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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눈보라 뚫고 태어난 백설공주, 혐오까지 뚫을까…화려하고, 웅장하도다
거친 눈보라 뚫고 태어난 백설공주, 혐오까지 뚫을까…화려하고, 웅장하도다
2025. 03. 19 16:14문화
... 구릿빛 피부를 지녔다. 백설공주라는 이름은 눈이 오는 날 태어났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영화는 백설공주가 ‘거친 눈보라를 뚫고 태어난’ 강인한 인물임을 강조한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왕국의 백성들도...
“나도 랩하는 공주가 되고 싶소”…‘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
“나도 랩하는 공주가 되고 싶소”…‘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
2025. 03. 18 19:53사회
... 원년 멤버였던 서무석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오디션이었다. 수니와칠공주는 2023년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결성한 8인조 그룹이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경북칠곡할매래퍼수니와칠공주
“나도 래퍼하러 왔수다”…할매래퍼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 뽑았다
“나도 래퍼하러 왔수다”…할매래퍼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 뽑았다
2025. 03. 18 15:12사회
... 칠공주’ 공개 오디션에 참가한 한 할머니가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수니와칠공주는 2023년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결성한 8인조 그룹이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경북칠곡할매래퍼수니와칠공주
“칠곡으로 이사 오겠다”…6:1 경쟁률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는 누구?
“칠곡으로 이사 오겠다”…6:1 경쟁률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는 누구?
2025. 03. 13 11:48지역
.... 오디션에는 열정이 넘치는 할머니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한 할머니는 수니와칠공주의 공연을 보고 감동해 직접 지원했다. 이 할머니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칠곡군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스포츠경향(총 962 건 검색)

[스경연예연구소] 말많던 ‘백설공주’, 에그 처참히 깨졌다
[스경연예연구소] 말많던 ‘백설공주’, 에그 처참히 깨졌다
2025. 03. 21 10:38 연예
영화 ‘백설공주’ 한 장면. 제작단계부터 말이 많더니 결국 개봉 1위는 하루 천하였다. 디즈니가 새로 선보인 신작 ‘백설공주’(감독 마크 웹)가 바로 박스오피스 3위로 추락했다. 게다가 골든 에그지수도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백설공주’는 1만1598명이 겨우 들어 3위로 곤두박질쳤다. 누적 관객수는 고작 3만5359명이다. 영화 ‘백설공주’ 한 장면. ‘백설공주’는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가 악한 여왕(갤 가돗)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지컬 영화로, 제작 단계서부터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가 주인공을 맡는다는 소식에 찬반이 갈렸다. ‘스노우 화이트’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굳이 라틴계 배우를 고른 건 팬들의 환상을 기만한 지독한 PC(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제작비 약 2억7000만달러(약 3920억원)를 투입했으나, 예고편부터 ‘싫어요’가 100만개 이상이 쏟아지는 등 반발이 커졌고, 영국 런던에서는 이례적으로 시사회를 취소하며 배우들의 언론 노출도 최소화했다. 또한 개봉 직후엔 원작 기본 줄거리인 왕자와의 로맨스가 빠지고 사악한 여왕에 맞서 빼앗긴 왕국을 되찾는 성장 서사로 개작했다며, 원작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디즈니의 ‘인어공주’(2023) 때와 비슷한 행보다. 당시에도 인어공주 에리얼 역에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기용해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때문에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개봉 하루도 안 돼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여왕이 공주보다 더 예쁜 아이러니에 또 다시 동심의 판타지를 깨버리는 디즈니” “디즈니 특유의 감동도 없고 재미 없음. 디즈니는 제발 정신차리길” “우리의 동화를 너네들의 선전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봉 전처럼 백설공주 배역만의 문제였다면, 마음의 준비를 했으니 그럭저럭 봤을텐데, 그냥 지뢰밭이다.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긍정적인 매력이란 걸 느끼긴 했나?? 어이가 없다. 이건 재해석이 아니라 백설공주에 대한 혐오와 파괴같다” 며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CGV 홈페이지 골든에그지수도 바닥이다. 개봉 직후 68%를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평을 받고 있다. 롯데시네마 별점은 8점에 그쳤고, 메가박스에선 7.1점을 겨우 얻어냈다. 개봉 직후 탈이 나버린 ‘백설공주’, 기사회생해 디즈니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미 흥행엔 적신호가 켜진 듯 하다.
[스경X이슈] 독사과보다 독한 반응…‘백설공주’ 유일한 호평은 수지였다
[스경X이슈] 독사과보다 독한 반응…‘백설공주’ 유일한 호평은 수지였다
2025. 03. 20 16:29 연예
디즈니 실사판 영화 ‘백설공주’의 주인공 레이철 제글러(왼쪽)와 한국 버전 ‘백설공주’ 스페셜 OST를 부른 가수 겸 배우 수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독사과보다 더 독한 평가를 받는 영화 ‘백설공주’다. 그러나 영화 스페셜 OST를 부른 수지에게는 사뭇 다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의 2025년 주요 신작 영화인 ‘백설공주’는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동화 원작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캐스팅 단계부터 잡음이 일었다. 라틴계 미국 배우 레이철 제글러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디즈니 실사판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원작에서 백설공주는 붉은 입술, 검은 머리, 새하얀 피부 등 외적인 기준을 통해 ‘예쁜’ 사람으로 불렸다. 반면 영화에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집중했으며 다양한 인종과 가치관을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캐스팅에도 반전을 줬다. ‘백설공주’라는 이름도 하얀 피부가 아닌 눈이 오는 날 태어났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들리자 일부 디즈니 팬들은 원작에서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미의 기준을 달리했다는 의도 자체는 좋았으나, 이러한 시도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반감만 키운다는 불평도 쏟아졌다. 또한 레이첼 지글러가 “나는 백설공주지만 그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겠다”고 발언한 점과, ‘백설공주’ 원작 내용이 이상하다고 주장한 것 역시 팬들의 반발심을 더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디즈니 측은 결국 영국 런던에서 열릴 프리미어 시사회 일정을 취소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또한 기자회견의 규모도 축소했으며 주연 배우의 질문도 최소화했다. 디즈니 실사판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개봉 전부터 거센 눈보라를 맞은 ‘백설공주’는 미국에서 정식 개봉을 하루 앞둔 지금도 싸늘한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백설공주의 평가 지수는 48%로 “마법의 거울이 필요 없다. 디즈니 실사화 중 가장 망한 리메이크라는 건 너무도 명확하니까”, “디즈니가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셔 모든 게 어긋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일종의 ‘암흑 마법’ 아닌가?”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백설공주’를 관람한 한국인들의 반응 역시 시선을 끈다. 지난 19일 미국보다 이틀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을 간발의 차로 뛰어넘지 못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실제 관람색의 평가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CGV 골든에그지수에서도 69%를 기록했으며 음악이나 영상미는 좋았지만 역시나 주인공에게 몰입이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디즈니 실사판 영화 ‘백설공주’에서 한국버전 스페셜 OST를 부른 가수 겸 배우 수지. 매니지먼트 숲 제공 다만 우리나라에서 ‘백설공주’가 좋은 반응을 얻는 부분도 있다. 바로 디즈니코리아가 공개한 한국버전 스페셜 OST 뮤직비디오다. 이 노래의 가창은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맡은 가운데, 누리꾼들은 해당 OST의 티저가 공개된 지난 10일 영화 캐스팅 당시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 수지같은 인물을 바랐다며 “그냥 수지를 백설공주를 시켰어야 했다. 그게 내 간절한 소원”, “영화보다 뮤비 공개가 더 기다려졌다”, “수지가 찐 백설공주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또한 누리꾼들은 영화 개봉일에 맞춰 공개된 수지의 OST 촬영 비하인드 사진에 대해서도 “수지가 백설공주보다 예쁘다”, “동화에서 튀어나온 비주얼”, “우리가 원하던 게 이거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수지가 가세한 영화 ‘백설공주’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스경X이슈
