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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날뛰는 플랫폼 길들이기(2024. 09. 27 16:00)
2024. 09. 27 16:00 경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있는 틱톡 건물. AP연합뉴스 틱톡을 좋아했던 열 살 소녀의 의도하지 않은 죽음. 2021년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틱톡의 ‘기절 챌린지’ 소송이 새 국면을 맞았다. 기술 플랫폼의 수호신과도 같았던 미국 통신품위법 제230조 적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제3 순회 항소법원은 ‘위험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노출한 틱톡에 관대함을 베풀지 않았다. “틱톡 역시 알고리즘으로 특정한 사용자에 추천되는 콘텐츠를 직접 고르고 있는 것”이라며 면책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등장했다. 프랑스 검찰은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대표인 파벨 두로프를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했다. 텔레그램 쪽은 “플랫폼이나 플랫폼 소유주에게 해당 플랫폼 남용 사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터무니없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동적 중개자론’을 펼치며 면책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기소 자체가 던지는 신호는 의미심장하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취해진 두 가지 조치는 디지털 플랫폼 발전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플랫폼 안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여서 그렇다. 그간 빅테크 플랫폼은 표현의 자유, 산업 발전, 기밀 보장 등의 이유로 폭넓은 면책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제230조 뒤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플랫폼이 ‘선할 것’이라는 신뢰가 깨져서다. 그만큼 기술 플랫폼을 향한 책임 부과가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국면이다. 텔레그램 로고 이미지. AP연합뉴스 두 조치의 파장은 유튜브와 오픈AI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전장치 개발에 둔감한 오픈AI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오픈AI는 일반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연이어 설파하면서 AI의 기술적·산업적 가치를 한껏 부풀리는 데 여념이 없다. 반면 AI의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해체했다. 핵심 인재들도 이 회사를 떠났다. 안전과 책임성은 늘 그렇듯 실리콘밸리식 성장과 성공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는 사이 챗GPT를 활용한 사이버 범죄는 서서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챗GPT의 보안 취약점을 활용해 악성코드를 고도화하거나 피싱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AGI 개발에 비해 안전에 턱없이 적게 투자해온 그들의 뒷모습이다. 오픈AI 로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역사적으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는 ‘기술의 과장’을 통해 성장의 모멘텀(추진력)을 구축했다. 과장의 마케팅으로 자본과 사용자를 모으고 혁신의 이름으로 부정적 외부 효과를 정당화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랫폼 안에서의 범죄, 허위정보 및 유해 콘텐츠의 유통은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방치해야 할 그 무엇이었다. 성공만 하면 돈으로 무마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이렇듯 ‘날뛰는’ 플랫폼을 길들이기 위한 제도적 행보가 시작됐다. 기술 발전과 기업 보호라는 화려한 구호 앞에 안전을 뒤로 밀쳐뒀던 국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관련 입법도 시도되고 있다. 저항과 반발이 있겠지만, 인류를 위해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에도 힘이 실려야 할 때가 됐다.
IT칼럼
[IT칼럼]크리에이터와 디지털 플랫폼(2024. 01. 30 05:30)
2024. 01. 30 05:30 경제
Photo by Collabstr on Unsplash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창작자 경제)’는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생태계를 뜻한다. 이 경제체계의 핵심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이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팬과 소통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분야는 엄청난 성장을 보이며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2500억달러 규모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이 2027년 4800억달러 규모로 약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세와 거의 일치하는 추정치다. 그리고 전 세계 크리에이터 중 약 4%만이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직업적으로 유의미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성장하더라도 이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디지털 플랫폼 업체들의 크리에이터 확보는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하려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광고 수익 공유, 후원, 구독 모델을 비롯해 기술적 지원, 교육, 네트워킹 기회, 심지어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을 선택할 때 수익 창출 능력,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콘텐츠의 도달 범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 플랫폼들은 이러한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알고리즘 개선을 통한 더 나은 콘텐츠 노출, 고유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콘텐츠 형식의 도입,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능의 추가 등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능과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은 전문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회사, 콘텐츠 제작 도구 개발사, 마케팅 및 브랜딩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든다. 이러한 지원 업체들은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팬을 늘리고 수익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도 여러 이슈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위 4%의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상당한 수익을 가져가는 수익 불균등 문제가 나타난다. 자유경쟁시장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의존성과 독과점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변경이나 정책 개정은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수익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의 대폭적인 가격 상승에서 알 수 있듯이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는 종종 저작권법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디지털 창작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창작과 소통 방식을 제시할지 기대가 모인다. 어떤 식으로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미래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IT칼럼
1인 출판 지원 ‘플랫폼P’ 구청장 바뀌고 존폐위기(2023. 05. 19 11:25)
2023. 05. 19 11:25 문화/과학
ㆍ마포구, 관련 조례 무시하고 쪼개기 계약 ㆍ“구민 28% 불과해 일자리센터로 개편”에 ㆍ“디자인·출판진흥지구 특수성 무시” 지적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 마포구청 홈페이지 서울 홍대입구역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코-스테이션(CO-STATION) 건물 2·3층에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가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8월 개관한 플랫폼P는 창업 초기 출판사, 스타트업, 1인 창작자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개관 당시부터 입주자 모집 경쟁률이 5:1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 출판 관련 세미나·콘퍼런스·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제공, 국제교류행사 개최 등 섬세하고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입주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편집자, 작가,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출판·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루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플랫폼P의 지원을 바탕으로 1인 출판사 등 신생 출판사들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창작자들은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직종이 어우러진 공간은 출판·예술계에 활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다. 존폐위기에 놓인 플랫폼P 지난 3년 동안 신진 출판인·창작자들의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플랫폼P가 최근 존폐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마포구의 플랫폼P 운영 정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플랫폼P는 지난해 연말부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마포구는 출판물 관련 업체를 선정해 플랫폼P 운영을 위탁해왔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출판문화진흥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3조는 “구청장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출판문화진흥센터의 운영을 위탁할 수 있으며, 위탁기간은 3년 이내로 한다. 다만 구청장은 수탁자의 운영실적 등을 평가하여 위탁기간을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는 지난해 연말 위탁운영사와 계약만료 시점이 도래했음에도 해당 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업체를 찾아 신규계약을 맺지도 않았다. 마포구는 기존 위탁운영사와 3개월 계약연장을 하고, 이후 다시 9개월 계약을 하는 등 쪼개기 계약을 이어갔다. 지난 3월 29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 구청의 쪼개기 계약이 지적됐다. 차해영 마포구의원은 “2020년 9월 문화예술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관리운영 성과평가를 했는데, 100점 만점에 82.5점으로 우수평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차 의원은 이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마포구의회 예결위에서 해당 업체에 운영을 재위탁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플랫폼P가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차 의원은 “당시 구청 문화예술과장도 ‘내년도에 (의회가) 예산 많이 지원해주면 좀더 좋은 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라며 “지난해 12월 구청이 정식계약 연장이 아닌 3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하고, 2월에 12월 31일까지 9개월 연장계약을 진행하게 된 사유는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마포구청은 지난 4월 출판과 관련이 없는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 15명을 플랫폼P에 입주시키기도 했다. 