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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061 건 검색)

‘하노이 드림센터’ 한·베 가정 자녀교육·돌봄 챙긴다
‘하노이 드림센터’ 한·베 가정 자녀교육·돌봄 챙긴다
2025. 03. 19 20:11 보도자료
... 하이퐁은 지상 4층에 다수의 프로그램 운영실을 갖춘 건물로 한·베트남 가정을 위한 미취학아동 돌봄 프로그램과 가족 심리상담, 한국어 교실 등을 운영한다. 앞으로 컴퓨터·정보기술(IT) 교육과 영어...
LS그룹
새 학기 맞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행복상자’ 선물
새 학기 맞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행복상자’ 선물
2025. 03. 19 20:10 보도자료
... 필요한 학용품 및 생활용품 등을 담은 행복상자를 전달했다. 함영주 회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나금융그룹
‘빨래·무료진료···’ 경남 통합돌봄버스, 18개 시군 확대
‘빨래·무료진료···’ 경남 통합돌봄버스, 18개 시군 확대
2025. 03. 18 11:22사회
... 모든 시군으로 확대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복지소외지역에 빨래·청소·정보제공·무료진료 등 돌봄서비스를 갖춘 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통영 욕지도와 사천 신수도에서...
경기 용인에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24시간 돌봄 서비스
경기 용인에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24시간 돌봄 서비스
2025. 03. 18 10:09사회
... 긴급돌봄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고 18 일 밝혔다.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는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입원이나 사고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도는 지난...

스포츠경향(총 136 건 검색)

김예지 의원, 예술인 자녀돌봄 지원하는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대표발의 법안 2건 국회 본회의 통과
김예지 의원, 예술인 자녀돌봄 지원하는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대표발의 법안 2건 국회 본회의 통과
2025. 03. 20 20:19 연예
김예지 의원실 제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 국민의힘 비례대표)이 대표발의한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 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자녀가 있는 예술인들의 경우 업무 특성상 평일 저녁과 주말 근무가 잦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2014 년부터 10 년 넘게 예술인자녀돌봄 지원사업을 통해 불규칙한 시간에 활동해야 하는 예술인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녀 돌봄을 지원하고 있지만 , 법률상 근거의 부재로 사업 예산이 삭감되는 등 사업의 안정성이 낮아 예술인들의 우려가 컸다. 김 의원은 지난 21 대 국회서부터 예술인자녀돌봄 지원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전액 삭감되었던 예산을 되살리고, 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자녀 돌봄의 고충을 경청하는 등 계속해서 입법적, 정책적인 노력을 해왔다. 김예지 의원실 제공 이에 김 의원은 지난해 7 월 예술인 자녀 돌봄 지원 사업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에 추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술인의 자녀 돌봄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화 규정을 신설한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며,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또, 현행 국민연금법 제 18조는 군 복무기간 중 6개월만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추가 산입하도록 하는 군복무 크레딧을 규정하고 있다 . 이 기준은 1969 년부터 1994 년까지 존재했던 방위병의 최소 복무기간을 반영한 것으로, 현재 최소 복무기간인 18 개월 이상과는 괴리가 있어 군복무 장병들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김예지 의원은 지난해 6월 , 군복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의 사기진작과 병역의무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군 복무기간 동안 실제 복무한 기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추가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실제 복무기간 중 최대 12 개월을 산입하도록 수정되어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으로 최종 통과했다. 두 건의 민생법안의 최종 통과를 이끌어 낸 김예지 의원은 “자녀가 있는 예술인들이 더욱 안심하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들이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모든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녀를 돌볼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군 장병들을 위한 사회적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저소득 한부모 근로자 자녀돌봄휴가비 확대···최대 80만원 지원
서울 성동구, 저소득 한부모 근로자 자녀돌봄휴가비 확대···최대 80만원 지원
2025. 03. 12 20:44 생활
서울 성동구청 전경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저소득 한부모 근로자를 대상으로 자녀돌봄휴가비를 연간 최대 80만 원까지 상향 조정하여 지원한다고 밝혔다. 자녀돌봄휴가비 지원 사업은 성동구에 거주하는 저소득 한부모 근로자가 양육을 위해 18세 미만 자녀의 학교 입학·졸업식, 상담, 병원 동행 등으로 인한 무급 자녀돌봄휴가를 사용한 경우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성동구는 1일(8시간) 5만 원씩 최대 5일, 연간 25만 원까지 지원하였으나, 올해부터는 최저시급을 고려하여 지원 금액을 상향 조정하고 지원 일수를 확대해 1일(8시간) 8만 원씩 최대 10일, 연간 80만 원까지 지원을 확대한다. 자녀돌봄휴가 이용률이 저조함에 따라 한부모 근로자들이 무급 자녀돌봄휴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이를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성동구가 돌봄휴가 대상자에게 정책을 안내하며, 개별 상담을 실시한 결과,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낮은 금액 지원이 돌봄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 바 있다. 성동구는 확대한 자녀돌봄휴가를 2025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올해 1월 자녀돌봄휴가 사용자도 소급해서 지원할 방침이다. 신청을 원할 경우, 신청서 및 증빙서류 등을 지참해 거주지 동 주민센터를 방문 하거나 성동구청 누리집(홈페이지) 신속 예약을 통해서 하면 된다. 또한, 기타 자세한 사항은 성동구청 여성가족과로 문의하거나 성동구청 누리집 내 한부모가족 자녀 돌봄 휴가 지원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자녀돌봄휴가비 지원을 확대 운영하는 만큼 저소득 한부모 근로자 가족이 이를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세심한 가족 돌봄 정책 추진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성동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예약] ‘국민 할매’ 김태원의 ‘돌봄 전문’ 찐 사랑은?···‘프로 수발러’ 아내 이현주 N잡 면모에 ‘폭소’ (조선의 사랑꾼)
[채널예약] ‘국민 할매’ 김태원의 ‘돌봄 전문’ 찐 사랑은?···‘프로 수발러’ 아내 이현주 N잡 면모에 ‘폭소’ (조선의 사랑꾼)
2025. 02. 21 22:32 연예
TV조선 예능 ‘조선의 사랑꾼’에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돌봄 전문’ 아내 ♥이현주와의 특별한 데이트를 공개한다. 24일 방송될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전설의 밴드 부활의 ‘카리스마 리더’이자 ‘국민 할매’로도 불리는 김태원이 영하 15도의 추위를 이겨내고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패딩으로 중무장한 ‘조선의 사랑꾼’ 제작진과 달리, 김태원은 얇은 가죽 재킷만을 걸치고 그야말로 ‘락의 정신’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원은 “옛날에는 이렇게 안 추웠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엄청난 추위에 그의 손은 빨개진 상태였다. 제작진이 “선배님, 오늘 쓰러지시면 안 된다”며 걱정하는 가운데, 그런 남편을 도와주기 위해 아내 이현주가 등판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음악 말고는 모든 면에서 어딘가 어설픈(?) 남편을 위해, 이현주는 면도 안 된 수염을 뽑거나 화장실을 탐색하는 등 프로 수발러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한겨울 로커의 자존심을 아내의 사랑으로 감싸며 김태원에게 두꺼운 코트를 입혀줬다. 이에 김국진은 “태원이는 저런 것 해줘야 한다”며 공감해 웃음을 유발했다. 노래 빼면 정말 시체(?)인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아내 이현주의 찐 사랑 데이트는 극사실주의 다큐 예능 TV CHOSUN ‘조선의 사랑꾼’ 2월 24일 오후 10시 방송에서 공개된다.
