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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 건군절 77주년 맞아 “새로운 계획사업” 언급
김정은, 북 건군절 77주년 맞아 “새로운 계획사업” 언급
2025. 02. 09 21:10정치
... ‘5개년 계획’ 후속 예고 핵 포함 재래식 무기 강화 예상 러시아와 연합훈련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김정은 “핵 포함 억제력 강화 새 계획”…기존 ‘5개년 계획’ 후속 예고
김정은 “핵 포함 억제력 강화 새 계획”…기존 ‘5개년 계획’ 후속 예고
2025. 02. 09 13:29정치
...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 새 계획” 전문가 “새 계획에 북·러 연합훈련 담길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창건(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김정은 “지방병원 매년 20개 시군에 건설”…다기능 종합봉사소도 착공
김정은 “지방병원 매년 20개 시군에 건설”…다기능 종합봉사소도 착공
2025. 02. 07 10:47정치
... 진행 “2025년은 보건 혁명의 원년으로 기록돼야” “다재다능한 인재 육성의 터전이자 요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강동군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에 참석하고 연설했다고...
김정은, 7연임 벨라루스 대통령에 축전…‘회담 제안’ 부인 2주 만에
김정은, 7연임 벨라루스 대통령에 축전…‘회담 제안’ 부인 2주 만에
2025. 02. 04 11:47정치
...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7번 연임한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앞서 북한은 자신이...

스포츠경향(총 1,200 건 검색)

김정은이 이끄는 최하위의 반란···하나은행, 또 삼성생명 잡았다
김정은이 이끄는 최하위의 반란···하나은행, 또 삼성생명 잡았다
2025. 02. 07 22:00 스포츠종합
하나은행 김정은이 7일 삼성생명과 경기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WKBL 제공 최하위 부천 하나은행이 또 3위 용인 삼성생명을 꺾었다. 하나은행은 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연장 접전 끝에 63-60으로 꺾었다. 지난 2일 원정경기에서 52-47로 삼성생명을 잡은 하나은행은 5일 청주 KB에 66-60으로 승리한 데 이어 닷새 만에 다시 만난 삼성생명을 또 눌렀다. 3연승을 달린 하나은행은 8승18패를 기록, 공동 4위인 인천 신한은행과 KB(이상 9승16패)와 간격을 1.5경기 차로 좁혔다. 베테랑 김정은이 결정적인 3점슛 2개를 포함해 20득점 8리바운드로 승리에 앞장섰고, 김시온이 12득점 5리바운드, 정예림이 10득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삼성생명은 배혜윤(17득점 11리바운드)과 이해란(13득점 12리바운드)이 나란히 더블더블을 작성하고 조수아가 3점슛 3개 포함 14득점으로 활약하며 경기 후반 대추격전 끝에 역전까지 하고도 연장전을 허용,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승리를 내줬다. 하나은행은 32-18로 여유있게 전반을 앞섰으나 3쿼터 이후 수비가 뚫려 후반에는 23-37로 밀렸다. 43-38로 앞선 채 시작한 4쿼터에서 50-40까지 앞서다가 유하은, 이해란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했고 이후 1분 여 사이에 조수아에게 3점슛 2개를 내주면서 종료 2분3초를 남기고 52-52 동점을 허용했다. 배혜윤에게 2점슛, 조수아에게 자유투를 허용해 52-55로 오히려 역전까지 당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종료 29초를 남기고 3점슛을 꽂아넣으면서 동점을 만들어 팀을 패배 위기에서 꺼내고 연장전으로 승부를 가져갔다. 외곽슛 대결로 시작한 연장전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이 승부를 갈랐다. 연장전 시작하자마자 이해란의 2점슛으로 삼성생명이 앞서나갔지만 하나은행 정예림이 3점슛으로 58-57 역전시켰다. 삼성생명도 조수아의 3점슛으로 응수해 다시 60-58로 앞섰다. 여기서 김정은이 다시 3점슛를 성공시켰다. 하나은행은 61-60으로 앞섰고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모두 실패하는 등 슛이 불발돼 2분 30여초 동안 침묵했으나 종료 58초를 남기고 김정은이 따낸 리바운드에 김시온이 2점슛을 성공, 63-60을 만들었다. 김정은은 경기 종료 10초 남기고는 김아름의 공을 가로채 마지막 공격권까지 뺏으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최고참’ 김정은의 버저비터, 하나은행을 살렸다···신한은행에 58-56 승리, 2연패 탈출
‘최고참’ 김정은의 버저비터, 하나은행을 살렸다···신한은행에 58-56 승리, 2연패 탈출
2025. 01. 03 03:27 스포츠종합
버저비터를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부천 하나은행 김정은. WKBL 제공 부천 하나은행이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베테랑’ 김정은의 버저비터로 인천 신한은행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신한은행에 58-56으로 이겼다. 연패에서 탈출한 하나은행은 5승11패를 기록했다. 올스타전 휴식기 전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한 신한은행(5승11패)은 내친김에 첫 3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나란히 공동 5위가 됐다. 3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양 팀은 마지막 쿼터에서 뜨겁게 격돌했다. 36-41로 뒤지고 있던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시소게임을 펼치다가 이시다 유즈키의 연속 3점슛에 힘입어 조금씩 분위기를 가져왔다. 경기 종료 3분37초를 남기고는 양인영의 페인트존 득점으로 51-50 역전에 성공했고, 2분 58초를 남기고는 진안의 속공으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신한은행의 맹추격을 뿌리치려 했던 하나은행은 김시온의 실책 직후 종료 7초를 남긴 시점에서 신지현에게 페인트존 득점을 내줘 56-56 동점을 허용했다. 거기에 신지현에게 추가 자유투까지 내줬는데, 다행히 공이 림을 외면해 역전패 위기는 모면했다. 반전은 그 다음이었다. 리바운드를 재빠르게 차지한 진안이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운반했고, 김정운이 던진 슛이 종료 버저와 함께 림을 통과하며 하나은행의 승리가 결정됐다. 하나은행의 진안은 16점·17리바운드·5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이시다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14점, 양인영은 11점·9리바운드·5어시스트로 뒤를 받쳤다. 버저비터를 넣은 김정은은 8점·5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에서는 신지현이 13점, 타니무라 리카가 14점·10리바운드·5어시스트, 신인 홍유순이 8점·10리바운드로 분투했다. 패배가 허탈한 인천 신한은행 선수들. WKBL 제공
‘김정은 버저비터’ 하나은행, 신한은행 꺾고 2연패 탈출
김정은 버저비터’ 하나은행, 신한은행 꺾고 2연패 탈출
2025. 01. 02 21:35 스포츠종합
버저비터 성공에 기뻐하는 김정은 |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이 베테랑 김정은의 버저비터에 힘입어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홈경기에서 58-5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하나은행은 5승11패를 기록해 신한은행과 함께 공동 5위가 됐다. 반대로 신한은행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을 상대로 2연승을 달리던 기세가 꺾였다. 하나은행은 김정은(8점)이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본능을 보여준 데 이어 진안(16점 17리바운드)과 이시다 유즈키(14점)가 내·외곽에서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하나은행은 전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허술한 수비와 반복되는 실책이 문제였다. 아시아쿼터 1순위 타리무라 리카와 재일교포 출신 드래프트 1순위 홍유순에게 연달아 실점을 내주면서 27-33으로 전반을 마쳤다. 하나은행은 상대 신한은행이 3쿼터 들어 갑자기 슈팅에 난조를 보인 게 다행이었다. 상대가 3쿼터에서 8점에 그친 사이 36-41로 점수를 좁혔다. 하나은행은 4쿼터 중반까지 41-47로 끌려갔지만 막바지 집중력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하나은행은 이시다 유즈키가 연달아 3점슛을 터뜨리더니 진안과 양지영이 골밑에 살아나 53-50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위기는 종료 직전에 나왔다. 하나은행은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신지현의 골밑슛에 56-56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마지막 공격에서 김정은이 3점라인 바로 앞에서 던진 미들슛이 림을 가르며 소중한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정은·이경은, WKBL 노장은 죽지 않는다…다만 짠할 뿐
김정은·이경은, WKBL 노장은 죽지 않는다…다만 짠할 뿐
2024. 12. 16 16:31 스포츠종합
WKBL 부천 하나은행의 김정은. WKBL 제공 WKBL에서 두 1987년생 베테랑이 시간을 거스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천 하나은행의 김정은과 인천 신한은행의 이경은이 각자 자리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낮은 팀 순위에 활약이 묻힐 뿐이다. 김정은은 지난 2일 삼성생명전에서 통산 8141득점을 기록하며 정선민 전 국가대표 감독의 기록을 넘어섰다. 2011~2012시즌 올스타전에서 현 부산 BNK 김정은 감독과 함께 공동 MVP를 차지했던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힘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안정적인 외곽슛까지 갖춘 그는 공격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신한은행전에서는 19점, 12리바운드의 더블 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고, 지난 8일 청주 KB전에서도 8점, 11리바운드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외국인 선수도 막아내는 강력한 수비력은 팀 전체 수비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그의 합류 이후 하나은행은 평균 실점을 10점 가까이 줄였다. WKBL 인천 신한은행의 이경은. WKBL 제공 동갑내기 이경은 역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신한은행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 3점 성공률 40.4%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지난 2일 KB전에서 27점을 몰아치며 개인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이경은의 가장 큰 무기는 정확한 외곽슛과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신지현과의 호흡을 통한 투톱 플레이는 팀 공격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높은 농구 지능을 바탕으로 한 패스 게임은 다른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나단 감독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시즌 초반 감독 공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이경은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하나은행전에서 보여준 14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 더블급 활약은 그의 존재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특히 100%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며 베테랑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두 베테랑의 눈부신 활약에도 소속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나은행은 부산 BNK에서 진안을 영입해 양인영,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했다. 높이를 보강했지만 마땅한 볼핸들러가 없어 골 밑으로 패스 공급이 여의치 않아 높이에서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포스트 플레이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영입한 포워드 최이샘과 아시아쿼터 1순위 타니무라 리카는 번갈아 가며 전력에서 빠지면서 이경은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신한은행은 전체 6개 팀 중 5위, 하나은행은 최하위로 처졌다. 리그 최고 3점 성공률과 통산 최다득점 신기록이 팀 성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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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흔드는 북한군 파병…김정은의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국제질서 흔드는 북한군 파병…김정은의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2024. 10. 28 09:48)
2024. 10. 28 09:48 정치
