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251 건 검색)
-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국익 위해 협력”(2024. 11. 22 15:36)
- 2024. 11. 22 15:36 경제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이미지. HD현대중공업 제공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취소한다고 11월 22일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기로 하자 한화오션은 추가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직원들이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고소해 맞불을 놨다. 한화오션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고발 취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고발 취소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성진의 국방 B컷](16) 방사청, KDDX 사업 ‘승자의 저주’로 몰고 가나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이 있다.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진흙탕 싸움이다. 요즘 국내 대표 방산업체들 분위기가 이렇다. 과거에는 국내 방위사업체들이 물밑...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_id=202410041600011
- 삼성전자·현대차 기술제휴···스마트폰과 차량 연결(2024. 09. 25 14:00)
- 2024. 09. 25 14:00 경제
-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 사장(왼쪽 세 번째)과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왼쪽 네 번째)이 9월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삼성전자-현대차그룹 기술 제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기술제휴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9월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술 제휴 및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자사의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현대차·기아·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도 2026년 선보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앞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지난 1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에는 차량·스마트키 위치 확인,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제공 등으로 협력 분야를 더 확대했다. 사용자는 차량을 스마트싱스 자동화에 등록해 맞춤형 제어를 할 수 있고, 갤럭시 스마트폰의 상단 퀵패널에서 공조 제어, 주행가능거리,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 안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 IoT(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전경훈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으로 집을 넘어 차량에서도 스마트싱스로 공간을 뛰어넘는 편리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대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 사장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과 스마트폰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이동 수단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많은 기대가 된다”며 “앞으로도 현대차·기아 고객의 모빌리티 이동 경험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간] ‘태어났기에 산’ 무명씨의 현대사(2024. 09. 04 06:00)
- 2024. 09. 04 06:00 문화/과학
-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 이동해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 1935년 5월 21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허홍무. 여느 역사책에 등장한 적 없는 이름이지만,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현대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허홍무의 구술을 토대로 ‘한 개인의 현대사’를 쓴다. 그는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걸쳐 독립운동가 혹은 구국 영웅처럼 거대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 말고,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허홍무의 유년기 기억은 일제강점기 농촌사회와 당시 지주 집안이 겪었던 일들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허홍무의 청년기는 한국전쟁을 지나 도시화에 휩쓸리기 시작한 때. 그가 눈앞에서 목격한 민간인 학살, 폭력적인 군대생활, 서울로 상경해 운전을 배운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당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마을지, 총독부 관보, 학교 생활기록부, 군대 거주표 등의 자료를 확보해 구술을 검증했다. 사실 여부와 역사적 맥락을 같이 따졌다. 무명인의 구술을 ‘역사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정헌목, 황의진 지음·반비·1만8000원 인류학의 관점에서 SF 작품을 읽는다. 인류학자 정헌목과 황의진은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등 고전 SF를 비롯해 김초엽의 <파견자들>, 배명훈의 <타워> 등 한국 SF 작품까지 11편의 작품을 두고 인류학 논의로 이끈다. 노예제와 식민주의, 불평등, 배제와 차별 등 인류가 만든 문화·제도·관습은 왜 문제적인가. 생식과 출산, 환경·생태 문제는 왜 위기인가. 이런 질문을 SF 작품에선 어떻게 구현했을까. 만약 SF 작품이 대안적 세계를 그렸다면 어떤 모습일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자 하는 인류학자의 질문이 가득하다. 부의 설계자들 지미 소니 지음·박세연, 임상훈 옮김·위즈덤하우스·3만6000원 일론 머스크(테슬라)와 피터 틸(팔란티어), 맥스 레브친(어펌)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을 이끄는 이들은 20여 년 전 모두 ‘페이팔’에서 일했다. 당시 생경한 온라인 결제 플랫폼을 함께 만들며 그들은 무엇을 꿈꿨을까. 이들의 위기와 도전 이야기를 전한다. 한옥 적응기 정기황 지음·빨간소금·1만8000원 ‘한옥’이란 말은 개항 이후 양옥, 일본 가옥과 구분하기 위해 처음 쓰였다. 그런데 우리 관념 속의 한옥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다. 왜 그럴까. 도시연구자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전통 가옥의 역사를 정리한다. 건축 기술적 측면부터 한반도 기후와 지형, 집과 건축에 대한 사회문화 권력의 개입까지 두루 살핀다. 아찰란 피크닉 오수완 지음·민음사·1만5000원 2099년 이후 미래의 어느 시점, 자칫 인간이 괴물로 전락할 수 있는 아찰란 공화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아이 7명의 분투기다. 괴물이 되지 않는 길은 오로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이 소설은 ‘입시공화국 한국’을 빗댄 한 편의 우화다.
