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유한 엘리트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는 점을 고려한 예시적 아이디어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유한 엘리트 계층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돈이 말하는(Money speaks)’ 현상의 최근 사례로 미국 대학가를 들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성명서가 발표되자 성명서가 발표된 대학에 대해 유대계 억만장자들이 기부를 중단하고, 유대계 법률회사는 해당 대학 법과대학 졸업생의 고용 제안을 거두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이들을 달래려 일부 대학 총장들은 학생들의 성명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홍 위원은 양극화가 극단으로 진행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면 과거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 같은 급진적인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양극화 완화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던 누진세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높은 쪽에서 세금을 많이 내도 거기서 얻은 세수를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한 양극화를 막기는 어렵고, 실제 현실을 보더라도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유행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 엠마누엘 사에즈 등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작성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가 부의 25.4%, 상위 10%가 58.5%를 차지하고, 하위 50%의 몫은 5.6%다. 소득 상위 10%의 비중은 1980년대 35%가 채 안 됐는데, 현재는 45%를 넘는다. 차등투표제는 ‘누진세제’의 한계를 절감하며 내놓은 대안이다. 조세정책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면 결국 정치가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위원은 “선거 운동에 필요한 선거 자금이 거대 금융권이나 기업 등에서 조달되고, 정치·경제계의 리더들이 주로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정치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양극화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세제도의 설계도 필요하지만, 큰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조세제도의 방향을 잡는 역할은 경제의 상위 개념인 정치가 담당할 몫이라고 봤다.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타협이 없다면 아무리 급진적인 양극화 완화 정책이라도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누진세를 어느 정도 강화할지, 부유세나 횡재세를 도입할지와 같은 사안도 결국 정치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홍 위원은 “피케티는 양극화 완화를 위해 세율을 80~90%까지 올리자고 말했다. 그만큼 세수가 늘면 이를 이용해 청년층에게 지원금을 주자고 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세율을 그렇게 올리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조세정책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에서 핵심인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완화의 해법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면서 “부의 양극화만이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도 심각한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협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분배 정의의 구현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 [시사 2판4판]‘투표근’이 꿈틀거린다!(2024. 04. 08 06:00)
- 2024. 04. 08 06:00 정치
- 시사 2판4판
- [박희숙의 명화 속 비밀찾기](5)‘만취남’은 투표를 했을까(2024. 03. 27 06:00)
- 2024. 03. 27 06:00 문화/과학
- ‘시골 선거일’(1852년, 캔버스에 유채, 96*132,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소장)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세상이 바쁘게 돌아간다. 언론이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자 개개인의 갖은 공약을 보도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저절로 선거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정치 이야기다. 후보 성향에서부터 지역 발전, 노인 복지, 출산, 보육 등 선거철이면 이야깃거리가 유독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토론한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 좋겠지만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면 곧바로 싸움이 시작된다. 사실 알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선거라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심각하게 싸운다. 평화를 위해 모든 후보자를 다 찍어주고 싶지만 오로지 단 한 명만 찍게 돼 있는 구조라서다. 후보 역시 단 한 명만 선택받아야 하므로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다. 선거가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민은 자신의 투표로 세상을 바꾼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선거 열기가 뜨거운 것이다. 조지 칼렙 빙엄(1811~1879)의 ‘시골 선거일’은 당시 선거일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화면 왼쪽 커다란 오크통 옆에서 흑인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잔에 술을 따르고 마을 광장에는 남자들이 모여 있다. 건물 앞에는 푸른색 재킷을 입은 남자가 붉은색 웃옷을 입은 남자에게 책을 내밀며 오른손을 들고 있다. 책을 들고 서 있는 푸른색 재킷을 입은 남자는 판사이고, 건물은 카운티 법원으로 보인다. 법원 앞 광장에 모인 남자들은 이날이 선거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판사가 들고 있는 책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선택을 밝히는 중이다. 당시에는 비밀투표가 아닌 공개 선거였다. 기둥에 세워져 있는 파란 깃발에는 “최고의 법은 사람들의 의지”라고 쓰여 있다. 공개적으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 뒤로 긴 줄이 이어져 있다. 투표하기 위해 기다리는 남자들이다. 2명의 서기는 판사 옆에서 기록에 열중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 법원 기둥 앞에 서 있는 세 남자는 토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낡은 바지와 외투는 이들이 가난한 농부라는 것을 암시한다. 술에 취해 앉아 있는 남자는 선거일이 곧 마을 축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 정면에는 마을 축제를 보러 왔다가 맨발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이 마을은 놀이터가 없는 시골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역할이다. 빙엄의 이 작품에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당시 여성은 참정권이 없었다. 화가이자 정치인인 빙엄은 이 작품을 통해 농촌 사람들의 일상과 국민으로서의 의무감을 함께 표현했다. 선거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데 정치인들은 선거 전날까지만 국민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리그에서 산다. 4년에 한 번 정치인들의 관심 속에 있을 때 날을 세우지 말고 즐겨라.
