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 아르헨티나전, ‘훈련병’안정환의 아내 이혜원의 초조했던 관전 90분!
- 2003. 07. 01 화제
- “몸 상태 안좋아 부담스럽댔는데… 골 세레모니요? 그건 제게도 언제나 비밀인걸요” 2002년 6월의 뜨거웠던 축구열기가 일년이 지난 올해 6월, 다시 한 번 후끈 달아올랐다. 한일전에 이은 남미축구와의 A매치. 우루과이전에서의 패배를 아르헨티나전에서 만회하기 위해 ‘훈련병’ 안정환이 특박(?)을 나왔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남편의 출장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내 이혜원의 피말리던 관전을 곁에서 함께 했다. “핑계김에 오빠 얼굴 보니까 저는 좋죠” 아르헨티나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었던 지난 6월 11일.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경기가 시작된 오후 7시까지도 그치지 않고 계속 뿌려댔다. 사흘 전 있었던 우루과이전에서의 2대 0 패배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준 상태. 그러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뭔가 특별한 기대를 안고 관중석에 앉았다. 4주간의 훈련소 입대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운명이었던 안정환이 국방부와 축구협회의 합작 아이디어(?)로 경기 하루 전날 유례 없는 외박을 나와 선수석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 경기의 승패 이전에, 한일전에서 금쪽 같은 슛을 날리며 다시 한번 ‘골든 보이’로서의 진가를 확인시켰던 안정환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중의 응원열기는 이미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느닷없는 경기 출전 소식을 접하고 입대 열흘만에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안정환 선수의 아내 이혜원씨도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관중석을 찾았다. 붉은 색 선수 유니폼을 입고 머리는 하얀색 리본 끈으로 멋스럽게 땋아 올렸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화사한 미모. 주변의 시선은 당연히 그녀에게 쏠렸다. 그녀를 발견한 몇몇 관중은 다가와 사인을 청하기도 했고, 디지털 카메라에 그녀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안정환, 안정환!’을 외치며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짓궂은 꼬마 관중도 눈에 띄었다. “열흘만에 어제 만났는데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까맣게 그을린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좀 아팠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온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죠. 핑계김에 오빠 얼굴 보니까 저는 좋죠.(웃음) 그런데 오빠가 너무 부담 느끼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돼요. 훈련을 안한 지 오래 돼서 컨디션이 안좋다면서 본인도 부담스럽다고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도 그라운드에 나가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잘하겠다고 했는데...” 점점 더 가늘어진 빗줄기 속에서 이내 경기가 시작됐다. 선수들이 공을 몰아 찰 때마다 관중석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금방이라도 떠나갈 듯 했다. 이혜원씨 역시 우리 선수들의 슛팅 장면에 가슴 졸이며 주먹을 쥐었다 폈고, 아쉽게 골이 들어가지 않자 탄성을 지르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앞자리에 있던 관중이 경기 도중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지자, 곁에 있던 친정 어머니에게 상황을 물어보며 경기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골 세레모니요? 오늘은 너무 오래 훈련을 쉬었다가 뛰는 거라 부상만 안당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요. 그리고 오빠는 원래 저에게 골 세레모니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아요. 저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에 저한테 특히 비밀로 하는 거죠. 지난번 한일전에서의 문신 세레모니도 그 전에 이렇다할 말이 없었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죠.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이었어요. 그때의 기분은 말로 못하죠. 그냥...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라는 말 밖에는...” 우루과이전에서의 패인을 분석, 스리백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온 한국이었지만 역시 아르헨티나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몇 번의 찬스를 잡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빠른 공격과 짧고 정확한 패스에 결국 한 골을 내주고 말았다. 한 골 뒤지는 상황이 되자 이혜원씨를 비롯한 관중 모두는 부쩍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렇다할 득점 기회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후반전도 어느새 중반을 향해 치달았다. 이따금씩 선수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안정환 선수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는 몸을 풀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벤치를 지키고만 있을 뿐. 이혜원씨의 얼굴도 점점 굳어져 갔다. “글쎄요. 언제 나올지야 할 수 없죠...”