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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26 건 검색)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 마약투약으로 징역 2년6개월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 마약투약으로 징역 2년6개월(2024. 07. 26 15:02)
2024. 07. 26 15:02 사회
지난 3월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공범 A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에게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와 24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씨에 관해 “마약 동종 범죄로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고도 수개월 만에 다시 범행했다”며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자 허위 진술을 종용해 초기 수사를 방해하는 등 범행 경위가 좋지 않고 죄질과 수법이 불량해 엄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오씨는 2022년 11월∼2023년 11월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받고,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도 있다. A씨가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오씨는 투약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보복 목적 폭행·협박 혐의 등은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내용이 일치되고, 사건 직후 오씨가 적극적으로 부인하기보다는 사과하는 취지로 보낸 대화 내용도 존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씨는 지난해 11월 필로폰 약 0.2g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고 있다. 오씨는 이 혐의도 인정했다.
40년 프로야구 일주일 만에 쑥대밭(2021. 07. 23 15:04)
2021. 07. 23 15:04 스포츠
한국프로야구가 선수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신음하고 있다.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지난 7월 9일 NC 소속 선수 2명이 확진된 사실이 알려졌고, 7월 10일에는 추가로 NC 선수 1명과 두산 선수 2명이 확진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처음으로 1군에서 선수가 확진된 사례가 나오면서 리그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지난 7월 12일 이사회를 열어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중단을 결정했다. 이 사태의 원인이 된 NC와 두산은 사과문을 냈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NC 다이노스의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선수(왼쪽부터)/연합뉴스 사태는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들여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알게 모르게 쉬쉬하며 퍼졌던 이 소문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입을 다물었던 NC는 방역당국이 나선 뒤에야 조치를 취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7월 14일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동선을 허위진술한 혐의로 확진자들의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NC는 부랴부랴 확진자 중 1명인 박석민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자신의 방에 함께 있었던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의 실명도 공개됐다. 박석민은 “지난 며칠간 많은 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를 포함해 일부 선수의 잘못으로 리그가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변명보다는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징계가 내려진다면 겸허히 받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외부인들, NC·키움·한화 선수들도 만나 그는 지난 7월 5일 밤 10시 넘어서 원정 숙소에서 동료들과 야식을 시켜먹었고, 친분이 있는 지인이 잠깐 들렀다 갔다고 설명했다. 이때 ‘치맥세트’에 같이 나온 맥주 3병과 편의점에서 산 맥주 4캔을 마셨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향한 의혹에 대해서는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소문”이라고 표현하면서 “역학조사에서는 사실대로 답했다.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민우는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반납하기로 했다. 김종문 NC 단장도 직무가 배제됐다. 황순현 대표이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러 해명에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7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술자리는 다음날 오전 4시 21분까지 이어졌다”고 말해 박석민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O는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NC 선수 4명은 7월 16일 72경기 출전 정지와 1000만원의 벌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황순현 대표이사는 사의를 표했고, 김택진 구단주가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은 시작일 뿐이었다. NC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외부인들이 이전에 키움, 한화 선수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구단들은 7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1명, 외부인 2명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선수들의 진술을 토대로 “한화 선수가 방에서 나온 뒤 키움 선수들이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한현희는 7월 17일 사과문을 내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표팀이 처음으로 소집되는 날이었다. 같은 날 오후 두 구단이 “추가조사 중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와 두 구단 선수의 새로운 진술에 따르면 서울 원정 숙소에서 만난 시간이 겹쳤다. 구단이 파악한 총 7명이 모인 시간은 ‘8분’이지만 강남구청이 파악한 위반 시간은 ‘6분’으로 이조차 정확하지 못했다. 거짓이 거짓을 낳는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선수들은 신뢰를 깨 또다시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아직도 이 자리에 동석한 외부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 보호에만 급급한 성적지상주의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8일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실시된 자율훈련에 자녀 2명을 동반했다. 김재호와 자녀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로켓도 친동생을 데리고 왔는데 마스크 없이 잠실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다. 두산은 리그 중단을 초래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안이한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KBO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은 실외 훈련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역 매뉴얼을 배포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면서 반성하고 있다. 팬들께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KBO는 7월 19일 두산 구단과 해당 선수에게 ‘엄중 경고’를 내렸지만, 대부분의 팬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목소리를 키웠다. 이 모든 일이 리그 중단이 된 후 일주일 동안 일어났다. 마스크 없이 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선수들은 프로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경계심이 느슨해진 탓이다. 원정경기의 경우 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다 돼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동료들과 야식을 먹거나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날의 피로를 날려버리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뒤에는 각자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지난 7월 6일 NC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해요?’라는 질문의 영상이 올라왔다. 선수들은 대부분 TV를 보며 지낸다는 답을 내놓았고,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4명의 선수도 “잔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같은 수칙을 지키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의 일탈 행동이 선수단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구단 측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제대로 심어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단 측에서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하지만 성적을 위해 선수 보호에만 급급한 구단들의 입장이 드러나면서 성적지상주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진이 되지 않은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선수들의 입장만 믿고 섣불리 판단을 내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혼란을 빚는 모습을 초래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각 구단이 적자에 시달리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프로의식을 저버린 선수들의 행동으로 그나마 야구장을 찾던 팬들의 발길도 끊길 위기에 처했다. 흔히 말하는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프로야구 트레이드 ‘손익계산서’(2020. 08. 21 15:21)
2020. 08. 21 15:21 스포츠
