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48 건 검색)
- 설 명절 엿새 ‘황금연휴’···1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2025. 01. 08 10:18)
- 2025. 01. 08 10:18 사회
- 정부와 국민의힘은 1월 8일 설 연휴 전날인 오는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경제 안정’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설 연휴 기간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5년 1월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25∼26일 주말에 이어 28∼30일 설 연휴까지 모두 엿새를 연달아 쉴 수 있다. 31일에 개인 휴가를 내면 아흐레까지 연휴가 늘어난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 여당은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의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국민께 휴식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면서 삶의 질 개선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차적으로 명절 연휴 기간 확대로 인한 교통량 분산 효과 등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좀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을사년 설 연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임시공휴일 지정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세심히 살필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33)탐욕이 준 재앙, 미다스의 황금 손(2023. 05. 12 14:38)
- 2023. 05. 12 14:38 문화/과학
- ‘미다스와 디오니소스’ (1629~1630년, 캔버스에 유채,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듯, 돈도 많이 벌어보고 많이 써본 사람이 집착한다. 한층 한층 탑을 쌓듯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돈을 왕창 벌기를 원한다. 내 능력으로는 부자 될 확률이 없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대화의 기술로 남들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돈을 원했던 왕이 미다스다. 소아시아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아주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미다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미다스의 손’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 건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다스 왕이 ‘황금의 손’을 가지게 된 계기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만나면서였다. 어느 날 군사들이 국경 근처에서 술 취해 잠든 노인을 잡아왔다. 모든 사람이 그 노인을 이웃 나라의 첩자 같다고 말했지만, 미다스 왕은 노인이 디오니소스의 스승인 실레노스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다.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정중히 모시고 열흘 낮과 밤 동안 연회를 베풀었다. 열 하루째 되는 날, 미노스는 실레노스를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준다. 디오니소스는 걱정하던 스승이 눈앞에 나타나자 크게 기뻐해 미다스 왕에게 스승을 잘 돌보아준 은혜를 갚고 싶으니 무슨 소원이든 말하라고 한다. 미다스 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으로 만지는 걸 모두 황금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디오니소스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왕에게 소원을 가졌으니 가보라고 한다. 자신의 궁전으로 향하던 미다스 왕은 행운을 시험해보고 싶어 길 위의 돌멩이를 잡았다. 그러자 돌멩이가 황금으로 변했다. 궁전으로 돌아온 미다스 왕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신하와 가족들을 초대해 화려한 잔치를 벌였다.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참석자들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미다스 왕의 기적은 곧 재앙이 되고 말았다. 미다스 왕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위기로 바꿔버린 셈이다. 그의 탐욕이 만든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다스 왕이 디오니소스에게 황금의 손을 선물 받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니콜라 푸생(1594~1665)의 ‘미다스와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포도 넝쿨을 쓰고 손으로 미다스 왕을 가리키고 있고, 그 옆에 술에 취한 실레노스가 잠들어 있다. 실레노스가 들고 있는 기울어진 주전자는 그가 취한 이유를 설명한다. 무릎을 꿇고 앉은 미다스 왕이 왼손을 가슴에 얹고 디오니소스를 바라보고 있다. 왼손을 가슴 위에 얹고 있는 자세는 겸손하게 부탁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니콜라 푸생의 이 작품에서 디오니소스의 손은 미다스 왕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지만, 화난 표정은 그의 소원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암시한다. 현대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게 자랑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화의 기술로 돈을 벌 수도 없다. 현란한 대화의 기술로 벌고자 하는 그런 사람들이 요즘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정직하다.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큰다.