‘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좋은 상상’···어린이를 위한 법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키움’
‘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좋은 상상’···어린이를 위한 법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키움’
2025. 02. 12 07:06 생활
서초구립네이처힐2단지초등키움센터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아이들도 좋아했던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어려운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변호사 우영우가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는지 키움센터에서도 우영우 속 대사를 따라 하면서 노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 속 재판장 모습을 상기하면서 어려운 법률용어와 재판장의 모습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강이가 노랑이의 킥보드를 동의 없이 가져갔다면 ‘절도죄인가?, 아닌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아이들의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책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재판과정을 알아보고 그 안에 있는 역할과 기능들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른들도 어려운 법률 상식을 아이들이 직접 조사·수집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 대견하였고 아이들도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활동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전래동화 속에서 ‘가장 못된 인물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아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실제 재판에서 내려질 판결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무거운 죄는 무엇이고 판결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관점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빨강이와 노랑이의 킥보드 사건’으로 돌아와 ‘빨강이의 행동이 절도죄인가’를 주제로 하여 아이들이 직접 모의재판 연극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 등에 대한 역할을 정하고 재판 준비를 위한 증거자료를 수집하면서 극을 위한 대본 또한 동시에 작성하였습니다. 12페이지에 달하는 대본집을 완성하여 연습하는 아이들의 수고와 정성이 느껴지면서 저희 교사들까지 뿌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초구립네이처힐2단지초등키움센터 모의재판 날짜를 정하고 아이들이 직접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많은 친구들이 보러올 수 있도록 하였고 재판이 열리는 날 그동안 연습한 극을 진행하였습니다. 참여하는 모든 아이들도 극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저희 교사들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떨지도 않고 그 어려운 법률용어와 긴 대본을 말하면서 재판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어떻게 판결이 났을까요? 배심원들의 다수결을 통해 피고인 빨강이는 유죄 선고를 받아 실제 재판에서 받는 형량에 대해 판결을 받으면서 죄의 무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법에 관련된 정보와 내용을 수집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져 재판절차를 쉽게 이해하고 사회규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모의재판을 떠올리면서 또 새로운 사건으로 한 번 더 재판이 열리길 기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한 아이는 대본집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툴툴거리는 말을 하지만 모의재판 중 기억에 남는 일을 이야기하며 추억하고 또 다른 아이는 다음에는 학교폭력으로 모의재판 극을 열고 싶다고 말합니다. 과연 또 재판이 열릴 수 있을까요?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권리 증진, 돌봄, 아동보호, 자립지원 등 아동복지 정책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개발 지원하는 아동권리 실현의 중심기관으로써,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의 운영 지원 등 돌봄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총 19 건 검색)

[취재 후] 마을공동체의 ‘함께 돌봄’에 관하여
[취재 후] 마을공동체의 ‘함께 돌봄’에 관하여(2024. 12. 04 06:00)
2024. 12. 04 06:00 사회
지난 11월 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성미산마을 30주년을 맞은 주민들이 ‘돌봄’을 주제로 이야기자리(포럼)를 열었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원을 시작으로 성미산 주변에 다양한 공동체가 생겨나 형성된 도심 속 마을공동체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시작했기에 성미산마을에서 ‘돌봄’이란 주제는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30년 이상 성미산마을에서 산 주민들은 육아뿐만 아니라 각자가 속한 공동체가 서로를 돌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최근 같은 어린이집 조합원인 주민이 둘째 출산 후 첫째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다른 주민들이 번갈아 돌봄을 맡아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들어와 여러 공동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장애인 청년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웃들과 함께 반찬가게를 열어 운영했는데, 그것이 돌봄이었다고 회고한 주민도 있었다. 마을에서 탱고를 추는 일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돌봄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새로운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은퇴기를 맞은 주민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을에서,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한 주민은 “공동돌봄이든 상호돌봄이든, 순수 자원봉사 형태가 아닌 재원을 조금씩 내면서 사회적 돌봄 서비스 단가보다는 저렴한, 그런 체계에서 돌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육아, 교육, 먹거리 문제, 주거, 문화 프로그램, 취미 생활 등 다양한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가능한 것들이기도 했다. 성미산마을에서는 노년기 돌봄 공동체도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 죽기까지 돌봄을 받기도, 주기도 하며 일생을 보낸다. ‘돌봄’이 사회적 화두다. 성미산마을은 서로 같이 돌보는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다.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겠지만, 마을공동체 역할에만 기대도 될까. 성미산마을에서도 돌봄의 가장 기초단위라 할 수 있는 어린이집들이 저출생 여파로 위기감을 느낀다. 육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여러 층위의 돌봄은 공공성을 확충하기보다는 시장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함께 돌봄’에 관한 사회 정책적 고민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후
[렌즈로 본 세상] 공공 돌봄 외면…사회 균열 가속
[렌즈로 본 세상] 공공 돌봄 외면…사회 균열 가속(2024. 11. 05 06:00)
2024. 11. 05 06:00 사회
사람은 돌봄을 받는다. 태어나면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자라면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태어날 때만큼이나 연약한 나이가 되면 다시 돌봄을 받는 존재가 된다. 미국의 동화 작가 메리 맵스 도지(Mary Mapes Dodge)가 1895년에 쓴 소설 <한스 브링커의 은빛 스케이트>에는 둑의 구멍을 맨손으로 막아 마을을 지켜낸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소년은 작은 구멍을 그대로 놓아두면 둑 전체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손가락으로, 그리고 손과 팔을 이용해 둑의 구멍을 막았기 때문에 그가 사는 마을이 무사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균열은 몇 군데일까? ‘돌봄의 공공성’에 난 균열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했던 공공돌봄서비스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여성가족부의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도 폐지됐다. 정부가 균열에 정을 대고 못질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29 국제 돌봄의 날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서비스가 전혀 없는 상황에 부닥친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 장애 가족을 돌보는 ‘독박 돌봄’ 중인 사람들이 한 해에 16.4명, 매달 1.4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국의 한 소설가가 1895년에도 이해하고 있던 ‘균열’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는 듯 보인다.