‘백설공주’ 관람 포인트 3
‘백설공주’ 관람 포인트 3
2025. 03. 19 08:18 연예
<백설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3월 극장가 최고의 기대작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백설공주>가 3월 19일 바로 오늘. 극장 개봉을 알리며 마법 같은 관람 포인트 BEST 3을 공개했다. POINT 1. 디즈니 프린세스 계보의 시작 ‘백설공주’, 새롭게 태어나다! 바로 오늘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2025년 첫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는 디즈니 첫 번째 프린세스 ‘백설공주’가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1937년, 디즈니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설공주>가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로 새롭게 탄생했다. <백설공주>는 동화 원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서사를 입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기존 이야기가 운명에 의해 이끌려 가는 공주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영화는 그릇된 욕망으로 왕국을 지배한 악한 ‘여왕’(갤 가돗)에 맞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강인한 ‘백설공주’를 그린다. 캐릭터와 스토리까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새롭게 재해석된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백설공주>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POINT 2. “디즈니 매직 그 자체!”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환성적인 판타지 비주얼! <백설공주>의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환상적인 판타지 비주얼이다. 숲 속을 가득 메운 사랑스러운 동물들과 신비로운 배경, 정교하게 구현된 동화 속 세계는 환상적인 비주얼이 더해져 디즈니만의 창조적인 세계가 완성되었다. 색감이나 이미지, 동물들의 움직임까지, 모두 생동감 있게 구현되어 디즈니 실사 영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언론의 호평과 함께 역대급 비주얼의 디즈니 뮤지컬 영화가 탄생했음을 알린다. 마법 같은 상상력과 첨단 CGI, 퍼펫 조종사와 퍼포먼스 캡처 기술자까지 디즈니 최고 드림팀과 기술력이 완성시킨 환상적인 비주얼은 스크린에 한 편의 동화책이 펼쳐진 듯한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POINT 3. <알라딘>, <위대한 쇼맨> 음악 감독이 선사하는 황홀한 OST! 절대 놓쳐선 안 될 마지막 관람 포인트는 바로 동화 그 이상의 마법 같은 이야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황홀한 OST이다. <알라딘>,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OST로 사랑을 받은 폴 앤 파섹 듀오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오리지널 넘버부터 새로운 사운드 트랙까지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디즈니 영화의 오리지널 송을 만드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이들은 <백설공주>의 OST를 뮤지컬 형식에 맞춰 독창적으로 구성, 장면 너머의 캐릭터의 감정까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폴 앤 파섹 듀오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는 백설공주의 모습은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처럼 다채로운 관람 포인트로 3월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는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수연 ‘백설공주’ 됐다···한국판 더빙
김수연 ‘백설공주’ 됐다···한국판 더빙
2025. 03. 18 13:48 연예
김수연. 빅보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수연이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백설공주’ 한국 더빙에 참여, 디즈니가 선택한 목소리로 낙점됐다. ‘백설공주’는 디즈니 첫 번째 프린세스 ‘백설공주’가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2025년 첫 판타지 뮤지컬 영화이다. 동화 그 이상의 마법 같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판타지 비주얼, 황홀한 OST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극 중 김수연이 한국 더빙을 맡은 주인공 ‘백설공주’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는 캐릭터로 선하고 현명한 면모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뮤지컬 배우로 가창과 연기력을 겸비한 김수연은 특유의 단단하고 용기를 주는 따뜻한 목소리로 한국판 백설공주를 표현할 예정이다. 특히 ‘백설공주’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모아나 2’ 시리즈 더빙을 맡았던 김수연은 대사 더빙만 참여했던 ‘모아나’와 달리 ‘모아나 2’에서 캐릭터 가창까지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김수연은 “2025년 디즈니 첫 판타지 뮤지컬 ’백설공주’로 극장을 찾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다.“라며 “제가 더빙을 맡은 백설공주처럼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어 열심히 더빙에 참여했다. 다가오는 봄 극장에서 만나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7년 뮤지컬 ‘시라노’의 앙상블로 데뷔한 배우 김수연은 이후 ‘인터뷰’, ‘팬레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드라큘라’, ‘리지’, ‘프리다’, ‘웨이스티드’, ‘렌트’, ‘사의 찬미’ 등 굵직한 작품에 오르며 ‘믿고 보는 배우’로 큰 사랑 받고 있다. 또한 올해 2월까지 공연한 뮤지컬 ‘시라노’의 여주인공 ‘록산’역에 출연하며 2017년 앙상블로 데뷔한데 이어 7년 만의 주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디즈니가 선택한 목소리’로 판타지 뮤지컬 ‘백설공주’의 목소리가 된 김수연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김수연이 더빙에 참여한 ‘백설공주’는 오는 3월 19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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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54)충남 공주 정안천 메타세쿼이아 꽃길 - 연꽃향 대신 청량한 숲의 향기(2023. 09. 15 10:58)
2023. 09. 15 10:58 문화/과학
ㆍ 햇볕이 제법 온화하다. 비로소 가을이 제자리를 찾아온 느낌. 충남 공주 여행을 떠난 길에 입소문 자자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찾았다. 메타세쿼이아가 양쪽으로 늘어선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곳은 단연 전남 담양일 테다. 하지만 공주 정안천 곁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안천은 금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 그러니까 금강수계에 해당하는 지방하천이다. 이 물길을 따라 곳곳에 충적평야가 만들어진다. 정안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보물앞들, 새보들, 백보들, 오인들, 수촌들처럼 ‘들’이 붙은 지명이 유난히 많다. 물길이 만들어진 평야임을 보여주는 이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풍광이 오밀조밀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정안천 생태공원 일대는 그런 면모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다. 과거 이 주변은 방치돼 있던 곳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자연생태의 가치가 부각하면서 2010년대에 이 일대를 공원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은 것도 이즈음이다. 이제는 양쪽으로 울창하게 늘어선 나무가 터널을 만든다. 여름 내내 이 일대에 연꽃 향기가 은은했지만, 지금은 메타세쿼이아의 청량한 향기가 그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정태겸의 풍경
