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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대유 고문 이경재 전 정윤회·최순실 변호인 단독 인터뷰 “검찰, 날 부를 이유 뭐가 있겠나”(2021. 10. 29 14:28)
- 2021. 10. 29 14:28 사회
- 묘한 인연이다. 이경재 동북아 대표변호사(72). 그를 대장동-화천대유 의혹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서 정윤회씨의 변호를 맡았고, 다시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최씨의 변호를 맡았다. 2019년에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 회고록 <417호 대법정>을 펴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0월 3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후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뒤를 이어 들어서고 있다. / 경향자료 이석우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의혹에서 “최순실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우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에 자금을 댄 것이 근거다. ‘최태원 SK회장 사면에 대한 대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안민석 의원은 “국정농단 주범들의 집사가 자기 임의로 화천대유의 고문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 변호사가 고문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 변호사에게 연락한 이유다. 고문 재직 사실이 알려진 후 이 변호사가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10월 20일 저녁 전화로 진행했다.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게 2017년부터라고 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2015년 9월부터였습니다. 시기적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2017년은 국정농단 사건 변호 전이었고, 2015년은 아직 국정농단 논란이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2015년 9월이 맞습니다. 처음에 언론에서 보도될 때 기억에 의존해 말하다 보니 잘못 말한 것입니다. 나중에 계약서를 보니까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특별히 거짓말할 이유는 없어요. 기억의 착오였어요.”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됩니까. 고문을 맡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검사 시절부터 오랜 인연이었습니다. 고문을 맡아달라고 하니 회사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요. 딱히 잘못한 일은 없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고문을 맡게 된 경위가 석연찮다고 말하는데요. “그동안 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법적으로 엄중하게 조치를 취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밝혀진 분들, 예를 들어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법조경력으로만 놓고 보면 급(級)이 안 맞으니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2015년 시점이면 최순실이나 정윤회의 비선권력이 작동하고 있을 때이니, 거기에 줄을 대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인데….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고문하는 것만 알았지 박영수 전 특검도 고문을 맡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이런 시기에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입니다.” 그는 현재 논란되는 사건에 대해 “고문으로 있기는 하지만 김만배를 도울 일은 없고 객관적으로 보면”이라고 전제한 뒤 “핵심은 배임죄가 성립하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유동규의 배임이 성립하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배임 공범혐의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쪽(성남시)에서 후임시장이 은수미인데, 배당의 시차를 고려해야 해요. 언론보도를 보면 배당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이익을 나누는 식으로 돼 있는데, 이 사업을 보면 세월을 두고 회계연도마다 배당이 이뤄지는데 그때마다 판단해야 합니다. 배당의 시점이 제일 중요해요.” -이익환수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시점과 실제 배당이 이뤄진 시점 사이의 간극이 2년 정도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처음 시작된 2015년이나 2016년에는 이익이 날 일이 없고, 2017년에 이르러야 이득이 났을 거예요. 이 사업이 진짜 크게 터진 것은 2018년 이후 올해까지 매해일 테고, 그때마다 배임 행위가 이뤄질 겁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엄청 벌었는데, 이 사람들이 나눠가졌다는 식으로 돼 있는데 잘못된 거예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을 그만두고 경기도지사가 된 시점이 2018년 6월입니다. 실질적인 이익이 난 건 2018년 이후이니 배임이 그렇게 쪼개진다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까. “유동규와 당시 시장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 명백한 일이죠. 유동규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직무대리로 있든 안 있든 간에 성남시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죠. 그런데 유동규의 행위가 배임이 되냐 안 되냐가 쟁점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김만배가 ‘우리를 잘 봐달라’고 뇌물을 줬다고 전제해봅시다. 그러면 김만배는 뇌물 공여의 책임은 지지만 공범은 안 됩니다. 명백해요. 똑같은 논리거든요. 유동규가 배임을 저지르는데 김만배 배임 행위의 공범이 될까요. 유동규 범행에 공범이 성립한다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용산경찰서가 무려 5개월을 사건을 들고 있었던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배임죄 성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군요. “그다음 큰 문제는 국민의힘이에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설계할 때부터 김만배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초과이익환수조항을 없애라고 했다고 몰아가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얼토당토않아요.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설령 이재명 후보가 공언한 것처럼 ‘1원 한푼도 받은 적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주변이나 측근의 수뢰가 확인된다면 일종의 경제공동체 논리로 묶이는 것 아닙니까. 