렌즈로 본 세상
장애 아들 40년 돌봄의 ‘비극’…공적 지원 부족 탓에 악순환
장애 아들 40년 돌봄의 ‘비극’…공적 지원 부족 탓에 악순환(2024. 05. 20 06:00)
2024. 05. 20 06:00 사회
2022년 5월 장애인 가정에서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반복되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마련했다. 한 시민이 참사 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카키색 수의를 입은 초로의 남성은 지난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했다. ‘반성과 참회’를 되풀이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커졌다. 마지막은 울음이 섞인 절규에 가까웠다. A씨(63)는 지난해 10월 대구의 자택에서 서른아홉 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현장에는 아들의 시신과 함께 손발에 자상을 입고 쓰러진 A씨가 있었다. 함께 발견된 유서에는 A씨가 생전의 일을 정리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들과 함께 “천사가 있는 하늘로 가자(A씨 법정 진술)”는 계획과 달리 A씨는 그날 죽지 못했다. 근 40년, A씨와 아들은 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아들은 1984년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거동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다섯 살이 넘어서도 다섯 살 수준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아들은 몸이 약했다. 간질과 저혈압으로 종종 쓰러졌고, 목 넘김이 좋지 않아 먹는 걸 싫어했다.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아내는 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졌고, A씨가 아들을 돌봤다. 아들이 자라면서 돌봄의 난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아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A씨가 돌봐야 할 시간은 줄지 않았다. 아들은 초등학교만 특수학교로 다녔을 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아들의 남는 시간은 오롯이 A씨가 책임져야 했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해, A씨는 그간의 돌봄 부담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아들을 시설에 맡기기로 했고, 아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설에 머물렀다. A씨는 화물차 운전을 시작했다. 주말에는 아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봤다. 시설 생활 10년째 되던 해, 아들은 뇌출혈로 쓰러져 두 달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아들은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았다. 아들은 이제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후의 돌봄도 A씨의 몫이었다. 아내는 이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시작해 평일에는 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주말에만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장기간 고된 노동으로 양 무릎이 퇴행성관절염 4기 진단을 받아 키가 큰 아들을 돌보기 어려웠다. A씨는 아들을 재활병원에 입원시키고 재활에 몰두했다. 일을 그만두고 24시간 병원에 머물면서 A씨의 심신도 많이 상했다. 병실의 보호자 간이침대에 머물다 보니 허리가 아팠다. 바깥출입이 줄다 보니 우울증도 생겼다. 이때 생긴 우울증은 이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누워서만 생활하던 아들은 욕창이 생겨 울기도 많이 울었다. 거듭된 재활 끝에 아들은 왼손과 왼발을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입원 생활 6년 만에 A씨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 3일 A씨의 결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아내 B씨(63)는 “(아들은) 평소 생활을 모두 남편과 함께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고, 교회도 같이 가고, 버스도 같이 태워주고, 재활병원도 같이 가고, 온종일 남편이 데리고 다녔습니다. 의사소통은 ‘맞나, 안 맞나’ 물어보면 대답만 하는 정도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빠하고는 소통이 됐습니다”라고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이 가족을 뒤흔든 것은 2021년 3월 A씨의 교통사고였다. 이 사고로 A씨는 발가락이 절단됐고 근육파열과 신경손상을 입었다. 신경이 손상된 A씨는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희소병인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진단을 받았다.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들의 돌봄 공백은 불가피했다. 지인이 위기에 처한 가족에게 장애인의 일상을 지원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이 있다고 귀띔했다. 활동지원을 신청했고, 아들은 집으로 찾아오는 활동지원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지원을 받는 시간은 월 90시간, 하루 3~5시간에 불과했다. A씨는 활동지원사가 오는 시간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그 외의 시간엔 아들을 돌봤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팔을 들어 올릴 수 없었지만, 키 179㎝·몸무게 50㎏의 아들을 “눕히는 일, 일으키는 일, 대변 받는 일을 다 했다(B씨의 법정 증언).”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부자 사이는 돈독했다고 한다. 아들의 활동지원사로 일했던 C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두 분 사이가 엄청 좋았다. 이 정도로까지 챙겨주는 아버님은 못 봤다. 아버님이 병원 갈 때 외에는 늘 붙어 있었고, 병원 가서도 아드님이 어떻게 있나 확인하고 그랬다”고 했다. 그는 “○○형(A씨 아들)은 아버님하고 어머님하고 같이 있으면 좋아했다. 밖에 산책하는 것도 좋아했고, 예쁜 벽화 보는 것,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 칭찬해주는 걸 좋아했다. 좋아하는 걸 하면 웃었다. 티가 났다”고 했다. 아내인 B씨도 통화에서 “(남편이) 힘든 내색을 안 했다. 수시로 뽀뽀하고 아를 억수로 좋아했다”고 했다. 상황은 오래지 않아 최악으로 치달았다. 교통사고 치료비를 지원하던 보험사는 지난해 8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더는 A씨의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해 10월 법원에서 조정 기일이 잡혔는데, 보험사 측은 ‘대형 보험사와 소송해봐야 못 이긴다’고 했다 한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조정을 받아들였다. 보험사가 제시한 합의금은 50만원이었다. 이후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치료비와 약제비 13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까지 추가로 제기했다. 우울증이 있던 A씨는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B씨는 법정에서 “(조정을 받아들이고) 집에 와서 줄담배를 계속 피웠습니다. 힘들어했습니다”라고 했다. 비극은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자동차를 팔고 조용히 신변을 정리한 A씨는 유서를 썼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10년간 아들을 돌봐준 복지관에 재산 일부를 기부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건 당일 오후 7시쯤 집에 돌아온 B씨는 이미 숨을 거둔 아들과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유족인 동시에 가해자의 아내인 B씨는 법정에서 “이 사람(A씨) 정말로 우리 아 키우면서 애 많이 먹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재활치료를 계속 맡겨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너무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게 아를 키웠습니다. 저는 아파가지고 아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자기 죽으면 이 아를 키울 수 없다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쌍하게 살았던 사람입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피고인석 책상 위에 올린 두 팔에 고개를 파묻었다.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0년간 아들을 돌봤다. 희생과 노력이 안타깝다. 그러나 생명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사회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 선고는 오는 5월 31일 내려진다. 돌봄에 매몰된 부모들 지난해 9월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50대 부부와 장애를 앓고 있는 20대 아들 3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사건 현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호자가 장애가 있는 가족을 오랜 시간 돌보다 살해하는 참극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A씨의 사건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에는 전남 영암에서 장애를 가진 20대 아들 3명과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30대 어머니가 장애가 있는 여덟 살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려다 실패했다. 올해 2월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40대 아버지가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5월 7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모두 지적장애가 있던 5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 막히게 반복되는 사건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22년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뒤 우리 정부에 전달한 최종견해에서 “장애인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례 등을 매우 우려한다”고 했다. 잔혹한 범죄다. 그러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범죄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일면도 존재한다. 가해자들은 공통으로 장기간 돌봄을 전담해왔다. 시간이 지나도 돌봄 부담은 줄지 않았고, 그 끝도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24시간 돌봄에 매진하면서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우울증을 경험했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놓인 보호자들은 자살을 결심하게 하는 어떤 사건을 겪고 범행을 저지르는 양상을 보였다. 