또 플랫폼P 입주자 자격도 변경해 마포구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로 입주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최근에는 위탁운영사에 4기 신규 입주자를 뽑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오는 7월이면 2020년 입주한 1기 입주자들이 3년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플랫폼P를 떠난다. 새로운 입주자를 뽑지 않는다면 대거 공실이 발생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플랫폼P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기 입주자인 김은화 딸세포 대표는 “2021년 선발된 2기, 2022년 선발된 3기 입주자들은 심사를 거쳐서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인데, 구청이 ‘마포구 1년 이상 거주자’로 조건을 제한하면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또 예년대로라면 4월에 모집 공고가 나와 5월에는 신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어야 하는데, 진행이 전혀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포구민을 위해서? 마포구청 관계자는 파행 운영과 관련해 “위탁기간은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3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규 입주자 모집 중단과 관련해서는 “2024년에 플랫폼P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려고 한다. 개편을 앞두고 신규 입주자를 모집하게 되면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으로 계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규 입주자 선발을 중단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 마포구청 홈페이지 출판문화진흥센터 개편 방향에 대한 마포구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다. 조현익 플랫폼P입주사협의회 회장은 “마포구청장의 발언과 마포구청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마포구청은 플랫폼P를 마포구민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일자리센터나 창업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에 출석한 박강수 구청장은 “입주 구성원 중 마포구민은 28%에 불과한 출판문화진흥센터에 국비와 시비의 지원은 전혀 없이 연간 10억원이 넘는 운영비가 구비로 투입되고 있다”라며 “기존 센터를 마포구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 관련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창업지원센터로 운영하고, 일부는 마포 지역의 출판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마포구가 관련 조례를 지키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출판문화진흥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7조(운영위원회 구성), 제8조(운영위원회 기능)에 따르면 플랫폼P 운영 등에 관한 주요사항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사업 입주, 신규 입주자 선발 등은 운영에 관한 결정인 만큼 구청직원과 외부인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마포구청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또 ‘마포구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편하겠다는 방향은 플랫폼P의 설립 배경인 ‘마포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마포구의 홍대·합정·연남·망원 일대에는 다수의 출판사와 독립서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0년 서울시와 마포구는 홍대 앞 일대를 ‘마포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플랫폼P는 이러한 마포구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설립됐고, 쇠퇴하고 있는 출판·디자인 산업을 강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다. 현재 서울시는 마포구를 비롯해 모두 6개의 자치구에서 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 현황과 활성화 방향>(오은주·양재섭·허등용·윤종진)’에 따르면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밀집한 서울형 전략산업과 첨단산업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사업 및 특정개발진흥지구’ 제도를 운용 중이다. 마포구 외에 종로 귀금속지구, 성수 IT지구, 동대문 한방지구, 중랑 패션봉제지구, 중구 인쇄지구 등이 있다. 진흥지구 지정의 목표는 당연히 해당 지역 권장업종의 성장이다. 보고서는 마포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구에서는 권장업종의 규모 증가, 특화도 증가 같은 현상이 확인돼 전반적으로 권장업종이 진흥지구 내에서 지속성장하거나 진흥지구에서 권장업종의 산업경제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마포구에서만 진흥지구 지정 이후 해당 산업이 쇠퇴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급등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주효했다고 분석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좀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익 회장은 “2010년 마포구가 디자인·출판진흥지구로 지정된 이후, 마포구청의 주도로 출판산업을 키우고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왔다”라며 “플랫폼P 또한 마포구 외부에 있는 출판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앵커시설(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핵심 거점 공간)로 만들어졌다. 입주자 중 마포구민이 28%라는 이유로 이 센터의 용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장기적인 산업 정책 차원에서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플랫폼P의 한 입주자는 “마포구민도 봉제 창업을 하기 위해 중랑구의 지원센터를 가는 등 다른 자치구의 앵커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만약 해당구가 자기 구민만 받겠다고 하면 마포구민의 이익 또한 훼손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일방통행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해에도 관내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로 용도 변경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려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마포구청은 지난해 10월 27일 작은도서관 9곳의 수탁 운영을 맡길 기관 선정 결과를 발표했으나, 열흘 만에 이를 번복하고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로 직영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마포구청은 기존의 작은도서관 기능은 유지하면서 야간에 이용가능한 스터디카페를 결합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에 따르면 작은도서관 대부분이 동주민센터와 연결돼 야간출입이 어렵고 규모가 워낙 작아 스터디카페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없다. 주민들의 반발로 마포구청은 이후 정책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 5월 3일에는 당시 구청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는 이유로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을 파면해 또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송 관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예산 30%를 삭감하라는 지시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수탁 협약 체결이 다 끝난 작은도서관들을 독서실로 전환해서 ‘동(洞)문고’가 운영하라는 지시는 더 이해가 안 간다”라고 적었다. 인사위원회는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마포구청장의 작은도서관 운영 검토 방향에 대해 불신과 오해가 생기도록 했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구청의 정책에 비판하는 의견을 개인 계정에 올렸다는 이유로 최고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이 결정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포구립작은도서관을지키는사람들’을 비롯한 마포 주민들은 마포구청에 송 관장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성명서를 전달했다. 작은도서관은 오랜 세월 마포구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온 풀뿌리 공간이다. 플랫폼P는 오랜 세월 출판산업의 거점이 됐던 마포구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 업계 종사자들과의 소통 없는 마포구청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간]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外(2023. 03. 24 12:50)
2023. 03. 24 12:50 문화/과학
ㆍ목숨 건 운전 부추긴 배달플랫폼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근로복지공단 집계에서 지난해 산재신청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속한 ‘우아한청년들’이었다. 건설, 중공업, 제조업 등 산재 발생이 빈번한 산업현장을 제치고 플랫폼 기업이 산재신청 1위를 기록한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일명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노동자들의 사고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봤다. 대부분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이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초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겪는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선 2016~2018년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 사망했다. 이중 3명이 첫 출근날에, 3명은 그 이튿날에, 6명은 출근 보름 안에 사망했다. 계절과 날씨, 차량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도로 여건이나 오토바이 운전 미숙이 불러오는 사고가 많다. 저자는 반복되는 배달노동자 사고의 근원에는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배달플랫폼이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들은 배달 가능 건수를 늘리기 위해 “배달 경험이 없어도 쉽게 가능”이라고 선전하며 초보 배달노동자를 무한 모집한다. 실시간으로 배달료를 변동시켜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비나 눈이 오는 날 높은 배달료를 지급하거나, “일주일에 275건 이상 배달 시 65만원 지급”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서다. 배달플랫폼이 배달노동을 외주화하며 과거 기업들이 짊어졌던 책임들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겼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배달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체계 도입, 이륜자동차 면허·관리체계 정비, 배달노동자 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을 제안한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페퍼니 프레스턴 지음·허성심 옮김 알레·2만3000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매 순간 다정함(이타성)이 이끄는 대로 타인을 돕는다. 정작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이타주의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 이타성은 타고나는 것인지, 인간만의 전유물인지 등을 탐구한다. ▲수령, 독재의 정석 한병진 지음·곰출판·1만8000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을 ‘수령’과 ‘엘리트’로 분해해 비교정치적으로 분석한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변동성에 주목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심리·역사학 등으로 북한의 수령 체제를 파헤친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정경윤 외 지음·길벗·1만9800원 반도체에 이어 향후 글로벌 4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종합 보고서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과 완성차 업체의 전략부터 원자재 전쟁, 이차전지 업체 간 경쟁과 합종연횡에 이르기까지 관련 산업생태계 전반을 조망한다.