프로 스포츠에서 트레이드는 말 그대로 선수를 맞바꾸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1982년 원년부터 트레이드가 이뤄져 왔다. 1호는 서정환 전 KIA 감독이었다. 그는 1982년 12월 7일 삼성에서 해태로 현금 트레이드되면서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1986년 롯데 소속이던 고 최동원. 그는 1988년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초의 선수 대 선수 트레이드는 이듬해 성사됐다. 1983년 6월 27일 MBC의 정영기와 롯데의 차동열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당시 정영기와 차동열은 팀 주전에서 한발 물러난 선수들로서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전력 보강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대개 팀과 팀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성립이 되는 것이라 선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이드 자체가 선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빅딜’ 트레이드 각 구단은 매년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수없이 카드를 맞춰본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트레이드 시도를 100번도 넘게 해 봤다”고 말하곤 했다. 정작 수면 위로 드러난 트레이드는 많지 않다. 트레이드는 내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일에 비유되곤 한다. 혹여 내보낸 선수가 다른 팀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팬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요소까지 모두 고려한 다음에야 트레이드는 성사된다. 때로는 ‘빅딜’이 성사돼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계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트레이드는 1988년에 일어났다. 그해 11월 22일 삼성과 롯데가 4 대 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김시진, 전용권, 오대석, 허규옥을 롯데로 보냈고 롯데는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 등을 삼성으로 보냈다. 핵심은 김시진과 최동원의 맞바꾸기였다. 최동원이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단의 미움을 샀고 트레이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1993년에는 해태 한대화와 LG 김상훈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한대화는 해태의 팀 우승을 6차례나 이끈 주인공이었고, 김상훈은 ‘미스터 LG’로 불릴 만큼 팀의 간판이었기 때문에 야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5년 뒤 벌어진 삼성과 해태의 3 대 1 트레이드 역시 삼성 양준혁과 해태 임창용이 포함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양준혁은 당시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SK는 2001년 삼성과 2 대 6의 대규모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단일 트레이드 사상 최대 인원이 팀을 옮긴 트레이드로 기억되고 있다. 신생팀이었던 SK는 이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2015년 롯데와 KT의 5 대 4 트레이드가 대형 트레이드로 꼽힌다. 롯데가 투수 최대성, 포수 장성우·윤여운, 내야수 이창진, 외야수 하준호 등 5명을 내줬고 KT의 투수 박세웅·이성민·조현우, 포수 안중열 등 4명이 이적하게 됐다. 2020년 이미 평가를 받은 트레이드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11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활발하게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일찌감치 이뤄진 트레이드는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이미 성패가 갈리고 있다. 2019년 11월 롯데와 한화는 투수 장시환과 포수 지성준을 맞바꿨다. 포수난에 시달렸던 롯데의 지성준 영입은 스토브리그를 한껏 뜨겁게 했다. 정작 지성준은 사생활 문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지난 7월 말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먹었다. 한화에서는 장시환이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지키고 있다. 지난 1월 KIA와 키움은 현금을 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키움은 박준태와 2억원을 받았고 장영석을 내줬다. 당시만 해도 장영석이 더 큰 카드로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 1군에 없고 박준태는 키움의 주축 선수가 됐다. 지난 6월 두산과 KIA의 트레이드도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류지혁을 내준 두산이 큰 출혈을 감수한 것으로 보였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반면 홍건희는 류지혁에 비해 무게감이 적어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추는 두산 쪽으로 조금 더 기울고 있다. 류지혁은 이적 후 5경기 만에 부상으로 빠졌다. 홍건희는 불안했던 두산 불펜의 중심을 맡고 있다. 올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지난 8월 15일이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5월 5일로 늦춰지면서 마감시한도 종전의 7월 31일에서 보름가량 미뤄졌다. 마감시한을 앞두고선 두 건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NC와 KIA는 지난 8월 12일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우승을 노리는 NC는 불펜 보강이 시급했고, 이에 KIA 투수 문경찬과 박정수를 데리고 왔다. 그러면서 투수 장현식과 내야수 김태진을 내줬다. 양팀 모두 출혈을 감수한 트레이드였다. 5월 중순부터 선두 자리를 지킨 NC의 가장 큰 고민은 불펜 불안이었다. 각종 기록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항간에는 이런 NC가 한화에서 정우람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결국 소문에 그쳤다. NC는 KIA와 손을 맞잡고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초반부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KIA 유니폼을 입은 장현식은 이적 첫 경기인 8월 13일 LG전에서 1이닝 1실점을 했지만 15일 SK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창원으로 홈을 옮긴 문경찬은 14일 LG전에서 0.1이닝 4실점, 16일에는 0.2이닝 무실점으로 적응 단계를 거쳤다. 마감시한 이틀 전에는 SK와 KT가 포수 이홍구와 내야수 오태곤을 맞바꿨다. 두 팀은 각 팀에서 설 자리가 없던 선수들을 맞바꿨다. SK는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으나 팀의 미래를 위해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창단 후 첫 4강권 진입을 노리는 KT로서는 포수 자원이 필요했다. 두 팀이 원하는 건 윈-윈이다.
프로야구 성적은 외국인 선수 하기 나름?(2019. 08. 30 14:32)
2019. 08. 30 14:32 스포츠
1위 SK가 선두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덕분이다. KBO리그 2년차를 맞이한 앙헬 산체스가 적응기를 끝내면서 에이스 투수의 면모를 갖췄다. 거기에 빠른 교체로 시즌 초반 소사를 영입하면서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16년 만인 1998년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다. 첫 시즌에는 구단별 2명으로 시작했다. 그 해 총 12명의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를 밟았다. 이후에는 규정의 변화가 조금씩은 있었으나 매 시즌 팀당 2~3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뛰었다. 프로야구 두산 린드블럼이 8월 25일 한화전에서 글러브를 열어 포수 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에는 연봉 상한선 12만 달러에서 시작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해가 갈수록 치솟았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비중도 커졌다. 외국인 투수들이 이른바 ‘원투펀치’를 맡게 됐고, 타자들은 팀의 중심타선에 자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인 농사’라는 말도 생겼다. 이 농사가 잘 되어야 한 시즌이 풍년인지, 흉작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는 새로 KBO리그에서 뛰게 되는 외국인 몸값 상한선이 100만 달러로 정해졌다는 게 예년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올해에도 외국인 선수의 성적에 따라 팀들의 희비가 갈렸다. 외국인 선수 덕분에 선두권을 지키는 팀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부진 탓에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구단이 있다. 외인 농사 흉작, 웃지 못한 삼성 롯데 삼성은 스프링캠프 때 ‘외국인 선수 악몽’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된 팀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로 울상을 지었다. 2016 시즌부터 10승을 거둔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한 시즌 선발진을 책임질 에이스 외인 투수 한 명이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투구 궤적, 회전수 등이 측정가능한 ‘트랙맨’ 자료를 토대로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삼성은 덱 맥과이어, 저스틴 헤일리를 새 외국인으로 뽑았다. 두 명 모두 상한선에 가까운 몸값을 주고서 데려왔다. 스프링캠프에서 삼성은 외국인 투수가 좋은 팀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도 ‘흉작’이었다. 먼저 교체된 선수는 헤일리였다. 맥과이어보다 더 기대를 모았던 헤일리는 시즌 초반까지도 리그를 압도할 것 같았다. 지난 4월까지 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 2.59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차례 조기 강판 이후에 무너졌다. 4월 24일 SK전에서는 딱 원아웃만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5월 17일 KT전에서도 1이닝 1실점 만에 강판됐다. 헤일리는 맥과이어보다 먼저 교체됐다. 전반기를 끝내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삼성은 헤일리 대신 타자 맥 윌리엄슨을 영입하며 외국인 타자 2명 체제를 시작했다. 맥과이어는 시즌 첫 경기인 3월 23일 NC전에서 홈런 3방을 얻어맞는 등 3.2이닝 7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러다 4월 21일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맥과이어는 노히트노런의 제물이었던 한화를 상대로만 잘했을 뿐 삼성의 전력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8월 1일 롯데전에서 2이닝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삼성의 인내심도 끝이 났다. 21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05의 성적을 내고 KBO리그에서의 생활을 마쳤다. 맥과이어 대신 벤 라이블리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첫 경기인 8월 13일 SK전에서는 5이닝 4실점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다음 경기인 20일 한화전에서는 9이닝 완봉승을 따내며 반전의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키움전에서는 불과 2이닝 만에 9실점하는 난조를 보이며 조기 강판됐다. 한화전 호투 뒤 부진한 모습이 맥과이어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까지 팀을 웃게 할지는 미지수다. 이렇듯 삼성은 외국인 선수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의 교체 실패가 감독의 자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애당초 제이크 톰슨과 브룩스 레일리로 외국인 투수 구성을 마쳤던 롯데는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자 교체를 꾀했다. 대만에서 뛰고 있던 헨리 소사를 영입하려다가 이 과정에서 지지부진해 SK에 빼앗기고 말았다. 일주일 만에 SK가 방출한 브록 다익손을 울며 겨자먹기로 데려왔다. 소사는 SK에서 승승장구한 반면 다익손은 이적 후 호투를 펼쳤음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까지 부진해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2장을 써버렸다. 뒤늦은 극약처방이었다. 5월부터 최하위에 머무른 롯데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전반기를 마치고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올 시즌에도 탈꼴찌를 목표로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프로야구 삼성의 저스틴 헤일리(왼쪽)와 덱 맥과이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삼성라이온스 제공 타자로 웃은 두산, 눈치작전 성공 SK 반면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덕분에 웃는 팀은 두산이다.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지난 8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0승 고지를 밟았다. 더스틴 니퍼트(전 두산)의 2016년 최소 경기(25경기) 20승 달성과 타이 기록을 냈다. 5월 2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시즌 8승째를 따낸 이래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거침없는 연승을 질주해 2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2017년 KIA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이래 2년 만에 KBO리그 20승 투수 계보를 이었다. 