자녀의 죽음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죽기 위해서는 자녀의 죽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믿는 셈이다. 범행을 저지른 보호자들은 ‘내가 죽으면 돌볼 사람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다른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장애인 단체가 반복되는 비극적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 2019년 8월 울산에서 일어난 사건은 비슷한 경로를 그린다. 30대 어머니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홉 살 딸을 전업으로 돌보다 살해했다.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어머니는 사건 2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2019년 초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충격을 받은 남편이 공황장애로 입원했고, 아내의 돌봄 부담·생활고가 가중됐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후 병원에서 “나 혼자 가면 안 되니까…. 같이 데려가려고…. 케어할 사람이 없으니까…”라고 했다. 2022년 5월 인천에서는 60대 어머니가 서른여덟 살 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는 날 때부터 뇌전증과 지적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고 대소변 처리를 못 하는 딸을 40년 가까이 돌봤다. 그해 1월 딸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버틸 힘이 없었고,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딸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고,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가족 돌봄 강제하는 제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연단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띠가 걸려 있다. 정효진 기자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공적 지원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없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35.3%로 조사됐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노인 장기요양보험 등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복지서비스의 전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지원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주된 지원자는 가족 구성인 경우가 82.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적 서비스 제공자가 주된 지원자인 경우는 13.8%에 그쳤다. 공적 지원자 중에서는 장애가 있는 고령의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9.7%로 많았고, 장애인의 일상을 돕는 활동지원사는 3.4%에 그쳤다. 연구자들은 장애인 가족의 돌봄 전담이 사회 구조적으로 사실상 강제됐다고 본다. 이민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에서 장애인을 주로 가족이 돌보는 경향성을 유교문화권의 가족주의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권이 다른 그리스나 남유럽에서도 가족 안에서 장애인 돌봄이 이뤄지는 현상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공적 지원이 부족하거나 공적 지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족 돌봄 경향도 문화나 내재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공적 지원의 부족이나 지원체계에 대한 신뢰도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봐야 한다. 돕는 제도가 있어도 장애인을 믿고 맡길 수 없으면 결과적으로 가족이 안고 가는 경향이 있다. 제도를 이용해봐도 안 되니까 ‘내가 돌볼 수밖에 없구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5000억원가량 증액된 5조원 정도다. 이중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이 2조280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3000억원가량 증액돼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어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8700명 늘어난 12만37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을 일대일로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의 최저임금 상승분이 반영돼 예산이 늘었을 뿐, 대상자와 지원 시간은 크게 늘지 않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올해 9월부터는 상이국가유공자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장애인 복지 명목으로 예산을 증액했지만, 실제 증가분은 보훈사업에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 지원을 받는 대상자의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일상생활 대부분에, 또는 거의 모든 일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2.3%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등록장애인 260만명 중 30만명가량은 타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라는 얘기다. 장애인 가족에게는 제도 이용 신청부터 대상자 심사, 바우처를 지급받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쉽지 않다. 대부분이 예산의 부족으로 빚어지는 문제다. 당사자의 신청이 있을 때만 제도 이용이 가능한 ‘신청주의’로 운영되는 탓에 제도 자체를 모르는 장애인 가족도 적지 않다. 경기도가 지난 1월 30일 발표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19.1%는 공적 돌봄서비스가 있는지를 몰라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장 A씨 가족 역시 지인의 소개로 2021년 5월에야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제도 시행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도를 알게 된 것이다. 충분치 못한 예산은 심사 과정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용자가 신청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진행한다. 가구원 구성과 가족의 사회생활 여부를 조사하고, 목욕·배변·음식물 넘기기·대중교통 이용 등 21개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한지를 조사한다. 독거가구나 취약가구일 경우, 가구원들이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가점이 주어진다. 그러나 가구원 중 한 명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돌봄에 전담하는 경우는 가점이 없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장기간 돌봄으로 심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인 보호자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이 지원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A씨 아들은 지적장애와 뇌병변 장애가 결합한 최중증 중복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월 90시간의 지원만 받을 수 있었다. 활동지원사업은 월 480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1구간부터 월 60시간이 지원되는 15구간까지 15단계가 존재한다. A씨 아들은 끝에서 두 번째인 14구간에 해당했다. A씨 가족은 장애 정도보다 적은 시간이 지원된 이유도 뚜렷이 알지 못했다. 아내 B씨는 “우리도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는데 안 줬다. 알 만한 사람한테도 물어봤는데 ‘원래 잘 안 준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입을 모아 지원 시간 부족을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22년 발달장애인 가족 보호자 43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하루 12시간 이상의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3%에 달한 반면 실제 ‘하루 12시간 이상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1%에 그쳤다. 부족한 돈, 부끄러운 인식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제도 운용상의 문제도 있다. 이 사업은 장애 당사자를 돌보겠다는 활동지원사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 정도가 중증이면 지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일반 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아 지원자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보호자가 직접 사람을 구해 활동지원사로 등록시키는 때도 있다. 50대 김모씨는 대구에서 뇌병변 1급 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열여덟 살 아들을 전담해서 돌본다. 현재는 월 25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지만, 처음 이 제도를 이용할 때만 해도 사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신생아처럼 위루관(입으로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의 영양공급을 위해 위장에 직접 연결한 관)으로 먹이고, 기저귀를 수시로 갈아주는 일도 하루 이틀이 쉽지 그걸 계속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처음에 한 분을 구했는데 일주일 하시더니 허리 아파서 안 되겠다고 그만두셨고, 그다음 분은 한 달 하시더니 손목이랑 무릎이 상했다고 그만두셨다”고 했다. 활동지원을 받는 시간에 김씨는 운동을 한다.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다. 그는 “밖에 나와서도 활동지원 선생님한테 전화 오면 뛰어갈 준비를 항상 하고 있다. 집 밖으로만 나오면 발걸음이 빨라지고 직업병 아닌 직업병처럼 시계를 계속 쳐다본다. ‘이 시간엔 아들한테 뭐 해줘야 하는데’ 하면서. 아들이 경련을 많이 해서 하룻밤에도 4~5번씩 깬다. 늘 몽롱하다. 활동지원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예컨대 충북 음성군의 등록장애인은 지난 4월 기준 7251명인데, 활동지원사업을 신청해 등급을 받은 사람은 183명이다. 이중 활동지원사업에 본인부담금을 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람은 127명이다. 신청자도 적고 서비스 이용자는 더 적다.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은 경북 울진군에서 스물일곱 살 딸과 함께 산다. 딸은 뇌병변 장애와 난치성 뇌전증이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경련을 일으킨다. 김 위원장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딸은 월 34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딸을 돕는 활동지원사 2명은 모두 75세의 고령이다. 