신간
[특별기고]‘플랫폼 독점’에 길든 우리(2022. 10. 21 11:08)
2022. 10. 21 11:08 경제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분당 SK C&C 데이터센터 건물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거의 온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이 반나절 이상 두절됐다. 카카오맵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T(택시)가 먹통이 되자 콜을 받지 못하는 택시기사들이 조기 퇴근하고, 승객들은 손을 들어 택시를 부르던 시절로 돌아갔다. 비즈니스 카톡 채널이 먹통이 되자 상인들은 주문이나 예약 내용을 알 수 없어 혼돈에 빠졌다. 카카오페이(결제)를 못 쓰니 송금과 결제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도 있었다. 다음 한메일은 며칠이 지나도록 온전히 복구되지 않아 계속해서 전송과 수신 에러가 났다. 일러트스 / 김상민 기자 복구가 지체되면서 시민의 일상과 경제활동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카카오의 유·무료 서비스에 연결해 생계를 도모하던 이들의 피해가 컸다. 대부분 시민은 결제, 교통, 일정 등 일상 업무에서 애를 먹었다. 그들의 일상 소통이나 상시 단톡방 회의에도 어려움과 불편함을 야기했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가 우리 사회 어디든 존재하는 범용의 플랫폼이 됐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카카오의 각종 플랫폼 앱에 빠르게 길들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됐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들이 시장 잠식은 물론이고, 우리 의식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리스크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화재 탓이지만 알고 보면 인재 사건의 발단은 알려진 것처럼 SK C&C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관리 부실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발열이 높은 데이터센터에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가 지적됐다. 그보다 본질적 문제로, 많은 전문가는 천재지변 등 위기에 대응해 카카오가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DR)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먹통 사고를 초래했다고 본다. 디알(DR)은 메인 서버 외에 다른 데이터센터에 ‘이중화’를 해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디알의 이중화를 소홀히 해 발생한 데 있다. 판교 데이터센터에 메인 서버 대부분을 두면서 재난 등 잠재적 위협 상황에서 이를 여러 다른 센터에 분산해 신속 가동할 수 있는 복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디알은 일본 등 지진이 많은 지역에서 데이터센터의 안전관리를 위해 고안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번처럼 화재 상황에서 판교 데이터센터의 주 시스템이 타격을 입더라도 그와 거의 동일한 환경의 백업시스템을 다른 외부에 구축해 바로 가동하도록 하는 이른바 ‘미러사이트’가 부재했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제대로 된 미러사이트의 구축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부담 때문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소홀했고, 이런 위기 취약 상황에서 먹통 사태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가 내년 중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거의 전 국민의 데이터를 다루는 거대 기업이 안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안이하게 데이터 서버 관리시스템을 운영했다면 사회적 책임이 위중하다. 분기별 매출이 수조원대에 이르고, 인터넷업계 매출 1위를 구가하는 기업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골목상권까지 비집고 들어가 130여개가 넘는 계열사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 욕망에 비교해 턱없이 낮았던 한국형 플랫폼의 기술 설계에 대한 안전의식이 카카오 먹통 사고로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율규제와 플랫폼 국가인프라 담론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카카오처럼) 국가 기반 같은 인프라 수준인 경우에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곧바로 그는 카카오 사태 재난대응상황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급에서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도록 지시했다. 대통령실 또한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이버안보 테스크포스’를 꾸려 사이버안보 상황점검 회의를 열기도 했다. 예외적 행보들이다. 자율규제의 일관된 기조와 달리 이번 사고에 정부의 반응이 빠르고 때로는 플랫폼 독점 문제에 엄격해 보이기까지 한다. 평소 플랫폼 ‘갑질’에 이렇다 할 규제 장치는 고사하고, 플랫폼의 전방위적 시장 독점과 횡포에 대해 ‘자율규제’ 슬로건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처음부터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시장 개입을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꺼렸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고, 재난 대비 관리 의무를 ‘이중 규제’라며 면제해주는 등 최근까지 데이터 시장 부양에만 골몰했다. 가령 지난 8월에는 공정거래위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 법적 제재를 취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까지 폐기하고 대신해 민간 자율기구를 띄워 자율규제 입장으로 급선회하기도 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 태세 바꿈을 하는 것일까? 이번 사안의 엄중함도 있겠지만, 정부가 이제까지 시장을 다룬 관점에서 보자면 외려 카카오 사태로 인해 플랫폼 시장 문제 전반으로 번질 여론의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처럼 보인다. 과기부 장관이 카카오 경영진에 앞서 먼저 사과하고, 과기부가 카카오의 빠른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는 돌출 행위가 그런 짐작을 가늠케 한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윤 대통령의 언급에서처럼 정부가 카카오를 ‘국가기간통신망’이나 ‘국가 기반 인프라’로 추켜세우는 데 있다. 일면 카카오의 기능이나 효과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언급은 이번 카카오 사태로 인해 위기 대비용 ‘긴급복구 체계에 대한 의무조항’ 등 여러 플랫폼의 위기관리 법안과 규제안 마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카카오의 존립 근거를 ‘대마불사’로 보는 우려할 만한 관점이 녹아 있다. 기실 카카오를 국가 인프라로 취급할수록 장기적으로 정부가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시장 반독점 규제 정책을 제대로 구사하기에 더욱 어려운 딜레마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이광석 교수는 2020년 출간한 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디지털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드러낸다. 기술 자체를 사회 혁신과 진보로 등치하거나, 기술이 우리의 취향을 조정하는데도 이를 풍요로운 자유 문화처럼 보는 허구를 뒤집어본다. ‘닷컴 시장 교란종’이던 카카오를 현재의 국가기간망처럼 보이도록 부채질했던 과오는 어찌 보면 각종 공적 서비스를 카카오톡 알림 등에 쉽게 연동해왔던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무신경증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빵에 배합된 소금처럼 이미 한번 기술적으로 굳어져 사회적으로 특정의 기술 디자인이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 그 관행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규제의 공백지대에서 마구 헤엄치던 시장 포식자를 그저 방관해왔던 시절에다 카카오 플랫폼에 각종 공적 서비스를 얹혀 연동해오던 관행이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대한 플랫폼 공룡을 국가가 나서서 키운 꼴이 됐다. 시장 독점과 의식 독점 카카오는 현재 독과점 판단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하기가 까다로운 기업체이다. 