- 신간
- 현대카드 ‘아워 타임페이스’ 발간···서체 ‘유앤아이’의 변화 기록(2024. 08. 28 10:49)
- 2024. 08. 28 10:49 경제
- 현대카드가 발간한 아카이빙북 ‘아워 타임페이스’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지난 8월 20일 전용 서체 ‘유앤아이(Youandi)’의 20여년간 변화를 기록한 아카이빙북 <아워 타입페이스(Our Typeface)>를 펴냈다고 8월 28일 밝혔다. 유앤아이는 2003년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기업 전용 서체다. 현대카드는 “유앤아이는 이후 네이버의 나눔서체 시리즈, 배달의민족의 한나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 등 기업 서체 개발 붐을 이끈 시초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카드는 신용카드업을 상징하는 신용카드 플레이트 모양을 소재로 유앤아이를 개발해 CI(Corporate Identity·기업이미지 통합)와 광고 등에 활용했다. 그 결과 이제 현대카드라는 기업명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서체만으로도 현대카드임을 알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대카드는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유일하게 유앤아이의 외부 사용을 허락했는데, 시리즈 내내 현대카드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청자가 현대카드의 서체를 알아차렸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아워 타입페이스>를 통해 유앤아이는 국내 최초의 기업 전용 서체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서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독자들이 현대카드 디자인의 진짜 저력은 참신한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시네프리뷰]티처스 라운지-심란한 교사와 현대인의 자화상(2024. 01. 03 06:00)
- 2024. 01. 03 06:00 연예
- 일커 카탁 독일 감독은 <티처스 라운지>에서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목: 티처스 라운지(The Teachers’ Lounge) 제작연도: 2023 제작국 : 독일 상영시간: 99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일커 차탁 출연: 레오니 베네쉬, 에바 뢰바우, 아네-카트린 구미히 개봉: 2023년 12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인간사 천태만상이 영화의 소재가 되고,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선생님이나 학교가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도 많다. 과거 교사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인간애 넘치는 드라마 장르가 많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그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이 존경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상식이었다. <미라클 워커>(The Miracle Worker·1962),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1967),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1995) 같은 영화들은 존경받는 스승상을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꾸준히 회자한다. <티처스 라운지>의 홍보사도 시대를 초월하는 선생님과 학생,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 <스쿨 오브 락>, <굿 윌 헌팅>을 언급하고 있다. 교사 영화의 대표작으로 맞는 예시다. 하지만 그것이 <티처스 라운지>라는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다소 모순이 있다. <티처스 라운지>에서 그려지는 교사의 모습은 과거 작품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이 작품만의 특색이 아니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영화 속 상당수에서 비슷한 경향이 목격된다. 언제부턴가 선생님과 학교가 소재가 된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힘든 세태가 됐다. 교권 문제로 대유되는 현대판 마녀사냥 매즈 미켈슨이 출연한 덴마크 영화 <더 헌트>(The Hunt·2012)는 이러한 변화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환되는 작품이다. 작은 오해와 편견에서 시작된 의심이 집단 안에 전염될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배드 럭 뱅잉>(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2021) 역시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능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성실한 교사였던 에미(카티아 파스칼리우 분)는 남편과 찍은 은밀한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동료와 학부모들의 질타에 용맹하게 대항한다. 최근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怪物·2023)에서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아이, 부모, 교사 각각의 다른 시선이 빚어내는 괴리와 오해는 결국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잔인한 파국을 잉태한다. 모든 작품이 표면적으로 교사라는 직책이 갖는 ‘책임’이라는 무게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러나 단순히 교권 하락이라는 현실 반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소통의 부재와 이기주의로 나날이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가 당면한 보편적 문제의 대유라고 읽는 것이 옳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 역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보다 폭넓고 섬세한 문제의식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 독특한 소재에 어울리는 개성 있는 연출력 의욕이 넘치는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분)는 최근 교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소소한 절도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다. 신경이 곤두선 것은 동료 교사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교내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카를라는 조용히 절도범을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묘안을 생각해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한국에는 낯선 독일 감독 일커 카탁은 <티처스 라운지>를 통해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표면적으로는 작은 초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일 뿐이지만, 그 과정 안에 묘사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행동기제의 설계 속에는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점차 난관으로 몰려가는 주인공의 심리는 리듬감 있는 편집과 신경을 자극하는 단조로운 음악으로 시각화돼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에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예비 후보로 선정됐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아이들의 시간> /flickr.com 고난받는 선생님이 등장하는 영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으로 <아이들의 시간>이 있다. <로마의 휴일>, <벤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와일러는 1936년에 미국의 극작가 릴리언 헬먼의 희곡을 재해석해 각색한 <이 세 사람>(These Three)이란 작품을 내놓는다.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두 대학 동창생 카렌(멜 오베론 분)과 마사(미리암 홉킨스 분)가 한 문제아의 거짓말로 인해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원래 원작 희곡에서는 카렌과 마사 사이를 동성애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지만, 감독은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 이를 삼각관계로 치환하고 비극적인 결말도 나름 희망적으로 바꾼다. <이 세 사람>은 데뷔 후 1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연출가 윌리엄 와일러의 화려한 작품목록에 여명을 불러온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와일러 감독은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1년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 이번에는 마치 과거 자신의 과잉 각색을 의식이라도 한 듯 여러 면에서 원작의 설정과 정서를 최대한 반영한다. 일단 제목을 원작 희곡 그대로 <아이들의 시간>(The Children’s Hour)으로 했다. 두 여주인공의 관계도 미묘한 동성애적 요소를 수용해 이야기의 절박함과 긴장감을 높였다. 결말도 원작을 따랐다. 리메이크작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명배우 오드리 헵번과 셜리 맥클레인의 앙상블 때문이다. 더불어 카렌의 연인 조 역으로는 제임스 가너까지 출연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배우는 그러나 모든 문제의 사단이 되는 악동 메리를 연기한 아역배우 캐런 밸킨이다.