- 박희숙의 명화 속 비밀 찾기
- 김준우 “정권 심판 원하지만 민주당 못찍는 분들도 투표하셔야죠”(2024. 03. 19 06:00)
- 2024. 03. 19 06:00 정치
-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민주당과 연합하지 않은 이유’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근 야권 지지층에 ‘지민비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지역구 투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것이다. 과거 2012년·2016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정의당을 찍는 이른바 ‘지민비정’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2월 녹색당과 연합해 총선에 나선 녹색정의당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조국혁신당에 밀려 3당의 위치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를 지난 3월 12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김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1979년생 45세 젊은 정치인의 어깨에 20년 진보정당의 운명이 고스란히 짐 지워졌다. 그는 과연 ‘제2의 노회찬’이 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270만 표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지난해 11월에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리더가 총선을 책임지고 이끄는 데 불출마 얘기는 좋지 않다는 당의 요구가 있었다. 지역구 ‘무늬’ 출마도 의미가 없고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비례 2·4번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론에 공개는 못 하지만 마지막까지 모시려고 했던 노조 출신 인사가 결심을 못 내리면서 제가 비례대표 6번이 된 것이다.” -지난 총선에는 ‘경선’이 이뤄져 류호정 전 의원이 여성으로서 1번이 됐다. 이번에는 찬반 투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비례대표 경선 방식을 바꿨다. 3·4번은 경선(이보라미·권영국 후보)이었다. 2번은 녹색당 몫(허승규 후보)이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은 몇 번까지 예상하나. “최소 5%는 득표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270만 표를 얻고 싶다.” -비례대표를 2년 순환제로 하기로 했는데, 22대 국회 전반기에 의원이 될 수 있나. “5석 정도 예상하기 때문에 제가 바로 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7% 이상이 나와야 한다. 녹색당은 비례 2년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가덕도 공항·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차금법 제정 원하는 분들도 투표할 정당이 있어야죠. 최소 5% 득표 예상하지만 270만 표는 얻고 싶습니다.” -김종인 비례방식(비례대표 2번 배치)이 아니라 DJ 비례방식(의석 확보 가능 데드라인 배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제가 배수진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선거를 지휘하는 미드필더’라고 해야 한다. 녹색정의당이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의당은 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나. “진보당은 실리를 택하고 정의당은 명분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의당은 유권자 관점에서 보고 싶다. 정의당이 만약 비례연합 정당(더불어민주연합)에 갔으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원하면서도 민주당에 투표할 수 없는 분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사표를 양산했을 것이다. 가덕도 공항,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투표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분들을 외롭지 않게 하려고 정의당이 외로운 선택을 했다.” -지난해 말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의 연합을 제의하지 않았나. “진보당은 민주당과 연대·연합 가능성에 조금 더 비중을 많이 뒀다고 본다. 사후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댔는데, 수십명의 지역구 후보들이 완주할 거라고 했다. 정의당은 플랫폼 정당을 제안했고, 진보당은 바깥에 민주노총 중심의 가설 정당을 새로 만들자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만 내놓았다.” -이번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선출 후보가 종북 성향으로 논란이 되자 사퇴했다. “이념 논란이 아니다. 시민사회 추천인데 당원이거나 출마 경력자가 다수 포함되면서 취지가 크게 바랜 것 같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있다. 이분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개혁신당에 간 인사를 제외하면 메시지가 정의당과 아주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리적인 선택을 한 거로 생각한다. 이 당 안에서 가치를 좇기에는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은 왜 틀어졌나. “지역구·비례를 포함한 협상에서 녹색정의당이 민주당 실무 의원(조승래 의원)과 직접 만났다. 녹색정의당에는 진보당과 동일한 제의를 했다. 그런데 우리 당에서는 각 시도에 상징적으로 한명 정도는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몇 개는 접을 수 있지만 계속 뛰려 하는 사람은 완주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무리한 주장을 했으면 아마 민주당에서 정의당이 ‘몇 석 요구하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 요구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 더 양보하는 안을 내고 공동합의문을 낼까 하는 도중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과 비례의석 한 석을 줄이는 결정을 했다. 우리 당으로서는 (민주당이) 도저히 협상할 수 없는 파트너가 돼버린 것이다.” -예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박빙인 지역에서 왜 녹색정의당이 쓸데없이 나와 선거를 방해하냐는 비난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우리는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지, 안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비례나 지역구 단일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제도를 바꾸기 위해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해 중단 없는 정치개혁에 대한 진심을 나누고 싶었는데 민주당에 그런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상황은 어떻게 보나. “심상정 의원이 한 석 확보의 가장 강력한 후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에 지역구 출마 숫자가 적어서 당에서는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이정미 전 의원은 건강 문제로 이번에 출마할 수 없다.” -최근 조국혁신당이 지지율 붐을 일으키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롯해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 관한 의혹이 결국 조국 전 장관에게 좀 가혹했던 것이 아니냐는 부메랑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 지도부의 공천 논란으로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 조국혁신당의 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국혁신당은 친문 정당으로서의 면모가 착착 쌓이고 있다. 정의당은 사실 조국 전 장관 임명 찬성에 관해서 반성하고 사과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제2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이 정의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 정의당 득표율이 더 높았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을 제1과제로 외치고 있는데, 녹색정의당의 검찰개혁과 무엇이 다른가. “검찰개혁이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투박하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많이 생겼다. 