한국과 대결 피하고 파병 가능성…미 대선 염두 전략적 선택일 수도 한국 정부 대책의 실효성 문제…한반도 영향 분석 뒤 대응 나서야 북한이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한반도 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의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됐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시기, 방식, 기대 효과 등이 모두 계산된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두 국가론’, 지난 6월 북한이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개정’ 등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일련의 사건들은 북한이 단순히 군사적 의미를 넘어 외교, 경제, 국제질서 등을 고려한 북한판 대전략(Grand Strategy)을 가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거대한 체스판’ 위로 단박에 올라섰다. ‘고립의 탈피’는 ‘진영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국제사회 작동원리를 이용했다. 경제 제재, 하노이 회담 실패, 한국의 정권 교체, 외교적 고립 등을 거친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했다. 북한 독재 정권 존속을 목적으로 한 ‘진영화’가 열강이 대거 휘말릴 수 있는 국제전 가능성을 연 것이다. 당장 후방지원을 담당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미국은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닌 게 됐다. 이로써 북한을 고립시켜 힘으로 억제한다는 윤석열 정부 정책에도 구멍이 뚫렸다. 북한군 3000명은 누구인가 “북한 특수부대원이 러시아군에 현재까지 약 3000명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총 1만여명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정보다. 같은 날 북한군 파병을 두고 ‘조사 중’이라는 미국 정부의 태도도 ‘증거가 있다’로 바뀌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직접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파병 목적을 두고는 “두고 봐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가려내야 할(sort out) 문제”라고 답했다. 신중한 미국 정부 측 속내와 별개로 파병과 전투 참여를 구분하는 오스틴 장관의 접근에는 일리가 있다. 군사전문가인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파병은 역할에 따라 크게 2~3개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며 “하나는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전투병이고, 또 다른 하나는 후방에서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지원군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에 다양한 무기를 지원했는데 이중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포함돼 있다. 이를 운용하기 위한 일부 기술 인력 역시 러시아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역시 넓게 보아 파병 개념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북한군이 러시아에 이미 파병돼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지난해 러시아 내 소식통으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인민군 공병국(건설여단) 병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후방에서 전쟁 지원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구 트위터) 갈무리 결국 조 국정원장이 밝힌 북한군 3000명이 무엇을 하는 부대냐에 따라 파병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직접 전투에 참전해 국제문제를 일으킬 것인가와도 직결된다. 국회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군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11군단이다. 일반 부대에 비해 가볍게 무장해 기동력을 살린 ‘경보병여단’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역할은 후방에 침투해 교란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 역할에 더욱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조 위원은 “북한이 파병했다는 특수부대의 주 임무는 후방 침투 및 교란인데 러시아어도 못하는 병사들이 후방에 침투해서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며 “이들을 전방에 배치하더라도 북한에서 훈련받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전투에 투입될 경우 포로로 붙잡히거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그게 오히려 러시아, 북한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두 실장은 “전쟁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러시아에 투입됐다고 알려진 3000명의 역할은 전선에 바로 투입되는 것이 아닌, 이후 들어올 본대를 위한 사전 준비 병력에 가까울 것”이라며 “크게 러시아군과 협력해 전투를 이끌 지휘부와 러시아군에게 군사작전에 필요한 표준화된 전시교육을 받고 향후 북한군 본대를 교육할 선발대로 구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군은 드론 운용, 대드론 방어 체계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대로 전선에 투입되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선발대가 이를 북한군에 교육할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하고, 임무 수행이 가능할지 검증하는 데만 올해가 다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즉시 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전쟁 양상이 화력, 공습 등으로 비중이 옮겨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국정원도 북한군 1만여명 파병이 완료되는 시점을 올해 12월로 예측했다. ‘파병’이 아닌 파병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공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군 파병은 무엇을 노렸나 올해 북한은 주요 국면마다 정부와 전문가들 예측을 벗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0월 7~8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한국식 ‘국회’) 결과다. 애초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대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발표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가 종료된 후에도 헌법 개정과 관련한 북한의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대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 등을 끊고 요새화 작업만 진행했다. “한국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김 위원장 발언이 ‘실질적 조치’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7차 핵실험과 같은 대규모 도발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 역시 빗나가고 있다. 이는 이른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그 대응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으로 “한국이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10월 15일에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10월 19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무인기 잔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협 발언의 수위는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군사적 수단의 침범행위가 ‘또다시’ 발견, 확정될 때”라는 전제가 붙었다. 당장 보복할 것처럼 열을 올렸지만 실상 발언의 방점은 ‘재발을 방지하라’는 요구에 찍혀 있었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왼쪽)/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CNN은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한글 설문지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제공. 북한이 한국과의 직접 대결을 피하고 선택한 것은 러시아 파병인 것으로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하루 뒤인 25일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는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의 발언을 실었다. 이로써 국면은 파병을 ‘했나, 안 했나’에서 ‘왜 했는가’로 전환됐다. 북한은 파병이라는 전략 변화를 통해 국제질서 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북한과 한·미동맹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러시아를 포함한 지역 전선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통해 가장 얻고자 하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같은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며 “북한 정예군이 파병될수록 유사시 러시아 역시 이에 상응하는 지원 및 협력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을 상대로 했던 한·미동맹이 이제 북·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 밀착이 파생할 국제질서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두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파병으로 인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안보우산 확약’, 쉽게 말해 러시아의 확장억제 제공”이라며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했음에도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안보의 장기적·질적 강화를 위해 정예 전력이 러시아로 빠져나가는 등의 단기적·양적 약화를 감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러한 선택을 단순히 ‘도박’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문제와 엮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을 바랄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후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입장은 ‘조건 없는 빠른 종전’이다. 이 경우 이미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 혹은 전부가 러시아로 귀속된 채 전쟁이 끝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은 중동과 유럽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도 실패한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겐 악재가 나타난 셈이다. 북한 파병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와 연관 지어볼 수 있다. 두 실장은 “미국 정부는 지금 전략적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파병과 관련한 명확한 확인과 후속 조치는 결국 미국 대선이 끝나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만큼 주요 강국들 역시 해당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 차기 미국 정부의 입장을 알 수 없다는 점, 상관도 없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국제사회 ‘진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실제로 이를 벗어나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공격 의사까지 밝히고 있는 나라는 10월 25일 기준, 딱 두 나라밖에 없다. 전쟁 당사자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이다. 북한군 파병, 정부가 막을 수는 있나 “북한군 파병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95%가 우크라이나발이고, 나머지 5%가 용산발이다.” 지난 10월 23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급한 것은 이해되지만 미국이나 나토조차 파병 규모, 목적을 두고 신중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왜 정부가 앞장서서 전쟁에 휘말리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과 나토가 북한 파병을 확인하기 전인 지난 10월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부는 북한의 전투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인 대응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용 무기 지원’ 가능성이 여기서 나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현안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파병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안보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대책의 적확성·실효성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과 북한군 파병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해당 조치가 북한 외에 러시아라는 새로운 적대국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한국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무기를 지원할 때 북한군 파병이 ‘왜’ 멈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부 역시 ‘살상무기 지원’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억제력을 발휘하는지 설명한 바 없다. 무기 지원에 사용할 예산, 지원에 따른 안보 공백 등이 검토된 것인지 역시 확실치 않다. 게다가 해당 조치는 사실상의 참전이다.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그냥 NSC에 소수가 모여서 ‘그럼 우리 이렇게 한 번 해볼까요’하고 발표한 수준 아니냐”며 “윤 대통령까지 ‘살상 무기’ 지원을 말할 정도면 왜 우리가 전쟁에 개입해야 하고, 어떻게 억제력을 발휘할 것인지 정도는 논리적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만 보면 이제 한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다”고 덧붙였다. 대책의 실효성이 비판 받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는 인천 강화군 등 북한 접경지역에 울려 퍼지는 대남 확성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지난 10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도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을 억제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군사·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북한 전문가가 아닌 국내 정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안보 문제를 넘어선 정치 문제가 엮여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학에는 랠리 이팩트(rally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 외부 위협이 발생하면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이 결집하는 현상이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가 지지층을 묶고, 내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북한 문제에 강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안보 문제에 대해 보수적 경향을 보이는 만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지지율 추가 하락은 막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북한과 정부를 적대적 공생 관계로 인식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가 민생 악화, 김건희 여사 문제,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 문제까지 덮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남 확성기 등의 일상 문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안보 불안 등에 지친 국민은 주구장창 북한 문제만 붙잡고 키우는 정부에 반감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보 문제의 국내 정치화는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을 힘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곧 피력해왔다. 그사이 북한은 ‘진영화’를 선택하며 남북 대립을 별개의 국가, 진영 간 대결로 변모시켰다. 상황은 변했다. 정부가 말해 온 고립과 억제에도 구멍이 뚫렸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정부가 내세운 것은 사실상의 ‘전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저와 대한민국이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홍 위원은 “아직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차기 정부의 입장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러동맹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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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부정하는 김정은 ‘두 국가론’…북한 헌법 개정 될까
