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 한국어 교가·은행원 출신 감독…교토국제고의 기적
- 2024. 08. 23 13:27 화제
-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며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제 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교토국제고 우승의 순간. X 캡처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의 최종 스코어 2-1. 양 팀이 좀처럼 득점을 내지 못하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는 마지막 정규 이닝인 9회에 각각 선두 타자가 출루하며 득점을 노렸으나, 모두 점수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교토국제고는 이어진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냈다. 결국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은 마치 스포츠 성장 영화처럼 여러 감동 요소가 들어있다. 먼저 교내 밴드부가 없는 교토국제고 학생들은 주변 학교 밴드부의 도움을 받아 응원가를 연주했지만 열정만큼은 경쟁 학교에 뒤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또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직후 “동해 바다”로 시작되는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단, 교가 제창 중 한국어 가사로 ‘한국의 학원’이란 부분에서 일본어 번역으로는 ‘한일의 배움터’라는 자막으로 대체되어 국내 누리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를 두고 ‘재일 한국계 학교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교가 제창 중 한국어 가사로 ‘한국의 학원’이란 부분이 ‘한일의 배움터’라는 자막으로 대체됐다. NHK 캡처 교토국제고의 우승 뒤에는 고마키 노리쓰구(41) 감독이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은행원으로 재직하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내야수로 활약했던 이력 하나로 “주말만 연습을 봐달라”는 지인의 요청을 받아 야구부 감독직을 맡았다. 2006년부터는 은행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교토국제고 감독으로 지냈다. 고마키 감독 체제에서 교토국제고는 지난 5년 연속 프로 선수를 배출하기 시작했고 ‘야구 잘하는 학교’로 성장했다. 그는 교토국제고 고시엔 첫 우승 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냥 감탄했다. 아이들은 여기서만큼은 무조건 지면 안 된다는 다 같은 마음을 담아서 싸워줬다.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선수들에게는 “대회 전에 하루라도 너희들과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전했는데 설마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이런 아저씨한테 멋진 여름을 보내게 해줘 고맙다고 한마디 하고 싶다”고 전했다.
- ‘호그와트행 급행열차’ 티켓, 한국어 서비스로 구매 하세요
- 2023. 04. 27 10:06 레저/여행
- 글로벌 여행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트립닷컴은 6월 16일 문을 여는 해리포터 테마관 티켓 판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6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오픈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리포터 테마관 티켓을 온라인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트립닷컴은 해리포터 테마관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 투어 도쿄 - 더 메이킹 오브 해리포터’(이하 더 메이킹 오브 해리포터)의 티켓 판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더 메이킹 오브 해리포터’는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가 도시마엔 놀이공원이었던 자리에 새롭게 문을 여는 테마관이다. 영국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여는 테마관은 9천평에 달하는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어졌다. 관객들은 입장과 동시에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호그와트행 급행열차’, ‘9와 4분의 3 승강장’, ‘다이애건 앨리’, ‘금지된 숲’ 등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장소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해리포터 테마관 상점에는 영화 속 의상을 차려입은 캐릭터와 상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현장 체험의 감동을 집까지 가져갈 수 있다.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 투어 도쿄 ‘더 메이킹 오브 해리포터’ 테마관의 입장 티켓은 현장에서 판매하지 않으며 온라인 사전 예매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은 6999엔(약 7만원)이며 청소년은 5888엔(약 6만원), 어린이는 4200엔(약4만2천원)으로 환율에 따라 변할 수 있다.
- #해리포터#워너브러더스
- ‘오페라의 유령’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다
- 2022. 12. 20 10:08 문화/생활
- 내년 3월 부산·7월 서울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어 공연으로 1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내년 3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후 7월 14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은 웨스트 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34년 이상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크리스틴과 ‘팬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독특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넘버로 사랑받으며 영화로도 제작됐다. 지난 2001년 공연된 한국어 라이선스 작품은 당시 관객 24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2009년에는 관객 33만 명이 찾는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해외 오리지널팀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게는 이번 한국어 공연이 오랜만에 보는 색다른 경험이 될 예정이다.