[이기환의 Hi-story](93)5세 왕자는 낙마사, 10세 공주는 병사? 금령총·쪽샘 44호분 사연(2023. 07. 21 11:15)
2023. 07. 21 11:15 문화/과학
1924년과 2018~2020년 두 차례 조사된 금령총은 5세 전후의 어린 왕자 무덤으로 추정된다. 2014~2023년 조사된 쪽샘 44호분은 10세 전후의 공주 무덤으로 판단된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쪽샘 44호분=10살 소지왕대의 공주, 금령총=5살 지증왕대의 왕자?’ 얼마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쪽샘 44호분의 10년 발굴성과를 정리한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2014년 시작된 발굴은 황남대총 조사(1973~1975) 이후 40여 년 만에 진행된 장기프로젝트였죠. 신라의 독특한 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완전해체하고 그 전모를 밝혀보겠다는 야심 찬 학술조사였습니다. 한 고분을 10년간 발굴한 것도, 발굴현장을 돔으로 씌워 현장을 보호하고, 일반에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신라 공주의 현현 발굴이 진행되면서 노출 유구와 출토유물은 건건이 화제를 뿌렸습니다. 2019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안악 3호분·무용총)를 연상케 하는 ‘신라행렬도’ 토기가 출토됐습니다. 1년 뒤(2020)에는 더욱 엄청난 유물이 쏟아져 나왔죠. 금동관(1점), 금드리개(1쌍), 금귀고리(1쌍), 가슴걸이(1식), 은허리띠 장식(1점) 등 장신구 세트가 주인공이 착장한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고분의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돌무지의 규모(16~19m)가 금관총(20~22m)·서봉총(16~20m) 등 왕릉급 고분과 맞먹을 정도거든요. 돌무지의 무게만 해도 5t 트럭 198대분(992.41t)에 달합니다. 반면 출토품은 한결같이 ‘아담(한) 사이즈’였습니다. 금동관의 높이(23.2㎝)와 지름(16.5㎝)이 그렇습니다. 서봉총(높이 30.7㎝·지름 18.4㎝), 황남대총 북분(높이 27.3㎝·지름 17㎝)·금관총(27.7㎝·19㎝)·천마총(32.5㎝·20㎝·이상 금관) 등에 비해 작은 편이고요. 출토된 허리띠의 좌우 폭(34㎝) 역시도 ‘스몰 사이즈’입니다. 여성의 표지유물인 은장도도 출토됐습니다. 그래서 2020년 당시에는 주인공을 ‘150㎝ 안팎의 공주’로 추정했습니다. 주인공의 발치 쪽에서 확인된 바둑돌 860여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라 공주의 헤어스타일 며칠 전 10년의 발굴을 끝내고 성과를 총정리한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출토된 유물을 보존 처리해 완벽하게 복원한 결과물이 눈에 띄더군요. 그중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가 돋보이더라고요. 엄청 화려합니다. 하지만 복원품을 보면 175개의 금동달개가 들뜬 채(튀어나오게) 매달려 있습니다. 말을 타면서 밑에 깔아둔 실용품은 아니었다는 얘기죠. 직물의 복원품도 화려합니다.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 3가지 색상으로 무늬를 만든 삼색경금(三色經錦)이 돋보였습니다. 쪽샘 44호분의 출토품은 한결같이 ‘아담 사이즈’였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에 새롭게 밝혀낸 연구 성과 중 으뜸은 역시 ‘주인공’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우선 금동관 주변에서 폭 5㎝가량의 머리카락 다발을 확인했습니다. 분석결과 황(S) 성분이 검출됐고, 주변에 두개골 조각이 나왔습니다. 헤어스타일도 파악했습니다. 1㎝ 내외 두께로 모발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흔적으로 보입니다. 또 2020년에는 주인공의 키를 150㎝ 정도로 추정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장신구의 착장 상태로 얼추 계산한 건데요. 이번에 목관 바닥의 크기 등을 정밀 조사해 키를 130㎝로 수정했습니다. 나이는 ‘10세 전후’로 추정했습니다. 불현듯 소환되는 5세 왕자 이 대목에서 불현듯 떠오른 경주 고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금령총입니다. 이 고분의 주인공은 ‘5세가량의 어린 왕자’로 추정됩니다. 금령총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발굴됐는데요. 금관을 비롯해 귀고리, 허리띠, 목걸이, 팔찌 등 순금제 장신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말탄 인물상(기마인물형 도기)도 2점 출토됐죠. 또 특이하게도 금방울(금령)이 출토됐습니다. 따라서 이 고분에 ‘금령총’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금령총=5세 어린 왕자’로 특정한 근거가 뭘까요. 일반적으로 신라 고분의 주인공 성별을 구분할 때 ‘가는고리 귀고리-큰 칼=남성’, ‘굵은고리 귀고리-작은 칼(은장도 등)=여성’으로 판단합니다. 금령총 주인공의 머리 쪽에는 ‘가는고리 귀고리’가, 허리춤에는 ‘장식달린 둥근고리 큰칼’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남성으로 추정한 겁니다. 금령총 주인공의 나이는 어떻게 추정할까요. 주인공이 자리에서 노출된 각종 장신구로 추정할 수 있죠. 쪽샘 44호분처럼…. 그러고 보니 ‘머리(금관의 장식 끝부분)-허리-발(발찌 추정 구슬)’을 잇는 장신구의 간격은 90㎝를 넘지 않았습니다. 금관의 크기도 작았습니다. 주인공이 착장한 금관 지름(15㎝)이 다른 고분의 출토품(천마총 20㎝·금관총 19㎝·서봉총 18.4㎝)보다 작았습니다. 금령총의 금허리띠를 봐도 그렇습니다. 허리띠의 ‘꾸밈 쇠붙이’가 23점에, 길이는 74㎝ 정도인데요. 천마총 금허리띠(과판 44점·길이 125㎝)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죠. 천마총은 왕 혹은 왕족인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거든요. 그렇다면 천마총과 비슷한 시기(6세기 초) 조성된 금령총이 어린 왕자 무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됩니다. 여기에 90㎝ 정도의 키를 토대로 나이를 추론해볼까요. 2001년 경기 양주에서 17세기 중엽 미라 한 구가 발굴됐는데요. 신장은 99.4㎝, 치아로 측정한 연령대는 5.5세 정도로 밝혀졌습니다. 금령총 주인공의 키(90㎝)라면 5~6세 무렵의 왕자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주인공의 머리맡에서 확인된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화려하지만 실용적이지는 않았다. 금동달개 장식을 세워 장식한 것이 그 증거다. 장례용으로 묻어주었을 것이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순장이 있고(쪽샘 44호분), 없고(금령총) 10세 공주(쪽샘 44호분)와 5세 왕자(금령총)의 무덤을 비교해볼까요. 두 고분은 340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무덤 조성 시기는 대체로 ‘5세기 말(쪽샘 44호분)’과 ‘6세기 초(금령총)’로 추정됩니다. 연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극적인 지표가 있는데요. 순장 유무입니다. <삼국사기>는 “502년(지증왕 3) 국법으로 순장을 금한다”고 했어요. 금령총에는 순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쪽샘 44호분에서는 4~5명이 희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인공 옆자리의 공간에서 귀고리가 보였습니다. 누군가 순장된 흔적이죠. 생전에 주인공을 키우거나 돌본 유모(보모) 또는 시종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머리맡 석단에서도 금귀고리 등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순장자의 것임이 분명합니다. 안타깝습니다. 만약 쪽샘 44호분의 주인공이 502년 이후에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4~5명이라는 아까운 인명이 ‘순장’이라는 야만적인 풍습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겠죠. 주인을 위해 속절없이 따라죽어야 했을 가련한 순장자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합니다. 금령총의 특징 유물인 흙방울. 5세 왕자가 흔들고 놀았을 장난감이 아니었을까.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소지왕의 딸과 지증왕의 아들 ‘10세 공주’와 ‘5세 왕자’가 어느 임금의 자녀였는지 특정할 수 있을까요. 백제 무령왕릉처럼 “내가 무령왕이요” 하는 명문 지석이 나왔다면 또 모르죠. 그러니 100% ‘누구의 왕자, 공주’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쪽샘 4호분이 5세기 말 조성됐다면 그 시대를 다스린 임금이 누구냐, 그분은 소지왕(재위 479~500)입니다. 5세기 후반 21년이나 신라를 다스렸다면, 쪽샘 44호분은 소지왕의 딸, 즉 공주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금령총의 주인공, 즉 ‘5세 왕자’는 누구였을까요. 순장제도를 국법으로 금한 지증왕(재위 500~514)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증왕이 순장제를 없앤 뒤 시범케이스로 단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는 무덤(금령총)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거죠. 사고사한 5세 왕자, 병사한 10세 공주 또 금령총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는군요. 반면 쪽샘 44호분의 10세 공주는 그래도 죽음을 준비할 시간 여유를 갖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이 있습니다. 