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85 건 검색)
- [김택근의 묵언]김삼웅의 붓칼
- 2025. 02. 25 21:06오피니언
- ... 민심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을 글로 다스리는 필주(筆誅)를 계속하고 있다. 붓칼로 친일매국노와 독재자들, 그리고 반민주 세력들을 처단하고 있다. 어느덧 신채호를 닮았다. 김택근 시인 ...
- 김택근의 묵언
- [김택근의 묵언]나훈아와 남진, 그리고 어른
- 2025. 01. 14 20:29오피니언
- ... 간절한 외침도 들어보고, ‘고향역’을 부르며 눈물을 훔친 팬들이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도 살펴보기 바란다. 이런 당부를 아직은 현역인 남진에게도 해본다. 노래도 늙는다. 김택근 시인 ...
- 김택근의 묵언김택근
- [김택근의 묵언]주여 어디로 임하셨나이까
- 2024. 12. 24 21:02오피니언
- ... 올라 뒤뚱거리지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교회 안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봐야 합니다. 가난해서 쫓겨나는 사람들, 그들이 예수입니다. 주여, 간밤 어디로 임하셨나이까. 김택근 시인 ...
- 김택근의 묵언김택근
- [김택근의 묵언]김진숙, 그가 다시 길 위에 섰다
- 2024. 11. 26 20:57오피니언
- ... 헤아려본다. 백기완 선생도 안 계시고 길 위에는 찬 바람만 분다. 소현숙, 박정혜는 땅에 내려와 새해를 맞을 수 있을까. 1월8일은 그들이 공중으로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김택근 시인 ...
- 김택근의 묵언김택근
스포츠경향(총 1 건 검색)
- 성철스님 재조명한 김택근 작가의 ‘성철 평전’ 올해의 불서 대상에 선정
- 2017. 12. 05 19:38 생활
- 고승 성철스님의 생애와 철학을 재조명한 김택근 작가의 ‘성철 평전’이 올해의 불서 대상에 올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제14회 불교출판문화상 올해 대상 수상작으로 ‘성철 평전’(김택근 지음·모과나무 펴냄)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성철 평전’은 성철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오롯이 담아낸 첫 평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택근 작가 ‘성철 평전’ 대상작인 ‘성철 평전’에 이어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장현갑 지음·불광출판사)’ ‘마음과 시간(정은해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이 각각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또 ‘깨달음의 재발견(우오가와 유지 지음·조계종출판사)’ ‘문수진실명경 역해(중암 역주·운주사)’ ‘백담사 무문관 일기(정휴 지음·우리출판사)’ 등이 ‘올해의 불서 10’에 이름을 올렸다. 향산번역상에는 ‘불교심리학사전(이노우에 위마라 외 지음, 씨아이알)’이 선정됐다. 한편 제14회 불교출판문화상 시상식은 오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불서 10 수상작> 대상-성철 평전 (김택근 지음·모과나무) 우수상-심리학자의 인생실험(장현갑 지음·불광출판사) 우수상-마음과 시간(정은해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 깨달음의 재발견 (우오가와 유지 지음·조계종출판사) 문수진실명경 역해 (중암 역주·운주사) 백담사 무문관 일기 (정휴 지음·우리출판사) 불교를 철학하다 (이진경 지음·휴) 아비담마 연구 (냐나포니카 테라 지음·싸아이알) 어라의 라이프카툰 (지찬 지음·담앤북스) 잘 죽는다는 것 (래리 로젠버그 지음·나무를심는사람들) <향산번역상> 불교심리학사전 (이노우에 위마라 외 지음·씨아이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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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29 건 검색)
- [김택근의 노을 노래]베트남, 그리고 베트남 신부(2019. 09. 06 15:31)
- 2019. 09. 06 15:31 문화/과학
- 이제 고을마다 베트남 여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한국인 자녀들이 힘차게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여인들에게도 한가위는 특별할 것이다. 보름달 속에 고향과 가족이 들어있을 것이다. 베트남이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 뿌리를 내렸고, 한류가 깊이 흐르고 있다. 최근에는 박항서 마법이 베트남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견고한 해외 기지이다. 양국 간에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인들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전통예절을 배우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여명을 파병했다. 맹호, 청룡, 백마부대 용사들이 줄을 이어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우리 생각 속의 베트남은 미개한 땅이었다. 전황은 날마다 중계되었고 그때마다 우리 국군이 이겼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강 미국이 베트남에서 도망쳐 나왔다. ‘싸우면 이겼던’ 국군도 떠나와야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한국 병사들이 5000명 넘게 전사하고 1만6000여명이 부상했다. 베트남은 우리가 생각했던 간단한 나라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시인이며 영화감독인 반레는 이렇게 말했다. “당대 최강국에 맞서서 베트남이 쟁취한 승리는 아직도 세계 인류사의 경이로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 왕조에 동화되지 않은 유일한 민족, 몽골을 물리친 유일한 민족,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국가를 자력으로 몰아낸 유일한 민족,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유일한 민족…. 