- 시네프리뷰
- [시네프리뷰]나폴레옹-현대적 감각과 고전적 문법의 만남(2023. 12. 13 07:00)
- 2023. 12. 13 07:00 문화/과학
- 영화 <나폴레옹>은 놀라울 정도로 고전적이고 정직한 전기영화의 형식을 따른다. 여기에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화면과 편집, 두 주연배우의 진중한 연기가 녹아들어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전기영화를 완성해 냈다. /소니 픽쳐스 제목: 나폴레옹(Napoleon) 제작연도: 2023 제작국 : 영국, 미국 상영시간: 158분 장르: 드라마, 전쟁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호아킨 피닉스, 바네사 커비, 벤 마일즈, 타하르 라힘 개봉: 2023년 12월 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정형화된 상업 영화로 세계를 평정했다는 손가락질도 있지만, 오랜 전통과 기술력을 통해 영화 강국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즉 할리우드의 힘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낯선 시도와 재능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현대 작가들의 끊임없는 등장과 활약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를 재빠르게 포착해 적절히 활용해 내는 시스템의 능력, 그리고 특정 장르나 유행에 함몰되지 않고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 역시 할리우드의 저력이다. 여기에다 노익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거장들의 창의와 에너지가 무게감을 더한다. 1937년 11월 30일 영국 태생으로 올해 86세인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도 그중의 한 명이다. CF 감독 출신 영화감독의 원조 세대로도 구분되는 그는 상당히 세련된 화면을 만들어 내는 비주얼 리스트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1990년대 이후 흔히 사용되는 멀티 카메라 시스템을 처음 기획하고 상용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에이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델마와 루이스>(1991), <글래디에이터>(2000) 같은 작품의 면모만으로도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최근 몇 년간 해마다 신작을 발표하고 있는 왕성한 활동을 보고 있자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2021년에만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과 <하우스 오브 구찌>를 내놓았고, 올해는 <나폴레옹>을 발표했다. 현재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글래디에이터 2>의 연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거대한 역사 속 표류하는 인간의 내면 되돌아보면 리들리 스콧의 장편 데뷔작인 <결투자들>(1977) 역시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최고 데뷔 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로 진출해 만든 두 번째 장편 <에이리언>은 감독 개인뿐 아니라 영화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은근히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스크린에 옮기기를 즐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오래전부터 나폴레옹을 소재로 한 영화를 꿈꿔왔다고 한다. 나폴레옹이라는 인물 자체가 꽤 복합적인 성격의 인물로도 알려졌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의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동반한 장대한 스케일이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이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폴레옹의 삶을 쉽게 정의할 방법은 없다. 전기를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지만, 영화 제작자로서 나는 역사적 업적보다는 그의 내적 심리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즉 이 영화는 역사를 넘어 나폴레옹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런 욕심이라면 나폴레옹 역으로 호아킨 피닉스를 캐스팅한 것은 적절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리들리 스콧과 호아킨 피닉스는 이미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함께 작업했던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그때와는 다른 위치에 올라섰다. 전통적 형식과 규모로 획득한 확장성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마스터>(2012)나 <그녀>(2013),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 <조커>(2019), <보 이즈 어프레이드>(2023) 같은 일련의 영화는 동시대 배우 중 그만큼 심리묘사에 적격인 배우가 없으리란 확신을 갖게 만든다. 그럼에도 영화 <나폴레옹>은 놀라울 정도로 고전적이고 정직한 전기영화의 형식을 따른다. 이야기의 구조나 연출의 호흡, 배우들의 연기까지 참으로 전통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형 장면으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영화는 정직하게 연대기 순으로 진행된다. 초·중·후반에 걸쳐 툴롱, 아우스터리츠, 워털루에서 벌어진 세 번의 대규모 전투 장면을 배치해 관객들의 대작 관람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아내 조제핀과의 결혼과 이혼, 정치적 상황 속에서의 고뇌 등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 에피소드들을 촘촘히 배치했다. 이런 형식에 덧대어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화면과 편집, 두 주연배우의 진중한 연기가 녹아들어 평범해 보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전기영화가 탄생했다. 그 덕분에 <나폴레옹>은 ‘전기영화는 다소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관객들의 선입견을 충분히 상쇄하는 작품이 됐다. 순수미와 퇴폐미가 공존하는 배우 /소니 픽쳐스 수많은 배우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시대마다 주목받는 인물은 극소수고 빠르게 바뀐다. 한국에선 유독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덜하지만, 2023년 할리우드 여배우 중 가장 활발하고 내실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바네사 커비(Vanessa Nuala Kirby·사진)다. 바네사는 1988년 4월 18일,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태어났다. 영화 전에 모델과 연극무대를 오가며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순수미와 퇴폐미를 동시에 머금고 있는 양면적 매력의 얼굴이 다양한 성격과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변신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미션 임파서블>이나 <분노의 질주> 같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액션 시리즈부터 <어바웃 타임>, <미 비포 유> 같은 멜로드라마까지 장르와 비중을 넘나들며 팔색조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2016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연기한 마거릿 공주 역은 연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로 77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성숙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올해 7월에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홍보차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톰 크루즈 등 다른 주연배우들과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나폴레옹>에서 나폴레옹의 부인 조제핀 역을 맡아 연기파의 대명사가 된 호아킨 피닉스에게도 밀리지 않는 내공을 펼쳐 보였는데, 이제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존재를 기억할 듯하다.
