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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의 난세직필](25) 환율 급등을 바라보는 비관적 시선
[전성인의 난세직필](25) 환율 급등을 바라보는 비관적 시선(2024. 04. 22 06:00)
2024. 04. 22 06:00 경제
환율 급등은 강달러 현상으로 모든 나라가 다 겪고 있는 문제라고만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강달러 현상이 존재했던 것은 맞지만 원화의 최근 가치 하락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서울 명동소의 한 환전소. 원달러, 원 엔·위안화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4월 17일, 원화의 대미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다. 일순 금융시장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한국 경제에서 환율 1400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굵직굵직한 경제위기 때만 등장하던 그 공포의 수치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당국은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함께 등장해서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경고했다. 그 결과 대미 환율은 다시 14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여러 가지 진단도 나왔다. 이번 원화 가치 하락은 유독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달러 현상에 따라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경제위기 때면 늘 등장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이상 없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시장의 공포지수도 아직 크게 경계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 아무 이상 없는 것인가? 현재 상황은 강달러에 기인한 해프닝일 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정황이 있다. 4월 들어 원화의 절하세 유독 현저 우선 이번 환율 상승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맞다. 강달러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가 모두 달러화에 대해 절하됐다. 그러나 이런 공통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움직임에는 분명히 기분 나쁜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4월 초순 이후 원화의 절하세가 유독 현저하다는 점이다. 원화는 올해 들어 지속해서 절하돼왔으나 그 속도는 대략 다른 나라와 유사했다. 오히려 일본 엔화의 절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랐다. 그런데 4월 들어 상황이 변했다.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4월 11일 또는 12일부터 원화 가치가 급속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4월 1일부터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있기 전날인 16일까지 엔화는 약 1.86% 절하됐지만, 원화는 3.34% 절하됐다. 절하 폭이 2배 가까이 된다. 다른 인접국 통화와 비교해도 상황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대만달러화는 4월 들어 16일까지 1.53% 절하됐다. 우리의 딱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원화는 단순히 달러화에 대해서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엔화와 대만달러화에 대해서도 절하된 것이다.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절하되기는 마찬가지다. 4월 1일에 1위안당 186.06원이던 위안화 환율은 16일에 191.64원으로 상승했다. 결국 강달러 현상이 존재했던 것은 맞지만, 원화의 최근 가치 하락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원화는 모든 주변국 통화에 대해 절하됐다. 그래서 기분 나쁘다. 다음으로 과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은지 살펴보자. 우선 무엇이 펀더멘털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성장률?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아마도 관료들은 이런 수치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이런 수치는 IMF 외환위기 때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1997년 10월 28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강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속기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1월 14일에 IMF 긴급지원을 받기로 결정하고 강 부총리는 19일에 경질됐다. 따라서 펀더멘털을 말할 때는 문자 그대로 우리 경제의 숨겨진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건강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의 측면에서 불황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고, 장기 추세 측면에서는 노령화 때문에 ‘망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저 신용자 및 부동산 건설 관련 대출이 많은 금융회사는 부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경제활동인구는 문자 그대로 감소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파산을 걱정한 지 오래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확대일로에 있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만큼도 성장하지 못한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됐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펀더멘털에 다른 뜻이 있었나? 공포지수가 아직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공포지수가 변동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때는 늦다. 정책이란 이런 지수가 움직이기 이전에 그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은, 금리 인상에 유연한 자세 보여야 그럼 이제 원인과 대책을 생각해 보자. 나는 이런 경제 불안정성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통화정책의 실기(失期)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은 작년 2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 연준은 작년 7월 26일 금리를 인상했고,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조금 더 인상했어야 하지만, 그 시기를 놓쳤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는 증표가 될 수는 없다. 현 상황은 마치 밤에 대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잠을 자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둑은 언제든지 들어 올 수 있으며, 어제까지 도둑이 안 들었다는 것이 유효한 항변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도둑은 은밀하게 이미 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원화 절하의 모습으로.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금리를 덜컥 올려야 하는가? 아니다. 이것은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을 오히려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금리 인하 시점을 연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상황이 악화할 경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설득력 있게 시장에 보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 경제의 단기적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재정 적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고통을 겪을 채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회사는 망해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축소만이 아니라 그동안 금기시된 용어인 ‘증세’를 입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위 정책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금융기관 정리하려면 난리가 날 것이고 채무자를 보살피려면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상투적 반대가 있을 것이다. 이미 정치 집단화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보다 선거와 개각에 한눈팔 수도 있고, 총선에서 패배한 정부가 증세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분 나쁜 것이다.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 경제팀이 그 정답을 추진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전성인의 난세직필
