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00 건 검색)
- “지워지지 않는다” 탄압·조롱·공세에도 굽히지 않는 동덕여대 학생들
- 2025. 02. 09 17:02사회
- ... 없는 민주동덕’은 지난달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이 과거 동덕여대 총장 시절 비위 혐의로 물러났는데 이사장으로 복귀했고 조 이사장의 아들이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 동덕여대 학생들 배후 세력이 된 ‘광장의 응원봉’···“연대 힘으로 끝까지”
- 2024. 12. 31 17:47사회
- ... 향한 지지와 응원으로 이어졌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본관 점거를 해제했다. 하지만 재학생 연합·졸업생 연대가 꾸려져 학교와의 싸움은...
- 동덕여대
- 전농, 전장연, 동덕여대로까지 뻗은 ‘응원봉’ 연대···“거침없이 광장으로” [플랫]
- 2024. 12. 27 18:10사회
- ...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를 열었다. 📌침묵 깬 동덕여대 교수들 “고소 취하하고 회복 방안 마련하라” [플랫] 이날 집회는 주최 측이 재학생이 아닌...
- 플랫
- 전농, 전장연, 동덕여대로까지 뻗은 연대···“거침없이 광장으로”
- 2024. 12. 27 17:44사회
- ... “요즘 어딜가나 20대 여성들이 집회에서 많이 보여서 든든한 마음이 든다”며 “평소 동덕여대 사안에 관심이 많았는데 외부인도 연대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스포츠경향(총 22 건 검색)
- [스경X초점] “예민한 질문은 자제”…서현진, ‘동덕여대 사태’ 질문 즉답 왜 피했나
- 2024. 12. 10 10:31 연예
- 배우 서현진.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예민한 질문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출신 배우 서현진에게 모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예민한 것일까. 누구에게 예민한 것일까. 충분히 건넬 수 있는 질문에, 서현진 측은 예민하게 자제를 시켰다. 서현진은 지난 6일 오전 진행됐던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홍보 인터뷰에 참석해, 작품과 연기, 그리고 계엄선포 및 해제에 관련한 시국 질문까지 모두 응했다. 평소라면 작품의 완성도와 이야기 구조, 연기력에 관해 질문이 쏠렸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외의 질문에도 기자들의 열띤 취재가 이어졌다. ‘트렁크’에 출연한 배우 서현진. 사진제공|넷플릭스 인터뷰 중반 즈음엔 극 중 대학생 연기까지 소화한 서현진에게 모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이를 관철시키려는 학교 측 사이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회적 화두로 올라왔던 주요 이슈라 동덕여대 실용음악학과 졸업생인 그에게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 측과 넷플릭스 측 관계자들이 ‘예민한 질문’이라며 벌떡 일어나 공개적인 답변을 막았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답변할 수 있는 질문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오프더레코드’(보도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말하는 것)라는 조건 하에 서현진이 두마디 정도 대답했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답변은 아니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및 해제에 관한 놀란 마음은 고백했다. 그는 “만나서 다행”이라면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저는 안녕하다. 모두 안녕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동덕여대 사태를 언급한 김수정(왼쪽)과 김성은. 앞서 김수정, 김성은 등 동덕여대 출신 후배 배우들이 저마다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김수정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SNS에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 이후 일부 누리꾼에게 성희롱 등의 공격을 받자, 김수정은 “내가 여대 출신으로 남고 싶다는데,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잘도 공학에 다니고 싶겠다”고 응수했다. 김성은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성은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덕여대 시위 관련 사진을 올리며 “수준 낮고 저급하디 저급한 억지시위를 멈추라”며 “여대사상주입, 페미니즘사상주입 규탄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후배 배우들이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모교 사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고 있는 가운데, 인터뷰에선 즉답하지 않은 서현진 역시 동문으로서 힘을 보탤지 관심이 쏠린다.
- ‘동덕여대 시위 비판’ 김성은 “온갖 조롱과 희롱 겪어”
- 2024. 12. 03 10:20 연예
- 배우 김성은과 그가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모교 동덕여대 후배들을 비판한 배우 김성은이 다수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음을 알렸다. 김성은은 2일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며 “본인 포함 모교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불특정 가수인 당신들과 연대하지 않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온갖 조롱과 희롱을 겪고 있지만 아무 상관 없다”며 “학교나 저에게나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결국 판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고작 한마디의 목소리를 냈고, 그에 대한 반응은 격렬한 천마디로 돌아왔다”며 “남편이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답했고 힘내주고 계신 여러분 또한 괜찮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김성은은 지난달 28일 동덕여대 시위와 관련해 “수준 낮고 저급하디 저급한 억지 사위를 멈춰달라”며 “여대사상주입, 페미니즘사상주입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은은 2010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이다. 자신의 모교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생 동의 없이 남녀 공학 전환 논의를 하고 있다며 지난 11일부터 건물에 레커칠을 하고 점거 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총학생회 학생 등 21명을 특정해 수사를 의뢰했고 학생들이 본관에서 퇴거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고소장을 제출했다.