- 시네프리뷰
- 한국현대미술 속 또 하나의 장르, 장욱진(2023. 09. 25 07:30)
- 2023. 09. 25 07:30 문화/과학
-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경 / 한수빈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손바닥만 한 화폭 위에 채운 것은 그가 바라본 세상의 전부였다. 단순히 작고, 예쁜 그림의 화가로만 수식하는 것은 그가 그려낸 세상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다.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소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고백대로 그가 그려 낸 세상은 크고 또 치열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재주’(미술)를 넘어 그림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장욱진(1917~1990)이 세상을 떠난 지 33년 만에 작품들과 함께 오롯이 되살아났다. 한국 서양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욱진 회고전>이 지난 9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을 열었다.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원을 연 화가로도 불린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화가들은 이미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각자의 작품세계를 총정리했다. <장욱진 회고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열리고 있지만, 이 때문에 한국 서양화 2세대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세대가 쌓은 업적을 딛고 비로소 다음 세계로 온전히 나아갈 수 있게끔 새로운 문을 여는 전시라는 뜻이다. 지난 9월 19일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모습/한수빈 기자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270여 점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60년 만에 돌아온 ‘가족’과 청년 시기 작품 등을 최초로 공개한다. 여러 의미를 담은 전시인 만큼 지난 9월 19일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 미술사를 수놓은 거장의 인생을 본다는 생각이면 충분하다. 전시를 본 후 남은 것이 ‘화가 장욱진’이 아닌 ‘인간 장욱진’이어도 틀린 감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장욱진은 무엇을 그렸나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회고전답게’ 장욱진의 삶과 작품 전반을 폭넓게 아우른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전시는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마저도 대부분 작가의 최전성기만 조명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작품이 정점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 마치 작가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처럼 보이게 하는 이러한 방식의 전시는 감상도 천재들의 영역인 것처럼 진입장벽을 높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천재 장욱진’을 조명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 글 등을 통해 ‘인간 장욱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기획자는 각종 장치를 전시장 곳곳에 마련했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전시 제목이 적힌 벽. ‘가장 진지한 고백’의 영어 표현을 ‘The Most ‘Honest’ Confession’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 김찬호 기자 먼저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면, 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이 적힌 하얀 벽을 만날 수 있다. 이를 중심으로 양옆에도 벽을 설치해놨다. 멀리서 보면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한 형태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회고록을 읽는 것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연출이다. ‘가장 진지한 고백’이라는 제목은 그의 말에서 따왔다. “그림처럼 정확한 나의 분신은 없다. 난 나의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나를 녹여서 넣는다”는 장욱진의 고백이 그대로 제목이 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가장 진지한 고백’의 영어 표현으로 ‘The Most ‘Honest’ Confession’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진지한’을 의미하는 ‘Serious’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조치다. 평소 장욱진은 “나는 앞과 뒤가 같은 단순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그의 ‘진지한’ 고백은 곧 ‘진솔한’ 고백과도 같다. 이를 한글, 영어 제목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장욱진이 양정고보 5학년 시절인 1938년 그린 ‘공기놀이’ / 한수빈 기자 전시에서 일대기적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1부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간순으로 배치했다. 기존 장욱진 전시가 이른바 ‘덕소 시절’을 시작한 1960년대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뒤집었다. 장욱진 관련 전시를 명륜동, 수안보, 용인 시절 등으로 쪼개서 감상했다면 바로 이러한 아틀리에(화방) 구분법에 따라 감상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해당 구분법에 충실할 경우 비게 되는 1917~1960년까지의 시기를 채워넣었다. 특히 그의 청년기 시절인 2030시기 작품이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끈다. 1938년 양정고보 5학년 시절에 그린 작품 ‘공기놀이’와 1939년 그린 ‘소녀’가 대표적이다. 1938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7회 전조선남녀학생작품전’에서 수상한 ‘정물’, 1940년 ‘제19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소녀’ 등도 발굴해 공개했다. 이 시기 작품 중 백미는 1951년 그가 34세에 그린 ‘자화상’이다. 전시 소개에도 사용된 그의 대표작이다. 장욱진이 한국전쟁 시기였던 1951년 고향인 충남 연기군에 잠시 머물며 그린 ‘자화상’(왼쪽). 관람객이 함께 촬영된 사진과 대비해 보면 그림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찬호 기자 청장년기 시절인 40대를 대표하는 작품은 ‘나무와 새’다. 전시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그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이 바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58년 2월,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진행한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당시 조지아대에서 동양미술을 강의하던 엘렌 프세티 코넌트가 직접 내한해 뉴욕에서 전시할 작품들을 선정했는데. 이 작품이 뽑혔다. 그런데 장욱진의 작품이 2~3개 전시됐다고 국내외에 잘못 알려지면서 어떤 작품이 전시됐냐를 두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뉴욕에서 전시한 작품은 ‘나무와 새’ 단 한 작품이었음을 자료를 통해 밝혀냈다. 예술적 가치가 높던 작품이 유일성이라는 독보적 의미까지 더하게 된 셈이다.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진행한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된 ‘나무와 새’ / 김찬호 기자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고뇌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 나온다. 단순한 형태로 그려진 그의 작품 속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덕소풍경’과 ‘눈’이다. 실제로 장욱진은 그 시대에 유행했던 ‘순수 추상’에 2년여간 몰두한 적이 있다. 이는 장욱진이 구축해낸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닌 숱한 시도와 노력 끝에 도달한 것임을 알게 한다. 1963년 덕소 화실에서 탄생한 ‘반월·목’은 나무 목자를 추상화한 작품으로 이런 시도의 결과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1963년 나무 목자를 추상화해 그린 ‘반월·목’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부에서 빼놓지 말고 감상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전시실 안에 또 다른 전시실을 설치했다. 