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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끌어안기 캠페인’]물하천센터 이철재 국장이 전하는 흐르는 물 이야기
[‘지구 끌어안기 캠페인’]물하천센터 이철재 국장이 전하는 흐르는 물 이야기
2008. 08. 19 화제
2006년 멜 깁슨이 감독한 영화 ‘아포칼립토’를 보면 고대 마야문명이 몰락한 이유는 외세의 침략이 아닌 내부 붕괴에 있다. 거대한 문명은 사람을 산 채로 제물로 바치는 종족 사냥을 한다. 목적은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영화 ‘복면달호’에서는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100% 비가 온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물의 많고 적음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가물 때면 기우제를 지냈다. “조선시대 때 허준은 임금님께 진상하는 탕약을 한강에서 떠서 바쳤어요. 이제는 어려운 일이죠. 사람들은 이제 강 대신 수도를 이용합니다. 차이가 뭘까요. 수돗물은 공짜가 아니라 돈을 들여 쓴다는 거죠. 20세기가 석유 전쟁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 시대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은 3백95리터다. 프랑스 2백81리터, 영국 3백23리터, 일본 3백57리터에 비해 많다. 이 가운데 25%가량은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나 지나치게 긴 샤워 시간 등으로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수질 개선과 상수도 시설 확충을 위해 정부가 쏟아 붓는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물 사 먹는 시대’를 아주 먼 미래쯤으로 여기던 사람들에게 ‘물=돈’이라는 생각은 이제 자연스럽다. “우리나라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있지만 UN의 기준이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으면 물 풍족 국가, 땅이 좁고 인구가 많으면 물 부족 국가가 되는 식이거든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물의 양이 적지 않고 깨끗합니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물이 자연스럽게 순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자연을 생각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도시화가 문제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서울시의 절반에 해당하는 땅이 비가 와도 빗물이 한 방울도 땅속으로 스며들 수 없는 구조다. 땅 표면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 때문이다. 땅으로 가지 못하는 빗물은 고여 있다 사라지거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바로 바다로 빠져나가게 된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지 못하니 물을 아끼고 끊임없이 재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물 부족은 결국 수질 오염과 관련이 깊습니다. 물은 흐르며 스스로 맑아집니다. 요즘 보면 하천에 물이 없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멱 감고 놀았던 동네 앞 실개천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예요. 물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작은 오염원에도 쉽게 오염돼요. 오염 농도가 그만큼 진해지기 때문이죠. 양이 적어 흐르지 못하는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맑은 물을 보고 싶다면 수도꼭지부터 잠그세요.”보이지 않는 오염 세계적으로 연간 5백만 명의 사람이 맑은 물이 부족해 생기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는 소말리아나 르완다 내전 때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은 수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물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건 21세기가 물 전쟁 시대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매년 여름, 인천 앞바다로 2만6천 톤의 쓰레기들이 떠내려 옵니다.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치워도 처리하지 못할 양이라네요. 그중 절반가량의 썩지 않는 쓰레기는 수질 오염뿐 아니라 바다 생태계에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켜요.”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버려온 일회용품을 떠올려보자. 바다에 버려진 스티로폼을 삼켜 잠수하지 못하고 죽은 거북이는 내가 죽인 걸 수도 있다. 이 정도는 그래도 보이는 쓰레기다. 보이지 않는 오염은 알게 모르게 내 몸 안에 쌓여가고 있다. “사람이나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그것들이 다 체내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몸 밖으로 배출돼요. 그게 하수관을 타고 가다가 땅으로 스며들면 지하수에 씻겨 언젠가는 다시 우리가 마시는 물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거죠. 약도 가려가며 버려야 돼요.” 보이지 않는 오염원이 늘어나는 요즘에는 별 의심 없이 마셨던 약수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철재 국장은 약수가 약수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약수도 지하에서 올라온 물이냐, 아니면 표층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특히 여름철 같은 경우 물에 닿는 것이 많아 오염에 쉽게 노출되죠. 약수 검사는 1년에 4번을 하는데 그중 한 번만 통과하면 합격 판정을 받아요. 세 번 이상 불합격이 나오면 약수를 폐쇄하는데 언제 합격이 나오고 언제 불합격이 나올지 몰라요. 합격 판정이 나서 잘 마시고 있다가 어느 날 가보니 부적격 판정이 나 있어요. 언제부터 오염됐는지 모르는 거죠.” 사 먹는 물은 인공적으로 지하 암반을 통해 뽑은 물이다. 물을 사먹는 사람이 많을수록 지하수가 줄어든다는 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정수기는 종류에 따라서 1리터의 물을 얻기 위해 2, 3리터를 버리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서울시의 상수도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수돗물 냄새가 싫어서 물을 사 먹거나 정수기를 사용하는 분들이 계신데 맨 처음 수돗물을 조금 틀어놨다가 냄새가 좀 없어진 후 마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 작은 불편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한자 法(법)자를 보면 물 수(水) 변에 갈 거(去) 자가 있다. 물이 가는 길이 곧 법이라는 뜻이다. 법을 어기고 자유롭지 못하듯 물의 흐름을 막거나 끊으면 결코 자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흐르는 강이 생명을 품듯 물은 흘러야 한다. 이철재 국장은 ‘물은 흐를 때 아름답다’는 뜻의 ‘강유미(江流美)’ 운동을 당부한다. “물은 공짜가 아닙니다. 세금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나중에는 우리 후손들이 써야 할 물이에요. ‘강유미’를 기억해주세요. 물을 아끼는 작은 습관이 물을 흐르게 합니다.”물을 흐르게 하는 아름다운 다섯 가지 습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무심코 싱크대에 흘려버리기 쉬운 액체형 음식물 쓰레기(음료수, 술, 기름, 간장 등)는 그 안의 영양소로 인해 물의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오염원이다. 라면 국물 한 그릇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3백 리터짜리 욕조 3.3개에 해당하는 깨끗한 물이 있어야 하고 된장국 1리터는 7톤의 맑은 물, 소주 1잔은 1만 잔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설거지통 이용하기 우리나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 중 5분의 1이 부엌에서 쓰인다. 설거지나 채소 등 음식 재료를 씻을 때 물을 틀어놓는 것은 가장 큰 낭비 습관. 10분 동안 물을 틀어놓은 상태로 설거지를 하면 1백 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지만 설거지통을 이용하면 최소 20리터의 물로도 같은 양의 설거지가 가능하다. 샤워 시간 반으로 줄이기 욕조에서 목욕하는 것보다 샤워를 하는 게 물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15분 이상 넘어가게 되면 샤워하는 쪽이 더 많은 물을 낭비하게 된다. 샤워 시간을 1/2로 줄이면 물 사용량도 1/2로 줄어든다. 비누칠을 할 때에는 샤워기를 잠그는 습관을 들이자.화단 가꾸기 옥상이나 베란다에 조그만 화분을 이용해 화단을 만들면 비가 왔을 때 물을 담아놓고 건조할 때 도시를 촉촉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쌀뜨물이나 남은 음료수(세제를 풀지 않은), 설거지물을 화단에 버리면 수질 오염도 줄이고 화단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친환경 제품 사용하기 세제 없이 설거지할 수 있는 수세미, 물과 에너지 절약 기능이 탁월한 세제나 세정제 등 물을 생각한 친환경 제품들이 많다. 같은 제품이라도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자. ■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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