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주간경향(총 210 건 검색)

“후보 미지지”…WP·LA타임스 흔든 재벌사주의 손
후보 미지지”…WP·LA타임스 흔든 재벌사주의 손(2024. 11. 04 06:00)
2024. 11. 04 06:00 국제
해리스 지지하려다 돌연 취소…트럼프 눈치 보기 관측 후보들은 기성 언론보다 팟캐스트 등에 더 자주 출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조 바이든)의 재선 도전 포기, 부통령(카멀라 해리스)의 대선후보 직행, 대선후보(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두 차례 암살 시도. 오는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전례 없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언론 보도 측면에서도 올해 대선은 이전과 달랐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36년 만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작성해놓고도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반대로 사설 게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대선 TV 토론이 단 한 차례 열린 가운데 후보들은 기성 언론보다 팟캐스트 등 새로운 매체에 더 자주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NYT와 달리 WP “지지 후보 선언 않겠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30일 해리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뉴욕타임스는 편집위원회 명의로 올린 ‘대통령을 위한 유일한 애국적 선택’이란 글에서 “유권자들이 그와 정치적 의견차를 갖고 있더라도 카멀라 해리스만이 유일하게 애국적인 대통령 후보”라며 “해리스는 필요한 대안 그 이상”이라고 밝혔다. 진보성향인 뉴욕타임스의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은 예견된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 이후 민주당의 패색을 우려하며 ‘바이든 사퇴’ 여론을 사실상 주도하기도 했다. 역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워싱턴포스트도 당연히 뉴욕타임스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25일 윌리엄 루이스 워싱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향후 어떤 대통령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즉각 워싱턴포스트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지만, 베이조스가 게재를 반대해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은 커졌다. 이 신문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로버트 케이건 오피니언란 편집장을 비롯해 논설위원들이 줄줄이 사임했다. 독자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지난 10월 28일까지 워싱턴포스트 유료 구독자 총 250만명(종이신문과 디지털 뉴스 합산) 가운데 8%인 20만명 이상이 구독을 취소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베이조스는 “특정 신문의 대통령 지지 선언은 선거의 향방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상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의혹은 “향후 대가를 계산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억만장자 소유 언론의 결정은 우연일까 베이조스의 입장 표명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리스 후보 지지 사설 게재가 무산된 시점에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경영진들이 트럼프 후보와 회동한 사실도 보도됐다. 베이조스가 대선 결과에 따라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지지 선언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비슷한 시점에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도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중단했는데, 이 역시 2018년 이를 인수한 사주 패트릭 순시옹의 입김이 작용했다. 마리엘 가르자 LA타임스 편집장은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 초안을 작성하던 중 순시옹으로부터 이를 철회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폭로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신문인 LA타임스 역시 구독 취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워싱턴포스트와 LA타임스의 결정은 언론의 정치 성향 표명 관행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뒤늦게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후보 ‘눈치 보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간지 ‘디애틀랜틱(The Atlantic)’은 “그동안 두 신문이 트럼프가 공직에 확실하게 부적격하다고 보도해온 점에 비춰 해리스 지지 보류는 순전한 비겁함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타이밍’을 문제 삼았다. “신문들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저항하는 대신 그에 맞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고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를 이끈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성명을 내고 “사설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대선을 12일 앞두고 나온 이번 결정은 그간 신문이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제시해온 수많은 보도 증거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후보들 팟캐스트 인터뷰 활발…유권자 맞춤형 공략 한편 이번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기보다 인기 팟캐스트에 자주 출연하는 경향을 보였다. 팟캐스트가 후보들의 메시지 창구로 주목받게 된 것은 선거캠프가 특정 유권자 집단을 겨냥해 지지를 호소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부동층 유권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후보는 투표 참여도는 낮지만 트럼프 후보 지지 성향이 높은 젊은 남성들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재생산 권리 보호를 내건 해리스 후보는 여성들이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선호했다. 흑인 남성들에 영향력이 큰 샤를라마뉴 다 갓이 진행하는 라디오쇼 브렉퍼스트 클럽에도 출연했다. 과거 확고한 민주당 지지층이었으나 최근 민심 이반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흑인 남성 표심을 붙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성 후보 30% 공천, 이번에도 말로만?(2023. 09. 15 10:58)
2023. 09. 15 10:58 정치
ㆍ21대 총선 전 여야 3당 합의, 아무도 안 지켜…“여성 공천이 정당 경쟁력 돼야” 본회의가 열린 21대 국회.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다. / 성동훈 기자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다. 2023년 국제의원연맹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 순위는 121위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질랜드(50%), 스웨덴(46.4%), 노르웨이(46.2%)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여성을 50% 이상 공천하도록 한 비례대표 의석을 제외하면, 21대 국회 지역구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1.5%로 더 낮아진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여성 공천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민주당 32명(12.6%), 미래통합당 26명(10.2%)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공직선거법 조항이 사실상 권고조항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배경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당의 여성공천할당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있었으나, 거대 양당은 선거를 앞두고 반짝 반응했고, 이마저도 형식적인 선언에 그쳤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를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를 의무규정, 강행규정으로 바꾸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이를 지킨 정당은 없었다. 일부 제도는 오히려 퇴행했다.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명시한 여성추천보조금은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30% 이상 공천할 경우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4월 이 조항은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이 10%만 넘어도 모든 정당이 차등적으로 여성추천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형식적 논의마저 사라진 ‘여성 의무공천’ 22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시민사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지역구 여성 후보 30% 이상 공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 방안’은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라오지도 못했다. 20대 국회에서처럼 형식적이나마 여야 간 공천 비율을 높이겠다는 초당적인 협의도 없다. 실질적인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22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여성 후보 30%’가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 폐지’, ‘젠더 갈라치기’ 등 이른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슈가 선거전략으로 활용되면서 여성할당제 등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 실현을 위한 토론회(토론회)’에서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저대표성 극복과 관련한 적극적 정책은 소위 ‘능력주의’의 부상과 함께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할당제는 그 영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배제됐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의 논리를 내세우며 할당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할당제가 100% 남성들의 영역인데 선심 쓰듯 일부 내주는 것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라며 “남성 네트워크나 남성에게 편향된 자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성은 능력이 있어 선출됐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거대 양당은 각 당에 유리한 지역인 영남이나 호남 등 이기기 쉬운 지역에는 여성 후보를 잘 공천하지 않는다. 이 같은 남성 기득권 구조에 대해서는 왜 질문을 던지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후보의 공천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당의 인식 변화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여성 후보가 적은 이유로 ‘공천할 여성이 없어서’, ‘여성 인재가 부족해서’라는 등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고민희 교수는 정당의 여성 후보 공천을 정당의 경쟁력과 연결지어서 분석했다. 고 교수는 토론회에서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정당은 지도부를 위시한 중앙 조직체계가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여성 공천은 도덕적으로 타당하나 전략적으로는 불필요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정당은 언제 여성을 공천하는가?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정당 간, 그리고 정당 내 경쟁 구도가 첨예할수록 여성 공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성 공천이 정당의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스페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당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순조롭게 발전한 국가들은 대부분이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할당을 하여 여성을 많이 공천하였고 이러한 공천에 힘입어 여성의 숫자가 늘었다. 늘어난 여성 의원들은 할당제가 없는 다른 정당들도 할당제를 채택하도록 법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여성의원들, 젠더 관련 입법 적극적 역할을” 정당 내 여성 의원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의원들의 숫자 증대도 필요하지만, 여성 의원들이 대표성을 띠고 좀더 적극적으로 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관련 입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수현 대표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임신중지 제도 마련, 강간 요건을 동의로 변경하는 것, 가족의 조건을 확대하는 것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제가 산적하나 이를 주도하는 여성 의원을 볼 수 없었다”라며 “정당 내에서 높은 의사결정 직위에 올라가는 여성 의원이 있는데 이들의 지위 상승이 실질적 여성 대표성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성 정치인들이 상징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뽑아놓고 ‘이제 성평등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여성 정치인들은 그 상징적인 대표성을 뛰어넘는 활동을 통해 전체 여성 혹은 더 취약한 여성들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해결’ 외치는 후보, 내년 총선 나올까(2023. 08. 18 10:48)