[교양충전소]환율(2015. 08. 04 19:30)
2015. 08. 04 19:30 경제
한 나라의 화폐를 다른 나라의 화폐와 교환하는 비율을 뜻한다. 보다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하자면, 석 달 전 16만원에 살 수 있었던 미국산 고급 러닝화가 미국 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탓에 지금은 17만5000원이 넘는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외화인 미국 달러가 3년 만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같은 주요 외화의 원화 대비 환율도 최근 급격히 올랐다. 한국 원화의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고환율 정책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돈을 찍어내 통화량을 늘리는 과정에서도 화폐의 값어치는 떨어진다. 반면 ‘최후의 소비자’인 정부는 자국 화폐로 표시된 빚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한다면 정책 결정자의 입장에서는 환율을 높게 유지할 유인이 더 큰 셈이다. 반면 완전 개방 시장에 가까워지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환율이 오를수록 가계 입장에서는 물가상승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과 시장의 경기침체, 임금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게 만드는 것이다. 메르스 여파로 위축된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돈이 돌게 만들 필요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경기는 회복하지 못한 채 서민층만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게 될 위험도 있다. 한국과 함께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대만과 싱가포르는 물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환율 움직임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 저성장 경제가 공고해지는 마당에 한국을 비롯한 수출주도형 신흥국들은 고환율 상황임에도 수출이 늘지 않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교양 충전소
[교양 충전소]실질실효환율
[교양 충전소]실질실효환율(2015. 03. 03 10:48)
2015. 03. 03 10:48 경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2월(118.79) 이후 거의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4.41로 나타났다. 실질실효환율은 2월 1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도 언급됐다. 이 총재는 “최근 달러화가 강세였지만 여타 통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다소 절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원·달러 환율은 명목환율(NER·Nominal Exchange Rate)이다. 명목환율은 실질적인 체감 환율이 되지 못한다. 비교국 간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실질환율(RER·Real Exchange Rate) 또는 실효환율(EER·Effective Exchange Rate)을 쓰기도 한다. 실질환율은 비교 대상인 2개국 간의 물가 변동을 반영해 명목환율에 상대물가지수(외국물가/자국물가)를 곱해 계산한다. 실효환율은 주요 교역상대국의 명목환율을 교역량으로 가중평균한 환율이다. 실질환율 개념과 실효환율 개념을 합해 실제 수출 가격경쟁력을 가늠하는 것이 실질실효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의 환율을 교역규모로 가중평균하고 이 값을 물가변동을 감안해 산출한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결제은행에서 발표한다. 지난 1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14.41이라는 것은 2010년의 기준인 100에 비해 14.41% 원화 가치가 절상됐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올해 1월 70.76(2010년 100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만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열악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양 충전소
[사회]해외구매대행 수수료 ‘환율 장난’(2014. 05. 02 17:02)
2014. 05. 02 17:02 사회
ㆍ대행업체 대부분 고시가보다 높은 환율 적용해 소비자에게 덤터기 씌워 직장인 최모씨(32)는 지난 4월 세살배기 자녀의 옷을 일본의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서보다 싸게 살 수 있었지만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최씨는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업체의 안내에 따라 구매 절차를 진행하던 최씨는 업체에 내야 할 대행 수수료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적용된 환율이 해외구매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관세청 고시환율보다도 훨씬 높았던 것이다. 최씨가 물건을 살 시점의 고시환율은 100엔당 약 1034원이었다. 그러나 구매대행업체는 약 1080원의 환율을 적용한 금액을 최씨에게 청구했다. 의류 구매 시 관세 면제한도인 15만원에 맞춰 물건을 산 최씨는 당초 예상한 수수료보다 7000원가량을 더 업체에 낸 꼴이 됐다. 최씨는 “이미 일본 사이트에 주문이 들어간 상태라 취소시키진 못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환율과 너무 차이가 나서 어이가 없었다”며 “미리 알고 확인을 하지 않으면 바가지 환율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배송될 물품을 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일부 구매대행업체의 이와 같은 관행은 유의하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소비자들의 이용도가 높은 미국 구매대행 업체 5곳과 일본 구매대행 업체 2곳의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구매과정에서 적용되는 환율을 확인한 결과, 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관세청 고시환율보다 높은 환율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청구하고 있었다. 4월 30일 기준으로 미화 100달러짜리 물건을 살 경우 소비자가 직접 결제하면 송금을 보낼 때 환율(전신환 매도율)에 카드사 수수료를 합해 10만5400원이 들지만, 구매대행업체를 거치면 물건값으로 내야 할 금액만 최대 11만원을 넘기는 데다 송금수수료와 구매대행 수수료를 따로 더 내야 한다. 업체들은 적용되는 환율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을 뿐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 판매자에게 현지 통화로 입금하려면 실비 수준의 송금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그만큼의 액수를 반영한 환율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금수수료나 구매대행 수수료를 별도로 소비자에게 청구하면서 왜 추가적인 환율 부담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답을 하지 못했다. 