김일성·김정일 부정하는 김정은 ‘두 국가론’…북한 헌법 개정 될까(2024. 10. 14 06:00)
2024. 10. 14 06:00 정치
김정은 ‘두 국가론’ 강조하면서도 헌법 개정 회의에는 불참 헌법개정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안 돼…소폭 수정보충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축하 방문하고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조용한’ 헌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개정을 했다. ‘통일’ 문구 삭제, ‘영토’ 명기 등을 할 것이란 정부 예측과 달리 노동 연령과 선거 나이 등에서 소폭의 수정보충(북한식 ‘개정’ 표현)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에 참석해 ‘큰소리’ 친 것과 다르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한다”고 말해 왔다. 김 위원장의 의지는 지난 10월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한국식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10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10월 7일, 김 위원장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찾았다. 이곳에서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두 국가론’은 여전히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헌법 개정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모순된 행보는 ‘두 국가론’을 둘러싼 북한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다. 당장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은 김일성·김정일이 ‘온갖 노고’와 ‘심혈’을 다 바쳤다는 과업부터 부정해야 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 바치시였다.” 북한 헌법 ‘서문’에 박혀 있는 내용이다(<북한법령집>(상권), 국가정보원, 2024). 김 위원장의 모든 권력은 김일성·김정일의 혈통이란 단순한 사실에서 나왔다. 북한은 지난 10월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헌법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헌법은 개정됐나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9월 19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사’에서 남긴 말이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을 추종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본래 ‘두 국가론’은 북한보다 한국의 통일 방안에 더 가깝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은 ‘1민족 1국가 2제도 2지방정부’라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기본으로 했다. 이를 ‘적화통일’ 시도로 본 한국은 ‘1민족 2국가 2제도 2지방정부’라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주장했다. ‘선평화정착, 후통일논의’가 기본틀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임 전 실장 생각과 달리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은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가 아닌 과거 동독이 제시한 ‘적대적 2국가론’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 경우 통일의 기본단계인 남북 간 화해 협력·평화 공존부터 요원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임 전 실장 발언을 두고 “상황에도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에서 ‘두 국가론’이 비판받는 것처럼 북한 역시 ‘두 국가’로의 전진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번 헌법 개정 상황이다. 결과를 두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통일’ 문구 삭제 등의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북한이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만약 개정을 했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면 서해 국경선 문제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의 서해 국경선은 우리의 북방한계선(NLL)과 겹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과 더 마주 서고 싶지 않다’는 김 위원장 뜻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대대적인 헌법 개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정황이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9일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끊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명의의 보도문이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보도문에서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했다. 적어도 북한 헌법에 영토조항이 신설됐다면 ‘공화국 주권행사 영역’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사용되기는 어렵다. 최고인민회의 결정 사항이라는 점 역시 ‘대대적 헌법 개정은 없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는 당 전원회의 등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직접 영향을 받는 입법 활동”이라며 “만약 중폭 이상의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면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고, 취지를 설명하는 시정연설 등을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 총장 역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결정 사항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도 최대한 요약해서 보도해왔다”며 “헌법 개정이 보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축하방문하고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연합뉴스 헌법 개정을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외 환경 변화를 앞두고 북한이 불확실한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2019년 선출한 북한의 14기 대의원은 원래 올해 3월 임기가 끝나야 하는데 연장된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내년 초 15기 대의원을 구성해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이 정치적 선전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의 헌법 개정 여부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무엇을 했든 북한이 ‘조용하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통일’ 문구 삭제, ‘영토’ 명기 등은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큰소리’ 쳐온 사안들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헌법을 개정 ‘했냐’, ‘하지 않았냐’가 아닌 ‘왜 조용할 수밖에 없는가’이다. 북한은 왜 조용한가 북한의 헌법 개정이 지향하는 것은 ‘두 국가론’이다. 이는 곧 ‘생존전략’이다. 북한은 한국과 얽힌 민족적 특수관계를 ‘위협’으로 판단한다. 특히 안보와 외교적 측면에서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북한의 핵무장에 맞서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결합한 ‘통합억제’ 구상이 본격화됐다. 북·미관계 정상화, 유엔 제재 해제 등 외교적 측면에서도 ‘당사자’를 주장하는 한국 입장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은 차라리 한국과 별개의 국가로 인식되면 생존을 위협하는 변수를 하나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방어적 두 국가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김 위원장 발언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한국을) 의식하는 것조차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핵 사용과 관련해서는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같은 가정을 붙인다. 이를 좀 더 정제된 표현으로 설명할 땐 ‘영토 평정’이라는 단어를 쓴다. ‘상대가 나의 영토를 공격했을 때 방어를 넘어 상대 영토까지 점령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부 언론, 전문가들이 이를 ‘국토 완정’과 구분 없이 쓰며 객관적 상황 파악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사용한 ‘국토 완정’은 ‘적화통일’을 의미하는데 김 위원장은 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일각의 주장처럼 두 단어의 의미가 같다면 북한은 ‘적화통일’을 추진하면서 헌법에선 ‘통일’을 삭제하고, 별개의 두 국가임을 주장하는 것이 된다. 이는 논리적 모순이다. 두 국가론을 북한의 ‘생존전략’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집착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도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 역시 알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왜 조용한가’이다. 답은 두 국가론이 안착하는 데 필요한 정지작업들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는 김일성이 북한 체제에 도입한 이른바 ‘민족주의적 공산주의’를 어떻게 넘을 것이냐다. 조 위원은 “김일성이 만든 주체사상의 핵심이 조국 해방, 조국 통일이고 이 체제 안에서 김정일·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며 “이제 와서 김정은이 민족, 통일을 버리겠다고 하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선전한 6·25전쟁은 뭐라고 설명할 것이고,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김정은이 하려는 것은 북한 체제를 만든 김일성의 무덤을 파묘해 버리겠다는 것인데 북한 내 반체제 세력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헌법 개정을 했든 안 했든 북한의 침묵은 주민들이 납득할 설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9일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둘째는 현상 변경 추진으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다. 국제사회는 70여 년 동안 남북한의 민족적 특수관계 위에 외교정책을 설정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말하는 것은 안착된 구조의 변경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의 시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양안 문제 때문이다. 잔더빈(詹德斌) 상해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전 환구시보 한국 특파원)는 “대만도 ‘두 국가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한반도 상황에 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고 통일정책을 변경하면 ‘남북한의 관계 개선과 대화를 통한 상호 신뢰 구축,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 입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개의 국가가 된 북한과 한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해도 제3자인 중국이 함부로 개입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두 국가론이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심화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두 국가론은 비단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도 전략적으로 북한의 두 국가론에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나온 ‘8·15 경축사’ 이후 이른바 ‘자유의 북진’이라고 불린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주장은 남북이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닌 상호 인정하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해당 발언은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시도만으로 민족적 특수성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인이기에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 있다. “북한이 남한을 국가로 지칭하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지 않나. 국제사회 대부분이 북한과 남한을 서로 다른 두 나라로 인식해서 각각 대사급 수교 관계를 맺고 있다.” 잔더빈 교수의 말이다.
