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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43 건 검색)

‘금값’과 ‘헐값’ 사이···농부는 밭에서 손을 뗀다[남태령을 넘어③]
‘금값’과 ‘헐값’ 사이···농부는 밭에서 손을 뗀다[남태령을 넘어③]
2025. 01. 14 06:00경제
... 옮기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밭떼기냐, 농협이냐 농부들은 왜 배추를 심어놓기만 하고 마저 키우지 않는 걸까. 박씨는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뚫기...
2025 신년기획
농부가 농촌을 떠난다 [남태령을 넘어①]
농부가 농촌을 떠난다 [남태령을 넘어①]
2025. 01. 07 06:01경제
... 했다. 쌀값은 내려가고, 기후 피해는 커지며, 젊은 농부들은 농촌을 떠난다. 신안에서 만난 청년 농부 박시만씨(36)가 말했다. “쌀 팔면서 엄마한테 짜증을 냈죠. 다시는 쌀농사 안 짓는다고. 너무...
2025 신년기획
청년 농부 4인 “가진 것은 토마토뿐”…14일 탄핵 집회 ‘방토’ 나눔합니다[인터뷰]
청년 농부 4인 “가진 것은 토마토뿐”…14일 탄핵 집회 ‘방토’ 나눔합니다[인터뷰]
2024. 12. 13 14:15라이프
... 저희가 직접 재배한 방울토마토 1500인 분을 ‘레드히어로즈’라고 말씀 주시고 받아 가세요. ‘농부’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어 이번 주 토마토 전량 수확해서 뛰쳐나갑니다!(거의~~ 농민봉기) 든든한...
‘꼬마 농부’가 된 4남매…우당탕탕 김장 일기
2024. 12. 03 21:41문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트로트 퀸’ 정미애와 그의 가족이 등장한다. 4일 방송되는 551회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오늘’에서는 정미애가 4남매...

스포츠경향(총 89 건 검색)

이상이, 상상 이상 이 농부 …추수만으로 웃음 ‘빵’ (놀뭐)
이상이, 상상 이상 이 농부 …추수만으로 웃음 ‘빵’ (놀뭐)
2024. 10. 04 09:43 연예
놀면뭐하니. ‘미국 농부’가 된 이상이가 상상 이상 등장으로 웃음을 안긴다. 10월 5일 방송되는 MBC ‘놀면 뭐하니?’(연출 김진용 이주원 왕종석 소인지 방성수/작가 노민선)는 수확의 계절에 가을 추수를 하러 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추수를 도울 게스트로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로 활동한 이상이가 3년 만에 깜짝 출격한다. 공개된 사진 속 멤버들은 ‘미국 농부’ 느낌 나는 이상이의 비주얼에 웃음이 빵 터진 채 그를 반기고 있다. 이상이는 멜빵 청바지와 체크 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부린 패션으로 눈길을 끈다. 멤버들은 “미국 텍사스에서 왔어?”라며 놀리고, 이상이는 “추수한다고 해서 왔다”라고 패션 의도를 설명한다. 특히 이상이는 렌트한 픽업트럭을 끌고 와 ‘미국 농부’ 콘셉트를 완성한다. 유재석은 “상이가 트럭을 몰고 지인들 이사하는 거랑 무거운 물건 옮겨주는 걸 좋아한대”라며, 자신에게 자랑했던 이상이의 취미를 밝힌다. 이상이는 “어딘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가을 추수를 향한 의지를 이글이글 불태운다. 이어 멤버들은 추수를 하러 논으로 이동한다. 마을 이장님은 트랙터 기계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벼를 벨 것을 요청하고, 멤버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추수를 시작한다. 파란 하늘에 고개를 숙인 황금 빛깔 벼의 풍경의 힐링을 자아내는 가운데, “쓸모 있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상이는 상상 이하의 추수 실력을 보여 모두를 폭소케 한다. ‘미국 농부’ 이상이와 함께 하는 가을 추수는 10월 5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되는 MBC ‘놀면 뭐하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은농부커피’와 협업 일본스토리, 공정무역 커피투어 상품 선보여
‘작은농부커피’와 협업 일본스토리, 공정무역 커피투어 상품 선보여
2024. 08. 12 16:40 생활
㈜세상에없는세상에서 운영하는 일본여행 전문기업 ‘일본스토리’가 ‘작은농부커피’와 협력사업으로 일본 공정무역 커피투어 시리즈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본 공정무역 커피투어는 커피캐스팅 저자이자 스페셜커피 감정사인 안광중 인솔자가 전일정 동행하며 큐슈 후쿠오카, 사가 지역을 3박4일 동안 여행한다. 또한 큐슈 5대 커피 중 한곳이자 70년 전통으로 유명한 이즈미야 커피점에서 전통 로스팅 방식을 배우고 수료증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색이다. 커피 전문가와 일본 전문 여행사가 협력해 일본 커피투어, 카페투어, 인문학투어를 하면서 사가 유명 온천도 체험하고 현지인 추천 맛집에서 로컬문화도 체험할 수가 있다. 일본스토리는 일본 컨셉투어, 단독투어 전문으로 오키나와, 홋카이도, 오사카, 구마모토, 벳부 유후인에서 색다른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스토리 담당자는 “이번 커피투어는 맛있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공정여행”이라며 “일본 다른 도시에서도 커피, 카페를 주제로 한 인문학 여행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부 전향’ 김현중, 장마철 농사 폭망···“참담해”
농부 전향’ 김현중, 장마철 농사 폭망···“참담해”
2024. 07. 17 18:29 연예
유튜브 채널 ‘KIM HYUN JOONG.official’ 가수 김현중이 농사를 짓던 옥수수밭의 충격 근황을 전했다. 17일 김현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KIM HYUN JOONG.official’에 ‘망했습니다 (EP.15 답이없땅)’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채널 ‘KIM HYUN JOONG.official’ 영상 속 김현중은 “집에서 키우려고 했더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문제다”라며 농사지은 땅을 보러 갔다. 김현중은 부푼 마음으로 옥수수밭으로 향했지만 초토화된 땅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그는 “너무 참담하다. 옥수수가 열리고 있다. 옥수수가 엄청나게 크다. 그런데 장마가 와서 옥수수가 다 쓰러졌다. 처참하다. 쓰러진 건 다 뽑아내야 할 것 같다.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현중은 쓰러진 옥수수 수습에 나섰다. 그는 “세울 수 있는 것만 세우겠다. 괜찮다. 강한 것만 키우겠다. 옥수수가 열릴 거 같은데 쓰러진 건 너무 아깝다. 살아보겠다고 위로 꺾인 것도 있다. 그건 놔두겠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KIM HYUN JOONG.official’ 김현중은 “동네 사람들이 응원해주며 모기 물리지 말라고 옷도 주고, 유튜브 잘 보고 있다고 하곤 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본 마을의 이장은 “비료를 많이 줘서 웃자랐다. 그래서 쓰러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깝다. 이건 옥수수가 곧 날 것 같은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점점 휑해지는 옥수수밭에 김현중은 “참담하다. 싹 옥수수만 남았다. 동네 사람들이 응원해주며 모기 물리지 말라고 옷도 주고, 유튜브 잘 보고 있다고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유튜브 채널 ‘KIM HYUN JOONG.official’ 하지만 김현중은 이장의 옥수수밭을 탐색하더니 옥수수를 잘 키우는 법을 배우기로 했고, 이장은 비료를 정량으로 뿌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율희와 이혼’ 최민환, 삼 남매 아빠 내려놓고 초보 농부 도전 (슈돌)
‘율희와 이혼’ 최민환, 삼 남매 아빠 내려놓고 초보 농부 도전 (슈돌)
2024. 07. 12 16:54 연예