또 두산(전신인 OB 포함) 투수로는 박철순(1982년·24승), 다니엘 리오스(2007년·22승), 니퍼트(2016년·22승)에 이어 네 번째로 20승을 달성했다. KBO리그에서 역대 한 시즌 20승은 모두 20차례로 선발승으로만 20승 이상은 린드블럼이 11번째다. 외국인 투수 중에선 리오스, 앤디 밴헤켄(전 히어로즈·2014년 20승), 니퍼트, 헥터에 이어 린드블럼이 5번째로 20승 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린드블럼은 그해 13승, 이듬해 10승을 올리고 롯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잠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2017년 롯데로 복귀해 5승을 거둬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낸 린드블럼은 2018년 두산으로 이적해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에는 다승은 물론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부문 등에서 4관왕에 도전한다. 시즌을 마쳤을 때 1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산은 또 외국인 타자에서도 모처럼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아예 없이 시즌을 치르기도 했던 두산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활약으로 웃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KBO리그를 밟은 페르난데스지만 3할 중반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하면서 팀 타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두산이 올해 2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1위 SK가 선두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덕분이다. KBO리그 2년차를 맞이한 앙헬 산체스가 적응기를 끝내면서 에이스 투수의 면모를 갖췄다. 거기에 빠른 교체로 시즌 초반 소사를 영입하면서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여기에 토종 투수 김광현, 문승원, 박종훈까지 갖춘 SK는 10개 구단 중 최고의 선발진으로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 LG도 2년차를 맞이한 타일러 윌슨과 새로 영입한 투수 케이시 켈리가 선발진을 버텨줬다. 교체 외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도 KBO리그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덕분에 LG는 3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꿈꾼다. 외인 활약은 팀 전력에 상관없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팀 전력을 크게 좌우한다지만 이에 관계 없이 팀 성적이 잘 나온 팀들도 있었다. 2013년 삼성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부진했다. 릭 밴덴헐크가 시즌 7승9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나머지 한 명인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는 11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40으로 부진했다. 급기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교체 대상이 됐다. 삼성은 로드리게스를 대신해 그해 7월 말 대체 용병으로 에스마일린 카리대를 영입했다. 그러나 카리대는 두 차례 중간 등판 뒤 첫 선발 경기인 한화전에서 1.1이닝 만에 6실점하고 강판됐다. 이후에 팔꿈치가 아프다며 엔트리에서 말소된 카리대는 결국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 와중에 삼성은 통합 우승이라는 저력을 일궈냈다. 하지만 카리대는 이후에 아시아 프로야구 리그 각 우승 팀이 참여하는 아시아시리즈 출전까지 거부했다. 그해 삼성은 좋은 성적을 내고도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때문에 카리대는 아직도 역대 최악의 용병 투수로 꼽힌다. 두산은 2018 시즌 외국인 타자가 부진했음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지미 파레디스가 21경기 타율 0.138을 기록한 뒤 퇴출됐고 대체 용병인 스캇 반 슬라이크는 12경기에서 타율 0.128을 기록한 뒤 한국을 떠났다. 기존 토종 타자들이 잘 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두산은 결국 외국인 타자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반면 좋은 용병을 두고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팀도 있었다. 롯데는 2015년 이종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이 첫 해에 뽑은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이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외인 투수들이 린드블럼과 레일리였다. 린드블럼은 32경기에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의 성적을 냈다. 210이닝을 소화하며 롯데 선수로는 1996년 주형광 이후 19년 만에 시즌 200이닝을 돌파했다. 최동원의 이름을 따 ‘린동원’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이종운 감독이 직접 보고 데려온 레일리는 31경기 11승9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타자 짐 아두치도 132경기에서 타율 0.314, 28홈런, 106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그는 24개의 도루도 성공해 롯데 최초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는 그 해 8위에 머물렀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토종 전력의 기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기본적인 핵심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프로야구 감독 대이동이 시작됐다(2018. 10. 29 15:27)
2018. 10. 29 15:27 스포츠
올 시즌은 유독 감독 교체가 많았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기도 전에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팀은 NC다. 대한민국에 단 10자리밖에 없는 직업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감독이다. 10명만 차지할 수 있는 이 자리는 야구팀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야구는 프로스포츠다. 성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종목이다. 때문에 팀 성적에 따라 명예와 영광을 누릴 수 있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초라하게 퇴장해야 한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김경문 전 감독 / 이석우 기자 매년 프로야구 감독들은 ‘독배’와 ‘축배’를 번갈아 들어올린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감독직에 올랐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계약기간은 처음 계약 당시에 명시된 조건일 뿐이다. 때문에 프로야구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거쳤고 현역생활을 은퇴한 뒤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라면 최종 목표를 감독으로 삼는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리가 최고의 보상이다. 한 팀의 지도자가 되어 승리의 축배를 들어올리는 것만큼 야구인들을 기쁘게 하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프로야구 감독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올 시즌은 유독 감독 교체가 많았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기도 전에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팀은 NC다. 김경문 NC 감독이 지난 6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이후 시즌은 유영준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었다. NC는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와 함께 새 감독 선임이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규시즌 끝나자마자 4팀 감독 교체 NC의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NC는 이동욱 수비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내년 시즌 새 야구장에서 개막을 맞이하는 NC는 이 감독을 필두로 ‘데이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뒤이어 다른 구단들의 새 감독 선임 발표가 이어졌다. 다음 주자는 NC의 ‘경남 라이벌’인 롯데였다. 스토브리그 동안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만 188억원을 들였던 롯데는 정규시즌을 7위로 마쳤다. 이 같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조원우 감독에게 물은 롯데는 양상문 전 LG 단장을 감독 자리에 올렸다. 양 감독은 2004~2005년 롯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대호(롯데), 장원준(두산), 강민호(삼성) 등을 키웠던 양 감독은 13년 만에 고향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하위는 면했지만 간신히 9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KT 역시 감독을 교체했다. KT는 이례적으로 지난 20일 넥센과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자마자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치르기도 전에 나온 발표였다. 여기에 SK도 감독 교체 수순을 밟는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마치고 감독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나면 SK도 새 감독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총 4팀의 감독이 바뀌게 된 셈이다. 보통 기존 감독의 사퇴 후 비워진 자리를 새 감독이 채우는 수순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대개 기존 감독의 경질과 새 감독 선임의 발표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만큼 프로야구 감독직이 ‘인기 직종’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한 팀의 감독 자리가 비워지게 되거나 비워질 예정이 되면 감독 후보군 명단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후보군에는 감독직을 지내본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좋은 성적을 냈던 지도자라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충분히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쌓은 이들도 다시 돌아오곤 한다. 때문에 ‘재취업’이 잦은 직종 역시 프로야구 감독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승부의 세계에 뛰어든다. 경기의 승패에 따라 울고 웃고 짜릿함도 느낀다. 그렇기에 직접 팀을 진두지휘해 팀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감독의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많은 감독들이 야구계를 떠남에도 불구하고 10개 구단의 감독 자리가 단 한 번도 ‘공석’이 된 적이 없었던 것은 감독직이 그만큼 매력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자리 프로야구 감독들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인사 중 하나는 “어젯밤 잘 주무셨습니까”다. 전날밤 숙면 여부에 대해 묻는 이유가 있다. 3월부터 시작되는 프로야구는 길게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정규시즌 경기 수는 팀당 144경기나 된다. 거의 매일을 빠짐 없이 승패를 놓고 싸운다. 경기시간도 적지 않다. 9회까지 치러지는 야구는 3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연장전까지 넘어가게 되면 5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게다가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한다.