-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
- “남북중 고속철도는 황금알 낳는 노선”(2021. 06. 04 15:42)
- 2021. 06. 04 15:42 경제
- ㆍ진장원 유라시아연구소장, 한국의 생존 전략인 통일의 지렛대로 강조 남북철도 연결이 남북 정상의 회담 석상에 오른 지 20년이 넘었지만, 철길은 여전히 끊겨 있다. 남북관계가 요동칠 때마다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의선 남측 구간 복원이 완료됐고, 강릉과 고성 제진역을 연결하는 동해북부선의 남측 구간은 올해 말 착공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연결에 합의한 이후 남쪽에서 꾸준히 준비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남·북·미 관계의 개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유엔제재 해제 등이 맞물려 있어 더디기만 하다.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최근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국민북스)을 펴낸 진장원 한국교통대학교 교수(유라시아연구소장)가 생각한 반전의 계기는 중국과 고속철도라는 두 단어로 집약된다. 먼저 남북관계에 영향을 덜 받고, 교통 수요를 확보하려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여객 수송과 물류 측면에서 비행기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속 300㎞ 이상의 고속철도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남과 북, 중국을 연결하는 동아시아의 국제고속철도(ETX·East Asian Train Express)가 생긴다면 북한과의 점진적 통일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의 평화 공동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통일부가 최근 남북고속철도 건설 타당성 검토 용역에 착수하면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 시작됐다. 지난 6월 1일 경기도 의왕 연구실에서 만난 진 교수는 남북중 고속철도는 북한 퍼주기가 아니라 한국의 생존 전략인 통일의 지렛대이자 동아시아의 번영을 선도할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쪽 구간의 고속철도 완성, 남북중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 표준화 등 유엔 제재 속에서도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남북중 고속철도는 왜 필요한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줄타기하며 살고 있다. 게다가 당시와 달리 남북이 분단된 와중에 미·중·러·일을 생각해야 해 더 다차원 방정식으로 변했다. 대내적으로는 인구절벽(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를 겪고 있다. 20년 후에는 생산가능인구(만15~60세) 1.7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인구구조상 젊은층이 많은 북한과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진해 30~40년 후 통일이 된다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인구도 1억명을 금방 넘어갈 것이다.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국방과 경제에서 큰 힘을 갖게 되면서 주변 4개국의 눈치를 볼 일이 적어진다. 주변 4강의 변화만 바라고 통일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멍하니 통일을 미루면 30~40년 뒤 큰일을 당할 수 있다. 우리 내부 모순을 해결하고 주변국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강대국이 되려면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이때 통일로 가는 길목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철도의 연결이다.” -남북중 고속철도가 경제성이 있을까. “서울~신의주 철도만 연결해선 절대 흑자가 안 난다. 경의선이 중국을 넘어가 동아시아 철도망에 편입될 때 비로소 흑자노선이 된다. 그것도 시속 100㎞ 정도의 재래 철도로는 안 되고 최고 속도 350㎞는 돼야 한다. 서울에서 북경까지 약 1400㎞이다. 표정속도(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으로 나눈 속도)가 300㎞이면 5시간 안에 돌파한다. 기준점을 천안문으로 잡고 총 통행시간을 따지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북경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짧다. 장점은 더 있다. 고속철도의 요금은 비행기 요금의 60~70% 수준, 저가항공사와 비교해도 85~90% 수준이다. 거기다 비행기는 좌석이 좁고 밖을 볼 수 없다. 고속철은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비행기보다 빠르고 탑승 환경의 쾌적성이 좋아 비행기에서 철도로 상당한 수요가 전환될 것이다.” 한국교통대학교 연구진은 2018년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2028년 기준 한국인 197만명, 중국인 335만명 등 총 532만명이 비행기 대신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한과 중국에서 북한을 오가는 역외통행 여행객과 선박 승객을 포함하면 2030년 남북중 국제고속철도의 승객은 1000만~13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진 교수는 호남고속철도가 연간 1000만명 이용 시대에 접어들면서 적자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남북중 고속철도의 경제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북한 소득 수준이 낮은데 여객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을까. “유로스타가 다니는 런던·파리·릴·브뤼셀의 배후 도시 인구가 3600만명, 국민소득이 3만7000달러이다. 연간 이용객은 2000만명이 넘는다. 남북중 고속철도망에 속한 북경·서울·선양·창춘·하얼빈의 배후인구는 9600만명, 국민소득은 2만1000달러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1단계가 개통했을 때 우리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였다. 현 단계에서도 북한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속철을 일상적으로 타고 다닐 소득이다. 인구가 이미 유로스타의 2.7배 수준이니 연간 2000만명은 금방 넘는다. 유로스타는 영국~프랑스 해저터널 건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 수익성이 없지만 (남북경협기업인) G-한신의 추계에 따르면 서울~신의주 구간 공사비는 15조원밖에 안 든다. 수익성은 금방 나온다. 초창기에는 북한 내부 승객은 거의 없고, 남한에서 중국, 중국에서 남한과 북한을 오가는 통과통행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점차 개방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북한 역내 승객도 증가할 것이다. 감히 예언하자면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개통되면 1년에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황금노선이다. 이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한 퍼주기 사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아대륙을 지나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의 가상 티켓 / 경향신문 자료 사진 -남북중 고속철 건설을 위한 재원 조달은. “고속철도 사업은 남북 양자구도로만 진행돼선 절대 안 된다. 남북 양자구도로만 했다가 금강산·개성관광, 개성공단 사업이 실패했다. 