KBS2 제공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최민환과 삼남매 재율, 아윤, 아린이 옥천 친가를 방문한다. 14일 방송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2MC 최지우, 안영미와 슈퍼맨 김준호, 제이쓴, 문희준, 최민환이 함께 한다. 이 가운데 최민환과 ‘째둥이’ 재율, 아윤, 아린이 옥천 친가를 찾는다. 이에 시골 장터 나들이에서 가마솥 백숙 먹방까지, 삼 남매가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떤 특별한 추억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치솟는다. 이날 ‘장남’ 재율이 맨손으로 닭잡기에 나선다고 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율은 앞장서서 닭장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거침없이 닭 떼를 구석으로 몰며 사투를 벌인다. 급기야 암탉을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덥석 잡는 데 성공한 재율은 자신의 몸집만 한 수탉을 그물망으로 요리조리 잡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고. 호락호락 잡히지 않은 닭 떼에 맞선 재율의 닭 사냥에 슈퍼맨 아빠들도 일제히 “대박이야”, “진짜 저걸 잡았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특히 재율은 푸드덕 날갯짓 하는 닭을 무서워하는 아빠 최민환에게 “아빠도 태권도 다녔었지? 그럼 용감해야 돼”라며 씩씩하고 용감한 장남의 면모를 발산했다. 이에 최민환은 장남 재율의 맨손 닭잡이를 본 후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뿌듯하고 든든하다”라며 소감을 전한다. 한편 아린은 “닭들아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더니“오빠가 너희 이제 안 잡을 거야”라며 재율 대신 심심한 사과를 건네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두 사람은 푹 고아진 백숙과 닭똥집을 입에 넣으며 “쫄깃쫄깃 엄청 맛있다”라고 흡입하는 홀릭 먹방을 예고한다. 여기에 최민환은 닭장 고치기는 물론 장작 패기, 밭에 비료 뿌리기 등 삼 남매 아빠를 잠시 내려놓고 초보 농부에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는 14일 오후 9시 15분 방송.

주간경향(총 10 건 검색)

[한기홍이 만난 사람](2)농부가 된 불문학자 이원복 “자연과 하나 된 삶에서 행복 얻었죠”(2022. 07. 01 14:51)
2022. 07. 01 14:51 사회
불문학자 이원복을 그가 운영하는 전북 남원시의 작은 농장에서 만났다. 6평 컨테이너 안에 그는 거주한다. 이곳에서 거의 완벽한 유기농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흑염소를 키운다. 이원복은 이미 학계에서 은퇴한 사람이다. 불문학자라는 타이틀 앞에 ‘전(前)’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온당할지 모른다. 책과 펜을 완전히 버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가 벌써 10년이 됐다. 사진/주미영 작가 투르니에 연구에 독보적 그는 원광대 불문학과, 외국어대 불어과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프랑슈콩테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를 깊이 연구했다. ‘미셸 투르니에 ‘마왕’에 나타난 신화 연구’, ‘미셸 투르니에의 작품에 나타난 여행의 역할’ 등이 그의 대표 논문이다. 미셸 투르니에 연구에 관한 한 이원복은 독보적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이원복은 투르니에를 두 번이나 만나 인터뷰했다. 그가 쓴 논문에는 이 거장의 문학적·철학적 육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귀국 후에는 투르니에의 대표작 <마왕>을 공들여 번역했다. 20세기 최고의 전쟁문학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원복은 이 작품의 원전을 100번 이상 읽었다고 한다. 이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2004년 첫 번역서를 냈고, 2020년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외국어대 석사 논문도 투르니에를 썼다. 번역할 때 그는 “매끄럽지 않아도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을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무거운 주제의 작품은 원전을 최소 50번, 많으면 100번을 읽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대중소설은 6개월이면 충분할 수도 있지만 <마왕>처럼 철학적인 소설은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유학을 마치고 20권이 넘는 프랑스 문학 작품을 번역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마왕> 외에도 <오페라의 유령>, <일곱 가지 이야기>, <좁은 문>, <환상여행>,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 <샘과 덤불>, <로빈슨과 방드르디>, <렐리아>, <메테오르 1·2>, <지독한 사랑>, <바틀로 신부의 교육 사상>, <폴린 총장의 생애>, <비잔틴 살인사건> 등이 있다. “아내가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해 수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이 빚을 갚기 위해 강의와 번역을 무리하게 병행했다. 밤을 꼬박 새우면서 담배를 4갑씩이나 피웠다. 체력이 소진됐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이렇게 살다가는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또 교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 사회 역시 온갖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했다. 대학의 공익은 종종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에 의해 무너졌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게 결단의 배경이 됐다. 빚은 최선을 다해 갚아나가되, 삶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2년부터 농사꾼 생활 2012년부터 그는 완벽한 농사꾼이 됐다. 전북 진안군 오천리 먹뱅이마을을 시작으로, 남원시 보절면 괴양리 양촌마을을 거쳐 다시 남원 식정동에 정착했다. 650평 작은 규모의 유기농 전문농원 ‘바드렝이’를 운영하게 된 히스토리다. 바드렝이는 지금은 수몰된 전북 장수군 이원복의 고향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진안에서 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삽 한자루와 맨손으로 산을 개간했다. 3000평 정도의 땅을 개간해 오미자와 아로니아를 심었다. 무려 5년간이나 새벽 4시부터 밤 8시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밤새 번역을 하듯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타산이 맞지 않았다. 외지고 경사가 심한데다 도로가 없었다. 작물을 수확하면 혼자 등짐을 져서 날라야 했다. 생산비가 안 나오니까 결국 포기하고 남원에 오게 됐다. 어디서 농사를 짓든 유기농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맘에는 변함이 없다.” 이원복은 흑염소에게 인공사료를 일절 주지 않는다. 남원 들판과 산야에서 직접 벤 풀만 염소에게 먹인다. / 주미영 작가 바드렝이 농원에선 세 종류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흑토마토와 찰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는 5월과 6월 두 달 동안만 생산해 판매한다. 무농약·무화학비료·무항생제 퇴비사용의 원칙을 지킨다. 흑염소는 70마리 정도 키운다. 방목은 못 하지만 곡물이 섞인 사료는 일절 먹이지 않는다. 대신 온갖 종류의 풀을 베어 먹이로 준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남원 지방 풀의 계보가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버드렝이 농원의 흑염소는 다양한 풀의 성찬을 1년 내내 즐긴다. “버드나무잎은 염소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여름에는 칡넝쿨과 갈대, 가을에는 고구마대와 뽕잎을 준다. 이른 봄에는 이곳에서 ‘바래기’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풀이 난다. 염소가 굉장히 좋아하는 먹이다. 염소가 먹는 풀은 보통 4월 10일 이후에 나온다.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는 강변에서 자라는 갈대가 좋다. 강변 갈대는 산 갈대보다 수분이 많고 영양가가 높다. 버드나무 순은 4월 말에서 7월까지다. 그때는 칡넝쿨이 지천이다. 야생 뽕잎도 많다. 사람들이 뽕나무 농사를 짓다 포기한 것이 야생으로 자라게 된 것이다. 이 야생 뽕잎은 사람에게도 좋은 약재다. 쑥처럼 약성이 있는 풀도 염소에겐 아주 좋은 먹이다. 염소는 역시 나뭇잎을 제일 좋아한다. 땅에 떨어진 풀은 잘 먹지 않는다. 기린처럼 살아 있는 잎 따먹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먹이 경쟁이 치열하다. 아카시아잎이 참 좋은데 가시가 있어 잘 못 먹고, 대신 비슷한 종류인 소사시나무잎을 먹인다. 싸리나무잎도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가을에는 인근 재배 농가에서 고구마순을 대여섯차례 실어온다. 일부는 말려서 하우스 2동에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 고구마줄기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말린 것도 환장하고 먹는다. 겨울에는 생고구마와 고구마대 말린 것을 준다. 겨울엔 쌀겨도 먹는데, 조금씩만 줘야 한다. 겨울철의 보약은 역시 솔잎과 댓잎이다. 겨울에도 생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솔잎과 댓잎이다.” 