도시의 경우 70세 이하로 활동지원사의 연령제한을 두고 있지만, 지역은 인력난으로 인해 연령제한을 상향했다. 김 위원장은 오랜 시간 딸을 돌봐온 활동지원사들의 은퇴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그는 “두 분이 오랫동안 딸을 봐주시면서 이제는 경련이나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도 능숙하게 대처를 하신다. 이분들이 일을 못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울진군에 대체할 사람이 없다. 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겪으려면 몇 년이 걸린다. 이분들이 계실 때 대체인력을 구해서 같이 일하게 해야 하지만 사람이 없으니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도 퇴근 후 딸아이의 침상을 지키는 등 돌봄에 매진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면 돌봄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사가 좋은 일자리가 된다면 해결할 수 있지만 결국은 또 돈이 문제가 된다. 장애 유형에 따라 간병과 돌봄의 방식이 다른 탓에 활동지원사에게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4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활동지원사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 자녀의 사례에서 보듯, 장기근속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이 쌓이는 특성이 있지만 바우처 사업인 탓에 호봉은 인정되지 않는다. 열악한 제도만 탓할 문제일까. 정치는 결국 사회적인 가치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열악한 정책적 지원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에 스웨덴에 가서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에게 주거를 지원하는데 뇌병변 장애인에게는 다른 장애보다 넓은 집을 제공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니까. 간호인력도, 활동지원인력도 제공되고, 필수로 몇 시간은 햇볕을 쬐어야 하니 너른 마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장애인도 상상할 수 없는 집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장애인과 같이 살기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걸 감수한 것이다. 내가 내 돈 내고 지하철을 타는데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보장 시위를 해서 열차가 지연되면 민원을 넣는 비장애인 중심사회와는 다르다. 시골에 사는 평범한 엄마였다가 20년 전부터 딸을 데리고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을 했다. 슬픈 건 그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표지 이야기
“장애복지 받으려면 비루해져…정부가 돌봄 부담 같이 져야”
“장애복지 받으려면 비루해져…정부가 돌봄 부담 같이 져야”(2024. 05. 20 06:00)
2024. 05. 20 06:00 사회
발달장애인 부모, 정병은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인터뷰 정병은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장애인 복지 체계와 돌봄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복지는 그게 누구든 사람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는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 방식이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증명을 해야 하고 비루해져야 한다.” 사회학자 정병은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인권과 장애, 선거를 연구해왔다. 2022년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50세 이상 부모들을 면접조사해 그들이 가진 돌봄 불안을 연구했다(‘성인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50+부모의 고령화와 노후준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스물일곱 살 아들을 홀로 키워온 워킹맘이기도 하다.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장애인 복지의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피부로 체감했고, 이를 주제로 연구도 진행했다. 현실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드문 연구자인 셈이다.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정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아무리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고 해도,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도 늙고 병들 수밖에 없다. 부모가 돌볼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걸 기정사실로 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 장애인 자녀를 돌보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부모들이 너무 힘들다’, ‘지원 인력이 있어야 한다’ 10년 넘게 이야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살해 후 자살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 ‘장애인 가족과 비장애인 가족 간 동반자살율에 차이가 있는지’를 묻더라. ‘그런 통계는 한국사회에 없다’고 답했지만, 비장애인들은 이런 문제에 호기심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가해자인 부모들은 공통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은 눈총을 맞고 살아간다. 다수가 집 밖에 나가기 힘들어한다. 그렇게 되면 고립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에 계신 부모님이 많다.” 50세 이상의 장애인 부모들은 대다수가 불안과 우울,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정 연구원의 자녀도 활동지원을 받고 있나. “월 90시간 지원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서 한동안 이용을 못 했다. 대부분의 활동지원사는 중년 여성이다. 중년 여성들은 생계를 목적으로 일하는 분이 많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임금인데 월 90시간은 그분들에게도 너무 적다.” -활동지원사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크게 네 가지다. 일단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의 심사 평가 기준이 달라야 하는데 기준이 하나뿐이다. 예컨대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발달장애인은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특정 옷에 대한 집착으로 한겨울에도 반소매 티를 입고 나갈 수 있다. 두 번째로 활동지원사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현재 40시간 교육을 받는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시간이 8시간이다. 장애유형만 15가지고 개개인의 상황은 다 다른데 8시간 만에 장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세 번째로 활동지원에 대한 평가와 인력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끝으로 활동지원사의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활동지원은 충분한가. “6년 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았다. 재활병원에 계시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집에 머물렀다. 어머니가 중증이라 노인 장기요양보험 1등급을 받았는데 장애인 복지와 노인 복지서비스가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다. 요양보험 등급이 나오는 순간 의료용 침대 등 필요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지원됐다. 매일 1시간씩 방문간호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지원인력이 바뀔 때도 보호자가 요청할 필요 없이 기관에서 대체인력을 바로 매칭해줬다. 장애인 복지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아들의 활동지원사가 3번 바뀌었는데, 매칭이 안 돼 내가 필요한 사람을 구해서 활동지원사로 등록을 시켰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비극이 일어나는 가정을 보면 생계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 정책은 복지는 보건복지부, 교육은 교육부, 취업은 노동부 등 분절적으로 운영된다. 장애 사실을 국가에 알리는 장애인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애주기별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국가가 알려주진 않는다. 부모가 일일이 알아보고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찾아 먹는다’는 표현을 너무 싫어하지만 그렇게 하게 만든다. 부모의 정보력 여하에 따라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삶이 좌우된다.” -신청해도 충분히 지원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큰 틀에서 신청주의에 선별주의다. 장애인 복지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것과 관련 있다. 활동지원사업만 해도 국민연금공단 관계자가 심사 평가를 까다롭게 한다. 의사소통이 되는 장애인에게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해서 걸러내기도 한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안내 등을 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부정수급 안내도 한다. 기본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심사 때 ‘못 해요, 우리 애는 못 해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 방식이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국가가 나눠질 방법은 없나. “미국은 일정한 나이까지 독립하지 못하는 최중증 장애인의 가족에게 독립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국가가 할 일을 가족이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일정 연령이 넘어선 장애인은 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구를 위해 만났던 50세 이상의 장애인 부모 대다수가 불안과 우울,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심각한 경우는 암이나 공황장애도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한 번도 가지 않을 도로와 다리를 닦는데 내가 낸 세금도 쓰인다. 그것이 사회이고, 사회적 합의다. 효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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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돌봄’…어떤 책이 인기?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돌봄’…어떤 책이 인기?