우리 민족에 싸움을 걸어왔던 중국, 몽골, 프랑스, 일본, 미국은 우리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뢰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민족은 ‘강한 힘을 신뢰’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법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장구한 역사에 숱한 외침을 당했지만 이를 물리쳤다. 교육열이 높고 근면하며 애국심이 강하다.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가슴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베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신부들에 대한 차별과 천대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베트남 신부를 얻어주는 결혼중개 광고가 경쟁적으로 나붙던 때가 있었다. 펼침막에 ‘재혼도 가능’에서부터 ‘후불제 염가 제공’ ‘100% 환불 가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런 패륜적인 광고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베트남 신부를 구해주는 결혼중개업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한국인과 ‘사랑’ 없이 결혼하는 베트남 신부들은 거의가 가난하다. 가난을 벗어나려 떠나온 낯선 땅에 신랑까지 낯선 사람이었으니 얼마나 두려웠을 것인가.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라서 욕설을 듣고, 매를 맞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이런 차별이 20년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개인과 나라 모두 가난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나없이 가난이 뼈에 사무쳐서 가난을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눈물을 뿌리며 해외로 떠났다. 김포국제공항은 늘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때의 젖은 눈으로 베트남 신부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투신자살한 베트남 신부의 마지막 일기가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 다만 엄마가 슬퍼할 것이, 더 아플 것이 두렵다.’ 이제 고을마다 베트남 여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한국인 자녀들이 힘차게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여인들에게도 한가위는 특별할 것이다. 보름달 속에 고향과 가족이 들어 있을 것이다. 부디 한가위가 풍성하기를! ※김택근의 노을노래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 김택근의 노을 노래
- [김택근의 노을 노래]고향 그리고 느티나무(2019. 08. 30 14:31)
- 2019. 08. 30 14:31 문화/과학
- 사람들의 섬김과 보살핌을 받던 느티나무가 우리 시대에 인간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느티나무는 홀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야위어가고 있다. 추석이면 고향에 간다. 길이 막혀도, 형편이 궁해도 집을 나선다. 나이가 들었어도 고향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고향 생각을 하면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오래된 마을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마을 입구나 고갯마루에 심었다. 추석날 보름달이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풍경은 마을이 풍요롭고 평화롭다는 징표처럼 보였다. 김형규 기자 하지만 설레며 찾아간 고향은 옛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뜨고 어머니들도 하나둘 떠나간다. 빈집이 늘어나고 아기 울음마저 끊긴 곳이 많다. 마을에는 풍문마저 떠돌지 않는다. 그저 고요할 뿐이다. 마을은 쇠락하여 그 이름마저 희미해졌다. 다만 느티나무만이 그대로 서 있다. 느티나무 아래는 쉼터요, 굿판이요, 의견을 모으던 회의장이요, 마을재판이 열렸던 간이법정이었다. 느티나무는 아이 울음소리, 싸우는 소리, 송아지 울음소리, 상여 나가는 소리, 기도 소리, 불효자 울음소리를 들으며 몸집을 불렸다. 마을 주민들의 태어남과 떠남을 지켜봤다. 그렇다보니 느티나무마다 이야기가 서려 있다. 그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면 전설이 되고 달빛을 받으면 설화가 되었을 것이다. 느티나무는 그 자태가 우람하지만 사람을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500∼600년은 족히 살고, 어떤 나무는 천년 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이 땅에 천년을 산 느티나무가 있다면 고려의 햇빛을 받고 태어나 조선의 바람을 맞고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렇듯 온갖 풍상을 이기고 살아남았지만 요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생명평화순례단과 함께 고을을 찾아가 빌어먹는 탁발순례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 땅의 많은 느티나무를 볼 수 있었다. 쇠락한 마을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한눈에 봐도 건강하지 못했다. 모습은 우람했지만 왠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급히 주저앉는다. 집은 기둥이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집식구들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 냄새가 지워지면 지붕 위에 풀이 난다. 느티나무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왔다. 