‘꼬맹이’ 김주애는 김정은 후계자일까?(2023. 02. 17 11:05)
2023. 02. 17 11:05 정치
ㆍ군 행사 전격 등장…백두혈통 우상화 가능성 핵실험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아니었다. 국제사회의 주목에서 비껴나 있던 북한이 기존과 다른 문법으로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때아닌 ‘후계자’ 논란이다. 북한식 표현대로 하면 ‘사랑하는 자제분’, 김주애의 등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딸 김주애(앞줄 왼쪽), 배우자 리설주(뒷줄 왼쪽)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사실 그에 관해서라면 주애라는 이름조차 확실치 않다. 미국 프로농구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맨이 2013년 평양 방문 후 가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고, 리(설주)씨와도 얘기했다”고 말한 것이 ‘주애’의 시작이다. 당시 로드맨이 안았던 아이와 이번에 등장한 아이가 같은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동일 인물이라는 추론이 완전히 근거가 없지는 않다. 한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국회에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사이에 2010년생으로 추정되는 맏아들을 포함해 3남매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고, 김주애 밑에 자녀가 있는데 성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며 신빙성을 더했다. 해당 정보와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종합하면 이번에 등장한 인물에 관해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는 ‘2010년 이후 출생’, ‘남매’, ‘여자’, ‘1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생김새’ 등이다. 이를 종합한 결과 ‘사랑하는 자제분’은 김주애라는 이름을 찾게 됐다. 마치 ‘어그러진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맞춰나가는 듯한’ 작업은 소통이 단절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정은의 맏아들은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김정은은 아들이 없다’라는 소문이 동시에 떠돈다. 확인할 수 없는 ‘낭설’이 ‘고급정보’처럼 유통되며 하나의 북한을 두고 수많은 해석이 나온다. ‘대북전략’을 가다듬는 데 혼란만 커지는 상황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론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가능성 없는 것들부터 정보에서 배제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소문들을 좇다 보면, ‘애초에 왜 이 정보들을 확인하고 있는지를 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등장한 아이가 ‘김주애가 맞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이 ‘왜 자신의 아이를 무력을 선전하는 장소에 데리고 왔느냐’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왜 지금 백두혈통이 등장했나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지는 김주애의 등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장성들의 보위를 받으며 김 위원장과 함께 걷고, 심지어 리설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보다 앞에 섰다. 얼굴 사진이 들어간 우표가 발행됐고, 김주애 소유로 알려진 백마가 열병식에 등장했다. ‘주애’라는 이름의 여성들에게 개명을 지시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필요한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배우자 리설주(첫 번째), 딸 김주애(세 번째)와 함께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서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월 8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주장의 합리성을 따져보기에 앞서 상황을 액면 그대로 한번 볼 필요가 있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ICBM인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찾으면서다. 일주일여 뒤인 11월 26일에는 ICBM 개발과 발사에 관여한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등장했다. 또, 지난 1월 1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을 둘러보는 현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북한 조선인민군 창군 75주년 이른바 ‘건군절’ 행사를 앞두고 장성들의 숙소에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월 8일 열병식 참여 때였다. 해당 사례들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했다는 것 외에 한 가지 특징이 더 나타난다. 모두 군 관련 행사, 특히 전략무기와 관련된 장소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있는 그대로 보면, ‘미래세대인 아이’와 북한이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매개체로 믿는 ‘전략무기’의 만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 대미억제력을 위한 무기체계는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상징성을 갖는다”며 “김주애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며 지키고자 한 미래세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도 유사하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자신의 딸인 김주애를 포함한 미래세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임을 알린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 핵무기 증강을 위한 명분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정보가 한 가지 더 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일가인 ‘백두혈통’이라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상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핵무력 증강을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성-17형 발사를 두고도 ‘인민의 안녕, 후대의 웃음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핵무력을 과시하는 곳에 미래세대의 상징이자 백두혈통인 김주애가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미래세대를 위한 것은 곧 백두혈통을 위한 것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르면 북한 인민은 핵무력을 중심으로 결집해 미래세력인 백두혈통을 지켜야 한다. 액면 그대로의 정보만 갖고, 추론한다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남는다. ‘그럼 왜 김주애냐’ 하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 실제로 맏아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물음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후계구도’ 문제가 여기서 등장한다. 열 살 아이가 후계자? 김주애의 등장과 북한 후계구도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대체로 모아진다. ‘후계구도 형성 과정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첫째로 ‘나이’다. 특별한 건강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이제 40대 초입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최소 20~30년 더 통치할 것으로 보인다. 1인지배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2인자의 이른 등장은 도전 세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권력 승계 과정에 등장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주애의 나이 역시 문제다. 후계자로 지목됐다면 능력을 보여야 한다. 열 살 아이를 시험대에 올리고 검증할 만큼 북한 내부의 사정이 급한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의 모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19일 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두 번째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다. 여성의 지위가 낮은 북한사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여성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문제다. 권 장관 역시 “세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으나 북한 체제의 가부장적 성격을 감안할 때 여성 세습 부분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도 많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후계자들에게 확인되는 기준,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주애 얼굴이 들어간 우표, 백마의 존재, 존경·존귀라는 표현 등을 징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백마는 로열패밀리를 상징하는 정도이지 후계자를 나타내는 징표는 아니다”며 “심지어 김 위원장이 선물해 군 장성들도 타고 다니는 게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또 “존경·존귀라는 표현 역시 로열패밀리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영역 개념의 용어이지 후계자 한명을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후계자로 가기 위한 ‘우상화’는 맞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우상화의 대상이 정말 김주애 개인이 맞느냐는 점이다. 실상은 백두혈통 우상화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 군인들은 “백두혈통 결사옹위”를 외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주애를 내보이는 것은 김주애 한명에게 충성하라는 것이 아닌,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 것”이라며 “결국 모든 연결고리의 끝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우상화와 함께 북한 후계구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신비화’다. 김주애의 이른 등장은 이 공식과 맞지 않다. 오히려 존재 자체가 논란이 되는 아들의 행보가 후계구도의 전형적 모습에 가깝다. 박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실제 후계자로 지명된 인물이 있다면 외부로 노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김주애의 등장은 백두혈통 4세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개한 정도”라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 역시 “전혀 나타나지 않는 장남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신비화·우상화하는 데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애의 등장이 북한 후계구도 확립과 연결된다는 주장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희미해진 존재감도 근거로 등장한다. 김주애를 띄우기 위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지나친 해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 실장은 “김 부부장은 원래 담화를 내거나 각종 행사의 기획을 하는 등의 총괄을 담당했다”라며 “보좌하는 것이지 전면에 나서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정치, 백두혈통 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같은 세대인 김 부부장이 나서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이를 실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주애가 계속 부각되는 동향을 봐서는 후계자 수업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면서도 “만약 김주애를 후계자로 정했다면 열 살 아이를 띄우는 상황에 대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나 내부 상황 급변 등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징후가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두혈통에 대한 우상화 정도는 분명히 확인된다고 보고, 후계자가 맞느냐 여부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정보산업성’을 신설한 까닭?(2022. 02. 04 15:49)
2022. 02. 04 15:49 정치
ㆍ체신성·전자공업성·국가정보화국 합친 ICT 총괄 공룡 부처 지난 1월 25일 ‘문재인 정부의 1호 간첩 사건’의 대북사업가 김호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다. 김씨는 중국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북한 인공지능 개발자를 고용해 만든 안면인식 기술로 도어락을 개발한 인물이다. 개발자가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제품을 국내에 팔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에 개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건넨 혐의와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적 문제는 따져봐야겠지만 남북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교류하는 일이 외줄타기처럼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과 북한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당한 인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레지던스 은하 타워,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아파트들이 서 있다. / 김책공업종합대학 홈페이지 최근 10년 사이 북한은 정보산업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정보화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중공업과 달리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덜한 정보산업이 더 유망하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다. 비교적 소수의 전문인력과 일부 하드웨어만 있으면 급진적 개혁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등장한 정보산업성이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 3배 확대 정보산업성은 북한의 정보통신 분야 주요 기관인 체신성(통신 업무)과 전자공업성(IT 하드웨어 담당), 국가정보화국(정보화 사업 총괄)을 합친 부처다.