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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파괴 배후로 ‘회장 정조준’…SPC에 무슨 일이(2024. 04. 08 06:00)
- 2024. 04. 08 06:00 사회
- 관리자들 통해 민주노총 탈퇴 종용·승진 차별 등 조직적 개입 다른 계열사들 노조 와해 방식도 빵틀로 찍어낸 듯 똑 닮아 허영인 SPC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허 회장은 ‘SPC그룹이 노조 파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의에 “그럴 리가 있겠나. 노조도 우리 직원이고 가족이다. 비노조도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국 제빵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빵 재벌’ SPC의 허영인 회장이 지난 4월 4일 노조를 파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노조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했으며, 허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SPC의 개입은 조직적이었다. 관리자들을 통해 제빵기사들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조합원들은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했다. 또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최대한 활용해 탈퇴를 유도하고 이를 노조 간의 기싸움, 노노갈등처럼 꾸몄다. 노동자의 자유로운 단체 결성과 활동을 보장한 헌법을 따르지 않고, 회사가 노조의 일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계열사 ‘비알코리아’, 파리바게뜨의 빵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의 공장에서도 회사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가 일어났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도 꼭 같은 경험을 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반복된 노조 파괴의 사례들을 보면 민주노총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감정도 읽힌다. 그걸 ‘적대감’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SPC그룹의 노조 파괴는 무리하게, 전방위적으로 반복됐다. 승진 차별에 현금 살포까지 “노조 탈퇴서는 매달 말일 들어오는데 그동안에는 많이 들어와야 5장이었거든요. 그런데 3월 말일에는 종일 팩스가 멈추지를 않을 정도였어요. 거의 120장이었어요. 처음엔 한 번도 못 만나본 조합원들(의 탈퇴서)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아는 이름, 노조 간부도 탈퇴하니까…. 잠 못 자고 악몽도 꿨죠(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는 2021년 3월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SPC 계열사 피비파트너즈에는 2개의 노조가 있었다. 5000여명의 직원 중 3500여명이 가입한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 노조였다.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에는 750명이 가입해 있었다. 그런데 그해 3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매달 100장 가까운 탈퇴서가 파리바게뜨지회에 도착했다. 조합원 수는 단숨에 200여명 선으로 떨어졌다. 소수노조의 갑작스러운 ‘탈퇴 러시’ 이면에는 회사의 관리자들의 ‘작업’이 있었다. 특정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관리자들의 탈퇴 종용은 노골적이었다. 당시 전·현직 조합원들이 작성한 60여 건의 진술서와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보면, 관리자들은 근무시간에 매장으로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을 찾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원기사(제빵기사의 휴무일에 근무하는 기사로, 제빵기사보다 상위 직급) 할 생각 없냐?”, “점포 차릴 때 민주노총 출신이면 못 차린다”, “민노라서 실적 좋아도 승진에 배제된다.” 승진 차별은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됐다. 2021년 5월 피비파트너즈는 956명의 승진 인사를 했는데, 승진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21명(2.2%), 한국노총 조합원은 814명(85.1%)이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조합원 중에서는 72명이 승진했다. 이 같은 승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인지를 심리한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년 1월 “파리바게뜨지회에 대한 회사의 비우호적인 시각이 반영된 승진 차별이자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진술서 등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윗선의 지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오늘 만나는 민노 기사, 기사님이 여섯 번째다. 