근거가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2018년부터 금령총을 재발굴했는데요. 그 결과 경주의 단독 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큰 봉황대와 기존에 조성된 고분 2기 사이를 비집고 금령총을 끼워 넣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상하죠. 지름 30m에 이르는 고분(금령총)을 왜 그 비좁은 틈에 굳이 ‘입주’시켰을까요. 혹시 금령총 주인공, 즉 어린 왕자의 예기치 않은 죽음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즉 봉황대의 주인공(소지왕?)이 사랑했던 왕자(정궁의 소생이든 후궁의 소생이든)가 갑작스럽게 죽자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장례를 지내준 것일 수 있답니다. 기존에 조성된 127-1, 127-2호의 앞에 끼워 넣을 만큼…. 반면 쪽샘 44호분은 주변의 고분과 중복 없이 안정적으로 조성됐는데요. 비록 10세 안팎의 어린 공주였지만 죽음을 맞이할 시간이 좀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병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엄격한 매뉴얼에 따라 무덤을 조성하고 유물을 차곡차곡 쌓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지난 7월 4일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현장에서 발굴 10년의 성과를 정리하는 시사회가 열렸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바둑돌과 돌절구 같은 왕자·공주였지만 신분은 왕자(금령총)가 더 높았던 것 같아요. 5세 왕자(금령총)는 금관을, 10세 공주(쪽샘 44호분)는 금동관을 쓰고 나왔으니까요. 두 고분의 ‘특징 유물’도 흥미롭습니다. 쪽샘 44호분에서는 ‘행렬도 토기’와 ‘바둑돌’,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1500년 전 머리카락’, ‘삼색 직물’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중 10세 공주 무덤에서 출토된 ‘바둑돌’이 눈에 띕니다. 요즘 세계바둑계를 풍미하고 있는 최정 9단이 연상되죠. ‘신라판 최정 9단’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죠. 발굴단에서 ‘미는’ 유물이 ‘돌절구와 공이’입니다. 돌절구는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출토 예가 있는데요. 이 유물이 약을 짓는 데 사용한 약용 절구였다면 어떨까요. 병에 걸린 어린 공주를 위해 생전에 약을 만들 때 사용했던 도구였을 수 있습니다. 공주가 죽자 그 절구와 공이를 묻어줬다는 스토리가 가능합니다. 기마인물형 도기의 모델 5세 왕자의 무덤인 금령총은 어떨까요. 첫 번째 특징적인 유물이 금령, 즉 금방울입니다. 금방울은 주인공의 허리춤에 매단 것과 금관에 달린 것, 두 종류가 출토됐는데요. 흙방울도 10점 정도 확인됐습니다. 흙방울 속에 소리를 내는 용도의 흙 구슬이 들어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5세 어린 왕자가 흔들고 놀았던 금방울·흙방울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금령총만의 시그니처 유물은 ‘기마인물형(말탄 인물상) 도기’일 수도 있습니다. 5세 어린 왕자의 머리맡에서 확인된 기마인물형 도기는 두 점입니다. 한 점은 주인상(높이 26.8㎝)이라고 하고요. 다른 한 점은 그 주인을 따르는 하인상(높이 23.4㎝)이라고 하죠.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이 기마인물형 도기가 마치 누군가를 모델로 만든 인상이 짙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모델은 금령총의 주인공인 5세 어린 왕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저승으로 떠나는 왕자를 하인이 안내하며 따라가는 형국이죠. 국법으로 엄금한 순장제도를 이런 식으로 대체했을 수도 있습니다. 신라판 자동차 말을 사랑한 왕자? 또 하나 금령총에서는 유독 말과 관련된 유물이 많았는데요. 재갈과 안장, 발걸이, 말띠꾸미기 등 최소 3세트의 말갖춤새를 묻어주었는데요. 말 탄 이의 체구를 알 수 있는 안장과 발걸이가 소형인 것이 특징입니다. 주인공이 어린아이였다는 얘기입니다. 또 높이가 56㎝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말 모양 도기도 출토됐습니다. 이 말은 ‘메롱’ 하듯 혀를 쑥 내밀고 있어요. 꼭 어린 왕자와 장난을 치는 것 같아요. 요즘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 있죠. 1500년 전에도 죽은 5세 어린 왕자를 위해 생전에 그토록 좋아한 말 관련 용품을 넣어준 것 아닐까요. 따라서 어린 왕자의 사인을 ‘낙마 사고’로 추정하는 이도 있습니다. 물론 고고학적인 유물을 토대로 펴보는 상상의 나래입니다. 두 무덤은 공간으로는 340m, 시간으로는 30~40년의 간격을 두고 조성됐죠. 10세 공주, 5세 왕자의 그 짧디짧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1500년 시공을 초월해 고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기환의 Hi-story
[이기환의 Hi-story](63)단신 재력가의 ‘덩이쇠’, 장신 공주의 ‘금동관’ 그리고 또 다른 여인(2022. 12. 16 11:30)
2022. 12. 16 11:30 문화/과학
‘1호(황오리 1호분), 98호(황남대총), 125호(봉황대), 126호(식리총), 127호(금령총), 128호(금관총), 129호(서봉총), 140호(호우총), 155호(천마총)…’. 일제가 1915년 고적조사사업을 벌이면서 경주 시내의 고분에 일련번호를 붙였습니다. 경주 황남동 120호분에 딸린 무덤 두 기(120호, 120-2호)는 존재하고 있다. 남편과 두 부인의 무덤으로 보인다. 금동관과 금동신발 등 각종 금·금동·은제 장신구가 출토된 120-2호 부인의 신장(키·170~176㎝)이 남편(120호·165㎝ 이상)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그후 몇몇은 이름을 얻었지만, 여전히 일제가 붙인 번호만 갖고 있는 고분이 많습니다. 그중 황남동 120호분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에 조성된 왕·귀족 무덤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조성돼 있는데요. 해방 이후 이 120호분의 봉분을 깎아 민가를 조성했고요. 봉분 상부와 주변의 교란이 매우 심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죠. 아무래도 ‘왕과 왕비릉’(황남대총·서봉총·천마총·금관총 등)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 고분으로 여겨졌죠. 그러다 2018년부터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담당해 발굴조사를 벌였는데요. 조사과정에서 120호 일부를 깎고 후대에 조성한 고분 2기를 뜻밖에 확인했답니다. 두 고분에 편의상 ‘120-1호’, ‘120-2호’의 이름을 붙였고요. 먼저 두 고분을 조사한 뒤 주인공인 120호분으로 마무리 짓는 것으로 조사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딸린 고분에서 뜻밖에 출현한 금동관 발굴과정에서 예상 밖 유물이 120-2호분에서 확인됐습니다. 금동허리띠 장식과 각종 금동말갖춤새, 청동 다리미, 쇠솥 등은 양념에 불과했고요. 120-2호의 피장자 발치에서 금동신발 1쌍을 확인한 겁니다. 조사단은 이 금동신발의 출현 사실을 언론에 급히 공개했는데요(2018년 6월 2일). 그도 그럴 것이 금동신발 발굴은 1977년 인왕동 고분 발굴 이후 43년 만의 일이었거든요. 이 무렵 발굴단이 눈여겨본 유물 노출 상태가 있었답니다. 바로 피장자의 머리 부분에서 노출된 여러 점의 금동달개였습니다. 금동관의 부속이 아닐까, 발굴단의 기대가 커졌습니다. 과연 그 예상이 맞았습니다. 추가 발굴 결과 금동관이 모습을 드러냈고요. 금동신발, 금드리개, 금귀고리 등 온갖 금·금동제와 금은장도, 은허리띠, 은팔찌, 은반지 등 금은동제 유물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4~6세기에 유행한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에서 피장자의 착장품이 풀세트로 출토된 것이 몇년 만입니까. 1973~1975년 황남대총 발굴 이후 45년 만이었습니다. 금동관의 장식 또한 매우 특이했는데요. 관테에 여러 개의 거꾸로 된 하트 모양 구멍을 끌이나 망치로 뚫어 장식했습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6세기 초 무덤의 금동관에서는 이런 하트 모양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일본 군마현(群馬縣) 금관총 고분의 금관에서 관찰되는 형식”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군마현 금관총 고분의 주인공이 신라 계통이거나 신라 문물을 받아들인 인물이었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거죠. 경주 대릉원 전경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키 170㎝가 넘는 장신의 120-2호 주인공은 여성일까요, 남성일까요. 일반적으로 신라 고분에서 주인공이 ‘굵은 고리 귀고리’와 ‘가락바퀴(실 감는 도구)’, ‘(금)은장도’ 등을 착장하고 있으면 ‘여성’으로 추정하고요. ‘가는 고리 귀고리’와 ‘큰 칼(대도)’ 등을 달거나 차고 있으면 ‘남성’으로 특정합니다. 120-2호 고분에서는 피장자가 ‘굵은 고리 귀고리’와 ‘금은장도’를 착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이라고 특정했습니다. 이 여성의 허리띠 양 끝에서는 ‘4점 묶음’의 은팔찌와 은반지도 확인됐고요. 오른팔 팔찌 표면에서는 크기 1㎜가량의 초소형 황색 유리구슬이 500여점 넘게 출토됐습니다. 작은 구슬 팔찌를 은팔찌와 함께 끼고 있었던 겁니다. 이 여성의 신장(키)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백골이 진토돼 인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착장한 그대로 노출된 ‘금동관의 중앙부~금동신발 발뒤꿈치’의 길이를 재보면 어느 정도 주인공의 키를 알 수 있겠죠. 