2023. 08. 18 10:48 정치
ㆍ김선철 기후정의 운동가 인터뷰 김선철 ‘기후정의 운동가’는 기자의 오랜 지인이다(그는 ‘위원장’ 내지는 ‘국장’, 심지어 ‘활동가’와 같은 직책 표기도 운동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인터뷰 자리에서 굳이 직함을 표기하려면 ‘운동가’로 써달라고 부탁해왔다). 지난달 사적 모임 뒤 우연히 귀갓길이 겹쳐 버스를 같이 타고 이동 중 그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기후정의운동’ 이야기를 나눴다. 생소한 주제였고, 그동안 여러 차례 내년 총선 구도와 전망을 다루는 기사를 쓰면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지난 8월 14일 경향신문사에서 그를 만나 좀더 깊숙한 대화를 했다. -기후정치를 풀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쯤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언제부터 쓰이고 있는 겁니까. “아직 제대로 쓰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시민사회 안에서도 어떤 시민권을 얻은 말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고.” -서구, 특히 유럽에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내건 정당이나 의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서구권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요. 아프리카나 남미, 남반구라고 불리는 나라들에도 그런 정치가 없지 않고요. 사실 정치를 단지 국회의원 숫자로 보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담론의 확산 결과로 의원들을 배출하는 사례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녹색당과 같은 기후 이슈를 전면에 건 유럽연합의 정당들이 또 기후만 이슈로 삼는 것도 아니고요. 미국의 경우 민주당 안에 들어가 있는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민주적 사회주의자들) 그룹은 사회불평등 문제로 기후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지난해 청소년기후행동이 조사한 자료를 보니까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인식 수준이나 정부 책임을 묻는 정도는 상당히 높게 나옵니다. 그런데 이걸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낮은 편인데요.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그건 맞아요. 한국 국내 여론조사뿐 아니라 퓨리서치센터나 해외에서 나온 국가 간 비교연구를 보더라도 한국은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의식, 그리고 기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원인에 대한 의식은 상당히 높은데 그것이 정치적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어떤 큰 장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 양당이 제도정치를 독식하게 만드는 선거법도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요. 이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어떤 사회적 힘을 만들어내느냐가 큰 과제일 것 같긴 합니다.” -기후정의행동에서 지난해 9월 24일 행진한 것과 함께 생각나는 일이 국회 정문에 쇠사슬을 묶고 진행한 ‘투쟁’이었어요. 그게 언제였죠. “2020년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있었던 비폭력 직접행동이었죠.” -그때 연행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곧바로 풀려났나요. “조사받고 나와서 결국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더 조사는 안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도 기후위기 대응 시급성이라는 대의를 인정한 걸까요. “인정했다기보다는 여러 번 시민불복종 행동 참여를 했는데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나오는 행사들, 예를 들어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마지막 전체회의를 서울 노들섬에서 열었습니다. 길에 드러누운 시민불복종 행동 참여자들을 경찰이 사지를 들어 옮기기는 했지만, 검찰이 기소하진 않았어요. 기록에 남기기 싫어하는 듯했습니다. 국회에서 했던 행동들도 검찰에 송치는 했지만 그런 고려가 있지 않았나 싶고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을 때 민주당사 앞에서 입구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였는데 그것도 송치까지 되고 기소돼 재판을 8번인가 받았는데 나중에 민주당 측에서….” -정상참작 해달라는 탄원서라도 썼나요. “정상참작은 아니고 처벌불원서를 냈습니다. 지난해는 재판이 많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재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한국 사법부에 기후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면 교육하는 장으로 자리잡힌 측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판결이 검찰 구형보다 감형된 결과가 나오고 두산중공업 페인트 행동은 무죄로 결론지어졌습니다. 대부분 판결마다 유죄는 인정하지만 또 이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 그리고 한국에서 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 조약에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항상 인정됐던 측면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변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밑바탕은 깔아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오송 지하도 참사나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엉망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기저에 깔려 있는 것도 기후위기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지금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재난이 있을 때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끔 이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이상기후 현상은 많아질 텐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 국제 시민사회가 말해오던 부분 아닙니까.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정부는 물이 넘치면 어떻게 퍼낼까, 불이 나면 어떻게 끌까만 말하고 있고 어떻게 물이 넘치지 않게 할까, 불이 나지 않게 할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요. 재난이 있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만 이야기하지 실제로 이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끔,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대비가 없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그 재난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기후위기 자체가 글로벌화된 현상이기 때문에 일국 수준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기후악당들, 예컨대 중국이나 트럼프 시대의 미국 같은 주요배출국이 안 움직인다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기저에서 진행되는 너무 거대한 변화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기후악당에 항의하는 직접행동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할 텐데 과학?기술자들이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내는 식으로 경고하는 것 외에 마땅히 제어할 해법은 없다는 점, 그게 문제 아닐까요. “아니요. 해법은 있는데 그 해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거죠. 저는 오히려 시민들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텀블러 들고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재활용·분리배출 열심히 하는 분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문제는 그걸 가지고 이게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죠. 만약 탈플라스틱을 한다고 하면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쓰지 마세요’, ‘최대한 적게 쓰세요’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는데 문제는 시민들에겐 선택지가 없잖아요. 마트뿐 아니라 재래시장을 가더라도 채소나 과일이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통에 들어가 있는 걸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가 강연할 때 많이 하는 이야기이지만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애 방에다 초콜릿이랑 사탕을 깔아놓고 ‘먹지마, 먹지마!’를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어떻게 줄이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 이건 사실 정책의 문제인데 그 정책은 수립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하지 마세요!’를 말하는 건 시민들에게 죄책감을 불어넣으면서 문제 해결과는 아무 상관 없는….” 2020년 11월 19일 멸종반란한국 등 소속 운동가들이 국회 정문과 목에 자전거 자물쇠를 채운 뒤 국회에서 열린 2050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를 맞아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기후정의직접행동이다. / 멸종반란한국 인스타그램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거죠. “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시민이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력·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측정에 따라 다르지만, 한 10%에서 15% 사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포스코라는 기업 하나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13%입니다. 온 국민이 집안의 전기를 다 끊고 도시가스 다 끊고 어둡게 살고 에어컨 안 쓰고, 난방 안 하고 살아도 포스코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를 다 못 쓴다는 말이거든요. 문제의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가 드러나는 건데 정부는 계속 그 산업계의 온실가스 의무는 계속 낮추면서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이런 것 자체가 시민들이 무력감과 혐오와 냉소를 갖게 합니다. 특히 ‘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못 하고 있어요. 이건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전임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그래도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두 가지 정도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40%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그 40%도 가짜였어요. 한 31% 정도 됐는데 이제 그것도 너무 높다,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며 줄이려 했는데 한국도 가입한 국제협약에서 통과된 것이기 때문에 줄일 수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핵(원전)발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간 거죠. 그런데 사실 문재인 정부 때 탈핵을 내걸었지만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모든 걸 전 정부 탓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자기 지지층을 끌어내기 위해 마치 문재인 정권이 탈핵을 했던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핵발전을 더 늘리는 게 이게 차이 나는 하나고,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이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부분인데,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똑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마치 기후행동을 하는 것처럼 말은 했는데, 윤석열은 그런 말조차 안 한다는 겁니다.” -기후정의동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단체의 목표로 ‘기후위기를 환경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성장체제의 문제로 보고 광범위한 사회운동의 연대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후위기를 자본주의 체제와 연결하지 않는 환경이슈로 보는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네요. “그렇죠.” -그렇다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건 양면의 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CSR이 먼저 나오고 ESG가 다음으로 나왔는데 ESG가 나오면서 기후문제가 중요하다는 사회의식은 퍼지고 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 ESG가 문제의 해결, 즉 그 자체가 어떤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ESG는 사실 기업들이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지 국가 정책은 아니잖아요.” -탈정치적 경향으로 귀결되는 녹색소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밝혔는데 에너지 기본권이나 보편적 이동권·주거권과 같은 권리와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보는지요. “기자님은 양립 가능하다고 보세요?” -글쎄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적 생활양식 자체가 어쨌든 상품 경제이고 대량 소비를 유도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건 이윤이에요. 