이번에 새로 바뀐 본부장이 민노 가입한 기사들 찾아가서 탈퇴할 생각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윗선의) 압박이 심하다”며 기사들이 탈퇴서를 작성할 때까지 매장에서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육아휴직 중이던 한 기사는 관리자의 탈퇴 종용에 휴직이 끝나면 퇴사하겠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퇴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한국노총으로 들어와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현금 살포’까지 횡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현장관리자 A씨는 퇴직 후 파리바게뜨지회에 노조 탈퇴 압박이 이뤄진 시기의 지역본부 상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본부장이 현장관리자들에게 노조에서 탈퇴시킬 기사 할당량을 주고 민주노총을 탈퇴시켜 한국노총에 가입시킨 경우 1명당 1만~5만원의 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선 매주 월요일마다 노조 가입 현황을 공유하는 회의를 했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법인카드로 밥을 사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도 주장했다. 관리자들의 회유를 경험한 전·현 조합원들의 진술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한 퇴사자는 관리자로부터 ‘민주노총 조합원을 탈퇴시키면 1만원이 나온다’, ‘조합 탈퇴 회유 목적으로 법인카드 식대 승인이 이뤄졌다’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주목할 점은 사측이 민주노총을 탈퇴뿐 아니라 ‘한국노총 가입’을 묶음으로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사측에 한국노총은 어떤 존재였을까.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2022년 5월 19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53일간 이어진 단식농성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회사의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임 지회장의 단식에 “사옥 앞에서 농성하는 시간에 우리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그래왔듯이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참된 소리를 경청하는 노조가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검찰은 한국노총 노조 위원장이 회사 입장에 맞는 성명서 등을 발표한 것으로 보고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성동훈 기자 검찰은 회사가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 전모씨에게 회사 입장에 맞는 인터뷰와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편을 드는 한국노총의 존재는 ‘민주노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노총이 회사와 노동조건 개선을 합의하더라도 회사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는 한국노총의 반대를 들었다. 예컨대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와 회사는 2022년 11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회사 대표가 사과하고 부당노동행위자를 인사 조치하는 내용의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해당 노사협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인용됐다. 해당 노사협약은 제빵기사들의 임금 수준 향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모든 제빵기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회사와 민주노총과의 ‘노사갈등’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노갈등’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회사는 민주노총 탈퇴 작업이 시작될 무렵, 채용 시 자동으로 한국노총에 가입되도록 하는 단체 협약(유니언숍)도 맺었다. ‘입사와 동시에 종업원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내용이다. 제조장 등 회사 관리자들은 신규 입사자들에게 한국노총 가입서를 교부하기도 했다. 파업기간 운송료 3배 지급하고 몽땅 손배 청구 민주노총 노조 파괴는 피비파트너즈에서만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다. SPC그룹의 계열사들에서 민주노총 노조가 생길 때마다 같은 방식의 ‘작업’이 반복됐다. 전국의 파리바게뜨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은 2019년 8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에 파리바게뜨 매장 식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기사는 750명이었는데 당시 540명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직후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생겼고, 100여명까지 규모가 늘어났다. SPC그룹에서 파리바게뜨 식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는 SPC GFS로, 이 회사는 운수사들과 용역계약을 맺고, 운수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화물기사들과 다시 계약을 맺는다. 처음에는 민주노총 노조가 운수사, SPC GFS와의 3자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끌어냈지만, 점차 사측이 합의하고도 이행하지 않는 일이 늘어났다. 사측은 한국노총의 반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당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SPC지부 부지부장으로 있었던 정호화씨는 “2021년 4월에 회사와 합의를 하고 이행이 안 돼서 회사에 물어보니 한국노총의 동의가 없어서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리보고 한국노총을 설득하면 회사가 동조하겠다고 했다. 