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북한 ICT 분야의 가장 큰 변화라면 정보산업성의 출범을 들 수 있다”면서 “지난해 연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정보산업을 언급했는데 정보산업성 출범과 함께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정보화가 국가 핵심 목표의 하나가 됐는데 이를 총괄하라고 만든 부처인 국가정보화국의 힘이 약했다”며 “북한도 공무원 조직 간 칸막이가 심해 말을 안 듣는 편인데 이를 억누르고 조절하기 위해 힘센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는 옛 국가정보화국이 2016년부터 개최하는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이다. 2019년에는 디지털경제의 북한식 용어인 ‘수자경제’가 등장하는데 당시 대회의 주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한 ‘수자경제와 정보화 열풍’이었다. 지난해 2년 만에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의 주최기관은 정보산업성이었다. ‘자력갱생과 정보화 열풍’을 주제로 약 한달간 화상으로 열렸다. 북한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회의나 행사가 각종 대면 행사를 대체하고 있다. 북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는 김일성대가 만든 ‘락원’과 삼지연정보센터가 개발한 내각 화상회의 시스템 등이 있다.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는 ‘줌’과 중국에서 만든 ‘부브미팅’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의 첫해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선전화 /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 기업인 ‘압록강기술개발회사’의 홍보 사진 / 조선화보사 발행 정보산업 육성은 2011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일환이다. 노동력이 부족하고, 국제 제재로 고립이 심화된 북한에서 믿을 건 과학기술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지식경제시대’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제시했다. 2016년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서를 보면 “전민의 과학기술 인재화는 가까운 시일 내에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를 3배 이상 확대하며, 이를 위해서 전민이 대학 졸업 수준의 혁신역량 보유를 목표로 함”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수학·과학 과목 교육 시수 크게 늘려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위해 평성(평양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위성도시)의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과학기술보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무교육 기간을 2017년부터 11년에서 12년으로 전면 확대했다. 수학·과학 과목의 교육 시수는 개편 전 38%에서 45%로 늘었다.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김일성대 등 주요 대학이 만든 교재와 강의 방법을 지방에 전파하는 ‘학술일원화 사업’도 시행한다. 이공계 분야 주요 3대학인 김일성대·김책공대·리과대학을 강의중심 대학에서 ‘연구형 대학’으로 바꾸고 부설 연구소를 여럿 세워 생산현장에서 제기된 연구 과제를 맡겼다. 과학기술 인재 우대에도 적극적이다. 과학기술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평성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해 입주시켰다. 과학자 휴양소와 전용상점인 ‘미래상점’을 설립해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공계 인력 확보를 위한 원격 교육도 강조한다. 2010년부터 김책공대에서 시작해 김일성대 등 주요 대학에 우리의 사이버대학과 같은 ‘원격학부’를 만들었다. 이곳을 나오면 동일한 학사 학위를 인정한다. 원격학부에는 제대군인을 비롯해 농장과 기업의 노동자들이 주로 참여하는데 약 10만명 정도 등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변 소장은 “최근 ICT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탈북자분을 만났더니 영상 강의 하나를 내려받는 데 요즘 북한에서도 1~2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면서 “그분이 지역의 중심도시에서 왔다는 걸 감안해야 하지만 사각지대를 계속 개선해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집권 후 두드러진 과학육성 정책의 성과로 해외 발표 논문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NK테크)에 따르면, 북한 연구기관이 과학기술인용색인(SCI)과 스코푸스(SCOPUS) 등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의 수는 2011년 39편에서 2020년 251편으로 6.4배 증가했다. 북한 내부 연구 역량의 향상도 엿보인다. 2010년대 초만 해도 발표 논문 중 대다수가 국제공동연구 결과물이었다. 2019년 이후엔 국제공동연구보다 북한 단독 논문의 수가 더 많아졌다. 북한 과학자를 주저자로 등재한 논문의 수는 2011년 26편에서 2020년 197편으로 7.6배 늘었다. 최현규 연구원은 “연간 200건 정도면 국내 단과대학 수준도 안 되지만 증가율만 보면 10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면서 “과거 북한 과학자들은 논문 쓰는 법도 잘 몰라 인용을 거의 하지 않고 완전히 창작하듯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나간 과학자, 1순위 작업은 ‘자료 구입’ 2019년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행사장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명문대인 김책공대 안에 수재반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수재 교육에 집중한다. 특기생처럼 육성한 IT인재들은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20년에는 인도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국제 코딩대회 ‘코드쉐프’에서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 학생들이 거의 돌아가면서 우승했다. 미국 컴퓨터협회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인 ‘ACM-ICPC’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열린 대회에서 7위를 차지한 서울대에 이어 북한 김책공대 학생들이 8위를 기록했다. 다음 대회인 2021년 대회에서도 김책공대와 리과대학이 결승참가권을 얻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출전을 포기했다고 한다. 최현규 연구원은 “하드웨어나 네트워크는 장비 싸움이지만 소프트웨어는 머리 좋은 애들을 붙여 개발하면 되기 때문에 북한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라면서 “기술 유입이 힘든 북한에서 이 정도 대회의 결승전에 나갈 인력들이 있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21년 8월 대면과 화상으로 동시에 진행된 온실남새부문 과학기술토론회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고립된 사회다. 반강제로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과거 사용하던 ‘주체과학’이라는 용어에서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 과학자들이 해외 기술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최현규 연구원은 “해외에 나간 북한 과학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책자를 구입하고,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다운받아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주체과학이라는 말도 잘 안 쓰고, 해외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첨단기술보다 현장기술을 중시한다. 최 연구원은 “첨단과학기술에서 북한이 경제력 있는 나라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며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공장과 농장 등 생산 현장에서의 기술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부품과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최근 2~3년 사이엔 자원 재활용 기술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북한은 기존 타이어를 재생해 사용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는 식이다. 버려진 세탁기와 냉장고의 부품 하나 기판 하나까지 다 재활용한다. 최 연구원은 “북한은 소위 저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고민하는 중”이라면서 “나중에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의 기술을 탄소제로 경영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듯 닮은 북한의 과학기술 용어 분단 이후 70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남북 간의 언어생활에서 차이가 커졌다. 일례로 ‘일없다’는 말을 우린 쌀쌀하고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만, 북에선 ‘괜찮다’는 뜻으로 쓴다. 우리의 오징어를 북한은 낙지라고 부른다. 북한의 오징어는 우리의 갑오징어를 일컫는다. 북한에서는 새끼 문어를 낙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은 두음법칙(일부 소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발음되는 것을 꺼려 다른 소리로 발음되는 현상)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ㅣ, ㅑ, ㅕ, ㅛ, ㅠ’ 앞에서도 ‘ㄹ’이나 ‘ㄴ’이 ‘ㅇ’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류산’(유산), ‘란소’(난소), ‘류황’(유황), ‘림업’(임업)이라고 말한다. 외래어를 우리 말로 표기할 때도 차이가 있다. 과학용어는 상당부분 외래어인데 남한이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면 북한은 러시아어를 기본으로 한다. 독일어와 일본어 용어도 자주 쓴다. 그래서 북에선 칼로리를 ‘카로리’, 코사인을 ‘코시누스’, 에너지를 ‘에네르기’, 뉴런을 ‘노이론’이라고 부른다. 외래어를 조선어로 바꾸면서 낯설어진 부분도 눈에 띈다. 다이오드를 ‘이극소자’로, 드라이아이스를 ‘고체탄산’으로, 임피던스를 ‘완전저항’이라고 쓴다. 뜻이 같은데 우리와 다른 한자를 쓰거나, 한자를 우리 말로 바꿀 때 차이를 보이는 예도 있다. 돌연변이를 ‘갑작변이’로, 광전류를 ‘빛전류’라고 쓰는 식이다. 북한보다 우리의 언어가 더 다양하게 변한 측면도 있다. 최현규 연구원은 “북한은 언어도 사회 유지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어 관리를 잘한다”면서 “우린 전문용어는 특히 제대로 관리를 안 해 자기 마음대로 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물리 분야에서 남북 간의 용어 차이는 20~30% 정도로 추정한다. 대부분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단어를 모르면 서로 오해할 수 있다. 현장에서 남북 과학교류에 앞서 용어부터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변학문 소장은 “용어의 75%가 같으니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용어의 25%가 다르면 외계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전문용어에 대비되는 남쪽의 전문용어가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무리한 통일 작업을 벌이기보다 동의어 사전처럼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레이디경향(총 11 건 검색)

노련한 여배우의 모습으로 브라운관 컴백한 김정은
2015. 04. 24 16:22 연예
소탈하게 웃는 그녀를 볼 때마다 까칠하고 도도한 여배우의 전형에서 살짝 벗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데뷔 20년 차로 접어든 김정은은 지금껏 성실하고 노련하게 성장해왔다. 영화 ‘가문의 영광’과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성공 이후 그녀는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김정은(40)은 드라마의 후광으로 반짝 인기를 얻고 사그라지는 기초가 부실한 연기자들과는 다르다. 삭발 투혼을 펼쳤던 드라마 ‘해바라기’부터 자신을 코미디 영화의 히로인으로 만들어준 ‘재밌는 영화’,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단 1년의 공백기도 없이 작품에 목마른 사람처럼 연기해 온 착실한 배우라는 걸,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3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로 필모그래피를 쌓은 이후 토크쇼 MC를 하며 충분한 숨 고르기를 마친 그녀가 MBC-TV 새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 정덕인으로 분해 열연을 펼칠 예정. “덕인은 전직 강력반 여형사예요. 아들의 죽음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며 살아요. 평소에는 인심 좋은 밥집 아줌마지만 위기의 순간에 어디선가 나타나, 약한 학생들을 지켜주는 홍길동 같은 면모를 지녔죠.” ‘여자를 울려’는 ‘구암 허준’, ‘계백’을 연출한 김근홍 PD와 ‘금 나와라 뚝딱!’, ‘천하일색 박정금’을 집필한 하청옥 작가가 만든 작품으로 사랑과 용서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덕인과 얽히며 사랑에 빠지는 고등학교 교사이자 재벌 3세 역의 송창의를 비롯해 하희라, 이태란, 인교진 등이 합세해 극을 이끈다. 그간 주말드라마를 휘몰아친 ‘막장’ 설정 대신 삶과 사람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해 건강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게 김 PD의 포부. 그렇기에 밝고 씩씩한 이미지의 김정은은 캐스팅 0순위였다고. “아이 잃은 엄마라는 설정이 어렵고 힘들었어요. 그 깊은 마음을 아직 미혼인 제가 어떻게 헤아리고 표현해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긴 할까, 고민이 많았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감독님께 의지하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엄마 역할은 배우로서 또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미혼 여배우가 아이 엄마를 연기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결심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 또한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기에 감사하다며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이 아닐까요. 솔직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웃음),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친구들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컸어요. 이런 상황에서 엄마의 마음을 연기해볼 수 있다는 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기쁘고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성실함이 무기인 배우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데뷔 이래 최초로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무술팀에서 한 달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강력계 형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지구대 순찰도 함께 돌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도전한 액션의 세계는 어땠을까. “액션 배우는 일이야 뭐, 출연료 입금되면 당연히 다 해야 하는 것들이죠(웃음). 