이윤을 위해 성장이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하고…. 이윤이 최우선이지 주거 기본권·에너지 기본권이 우선순위가 아니란 말이에요. 기후위기도 근원을 따져봅시다. 석탄이 있어 캐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석탄은 가치가 있어요. 팔면 돈이 되니까. 그런데 그 위의 또 다른 돌, 생명, 나무, 숲, 마을은 아무런 가치가 없고 오히려 비용입니다. 사실 이 관점이 지금의 기후위기 생태위기를 불러일으킨 거거든요. 정규직·비정규직이나 여성·남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가치가 있습니다. 왜? 내가 이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돌봄노동은 가치가 없잖아요. GDP에 안 들어갑니다. 왜? 자본주의이니까. 어떤 동물, 예컨대 돌고래는 가치가 큽니다. 수족관에 넣어 사람들에게 구경하게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은 건 쓸모가 없는, 이런 식으로 차별의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됐을 때 항상 희생지대가 생깁니다. 기후정의에서는 지금 정책들은 희생지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겁니다.” -8월 10일에 내년 총선 전략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던데 기후정의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지금 논의 중입니다. 9월 1일 또 한 차례 논의할 예정이고, 기후정의에 관심을 갖는 진보정당마다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녹색당원이지만 녹색당도 당장은 당무위가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데 뭔가 모색해봐야겠죠. 저는 기후정의 의원을 만들겠다가 목표는 아닐 것 같고, 일단 지역구에서 후보는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 그런 시각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요.” -출마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나요.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은 기후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과 차별, 노동, 돌봄 등 전반적인 삶의 문제를 자신의 의제로 삼고 있는데, 지금의 여야가 기후위기 시대에 서민의 삶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일에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하는데, 총선을 앞둔 지금 만족할 만한 대안은 보이지 않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정치공학적으로 후보를 내기보다는 기후정의의 의제들이 담론과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세력화가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이 많이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공동의 강령, 혹은 공동의 요구안이라도 먼저 만들어 함께할 수 있는 후보나 정당을 모아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정당에 정책질의서를 보내고 요구 행동 같은 걸 한다는 말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2020년 총선 때 그걸 했습니다. 당시 모든 후보자에게 네 가지 질문을 던지는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당시 ‘다 하겠다’고 답했는데 하기는 개뿔. 그중 70명이 당선됐고, 다 OK 했던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만들어 국회 앞에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하며 3대 요구를 냈습니다. 그 3대 요구가 기후위기 비상선언해라, 국가가 제도로 뭐를 만들어라, 온실가스 감축을 하라고 했는데 요구한 건 대충 다 받아들여졌어요. 탄소중립위원회 만들고 비상선언하고 온실가스감축계획 나오고 했는데 돌아보니 기후운동이 스스로 힘을 키우기보다 정치권에 의탁했더라고요. 그게 패착이었던 것 같아요. 정치인들에게 이걸 해달라고 요구하면 ‘응, 할게’라고 답은 하지만 안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는 9월 23일 준비 중인 대규모 기후정의행진 때 내걸 구호도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으로 정했습니다. 아직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기후정의 후보가 필요하다면 아래로부터 힘을 키워 실질적인 압력이 될 수 있는 기후정의운동의 맥락에서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이건 잊지 말고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9월 23일 토요일에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고 불평등 해결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맞서 기후정의에 입각한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는 기회이므로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후보도 몰라”…무관심에 갇힌 교육감선거(2022. 05. 27 13:53)
2022. 05. 27 13:53 정치
ㆍ4년 주기로 ‘묻지마 선거’ 비판 돌아와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시 흥행” 의견도 교육감선거에 대한 저조한 관심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선관위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감선거에 ‘관심 있다’는 응답(43.6%)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광역단체장(72.9%)이나 기초단체장(66.9%)뿐만 아니라 지방의원(46.9%) 선거보다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교육감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감 후보를 ‘잘 모르겠다’와 ‘지지 후보 없음’을 합친 ‘부동층’의 비율이 1위 후보 지지율보다 높은 지역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묻지마 선거’라는 비판이 4년 주기로 돌아온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교육감의 예산과 권한은 막강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관장하는 지방교육재정이 무려 약 82조원(2020회계연도)에 이른다. 올해 예산을 보면 경기도교육청(19조3940억원)은 경기도(33조6035억원)의 약 58%이고, 서울시교육청(10조5886억원)은 서울시(44조22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자치의 수장으로 교육공무원·교사 및 학교장 인사, 조례 제출, 학생 선발과 배정 방법 등을 책임진다. 학부모와 학생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정책 결정을 도맡는 자리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교육감의 이 같은 지위를 무색하게 한다. 이런 중책의 적임자를 과연 유권자들은 제대로 알고 가려내고 있을까. 특이하게도 한국은 교육감을 교육현장의 주체(교사·학부모·학생) 중심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뽑는 구조다. 우리만의 교육감 직선제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서 있는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교육감 후보의 이력과 공약을 꼭 들춰봐야 하는 이유다. 선거 관심 저조한 이유는 다른 선거와 달리 교육감선거는 출마 조건이 까다롭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1년 전부터 당적을 가지면 안 되고, 교육 유관 경력 3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즉 교육감은 ‘정치의 꽃’ 그 자체인 선거를 치름에도 ‘정치인’으로선 탈색된 존재나 마찬가지다. 편의상 진보·보수 교육감으로 나뉘지만, 정당이 교육감 후보자를 공천할 수 없기에 각 진영 유권자의 열기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유관 단체나 정당이 공개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구조 때문에 대대적인 홍보나 지원이 어렵다. (유권자에게) 제한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교육감선거는 일명 ‘재선 불패의 법칙’이 있다. 현직 교육감이 연이어 출마할 경우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묻지마 선거’로 치러지다 보니 (유권자가) 몰라서 못 찍는 사례가 많다”라며 “또한 정당 공천이 아니어서 다수 후보가 나온다. 선거비 보존을 받으려면 15% 이상 득표해야 하다 보니 정책 경쟁보다는 진보·보수 단일화 프레임에 빠진다”고 말했다. 교육감선거를 지방선거와 같이 치르는 게 맞느냐는 고민도 뒤따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를 포함해 투표용지를 7장 받는다. 교육감선거는 2007년 1월 1일 이후 직선제로 전환됐다. 2010년 6월의 제5회 지방선거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육감선거를 단독으로 치를 때보다 투표율이 상승하는 효과(제5회 지방선거 투표율 54.5%)는 있었다. 문제는 지방선거의 한계나 부작용까지 고스란히 이어받게 됐다는 점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안정론 대 정부견제론’ 프레임이 짜여졌고, 대통령 취임식,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등 정치적 이벤트가 많아 중앙정치에 완전히 매몰되다 보니 교육감선거는 묻히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교육감선거를 치러본 교육전문가 A씨 또한 “지방선거에 너무 많은 후보가 나와 있고 거기에 교육감이 하나 낀 모양새”라며 “교육 이슈는 정치 이슈와는 달라 주요 의제를 유권자의 힘을 얻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월 17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선거공보 및 벽보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흥행과 직선제 의의 되살리려면 교육감선거 흥행을 위한 방안으로 그간 러닝메이트 제도를 논의해왔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교육감 후보자와 시장·도지사 후보자가 한 조로 입후보해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서울시장과 서울교육감이 한 조로 출마한다. 당선될 경우 양측 간 협력적인 관계가 구축돼, 과거 서울시장과 서울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맞붙었던 사태 등은 방지할 수 있다. 홍섭근 연구위원은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해야 하는 예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양쪽의 성향이 다르면 으르렁거리기만 할 수 있다. 러닝메이트가 된다면 선거도 흥행하고 정책도 탄력을 받는다”고 짚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러닝메이트 제도 하에선 교육감도) 정당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당론과 방침에 따라 정책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후보 입장에서는 정당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는 넘어야 할 산이다. 러닝메이트라고 하지만 더 많은 예산을 쥔 지자체장이 교육감보다 우위에 서게 마련이어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A씨는 “정당의 색이 더해지면 교육감선거가 완전히 정치선거가 돼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예산도 많고 지명도도 높은 지자체장 쪽에서 교육감을 아우처럼 여길 수도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가 교육감선거의 기존 한계를 단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직선제, 포기할 수 없다 그간 교육감 직선제 회의론까지 누차 나왔지만, 이미 건너온 길을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홍섭근 연구위원은 “6·1 지방선거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교육감선거를 네 번째 치른다. 교육감선거제도 개선과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 교육행정 비대화 같은 현재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씨 또한 “‘똑똑하고 좋은 공무원보다 안 똑똑하고 나쁜 선출직이 그래도 낫다’는 말이 있다. 유권자 마음을 읽고 표로 심판받음으로써 교육감이 학부모·학생과 더 가까워진 건 직선제의 성과”라고 했다. 선거공학적인 측면을 보자면, 이번 교육감선거에선 ‘진보 대 보수’ 구도가 어느 정도로 요동칠지가 관건이다. 2018년 선거에서는 대통령 탄핵 물결을 타고 ‘진보 교육감 14명 대 보수 교육감 3명’이란 압도적 결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에는 20대 대선의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과 교육 격차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 교육의 최우선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인가. 6월 1일 유권자들의 결정에 달렸다.