남북중 고속철도 사업은 철저히 다자구도로 진행해 설령 남북관계가 조금 틀어져도 어느 한쪽이 어깃장을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러·일·미 등의 자본이 함께 투자될 필요가 있다. 한 방안으로 당사자인 남북중이 합작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세계 여러 나라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황금노선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모일 것이다.” 진 교수는 이 특수목적법인으로 자금을 유치해 건설·운영하다 적당한 시기, 미 증시에 상장해 전 세계인의 기업으로 발전시키면 정치적 변동성에 관련 없이 동아시아의 대동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와 일본은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나.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당연히 러시아도 여기에 편입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로 일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유레일 패스로 유럽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듯, ‘동아시아철도’(ER) 패스로 중·러·한·일 등 동아시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엄청난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성과가 모이면 동아시아 철도·경제·에너지 공동체도 가능하다.” -한중직통 화물운송열차를 먼저 제안했다. “2019년 기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직구 총액은 약 2조원이다. 지금은 배 아니면 비행기로만 물량이 오가는데 북경 이북을 포함해 동북 3성 지역은 지금 북한의 표정속도(30~50㎞)를 감안해도 철도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값싸게 운송할 수 있다. 남북중이 합의하면 지금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우산 하에서 북한을 무정차로 지나가는 한중직통 화물철도 운송이 가능하다. 북한은 선로 사용료를 받고, 한중 소비자는 싼 가격에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어 좋다. 이건 유엔제재 하에서도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은 분단 이후 국제철도 운영 경험이 없는데 한중직통 화물 운송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유엔제재 하에서도 또 가능한 작업이 있나. “고속철도 남한 구간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다. 지금부터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시끄럽다면서 남북 고속철도의 시작역을 서울로 할지, 광명으로 할지 논의도 안 한다. 중국은 북한에 고속철도가 없음에도 신의주 바로 앞 단둥과 두만강 앞 훈춘까지 고속철도를 깔았다. 이유는 딱 하나다. 언젠가 북한에 고속철도가 깔리면 남한에서 이걸 타고 올라올 것이라 보고 준비한 것이다. 통일법에 따르면 통일 관련 사업은 예비 타당성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적용해 통치행위로서 추진할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한일 해저터널은 현실성이 있을까. “현재로선 수익성이 거의 없다. 유로스타는 영불 해저터널 건설·유지비가 많이 들어 2000만명이 쓰는 지금도 적자이다. 한일 해저터널은 그 공사비의 몇배가 든다. 100㎞가 넘는 유례없는 길이라 기술적 부담도 굉장하다.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참사 수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 조건을 다 충족해도 시기가 문제다. 칼자루를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한다. 남북중 고속철도를 연결해 안정적으로 운영할수록 일본은 하고 싶어 목이 탈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때 협상해도 늦지 않다.” -철도 통합이 동아시아 공동체에 갖는 의미는. “유럽 통합은 석탄철강공동체에서 시작하지만, 실제 쉥겐협정에서 출발해 유럽연합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유럽의 철도였다. 유럽은 국가 간 철도운행을 통일시키는 기술사양서(TSI)와 철도교통관리시스템(ERTMS)을 만들고 이를 유럽은 물론 세계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철도가 국경을 넘을 때 시간이 걸리지 않고 자유도를 높이는 게 관건인데 핵심은 TSI와 ERTMS의 통일이다. 우리도 우선 남북중 TSI를 만들고, ERTMS에 맞춘 고속철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것도 유엔제재 하에서 가능하다.” -미중 갈등을 뚫고 건설할 수 있을까. “유럽은 호전적인 독일을 끌어안았다. 중국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폭주기관차가 될 것이다. 고속철도를 깔아 왕래하고 설득할수록 중국 사람의 도덕과 생각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통일신라가 당과 문물 교류로 서로 이득을 본 것은 중국을 잘 달래고 우리 자체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수나라·한나라처럼 충돌하게 된다. 미중 패권다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줄 세우기가 끝나면 멈출 테고 그땐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한다. 이때 동북아 고속철도가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뉴욕·워싱턴, 북경·상하이, 도쿄·오사카를 뛰어넘는 거대 연담경제권이 만들어질 것이다. 투자자 짐 로저스가 남북통일이 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성한 나라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기반이 된다. 거듭 말하지만 남북중 고속철도의 파급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 [렌즈로 본 세상]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황금률은 없나(2021. 04. 23 11:29)
- 2021. 04. 23 11:29 사회
- 계단을 만들 땐 ‘(발을 딛는 수평의) 디딤판 길이와 (두 디딤판 사이의 수직면인) 챌판 높이의 합이 457.2mm가 되도록 설치할 것(run+rise=18inch)’과 같은 황금률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기에 적응돼 있고, 이와 다른 비율의 계단을 밟을 땐 넘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계단의 단 한 곳만 달라져도 우리 몸은 반응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회의 많은 부분이 잘못돼 있음에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주변 대부분에 놓여 있는 계단을 스스로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어딘가에 앉아서 지내야 하는 지체장애인이 그들이다. 계단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들을 위한 경사로는 어느 곳에만 있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참정권 차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휠체어에 탄 시민들은 그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지만 지나치게 가파른 경사로를 피해 인도를 빙 돌아 한 줄로 돌아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편의시설 황금률 따윈 없다. 모두가 똑같은 기본권을 누리고 사는 것이 건강한 사회다.