해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국내에서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매·배송대행 업체를 통한 구매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구매 건수와 이용액은 2013년 1115만건(1조1029억원)에 달해 2012년 794만건(7499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40%, 금액으로는 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외구매 과정에서 소비자들과 구매·배송업체 간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접수된 해외구매 관련 소비자 불만 1066건의 불만 이유를 분석한 결과 “과도한 배송료나 수수료 요구”가 315건(29.5%)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단체들은 해외구매 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환율을 적용하는 문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대행업체를 고를 때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구매대행의 경우 국내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와 동일하게 배송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면서도 “해외 판매자에게 보낼 반품 비용 등이 예상보다 클 수 있으므로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환율 급락, 대선 이슈로 등장한 ‘토빈세’(2012. 11. 06 17:06)
2012. 11. 06 17:06 경제
ㆍ단기 외환거래에 매기는 금융거래세… 대선 후보들 공약으로 검토 10월 25일 원·달러 환율이 1098.2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9일 이후 13개월 만이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1100원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29일 외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원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의 유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ATM(자동입출금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변동성을 조절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문제의식이 가파른 환율 하락 흐름과 접목되면서 토빈세라는 ‘아이템’이 부상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2002년 사망)가 1972년 프린스턴대 강연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토빈세가 올해 한국 대선의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투기자금 급격한 유출입 규제방안 토빈세는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 외환거래에 금융거래세를 매기는 것으로, 이것을 제안한 토빈 교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토빈 교수는 당시 외환·채권·파생상품·재정거래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해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방안의 하나로 토빈세를 제안했다. 당초 모든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토빈세의 아이디어는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로 진화해 왔다. 토빈세 도입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 토빈세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광두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10월 2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여러 가지 장치도 있긴 하지만 추가적으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토빈세 같은 것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진폭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경제하는 사람 입장에서 바람직한데, 그 진폭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투기성 자금”이라며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김 단장이 토빈세를 언급한 뒤 “새누리당이 단기 투기성 자금에 세금을 물리는 토빈세를 박근혜 후보의 선거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에서 단기 국제 핫머니 유출입에 대한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는 토빈세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2단계 토빈세’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2단계 토빈세는 파울 베른트 슈판 교수가 1996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슈판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2단계 토빈세는 쉽게 말해 ‘평시에는 낮은 세율, 위기시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2004년 벨기에 의회는 2단계 토빈세 도입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민 의원의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을 보면 평시에는 0.02%에 해당하는 저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고, 위기시에 해당하는 환율변동폭이 전일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30%에 해당하는 고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한다. 현 정부 들어 도입하려다 흐지부지 국제적으로도 ‘광의의 토빈세’를 적용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자국의 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6%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11개국은 최근 채권, 주식,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 추진에 합의했다. 현 정부에서도 토빈세 도입이 검토되기도 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강 전 장관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지금도 은행세(외환건전성부담금)보다는 토빈세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0년부터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하고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단기 외화자금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도입했지만, 외부 충격에 따른 급작스러운 자본 유출입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맥이 닿아 있다. 정부는 하지만 토빈세 도입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토빈세의 아이디어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브라질이 이미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고,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토빈세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한 국가의 일방적 과세에 의해 금융거래가 역외금융시장으로 이동하게 돼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토빈세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이 함께 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10월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토빈세 도입을) 하게 될 경우 심하게 말하면 국제적인 ‘왕따’ 비슷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거시건전성부담금을 도입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미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환율전쟁’ 한국경제 피란길 ‘살얼음’(2010. 10. 20 14:23)