이원복은 흑염소를 방목할 수 있는 너른 땅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염소가 무엇을 먹고 자라느냐다. 설사 방목을 하더라도 사료를 주면 엄격한 의미의 유기농이 아니다. 토마토를 수확하는 시즌에는 4~5시간, 수확철이 지나면 하루의 대부분을 염소 풀을 확보하기 위해 보낸다. 겨울에 먹을 풀을 뜯어다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남원 전역을 돌아다니며 풀을 베러다닌다. 토마토와 염소는 경축순환의 구조다. 토마토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흑염소에게는 단 한톨의 인공사료도 먹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염소 똥은 아주 건강한 토마토 퇴비의 원료가 된다. 염소가 먹다 남은 풀과 염소 똥을 섞어 한곳에 쌓아두면 그것이 숙성돼 토마토밭의 퇴비가 되는 구조다. 이원복이 키운 토마토는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아 흙의 기운이 살아 있고, 맛을 보면 쫀득한 섬유질이 풍부하다. / 주미영 작가 이원복의 손은 상처를 입어 거친 모습이다. 그의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과 그 여정을 통해 깨달은 초월과 각성의 자취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 주미영 작가 “시중에 나오는 토마토는 경매인, 중매인, 소매인을 거칠 때까지 유통과정이 3~4일 걸린다. 그래서 시퍼렇게 덜 익은 상태로 출하해야 한다. 우리 농장 토마토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80% 정도 숙성된 상태로 보낸다. 밭에서 익은 것과 유통 중에 익은 것은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난다. 토마토는 땅의 기운을 받고 커야 한다. 시장에 나오는 토마토가 화학비료로 재배되는 건 문제다. 땅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섬유질이 거의 없다. 며칠만 지나도 금방 물러진다. 토마토뿐 아니라 다른 과일도 비슷하게 키운다. 대부분 당도를 높이는 비료를 준다. 참외나 수박을 먹어보면 자연스러운 당도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정부 정책이 기업형 대형 농가를 집중 지원하는 체제로 바뀐 지 오래다. 작은 규모로 건강한 과일이나 채소 농사를 짓기란 참 어렵다. 자급자족하는 정도에 머문다. 정부는 시장에 농산물을 충분하게 공급하고, 농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초대형 유리 온실을 짓거나 자동화 시스템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체는 대기업뿐이다. 이런 큰 기업들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는 운영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양의 자연 퇴비를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우리 농장은 특별히 홍보나 광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토마토는 1년 중 두 달만 출하하기 때문에 물량이 부족하다. 주문을 하고 열흘에서 길게는 보름까지 택배를 기다리는 고객이 생긴다. 그들에게 송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남원 사람들은 우리 농장이 흑염소를 어떻게 키우는지 잘 안다. 자연에서 자란 풀을 먹고 자라면 염소의 약성이 강해진다. 건강원 등에 유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토마토 출하를 5~6월에 한정하는 이유는 100% 유기농으로 키운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7월부터는 병충해가 심해지기 때문에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키우기 어렵다. 새벽 3~4시가 기상 시간이다. 1년 내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생을 하지만 1년 순수입은 고작 1200만~1500만원이다. “농부의 삶으로 ‘영성’ 성장” 매출 중심으로만 생각하면 이렇게 경영할 수 없다. 유기농으로서의 자부심 때문만이 아니다. 이원복은 자연과 하나가 돼 노동하는 삶 안에서 구원을 받아 행복해졌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믿는 종교는 없지만, 그는 10년에 걸친 농부로서의 삶을 통해 자신의 ‘영성’이 성장했다고 믿는다. 이원복은 표정부터가 농부의 얼굴이다. 불문학자로서의 과거 자신의 정체성에 조금도 연연하지 않는다. 그것이 농사를 지으며 그가 획득한 삶의 새로운 지평이다. / 주미영 작가 “지난해 3월에는 가슴의 차크라가 활짝 열리는 진아(眞我) 체험을 했다. 가슴에 맺혔던 온갖 원한과 증오의 감정이 일순간에 다 사라졌다. 황홀감이 몰려왔다. 천국처럼 아름다운 그 느낌이 2주간이나 지속됐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오래 유지한 결과,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닌가 해석한다.” 매년 2월 10일경 그는 토마토 모종을 심는다. 모종을 심기 전 두 달에 걸쳐 밭고랑을 만든다. 퇴비를 손수레로 옮겨서 뿌리고 삽으로 밭의 이랑과 고랑을 만든다. 기계를 쓰면 사나흘이면 족한 작업을 두 달이나 들여 손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싫다. 그가 시골 생활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갖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직접 밭을 일궈야 흙과 같이 호흡할 수 있다. 그 느낌과 감촉이 오래 유지돼야 토마토를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앞에서 그가 말한 진아 체험, 영성의 개발과도 관련이 있는 철학이자 가치관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을 달고 살았다. 부친의 논과 밭이 홍수로 쑥대밭이 되면서 시작된 고통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프랑스 유학 시기까지 구두닦이 빼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연탄 배달은 외대 대학원 시절까지 이어졌다. 프랑스에서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접시를 닦거나, 농장에서 포도 따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원복이 번역한 미셸 투르니에의 소설 / 민음사 가난이 가져다준 습관 “1992년 단돈 200만원을 들고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대학은 등록금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난 때문에 ‘삶에 대한 허무감’으로 내내 시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삶과 죽음의 문제라든가, 인간의 구원이라든가, 영적인 완성 등의 문제를 두고 골똘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학부 시절 장 자크 루소에 빠져들었고, 철학적 지향이 강한 미셸 투르니에한테 심취했던 이유도 그런 성향과 관련이 있다. 허무감을 극복하려면 정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유학 중 한국인 유학생들이 자동차를 몰고 컴퓨터를 사용할 때, 나는 자전거를 타고 타자기로 글을 썼다. 이 타자기로 몇만페이지 분량의 리포트와 논문을 썼다.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배우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4년 반이 걸렸다. 보통 10년은 족히 걸리는 과정이다. 그야말로 피와 땀으로 버텼던 세월이다.” 이원복은 프랑슈콩테대학이 있는 프랑스 동부 도시 브장송을 사랑했다. 너무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천혜의 녹지공간으로 프랑스 최초의 녹색 도시로 꼽힌다. 그는 그곳에서 대체로 행복했다. 거대한 규모의 셰루 숲을 즐겼고, 낙엽 식물로 뒤덮인 수많은 산책로를 걸었다. 지금도 그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프랑스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 평가한다. “프랑스 사회의 강점은 토론문화에 있다. 합리적·이성적 사고의 바탕 위에서 누구나 자유로운 토론에 참여한다.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니까 좋은 결론이 도출된다. 사고가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세계의 어떤 문화도 우수하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파리가 세계 문화예술의 용광로가 됐다. 그만큼 깨어 있는 시민이 많다는 얘기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원복은 항상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근원적인지를 찾는다. 그래서 ‘명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가 참선이나 좌선에 몰두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에게 명상의 진실한 형식은 자연 안에서 노동을 할 때 나타난다. 그가 보기에 ‘탐진치’를 내려놓지 못하면 이 세계는 황량한 혹성에 불과하다. 이제 두 달간의 토마토 수확기가 끝났다. 지금은 흑염소를 위한 시간이다. 그들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남원 전역을 돌아다니는 일과가 남았다. 남은 토마토로 즙을 만들고, 겨울에 염소들이 일용할 풀 양식을 건조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우주가 하나가 되면 엄청난 에너지와 사랑, 빛과 생명력이 밀려들어온다. 농사를 지으며 그 행복을 알게 됐다. 그것만 알면 삶은 지상낙원이다. 귀농 후 단 한 번도 문을 잠근 적이 없다. 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과 물질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한기홍이 만난 사람