장기적으로 검찰이 기소기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 가는 부분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진영 대결로 몰고 가면서 검찰개혁의 참뜻이 조금 왜곡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찰개혁이 한국사회의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0순위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권력형 비리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사회의 상층 피라미드 구조에 있는 분이, 교수직에 있을 때 자녀 입시에 잘못된 일을 했다.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진 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중이 분명히 실려 있었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의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녹색정의당이 노동 정당이냐, 페미니즘 정당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둘 다 포기한 적이 없다. 다만 녹색정의당은 노동도 부족했고 페미니즘도 부족했다고 얘기하는 게 정답이다. 비율 혼합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완성도의 문제다. 그 완성도가 유권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영글지 못했다.” 김 대표는 대일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하다 로스쿨을 나온 후 민변 사무차장으로 활약했다. 노동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과거 노회찬·심상정·여영국 전 대표를 인터뷰한 기자로서는 정의당 젊은 대표와 인터뷰가 약간 어색했다. 게다가 인터뷰 전까지 질문지를 달라는 요청이 없어 뜻밖이었다. 2시간에 이르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야 김 대표가 굳이 질문지를 요청할 이유가 없을 만큼 모든 현안을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는데 어떤 계열이었나. “학생운동이 다수파에서 소수파로 바뀌던 시절이었다. 전국학생연대회의라는 PD계열이었다. 학생운동 자체가 훈장도, 자랑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벌이나 나이를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떠오른다. 한 위원장은 1973년생이고 이 대표는 1985년생인데 세대로 보면 한 위원장에 가깝다.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나와 다른 것 같다. 이 대표와는 방송에서 많이 토론했다. 진 적도 있고 (이 대표가 다른 답변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내가 이기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질문을 하면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대답한다. 한 위원장은 ‘소년 등과’하고 빨리 공직 생활을 해서 특정 분야에만 전문성을 갖고 있다. 사회적 조망과 깊이가 부족하다. 나는 다르다. 나는 일찍부터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 대표가 공대생 문법으로 말하고, 한 위원장이 검사의 언어로 말한다면 나는 인문의 언어로 답할 것이다.” -녹색당과 정의당은 총선 후 어떻게 되나.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녹색당과 분리되지만 원내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는 과제로 남는다.”
- 외국인도 ‘투표할 권리’ 있습니다(2022. 05. 06 14:52)
- 2022. 05. 06 14:52 정치
- ㆍ김은혜 “중국인 지방참정권 가지는 것 불공정” 발언 ㆍ전문가들 “외국인 혐오 부추기지 말고 포용성 보여야” 외국인은 ‘주민’일까 아닐까.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이면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처음으로 지방선거 선거권이 주어진 외국인들이 2006년 4월 15일 서울 중구 한성 화교소학교에서 열린 투표시연회에서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모의 투표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한국은 2005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했다. 외국인도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주민으로서, 지역 살림을 꾸려갈 대표자를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등 국정선거의 투표권은 아직 없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외국인 유권자는 계속 증가했지만 투표율은 하락했다. 투표권에 대한 인식, 차별·혐오 분위기, 정치권의 무관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 가능한 외국인은 역대 최다다. 형식적인 참정권을 넘어 실질적인 정치 참여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참정권의 정략적 이용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 국가 간 공정성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4월 14일 경선 후보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이다. 그는 “우리 국민은 단 한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가지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말 기준 6·1 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는 12만6668명이고, 이 가운데 중국인은 9만9969명(78.9%)으로 추정했다. 김 후보는 “‘영주권 취득 3년 경과’ 요건을 강화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행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은 국가 상호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최소한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라도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가 외국인 유권자 가운데 유독 중국인을 강조하자 ‘반중 정서’에 기대 외국인의 참정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지구촌동포연대(KIN)는 공동성명을 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 주민과 다른 주민을 편 가르기하는 전형적인 혐오 선동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명준 몽당연필 사무총장은 김 후보의 발언을 이렇게 우려했다. “이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어 긴장하게 된다. 재일동포를 향한 일본인의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을 향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외국인에게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 우리 동포 입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도 “국내 이주민을 향한 혐오를 조장한다면 해외동포들도 같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지방참정권의 역사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에 시달린 재일한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은 숙원이다. 한국 정치권에서 외국인의 참정권 문제가 본격 논의된 건 재일한국인의 처지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면, 상호주의에 따라 일본도 재일한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토록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남이 안 하니까 나도 안 한다’가 아니라 ‘내가 먼저 해서 남도 하게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외국인 참정권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2005년 6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법소위원회 회의에서도 관련 발언들이 나왔다. “우리가 전격적으로 해주면 일본에 굉장히 좋은 영향”, “재일동포의 경우 굉장히 명분이 설 것 같다” 등이다. 김은혜 전 의원이 지난 4월 22일 6·1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국에서 외국인 참정권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건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뒤부터다. 