울 안의 감나무가 주인이 떠나면 열매를 맺지 않듯이 아마 느티나무도 그럴 것이다. 마을사람들의 기를 받아야 비로소 늠름할 것이다. 김택근 사람들의 섬김과 보살핌을 받던 느티나무가 우리 시대에 인간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느티나무는 홀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야위어가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펼쳐졌던 공동체의 삶이 스러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향의 느티나무는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떠나고 홀로 고향이 되어 있다. 느티나무를 향해 안녕과 복을 빌던 사람들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갈까. 느티나무가 그 무성한 잎들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 주고 너털웃음을 터뜨릴 그날이 올까. 고향은 자꾸 말라가는데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까. 고향에 가거든 느티나무에 기대어 보시라. 느티나무에게 말을 걸어 보시라. 느티나무 아래서 옛 벗들과 막걸리 한잔하시라. 좀 여유가 있다면 느티나무에 걸린 보름달을 보고 오시라.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간절한 소원들을 담아 오시라.
- 김택근의 노을 노래
- [김택근의 노을 노래]가난한 이들이여, 가을엔 행복하자(2019. 08. 23 16:02)
- 2019. 08. 23 16:02 문화/과학
-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그들만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새삼 이웃나라 복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가을하늘은 청명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풀벌레 소리를 타고 내려올 것이다. 이상훈기자 비에 더위가 씻겨 내려갔다. 처서(處暑)가 지나자 대번에 바람결이 달라졌다. 새벽녘에는 이불깃을 당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은 비뚤어지고 매미 울음이 멀어진다. 햇살에는 따가운 침이 없어졌고 풀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비로소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는다. 옛사람들은 처서 이후 15일 동안에 일어나는 징후로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벼가 익는다고 했다. 밤에 귀 열면 온갖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벌레 소리는 온갖 상념을 끼얹는다. 이오덕 선생은 벌레 소리에 별빛 희망이 여물고 짓밟힌 풀들의 상처가 아문다고 노래했다. ‘너희들의 노래로/ 허물어진 흙담 앞에 서 있는/ 해바라기의 씨앗 속에/ 별빛 희망이 여물고// 너희들의 노래로/ 달개비꽃의 가난한/ 행복이 피어나고// 짓밟힌 풀들의/ 상처가 아물고// 냇물과 돌들이/ 살아서 숨쉰다.// 너희들은/ 지구의 숨소리// 가난한 목숨들의/ 평화의 기도// 이 밤에 빛을 뿌려 주는/ 저 별들을 위해/ 이 어두운 지구에서 보내 줄 것은/ 다만 너희들의 노래뿐이구나.’ (이오덕 동시 ‘벌레 소리’ 중에서) 가을 문턱에서 듣는 풀벌레 소리는 그대로 평화다. 그럼에도 풀벌레 소리 높으면 하늘과 땅에는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계절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지만 올여름은 무던한 편이었다. 태풍이 왔어도 사납지 않았고, 뙤약볕도 견딜 만했다. 여름나기가 갈수록 힘든 것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철저히 대비를 해도 자연의 노여움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비교적 순했던 이번 여름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얼마 전 쌍무지개가 떠 있는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동시다발로 올라왔다. 자연의 선물처럼 보였다. 철 지난 바닷가 백사장에는 아직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남아있다. 사람들은 저 발자국을 남기고 어디로 갔을까. 문득 사람이 그립다. 어디에 있든 그들은 해변의 추억을 끌어안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외딴섬보다 깊은 산 계곡보다 사람들이 붐비다 홀연 떠나간 곳이 더 쓸쓸하다. 사람에 부딪히고 차여도 돌아서면 사람이 보고 싶다. 김택근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소나기가 잦다. 그때마다 여름은 조금씩 지워질 것이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하늘은 마냥 푸르다. 그러면 하늘가에 어김없이 뭉게구름이 나타난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면 한 번쯤 풀밭에 누워볼 일이다. 눈 감으면 대지의 숨, 눈 뜨면 하늘의 결. 땅 위 모든 형상이 하늘에 떠 있다. 보고 있으면 나를 위해 단 하나의 표정을 만들어준다. 문득 들녘을 보면 허수아비가 서 있다. 허수아비들이 새떼를 부르고, 새들은 가을을 물어올 것이다. 지난여름에는 유독 험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다.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지축이 흔들리도록 만세를 불렀는데도 일본은 보란 듯이 도발했다. 또 예상은 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그들만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새삼 이웃나라 복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가을하늘은 청명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풀벌레 소리를 타고 내려올 것이다. 여름을 건너왔다. 우리 한국인들, 가을로 들어섰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면 그대의 가을이 왔음이니 문을 열라.