- 렌즈로 본 세상
- ‘황금의 나라’ 미얀마의 잠 못 이루는 밤(2021. 02. 19 14:41)
- 2021. 02. 19 14:41 국제
- 도심 한복판에 장갑차가 포진했다. 군경은 평화시위를 벌이는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눴다. 한밤중 도시의 인터넷은 차단되고 사람들은 기습 체포됐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는 곳. 세계 여행자들에게 ‘황금의 나라’로 불리던 미얀마가 쿠데타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미얀마 양곤 도심에서 2월 17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사진과 ‘우리의 지도자를 석방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양곤|EPA연합뉴스 미얀마가 민주화 시대 이전으로 회귀했다. 1962년부터 억압적인 군사정권의 지배를 받은 미얀마는 2015년 자유 선거가 실시됐고, 이듬해에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지난 2월 1일 군부쿠데타로 전복됐다.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은 구금됐고, 쿠데타에 불복종하는 시민들은 한밤중에 기습 체포되고 있다. 군부는 민주정권 이후 법원 허가 없이 시민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한 법령의 효력을 중단했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 군부의 대응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5일엔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시위 중심지인 양곤에 장갑차들이 밀고 들어왔다. 쿠데타 이후 수도 네피도 도심에는 장갑차와 군병력이 포진해 있었지만, 양곤 시내에 장갑차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시민들은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장갑차를 향해 쿠데타 불복종 운동으로 상징되는 ‘냄비 두드리기’를 하며 소리를 지르고 항의했다. 유혈사태 우려가 커지자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은 자국민에 자택 대기를 촉구했다. 한밤중엔 인터넷이 차단되고, 시민들이 기습 체포됐다. AFP통신은 군부가 심야에 쿠데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기습 체포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전했다. 양곤 시민 윈 툰은 AFP에 “군부가 한밤중에 나쁜 짓을 하려고 인터넷을 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잠을 자지 않고 군경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2월 15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복 군인’이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 만달레이|AFP연합뉴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군경이 시민을 향해 새총·고무총을 발포하고 곤봉 구타를 자행했다. 이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IsHappeningInMyanmar)’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세계에 퍼지고 있다. SNS에는 지난 2월 15일 만달레이에서 1000여명의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군경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시위대를 향해 새총을 쏘는 군인부터 트레이닝복을 걸쳐 입은 ‘사복 군인’이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위와 무관한 민가에도 고무총을 발포했다”, “군인들이 비무장 평화 시위대를 노예처럼 대했다”, “사복 차림의 군인이 궁지에 몰린 시위대와 여성을 향해 발포했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군이 실탄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SNS에는 시민들이 다리와 이마 등에 고무탄이나 새총을 맞고 피 흘리는 사진들도 게재됐다. 군경의 강경대응에도 시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고무총과 새총을 발포해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16일 날이 밝자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시민들이 수지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나와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아웅산 수지 딜레마 하지만 수지 국가고문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지난 1일 “민주주의 아이콘에서 군부와 거래를 하는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한 수지 고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했다. 2017년 벌어진 미얀마 군경의 로힝야족 대량학살을 옹호하고 군 장성들의 편에 섰던 수지 고문이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지도, 무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미얀마 양곤 도심에서 2월 16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이 ‘우리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잠은 약자를 위한 것이다’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바닥에 누워 있다. 군부가 시민들을 야간에 기습 체포하자 시민들은 야간 순찰대를 조직해 이를 감시하고 있다. / 양곤|로이터연합뉴스 수지 고문은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2015년 문민정부 탄생의 주역이기도 하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암살된 뒤 인도와 영국에서 성장했지만 1988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귀국한 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군사정부는 수지 고문이 정권의 위협으로 떠오르자 1989년부터 15년간 가택에 연금했고, 이후에도 구금과 석방을 반복하며 수지 고문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1991년 민주화 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5년 문민정부가 출범하자 수지 고문은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대통령에 오르지 못하고 ‘국가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미얀마 최고 지도자가 됐다. 이후 수지 고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53년간 이어진 군사정권을 끝냈지만, 군부의 그림자는 거두지 못했다. 국가고문에 오른 뒤에는 군 수뇌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또한 고위 군 장교들과 종종 손을 잡았다. 수지 고문은 자신을 가뒀던 고위급 군 인사와 자주 식사를 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수지 고문의 이런 행보는 군부와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쿠데타를 일으킨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는 최근 1년간 긴장 관계에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국제사회 호소하는 미얀마 국민 국제사회는 점차 수지 고문에 대해 신뢰를 잃어갔다. 2017년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량학살하자 수지 고문이 이를 옹호하면서다. 노벨평화상 철회 요구가 빗발쳤고, 미얀마 정부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피소됐다. 2019년 재판 당시 수지 고문은 “인종청소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을 막기 위한 정당한 조처였다”면서 군경을 변호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국장은 “수지 고문은 국제사회 비판에 ‘자신은 인권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슬프게도 두 역할 모두 해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미얀마인들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제재를 가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주변국들은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미얀마 경제 제재에 나서도 인도, 중국, 태국 등 주변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미얀마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바수키 샤수트리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나서서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도덕적 검증에 실패한 수지 고문은 계속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코로나 백신은 황금알을 낳을까(2020. 12. 18 14:58)