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딱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때문에 감독직을 맡게 된 뒤 흰머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다반수다. 술 한 잔에 패배에 대한 쓰라림을 달래기도 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흰머리만큼 주름살도 급격히 늘어난다. 이래저래 건강에 좋지 않은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 2017시즌에는 2명의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더그아웃을 비우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도 병원 신세를 졌다. 감독들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감독들이 하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선발 라인업에 오른 9명의 선수와 투수가 함께 경기를 이끌어간다. 감독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더그아웃에서 팀을 지휘한다.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한 팀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감독의 지도력이다. 제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수십 명이 있어도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적재적소에 맞는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감독 교체를 한 팀들은 대부분 하위권이었다.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구단 측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감독은 팀 전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감독이 바뀐 팀들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잇따른 감독 교체 소식이 야구팬들의 관심을 많이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돌아온’ 2018 프로야구 이 점을 주목하라(2018. 03. 19 14:45)
2018. 03. 19 14:45 스포츠
2018 KBO리그는 ‘돌아온’ 이들의 시즌이다. 바다를 건너서, 부상이라는 늪에서, 또는 새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이들이 리그를 풍성하게 만든다. 야구라는 종목의 묘한 특징 중 하나. ‘돌아와야 점수가 난다.’ 야구를 뺀 다른 단체 구기종목들은 대부분 ‘공’으로 점수를 따낸다. 목표(goal)는 항상 우리편 아닌 저 멀리 상대편 맨 끝에 존재한다. 축구는 상대편 골문 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점수를 낸다. 농구는 상대 코트 맨 끝에 있는 림에 공을 넣음으로써 1점, 2점, 3점을 얻을 수 있다. 미국프로풋볼 역시 공을 들고 상대의 엔드라인을 넘어가야 점수가 기록된다.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으로 점수를 기록한다. 공을 멀리 보낸 뒤 사람이 1루, 2루, 3루를 돌아 홈베이스를 터치해야 점수가 난다. 더 많은 선수가 ‘돌아와야’ 많은 점수를 내고 이길 수 있다. kt 위즈 로하스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이석우 기자 2018 KBO리그는 ‘돌아온’ 이들의 시즌이다. 바다를 건너서, 부상이라는 늪에서, 또는 새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이들이 리그를 풍성하게 만든다. 고교야구, 대학야구에서 처음 KBO리그에 들어온 이들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바다 건너에서 돌아왔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다. 커다란 홈런을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지만 녹록지 않은 리그였다. 손바닥을 다쳤고, 이듬해 허벅지를 또 다쳤다. 두 번째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만 보냈고, 귀환을 택했다. 박병호는 친정팀 넥센의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돌아오자마자 시범경기 첫 두 경기에서 연거푸 홈런을 터뜨리면서 ‘홈런왕’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병호의 복귀는 그가 없던 두 시즌의 홈런왕 판도를 다시 한 번 흔들 수 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에서 뛰었다. 기회가 많지 않았고,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맞히는 기술은 탁월했지만 메이저리그 성공을 위해서는 맞히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보다 많은 장타를 노렸지만, 그 장타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두 구단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친정팀 두산이 아니라 이웃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던 황재균도 돌아왔다.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친정팀 LG가 아닌 막내구단 kt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자신감과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함께 다지게 만들었다. 창단 뒤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kt의 순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황재균에게 주어진 숙제다. 부상에서 돌아왔다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2017시즌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성공적인 복귀 가능성이 높은 수술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100%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1년 동안의 차분한 재활을 마쳤고, 올 시즌 에이스로 돌아온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에이스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광현의 복귀는 리그 에이스 ‘맞대결’의 기대감을 후끈하게 만든다. 지난 시즌 MVP KIA 양현종과의 승부는 근래 수년간 보기 드문 명승부를 기대하게 만든다. 두산 장원준, LG 차우찬 등과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KIA 팬들의 오랜 기대를 받았던 한기주는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촉망 받는 유망주였지만 2008년 26세이브 이후 잦은 부상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삼성 오키나와 캠프에서 건강함을 되찾았다. 구속은 덜 올라왔지만 투심 패스트볼 비중을 늘렸고 불펜 활약이 기대된다. 삼성 김상수는 지난 시즌 허벅지 부상 등으로 44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FA 자격도 한 해 늦춰졌다. 김상수의 복귀는 삼성 내야진의 무게감을 다르게 만든다. 닛폰햄과의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면서 부활을 알렸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포수 강민호는 FA 자격을 얻었고 삼성과 계약해 ‘삼민호’가 됐다. 파란 유니폼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적응하는 것도 금방이다. 삼성의 오랜 약점인 포수 포지션을 채웠다. 시범경기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두산 외야진의 한 축이었던 민병헌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의 오랜 약점이었던 외야수비와 테이블 세터진의 빈 자리를 채우는 데 적격이다. 손아섭·이대호와 함께 롯데의 가을야구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 외국인 투수들도 유니폼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두산의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급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는 두산과의 계약에 실패했고 kt의 에이스가 됐다. kt 탈꼴찌 소원을 풀어줄 새로운 ‘니느님’(니퍼트 하느님의 줄임말, 두산 시절 별명)이다. 롯데의 에이스로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조쉬 린드블럼은 두산과 계약했다. 두산 팬들은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2015시즌 한화에서 강속구와 커브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는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와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때 그 공을 다시 던진다면 리그 에이스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가장 화제를 모은 ‘유니폼 변경’은 LG 류중일 감독이다. 1987년 삼성 입단 이후 다른 팀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푸른 피의 사나이’ 류중일 감독이 LG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제 ‘줄무늬의 사나이’가 됐다. LG의 오랜 우승꿈을 풀어줄 수 있을까. 팬들의 목마름이 크다. 군대에서 돌아왔다 지난 시즌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군에서 제대한 키스톤 콤비 2루수 안치홍-유격수 김선빈의 힘이었다. 군 입대 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KIA의 팀 전력을 단번에 크게 끌어올렸다. 올 시즌 각 팀들 역시 제대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LG는 입단 때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형 좌완투수 임지섭이 복귀한다. 1m90의 큰 키에서 150㎞ 가까운 강속구를 뿌린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홈런왕, 타점왕에 오른 1루수 윤대영도 기대를 모은다. 이종범 해설위원의 조카로 ‘바람의 조카’라는 별명을 가졌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와의 ‘사촌대결’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예비역 효과’를 톡톡히 봤던 KIA도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입대 전 2015년 깜짝 선발 호투로 큰 화제를 모았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지난해 11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넥센의 김동준·조덕길·문성현 등 투수 3인방도 불펜 무게감을 더해 줄 전망이다. kt 송민섭은 창단 테스트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수다. kt에 부족한 스피드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 새 얼굴이 들어왔다 서울고 강백호는 드래프트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투수와 타자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주저없이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강백호를 선택했다. 외야수비는 아직 다듬을 부분이 있지만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다. 덕수고를 졸업한 오른손 투수 양창섭은 단숨에 삼성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진다. 최고구속은 140㎞ 중반 정도지만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무척 뛰어나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명고를 졸업해 두산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곽빈은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다. 올해 신인 중 가장 뛰어난 구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타스틱 4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두산 선발진이지만 틈만 생기면 곽빈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롯데가 1차지명으로 선택한 3루수 한동희는 주전 3루수감으로 평가 받는다. 황재균이 롯데 대신 kt를 택했지만 한동희가 그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예비 스타들의 존재다.