- 지드래곤, '샤넬 커넥츠' 참여…첫 한국어 진행
- 2022. 06. 14 09:53 문화/생활
- 다수의 글로벌 문화 아이콘이 출연하는 샤넬 커넥츠 팟캐스트.샤넬의 예술 문화 팟캐스트인 ‘샤넬 커넥츠’가 시즌 2로 돌아온다. ‘샤넬 커넥츠’는 아트&컬처 팀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부가 되라’는 샤넬 하우스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콘텐츠다. 출연자들은 해당 팟캐스트에서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다음 세대에게 펼쳐질 미래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시즌 2에는 뮤지션 지드래곤, 영국 영화배우 메이지 윌리엄스,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 미국 화가 케힌데 와일리, 미국 댄서 릴 벅, 미국 디제이 허니 디존, 한국계 미국인 설치미술가 아니카 이,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사진작가 미산 해리먼 등 다수의 글로벌 유명 인사들과 함께 8편의 에피소드를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세계적인 모델이자 뮤지션인 수주가 진행을 맡은 일곱번째 에피소드에는 지드래곤과 2020년 아카데미상 수상작 ‘기생충’의 촬영감독 홍경표가 출연해 ‘소리와 시각의 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샤넬 커넥츠’ 컨텐츠 중 유일하게 한국어로 진행된 팟캐스트로, 영어와 프랑스어 이외의 언어로 전해지는 첫 사례다. 샤넬의 예술 및 문화 부서 글로벌 총괄 야나 필은 “‘샤넬 커넥츠’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예술 아이콘들의 과감한 목소리를 통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그들의 생각과 활동은 오늘날의 문화를 정의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넬 커넥츠’ 시즌2는 샤넬닷컴(chanel.com)에서 청취 가능하다.
- 지드래곤
- 안젤리나 졸리 '너의 권리를 주장해' 한국어판 출간
- 2022. 04. 28 09:54 문화/생활
- 안젤리나 졸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 ‘너의 권리를 주장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권 가이드’ 한국어판을 출간한다. 출판사 창비와의 협업 작업으로 출간된 ‘너의 권리를 주장해’는 1989년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이해하고, 주장하도록 이끄는 도서다. 1부에서는 아동 권리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평등, 안전, 참여, 교육, 놀이, 목소리 등의 주제를 통해 아동권리 침해의 실상을 짚는다. 또한 3부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키고 주장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을 제공하며 안전하고 전략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해당 도서는 지난해 국제앰네스티는 배우이자 인권 활동가인 안젤리나 졸리와 유엔아동권리협약 초안 작성자 중 한 명인 변호사 제럴딘 반 뷰런과 협력하여 출간한 동명의 책을 번안한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만약 정부가 약속을 지키고 모든 어른이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했다면 이런 책이 출판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성인과 똑같은 권리가 있으며 이를 주장할 힘과 대리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89년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많은 정부가 서명했지만, 아직도 여러 국가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9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들이 강제로 결혼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61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으며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 6명 중 1명은 극심한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 숫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더욱 크게 상승했다. 지금은 전 세계에 아동인권 보호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상기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부는 다가오는 5월부터 국내 어린이·청소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온라인 인권교육 아카데미,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5월 초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안젤리나 졸리
- 미국 과학수사 교본을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홍성욱 박사
- 2007. 01. 15 화제
- 드라마 ‘CSI : 과학수사대’의 인기와 더불어 CSI(현장 감식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을 분석해 사건을 풀어내는 현장 감식반은 과학수사의 발전이 만들어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베테랑 연구원 홍성욱 박사가 미국 과학수사의 교본으로 불리는 책을 처음으로 한국어로 번역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준비부터 번역까지 1년의 시간이 걸린 작업 시청률이 거의 나오지 않는 월요일 새벽.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지만, 마니아들의 시선을 붙잡는 드라마가 있다. 미궁의 사건처럼 보이는 사건 현장에서 첨단 기술과 뛰어난 분석력으로 증거물을 확보해 해결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서 과학수사의 기법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그 드라마는 MBC-TV의 ‘CSI : 과학수사대’로 마니아들을 확보했고, 벌써 시즌 여섯 번째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 현장 감식반)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어떻게 범죄 현장의 증거물이 분석되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학수사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과학수사의 교본으로 불리는 책은 「Techniques of Crime Scene Investigation」(현장 감식의 기술)으로 일곱 번째 계정판이 나왔을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현장 감식과 수사, CSI」(수사연구사)라는 한국어판으로 처음 번역이 되어 나왔다. 한국어 번역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홍성욱(47) 박사와 대구지방경찰청 최용석(41) 과학수사계장이 공동으로 작업했는데, ‘과학수사의 요람’으로 일컬어지는 국과수 연구원의 참여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홍성욱 박사는 국과수에서 고분자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과학수사의 베테랑이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이 과학수사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저도 국과수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이 책이 일반인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이나 형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욱 박사는 “드라마와 한국의 현실은 다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현장 감식반이 증거물을 수집하고 수사까지 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한다. 