표지 이야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윤 정부 교육 역진 막고 미래교육 펼칠 것”(2022. 05. 27 13:53)
2022. 05. 27 13:53 정치
“…나이를 먹으면 그때는 팔 벌리고 남이 와서 허리를 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행사 장소로 이동하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65)가 들려준 성경 구절이다. 돌아와 찾아보니 요한복음 21장 18절에 있다. 마지막으로 한 질문은 이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뒤, 3선 교육감을 마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연구에 매진할 거냐고. 질문에 그는 “원래는 이번에…”라고 말을 흐린 뒤 저 성경 구절을 제시했다. 본인이 원했다기보다 끌려 나왔다는 뜻일 것이다. 주어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주변의 요구일 수도, 시대일 수도 있겠다. 궁금했다. 그에게 서울시교육감이라는 자리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왜 ‘조희연이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3선까지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8년 동안 서울시 교육을 책임진 여정을 기초로 이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더 질 높은 공교육을 실현하는 단계로 가자는 겁니다. 또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교육 분야의 역진(逆進)이랄까요, 그런 것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감이 대한민국 공교육의 마지막 보루가 된다는 생각으로 역진하지 않고 미래교육으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지금까지 진보 교육의 성과를 더 업그레이드하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평가네요. “조금 다른 답이 될 수 있지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대한민국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범주 이전을 시켰는데, 그건 이미 어느덧 우리가 선진국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다양한 개별 구성요소를 다 가진 상태로 왔다는 의미입니다. 개별 구성요소들을 종합·통합해 정말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우리 국가 사회와 경제 앞에 공통으로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천국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는 식으로 뭐 하면 핀란드가 좋고 또 다른 건 캐나다 오타와가 좋고 하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핀란드가 좋다’고 하면 핀란드 제도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예컨대 기초학력이 문제라면 기초학년은 핀란드에서는 뭐를 하고 독일에서는 뭐를 한다, 그것을 도입하면 기초학력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었는데 그건 아닌 거죠. 이미 대한민국의 기초학력 부족이라는 종합적 현실이 있는 겁니다. 그것을 위한 부분적 해결책은 이미 우리가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해 다 만들었어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한국형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그동안 만들어온 대책을 종합하고 통합해 한국현실에서 작동하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들으니 ‘헬조선’ 담론이 생각납니다. 한국이 지옥 같은 사회이고, 특히 교육 분야를 평가할 때 공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말합니다. 보수 후보 쪽에서도 ‘공교육이 무너진 나라’와 같은 레토릭을 많이 씁니다. 실제 사교육이 만연한 게 현실이죠. 진보 쪽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그래도 기회로 다가온 것이 있다면 비대면 원격 수업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이걸 통해 600만명의 학생이 통일적으로 말하자면 등교를 못 하는 시기에 비대면 수업을 하거나 등교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결합하는 혼합형 수업을 해온 것이죠. 2020년 초반기의 코로나19 국면을 제외하면 이렇게 단일 국가의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통일적 프레임으로 원격수업을 통해 교육의 끈을 이어온 사례는 지구상에서 찾기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이른바 K교육 그런 이야기를 하죠? “네. 그런데 여전히 우리의 높은 이상,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 학부모들의 높은 시선에 비해서는 못 미치는 거죠.” -그렇죠. “양면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비대면 원격수업의 길을 그래도 국가적 수준으로 잘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반면 여전히 이상은 높기 때문에 현실을 볼 때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이 됐기 때문에 현실을 보는 두가지 시선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아울러야 한다는 건지요. “한편으로 높은 기대 때문에 과도한 자학적 시선이 있어요. 그 자학적 시선이 어찌 보면 바로 우리의 발전 원동력입니다. 학부모들의 높은 이상에 비춰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에 더 분발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 그 양면을 같이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부심도 갖자,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니 분발해야 한다. 교육청은 그런 점에서 여전히 비판받아야 하고 동시에 자부심도 갖고 더 분발해야 합니다.” -재선 교육감이니 서울의 교육정책 책임을 8년 동안 맡았습니다. 교육감의 한계, 그러니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면 할 수 있었을 텐데 자치단체 교육감이기 때문에 못 했다 싶은 게 있었습니까. “(3선이 되면) 대안교육감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의 교육행정 시스템은 이제 후진국이 아닙니다. 실제 많은 나라가 우리를 벤치마킹하러 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주도했던 학교의 공간혁신,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학생을 가르치는’ 그 역설적 현실은 최소한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신설학교에서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공항고, 신길중학교, 강서 서진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상을 받은 학교입니다. 이런 공간혁신, 19세기의 학교를 21세기 학생들에 부응하는 첨단의 학교로 만드는 과정은 진행 중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큰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에요. 지난 8년간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국영수’ 잘하는 애들만 인간 취급받고 다른 친구들은 완전히 폄훼되던 그런 학교는 이제 없습니다. 학생의 인권이 존중받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가는 단계까지는 왔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학생의 재능이나 학습 속도나, 특성에 맞게 맞춤형 교육방식으로 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어요. 교육감의 한계라면, 이미 초중등교육 정상화엔 큰 성과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초중등교육의 왜곡성, 비정상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초중등교육을 규정하는 어떤 상위의 질서체제인 것 같아요. 그 상위의 질서나 체제에 대해 발언하고 초중등교육 정상화에 부응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대학입시제도, 대학 학벌체제 개혁,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문제 같은 것들 말이죠.” -‘발언을 하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어떻게 그것을 바꿀 거냐 아닐까요. “일단 대안적 문제 제기와 공론화까지는 해보려고 합니다. 그다음 단계는 권한 밖이니까요.” -예컨대 경쟁교육을 지양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의 일반학교 전환 같은 경우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학교와의 소송에서 진 뒤, 서울시교육청이 항소도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존치 입장을 밀어붙인다면…. “그건 생각이 다릅니다. 사법부 판결을 보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정책 자체가 법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타당성 없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절차상의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지적은 있죠. 역으로 자사고 전환정책의 정당성은 사법부도 인정했다고 저는 해석해요.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받아들여 2025년을 목표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가정책으로 확정했습니다. 그래서 대국적인 차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항소를 포기한 거예요. 물론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폐지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수의 일반고 학부모들이 반기를 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럴까요. 예컨대 탈원전의 경우도 사실 이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인데 뒤엎었잖아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그런 정책 사안을 무슨 권한 남용 등의 비리 혐의로 엮어 단죄하려 하고 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냥 예전으로 되돌려버릴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겠죠. 자사고는 원래 65%의 학부모가 일반고 전환에 동의했던 사안입니다. 그걸 뒤엎으려면 상당한 국민의 반발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윤석열 정부와도 협력할 게 있으면 협력할 겁니다. 지난 1년간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협력할 것은 하고 때로는 갈등하며 지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세가지 지점은 진보가 성찰적 분석을 하고 대안적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가 부동산 정책입니다. 진보라고 해서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유능하라는 법은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안적인 부동산 종합 패러다임의 붕괴입니다. 거기서 위기가 왔습니다. 둘째는 조국 사태죠. 반성적으로 보면 일종의 7:3 법칙을 얘기합니다. 정치나 사회갈등은 천사와 악마의 대결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난 30년간의 민주화 시대는 ‘절대악’으로 군부독재와 그 유산, 그리고 ‘절대선’으로 민주화 세력, 즉 586이 있었던 겁니다. 당시 민주화 투쟁이나 민주개혁 운동은 ‘정의의 전쟁’ 성격을 띠고 있었던 거죠. 이제는 30%는 반성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조국 사태의 맥락에서 보면 우리 편은 다 천사고 상대편은 다 악마다, 그런 이항대립적 사고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봐요.” -교육감선거에서 조 후보와 경쟁하는 상대편들은 천사와 악마라는 프레임을 그대로 갖다 씌우고 있던데요. 전교조 교육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그렇죠. 제가 악마죠. 그쪽 시각으로는…(하하하).” -‘3기 조희연 교육감체제에서 무얼 할 것이냐’라는 질문과 관련해 이번에 선거에 나오면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주목한 듯합니다. 공화국, 공화(共和)의 의미에 천착한다고 했는데요. 공존의 교육과 맥이 닿을까요. “그렇습니다. 공존의 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민주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공화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교육의 공화적 가치에 대한 강조가 인성교육이나 이런 데서는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고요. 그래서 공존의 교육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고, 다양성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 공존의 교육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3기 교육감이 되면 이것만은 반드시 하겠다, 그런 정책이 있습니까. “대안적 역할이죠. 청소년 교육의 정상화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대안을 목표로 합니다. 대학입시에 좌우되지 않고 정말 배움의 즐거움을 이어가는,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당당하게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죠. 초중등 학교 내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입시제도 개혁이나 학벌체제 개혁이나 대학 서열 완화, 그다음으로 초중등교육이 작동하는 행정 시스템의 거시적 개혁 등도 절실합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교육감으로서 개척적인 대안적 역할을 좀더 많이 하려 합니다.” 청소년 교육의 정상화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목표로 대안적 역할을 할 겁니다. 대학입시에 좌우되지 않고 정말 배움의 즐거움을 이어가는,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당당하게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죠.
