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주간경향(총 170 건 검색)

정치판에 구현한 웹소설 서사와 밈, 2030 불러냈다(2023. 12. 08 17:00)
2023. 12. 08 17:00 정치
이준석, 청년들 익숙한 ‘서브컬처’로 상호작용 ‘비단주머니’ ‘천아용인’ 등 정치 밈 세대교체 지난 5월 4일 전남 순천역 승강장에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서성일 선임기자 최근 정치에서 흥미로운 관찰 대상 중 하나는 청년정치인이다. 과거에 비해 꽤 역동적인 청년정치가 ‘국민의힘’에서 발현되고 있다. 확실히 정치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몰리는 건 기존에 없던 현상이다. 청년세대의 보수화, 86세대와 경쟁 회피, 국민의힘 내부 조직력 약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의 당대표 선출은 이 같은 흐름에서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사고를 확대해보자. 이준석은 과연 ‘청년정치인’일까? 이준석 본인도 청년정치라는 말을 부인한다. 다른 청년정치인이나 활동가, 평론가들도 이준석을 청년정치인으로 규정하길 꺼리는 듯하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인가 진보 쪽에서는 오랫동안 노동시장 진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진 현실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세대’이며, 이 문제를 정치나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흐름을 청년운동이라고 규정해왔다. 이준석은 이런 맥락의 청년운동 의제를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 화두로 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준석을 ‘청년정치인’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청년정치가 꼭 정체성 정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청년정치의 정의를 ‘청년세대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정치 형태’로 범위를 넓힌다면, 이준석은 분명 청년정치인이다. 정치인 이준석은 서브컬처 문화를 정치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기존의 정치권이나 정치평론에서 많이 놓치고 있는 대목이다. 나는 그의 말과 정치적 선택 그리고 그가 활약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이나 대선 등 특정 국면에서 형성된 정치적 역동성이 지금 20~30대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웹소설’의 스타일과 닿아 있다고 본다. 최근 웹소설은 젠더와 세대에 따라 양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중 남성들을 겨냥한 웹소설을 ‘남성향’이라고 부른다. 남성향 웹소설은 또 헌터물, 게임소설, 판타지, 이(異)세계, 대체역사 등 다양한 하위 장르로 나뉜다. 나는 이준석의 정치서사가 남성향 웹소설 중 ‘이세계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30대 남성들이 이준석에게 몰입되고 친밀함과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이세계물’이란 웹소설의 한 장르다. 주로 판타지 세계에 소환된 현대인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활약하는 모험담을 그린다. 이준석에게 주어진 강력한 무기는 ‘토론’이다. 그는 기성정치인들이 짜 놓은 판에 홀로 쳐들어가 각종 전투에서 ‘무쌍’(편집자 주: 원래는 둘도 없다는 뜻의 한자어 ‘무쌍(無雙)’에서 온 단어로, 혼자서도 일당백이 가능하다는 뜻의 게임용어)을 찍으며 주인공 서사를 쓰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화려한 토론기술을 선보이며 경쟁자 나경원을 ‘나락’으로 보내는 모습.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후, 정치적 모략에 빠져 몰락하고 권력을 상실하는 모습.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중모색하며, 권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등이 모두 웹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서사체험’에 가깝다. 이준석은 현실정치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석의 말을 대표하는 ‘비단주머니’의 밈은 <삼국지연의>에서 시작된 ‘금낭묘계(錦囊妙計)’다. 지금도 장르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클리셰다. 이처럼 서사의 힘은 강력하다. 대중은 이준석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전달한 비단주머니의 상세 전략까지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단주머니’ 자체는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이준석은 이런 ‘서사’의 작동 원리를 기민하게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지난 2월 6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과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김용태 후보, 그리고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기인 후보가 국회 앞 잔디밭에서 ‘윤핵관’ 퇴진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허은아·천하람·김용태 /박민규 선임기자 그를 지지하는 4명의 청년정치인을 상징화하는 방식, 즉 ‘천아용인’이란 용어도 흥미롭다. 천(天), 용(龍), 인(人)은 무협지에서 지겹도록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심지어 ‘천아용인’에서 가운데 글자인 ‘아’를 제외하면 일본의 인기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천룡인’이란 세계귀족집단의 호칭이 된다. 장르문화에서 익숙하게 마주하는 이런 단어들을 통해 천아용인은 자연스럽게 이준석을 호위하는 사천왕이나 던전 레이드가 떠날 때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파티’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한동훈은 20~30대 정치커뮤니티에서 “조선제일검”이라고 불린다. 한동훈은 그러나 자신에게 형성된 서브컬처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준석과는 다르다. 이준석의 이 같은 스타일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장악해온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20~30대 남성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김어준과 이준석, 인터넷 밈의 세대교체 이쯤에서 진보진영의 정치 밈(Meme)과 보수진영의 정치 밈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한국 정치의 핵심적인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후부터 진보진영은 인터넷 밈의 주도권을 잃어본 적이 없다. ‘누리꾼’이란 말은 오랫동안 보수진영에서 미지의 공포와 같은 것이었다. 대표주자는 김어준. 그는 “졸지 마 시바”라고 외치며, 팩트와 음모주장·유머를 적절히 섞은 독자적인 정치콘텐츠를 생산해왔다.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콘텐츠 생산자인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보수진영엔 ‘미지의 공포’가 현현한 ‘코즈믹 호러’의 괴수였다. 이제 청년 세대들은 ‘졸지 마 시바’라는 말보다 ‘비단주머니’나 ‘천아용인’과 같은 밈에 더 열광한다. 이준석은 그동안 김어준이 장악해온 ‘정치콘텐츠(밈)’의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김어준도 이젠 늙어간다. 최근 이준석의 인터뷰와 토론을 보면 자신의 고난을 담백하면서도 절절하게 고백하는 순간들이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경기도지사 패배의 책임을 추궁당한 순간을 회고할 때 깊은 울분 같은 게 느껴졌다. 이는 ‘고난서사’에 해당한다. 이준석이 ‘싸가지없음’의 정체성에 ‘고난서사’를 더한 셈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국면의 빌드업은 끝났다. 만약 총선에서 이준석이 살아남는다면 이야기는 최종국면인 대선으로 넘어간다. 이준석은 과연 ‘별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지금 그가 쓰고 있는 ‘고난서사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물론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 이준석이 써 내려갈 서사의 완성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무관하고, 오히려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 논의는 차후를 기약하자.
내년 총선, 2030이 승패 가른다(2023. 04. 07 11:45)
2023. 04. 07 11:45 정치
ㆍ민주당 2050동맹 복원…국민의힘 2060포위 전략 1년 남았다. 2024년 22대 총선. 내년 4월 10일 수요일에 치러진다. 현 21대 국회의원 임기만료일은 2024년 5월 29일이다. 국회의원선거는 그 전 대(代) 임기만료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치르도록 공직선거법에 못 박혀 있다. 왜 수요일일까. 투표율 제고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주초나 주말에 선거일이 잡히면 법정공휴일인 공직선거일에 놀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그다음 치러질 국회의원선거일 역시 이미 결정돼 있다. 2028년 4월 12일 수요일이다. 국회해산과 같은 변고나 정치제도 개편과 같은 격변이 없는 한, 예정대로 치러진다.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유세를 20대 젊은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 국회사진 기자단 총선은 철저히 고공전으로 치러지는 대선이나, 후보의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고 정당 이름 하나 보고 뽑는 경우가 대부분인 지방선거와 다르다. 여느 선거보다 출마자 본인이 얼마나 발로 뛰느냐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른바 ‘던바의 수’라고 하여 인간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평균 150명 내외라고 거론하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다르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유권자 수는 10만~20만명이다. 투표율을 감안하면 5만~6만명의 지지를 확보하면 당선 가능하다. 전체 국민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대선이나, 아무리 인물이 출중하더라도 정당 간판없이 생존이 힘든 지방선거와 다른 점이다. 중앙당에서 구도를 잡아주면 그다음부터는 출마자 본인이 책임지고 벌여야 하는 백병전이다. 1년 남은 총선, 2년 전 불거진 ‘이대남’ 2년 전인 2021년 4월 7일 저녁.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뉴미디어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날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연령별 지지율 출구조사 결과를 올리며 다음과 같이 코멘트했다.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 수치로 처음 확인된 ‘이대남 현상’이다. 2년이 흘렀다. 그리고 다음 총선까지 남은 1년이다. 20대, 더 나아가 20대와 30대 남성의 ‘국민의힘 쏠림’ 현상은 지속될까. 지난 4월 초,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1세별(연령별) 정당지지율 변화’라는 그래픽 자료가 올라왔다. 한국갤럽 명의로 돼 있는 이 자료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변화’를 담고 있다. 18세부터 1년 연령 단위로 어느 정당지지가 더 우세한가를 보여주는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18세에서 23세까지는 동률을 기록하는 20세를 제외하고 민주당 지지가 앞선 것으로 돼 있다. 30세 구간의 결과도 예상 밖이다. 국민의힘이 우세한 32세 딱 하나를 제외하고 30세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우세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40세에서 55세의 민주당 지지세는 압도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세가 다시 역전되는 것은 57세 이후 구간이다. 한국갤럽에 확인해 보니 이 그래픽 자료를 만든 건, 갤럽 측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월별·연간 통합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정당지지도, 주관적 정치성향’ 데일리 오피니언 자료를 바탕으로 재가공한 자료다. 그러니까 이 자료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차 성적표에 바탕을 둔 정당지지율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1세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자료만 놓고 보면 2년 전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주목한 국힘 지지성향 ‘이대남’은 새로 20대에 진입한 2000년 이후생과 다시 민주당 지지로 선회한 30세, 그러니까 1992년 이전에 태어난 30대들에게 역 포위된 형국이다. 물론 갤럽의 1세별 데이터는 ‘젠더갭(gender gap)’을 반영한 수치가 아니다. 이대남·삼대남의 ‘반민주당 성향’을 압도하는 이대녀·삼대녀의 ‘민주당 지지 쏠림’ 때문에 저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한국갤럽의 장덕현 연구위원은 “MZ세대라고 동일하게 묶어 보수 또는 특정정당 지지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오히려 기본정서는 무당층이 많고 세대나 연령보다는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지난 대선 때 20대와 30대 여성은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해서 이재명 지지로 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문재인 정부 시기 내내 2030여성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재명으로 대선후보가 되기 전에 제일 높은 지지를 받았던 사람은 문재인 정부 총리를 역임했던 이낙연이었고, 20대와 30대 여성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지지였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왔다 갔다 했던 것은 2030남자였다. 2030세대가 스윙보터가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연령대의 남자들이 스윙보터들이다.” 2011년과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세대연합정치의 가능성을 짚는 책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를 펴낸 유창오씨의 말이다. 세대전략이라는 프레임으로 내년 총선을 짚는다면 민주당은 2020년 대승을 가능케 했던 2050세대 동맹의 복원이 당면과제일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가 연합해 4050세대의 강민주당지지성향을 넘어서는, 이른바 ‘세대포위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느냐가 핵심변수일 것이다. 유창오씨는 덧붙였다. “그래서 다시 관건은 2030남자다. 윤석열 대선 때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는데 이준석을 저렇게 해놨으니 2030대 남자가 그쪽(국민의힘)으로 가겠는가. 어떻게 보면 지금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것도 핵심은 2030남자다. 거꾸로 그나마 0.73%포인트 차로 대선에서 이긴 것도 2030남자의 표심이 움직였기 때문인데, 내년 총선 승부도 결국 2030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1세별 정당지지도 ‘이대남 역포위’됐다 의문은 이것이다. 세대 정치에서 핵심 개념은 ‘코호트 효과’다. 전제는 10대 말에서 20대 초반, 늦어도 20대 후반까지 20대 때 겪었던 경험이 정치의식을 형성하고 그것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나이테처럼 이때 형성한 정치의식이 30대, 40대를 넘어 상당 기간 지속된다. 10여년 전 유창오씨가 “진보세대(동맹)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던 이유다. 20대와 30대에 노무현을 겪으며 만들어진 정치의식이 20년이 지나 40대와 50대가 돼도 계속 유지되면서 진보 지지층의 세대 확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런데 촛불과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큰 기대감이 2030세대에는 거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며 탄생한 것이 윤석열 정부다. 