가령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면 독점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카카오의 경우 무료서비스 부분에서 매출이 잡히지 않는다면, 기존의 독과점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국내 기업 가운데 계열사가 두 번째로 많은 공룡기업이다. 4700만 국민의 활성 이용자를 갖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게임, 은행, 택시, 엔터테인먼트까지 세포분열하듯 시장에서 세를 키워왔다. 그럼에도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는 카카오 플랫폼의 포식성을 직접 규제하려는 힘이 미약했다. 플랫폼의 문제는 시장의 무차별 폭식과 자본 축적을 넘어 그것이 인간 의식과 일상에 파고들며 중독과 의존을 유발하는 데 있다. 즉 시장 독점에 더해 플랫폼은 일종의 ‘의식 독점’을 꾀한다. 매출액 규모에 의존한 시장 지배력으로만 플랫폼 독점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정황인 셈이다. 규제의 틀로 플랫폼 기업의 매출액 규모는 물론이고, 이용자와 입점업체 수, 이용 빈도와 연계 서비스 연결 정도, 시가총액, 알고리즘 등에 의한 시장 교란 및 우월적 지위 남용 등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판단할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 플랫폼 독과점 양상을 비가시적인 의식 독점과 연계해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카카오 플랫폼의 전면 국유화 주장도 간혹 제기된다. 설사 그것이 실제 가능하더라도 이는 다소 위험한 발상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카카오의 일상 시민 데이터가 국가 관리의 데이터 체제에 병합된다면, ‘플랫폼국가’ 빅브라더에 의한 초유의 사회 통제모델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카카오 불통이 주는 성찰의 시간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그와 호환 가능한 유사 경쟁 앱들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직후 카카오톡 사용자 200만명 정도가 이탈해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터넷 역사에서 보면 유사 앱 서비스 이동은 단순히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의식 독점을 강하게 행사하던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탈카카오’의 증가세는 일시 이동 현상으로 봐야 한다. 특정 플랫폼의 의식 독점을 무력화하는 이용자들의 저항 행위로 해석하기 어렵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이번 먹통 사고 또한 물리적 인프라의 재난관리체제 허술함과 물리적 인프라의 안전 대비 중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관성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늘 독립된 무형의 비물질로 보지만 물리적 물성의 세계에 단단히 매여 있다는 사실을 간혹 망각하는 우리를 호되게 깨친다. 유사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의 전 국민을 서비스 고객으로 삼는 거대 플랫폼의 경우에는 그 어떤 업체들보다 데이터 보관 관리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 네이버 등 한국형 거대 플랫폼이 지니는 약탈적 가격정책, 수직적 통합, 시장 지배력 등 시장 독과점 문제를 다시 살피고, 이번 기회에 의식 독점의 규제 기준까지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시장과 더불어 의식세계에 걸쳐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크다면, 필요시에 이에 근거해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특정 플랫폼 의존 리스크를 분산하고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카카오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불편과 피해를 봤지만, 한편으로 플랫폼으로의 연결 강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공백의 시간을 우리에게 잠시 마련해줬다고 본다. 카톡 스트레스와 연결 강박에서 벗어나면서 아주 잠깐이나마 심리적 해방감마저 일게 했다. 결국 이번 카카오 불통 사태는 한국형 플랫폼 독점 문제의 징후적 사고로 각인되기도 했지만, 플랫폼 의식 독점이 잠시 멈주자 정작 우리가 잃어버린 공통의 감각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는 성찰의 순간을 선사했다.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11)“재생에너지 금융 플랫폼 만들었어요”(2022. 07. 08 14:24)
2022. 07. 08 14:24 경제
ㆍ핀테크 스타트업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스티븐 슈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생물학·환경공학 교수가 1997년에 쓴 <실험실 지구>라는 책이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지식을 소개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그 책에 이런 비유가 있다. 개구리를 서서히 차가운 물에서 끓이면 죽고, 펄펄 끓는 물에 넣으면 놀라서 펄쩍 뛰어나가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구온난화에 안일하게 대응하면,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지난 7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재생에너지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초등학교 때 이 책을 본 후 남다른 각성을 했다.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 에너지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다 30대에 접어들어 재생에너지공학 분야전문성을 쌓고 싶어 덴마크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창업했다. 윤 대표는 기후위기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오랜 소망을 이룰 기회를 금융에서 찾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주민이 투자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다. 주민이 직접 자기 돈으로 투자해야 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7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윤 대표가 들고 온 자료 첫 장에는 ‘디지털 기후금융 플랫폼, 탄소중립 시민들과 10년 앞당기기’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이날 그가 강조한 ‘에너지 시민 육성’과 통하는 제목이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RE100 캠페인이 콘텐츠 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는 남들이 안 하던 시절(약 12년 전), 하와이에서 태양광과 바이오 에너지로만 100% 돌아가는 녹음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녹음한 앨범에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었다고 명기한 최초의 가수였다.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많은 사람이 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최근 목표를 달성하였다. JYP 엔터테인먼트도 RE100을 달성했다. K팝 업계가 환경 분야의 책임을 강화하라는 팬들과 투자자들의 요구도 크게 받고 있다고 들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핀테크의 역할은. “에너지 분야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주는 솔루션을 만드는 게 우리 회사의 미션이다. 클라이밋(기후위기) 핀테크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 전기차 충전사업, 농축산업의 탄소저감 활동, 그린빌딩 등 녹색분류체계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 관심이 많다. 현재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펀드, RE100 솔루션 제공을 주로 하고 새롭게 전기차 충전 사업 등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해당하는 사업들에도 투자하고 있다. 탄소신용평가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의 경제적 영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져 증발하면서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고 다른 지역에는 가뭄이 생긴다. 