- 2020. 12. 18 14:58 경제
- ㆍ백신 개발 제약사들 주가 급등… 미국 화이자·모더나 수십억달러 수익 예상 당초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던 코로나19 백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의 주가 또한 높아졌다. 일부 투자 분석가들은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내년에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택배회사 UPS 노동자가 12월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의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에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루이빌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다수 백신 개발사들도 돈방석에 앉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 대부분의 개발사는 외부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워낙 많은 기업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보니 큰돈을 벌 기회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임상 2상에도 도달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신 연구자금은 누가 댔나 백신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와 자선단체 등은 백신 연구 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자했다. 빌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 미국의 컨트리 장르 뮤지션 돌리 파튼까지 백신 개발에 자금을 댔다. 과학데이터 분석회사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는 약 9조4472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비영리 단체들도 2조1801억원을 지원했다. 이외 3조7789억원 정도만 기업 자체 투자다. 일례로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도 100% 정부와 비영리 단체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제약 대기업들이 투자를 서두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유사한 보건 비상사태 때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고도 큰 이득을 보지 못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사태에서는 개발에 성공해도 저소득 국가에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저소득 국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특허를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리는 서한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기도 했다. 인도, 남아프리카 현지 업체들은 자국에 필요한 만큼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 대기업들에 백신 제조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비영리 단체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공공기금을 받는 조건을 명시했어야 한다며, 이들 회사에 조건 없이 자금을 건네준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달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적정가격에 공평하게 보급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며 광범위한 접종에 따른 면역이 전 세계적 공공재”라는 정상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물론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돈벌이 기회를 찾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 기업들도 있다. 외부 자금을 많이 지원받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만 받고 백신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현재 가격은 1도스(1회 접종분)당 4달러로 가장 저렴하다. 반면 비영리 단체 지원을 적게 받은 모더나는 약 10배 가격인 37달러에 접종 가격을 책정했다. 초저온에서 백신을 운반하는 비용도 산정됐지만, 회사 주주들을 위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 더딘 국내 업체는 수익 어려워 보통 백신이 한두 번만 투약하면 돼 지속적인 수익원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꾸준한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약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 등 유행 전염병 백신을 연구했던 회사들은 손실을 봤다. 코로나19 백신이 독감백신처럼 매년 접종해야 하는 백신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매해 맞는 독감백신은 연간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심각해 제약사들이 눈치를 보며 높은 가격을 못 부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계절성 질병이 되고 확산세가 다소 완화된다면 가격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통 각국 정부가 비용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다른 금액을 부과한다. 비교적 저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전염병이 지속하는 상황에서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발병 상황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이 달릴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비싼 가격이라도 백신을 사겠다는 나라가 있다면 선주문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선주문 물량은 32억9000만도스나 된다. 