국정농단 사건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당시 윤석열 검찰이 의율했던 방식인데요. “윤석열식으로 했으면 (이재명 후보는) 벌써 잡혀갔겠죠. 윤석열과 박영수가 특검에서 경제공동체 논리를 폈는데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공모를 말하려면 애초부터 공모관계라는 것이 인정돼야 합니다. 김만배, 유동규, 이재명 3자 공모가 인정돼야 해요. 그렇게 이야기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실제로 돈이 얼마가 왔다갔다 했다는 문제를 치고 올라가야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언급한 ‘그분’이 누구냐도 논란됐는데요. “말하자면 메시아 비슷한 것이지요. 우리가 믿을 것은 ‘그분’밖에 없지 않냐, 김만배가 왜 그분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제 표현인데 그대로 말하면 묘한 엑스맨 같은 거라고 봅니다. 엑스(χ)를 쳐놓고, 그 χ가 변수가 되니 하느님부터 시작해 이재명까지 다 넣을 수 있어요. 해석이 얼마나 다양하겠어요. 소설가라면 땅값 올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니 문 대통령까지 집어넣을 수 있지요. 희한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기가 막힌 답을 하나 내놨어요. 누구 찍어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겁니다. 누구냐고 하면 마음속의 인물이라고 답할 거예요.” -어쨌든 화천대유 고문이었으니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나 의견청취 요청 같은 건 받았습니까. “검찰이 나를 부를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냥 들여다봤겠지.”(편집자 주: 검찰이 이경재 변호사를 비롯한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인사들을 소환하려는 움직임은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는 현재까지 없다) -화천대유 고문은 지금도 맡고 있나요. “김만배와 처음 계약할 때 2년 계약으로 자동갱신을 하는 형태로 맺었어요. 2년 하고 다시 연장하는 형식이지요. 어쨌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도와주려 하는데 딱히 연락은 없습니다.”
- 특집
-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그래서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2021. 10. 01 15:22)
- 2021. 10. 01 15:22 경제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지금은 남판교라 불리는 이 땅은 2004년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에 시가지화 예정용지로 지정됐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정보를 공개한 후 1년이 넘도록 개발행위 제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사상 최악의 비리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투기꾼이 꼬였다. 대장동은 투기와 형사사건이 잇달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 김기남 기자 2005년 3월 15일 노태우 정권의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 총무처 장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전직 관료가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토지를 시세보다 싸게 매입해 이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005년 11월 성남 대장지구 투기로 22명이 적발됐다. 대장동 일대 개발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 공무원까지 미등기 전매로 거액의 돈을 챙겼고, 개발보상을 노린 투기꾼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계속된 수사에서 총 171명이 입건됐다. 그후 부동산개발회사가 배후에 있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환지방식에 의한 민간개발을 추진했다. 바로 이 개발회사에 요즘 시끄러운 화천대유 투자자 중 일부가 속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9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용사용방식에 의한 공공개발도 추진해 둘이 경쟁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09년 10월 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LH 출범식에서 “LH는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하지 않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 뒤 LH 사장과 성남시 국회의원 신영수도 같은 뜻의 말을 했고, 2010년 6월 28일 LH는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 로비는 5년 후 드러나 부동산개발업자와 전직 LH 본부장 등 6명이 구속 기소되고 감정평가사 등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LH의 사업 철회 결정 불과 한달 뒤인 2010년 7월 민선 5기 성남시장이 다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했다. 위 개발회사의 참여자들은 민간개발을 위해 토지를 프리미엄을 주고 비싸게 매입했으므로 토지를 수용당하게 되면, 개발이익 배제의 원칙에 따라 프리미엄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 있었다. 토지 계약금액도 저축은행 대출을 받아 지불했기 때문에 엄청난 부채만 남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LH 사장에게 대장동 공공개발을 포기시킨, 성공한 로비의 주인공들이었다. 공공개발 추진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방채 발행은 중앙정부에 의해 승인받지 못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은 시의회반대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천신만고 끝에 2015년 민관합동방식에 의해 대장동 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됐다. 그러자 그동안 중앙정부와 시의회의 지원을 받아 성남시의 공공개발을 막던 바로 그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수용당해 토지 프리미엄만큼의 엄청난 손실을 볼 처지에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대장동 땅은 다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정치인의 아들은 출자자 겸 자산관리회사에서 50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았는데, 그 돈의 성격은 퇴직금, 성과보수를 거쳐 산재보상금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50억원을 준 회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민간개발업자의 성공한 로비를 무산시키고 공공개발을 추진했던 사람일까. 망할 위험에 처한 민간개발업자에게 다시 사업기회를 준 사람일까.