골리앗(삼성)과 다윗(넥센)이 프로야구 미래 바꿀까
골리앗(삼성)과 다윗(넥센)이 프로야구 미래 바꿀까(2016. 01. 11 17:24)
2016. 01. 11 17:24 스포츠
삼성은 맹목적인 우승이 아닌 야구단 자체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됐다. 넥센의 또 다른 실험은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좀처럼 하기 힘들었던, 비싼 선수를 내보내고 싼 선수를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프로야구 FA 시장은 뜨거웠다. 롯데는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60억원)과 윤길현(36억원)을 영입했다. 한화 역시 정우람(84억원), 심수창(13억원)을 FA로 데려왔다. 롯데가 96억원, 한화가 97억원을 썼다. 한화가 김태균(84억원), 조인성(10억원)을 잡는 데 쓴 돈을 합하면 거의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쓴 셈이다. 창단 4년째를 맞는 NC 다이노스는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박석민을 역대 최고 금액인 최대 96억원에 잡았다. FA 시장에 쏟아진 돈은 700억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 시장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팀이 있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 중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와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 넥센 히어로즈다. 지난해 12월 11일,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삼성그룹의 프로 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가 2016년 1월 1일 제일기획으로 공식 이관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제일기획은 2014년부터 삼성그룹의 4개 프로스포츠 구단, 축구, 남녀농구, 배구단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삼성 라이온즈의 인수는 삼성 그룹 내 프로스포츠 통합의 마지막 단계였다. ‘통합 마케팅’을 통한 시너지 효과 강화라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인수는 국내 프로야구에 주는 메시지가 묵직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2016시즌부터 경기를 치르는 새로운 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개장을 위한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일기획으로 이관, ‘서비스’에 중점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야구단은 모그룹의 홍보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돈을 쏟아붓는 것이 이상하기는커녕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상황이 바뀌었다. 제일기획은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단들은 과거 승패만을 중요시했던 ‘스포츠단’에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창출해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제 프로야구단 역시 홍보수단이 아닌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실제 삼성 야구단이 FA 시장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FA 자격을 얻은 이승엽을 2년 36억원에 붙잡았지만 팀 내 최고 타자라고 할 수 있는 박석민과 계약하지 못했다. 박석민은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05년 이후 외부 FA를 영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였지만 적어도 내부 FA는 최고 대우로 잡는 게 익숙한 팀이었다. 삼성의 변화는 대표이사의 교체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은 제일기획 이관 발표 며칠 전인 12월 4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5년간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인 대표(67)가 물러나고 김동환 신임 대표이사(58)가 새로 취임했다. 김인 전 사장은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삼성SDS 대표이사를 지냈다. 정보기술업체 대표 출신답게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취임 뒤 야구 전력분석 프로그램인 ‘스타비스’를 개발해 실제 야구에 적용시켰다. 삼성 라이온즈의 구단 시스템 역시 재설계했다. 유망주를 육성하는 BB아크를 중심으로 한 구단 내 야구 전력의 흐름을 시스템 형태로 갖추면서 삼성은 단단한 팀이 됐다. 이 역시 기업이나 정부 조직의 업무 흐름을 IT적으로 설계해 시스템화하는 삼성SDS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새로 구축된 시스템을 발판으로 외부 FA 영입 없이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삼성의 새 대표이사인 김동환 사장은 식음서비스 기업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에서 이번에 야구단으로 옮겨왔다. 마침 삼성 라이온즈는 2016시즌부터 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경기를 치른다. 앞선 김인 사장 체제에서 삼성이 경기력과 관련한 시스템을 갖췄다면, 이제 식음서비스 기업에서 옮긴 김동환 사장 체제에서는 야구경기에 대한 최신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서비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식음서비스 기업 대표로서의 노하우를 새 구장의 새로운 야구에 접목시킨다면 팬들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경기 관람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이관, 식음서비스 업체 대표의 야구단 대표 임명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야구단을 바라보는 삼성그룹 내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삼성 라이온즈는 삼성그룹이 내세웠던 ‘1등 주의’를 체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1982년 창단 이후 꾸준히 우승을 노려왔고, 지나치게 우승에 집착하는 바람에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곤 했다. 2002년 창단 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는 우승이 쉬운 팀이 됐다. 2005년, 2006년 연거푸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뒤 2011년부터 또 4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삼성그룹의 분위기를 가장 잘 실천한 팀이었다. 2군, 3군 육성 시스템 대대적 변화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맹목적인 우승이 아닌 야구단 자체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됐다. 승리를 위한 자원 투입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영업을 통해 구단 수입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럼에도 야구단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는 역시 승리다. 승리를 위해 투입되는 금액을 줄이려면 구단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보다 몸값이 싼 선수를 성장시켜야 하는 숙제의 무게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삼성은 실험에 들어갔다. 수년간 노력해 온 BB아크라는 이름을 단 선수 육성 시스템이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일단 신인왕을 수상한 구자욱을 발굴한 것은 그 첫 번째 성과다. 또 다른 실험이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뤄지고 있다. 넥센은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동안 팀 전력의 50%가 빠져나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4년 연속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4번타자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다. 중심타자 유한준,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FA로 팀을 떠났다. 에이스 앤디 밴헤켄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와 계약했다.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 FA 보상금 등을 고려하면 선수를 떠나보내고 받은 돈이 200억원 가까이 된다. 이 돈으로 섣불리 비싼 선수를 데려오는 대신 남은 전력으로 팀을 꾸리는 방식을 택했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팀이어서 가능한 구조였다. 넥센은 또 다른 실험에 들어갔다.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좀처럼 하기 힘들었던, 비싼 선수를 내보내고 싼 선수를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앞서 경제위기 때 몇몇 팀들이 이 같은 전략을 보였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육성시스템에 방점을 찍은 넥센은 2군 시스템을 싹 뜯어고쳤다. 