[오늘을 생각한다]농부의 마음
[오늘을 생각한다]농부의 마음(2021. 10. 08 14:51)
2021. 10. 08 14:51 오피니언
나락은 농부의 얼굴이다. 나락이 익어가는 계절이 되면 농부는 한해의 결실을 보고, 또 보고 싶어 가슴이 설렌다. 긴 가을장마로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린 나락을 보며 농부는 자신의 얼굴이 먹칠이 된 감정을 느낀다. 피해를 복구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언제까지 농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는데, ‘농부의 마음’을 발견한다. 농부는 농업에 종사하는 한편 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과 농사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농업은 ‘토지를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동식물을 길러 생산물을 얻어내는 산업’으로, 결과물에 집중한다. 농사는 ‘논이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 거두는 등의 농작물 재배과정’을 의미한다. 즉 재배과정 자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농산물을 ‘농업’의 산물로만 바라본다. 농축산물의 가격에 전국이 떠들썩하며 가격안정을 이야기하지만, 농부가 어떤 마음일지는 헤아리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멀리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농촌학자 우네 유타카는 저서 <농본주의를 말한다>에서 이를 지적한다. 그의 관점에서 농사는 농부와 천지가 하나가 돼서 몰아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천지자연을 갈고닦아 은혜를 누리는 것이다. 곡식 키우기는 아이 키우기와 같이 정성을 들이는 과정이다. 그런데 도시는 효율과 생산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세우며, 농업에도 이를 요구한다. 마치 공장에서 공산품을 생산하듯 농업에도 불필요한 노동은 줄이고, 비료 및 농약의 진보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농촌은 도시에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적 공간으로 전락했다. 저자는 끝없는 생산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잣대는 농사의 속성에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농촌은 농부들의 정신과 질서에 의해 보존되며, 생산력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사회를 지탱하는 공간이다. 이를 잘 아는 국가에서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도 그러하다. 독일 어느 마을의 사과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데, 이유는 그 사과의 품질과 맛이 특별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독일인들이 그 마을의 풍경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촌은 쇠락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를 가속화시킨다. 농민들은 들쭉날쭉한 날씨와 재난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한편, 가슴에 멍에가 번져가고 있다. 어릴 때 도시락을 먹기 전에 선생님은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재배해주신 농부님과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한톨도 남기지 않고 밥을 싹싹 먹을 것을 다짐하자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한톨이라도 떨어뜨릴까 조심조심하며 한알 한알 꼭꼭 씹어먹었다. 그 마음을 잊어버린 지 오래됐다. 농부를 만나고 돌아와 밥상을 보니 재료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얼굴이 아른아른 비친다. 그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편집실에서]과일을 먹는 사람과 과일을 생산하는 농부
[편집실에서]과일을 먹는 사람과 과일을 생산하는 농부(2017. 09. 04 17:44)
2017. 09. 04 17:44 오피니언
고향의 한 친구 집에서는 예전에 복숭아 과수원을 갖고 있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도시인이 와서 그 과수원을 샀다. 하지만 과수원을 소유하는 것이지 과수원을 운영하기는 힘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동안 친구 집에서 그대로 과수 농사를 짓고 도시인은 그냥 소유하기만 했다고 한다.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하면 과수원을 망치는 것은 순식간에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맛있게 익은 과일을 먹지만, 과일을 일군 농부들은 겨울부터 초가을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과수원의 토양부터 뿌리, 잎사귀까지 모두 관리해야 한다. 그 해의 날씨까지도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누군가 ‘포스트 모더니즘’의 개념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쉽게 설명하기도 힘들어 포스트 모더니즘을 알려면 우선 모더니즘을 알아야 하고, 모더니즘을 알려면 모더니즘 이전의 예술을 알아야 한다고 대답해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의 질문에 세 개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었다. 달콤한 과일을 먹는 사람은 그냥 과일을 씻든지 깎든지 먹을 줄 알면 그만이지만, 과일을 만드는 농부는 늦가을에서 다음해 초가을까지 과수 관리의 전 과정을 섭렵해야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개 대학 1학년 때 배우는 인문학이 그런 과일 농사를 짓는 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철학 개론을 듣고, 역사학 개론을 들었다. 결국 수업시간에 졸고, 낮은 학점을 받게 되지만 그 실패의 밑바탕 없이 철학과 역사를 제대로 알기란 더욱 힘들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철학과 신념이 생기게 된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성진 후보자가 창조과학, 역사관 등의 여러 오해에 대해 8월 31일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회견에서 박 후보자는 “무엇이 보수고 진보인지 지금 현재 마음속의 확실한 정의가 없는 게 솔직한 답”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했다. 또 이런 논란에 대해 “청와대에서도 ‘소시민으로 살 때 그런 흔적들이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명의 공학자로서도 적합하지 않은 답변일 뿐더러, 한 명의 장관 후보자로서도 부적절한 이야기다. 더군다나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재벌기업 위주의 경제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승격시켜 만든 부처다. 장관 후보자가 과학·역사·경제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과일을 만들어야 할 박 후보자의 발언을 듣다 보면 과일을 일구고 수확하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시민처럼 그냥 과일을 먹으려고 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냥 과일을 먹는 것과 제대로 된 과일을 생산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편집실에서
[시로 여는 한 주]한 농부의 추억(2016. 10. 04 18:01)
2016. 10. 04 18:01 문화/과학