- 김성은, 동덕여대 시위에 “수준 낮고 저급한 억지 규탄”
- 2024. 11. 29 10:46 연예
- 배우 김성은과 그가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김성은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동덕여대 후배들을 비판했다. 김성은은 28일 인스타그램에 학생들의 시위로 인해 락카칠이 돼 있는 학교 시설물을 첨부하며 “수준 낮고 저급하디 저급한 억지 시위를 멈춰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대사상주입, 페미니즘사상주입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은은 2010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수시모집 연기특기자 전형해 합격해 졸업했다. 자신의 모교인 동덕여대에서 시위가 이어지자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낸 것이다. 연예인이 직접 동덕여대 남녀공항 반대 시위를 비판한 것은 김성은이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같은 동덕여대 출신인 배우 김수정은 지난 15일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참여한 사실을 직접 알렸다. 이에 일부 누리꾼이 항의 댓글을 달자 그는 “내가 여대 출신으로 남고 싶다는데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잘도 공학에 다니고 싶겠다”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대학 본부가 학생 동의 없이 남녀 공학 전환 논의를 하고 있다며 지난 11일부터 점거 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5일 제3차 간담회 과정에서 학생 대표단과 처장단간의 합의가 결렬에 이르면서 갈등이 재차 격화된 상황이다. 동덕여대 측은 총학생회 등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공간 점거에 대한 퇴거 단행과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성희롱 악플에 분노
- 2024. 11. 17 19:39 연예
- 김수정 SNS ‘정답소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역모델 출신 김수정(20)이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공개 참여한 가운데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근황을 공개했다. 김수정은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희롱 댓글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내가 여대 출신으로 남고 싶다는데, 이러고 있는 너희들 보면 잘도 공학이 다니고 싶겠다. 나 너희같이 음침하고 모자란 남자 정말 싫어한다”고 분노했다. 김수정은 지난 15일 SNS인스타그램에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며 “세상에 대해 안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라고 적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그를 비난했고 김수정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악플을 남긴 것. 김수정은 4살인 2007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2010년 KBS2 ‘스타골든벨’에서 “정답입니다~”를 외치는 역할로 ‘정답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서울공연예술고를 졸업 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캠퍼스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덕여대는 그간 많은 여성 연예인들을 배출해, 학생들은 선배들에게 공학 전환 반대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으나 공개적으로 응한 것은 정수정이 처음이다. 김수정은 동덕여대 학생들을 응원하며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걸스네버다이(Girls Never Die)’와 씨야, 다비치, 티아라가 함께 부른 ‘원더우먼’ 등의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원더우먼’ 노래에는 “여자들아 기죽지 마라/ 당당하게 외쳐라/ 남자들아 비켜라/ 여자들의 의리가 더 멋있잖아” 등의 가사가 담겼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소멸과 개방 사이···동덕여대 학생 투쟁이 말하는 것들(2024. 11. 25 06:00)
- 2024. 11. 25 06:00 사회
- 학교 측 남녀 공학 추진 반발…‘여대란 무엇인가’ 질문 던져 젠더 갈등·폭력 시위 프레임에 “사태의 본질 봐야” 지적도 지난 11월 19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건물에 학생들이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혜리 기자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 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수업을 거부하며,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지난 11월 20일엔 전체 재학생의 약 3분의 1인 1973명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남녀 공학 전환 반대를 의결했다. 학생들은 이 구호를 내세운다.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며, 여대 존속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구호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조롱과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반여성주의 단체와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해 공격하고 혐오 발언을 일삼고 있다. 언론은 ‘젠더 갈등’과 ‘폭력 시위’ 프레임을 앞세운 보도를 하고 있다. 정작 동덕여대 학생들이 ‘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여자대학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자대학은 자주 긴장과 갈등 속에 놓여왔다. ‘여대=페미’라는 낙인, 성차별이 사라졌다는 신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등 복잡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대는 계속해서 그 존재 의미를 입증하라고 요구받는다. 동덕여대 사태는 모든 여대, 사회 전체가 마주한 문제다. 소멸인가 개방인가,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인가. 동덕여대 학생들은 ‘여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 “비민주적 운영에 분노 쌓인 것” 동덕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 검토 사실은 지난 11월 7일 처음 알려졌다. 학생들은 반대 서명, 대자보 붙이기에 이어 11월 11일부터 수업 거부, 본관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학교는 11월 12일 낸 입장문에서 “우리 대학이 처해 있는 내·외부 환경의 위협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루고자 출범한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두 개 단과대학 공학 전환 사안이 포함돼 있었다”며 “모든 구성원과의 의견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었다”고 밝혔다. 학교는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과 소통은 필요한 절차”라며 “아직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우선 학교가 학생들 모르게 공학 전환을 검토한 게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지난 11월 20일 학생총회에서 “어떤 학생은 교수님께 공학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듣게 됐고,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커뮤니티에서 이 사실을 접하게 됐다”며 “여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공학 전환을 학교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글로 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학교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학교 운영에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는데 학교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남학생 6명이 한국어문화전공학과 학부생으로 재학하게 된 과정이나 2015년 여성학 전공 폐지 과정에서도 학생들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총장 선출 절차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총장 직선제도 11월 20일 총회에서 의결했다. 