정부는 1999년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관련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2002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법사위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헌법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재차 일본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한국 국회가 2005년 관련 법 통과로 지방선거에 한해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지만, 일본은 현재까지도 재일동포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도 지역사회의 주민 그렇다면 한국도 외국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까. 지방자치의 취지,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흐름 등을 고려하면 외려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국인이 지방선거에서 투표한다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정치의사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여러 정책은 외국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연구해온 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인 인권 차원에서도 참정권이 필요하다며 “인간이 국경을 초월해 생활하는 오늘날에는 국적을 기준으로 한 인권보장은 실태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도 “투표권이 있다는 건 배제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참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국인이라도 자신이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국적을 따질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합당한 주민인지를 봐야 한다. 과거 미국에서 생활할 때 지역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는데 여권을 요구받지 않았다. 지역 은행의 계좌나 집으로 온 우편물 등을 통해 해당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됐다. 외국인의 지방참정권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은 영주권 취득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한국이 영주권 전치주의를 시행 중인 점을 들며 참정권 자격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주권 전치주의는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주권부터 받아야 하는 제도로 한국은 2018년 1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곽 원장은 “영주권 취득자 대부분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외국인 참정권은 세계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했다. 최소 40개국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저조한 투표율 외국인 유권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06년 6726명이던 외국인 유권자들이 2010년 1만2875명으로 늘었다. 2014년 4만8428명에서 2018년에는 10만6049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아직 선거인 명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12만6668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체 유권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0.25%에 불과하다. 2014년 1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주민과 함께하는 설 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7.6%, 2018년 13.5%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인을 묻는 질의에 “외국인 투표권자 증가와 투표율이 비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꼽힌다. 우선 외국인이 투표권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연구용역을 통해 발간한 ‘이주민의 권리에 기반한 사회통합 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에 응한 영주권 보유 외국인 33명 가운데 42.4%가 투표권이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24.2%는 투표권 여부를 몰랐다. 보고서는 “향후 교육 또는 홍보 등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외국인을 향한 차별·혐오 분위기도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윤인진 교수는 “낮은 투표율은 외국인의 사회통합 수준이 낮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투표를 한다는 건 소속감을 갖는 일인데 영주권이 있어도 자신이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외국인의 참정권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보다는 우선 이들이 지역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 투표율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외국인들이 더 조직화·세력화돼서 표를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곽재석 원장도 “정치권이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지 말고 포용성을 보여주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단순히 국민에게 차별·혐오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론 개선이 어렵다”고 했다. 윤 교수와 곽 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변 ‘재외동포연구모임’의 조덕상 변호사는 “외국인들의 언어로 후보자의 공약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 또 제대로 된 이주민 공약 자체가 없다 보니 투표를 할 동력이 떨어진다”라며 “투표율이 낮으니 정치권에서도 외국인을 별로 관심 갖고 안 보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김나현 이주민통번역센터링크 센터장(48)은 외국인이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언급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한다. 그들 입장에선 이주민이 소수이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소한 이주민 얘기를 할 때 차별과 혐오의 발언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부터 고쳐주면 정말 고맙겠다.”
- 표지 이야기
- 4000명 뽑는 지방선거 ‘줄투표할 수밖에’(2022. 04. 08 14:54)
- 2022. 04. 08 14:54 정치
- ㆍ인물보다 소속정당이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선택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와 같은 광역단체장만 뽑지 않는다.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에다 교육감·교육 의원도 뽑는다.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상 선거구 수 및 정수 현황자료에 따르면 시·도지사 17명, 구청장·시장·군수 226명, 시·도의회 의원 824명, 구·시·군의회 의원 2927명도 뽑는다. 여기에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감과 교육의원 5명도 뽑는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지방자치 일꾼은 모두 4016명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4월 4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정치개혁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일단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의문. 당장 내가 사는 지역구에 어떤 인물이, 무엇을 하겠다고 나왔는지 꼼꼼히 찾아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물보다는 소속정당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줄투표’하는 것이 실제 주민자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방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은 것을 유권자에게 나무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환경이다.” 