그해 6월에는 매장이 많이 늘어난 광주에 화물차 2대를 증차하기로 회사와 합의를 했는데, 한국노총의 반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다. 그 뒤에는 노노갈등처럼 진행됐다”고 했다. 합의가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자 화물연대는 그해 9월 파업에 돌입했다. 48일간 지속된 파업은 기존 합의를 이행하고, 양측(화물기사와 운수사)이 민·형사상 책임을 서로에게 묻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을’인 운수사들은 SPC GFS 측의 허락을 받고 이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튿날 SPC GFS는 운수사와의 합의일 뿐 자신들과의 합의가 아니라며 손해배상 등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SPC GFS는 운수사를 상대로 8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운수사는 화물연대에 구상권을 행사했다. 48일간의 파업에 82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산출된 것 역시 ‘노조 파괴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다. 일부 운수사는 SPC GFS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사들에게 과도한 운임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운수사로부터 확보한 2021년 10월 파리바게뜨 화물기사들의 운송료 내역을 보면, 기사들은 1400만~1500만원의 운송료를 받아 갔다. 평상시 기사들은 기본 운송료로 약 400만원을 받고, 정해진 코스 이외에 추가 운송을 한 경우 거리에 따라 최대 15만원까지 받는다. 그런데 파업기간에는 평소의 3배 이상을 받아 간 것이다. 한 운수사 관계자는 “파업기간에 추가로 일한 기사들에게 수고비를 더 주는 게 맞다. 그런데 추가로 운송할 때마다 수십만원씩을 더 줬다. 그러고는 몽땅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면 화물연대 기사들 다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SPC 측은 “사법기관에서 조사 중이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후 화물연대의 조합원 이탈은 가속화됐다. 회사가 두 노조의 조합원 숫자를 수시로 점검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준다는 소문이 현장에 파다했다. 화물연대의 간부급 인사 10여명은 계약이 해지됐다.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었기에 계약 해지는 더 손쉬웠다. 현재 화물연대 SPC지부의 조합원은 250명 선으로 떨어져 한국노총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빵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에 2020년 11월 8일 민주노총 노조가 생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작업이 곧바로 이어졌다. 한국노총 SPL 노조가 그해 11월 27일 공장 구내식당에 민주노총 탈퇴자의 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제공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계열사 비알코리아에서도 노조 파괴가 있었다. 비알코리아는 2020년 9월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판매할 빵을 만드는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 직원들을 직접 고용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사례처럼 불법 파견 우려가 커지자, 직접 고용에 나선 것이다. 직후 회사에는 민주노총 노조가 생겼고, 이어 한국노총 노조도 설립됐다. 그리고 피비파트너즈에서처럼 노조 탈퇴 종용과 승진 차별이 이어졌다. 노조 설립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 민주노총 노조는 회사에 “귀하의 관리자들이 당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관리자들의 행위가 근무시간 중에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귀사가 특정노조에 유리한 행위를 방조하고 있거나 관리 감독이 소홀하다고 판단되는 바,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 중단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라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는 노조 탈퇴 및 가입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승진 인사에서, 두 노조의 명암은 분명하게 갈렸다. 민주노총은 승진 대상자 20명 중 3명(15%), 한국노총은 승진 대상자 34명 중 30명(88%)이 승진했다. 민주노총은 승진이 안 된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드러나자 조합원 이탈은 더 빨라졌다. 250명이 근무하는 비알코리아 안양공장에서 한때 100명을 넘어섰던 민주노총 조합원은 현재 40명대다. 사측은 ‘스파이’를 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확보한 녹취 등에 따르면 관리자인 생산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내 눈과 귀가 좀 돼주면 좋겠어. 그래서 절대 민노 탈퇴하면 안 돼. 부담을 줄 일은 없을 거고 대신 진급이나 이런 것들은 해줄 테니까”라고 했다. 녹취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가입은 곧 회사를 등지는 것이라는 압박도 거침없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서 1년에 딱 두 번 있는 시즌이야. 근데 그게 개판이 났어. 대표이사까지 회장님한테 불려가서 개쪽 다 팔고 왔어. 