그렇게 재보니 176㎝ 정도 됐습니다. 무덤 주인공의 신장은 최소한 170㎝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1500년 전 이 무덤에 묻힌 여성이 170㎝가 넘는 장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의 여성들도 금관(혹은 금동관)을 썼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실 금관 혹은 금동관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금령총(1924년 발굴)과 서봉총(1926년 발굴), 황남대총 북분(1973~1975)의 금관 주인공은 어린이(금령총)와 여성(서봉총)으로 알려져 있죠. 그러니 120-2호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이라 해도 하등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120호분에 딸린 또 다른 고분, 즉 120-1호분은 어떨까요. 이 고분은 120호분의 북쪽 가장자리와 불과 20㎝ 간격을 두고 나란히 조성돼 있는데요. 하필이면 이 고분 위로 민가가 들어서 있었기 때문에 크게 훼손된 것이 유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남색 및 상감 유리구슬이 여러 점 출토됐는데요. 발굴단에서는 이중 금동관의 장식품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120-1호의 주인공 역시 여성으로 추정하는데요.(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학예연구실장) 무덤 바닥에 깔린 덩이쇠의 정체는? 이렇게 120-1호, 120-2호분의 발굴을 마무리했고요. 2021년 4월부터 발굴조사의 핵심인 120호분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120호분의 주인공은 왕과 왕족까지는 아니어도 신라 최상위 귀족으로 추정됐습니다. 봉분의 지름(28m)이 왕릉급(평균 40~60m)은 아니어도 중형급 정도는 되거든요. 무엇보다 그 120호분에 딸린 부속 고분, 즉 120-2호에서 금동관을 비롯한 금·금동·은의 풀세트를 장식한 여성이 출현했잖습니까. 비록 크게 훼손된 무덤이지만 120-1호 주인공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을 가능성이 크고요. 120-1호분은 하필이면 이 고분 위로 민가가 들어서 있었기 때문에 크게 훼손된 것이 유감이다. 이곳에서 남색 및 상감 유리구슬이 여러 점 출토됐다. 120-1호의 주인공 역시 여성으로 추정된다. /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그렇다면 120호분은 어떨까요. 무덤의 규모를 보면 ‘메인’인 120호(매장주체부 길이 1080㎝·너비 7m)는 120-1호(길이 610㎝·너비 380㎝), 120-2호(길이 720㎝·너비 5m)의 두 배 정도 되거든요. 핵심인 120호 출토 유물이 얼마나 대단할까, 뭐 이런 생각으로 발굴작업에 돌입했답니다. 그 결과가 며칠 전(12월 8일) 나왔는데요. 과연 그 유구 양상과 출토 유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주검칸에는 납작한 덩이쇠를 여러 점 깔아놓은 뒤에 주인공을 안치했고요. 가장자리에는 석단을 놓았습니다. 석단에서는 굽다리접시, 입이 곧은 항아리, 받침대가 있는 목긴 항아리 등의 제사도구가 출토됐는데요. 장례 및 제사행위가 이뤄졌음을 알리는 유물이죠. 주인공의 목과 가슴 부근에는 금제 가는 고리 귀고리와 유리구슬 가슴걸이가, 허리 부분에는 은제 허리띠, 철제 큰 칼(대도) 등을 착장하고 있었습니다. 머리 부근에서는 금속판의 일부를 도려내고 남은 부분을 무늬로 표현한 관장식(은제 투조관식)과 금동 투조 관모가 확인됐습니다. 또 주변에서 금동제 말갖춤을 비롯해 청동 다리미, 운모, 각종 토기류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가는 고리 귀고리’와 ‘큰 칼(대도)’을 착장하면 ‘남성’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120호 주인공 역시 ‘남성’으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다리 부근에 정강이뼈로 추정되는 인골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그걸 토대로 신장을 추정하면 ‘최소한 165㎝ 이상’으로 판단할 수 있답니다. 신라 공주와 제철 가문의 정략결혼? 120호와 그에 딸린 120-1호, 120-2호 무덤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세 무덤의 위치와 출토 유물을 토대로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합니다. 우선 세 무덤 주인공의 신분 차이입니다. 120-2호의 주인공(여성)은 금동관과 금동신발을 비롯한 금·금동·은제 유물을 풀세트로 착장했죠. 연구자들은 120-2호의 주인공을 신라 왕족 여성, 그중에서도 공주일 가능성을 개진하고 있어요. 반면 정작 핵심인물인 120호분의 주인공(남성)은 어떤가요. 금동관모와 관장식 등 만만치 않은 유물이 들어 있기는 했습니다. 120-2호 여성만큼은 아니죠. 대신 120호의 남성은 덩이쇠(철정)를 바닥에 깔고 누워 있었죠. 다수의 신라 및 가야 고분의 관 밑바닥에 깔아놓았던 덩이쇠는 죽은 자의 부와 권력을 상징합니다. 덩이쇠는 금괴처럼 돈으로 쓰였고, 실제로 철제도구를 만들 때도 사용됐으니까요. 120호분 주인공이 누워 있는 모습 /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이 대목에서 고고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볼까요. 당대 철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당대의 ‘재벌’이 신라 공주와 정략결혼을 하지 않았을까요. 신분 상승을 위해? ‘지나친 억측’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죠.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가 출신이면서 신라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세습재벌이 있죠. 바로 김유신(595~673)의 가문인 ‘재매정택’인데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39곳의 금입택(金入宅·부자)’ 중 독보적인 가문이죠. 그런 김유신 장군이 바로 여동생(문희)을 왕가(태종무열왕 김춘추·재위 654~661)에 시집보냈잖아요. 김유신 자신도 훗날 태종무열왕의 셋째딸(지소부인)과 혼인했고요. 신라에서 돈 많은 재력가와 권력가의 남성이 공주와 혼인하지 말라는 법이 없죠. 이 대목에서 신라의 4대 임금인 탈해 이사금(재위 57~80)을 거론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삼국유사>에 따르면 탈해왕은 “나는 본래 대장장이 출신(我本冶匠)”이라고 소개하는데요. 탈해왕의 성은 석(昔)씨죠. 16대 흘해왕(재위 310~356)까지 왕 8명을 배출했습니다. 덩이쇠를 무덤 바닥에 깔아놓은 120호분의 주인공은 혹시 흘해왕 이후 100년이 훌쩍 지나 퇴락한 석씨의 후예는 아닐까요. 이제 왕위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한때는 신라의 왕통을 이었던….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제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120호 남성과 120-2호 여성의 신장인데요. 120호 남성은 ‘최소 165㎝ 이상’으로, 120-2호 여성은 ‘170㎝ 이상’으로 추정됐는데요. 두 분이 부부였다면 부인의 키가 남편보다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공주 본부인보다 사랑받은 후처? 이밖에 120호 주인공 남성과 두 여성(120-1호·120-2호)의 관계는 어땠을까요. 우선 각 고분 출토 유물의 연대로 보아 120호(남성)는 5세기 말 120-1호, 120-2호(이상 여성)는 6세기 초로 해석됩니다. 120호분 남성이 죽은 뒤 20년 사이에 120-1호, 120-2호가 비슷한 시기에 묻힌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족묘로 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덤 조성의 간격 등으로 미뤄 남편(120호)과 두 부인(120-1호·120-2호)의 고분으로 추정하는 게 상식적이라는군요. 두 부인의 무덤 중 금동관과 금동신발 등이 확인된 120-2호분은 남편(120호분)의 남쪽에 조성됐고요. 남편묘의 일부를 뚫고 들어섰습니다. 또 다른 부인묘인 120-1호는 남편(120호분)의 봉분 위 흙을 굴착하고 들어섰는데요. 경주 황남대총 남분(남성)에서 확인된 덩이쇠(철정) 더미(왼쪽)와 부산 복천동 22호분에서 철도 레일처럼 깔린 덩이쇠. 신라 및 가야 고분의 바닥에 깔아놓았던 덩이쇠는 죽은 자의 부와 권력을 상징했다. 덩이쇠는 금괴처럼 돈으로도 쓰였고, 실제로 철제도구를 만들 때도 사용했다. /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남편 무덤의 돌무지 북쪽 가장자리와 불과 20㎝ 간격을 두고 조성된 게 눈에 띈다는군요. 무엇보다 남편묘와 마치 나란히 누운 것처럼 ‘북서~남동’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120-2호 부인은 120-1호 부인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고, 방향(‘동-서’) 또한 약간 다릅니다. 이 대목에서도 고고학적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데요. 이런 겁니다. 무덤 바닥에 덩이쇠를 깔아 부를 과시한 제철 가문이 신분 상승, 정략결혼의 차원으로 신라 공주(120-2호)와 혼인했다, 그 공주는 남편(120호)의 정부인이었을 것이다, 정작 남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부인은 다른 분(120-1호)이었다, 뭐 이런 상상 어떻습니까. 이 또한 지나친 억측 아니냐고 무시하는 분들도 있겠죠. 아닌 말로 그냥 최상위 귀족 가문의 직계가족묘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120호를 중심으로 확인된 세 고분의 정체를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 한번 흥미롭게 정리해본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역사는 스토리텔링이니까요.