농담이고요. 몸은 고되지만 재미있어요. 와이어에 매달려서 몇 미터씩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장면들이에요.” 김정은의 답변은 겸손했지만 액션신을 촬영 중 생긴 상처들로 온몸이 성한 날이 없을 정도로 고생한 그녀다. “이런 여배우 처음 봐요(웃음). 몸싸움하는 장면이 많아서 얼굴에 는 늘 상처 자국, 몸에는 온통 멍투성이예요. 힘들 텐데도 이렇게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주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밥집 아줌마라는 설정이기에 요리도 따로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온 모습을 보면서 참 성실하고 영민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김근홍 PD의 극찬에 제작진과 동료들 또한 “살신성인의 여배우”라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쏟아냈다. 김정은은 이어지는 칭찬 세례에 수줍어하면서도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괜찮은 드라마예요”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하다 보면 제 속이 다 시원해요. 덕인이라는 인물은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거든요.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히 쏟아내고 불의를 보면 어떻게든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죠.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오랜만의 드라마 촬영이라 그런지 찍고 나서 집에 돌아와도 ‘잘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하는데. 기우였나 봐요. 출연진들의 호흡도 잘 맞고 작품 자체도 흠잡을 데가 없어요. 시청자분들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에 빠져들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에요(웃음).” 천성이 밝아 늘 소녀같던 그녀는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그윽해졌다. 노련한 여배우로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김정은은 지금 이 순간도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꿈꾸는 중이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에코 스타일러 김정은의 힐링 아틀리에
2015. 01. 06 17:52 리빙
빼어난 외모에 방송인 버금가는 말솜씨, 스타나 유명인의 집을 고쳤다기에 짐작되는 디자인 실력까지. 방송과 잡지,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봤던 그녀는 화려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얼마 전 마련했다는 그녀만의 공간은 아주 소박하고 아늑했다. 에코 스타일러답게, 자연주의 디자인을 모토로 재활용의 멋을 ‘제대로’ 살린 공간 디자이너 김정은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1층 카페 곳곳에 좋아하는 작품을 모작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 소박하고 또 소박한 공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청계산 입구에서 좁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서울에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5분이나 지났을까.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목적지가 눈에 보였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와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낙엽들에 둘러싸인 낡고 허름한 주택. ‘Goodafternoon_wine’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깥과는 사뭇 다른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가 펼쳐졌다.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리는 이곳은 공간 디자이너 김정은(35) 대표의 공간이다. 보스디자인을 운영하는 김정은 대표는 얼마 전부터 이곳을 카페를 겸한 아틀리에로 활용하고 있다. 1층은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아트 갤러리 카페, 2층은 김정은 대표가 디자인 작업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아틀리에다. 옛날 음악다방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분위기의 2층 작업실.디자이너의 공간이라고 하기엔 다소 소박한 카페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니 2층 역시 소박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낡고 허름한 벽체와 가구들, 책장 가득히 들어찬 책들, 그 사이에 천장까지 뻗어 올라간 자작나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왼편의 침대처럼 커다란 소파가 리조트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반대편의 책상과 테이블, 소파, 책, 건반 등등이 뒤섞인 공간을 보니 1970년대 음악다방이 떠올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김정은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는 아주 사적인 공간이에요. 디자인 작업하다 지치고 힘들면 건반이나 기타 연습하고, 누워서 책 보다가 다시 작업하고…. 1층에서는 지인들과 차도 마시고 파티도 즐겨요. 혼자 작업하는 게 익숙해서 저만의 아틀리에가 필요했고, 직업상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죠. 둘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아틀리에 겸 놀이터예요.”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피라미드형 지붕은 가장 좋아하는 곳. 천장까지 뻗은 자작나무가 마치 자연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재활용의 멋을 살린 자연주의 디자인 김정은 대표는 MBC-TV의 ‘내 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을 비롯해 케이블 채널의 ‘스위트룸’, ‘상상주식회사’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고 배우 이보영·지성 부부, 심이영·최원영 부부 등 스타들의 집 인테리어를 담당하며 이름을 알린 스타 디자이너다. 그런 그녀에게는 늘 ‘에코 스타일러’란 수식어가 붙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말 그대로 실내를 꾸미는 일이라면, 공간 디자인은 작은 데커레이션부터 건축, 도시 설계 등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여기에 자연주의를 더한 것이 바로 에코 스타일러다. 사람과 맞닿는 공간에 자연주의를 접목하는 것이 김정은 대표의 디자인 철학. 자연주의 디자인을 통해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친환경 디자이너와는 다른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낡은 창호를 가리기 위해 패브릭을 덧대 늘어뜨리고 커다란 소파를 두었더니 안락한 휴식 공간이 됐다. 에코 스타일러답게 그녀의 공간인 ‘Goodafternoon_wine(이하 GAW)’은 곳곳에 디자이너의 자연주의 철학이 묻어나 있다. 2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작나무는 폐목을 부분 부분 이어 한 그루의 나무처럼 연출한 것. 낡은 창호 부분엔 독특한 패브릭을 덧대 리조트의 카바나 스타일로 연출하고 그 아래 베드 소파를 두어 아늑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1층 곳곳에 있는 벽화도 재활용 디자인의 일환으로, 낡은 벽체에 평소 좋아하는 예술가의 작품을 모작해 그려 넣어 아늑한 갤러리 카페의 분위기를 살렸다. “사실 GAW는 저의 개인적인 디자인 스타일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허물고 새로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의 낡은 주택이지만, 허무는 대신 기존에 있던 구조와 마감재를 재활용해 청계산과 어울리는 편안하고 빈티지한 스타일로 간단히 손만 봤죠.” 2층 작업실에서는 디자인 작업도 하고 책과 기타, 건반 연주 등의 취미생활도 즐긴다. 고재를 활용한 친환경 가구와 몇몇 소품으로 분위기를 바꾼 것 외에는 별로 한 게 없다는 김정은 대표.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 받은, 지나치게 소박하다는 느낌은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는 그녀의 철학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대로’를 유지하는 대신 소품으로 분위기를 냈다지만, 하나하나 물어보니 ‘어딘가에서 구해온 것’을 재활용한 소품이 대부분. 새로 들인 것은 조명과 디퓨저뿐인 것 같다. 자연주의를 철학으로 하는 그녀는 평소 천연 아로마 에센셜 오일 성분의 디퓨저와 소이 캔들을 즐겨 사용하는데, 곳곳에 이를 두어 아늑한 분위기도 살리고 힐링 효과도 보고 있다. 낡은 벽체에 가치관을 담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벽화와 조명 장식으로 빈티지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꾸몄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 타임 보스디자인은 호주에 본사를 둔 건설 디자인 회사로 친환경을 모토로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아시아 시장 대표이자 한국 지사 대표를 맡은 것도 회사와 자신의 철학이 같기 때문. 그녀는 5년 전 한국 지사를 설립해 건축물,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자산으로 바꾸는 브랜딩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 강연과 건축 공부를 병행하고 있고, 최근엔 타임앤로우라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의 공식 모델로서 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GAW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그녀에게 재충전을 위한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일이라는 게 사명감과 성취감이 있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늘 스트레스와 긴장이 동반되는지라 자연 안에서 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해요. 빌딩이 밀집된 시내보다는 산과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을 찾다 교통이 편한 이곳을 선택하게 됐어요. 주소로는 성남에 속하는 사무실도 여기서 차로 5분 거리예요.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선 몸이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자연 속에서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마음의 풍요로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힐링과 재충전을 잘해야 본업에서 지속적인 마라톤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에서 음악과 그림, 독서 등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강아지 사랑이와 함께 청계산 옥녀봉으로 산행도 다닌다. 때로는 지인들을 초대해 테라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가 하면, 1층 라운지 소파에 둘러앉아 차를 대접하는 안락함도 즐긴다. 가끔은 음악가 친구들을 불러 함께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음향 시스템도 갖춰놓았다. 저녁이 아닌 오후 시간 햇살을 받으며 커피나 와인을 즐기기에 좋은 1층 라운지. 천연 섬유로 만든 소파는 버즈가구 제품.“하늘에서 빛이 쏟아져내리는 2층의 피라미드형 지붕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노라면 행복 지수가 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요. 창밖으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 잎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들을 때도 참 좋아요. 저의 아지트지만, 1층 테라스는 동네 고양이들의 아지트이기도 해요. 커피 원두 조달만큼 신경 쓰는 게 고양이 사료일 정도죠. 자연 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더불어 즐거우면 그것도 힐링인 것 같아요.” 독서, 그림 그리기, 운동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진 김정은 대표는 요즘 기타 연주에 심취해 있다.김정은 대표는 뉴욕에서 공부할 때도 근처에 숲이 있는 곳에 살았다고 한다. 집을 나서면 늘 자연 속에서 달리곤 했는데, 자연이 주는 피톤치드와 운동으로 인해 생성되는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이렇게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시간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와인을 즐기는 오후의 시간’이라는 뜻의 ‘Goodafternoon_wine’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녀는 GAW가 유럽의 파티오처럼 자연을 감상하며 와인 한 잔 즐기는, 그런 힐링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조만간 카페 바로 뒤쪽으로 생태공원이 조성될 예정인데, 공원이 완성되면 자연을 얼마나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까, 한창 설레는 중이다. 천연 아로마 에센셜 오일의 디퓨저와 소이 캔들을 곳곳에 두어 힐링 효과를 보고 있다.즐겨 사용하는 FROM PJ의 클러치백과 얼마 전 공식 모델이 된 타임앤로우의 크림. 5 1층 카페는 낡은 전원주택의 구조와 마감재를 재활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살렸다. 거울 옆 그림은 김 대표가 직접 그린 것. <■진행 / 이은선 기자 ■사진 / 김정원 ■제품 협찬 / 드모닉(070-4401-0305), 버즈가구(070-7931-3337), 비츠조명(1877-9920), 애드동아(02-568-4222), 타임앤로우(02-2243-2589), 캔들웍스(1800-8914), FROM PJ(02-3445-5844), Jean’s cake(02-522-1225) ■장소 협찬 / GAW(070-4187-1440) ■의상 협찬 / ACE(070-8959-6602) ■헤어&메이크업 / 보람, 김지현(작은차이, 02-549-3470)>
후지모토씨가 들려주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이유
2010. 12. 31 17:26 화제