한국에서는 형사들이 현장에서 증거물을 수집하고, 그것을 국과수에서 분석한 뒤에 자료를 다시 형사에게 넘기는 형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국과수 연구원들이 사건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현장 감식반은 지원부서 역할만 맡고 있다. 또 드라마에 나오는 증거물이나 과학수사 기법 중에 ‘말이 안 되는 것’이 많다고 전한다. 예를 들면 ‘지문 채취’를 할 때 드라마에서처럼 확실하게 나오는 지문은 현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대부분 범인과 일반인의 지문이 합쳐져 있는 중첩 지문이나, 아주 미세한 조각 지문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CC-TV나 사진을 크게 확대했을 때 이미지가 뚜렷하게 나오는 것은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처럼 그려지기에 홍성욱 박사는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요. 드라마의 순기능과 역기능이죠. 드라마 때문에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잘못 알려진 지식도 많아요. 미국은 주마다 현장 감식반의 역할이 달라요. 우리처럼 감식반과 수사반이 완전히 분리된 주도 많고, 감식과 수사를 함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식반이 현장을 보존하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도 허황된 것이 많구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들 때문이다. 큰 사건이 터지면 보통 ‘초동수사가 미진했다’라는 비판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형사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예전과 달리 범죄 현장에서 과학수사를 펼치려는 노력들이 많이 생겼지만, 교육과 교본의 부족으로 선진기법을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형사나 경찰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단편적인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거든요. 무엇보다 교본도 부족하고 교육할 사람도 없구요. 이 책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체계적인 지식을 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을 함께 번역한 최용석 계장의 도움도 무척 컸다고 한다. 연구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장의 경험을 최용석 계장이 많이 알려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장의 고충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사건 현장을 나가는 최용석 계장과 연구소에서 증거물을 분석하는 홍성욱 박사는 환상의 콤비가 되어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어 번역본을 만들어냈다. 준비 기간부터 번역까지 1년의 시간이나 필요했지만, 이번 번역의 경험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숨은 공로자 홍성욱 박사가 1989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다닐 때 교수님의 제안으로 국과수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그때까지 국과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국과수에서 일을 하면서 얼마나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됐다. 절도부터 살인, 강도, 강간까지 수많은 사건을 접하게 됐다.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아하!’ 하고 떠올리게 되는 유명한 사건의 증거물을 분석한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신상에 위협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홍 박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비밀과 보완을 유지한다. “기억나는 사건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제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범죄자에게 도움을 주게 되거든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지문이나 DNA가 증거물로 많이 나왔는데, 이 방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증거물 채취가 어려워졌어요. 그만큼 우리가 하는 일이 알려지면 범죄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습니다.” 홍성욱 박사는 “100%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라고 자신한다. 범죄 현장에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을 분석하는 것이 홍 박사의 일이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완전범죄를 꿈꿔도 현장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궁의 사건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홍 박사는 “증거물을 못 찾은 것이 아니라, 범인을 못 잡은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3D 업종이라며 웃는다. 증거물 분석에 대한 신뢰도가 없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수도 있다. 시간을 다투는 사건이라면 의뢰받은 증거물을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해내야 한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긴장감을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연구원이 겪는 어려움이다. 홍 박사는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수준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DNA 분석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프랑스인 부부가 저지른 영아 유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던 것도 DNA 분석 능력 때문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투자와 교육만 보완된다면 미국과 영국만큼 과학수사 능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앞으로도 과학수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을 계속 번역해서 일선 형사와 경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었어요(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연구원이 되었는데요, 문학에 대한 꿈을 요즘은 과학수사에 대한 원서 번역으로 달래고 있네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책을 발견하면 번역해서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안진형
- 엔카 가수로 활약 6년만에 한국어 음반 낸 정재은의 ‘사모곡’
- 2005. 06. 01 연예