그의 명륜동 화실과 똑같이 연출하기 위함이다. 의도적으로 층고가 낮고, 좁게 공간을 만든 다음, 장욱진이 1975년 명륜동 화실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나온 작품들을 그 배치 그대로 전시했다. 좁은 화실과 이젤(그림판을 놓는 틀)을 사용하기보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은 그가 왜 손바닥만 한 그림을 즐겨 그렸는지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명륜동 화실을 재현한 좁은 전시실에서 손바닥만 한 그림을 보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장욱진이 1975년 명륜동 화실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나온 작품들을 그 배치 그대로 전시한 모습 / 김찬호 기자 전시 1부가 연대기적 구성을 따랐다면 2부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는 그가 평생 다룬 소재 ‘까치’, ‘해와 달’, ‘나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특히 초입에는 까치와 나무를 그린 그림 3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그 형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욱진은 평생 10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음에도 소재는 까치, 나무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제한됐다. 이는 같은 소재를 끊임없이 변형하고,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이뤄낸 결과다. 2부 초입에 걸린 그림 세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작품은 1958년 그린 ‘까치’다. 화면을 가득 채운 둥근 형상의 나무 속에 까치가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푸른 달도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 긁어내는 작업이 마치 까치가 울어대는 소리를 연상케 해 ‘청각의 시각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옆에 걸린 작품은 1961년 그린 ‘새와 나무’다. 별칭 ‘야조도’로도 알려져 있다. 해당 작품은 김원룡 서울대 고고미술학과 교수가 당시 한 달 월급이었던 2만환을 봉투째로 놓고 구입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새를 본질만 남긴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것에서 첫 번째 작품과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 작품 역시 1961년 그린 ‘나무와 까치’다. 나무를 기호화한 상형문자 형태로 표현하고, 그 위에 까치를 그렸다. 화풍이 표현주의에서 기호주의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세 작품은 모두 까치와 나무를 소재로 하지만, 결코 같은 그림처럼 보이지 않는다. 까치와 나무를 그렸지만 모두 다른 형태로 표현된 그림 세 점. 왼쪽부터 1958년 작품 ‘까치’, 1961년 작품 ‘새와 나무’. 1961년 작품 ‘나무와 까치’ / 김찬호 기자 장욱진이 구축한 독창적 세계 전시 2부가 제한된 소재의 끊임없는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면 3부 ‘진진묘’는 그의 정신세계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 제목이면서 동시에 전시실 가장 초입에 전시된 작품이 1970년 탄생한 ‘진진묘’다. 사실,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이 그림은 어느 날 새벽 명륜동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이 여사를 본 장욱진이 화상을 떠올리고, 덕소 화실로 내려가 일주일을 매진해 탄생시킨 그림이다. 완성된 그림을 이 여사에게 건네고 장욱진은 한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온 열의를 쏟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욱진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그림 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어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3부에는 60여 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1955년 작품 ‘가족’이 전시돼 있다(관련한 상세 스토리는 다음 장의 배원정 학예연구사 특별기고 참고). 1970년 작품 ‘진진묘’. 어느날 새벽 명륜동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부인 이순경 여사를 본 장욱진이 화상을 떠올려 탄생한 작품/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지막 4부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은 장욱진의 그림 세계가 완전히 구축된 노년기의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를 통해 장욱진 작품의 특징만큼은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장욱진을 수식하는 ‘한국적 모더니즘’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선별했다. 장욱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하지만 4부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마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캔버스 위 유화가 마치 화선지 위 먹그림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대기 원근법’(색상 표현을 통해 원근감을 드러내는 서양화 기법)을 사용해 서양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양과 동양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부 전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까치, 나무 등을 소재로 한 수묵화 느낌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왼편에는 민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 산, 물고기 등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있다.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있던 방식 그대로 그려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장욱진의 노년기 작품들/ 한수빈 기자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그림이 진화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서양화가로 출발한 장욱진은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다. 다수 화가에게 붙는 ‘한국적 모더니즘’이라는 말은 오히려 그를 담아내기 어려운 수식어일지도 모른다.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장욱진이 곧 장르”라고 답했다. 한국 현대 미술은 그를 통해 또 하나의 장르를 갖게 된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추석 연휴기간(9월 28일~10월 3일) 정상 개관한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덕수궁 입장권과 전시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각각 1000원, 2000원이다.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추천하는 작품들 <‘독’, 1949년 작> 1949년 11월 <제2회 신사실파 동인전> 출품 작품. 커다란 장독을 화면 가득히 채운 독특한 형태다. 하나의 대상을 극대화해 화면 전체에 그려 넣고 주변 빈 공간을 나머지 사물들로 채우는 장욱진의 ‘중핵 구도’를 최초로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나무와 가족’, 1982년 작> 화면 중앙 언덕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아빠, 엄마, 아들로 보이는 가족 3명을 그려 넣은 산수인물도. 나무 둥치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나뭇가지는 먹이 아닌 물감에 테레핀유를 많이 섞어 농도를 묽게 해 표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번짐과 얼룩이 그대로 말라 나무 형상이 됐다. <‘밤과 노인’, 1990년 작> 장욱진이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그린작품. 왼쪽 상단에 흰 도포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노인이 있는데 이는 장욱진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화면 오른쪽으로 화가가 사랑했던 집, 까치, 나무, 아이가 있다. 노인의 표정은 세속에 초탈한 듯하고 만사를 관조하는 모습이다. <‘까치와 마을’, 1990년 작> 장욱진의 마지막 유화 작품. 나무를 비롯한 형태의 윤곽이 흐트러져 있고, 유화 물감의 번짐 효과가 화면 전체에 부드럽게 펼쳐진 작품이다. 나무 위 까치는 땅에 떨어진 해, 달의 모습과 대비돼 하늘로 향하는 화가의 심상을 담고 있다.