2군 감독이라는 직함을 없애고 2군에 해당하는 퓨처스팀, 3군에 해당하는 육성팀을 통합관리하는 필드 코디네이터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뉴욕 양키스 외야수 출신 쉐인 스펜서를 임명했다. 비슷한 역할을 하되 2군, 3군의 투수들을 관리하는 투수 코디네이터 자리를 만들었고, 팀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브랜든 나이트를 영입했다. 이장석 대표는 “메이저리그 팜 시스템에 기반한 넥센히어로즈만의 전략 육성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러한 육성 패러다임의 연착륙을 위해 매트릭스에 기초한 코치 및 코디네이터의 보강이 필요했고, 선임을 마쳤다. 특히, 영입과정에서 10여명의 역량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수차례에 걸친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검정했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기준과 방향에 맞는 3명을 영입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넥센의 실험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구계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맡아 운영하게 될 코칭스태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 특유의 연고 관련 병폐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외국인 코칭스태프 영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16시즌은 전력 격차 완화에 따른 치열한 순위 싸움이 기대되는 시즌이지만 지금까지 골리앗으로 자리잡았던 삼성의 변화, 다윗 역할을 해 온 넥센의 실험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팀의 변화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스포츠]프로야구 NC 돌풍은 ‘계획의 결과’(2014. 06. 10 17:01)
2014. 06. 10 17:01 스포츠
NC가 올해 FA 영입, 용병의 활약, 유망주 성장이 맞물리면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NC의 돌풍은 우연히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행운이었을까. 지난 1월 13일. 프로야구 삼성은 경북 경산 볼파크에서 시무식을 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통합 3연패한 팀이었다. 통합 3연패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임창용의 합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삼성은 강팀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시무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대화 중 대뜸 NC 얘기를 꺼냈다. 류 감독은 “NC가 다크호스다. NC에게 잡히면 우리도 4강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NC가 2014시즌 공식 ‘다크호스’가 되는 순간이었다. 류 감독은 “이종욱, 손시헌이 가세한 것도 힘이 되지만 외국인 선수 4명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류 감독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NC는 1군 진입 두 번째 시즌인 2014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NC는 6월 5일까지 33승20패로 1위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 ‘다크호스’라고 해도 당초 ‘4강권’ 정도로 예상했던 평가들을 무색케 하는 돌풍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5월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이긴 후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외국인투수 승수 팀 승리의 절반 넘어 팀의 기본 구조가 잘 갖춰졌다. 외야수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의 영입은 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라인을 강화했다. 약점으로 평가받던 포수 포지션에서도 김태군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다른 팀에 크게 뒤지지 않는 탄탄함을 갖게 됐다. 마무리 김진성은 비교적 무난히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과 마무리를 잇는 불펜에서도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겪었던 원종현, 홍성용 등이 전력에 가세하며 ‘돌려쓰기’가 가능할 정도로 두꺼워졌다. 류 감독이 가장 경계했던 ‘외국인 선수’ 효과는 확실했다. 새 외국인 투수 테드 웨버는 6승3패로 다승 선두권에 올라 있다. 지난해 뛰었던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도 지난해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다. 찰리는 4승2패로 승운이 덜 따르는 편이지만 지난해 3.63의 좋은 방어율로도 4승11패로 불운했던 에릭은 올 시즌 지난해 받지 못한 승운을 곱으로 받으며 6승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수 3명이 거둔 승수가 팀이 거둔 33승의 절반에 가까운 16승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 이재학도 ‘2년생 징크스’ 없이 5승4패를 기록하고 있다. 타선은 발전을 넘어 ‘무서울’ 정도다. 4월 한 달 동안 3할7리, 6홈런, 18타점으로 무난한 수준이었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5월 들어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했다. 홈런 7개와 20타점을 거뒀다. 6월 치른 3경기에서는 5할3푼8리, 4홈런, 11타점으로 타올랐다. 나성범은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성장했다. 홈런과 타점, 타율, 최다안타 등에서 모두 상위권에 들었다. 테임즈와 나성범, 이호준은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시즌이 끝났을 때 합계 100홈런을 돌파할 수 있다. 고졸 3년생 박민우는 지난 시즌 수비 불안으로 거의 1군에서 뛰지 못했지만 올해는 도루 부문 선두권을 달릴 정도로 부쩍 좋아졌다. 성공적인 FA 영입,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유망주들의 순조로운 성장이 한꺼번에 맞물렸다. NC의 돌풍은 우연히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행운이었을까. 메이저리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브랜치 리키는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NC에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면, 그것은 운이 아니라 계획의 결과다.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재학이 5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뜨거운 방망이 테임즈와 나성범 NC는 1군 진입 첫 시즌이었던 2013시즌 52승4무72패를 기록했다. 승률 0.419는 창단 팀으로서 나쁜 성적이 결코 아니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는 승률 0.290을 기록했고,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는 승률 0.429를 기록했다. NC는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특별한 ‘연구’에 들어갔다. NC 이태일 대표는 “쌍방울은 1군 진입 첫 해 승률 0.429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승률이 0.329로 떨어졌다. 그 이유를 분석하는 연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쌍방울이 이듬해 어려움을 겪었던 첫 번째 이유는 조규제 혹사에 따른 부진이었다. 쌍방울 첫해 돌풍의 주역이었던 조규제는 1991년 방어율 1.64와 함께 9승7패27세이브를 기록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조규제의 몫이었다. 화려한 성적 뒤에는 고단함이 감춰져 있었다. 조규제는 그해 무려 142와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오승환이 47세이브로 신기록을 세웠던 2006시즌 79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투구 이닝이었다. NC는 불펜진 재구성에 들어갔다. 지난 시즌 NC 불펜을 맡았던 이민호, 노성호, 손정욱, 임창민, 손민한에 기대는 대신 새 얼굴을 발굴했다. 만년 무명이었던 원종현을 캐냈고,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던 홍성용을 발굴했다. 지난 시즌 초반 마무리를 맡았다가 실패한 김진성에게도 다시 기회를 부여했다. 단지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불펜진 재구성에는 NC의 새 시스템이 한몫을 했다. 재계약한 김경문 감독 장기운영 가능 NC는 다른 팀처럼 1군과 2군, 육성군으로 나누지 않는다. 팀 이름을 따서 1군은 N팀, 2군은 C팀, 육성군을 뜻하는 3군은 D팀으로 구별한다. 원종현과 홍성용은 D팀에서 다듬어졌다. D팀 전담 투수코치인 최계훈 코치가 하나하나 천천히 선수들을 만들어나갔다. ‘쌍방울 연구’의 두 번째 결과는 감독의 계약기간이었다. 쌍방울 창단 감독인 김인식 감독은 1군 진입 2년째가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다. 이후 ‘국민 감독’의 반열에 오르지만 당시만 해도 초보 감독이었다. 일종의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NC는 일찌감치 이를 차단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김인식 감독과 마찬가지로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김경문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했다. 김경문 감독은 보다 장기적인 팀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감독의 거취에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코칭스태프도 안정감을 찾고 자신의 뜻을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또한 ‘우연’이 아니다. NC에는 1년 내내 미국 내 선수들의 기록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 복잡한 야구 기록에 통달한 인물이다. 수백명의 리스트를 두고 꾸준히 그들의 흐름을 파악한다. 국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각종 조건들을 따지고 그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체크한다. ‘성공률’이 높아지는 비결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몇몇 야구인들을 중심으로 ‘프런트 야구’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나오지만, 팀을 강하게 하는 것은 역시 팀을 돕는 사람들의 몫이다. KBO에 등록된 삼성의 프런트 직원 수는 35명, NC의 프런트 직원 수는 무려 56명이다. 이들의 노력과 준비가 돌풍의 NC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포츠]프로야구 9개팀 아킬레스건 대비책은(2014. 03. 24 20:06)
