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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는 오로지 LH 탓? 정부는 뭘 했나(2023. 08. 18 10:48)
2023. 08. 18 10:48 경제
ㆍ불법하도급과 공기 단축 만연…정부 관리·감독 부실이 더 큰 문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관이 5월 2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고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16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 ‘낯익은’ 장면이 다시 연출됐다. 5시간가량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파란 상자에 담아 건물을 나섰다. “철근 누락 부실공사 관련 압수수색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굳은 표정을 한 경찰이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서둘러 차에 올랐다. 2년 3개월 전인 2021년 5월에도 LH 본사는 10시간 동안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LH 전·현직 임직원들의 신도시 사전투기 비리 의혹 관련 수사였다. 공기업이 2년여의 시차를 두고 두 차례나 강제수사로 인한 압수수색을 받은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한준 LH사장은 “내부 자력만으로는 혁신이 어렵다”며 직원들을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백기투항’도 모자라 ‘자포자기’에 가까운 이 사장의 발언은 LH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참에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철근 누락 사태에서 유독 LH가 난타를 당하는 이유는 설계, 감리 업체 등과의 계약과정에 ‘전관’이 관여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남미 파라과이 출장 현장에서 “전관 업체와 용역계약을 모두 중단하라”고 LH에 지시했다. 수사를 통해 실제 전관의 개입과 유착, 불법적인 특혜가 있었다고 드러난다면 마땅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의문점은 남는다. 전관 계약을 끊고, LH를 해체하면 적어도 공공주택에서는 부실공사가 사라질 것인가. 건설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실공사 문제를 관리하고 감독했어야 할 정부는 그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반복되는 붕괴사고, 국민만 ‘불안불안’ 여기 ‘낯익은’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지난 4월 29일 LH 인천 검단 아파트(GS건설 시공)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약 15개월 전인 2022년 1월 11일. 광주 화정동에 신축 중이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한 동이 붕괴됐다. 28층 꼭대기부터 무너져내린 건물은 23층까지 반파됐다. 붕괴한 건물 잔해에 깔려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15개월 간격으로 벌어진 두 건의 붕괴사고는 원인도, 과정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논란이 된 ‘무량판’ 구조인 것도 같고, 정부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GS건설 붕괴사고의 경우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다는 게 차이점이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HDC현산 붕괴 참사 조사 결과를 보면 무단 설계 변경으로 인해 꼭대기 층에 가해지는 하중을 그 아래층이 견디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설계보다 높은 하중이 실렸음에도 현장에서는 약간의 내력벽만을 세워둔 채 지지대(동바리)를 모두 철거했다. 공기 단축을 위해서였다. 무너진 건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는 17개 층 중 15개 층에서 설계기준 강도에 미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7월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관특혜 실태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GS건설 붕괴사고도 발단은 설계 문제였다. 해당 지하주차장은 상판(아파트단지 1층)을 지지하기 위해 본래 32개 기둥 모두에 전단보강근(철근)을 넣어 시공해야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15개 기둥에 철근을 넣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나마도 부족한 철근을 현장에선 다시 절반 정도 빼고 시공했다. 상판 위에는 흙을 덮어 나무를 심는 등 조경이 예정됐는데, 설곗값(1.1m)보다 2배가량 많은 최대 2.1m의 흙이 쌓였다. 콘크리트 역시 부실해 설계기준 강도(24MPa)보다 월등히 낮은 강도(16.9MPa)를 보였다. 두 사고 모두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건축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만 정상적으로 작동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도 상판(꼭대기 층)의 과도한 하중을 건물이 견디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HDC현산 붕괴사고 이후 정부는 지난해 3월 말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만들어 부실시공 예방, 감리 내실화, 부실시공 무관용 대응 등에 나섰다. 그럼에도 ‘총체적인 부실’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붕괴사고가 1년여 만에 재현됐다. ‘건폭몰이’ 열중하다 뒤늦게 “불법하도급 단속” 정부의 ‘부실시공 근절방안’은 발표 직후 치러진 대선과 윤석열 정부 출범 등을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HDC현산 아파트 붕괴 참사 처분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전임 정부 당시 국토부는 사고책임자인 HDC현산에 대한 처분권자인 서울시에 “최고 수위(등록말소)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린 처분은 ‘영업정지 8개월’이었다. 이마저도 HDC현산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걸면서 실제 처분이 이뤄지지도 못했다. 국토부는 민주노총과 싸우는 데 열중했다. 지난해 12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 노조의 업무방해 문제 등을 들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끝까지 엄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월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민관협의체 회의’도 온통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건설현장에서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하도급 문제는 회의에서 다루지도 않았다. 지난 2월 21일 연 국무회의 주제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였다. 윤 대통령은 건설노조를 “건폭(건설현장 폭력)”으로 지목하며 “임기 내 반드시 건폭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발표된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 일부 불법하도급 문제가 포함됐지만, 주요 표적은 건설노조 단속이었다. 원 장관은 “현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의 실현을 위해선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건폭몰이’를 계속하자 건설노조는 지난 3월 ‘건설현장 불법시공 부실공사 실태 고발’ 증언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정작 정부가 개선하고 바로잡아야 할 건설사들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외국인 불법고용, 불법시공 부실공사’ 등의 불법행위는 외면하고 있다”며 철근 부실시공 사례 등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실공사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최근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결국 사실로 드러났지만, 당시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4월 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중간점검’ 발표에서는 건설노조 검거실적 등을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GS건설 붕괴사고는 이로부터 20일 뒤 발생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파문이 확산하고 여론이 악화됐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불법하도급 단속에 나섰다. 