지난 3월 29일 거버넌스센터·주민주권자치분권혁신후보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자치분권2.0 지방선거 캠페인 토론회’에 참석한 김경희 경기도 의원의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유권자들은 약 300페이지 분량의 공보물과 투표용지 7장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그걸 읽어보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선거는 사실상 유권자에게 줄투표를 강요하는 형식이다. 물론 나 역시 선거운동 상황이 되면 열심히 뛰지만,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국동시 지방선거로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예컨대 유럽의 경우 지방·지역마다 각자 다른 주기로 선거를 하기 때문에 공보물이 수백페이지까지 이르진 않는다는 것이다(이 총장은 “한국도 차제에 일상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식으로 변경하는 걸 고민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국 단위 동시선거, 대한민국이 유일 6·1 지방선거는 3·9 대선 석달 뒤 치러지는 선거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치러진다. 아무래도 대선의 연장선으로 치러질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기성 양대 정당이 다시 맞붙어 승패를 가르는 중앙정치가 규정하는 대회전(大會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의 말이다. 3월 29일 국회토론회에 이어 ‘주민주권 거버넌스 후보 협약식’이 열렸다. 주민주권자치분권혁신후보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희 의원이 이날 ‘거버넌스 협약’을 했다.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선거과정부터 중앙정치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시민사회와 협력·파트너십을 구축해 기성 구조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논리다. 4월 5일 현재 20여명의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협약에 동의해 협약서를 작성했다. 2018년도부터 ‘거버넌스 협약’의 형태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내걸었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셈이다. “시의원이라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지금부터 라인업하면서 가면 견제나 감시가 되겠는가.” 4월 6일 통화한 박미정 광주광역시 의원의 말이다. 광주광역시는 현재 민주당 후보경선이 치열하다. 이용섭 현 시장에 맞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출마 선언을 했다. 재선을 노리는 현역 시의원들이 속속 양대 캠프에 집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시의원이 우선해야 할 일은 시장이 펼칠 시정(市政)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며 어느 쪽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의원이 되기 전 박 의원의 프로필을 보면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였다. 어쩌다 정계에 입문하게 됐을까. “사회복지 전문가로 들어왔다. 더 거슬러 가면 20대 때 노조운동을 하다가 해고·구속·수배됐던 과거의 삶이 있다. 만학도로 공부해서 박사·교수가 됐지만 ‘아무리 변화를 추구해도 쉽게 되지 않는구나, 정치영역이 변한다면 좀더 빨리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 사회복지는 행정과 정치영역의 로비를 통해 이뤄지는 실천학문이다. 현장활동가보다는 정치활동에 들어가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 의원이 된 뒤 ‘정치가 효율적인 도구’라는 점을 발견했다. “나는 정치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는 투표권이 없는 아동·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 한사람의 의원이 어떤 관점으로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느냐에 따라 선거권도 없고 가난하고 힘든 아이들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질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의원들이 정치에서 보람 느낄 때 그는 4월 8일 광주광역시 의회에서 통과된 아동청소년 교통요금 지원조례의 예를 들었다. 내년부터 광주광역시에서 버스를 탈 때 초등학생은 400원, 중고등학생은 500원을 내도록 교통요금을 인하하는 게 조례의 골자다. 버스회사나 조합, 시와 함께 끝까지 협상해 얻어낸 결과다. “의원이기 전에 세 아이를 키웠던 엄마의 입장에서 논의에 참여했다. 고3 학생의 경우 한달 교통비가 12만원에서 15만원이 든다. 아이들에게 이동권은 바꿔 말하면 교육권이고 안전권인데 부모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300억원이 들어간다. 이건 부모의 입장에선 일종의 이중과세다. 그래서 조례도 만들고 예산도 편성해 광주광역시 중고등학생 요금을 500원으로 동결했다. 여기에 드는 예산이 30억~40억원가량이다. 논의과정에서 반대의견도 많았다. 3년간 싸웠는데 광주시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안 된다고 했다. 실제 예산을 검토해보면 불용이나 반납·이월되는 예산이 더 많다. 행정이 제대로 집행을 안 했다는 말이 된다.” 그는 자신이 의원이기 이전에 “엄마이고 여성인 동시에 살림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어린이와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예산편성을 더 할 수 있었다”라며 “정치하길 잘했다고 보람을 느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9일 국회에서 거버넌스센터 주민주권자치분권혁신후보연대 주최로 자치분권 2.0 지방선거 캠페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거버넌스센터 제공 기자는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국회의원실 보좌관을 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시의원에 도전해 당선된 김종무 서울시 의원 사례를 취재했다(주간경향 1283호, ‘깜깜이 지방권력’ 바꿀 수 있을까 기사 참조). 4년이 지난 지금, 김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일단 그가 밝힌 소회다. “국회 보좌관이나 지방의원이나 각자의 영역,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 경우는 행정안전위원회를 했으니 지방자치와 관련한 내용은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방자치법은 잘 알지만 현실의 지방자치와는 ‘갭’이 크다는 걸 시의원을 하면서 느꼈다.” 국회 보좌관을 할 때 행안위 정책전문 보좌관을 했지만 지방의원의 처우나 보좌진, 시의회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부적인 사항은 잘 몰랐다는 얘기다. “갭이 진짜 컸다. 시의원을 하기 전 알았더라면 국회에 있을 때 좀더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신 국회의원도 국회에 가면 막상 그 시스템에 맞춰 일을 하게 되니 개선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시의원으로서 보람은 느끼고 있을까. 일단 지난 4년 동안의 시 의정활동을 보면 ‘경비실 휴게시설 설치 서울시 조례’, ‘서울시 저층 주거지 생활밀착형 SOC 공급 조례’ 등 꽤 반향을 일으킨 조례제정에 앞장섰다. “국회에서 정책보좌를 하면서 모시는 의원을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만드는 데서 희열을 느꼈다. 언론에 나온 보도를 보면서, ‘내가 이 이슈를 만든 것’이라고 대리만족을 했다면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는 언론에서 관심도 거의 보이지 않는 판이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또 국회에 있을 때 지역 현안 민원은 들어와도 잘 풀기 어렵지만 굵직굵직한 민원을 많이 해결한 것도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지역민원이라는 게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런 민원은 대부분 명분을 만들어줘야 해결이 되는데, 그런 점에서 지역민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그런 지역민 민원에 시달리니 너무 힘든 자리인데 언론도 거의 관심이 없는 일인지라 일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판별이 안 된다. 지역민도 민원이 있는 사람들 이외에는 시의원이 누군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김 의원의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14년 동안의 국회 입법 보좌관 생활을 청산하면서 가졌던 농담 반 진담 반의 ‘꿈’은 “고향 안동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민주당 깃발을 꽂아보는 것”이었다. 4년의 시의원 생활 뒤 목표가 바뀌었다. 