땅이 마르면 탄소 저장 능력이 떨어지고, 동물이 이동하면서 전염병을 퍼뜨린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위기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만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 규모가 420조원에 달한다. 데이터로 조사되지 않은 걸 포함하면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기업들이 산불이 난 후 나무를 심겠다고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을 먼저 내놓지 않으면 힘들다. 한국은 기후 후진국이라 할 수 있다. 많이 높아졌다지만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년째 OECD 꼴찌에 머물고 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3위다.” -기업이 탄소중립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탄소국경세다. 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전체 수익의 5% 정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대만의 TSMC는 1년 매출이 75조원이다. 75조원의 5%라면 3조5000억원 넘게 탄소세로 나가게 된다. 삼성전자가 만약 지난해 매출 280조원의 5%를 낸다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것도 우리 정부에 내는 돈이 아니다. TSMC는 매년 매출의 2%를 기후위기 대응에 써 탄소세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쉽지 않겠지만 삼성전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사에 공급망까지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기업들의 주식이 폭락할 가능성을 대비해 미리 리스크를 점검하자는 취지다. 애플 1차 협력사만 국내에 200여개, 2~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8000개가 넘는다. 이렇게 연결된 회사의 탄소배출 정보까지 다 공개하라는 거다. 감축 계획 수립과 탄소 배출의 체계적 관리가 중요해졌다. 국제회계기준(IFRS)도 재무정보 외에 비재무정보의 하나로 탄소배출량 검증 내용을 포함하도록 새롭게 정비했다. 1년 이내에 의무화가 될 예정이라 이것도 준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참여할 때의 이점은. “태양광은 기술이 발전하고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풍력도 10년 전엔 발전기당 4~5MW가 최대였다면, 지금은 15~20MW까지 커졌다. 필요한 설치면적은 유사한데, 발전량은 4배 정도 커졌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지난 10년간 약 85% 저렴해졌다. 남은 문제는 지역 수용성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나 소액으로도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최근엔 주민들은 자기 자금 투자 없이 100% 대출로 참여하여 단순 현금보상 형태의 주민참여 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단순히 돈으로만 각인된다. 내 돈으로 직접 물건을 구매하면 더 꼼꼼하게 비교해보듯 자기 돈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생기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지역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과거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역 주민의 참여 기회가 없고, 정보도 불균형하고, 이익도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10건 중 8~9건이 주민참여 사업으로 진행된다. 가평의 자전거 도로에 태양광 지붕을 씌우는 사업은 수익률 11%를 목표로 10억원을 모집하는데 2시간 만에 끝났다. 공공기관의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시민참여로 설치한 사례도 늘고 있다.” -에너지 시민 육성을 강조했다. “독일은 8000만 인구 중 800만명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자기 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고 있다. 내 돈을 직접 투자하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에너지는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쓴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하게 된다. 우리도 독일처럼 재생에너지가 단순 돈덩어리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함께 만들어 가는 에너지 시민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고,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 나무가 건강히 자라려면 실뿌리부터 영양분을 잘 빨아들여야 하듯, 우리 에너지 생태계의 가장 작은 실뿌리인 지역 주민들을 키워내야 한다. 이들이 주권을 갖고 에너지 시민이 돼야 나무가 굵어지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처음엔 힘들지만 한 지역에서 2개 사업 정도를 성공시키니깐 지역 주민들의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이 (내 지역에 설치해달라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으로 바뀌는 걸 봤다. 오랜 기간 지역과 밀착해 재생에너지 직접 투자기회를 드리고, 정기적으로 주민들의 통장에 돈이 들어가면 그만큼 지역에서 신뢰가 생긴다. 그 결과 안 쓰던 땅에 새로운 재생에너지가 들어서고, 공동체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
[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16)소셜 플랫폼의 불편한 미래(2022. 07. 08 14:23)
2022. 07. 08 14:23 경제
1989년 한국 증시에 기린아 같은 주식이 하나 상장을 했다. 국영기업이던 한국이동통신이 상장돼 주목을 받은 것인데, 이 회사는 1994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SK텔레콤이란 이름으로 변경됐다. 국가자본으로 성장해 무선통신서비스의 독보적인 위치에서 증시에 등장했다. 1991년 1월 기준으로 보면 당시 주가는 1000원 남짓했으나, 2000년에는 9만원을 육박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10년 동안 기업실적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기업가치도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만큼 비대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 그래픽 /경향신문 제공 당시 SK그룹이 이 기업을 얻지 못했으면 당시 경쟁하던 효성, 코오롱 등 섬유출신 그룹들과 지금도 비슷한 정도의 기업 반열에 있을 공산이 크다. SK가 이동통신사업에서 번 돈이 후일 2011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인수의 자본 여력이 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무선통신 시장에서 독점이윤을 누리는 민간의 공룡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당시 정부는 대항마로 국영기업인 한국통신을 KT란 이름으로 민영화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그 체제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돌아보면 SK텔레콤의 봄날은 여기까지였다. 주가도 2002년 KT가 상장하고 난 후 SK텔레콤은 20년 가까이 2000년 당시의 최고가(8만7000원)를 상회하지 못했다. 요즘에서야 2000년도의 최고가 주가 부근을 겨우 회복한 상태다. 통신서비스는 소득분배의 역진성이 있는 상품이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에게 가격조정이나 할인 배려가 없는 상품이다. 기술 표준화로 독점기업이 이윤을 증가시켜도 소비자에게는 이익환원이 없다. 이런 경우 정부는 국영기업을 등장시켜 독점경영의 사회성을 보완하게 된다. 자유경제의 교과서 격인 미국도 한때 금융회사들의 국유화 전환을 검토한 적이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이 발발하자 국민의 재산상 피해를 막아보고자 세운 대책 중 하나가 문제은행들을 국유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심 끝에 은행의 국유화 조치 대신 미봉책으로 양적완화(QE)라는 초유의 금융통화정책을 동원했다. 유럽과 일본은 민간철도회사들의 경영행태가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치닫자 20세기 중반에 각각 국유화의 깃발을 내걸고 하나둘 국유화의 기반을 넓혀나가 오늘의 국유철도 상황을 만들었다. 사유철도 위주인 미국철도도 이런 정책을 여러차례 검토했지만, 결국 그들은 자동차산업의 대체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하는 주택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베를린 시민들이 2021년 독일의 양대 임대주택회사(보노비아와 도이체보넨)를 국유화해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정부가 나섰고, 두 회사는 국유화 대신 ‘합병’이라는 대안을 택했다. 