-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
- [오늘을 생각한다]오징어게임과 화천대유(2021. 10. 01 15:21)
- 2021. 10. 01 15:21 오피니언
- 세계적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이 게임을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미지의 자본가들을 떠올려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게임의 총상금인 456억원은 문제도 아니고, 456조원 정도는 가진 것처럼 행세하고, 게임에 참가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살육하는 모습을 보며 유희를 즐긴다. 초록색 옷을 입은 채무자들이 은유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지난 9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8%를 기록했고, 8월 24일에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약 180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조6000억원(증가율 10.3%)이 늘었다. 아무래도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문제적인 장면은 다수결 투표가 이뤄질 때가 아닌가 싶다. 채무자들은 얼마든 이 끔찍한 게임을 중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자신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환상이 이들을 확률 낮은 게임의 학살 현장으로 이끈다. 채무자들은 최종 승리자가 되기 위해 끼리끼리 편 먹고 타인을 죽이거나, 결국엔 동료를 향해 살인을 자행한다. 서로가 같은 팀이란 사실을 알아채고 시스템 자체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그런 기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쟁점은 ‘화천대유’로 번진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의 최고 수혜자들이 만든 화천대유에서 곽상도 국민의힘(탈당·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불과 5년 9개월 근무에 대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의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곽병채씨는 지난 9월 26일 아버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고 변명했다. 드라마를 안 봤거나 난독증이 있는 게 분명하다. 화천대유에서 얻은 혜택을 볼 때 그는 이 게임의 ‘말’이 아니라 설계자들의 꼬리다. 누구도 단 69개월 근무의 대가로 퇴직금 50억원을 받지 못한다. 그가 정말 ‘화천대유’라는 오징어게임의 ‘말’에 불과했다면 1라운드도 통과 못 하고 끝장났을 것이다. 배당금 4000억원짜리 부동산이 개발이라는 오징어게임을 낳은 구조적 원인은 다름 아닌 ‘민간중심 부동산 개발’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랑한 성과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 게임의 수혜자가 결국 화천대유와 같은 숨어 있는 설계자들이었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논란을 돌파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끼리끼리 불로소득 해먹으며 공정을 해치는 부동산 적폐세력”이 활개 치고 있을 때 정책 입안자는 무얼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 [단독] 화천대유 대주주 언론인 “이재명 지사와 무관…합법적으로 돈 벌었다”(2021. 09. 21 09:16)
- 2021. 09. 21 09:16 정치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잘 알고 있긴 하다. 이재명을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 9월 1일 기자와 통화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61)의 말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특수관계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기자는 이른바 ‘화천대유 의혹’이 대대적으로 불거지기 전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했다. 기자와 30여분 가량 통화한 이후 김씨는 모든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고 잠적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김만배씨는 지난 8월 말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자와 통화한 9월 1일 저녁 김씨는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고 대주주일 뿐 경영에 관여 안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가 전화를 건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누구의 사주로 전화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기자의 취재가 정치권 특정 진영의 ‘오더’로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오랫동안 기자를 하셨으니 취재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의심을 쉽게 풀지 않았다. 기자가 제일 궁금해 했던 것은 그가 현직언론인 신분이라는 것이다. 보통 언론사에서는 자체적인 기자윤리강령을 마련해 기자신분으로 다른 영리/비영리 활동에 제한을 두고 있다. 화천대유나 투자 자회사 천화동인을 만드는 데서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겸직근무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 (회사의) 허락을 받고 했다. 전 사업주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회수했다. 현직 기자이며 대주주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경영은 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기자에게 “경향신문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되물으며 “경영은 하지 않고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왜 문제인가. 제기되는 의혹들은 팩트가 다 틀린 것이다. 질문을 하려면 정확한 사정을 공부하고 물어봐야 제대로 답할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9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투자금에 비해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은 사실 아닌가. “아직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다. 