이기철(1943~ ) 그는 살아서 세상에 알려진 적도 없다 대의원도 군수도, 한 골을 쩌렁쩌렁 울리는 지주도 아니었고 후세에 경종을 울릴 만한 계율도 학설도 남기지 못하였다 그는 다만 오십 평생을 흙과 더불어 살았고 유월의 햇살과 고추밭과 물감자꽃을 사랑했고 토담과 수양버들 그늘과 아주까리 잎새를 미끄러지는 작은 바람을 좋아했다 유동꽃 이우는 저녁에는 서쪽 산기슭에 우는 비둘기 울음을 좋아했고 타는 들녘끝 가뭄속에서는 소나기를 날로 맞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쇠똥과 아침 이슬과 돌자갈을 은화처럼 매만졌고 쟁기와 가래와 쇠스랑을 자식처럼 사랑했다 더러는 제삿날 제상에 어리는 불빛을 좋아했고 농주 한 잔에도 생애의 시름을 잊곤 했다 수많은 영웅과 재사와 명언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이 농부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가 쓰던 낫과 그가 키우던 키 큰 밤나무와 밤꽃이 필 때 그가 완강한 삶의 일손을 놓고 소슬한 뒤란으로 돌아간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할 것입니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시로 여는 한 주

레이디경향(총 11 건 검색)

[백인혜의 SNS 톡톡] 마케팅 농부가 ‘황금 거위’를 얻는다
[백인혜의 SNS 톡톡] 마케팅 농부가 ‘황금 거위’를 얻는다
2021. 11. 17 16:54 재테크
우화로 이루어진 불경 ‘백유경’에는 ‘떡 반개에 배부른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서 떡가게에 들어가 떡을 사 먹었다. 하나를 먹어도 배가 안 부르고 두 개를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팠다. 마구 먹다 보니 여섯 개를 먹었다. 그래도 아직 양이 차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떡을 하나 더 사서 먹었다. 그것을 절반쯤 먹는데 갑자기 포만감이 밀려들었다. 순간 그는 ‘아차’ 싶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떡은 절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 앞의 여섯 개는 괜히 먹은 셈이군. 먼저 이것만 먹었더라면 절반만 먹고도 배가 불렀을 텐데 말이야. 이거, 손해가 너무 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인생 오류’의 예시다. 어떤 성공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사람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난을 견뎌 내고 역경을 넘어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를 눈물 짓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웃음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 사람이 여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얼마나 많이 울고 고민했는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지금 보여지는 모습, 즉 성공한 모습에만 눈길을 보낸다. 마치 그 사람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성공한 사람은 축하의 대상이 되기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수박의 겉만 보고 속도 녹색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인생의 가르침 속에서 마케팅을 배운다. 농부는 정성스레 씨앗을 심고, 물을 주거나 버팀목을 만들어 주는 등 힘들여 농작물을 가꾸었을 때만이 풍성한 수확으로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마케팅도 그렇고, 기업 운영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수많은 기업이 마치 사냥꾼 같은 마음으로 빠른 판매를 위해 할인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관심조차 없는 고객들에까지 광고를 노출시켜 피로감을 쌓이게 한다. 한마디로 헛고생이다.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내 생각’을 버리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면 판매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이러한 순서를 무시한 채 수확에만 급급하면 반짝효과를 누릴지는 몰라도 진정한 성공에는 이르기 어렵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의 반 이상이 한 번 연락한 이후에 그만두고, 그다음 상당수가 두 번째 연락 후 사라지며, 대부분이 세 번째 이후 연락이 끊긴다고 한다. 씨앗을 심은 뒤 한두 번 물을 주고는 바로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이런 행동으로는 절대 풍작을 기대할 수 없다. 순자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 발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 길을 갈 수 없고, 작은 실개천이 모이지 않으면 강물과 바다를 이룰 수 없다.”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조급한 사냥꾼의 마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농부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필요한 광고로 부담을 주지 말고 고객 스스로 연락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고객들이 중요한 자산, 즉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준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는 디자이너 생활을 거쳐 기업 홍보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문득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프리랜서로 제2의 삶을 선택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SNS 기업마케팅 업무에 뛰어들었다. SNS 마케팅 업체 트렌드넷을 차려 웅진씽크빅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 운영대행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동조합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SNS 마케터 양성 과정과 퍼스널 브랜딩 등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인혜sns 마케팅황금 거위
[백인혜의 SNS 톡톡] '디지털 농부'의 성공 키워드는 ‘진정성’
[백인혜의 SNS 톡톡] '디지털 농부'의 성공 키워드는 ‘진정성’
2021. 01. 27 17:23 문화/생활
코로나19가 깊숙이 생활 속으로 자리잡은 현재 ‘비접촉’은 그야말로 일상이 됐다. 비접촉이 가져다주는 변화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온택트’다. 온택트란 ‘온라인(online)’을 통한 접촉 또는 소통(contact)을 말한다. 온택트(on-tact)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SNS 채널을 비롯해 이메일 마케팅이나 동영상 플랫폼 등 소비자와 소통하며 광고·홍보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기존의 일반적인 온라인 마케팅 방식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항상 기본이 돼야 할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글렌캐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진정성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며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을 얘기했다. 대기업들이 진출한 사업에서 틈새시장을 뚫으려면 제품에 누구든 감동시킬 만한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듯이, 기업도 자신들만이 가진 고유한 철학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 아울러 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자포스’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자포스 CEO 토니셰이는 “단순히 이미지만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는 고객에게 오랫동안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고객을 감동시키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부터 감동시키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 고객이 어머니를 위해 신발을 샀는데, 어머니가 그 신을 신어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시자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직원이 회사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환불 조치하고 고객에게 조화와 위로의 카드를 보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화려한 마케팅은 잠시 눈길을 끌 뿐이지만, 따뜻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끈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진정성을 담은 마케팅은 뚝배기처럼 오래 지속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계정도 마찬가지다. 