표지 이야기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전교조 교육 OUT, 이념교육 아웃시키겠단 뜻”(2022. 05. 27 13:53)
2022. 05. 27 13:53 정치
“안 떨어집니다.” 지난 5월 24일 기자를 만난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61)는 6월 1일 선거결과를 확신했다. ‘혹시 떨어진다면’에 대한 답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배수진이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보수’로 분류되는 후보는 조 후보 이외에도 박선영 2018년 서울시교육감선거 당시 보수 단일후보,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단일화 논의가 불을 뿜었지만, 기사를 마감하는 현시점(5월 26일)까지도 결과는 난망이다. 선을 넘는 인신공격과 책임 전가 싸움만 한창이다. 결국 3선 도전에 나선 조희연 현 교육감의 ‘어부지리’로 끝나는 건 아닐까. -5월 24일 교육청 기자회견에서도 ‘막판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중도·보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을까요.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후보가 결단을 내려 단일화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유권자가 단일화시키는 방법입니다. 두가지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보가 결단을 내려 단일화한다는 건 상대 후보가 사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그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힘에 의한 단일화죠. 결국 다 나온다면 이번엔 유권자들이 확실히 식별해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보수의 대표 후보가 누구냐, 조전혁이라고 자부합니다. 지금 중도보수의 표심이 제게로 쏠리고 있는 걸 느끼고 있고요. 게다가 서울의 조전혁, 경기의 임태희 등 전국 13개 시도에서 중도·보수대표 후보의 연대가 만들어졌어요.” 그는 18대 국회의원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의원 재임 시절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의 명단을 공개해 총 1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물었다. 2014년엔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했다가 이재정 현 교육감에 밀려 낙선했다. 선거 뒤 전교조 측은 ‘조전혁 펀드’ 등 조 후보 측의 선거보전비용을 압류해 12억9000만원을 추심했다. 악연인 셈이다. 조 후보의 선거포스터를 보면 ‘전교조 교육 OUT’을 핵심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전교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전교조 교육 OUT’과 같은 구호가 혐오표현이라고 긴급구제 신청을 냈어요. 전교조와 악연이 깊다고 봐야 할까요. “저는 뭐 악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증오나 원한을 가질 일은 없으니까요.” -2010년 전교조 회원명단을 공개한 후 2014년 경기도교육감선거에 나왔을 때 펀드로 모은 돈마저 추심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많은 분이 피해를 봤죠. 사실 그게 제 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전교조가 저를 내세워 다른 분들의 돈을 다 빼앗아버린 셈이죠.” -법리적 판단은 어떻게 되었나요. “대법원에까지 일단 가 있어요. 그런데 판결을 전혀 안 하고 있네요.” -선거 포스터를 보니 ‘전교조 교육 OUT’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아웃시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도 바로 그 이념교육에 뿔이 나서 공개한 겁니다.” -민주시민교육, 평화인권교육 등을 지칭하는 건가요. “그것뿐만 아니라 전교조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편향 생각, 그리고 1980년대 운동권의 생각 같은 것 말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그 생각을 안 바꾸고 있습니다. 반제국주의나 지금을 사실상의 식민지 상태로 여겨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세월이 흘러도 어쩜 그렇게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교육감이 되면 전교조나 교사노조, 교총과 같은 교사단체들과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전교조 선생님들을 다 인간적으로 미워하거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노조 활동을 인정하고 노조에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찬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굉장히 진보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요. 공무원이고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정치활동을 제한당하는 것이 헌법적인 관점에서 과연 옳은가라는 회의를 갖고 있지요. 교수는 되는데 왜 교사는 안 되느냐는 부분에서 형평도 안 맞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제가 문제 삼는 건 이런 겁니다. 미성년자인 초·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교실 안에서는 하지 말라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쌍욕을 하든 저주를 하든 굿을 하든 다 좋은데,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에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을 맡았어요. ‘서울RUN’ 사업 말고 다른 성과도 있습니까. “대안교육 관련 지원 같은 건 예산 배정돼 작업을 다 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서울시의회가 민주당 일색이니까 예산을 완전히 깎아버렸어요. 원래는 서울에 학습플랫폼을 만드는 예산이 있었는데 그런 걸 다 잘랐거든요. 하여튼 서울을 어떻게 성장하게 할 거냐에 우리가 아이디어로 잡은 것은 ‘항상 배움이 내 곁에 있는 도시, 언제든지 손 뻗으면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도시’라는 거였습니다. 여러 형태의 학습 내용이 어우러져 르네상스를 이루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교육감이 되면 이제 각종 사업을 더 잘 챙기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사실은요. 저는 교육감선거, 이거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왜죠.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게 맞아요.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게 맞죠. 우리보다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지방자치를 오래한 선진국을 보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합니다. 지방자치를 왜 합니까. 보통 물어보면 우리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하잖아요. 다시 ‘동네 살기 좋아요?’라고 물어보면 뭐를 이야기하나요. 여자들이나 애들이 밤에 나가도 안전하고요, 애들 키우기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다음에 나오는 게 교통이 좋아요, 상업지역이 좋아요, 녹지가 좋아요, 체육시설이 많아요 같은 겁니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기능이 치안과 교육이에요. 그건 그 지방을 지키는 자치단체장이 임명하고 책임지는 게 맞아요. 제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앞장서서 이 선거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지덕체(智德體) 전인교육 대신 체인지(體人知) 교육으로 서울교육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운동장이나 교내 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요. 아이들 체력을 키우는데도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시와 지자체에서 지금 보면요, 한강변에 가면 평일에 그냥 놀고 있는 공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시설을 잘 이용하면 우리 아이들이 좀더 넓은 곳에서 뛰놀며 체력을 기를 수 있어요. 현재 학교에서 체육·음악·미술 교육은 거의 형해화돼 있습니다.” -서울시의 구마다 체육 중점이나 미술, 예술 중점 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눈에 띄던데요. 사실 예체능교육도 지금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집안이 받쳐주는 사람만 가능한 것으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걸 중점적으로 하는 일반학교를 만들 생각입니다. 면밀한 수요조사가 필요하겠죠.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만들려 합니다. 진로 진학에 대해서는 나는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전문 미술학원 수준의 강사를 고용할 수 있는 예산을 줘서 입시미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입시체육, 입시음악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아이들의 ‘탤런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들이 자기 탤런트에 맞게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교육의 책무라고 봐요.” -예체능을 제외한 다른 일반고도 예산에서 공평하게 또 줘야 하지 않습니까.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1980년대의 우열반이나 SKY반과 다른 게 무엇입니까. 국영수 집중교육 같은 특화과정도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거하곤 관계가 없어요.” -사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학벌(대학)의 서열화 문제이지 않습니까. 자사고·특목고 사교육 논란도 결국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등으로 이어지는 체제의 입시에 맞춰지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잖습니까. 수능 때 결정되는 대학 간판이 이후 평생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 결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사회의 메커니즘이 굴러가는 게 어느 정도는 현실입니다. 이런 서열화 문제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예컨대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같은 대안을 오래전부터 내놓고 있어요. 서울대와 각 지방 국립대를 해체해 예컨대 국문과는 광주로, 전자공학과는 대구로… 하는 식으로 전국에 분산하자는 거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뭡니까. 이런 서열화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요. 어쩔 수 없다, 서열화는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보나요. “지금 좌파의 해결책이 뭐냐 하면 일등을 일단 해체해 없애자는 거예요. 그러면 2등이 또 1등이 되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1등 자리를 차지하려고 또 박 터지게 싸울 겁니다. 그러니 그게 해법이 안 되는 거죠. 사실 이 서열화 문제는 누구와 이야기해도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답을 갖고 있다고 하면 오히려 거짓말이 되는 거고요. 노동시장과도 관계가 있고 사회 기득권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 복잡한 사안입니다. 이걸 단칼에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요? 아무도 답을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 아이디어를 처음 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는 원래 박희태 전 국회의장께서 대변인 시절 자주 쓰던 말이에요. 그분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겁니다. 이걸 좀더 임팩트 있게 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딱 떠오르더군요.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을 것 같아 ‘혁자막어’편에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혁자는 공자, 맹자에 이어 조전혁의 혁자를 썼고 막어는 막말모음집을 뜻합니다. 이렇게 좀 소설 비슷하게 써서 한 건데 그땐 잘 안 알려졌어요. 국회 속기록에 보면 나올 겁니다. 그게 2010년이었습니다. 갑자기 지난 정권 들어서면서 유행어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거 관련해선 대한민국에 비단 정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윤리의식을 0.1%라도 높였지 않나 자부합니다. 지난 정권교체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자성어도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에도 내가 기여했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하하).”