지난 11월 19일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난 한 학생(24)은 “개인적으로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학 전환 자체보다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있다”며 “학교가 교내 사망사고와 안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고, 이미 남학생이 입학한 것도 신뢰가 깨지는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동덕여대는 현재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며 적립금은 사립대학 상위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라며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확립한 후에 공학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 학생은 대자보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젠더 갈등보다 앞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중대사를 처리한 것을 규탄 중인 것”이라며 “학교 자금으로 이사장의 개인 채무 청산, 비민주적 학과 통폐합, 위험·낙후된 시설 방치, 교수 충원 요구 거부와 같은 교내 비리에 학생들 분노가 더해져서 시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물론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녀 공학 전환이다. 학내에 붙은 대자보들을 살펴보면 동덕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여대 폐지를 단순한 입학생 성별의 변화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대 폐지는 성차별과 가부장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위한, 여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13일 게시된 대자보엔 이런 내용이 있다. “대학은 경험주의와 실험주의를 바탕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사실을 발굴하는 곳이고, 대학의 지성인들은 세상을 둘러싼 무지성과 편견을 벗긴다. 단순한 추론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자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여자대학은 세상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권위인 가부장에 반문하기 위해 존재한다. 여대는 남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인간으로서 여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성 지성인의 공간이다. (…) 여대가 필요 없다는 사람에게 묻는다. 여대를 없애려는 이유가 여대로 하여금 가부장이 타파됐기 때문인가. 여대가 가부장을 깨부수는 것이 두려워서인가.” 성차별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여자대학의 필요성도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여자대학의 끝은 공학 전환이 아닌 자기 소멸”이라고 쓴 대자보도 있었다. 필자는 “1950년 동덕여대 개교 이래 70여 년이 지난 2024년 지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진정한 성평등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성폭력, 몰카 걱정 없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으며 ‘여대생’이 아닌 ‘대학생’으로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여자대학”이라며 “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누구보다 앞장서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할 대학본부가 학생들의 인권에 단 한 톨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른 이는 대자보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남편과의 일화가 먼저 언급되고 노벨문학상 ‘정도’는 별거 아닌 상이 돼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 수많은 여성 혐오 범죄는 일상다반사라 무딘 반응이면서,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보기만 해도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나는 이런 사회에서 어디서 누워 자도 안전한,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해도 어떤 위협이 가해지지 않을 ‘여자대학교’라는 공간에서 ‘정신 교육 당하며’ 페미니즘만 배운 게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어떤 논의를 해야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동덕여대 17학번 졸업생은 대자보에서 “나는 이곳 동덕에서 많이 바뀌었다. 여성학 수업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여성을 알게 됐으며, 무엇보다 나는 나를, 평생 여자임을 거부하고 싶었던 여성으로서의 나를 알게 됐다”며 “그것은 이곳 동덕이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에게 열린 공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한 동덕여대 학생(21)은 기자와 만나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하고 교육청이 성평등 도서를 폐기하는 상황에서 여성학 교수가 있고, 여성학에 대해 학문적 논의를 하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이 사회에 설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곳은 오직 여대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적어도 여대에서는 여성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표출할 수 있다. 전혀 눈치 볼 게 없다”며 “한국에서 여대가 없어지면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여성으로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여대는 여성 인권의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위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전체 146개 국가 중 하위권인 105위였다. 지난 11월 19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동덕여대 졸업생이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쓴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지난 11월 20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젠더 갈등·폭력 시위 프레임에 본질 사라져 지난 11월 19~20일 기자가 방문한 동덕여대는 대자보로 캠퍼스 전체가 뒤덮여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상당수 학생은 기자와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학생들은 “개별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말이 잘못 나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저항이 알려진 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혐오가 들끓고 ‘폭력 시위’라는 프레임이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여성주의 단체인 신남성연대는 “동덕 폭도”라는 단어를 쓰며 학생들 신상을 특정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누리꾼은 “취업길 막혔다”, “페미대는 회사에서 안 뽑는다” 등의 혐오 댓글을 쓰고,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리는 등 동덕여대 학생들을 겨냥한 조롱, 비난, 공격을 이어갔다. 