- “불행한 가족사지만 어머니를 이해하고, 고운 목소리 물려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친딸이자 일본에서 맹활약중인 가수 정재은이 한국어로 부른 음반을 발표했다. 1980년대 히트곡 ‘항구’ 등을 부르며 인기를 모았다가 돌연 일본으로 떠난 지 6년여 만이다. 오랜만에 고국의 무대에 다시 선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공식 무대에서 어머니의 노래를 불렀고, 40여년간 애틋하게 담아두었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어머니를 만난 건 생애 단 세 번뿐” 가수 이미자의 딸로 80년대 히트곡 ‘항구’의 주인공이기도 한 가수 정재은(41)이 새 앨범 「다시 한번 순수한 사랑」을 발표하고 고국을 찾았다. 이번 앨범은 지난 99년 9월 일본에서 제2의 가수 생활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발표한 한국어 음반이다. 악극단 단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곱 살 때부터 전국을 돌며 노래를 불렀던 그녀는 고3이던 1981년에 공식적으로 데뷔한 이후 90년대 말까지 한국에서 활동하다 활동 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다. 일본에서 데뷔곡 ‘도쿄 트와이라이트’로 일본 레코드대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오리콘 차트 엔카 부문 연속 1위를 기록한 그녀는 3년 연속 일본 유선대상 유선음악우수상, 전일본 유선방송대상 골드리퀘스트상 등을 수상하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음반에는 드라마 ‘겨울연가’ 주제곡 ‘처음부터 지금까지’,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부탁’ 등 일본에서 화제가 된 곡들이 수록됐고, ‘도쿄 트와이라이트’ 등 자신의 히트곡을 한국어 가사로 바꾼 ‘후회’ ‘슬퍼하나요’ 등 총 10곡이 담겨 있다. 감미롭고 애절한 음색이 어머니 이미자를 꼭 닮았다고 평가받는 그녀는 알려졌다시피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는 생이별한 채 지냈다. 그런 그녀가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기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국의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어머니의 노래를 불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지난 5월 초, 근 8년 만에 KBS-1TV ‘가요무대’에 출연해 어머니의 노래 ‘여자의 일생’과 ‘아씨’를 부른 것. “방송에서 어머니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이에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이 돼서 엄청 떨었어요. 함께 무대에 올랐던 여러 선배, 동료 가수들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실수 없이 잘 부를 수 있었습니다.” 정재은은 이번 방한에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큰 짐을 내려놓았다. 어머니 이미자와 자신 사이를 두고 세간에 떠돌던 무수한 소문들에 대해 해명하고,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었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마음껏 털어놓은 것이다. 두 살 때 헤어진 후 그녀가 어머니를 직접 만난 것은 단 세 번. 일곱살 때 외할아버지가 아버지 몰래 엄마 집에 데려가 3일 동안 함께 지냈던 것이 첫번째 만남이었다. “엄마 집의 침대가 무척 크고 넓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제게 ‘엄마랑 같이 살래?’ 하셨는데, ‘엄마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만 아빠는 나뿐이니까 아빠랑 같이 살래’라고 대답했던 생각이 나요.” 두번째 만남은 87년 김포공항에서였다. 당시 가수 전영록 등과 함께 해외 공연을 가는 길이었는데 우연히 공항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전영록이 먼저 어머니를 발견하고 “저쪽에 너희 어머니 계신다, 가서 인사드려라”고 해서 잠깐 인사를 나눴다. 당시 그녀는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이혼한 직후였는데 그때 어머니는 “잘 살지 그랬니…”라며 말끝을 흐렸고, “사람들 보는 눈이 있으니 어서 가봐라”라며 짧은 만남의 순간을 접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비행기 안에서 많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마지막 만남은 1997년 한 스포츠센터에서였다. 역시 우연한 만남이었다. 어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계셔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 해명에 나섰다. 불행한 가족사지만 어머니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 “어머니하고 저를 원수지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어머니도 분명히 마음이 아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이혼했다고 해도 자식이 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딨겠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못 만나고 산 건, 엄마가 굉장히 유명한 연예인이고 또 가정이 있는 분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제가 연예인이니까 세인의 이목이 더 집중되잖아요. 제가 만일 연예인이 아니라면 몰래라도 만나며 지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각자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있어도 그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거든요. 물론 어렸을 땐 미워한 적도 있었어요. 엄마가 TV에 나오면 괜히 원망스런 마음도 들고… 이제는 저도 나이도 들었고 같은 여자로서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어머니께서 정정하실 때 더 늦기 전에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 마음을 알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전해드리고 싶어요.” “노래 부를 때 제일 행복하니 가수가 천직” 이미자의 딸로 주목받으며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성공도 거두었지만 어머니와는 단 한 번도 같은 무대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부군이 당시 KBS 예능국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 만드는 제작진들이 알아서 그런 자리를 피할 수 있게 배려했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처음부터 일본에서 활동할 작정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일본에 계셨기 때문에 한국에서 외롭게 살기보다는 가족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가 가수 김연자의 남편이자 일본 음반계의 거물인 지인의 소개로 일본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자의 딸’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정재은’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낯선 이국 땅에서 정재은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정확한 장르가 없어 엔카로 분류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노래는 엔카가 아니라고 한다. J팝과 엔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30~40대가 즐겨 들을 수 있는 어덜트 뮤직을 하고 있다는 것. 현지 평론가들 역시 30~40대가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외국인 가수 정재은이 앞장서서 부르고 있다며 호평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고생도 숱하게 했다. 우선 말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처음 일본에 가서 1년 동안은 매일 TV를 보며 일본어의 발음, 뉘앙스, 억양 등을 공부했다. 