화이자가 12억8000만도스, 모더나는 7억8000만도스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 좋은 백신이 더 많이 나올 확률도 높은 만큼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선두주자들의 백신 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두주자들이 지적 재산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50여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년 내로 20개 백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높은 가격을 매기기는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들이 당장 백신에 높은 가격을 매기지 못하더라도 시장에서 높아진 평판을 발판삼아 전체 제품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손해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선두주자들의 몸값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화이자의 공동 개발 파트너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이번 백신 개발로 유전물질의 일종인 RNA(리보핵산) 기술의 유용성을 증명해 보이면서 시장 가치가 급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바이오엔테크는 피부암 백신을 개발 중이었고, 모더나는 RNA 기반 난소암 치료 백신을 연구 중이었다. 당장 코로나19 백신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다른 수익상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의 의의가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백신 개발 상황이 너무 더뎌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위탁생산으로 수익을 올려왔을 뿐 백신 관련 신기술 개발 역량을 키워오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 가장 앞서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넥신마저 최근 임상 후보물질을 바꿔서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후보물질이 앞선 1상에서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17)‘하얀 황금’ 소금의 효능, 과신하지 말아야(2020. 04. 17 15:02)
- 2020. 04. 17 15:02 문화/과학
-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 국민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교인들의 입을 소금물 스프레이로 소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 교회에서 4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스프레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옮아 감염된 것입니다. 이들의 가족에게 2차 감염이 나타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 만대솔향기 염전에서 염부가 소금을 채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교회 측은 소독작용을 하는 소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소금물은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이 사례는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된 ‘인포데믹(infodemic)’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소금 살균력에도 정도가 있다 소금으로 가글을 하면 감기가 예방된다든지, 소금으로 양치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는 등 소금의 살균·소독 작용에 대한 민간요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민간요법은 사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소금 양치의 경우 소금의 염소 성분이 염증을 소독하는 기능을 하긴 합니다. 그러나 득보다 실이 큽니다. 오히려 소금 알갱이가 치아의 표면을 긁어 이가 마모되고, 결국 시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소금은 식품에 있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소금물이 삼투압 효과를 일으켜 식품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미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막기 때문입니다. 삼투압 현상이란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할 때 생기는 압력을 말합니다. 김치나 젓갈 같은 염장식품은 소금이 음식을 상하게 하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해 보존 기간이 길어지는 특징을 응용한 식품입니다. 그렇다면 소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까요? 세균의 경우에는 고농도의 소금물 속에서 생육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고농도 소금물의 삼투압 작용 때문에 세포 내 수분이 외부로 빠져나가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이 유전정보물질(DNA 또는 RNA)을 둘러싼 간단한 구조입니다. 바이러스는 삼투압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금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입니다. 소금은 물에 녹아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으로 분해됩니다. 두 이온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무기질입니다. 체내 나트륨 함유량은 체중 1㎏당 1550㎎ 정도입니다. 체중이 60㎏인 사람이라면 약 70g의 나트륨을 가진 것입니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할까요. 우선 신경계를 통해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필수 성분입니다. 신경세포(뉴런)는 몸 전체에 그물망처럼 퍼져 신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경계는 뉴런이라는 세포로 연결돼 있습니다. 몸은 감각 신경계를 통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인 자극은 뇌 또는 척수를 거쳐 운동신경계로 전달돼 반응을 일으킵니다. 신경세포는 안쪽과 바깥쪽의 전하가 다릅니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감지하면 신경세포 외부의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안팎의 전하가 뒤바뀝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신경신호가 전달됩니다. 나트륨은 체내 삼투압을 유지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는 0.9%의 염분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 염분의 한 성분인 나트륨은 혈액이나 체액의 알칼리성을 유지합니다. 나트륨은 체내에서 항상 칼륨(K)과 균형을 유지합니다. 만약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이 깨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집니다. 이외에도 나트륨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과정에도 관여합니다. 염소 성분은 소화효소인 위액의 구성 성분이 됩니다. ‘하얀 황금’으로 불린 소금 소금은 오래전부터 돈과 권력을 상징했습니다. 소금을 일컬어 ‘하얀 황금’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대 로마제국 시절 병사들은 월급을 소금으로 받았습니다. 월급이라는 영어 단어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과 소금을 지급한다는 뜻의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습니다. 소금은 전쟁에서도 필수품이었습니다. 전쟁식량이 되는 대구나 청어, 고기를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보관했습니다. 청어는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생선인데 청어 떼가 몰려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포획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청어는 내장에 지방이 많아 금방 상해버리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청어를 잡으면 빨리 먹어야 했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이 잡히기 때문에 저장이 문제였습니다. 청어의 내장을 발라낸 뒤 살 부분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염장법 도입으로 청어는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했습니다. 