농부에 의해 뿌려진 씨앗은 새싹을 틔우기 위해 땅 속에서 정말 많은 상황을 겪는다. 또 농부는 씨앗에게 물도 주고, 햇빛도 잘 들게 하고, 정성을 들여 새싹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여름의 뙤약볕을 견디고 모진 비바람과 태풍을 맞아가며 버텨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런 것이 자연이 이치다. 온라인 마케팅도 예외일 수는 없다. 팔로우 수를 늘리기 위해, 혹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의 시대는 지났다. 잘 포장된 광고나 이벤트에 사람들이 자주 속아넘어 가기는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질에 집중해서 농부의 마음으로 꾸준히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화려하지 않고 조금 부족해 보여도 솔직한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는 디자이너 생활을 거쳐 기업 홍보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문득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프리랜서로 제2의 삶을 선택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SNS 기업마케팅 업무에 뛰어들었다. SNS 마케팅 업체 트렌드넷을 차려서 웅진씽크빅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 운영대행을 하고 있으며, SNS마케터 양성과정과 퍼스널브랜딩 등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인혜sns 마케팅
도시 농부 신동섭에게 배우는 가족 텃밭에서 제대로 노는 법
도시 농부 신동섭에게 배우는 가족 텃밭에서 제대로 노는 법
2015. 03. 25 15:43 화제
가족 텃밭을 가꾸며 주말마다 농부로 변신하는 삶은 많은 도시인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실행도, 실천도 만만찮은 일. 딸에게 길가에 핀 풀이름 정도는 알려주고 싶어 시작했다는 도시 농부 신동섭씨의 지난 5년의 좌충우돌 텃밭 농사기를 통해 가족 텃밭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도시 농부 신동섭씨(43)를 만난 곳은 그가 농사를 짓고 있는 파주의 한 산자락 아래 텃밭이었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밭은 황량했다. 게다가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날이어서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무릎까지 올라오는 두꺼운 고무장화를 신고 밭고랑 사이를 누비는 신씨는 거침없어 보였다. 자리를 함께한 도시 농부의 훌륭한 텃밭 파트너, 딸 은지(9)와 아들 민수(7)도 아빠 못지않게 밭과 들, 산으로 익숙한 듯 신나게 뛰어다녔다. 호미를 들고 밭을 매는 모습부터 텃밭 창고에서 농기구를 꺼내오는 것 그리고 비닐하우스 창을 열고 닫으며 환기시키는 것까지 모든 것이 능숙했다. “텃밭 일구기를 시작하고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주말엔 텃밭에 왔어요. 텃밭은 우리 가족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식량 창고이자 부부와 아이들의 재밌는 놀이터였죠. 텃밭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할 게 너무 없는 곳부터 할 게 너무 많은 곳까지 될 수 있어요.” 1 파는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은 당근. 하지만 향은 두세 배다. 첫째는 특히 생당근을 좋아한다. 2 지지대를 박아보는 민수. 텃밭을 하면 기르는 모든 활동이 아이들의 놀이가 된다. 3 텃밭을 일구면 먹는 것도 즐겁지만 눈도 즐겁다. 꽃은 먹을거리이자 장난감이기도 한데, 도라지꽃으로는 차를 끓여 마셨고 봉선화꽃으로는 손톱에 물을 들였다. 4 밭에서 눈에 띄는 채소는 일단 먹고 보는 아이들. 특히 오이와 가지를 좋아한다. 5 10월 땅콩 수확이 한창이 민수.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겨우내 간식이 돼주는 땅콩은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작물 중 하나다. 6 텃밭을 시작한 지 4년째부터 겨울을 나야 하는 작물인 마늘과 양파도 길러 먹고 있다. 양파는 언제 수확하느냐고 성화인 민수.5년 차 도시 농부 신씨는 텃밭을 일구는 것은 곧 텃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물론 처음부터 텃밭 가꾸는 일이 착착 진행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아내와 아이들까지 참여하는 가족형 텃밭이었기에 한결 더디고 힘들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밭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좌충우돌한 결과, 세상 더없이 소중한 가족 아지트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러 가족과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 「가족텃밭 활동백과」에는 ‘우리 가족이 텃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도시 농부에 텃밭 가이드 책 저자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진 신동섭씨의 텃밭 경험담 속으로 들어가보자. 시행착오는 줄이고 가꾸는 즐거움은 배로 늘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7 꽃샘추위가 물러갈 때쯤 되면 밭 만들기를 한다. 마음껏 땅을 파고 뒤집을 수 있는 밭 만들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8 텃밭에 가면 먹을거리가 항상 한 바구니 가득이다. 사 먹는 것에 비하면 크기가 작고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그 맛과 향은 비할 바가 못 된다. 9 가지를 따는 민수. 아이들에게도 밭을 한 평씩 줬다. 아이들 밭에 있는 건 엄마, 아빠도 허락을 받고 따야 한다. 텃밭인데 실패할 일이 뭐가 있어요? 텃밭을 어떻게 만들고, 무엇을 심고, 거름은 어떤 것을 주느냐는 농사 방법에 대한 질문은 미뤘다. 단순 정보를 알려주는 책은 많으니까. 가장 궁금한 건 텃밭 농사의 실패 경험이었다. 선배의 실패 경험은 후배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가장 좋은 지침서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신동섭씨는 난처하다는 듯 “실패 경험은 없다”라고 답했다. 타고난 농사의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물론 성격 탓일 수도 있는데요(웃음). 하지만 정말 가족이 가꾸는 텃밭이라면 실패는 있을 수 없어요. 굳이 말한다면 실패도 즐겨야 한다고나 할까요? 텃밭 가꾸는 재미에 대해 많이들 말씀하시잖아요. 텃밭은 직접 농사를 짓는 어른도,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도 즐거워야 할 일종의 놀이터가 돼야 해요. 그래야 오랫동안 가꿀 수 있어요.” 만약 전업 농부였다면 분명 풍작과 흉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주중엔 일이 있고, 주말에 텃밭을 가꾸는 도시 농부이기 때문에 소출이 적어도, 농작물이 좀 작거나 보잘 것없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수확량을 늘릴 요량으로 인위적으로 비료를 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신씨가 텃밭에 소홀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무턱대고 유기농법이 최고라는 식으로 농사법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에요. 각자 방식대로 하면 돼요. 하지만 텃밭 농사는 소꿉장난처럼 얼마 하고 마는 건 아니잖아요. 한 번만 해본다고 해도 1년이 걸리는 일인데요. 굳이 텃밭 가꾸기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면… 그건 수확량이 아닌 텃밭에 재미를 붙여 오랫동안 가꿀 수 있는 내공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텃밭이 주는 수확량에 만족하라고 했다. 다양한 농사법을 시도해보고 퇴비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그저 재미있게‘만’ 하면 된다고 했다. 왜 수확량이 적을까, 왜 내 당근은 옆집 당근보다 작을까, 하는 고민은 되도록 하지 말라면서 말이다. 텃밭이 ‘일’처럼 돼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초반에 무리하다 중도 포기한 텃밭지기들이 많다. 