- 김택근의 노을 노래
- [김택근의 노을 노래]지하철에는 시가 너무 많다(2019. 08. 16 15:20)
- 2019. 08. 16 15:20 문화/과학
- 질과 결을 따지기 전에 지하철에 시가 너무 많다. 시가 빽빽이 들어차 있으니 시 특유의 여백이 없다. 스크린 도어에 ‘의무적으로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하철역에 시가 있다. 누구라도 전동차를 기다리며 스크린 도어에서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시 중에는 공모작품이 많다. 일반 시민들의 시를 모으고 가려서 지하철역에 전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지하철 승객들의 시를 보는 안목은 천차만별이다.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적 울림이 약하다는 지적이 의외로 많다. 사물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공적 공간을 낭비한다” “시각 공해다”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시가 있는 지하철은 급한 호흡을 가다듬는 여유가 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전동차의 쇳소리도 잦아든다. 우리에게는 시를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 있는 것 같다. 그 옛날에도 장부의 으뜸 멋은 시를 잘 짓는 일이었고, 또 어느 시대이건 시에 대한 내용과 깊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시를 짓는 이들에게 시대를 아파하고 잘못된 세태에 분개하라고 일렀다. “예스러우면서도 힘 있고, 기이하면서도 우뚝하고 웅혼하며, 한가하면서도 뜻이 심원하고, 밝으면서 환하고, 거리낌 없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 기상에는 전혀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가늘고 미미하고, 자질구레하고, 경박하고, 다급한 시에만 힘쓰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지하철 시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요즘 돌아보면 경박하고 다급한 시들이 양산되고 있다. 시들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시는 영혼을 돌아 나와야 한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생각에 사악한 기운이 없어야 한다. 얼마 전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 한 편을 발견했다. ‘한 편의 시(詩)를 쓴다는 것/ 말(言)이 절(寺)을 만나는 일 아니랴’(송철복) 말(言)이 절(寺)를 만나야 비로소 시(詩)가 된다고 했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저마다 마음속에 절 한 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마음에 절을 짓는 일은 너무도 거창하다. 말(言)이 절로 들어가는 것쯤으로 낮춰도 좋을 듯하다. 그럼 말이 절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안의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비로소 무릎을 꿇을 수 있는가. 김택근 시인이 걸인보다 많다고 한다. 곳곳에서 시인들을 양성한다. 이런 이미지에는 이런 묘사를 하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어떤 재료에는 어떤 양념을 쳐야 한다는, 흡사 요리강습과 같다. 요즘 시인의 자격을 획득하기가 지하철역에 시가 내걸리는 것보다 쉽다. 아예 끼리끼리 문예지를 창간하고 자기네들끼리 시인을 추천한다. 이 땅에 시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어떤 통과의례를 치렀던 ‘나도 시인이다’라는 사람을 헤아리면 수만 명이란다. 결국 시인의 이름으로 수만 편의 시가 ‘정품’으로 생산되고 있음이다. 그 시들은 누구의 가슴을 적시는가. 일주문을 지나 경내를 거쳐 법당 앞에 꿇어앉은 시는 과연 몇 편이나 될까. 다시 지하철 시를 살펴보자. 질과 결을 따지기 전에 지하철에 시가 너무 많다. 시가 빽빽이 들어차 있으니 시 특유의 여백이 없다. 스크린 도어에 ‘의무적으로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를 엄선해 드문드문 걸어 놓았으면 좋겠다. 시를 감상하느라 전동차 하나쯤은 그냥 보내는, 그런 시들이 걸려 있으면 좋겠다.
- 김택근의 노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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