이기환의 Hi-story
[양다솔의 기지개 켜기](14)개미왕국에 이사 온 공주(2022. 11. 25 14:28)
2022. 11. 25 14:28 사회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공주다. 그에게 묻는다. “공주야, 잘 잤니?”, “공주야, 뭐해?” 그가 답한다. “응, 잘 잤어.” 그를 감히 생명 분류로 설명하는 우를 범해보고 싶다. 전체적인 목(目·생물 분류의 한 단위)은 새송이버섯이다. 부정할 수 없이 버섯 같은데 매끈하고 큼직하고 맹하고 선한 느낌이 딱 새송이다. 목의 아래에 있는 과(科)는 코알라라고 말하고 싶다. 전혀 누구한테 안길 사이즈나 담겨갈 만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가 코알라를 닮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신이 언젠가 새송이버섯목에 코알라과인 공주를 스쳐 지나가게 된다면, 누구든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러니까 그는 새송이버섯목에 코알라과 공주였고, 그래서 그를 공주라 부르는 순간은 늘 조금 웃겼다. 그는 내가 아는 가장 공주답지 않은 공주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킨로션도 겨우 챙겨 바르고 도무지 색깔이 있는 옷을 입지 않았다. 사치라고는 “화가 나서 곧장 서점에 가 읽고 싶었던 책 3권을 마구 샀어!” 하고 씩씩대는 게 전부였다. 나이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당황스러운 일이 있어도 좀체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다. 호들갑 같은 건 5억년 전쯤에 이미 끝났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특유의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엔 초연함과 현명함이 공존해서 나로 하여금 “파란 지붕에 적격인 인재”라고 말하게 했다. 개미집에 얹혀살다 그는 척 보기에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나와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두 번째 만났을 때였다. 먼지 한톨도 없고 모든 것이 종과 횡으로 정확하게 나열된 집에 나를 초대했다. 3‘명’의(그는 동물을 ‘명’이라 말한다) 전혀 다른 모양새의 고양이 선생님들과 인사를 시킨 뒤, 그대로 책장 앞으로 데려가 맹세하건대 스케치북만큼 크고 성경보다 두꺼운 개미와 꿀벌에 대한 책들을 자랑할 때쯤엔 그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땅속에서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개미에 대해 얘기할 때의 얼굴을 모두가 봤으면 한다. 환희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그 얼굴을 넣고 싶다. 다른 종에 대해 그토록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마치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친구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그를 만나고부터 나에게 개미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개미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지구에서 개미란 존재가 선명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길에서 개미를 마주치면 반갑기까지 했다. “안녕, 공주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하고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공주가 언젠가 새로 이사한 집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개미의 집이었다. 한두마리 정도가 아니었다. 그가 이사한 곳은 개미왕국이었다. 텅 빈 방 안에 개미집이 거대한 군락을 짓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개미가 바닥을 기어다녔다. 그는 새로 계약한 집에 개미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기에 조금 놀랐으나 그냥 살기로 했다. 개미에게 이제 이곳의 월세는 내가 내니까 방을 빼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미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말 없이 들이닥친 자신들이 불청객이었다. 그들이 다니는 길을 피해 짐을 놓아두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매트리스를 펴고 잠을 잤다. 개미집에 얹혀살게 된 셈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일이다.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살게 된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그 동거는 개미에게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개미는 여느 때처럼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바빴다. 반면 인간에게는 문제였다. 일상이 개미투성이가 됐다. 찌개를 끓여도 개미가 나왔고, 속옷에서도 개미가 나왔으며 여행을 가서 가방을 열면 개미가 따라 나왔다. 늘 몸이 간지러웠고 곳곳에 개미에게 물린 상처가 있었다. 먼저 백기를 든 것은 못지않게 개미를 사랑하는 그의 애인이었다. 그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한다는 듯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세스코 부르자.” 공주는 특유의 초연함과 현명함을 가진 얼굴로 결연하게 말한다. “절대 안 돼.” 그에게 세스코를 불러 개미들을 죽이는 행위란 홀로코스트와 같았다. 사람들에게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자행되는 일이었으나 그것은 파시즘과 다른 구석이 없었다. 더군다나 공주에게 개미와 살며 생기는 불편함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들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었다. 인간이 왔을 때는 꿈쩍도 안 하던 개미들이 그들이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오자 순식간에 대이동을 시작했다. 나는 말했다. “정말이지 인간이란 연약하기 짝이 없네.” 그가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는 개미 공주야.” 이상하고 아름다운 위로 수많은 개미 중에서도 개미 공주는 날개를 갖고 태어난다. 철저한 위계 사회로 움직이는 개미의 세계에서 공주는 장차 여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다. 공주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는 위치냐면 전혀 아니다. 개미 공주는 일반 개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일과 의무가 있다. 백성들을 책임지고 대소사를 결정하고 왕국의 중대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군주의 역할을 한다. 나는 그가 살아온 과거에 대해 말해줄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득해지곤 했다. 그는 생존자라고 불러 마땅한 사람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힘 빠진 소리로 웃으며 그를 “넷플릭스급”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의 삶은 넷플릭스 같은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질리도록 반복됐던 고난과 역경의 클리셰, 스펙터클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힘들 때마다 자신을 개미 공주라고 상상한다고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닥칠 때마다 자신은 여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고, 당장 백성들의 안위가 달린 문제라고 되뇌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무리 어렵고 불행한 일도 조금은 견뎌낼 힘이 생겼다고 했다. 모든 것을 공주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그 모든 역경을 헤엄쳐 나왔다. 그 말을 듣고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이토록 이상하고 아름다운 위로는 처음이었다. 그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 일했다. 어느 날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자신과 똑같다는 걸 알았다. 어떤 생명도 그렇게 살지 않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동일시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쉽게 바래지는 법이 없다. 매일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면서도, 인간이 가장 약한 생명에게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보면서도, 그는 끈질기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아갔다. 마치 자신의 생이 달린 일처럼. 나는 그에게서 수많은 생명을 본다. 그렇게나 많은 것들을 자신처럼 사랑하면서, 그는 자주 죽고 싶다고 말했다. 살고자 마음먹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말했다. 그가 죽으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함께 죽게 될까. 그가 죽는 순간 나의 어떤 부분도 영영 죽을 것 같아 두려워졌다. 불행을 너무도 잘 알아서, 위태로운 생을 너무 잘 알아서, 그는 그 모든 것의 공주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나는 부른다. “공주야.” 네가 살아가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생을 살리는 일인지. 그것을 다 설명할 길이 없어,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양다솔의 기지개 켜기

레이디경향(총 24 건 검색)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아’, 2024 멧 갈라 커스텀 룩 어디 꺼?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아’, 2024 멧 갈라 커스텀 룩 어디 꺼?