표지 이야기
과거 ‘여론조작’ 지휘? 김현숙 후보자가 만들 미래는(2022. 04. 29 15:35)
2022. 04. 29 15:35 사회
ㆍ숭실대 보직 변경 내역·차남 병역면제 사유 등 ㆍ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 자료 요청 거부 ㆍ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 여론 작업’ 의혹도 정권이 바뀌며 ‘신임 장관’의 예상 행보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폐지를 공약한 데 이어, 새 정부 출범을 열흘가량 앞둔 현재까지도 공약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김현숙 숭실대 교수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현숙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김 후보자는 4월 13일 장관 인선 발표 때 가진 기자회견 이후 공개적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청문회는 과거 언행과 이력을 통해 후보자의 미래를 짐작해보고, 자질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검증을 위해 후보자들의 과거 인터뷰, 블로그에 올린 글, 재산 형성 과정, 자녀의 병역 문제,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비롯한 모든 사항이 도마 위에 오른다. 향후 청문회에서 드러날 김현숙 후보자의 ‘과거로 본 미래’는 무엇일까. 자료 미제출… 시작도 전에 파행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김현숙 후보자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 자료 요청을 거부한 사유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 4월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김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 실시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인사청문회법 제12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인사청문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여성, 노동, 보육, 저출산 문제 등 여성, 인구, 가족정책에 대해 수행한 연구자료 리스트’와 ‘후보자의 성인지(양성평등) 교육 이수 내역’ 같은 여성가족부 업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위에 보낸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 요청안에는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성, 인구, 가족정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했다”고 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내지 않은 것이다. ‘숭실대 보직 변경 내역’ 또한 제출하지 않았다. 연구 내역이나 대학 내 보직 이동은 사실상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이밖에도 김 후보자는 학기별 출강 내역, 논문 표절 검사 여부와 표절률, 차남의 병역면제 사유 등에 대한 자료도 내지 않았다. 이 정도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는 행태를 두고 장관 후보자로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가족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월 26일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 후보자가 제출을 거부하는 자료는 차남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한 자료를 비롯해 후보자의 숭실대 보직 변경 내역, 학기별 출강 내역, 논문 리스트와 표절 검사 여부 등 수백건에 달한다”며 “자료제출 비협조로 청문회를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끝내 여가부를 장관 없는 부서로 만들어 폐지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후보자가 떳떳하다면 당당히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 측은 “자료 미제출은 시점상의 문제였고, 향후 제출 예정인 자료도 있다”며 “문제가 있어서 제출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 여론전’ 지휘? 김현숙 후보자의 공인이자 공무원으로서의 과거 또한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현숙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시기 그가 맡았던 노동개혁 여론 대응 등의 업무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2018년 9월 펴낸 ‘활동결과보고서(국정과제 1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에서 위법의 소지로 지적됐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국정과제 1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에서 발췌 / 권인숙 의원실 제공 보고서 5장 ‘권력개입/외압방지 분야’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노동개혁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다루는데, 김현숙 후보자(당시 고용복지수석)의 이름이 여러차례 언급된다. 2015년 8월 7일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 여론과 우려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을 설치했다. 보고서는 이 상황실이 형식적으로는 고용노동부 차관 직속이지만 실질적으론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김현숙)이 지휘했다’고 봤다. 이 ‘노동시장개혁TF 회의’는 ‘BH(청와대)회의’로 언급됐으며, 김현숙 수석 주재하에 2015년 8월 6일부터 초반에는 매일(월~일), 이후엔 주 3~4회 열렸다. 회의에서는 보수 청년단체 동원방안, 야당에 대한 대응방안, 기획기사 및 전문가 기고 조직화 방안 등이 다뤄졌다. ‘노동개혁 여론전’을 총괄하는 주체였던 셈이다. 상황실은 2016년 7월 18일까지 존속했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BH회의는 상황실 종료 이후에도 9~10월까지 주 3회 정도 운영됐다. 상황실이 꾸려진 2015년 8월, 정부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였고 야당과 노동계는 반발했다. 청와대가 상황실까지 만들어가며 추진하고자 했던 노동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다. 저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는 등 고용 유연화가 핵심이었다. “정규직이 과도한 보호를 받다 보니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기업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는 상황”이라는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2014년 11월 기자들과의 정책간담회)이 정부의 인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김현숙 수석은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차원의 전략을 내려보냈다. 대표적으로 보수 청년단체를 지휘해 시위나 기자회견을 조직하도록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BH회의에서 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홍보하면서 야당과 노동단체의 비판을 압박할 방안을 모색했는데, 김현숙 수석이 여기에 청년단체를 동원할 아이디어를 내고 청년단체 관련 지시사항을 담당 공무원에 전달해 집행했다. 보수 청년단체를 홍보 수단으로 삼아 이들의 성명서 발표, 피켓시위, 토론회 등을 청와대의 여론화 작업에 활용했다. 상황실의 ‘일일 지시사항 추진상황 점검’(2015년 8월 16일자)을 보면, 2015년 8월 14일 회의에선 ‘청년단체 기자회견 온라인 반응이 미미’하니 ‘국민 관심 제고 강화 위한 다양한 행사·이벤트가 필요’하다고 결정됐다. 청와대가 청년단체의 활동을 모니터링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시기 보수 우파를 표방하는 청년단체들이 정규직 노조가 청년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보고서는 김현숙 수석이 보수 청년단체에 기자회견 등을 지시한 사실이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4월 10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여가부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BH회의에서는 야당의 정책(또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대응 방안도 기획했다. 야당에 대응하는 주요 논리를 개발하고 일일 보고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지시하는 활동이었다. 주요 대상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표(현 대통령)였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표가 “사내유보금으로 일자리 30만개 창출”이라고 발언하면, BH회의에서 김현숙 수석이 “사내유보금 관련 문재인 대표 발언 사실관계 파악”을 지시하고 경영계와 당정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리는 식이었다. 김현숙 수석은 야당의 플래카드 내용을 반박하는 노동개혁 메시지를 작성하고 이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트위터’, ‘이인제 최고위원의 말씀’ 등을 통해 전파할 것 또한 지시했다. 이를 비롯해 김현숙 수석의 지시를 거쳐 상황실 소속 노동부 공무원이 새누리당 당원에게 배포할 메시지를 작성했고, 당 전략본부를 통해 당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달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행동들 역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위반이라고 봤다. 이밖에도 보고서에서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2015년 4월)하자 이미 선정된 국고보조사업의 예산을 끊고, 복귀 이후 지급을 재개한 점 또한 직권남용으로 지목했다. 예비비를 끌어다 특정 언론에 지급하면서 노동개혁 찬성조의 기사를 싣게 한 일에는 국가재정법과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제기됐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김현숙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를 권고했고, 고용노동부가 2018년 서울동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후보자의 미래는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는 2020년 3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후보자 측은 그동안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당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조사를 맡았던 김상은 변호사는 “김 후보자가 주재했던 회의 결과와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쓰던 컴퓨터에서 나온 파일을 토대로 조사한 것”이라며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지 밝혀 달라”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허현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 시위를 조직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돼 2018년 10월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후보자의 경우 처벌은 피했지만 윤리적 책임까지 피해갈 수는 없다는 비판이 있다. 향후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김현숙 후보자가 사찰과 불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비선조직을 통한 여론조작 혐의가 제기된 사람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당선자를 위해 또 다른 비선조직을 꾸려 여론조작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관한 의견을 묻고자 김 후보자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취재 후]대선후보 배우자, 사생활과 공적 검증 대상 사이
[취재 후]대선후보 배우자, 사생활과 공적 검증 대상 사이(2022. 03. 04 14:53)
2022. 03. 04 14:53 정치
대선후보 배우자 검증 기획을 하면서 여러차례 내부 토론이 있었습니다. 정책 검증은 실종되고 상대방에 대한 막말과 비난만 난무하는 과열 대선판에, 대선후보 본인도 아닌 후보 배우자 검증이 과연 크게 벌일 만한 일이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비단 주간경향만이 아니라 배우자 의혹을 다룬 뉴스 댓글란에서는 어김없이 벌어지는 논쟁이기도 합니다.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난 1월 22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측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 보도와 관련, 인터넷매체들에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민사재판에서 나온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을 주로 인용합니다. 남부지법은 녹취물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할 때 “채권자(김건희씨)의 음성권, 명예권,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결정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채권자(김씨)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인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갖게 되는 정치적 지위나 역할,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인 채권자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와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며 국민의 알권리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단지 김씨에게만 해당하는 지적은 아닐 겁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공표금지 기간 시작과 동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했습니다. 안 후보의 사퇴로 그의 배우자 김미경 교수가 이번 대선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할 가능성은 ‘제로(Zero·영)’가 됐습니다. 사실상 김혜경·김건희 두 김씨 중 한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러 기자가 함께한 이 기획에서 저는 김건희씨를 맡았습니다. 주말, 경향신문 인터넷판에 선출고한 기사에 담은 2004년 9월 ‘안양천 프로젝트 플로우’ 퍼포먼스의 얼음 속 짚인형 사진이 소위 ‘짤방’으로 변신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은 막판까지 더 커지는 양상입니다. 대선이 끝나도 쉬 사그라들 것 같지 않습니다.