2014. 03. 24 20:06 스포츠
지난 시즌 삼성은 교체 선수의 타율이 2할2푼6리에 그쳤다. 두산은 왼손 구원 투수의 방어율이 6.62로 꼴찌였다. LG의 우타자 홈런은 고작 27개로 리그 꼴찌였다. 그리스 신화의 용맹한 장수 아킬레스는 온몸이 강철처럼 튼튼했지만 발목 뒤쪽만은 예외였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도 천하무적이었지만 머리카락을 잘리자 힘을 쓰지 못했다.  제 아무리 전력적으로 탄탄한 팀이라 하더라도 약점은 있다. 한국프로야구 9개 구단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 저마다의 빈틈이 있었고, 그 틈을 채우려 스프링캠프 동안 노력했다. 2014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구단들은 그 치명적 약점을 얼마나 채웠을까. ◆삼성 - 교체출전 선수 타율 0.226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3년 연속 제패한 명실상부 최강팀이지만 지난 시즌 약점이 드러났다. 화려한 주전들을 뒷받침할 백업의 부족. 삼성은 지난 시즌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한 선수의 타율이 2할2푼6리에 그쳤다. 삼성보다 교체 선수의 타율이 낮은 팀은 NC(0.190)밖에 없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잠실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일단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의 영입으로 가용 자원이 늘었다. 조동찬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타선에 힘이 더 생기지만 배영섭의 군입대를 고려하면 약점을 뚜렷하게 풀었다고 보기 어렵다. 주전들의 건강이 필요하다. ◆두산 - 왼손 불펜 방어율 6.62 두산은 전통적으로 왼손 불펜 부재에 허덕였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도 왼손 구원투수의 방어율이 6.62로 꼴찌였다. 왼손 불펜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87, 피OPS(출루율+장타율)도 0.885로 가장 나빴다. 어쩔 수 없이 오른손 투수로 왼손 타자들을 막아냈지만 두산 구원투수들의 좌타 상대 성적도 썩 좋지는 않았다. 두산 불펜의 좌타 상대 피출루율은 0.379로 KIA와 함께 9개 구단 중 가장 나빴다. 군에서 돌아온 좌완 이현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범경기에서 좌완 정대현도 구위가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더도 말고 이기는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확실한 한 명만 있으면 된다. ◆LG - 우타자 홈런 27개 지난 시즌 LG는 좌타자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두 명의 이병규에 박용택·이진영 등이 포진한 LG 좌타자들은 무려 2할9푼8리를 합작했다. 이들은 왼손 투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LG는 상대가 왼손 선발을 냈을 때 고전했지만 지난 시즌 상대 왼손 선발 등판 경기 55경기 중 33경기를 이겨 승률 6할을 기록했다. 반면 LG의 우타자들은 타율 2할6푼2리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우타자 홈런은 고작 27개로 리그 꼴찌였다. LG의 오랜 우타 거포 유망주 정의윤이 그 숙제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윤은 20일까지 시범경기 4홈런으로 1위에 올랐다. 4번·3루수 부담을 떨친 정성훈도 기대를 모은다. 문선재의 타격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넥센 - 주전 포수 수비율 9위 넥센의 약점은 포수였다. 넥센의 주전 포수 허도환은 실책 8개로 롯데 강민호, 한화 정범모와 함께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했다. 포수 수비율로 따지면 9위다. 도루 저지율은 0.273이다. 포일(passed ball) 숫자도 6개로 두산 양의지(7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포수가 마스크를 썼을 때 투수들의 방어율로 계산하는 포수 방어율도 4.14로 리그 7위였다. 넥센의 스프링캠프 숙제는 포수력 강화다. 백업 포수 박동원은 손목수술 때문에 시즌 초반 출전이 어렵다. 새로운 포수를 발굴하는 데는 실패했다. 허도환이 보다 나은 성적을 올려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은 “그래도 2년 연속 올스타 출전 선수”라고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지난 1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시즌 대비 체력측정에서 김시진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롯데 - 중심타선 장타율 0.406 롯데가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것, 관중수가 급감한 것은 모두 공격력의 심각한 약화 때문이었다. 지난 3년간 이대호·김주찬·홍성흔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자유계약선수(FA)로 빠져나갔다. 롯데의 3~5번 타율은 2할8푼. NC(0.255), KIA(0.271)보다 높았지만 중심타선에 더 필요한 기록인 장타율은 이들에 못미쳤다. 롯데 클린업의 장타율은 0.406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NC(0.419), KIA(0.444)보다 못했다. 겨울 동안 두산에서 최준석을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데려왔다. 둘을 합하면 242㎏인 거포 군단이다. 손아섭-히메네스-최준석-강민호로 이어지는 타순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다만 히메네스가 허벅지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출전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SK - 상대 우투 선발 때 승률 0.375 SK는 상대가 좌완 선발일 때 무시무시한 승률을 기록했다. 9개 구단 중 가장 높은 6할7푼5리였다. 상대가 왼손 선발을 낸 43번의 경기에서 27승3무13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우완 정통파에게는 되레 약했다. SK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상대 선발로 등판한 72경기에서 27승45패, 승률 0.37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를 만났을 때는 8승5패로 0.615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감독 교체에 따른 스윙 궤적 변화 요구가 선수들에게 적응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차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타격코치가 맥스 베너블에서 김경기 코치로 바뀐 것도 약점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타자 중에서 7명이나 FA 자격을 얻는다. ◆NC - 7회 이후 타율 0.228 NC는 신생팀으로 1군에 합류한 첫 해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숙제가 많다. 경험 부족 탓에 왼손 투수 상대 타율도 0.229로 리그에서 가장 처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뒷심’이 부족했다. NC 타선은 7회 이후 타율이 2할2푼8리에 그쳤다. OPS도 0.645밖에 되지 않았다. 7회 이후 타점도 136점으로 꼴찌였다. 그러다 보니 7회 종료 시까지 앞서 있던 54경기에서 43승2무9패를 기록해 승률(0.827)이 가장 낮았다. 삼성이 7회까지 앞선 경기 62경기를 모두 이긴 것과 대비된다. 경험 많은 베테랑 FA 2명(이종욱·손시헌)을 영입했고, 후반 싸움에서 집중력과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더할 계획이다. ◆KIA - 옆구리 투수 상대 타율 0.232 KIA는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졌다. 불펜 방어율은 5.30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나빴다. 원정 승률(0.468)보다 홈 승률(0.349)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도 문제였다. 지난 시즌은 유난히 ‘옆구리 투수’들이 득세하던 시즌이었는데, 거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KIA 타자들은 옆구리 투수 상대 타율이 2할3푼2리밖에 되지 않았다. 타격코치가 바뀌었다는 점은 약점 극복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다. 자칫 더 꼬일 수도 있다. 다만, 옆구리 투수에 원래 강했던 이범호가 부상에서 벗어나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대형이 옆구리 투수 상대로 얼마나 참아주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한화 - 테이블세터 출루율 0.328 한화 또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시즌이었지만 클린업 트리오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한화의 3~5번은 타율 2할8푼6리로 리그 6위였고, 출루율은 0.382로 넥센(0.388)에 이어 리그 2위였다. 역시 문제는 클린업 앞에서 밥상을 차려줄 테이블 세터진이었다. 한화의 1·2번 타자들은 타율 0.237로 리그 최하위였다. 출루율 0.328은 더욱 심각했고, 장타율도 0.304로 리그 바닥이었다.  지난 겨울 ‘밥상’을 새로 마련했다. 보상금을 포함해 160억원을 넘게 들여 정근우와 이용규를 잡았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테이블 세터진의 출루와 이를 통한 득점 증가는 마운드의 부담을 줄인다. 유망주 투수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스포츠]올 프로야구 흥행은 ‘막내하기 나름’(2013. 03. 25 18:10)