대박이라고 하는데 그만큼의 위험부담이 있었다.” - 투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주식을 잡혀 대여를 받았고, 그 대여금의 행방이 모호하다는 의혹이 있다. “어리석은 질문이다. 내 돈을 내가 어떻게 쓰던 그건 내 마음 아닌가. 문제를 삼으려면 내 돈을 쓰는 것이 잘못되었는지 안되었는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이 안되니 의혹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기자가 해야 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질문해야지 이런 저런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서 안된다.” - 대선 국면이니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재명 지사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나오는 거 아닌가. “이재명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서들 판단하셔라. 제가 친하다면 제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고 감사할 일이다. TV에서 맨날 보는 사람이 나와 가까운 관계라고 하니.” 설왕설래를 하던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의 실체를 설명했다. “그 전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인 사업하던 것을 강제수용해서 뺏었다. 세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중 하나를 선정했는데,우리가 1등을 해서 사업하는 것이다. 공모로 진행하는 것인데 짜고 칠 수도 없고, 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서 누가 도움을 줬나. 개인 컨소시엄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1등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내가 돈을 빌려갔던 안 빌려갔던 이 큰 사업을 하는데서 자기자본 비율도 있고 뭐도 있는 것인데, 배당능력이나 주식을 빌려서, 돈을 빌려서 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나. 직장에는 우리가 당선된 다음에 말씀을 드렸다. 내가 경영하는 것은 아니고, 주식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경영을 하려고 했다면 사표를 내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를 정치적으로 엮으려고 불법인 사실로 엮으려고, 의혹을 가지고 기사를 쓰면 안된다. 의혹만 제기하면 다 기사가 되나.” - 돈 흐름에 대해 사법 당국에서 수사에 나섰다는 이야기있다. “이익금은 통장에 다 있다. 통장에 있는 것이 그대로 있다. 우리나라엔 금감원도 있고 국세청도 있다. 뒤져보라. 만약 사실이 아닌 것이 기사에 나오면 나는 고소하면 된다. 나만의 일이 아니라 여기 많은 사람들의 일이니까. 누가 이익이든 뭐든 상관이 뭐가 있나.” - 법조기자 출신인데 이런 일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저를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물의를 일으킨 적 없는 사람이다. 사건에 개입하거나 금품 수수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엮인 적 없다. 저에 대한 세평을 물어보면 그렇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회사의 구조라는 것이 조달청 공모를 짜고 칠 수 있나. 이런 것은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와서, 그 이유가 어떻든 약속을 어긴 것은 이재명이다. 3700억만 가지고 가면되지, 왜 더 가지고 가서 공공이 해야 할 것을 두고 성남시와 우리가 그런 문제로 싸웠다.” - 화천대유라는 이름은 직접 지은 이름인가. “직접 지은 것이다. 이제 뭐, 어렸을 때부터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 주역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화동인 자회사 이름도... “다 내가 지은 것이다. 그런 것을 가지고 내가 볼 때는 하여튼간, 내가 시끄러운 한 구석에 휘말리는 것 같다.” - 회사 멤버들 다 법조기자 할 때 맺은 인연인가. “강찬우는 검찰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을 고문변호사로 둔 것이고 이성문, 그 분은 잘 아는 교수님이다. 동생은 현재 이사를 그만뒀다. 한번도 자랑을 안했는데, 기자말년에 유명세를 한번 타는 것 같다. 하여튼간 비리없다. 우리는 그냥 공단이나 더 많이 해주려고 했다.” - 투자해 돈 버는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인 건가. “법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제가 처음에 자본금을 만들려고 빌려왔고, 그걸 갚으는데 무슨 상관이 있나. 내가 그림자를 지울 수 있나. 이재명 지사와 무슨 상관이 있나. (상관이 있다면) 그 사람을 좋아해야겠네. 결론적으로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있다면 팩트를 가지고 와서 따져달라.”
- 대장동화천대유천화동인이재명 경기도 지사
- [길에서 만난 사람]추워야 살맛 나는 화천(2014. 01. 14 14:21)
- 2014. 01. 14 14:21 사회
- 벌써 12회를 맞이하는 산천어축제는 알뜰한 겨울여행지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축제다. 겨울이면 얼음바닥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든다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도시 강원도 화천. ‘얼음의 나라’라는 풍문에 걸맞게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자 화천군 읍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낮이면 사람들이 언 발을 구르며 산천어잡이를 하고, 밤이면 중앙통 거리가 화려한 불빛으로 겨울의 낭만 야경을 그려낸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과 아무래도 어쩌지 못하던 추위를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굴해 겨울축제 도시로 거듭난 화천으로 떠난다. 화천의 겨울, 산천어축제장에 가기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축제장에는 사람이 고기보다 많아 보인다. 고기와 눈맞춤이라도 할 요량으로 얼음구멍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아예 배를 얼음바닥에 깔고 엎드려 있고, 아직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을 듯한 꼬마들이 미동도 없이 작은 구멍을 응시하고 있다. 순수하고 물욕이 들지 않은 아이들의 눈망울은 어른보다 맑고 집중력이 월등해 고기잡이에 실력을 뽐낸다. 