- 장욱진국립현대미술관
- [할 말 있습니다](32)‘세기의 골’ 넣을 현대차의 기회(2023. 05. 26 11:01)
- 2023. 05. 26 11:01 경제
-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의 합산 이익이 6조원을 넘었다. 현대차는 9.5%, 기아는 12.1%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토요타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단순히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인식을 넘어선 듯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84만대를 팔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섰다. 국내 한 증권사는 현대차그룹이 2026년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이 그러나 지금처럼 내연차 생산에 집착하면, 이런 장밋빛 전망은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1년 9월 8일 수소차 개발에 한눈을 파느라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현대차를 비판하는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서울 한강변 상공에 달팽이 모양의 풍선을 띄웠다. / 그린피스 제공 IEA 사무총장 “전기차발 역사적 변혁 일어날 것” 지금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전기차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8063만대의 차량 중 802만대가 배터리 전기차였다. 10대 중 1대꼴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21년 5.9%로 오르더니, 2022년에는 9.9%로 높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 비중이 1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산업에 역사적인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세기 넘도록 내연차 강자로 군림해온 자동차업체들로선 내연차를 손절하기에 아직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 언덕 너머 보이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자신하기 어려운, 즉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를 얼마나 세게 밟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날이 밝아올수록 건너편의 상대(전기차 시장)는 변화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기승용차는 제1의 물결이고, 전기버스, 전기트럭이 뒤를 이을 것”이라며, 전기차 물결이 점점 거세지리라고 예상한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2015년 11월 15일 배기가스 조작 혐의가 드러난 폭스바겐의 아르헨티나 공장 밖에서 폭스바겐 차량의 배기가스를 풍선에 집어넣은 뒤 공장으로 돌려보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기후변화 속 내연차 수명 얼마 남지 않아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내연차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에 지구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후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려면 앞으로 4000억t 이상의 탄소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 할당된 탄소 배출 한계치는 529억t이다. 내연차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3억1500만대다.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 GM 등이 지금 계획대로 자동차를 생산하면, 이 한계치의 2.5배를 넘는다. 각국 정부에서 내연차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내다본 미국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섰고, 지난 4월에는 2032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 이상으로 높이겠다며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차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2021년 9월 7일 독일 뮌헨 국제모터쇼장 앞 연못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비판하며,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그린피스 제공 1분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비중 7.56% 그쳐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내연차 판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분기 성적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기간에 현대차그룹이 판매한 자동차는 총 178만9000여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는 13만5000여대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 비율이 7.56%에 불과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SNE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2022년 1분기 전기차 판매량(11만9000대)은 조사대상 10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021년 1분기(12만1000대)에 비해 1.8% 감소했다. 테슬라는 41.7%, 비야디(BYD)는 35%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린피스는 최근 내연차 및 전기차 생산시설 현황과 증설 계획 등을 토대로 중국 내 11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2030년 중국시장 점유율 예측치 등을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고, 전기차 생산 계획 등 공개된 자료가 부족해 조사 대상에 들지도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으로 2016년 179만대를 팔았으나, 지난해 판매량이 33만9000대로 줄어 점유율이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급변하는 중국시장, 내연차 강자들 위기 그린피스의 이번 조사 결과 2030년 중국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이 40%에 이를 경우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에 중점을 둔 업체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신에너지차 비중이 70%에 이를 경우 혼다의 점유율은 7.7%에서 3.4%로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측됐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토요타, 폭스바겐 등 나머지 외국계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점유율이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GM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26.2%로 추락해 277만대의 생산설비가 가동을 멈추고, 폭스바겐도 공장가동률이 33.5%에 그쳐 287만대의 생산설비가 좌초자산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테슬라처럼 100%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한 중국의 토종 자동차업체 BYD의 점유율은 196%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그룹은 혼다, 폭스바겐, GM, 토요타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국시장에서 현대차가 내연차 편중 정책을 지속할 경우 지금도 위태로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507만대가 팔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802만대 중 63%를 차지했다. 중국을 빼고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상위권에 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톱3 자동차회사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중국 토종업체들과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내연차가 아닌 전기차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2019년 9월 15일 서울 현대차 본사 앞에 있는 현대차 광고판에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였다. / 그린피스 제공 2030년 전 세계 내연차 판매 중단을 그 첫걸음으로 내연차 판매 중단 및 전기차 100% 전환 목표부터 앞당겨야 한다. 현대차는 유럽에서는 2035년, 한국·미국·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2040년을 내연차 판매 중단 목표연도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아무런 목표도 설정하지 않았다. 전기차 전환에 이미 가속도가 붙은 중국과 미국에서 2040년에 전기차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목표만 가지고선 후발주자밖에 될 수 없다.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뛰었고, 태국에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 판매량의 30%를 차지하고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차별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그룹이 2030년 이전에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고,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데 공력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한발 더 나아가 배터리와 철강 등 공급망을 탈탄소화하고,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세기의 골’ 캠페인을 전개해 열띤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그룹이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정말 세기의 골을 넣을 수 있을지는 역사적인 변혁의 시기인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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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캘린더]클래식 2023 교향악축제 - 즐겨라,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2023. 05. 12 14:25)