그럼 그 사람들 생각은 어떨 거 같아? 니네 민노 어떻게 바라볼 거 같아? 넌 이미 라인장들을 다 등진 거잖아. 이건 관리자들만, 라인장들만 등진 게 아니잖아. 회사도 등진 거란 말이야.”(사실상의 관리자인 라인장이면서 한국노총의 노조위원장도 맡은 신모씨가 민주노총 조합원인 부하 직원에게 한 말) 민주노총은 승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이를 인정했다. SPC 계열사들의 민주노총 파괴 방식은 빵틀로 찍어낸 듯 똑 닮았다. 파리바게뜨에 납품할 빵 등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과 파리바게뜨를 총괄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에서도 민주노총 노조가 생겼다가 급격히 세가 위축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SPL에서는 한때 200여명을 넘어섰던 조합원 수가 현재는 10명으로 줄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강규형 민주노총 SPL지회장은 “민주노총 노조가 생기자마자 원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었던 관리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업무시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관리자한테 불려가 계속 상담을 해야 했다. 라인을 비우면 결국 옆에 있는 사람이 일을 더 해야 하는데 눈총을 받는다. 못 견디고 빠져나간 조합원이 많다. 한국노총에서는 구내식당에 지금 몇 명이 민주노총 탈퇴했다고 실시간으로 써놓곤 했다”고 말했다. 허영인 회장에게 노조 파괴에 대한 사법 책임을 묻게 된다면 민주노총 노조는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노조 관계자들은 노조 복원은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사측은 이미 유니언숍 제도 등을 통해 관리자의 개입 없이도 민주노총을 고사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민주노총 없는 SPC는 어떤 일터가 될까. SPC그룹의 민주노총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없어지면 한국노총도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요. 어느 순간 한국노총에서도 저희 조합원들이 줄어드는 걸 겁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특집
- [시사 2판4판]SPC ‘피 묻은 빵’(2023. 08. 18 10:47)
- 2023. 08. 18 10:47 정치
- 시사 2판4판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6)SPC 사태와 ‘EQ’ 없는 기업(2022. 10. 28 11:00)
- 2022. 10. 28 11:00 경제
- 며칠 전 전북교육청이 연 학교장 연수 프로그램에 강사로 다녀왔다. 연수 주제를 요약하면 ‘ESG와 교육’이다. 전라북도 초·중·고 교장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는 지식보다 역량에 중점을 둔 교육을 표방한다. 지식의 전달과 습득에 머물지 않고 가치, 행동, 삶의 방식 변화를 일으키는 교육이 돼야 하며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을 일깨워야 한다는 교육의 관점은 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ESG교육에서도 관철돼야 한다. 여성노동단체 관계자 등이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지난 10월 26일 SPL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바게뜨 등 SPC 계열 브랜드 포스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CSR은 ESG경영의 핵심 ‘지식보다 역량’은 기업에서 더 현실적이고 더 구체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SPC 사태를 보면서 역량의 중요성을 새삼 더 느끼게 된다. 또한 핵심 역량을 제대로 정의하고 선택하되 그것이 가치, 행동, 삶의 방식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원론이 얼마나 사활적인지 SPC의 행태를 보며 절감한다. 노동자의 사망 사고 자체가 가장 문제이지만, 특별히 유족에게 장례용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전달한 것을 포함한 SPC의 전반적 대응은 가치 부재의 성과 몰입 경영이 위기 국면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입증한 생생한 사례였다. 경영학 교과서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SPC 사태에서, 바람직한 인간형을 거론할 때 흔히 IQ보다 EQ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기업으로 치면 ‘IQ+EQ’가 이른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된다. 사람은 IQ가 아주 낮다고 해도 EQ가 높은 것만으로 때로 존중받는 삶을 꾸려갈 수 있지만, 기업이라면 ‘IQ’와 ‘EQ’를 모두 높여야 생존할 뿐만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 여러 대학에서 책임경영이란 과목을 가르쳤다. 학기 초반에 학생들에게 “기업이 무엇이냐” 물으면 전공이나 학년과 무관하게 한결같이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대답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관이라고 정정하며 학기를 시작했다가 그 말로 학기를 끝내곤 했다. ‘사회적’이란 한 단어가 말하자면 기업의 ‘EQ’인 셈이다. 교육계를 비롯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ESG에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SG경영을 선포하고 관련 위원회를 만드는 등 기업이 가장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사실 그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야말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오래된 논의인 CSR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굳이 ESG경영입네 뭐네 하며 새롭게 무언가를 하는 척할 이유가 없다. 