한번 돌아선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란 쉽지 않다. 2030남성의 집합적 무의식 밑바닥에 깔린 ‘반(反)민주당 정서’를 넘어서기란 어렵지 않을까. “지금 소위 MZ세대는 기성정치권에서 봤던 현재 40대 이상 기성세대의 정치적 패턴과 굉장히 다르게 움직이는 집단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안 대표에 따르면 10년·20년 전과 비교해보면 당시 2030대와 지난 대선이나 지선 이후 2030의 투표패턴은 매우 달라졌다. 이념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청년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또는 청년들을 이해하려고 적어도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당이나 후보에 더 표를 줄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 친구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라났고 보유율 100%(실제 데이터다)를 보이는 친구들이다. 세계 최강의 포노사피엔스다. 또한 유별나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 세대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성에서 20대에서 30대의 MZ세대는 1400만명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1400만, 전체 유권자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집단 스윙보터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여야 정치권 모두 이들 청년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보수나 진보와 같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일관성을 가진 세대가 아니라 쏠림현상이 강한 세대다.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힘 쪽에 몰표를 준 것 아닌가.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모습도 도긴개긴이다. 이 친구들은 정말 뭐랄까 자신들을 이해하고 대변해주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실망감,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이른바 2030의 남녀지지 정당이 분리되는 ‘젠더갭’ 문제도 마찬가지로 ‘정치적 동원에 의한 청년들 편 가르기’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현재의 40대, 50대 이상 남성들은 제도적 차별이 엄존하는 가운데서 자신들이 사회적 혜택을 누렸다. 586은 페미니즘을 확대하는 것이 그런 차별을 없애고 여성인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반면에 지금의 2030남성은 2000년대 초반에 제도적 차별은 다 철폐돼 제도적·사회적 혜택을 받거나 누린 적이 없는데 페미니즘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놓이면서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년 시혜적 여성 우선순위 정책을 지속하면 갈등은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집권 후 지난 1년간 1세별로 나눠본 정당지지도 변화. 18세부터 29세 중 국민의힘 지지가 우세를 보이는 연령대는 24세, 26~29세였고(지난해 기준), 30대에서는 32세(1990년생)가 유일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가공된 그래프로 확인됐다. / 2023년 4월 3일 mlbpark에 올라온 자료에서 캡처 “래디컬·안티 배제해야 젠더갭 줄인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가능하다는 말일까. 그는 “정당 정책을 만들 때 우선 래디컬·안티페미니즘 목소리의 양극단을 철저히 배제하고 청년 여성과 남성에게 가장 절박한 것이 뭔지 파악해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절박한 것이란? “일자리다. 수도권 집중, 지역소멸, 저출생·사교육 열풍, 교육문제 등 이 모든 구조적 모순의 본질은 청년 문제다. 일자리는 다시 말하면 더 나은 신분 상승을 상징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서울로 올라가면서 수도권 일극화와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예컨대 비수도권 중소기업 취업하는 청년에게는 월 100만원씩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그런 정책을 전면화해야 한다. 10조에서 20조면 되는데 엉뚱한 데로 세금이 새고 있다. 국회나 정부 관료, 의사결정 단위에 있는 영역에서 고민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청년을 잘 모른다. 그게 비극이다.”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의 진단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선거에서 2030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2030이 보수화됐다’고 한마디로 평가하고 접근한다면 2030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윤석열 정부를 찍은 것인데 그게 왜 보수화인가.”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이데올로기로 해석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는 또 다른 편견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간단하다. 젊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삶의 불안’이 본질이라는 점이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이다. 예를 들어 내 딸은 꽤 괜찮은 대학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는데도 불안해한다. 원서 내면 취직이 다 될 것 같지만 아니라고 한다. 이건 욕망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안정된 삶에 대한 욕망이다. 이 욕망 또는 불안에 선악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토론과 논쟁의 여지가 없어진다. 이전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이준석이 했든, 누가 했든 그걸 잘 이용했다. 민주당은 그걸 잘 못 해서 진 것일 뿐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흔히들 간과하는 가장 결정적인 것이 세대들의 사회적 태도(social attitude)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10년 단위로 세대 절반이 바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4년 전 총선결과에서 보여줬던 경험이나 자세, 인구학적 분포와 이데올로기적 분포를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똑같이 도입시켜선 안 되는데, 그래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그게 또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4년마다 치러진 선거에서는 4년 전 열여섯 살이었던 청소년이 성년이 돼서 투표하는 것이고, 50대의 구성 중 40%도 바뀌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나이가 들면서 죽어도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사람들도 그만큼 사라진다. 항상 구조 자체는 새로 진입하는 계층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달렸는데, 확실한 보수지지 성향 유권자가 퇴장하는 만큼 현재의 국민의힘에 불리한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민주당심판론’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긴 쉽지 않으리라고 그는 전망했다. 아울러 어느 당이 이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 드라이브’로 가게 될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간의 세계 정치를 보면 역설적으로 보수당 집권기에 진보적 어젠다가 많이 통과되는 추세를 보인다. 이걸 한국의 정치상황에 도입해 보면 대북정책은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당이, 노동정책은 민주당이 개혁할 수 있다.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개혁을 가장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포퓰리즘 경향이 득세한다는 것은 정확히 반대의 경우다. 민주당은 노동자·농민에게 재정을 푸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자본가나 기득권세력에 퍼주기 하는 것이다. 포퓰리즘 문제를 가장 날카롭게 보고 있는 것이 현 2030이다.” ‘어느 한쪽 압승’ 결과 나오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어느 쪽이든 내년 총선에서 2030의 지지를 얻는다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여 석 가까이 얻은 민주당처럼 압승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비관적인 전망. 시사평론가 김성순씨의 말이다. “MZ세대라고 묶어 이야기하지만 이 세대의 아이콘을 꼽는다면 최순실 딸 정유라씨, 조국 딸 조민씨, 그리고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 정도가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된 MZ세대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귀족 세대이자 계급사회다. MZ세대가 바라보는 세상은 부모 잘 만난 사람의 세상이지 내가 노력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금 20대는 한국이 굳어진 계급사회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기존의 여야 정당 바깥에서 제3의 흐름이 나올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불경기와 계급론이 확산될 때 파시스트가 나온다. 많은 사람이 히틀러가 총칼로 정권을 뺏은 줄 아는데 투표로 만들어진 정권이다. 여야 정당 중 하나가 쪼개져 3당체제가 된다고 했을 때 이쪽(급진 포퓰리즘 정당)이 2당이 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386의 코호트 효과가 지속되는 만큼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현 2030세대의 생각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우리 정치사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대변동’이 일어나는 경우 지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탄핵이나 촛불과 같은 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 자료를 뒤져보면 ‘이대남’으로 불리는 집단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지속되다가 촛불과 탄핵 때 멈춰 진보 쪽으로 돌아섰다. 탄핵과 촛불 영향이 소진된 2020년부터는 다시 보수색이 강화된다. 이런 경향은 (촛불과 탄핵에 필적할 만큼) 엄청난 변동이 아니면 바뀌기 쉽지 않다.” 그는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이 19~20세의 생애 처음 투표율이고, 이것이 앞으로의 투표성향을 보여주는 예고지표의 성격을 갖는다”라며 “보통 첫 투표는 설렘과 기대 때문에 많이 하는데, 지난 대선 이후 상황을 보면 거기서 연령대의 질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선이나 이후 지선 데이터를 보면 60대 이상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2030 투표율이 엄청 빠졌다는 것이다. “최근 선거결과를 보면 20대 전반은 높고 20대 후반은 정치효능감이 상실되면서 투표율 추세가 많이 꺾였는데 말하자면 투표율도 양극화가 일어난 셈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선거전략은 구도와 인물인데 현재까지 예측가능한 구도는 반(反)윤석열 대 반(反)이재명의 ‘안티’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내년 총선은 인물 중심으로 치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정당 구조가 자체적인 인물을 키워내지 않고, 외부에서 수혈·영입하는 것에 길들여져 왔다”라며 “결국 총선 전 인재영입을 두고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거기서 어떤 사람을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 커뮤니티, 윤석열 지지 무너지고 있다(2022. 01. 03 13:35)
2022. 01. 03 13:35 정치
ㆍ보수에서 진보로 돌아서진 않았으나 정권교체 대세론 사그라들어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윤석열 지지세가 봄눈 녹듯 무너져 내렸다. 정권교체 대세론을 펴던 주장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추가 기울었다. MLB파크 자유게시판 ‘불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MLB파크는 윤 후보 지지자들에겐 최후의 보루였다. MLB파크와 FM코리아(펨코)는 문재인 정부 이후 커뮤니티 정치지형에서 보수, 그러니까 국민의힘 지지세(勢)에서 양대 축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발의 간담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FM코리아는 지난 경선 때 반윤석열이었다. ‘무야홍’, ‘불쾌한 홍짜기’ 홍준표를 밀었다. 경선이 끝났지만 윤석열로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커뮤니티에는 이런 영상이 올라왔다. ‘진심 후보 교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는 이걸 봐야 함’ 붉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웃고 있는 영상이다. 영상에 삽입된 음악은 ‘소비에트 마치(Soviet March)’다. 냉전 시기 소련 군가 같은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작곡된, 게임 <레드얼럿 3>의 삽입곡이다. 이에 앞선 주초,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요일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과 영상에 신승훈씨의 노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삽입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정성 없이 연출된 영상’이라는 조롱이었다. 앞서 이재명 영상에 한 펨코 사용자는 다음과 같이 답글을 달았다. “소비에트 마치 들으면 ㄹㅇ 이재명 뽑고 싶어짐 ㅋㅋㅋㅋ” 윤석열을 반대한다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1차적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후보교체였다. 지난 경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했던 홍준표이거나 최소한 유승민 등 다른 주자로 국민의힘 후보를 교체하지 않는 한 승산은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찢·항대전’: 2030 커뮤니티의 관점 “TK 항 34.7%, 찢 33.2% 실화냐.” 12월 30일 펨코 정치/시사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조원씨아이와 일요신문의 신년 여론조사 수치를 두고 올라온 글이다. ‘찢·항대전’은 여야 1~2위권 후보 싸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항’과 ‘찢’은 2030세대 커뮤니티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항이라는 별명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가 윤 후보의 주요 행사일정을 수행하는 측근이라는 의혹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찢’은 이재명 후보가 형수와 통화에서 한 육두문자 욕설에서 기인한다. 둘 다 멸칭이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건 ‘항을 찍느니 찍을 찍겠다’는 사용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반대의 흐름도 있다. 루리웹의 속칭 북유게, 정치유머 게시판이다. 이 게시판의 공지글에는 지난 2017년 5월 4일 ‘레알명왕’ 명의로 올라온 ‘루리웹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명왕’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돼 있다. 