간혹 여기저기서 터지는 “산천어 봤다”는 환호에 휩싸이며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얼음의 나라’에 걸맞은 추위 덕택으로 매년 순항하고 있다. 올해 역시 신년 벽두인 1월 4일 팡파르를 시작으로 26일까지 장장 23일간의 축제 서막을 열었다. 축제장을 뛰어다니며 손님맞이에 한창인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정현철 주무관은 유난히 늦게 찾아온 추위로 며칠 동안 마을을 졸였다. 화천 산천어축제장에 몰려든 인파. “화천은 겨울축제의 도시입니다. 올해는 눈이 많이 오지 않고 유난히 늦게 찾아온 추위로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바짝 추워져야 더 재미가 있고 살맛이 나는 것이 화천입니다. 다행히 개막일인 주말 이틀 동안 2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순항을 시작했습니다. 겨울에는 추워야 제맛이 나는 것이 얼음의 나라, 화천입니다. 세계적인 겨울도시 화천의 제맛을 느끼려면 지금 축제장으로 달려오시면 됩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얼음나라 화천의 낮과 밤 벌써 12회를 맞이하는 산천어축제는 알뜰한 겨울여행지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축제다. 워낙에 사람이 많이 있어 외국의 언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하기도 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수천명의 사람이 꼼짝 않고 얼음구멍을 보고 있는 모습은 정지화면에 가깝다. 또 살아 움직이는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 맨손잡이, 루어낚시 등은 그 역동성 때문에 국내 여행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가장 인기가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 프로그램도 다양해져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천군 읍내에 마련된 얼음광장에는 사람들의 머릿수가 빼곡하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얼음나라 투명광장. ‘머릿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란 풍문 때문에 시선은 줄곧 얼음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사람의 머리에 집중된다. 아직 본격적인 개장으론 이른 시간이지만, 자녀들의 방학과 신년 새출발의 의미를 되새길 참으로 가족과 함께 찾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저희는 며느리, 사돈이랑 함께 여행을 왔습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잖아요. 예전처럼 사돈네가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자식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양가 부모의 바람이니까. 아들네가 결혼 3년차인데, 올해는 손주를 봤으면 하는 것이 양가 어른들의 소원입니다. 뭐 꼭 아들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 모두 복 많이 받고 행복하구. 산천어도 잡고 소원도 빌려고 한 식구로 여행을 왔습니다.” 아들 내외, 사돈네와 함께 화천을 찾았다는 전진오씨는 사돈과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산천어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전씨 가족처럼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단위 관광객이다. 아이들과 함께 산천어 잡이에 빠진 부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주간에 열리는 산천어축제장에서 산천어를 잡고, 얼음나라 투명광장, 화천갤러리 등에서 열리는 예술거리를 돌아보며 온 가족이 함께 힐링하고 감성을 충전하기에도 그만이다. 산천어 낚시체험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가족. 경계의 자리에 싹트는 평화와 안녕의 소망 특히 이번 축제기간에는 세계겨울도시홍보관과 얼곰이성 등에서 다양한 즐길거리와 새해 희망의 소망엽서도 만들어볼 수 있다.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세계겨울도시시장회(WWCAM)가 열립니다. 세계겨울도시시장회는 ‘겨울은 자원이며, 곧 재산이다’란 슬로건으로 일본 삿포로, 중국의 창춘과 하얼빈, 미국 앵커리지 등 8개국 20개 도시가 회원인데, 동계스포츠나 겨울축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들입니다. 지난 1982년 일본 삿포로를 시작으로 2년마다 시장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화천은 이번 회의 기간 중 축제와 생태평화도시의 이미지를 널리 홍보할 계획입니다.” 얼음나라 투명광장과 화천의 밤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화천읍 중앙로에 조성된 선등거리는 산천어 등을 주제로 화려한 조명을 반짝이며 가족과 연인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한다. 화천은 남북 분단의 경계에 자리한 고장이다. 경계 지움의 역사는 모든 상처의 근원이다. 모든 경계의 자리에는 아픔과 상처가 있게 마련이고, 그 눈물들은 다시 씨앗이 되어 희망을 싹틔운다. 때문에 신년이면 화천을 찾은 국내외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평화의 댐 권역에 위치한 ‘세계평화의 종’ 공원이다. 화천군 중앙로 선등거리 야경 평화의 댐 옆에 조성된 공원으로 화천읍 동촌리 애막골 일대에 자리한다. 희끗하게 눈발이 내린 설산을 몇 굽이 돌아 오르자 자작나무가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고 있는 해산전망대가 나타난다. 자작나무들은 겨울 설산을 지키는 경계의 초병들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다. 잠시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멀리 평화의 댐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 아래 산천의 경계는 없다. 평화의 댐은 북한강 줄기의 최북단에 위치하며, 군사분계선 남쪽 9㎞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화천 9경 중 제4경인 이곳 댐은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물문화전시관, 인공벽천,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고, 입구에 커다란 범종이 서 있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이 범종은 세계 29개국의 분쟁지역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했던 탄피 등을 모아 높이 4.7m, 무게 37.5톤이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범종이다. 범종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평화의 종을 타종하고 새해의 소원과 안녕을 빈다. 청마의 기운이 넘치는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경계의 자리는 곧 소망의 자리이며 희망의 싹이 움트는 자리다. 새해에는 사람과 사람의 경계, 생각과 생각의 경계, 경계와 단절로 인한 불통과 그로 인한 뻑뻑한 응어리와 생채기가 눈 녹듯이 사라지길 희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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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만난 사람]축제의 고장 화천, 민·관·군은 하나다(2013. 08. 12 16:01)