원 장관은 5월 22일 “불법하도급은 공사비 누수, 불법시공으로 이어져 국민피해로 이어진다”며 100일간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달간 139개 현장을 단속한 결과 57개 현장(41%)에서 93건의 불법하도급이 무더기로 적발됐고, 173개 업체가 영업정지 내지는 형사고발 처분을 받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조사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부실공사도 “전 정권” 탓, LH 해체가 답일까 건물 붕괴나 철근 누락 등의 부실공사 사례를 보면 일명 ‘1군 건설사’로 불리는 대형건설사에서부터 중·소규모 건설업체들까지 다양하게 얽혀 있다. 민간·공공을 가리지 않고 건설업계 전반에 부실공사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8월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LH 아파트의 철근 누락 문제를 거론하며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과 ‘전임 정부’를 원인으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며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감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부실공사에 현 정부의 책임은 없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GS건설 붕괴사고의 경우 발주는 전 정권에서 했을지 몰라도 시공과 감리는 엄연히 현 정부 출범 후 이뤄졌다. 철근 누락으로 확인된 다른 LH 아파트 중에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가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쏙 뺀 채 지난 정부에서 공사가 완료된 아파트만을 가리켜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불법하도급, 공기 단축 등을 통해 건설사들이 그간 과도한 수익만 추구해온 것이 건설업계에 뿌리 깊은 부실공사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를 관리·감독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했어야 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공사 문제로 원 장관이 사과하긴 했지만, 국토부에서 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책임자는 없다. LH 아파트 부실공사 문제 역시 전관 차단이나 LH를 해체하는 등의 방식이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사업은 수익성 문제로 대형건설사들이 참여를 거의 안 한다”며 “중·소건설사들의 저가수주 경쟁도 부실공사의 원인인데, 애초에 발주금액이 품질을 보장할 만큼 적절한지 등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LH 고위 관계자는 “전관이 없는 업체를 거의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전관 문제에 매달리다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순살 LH’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될까(2023. 08. 04 11:21)
2023. 08. 04 11:21 경제
ㆍ“분양가 부풀려졌다” 비판에 철근 누락 오명까지 구조물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강공사를 위한 임시 기둥들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5일 당첨자가 발표된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주택 청약(사전청약)은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지하철 1호선과 9호선 중간에 위치한 일명 ‘더블 역세권’에 한강 조망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약 전부터 “당첨만 되면 바로 5억원 차익” 등 ‘로또 청약’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를 입증하듯 전체 79가구 모집인 일반분양 청약에 5만957가구가 몰려 ‘64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높은 경쟁률만큼 화제가 된 건 분양가였다. 공급면적 기준 약 90㎡(전용면적 59㎡·17.88평) 아파트의 분양가가 8억7200만원으로 추산됐다. 3.3㎡(1평)당 분양가는 3196만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3.3㎡당 3192만원보다 높다. 수방사 부지는 국방부가 수십 년간 보유해온 공공토지다. 이 점을 들어 시민단체들은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 중이다. 최근에는 철근이 누락된 일명 ‘순살 LH’ 아파트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LH의 공공분양주택 고분양가 논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핵심은 분양원가 공개이지만, 정부와 LH는 “공공주택 공급에 지장이 있다”며 줄곧 원가공개를 거부해왔다. 이 와중에 최근 대법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앞서 1심에서도 경실련이 승소했기 때문에 다시 진행될 2심 결과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경실련 “수방사 분양으로 국방부, LH 돈방석” HUG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 통계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을 시작한 2019년 1월 3.3㎡당 2508만원이던 서울 지역 분양가는 올 1월 3063만원으로 22.1% 올랐다. 민간 통계에서도 최근 3~4년새 전국 아파트 분양가가 20~30%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토지비용이 높아졌고,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건축비도 상승한 결과다. 수방사 부지는 지난 정부에서 본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으로 분양하려다 청약이 한 차례 연기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 공공주택 브랜드인 ‘뉴홈’으로 개편되면서 수방사 부지의 신혼희망타운 물량 대부분이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분양가 상승 추세를 반영하더라도 수방사 뉴홈의 분양가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LH가 2019년 수서역 인근에 분양한 ‘수서 신혼희망타운’은 강남 역세권이라는 입지 조건에도 55㎡가 5억4100만~5억7100만원에 분양됐다. 분양 당시 “분양가가 2배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수방사 뉴홈에 비하면 한참 저렴하다. 2021년 민간 참여 공공분양으로 공급된 ‘위례자이 더 시티’의 경우 일반물량 전용 74~84㎡가 7억~7억9000만원에,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59㎡가 5억1800~5억560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70%’로 산정한 데 반해 수방사 뉴홈은 ‘주변 시세의 80%’로 책정됐다. 기본적으로 뉴홈의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방사 부지의 경우 당초 신혼희망타운으로 조성돼 공급될 예정이었음을 감안하면 뉴홈으로 공급되면서 분양가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공개된 수방사 뉴홈의 분양가는 사전청약에서 추산한 ‘추정 분양가’다. 향후 본청약에서 분양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 2021년 사전청약을 진행한 성남복정1지구 전용 59㎡(일반)의 추정 분양가격은 6억7600만원이었지만, 2022년 말 진행된 본청약에서는 분양가가 7억3000만원 수준까지 올라 일부 수분양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실련은 LH와 국방부가 수방사 부지 분양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비판한다. 경실련은 “국방부가 1960년대부터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수방사 부지의 3.3㎡당 당시 취득가를 1만원이라고 추정할 경우 뉴홈의 실제 분양가는 2억5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구당 6억2000만원가량의 분양수익이 발생해 국방부와 LH가 모두 1660억원 규모의 개발 수익을 수방사 부지에서 올리게 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LH, 최근 5년간 분양 등으로 21조원 수익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토지비(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된다. 이중 토지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땅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분양가에서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경실련은 수방사 뉴홈의 토지비를 취득가로 계산했기 때문에 분양가가 매우 낮게 나왔다. 