2010. 10. 20 14:23 경제
ㆍ내년 외자이탈 위기론 확산…G20 앞두고 ‘환율조작’ 도마에 ‘환율전쟁’. 단연 요즘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다. 2년 전, 월가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세계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세계가 함께 금리를 내렸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경기부양책을 펴면 함께 했다. 대공황적 파국을 어렵사리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환율주권론’을 펼쳐온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로에 섰다.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지켜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서성일 기자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서로 ‘네 탓’을 하며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미국·유럽의 적개감이 대단하다. 중국을 필두로 한 한국 등 동아시아가 환율 조작과 불평등 무역을 통해 자신들의 돈을 해면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맹성토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적개감과 위기감의 산물인 ‘황화론(黃禍論)’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의 저자로 유명한 쑹홍빙(宋鴻兵)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행한 특강에서 “3년 전 화폐전쟁을 집필했을 때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 몰랐다”며 “미국의 부도덕한 양적 완화 정책이 결국 화폐전쟁을 야기했다”고 맞받아쳤다. 틀린 지적도 아니다. 최근의 환율전쟁은 미국의 무차별적 달러 찍어내기가 발단이 됐다. 달러화는 세계 기축통화다. 기축통화가 기축통화 노릇을 하기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값어치를 유지해야 한다. 윤전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돈을 찍어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은 몇 해 전부터 얼마나 달러를 새로 찍어내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가 특1급 기밀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찍어내고 있다는 것만 추정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미국은 사실상 깡통을 찬 처지다. 해마다 1조 달러 이상씩 엄청난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고,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국 등이 사지 않으려 하면서 위기에 직면했고, 그러다보니 남은 수단은 돈을 찍어내는 것밖에 없었고, 그 결과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중 사활건 대결 속 보호무역 부활” 2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의 공적이라면, 1980년 중반에는 일본이 공적이었다. 일본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미국은 재정·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로 골머리를 앓았다. 머지않아 경제 주도권을 일본이 쥘 것이란 위기감이 미국 내에서 팽배하면서 해머로 일본 자동차 등을 부수는 ‘저팬 배싱’이 미국 대륙 전역을 휩쓸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 정치·군사·외교 등 전방위적 압력을 가했고, 경제력 하나만 달랑 갖고 있던 일본은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환율을 1년 내에 2배로 절상시키기로 했고, 실제로 이를 이행했다. 그 후 일본에는 엄청난 부동산거품 등 자산거품이 생겨났고, 결국 1991년 거품 파열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면서 쇠락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그때의 일본과 다르다. 미국에 종속됐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외교·군사적 독립국가인 동시에 미국에 필적할 만한 강국이다. 수중에는 3조 달러에 육박하는 현금을 갖고 있고, 그 이상의 거액을 움켜쥔 화교자본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화교자본은 1997년 환란 때 한국 등을 초토화시킨 서방자본이 다음 공격 목표로 중국을 잡고 공세를 폈을 때 중국과 손을 잡고 이를 물리친 전력이 있다. 중국과 화교들은 “유태인이 태어날 때부터 장사꾼이라면 우리는 뼛속까지 장사꾼”이라고 말할 정도로 결코 간단치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25년 전 일본처럼 백기항복을 하기를 염원하나 그럴 가능성은 아주 없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 100 달러 지폐와 중국 100 위안 지폐의 초상을 나란히 놓은 대만의 합성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 환율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물론 곧바로 전쟁 직전의 극한대립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갈등이 계속될 것이고, 세계 경제는 보호주의가 부활한 가운데 제로섬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을 성싶다. 문제는 우리다. 벌써부터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안팎곱사등이 신세가 돼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서울 G20에서 환율을 핵심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압박하고, 중국은 그럴 경우 재미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자칫 균형을 잘못 잡았다가는 어디에서 뺨 맞고 어디에서 분풀이한다는 식의 황당한 봉변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 이미 불똥은 튀기 시작했다. 일본 총리와 재무상, 그리고 일본 언론들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환율조작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 G20 회의에서 단단히 따지겠다는 경고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유럽의 시각을 대변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가세했다. FT는 “엔화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달러에 대해 29%가 절상된 반면, 한국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는 1.2%, 엔화에 대해서는 23% 절하됐다”며 “원화는 리먼 사태 이후 달러 대비 평가절화된 유일한 아시아 통화”라며 일본 편을 들었다. 금리급등 땐 부동산폭락 사태 우려 이 같은 일본·유럽 등의 비난은 한 면은 맞고 다른 한 면은 틀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환율시장 개입이 노골화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최중경 현 경제수석은 노골적으로 ‘환율주권론’을 폈고, 실제로 시장에 개입, 일본·유럽의 환율조작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리먼 사태 후 원화가 아시아 시장 화폐 중 평가절하된 또 다른 이유는 외국계의 공세 때문이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금융시장을 활짝 열어놓은 결과, 리먼 사태 후 원화는 외국계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면서 2000원선까지 육박하며 폭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위한 환율 개입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다. 