2024. 05. 08 16:24 패션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제공 지난 6일(현지 시각) 진행된 ‘2024 멧 갈라’에 참석한 스타들의 의상이 화제다. 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패션 자선 행사로, 올해의 레드카펫 드레스 코드는 ‘시간의 정원(The Garden of Time)’이다. 특히 세계적인 팝스타 라나 델 레이와 어셔가 션 맥기르의 알렉산더 맥퀸 커스텀메이드 룩을 착용해 주목을 받았다. 라나 델 레이는 더블 조젯 실크와 튤 소재의 커스텀메이드 코르셋 드레스를 선보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 드레스는 망치로 두들긴 듯한 브론즈 소재의 산사나무 가지가 수놓여 있다. 헤드 피스 또한 수작업 된 천연 산사나무 가지 디테일과 튤 베일 드레이프 장식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서유럽의 전래 동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연상된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제공 어셔는 블랙 로즈 아플리케 디테일이 있는 블랙 울 트윌 소재의 커스텀메이드 케이프와 올 오버 제트 스톤 자수와 레드 로드 아플리케 디테일이 돋보이는 블랙 울 바라시아 소재의 턱시도 재킷과 팬츠, 블랙 실크 시폰 소재의 셔츠를 착용했다. 여기에 블랙 레더 소재의 페도라와 부츠를 더해 카리스마 넘치는 룩을 완성했다. 한편 알렉산더 맥퀸은 지난 3월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의 첫 컬렉션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공식 석상 룩으로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태국 공주의 죽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우리도 방심할 수 없다
‘태국 공주의 죽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우리도 방심할 수 없다
2023. 12. 28 10:47 건강
폐렴, 독감, 급성 기관지염을 비롯한 여러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EBS 제공 겨울철, 호흡기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폐렴, 독감, 급성 기관지염을 비롯한 여러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그중 폐렴은 암, 심장 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로 65세 이상 노인들이 폐렴에 걸리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까지 유행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올겨울 호흡기 질환 어떻게 잡을까? 호흡기 내과 오연목 교수, 이세원 교수와 함께 EBS <명의>가 자세한 정보를 전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어른도 안심할 수 없다! 태국 공주를 의식불명에 빠뜨리고 중국 전역으로 확산돼 세계를 긴장하게 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유행이 시작됐다. 특히 소아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른이라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안심해도 될까? 고열과 기침, 가래가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은 한 39세의 남성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진단받았다. 바로 어린 딸에게 전염된 경우인데, 처음엔 잠복기 때문에 단순한 몸살이라고만 생각했다가 40도 가까이 열이 오르면서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항생제 처방을 통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주는 공포는 크다. 그렇다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렸을 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명의와 함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대한 정확한 의학 정보를 알아보자. 고위험군에겐 암보다 무서운 폐렴, 치료법과 예방법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폐렴은 먹는 항생제만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폐렴이 암보다 무서운 고위험군이 있다. 바로 고령자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다. 간암 투병 중인 한 70대 남성이 폐렴으로 긴박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폐렴 합병증인 늑막염과 패혈증이 동반돼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한편 60대지만 오랜 흡연으로 인해 폐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던 환자 역시 폐렴으로 응급 입원을 했다. 두 환자 모두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위독할 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폐렴 증상이 시작되자마자, 병원을 찾아 주사 항생제 치료 등을 통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폐렴에 걸렸을 때,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폐렴에 걸리지 않고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없는 걸까? 명의가 폐렴을 이겨내기 위한 치료법과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을 알려준다. 폐렴은 암, 심장 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로 65세 이상 노인들이 폐렴에 걸리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EBS 제공 기침과 가래에 호흡기 질환의 신호가 담겨있다? 기침이 수개월 동안 멈추지 않고, 가래 색깔이 유독 진해진 경우가 있다면? 이것은 과연 어떤 신호일까? 십 년 동안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고통받았던 한 60대 여성은, 뒤늦게 만성 기관지염 치료를 받고 기침이 멈췄다. 또 다른 70대 환자는 가래 색깔이 고름처럼 노랗고 피가 동반되자, 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치료를 받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놀랍게도 가래 색깔과 기침의 지속기간은 호흡기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다. 가래 색깔이 누렇거나 짙어지면 감염을 나타내는 신호다. 또 기침이 3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천식이나 기관지 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우리 몸의 방어기제인 기침과 가래를 통해 호흡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법을 공개한다. 호흡기 건강과 수명 연장에 필수적인 운동법은? 만성적인 기침과 가래는 물론 호흡곤란 증상까지 왔다는 한 60대 남성. 폐 기능 검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숨이 차는 증상이 특징적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었다. 오랜 흡연으로 인해 폐 기능이 크게 떨어졌던 그는 오연목 교수가 강조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폐 기능을 회복했고, 기침과 가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기관지가 영구적으로 확장되는 기관지확장증 때문에 기관지 염증이 반복됐던 한 60대 여성. 약물치료와 함께 이세원 교수가 강조한 호흡재활 치료를 병행했다. 호흡재활 치료는 근력 운동과 복식호흡, 기도청결법 등을 통해 만성호흡기 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BS <명의 - 호흡기 질환 비상! 기침과 가래가 보내는 SOS>에서는 겨울철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폐렴, 기관지염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법을 오연목·이세원 교수에게 듣는다. 29일 밤 9시 55분 방송.
[세기의 비하인드]“행복하게 오래오래”는 동화일 뿐…역사 속 불행한 공주들 이야기
[세기의 비하인드]“행복하게 오래오래”는 동화일 뿐…역사 속 불행한 공주들 이야기
2023. 01. 24 09:01 문화/생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 속 이야기였다. 평생 불행과 우울 속에 살다간 4인의 왕실 여성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 영화 <왕과 나>, <프린세스 다이어리>,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등 신데렐라 스토리는 소녀들의 한때 로망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모든 공주나 왕비가 동화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공주로 태어나거나 혹은 왕자와 결혼해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불행과 우울 속에서 살다 간 4명의 왕실 여성들이 있다. 세계적 갑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왕국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라시드 알 막툼 국왕의 부인 하야 빈트 알 후세인 왕비. AP통신 탈출 감행한 두바이 ‘하야 왕비’ 최근 아랍의 한 왕비가 자유를 선언했다. 460억 원이라는 돈을 들고 11살 딸, 7살 아들과 함께 탈출한 왕비는 영국 법정을 통해 왕에게 이혼 소송을 냈다. 세계적 갑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왕국의 셰이크 무함마드 국왕의 부인 하야 빈트 알 후세인 왕비가 그 주인공이다. 하야 왕비는 요르단 전 국왕의 딸이자, 현 국왕의 이복동생이다. 영국에서 성장한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를 거쳐 2004년 12살 많은 무함마드 국왕과 결혼한다. 그의 여섯 번째 부인으로. 탈출 이유에 대해 하야 왕비는 “단지 내 생명을 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국왕은 “아내가 경호원과 바람을 피웠다”며 맞대응하며 이혼 소송 중이다. 두바이 왕실 탈출한 라티파 공주. 공주는 탈출 직전 남긴 영상에서 ‘감시받는 삶’을 살았다고 폭로한다. 유튜브 캡처 하야 왕비에 앞서 탈출을 감행하고 망명한 왕실 여성이 있다. 무함마드 국왕의 첫 번째 부인의 딸인 라티파 공주다. 공주는 탈출 직전 남긴 영상에서 “왕실에서는 시간, 장소, 먹는 것까지 기록되는 ‘감시받는 삶’을 살았다”라며 “여자라는 이유로 중학생 수준 이상 교육은 받지 못했다”라고 호소했다. 두바이 지역 인권 활동가인 라다 스털링은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라티파 공주에게 가해진 국왕의 학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하야 왕비도 자신이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국왕은 6명의 왕비 사이에 23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야 왕비가 ‘안전 이혼’해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다이애나는 평생 남편이 다른 남성의 아내인 카밀라 파커 보울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BBC 유튜브 캡처 한 지붕 아래 세 사람 영국 ‘다이애나비’ 1981년 7월 영국의 세인트 폴 성당 앞, 한여름 무더위에도 사람들은 20세기에 벌어지는 동화의 한 장면을 보기 위해 빼곡히 모여들었다. 동화 속 주인공인 다이애나는 상아색 비단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차에서 수줍게 내려섰다. 그녀는 젊고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다이애나 스펜서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에 대해 언론은 ‘동화 속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대서특필했지만 다이애나에게는 그 결혼식이 불행의 서막이었다. 