이에 반해 현행법상 공공택지 내 토지비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경실련이 추정한 분양가는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해 판매하거나 개발·분양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공주택의 공급 목적이 국민의 주거안정임을 감안하면 저렴하게 조성되는 공공택지를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액으로 판매하는 게 옳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2015년 즈음부터 본격적인 활황기를 맞으면서 LH는 매년 수조원의 수익을 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LH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공공주택 분양과 신도시·택지개발로 99조5000억원의 매출, 21조2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부동산 활황이 절정에 달했던 2019~2021년의 3년 동안은 매년 평균 5조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정도다. LH는 거둬들인 수익을 공공임대 공급과 관리에 사용한다. 같은 기간 공공임대사업으로 발생한 손실은 8조1600억원이다. 공공임대손실을 제외하고도 5년간 약 13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본 셈이다. 특히 임대손실 대부분은 임대아파트의 건축 연한이 오래된 데 따른 감가상각에 의해 발생했다. 건물은 낡아도 토지 가치는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임대손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부분도 아니다. 김 의원은 “LH가 이미 회계상으로도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공공주택 분양원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LH가 개발하는 저층 주거지 사업 후보지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 지역 / 연합뉴스 LH 분양원가 공개소송 ‘2라운드’ 결과는 주택법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주택을 분양할 때 분양가격의 택지비와 공사비 등의 내역을 62개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LH도 아파트 입주자 공고를 낼 때 해당 내역을 공개 중이다. 그러나 LH가 공개한 내역들을 보면 분양되는 개별 가구당 분양가격 내역이 아닌 단지 전체 조성 총액 기준으로 금액이 공개되고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내역 자체도 실분양가를 기준으로 작성돼 정작 중요한 수익과 원가가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LH는 공사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분양가격의 항목별 공시 내용은 사업의 실제 소요된 비용과 다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놓았다. LH의 분양원가가 일부 공개된 사례도 있다. 2004년에는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수용당한 한 개인이 “개발 후 얻은 이익에 비해 토지보상비가 너무 적다”며 원가공개 및 보상비 추가 지급 소송을 내 승소했다. 2010년에는 LH의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최초 고지금액보다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원가공개 소송을 내 승소했다. 통상적인 분양원가 공개 사례는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간 공공주택의 고분양가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와 LH는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항변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시세보다 저렴하니 얼마의 수익을 내도 상관없다”는 말이 된다. 원가공개 요구도 번번이 거절했다. 제주도지사 시절 “공공아파트 원가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가공개 질의를 받자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다”고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결국 LH 공공주택의 원가공개 문제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7일 경실련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경실련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실련은 2019년에 LH에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LH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LH가 항소심에서 “경실련이 소송 청구 기한을 넘겨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해 승소하자 경실련은 대법원에 상고심을 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분양원가 공개문제는 다시 고법으로 넘어왔다. 경실련은 “법원도 인정했듯이 LH 건설원가(분양원가)는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안정, 투명 행정을 위해 중요한 정보”라며 “LH는 더 이상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토지·주택공급 대전환이 LH 혁신의 대전제(2021. 08. 09 14:09)
2021. 08. 09 14:09 경제
올 5~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나왔다가 비판을 받고 다시 잠잠해졌다. 그 혁신안에는 문제가 된 개발정보의 비밀유지방안은 없고,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사업을 하는 지주회사와 토지개발·주택 건축사업을 하는 자회사, 도시재생사업과 주택관리 등 사업을 하는 자회사 1~2개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있었다. 기존의 토지·주택 공급방식만 더 공고히 만들 뿐인 방안이라 실망스러웠다. 경기 과천시 과천동 토지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 권도현 기자 LH는 농지 등 개발이 제한된 토지를 시가지로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특히 상업용지를 경쟁입찰 또는 경매로 공급하는데 그 낙찰가가 높아 항상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LH가 분양하는 주택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처럼 국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면 좋으련만. 현재 LH는 이러한 ‘땅장사’와 ‘집장사’의 명분을 ‘주거복지’, 즉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해왔다. 이러한 기본 사업구조를 그대로 두고 회사분할만 하는 혁신안은 지주회사의 ‘주거복지’를 명분으로 자회사들이 집값·땅값을 계속 올리는 것을 용인하는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부가 정말로 땅값과 집값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LH의 혁신안은 토지공급방식과 주택공급방식의 완전한 전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LH가 가진 개발특권을 이용해 국가가 지출할 ‘주거복지’ 비용을 줄이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배당까지 주는 시스템은 홍콩과 유사하다. 홍콩도 세금이 적은 대신 개발 가능 토지를 입찰로 고가에 팔아 재정을 충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토지비 상승은 그대로 집값에 반영된다.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사진에서 보던 홍콩의 열악한 주택이 우리의 현실이 될지 모른다. 새로운 토지공급방식을 50~100년 정도의 장기임대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한다. 토지를 사유화하면서 규제와 세금으로 투기를 막겠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에 토지의 시세차익을 사기업이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장수명 주택의 건설을 유도·촉진할 수 있을 것이고, 가격 상승 없이 안정적인 토지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다. LH의 재정압박은 토지개발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토지임대료를 선불로 받으면 해결될 것이다. 한편 주택공급방식은 유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 독일처럼 국가 보유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매각해 전체 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돈을 푸는 시기’에 집값 앙등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위 비율이 40%대를 유지한 오스트리아 등은 집값 상승이 심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 8%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택정책 목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주택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려 분양물량을 늘려도 집을 사던 사람만 사기에 자가보유율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집이 없고, 살 계획도 없는 국민은 항상 50% 전후였고, 이들에게 정글 같은 시장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재원조달을 이미 LH에서 활용 중인 릿츠(REITs)에 의할 경우 증세 없는 ‘주거복지’도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LH 혁신안이 이러한 토지 및 주택 공급방식의 전환을 반영하길 기대한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LH 해체 수준 결론, 불안하고 궁금하다(2021. 05. 21 13:35)