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후반 30분을 넘기면서부터 관중석은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안정환!, 안정환!’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안정환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의 함성은 마치 코엘류 감독을 향한 시위와도 같았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이 남편의 이름을 외치자 이혜원씨는 애써 무표정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 종료 20분을 남긴 시점. 후반 교체투입된 이기형이 상대와 충돌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수비수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상황. 최성용이 마지막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향했다. 우루과이전의 경우 교체범위가 5명까지였지만 이날은 4명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미 세 명의 교체 인원이 채워진 상태에서 최성용이 마지막으로 교체 투입되면서 안정환이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관중은 경기 막바지까지 ‘설마 안정환이 안나오랴’하는 희망을 놓지 않은 채 ‘킬러’ 안정환의 등장을 고대했다. 후반 ‘조커’로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안정환은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1분도 출장하지 못한 채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득점 없이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이혜원씨의 얼굴에는 사뭇 아쉬움과 서운함이 묻어났다.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아쉬운 듯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돌아보기도 했다. “우리 선수들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빠는 오늘 밤 12시까지 부대에 복귀해야 한대요. 경기 끝나고 선수들끼리 씻고 뭐하고 하다보면 10시나 돼야 나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한 시간 정도 얼른 밥 먹고 부대까지 데려다 줘야죠.” 끝까지 남편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선 이혜원씨는 “오빠가 비록 게임을 뛰지는 않았지만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는 것보다는 다음 게임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뛰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내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차범근 해설위원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군대 생활하면서 경기에 뛰면 쉽게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고, 신문선 해설위원 역시 “친선경기에 왜 그렇게 유난인지 모르겠다”며 안정환 선수의 차출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국방부와 축구협회가 기어코 안정환을 대표팀에 합류시켰지만 코엘류 감독 입장에서는 수비수들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훈련도 안 된 안정환 선수를 출전시킬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훈련병 안정환의 A매치를 위한 특별 외박은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아르헨티나전 직후 이혜원씨가 밝힌 심경 안녕하세요. 혜원이에요. 어제 상암운동장에 다녀왔습니다. 항상 경기장에 가면 저도 모르게 설렌답니다. 우리나라 팀 정말 잘 싸워주신 것 같아요. 정말 아쉽게 져서 맘이 아파요. 경기 후 오빠를 만나서 부대에 같이 갔습니다. 정말 헤어지기 싫은 시간이었지만 보내드렸습니다. 오빠가 비록 어제 게임은 뛰지 않았지만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는 것보단 다음 게임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뛰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팬 여러분들도 너무 많이 아쉬워하지 마시고요. 어제 정말 가슴아픈 일이 있었어요. 다름이 아니라 오빠 부대에 갔을 때 정말 많은 기자분들이 비를 맞으면서 부대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오빠 부대에서 최대한 인터뷰는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지나쳐 부대에 오빠를 내려주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자분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차를 따라왔지만 저도 어쩔 수 없이 인터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기자분들이 경기 후 몇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으며 부대 앞에서 기다린걸 생각하니 제가 너무 잘못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글을 빌어 본의 아니게 행동한 거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오늘은 비가 하루종일 내리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빠 보내고 나서 맘이 싱숭생숭한데 비까지 도와주네요(? ^^:) 오빠는 지금 자겠군요. 옆에 주무시는 분에게 피해는 안주는지 모르겠군요. 가끔 오빠가 잘 때 꿈나라에서 축구를 하는지 발로 찰 때가 있거든요. ^^; 이제 자야할 시간이에요. 여러분들도 편히 주무시고요. 여러분들의 격려의 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글을 읽으며 하루를 마감해야겠네요. 사랑합니다. 러브테리 가족여러분~~~ -안정환 선수 공식 홈페이지 ‘러브테리’(www.loveteri.com)에서 발췌. 글/박연정 기자 사진/경향신문 포토뱅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