- 2023. 05. 12 14:25 문화/과학
- ▲클래식 2023 교향악축제 일시 6월 1~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B석 1만원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총 17회에 걸친 교향악축제가 열린다. 1989년 음악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처음 선보인 교향악축제는 올해로 35번째 해를 맞았다. 특히 이번 2023 교향악축제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Infinite Challenge(무한한 도전)’를 부제로 삼고,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국공립 교향악단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지휘자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협연진이 총출동한다. 올해 교향악축제의 시작과 끝은 웅장한 편성의 대작인 말러 교향곡이 선정됐다. 홍석원이 이끄는 광주시향이 말러 교향곡 제1번으로 화려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지휘자 최수열이 부산시향과 호흡을 맞춰 말러 교향곡 제9번으로 끝을 장식한다. 교향악축제의 중간은 고전주의 작곡가 베토벤부터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비제, 브람스, 쇼팽, 말러, 슈만, 차이콥스키 등의 음악이 채운다. 또 이례적으로 3명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처음 교향악축제 무대에 선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랜드의 거장 존 오코너(6.4 인천시향),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3등상 수상자 스페인의 마르틴 가르시아(6.17 서울시향),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케빈 케너(6.21 부천필하모닉)가 주인공이다. 올해도 교향악축제 모든 공연은 예술의전당 분수광장에 있는 대형 LED 모니터와 공식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중계된다. 공연장 입장이 어려운 미취학 자녀 동반 가족이나 예매를 놓친 관객이라면 야외광장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면 된다. 02-580-1300 ▲연극 사랑의 온도 일시 5월 23~28일 장소 드림시어터 관람료 주말 1만2000원, 평일 1만원 라디오 방송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연극이다. 청취율 1위에서 2년 만에 꼴찌로 하락한 라디오 프로그램 <사랑의 온도>에 새로운 DJ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0507-1338-2965 ▲콘서트 청남대 재즈토닉 페스티벌 2023 일시 5월 26~28일 장소 대통령별장 청남대 관람료 1일권 4만5000원, 2일권 8만원, 3일권 10만원 대통령별장이었던 청남대에서 열리는 콘서트다. 김종서, 레이어스 클래식, 웅산, 바다 등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는 지역과 함께하는 행사로 청주대 시각디자인학과 작품 전시회도 열린다. 043-279-3947 ▲뮤지컬 빠리빵집 일시 5월 13일~6월 2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관람료 R석 7만5000원, S석 6만5000원 시간여행을 소재로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이다. 특별한 공간 ‘빠리빵집’을 통해 과거로 간 주인공 성우가 자신과 같은 열아홉 살 부모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070-4190-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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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문제 외면하는 HD현대(2023. 04. 07 11:45)
- 2023. 04. 07 11:45 국제
- ㆍHD현대 중장비, 이스라엘군 ‘인종청소’에 쓰여…‘인권경영’은 어디에 2022년 10월 3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의 칼렛 알 마야 마을. 대낮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중장비를 끌고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마을을 굉음과 먼지로 뒤덮던 거대한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거주민인 지하드 카밀 아부 후세인의 집 앞에 멈췄다. 후세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4명의 어린 자녀가 함께 사는 집을 굴착기가 이내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후세인은 굴착기를 막아서며 철거에 항의했다. 동행한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를 폭행해 제압한 뒤 체포했다. 바라보던 아내와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2022년 요르단강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한 마을에서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가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유엔이 규정한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이스라엘군의 이 강제철거 작전을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인종청소”라고 부른다. 현장에서 낯익은 이름이 현지 주민들에게 포착됐다. ‘HYUNDAI’. 후세인의 집을 물어뜯던 거대한 굴착기에 선명하게 새겨진 기업 로고였다. 중동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자동차 브랜드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월드컵의 공식 파트너 브랜드로도 주민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주민들은 굴착기를 생산하는 HD현대(구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에 편지를 썼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탄압하는 반인권적인 일에 현대의 중장비가 쓰이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1년 넘게 묵묵부답이었고, 올해도 마사페르 야타의 강제철거에 현대 굴착기가 동원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측은 “중고거래로 유통된 굴착기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책임질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외면하는 사이 이 문제는 국제 인권탄압문제로 비화됐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 및 활동가들은 “현대가 전쟁범죄를 방관하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주민들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 시기인 1967년부터 서안지구를 점령 중이다. 서안지구는 300여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이 거주하고 있는 엄연한 팔레스타인국(國)의 영토다. 유엔은 이를 ‘불법점령’으로 결론 내렸다. 2022년 10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전시에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일시적인 상황이며, 피점령국의 국가 지위나 주권을 박탈하지는 않는다”라며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점령은 그 영속성과 이스라엘 정부가 추진하는 사실상의 합병 정책을 고려할 때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점령에 그치지 않고 자국민의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현지 주민들을 강제이주시키고 있다. 말이 강제이주이지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주민들을 무력으로 내쫓는 일이나 다름없다. OHCHR 조사위원회의 현지 조사 내역을 보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주택 철거 및 재산 파괴, 점령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 대규모 감금, 정착민 폭력, 이동 제한, 생계에 필요한 기본 필수품과 서비스 및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 제한”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한 마을에 진입한 이스라엘군의 탱크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바라보고 있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HD현대의 굴착기가 포착된 마사페르 야타는 서안지구 헤브론 남쪽에 있는 도시다. 수십년간 크고 작은 강제철거를 진행해온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5월 “마사페르 야타에 군사훈련 구역을 만들겠다”며 해당 지역 12개 마을에 거주하는 1300여명의 주민에 대한 강제추방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팔레스타인 정부에 일방 통보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해온 단일 강제이주로선 가장 큰 규모로, 제4차 제네바 협약에서 규정한 중대한 위반 및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전쟁범죄에 HD현대의 굴착기가 계속 사용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현지 주민과 국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2022년 7월에 두 차례, 10월에 한 차례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적어도 다섯 차례 강제철거 현장에서 현대의 굴착기가 목격됐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유압 해머 부착물을 단 ‘HX330AL 크롤러 굴착기’와 ‘HW210 차륜형 굴착기’가 사용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강제철거를 단행하며 “해당 주민에게 정착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 정착지를 마련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쫓겨난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일부는 토굴을 파 열악한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변에서 양을 방목하는 등 그간 이어온 생계활동을 당장 포기할 수 없어서다. 