강성 친문 입장이다. 이들도 ‘찢·항’이라는 멸칭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 ‘찢’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거나,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등 뒤에 ‘칼을 꽂는’ 배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후보의 아들 동호씨 도박의혹, 대장동 개발 의혹 정보가 가장 먼저 공유되고 전파된 곳도 루리웹 북유게였다. 지지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12월 27일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재명 후보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들 역시 후보교체 없인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최근까지 이곳에서는 “후보교체가 안 될 바에는 ‘찢’을 막기 위해 ‘항’의 손을 들 수밖에 없지 않냐”는 흐름이 꽤 형성됐지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가 급속히 와해하면서 분위기는 주춤하는 형세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왜 윤석열 우호 분위기가 갑작스레 무너지고 있을까. 여러 요소가 있지만,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더 이상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선언이다. 이준석 개인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층을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로 읽은 것이다. 선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준석 당대표가 자신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른바 ‘패싱논란’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2013년 이 대표가 룸싸롱 성 접대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가세연은 2만8000여명의 당원서명을 받았다며 이준석 대표를 제소했다. 이준석 논란, 국민의힘 위기로 이어질까 “논란이 절묘한 시점에 터진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치고 싶은 시점에 나온 의혹 제기인 것이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의 말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번 가세연 의혹 제기의 바탕이 된 아이카이스트 사건을 취재해왔다. 가세연은 이준석 당대표를 탄핵하는 근거로 과거 이 사건을 취재한 ‘봉 기자 또는 국민일보 민주당 출입기자 둘 중 한명’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민주당에 넘겼고, 이준석 대표는 그걸로 약점을 잡혀 민주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을 폈다. 봉 기자는 “개인적으로 검찰수사 기록은 본 적 없고, 정치권에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다”며 가세연의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국민일보 기자는 현재 서울시 출입기자다). 그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수감되기 전에 여러 군데 로비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수사 기록이라는 곳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이른바 김성진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논란이 실제 당 윤리위 제소·고소 공방으로 가더라도 이준석 당대표의 위상을 크게 흔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주목되는 지점은 봉 기자의 언급에서 ‘윤석열이 이준석을 치고 싶은 시점’이라는 대목이다. “문제는 윤 후보나 윤 후보 주변의 ‘윤핵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세대연합이 아니라 지역연합으로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처럼 TK와 충청도, 거기에 윤 후보의 외가가 있던 강원도가 연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준석 당대표 당선 직후 ‘이준석 현상’ 분석서 <이준석이 나갑니다>를 펴낸 공희준 작가의 말이다. 그는 과거 영남 또는 호남, 충청과 같은 지방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그 조짐은 2016년 총선 때 이미 나타났다.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이끌던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도 (당시 국민의당에게) 참패를 하고도 1석 차로 승기를 잡았다. 흔히 민주당의 전국정당화가 이뤄진 선거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전국정당화를 당한 선거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모든 권력이나 인구·문화에서 수도권·세대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앞으로 이 경향은 더 뚜렷해질 것인데 윤석열 후보나 주변의 참모인사, 이른바 ‘윤핵관’은 지역연합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젊은층일수록 지역보다는 세대나 젠더에 대한 귀속감이 더 높다. 지난번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지지율이 갑자기 높아졌을 때 그 동인은 20대남의 국민의힘 지지였다. 지금 상황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준석이 어렵게 구축한 세대연합이 깨지고 있다. 여전히 지역연합에 집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국민의힘이 이길 방도가 세대연합인데, 그 세대연합이 깨진다면 그 책임의 8할은 윤석열에, 2할은 이준석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세연 폭로와 윤핵관 사태, 이준석의 선대위 활동 거부 등 일련의 사태에서 책임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대립으로 귀착되며, 더 큰 책임은 형세를 잘못 판단한 윤 후보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인을 제외하고 다 돌려보내면 된다. 대표적으로 윤핵관의 핵심으로 지목된 장제원이나 권성동이 정계 은퇴 선언을 하는 수준의 조치가 아니면 지금 상황을 돌이키긴 힘들다.” 이준석의 복귀조건으로 윤석열이 내놓을 수 있는 방도가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지방선거 공천 등에서 시험제를 도입하겠다는 이준석의 주장이 의외로 이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 나는 국민의힘 기득권파가 윤석열에게 달라붙은 이유 중 하나가 지방선거 공천권이라고 본다. 지방선거 공천권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기득권 정치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치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선 시험제 때문에 이준석에게 지방선거 공천권을 뺏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과연 그런 것일까. ‘진보세대 지배’ 전망이 엇나간 이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지난 2010년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유창오씨는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는 책을 냈다. 2002년 노무현 정권 탄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당시 2030대가 진보성향을 유지한 채로 3040대가 되면서 2040으로 불어난 진보세대들의 투표성향이 한국 정치 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10년이 지났다. 2002년의 의 30대는 이제 50대가 됐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 ‘진보세대는 깨졌다. 문제는 밑(2030대)에서부터 흔들렸으니.” 유창오씨에 따르면 그 조짐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12년 대선이었다. “당시 민주당 전략팀에서 패배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투표결과를 성별로 보면 여성 30대 이상은 문재인보다 박근혜에 투표를 더 많이 했고, 50~60대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한가지 재미있고도 이상한 점은 유독 20대 여성만 20대 남성보다 문재인 지지가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20대 여성부터 남성보다 훨씬 진보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뒤 역대 선거에서 낮았던 20대 여성 투표율이 계속 높아졌고, 20대 여성의 진보성향은 더 두드러졌다. 흥미로운 것은 젠더를 기준으로 나타난 대칭성이다. 2017년 대선 당시 20대 여성이 지지한 후보 2위는 심상정이었고, 5위는 유승민이었는데 남성은 유승민이 2위, 심상정이 5위였다. “당장 인천국제공항부터 시작해 북한 문제, 젠더 문제 등이 제기되며 특히 20대에서는 젠더에 따라 다른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핵심은 젠더 문제다. 그 결과가 지난 보궐선거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으로 가고, 안희정·박원순 사건에 실망한 여성은 민주당에서 이탈해 진보정당으로 갔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진보세대가 지배하려면 그 이후 세대가 쭉 진보지향으로 간다는 것인데, 10년 전 20대의 경우 여성이 먼저 진보가 됐고, 그 반작용으로 남성은 보수화된 것이다. 젠더 구도로 나뉜 2030대는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나타난 유권자 구도다. 내가 보기엔 여야 두 후보 모두 2030세대를 못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판은 거기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대구도로 이번 대선을 본다면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윗세대(4050세대)나 그 윗세대(60대 이상)와 달리 아직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보수로 돌아선 2030대 남성이 세대 정치 이론에 따르면 다시 진보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젠더를 중심으로 나뉘는 경향은 아랫세대, 현 10대로 내려가면 더 강해진다. 유창오씨는 “세대정치이론에 따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넓게 잡아서 20대 후반에 형성된 정치의식이 그 이후에도 쭉 가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정치학자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맨 처음에는 생존에서 시작해 그것이 해결되면 그다음으론 경제적 욕구에서 탈물질적 욕구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10대 말 20대 때 사람들이 희구하는 것은 그때 누렸던 것보다 누린 것 이상을 희망하는 속성을 갖는다. 예컨대 386세대는 독재시대에 살아서 민주주의를 갈망했다. 그 아래 현 40대 세대는 자신이 10대 말 20대 초반에 노무현 대통령을 경험했기 때문에 노무현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20대 남자가 보수화된 건?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자기들 세대에 와서는 여자들이 할당제로 진학률도 높고 취업률도 낫다. 그런데 본인들은 군대도 가야 한다. 자기를 희생해서 대한민국을 지켰는데 이 정부는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다.” <MZ세대라는 거짓말> 저자 박민영씨는 “2030세대를 단일한 유권자로 본다면 전체인구의 34%, 1494만명을 차지하겠지만 이들 세대의 남녀 니즈(needs)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통으로 묶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남녀로 나뉘어 있다 보니 이 친구들은 보수화됐다기보다 성별로 나뉘어 결합이 안 되는 세대이며, 자신의 힘을 얻지 못한 과도적인 상황에 놓인 세대다. 이를테면 이들이 뭉친 커뮤니티도 공론화나 여론전에서 사이버전사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보수주의 가치관을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2030대)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만큼 나머지에 대해서는 정돈되지 못한 입장인 것이다. 이른바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표출되는 정서도 ‘나는 민주당이 싫으니 보수인 것 같아’ 정도로 보면 맞을 것 같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3월 경향신문 기고 칼럼 ‘젠더정치의 등장’을 통해 일찌감치 세대와 젠더로 정치구도가 재편될 것을 전망한 바 있다. 그에게 한국사회의 젠더에 따른 세대분열은 어떻게 될지 물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젠더갭’을 경험했다. 페미니즘이 그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다른 권리 주장의 한 부분으로 잘 자리 잡으면 젠더갭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이 장 교수의 답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페미니즘이 시민권운동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스웨덴은 노동운동의 한 부분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내 몸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주장하는 식으로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갈등도 사라졌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가설단계에 불과하지만 관련 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보면 20대가 불완전 고용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데, 이것을 젠더별로 나눠보면 20대 여성에서 집중적으로 개선되는 반면, 20대 남성은 최근 몇년 사이에 더 안 좋아졌다는 점에서 이대남이 박탈감, 어려움을 느낄 객관적 여건이 존재하지 않는가 보고 있다.” 세대 젠더갭 시각차는 앞으로 줄어들까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은 선거구도에서 2030세대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현재 중도층이 대체적으로 2030세대의 부모세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모하고 자식이 싸우면 자식 이기는 부모를 봤나. 왜 그러냐면 2030세대의 말이 옳아서라기보다 미래사회는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달리 말하면 중산층인데 이들은 집도 있고 살 만큼 살았다. 하지만 그 자식세대는 집도 없고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세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유권자 한 사람의 표 이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의 보수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됐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들이 잘 했으면 30대에게 당대표가 넘어갔겠는가. 기성세대가 보수정당을 다 말아먹고 어린 이준석에게 당대표를 맡겼으면 ‘꼰대짓’을 하진 말았어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를 밀어낼 실력이 안 되니 윤석열에게 가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준석을 누르려고 검찰 조사기록을 들이민 것 아닌가. 윤석열이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 모습을 국민의힘 내부에서 먼저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은 그렇지 않아도 꼰대의심을 가지고 있던 2030세대에겐 강한 실망감으로 돌아올 것이고. 대통령 후보도 그렇지만 당대표도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끌어내린다는 소리인가. 내가 보기엔 국민의힘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2050 과학오디세이]고정환 한국우주항공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 “우리 발사체로 2030년까지 달 착륙”(2021. 04. 16 11:09)