지난 12월 17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의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자 지면부터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이름을 다른 글자보다 약간 크게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과 마찬가지의 ‘예우’다. 그야말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북한의 3대 세습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10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자강도 희천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부위원장. ‘김정일의요리사’로 잘 알려진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가 최근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를 펴냈다. 지난 1982년 6월부터 평양 로열패밀리의 요리사로 김정일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북한의 미녀 가수 엄정녀와 결혼, 1990년에는 정식으로 노동당원 자격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중 1998년 식재료 구입 차 방문한 베이징에서 일본으로 전화를 건 것이 발각되며 연금형에 처해진 뒤 고국으로 탈출을 결심한다. 2001년 무사히 일본 땅을 밟은 그는 이후 「김정일의 사생활」 등을 펴내며 일관되게 북한의 후계자로 김정은을 지목해왔다. 외모는 물론 술 따르는 모습까지 아버지 김정일을 쏙 빼닮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친형인 김정철이 아닌 그가 왜 후계자가 되었는지, 10년 이상 ‘왕자들’의 놀이 상대로 지냈던 후지모토씨의 증언을 통해 살펴본다. 온화한 형 김정철에 비해 승부욕이 강했던 김정은 김정일은 무용수 출신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김정철과 김정은 그리고 막내딸 김여정을 두었다. 1990년 1월 황해남도의 한 초대소(조선노동당과 정부 관계 기관의 특별 시설. 백두산, 묘향산, 함흥, 원산 등 곳곳에 자리해 있다)에서 후지모토씨는 당시 각각 9세, 7세의 김정철·정은 형제를 처음 만났다. 자기소개 시간, 김정철은 후지모토씨가 내민 손을 잡고 흔쾌히 악수를 했으나, 김정은은 일본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탓인지 한동안 그를 향한 험악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버지 김정일이 “후지모토씨야”라고 다시 소개를 한 후에야 비로소 손을 내밀었다. “첫 만남에서 이 일곱 살짜리 어린 대장은, 마흔 살 어른인 나를 노려보며 등골에서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이때 느꼈던 강한 인상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서 마음속에 ‘김정은이야말로 언젠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만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심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북한 문제 전문가들까지 나의 예측을 무시하고 심지어 비웃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것은 일주일 뒤, 고꾸라지기만 하는 김정은의 연에 후지모토씨가 다리를 달아주면서부터다. “아이들의 놀이 상대가 되어달라”는 김정일의 예상치 못한 지시를 통해 후지모토씨의 북한 생활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측근들은 정철·정은 형제를 ‘왕자들’ 혹은 ‘큰 대장’, ‘작은 대장’으로 불렀다. 후지모토씨가 ‘정은’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고영희가 은연중에 내뱉은 호칭을 통해서였다. 우리 통일부가 기존에 쓰던 김정운에서 김정은으로 표기를 변경한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2009년 10월이었다.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김정일·김정은 부자.“두 왕자들은 보통의 북한 사람들은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일본 만화와 비디오 게임을 가지고 있었다. 원산 초대소에 있는 영화관(김정일 패밀리와 측근들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만든 전용 영화관) 안에는 일본의 게임센터에 있는 대표적인 게임들이 모두 갖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열패밀리가 사는 ‘성역’ 안에는 참으로 없는 것이 없었다.” 정철·정은 형제는 사이가 무척 좋았는데 체형이나 성격은 무척 대조적이었다. 외모상으로는 확실히 김정은이 김정일을 빼닮았다. 얼굴은 물론 체형까지 아버지를 닮아 뚱뚱했고 10대 중반에는 키가 다소 자랐지만, 10대 후반에는 허리둘레만 튼실해졌다. 김정철은 모친 고영희를 닮았는지 늘씬한 근육질 체형이었다. 신장 162cm인 후지모토씨가 자신의 기준에서 추정한 것에 따르면 김정철은 성장한 후 175cm 정도였고, 김정은은 168~170cm 정도라고 한다. “정은 대장은 어릴 적부터 나를 부를 때 경칭을 붙이지 않은 채 ‘후지모토’라 불렀고, 형인 정철 대장은 ‘후지모토씨’라고 경칭을 붙여 불렀다. 두 사람 모두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만 성격은 정철 대장이 더 얌전했다. 반면 정은 대장은 승부욕이 강하고 응석기가 좀 있었다.” 한번은 형제들과 술래잡기를 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간 후지모토를 보고 장난기가 동한 김정은이 “후지모토, 빨리 나와!”라고 소리치면서 화장실 문을 흔들어댄 적이 있다. 당시 안쪽에 잠금장치가 없어 문을 잡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을 회상하며 후지모토씨는 “김정철이라면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정은의 나이는 여덟 살이었다. 1년 후 형제가 구슬 게임의 일종인 오델로 게임을 하다가 김정철이 그만 구슬을 놓치자 이에 화가 난 김정은이 형의 얼굴을 향해 구슬을 던진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동생의 과격한 행동에도 김정철은 여전히 히죽히죽 웃을 정도로 온화한 성격이었다. 형제 사이에서도 어떤 놀이를 하자고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언제나 김정은이었다. 김정철은 형임에도 동생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일이 별로 없어 보였다. “정은 대장이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이었다. 이모님이 평소 부르는 대로 ‘작은 대장’이라는 호칭을 쓰자 김정은이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며 ‘내가 아직도 유치원생인 줄 알아?’라며 이모님을 쏘아보았다. 언제나 형 밑에서 ‘작은 대장’이라고 불린 것이 이날따라 참기가 힘들었던 것일까.” 10대 후반이 되면서 김정은은 놀이를 할 때도 유감없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농구 시합을 할 때도 자기 팀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았다. 후지모토의 눈에 김정은은 그저 단순히 남들의 선두에 서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김정은은 사회적인 관심도 형보다 강했다. “정은 대장이 열다섯 살이었을 때, ‘후지모토, 외국의 백화점에 가서 보니 어디를 가나 물자와 식품들로 넘쳐나서 놀랐어. 우리나라의 상점은 어떨까?’라고 말했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자기 나라와 외국을 비교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위스 유학을 통해 영어의 중요성에도 눈을 떴는지 2000년께에는 열심히 영어를 배우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미 10년 전 북한의 장래를 걱정하던 후계자의 면모 조선중앙통신이 처음으로 보도한 김정은의 단독 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대동하고 새로 건립된 국립연극극장을 방문했을 때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거라는 후지모토씨의 예상에 확신을 얹을 수 있었던 건, 지난 2000년 원산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기차에서 “얘기 좀 하자”며 그를 찾아온 김정은과 5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누고 나서다. 당시 열일곱 살이던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중 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한 상태였다. “김정은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공업기술이 한참 뒤떨어져 있고, 전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내세울 것이라고는 지하자원인 우라늄 광석밖에 없는 북한의 실정을 제대로 짚어냈다. 또 북한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국의 방식을 본보기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듯했다. 북한의 현실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 따위를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릴 적부터 부족함 없이 뛰어놀던 ‘응석꾸러기’의 이미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김정은은 원산 초대소에 머물면서 김정일로부터 중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닐까, 하고 후지모토씨는 이야기한다. 김정일은 이미 형제의 성격 차이를 꿰뚫어보고 있을 터였다. 김정일은 평소 당이나 군 간부들 앞에서도 김정은에 대해 “나를 닮았다”며 만족스럽게 이야기해왔다고. 반면 김정철에 대해서는 “그 녀석은 안 돼. 계집애 같아서”라고 일축하곤 했다. 김정일에게는 1972년 배우 출신인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얻은 장남 김정남이 있다. 2001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밀입국혐의로 체포되어 한바탕 화제를 모은 그는 마카오, 중국 등지에 체류하며 종종 국내외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2008년 김정일의 건강악화설이 알려지기 전만 해도 장남인 정남이 후계자 후보로 언론에 거론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후지모토씨는 그가 유부녀였던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점, 무엇보다 김정일로부터 버림받은 성혜림이 정신병을 얻은 뒤 어렵게 생활하다가 2002년 러시아에서 사망한 점을 들어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내 주장해왔다. 2009년 북한 내에서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김정은의 아홉 살 생일에 맞춰 발표되었던 노래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찬양하는 가사가 담겼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1·2 스위스 베른 공립중학교 유학 시절의 김정은. 3 김정은의 9세 때 모습. 지난 2010년 9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 뒤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공식 후계자로 인정받은 김정은은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매스컴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일은 안정적인 후계 체제는 세습에 의한 길밖에 없다고 봤을 것이다. 건강에 불안감을 느낀 김정일은 살아 있는 동안에 빨리 정은 대장에 의한 후계 체제를 굳혀서 가능한 한 공식 석상에서 정은을 후계자로 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설령 후계에 일말의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일에는 절대 거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보위에 오르지 못한 형 김정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후지모토씨는 김정철은 동생과 대립하거나 각을 세우지 않고 든든하게 보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복형인 김정남의 제거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처음부터 후계자 경쟁구도에 참여하지 않은 그를 굳이 죽일 이유가 없다는 것. 또 후지모토씨는 고영희가 사망한 후 사실상 김정일의 정부인이 된 김옥 역시 김정은을 음지에서 지원하며 그의 후계자 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일의 여인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 그리고 김옥 “김정일에게 여러 명의 부인이 있었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직접 보고 알고 있는 ‘사모님’은 고영희뿐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북한 제일의 예술단 무용수로 활약했던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김정일의 열애 이야기는 측근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후지모토씨는 고영희는 언뜻 봐도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끄는 미인이라고 했다. 신장이 165cm 정도로 김정일과 나란히 서 있으면 거의 같을 정도로 보였다고. 측근은 물론 수행원들은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요리를 잘했다는 고영희는 김정일의 집무를 돕는 비서 역할도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평상시 김정일의 머리도 직접 잘라주었다고 한다. 단, 파마를 하기 위해 이발사를 부를 때만 빼고. 1980년대 후반 함흥 초대소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부관이 혼자서 바람을 쐬던 김정일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 사건이 있었다. 그때 부관을 덮쳐 총을 떨어뜨리게 한 사람이 고영희였다. 김정일은 “그때 나는 ‘내 목숨이 여기까진가’ 하고 생각했어. 당신 덕분에 살았어. 고맙구려”라며 그때의 고마움을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고.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직후 김정일에게 의지가 되어준 것도 그녀였다. 당시 집무실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책상 위에 놓인 권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김정일의 모습을 보고 놀란 고영희가 얼른 권총을 치웠다는 일화가 있다. “1993년 고영희는 프랑스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입원 중인 고영희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김정일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고영희는 2004년 유방암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지지만, 후지모토씨는 사인이 뇌경색일 거라고 풀이한다. 2000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오른쪽 반신이 마비된 적이 있으며 재발 여지가 높은 병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50세 전후 젊은 나이의 고영희가 뇌경색을 일으킨 배경에는 그로부터 10여 년 전 유럽 체류 중 미국으로 망명한 여동생 부부로 인한 심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들 한다. 지난 8월 북중 정상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현재 김정일의 실질적인 부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옥에 대해 후지모토씨는 김정일의 제1비서였던 ‘옥이 동지’일 거라 추측했다. 컴퓨터에도 능통했으며 김정일의 스케줄 관리를 담당했던 김옥은 고영희와 함께 김정일이 가는 곳에는 거의 동행했다고 한다. 담소를 나눌 정도로 두 여인의 관계는 나빠 보이지 않았다고. 후지모토씨는 김옥을 1964년생으로 추정했다. 지난 1994년 3월 그녀의 서른 살 생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서른 개의 초가 꽂힌 케이크를 본 그녀가 “싫어요, 치우세요. 치우지 않으면 나가버릴 터여요”라며 어깃장을 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덕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대우를 받은 여인은 고영희에 앞서 두 명이 더 있다. 김정남의 친모 성혜림에 이어, 고 김일성 주석의 정식 허락을 받아 결혼식까지 올린 인민보안국 타자수 출신의 김영숙이 그 주인공. 김영숙과의 사이에서는 김설송·김춘송 자매를 두었으나, 후지모토씨는 이번 책에 이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정리 / 장회정 기자 ■참고 서적 /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후지모토 겐지, 맥스미디어) ■사진 제공 / 맥스미디어>
김정은 “기타 치고 노래하는 요즘이 너무 신나요!”