취재 후
군소후보 10명 “우리도 있다”(2022. 02. 25 15:01)
2022. 02. 25 15:01 정치
ㆍ지지율, 모두 합해 2%도 안 돼…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약·의견도 여론조사에서 ‘기타 후보’로 묶인다.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2%가 채 안 된다.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군소후보들 얘기다. 이번 대선후보는 총 14명이다.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번 윤석열 국민의힘, 3번 심상정 정의당, 4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외에 10명이 더 출마했다. 2월 20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지나며 벽면에 붙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홍보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기울어진 대선판 군소후보들도 똑같이 선거 기탁금 3억원을 냈다. 하지만 주요 후보 4명이 법정 TV토론회를 세차례 치르는 동안 군소후보들의 출연은 한 번에 그친다. 이마저도 10명(2명 불참)을 한데 모아놓고 2시간 만에 끝났다. 후보 한명당 발언 시간이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두차례에 걸쳐 각자의 공약을 발표할 수 있었을 뿐, 후보 간 질의응답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토론회 시간도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였다. 주요 후보 4명의 토론회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누가 봐도 군소후보들에게 대선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는 2월 22일 열린 TV토론회에서 “당국이 특별히 배려해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토론을 준비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늦은 시간대로 토론회 일정을 잡은 걸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TV토론회 운용 방식이 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불참했다. 김 후보 측은 “원래 계획한 유세 일정과 토론회 일정이 겹쳐 고심하다가 현장에서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게 더 진정성 있다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TV토론회보다 현장 유세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군소후보의 의미 군소후보들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군소후보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이 정치 필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너한 이슈나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기회가 거의 없다”며 군소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나 견해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소후보들 공약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어 터무니없다는 지적을 받는 정책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약도 있다. 군소후보들 모두 대선에 출마한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전화 및 서면 인터뷰, TV토론회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변을 정리했다. 기본소득 65만원 대선후보의 기호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순서대로 배정한다. 국회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는 정당 이름순으로 기호를 받는다. 무소속은 가장 후순위인데, 이번에 무소속 출마자는 없다. 이에 따라 주요 4당 후보들 다음인 기호 5번은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47)가 받았다. 소속 국회의원이 1명(용혜인 의원) 있다. 오 후보는 당명처럼 기본소득 월 65만원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간 노동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3일 휴일제도 약속했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을 지켜주는 매트리스를 깔아줘야 다른 문제들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 방법으로는 조세개혁을 제시했다. 토지보유와 탄소배출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의 수익에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400조원 규모의 재분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권화폐 도입도 약속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대부분을 민간 은행이 발행하는데, 앞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토록 변경하겠다는 얘기다. 오 후보는 “민간 은행이 호황기에는 대출을 쉽게 제공했다가 불황기에 이를 회수하면서 금융 약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동반자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인한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생활동반자로 등록하면 각종 복지·세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동성결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도 약속했다. 오 후보의 현실적인 목표는 3위다. 그는 “기본소득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결집해 3등을 만들어준다면 선별복지와 성장지상주의 사회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호 9번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65)는 이번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1호 공약은 권력구조 개편 및 정치개혁이다. 김 후보는 “정부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권력구조와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중요한 개혁과제들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책임총리제 도입, 국회의원 3선 이상 연임 금지 및 면책특권 폐지 등을 제시했다. 청년들을 위해 벤처기업 10만개 육성, 일자리 200만개 창출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출마 이유를 두고 “승리를 위해 나왔다”며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있다”고 밝혔다. 기호 6번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75)는 대규모 현금 풀기가 공약이다. 코로나19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평생 지급 등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주택자금 2억원 등 3억원을 주고, 출산 때 자녀 1명당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연애수당 20만원도 약속했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감축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도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땅’이 아닌 ‘땀’이 대접받는 나라 기호 12번 김재연 진보당 후보(42)와 기호 7번 이백윤 노동당 후보(45)는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공통 공약이다. 최연소인 김 후보는 ‘전국민노동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및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도 법의 보호를 받게 한다는 목표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 노동 중심 자유평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넣고 헌법에 노조할 권리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4일제도 내놓았다. ‘돌봄부’를 신설해 돌봄을 국가가 전면 책임지는 방안도 핵심 공약이다. 김 후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상돌봄, 국가돌봄 시대를 열겠다”며 “공공 돌봄기관을 확충하고 110만명 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꼽았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관을 둬 2024년부터 법을 적용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재 사고의 72%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밝혔다. 김 후보는 “‘땅’보다 ‘땀’이 대접받는 나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백윤 후보는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노조 공화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리즈’ 시절이 지나 명백하게 쇠퇴기, 황혼기에 들어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벌국유화 등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핵심을 담당하지만 고용 비중은 11%에 불과하고 30대 재벌의 사내보유금이 1000조원이 넘은 점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그는 “재벌 중심의 하청계열 구조로 된 경제구조를 공공제로 재편하려면 재벌 국유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보수 후보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여가부 대신 ‘여성해방부’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신상정보에서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학벌주의에 반대한다. 선거에서 이런 경력들이 공정한 선택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봤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명예회복” 기호 11번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63)와 기호 10번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80), 기호 8번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51) 등 3명의 공통분모는 ‘친박(친박근혜)’이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조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며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후보를 뽑도록 강요하는 사실상 선거독재에 해당한다. 도덕성이 평범한 일반 국민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붉은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4·27 판문점선언 등의 폐기도 공약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체도 주장했다. 국토균형발전계획을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에도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기업 개혁 방안도 내놓았다. 조 후보의 선거 현수막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얼굴을 담았다. 그는 “도덕성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자부한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용기와 정의감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지낸 김 후보는 일본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해 핵무장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박씨의 탄핵은 부당하며 박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공공장소에서 동성애, 낙태를 옹호하면 사법처리하고 여성도 남성처럼 군복무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옥 후보는 2020년 4·15 총선이 조작됐다는 부정 선거 의혹을 줄곧 주장했다. 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 중 7개가 부정 선거 방지 관련 내용이다. 옥 후보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거짓말과 범죄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 또한 거짓말과 사기의 결과”라고 말했다. ‘통일 대통령’ 기호 `13번 이경희 통일한국당 후보(47)는 ‘통일 대통령, 경제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웠다. 남북이 통일하면 청년들의 사업·취업·교육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통일이 되면 인구 1억의 대국으로 급성장하게 된다”며 “대륙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려 경제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통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남북 간 여행 전면 자유화도 약속했다. 그는 “국민에게 통일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동산 규제를 혁파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부동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소득세, 취득세,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인하 등 감세도 제시했다. 기호 14번 김민찬 한류연합당 후보(64)는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 도시를 건립하는 것이 첫 번째 공약이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DMZ에 문화예술 도시를 세우고 인종·민족·지역별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사회 인프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각종 운송산업, 세계문화산업의 발전으로 수출입 증대, 지속적인 고용 창출 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로 한국이 세계 물류 중심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내각의 장관 자리에 국회의원을 기용하지 않고 각 부처의 실무자를 임명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또 공기업 대표 자리에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폐단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에서 오랫동안 근속하며 실무를 쌓아온 사람이 대표를 맡도록 해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가 신중해야” “선제 타격 말도 못 하나”(2022. 01. 21 15:14)
2022. 01. 21 15:14 정치
ㆍ이재명 캠프 천해성·윤석열 캠프 신범철 대담 대통령선거가 후보 및 가족과 관련된 ‘녹취 폭로’ 정국으로 옮아가고 있다. 의혹 제기로 시작한 대선이 ‘도덕성’ 문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을 ‘오늘은 또 무슨 폭로가 나왔나’에 쏠리게 한다. 후보들의 공약은 무엇인지, 현실성이 있는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천해성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신범철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우철훈 선임기자 의혹 공방만 이어지는 사이 대선은 어느새 5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후보 간 토론이 겨우 성사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호검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이해와 검증은 필요하다. 다음 5년 동안 발생할 모든 변화를 겪어내야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은 지난 1459호부터 ‘각 캠프 정책담당자 대담’을 추진했다. 시작은 위성락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과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이 맡았다. 후보가 아닌 정책담당자를 만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후보가 분야별 사안을 모두 파악해 심도 있는 답변을 내놓기는 어렵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캠프에 합류해 정책을 만드는 건 이 때문이다. 후보는 자신의 비전을 잘 반영한 정책을 선별해 공약으로 발표한다. 그렇기에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토론의 실효성 등을 감안할 때 가장 빠르고 정확히 후보의 정책을 파악하는 방법은 결국 공약 담당자의 설명이다. 대선이 끝난 후 이들이 각 분야의 실무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주요하게 고려했다. ‘정책담당자 대담’ 2회의 주제는 ‘대북정책’으로 정했다. 대북정책은 평화통일이라는 이상과 북핵위협이라는 현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번영과 생존이 함께 걸린 문제이기에 유권자들이 반드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대담에는 천해성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캠프)과 신범철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윤석열 캠프)가 참여했다. 공정성을 위해 사회는 양측이 모두 동의한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맡았다. 지난 1월 19일 경향신문에서 2시간 넘게 이어진 대담에서 양측은 후보 발언과 공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날 선 비판이 오갔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이 큰 화제가 됐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무슨 방법’으로 선제타격을 추진하나. 신범철(이하 ‘신’) “해당 발언이 나온 상황적 맥락부터 다시 설명하고 싶다. 당시 발언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의 대답이었다. ‘현재 미사일 방어능력으로 핵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제타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빼고 민주당 측에서 ‘선제타격’만 부각해 쟁점화하는 것은 부당한 공세다.” -선제타격을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신 “선제타격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략적 타격’이라는 용어로 발전시키고 있는 전략이다. 이른바 3축 체계(Kill Chain·KAMD·KMPR)의 일환인데 윤 후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1분 내 남한에 도달해 요격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선제타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데 ‘요격이 불가능하니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인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그런 말 한마디 못 한다면 당당한 외교라고 할 수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질문의 적절한 대답을 찾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가정해 기존의 3축 체계의 일환으로 선제타격(킬체인)을 말한 것이다.”