오늘의 통합 보노비아 회사가 바로 그것인데, 이 회사는 서민들의 편에서 공공편익을 지키기로 약속을 한 후에야 격분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있었다. 소셜 플랫폼의 등장과 우려 코로나19 이후는 어떨까. 대면 경제가 위축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만나고 물건을 주문했다. 영화와 같은 무형 콘텐츠도 집에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와 소셜 마켓플레이스 등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소셜 비즈니스 회사들이 발군의 경영성과를 거두게 된 배경이다. 요즘 메타 플랫폼스(옛 페이스북)와 트위터 등 각종 소셜 플랫폼들에 대한 국가의 감시와 사회지성인들의 간섭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일반 시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무엇보다 정보상품은 지성 증진과 소득 배분에서 자칫 역진성이 있다. 어린 청소년들이 자기 이익 보호에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와 강자 간의 공익성을 국가와 지성이 참여해 바로잡고 지키려는 움직임이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대형 염가매장이 동네에 들어오면 보통은 주변 10㎞까지의 작은 구멍가게들이 생업에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글로벌 소셜 마켓플레이스까지 안방으로 들이닥치면서 자영업은 더더욱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대형극장이 들어오면 동네 작은 극장들은 일순간에 사경을 헤맨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영상서비스기업이 등장하면서 대형극장도 문을 닫는다. 실제로 서울의 유서 깊은 대형극장인 서울극장은 코로나19 고통 속에서 급기야 폐업했다. 그래픽/경향신문 제공 일상 회복, 그리고 감시와 견제 각국은 코로나19 영향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장기간의 일상단절이 주는 경제적 폐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재창궐의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스레 사회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미국의 소셜 비즈니스 모델인 초대형 상장사들의 주가가 갑자기 추풍낙엽이 되고 있다. 물론 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주가 급락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것 같다. 주가 하락의 양상과 시점은 그동안 순항하던 소셜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 형태의 이익 폭증과 주가 드라이브가 인간사회의 외부활동 재개와 함께 정부 규제와 공공 감시의 제어를 받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소셜 플랫폼들의 비즈니스가 기술혁신을 타고 점점 확산하는 한 코로나19 이전처럼 인력이 집단·조직화하고 대면 교류하는 일상의 완전한 복원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소셜 플랫폼 비즈니스의 혁신효용과 사회적인 인간 생존비용의 상호 편익을 거시적으로 따져야 할 시점이다. 당장 어려운 국민에게 기본소득이나 공익자본을 고루 지급해야 할 판국인데, 인간사회 편익을 위한다고 등장한 정보기술 혁신과 플랫폼 기업의 창발성이 소득불평등과 자본집중의 폐해를 자극한다면 국가나 여론이 적절히 제어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엄연한 당위를 갖는다. 따라서 지금 세대에겐 익숙하고 마냥 좋게만 보이는 소셜 미디어와 소셜 비즈니스 기업들이 향후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 이 점은 가상자산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 시대에 어느 산업들이 붐(boom)으로 번지면 반드시 둠(doom)으로 간다는 점을 역사는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0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당시 미국 주식의 90%가 넘었던 철도주식은 서서히 파산했다. 한때 1만개가 넘던 미국 자동차회사도 이젠 다 통폐합되고 사라지면서 미국 회사로는 포드, GM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러시아가 폭력적인 전쟁을 일으켜 이웃나라를 유린하고, 코로나19가 목숨을 앗아가는 현실은 이제 우리에게 낭만적 공존의 시대가 다시 어두워짐을 암시한다. 이제 가상의 시대는 일대 정비기에 들어가고 (국가·사회·가정에서 모두의 삶과 미래에 필요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디딜 수 있고 반드시 인간 생명이 중심인 일들이 경제 가치의 중심으로 복귀할 조짐이다.
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
[IT칼럼]플랫폼 전쟁과 쪼개지는 인터넷(2022. 03. 18 14:04)
2022. 03. 18 14:04 경제
구글이 고심 끝에 결론을 냈다. 애플에 이어 안드로이드 앱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1년 4월 애플이 앱추적투명성(ATT)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책을 시행한 지 10개월 만이다. 구글은 강도와 강제 시기에선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대 모바일 운영체제 진영이 모두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쪽의 손을 들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 로고 앞에 끊어진 이더넷 케이블이 놓여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사용자 데이터 추적’으로 천문학적인 광고 수익을 거둬 온 페이스북(현 메타)은 올해 100억달러의 광고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 다만 구글의 유연한 정책 적용으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현재 메타 플랫폼으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라는 모바일 인터넷 대체품을 개발하려고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추적 옵션’ 버튼 하나는 이처럼 플랫폼 간의 관계를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았다. 협력적일 것만 같던 실리콘밸리의 플랫폼들은 이제 생존을 놓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상호 데이터 교류는 불가능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애플과 구글의 앱 생태계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광고 수익으로 전환해 가던 그간의 협업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서로를 향해 횡포, 데이터산업복합체라는 과격한 낱말들을 동원해 가며 비판에 열을 올린다. 2017년 <플랫폼 자본주의>를 펴낸 닉 스르니체크는 당시 이러한 국면의 도래를 이렇게 전망한 바 있다. “추출된 데이터를 고립된 플랫폼(Siloed Platform)으로 밀어넣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특성상, 데이터 추출 경쟁을 가속화하면, 유사한 시장 영역에 진입하는 확장 경쟁의 흐름이 나타난다. 뒤이어 데이터를 자사만의 ‘사일로’(저장고)에 가둬버리는 ‘인터넷 쪼개짐’ 현상이 가속화한다. 애플이 선두에서 이러한 흐름을 지휘한다. ‘데이터 인클로징’을 통해 더 이상 외부 플랫폼들이 그들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일로에 넣고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 구글도 이 작업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동시 통제 하에서만 독점적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이 새로운 인터넷 혹은 인터넷의 대체품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끝으로 다른 플랫폼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됐다. 무려 10조원 이상의 학습 비용을 치르면서 말이다. 사용자 데이터 추출과 이윤 창출이 긴밀하게 연결된 플랫폼 자본주의는 앞으로 불가피하게 인터넷을 쪼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닉 스르니체크의 말처럼 플랫폼은 “스스로를 점차 폐쇄적으로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경로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기에 그렇다. 이제 개방되고 연결된 인터넷은 상상하기 어렵다. 메타가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폐쇄적이고 단절된 플랫폼의 결정체가 될 수도 있다.