- 2013. 08. 12 16:01 문화/과학
- 우리나라에서 큰잔치를 잘 여는 곳으로 소문난 화천은 민·관·군이 한마음으로 해마다 큰 잔치마당을 벌인다. 예부터 소문난 잔치에는 빈부고하가 없었고, 경계나 허물도 없었다. 늘상 티격태격하던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대동단결을 이루는 때도 바로 동네에서 큰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윗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했고, 아랫마을에 슬픈 일이 나면 서로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우리나라에서 큰잔치를 잘 여는 곳으로 소문난 화천은 민·관·군이 한마음으로 해마다 큰 잔치마당을 벌인다. 화천만큼 큰잔치를 잘 하는 고을도 드물다 해마다 겨울이면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읍내가 떠들썩하고, 여름이면 ‘물의 도시’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쪽배 축제와 토마토 축제를 열어 방방곡곡의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면 화천에서는 다양한 잔치가 벌어진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화천 쪽배 축제가 어김없이 붕어섬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태양의 붉은 빛깔을 그대로 머금은 토마토를 주제로 한 토마토 축제도 사내면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화천산 토마토가 사용되는 토마토 축제장. ‘토마토 속 황금반지 찾기’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토마토 축제의 꽃이다. 화천 쪽배 축제는 2003년에 처음 시작한 축제로 화천 붕어섬 및 생활체육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창작 쪽배 콘테스트, 월엽편주(수상 자전거), 하늘 가르기(짚라인), 카약 체험, 용선 체험, 물총 싸움 등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넘쳐나 겨울 산천어 축제만큼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그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이 바로 창작 쪽배 콘테스트. 하늘만큼 푸르른 물 위에 각양각색의 쪽배가 물을 가르며 질주한다.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이들의 직업과 연령도 다양하다.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학생, 군인, 홀로 참가한 이들도 있다. 경북 포항에서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단독으로 첫 출전한 이상민씨(경북 포항)가 ‘화천제공호’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쪽배를 타고 우승을 다짐하는 기염을 토한다. “화천 하면 으레 산천어 축제를 떠올리지만, 어디 산천어뿐입니까. 물의 도시인 만큼, 여름 축제도 재미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몇 번씩 벼르고만 있다가 아내가 힘을 북돋워줘 용기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애 첫 배이고 첫 출전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출발선에 서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모두 기세등등하다.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든 쪽배들이다. 수박배, 탱크배, 썰매배, 돌고래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모습이 기상천외하다. 드디어 출발! 총성이 울리자 형형색색의 쪽배가 물 위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참가자들의 쪽배가 출발하자 콘테스트를 지켜보는 관광객들 역시 짜릿한 긴장감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실 화천 하면 누구나 산천어 축제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대한민국 국민은 두말할 것 없이 겨울 최고의 축제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산천어 축제가 미국 CNN 뉴스 선정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축제인 산천어 축제의 성공 비결은 뭘까?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단독으로 첫 출전한 이상민씨가 ‘화천제공호’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쪽배를 타고 있다. 겨울 산천어 축제와 여름 토마토 축제, 쪽배 축제 등 화천의 푸짐한 잔칫상을 준비하는 화천군 김세훈 관광정책과장은 그저 재미있게 화천을 즐기다 가라며 손사래를 친다. “지난해 산천어 축제는 국내 관광객 140만명, 해외 관광객 2만명을 유치해 4년 연속 최우수 축제, 2012 대한민국을 빛낸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아시아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서 이루어낸 결실입니다.” 당시에 겨울이면 각 마을의 청년들이 모여 얼음 위에서 축구를 하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화천은 전국에서 가장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이 길다. 겨울이면 얼음 위에 장갑차 몇 대를 올려도 끄떡이 없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화천의 겨울과 설경, 청정한 자원을 활용해 잔치를 벌여보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2003년 첫 해부터 주민과 군·관이 함께 합심해서 본격적으로 잔치를 준비했다. 그러자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시골도시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올해 누적집계로 방문객 150만명, 2300억원(강원발전연구원 분석 자료)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 동네 청년들의 잔치에 불과했던 겨울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가 된 것은 모두가 하나가 된 마음으로 일손을 품앗이한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천군은 산지가 군 전체 면적의 86%를 차지해 농경지가 부족하다. 