2024. 04. 30 10:01 문화/생활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최근 우리 사회 어젠다로 부상한 ‘돌봄’ 관련 도서의 출간 및 판매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고령화·개인화로 인해 수요가 급속도로 커진 ‘돌봄’ 개념이 대두되며, 관련 도서의 출간 및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최근 우리 사회 어젠다로 부상한 ‘돌봄’ 관련 도서의 출간 및 판매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출간 종수는 63종으로 전년 56종 대비 12.5% 늘어났다. 올해도 4월 21일까지 총 27종의 신간이 출간되는 등 증가 추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판매량은 2022년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 34.0%로 반등한 후 올해까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층 다양한 시각으로 돌봄 조명하는 도서 출간 대한민국 대표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4>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돌봄 경제(Care-based Economy)’를 제시했을 만큼 돌봄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어젠다가 됐다. 이에 따라 이전보다 한층 다양한 시각으로 ‘돌봄’을 조명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는 흐름이다. 주제별로는 돌봄의 대상에 따라 타인에 대한 돌봄부터 ‘자기 돌봄’까지, 분야별로는 기존 ‘돌봄’ 관련서 중 주류를 이뤘던 인문서 외에 소설·에세이·가정 살림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등장했다.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도서를 살펴보면, 타인에 대한 돌봄과 자기 돌봄 주제의 도서가 각각 5권씩 이름을 올려 비등한 비율을 보였다. 분야별로는 인문 분야가 6권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타인에 대한 돌봄 경험 담은 도서 대다수 ‘돌봄’ 키워드 도서 중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부모·자녀 등 가족부터 의사·간호사·간병인까지 타인에 대한 돌봄 경험을 담아낸 도서였다.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는 엄마이자 의사인 저자가 정신 질환을 앓는 딸을 보살피고,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내고자 노력하는 숨 가쁜 투병기를 그렸다.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를 돌보다>는 희귀 질병을 앓는 어머니를 11년간 돌본 경험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하며, ‘사랑의 노동’은 가족뿐 아니라 의사·간호사·간병인·사회복지사 등 수많은 돌봄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돌봄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돌봄’ 개념 확장에 따라 ‘자기 돌봄’ 관련서도 인기 간병 등 직접적인 형태를 넘어 정신 건강 및 내면 케어까지 돌봄의 범위가 확대되고, 또 그 대상도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확장되며 ‘자기 돌봄’ 관련 도서도 인기다.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내 자기 돌봄 관련서가 5권으로 절반이나 차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스몰 트라우마>는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상처의 반복인 스몰 트라우마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도 5위를 기록했다. 소설로 생생하게 만나는 ‘돌봄’의 다양한 얼굴들 한편 최근에는 기존 주류였던 인문·사회 정치 분야 도서 외에도 돌봄 노동과 그로 인해 파생된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등장하고 있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을 다양한 서사를 통해 조명하며 돌봄 노동의 현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아픈 부모를 돌보며 벼랑 끝에 내몰린 두 청년 ‘영 케어러(young carer)’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각계각층 여성들의 돌봄 문제를 이야기하는 <돌보는 마음>과 시대를 앞서 돌봄 및 안락사를 다룬 과감한 소설 <돌봄 살인> 등이 관심을 모았다.
사실상 ‘노인 돌봄’ 공백 시대
사실상 ‘노인 돌봄’ 공백 시대
2023. 09. 12 18:26 화제
시니어 플랫폼 케이닥이 ‘노인 돌봄 공백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약 89%의 노인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pexel(김대정 작가) 국내 노인들의 돌봄 비용 부담 및 주거 공백의 위험도가 15년 전 대비 66 지수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토털 케어 플랫폼 케어닥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 돌봄 현황을 분석한 ‘노인 돌봄공백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케어닥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국내 노인 돌봄의 현황과 추세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이번 노인 돌봄 공백지수 분석을 준비했다. 실제로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매년 연평균 4%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국민 10명 중 2명이 노인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노인 인구가 19~34세 청년 인구보다 많아지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보고서는 통계청 및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 관련 자료를 선별, 분석하여 구성했다. 크게 노인 장기요양공백과 노인시설공백 등 노인 돌봄에 소요되는 필요 비용 및 인프라, 자원 현황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를 토대로 노인 돌봄 공백지수를 산출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처음 도입된 2008년을 기준연도로 가장 최신 돌봄 자료인 2021년과 비교, 현재의 노인 돌봄 추이를 파악하고 향후 돌봄 시장의 흐름과 돌봄 시장 내 꼭 필요한 자원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보고서 검수에는 서울대 웰에이징·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 주임교수인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사회복지지수 지표 개발 등을 이끈 박병선 국립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노인돌봄 공백지수 보고서. 케어닥 제공 먼저 노인 장기요양공백은 노인 1명당 돌봄에 드는 간병비용 부담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만들어진 항목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는 도입 첫해인 2008년(21만 명) 대비 2021년 91만 명으로 3 36%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노인 인구수의 10.9%에 불과한 수치로, 약 89%의 노인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100% 자부담으로 간병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2021년 기준 월평균 간병비는 약 310만원으로 2008년 대비 51% 상승했다. 2021년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33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간병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가 하면 노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요양시설에 입소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현황을 측정한 노인 시설공백 역시 2021년 기준 9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주거 및 요양시설은 총 6,158개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노인 인구 839만명의 2.7%인 약 23만명이 입소할 수 있는 규모로, 실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발생해도 입소 가능한 시설이 없는 공백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를 종합해 산출한 결과, 2008년 대비 2021년 노인돌봄공백지수는 66 지수로 크게 증가해, 725만 명의 노인이 장기요양 서비스도, 돌봄 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수의 증가는 정부의 지원에도 급속도로 늘어가는 노인 인구 속 발생하는 돌봄 부담과 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는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인 돌봄의 수요가 증가하고 필요한 돌봄 형태도 다양해졌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중증도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마저도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인 돌봄 공백지수를 통해 유형별, 지역별 노인 돌봄 서비스의 실태를 파악하고, 서비스 개발과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돌봄부터 주거까지 한 권으로 확인하세요