시의원 활동경력을 바탕으로 강동구청장에 도전하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목표를 수정했다. 시의원 재선 도전이다. 원래 대선에서 이겼다면 강동구청장에 도전해보려고 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이번에는 재선 시의원으로 목표 방향을 틀었다. 아무리 시의원 활동을 잘했다고 평가받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소속 정당(민주당)의 지역 득표율은 현실적으로 재선 도전에서 고려해야 할 객관조건이다. “지난 대선 때 서울시에서 민주당은 평균 5% 졌고, 강동구에서는 약 7% 차이였다. 평균보다 조금 더 진 셈인데 그래도 ‘강남 4구’로 넘어가지 않고 선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민자치 이전에 심각한 공동체 붕괴” 이광재 사무총장은 “언론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선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왜 그렇다고 보는 걸까. “두가지 근거다. 하나는 한국 선거정치의 법칙처럼 거론되던 10년 주기설(10년을 주기로 진보·보수 정권이 권력교체가 되는 법칙이 있다는 설)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 둘째는 현 정부의 실정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부동산·일자리인데 여기에 대한 심판 여론이 지난 대선 때 이미 반영됐다고 본다.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정당에 대한 평가보다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6월 지방선거에선 정당심판론보다 인물경쟁론이 부각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지난 3월 29일에 열린 거버넌스 지방선거 토론회에서는 최근의 정치상황이 주민자치 강화보다 공동체 붕괴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임승빈 명지대 교수(전 지방자치학회장)는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대부분은 최근 몇차례의 국정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SNS공동체를 이뤘지 바로 이웃과는 모르고 지내지 않았나”며 그러면서 상대진영의 SNS공동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정도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상의 SNS공동체가 ‘표상적 위기’를 낳으면서 실제의 지역사회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할 길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대중민주주의가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공화주의의 복원이며, 승자독식으로 대표되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임 교수는 주장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영래 아주대 교수는 “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제대로 실현된 것은 1987년 이후, 그러니까 35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히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현행 공직선거법 하에서 6·1 지방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당장 변경하기는 어렵겠지만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 모두 지금과 같은 소선구제보다는 중대선거구를 도입하고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리는 게 오히려 민의를 더 잘 반영하는 방향의 선거제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10)그 어떤 투표도 조롱의 대상 될 수 없다(2022. 03. 04 14:54)
- 2022. 03. 04 14:54 사회
-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의 고민도 깊어진다. 특히 기호 1번과 2번 둘 모두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이번 역시 ‘뽑을 사람이 없는 선거’, ‘차악을 뽑는 선거’로 느껴질 것이다. 단지 차악과 최악의 구별이 문제라면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가장 나쁜 후보와 덜 나쁜 후보를 구별하고 그냥 후자를 선택하면 된다. 사실 선택의 어려움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원칙과 ‘최악의 당선을 막아야만 한다’는 현실의 요구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한국의 정치 환경은 후자의 요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부정적 정체성의 정치 개인이든 정치 집단이든, 좋은 것을 추구할 때와 나쁜 것을 막아야 할 때는 전혀 다른 논리가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후자가 전자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즉 나쁜 것을 없애려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 상황은 독특하다. 좋음을 말하는 목소리는 작고 나쁜 것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정치인들은 ‘만악의 근원’을 상정하고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자기 존재 이유를 찾는다. 윤석열은 연일 ‘좌파 운동권’과 여성가족부를 공격하지만 정작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민주당은 ‘정치 검찰’ 제거에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믿는 것 같은데 정작 그들이 원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선거가 늘 네거티브 싸움으로 전개되는 것은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해 혹은 정치 문화가 성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정치 세력 대부분이 긍정적(affirmative) 정체성 없이, 부정적(negative) 정체성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은 없거나 불분명하고 모두 ‘나쁜 놈’을 찍어 공격하기에 바쁘다. 야당은 선거 때마다 정권교체라는 말을 최강의 무기로 사용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부정적 정체성의 결정체다. 이런 분석은 거대 양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심상정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정의당의 비전과 목표인가, 혹은 ‘이재명 아님’이라는 부정성인가? 안철수를 선택한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은 안철수인가, ‘윤석열 아님’인가? 정치인과 정당이 대중적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유용한 건 부정적 정체성이다. 이것은 긍정적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저들을 갈아치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은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재탈환하는 순간 그들은 또다시 길을 잃고 몰락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의 전형적인 실패 과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된다면 그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쳐 실패할 것이다. 부정적 정체성은 한국 정치 전반을 규정하는 기본 특징이다. 사실 거대 양당 체제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서로의 부정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아님’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아님’이다. 어떤 이들은 국민의힘이 최악이고 민주당은 그나마 차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차악이 다시 최악을 불러온다. 최악의 몰락은 차악을 선으로 만들고 차악의 몰락은 다시 최악의 부활을 돕는다. 결국 아무리 선거를 해봐야 구조적 변화 없이 정권의 위치만 이리저리 이동할 뿐이다. 선거의 원칙 부정적 정체성의 정치는 유권자들의 행동 방식도 왜곡한다. 후보 A, B, C의 지지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일반적 상황을 생각해보자. 후보 A 지지자가 C 지지자에게 왜 A를 지지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는 없다. 