IT칼럼
[박상영의 Re:코노미]플랫폼의 ‘벌크업’, 그 빛과 그림자(2021. 10. 15 13:51)
2021. 10. 15 13:51 경제
ㆍ‘사후적’ 성격 국내 규제안 실효성 의문… 경쟁 양상 급변해 규제 방향성 설정 쉽지 않아 “플랫폼은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빛은 자본과 배경이 없어도, 기술이 모자라도 큰 흐름의 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플랫폼의 빛을 강조했지만 이날 국감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등 플랫폼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택시 호출, 인터넷뱅킹을 시작으로 미용실 예약, 자전거 대여, 스크린 골프 등 사업확장을 뻗어가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여당과 경쟁당국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규제는 주로 플랫폼·입점업체, 플랫폼·소비자 등 ‘갑을 관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 구입을 강제하거나 부당하게 손해를 떠넘기는 불공정 거래를 막는 온라인플랫폼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비자가 광고 제품을 검색 결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표시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중이다. 그러나 이들 규제안은 거래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수수료 부과 기준이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를 계약서에 담도록 하는 등 기존 규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는 움직임은 더 소극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맞춤형 규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지만 가입자 수와 보유 데이터양, 중개력 요건을 고려하는 등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할 뿐 여전히 사후 규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행정지침 수준에 머물러 법적 구속력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미·EU, ‘사전 규제’ 초점 반면 미국 경쟁당국은 ‘사전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급진적일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소비자 후생만 강조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아마존 킬러’로 불릴 정도로 플랫폼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리나 칸 신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2017년 미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쓴 논문 ‘아마존 반독점 패러독스’를 통해 “경쟁당국이 경쟁을 위협하는 아마존을 제어하지 못한 데는 가격 인하가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칸 위원장은 “미국 소비자의 44%가 상품검색을 위해 아마존을 방문하는데 이들의 쇼핑 이력 등 다양한 정보는 새로운 경쟁자에게 극복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이 지난 10년간 자연적으로 성장하기보다 수백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인위적으로 몸집을 키웠고 특히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킬러 인수합병’을 진행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6월 미국 하원 양당이 발의한 플랫폼 법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이해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업체의 주식 등을 매입하는 것을 원천 차단한 점이 눈에 띈다.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아마존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16종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아마존 베이직’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는데 다른 판매자 이익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경우 아예 관련 사업을 접거나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의 자사 우대는 알고리즘 조정 등을 통해 교묘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경쟁당국이 제때 제재하기가 어려워 아예 자사우대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인수·합병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확대되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점도 경쟁당국에 입증책임이 있었던 기존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3년간 구글 등 플랫폼 기업에 수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유럽연합(EU)도 사전 규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사후 규제만으로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디지털 시장법’은 구글과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각종 사전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사 상품·서비스를 제3자가 제공하는 것에 비해 노출 순서상 우대하지 말고, 사용자가 데이터를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 이를 어길 경우에는 전 세계 매출액의 10%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경쟁당국이 기업 분할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빅데이터 측면 장점도 다만 이 같은 사전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 제한이 소비자가 값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 광고 사업과 음악 스트리밍 사업을 한 업체가 운영한다면 소비자는 무료로 음악을 듣는 대신 광고를 볼 수 있지만 분리된다면 이 같은 무료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축적되는 데이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 ‘플랫폼 M&A와 독·과점’를 통해 “플랫폼 간의 기업결합으로 규모·내용면에서 빅데이터를 고품질의 마케팅 정보로 가공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 양상이 끊임없이 변하는 플랫폼 산업에서 점유율이 높은 독과점 사업자라도 후발주자에게 단기간 내 추격당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당국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갈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DH가 국내 배달앱 1위 업체 우아한형제들의 인수 건을 승인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매각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정위의 예상과 달리 쿠팡이츠는 주요 광역시와 강원, 전라, 제주 등에 진출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업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강지원 조사관은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도 ‘1주문 1배달’ 정책을 도입하는 등 시장양상은 공정위의 당초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복잡해지는 거래관계만큼 경쟁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상영의 Re:코노미
“네이버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 저자 원용진 서강대 교수(2021. 10. 08 14:52)
2021. 10. 08 14:52 사회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이슈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처음 국회 국정감사에 나왔다. 당시 네이버가 언론사처럼 움직이면서 기사 배치를 조작하고,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해진 GIO는 “뉴스를 생산하지 않아 기존 언론사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사진/박민규 선임기자 2021년 국감은 ‘플랫폼 국정감사’로 불린다.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와 사업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관한 질문에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돈 없고, ‘빽’도 없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4년 사이 국정감사의 이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2017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의 정체성을 언론사가 아닌 “기술 플랫폼 회사”라고 강조했지만, 대부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먼저 떠올렸다. 폴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진 올해가 돼서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주요 이슈가 됐다. 플랫폼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책 <플랫폼 레볼루션>)라고 정의된다. 요약하면 플랫폼 기업은 ‘중개사업자’에 가깝다. 네이버는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라고 공지한다.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습니다”라고도 밝힌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플랫폼화된 네이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책 <메가플랫폼 네이버>(공저)를 냈다. 문화연구자인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향한 비판적 분석은 많았지만, 플랫폼 기업이 된 네이버를 들여다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연구 논문을 검색해보니, 네이버의 뉴스 배치 등을 분석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책에 “네이버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플랫폼화되는데 ‘온 사회가 다 들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썼다. 이용자의 참여와 흔적(데이터)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이 주된 논지다. 원용진 교수를 지난 10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왜 네이버를 분석했는가. “네이버나 카카오는 요즘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사실 네이버는 여러 플랫폼 기업의 은유이기도 하다. 네이버라는 이름의 자리에 카카오나 쿠팡을 넣어도 같은 분석을 할 수 있다. 이중 네이버는 플랫폼 기업으로 덜 다뤄진 측면이 있다. 네이버와 관련된 문제는 뉴스 생산과 유통에 집중됐다. 네이버는 종합 포털에서 플랫폼으로, 다시 메가 플랫폼으로 몸집을 키워가는데 비판적 분석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도 부족했고, 시민사회의 견제도 없었다. 국회도 플랫폼의 성장이 어떤 파장이 올지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다.” -네이버 밖에서 네이버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일까. “올드 미디어가 돼버린 방송사는 시청자 1000명 정도를 기반으로 더듬더듬 수용자 파악을 하는 수준이다. 반면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네이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20여년간 압축 성장을 했다. 