경영학에서 CSR에 관한 논의가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워드 보웬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데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보웬은 저서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1953)에서 “기업인은 사회의 목표와 가치에 비추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업의) 정책을 추진하고 의사결정하고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기업인의 책임은 불가피하게 기업의 책임으로 옮아가며 CSR 담론을 활성화한다.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 지난 10월 26일 SPC 계열 브랜드 포스터들이 찢긴 채 놓여 있다. / 이준헌 기자 물론 보웬 이전에도 CSR에 관한 논의는 존재했다. 짧게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시점으로 올라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 도널드 K. 데이비드는 “미래의 비즈니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어깨에 깃들게 될 책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소비에트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의의가 없지는 않다. 기업이란 조직이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녀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기업의 본질과 관련되기에 CSR 논의는 길게는 기업의 탄생 시점부터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부론>(1776)에 등장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후대의 상상력이 계속 덧칠해지면서 경제 주체의 개별적인 사익추구가 사회 전체로서 공익을 구현하게 된다는 시장중심주의 세계관을 대표하게 된다. CSR에 대한 스미스의 견해는 당시가 CSR이란 개념 자체가 없던 시기임을 감안해 해석하면, 기업의 책임을 경제적 책임에 국한했다고 볼 수 있다. 앞의 이야기를 차용하면 ‘EQ’ 없이 ‘IQ’만을 강조했다고 하겠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라? CSR과 관련해 그 시대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감리교 창시자인 목사 존 웨슬리다. 웨슬리는 <국부론> 발간보다 살짝 이른 시점에 ‘돈의 사용법’(1760)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사회책임투자(SRI)뿐 아니라 CSR의 원형 비슷한 것을 제시했다. “생명이나 건강 혹은 정신을 해치는 방법을 통해 돈을 얻어서는 안 된다. (…) 사악한 거래 행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 또한 이웃의 재산이나, 이웃의 신체, 그들의 영혼을 해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해 SRI, 나아가 ESG의 최초 발언자로 인용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신탁윤리(trusteeship)’는 종교에 입각해 기업가의 사회책임을 주창한다. 그는 ‘부의 복음’(1889)이란 짧은 글에서 “부자는 단지 신으로부터 재산에 대한 관리 책임만을 맡았고 (…) 돈을 사회를 개선하고 세계 평화를 증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를 신탁인(trustee)이자 대리인(agent)으로 파악했다. 카네기의 논리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자본주의와 개신교 복음주의가 기형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 아마 카네기의 가치관이지 싶다. 카네기에겐 ‘IQ’와 ‘EQ’가 구분돼 순차적으로 나타난 듯하다. 또한 미국에서 왜 (유럽보다 더) CSR이 학문적으로나 사회적 담론으로 번성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EQ’를 서둘러 보완하려는 노력이 미국 경영학에서 CSR의 역할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CSR과 ESG경영은 학생 행위주체성과 마찬가지로 자발성에 근거한 변혁적 행위를 요구한다. 꼭 사회를 위해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니다. 기업 자신을 위해서도 자발성에 근거한 변혁적 행위가 불가결하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겠다는 태도는 카네기 시대엔 어쨌든 통용됐다. 지금은 아니다. 파타고니아처럼 정승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기업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ESG경영이 기업에 정승같이 벌라고 요청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개같이 벌지는 말아야 한다고 요청한다. 가장 ESG경영에 반하는 행위는 개같이 벌면서 정승같이 버는 양 사회를 속이는 일이지 않을까. SPC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언급하면서 “ESG경영으로 세상을 밝힙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을 여기서 저절로 상기하게 되는 건 그들의 업보다.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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