이건 왜 당신은 내가 아니고 당신이냐고 따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가 B의 당선을 막기 위해 A를 지지하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B의 낙선이 ‘우리 모두의 목표’이고, B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A를 지지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재명과 심상정 지지자들이 갈등하고, 윤석열과 안철수 지지자들이 갈등하는 상황은 이런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부정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는 A, B, C가 경쟁하는 다원적 공간이 아니라 X를 지지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으로 양분된 적대적 공간이다. 이러한 정치 환경에서는 당선을 위한 투표보다 낙선을 위한 투표가 더 일반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에게 투표하는 행위의 의미는 윤석열 지지가 아니라 정권교체 아닌가? 이재명을 지지해서 그에게 투표하는 사람과 윤석열 당선을 막기 위해 그에게 투표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어쨌든 이런 식의 ‘전략적 투표’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그런 투표가 성공하면 눈앞의 최악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5년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지금 당장 한국 정치의 기본 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거의 핵심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는 있다. 첫째,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투표해야 정상이다. 내가 미워하는 것을 함께 미워해주는 후보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실현해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본래 의미의 선거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수 유권자가 그런 후보를 찾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편의 패배는 나의 승리를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내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지지하는 지도자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때뿐이다. 둘째, 모든 투표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부정성의 정치는 우리 편과 상대편을 구별한다. 이 두 진영에 속하지 않는 시민은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정치 환경은 낙선을 위한 전략적 투표에 우월성을 부여하고, 소수 정당 지지에 ‘사표’라는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사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언어다. 사표라는 것은 없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는 내가 선출한 대통령이다. 내가 찍은 투표용지는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아 새로운 지도자를 만든다. 선거는 다수 의견을 취하고 소수 의견을 버리기 위한 게 아니라 대립하는 의견을 종합해 하나의 결론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다. 부정성의 정치를 극복하려면 원초적이고 단순한 질문이 필요하다. 선거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유권자들의 책임은 무엇인가? 대선 결과가 어찌 되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시민이 없다면, 앞으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 [렌즈로 본 세상]투표의 장벽 ‘어떻게 뽑지?’(2021. 04. 09 11:41)
- 2021. 04. 09 11:41 사회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4월 2~3일 진행된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장애인 유권자 차별 사례를 공개했다. 투표소 사무원이 공직선거법을 숙지하지 못해 동행인의 정당한 투표 보조행위가 거부됐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관리 매뉴얼 변경으로 부산의 한 발달장애인이 투표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사진은 재보궐선거 전날인 4월 6일 서울 중구의 한 체육관에서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손목에 부착하는 기표 도구를 시험하는 모습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U)’은 2020년 민주주의 지수 항목 중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항목에서 한국을 9.17의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아직 어떤 이들은 ‘누구를 뽑을지’보다 ‘어떻게 뽑을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 렌즈로 본 세상
- [신간]전국투표전도 2021 外(2021. 03. 19 14:04)
- 2021. 03. 19 14:04 문화/과학
- ㆍ올 4월 재보궐 선거 가이드북 ▲전국투표전도 2021 | 조현익 외 지음·스튜디오하프-보틀·2만1000원 각자 1표씩 던져 공공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을 때가 다시 돌아왔다. 올 4월 치러질 이번 재보궐 선거는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정치 상황을 가늠하고, 또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두 도시의 광역단체장을 뽑을 정도로 재보선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인데다 앞서 역임했던 지자체장이 자리를 비우게 된 이유가 유난히 심각한 문제 때문에 관심이 많이 쏠린다.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생각하면 여야가 각기 무엇을 손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선거이기도 하다. 이번 재보선을 고민과 불신 속에서 지켜보며 표심을 어디로 보낼지 꼼꼼히 따져보려는 유권자들에게 판단에 도움을 줄 가이드북이다. 1장에선 이번 선거의 전국 단위 정보와 의미에 대해 다룬다. 역사적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된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 단위와 일정, 투표 방법은 어떠한지를 살펴본다. 2장에선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함께 주목할 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한 2건의 인터뷰를 담았고, 3장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나머지 공직자(지방의회 의원, 구청장, 군수 등)를 선출하는 재보궐 선거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본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산과 서울, 두 도시의 시장 선거에 관한 내용은 각각 4장과 5장에서 깊게 다룬다. 그저 누가 당선될지만을 점치는 대신 새로운 공직자들에겐 어떤 점이 필요하고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유권자의 결정을 도우려 한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만들면서 보다 깊이를 더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 김선영 지음·블랙피쉬·1만3800원 방송작가를 하면서 단어와 문장을 매만지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글쓰기 코치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매일 어렵지 않게 글쓰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 15분씩 따라 하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쓰기 실력이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왜 당신들만 옳고 우리는 틀린가? | 다카다 세이지 지음·박성관 옮김·이비·1만8000원 자유롭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을 긋고 배제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모순과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보편적인 인식을 공유할 방안을 모색한다. ▲사랑의 기억 | 김진영 지음·한길사·1만5000원 삶과 사랑에 관한 잠언을 모았다. 깊은 성찰을 거쳐 인간의 운명을 고뇌한 글들을 모아 날카로운 시처럼 삶의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저자가 현실에서 마주한 체험과 생각의 단상을 스쳐 지나가게 놓치지 않고 붙잡는 태도로 섬세한 언어를 길어냈다.