2021. 05. 21 13:35 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두둑한 보상금 받기. 처벌규정을 겁내지 않는 이 투기 사태와 관련해 여러 상념이 끊이지 않는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 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구 헌법에 수용의 대가로 “상당한 보상”을 주면 족하던 것이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수용되면 부동산을 헐값에 뺏긴다는 인식이 운 좋게 횡재를 얻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보상금을 우연히 받기보다는 처음부터 보상금을 받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왕이면 개발계획 수립 이전에 매입하면 매입가와 보상금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미공개 개발정보의 가치란 설명이 필요없다. YS 시절부터 시작된 준농림지역 등 비도시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DJ 시절 종합대책으로 ‘선계획 후개발’ 원칙이 세워졌고, 이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반영했다. 비도시지역에도 개발 전에 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난개발은 잡혀갔지만, 각종 개발계획 수립 중에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행위까지는 잡지 못했다. 개발정보를 사전입수한 공무원들의 투기 등을 막기 위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두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작 1년 전쯤 시행됐다. 하지만 업무상 비밀누설죄를 두려워하는 공무원도, 공사직원도 많지 않았다. 그동안 경찰도, 검찰도 공무원과 공사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수사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LH 직원의 “이걸로 잘리게 되면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텐데”라는 말에는 형사처벌의 두려움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LH 사태 이전인 2020년 금융계좌추적권을 가진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는 등 전방위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만약 그때 부동산감독원 설치에 성공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금융감독원은 미공개 정보이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 임직원들 상당수에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그것이 준수되는지 준법감시인들에게 보고하게 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부동산감독원이 미공개 개발 정보이용을 막기 위해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면 효과는 꽤 컸을 것이다. 동시에 그때 왜 그렇게 큰 비판이 나왔는지 그 의문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무원과 공사직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온 사람들, 꽤 많았을 그 사람들은 부동산감독원 설립에 찬성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MB 시절,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했다. 한국토지공사 내에서만 돌던 정보가 대한주택공사에까지 퍼지니 개발정보가 퍼지는 범위가 확 넓어졌다. 다 지난 얘기지만, 개발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부서 간 또는 계열사 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스월(Chinese Wall) 같은 장치나 제도를 두도록 해야 했다. 금융회사들은 차이니스월을 두게 돼 있다. 또 한 번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합병하지 않았다면 LH 사태는 없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는 말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았을까? 출근 2일째인 총리님 말씀, “LH 해체 수준 결론 예상”, 어떤 결론일지 불안하면서도 궁금하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LH 토지개발이익 어떻게 쓸 것인가(2021. 03. 26 12:59)
2021. 03. 26 12:59 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주는 정부 86.64%, 한국산업은행 11.15%, 한국수출입은행 2.21%로 구성된다. 매년 20조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0%(±5%) 정도인 초우량기업이다. 특히 2016년부터는 수익성 위주 정책으로 당기순이익이 매년 2조원을 넘기고 있다. 그동안 LH는 130조원이 넘는 부채를 변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발사업으로 얻은 상당한 이익을 독점해왔다. 연합뉴스 LH 수익의 중요한 원천은 토지수용권과 토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이다. 우월한 지위에서 토지를 취득하고, 개발불능토지를 개발가능토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LH의 이익은 다른 기업에 비해 불로소득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세종시에서 ‘(가칭)LH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세종시민행동 준비위원회’를 만드는 등 세종시 개발이익을 세종시에 재투자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고양시와 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개발이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주로 LH가 해당 지역에서 얻은 개발이익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해달라는 것이다. LH가 개발사업을 해놓으면 그 인근의 도시기반시설 등에 투자하는 재원은 LH가 납부하는 개발부담금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LH가 납부하는 개발부담금이 조금만 줄어도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인근 도시기반시설의 설치가 지연되면 개발사업이 기대했던 지역발전의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재정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해당 지방의 자치제도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당초 LH는 국민주거생활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LH가 부채를 변제해야 한다면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외면하는 모습은 국민 입장에서는 공사가 당초의 설립취지를 잊은 것으로 보이고, ‘LH는 땅장사’라는 비판을 부정하기 어렵게 한다. LH에서는 개발·분양 모두 법령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땅장사’라는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지만,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사업하는 ‘땅장사’는 없기 때문에 LH의 반박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에서 LH의 개발이익을 해당 지역으로 환원할 수 있는 법률개정안들을 내놓았지만 국회 통과는 아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경기개발공사의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 촉진을 위한 ‘다산신도시 지역상생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경기도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의 일환이라는 위 협약의 특징은 다산신도시에서 발생할 개발이익을, 아직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도시 자족기능도 부족한 남양주에 재투자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경기동북부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와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내용이다. 물론 ‘경기도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가 유일한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 헌법에는 더 들어맞아 보인다. ‘공공개발이익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가’라는 해묵은 질문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를 역임했다. 아시아신탁에 재직했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다.