신문, 잡지를 이해하기 위해 언제나 사전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언어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의 프로모션은 한국과는 크게 달랐다. 엔카 가수로서 신인가수가 크기 위해서는 ‘캠패인’이라고 불리는 이색적인 프로모션을 거쳐야 했다. 홋카이도에서 큐슈까지 일본 전국의 방송국, 신문사를 돌며, 레코드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점두 캠패인을 병행했다. 가라오케를 돌며 손님들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가라오케 캠패인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최소 1년 직접 발로 뛰면서 인지도를 높여야 더 큰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다. 결코 화려한 가수 생활도 아니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든 시간이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낙오되는 신인가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녀 자신도 ‘내가 왜 일본에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회의가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밤 업소만 몇 군데 뛰어도 큰돈 벌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인생 공부 좀 해보자는 생각에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다행히 데뷔 1년 만에 그녀의 인기에는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생사 역시 새옹지마였다. 각종 차트와 시상식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그녀에게 병마가 찾아든 것. 2002년부터 몸이 좋지 않아 바쁜 와중에 병원을 찾았고, 자궁이 서서히 굳어가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움직일 수 없어 한동안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지냈다. 호르몬 주사 덕분에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목소리에 이상이 왔다. 꾀꼬리 같던 목소리가 점점 낮고 탁해진 것이다. 목소리와 자궁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목소리를 선택했다. 노래를 할 수 없는 삶은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궁을 드러내는 대수술을 하고 회복기를 거쳐 활동을 재개했다. 어머니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자신의 팔자 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불행한 가족사와 건강상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 제3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서 그런지 가정을 꾸리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고 한다. 다만 더 늦기 전에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시종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다 털어놓으니 마음이 편해요. 다만 어머니가 혹시 상처받지 않으실까 하는 것이 가장 맘에 걸려요. 나 편하자고 어머니 맘 불편하게 해드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근데… 모르겠어요. 언젠가 어머니와 만날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기대하면 실망이 크니까 기대는 하지 않을 거예요.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노래 부를 때 제일 행복해요. 그러니 천직이 아니고 뭐겠어요.(웃음) 좋은 목소리를 물려주신 어머니께 너무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전영기
- 한국어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 스티븐 리비어&리사 켈리
- 2004. 04. 01 화제
- “우리요? 비 오는 날이면 ‘쐬주’ 한잔 생각나는 토종(?) 스타일이죠!” 외국인이 MC 겸 교사로 출연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송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리랑TV를 통해 매일 4회씩 방송되는 ‘Let’s speak Korean’.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최초로 외국인 한국어 교사로 활동중인 스티븐 리비어와 리사 켈리를 만났다. 한국 사람 뺨치는 한국어 실력 국어 선생님이 외국인이라? 먼저 고개부터 갸우뚱해진다. 아무리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라지만 ‘글쎄…’ 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방송을 보지 못했다면, 두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하도 ‘화면빨’ 안 받는다고 해서 요즘 운동중이에요. 살 빼려구요. 지금도 피트니스 클럽 다녀오는 길인데, 오늘 몸무게를 재보니까 꽤 많이 빠졌더라구요. 축하해주세요~.” 능숙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넨 뒤 능청스럽게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스티븐 리비어. 한눈에 봐도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사람이다. 곧이어 도착한 리사 켈리. 그 단아한 미모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꽂힌다. 다른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대학생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카메라폰을 꺼내 사진도 한 컷 찍는다. 거의 ‘스타’ 수준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넷 팬 카페만도 무려 열여덟 개란다.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방송을 보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서 방송을 보는 한국인들도 많아요. 요즘 학생들은 무척 적극적이잖아요.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팬 페이지도 만들고 팬 카페도 만들고 하더라구요.(웃음)” 두 사람이 진행하는 ‘Let’s speak Korean’은 아리랑TV를 통해 매일 4회씩 전파를 탄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최초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두 MC 외에도 외국인 게스트들이 출연해 한국어 일상 회화를 직접 학습한다. 외국인들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국 생활의 단면과 문화를 소개해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로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국내 거주자들 외에도 세계 각국에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필리핀, 이탈리아 등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 외국인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그동안 EBS 등에서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또 각종 재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스티븐은 몇 년 전 KBS-2TV ‘슈퍼선데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택시 운전사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고, 그 뒤 몇몇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재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꼬박 8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해온 그는 지난 2001년, 서구인으로는 최초로 연세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을 십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국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오만한 생각에 빠지기 쉬워요. 