- 신간
- 바이든 행정부 앞날 달린 상원 결선투표(2021. 01. 04 15:44)
- 2021. 01. 04 15:44 국제
- 미국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 2명을 뽑는 결선투표가 1월 5일 열린다. 이 선거는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2명을 뽑는 미니 선거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로 판가름 난 대선 2라운드로 불릴 정도로 의미가 크다. 1월 20일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과 함께 여당 등극을 앞둔 민주당이 상원까지 차지하느냐, 야당이 되는 공화당 차지가 되느냐가 이 선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했지만,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줄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취임 초기 바이든 행정부의 순항 여부가 이 선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선 상원까지 내줄 경우 지난 4년간 쌓은 업적을 지키기 어려울 뿐더러 국정 견제 능력도 상실한다. 미국 조지아주 유권자들이 2020년 12월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 / 애틀랜타|EPA연합뉴스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선거가 돌아온 3분의 1에 더해 공석이 된 35석을 두고 치러진 2020년 11월 상원의원 선거는 절묘한 결과를 남겼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상원까지 석권을 노렸지만 일단 실패했다. 조지아에 쏠린 눈 민주당 차지였던 12자리가 선거를 치렀고, 공화당 차지였던 자리가 23자리였다. 현재 상원 의석수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이므로 민주당으로선 4자리만 뺏어오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1석을 공화당에 내줬고, 2석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1석밖에 추가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1월 6일 출범하는 117대 연방의회 상원 의석은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이 됐다. 2석이 걸린 조지아는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2석 모두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주법에 따라 결선투표에 넘겨졌다. 민주당이 결선투표에서 2석 모두 이긴다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의석수가 50 대 50으로 같아진다. 하지만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양당의 의석수가 같을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가 의장을 맡게 돼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다. 반대로 공화당은 2석 가운데 1석만 이겨도 상원을 장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조지아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2000년 이후 조지아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 등 주의 선출직에 당선된 경우도 2006년 이후 없다. 이번은 분위기가 다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애틀랜타 등 대도시 유권자 지지에 힘입어 49.5%를 득표했다. 49.3%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1만2000여표 차로 앞질렀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조지아에서 이긴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2명에게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존 오소프(오른쪽)·라파엘 워녹 후보 / 스톤크레스트|EPA연합뉴스 현역인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의원은 지난봄 코로나19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기 전 보유 주식을 내다 판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사업가 출신인 켈리 레플러 의원은 2019년 말 사퇴한 조지 아이작슨 상원의원 후임으로 지명돼 잔여 임기를 채웠지만, 극우 음모론을 마다하지 않는 등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의 ‘코드’에 맞췄다. 이에 맞선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는 2020년 7월 작고한 전설적인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 하원의원 인턴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명문 조지타운대를 나온 엘리트이자 국제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33세로 당선되면 최근 40년 사이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다. 흑인 목사인 라파엘 워녹 후보는 의료보험 확대, 투표권 보장 등 시민사회 활동에 투신했다가 정계 진출을 노리는 케이스다. 미국 선거에서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는 지지율과 선거자금, 투표율 등이다.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들은 초박빙 양상이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오소프는 49.3%, 퍼듀는 48.5%다. 워녹은 49.8%, 레플러는 48.0%다. 민주당 후보들이 근소하게 앞서고는 있지만, 오차범위 내여서 통계적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달아오른 대선 2라운드 선거자금 모금액은 민주당 후보들이 훌쩍 앞섰다. 오소프 후보는 지난 두 달간 1억670만달러(약 1161억5300만원)를 모금해 상원의원 선거 역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워녹 후보 역시 1억340만달러를 모금했다. 공화당 두 후보가 모은 자금은 총 1억7100만달러였다. 선거자금에 여유가 있을수록 주요 선거운동 수단인 텔레비전 광고를 많이 할 수 있다. 투표 열기도 뜨겁다. 233만여명이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2008년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 총투표수를 이미 넘어섰다. 한국에서 재보선 투표율이 일반 선거보다 낮듯이 미국에서도 재보선이나 결선투표는 일반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 11월 대선 사전투표 추세와 비슷할 정도로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 등 신·구 권력이 총출동해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일인 1월 5일은 공교롭게도 연방의회가 각주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 승자를 승인하는 회의를 열기 하루 전이다. 차기 미 상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된 다음 바이든 당선자가 46대 대통령으로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의회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 관계자들은 공화당이 강한 조지아에서 2석 모두 승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이번엔 다를지 모른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하원이든 상원이든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승자독식 구조다. 상원은 법률 및 예산 심의·의결권뿐 아니라 장·차관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직 및 연방판사에 대한 인준 권한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기는 했지만, 상원을 계속 장악함으로써 국정 장악을 위한 최소한의 지렛대를 쥘 수 있었다. 만약 민주당이 상원 장악에 실패한다면 바이든 당선자는 새 행정부 고위직 인준 과정에서 깐깐한 인사검증을 각오해야 한다. 공화당은 상원을 장악할 경우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인종 정의 확립 등 바이든 당선자가 내세운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검증과 견제를 벼르고 있다. 미 대선에 쏠렸던 시선이 조지아에 다시 쏠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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