2021. 04. 16 11:09 문화/과학
전남 고흥 포두면을 거쳐 동일면, 봉래면으로 이어지는 약 47㎞의 길은 ‘우주로 가는 길’로 불린다. 봉래면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종점이다. 가는 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둥글게 솟아 있고, 갯벌과 해수욕장이 숨어 있다. 이중 어디가 ‘누리호’ 발사 모습을 지켜보기 좋은 ‘명당’일까. 오는 10월 누리호 1차 시험발사가 다가올수록 국민의 이목이 주목될 곳이다. 고정환 한국우주항공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이 4월 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 조립동에서 누리호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항우연 제공 이제 반년 남았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 사업은 지난 3월 25일 1단 종합연소시험에 성공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우리가 원하는 때, 원하는 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이다. 누리호급의 우주발사체를 자국에서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누리호 사업이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른다. 20년 넘게 로켓 개발 외길 누리호 사업에는 한국의 과학기술, 제조역량이 총동원됐다. 이를 조율하고 지휘한 이는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54)이다. 고 본부장은 2000년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인 과학로켓(KSR) 3호 개발에 참여하면서 로켓 개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줄곧 로켓 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 발사체품질보증팀장을 거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단장을 거쳤다. 고 본부장은 어릴 적 마징가Z, 태권V 같은 로봇 만화에 심취했다. 1985년 서울대 항공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과학 꿈나무에서 진짜 과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 항공우주공학과에서는 유도제어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약 4년간 미국의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국내로 들어왔다. 그는 “유도제어 분야는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돼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이 취업하기 어려운 분야다. 연구원으로 있어도 외국인이라 보안등급에 차이가 있어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입사한 후엔 10년 넘게 발사체 비행 안전을 맡았다. 로켓이 비행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비행 중단 결정을 내리는 게 그의 일이었다. 로켓은 상당한 양의 연료를 싣고 비행한다. 잘못 추락할 경우 인명·재산 피해가 클 수 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상이 감지된 순간 빠르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발사 장면을 눈으로 볼 여유가 없었다. “비행 안전 일을 할 땐 폐쇄회로(CC)TV로도 발사 장면을 못 봤다. (본부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발사통제소 안에서 CCTV만 볼 수 있지 육안으론 못 본다.” 그는 2015년 8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을 맡으며 누리호 개발을 지휘했다. 처음 시작할 때 수십명 수준이었던 인력은 지금 200명 넘게 불었다. 폰 브라운처럼 천재적인 한명이 우주 개척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고 본부장은 “엔진을 만드는 사람, 연료·산화제 탱크를 만드는 사람 등 지금은 전문분야가 매우 세분화돼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30년 전부터 항우연 안에 축적된 기반 위에서 이뤄온 것이지 특출난 한명이 했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6일 고 본부장을 만난 곳은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 조립동이다. 높이 40m, 폭 30m, 길이 70m 정도의 조립동 안에서 누리호 1~3단이 조립되고 있다. 조립동 안에 들어가려면 먼저 에어클린실을 통과해야 한다. 미세 먼지라도 배관에 들어갈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시험발사를 위한 1·2단 비행모델(FM)의 조립이 70%를 조금 넘게 진행됐다. 3단 비행모델은 이미 조립이 완료됐고, 바로 옆에서 내년 5월 예정된 2차 시험발사에 쓰일 비행모델 2호기 3단이 제작 중이다. 발사대 인증시험을 위한 인증모델(QM)은 이미 제작이 완료돼 전체 조립을 위한 점검을 받고 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 조립동에서 로켓 개발자들이 누리호 3단 로켓(왼쪽)을 제작하고 있다. / 항우연 제공 시행착오와 실패가 자산으로 비행모델 제작은 7월에 끝난다. 그에 앞서 5월에는 인증모델 기체 1~3단을 결합해 처음으로 발사대와 접속해보는 발사대 인증시험을 한다. 발사대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을 연습한다. 문제가 생길 경우 발사를 중지하고 철수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본부장은 “나로호 개발 때 러시아에서 많이 배운 부분이다. 센서를 삼중화하고, 연료 주입 순간부터 반경 1.8㎞ 내의 사람을 완전히 소개하고 원격으로 조작한다. 내부의 연료와 산화제가 다 배출된 후에만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켓엔진은 연소실과 노즐, ‘터보펌프’로 불리는 추진제 공급계통으로 크게 나뉜다. 누리호는 연료로 항공등유를,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쓴다. 연소실에서 추진제를 분사해 연소하면 고온고압의 가스로 변한다. 이 고온고압의 가스가 노즐의 좁은 목을 통과해 가속되면서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연소실 압력은 60기압에 달하는데 연료와 산화제를 그 이상의 압력으로 공급해야 연소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한 장치가 터보펌프이다. 터보펌프는 1분에 1만번 회전하며 연료, 산화제를 고압 상태로 만들어 연소실에 밀어넣는다. 로켓은 엔진의 총추력이 기체 중량을 상회해야 발사대를 떠나 날아오를 수 있다. 추력은 로켓이 기체를 가속하는 힘의 양이다. 추력 75t의 누리호 1단 엔진 4개가 묶여 전체 추력은 300t이 된다. 누리호의 무게가 200t이라 1.5G의 가속도를 얻어 발사대를 떠날 수 있게 된다. 고체로켓은 발사 순간부터 6~7G의 가속도를 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액체로켓을 단 발사체가 발사대를 떠날 때는 매우 느리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액체로켓도 60초 정도가 지나면 음속을 돌파한다. 4G라면 지표 중력 가속도의 4배를 뜻한다. 가속도가 커질수록 구성품의 무게가 늘어 구조에 무리를 준다. 연소와 비행으로 인한 진동도 엄청나다. 고 본부장은 “전자장비가 고속에서는 못 견뎌요. 그래서 보통 발사체들은 중력 가속도의 4배 이하로 제한하고 모든 장비도 그 정도 규격으로 제작한다. 액체가 들어 있어 움직이면 출렁출렁하면서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이륙 가속도를 크지 않게 출발해 점점 속도를 높여간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한국의 과학기술과 제조역량을 집약한 결정체이다. 이날 1단 로켓에 결합된 4기의 75t 엔진을 직접 보니 눈으로 좇아가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다. 추력 7t인 3단 엔진도 난이도는 비슷했다. 3000℃에 달하는 온도에 노즐이 녹지 않도록 냉각 성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엔진 자체도 복잡하지만 엔진을 기체에 조립하기 위한 배관과 전선 등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하 183℃인 산화제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새지 않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상태를 알기 위한 센서도 100여가지가 붙는다. 전체 부품의 수는 37만개, ‘신경세포’ 역할을 하는 전선의 길이는 약 47㎞에 달한다. 과연 손을 집어넣어 조립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만큼 복잡했다. 실제 대부분의 연기 이유가 1단 조립 때문이었다. 조립하는 과정에서 순서가 맞지 않아 풀어서 처음부터 다시 조립하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안 해보고는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고 본부장은 “손만 들어갈 게 아니라 도구가 움직일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캐드(CAD) 상으로 잘 확인이 안 돼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처음 할 때보다 굉장히 안정화됐다. 한번 해보면 그다음은 잘되니까 경험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주 개발 과정을 보면 실패와 모방에서 배운다는 말은 진리이다. 오늘날 세계 정상급에 오른 중국은 1950~1960년대 러시아에서 기술을 배우다가 어느 순간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북한 역시 스커드 미사일을 역설계해 노동미사일을 만들고 발사체에 적용했다. 우린 그렇게 발사체를 가져와 뜯어볼 기회도 갖지 못했고, 나로호 때도 가까이 가서 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로호의 경험이 없었다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불가능했다. 기술은 이전받지 못했지만, 러시아와의 협업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될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실제 로켓과 크기, 무게, 무게 중심 등을 동일하게 만든 로켓 목업(Mockup)이 놓여 있다. / 항우연 제공 세계 7대 우주강국 머지않아 고 본부장은 “러시아 쪽 보안요원이 있어서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민감한 부품에 접근하는 것이나 들여다보는 걸 많이 제지받았다. 러시아 사람과 놀거나 저녁에 술 한잔하고 싶어도 제약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두 번의 발사 실패 후 조금 느슨해지면서 자기들 술자리가 있을 때 부르는 경우도 있고, 작업하면서 물어보면 조금 이야기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나로호 사업은 기술 이전이 없는 사업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사업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익혔다.” 우주발사체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9개국 정도이지만, 누리호에 쓰이는 크기의 엔진을 개발해 운용한 나라는 우리가 7번째이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이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오른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발사체는 기술 이전이 거의 불가능해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지식과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자산이 된다. 나름의 독자 기술을 확보해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면 비로소 우주 분야의 국제협력이 원활해진다. 일본 역시 미국 항공우주국이 시험 삼아 낸 과제를 성공시켜 기술력을 인정받은 후에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나르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발사체 성공 경험이 우주 개발의 ‘이너서클’에 들어올 수 있는 초대권인 셈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발사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쏠 땐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성공한 후에는 굉장히 빨리 발전할 수 있다. 한번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고, 안 해본 사람은 취급을 안 한다. 자력 발사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상대 국가가 우리를 대하는 자세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발이 성공해 우리 발사체로 어디든 원하는 데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면 굉장히 다양한 일을 우리랑 같이하자고 제안이 들어오지 않을까.” 오는 10월 첫 누리호 비행시험에는 위성 모사체를 실어 발사한다. 내년 5월에는 별도 제작한 성능 검증 위성을 싣는다. 두 번의 비행시험을 통해 탑재물을 보호하는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는지 등을 최종 검증하면 발사체 개발이 완료된다. 그 후에도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한국형발사체 검증용으로 계획돼 있다. 고 본부장은 그 후에도 누리호 개발의 성과를 이어받고 발전시킬 후속 사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멈추면 발사체 기술의 전승과 발전이 어려워진다. 발사 신뢰도도 한두 번 발사 성공으로는 크게 인정받기 어렵다. 발사를 여러 번 경험해야 전혀 몰랐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후속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의 인력이 유지되기 어렵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려면 민간 우주 개발을 이끌 기업이 필요한데 후속사업으로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은 수익성이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주발사체 개발이라는 대의로 참여했다.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발사 때 기업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게 (기체에) 기업체 로고를 쫙 붙였다. 저희가 어떻게 했는지는 알지만 실제 작업은 이분들이 다 하는데 이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는 계약이 끝나면 다 사라진다. 후속 과제가 이어서 가줘야 하는데 지체되면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후속사업으로 한국형발사체 성능개량이 예정돼 있는데 현재 예비타당성 검토 단계에 있다. 현재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상 한국형발사체는 두 방향으로 발전한다. 500㎏ 이하의 소형위성 수요 증가에 대비해 경제성을 갖춘 소형 발사체 플랫폼으로 연계 확장하는 것과 한편으로 3t 이상 정지궤도, 저궤도 대형위성 등을 올릴 수 있는 대형 발사체 플랫폼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발사 수요가 지속되지 않으면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으면서도 현재는 기술력을 잃어버린 영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그래서 발사체를 이용하는 다양한 우주 탐사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5일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후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2029년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에도 한국형발사체를 쓸 수 있다. 6세대(G) 시대를 대비한 통신위성 시범망, 자율주행차와 드론 산업에 필수적인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국방 우주력 강화를 위한 초소형 군집위성시스템 구축 등도 거론됐다. 고 본부장은 “발사 경험을 많이 쌓는 게 필요하다. 아직은 저궤도 관측 위성 등 항우연 위주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소행성, 달 탐사 등이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앞으로 다양한 외계 탐사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리호 성과 이어받을 후속 사업 필요 고 본부장은 누리호 성능을 개량해 추력 82t, 추력 9t의 엔진을 개발하면 달 탐사선에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력과 함께 로켓의 성능을 판단하는 또 다른 지표인 비추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비추력은 주어진 질량의 추진제로 로켓이 얼마만큼의 속력 변화를 내는지 보여준다. 고 본부장은 “달로 가기 위한 이동 궤도(전이궤도)에 얼마를 올려줄 수 있냐가 관건인데 성능을 개량하면 830㎏ 정도를 탑재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달 착륙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세대 후 우주 개발을 이끌어갈 이공계 분야의 인재를 키울 필요도 있다. 고 본부장은 문제 풀이보다 실험과 실습으로 실제 동작시키는 재미를 느껴야 관심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발사체를 정기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면 외국의 발사장처럼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물을 보면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특히 발사체 엔진을 시험하는 것이나 실제 발사하는 장면을 보면 굉장히 마음에 와닿는 게 있다.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만져보고 느껴볼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일단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참관 기회는 10월 시험발사이다. 언제 발사될까. 미리 숙박을 예약하려면 발사일은 중요한 정보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발사 한달~한달 반 전에 결정된다. 고 본부장은 “보통 큰 시험일수록 목요일에 잡는다. 내려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다음 날 한 번 더 할 시간을 가져야 하니 수요일과 목요일이 적당하다. 시간은 원래 위성이 임무가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발사해야 하지만 1~2차는 특별히 위성 자체의 미션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그러면 작업하기 편한 오후 4~5시 정도가 좋다.”