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으로 선제공격(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선제’라는 용어가 핵심인데 분산된 북한 핵시설을 동시에 정밀타격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하나라도 놓칠 경우 반격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신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선제공격한다는 말은 우리의 ‘자위권’을 포함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급박한 위협이 있을 때 킬체인을 활용해 이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윤 후보 발언의 진의와 관계없이 해당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이 후보는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라고 비판했는데. 천해성(이하 ‘천’) “선제타격론이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미사일 발사징후를 포착하고, 해당 미사일에 핵탄두가 실려 있고, 이 미사일이 남쪽으로 발사된다는 것까지 전제로 해야 가능한 발언이다. 대통령 후보나 정치지도자가 꺼내기에는 너무 위험한 측면이 있다. 공포의 연쇄효과라는 말이 있다. 위기상황이 고조될수록 상호 선제타격 유혹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러한 발언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윤 후보 측은 선제타격 발언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명을 강조했다. 정책이 아닌 이상 “북한이 반격할 여력을 상실할 정도의 압도적 타격이 가능한지”, “분산된 북한 핵시설을 파악할 감시정찰 능력은 있는지”, “선제타격을 결정하기 위한 미국과의 전시작전권 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 질의로 넘어갈 수 없었다. 사회를 맡은 김 교수는 “외교안보는 작은 사안이라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대선후보들의 발언은 신중하고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며 “구체적 논의 없이 국민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대위의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이번 대담에 참석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에서 2년간 차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핵으로 출범했을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남북 연락채널은 차단돼 있었고 회담도 없어진 지 2년 가까이 된 상황이었다.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핵능력은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반전을 만들어낸 건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북미대화가 풀리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교착 국면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핵 문제나 남북관계 개선의 가시적 성과가 추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충돌이 없는 상황을 지속해오고 있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다음 정부에는 과제를 넘겨줬다고 생각한다. -과제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 천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과 관련된 것들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정부가 출범하든, 판문점 선언이나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 등을 존중하며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신범철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 김흥규 아주대 교수, 천해성 이재명 캠프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부터)/우철훈 선임기자 -윤 후보 측은 어떻게 보나. 신 “비판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지를 가지고 출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했다고 본다. 비핵화 의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화를 함으로써 북한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시간만 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한 신경제 지도, 평화협정 등에서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남북관계는 주변 여건을 잘 조성하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한 중심적이었다. 정부가 북한의 억제나 대화 모든 측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이 후보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2.0’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설명해달라. 천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대북정책, 비핵화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계승은 하되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일반 국민의 인식이나 우려를 적극 반영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엄밀히 말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러한 도발 행위를 단호히 규탄하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분명히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대북정책은 여야 협치도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꿔서는 달성할 수 없다. 이 후보는 여야 협치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주요사안을 여야 지도자 간에 공유하고 정책 추진 방향도 사전에 야당과 협의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 북한이 지난 1월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연합뉴스 -반면 윤 후보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 3000의 2.0’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차이점이 무엇인가. 신 “비핵·개방 3000과는 다르다. 비핵·개방 3000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상생과 공영으로 이름을 바꾸며 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 시점에 금강산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류와 협력이 끊기고 5·24 조치로 이어졌다. 윤 후보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고도화된 핵능력을 감안할 때 ‘비핵화’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비핵·개방 3000과 달리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어떠한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 같은 대북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부분에 한해서는 북한과 협력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면 경제지원도 가능하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납북자 송환 등의 부분도 협력해 함께 추진하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제재를 완화할 것이냐 아니면 북한 비핵화가 진전이 있을 때 완화할 것이냐는 점이 이 후보와의 근본적 차이라고 생각한다. 윤 후보는 그 부분에 있어서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측도 근본적 차이를 인정하나. 천 “그렇지 않다. 윤 후보 측 발언은 오해가 있다. 이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제재에 유연하게 접근하자는 것이지 아무런 상황 변화도 없는데 제재부터 완화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등의 조치는 동시이행이 전제다. 북한이 제재완화 이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스냅백 조항(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이라는 안전장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스냅백 조항의 실효성을 두고는 이견이 많은데. 신 “스냅백 조항은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스냅백 조항의 발동조건 자체가 누구에게 더 유리하냐는 측면이다. 스냅백 발동 조항이 북한에 불리할 경우 북한이 해당 합의를 하려고 하겠나. 두 번째는 합의를 이루더라도 실질적으로 스냅백 조항을 가동할 수 있느냐 하는 측면이다. 막상 스냅백 조항을 발동하려는데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조항 자체가 사문화될 수도 있다. 스냅백은 북한과의 합의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조항이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냅백을 북한 제재완화의 명분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천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국가 간 합의나 조약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스냅백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우려는 이미 보완책을 제시했다. 미국의 ‘양자 제재’나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는 중국의 제재 이행을 압박할 수단이다. 게다가 이 후보가 생각하는 해법은 스냅백 조항 자체보다 단계적 합의와 동시이행에 맞춰져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번에 완전한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 합의를 하고, 그 안전장치로 스냅백 조항을 넣는다는 것이다. 제재완화는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하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무책임하게 제재완화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 조치와 스냅백을 포함한 제재완화를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이러한 유인 정도는 제공해야 북한과의 협상틀을 만들 수 있다.” -종전선언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달성이 어려우면 계승할 생각도 있나. 천 “종전선언의 필요성·유효성이 있다고 본다. 남북이 당사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진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종전선언 이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진전이 있기를 바라지만 만약 다음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면 종전선언 프로세스는 이어받되, 비핵화가 따라올 수 있도록 여러 전략적 접근은 보완할 생각이다.” 신 “종전선언을 두고 미국과 문안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도 있는데, 사실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대부분 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종전선언 문구를 합의했다는 것도 그러한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했다는 것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이 합의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주한미군이나 유엔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현 정부는 얘기한다. 종전선언이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비핵화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면 지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종전선언을 비핵화나 평화정착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나. 북한이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폐, 적대시 정책 폐기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은 지난해 10월 이후로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종전선언을 위해 너무 많은 외교적 자산을 투자했다.” 천 “이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종료하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많은 분이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시켜 우려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다. 해당 사안들은 한미 간 협의할 문제이지 종전선언과는 관련이 없다. 이는 심지어 북한도 무관하다고 인정하는 것들이다.” -남북협력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윤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신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정상회담을 제외한 일반 고위급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박근혜 정부 때가 더 활발했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때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2018년 정상회담 등이 만든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윤 후보가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맞지 않다. 남북협력을 위한 주변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가 풀리면 주변국과의 문제도 풀린다’는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주변국과의 문제를 풀어야 북한 문제도 풀린다’는 것이다. 주변 여건 조성부터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 후보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말한다. 경제협력 등을 달성하면 사실상 ‘통일’이 된 것이라는 의미인가. 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연동돼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현실이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속해야 하는 사안들은 추진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산가족 문제나 인도적 지원 문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후보는 한미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 같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부분부터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 구상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다. 남북경제협력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평화경제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 통일과 관련해 이 후보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통일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공동체부터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달성하면 꼭 법률적 통일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통일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점진적·단계적 통일 방안에도 부합하는 이야기다.” -안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심각한데. 천 “여러가지로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정착은 흔들릴 수 없는 목표다.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목표는 분명히 세우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는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나름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해왔던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남북 협의를 통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북한은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만큼 그 외의 부분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김정은 정권 역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해 압박과 함께 북한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 “외교적 노력을 하면서 군사적 억제력은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독자적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3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용어를 사용하면 전략적 타격체계다. 미사일 방어 역량을 대폭 강화해 장사정포 등에도 대비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을 수도권에 조기에 구축할 생각이다.” -통일부 폐지나 명칭 변경과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집권 후 조직개편 계획은 있나. 천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통일부 폐지 논의가 있었다. 당시 여론이나 야당의 반대로 존속을 결정했지만 규모가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로도 야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통일부 폐지주장이 나오고, 사회적 논란도 있다. 통일부 존폐와 관련한 다수 여론은 여전히 존속 쪽이라고 본다. 통일부가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은 있다. 통일부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후보가 통일부 명칭을 ‘남북협력부·평화협력부’로의 변경을 고민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남북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차원이다. 조직개편은 각 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외교·안보 쪽에서 시급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 신 “통일부 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 외교안보부처의 역량강화는 필요해보인다. 통일부와 관련해서는 탈북민 보호나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관련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교부는 경제·안보·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전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