한국전쟁 후 지역에 주둔한 군에 의존하며 60여년간 먹고 살았다. “우리 화천처럼 단합이 잘 되는 지역은 없을 것입니다. 산이 깊고 눈도 많이 옵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겨울이면 한 발짝도 못움직입니다. 군에서 제설작업을 도와주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모두 꼼짝 못하는 셈이지요. 주민과 군·관이 마치 삼인사각으로 한쪽 다리를 묶고 달려야만 한 발을 뗄 수 있다는 이치를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지요.” 관광객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창작 쪽배 콘테스트. 하늘만큼 푸르른 물 위에 각양각색의 쪽배가 물을 가르며 질주한다. 한국전쟁을 거치고 휴전선 가까이 북을 마주하게 되면서 일상 다반사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통해 서로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 삶의 지혜이자 법칙이 된 것이다.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이자 화천의 차별화된 전략이 된 셈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십시일반으로 이웃을 돕던 옛 선조들의 품앗이 전통이 이어진 것이지요. 근면·자주·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의 시스템이 대부분의 고장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 군은 오히려 좋은 점은 그대로 되살렸고, 민·관·군의 협력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산물인 토마토 역시 축제로 널리 알릴 터 겨울도 겨울이지만, 화천 군민들은 여름철에도 바쁘다. 농사일도 해야 하고 축제 준비도 해야 한다. 토마토 축제에는 토마토를 직접 생산한 80여곳의 농가가 참여한다. 하지만 올 여름은 긴 장마로 수확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축제를 준비하며 더욱 열성이다. 지역농가의 수익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키 위해 시작한 토마토 축제장은 사내면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장은 그야말로 붉은 토마토 일색이다. 약 40톤의 토마토가 사용되는데, 모두 화천산 토마토다. 시원한 화천의 고원분지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해 화천의 으뜸가는 효자 상품이다. 붉은 토마토로 치장한 행사장에서 체험객들은 각종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즐기며 환호한다. 토마토 빨리 먹고 휘파람 불기, 토마토 씨름, 토마토 속 황금반지 찾기, 토마토 슬라이딩 등 다양한 체험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니 박진감이 넘치고 색다른 경험이다. 그 중 토마토 속 황금반지 찾기는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토마토 축제의 꽃이다. 토마토를 가득 채운 풀장은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고, 황금반지가 숨겨진 토마토를 찾기 위해 사람들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반지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모습도 보인다. 탱글탱글한 토마토가 팡팡 터지는 소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 소리가 축제장에 가득하다. 함께 즐기는 화천의 축제. 화천 주민들은 화천 토마토 축제를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처럼 국제적인 잔치로 키울 작정이다. 토마토 축제에는 1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 신나는 여름 축제를 즐겼다. 소문난 큰잔치에 웃음소리가 높다. 글·사진|이강 leeghang@tistory.com
- 길에서 만난 사람
- [사회]화천군에선 황토집 건축비 ‘공짜’(2005. 09. 13)
- 2005. 09. 13 사회
- 귀농인구도 유치하고 한옥 기술자도 양성하는 이색 인구유인정책 ‘대성공’ “우리 군으로 오면 황토한옥을 ‘지어’ 드립니다.” 강원도 화천군이 실시하고 있는 이색 인구유인책이 화제다. 화천군이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통황토집전수학교 수강생들은 화천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타지역 주민에게 건축 자재비만 받고 전통한옥집을 지어주고 있다. 이미 4동의 한옥을 지어 건축주에게 넘겼고, 현재도 2동의 한옥을 짓는 중이다. 이 정책은 조금씩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8월 30일 화천군청 주민봉사과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공짜로 집을 지어주는 것으로 착각한 이들의 문의전화도 있었지만 한옥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춘천에 사는 정의순씨(48)는 직접 화천군청에 찾아왔다. 직접 집을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찾아왔다는 정씨는 “지금은 교통도 좋아 화천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다”라며 “공기도 좋고 노후에 살기에는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어진 한옥을 둘러본 그는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천군 관계자는 “신청이나 문의가 많은데 인원은 한정돼 이미 3건이 밀려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내심 즐거운 표정이었다. 두달 반 공사 끝에 멋진 한옥이 올해 6월 완공된 한옥집에서 여름을 보낸 전경식씨(39)는 “집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귀농을 결심해 화천을 찾은 그는 원래 집을 직접 지을 생각으로 비닐하우스에 터를 잡았다. 전수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농사를 지어야 하는 까닭에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다. 이에 그는 올해 초 집을 지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에 사는 부모님을 모시려면 어차피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두달 반 동안의 공사기간이 지나자 멋진 한옥이 탄생했다. 통으로 된 유리를 통해 마당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산을 바라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운치가 느껴진다. 