수출대기업들에겐 거대한 ‘반사이익’이 돌아갔으나, 그만큼 국민들에게는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반사손실’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환율 개입은 양극화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MB정부가 앞으로도 이런 정책을 계속 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4일 ‘환율’ 때문에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를 올리면 외국 유동성 자금이 더 몰려들면서 ‘원화 강세’가 계속돼 수출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 프렌들리’를 외치나, 정책의 본질은 여전히 ‘대기업 프렌들리’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지금 정부는 외국 유동성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를 우려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주가 급등 및 시중 실세금리 하락을 좋아한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 상황이다. 밀물처럼 들어온 핫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시중 실세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거품이 본격적으로 파열할 공산이 크다. 내년 이후는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부동산거품 파열을 우려해 만기를 연장한 부동산대출의 만기가 무더기로 도래하는 시점이다. 외국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급락하고 부동산 폭락마저 가속화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갈 공산이 농후하다. 어쩌면 다음 총선·대선도 최대 이슈는 “바보야, 또다시 경제가 문제야”가 될지도 모른다. 박태견
[세계]중국·서방세계 ‘3차 환율대전’
[세계]중국·서방세계 ‘3차 환율대전’(2010. 05. 12 14:54)
2010. 05. 12 14:54 국제
ㆍ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반대 여론 대대적 조성 지난 4월 말부터 중국 전역에서는 때 아닌 환율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각 방송에서는 위안화 5% 절상시 중국 수출 산업의 이익이 50% 줄어든다는 공업정보화부의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각급 당 조직 회의를 통해 위안화 절상 압력의 부당함을 주입시키며 대대적인 반대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의 한 은행원이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를 세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티머시 가이스너 재무장관의 중국 환율조작극 발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1월 위안화 시스템 개혁 발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위안화 절상 압력은 올해 들어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 발언과 곧 이은 인도, 일본의 지지 의사 표명을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노벨 경제학상 수상학자로, 비교적 진보적이라는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3월 위안화가 40% 저평가돼 있다면서 위안화 환율 조작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1.5% 깎아 먹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역조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대미 흑자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미국 적자 전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용은 2007년의 33.3%에서 45.3%로 증가함으로써 미국 내에 중국에 대한 불만 여론이 고조됐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겉으로는 미국 국내 문제를 중국에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 자산가치 하락 1997년 이래 중국 정부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위안화 평가절상을 시행해 1997년 당시 달러당 8.3위안이던 공식 환율을 6.8위안대로 안착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율 환경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5조700억달러의 세계 3위권 경제 대국, 세계 2대 무역국으로 도약하면서 올 3월 말 기준 2조447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2월 기준 8775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게 된다. 1997년과는 다르게 중국이 내수 시장이 성장하고 외자 도입에 있어 일방적인 수혜자에서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은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의 자산가치 하락을 가져 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 현실은 외부에서 바라보듯 그리 녹록지가 않다. 외부에 비치는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국유은행과 국유기업의 부실이라는 양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국유은행과 국유기업의 부실 규모가 전체 대출 및 자산의 약 30%에 이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국유은행의 부실은 중국 외환보유액의 실제 가용 능력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공격적인 내수 진작 정책을 펼치며 8%대 성장률 유지에 전력을 쏟아온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급격한 위안화 절상에 대처하기에는 기초 체력 자체가 달리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의 입을 빌려 “한 나라의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가 결정하는 것이며, 환율 변동은 그 나라의 종합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는 한편 환율 책임자인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을 통해서는 “2008년 7월 이후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킨 현재의 환율정책은 비상 상황에서 취한 특별한 수단”이라면서 “중국의 비상 경제정책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상적 체제로 전환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위안화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라며 외부 압력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이 노동집약적 산업과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위안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반대 여론을 대대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국내의 집약된 여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도 아래 위안화의 완만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이 환율 문제에 민감하게 나오는 데에는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외에도 중국 특유의 국부와 가치체계라는 환율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 연원을 두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에서 잘 쓰는 표현인 ‘환율 전쟁’은 이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 서방세계 간의 환율 문제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최초 사건은 아편전쟁 이전으로 돌아간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은 그 부산물인 모직물을 무기로 전 세계에 개항과 교역을 요구했다. 이 과정은 원천적으로 폭력적이고 불공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을 포함한 서방 열강들은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문제가 달랐다. 이미 자급자족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전 세계 경제력의 24%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이 모직물 따위에 흔들릴 리가 없었다. 특히 중국의 부유층은 모직보다 더 세련된 비단을 애용하고 있던 터였다. 