김윤우의 유쾌한 반란
신도시 땅투기, LH만의 문제일까(2021. 03. 19 14:05)
2021. 03. 19 14:05 경제
ㆍ부동산을 매개로 한 세대 착취 끝낼 방법은 없나 3월 15일 밤 강남 LH 서울본부 앞. 청년들이 촛불을 들었다.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라는 행사다. “기사를 보고 처음 들었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부러움이었다. ‘잘려도 평생 월급보다 땅 수익이 많다’는 직원게시판의 말이 너무 공감됐다. 나 같아도 땅투기하겠다는 친구의 말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27)의 말이다. 류 대표가 떠올렸다는 부러움은 이내 절망감으로 변했다. 3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연합 “다음은 만성적인 절망감이다. 저는 그들만큼의 정보도, 인맥도, 투자할 돈도 없기 때문이다. 대출도 못 받는다. 가진 게 없으면 돈 100만원도 쉽게 안 빌려준다. 이번 투기를 한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그들처럼 될 수 없어 절망했다. 이게 내 솔직한 감상이다.” 현재 대학 4학년 졸업반인 류 대표(홍익대 13학번)는 부모 집에 얹혀산다. 졸업하면 독립해야 하지만 생활비 이전에 보증금을 마련하는 걸 꿈도 꿀 수 없다. “영끌이요? 적어도 제 주변에 사회생활하는 친구 중에도 주식한다는 친구는 있어도 대출받아 집 샀다는 친구는 없어요. 대학 커뮤니티 같은 데서도 나오는 이야기는 비트코인 같은 데 올라탄 운 좋은 케이스 말고 월급을 받아 집 사는 게 가능하냐는 이야기입니다.” 3월 17일 통화한 류씨는 촛불을 든 이유는 소박하다고 말했다.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자리도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비정규직인데 집값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적어도 열심히 일한다면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우리가 촛불을 들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LH 사태 초기, “나는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겠다”는 글만큼 주목받진 못했지만,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글 중엔 이런 글이 있었다. “현재 걸린 사람들은 다 부장대우, 차장급이 대다수. 즉 전원 다 50대 이상 꼰대고 제보자는 같은 부서 밑 대리, 사원급으로 추정. (…) 우리는 걍(그냥) 닥치고 일만 하는데 불러서 욕까지 하니 들어오고 싶겠냐.” 부장 전언으로 돼 있는 이 글의 주장은 사실일까. LH 사태 촛불 든 청년이 하고 싶던 말 내부제보 여부와 관련 1차 기자회견을 한 참여연대·민변 측은 “최초 전화를 받고 확인해보니 제보내용이 사실과 맞아떨어져 신원 확인을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LH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의 투기까지 다룬 3월 17일 2차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제보자가 지역에서 30~40년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라며 “외지인들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폐기물을 쌓아놓는데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의 LH 직원이 밝힌 것처럼 내부제보로부터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발된 사람들이 대부분 정년을 앞둔 50대 이상이라는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실제 참여연대·민변이 밝힌 최초 투기자 명단과 정치권에서 공개한 경력을 조합해보면 13명(정부합동조사단이 추가 적발했다는 7명은 제외) 중 40대는 1984년생 이모씨 1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1975년(여)·1978년생 각 1명, 1970년생 1명을 제외한 9명이 모두 1960년대생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2명 중 1명인 파주 LH 직원(58)도 추가적발자로 내사단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본부가 제보받아 수사 중인 전국 37명 공직자 투기의심자 중에는 50대 부부인 케이스도 여럿이다. 참여연대·민변이 밝힌 투기 공무원의 공동지분 소유자 중 일부는 주소지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면 역시 부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차명도 아니고 조사하면 금방 드러날 일인데 왜 이리 노골적이고 뻔뻔하게 투기에 나섰을까. ‘정년 후 노후대책으로 크게 한번 땡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번 정부의 무능 때문에 나타난 신적폐일까.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사실 이게 왜 공분의 대상이 되었을까 의아했다. 이들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투기의 사이즈나 수법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들이 처음도 아니었다. 공분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LH가 정부를 대신해 토지수용·개발하는 기관인데 공적인 업무를 하면서 사적인 이득을 취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또 하나, ‘왜 너희만 해처먹냐,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왜 없냐’는 마음은 없는 걸까. 바꿔 말해 당신이 그 위치면 안 했겠냐고 물어보고 싶다. 광명·시흥 등기부 등본을 떼보면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땅을 산 민간인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면 민간인은 투기해도 되나. 불로소득 공무원·공공기관 근무자의 지대추구는 비난받고 민간인은 괜찮은 걸까.” LH 직원 도덕적 해이, 문 정부 신적폐? 지난 2016년 한겨레 음성원 기자는 홍대 앞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 흥미로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상수·연남동 상권지역 등기부 331개를 떼어 조사해보니 상수지역 상가 66%는 외지인이었고, 홍대 앞 문화를 만들어낸 청년들의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대출을 동원해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당시 한겨레가 건물주 나이의 평균을 계산해보니 상수·연남·서촌 모두 똑같이 1958년 개띠로 나타났다. 그래서 당시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58년 개띠’의 상가 사냥, ‘94년 개띠’를 몰아내다.” LH 직원의 과천신도시 개발 투기 의심 지역인 경기 과천시 과천동 토지 입구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 권도현 기자 이 부소장은 상가나 주택을 비롯한 한국의 부동산시장 모든 영역에서 “자산을 매개로 한 세대착취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용어로 PIR(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과거, 1990년대 이전이라고 부동산이 싸지는 않았고 그때도 제일 비싼 재화였다. 하지만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이 가능했다. 고용의 질도 좋았다. 완전고용상태인데다 정년이 보장됐다. 적어도 주거 사다리는 제대로 기능했다.” 그에 따르면 IMF 환란 이후 2000년대 접어들어 경제 전반의 금융화 경향과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금융과 맞물리면서 자산 가격은 올라가는데 좋은 일자리는 없다.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이가 많다. 