그는 “조립식으로 집을 지어도 평당 20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며 “이렇게 지어도 인건비를 빼니 평당 24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을 보내봐야 알겠지만 여름에는 무척 시원해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정도였다”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정책이 가능할까. 화천군은 일회성, 단기적인 정책으로 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은 비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살기좋은 동네로 만들면 저절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화천군의 생각이다. 이 정책은 여기서 출발했다. 살기좋은 동네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주위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농촌에 어울리는 집, 바로 한옥을 짓는 것이 목표가 됐다. 그러나 한옥 건축에는 돈이 많이 든다. 한옥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은 인건비와 자재비를 합해 평당 500만원 미만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30~40%를 인건비가 차지한다. 인건비를 낮추면 싼 가격에 한옥을 지을 수 있다. 이에 화천군은 전통황토집전수학교에 만들어 운영비를 지원하고, 이곳 학생들이 이주민에게 한옥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요새 전통 한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덕택에 수강생은 어렵지 않게 모집할 수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20~60대로 기술을 배워 자기 집을 지으려는 이들이 70%, 재취업하려는 이들이 30%다. 한옥 건축 현장에서 만난 조광현씨(65)는 전자다. 10년 전 군에서 퇴역한 그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 아래로 귀농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여기서 배운 기술로 향후 3년에 걸쳐 자신과 부인이 살 작은 한옥을 짓는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이미 한채를 지어본 그는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다시 한채를 짓는데 참가하고 있다. 광주에서 올라온 임병옥씨(43)는 재취업의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조상의 지혜가 남아 있고 자연적인 소재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비록 임금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수학교는 이들과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을 6기까지 모집해놓은 상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수도 ‘짭짤’ 이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는다. 입학 당시에 보험료 30만원을 내고 주민등록을 화천군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교육비가 무료라는 점은 화천군만의 장점이다. 이미 전국에는 수많은 목조주택관련학교와 2군데의 전통한옥학교가 있지만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한옥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천장에 사용되는 ‘보’의 경우 가격이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목재 가격이 비싸다보니 직접 집을 지어보기도 어렵다. 일부 학교에서는 현장 경험 대신 모형을 이용하고 있다. 화천군은 한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과 기술 전수에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접목시켰다. 경험이 필요한 전수학교 학생과 한옥을 원하는 이주민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수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교수의 감독을 받으며 나무를 다듬고, 조립하는 등 한옥을 짓는 경험을 쌓는다. 건축주는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아서 좋고, 학생들은 실제 경험을 쌓아서 좋다. 기술을 가진 교수들이 감독을 하기 때문에 완성도도 높다. 게다가 학생들도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정성스레 집을 짓는다. 여기에 화천군은 운영비만을 지원하면 된다. 운영비는 한해에 1억500만원. 화천군이 거둬들이는 이익에 비하면 그리 많은 비용은 아니다. 우선 화천군은 학교에 지원하는 이들에게 화천군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평균 60여명이 화천군에 주민등록을 옮긴다. 교육이 끝나면 주민등록을 다시 옮겨가는 것은 자유지만, 일단 교육기간에는 화천군민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지방세나 중앙정부의 교부세 등 6000여만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화천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인 쪽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이 끝난 뒤 화천군에 정착한 사람도 나타났다. 게다가 다른 지역과는 인구유인책이 차별화된 까닭에 타지역 귀농인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화천군은 앞으로 전수학교 시설을 보완해 정원을 늘려 늘어나는 한옥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정원을 30명까지 늘리면 2팀으로 나눠 동시에 2채를 지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미흡한 학생들의 기숙사 시설을 보완해 어느 정도 쾌적한 생활을 보완할 계획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이 정책의 목표는 스위스처럼 예쁜 집을 늘려 화천군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여기에 현재 검토중인 양육·교육비 50% 지원 정책이 실시되면 살기좋은 화천군을 만들어 인구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옥 관련 정책은 전수학교와 건축주를 따로 떼어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있는 한 학교 운영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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