유행처럼 번지는 ‘2030 등산크루’(2020. 06. 12 12:59)
2020. 06. 12 12:59 사회
대학생 유정운씨(24)는 올해 1학기를 휴학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이 연기되고 뒤늦게 열린 강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자 ‘답답하고 학업 능률도 안 오르는데 꼭 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신 남아도는 시간에 소일거리를 찾다 산행에 맛을 들였다. “처음에는 학과 친구들을 불러 가까운 산이나 오르자고 했다가 등산이 정말 상쾌하단 걸 알고는 등산크루 모임이나 오픈채팅방 산행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죠.”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수은주가 30도를 넘길 정도로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지난 6월 8일에도 유씨는 등산가방을 꾸려 관악산에 올랐다. ‘시간 되면 나오라’고만 채팅방에 썼는데도 20대 회원 2명이 나와 유씨와 동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물리적 거리 두기 강도를 완화한 지난 4월 26일 북한산 백운대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기온이 다소 꺾일 시간대인 오후 5시에 모였지만 해가 길어져 산에 오르기엔 무리가 없었다. 유씨와 동행한 직장인 전유나씨(27)는 마침 이날 연차를 썼던 터라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 역시 ‘등산크루’에 가입해 회원들과도 이따금 산행을 같이한다. 등산크루는 중년층 이상에서 익숙한 산악회란 이름을 대신하는 것인데 한편으론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주말에 회사 상사가 같이 등산하자고 불러내 억지로 끌려간 경험이 드문 젊은 세대에선 산행에 대한 거부감도 오히려 적다. “크루에서 언제 등산을 하자고 공지하면 해당 세션(산행)에 모이는 사람끼리 등산도 하고 내려와 밥이랑 술도 함께하는 건 비슷하다”는 전씨는 “가장 큰 차이는 패션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티셔츠·레깅스·러닝화 등 편한 옷차림 사실 전씨의 말처럼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행위가 세대마다 크게 달라질 지점은 별로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젊은 산행족의 옷차림이다. 편한 티셔츠 차림의 상의에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의 ‘레깅스’나 ‘컴프레션 기어’ 같은 하의가 이들 사이의 유행을 보여준다. 비교적 색상이 화려하고 땀 배출 같은 기능에 중점을 둔 중년층 등산 동호인의 아웃도어 패션과는 구분된다. 발목을 넘겨 하의 위로 등산양말을 올려 신는 모습은 이들 젊은층도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에선 산에 오르지 않는 일상에서도 양말을 올려 신는 이른바 ‘모내기룩’이 유행이다. 무겁고 튼튼한 등산화보다는 평소에도 신기 편한 산악 러닝화를 신는 점까지 산행과 일상에 경계가 없는 옷차림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등산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는 데에는 소셜미디어(SNS)나 각종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산행 인증’ 콘텐츠를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스스로를 ‘산린이(산행+어린이)’라고 지칭하는 초보 등산객이나 코로나19 거리 두기 방침에 맞게 혼자 또는 둘이서만 산에 오르는 ‘혼산’·‘둘산’이란 표현도 낯설지 않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도시를 끼고 있는 산에서 최근 탐방객이 늘어난 점에서도 확인된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옥외활동이 급감한 지난 3월 북한산 국립공원(도봉산 포함)에는 탐방객 67만5900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 증가했다. 치악산·계룡산 국립공원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세대를 가리지 않고 쉽게 등산크루나 산악회를 꾸릴 수 있게 만들어진 플랫폼이나 앱도 보편화되면서 등산을 생활과 가까운 취미로 받아들이는 데 기여했다. 아웃도어업체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등산 커뮤니티 ‘BAC’ 가입자는 15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 4월 BAC 신규 가입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산행 인증수 역시 약 30% 증가했는데 이중 2030세대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올해는 거리를 두면서 즐길 수 있는 산행이 대체 활동으로 주목받은 후 혼산·둘산족이 등장하는 등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자연을 찾는 젊은 산행족 역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방침 따라 ‘혼산’ ‘둘산’도 젊은 세대가 많이 활동하는 등산크루 중 인스타그램 활동을 통해 모이는 대표적인 크루 ‘스트레인저’나 ‘젊산모’ 등은 달리기 모임인 러닝크루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밖에도 달리기와 등산을 겸하는 크루는 많다. 이 때문에 달리기와 등산이 결합한 산악 달리기(트레일러닝)에 관심을 쏟는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장거리를 달리는 전문적인 트레일러닝 동호인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과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트레일러닝은 주목받고 있다. 개인운동교습(PT) 트레이너로 일하는 정동규씨(31)는 빠른 감량을 원하지만, 운동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회원들을 데리고 가까운 산으로 향할 때가 많다. 심박수를 급격히 올린 뒤 짧은 휴식을 반복하는 고강도 인터벌 방식 운동은 심폐기능 향상은 물론 체중 감량에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데 여기에 트레일러닝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19 걱정으로 일반 헬스장 같은 실내에서 운동하는 대신 오르막 산길을 달리면 별다른 기구를 준비할 필요도 없이 간편하고 기분전환이 된다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도 어렵지 않고 산행 과정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사회적인 의미를 둘 수 있다는 점 역시 최근 등산이 널리 유행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등산크루마다 SNS에 ‘클린세션’이란 태그를 붙이며 이런 활동을 널리 알리고 있어서 새롭게 참여하는 참가자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에 익숙하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은 도시락과 물병을 준비하고 정상이나 산길에서 야생동물에게 피해가 갈 만한 행동은 피하라는 수칙도 산행 전에 전달한다. 산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과도한 교제와 관계맺기를 기대하고 오는 참가자들을 솎아내는 문화도 정착돼 있다. 낮시간 등산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낮은 고도의 둘레길을 중심으로 야간산행을 자주 하는 한 크루의 방장 김대현씨(32)는 “간단히 맥주나 간식을 먹는 시간은 자유롭게 가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접근하려는 참가자가 있으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이 나오는 세션에 아무도 나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자정작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2020년에 내다보는 2030년의 세계(2020. 01. 03 15:58)
2020. 01. 03 15:58 국제
2020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은 ‘또 다른 10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느 새해보다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연말연시 세계의 많은 언론은 앞다퉈 2020년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해가 지나보면 어떤 예측이 맞았는지, 혹은 틀렸는지 성적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시 평가에서 ‘훌륭한 예측이었다’고 박수를 받았던 전망도, 꽤 시간이 흐른 뒤에는 ‘형편없는 전망이었다’라고 평가받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새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은 어쩌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물음일 수 있다. 2020년 1월 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모인 시민들이 새해맞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기후변화’   하지만 ‘1년 후’가 아니라 ‘10년 후’ 정도면 어떨까. 그림을 좀 크게 그려보면 그나마 밑그림 정도는 얼추 들어맞지 않을까. 미국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12월 31일자 지면을 참고해 ‘2030년 세계’에 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혜안’을 빌려봤다. ▲“지금부터 2030년 사이에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기후변화다.”(마크 블라이스 브라운대 교수,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저자) 기후변화 부정론자 ‘끝판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재선에 성공하고, 2024년 공화당이 또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리 그들이 부정하더라도 이미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 무렵이면 각종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정치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당면해 있는 기후위기를 그제야 바꿔보겠다고 한다면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오늘 당장의 편리함으로 인해 내일 우리가 사는 도시들은 물에 잠기고 말 것이다.”(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정보국 전 직원)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 앞으로 10년 뒤에는 세계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배에 이른다. 달아오른 데이터센터를 냉각시키는 데에도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식히면 식힐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 기술과 환경이 공생하는 토대 위에서만 지속가능한 미래가 약속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 명에 이른다. 이는 1960년대 초 세계 인구의 3배에 달한다.”(담비사 모요, 거시경제학자 <미국이 파산하는 날> 저자) 지구상의 사람 숫자가 약 70년 만에 3배나 늘어날 것이다. 폭증하는 인구 대부분은 인도·남미·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 집중될 것이다. 21세기 중반 아프리카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각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와 국제 협력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경제·이민·환경문제 등에서 지금보다 몇 곱절은 더 심각한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대량살상 없이도, 더 건강하고 맛있으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육식이 가능해질 것이다.”(에즈라 클라인, 복스닷컴 총괄에디터) 현재 매년 70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죽는다. 이 동물들의 대다수는 살아 있을 때도 지구적 규모의 축산업이라는 시스템 테두리 내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대량사육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경작지 황폐화, 지하수 오염 등으로 인간도 가축 못지않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항생제·생명공학·대량수송 등 20세기의 기술이 현재의 육식문화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기술이 이를 종식시킬 준비가 돼 있다. 식물성 대체육을 주원료로 하는 ‘임파서블 버거’와 ‘비욘드 미트’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에 대한 예고편 격이다. 세계 패권국 미국 위협하는 중국의 부상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은 자동화다.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 한편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다.”