젊은 세대는 죽어라 일을 해 자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벌어들여봤자 소득을 상납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합법적으로 자산을 매개로 빨대로 빨아먹는 세대 간의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 LH 사태가 이렇게 광범위한 공분을 끌어낸 것은 부동산문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조물주 위에 갓물주’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 한국에서 부동산은 이제 종교적 교리 비슷하게 도그마가 됐다. 이 측면을 봐야 한다. 지난 7년 이래의 대세상승으로 민주공화국이 갈가리 찢기고 있다. 분단은 남과 북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이 다양한 유형의 분단, 갈등과 적대를 만들어내고 있고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파괴하고 있다. 땅·집이 있냐 없냐에 따라, 어디에 있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고 있다. 배제된 사람들이 더 열을 받는 것은 그 신분이 거기에 땅이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격차가 세대 내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을 주목한다. “1980년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수렴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30대가 ‘영끌’로 부동산 ‘패닉바잉’의 막차를 탔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가능한 것이 아니다. 속된말로 20·30대라고 하더라도 스카이(SKY)로 대표되는 친구들이 금융기관·공기업에 가면 월급도 꽤 된다. 그걸 바탕으로 충분히 돈을 빌릴 수 있고 부모찬스를 받으면 자산과 부가 증폭되는 경우가 꽤 된다. LH에서 퇴직을 앞둔 386, 50대의 경우 그들 세대 이전부터 경험해온 오래된 부동산 불패신화에 다른 습성이었을 것이다. 자산축적의 전통적인 패턴이었다. 아무리 정규직이라도 한국은 직장에서 나가자마자 소득이 없다. 연금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쾌적한 노후생활을 보장받기 힘든 건 LH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 교수 역시 LH 사태가 일으킨 공분이 자산격차에 따른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토마 피케티도 지목하듯 자산을 통한 불평등 세습의 문제는 OECD 국가에서 다 나타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심하다. 자산을 가진 사람이 다른 소득도 다 높은 것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보통 자산이 많으면 소득이 적은 식인데 한국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자산도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산 가격, 대표적으로 주식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활성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동북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득증진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국민 대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역적 편중성이다. 국세청에서 지역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지만 1인당 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것이 강남 3구다. 사실 교육과 자산·소득이 다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걸 지역별로 점을 찍으면 거의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욕망열차에서 대한민국이 내리려면 3월 17일 참여연대·민변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 2일 공개한 LH 직원 투기를 넘어 실제 ‘외지인들’이 개발예정지 농지거래에 나섰는가를 밝히는 내용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보통 농지의 경우 1년에 한두 차례 거래도 일어나기 힘든데 2018년부터 3년간 경기 시흥시 과림동 한 지역에서만 130건의 거래가 발생했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박현근 변호사는 “3월 2일 기자회견 후 국민의 공분을 분석해보니 (공직자) 반부패에 대한 것도 있지만 (광범위한) 반투기 여론도 상당하다는 생각에 이번 조사에 나섰다”라며 “지역을 시흥시로 한정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가 이 정도면 다른 지역의 실태는 어떤지 능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부동산을 향한 욕망열차’ 탑승 욕구는 멈출 수 없는 걸까. 이 부소장은 “국가가 복지를 상당 부분 포기하니 국민이 부동산 돈을 굴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방기해온” 자산기반 복지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만 경험했으니 설사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르는 지역에 땅과 집을 가진 나이 든 사람이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상되는 일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의 볼모·인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도 따지고 보면 결국 부동산문제다. 주거비 부담이 크니 결혼을 못 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주거비 부담없이 최저임금 받는 남녀가 만나 15평 임대주택에 살며 임대료를 거의 안 낼 수 있다면 결혼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대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와 같은 세제개편을 통해 우회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고 리더의 철학 문제다.” 부동산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다면 부동산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두고 지도자와 국민이 허심탄회하게 극복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렌즈로 본 세상]“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전전”(2021. 03. 12 16:11)
2021. 03. 12 16:11 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공분을 사고 있습다. 내 집 마련도 요원한 청년들의 절망과 박탈감도 말할 수 없이 커졌습니다. 지난 3월 9일 청년진보당 소속 청년들이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청년들은 “땅투기 집단 LH 가족, 차명 모두 처벌하라”, “지금 필요한 건 몰수와 처벌”, “LH 직원, 땅 내놓고 감옥으로” 등의 글이 적힌 손 현수막을 펼쳐 들고 구호를 외치며 건물 출입문으로 들어섰습니다. 본부장과의 항의성 면담을 신청했고, ‘업무 방해’라며 막는 직원들과 잠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오영오 본부장이 내려와 출입문 앞에 선 채로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오 본부장은 “최대한 조사가 빨리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습시위는 청년들의 자조와 분노의 한마디가 담긴 스티커를 출입문에 붙이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전전”, “월세 내려고 50만원 벌 때 LH는 묘목 심고 수십억 꿀꺽!”