초기 종합 포털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놓쳤던 이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책을 보면 시종일관 네이버에 비판적이지만, 동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어지는 이야기다. 현재 플랫폼 기업 네이버를 다룬 담론이 적다. 참고할 문헌이나 자료 없이 강한 주장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번 책을 계기로 논의가 두터워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우리가 (네이버를) 잘 사용해왔고, 사용가치를 무시할 순 없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 안내문 / 네이버 제공 -네이버를 ‘메가 플랫폼’이라 부르면서 ‘플랫폼화’됐다고 표현했다.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서 두개를 문제 삼는다. 약탈적 가격 책정과 수직 통합이다. 가격을 확 낮춰 시장점유율을 확장하고, 결국에는 시장을 독점하는 아마존식 영업을 약탈적 가격 책정 방식으로 본다. 한국의 플랫폼 시장에선 네이버나 카카오의 수직 통합은 진행 중이다. 유통을 담당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산까지 직접 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어난다.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인데, 이를 플랫폼화라고 이름 붙였다. 플랫폼이 생산과정을 통합해 집어삼키는 것을 뜻한다. 모든 책임을 네이버에 다 지울 순 없지만, 사회가 전부 플랫폼화돼가는 데 우려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네이버를 향한 지적은 예전부터 적지 않았다. 네이버에서만 이용자를 머물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많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과거 포털로 불리던 시절 네이버나 지금의 카카오(다음)에는 그들이 제일 잘하는 비즈니스가 일정 정도 공론장 역할도 해줄 거라고 기대가 있었다. 지루하고 덜 중요하다고 여겨질 순 있는 부분들이다. 요즘은 다음 아고라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그런 기대가 있는가? 없다.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는 이제 마켓이 됐다. (네이버가 인증한) 파워블로거의 대부분은 상품과 관련된 이들이다. 소비자가 네이버에서 누리는 편익도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종류의 것들이 가장 활성화됐다.” 공정위는 2020년 10월 6일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쇼핑과 동영상 부분 검색서비스에서 우선 노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네이버는 자사 쇼핑 입점 업체 상품에 1.5배 가중치를 부여해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방법을 썼다. 공정위가 확인한 알고리즘 조작 횟수만 6번이다. -플랫폼 없인 생활이 어색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주는 편리함의 매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모두 많이 무뎌졌다. 저는 플랫폼의 ‘배경화’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물고기라면 플랫폼이 물처럼 돼버렸다. 깔끔하고 편하니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플랫폼에 어떻게 노출될지부터 고민한다. 여기에도 다 비용이 들어가는데, 플랫폼에 들어갈 비용을 이제는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플랫폼을 시민의 사회생활 전체를 자원 삼아 온갖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 공장’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한국은 자국의 플랫폼이나 포털서비스가 점유율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드문 예다. 네이버의 성장에는 한국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크게 작용했다. 지금은 이용자들의 검색패턴 등을 데이터로 읽어내 쇼핑이나 뉴스제공에 활용한다. 과거에는 지식인과 블로그가 그랬다.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아이디어를 무료로 사용했던 부분들이다. 이용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감사함을 표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정작 네이버는 ‘구글에 대항하는 삼별초가 될 것’이라며 애국심 마케팅을 펼친다.” -네이버의 이윤 창출은 이용자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계속 강조한다. “아들이 미국에서 대형 플랫폼 회사에 다닌다. 한국 플랫폼 기업 몇곳에서도 일을 했다. 언젠가 한국으로 들어올 텐데, 학위가 있어도 학교로는 안 간다고 하더라. 학교로 가면 데이터가 없어 (플랫폼과 관련된) 일을 못 한다고 한다. 기업으로 가면 비즈니스 연구소가 있고, 그곳에선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만져야지 이익을 낼 수 있다. 데이터가 있으면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접속 기록으로 다 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해주자, 이게 된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광고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도 편익을 누리고 있다는 취지다. “자료를 보면서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1위라는 점을 확인하고 놀랐다. 매출의 상당액은 높은 포털 점유율에서 나오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나왔을 것이다. 생산자가 누리는 편익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다수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이라는 가설에 적극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네이버는 온갖 비즈니스를 다 만들어놨다. 네이버 지도에는 근처에 가면 갈 만한 곳이 자동으로 뜬다. 기계가 한다고 다 중립적일까? 네이버는 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배치하는지 정하는 룰 없이 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알고리즘을 보여달라고 하면 영업비밀인데 보여줄 리 없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대출상품은 네이버 쇼핑에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한다. 네이버에 기록된 판매기록 등으로 소상공인 신용도를 평가하고, 은행과 소상공인을 중개해 대출상품을 파는 식이다. 네이버는 정확한 신용도 파악이 안 돼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대출의 문턱을 낮췄다고 홍보한다. 네이버가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주요 근거는 이용자들이 잘 읽지 않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이하 방침)에 있다. 방침에는 ‘서비스 방문 및 이용기록의 분석, 개인정보 및 관심에 기반한 이용자 간 관계의 형성, 지인 및 관심사 등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신규 서비스 요소의 발굴 및 기존 서비스 개선’이나 ‘서비스 이용기록과 접속 빈도 분석,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서비스 분석 및 통계에 따른 맞춤 서비스 제공 및 광고 게재’에 개인정보를 이용한다고 쓰여 있다. -플랫폼의 독과점이 심해질수록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이용자가 유리해질 것 같다. “모바일이나 웹에도 공간 배치의 제약이 있다. 누가 돈을 더 내느냐에 따라서 위치가 정해진다. 생산자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혜택은 선별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예속되거나 종속되는 부분이 더 커지고, 지불해야 할 게 늘어난다. 노출 기준 중 하나인 소비자 평가 또한 점점 진솔해지지 않고 있다. 독점적 지위가 확고해져 다른 사업자가 들어올 수 없게 될수록 네이버의 비즈니스 방향은 돈을 더 내는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책에서는 네이버의 잦은 인수합병도 비판한다. 기업 생태계에선 큰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게 보편적인데. “스타트업은 유지가 아니라 높은 가치에 기업을 파는 것이 목표라고도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선 기업 인수·합병(M&A) 자체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미국 아마존은 인수 제안을 거절한 유아용품 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유아용품의 가격을 크게 낮춰 판매했고, 기존 업체는 결국 인수·합병됐다. 그리고 합병이 이뤄져 생긴 결과는 독과점이다. 덩치 큰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기업을 사들이면서 독과점을 강화하는 방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플랫폼 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책의 1차 독자는 가족이었다. 이번 책을 본 자녀들이 내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둘 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열심히 개발하고 프로그램 짜서 좋은 서비스 만들었는데, 거기에 공적 책임 부여하는 게 이상하다는 식이다. 조금 달리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잘 내면 호텔 없이 호텔업하고, 큰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발상이 천재적이라며 회자된다. 매끈한 아이디어로 돈을 벌어가는 것들. 다 좋은데,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이 잘나서 혼자 힘으로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용자들의 참여가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플랫폼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쪽이 정답인지 답은 없다.” -최근 한국 정부도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있는데, 여러 관점에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를 보면 반독점법을 더 강하게 적용하거나, 아니면 플랫폼 기업은 일반 기업과 성격을 다르게 보고 별도의 공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다. 아직 우리는 논의가 무르익진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네이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보면 결국 보험·예금처럼 금융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성장도 카카오뱅크의 약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단군 이래 가장 편한 결제 방식이 도입됐다고 하는데, 사실 이 또한 금융과 관련된 데이터가 대거 공개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자신들의 데이터를 내어준 시민들의 양보가 없었으면 성장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의 역할이 어느 정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최근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넷플릭스의 이익배분이 논란이 됐다. 국내 망은 망대로 쓰면서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점도 이야기가 나온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있고,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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