자기들이 세계 최고 나라의 시민이라는 생각이죠. 저 역시 그랬구요. 그런데 95년에 대학 졸업 후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이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어요.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 깨달았죠. 유럽에 가봤으니 이제 동양에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한국에 왔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동양철학을 재밌게 공부하기도 했거든요.”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 그나마 한글은 익히기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회화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조사’의 활용. 조사를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자꾸 조사를 생략하다 보니 말이 어눌해지더란다. 존댓말, 반말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동사 하나에도 높임말과 낮춤말이 따로 있으니 외국인으로서 만만치 않을 수밖에. 우리말을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인하대, 세종대 등에서 전임강사로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양대에서 전임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이 정말 너무 재밌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F학점을 받은 과목이 프랑스어였어요. 언어 쪽에는 관심도 별로 없었고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제 적성을 찾았죠. 교사라는 직업은 저 같은 수다쟁이에게 딱 어울리거든요.(웃음)” 정 많은 한국 문화에 매료된 두 사람 남을 가르치는 일에는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스티븐은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방송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그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일이다. 미국에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언제 올 거냐”며 눈물을 보이실 때마다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벌써 몇 년째 ‘내년’을 기약하며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여기가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리사 역시 스티븐 못지않게 한국에 단단히 정이 들었다. 더구나 한국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나라이기도 하다. 변호사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가 태어났기 때문. 연애하던 당시 아버지는 대구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기차 여행을 자주 하셨는데, 오가는 기차 안에서 한글을 마스터하셨단다. 리사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에 갔고 이후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일본 등지를 다니며 자랐다. 그런 탓에 나기는 한국에서 났어도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한국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열여덟 살 때. 혼자 한국에 건너와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후 미국과 한국을 왕래하며 지냈고, 지금은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현재 리사의 한국어 실력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다. 외국인 특유의 어눌한 발음도 그녀에게선 거의 발견할 수 없다. 한국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인지라,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언어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는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70% 이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을 자랑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죠.” 대화중 가끔씩 우리나라를 ‘내 나라’라고 표현하는 리사의 모습에서 이방인의 낯섦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리사와 스티븐은 비 오는 날이면 소주 한잔에 삼겹살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지극히 ‘한국적인’ 취향을 가졌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을 먹여봐야 한다”며 제법 한국 남자 같은 말을 하는 스티븐은 산낙지, 보신탕 등 못 먹는 우리 음식이 별로 없다. 한국 생활에 아무리 잘 적응하는 외국인이라도 그들처럼 취향마저 한국적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호흡이 척척 맞는단다. 아직 미혼인 두 사람에게 끝으로 한국 남자, 한국 여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스티븐에 따르면 한국 여자들은 미국 여자들에 비해 무척 여성스럽단다. “71년생 돼지띠”라며 한국적으로 자기 나이를 밝힌 그는 “여성스러우면서도 활기찬 한국 여성과 사귀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이는 여자의 생명”이라며 나이를 밝히지 않은 리사는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한국 남자를 좋아한단다. 평소 그녀는 어디서든 모임을 주도하는 리드형이지만 남자친구와 둘이 있을 때만큼은 자신이 리드당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은 두 사람과의 만남은 더없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완벽한 그들의 한국어 실력에 감사할 수밖에! 리사 켈리 Lisa Kelley - EBS 잉글리쉬 카페 발음 교정 담당 - EBS Kid’s Quiz Camp - EBS 수능 포트리스 - EBS Vocabulary 마법사 - 아리랑TV 뉴스 진행, 리포터 - KBS 외 다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출연 스티븐 리비어 Stephen Revere -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 한국어 인텐시브 코스 수료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 - KBS-2TV ‘슈퍼선데이’‘English teaching taxi driver’ 출연 - EBS English Conversation - 세종대학교 전임강사, 인하대학교 전임강사 역임 - 현재 한양대학교 전임강사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지호영·아리랑TV 장소 협찬 / 커피빈 홍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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