전업 농부가 아닌 이상 텃밭 가꾸는 일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농부의 기준으로 한 해 농사가 실패라 해도 제대로 즐겼다면 도시 농부는 결코 밑지는 게 아니다. 수확량보다 많아야 하는 건 아이들의 재미 신동섭씨는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밭에서 가장 큰 해충은 아이들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단다.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 열에 아홉은 밭에 오는 아이들을 해충 못지않게 싫어한다고. 아이들은 곱게 키워 내다 팔아야 할 농작물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부가 단출하게 짓는 농사라면 밭에 온 아이들을 불청객 삼을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가꾸는 가족 텃밭이라면 절대적으로 아이‘도’ 중심이 돼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아까 실패 경험 물어보셨잖아요. 사실 제 실패 경험이자, 그 경험으로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라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아이들이에요. 가족 텃밭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농사법은 농사법인데, 농작물이 아닌 자식 농사법이랄까요?(웃음)” 도시 농부를 꿈꾸며 어린 자녀와 함께 텃밭을 가꿔보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하는 부모들이 많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텃밭이 의도만큼 마냥 낭만적인 공간은 아니다. 신씨는 “부모의 경작 본능과 아이들의 놀이 본능이 충돌하는 무대가 곧 텃밭이다”라고 함축했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텃밭 가는 걸 싫어했어요. 덥죠, 벌레 있죠, 축축한 풀들 있죠. 좋아할 리가 없죠. 하지만 아이들이 텃밭을 진짜 싫어했던 이유는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밭일에만 매달려 있는 엄마, 아빠 때문이었어요.” 1 다양한 채소를 수확하면 종류별로 고르는 것은 아이들 몫이다. 2 채소를 채반에 담아 머리에 이고 시장 놀이를 하는 민수. 신씨의 가족도 이 문제를 풀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밭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먼저 챙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무작정 귀찮았거나 밭일에 푹 빠져 아이들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었다. 텃밭 경험이 없던 아빠는 언제 어떻게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사실 텃밭 가꿔보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시 농부들의 텃밭을 가보면 부모는 밭일에 바쁘고, 아이들은 과자를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방치돼 있어요. 집에서 게임이나 하지 말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자 하고 나왔는데 되레 더 게임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건강에서 교육까지 책임지는 텃밭 채소 맛 신씨는 밭에만 오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했다. 농사를 짓고 남는 시간에 놀아줄지, 놀아주다 남는 시간에 농사를 지을지.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텃밭 일이었는데, 아이들은 정작 텃밭에 가는 걸 싫어하게 됐으니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농사 3년 차부터 아이들을 먼저 챙겼어요. 그다음 남는 시간에 농사를 지었죠. 그런데 변화는 의외로 빨리 왔어요. 텃밭에 가면 ‘집에 언제 가?’라고 묻기 바빴던 큰아이가 텃밭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다음주에 또 오자!’라고 말하더군요. 농사 4년 만이었어요. 제겐 그 어떤 수확보다 기쁜 수확이었답니다.” 텃밭에서 논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농사일과 다른 놀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놀 거면 굳이 텃밭일 이유가 있을까 의아해한다. 하지만 신씨는 “텃밭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터이며, 아이와 함께 읽는 가장 큰 그림책이다”라고 했다. 텃밭에서 수확하는 것은 농작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훌륭한 교육적 성과까지 합쳐서 그렇다. 농사 경험은 체험 학습이다. 농작물과 밭에서 만나는 각종 벌레, 곤충들과 어우러지며 저절로 자연 학습을 한다. 내가 수확한 채소의 맛이 마트에서 파는 것과 같을 수 없다. 애정을 걷어내도 확실히 맛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식생활을 변화시키고 편식을 없애준다. 그리고 건강한 미각을 갖게 한다. 텃밭은 의도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내지만 상품으로서 가치를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다. 일종의 실과(과목)인 셈인데, 유럽에서는 이런 놀이와 일의 중간 형태가 지적·도덕적 능력 발달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일찍이 알고 공교육에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첫째 아이는 입이 까다롭고 낯선 것을 안 먹어요. 하지만 텃밭에서 나는 채소는 다 먹어요. 둘째 녀석은 뭐든 다 먹고요. 흙이 자금자금 씹힐 텐데 곰보배추도 자기가 쑥 뽑아 먹고, 쓰고 아릴 텐데 껍질 안 벗긴 도라지도 잘 먹어요(웃음).” 아직은 자라는 아이들이라 텃밭 교육을 통해 무엇이 달라지고 좋아졌다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부모로 느끼는 변화는 분명 있다. 특히 노는 게 다르다. 매우 창의적이고 활동적이다. 정해진 놀이가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서 재밌게 놀 줄 안다. 생태 지능도 높고 자연 지식도 남다르다. 자식 자랑 좀 해보라는 성화에 난처해하던 신씨는 “많은 교육적 효과가 텃밭에 간다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아이들을 위해 텃밭을 시작한 경우라면 더더욱 아이가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가족 텃밭 잘 가꾸는 방법, 분명 있다 큰 공업도시 출신인 신동섭씨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딱히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첫아이를 낳고 나니 풀이름 정도는 알려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자연 공부를 하다가 텃밭에까지 눈길이 갔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파주로 왔다. “가족 텃밭은 전업 농부와 농사법도 달라야 해요.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 등을 안 쓰는 ‘3무’ 농법이 기본이에요. 비닐 멀칭도 안 하는 게 좋아요.” 농법의 우위를 정하자는 게 아니다. 비료를 쓰고 병해충 탓에 농약을 쓰기도 하는 전업 농부의 방식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족 텃밭의 목적은 전업 농부와는 다른 데 있으니, 농사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일을 흔히 ‘자식농사’라 한다. 이는 농사와 자식 교육이 유사한 점이 많은 탓이다. 내 아이가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와 닮은 농법이 유기농법이다.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키우면 비록 겉모습은 작고 못생겨 보이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고 영양소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내 밭을 이웃 밭과 비교하지 말고 가족이 모두 즐겁게, 부담 없이, 그러면서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가에 모든 초점을 맞추자. 그것이 가족 텃밭 성공의 비결이자 비법이다. 우리 아이의 놀이 본능 일깨우기 도시 농부 신동섭씨가 뽑은 텃밭 놀이 베스트 5 1 곤충 놀이 놀이하기 알맞은 시기 곤충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여름. 준비할 것 민첩한 손과 곤충을 징그러워하지 않는 용기. 메뚜기, 방아깨비, 잠자리, 여치 등 곤충을 잡으러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놀이가 된다. 그 밖에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작은 연둣빛 게거미를 잡아 공중에서 놓아주면 거미줄에 매달려 계속 줄을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게거미 줄타기’와 땅강아지 허리에 실을 매 땅강아지가 굴을 파고 들어가 어디로 나오는지 지켜보는 ‘땅강아지 땅파기’ 등이 있다. 