오히려 영국인들이 사족을 못 쓰는 차(茶)를 중국에서 대량 수입하게 되면서 광둥성을 중심으로 하는 중·영 무역 관계에서는 영국의 엄청난 무역 역조가 일어나게 된다. 영국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인도에서 대량 재배한 아편을 싼 값으로 광둥성 일대에 공급하고, 당시 중국 화폐제도의 근간이던 은을 대량으로 유입하게 된다. 아편전쟁 이전부터 환율문제 갈등 당시 청은 자급자족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명의 일조편법을 발전시킨 지정은제를 세수의 기본으로 하여 은본위제를 확립하고 있었다. 따라서 청의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관료제와 이를 뒷받침한 세수제도는 은본위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었으며, 청은 이의 안정을 위해 은의 유입과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미국과의 경제전략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왕치산 중국 부총리(앞줄 가운데) 등 중국 대표단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스너 재무장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차 수출에 따른 은의 유입이나 아편 수입에 따른 은의 유출은 청 입장에서 모두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청은 강력한 봉쇄정책을 실시하게 되고, 광둥성에서 이뤄지고 있던 교역 자체가 공행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영국과 중국의 매판들은 아편전쟁을 기화로 유럽의 싼 은을 중국으로 대량 유입함으로써 중국의 가치체계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중국의 고가 상품이 당시 국제 교역 관점에서 볼 때 형편없는 가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량의 은이 유입되는 상황은 가치체계 혼란을 가져와 결국 청의 은본위제를 붕괴시키게 되고, 가치체계가 무너진 경제는 순식간에 서구 열강의 먹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환율과 관련된 중국과 서방세계의 ‘1차 환율전쟁’이다. ‘2차 환율 전쟁’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중국은 1990년대에 들어 개혁개방 확대와 함께 기존의 인민폐-외화태환권의 이중 환율제도를 폐지하고 인민폐의 실질적인 절하를 끌어내면서 수출 주도형 경제를 중심으로 연 10% 후반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중국 경제에 과열을 가져오고 중국 정부는 이의 해소를 위해 1995년부터 연착륙을 위한 제반 정책적 수단을 실행하게 된다. 경제 연착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평가받던 중국 경제는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라는 새로운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2차 환율전쟁 통해 국제신인도 상승 이 시기에 중국 정부는 국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평가절하 압력과 국제 사회의 환율 안정이라는 상반된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중국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환율 연구팀을 홍콩으로 파견, 6개월간의 비밀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 연구팀은 당시 중국 국내외 예상과는 전혀 다른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중국 정부에 건의해 중국 국내외를 놀라게 한다. 이 연구팀의 결론은 환율 문제를 수출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부(國富)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 경제의 고속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던 것은 외자 유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수출 증대였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수출에 초점을 맞춰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예측하고 있을 때 중국 정부의 계산은 좀 더 복잡했다. 당시 중국 경제는 외화 유입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위안화의 절하가 외화의 안정적인 유입을 방해할 것임은 너무도 분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고민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당시 중국의 외화 유입,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외화 유입은 홍콩을 거쳐 중국 대륙으로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서방 자본의 자기 보호책이었다. 1997년 당시 위안화의 절하는 홍콩에 중국 대륙 내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는 홍콩 경제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자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당시 중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결국 중국은 국부 관점에서 위안화의 절하가 아닌 안정을 선택하고, 이에 따른 중국 내 수출업체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내수 진작 정책을 씀으로서 중국 경제의 체질을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바꾸는 정책적 전환을 감행한다. ‘2차 환율전쟁’은 중국과 미국을 위시로 한 서방세계의 이익점이 합치됨으로써 중국에 국제 신인도 상승과 국내 경제 체질 강화,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선물을 안겨 준다. 최근 변화된 상황은 중국에 또 다른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지니는 많은 장점 가운데 하나는 역사 속에서 배우고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길게는 명나라부터 시작돼 온 ‘환율 전쟁’에서 중국은 잠시는 졌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이기는 전략을 택해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환율 전쟁의 핵심이 자국 가치체계의 안정임을 배웠고, 지금 그것을 유연하게 실천하고 있다. ‘3차 환율전쟁’에서도 중국이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현구<대불대 관광중국어과 교수>
[박경철의 눈]오바마 한·중·일 순방 ‘환율 외교’
[박경철의 눈]오바마 한·중·일 순방 ‘환율 외교’(2009. 12. 02 16:42)
2009. 12. 02 16:42 국제
경기 전망이 한쪽 방향으로 세를 얻어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 회복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사람들이 최소한 중립 이상의 견해로 속속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 회복에도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 알다시피 각국 정부의 재정 집행으로 인한 결과일 뿐 민간 부문 회복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대가다. 특히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어 달러가치의 평가절하가 절실하다.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제품의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달러가치가 절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방문했다. 이 방문에서 오바마가 얻어내려고 하는 바는 명료하다. 그것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나라에 이젠 반대로 미국 물건을 사달라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상대 화폐의 절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문에서 오바마가 손에 쥔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왕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달라이 라마의 접견을 거절하면서까지 중국에 유화 자세를 보인 것을 두고 미국이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껍데기를 본 것에 불과하다. 