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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참여연대 서한, 형사처벌 가능한가(2010. 06. 30 13:42)
- 2010. 06. 30 13:42 사회
- ㆍ국가보안법·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적용 무리 죄형법정주의라는 원리가 있다.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 죄가 되는 행위는 무엇이고, 그 죄에 대한 형벌은 얼마로 할지를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만든 법으로 미리 정해야 한다는 원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리’다. 소급입법금지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참여연대의 천안함 관련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 행위가 아무리 밉다고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하고자 한다면 사후에 만든 법으로 소급해 이를 처벌하면 안되고(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죄목에 의해 얼마만한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가 ‘미리’ 법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현 정부가 그토록 좋아하는 국격에 비춰보면 이런 논의 자체가 서글프기는 하지만 일단 참여연대의 이번 서한 발송 행위에 어떤 법상의 죄가 적용될 것인지, 실제 처벌 받을 개연성이 있는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법학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6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수사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단 적용 가능한 죄목은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 동조 등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정도로 보인다. 먼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부터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이 죄목은 적용에 심각한 무리가 있다. 이 죄목은 그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진실이 아닌 허위 사실을 널리 퍼뜨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는 범죄 행위인데 이번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의 내용은 천안함을 두 동강 낸 것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거나 맞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하게 사실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천안함 사태에 관한 주장 내지 의견일 뿐이다. 의견 표명을 허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한편 이를 사실 여부에 관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정부의 민군합조단 발표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은 하나 둘이 아니다. 또한 국민이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국가의 명예훼손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것인가? 부디 검찰은 지난번 MBC 「PD수첩」 건을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된 경우를 심각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단순한 주장 내지 의견 표명일뿐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의 적용 여부다. 이번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유죄 판결을 받기가 역시 어려울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는 무수한 주장,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시각의 법리적 문제점은 여기서 생략한다. 문제는 국가보안법의 어떤 개별 처벌 규정도 이번 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개별 처벌 규정과 표제는 다음과 같다.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제6조(잠입·탈출), 제7조(찬양·고무 등), 제8조(회합·통신 등), 제9조(편의 제공), 제10조(불고지), 제11조(특수직무유기), 제12조(무고·날조). 설마 검찰이 참여연대를 반국가단체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제3조는 물론 제3조의 반국가단체 규정을 전제로 한 제4조는 적용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이번 서한 발송 행위가 북한으로의 잠입·탈출, 북한 측 인사와의 회합·통신, 편의 제공, 불고지, 특수 직무 유기 또는 무고·날조 등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또한 제5조 제2항의 금품 수수도 아님이 분명하다. 남는 것은 제5조 제1항의 자진지원 또는 제7조의 찬양·고무 등에 해당하느냐다. 첫 번째로 제5조 제1항은 북한을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해 이적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인데 참여연대 또는 그 구성원이 북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나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황당하다. 아울러 이번 서한 발송 행위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인가?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태에 관한 한국정부 발표에 대해 제기 가능한 합리적 의문 여덟 가지와 조사 과정에 대한 여섯 가지 의문을 서한 형태로 유엔 안보리에 발송하면서 천안함 사건 규명을 위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참여연대 보고서를 포함한 모든 근거를 고려해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길 희망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것이 이적이란 말인가? 그러면 적어도 북한에 관해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이면 그것에 상식적인 의문이 제기되더라도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이것이 정녕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것인가?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 의장 등에게 보낸 천암함 관련 서한. 두 번째는 제7조의 찬양·고무 등에 해당하느냐다. 이 또한 기존의 국가보안법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 공감 받기가 어렵다. 참여연대를 제7조 제3항의 이적단체라고 적용하면 역시 황당한 일이 될 것이다. 나아가 제7조를 적용하려면 참여연대가 이번에 서한을 발송한 것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한 행위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본 것처럼 참여연대의 이번 서한은 정부 발표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에 대한 환기 차원이고, 이런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여 년 동안 힘들여 구축한 한반도의 평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유엔 안보리가 내리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를 이적행위라는 인식 아래 했다고 보는 것은 세상이 북한과 북한 아닌 것만이 존재한다는 세계관 아니면 나오기 힘든 결론이다. 한편 대법원은 제7조의 찬양·고무 등 방법에 의한 이적행위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북한의 체제와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운용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점차 엄격하게 해석해 국가보안법의 오·남용을 줄이고자 하는 경향에 있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북한을 노골적으로 찬양한 단체가 아님은 검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 대목을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다고 해도 유죄 판결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참여연대 처벌은 국격에 치명적 손상 단언컨대 이번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국격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08년 5월 7일 유엔 인권이사회를 통해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조차도 권고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런데 폐지는 고사하고 한국의 대표적 비정부기구(NGO)인 참여연대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격이 얼마나 손상될지는 너무나도 명백한 것이 아닌가. 다른 누구보다 이 서한을 받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정부와 보수언론, 검찰의 자제를 진심으로 촉구하는 이유다. 그리고 진정으로 국격을 드높이기 원한다면 이번 기회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어떤가.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이번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선수들에 대해 애정 어린 해설을 하면 안되는 것인가로 고민하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한테 문자로 물어봤다는데 이것이 G20의 한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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