(앤드루 양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2030년이 되면 ‘자동화’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기적인 봉급으로 생활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대부분의 신규 일자리는 임시직·계약직이 주를 이루는 ‘긱(gig) 이코노미’에서 창출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때문에 우울증과 고립감을 느끼는 아동들의 숫자는 지금도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일과 일자리, 기술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을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우리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두려움뿐일 테지만, 우리가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고개를 들어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2020년대의 마지막쯤에는 광고가 내 일상을 규정하는 동시에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케이티 위버 <뉴욕타임스 매거진> 필자)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진화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개인화된 광고가 넘쳐날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와 차원이 다르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첫 페이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진과 비디오 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심지어 인류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개인 맞춤형 광고도 찰스 다윈의 이론대로 진화한다. 어떤 제품을 죽여야 하는지, 반대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외국산 제품을 왜 사들여야 하는지를 내 머릿속에 들어앉아 있는 개인화 광고가 안내해 줄 것이다.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서다. ▲“우리가 피해야 할 디스토피아의 미래는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는 인터넷 세상이다.”(마이크 갤러거 미 연방하원의원·공화당) 중국의 부상은 세계 패권국 미국에는 위협 그 자체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중국발 기술 확산으로 통제사회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중국은 주요 인터넷 공급망을 독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개인정보가 무차별 수집될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위협은 이미 현실이다. 화웨이·ZTE의 네트워크 구축, 위챗·틱톡에서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대화는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암호화폐는 언젠가 ‘기축통화’ 미국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걱정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세계가 공통으로 느끼는 불안감도 만만찮게 크다.
불안한 2030 청년이 말하는 ‘국민연금 개혁’(2019. 10. 25 17:53)
2019. 10. 25 17:53 사회
ㆍ기금 고갈 우려에 ‘불신’ 커지는 청년들… 지급보장 명문화·다양한 노동형태 포괄로 신뢰 쌓아야 7년차 회사원 ㄱ씨(35)의 지난 9월 급여는 345만원. 이 중 4.5%인 15만원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냈다. 나머지 4.5%는 회사가 부담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2044년 60세 때 정년퇴직을 하고 5년 뒤부터 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안내하는 ‘예상 노령연금’은 현재 가치로 월 93만원이다. 연금을 탈 땐 임금·물가상승까지 반영한 금액으로 받는다. 일러스트 김상민기자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이 노후에 필요로 하는 월 최소생활비는 108만원이다. ㄱ씨는 향후 임금이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으로 최소생계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많이 뗀다는 느낌이 든다”며 “의무니까 내는 것”이라고 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31년. 청년들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다수가 의문을 품는다. “기금이 고갈된다는데 낸 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믿을 수 있게 해달라 정부의 입장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추산대로면 2057년 국민연금은 고갈된다. 지금의 20대가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시기다. 이후부터는 현역 세대가 낸 보험료로 은퇴 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일하는 인구가 줄고 노인인구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덩달아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현행대로라면 기금 소진 후 급여의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재정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하나의 안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제도개선위원회’(연금특위)는 지난 8월 30일 약 10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수안을 제시했다. 현재 40%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 비율)을 45%로, 9%인 보험료율을 12%로 높이는 안이다.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063년으로 6년 늦출 수 있다. 경영계가 고수해온 현행 유지안,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며 보험료율만 1% 인상하는 안이 소수안으로 남았다. 소득대체율 40%는 꼬박 40년간 보험료를 냈을 때 적용된다. 평균 가입기간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에 불과하다. 가입기간의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연금수령액은 20만원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다. “못받은 월급에 열을 내는 청년은 봤어도 국민연금에 대해 핏대 높이며 논쟁하는 청년은 못봤어요.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무지와 불신을 타박해선 안 된다고 봐요.” 직장가입자인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28)의 말이다. 왜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못하는지 먼저 생각하자는 것이다. 국가의 지급보장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봤다. 연금특위 역시 권고안을 통해 ‘지급보장 명문화’를 제시했다. “신뢰를 높이려는 시도도 안 보이고, 고갈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보험료를 내고 싶지 않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실질적으로 국민연금이 내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확언, 지금 얘기되는 만큼의 연금을 준다는 공공연한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직장인 신동은씨(28)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에 찬성한다. 그는 학자금대출금 2000만원을 떠안고 대학을 졸업했다. 2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겼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쭉 1인 비혼가구로 살 것 같다고 한다. 국민연금 외에는 노후보장 방법을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에요. 꾸준히 보험료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소득활동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만큼 연금을 받으려면 40년 가입해야 한다는데, 이게 어려운 청년들은 어떻게 노후를 고민해야 할까요?” 10월 22일 참여연대가 진행한 국민연금 관련 집담회에서 청년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노도현 기자 사각시대에 우리가 있다 증권사 투자권유대행인·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이우주씨(33)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회사와 독립사업자로 계약을 맺는다. 3년 전 일을 시작할 때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소득의 9%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낸다. 고정적인 보험료 지출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납부예외’를 신청해 한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이 시기는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씨는 “사업장 가입자보다 손해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년 지역가입자 10명 중 7명이 소득이 없어 납부예외를 신청한다. 연금특위는 지역가입자 지원을 늘리고, 다변화하는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을 권고했다. “연금 세일즈를 할 땐 ‘국민연금만큼 좋은 연금은 없다’고 하면서 (국민연금 이외에) 추가로 연금펀드든 저축이든 준비하라고 말씀드려요. 국민연금이 기본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득이 불안정하니까 납부예외를 신청하거나, 행정기관에 최소로 납부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냐고 묻게 됩니다. 재정적 우선순위에서 국민연금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30대, 기혼, 아이 소망, 올해 일자리 계약 종료….’ 정초원씨(33)는 자신을 “불안정한 고용에 처해 있고 경력단절이 예상되는 여성의 대표적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첫째아이부터 ‘출산크레딧’을 지원해야 한다는 연금특위의 권고를 언급하며 “의미있는 성과”라고 했다. 출산크레딧은 자녀를 얻을 때 일정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둘째아이 12개월, 셋째아이부터 18개월씩 인정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고, 가입기간도 짧습니다. 어머니 세대도 가족을 돌보느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노후의 불안으로까지 이어졌고요. 외국에서는 돌봄노동에 대해서도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저출산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면 노후보장 제도에서도 이 같은 보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낸 만큼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불신은 커지는데 국민연금을 자세히 알 기회가 없어요.” 지난 10월 22일 참여연대가 진행한 ‘청년이 선택하는 국민연금제도 개혁 방향’ 집담회에 참여한 회사원 성정훈씨(30)가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 시간을 냈다고 했다. 연금특위에 청년위원으로 참여한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국민연금을 포함시키면 전국민이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며 “앞으로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고 이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1시간30분가량의 집담회 끝에 참가자 대다수는 연금특위의 세 가지 안 가운데 다수안에 지지를 보냈다.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은주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정책위원은 “공적연금의 전제조건이던 안정적 노동이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회는 지급보장 명문화라도 추진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커스]2030년 한가위 풍경 어떻게 변할까(2019. 09. 06 15:34)
2019. 09. 06 15:34 사회
ㆍ20~35세 청년층 20% 줄어 800만명 전망… 귀성 행렬 줄고 1인가구 30% 넘을 듯 2030년 9월 12일. 40대 직장인 김한결씨는 추석을 맞아 부모님을 뵈러 간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타고 떠나니 장거리에도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명절이지만 길도 평소와 다름없이 뻥 뚫려 있다. 귀성길 정체나 열차표 구하기 경쟁은 어느새 희미해진 추억 속 풍경이 되었다. 무엇보다 명절이 더 이상 고향으로 향하는 특별한 날이 아니게 된 점이 크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살던 노부모 세대가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26일 추석을 맞아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서울역에서 내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김씨는 부모님이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추석에 고향을 찾지만 이 현상도 김씨 세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50대에겐 아직 부모세대가 살아있더라도 노환 때문에 요양병원 등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명절을 지내고, 30대는 부모세대도 모두 대도시에 살고있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귀성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어지기 시작한 세대다. 추석 풍경에서 고향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저 삭막할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직접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집도 많아 빨리 익는 곳에서는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점점 진행되는 온난화 탓에 여름이 길어진 데다 2030년은 추석을 일찍 맞는 해라 여전히 반소매 옷을 입고 추석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차례상에 올릴 가을철 과일이 다소 비싸진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10년 전보다 미세먼지 사정은 좋아진 덕에 보름달을 또렷하게 보게 돼 김씨는 옛날보다 좋아진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5% 넘어 2030년의 추석 풍경을 가상으로 구성해 봤다.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나와 있는 확실한 변수만을 고려하면 몇몇 현상은 짚어볼 수 있다.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는 인구구조다. 보다 긴 기간을 두면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10년 정도의 기간만을 놓고 봤을 땐 인구구조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다. 지난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초로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이 1.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신생아 수는 30만명에도 못미쳤다. 이들이 10대가 되는 2030년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0만명도 안 되는 20~35세 청년층 인구도 2030년에는 20%가량 줄어 800만명선으로 급감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전쟁 발발이나 대규모 전염병 창궐 등의 이유로 인구가 급감하거나, 해외에서 이민자가 급격히 늘어 인구가 급증하는 등의 변동은 현실성이 낮다. 때문에 현재의 저출산 및 고령화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2030년의 전체 인구는 막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국면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보면 한국의 전체 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찍은 뒤 2030년에는 5193만명, 2050년에는 4774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보다 인구가 소폭 늘어나긴 하지만 문제는 세대별 인구다. 유소년 인구는 2017년 기준 672만명에서 2030년에는 500만명으로 25.5%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300만명에 육박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게 된다. 