분명 오바마는 무엇인가를 챙겼을 것이고, 그 결과는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은 오바마 방일 이후 공식적인 경기 침체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공식적인 침체 선언까지 하는 것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재정 적자에도 추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뜻과 엔화 강세를 용인함으로서 미국과의 무역수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겉으로는 미군기지 문제로 불화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으로는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말은 자긍심의 고양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 목을 매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고, 미국과 충돌하면 먼저 쓰러지는 쪽은 중국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오바마의 방중 기간 때 위안화 문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은 위안화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고, 그런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오바마의 방중 이후 중국 내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북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이 현안으로 남아 있는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이 단지 우방으로서의 맹약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정부가 자발적으로 자동차 재협상 문제를 거론한 것에는 그만한 외교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의 3개국 순방 결과는 조만간 뚜껑이 열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고, 그것은 달러대 위안·원·엔의 환율 변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오바마의 진짜 속내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오바마의 순방은 얻은 것이 없는 관광투어가 아니라 적어도 3국과 일정 부분 물밑 합의를 이뤘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특히 중국과는 심도 있는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달러를 중심으로 한 환율의 급변이 예상되는 이유다. 따라서 조만간 위안화의 소폭 절상 정도가 아닌 동아시아 3개국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준의 환율 변동이 나타날 공산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깊은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
금주의 칼럼
[특집]“정부 환율 방어가 달러 유출 촉진”
[특집]“정부 환율 방어가 달러 유출 촉진”(2008. 12. 04)
2008. 12. 04 경제
임종인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외국자본에 좋은 조건 제공한 꼴” 외환시장의 극심한 달러 수급 불균형 상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원달러 환율은 1002원”이라고 말했다. 적정 원화 가치에서 약 50%나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9월 15일)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거나 구제금융을 요청한 헝가리·폴란드·파키스탄보다도 큰 낙폭이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한국이 왜 외환 폭등으로 혹독한 경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일까. 투기자본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임종인 공동대표에게 그 원인과 대책을 들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외환 위기 이후 지나친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가속화하는 국부 유출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시민단체다. 사법부가 11월 25일 판결한 외환은행 매각 사건에 대한 입장은. “론스타가 자산 규모 62조6033억 원의 외환은행을 단돈 1조3800억 원에 샀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금융기업이 아니다. 은행을 인수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외환은행의 해외 매각을 위해 BIS(자기자본비율)도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여기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본다. 사법부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은 외국 투기자본에 면제부를 준 것이다.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이고 국부 유출을 용인해준 잘못된 판단이다. 법원이 밝힌 선고 이유를 보면 론스타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재판부가 마치 ‘제2의 변호인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 이런 판결은 예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전 유해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했다. 주요 피의자인 엘리스 쇼트 외환은행 부행장의 구속영장을 기각, 미국 도주를 방조했다.” 현재 환율 폭등은 역외 시장에서 환투기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자국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약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한국 내 주식 자산을 매각해서 그 자금을 본국에 송금한 게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외국인의 주식 매각 규모는 무려 35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유동성도 좋고 송금 제한도 없다. 우리 환율시장의 변동 폭도 매우 크다. 환투기꾼이 놀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다가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외환시장은 시장의 펀더멘탈을 반영하고 있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 억제 정책을 펴자 환투기꾼의 공격 초점이 된 것이다.” 자본이라는 것이 생태상 투기성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환투기꾼이 놀기 좋은 외환시장의 여건을 만들어준 게 문제라는 얘기다.” 정부의 신뢰 상실이 외환시장이 투기장으로 되는 것을 일조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정부는 환율 가격을 통제하지 말고 외환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자금 압박을 받는 은행은 단기외채를 들여왔다. 미국 금융이 돈을 회수하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은 외채상환 압력을 받게 되고 환율은 올랐다. 정부는 연기금을 투입해 주가 하락을 차단하고 또 원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정부가 원가 가치 하락를 방어했다. 이는 외국 자본가에게 원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한 꼴이 됐다. 즉 정부의 환율 억제정책이 달러 유출을 촉진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 서민의 돈으로 외국 자본가에게 전별금을 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외국인이 소유한 은행에 대해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국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외국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한다. 이는 책임 추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외국인 대주주는 배당으로 1조5000억 원을 빼갔다. 게다가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채무를 보증하고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환율의 급등과 급락을 막는 한도 안에서 개입했어야 했다. 수출과 내수 확대 정책을 세워야 했다.