2013. 03. 25 18:10 스포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목표 관중 수를 753만8600명(평균 1만3088명)으로 잡았다. 겨울이 지났다. 봄이다.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2013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3월 30일 막을 올린다. 각 구단이 워밍업을 마치며 2013시즌의 주요 볼거리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은 9구단 NC의 합류다. 1991년부터 22년간 이어온 8구단 체제에 변화가 생기면서 시즌 운영방식도 상당 부분 달라진다. 3월 21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6-3으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9구단 시대와 흥행의 조건 올해 페넌트레이스는 홀수 구단 체제로 진행된다. 빙그레 이글스가 합류한 1986년부터 5년간 7구단 체제로 페넌트레이스를 벌인 뒤로는 처음으로 홀수 구단 체제로 시즌을 맞는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시리즈별로 한 팀은 쉬어야 한다. 경기 없는 팀이 나오게 되면서 팀별 경기 수는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체 경기 수는 532경기에서 576경기로 늘어났다. 경기 수 증가에 따라 프로야구 관중 수도 상향곡선을 그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목표 관중 수를 753만8600명(평균 1만3088명)으로 잡았다. 지난해 715만6157명(평균 1만3451명)보다 5.3% 올려잡은 수치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끌어올린 흥행 바람이 그대로 불면서 경기 수 증가분이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 관중몰이를 하려면 흥행구도가 짜여져야 한다. 페넌트레이스 순위 경쟁이 가급적 촘촘하게 이뤄지는 게 좋다. 선두팀이 승률 6할을 밑돌고, 최하위팀이 승률 4할을 웃도는 레이스를 하는 게 이상적이다. 막내 구단 NC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준비단계에서 NC에 대한 평가는 꽤 좋은 편이다. 스프링캠부터 NC 훈련 모습을 지켜본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공격력은 조금 처지는지 몰라도 투수력과 수비, 기동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탈꼴찌 싸움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야구 8번째 구단으로 1991년 1군리그에 합류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도 첫 해 꼴찌를 면한 이력이 있다. 당시 김인식 감독이 이끈 쌍방울은 승률 4할2푼5리를 기록하며 7위에 올라 승률 4할1푼3리의 OB 베어스를 맨 마지막 자리로 밀어냈다.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탈락 여파에 따른 흥행 기상도 또한 관심 대상이다. 시범경기를 지나면서 일단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범경기 첫 주말 LG팬으로 이른 아침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로 원정 응원을 한 정수연씨(27·회사원)는 “WBC는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다. 프로야구는 또 다르다고 본다. 국가대표팀 성적 때문에 좋아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사령탑이 무더기로 바뀌었다. ‘해태 왕조의 수장’으로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이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한화 지휘봉을 잡았고, 넥센 사령탑이던 김시진 감독은 롯데로 이적했다. 또 염경엽 감독이 넥센 코치에서 사령탑으로 승격돼 새출발한다. 2013 새 사령탑의 운명은 ‘새 사령탑 열전’의 중심에는 김응용 감독이 있다. 해태와 삼성 사령탑을 거치며 주로 최정상 팀들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지난해 최하위로 바닥권에 놓여 있는 한화를 어떻게 끌어갈지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1941년생으로 70대 초반으로 접어들었다. 더구나 2004년 삼성 감독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나 있던 터여서 달라진 프로야구 환경과 약팀 한화에 어떤 색깔을 낼지 늘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에 김 감독은 “나이 얘기와 8년 공백 얘기는 이제 그만 해달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해태 레전드들과 함께 한화 주요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종범 주루코치 등 특급 보좌진으로 배치하고 새 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한화 수뇌부로 자리하면서 한화와 KIA의 시즌 맞대결도 흥미롭게 됐다. 2월 24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해태 왕조’를 이끈 사제지간인 한화 김응용 감독(왼쪽)과 KIA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맞대결을 벌였다. 연습경기에 앞서 두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승호 기자 롯데 김시진 감독도 큰 짐을 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팀이다. 성적에 따른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다. 롯데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를 맛봤다. 팬들의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반면 올해 전력 상승 요인은 많지 않다. 김 감독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올해 ‘경남 라이벌’을 선언하며 창원에 자리잡은 NC와 16경기를 벌여야 한다. 상대전적이 화두에 오를 수밖에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팀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을지 관심사다. 지난해 홈런왕(MVP)과 신인왕(서건창)을 배출하며 갈수록 팀은 다져지고 있어 올해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시즌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은 팀은 KIA다. 우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IA는 지난해 선동열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뒤 야심차게 ‘타이거즈 르네상스’ 시대를 열려 했으나 부상선수가 속출하며 5위에 그쳤다. 선 감독은 시즌을 맞으며 “부상만 없다면…”을 전제로 시즌 예상을 시작한다. 지난해 김상현-이범호-최희섭 등 중심타선 전원이 부상으로 낙마하는 등 줄곧 ‘잇몸’으로 싸운 것이 그토록 아팠기 때문이다. 실제 KIA가 부상을 최소화하고 시즌을 치른다면 치고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중심타선이 부상에서 돌아와 제자리를 잡은 데다 롯데에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이적한 김주찬의 합류로 이용규-김주찬으로 이어지는 최강 테이블세터진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윤석민-김진우-서재응 등 토종 선발진을 주축으로 마운드도 상위권에 있어 여러 모로 자신감을 가질 만한 시즌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팀 삼성과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2002년 이후 가을야구 도전 10전11기에 나선 LG 또한 시즌 초반부터 집중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최근 11년 사이 가장 좋은 분위기로 시즌을 맞고 있다. 리즈와 주키치 등 검증된 외국인투수 2명과 또 한 시즌을 함께하는 데다, 삼성 출신 FA 정현욱의 영입으로 마무리 봉중근이 버티는 불펜진이 막강해졌다. 지난해 중위권 이상이던 팀타선도 건재해 4강을 넘볼 만한 시즌이다. 한국시리즈 6차례 연속 진출팀 SK는 최악의 위기에서 시즌을 출발한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첫 우승을 했던 2007년 이후 부상선수가 가장 많은 상황에서 본경기에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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