고령화와 함께 청년층의 가구 분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의 1인가구 비율은 30%를 넘겨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1인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손이 귀한 시대가 이미 닥친 지금도 조부모세대가 손주를 보며 ‘역귀성’하는 현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여년만 지나도 귀성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인 소위 386세대가 2030년쯤에는 이미 은퇴해 있을 것이고, 이들의 부모세대는 이미 대부분 세상을 떠났을 것이므로 고향을 찾는 귀성도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드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청년층에 대한 ‘명절 잔소리’ 줄어들까 인구구조가 달라지더라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만의 분위기는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소지가 있다. 2010년대 내내 심화된 청년실업의 여파로 취직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까지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가 명절에 일가친척이 모이는 자리에서 ‘취직은 했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와 같은 물음에 시달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들의 인구는 물론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입시와 취업 모두에서 경쟁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물론 현재의 경제수준과 일자리 규모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 가정한 상황에서의 예측이지만 청년층에게 경쟁이 덜 치열한 사회로 바뀌면서 ‘명절 잔소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일자리의 세대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사회 초년생을 받아들이는 일정 규모의 수요는 남아있으므로 2030년의 청년세대 취업은 다소 수월해지지만 기존의 노동집약형 일자리가 사라지는 산업구조 재편과정에서 구조조정을 겪게 될 기성세대 노동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밴슨 본이 펴낸 ‘2030년, 미래에 대한 엇갈린 시선’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기업의 27%만이 모든 업무의 디지털화가 완료돼 직무에서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답한 반면, 42%는 향후 10년 동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리더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점은 투자와 일자리 모두에서 밝은 전망만이 나타나지 않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달은 물론 국내외 정책의 효과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은 어렵지만 일자리 부문에서의 경쟁과 늘어난 중·장년층 및 고령층 인구 때문에 명절에 오가는 정치적 담론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명절에 모이는 세대들이 이전보다 평균연령이 높아지지만 그 안에서도 세대별 정치성향 차이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장래인구구조로 본 세대관계의 변화’에서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는 세대 간 정치성향이 다르고, 동시에 고령층의 지지를 받는 것이 선거에서 이기는 데 중요해졌다는 사실이 이슈화됐다”면서 “취업·결혼·자녀양육과 은퇴의 시기가 늦춰지면서 미래의 60대 정치성향은 과거 50대 정치성향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집
2030 남자들 정부에 등 돌린 까닭(2018. 12. 03 14:15)
2018. 12. 03 14:15 정치
ㆍ일자리 걱정과 젠더 갈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점점 떨어져 박영훈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25)은 대학을 다니면서 정당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20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 현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주변의 대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반도 평화 부분에서는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선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다들 취직이 걱정이다, 일자리 시장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계속 접하다 보니 그에 대한 피로감도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구로구의 한 행복주택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 뒤 열린 다과회에서 입주자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20대 남성 지지율 한 달 새 14% 하락 전문직에 종사 중인 최진남씨(34)는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을 엄청 좋아했다가 지금은 ‘굳이 따지면 좋아한다’고 답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정부의 어정쩡한 정책이 젊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문제에 대해 적폐청산이나 북한문제에서처럼 단호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최저임금도 시급 1만원을 이야기하다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하고, 주 52시간 노동을 정착시키겠다고 하다가 다시 기업 측의 입장을 반영한다. 부동산 투기도 확실히 규제하겠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돈 있는 사람만 더 돈을 벌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오락가락 간을 보는 태도를 제일 싫어하는데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가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11월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19~29세)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59%, 30대의 긍정 비율은 64%로 각각 10월(20대 68%, 30대 73%)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은 49%로 한 달 사이 14%포인트가 빠졌다. 취임 첫 달인 작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90%(남 87%, 여 94%), 30대 지지율은 92%(남 91%, 여 94%)였다. 특히 20대의 경우 성별 간 격차도 심했다. 20대 여성의 11월 대통령 지지율은 70%로 20대 남성과의 격차는 21%포인트였다. 지역으로 따지면 호남(79%)과 강원(54%)의 지지율 격차와 비슷하게 벌어진 것이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30대의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리서치뷰가 취임 초기 4개월과 최근 4개월(7~10월)의 지지율을 자체 분석해본 결과, 20~30대의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낙폭이 가장 컸다. 20대는 86%에서 56%로, 30대는 87%에서 64%로 떨어졌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78%에서 43%로 35%포인트가 떨어져 모든 계층에서 가장 많은 지지율 하락을 기록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20대 남성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 직전인 작년 5월 7~8일 사이 진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문재인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는 39%로, 30대의 54%, 40대의 51%보다 낮았다. 특히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장 부장은 “대선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은 20~30대 중에서도 여성들이다. 20대 남성층은 충성도가 낮은 지지층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문재인 지지세가 대폭 올라갔다는 점에서는 함께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로 묶인 영남권이나 자영업자 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장 부장은 “비판적인 지지를 많이 보냈던 집단의 지지율이 먼저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선 전부터 20대 남성은 충성도 낮아” 2030세대 중에서도 유독 20대 남성의 실망감이 더 큰 원인은 뭘까. 박영훈 부위원장은 20대 남성의 경제적 절망감이 과거보다 훨씬 깊다고 봤다. 군필자 남성의 사회 진출 연령이 계속 늦춰진 결과 지금은 29세, 30세에 첫 직장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 진출로 고통받는 것은 여성·남성 마찬가지지만, 20대 남성의 초조함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 달 두 달 지나가는 것도 괴로운 상황에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는 데 대해 지쳐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에 대해 기다리라고만 할 게 아니라 20대가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청년당원이었던 정훈경씨(23)는 젠더 이슈에 대한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에 실망한 20대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대는 몰라도 지금 20대 남성들은 20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강자라고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20대 남성들을 지지해주는 정치세력도 없고, 정부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을 편드는 듯한 행동을 하니까 거기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일단 여론조사 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성별 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3월 3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20대 여성의 88%, 30대 여성의 81%가 미투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투운동에 대한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67%, 3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66%에 그쳤다. 올해 8월 4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20대 남성의 46%, 30대 남성의 31%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한 반면 20대 여성은 65%, 30대 여성은 51%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성별 간 차이가 정부 지지도 결정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부정 평가 이유를 물어보면 경제나 대북외교, 부동산 문제를 답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성별 갈등을 이유로 드는 답변은 거의 없어서 ‘기타’ 항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정훈 리서치뷰 수석컨설턴트는 20대 남성의 경우 정부 지지 철회의 ‘부차적 요소’로 젠더 갈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정부가 여성을 더 편들었는지 남성을 더 편들었는지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다. 하지만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 정부’라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컨설턴트는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에게는 젠더 갈등이 ‘현실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혜화역 시위 등 여성 집회를 주도하는 층이 20대 여성이고, 여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 해산을 주도하는 게 20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창기에 정부에 대단히 우호적이었던 20대 남성들이 지금은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에 비하면 중도성향의 계층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리서치뷰의 분석에 따르면, 정권 초기 4개월간 바른정당 지지층의 65%, 국민의당 지지층의 59%가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4개월간 여론조사를 종합해본 결과 바른정당·국민의당의 후신인 바른미래당 지지층 중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정부에 마음이 떠난 계층이 갈 곳은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20대의 25%가 안철수·유승민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11월 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20대에서 9%, 30대에서 4%에 그쳤다. 바른정당 당원이었던 정훈경씨도 현재 바른미래당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있다. 정씨는 바른미래당이 과연 젊은 세대에게 대안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병역특례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일이나, 이준석 최고위원이 이수역 사건에서 남성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발언을 한 것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씨는 “하태경·이준석 두 분이 젊은 남성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바른미래당 전체와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과거 유승민 의원은 민주당은 싫지만 떳떳하게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20대가 마음을 둘 대안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집토끼 남아 있을 때 민심이반 막아야 최진남씨는 하태경·이준석 두 최고위원의 활약상에 최근 바른미래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젠더 이슈 하나만으로 자신의 지지 정당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20~30대는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적·감성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것뿐이지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젠더 이슈 외에 경제·북한문제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비슷했다. 젠더 문제에서 남성들 편 좀 들어줬다고 해서 쉽게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더 늦기 전에 20~30대의 민심이반에 대해 엄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권했다. 리서치뷰의 분석에 따르면, 아직은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율보다는 높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직전 2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9%이지만 현재 20대의 정부 지지율은 56%다. 대선 직전 3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54%, 현재의 정부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64%다. 박정훈 리서치뷰 수석컨설턴트는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집토끼’들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적으로는 부산·울산·경남,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직업으로는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약했던 곳부터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 지적했다. 박 컨설턴트는 “지금의 지지율 하락추세를 돌리지 못한다면 대선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할 수 있다. 특히 지지율 하락폭이 가장 큰 20대 남성에 대해 정부가 여러 경제·사회적 문제의 표본으로 놓고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2030정당 ‘우리미래’ 공동대표 우인철 “우리는 노동 바깥에 방치된 청년을 대변한다”(2017. 03. 21 16:37)