돌봄부터 주거까지 한 권으로 확인하세요
2022. 03. 28 13:33 문화/생활
해마다 쏟아지는 정부의 정책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민들이 생활 필수 지원정보 등을 책 한 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내 삶에 힘이 되는 희망사다리 2022(이하 희망사다리 2022)>를 발간한다. 문체부는 “국민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이 늘고 달라지고 있지만 기관별로 흩어져 있어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디지털 정보 취약 계층의 경우에는 정부 지원정보를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제작 배경을 전했다. <희망사다리 2022>에는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정책 200여 개가 생애주기별과 분야별로 나눠 수록됐다. 생애주기별로는 아동·청소년, 청년·대학생, 가족·중장년, 어르신 등으로 구분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으며, 분야별로는 소득 취약 계층, 장애인, 취업·창업, 문화, 건강·안전 등으로 나눠 지원 대상,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문의처 등 이용에 꼭 필요한 정보를 담았다. 특히 각 부문 앞에 정책 수혜자의 체험 수기와 관련 기관의 지원정보를 추가해 책을 읽으면서 이용 과정과 혜택 등을 미리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력이 좋지 않은 노년층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어르신 부문 글자 크기를 키웠다. 아울러 ‘한국판뉴딜’ 청년 일자리와 정부 직접 일자리 등 다양한 공공 일자리와 올해 달라진 임대주택 정보, 2022년 추경 지원 내용, 월별로 시작되고 끝나는 정부 지원정보 등을 모은 정책 달력 등 다양한 최신 정책 정보도 실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복지뿐 아니라 일자리·주거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최신 정보를 엄선해 수록했다”며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보를 몰라 혜택을 못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책이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희망사다리 2022>는 지자체 민원실이나 전국 도서관, 보건소, 우체국, 농협 등 다중 이용기관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전자책의 경우에는 정책주간지 <공감> 누리집을 비롯해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서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내삶에힘이되는희망사다리
돌봄의 힘으로 함께 더불어 ‘우석훈 박사의 행복 경제론’
돌봄의 힘으로 함께 더불어 ‘우석훈 박사의 행복 경제론’
2013. 06. 04 18:20 화제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질문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4천 달러를 넘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분배의 문제를 떠나서, 확실한 것은 그 시절보다 지금이 5배 행복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더 불행해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로 절망의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위안을 주었던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에게 물었다. 왜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하는가? 고양이와 아이, 두 배의 행복 봄날의 공원은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도 숨 쉴 곳이 있구나, 하는 안도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우석훈 박사가 피크닉이라도 온 듯 잔디밭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인터뷰 촬영 때문에 포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학 박사라면 정갈한 슈트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근사한 사무실의 마호가니 책상에 걸터앉아야 어울릴 것 같지만, 그는 달랐다. 신사복에 운동화를 신은 것도 그랬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선택한 언어들은 격의 없이 자유로웠다. “요즘은 고양이를 돌보며 살아요. 내가 돌본다고는 하지만 녀석들이 나를 돌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덕분에 행복하니까요.” 얼마 전 그는 「아날로그 사랑법」(상상너머)이라는 책을 냈다. 그 속에는 그동안 돌봐온 ‘길냥이’들과의 삶이 담겨 있었다. 또 결혼 9년 만에 지난해 얻은 아들의 보송보송한 사진도 실려 있다. 마당 고양이들을 호령하는 동거묘 ‘야옹구’와 제법 몸놀림이 자유로워진 아들. 이 두 ‘운명적 존재’가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행복은 배가됐다. 행복하다면서도 주변 걱정을 했다. 다들 죽겠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자신만 행복하니 미안하단다.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아이 덕분에 행복해졌어요. 하는 짓 보면 쥐어뜯고 환호하고(웃음). 사실 저는 20대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왜 사는지 몰랐고 30대 초반에는 약간 우울증도 있었어요. 사람들 만나는 걸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그때가 공식적으로는 커리어가 가장 화려했을 때였는데 말이에요. 국무총리실에 있을 때가 클라이맥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흔 넘어서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사니까 정말 편하더라고요. 아, 원래 사는 것이 이렇구나.” 잘나가는 젊은 학자이자 능력 있는 연구원 시절이었다. 돈도 적잖이 벌어서 젊은 나이에 내집 마련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는 ‘왜 사는지, 공부는 왜 했는지’라는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힘든 30대 초반을 지나온 뒤 조직을 나왔고 결혼을 하게 됐다. “행복에 대해서는 덜 먹고 덜 쓴다고 생각하고 나서는 무지 편해졌어요. 물질적인 욕구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1백억쯤 가진 사람들, 이른바 ‘슈퍼리치’라는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고요. 그냥 마음속으로 뭔가 편한 것이 없을까, 하고 찾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인간은 누군가를 돌봐야 행복을 느끼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행복을 위해서는 대가 없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는 그것이 ‘돌봄’이라고 했다.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말이다. “사랑을 하면 자꾸 소유하고 싶어져요. 혹은 이미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죠. 고양이들은 잘 죽어요. 아니면 길을 잃거나 집을 나가곤 해요. 그럼 되게 속상한데, 실은 속상할 필요가 없는 일이거든요. 걔는 그냥 자신의 삶을 산 거고 나는 그냥 돌봐주었을 뿐이지요. 고양이 밥 주고 똥 치워주는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힘든 일이지만 전 그거 하면서 재밌었거든요.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사실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행복은 제 발로 온다 요즘처럼 내 맘 같지 않은 시절도 그는 고양이를 돌봄으로써 잘 넘길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미칠지도 모를 정도’였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돌봄은 서로에게 행복을 나누어준다. “흔히들 돈은 돈을 좇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하죠. 돈이 가는 거지. 길게 보면 그 말이 대충 맞는 듯해요. 행복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행복해지지 않더라고요. 행복 또한 그냥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파랑새와 같은 속성이거든요. 열심히 찾아다녀봐야 집에 있는 건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돈을 좇는다고 돈이 오지 않는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경제학자의 입으로 들으니 묘한 느낌이었다. 좀 힘도 빠진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그래도 돈이 따라올까. “가난하면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거든요.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세 끼 먹을 걱정이 없는 거면 그날은 편안한 거 아니에요? (현실에서도) 평생 세 끼 먹을 걱정 없이 살다 가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질적으로는 그 이상을 바랄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성공을 위해 오늘 하루도 힘겹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마냥 동조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예전과는 달리 취직도 어렵고 사업을 해도 경제적 안정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패러다임을 바꿔야지요.