소금은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생산과 판매를 관리했습니다. 중국 진나라와 한나라는 소금 전매제도를 도입해 국가의 중요한 사업으로 육성했습니다. 전매제도는 국가가 매매와 매수를 관리하는 제도로 개인적으로 사고팔 수 없다는 뜻입니다. 소금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자 수입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소금이 프랑스 혁명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생활필수품인 소금을 국가만이 팔 수 있는데다 소금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소금값이 치솟았습니다. 18세기 초반에는 소금의 생산가에 비해 소비가가 140배까지 올랐습니다. 왕실의 부패와 소금세로 인한 불만이 1789년 프랑스 혁명 발발의 원인이 됐습니다. 인도에서도 소금세 때문에 비폭력 저항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간디는 1930년 영국 정부의 소금세에 대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소금행진’을 벌였습니다. 당시 인도인들은 영국에서 만든 소금만 먹어야 했고, 이에 대한 세금을 영국 정부에 납부해야 했습니다. 인도에서도 소금이 생산되었지만, 인도인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간디는 인도의 서쪽 해안까지 걸어서 행진했습니다. 바다에 도착한 간디는 모래밭에서 소금 한 줌을 들어 올립니다. 이 행동을 신호로 인도 사람들은 자국에서 생산된 소금을 팔기 시작했는데, 이 사건으로 수만 명의 인도인이 투옥됐습니다. 소금행진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고, 인도인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소금행진 일 년 뒤 소금세는 폐지됐습니다. 인간이 소금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6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금은 살기 위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음식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 국가 재정의 기반이 된 귀중한 물질이었습니다. 소금을 이용한 식문화도 발달했습니다. 그만큼 소금은 우리에게 친숙한 재료입니다.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소금을 사용하는 문화도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소금의 효능에 대해 과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 [허브에세이]누런 풀 뿌리 황금, 바이러스 질병에 효능(2020. 02. 28 14:07)
- 2020. 02. 28 14:07 건강
- “황금 세 근 주문 넣으세요.” 금 시세가 폭등하는 요즘 들으면 놀랄 말이다. 여기에서 황금은 <동의보감>에 480번 이상 활용된 청열조습약(淸熱燥濕藥)의 대표인 황금(黃芩)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인 ‘속썩은풀’의 뿌리다. 이름은 누런 풀이지만, 효능이 탁월해 한의원에서 황금(黃金) 같은 역할을 한다. 황금(黃芩)은 감기로 인한 고열부터 일반적인 전염성질환의 고열에 해열효과가 높다. 전신의 관절 마디마다 열이 나고 아픈 증상을 해소시킨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의보감>은 황금을 “맛이 쓰고 차갑고 독이 없다. 열독(熱毒)과 은은히 올라오는 발열감, 더웠다가 추웠다 하는 한열왕래(寒熱旺來)를 치료한다. 황달·설사·이질·위염에 효과가 좋다. 폐와 위장의 열을 잘 빼내 천행열병(天行熱病), 유행성 바이러스 질병에 탁월하다”고 소개한다. 2월 1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중의약관리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치료에 한약을 적극 활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며, 황금이 포함된 처방을 추천했다. 황금의 주성분은 바이칼린으로, 생물 전환하면 그 항균력이 강해진다. 상기도 감염이나 피부병, 알레르기 등에 활용된다. 각광받는 효능으로는 뇌의 노화를 막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점이다. 뇌의 해마는 감정과 연관된 정보를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부정적인 상상과 잡념이 지배하면 판단력이 흐려져 괜히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때 해마는 학습한 기억으로 상황을 객관화시키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춰준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해마가 작아진 것이 특징인데, 기억을 잃어가고 성격마저 변한다. 최근 연구에서 황금이 해마의 손상을 개선하고, 조직병리학적 이상을 감소시켜 학습과 기억 기능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금의 효능을 사례로 알아보자. 완벽주의 성향의 ㄱ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 단번에 대기업에 합격했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그가 회사에서 무너졌다. 열심히 일해도 공은 다른 이가 가져가기 일쑤였고, 칭찬 한번 듣기 힘들었다. 경쟁이 치열해 마음 놓을 순간이 없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으며 뼈를 갈듯 5년간 열심히 일한 결과 회사에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왔다.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에 10㎏ 넘게 살이 찌고 불면증으로 성격은 날카로워졌다. 치킨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코스로 야식을 먹었다. 폭식 후에는 구토까지 했다. 권혜진 원장 ㄱ씨에게는 평정심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이고, 왜 살이 찌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무엇보다 속에서부터 은은히 올라오는 화병이 문제였다. 욕구불만이 과잉 식욕으로 나타난 것이다. ㄱ씨에게 황금을 중심으로 심폐를 풀어주면서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약을 처방했더니 체중이 내려갔다. 심신도 안정됐다. 그렇게 3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훨씬 편안해 보였다. 황금이 사람의 평정심을 유지해주는 약재로 큰 효과를 낸 것이다. 다만 황금은 속이 차가워서 오는 위장질환에는 맞지 않아 반드시 진맥과 상담 후에 처방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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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이야기]‘황금돼지의 해’ 기원 연하우표(2018. 12. 10 15:37)
- 2018. 12. 10 15:37 경제
- 2018년 무술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연초에 올 무술년은 ‘황금개의 해’라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길거리의 누렁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행운을 부르고 액운을 막는 부적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노래는 까치놀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흐르는 세월은 늘 아쉬움을 남깁니다. 가장 큰 이유는 희망을 키우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겠지요. 특히 연말연시에는 그런 감상에 더 깊이 빠져듭니다. 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아기돼지의 모습이 담긴 연하우표가 나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2월 3일 신년 기념우표 2종 67만2000장과 소형 시트 11만장을 발행했다. 하지만 새로운 태양은 다시 뜹니다. 새로운 해도 다시 밝아옵니다.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입니다. 돼지해입니다. 