살아 움직이는 곤충은 언제나 최고의 친구가 된다. 2 꽃다발 만들기 놀이하기 알맞은 시기 6~7월, 잎채소에서 꽃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할 것 텃밭에 심은 작물에 핀 꽃, 끈으로 쓸 수 있는 풀줄기나 칡. 잎채소는 수확이 끝나도 다 뽑지 말고 꽃이 피도록 한두 개 남겨둔다. 6월 감자꽃과 수확이 끝난 쑥갓, 배추, 치커리 등의 꽃을 따서 꽃다발을 만든다. 자운영, 머위, 호박잎자루 같은 속이 빈 풀줄기에 꽂아 앙증맞은 꽃다발을 만든다. 주변에 칡이 있다면 질긴 껍질을 벗겨 끈으로 사용해도 된다. 3 맨발로 걷기 놀이하기 알맞은 시기 작물을 수확한 뒤, 사계절 언제나, 한겨울에도! 준비할 것 맨발. 맨발로 촉촉한 흙을 밟으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텃밭에 갔을 때 아이들을 맨발로 걷게 해보자. 일단 병 조각이나 날카로운 돌이 없는지 살펴보고 치운다. 감자, 고구마, 땅콩 등 땅을 파서 작물을 수확할 땐 특히 맨발이 좋다. 작물을 수확하고 난 땅은 부슬부슬해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다. 4 우드락 액자 놀이하기 알맞은 시기 사계절 언제나. 준비할 것 적당한 크기의 우드락, 커터. 사진을 잘라 정보와 느낌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일종의 트리밍 놀이다. 온갖 작물로 어지러운 텃밭. 그러나 우드락으로 만든 액자를 놓으면 그 자리는 마치 조명을 받은 것처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드락을 A3 크기로 자르고 안쪽을 A4 용지의 반 정도 크기로 오려낸다. 그다음 작물에 놓고 잎을 꺼내 프레임 위에 올라가게 한 뒤 관찰한다. 관찰 놀이가 끝나면 우드락 액자를 바람에 날리고 받는 놀이를 한다. 맞아도 크게 다칠 염려가 없어 힘차게 던지며 놀 수 있다. 5 페트병 자치기 놀이하기 알맞은 시기 추수가 끝나 빈 논이 생길 때, 넓은 공터가 있다면 언제든지. 준비할 것 빈 페트병, 긴 막대기. 어미자(긴 막대기)로 양끝을 깎은 새끼자(짧은 막대기)를 치고 노는 자치기 놀이. 트랙터 바퀴 자국과 벼 그루터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논에서 자치기를 할 때는 새끼자로 페트병만 한 게 없다. 맞아도 다칠 염려가 거의 없고 탕 내려치는 소리도 커서 재밌다. 팀을 나눠 경기를 해도 되고, 자치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페트병을 놓고 멀리 쳐서 보내는 놀이를 한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성구 ■사진 제공 / 신동섭 ■참고 서적 / 「가족텃밭 활동백과」(신동섭 저, 들녘)>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2014. 08. 29 15:40 화제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유기농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 홀몸 어르신 가정에 전달하고 있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조용하·조경화 남매. 이들의 농장에는 철마다 따뜻한 나눔이 부지런히 열매를 맺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6백80여 평의 농장에서는 매년 35가지 농작물이 수확돼 나온다. 고추와 깻잎부터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땅콩 등 철마다 부지런히 밭을 일구는 농사꾼들은 바로 고등학교 3학년 조용하군과 중학교 3학년인 조경화양이다. 인근 청심국제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남매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작물로 도시락을 만들어 매달 지역 홀몸 어르신들께 전달해오고 있다. 이제까지 전달한 도시락 수는 4백50여 개. 어른들도 짓기 힘든 농사를 두 학생이, 그것도 매달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전달해왔다니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가 시골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변에 논밭이 굉장히 많아요. 1주일에 5일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주 접하게 됐고요. 학생 신분으로 주변에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 농사를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부터 도시락 나눔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활동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던 것. 쉬울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매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일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감자 씨를 어디서 구해야 하나 헤매기도 하고, 작물 재배 시기를 놓쳐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에는 수박 재배에 실패했다며 어린 농부들의 표정이 울상이지만 이래봬도 농작물을 판매해 첫해와 지난해 각각 7백46만원과 3백27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에도 사회적 협동조합과 감자 계약재배를 통해 7백60만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밭 임대료와 초기 비용으로 부모님께 빌렸던 돈도 부지런히 상환해가고 있다. 학교 공부가 끝난 뒤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가평군청 주민지원실을 통해 지역 홀몸 어르신 가정 18곳에 도시락을 전달하게 됐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밑반찬과 빵, 과일을 배달하는 ‘엄마표 유기농 도시락’은 요리에 서툰 남매를 도와 엄마 김혜선씨가 두 손을 걷어붙이고 있다. 밭에서 시작한 남매의 따뜻한 나눔은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남매는 유기농 도시락 전달에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홀몸 어르신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세대 간 일촌 맺기, ‘1老1靑 프로젝트’다. “도시락을 드리러 다니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사람과의 대화를 참 그리워하세요. 갈 때마다 손주 대하듯 반가워해주시고 이것저것 말씀하시느라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을 두고 선뜻 자리를 뜰 수가 없더라고요. 도시락으로 한 끼 해결도 좋지만 자주 말벗이 돼드리면 외로움을 덜어드리겠구나 싶어 1주일에 한 번씩 저녁시간에 안부 전화를 드리게 됐어요. 저희도 어렸을 때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품에서 자랐거든요.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도 느껴지고 좋더라고요. 좀 더 많은 친구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생 1명과 어르신 1분을 연결하는 ‘1老1靑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가장 즐거워야 할 생일에 홀로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위해 케이크를 직접 전달하고 생일을 챙겨드리는 ‘생신 축하드려요 프로젝트’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여름에 선풍기 한 번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혹서기와 혹한기 냉난방에 도움을 드릴 전기세 1백20만원을 가평군 교육지원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농사를 지으며 고생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방송국 PD가 꿈인 조용하군은 이 일을 계기로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조경화양 역시 꿈과 나눔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은 학교 내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1老1靑 프로젝트’를 전국에 있는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현재 두 사람의 꿈이자 목표다. “스스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밭에서 땀 흘리며 무사히 보낼 수 있었죠. 앞으로 이 활동을 더 많은 뜻있는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 / 조용하, 조경화>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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