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롭게 해주고, 좀 더 허용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람이 가장 창조적으로 되는 상태가 되겠지요. 창조라는 것이 노는 사람한테만 허용된 특권인 거 같더라고요. ‘9 to 5’ 하는 사람에게서 창조가 나오기란 굉장히 어렵죠. 창조적인 순간은 몇 초일 거 아니에요. 또 그 몇 초는 함수화되지 않을 거고요. 노는 사람들한테만 창조가 허락된 거다, 라고 생각하면 미래가 참 더러운 거예요. 계속 노는 사람들이 돈은 더 벌게 돼 있거든요.” 요즘 회자되는 창조경제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화이트칼라가 더 오래갈 거라고 했다. 블루칼라가 하는 일은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할 거라고. 그런데 이제는 화이트칼라가 하는 일도 상당 부분 전산화돼버렸다. 결국 산업이든, 예술이든 사람이 하는 창조의 영역이 남게 됐고, 그쪽으로 경제의 흐름이 옮아가는 당연한 결과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유, 게으름, 여유, 돌봄 이런 것들. 다시 말하자면 2000년대에는 배부른 사람들의 가치였던 것이 최고의 가치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놀 수만은 없는 현실이 아닌가. 당장 오늘이 행복해야 행복한 것인데 말이다. 배고픈 놈은 먹고, 있는 놈은 내고 “욕심을 줄여야지요. 제가 한창 돈 잘 벌 때는 스피커를 사느라 돈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하나도 안 샀거든요. 그런데 별로 불행해진 거 같지 않아요. 이사를 하고는 앰프에 손도 못 댔어요. 손봐둘 것도 많고, 몇 개 사야 할 것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곧 망가뜨릴 건데 그걸 살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요즘은 음악도 안 듣고 살거든요. 이제는 돈 생기면 아이 유모차에 씌울 거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지요(웃음).”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 그저 버려도 될 욕심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의 경제관념은 어떨까. “살다 보면 같이 밥을 먹거나 할 때 돈을 써야 하잖아요. 그걸 꼭 n분의 1을 해야 하느냐, 연장자가 내야 하느냐 하는데, 배고픈 사람이 먹고 있는 놈이 내면 돼요. 예전에 현대차 CEO였던 분이 했던 얘기인데,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주는 사람은 교만하지 말고, 받는 사람은 비굴하지 말라는 그 말이 좋더라고요.” 경제원칙은 50% 정도, 비경제적 원칙이나 비경제적 동기가 50% 정도인 나라가 선진국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원칙이 90~95%라 안타깝다고 했다. 즉, 모든 게 돈으로 설명이 된다는 얘기다. “지금 같은 사회는 강자도 불행하고, 약자도 불행해요. 1백억원을 가진 사람을 몇 아는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지긋해지니 아마도 유산 때문이겠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며느리들이 무척이나 살갑게 잘하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런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행복하지 않은 거죠. 돈이라는 게 움직여서 사람의 행위를 결정하면 행복하기 참 어려워요.” 돈 때문에 결정된 인간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눈을 의식한 행동 역시 행복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명품에 열광하는 우리 젊은이들을 걱정했다. IMF 사태를 겪은 이후 우리의 삶의 기본 덕목이 돼버린 재테크. 최근에는 어린이 경제교육 열풍도 뜨겁다. 말이 경제교육이지, 돈 잘 벌고 잘 모으는 요령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현실적이다. “미친 짓이죠. 어린이에게는 많은 정보량이 중요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동물도 직접 만져보고 해야죠. 그런데 그 시간에 경제교육을 하면 기회비용으로 봐도 아깝지 않나요? 어른이 되면 30분 만에 알 수 있는 건데, 그걸 여덟 살짜리 아이가 이해를 하려면…, 아니 당연히 이해를 못하죠. 그 시간에 마징가, 로봇 태권브이와 건담을 아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어요. 그건 우주에 대한 꿈이고 지구에 대한 사랑이잖아요. 전 절대로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지 않을 겁니다.” 이해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고 꿈이다. 그럼에도 아이들 경제교육에 민감한 이유 중의 하나는 엄마 스스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행복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주부가 행복해지는 법을 물었다. “남편이 한 축으로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주부 혼자 행복해질 수 없겠더라고요. 남편이 조금이라도 가사에 참여하고, 늦게 들어오더라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하고 얘기를 해야 하고요. 자신도 힘들게 일했겠지만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에게 남편이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말에 한 끼 정도는 부부가 함께 만들기를 조언했다. 이를 위해 주중에 상의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순간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장식품이 돼버린다고 했다. 맞벌이든 아니든 부부 사이에 공통의 언어, 공통의 이해를 만들지 못하면 뭘 하든 불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부간의 이해가 부족하니, 엄마들이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해서 ‘헬리콥터 맘’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내는 조금 비싸더라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은데 남편은 삼겹살이나 먹자고 하고…. 그런 부분이 맞춰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노력해야 하거든요. 남편 스스로 조금씩 여성화되는 걸 감당하고 노력할 때 집안이 평온할 거예요.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없는 건 알겠어요. 그렇다고 대화까지 안 할 필요는 없잖아요. 평소 대화가 없으니 다들 거실에서 잘 놀고 있다가도 아빠가 집에 오는 소리만 들리면 황급히 TV를 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지요. 남자들이 더 노력해야 해요.” 결국은 소통의 문제다. 행복한 주부, 또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하고, 그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공통의 언어와 이해를 위해 남편 그리고 아빠가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주문했다. 모처럼 그로 하여금 양복을 갖춰 입게 만든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무 계획 없어요. 쓰기로 한 책이 몇 권 있어서 일단 책은 쓰려고 하고요. 영화를 더 할지, 아니면 조금 편하게 별거 안 하고 있을지는 아직…. 요즘은 루틴하게 살아요. 아침에 눈뜨면 평일에는 아침 방송 하고, 주말에는 놀아야지!(웃음) 꼬질꼬질하게 보내려고요.”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여성심리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한편, ‘행복연구소 해피언스’를 통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임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행복 찾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행복 멘토’라 불리고 있다. 2008년 1월호부터 3년간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을 통해 서른여섯 명의 긍정 아이콘을 만나 그들이 가진 긍정의 힘과 행복 노하우를 독자들과 공유해왔다. 저서로는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심리학 초콜릿」, 「스타트 신드롬」, 「애티튜드」가 있다. 트위터 @happy_mentor 우석훈 박사는…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이른바 출세 가도를 달렸다. 대기업 산하 연구원, 국무총리실,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의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던 해로 꼽는 2005년부터 자칭 C급 경제학자로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시대의 산물이 된 「88만원 세대」를 비롯해 스무 권이 훨씬 넘는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정치의 뜨거운 현장에 섰으며, 방송을 하고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요즘은 SBS CNBC ‘집중분석 takE’에 출연 중이다. <■기획&진행 / 장회정 기자 ■글 / 김진세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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