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감세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부 지출 확대가 긴요하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올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말했듯이 과감한 적자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비상조치를 취하더라도 과실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는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 감세는 일부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재정투자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이 철저하게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해지펀드는 감시를 싫어한다. 한국을 공격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자본이 지금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을 갖고 놀 것이다.” 정부가 보유한 외환 중 미국 채권의 비중이 너무 높아 외환 가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환율이 올라갈 때 정부가 대증적이고 임시방편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달러만 소진하고 말 것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시장에 그런 사인을 보내야 한다. 선수 교체가 절실하다.”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도 내년 3월에 일본의 환투기 세력의 한국 공격을 예언했다.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것이 일본의 환투기 세력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본 엔캐리 세력(이자부담이 거의 없는 일본 엔화를 빌려 투기자금으로 활용하는 자본 세력)이 철수하면 원화 및 달러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나 수법은 알려진 일이 없지만, 일본 환투기 세력은 일본의 저금리 엔화 강세에 따라 어떤 나라라도 공격할 힘이 있다. 미네르바가 주장한 3월 외환위기설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투기꾼들은 이익이 있고 감시가 소홀한 나라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미 간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도 중국의 통화 패권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제적으로도 태환도 되지 않는 중국 위안화를 앞세워 통화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가능했다면 중국 위안화보다 막강한 위력을 가진 일본 엔화는 이미 기축통화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국제금융 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특집
[박경철의 눈]단세포적인 환율 정책(2008. 07. 17)
2008. 07. 17 정치
무역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외환 보유고가 세계 6위에 달하는 나라에서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정부에서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있다. 심지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겠다는 선언이 구두 개입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로 다음 날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전격적으로 외환시장에 쏟아 붓는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장은 무모한 개입이라는 입장이고, 관료들은 대체로 불가피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외환 거래 경험이 풍부한 국제 금융기관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암환자에게 수술보다 영양제를 처방하는 돌팔이 의사와 같다고 평한다. 원칙적으로 한나라의 외환 시장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좋다. 외환 유출입 규모가 적고 거래 시스템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무역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외환 보유고가 세계 6위에 달하는 나라에서 인위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한 나라의 외환 시장은 돈의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이를테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나라의 돈의 가치는 저절로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높지 않고 무역수지도 고유가에 의한 영향을 감안한다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환율 상승 압력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한 가지는 그동안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던 환율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해석이고, 다른 한 가지는 앞으로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 선반영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는 증시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의 경우와 달리 후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자못 심각해진다. 대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선진국의 침체가 먼저 나타난다. 선진국은 경기에 민감한 고부가가치재를 팔고 저부가가치재를 수입하지만, 반대로 신흥국은 필수적인 재화를 수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렵의 경기불황이 시작되더라도 초기 신흥국의 상황은 외견상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확연해지면, 필수 소비재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신흥국의 상황도 같이 악화된다. 이 말은 지금 당장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그 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시장은 그런 점을 감안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외환시장에 무리한 개입을 단행하면 무역수지는 급격히 악화되고 급기야는 통제불능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제 환투기 세력들은 앞으로 한국 원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원화는 인위적으로 비싸지므로, 이때 원화를 팔아두면 정부의 힘이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에서 큰 이익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외환 투기세력들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고만고만하게 사는 평범한 동네에서 어느 집에 갑자기 담장을 높이면, 도둑은 그 집을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집이 온동네 도둑들의 표적이 되는 이치와 같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환율과 물가가 오르는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환율은 시장에 맡기고 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는 잡아야 하지만, 고통은 피해가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경기침체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정부의 역할은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지금 우리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단세포적이고, 국민은 그런 정부가 불안한 것이다.
금주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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