다이애나는 평생 남편이 다른 남자의 아내인 카밀라 파커 보울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훗날 다이애나비는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세 사람이 함께한 결혼이니 좀 붐볐죠”라고 자조적으로 말할 정도였으니.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남편의 불륜을 용인하면서 외적으로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통한의 결혼 생활을 보냈다. 질투와 배신감을 감추고 거짓된 삶을 사는 동안 다이애나비는 몇 차례의 자살 시도와 폭식증, 거식증에 빠져 피폐해져 갔지만 찰스 왕세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우여곡절 많은 결혼 생활은 15년 후 1996년 8월 결국 이혼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1년 후 1997년 8월 다이애나비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 독립의 상징이던 대한제국 덕혜옹주는 인질로 일본에 끌려가 평생 고국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 대한제국 ‘덕혜옹주’ 1919년 고종황제가 승하했을 때 덕혜옹주는 고작 8살이었다. 때는 삼일운동이 불같이 일어나던 해,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고픈 국민들의 열망이 타오르던 시기다. 대중들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옹주를 중심으로 독립의 의지를 모았고 옹주의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런 옹주의 존재를 일본이 가만히 둘리가 없었을 터. 옹주를 인질 삼아 일본으로 데려간다. 그에게 일본식 의상을 입히고 일본식 교육을 강요했다. 그 뒤 1년 만인 1926년 아버지처럼 따르던 순종마저 서거하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 양 귀인마저 죽자, 어머니 장례식 이후 덕혜옹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며 병세는 날로 나빠져 조발성 치매를 진단받기에 이른다. 덕혜옹주가 스무 살이 되는 해 강제 국권침탈 이후 일본은 영친왕에 이어 덕혜옹주까지 일본인과의 혼인을 추진한다. 덕혜옹주의 배우자로는 대마도 도주의 후예인 백작 소 다케유키가 선택된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황실의 유일한 여성으로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했던 만큼 소 다케유키도 거부할 이유가 없는 ‘남는 장사’였다. 1931년 5월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 이듬해 딸 정혜(마사에)가 태어난다. 덕혜 옹주의 딸 마사에. 딸 출산 이후 덕혜옹주는 위안을 찾으려 했지만, 정략 결혼한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이 없었다. 홀로 낯선 땅에 의지할 곳 없이 남겨진 가슴 속 응어리로 심신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고 심신 미약을 넘어 조현병 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 덕혜옹주는 38년만인 1962년 51세가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귀국하는 사진 자료. 결국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다케유키는 백작 지위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덕혜옹주를 도교 도립 마츠자와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일본 여자와 재혼한다. 그 탓에 덕혜옹주는 정신병원에서 다량의 브로민화 칼륨을 처방받고 조현병 치료에 근거가 없는 고통스러운 감전 치료를 수년 동안 받았다. 항간에는 소 다케유키가 생전에 남긴 시로 아내 덕혜옹주를 진정으로 사랑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판타지에 가깝다. 마음이 아픈 아내를 두고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일본 여자와 재혼한 행동으로는 그리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가. 덕혜옹주는 일본으로 건너간 지 38년만인 1962년 51세가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 왕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라고 칭송받았고 남성들과 숱한 염문을 뿌렸지만 진정한 사랑은 얻지 못했다. 첫사랑 못 잊어 영국 ‘마거릿 공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는 여러모로 언니와 달랐다. 왕위에 대한 책임감으로 조용하고 엄숙한 언니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이라 항상 모든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굉장한 미녀였다. 영국 왕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라 칭송받았다. 언니인 엘리자베스가 필립 공과 혼인하자, 막 17살이 된 마거릿 공주는 본격적으로 사교계에 진출하며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다. 사교계 생활 중 마거릿은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 그 상대는 조지 6세의 시종 무관이던 피터 타운센드 공군 대령이었다. 마거릿은 그와 약혼을 결심하지만 문제는 그가 16세 연상에 이혼남이라는 점. 왕실과 성공회의 반대는 불보듯 뻔했다. 마거릿 공주와 피터 타운센드 공군 대령. 왕실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 일설에 의하면 언니 엘리자베스 2세는 하나뿐인 동생이 원하는 것이니 들어주려 했으나, 의회는 “마거릿이 피터와 결혼한다면 왕위 계승권은 물론 공주 작위와 재산도 모조리 포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단의 조치로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피터를 아예 벨기에 무관으로 2년 동안 보내버렸으니 세기의 로맨스는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첫사랑과의 결혼을 포기한 마거릿은 짧은 연애만 끊임없이 하고 좀처럼 결혼 소식이 들리지는 않았다. 이러다 마거릿 공주가 평생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사랑 피터가 25세 연하의 벨기에 여성과 재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거릿은 큰 충격을 받고 약 한 달 만에 약혼을 선언한다. 당시 사귀고 있던 왕실 사진사 안토니 암스토롱 존스와. 왕실 사진사 안토니 암스토롱 존스와 결혼식을 올린 마거릿 공주. 두 사람의 성급한 결혼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남편 안토니는 양성애 성향이 다분했고 결혼 전부터 연애 관계가 복잡했다. 불같은 성격의 마거릿도 그의 사생활을 절대 참지 않았다. 결혼 5년 만에 두 사람은 거의 남남이 되어버리고 마거릿도 보란 듯이 맞바람을피우기 시작했다. 결국 마거릿의 열애 현장은 파파라치의 먹잇감이 됐다. 보도 이후 마거릿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결혼 18년 만인 1978년 두 사람은 이혼을 발표한다. 이 이혼은 헨리 8세 이후 영국 왕실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을 만큼 파격적인 소식이었다. 이후 ‘돌싱’이 된 마거릿은 믹 재거부터 갱단 두목까지 방황하듯 숱한 스캔들을 몰고 다니며 왕실의 문제 인물로 거듭난다. 그러다 12년 뒤 첫사랑 피터와 재회하기도 했는데 당시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79세였던 피터는 거동이 불편해진 노인이었지만 마거릿은 그를 보고 자신의 절친이자 샤프롱(시녀)인 남작 부인에게 아련한 눈빛으로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거릿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이는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피터였다. ■자료제공: 유튜브 채널 <지식 아닌 지식> 지식 아닌 지식여러분의 스몰토크를 위한 달달한 지식들입니다.https://www.youtube.com/@yeswawa
'나니아 연대기' 막내공주 조지 헨리 ‘괴사성 근막염’ 10년 투병 “팔 절단 막기 위해…”
'나니아 연대기' 막내공주 조지 헨리 ‘괴사성 근막염’ 10년 투병 “팔 절단 막기 위해…”
2022. 10. 28 07:25 문화/생활
영화 ‘나니아 연대기’ 루시 역을 맡았던 배우 조지 헨리가 지난 10년 간 박테리아에 의한 괴사성 근막염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막내 공주 ‘루시’ 역을 맡아 깜찍한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출신 조지 헨리가 지난 10년의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공식석상에서도 늘 감춰왔던 그의 왼손이 일명 살 파먹는 박테리아(Flesh-Eating Bacteria)로 불리는 희귀 세균성 괴사성 근막염을 앓아왔던 것이다. 그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치사율 20%인 세균성 괴사성 근막염에 걸린 후 팔을 절단할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18세 때, 대학 입학 후 6주가 지나서 팔이 근막염으로 괴사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질환은 내 목숨을 거의 앗아갈 뻔 했고 몸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며 “왼팔의 절단을 막기 위해 침습적 수술을 받았고 나중에는 광범위한 부위에 재건 수술을 받아 피부 이식 흔적과 흉터가 생겼다”고 말했다. 헨리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치유에만 수 년이 걸렸고 이제야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SNS에 자신의 팔을 드러낸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조지 헨리는 지난 9년간 근막염으로 인한 수술 흉터를 메이크업이나 긴소매로 가려왔다고 고백했다. SNS 캡처 그는 “지난 9년 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붕대나 메이크업으로 흉터를 가려왔다. 혹은 긴 소매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 포즈로 상처를 숨겨왔다”며 “언제나 미적인 완벽함을 요구받는 배우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 걱정했다”는 심적 고통을 전했다. 어린 나이에 배우를 시작한 만큼 성장하는 동안 주변에서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이 아픈 그에게는 독이었다. 괴사성 근막염은 희귀 세균으로 인해 피부 심부 피하조직이 썩어들어가는 병으로 주로 근막을 따라 발생한다. 단기간에 치명적인 상태로 번질 수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2010년 이후 매년 약 700~1150명이 괴사성 근막염 진단을 받고 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5명 중 1명이 감염으로 사망하는 드물지만 무서운 병이다. 조지 헨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술 흉터를 공개하며 “마침내 자유로워져 기쁘다”는 소회를 전했다. “내 흉터는 부끄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이 견뎌낸 고통의 지도이자 가장 중요한 내 생존을 상기시켜 주는 흔적입니다. 배우로써 나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흉터는 나의 자랑스러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10년 간의 투병과 심정에 대해 털어놓은 후 “나는 미래에 내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것이고 오늘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며 홀가분한 기분을 전했다. 조지 헨리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이후 아역 출신 ‘정변’ 배우로 성인 연기를 재개했으며 지난 2014년 미국 시리즈물 ‘더 시스터후드 오브 나이트’ 이후 활동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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