2010. 09. 02 16:07 연예
‘지치고 힘든 날 TV를 켰을 때 나왔으면 하는 스타’를 물어본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김정은을 꼽지 않을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주저앉아 울기보다는 밝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연인’으로 우리의 곁에 머물러왔다. 그렇게 활동해온 10여 년, 그 사이 수많은 일을 겪어온 그녀는 이제 ‘전설’로 돌아오려 한다. ‘이 나이 먹고서야’ 해소하게 된 록에 대한 갈증 김정은(34)이 록 밴드를 이끄는 리드 보컬로 활약하게 됐다. SBS-TV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서 ‘컴백 마돈나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전설희’ 역을 맡게 된 것. 삶과 사람, 사랑에 지친 30대 ‘아줌마’들의 잃어버린 자아 찾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전설희’는 대한민국 최대 로펌 대표 변호사의 아내이자 법조 명문가의 며느리로 살아가지만 결국 시댁의 가식과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한 뒤 홀로 시댁을 상대로 한 이혼소송을 벌여나가는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과 꿈을 되돌아보게 되고 학창 시절의 활동을 살려 새롭게 결성한 ‘컴백 마돈나 밴드’를 통해 삶의 열정을 되찾게 된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찬란한 학창 시절이 있었잖아요. 잘나가던 ‘전설희’도 점점 나이를 먹고 사회와 부딪히면서 온갖 일을 겪게 돼요. 눈물도 흘리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밴드’를 통해 성장하고 진정한 삶을 찾아가게 되죠. 내용 자체에도 공감이 많이 갔고, 여자들이 중심인 이야기가 턱없이 부족한 요즘에 만나보기 힘든 기획이라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극중에서 록 밴드의 리더로 활약하는 만큼, 폭발력 넘치는 가창력과 능숙한 기타 연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 주변에서는 ‘또 힘든 역을 맡아 고생하겠다’며 걱정하기도 한다지만 김정은은 ‘누구보다 몸으로 때우는 역할을 많이 해본’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고 연습에 매진하겠다는 자세다. “캐스팅 되자마자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씨 보컬 트레이닝을 맡았던 가수 유미씨에게 한 달 정도 집중 레슨을 받았어요. 제가 부른 영화 OST ‘나 항상 그대를’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유치원생 같아서요(웃음). 과연 이 목소리로 록이 될까 걱정을 좀 했는데, 하루에 8시간씩 연습을 하다 보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사실 그녀는 이제껏 구체적인 활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학창 시절부터 록에 대한 로망을 키워 온 ‘록 마니아’다. 그동안 감춰뒀던 록에 대한 열정을 이제 마구 발산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르겠단다. “고등학교 때부터 록에 열광했어요. 특히 ‘머틀리 루크’라는 그룹의 ‘토미 리’를 정말 좋아해서 일기장에 ‘그 집의 가정부가 되고 싶다’라고 써놓을 정도였죠. 록 밴드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많이 흉내도 내보곤 했는데 그게 지금 도움이 제법 되는 것 같아요. 어릴 적 로망을 이 나이 먹고 이제야 이루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기타 연습 때문에 손가락에 피멍도 들고 목에서는 피가 날 것처럼 아프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 꿈을 이렇게 이루는구나 하는 생각에 힘든 것도 피곤한 것도 모르겠어요.” 연기보다 밴드 연주에 더 집착하는 연기자들, 대역은 없다! SBS-TV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서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가게 되는 ‘컴백 마돈나 밴드’의 멤버는 모두 4명. 김정은 외에도 베이시스트 홍지민, 드러머 장신영, 기타리스트 쥬니가 함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항상 같이 모여 합주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다들 의욕이 넘치고 성격도 잘 맞아서 즐거워요. 촬영 현장에서만 만나 호흡을 맞추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친해졌어요. 게다가 다들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직접 모든 연주를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싶은 마음에 시도 때도 없이 연습에 ‘올인’ 중이에요. 조금씩 손에 익어갈수록 신이 나서 더 열심이고요.” 제작진 또한 완벽한 공연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후문. 실제로 ‘컴백 마돈나 밴드’가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한 첫 무대인 티저 예고 촬영 현장에서부터 완성도 높은 무대가 연출되며 화제가 됐다. 주제곡 ‘We Will Come Back, 마치 우리 마돈나처럼’을 부르던 주인공 김정은은 노래에 심취해 구두가 벗겨진 줄도 모르고 열창하기도 했다. ‘컴백 마돈나 밴드’는 이 여세를 몰아 ‘2010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대에 서는 영광도 누렸다. “정말 긴장도, 기대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가보니 ‘아, 무대에 서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색다르더라고요. 다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훨씬 잘했을 텐데 좀 아쉽기도 했어요. 지금 멤버들 관심이 온통 밴드 연주에 쏠려 있거든요.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오면 또 공연을 펼치게 될지도 몰라요. 드라마 촬영할 때도 다들 연기보다 연주를 완벽하고 멋있게 잘하는 게 우선이에요. 제작진이 ‘이제는 연기도 좀 해라’ 하고 잔소리하실 정도라니까요(웃음).” 늘 새로운 역할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배우 김정은은 오늘도 완벽한 ‘전설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흐르는 세월이 긁어놓은 상처와 현실의 갑갑함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나서는 한 여자를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우리는 지금 배우 김정은이 써 내려갈 ‘전설’의 시작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김정은의 극과 극패션 엿보기 드라마 방영 이후, 김정은의 빛나는 연기만큼 그에 맞춰 각각 다르게 선보이는 스타일 또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상류층 명문 법조가 며느리의 우아한 ‘럭셔리’ 스타일부터 무대 위에서 록을 열창할 때의 블링블링한 ‘섹시’ 스타일까지, 그녀의 완벽한 변신 덕분에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청담동 며느리’ 전설희 스타일 남편 차지욱(김승수 분)이나 시댁 식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흔히 말하는 ‘청담동 며느리 룩’의 진수를 선보인다. 주로 화이트, 핑크 등 화사하면서도 차분한 컬러에 여성스러운 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입는 편. 헤어스타일은 가르마를 타고 깔끔하게 빗어 넘겨 올린 머리로 단정함을 강조한다. 기존의 ‘청담동 며느리 룩’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감한 주얼리로 포인트를 준다는 것.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볼드한 목걸이로 화려하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남편 차지욱이 한국 최대 로펌의 공동대표로 취임하던 자리에서는 블랙 앤 화이트의 튜브형 드레스로 우아한 멋을 뽐냈다. 함께 착용한 목걸이의 가격이 무려 1억3천만원. 이날 촬영 내내 모든 관계자들이 배우들보다 목걸이를 먼저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김정은은 매회 고가의 의상, 주얼리, 소품 등을 활용한 스타일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로운 섹시 로커’ 전설희 스타일 숨 막히는 집을 벗어나 ‘컴백 마돈나 밴드’의 로커로 마이크를 잡을 때는 화려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강조한다. 원피스 대신 글램 스타일 슬리브리스, 해진 청바지, 타이트한 레깅스 등을 입어 과감하면서도 자유로운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 쇼츠와 슬리브리스 등으로 보디라인을 드러내며 여성스러운 섹시함도 보여준다. 헤어스타일은 고전적인 업스타일 대신 과감한 웨이브 헤어로 자유분방함을 표현한다. 여기에 스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를 매치한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제공 / 이성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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