돼지 중에서도 ‘황금돼지(黃亥)’라고 합니다. 10간 중 무(戊)와 기(己)는 노란색을 뜻합니다. 돼지는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는 ‘위대한 어머니’로 여겼습니다. 고대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다산을 중요시했기 때문이겠죠. 고대 켈트족에게는 ‘풍요’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중국인은 멧돼지에서 강한 힘, 정직과 결단력를 배우려 했습니다. 초원지대의 사람들은 대체로 돼지를 혐오동물로 치부합니다. 무엇보다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경계했습니다.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에 먹지 말아야 할 금기음식으로 ‘섞은 것’, ‘피’와 함께 ‘돼지고기’를 명시했습니다. 이슬람인은 아직도 돼지를 ‘불경스럽고 더러운 동물’로 치부합니다.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합니다. 돼지를 돼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검은 것’이 돼지의 호칭이 됐습니다. 유대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대교의 성서인 레위기에는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규정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돼지는 어떤 동물일까요. 돼지와 함께 살기 시작한 때는 3500년 전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돼지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제사음식이 됐습니다. 제사음식은 조상의 음덕을 부르는 초복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제물에 흠결이나 상처가 있었서는 안 됩니다. 돼지는 그 자체가 흠결 없는 동물로 여겨져 신성시했습니다. 고구려 때에는 3월 3일 삼짓날이 되면 돼지로 산천신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돼지는 복과 재물을 상징합니다. 신이 준 가축으로 여겼습니다. 짧은 임신기간에 다산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돼지는 회임기간은 4개월입니다. 한 번에 10여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엄청난 번식력이 재물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돼지저금통이 이를 대변합니다. 돼지의 한자인 돈(豚)이 화폐를 의미하는 돈과 동음이의어인 것도 돼지가 재물의 화신이 된 이유입니다. 고사를 지낼 때 웃는 돼지의 입에 지폐를 물리는 풍습은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횡재수로 연결이 됩니다. 특히 돼지꿈은 길몽으로 칩니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당첨자가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샀다고 합니다. 돼지는 약속의 징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돼지의 날 즉 상해일(上亥日)에는 두 개의 주머니를 비단으로 만들어 달고 다녔습니다. 통통한 돼지 모양으로 만듭니다. 두 개의 주머니는 남녀를 상징합니다. 즉 불륜이나 문란한 부부생활을 경계하는 약속의 의미를 표현한 것입니다. 돼지는 긍정적인 만큼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돼지의 생태와 연결된 편견입니다. ‘미련하다’, ‘게으르다’는 평판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뚱뚱한 외모와 더러운 돼지우리 때문입니다. 연하우표는 올해 발행되는 최종판입니다. 연하우표는 매년 연말에 발행하기 때문에 우표는 다음해의 동물을 담습니다. 별도로 연도를 표기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이번 연하우표는 설빔을 입은 아기돼지와 눈을 맞는 아기돼지가 한 시트를 이루고 있습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돼지의 해인 2019년은 재복과 풍요의 상징인 돼지처럼 풍성하고 건강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 [클릭TV]다양한 세대를 아우른 (2018. 03. 26 17:04)
- 2018. 03. 26 17:04 문화/과학
- 한국 드라마 시청률의 흥행 기준은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조정됐습니다. 30~40% 시청률을 기록하던 드라마가 심심찮게 나오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0년대 접어들면서는 20%를 흥행의 기준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면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이 나오면서 TV가 시청자들을 독점하던 상황이 변한 것입니다. KBS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은 4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물론 구세대 시청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주말극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온 것은 다양한 세대를 아울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전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전개방식을 보이는 주말극과는 다르게 출발했습니다. 주말극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변화의 열망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극본을 집필한 소현경 작가는 그동안 <검사 프린세스> <투윅스> <내 딸 서영이> <두 번째 스무살> 등으로 필력을 떨쳐 왔습니다. 대중적인 팬덤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작가의 명성을 믿고 출연했다고 할 만큼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드라마에 등장했던 ‘클리셰’(관습적인 설정)를 많이 비틀어 왔습니다.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강직한 이미지의 검사라는 직업에 지극히 여성적인 취향을 가진 주인공을 대입했고, <두 번째 스무살>에선 늦은 나이에 대학에 다시 입학한 주인공을 다뤘습니다. <내 딸 서영이>의 경우에는 우리 고유의 가치라 여겨지던 부녀관계의 사슬을 끊고 아버지를 외면하며 살아오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립니다. <황금빛 내인생> 역시 초반에 크게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보통 친부모 모르게 아이가 바뀌는 설정은 많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일부러 친모가 자신의 친딸을 자식 잃은 재벌가에 보냅니다. 사랑하는 딸이 부잣집에 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왜곡된 모정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여주인공은 안주하는 대신 이를 떨치고 나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늘상 여주인공의 조력자가 될 법한 재벌가 아들 역시 독립을 선언하며 ‘왕자님 콤플렉스’에서 벗어납니다. 흔치 않은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했습니다. 하지만 52부작 장기 주말극이 되면서, 드라마는 익숙한 설정과 전개가 뒤섞이기 시작했고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것은 우리의 주말극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주말극과 일일극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안이한 전개방식 때문에 많은 젊은 시청자들을 이탈하게 만들었습니다. <황금빛 내인생>이 ‘변화의 기로’에 서서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전반부에 젊은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것은 변화의 시도와 노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나올 주말극이 좀 더 진일보한 결과물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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