2017. 03. 21 16:37 사회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미래’라는 정당의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해 치사를 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참석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 정당의 정책자문위원장이다. 방송인 김제동이었다. 현직 국회의장까지 참여한 제법 성대한 창당대회였다. 우리미래는 당원 평균연령 35세로, 명실상부한 2030정당이다. 이 정당은 20대 남녀·30대 남녀 등 모두 4명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우인철 공동대표(31)는 30대 공동대표다. 그는 정당 대표로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기자의 인터뷰는 작가의 인터뷰와 달리 상대(인터뷰이)의 말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다. 기자의 인터뷰는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묻고,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공동대표는 먼저 창당과정부터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청년대회를 하면서 창당에 대한 기본적 의견이 모아졌다. 1월 15일 발기인 대회를 했고, 서울·인천·대구·부산·경기 5개 시·도 창당작업을 마치고 3월 5일 중앙당 대회를 열었다. 3월 10일 선관위에 창당 신청을 했다. 광주도 곧 창당한다.” 당원은 6000여명에 진성당원은 600여명 처음 창당 발기인 1000명이 1억원의 창당자금을 모아 월세 당사를 마련했다. 현재 당원은 6000명이 넘지만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은 600명이 좀 넘은 정도다. 의외로 당원 수에 비해 진성당원의 비율이 낮다. 우 공동대표는 “정당 가입은 당비 금액과 상관없이 개인적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기성 정당은 온라인으로 당원을 모을 수 있는 데 비해 신생정당은 직접 종이에 주소·주민번호 등을 받아야 한다”고 당원 모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존 정당의 청년정책은 뭐가 부족하다고 느껴 창당했는가. “우리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말고 다른 새로운 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정치는 기득권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청년들의 요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실제 구현된 것이 뭐가 있는가.” 2012년 창당됐다가 해산된 청년당의 재건인가.(당시 청년당은 총선에서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을 출마시켜 총유효투표 5569표, 정당득표 0.34% 등 모두 7만3172표를 얻었지만 해산됐다) “2012년 청년당 때도 다양한 세력이 모였고, 해산될 때도 각자 헤어졌다. 이번에는 그때 청년당 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다. 그때 득표는 미흡했음에도 많은 지지를 받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당을 만들려면 당사 유지와 선전활동 등 적잖은 돈이 든다. 국고보조도 못 받고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600명밖에 안 되는데, 당이 유지되나. “어렵다. 창당준비위 때 모금한 1억 가지고 지금껏 당을 운영해 왔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확보가 중요하다. (대표) 판공비도 없고 당사도 월세로 있다.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미래는 정치현안에 대해 논평을 내긴 했지만 관심을 가지는 곳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없었다. 따라서 당의 정강·정책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미래의 정강·정책을 보면 최저임금 1만원, 무상 대학교육, 3년 육아휴직, 16세 선거권 도입, 전 국민 기본소득, 주 35시간 근로 정착 등 매우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다. 노동정책은 매우 진보적이다. 기존 진보정당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진보정당은 소득이 높은 거대 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그런 분들(거대 노조 노동자) 열심히 노력해 그런 소득을 올리는 것이긴 하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비정규직 노조에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노동 밖에 방치된 청년들의 얘기를 할 수 있다.” 일부 청년단체들이 기존 민주노총을 귀족 노조라고 비난하는 그런 맥락인가. “거대 노조의 지원을 받는 민주노총은 청년이나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귀족노조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역사나 노동운동을 폄훼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데, 노동운동 선배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추가돼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정책을 보면 통일자치도 신설, 평화협정 체결, 통일연방제 등 이 역시 매우 진보적이다. 젊은 당원들이 그렇게 통일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나. “내부 투표를 해봤는데, 통일문제에 적극적인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다. 우리나라의 비전을 봤을 때 통일이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리공연, 거리연설로 당원 모집 우리미래의 노동·통일분야 정책은 매우 무겁고 진보적이다. 외국의 경우도 주 35시간 근로, 시급 1만원은 처절한 투쟁의 결과다.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 ‘연방제’라는 단어는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다’고 여겨 국가보안법 위반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통일문제에서 연방제라는 표현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우 공동대표를 비롯한 실제 우리미래의 분위기는 무겁거나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탄핵이 결정됐을 때 광화문에서 우리미래 당원모집 행사를 관찰했다. 작은 스피커를 목에 걸고 젊은 남녀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요즘 젊은이들과 TV에서 유행하는 버스킹, 즉 거리공연이나 거리연설이다. 사실 우리미래의 전신인 청년당은 2011년 당시 교수 안철수와 경제평론가 박경철 등이 청년의 고민과 희망을 토론하던 전국강연 ‘청춘 콘서트’에서 비롯됐다. 이 행사가 ‘안철수 현상’으로 발전하면서 안철수는 정계에 뛰어들고, 청춘 콘서트 서포터들이 청년당을 만드는 데 대거 참여했다. 우 공동대표는 “청년당이 청춘 콘서트와 연결되긴 했지만 (안철수 의원과) 관련은 없다”면서 “안철수 의원은 직접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우리미래에는 방송인 김제동이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청년들이 이런 취지로 세상을 바꿔보려 하는데 자문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 분은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스피커이기도 하고, 청년문제를 꾸준히 얘기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마이크를 돌려주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런 우리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청춘 콘서트가 정당의 모태가 되고, 방송인 김제동의 자문을 얻은 것이나, 정강·정책을 보니 ‘생활 속의 정치 수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정치나 정당을 너무 예능화하는 것 아닌가. 정당은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물론 정치가 무거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한 조직이라는 정당의 정의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닌 민의를 대변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아래로부터 민의나 정책을 수렴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치를 예능화한다는 지적은, 김제동씨는 방송인 이전에 시민이고 그의 성주 연설이나 탄핵 발언 등을 보면 절대 예능인이 아니다.” 김제동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춘 콘서트나 TV의 버스킹, 정치 수다와 같은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당론에 따라 목숨을 버리거나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의 진지함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기성 정당에도 진지한 사람도 있고, 가볍게 정당활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당에도 정당활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정치에 참여하는 문턱이 너무 높다. 정치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월 5일 ‘우리미래’ 창당대회에서 우인철 공동대표(맨 오른쪽)와 김소희 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정세균 국회의장, 노회찬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 우리미래 제공 청년문제 관심 가지면서 정치·세상 배워 우 공동대표는 1985년 전북 진안 출신이다. 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2005년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총학생회 활동이나, 소위 학생운동을 해보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 동아리도 경제 관련일 뿐 학생운동은 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자가 ‘당시에도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 차원의 노동·통일운동 모임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솔직히 대학 때는 취업 이외에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시에서 만든 청년허브(청년활동 지원 거버넌스)에서 2년 반 근무했다. 이때가 청년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고, 인문학 공동체 연구 모임인 ‘수유너머’와 청년단체 ‘청년포럼’을 통해 정치와 세상을 배웠다. 학원강사를 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청년당을 창당해 당시 26세, 최연소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아직 미혼이다. 정치는 매우 복잡하다. 이런 정치에 충원되는 과정은 평소 지역·학생·시민·사회운동을 거쳐 기성 정당에 가입한 후 당원으로 의무를 이행하며 선거훈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정치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성 정당의 청년당원들도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치열하게 현장에서 학생·시민·노동·통일운동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이 TV가 만든 ‘청춘 콘서트’ 분위기에 편승해 정당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영속적일까 솔직히 우려된다. 이런 기자의 지적에 우 공동대표는 “어떤 지적인지 알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청년의 문제를 풀어가는 단체에서 일했고, 청년 모임에서 학습도 하고 현장도 찾고 캠페인도 했다”고 말했다. 당의 정강에 1987년 민주화를 통해 얻은 국가운영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개헌을 하자는 얘기인가. 어떤 개헌을 말하나.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 지도자가 그렇게 잘못했는데 국민이 소환하는 제도가 없다.”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지 않나. 그것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았나. “그것도 국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서 한 것이다. 선거 때를 제외하고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미국도 대통령을 소환하는 제도가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에도 일부 주에만 있는 소환제도가 지방정부 모두에 적용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소환제도는 미국보다 선진적이다. “시민의 참여가 반영되는 직접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개헌 작업 처음부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또 권한이 너무 중앙에 집중돼 있다.” 기초자치단체 규모인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와 우리나라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도 개헌은 물론 시행령 하나 고치는 데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장치가 다 있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 문제는 지방분권에 관한 문제다. 질문이 토론이 되는 느낌이라 이 정도에서 그쳤다. 우리미래는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려고 한다. 그러나 당원이 젊다보니 대표단에도 피선거권이 없다. 우 공동대표는 “후보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우리미래는 내년 지방선거에 300명을 출마시키는 데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연동형 비례대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미래의 정책은 좋은 사항을 쭉 나열해 현실적이거나 정교하지 못하다. 우 공동대표도 “솔직히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당 대표 역시 정치와 행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조금 ‘허무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우 공동대표의 모습, 그가 말하는 청년들이 보통의 우리 청년들 모습 아닌가. 취업에 목말라 하는 요즘 대학생들이 학내문제나 시국문제, 특히 통일문제에 얼마나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질까. 지금 대학생과 청년들을 기자가 살았던 1980년대 시대상에 무리하게 꿰어 맞추려는 것은 아닐까. 지금 대권주자마저 진지한 TV토론보다 예능프로 출연을 선호하는데, 기자만 ‘정치는 진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기자가 요즘 청년세대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원희복의 인물탐구
이전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