마사페르 야타에 거주 중인 사미 후라이니는 최근 HD현대건설기계에 보낸 서한을 통해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이스라엘 국가의 지속적인 시도에 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가 쓰이는 것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달라”며 “자체 원격관리시스템을 통해 해당 중장비가 마사페르 야타 지역에 반입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사측에 직접 서한까지 보낸 이유는 HD현대의 중장비가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가옥을 파괴하는 데 동원된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과 미국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DWAN 등에 따르면 이미 10년 전인 2013년부터 HD현대의 굴착기가 가옥 파괴 및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 이용됐다. 2013년 당시에도 인권단체에서 사측에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당시 사측은 “해당 행위에 제품을 판매한 적 없다”라고 밝혔고, 현지 이스라엘 유통·판매업체와도 계약이 해지됐다고 응답했다. 이후에도 HD현대의 중장비는 파괴 현장에 계속 모습을 드러냈고, 마침내 주민들까지 나서서 공개서한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옥 강제철거가 끝난 뒤의 모습. 철거된 가옥 옆으로 집을 잃은 주민이 거주하는 토굴이 보인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HD현대 측 “중고로 유통된 것. 책임 없어” 지난 3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HD현대 신사옥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 인권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HD현대건설기계의 모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구 HD현대제뉴인)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경영을 선언한 HD현대건설기계가 강제철거 등 팔레스타인 인권탄압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측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몇 직원이 나와 “여기는 넘어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고지한 뒤 집회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인근 경찰서에서는 정보과 형사들이 나와 동태를 살폈다. 집회는 방해받지 않고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다.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처럼, HD현대 측의 대응방식은 일관되게 ‘무대응’이다. “중고차가 범죄에 이용된다고 해서 해당 제작사가 책임을 지는 건 아니지 않냐”.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측은 이렇게 답변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에 동원된 굴착기 등은 현지에서 중고 거래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이스라엘 유통업체를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우리는 이스라엘군에 중장비를 판매한 적이 없다”며 “중고거래를 통해 유통된 중장비까지 회사가 제재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굴착기를 중고거래하면 안 된다는 법은 물론 없다. 중고거래로 소유권이 바뀐 장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HD현대의 입장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사측이 비유한 자동차와 중장비는 엄연히 다르다. 자동차로 범죄를 저지를 순 있겠지만 가옥이나 마을을 파괴하거나, 불법적인 정착촌을 짓는 일을 자동차로 하지는 않는다. 중장비가 전략물자나 군수물자, 전시동원물자 등으로 분류돼 필요에 따라 수출통제대상 등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HD현대의 굴착기가 ‘HYUNDAI’라는 고유 로고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인권탄압 문제에 제품이 연관된 것이 범현대가에 결국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에서 해당 로고를 쓰는 이유는 자동차, 건설, 조선 등의 분야에서 쌓은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함”이라며 “엄연히 다른 회사라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질한 그룹집단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HD현대건설기계가 속한 HD현대그룹은 범현대가 중에서도 ‘직계’인 정몽준 회장이 이끌고 있다. 재계서열 9위에 해당하는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기업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볼 때 팔레스타인 인권탄압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풀고 가는 것이 HD현대에 유리하다. 현지 가옥 파괴 문제로 논란이 되는 대상은 비단 HD현대 만이 아니다. 동원되는 중장비 숫자로만 보자면 캐터필러, 볼보, JCB 등 외국 중장비 기업들이 더 많다. 이들 기업 역시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대책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이중 사실상 인도 기업인 JCB의 경우 한 인권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OHCHR은 2020년 2월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사업에 연루된 112개 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JCB가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불법점령 상태에서 이뤄지는 행위로, 팔레스타인 가옥 강제철거 등과 유사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명단에 오른 112개 기업 중 이스라엘 기업이 94개로 대다수였고, 해외 다국적 기업이 16개였다.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당시 HD현대건설기계도 명단 등재가 검토됐지만 ‘정착촌 건설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측 소명이 받아들여져 최종 명단에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명단에서 HD현대가 빠진 것을 두고 현지 주민과 국제 인권단체 등이 반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HD현대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계속 활동하는 한 OHCHR의 명단에 HD현대가 등재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인권경영” 선언 무색, 대응 못 하나 안 하나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하는 건 HD현대건설기계가 지난해 선포한 ‘인권경영’ 방침과도 어긋난다. HD현대는 2022년 7월 20일 최철곤 대표이사 명의로 ‘인권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3월 28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등 인권단체들이 경기도 분당 HD현대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선언에서 HD현대는 “글로벌 건설기계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라며 “임직원은 물론 고객, 이해관계자, 지역사회에 대해 인권 존중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중요한 건 그다음 문구다. 회사는 “인권경영의 실천을 위해 ‘유엔세계인권선언’과 ‘유엔 기업과 인권에 대한 이행 원칙(UNGPs)’ 등 각종 국제 인권 기준 및 규범이 제시하는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HD현대가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UNGPs’는 다국적기업 등의 인권침해 사례가 늘면서 기업에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국제 기준이다. 규범이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강제성은 없지만 채택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인권경영의 기준으로 많이 도입했다. 법무부도 2021년 <기업과 인권>이라는 발간물을 통해 UNGPs에서 규정하는 내용과 각종 기준을 소개하는 등 국내 기업에 준용을 권고했다. UNGPs에 따르면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유형은 직·간접적 영향에 따라 ‘유발’, ‘기여’, ‘연관’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나현필 기업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문제는 이중 가장 개입 정도가 낮은 단계인 ‘연관’에 해당할 수 있다. UNGPs는 이 같은 ‘연관’ 행위에 대해서도 기업이 인권 실사 대상으로 삼을 것과 이해관계자의 참여, 인권영향평가, 리스크 완화 및 제거조치, 정보공개, 피해구제 등의 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현필 상임활동가는 “HD현대가 선언한 인권경영을 고려하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자사의 굴착기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인권 실사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국내 기업의 경우 인권경영을 도입하면서도 주로 생산과정의 노동·환경 문제에 신경을 쓰고, 해외 인권문제엔 무관심한 성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아예 사례가 없지는 않다. 국제앰네스티는 2022년 11월 “미얀마 군부의 전쟁범죄에 이용되는 항공연료 수송에 푸마 에너지, 팬오션 등이 연루됐다”라고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발표 직전 푸마 에너지는 사전 질의를 받고 “미얀마에서 철수하겠다”라고 알려왔다. 국내 해상물류기업인 팬오션도 “쿠데타가 종식될 때까지 미얀마로 가는 항공연료 선적을 중단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자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는 “HD현대건설기계는 더 이상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인권 실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준하는 권리가 현지에서 보장될 때까지 이스라엘 중개업체와의 사업관계를 일단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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