렌즈로 본 세상
[포커스]‘LH 악재’ 이재명에게 기회일까(2021. 03. 12 16:10)
2021. 03. 12 16:10 정치
ㆍ투기 의혹 정국에서 발 빠른 대처로 지지율 유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 선거뿐만 아니라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대책 실패로 민심을 잃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다. 야당은 LH 임직원 투기 의혹의 고리를 쥐고 여당을 흔들 참이다. 당·정·청은 부동산 맹공을 방어해야 할 처지다. 악화된 여론 진화를 위해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입장이 다르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민주당에는 악재가 분명하지만, 대선주자 이재명에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경기도 공직자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민심을 달랠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을 국민에게 각인시킨다면 지지세가 오히려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와 기본주택 등 이 지사의 부동산 정책도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지사에게 이번 LH 임직원 투기 의혹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사이다’ 이재명 각인시킨 LH 투기 의혹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터진 뒤 이 지사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곧바로 ‘엄벌’ 메시지를 냈다. 이 지사는 3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는 꿈도 못 꿀만큼 엄벌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기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낱낱이 조사하고 있다. 적발되는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전원 직위해제 외 중징계는 물론 예외 없는 형사처벌 조치에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경기 3기 신도시 전 지역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유관 부서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투기 대상지가 관할지역인 광명·시흥 지구인 만큼 투기 행각이 적발되면 이 지사에게는 부담이 된다. 자칫 대선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공직자들이 부패할 때 나라가 망했다”며 연일 거침없는 비판과 함께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있다. 자칫 튈 수 있는 불똥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왜일까. 이 지사는 민주당 소속 유력 대권주자지만 민주당 내 주류는 아니다. 성장 배경도 중앙이 아닌 지역에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정부 정책을 두고 종종 중앙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과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포지션이다. 이 지사에게 주류 민주당의 예상 가능한 정치와 다른 정치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는 비주류는 약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실정에 대한 책임에 있어 주류 민주당과 정부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며 “LH 건은 맹공을 퍼부을 당위가 있는 이슈인데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당내 쓴소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지할 요인도 없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LH 임직원 땅투기 의혹 초기 ‘사이다’ 이재명이 부각됐다면 지금은 이 지사가 제시한 부동산 정책으로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정책이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다.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필수 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전면 금지하는 제도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추구를 사전에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백지신탁제는 이 지사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7월 국회와 정부에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입법을 요청했고, 지난 2월에는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가 나서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달라고 국회와 인사혁신처에 건의했다. 부동산백지신탁제에 대한 이 지사의 신념은 확고하지만 도입 주장을 할 때마다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 반대 측은 실효성이 없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도 도입을 비판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반응도 미온적이었다. 지난해 신정훈 민주당 의원 등이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담은 법안(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당론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 탄력 LH 임직원 투기 의혹 이후 여론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 여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사는 3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공직자의 자발적 청렴이나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다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사업가를 하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강조했다. 2017년 이재명 캠프에서 부동산백지신탁제 공약을 만든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는 “엄벌이나 일벌백계로는 투기를 방지할 수 없다”며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공직자와 투기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공약을 발표했을 때는 고위공직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심했는데 이번 LH 임직원 투기 의혹으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에 강력하게 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와 함께 주목받는 이 지사의 부동산 정책은 ‘기본주택’이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경기도 기본주택 콘퍼런스에서 “좋은 위치, 낮은 가격에 평생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공영역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불안감 때문에 매입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기본주택이 투기 수요를 없앨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나, 역세권 등 핵심지역에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보편적 주거권 보장을 위해 설계한 정책이다. 집값을 잡을 ‘즉효약’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유효한 부동산 정책이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투기를 억제하고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 주택공급 방식이 기본주택”이라며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과 기본주택, 여기에 더해 국토보유세까지 패키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은 안정세를 이어가 이번 파고를 무난히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지사는 이번 LH 건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한 사건이 터져도 얼마든지 이슈를 선점해 치고 나올 수 있는 타고난 감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며 “당내 대선 경쟁 상대인 전 총리와 현 총리는 정부의 실책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LH 임직원 투기 의혹 정국이 이 지사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집
[독자 댓글]1248호 “공익 역할 뒷전, LH ‘땅 장사’ 논란”外를 읽고(2017. 10. 24 14:30)
2017. 10. 24 14:30 오피니언
공익 역할 뒷전, LH ‘땅 장사’ 논란 10년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서민을 위한 주거안정 정책이 아니다. LH와 임대업자만을 위한 투기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더 이상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분양가 산정기준의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새로 세워야 한다. _페이스북 Jaehee Bae 어쩐지 그동안 영구임대주택의 공급이 전무하더라니 그 이유가 땅 장사나 아파트 장사에만 올인한 결과란 말인가? 앞으로 LH는 주거안정의 공익적 목적으로만 경영하도록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 _경향 국민 후분양 제도가 시급하다. _다음 왕고들베기 아파트 후분양제 ‘부활’ 성공할까 물건도 안 보고 사는 건 부동산뿐이다. 선분양은 부실시공을 양산한다. 건설사 배만 불려준다. 후분양제를 시도해봄직하다. _다음 hayarobi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분양제를 시행해야 한다.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후분양제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_트위터 honggee951 주택을 80% 이상 지어놓은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분양권 전매는 사라진다. 입주시점에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걱정도 없어지며,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발생의 주요 원인인 주택대출과 수요자의 이자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_네이버 char**** ‘여당 민주당’의 첫 국감 막 올랐다 맞는 말이다. 더 명확하고 확실히 정의되는 위헌 불법세력에 해당하는 용어를 추가하자. _다음 키작은하늘 하나도 남김없이 샅샅이 뒤져서 불법한 일에 관여된 사람들을 엄벌에 처하길…. _네이버 lott**** 보수단체 ‘동성애 반대’로 재결집?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구가 되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양식을 주고, 아픈 사람에게는 병 고치는 의사가 되어줘야 할 종교계가 앞장서서 인간을 증오하도록 조장하다니. 이들이 말대로 정말로 동성애가 병이라고 생각한다면…, 병든 사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매도하고 사람들 앞에 세워 치욕을 주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는 것인가? 세상 어디에도 환자를 그리 대하는 의사는 없다. _경향 hl5****
독자의 소리
[특집]공익 역할 뒷전, LH ‘땅 장사’ 논란(2017. 10. 17 15:16)
2017. 10. 17 15:16 사회
ㆍ서민 주거안정 외면하고 공공임대주택 부지 민간에 매각 2010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A2 블록)에서 3.3m²당 102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이른바 ‘반값 아파트’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8개월 뒤인 2011년 8월, 같은 택지지구(A1 블록)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분양가는 약 1900만원으로 뛴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분양가가 어떻게 2배 가까이 뛴 걸까? 답은 공공과 민간 분양의 차이에 있었다. 우면동 A1 블록을 분양한 단지는 LH가 보금자리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인 울트라건설에 매각해 지어진 아파트였다. 당시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택지를 건설사에 매각해 LH가 벌어들인 수익은 총 4300억원에 달한다”면서 “보금자리 아파트가 LH의 땅 장사, 건설사의 집 장사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정은 강남 세곡지구 아파트들도 비슷했다. LH공사가 2011년 8월 공급한 강남 세곡지구 아파트(A1 블록)는 3.3m²당 980만원. 역시 불과 8개월 뒤 같은 택지(A6 블록)에서 삼성물산이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3.3m²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즉 공공이 분양하면 평당 900만원대였던 아파트가 민간이 분양했을 때 2배 비싸졌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공공이 민간에 택지를 매각했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30평 아파트 한 채에 3억원 더 비싸게 분양 받게 되는 셈이다. LH의 공공택지 매각이 민간 건설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촌의 모습. / 연합뉴스 같은 땅, 비슷한 시기 아파트값 2배 차이 LH 등 공기업의 공공택지 매각이 건설사의 ‘로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H가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주택 사업을 위해 조성한 공공택지는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이유로 땅의 원주인으로부터 수용한 것인데, 이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땅 장사’를 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분양가 차이는 토지 비용은 물론 공공과 민간의 건축비 차이에 있었다. LH가 직접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건축비(직접공사비+간접공사비)가 3.3m²당 600만원 미만이었는데, 민간 아파트의 경우 3.3m²당 670만~830만원으로 더 비쌌다. 정동영 의원은 “공공재인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발생한 문제”라면서 “LH 등 공기업이 서민 주거안정을 외면하고, 땅 장사에 몰두하면 공기업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LH의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금지해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입법 발의한 바 있다. LH가 서민용 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조성한 공공임대주택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등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적 역할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LH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6207가구 부지, 하남 미사지구 5258가구 부지, 대구 테크노폴리스 2754가구 부지 등 공공임대주택 총 3만6751가구 부지를 민간에 팔아치웠다. 매각 규모만 218만2000m²이며, 매각 가격은 2조4427억원에 달한다. “LH의 땅 장사, 건설사만 배 불려” 앞서 LH는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마련한 ‘미착공 공공주택 부지 활용방안’에 따라 총 41만3000가구에 해당하는 미착공 공공주택 부지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이유로 사실상 공공임대주택 사업 축소에 나선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당시 LH는 공공분양주택(18만7000가구) 중 5만 가구에 해당하는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되, 임대주택 부지는 향후 공공임대주택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보유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어기고 당초 매각계획에는 없었던 공공임대주택 부지조차 민간에 팔아버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LH가 보유한 영구·국민임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부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쪼그라들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LH의 임대주택부지는 영구임대 2만가구, 국민임대 20만6000가구, 행복주택 1만1000가구, 공공임대 11만가구 등 총 34만8000가구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국민임대 부지는 22만6000가구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 남아있는 부지는 영구임대(6000가구), 국민임대(6만8000가구)를 합쳐 모두 7만4000가구 수준이다. 3년새 절반에 가까운 10만2000가구 부지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비교적 높은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의 경우 2013년 말 보유부지 1만1000가구에서 올해 6월 기준 7만가구로 5만9000가구의 부지가 증가했고, 그간 착공한 물량도 약 5만가구로, 부지만 11만호 가까이 증가했다. LH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국민임대주택 부지를 중산층을 위한 행복주택 부지로 전환하거나, 부지를 아예 민간에 매각한 결과다.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 때문에 LH가 독점개발권과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런 이유로 원주민과 농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공택지를 조성해온 것”이라면서 “농민들에게 싼 값에 수용한 토지를 민간에 팔아 공기업만 수익을 남기고, 또 건설업계는 이를 공공이 분양한 것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분양하면서 분양 원가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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