여기엔 ‘한국은 이미 성평등한 사회다’,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는 논리와, ‘입결(입시 결과)’을 기준으로 한 대학 줄 세우기가 뒤따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덕여대 시위를 가리켜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는 글을 올려 불을 지폈다. 학교 측이 폭력 사태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언론엔 ‘폭력 시위’를 앞세운 기사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1월 20일 성명을 내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학생들의 분노와 표출된 의사 표현을 두고 폭력 세력으로 낙인찍는 태도는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라며 “개혁신당은 여대에 대한 훈수를 멈추라”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반응은 ‘페미니즘 리부트(재부흥)’에 대한 ‘백래시(반격)’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 사건, 2018년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며 젠더와 여성 인권 신장이 사회이슈로 부각된 반면 페미니스트 낙인찍기, SNS 댓글 테러 등의 백래시도 나타났다. 남녀 공학 대학에선 ‘총여학생회 폐지’가 백래시로 나타났는데, 동덕여대 사태를 기화로 ‘여대 무용론’으로 강화됐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필진 송유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경쟁력 확보,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 여대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한 무지가 더해져 지금의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폭력 시위 프레임이 붙고, 페미니스트 여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그들의 공간을 침범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여성 혐오가 팽배한 사회라는 것, 여대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11월 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 혐오와 여자대학, 그 변화의 시작’ 토론회에서도 권김현영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여성 혐오와 페미니스트 혐오라는 백래시가 같이 만난 게 요즘의 여대 혐오의 특징”이라며 “‘여대에 안 가겠다’는 말이 예전에는 남녀 공학에서 더 많은 기회를 쌓고 싶다는 소망이었다면, 요즘에는 ‘여대 낙인’에 대한 우려로 드러난다”고 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11월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의미의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성동훈 기자 여대 정체성과 미래 제대로 논의 시작해야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은 1886년 설립된 이화학당이다. 1910년 대학과 설립, 1946년 종합대학 인가로 지금의 이화여대가 됐다. 여성은 교육받을 필요 없는 존재로 여겨진 과거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평등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입시·취업을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화가 심해지고 양성평등이 제도화되면서 ‘여대가 경쟁력이 있느냐’, ‘여대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낮은 출생률과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남녀 공학으로 전환(상명대)하거나, 전환을 시도했다가 학생들 반대로 철회(덕성여대·성신여대)한 사례가 나왔다. 현재 7개 여대가 남아 있다. 계속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대란 무엇인지’, ‘여대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대에선 학생회·동아리 등 학생 자치단체 활동, 수업에 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 여성 친화적이고 평등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며, 여성들의 연대도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대 학생들이 공학 학생들보다 성차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취업하지 않는 것보다 취업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권김 위원은 “남녀 공학으로 전환된 학교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본 연구를 보면 모든 리더십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고, 여학생들이 교수에게 질문하는 빈도가 줄어들거나 진로 탐색 기회가 하락한 것이 나타난다”며 “여학생이 남녀 공학에서 네트워크가 확장되기보다 배제에 시달리는 점도 드러난다”고 했다. 미국엔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는 여자대학, 흑인교육을 위해 설립된 흑인대학들이 있다. 여대들이 ‘서열 경쟁’, ‘입결(입시 결과) 경쟁’에 대한 몰두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며 남녀 공학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존폐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나임윤경 연세대 인류문화학과 교수는 이화여대의 역할과 여대들의 연대를 언급했다. 나임 교수는 “이화여대가 여대라는 기표를 선점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서 통제 불가능한 여성이라고 할 때 과연 다른 여대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나임 교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다른 여대와 함께 여대라는 기표 아래 우산을 쓸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여기(토론회)에 있는가”라며 “이화여대, 숙명여대는 리딩 유니버시티(선도적인 대학)로서의 역할은 없는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 대해 이화여대의 총학생회나 단과대학 학생회 등 학생 자치단체들은 공식적으로 지지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른 여대의 수십개 자치단체가 집단으로 지지 성명을 낸 것과 대조된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구호가 쓰여있다. 성동훈 기자 여대의 교육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에 국한할 것인지는 남은 문제다. 2020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학생이 논란 끝에 입학을 포기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대에 재학하거나 졸업한 22명의 트랜스젠더퀴어를 인터뷰한 김유진씨는 지난해 논문에서 “여자대학은 단지 성별이 분리된 공간이라는 협소한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원화된 성별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되기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항적이고 대안적인 공간으로서의 여자대학이 지닌 역량은 그 내부 구성원들이 모두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 공간 내부의 차이와 권력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오는 차별과 억압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토론회에서 “여대는 ‘누가 여자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도전을 받아왔고, 여성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며 “포용적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식의 인프라가 있어야 하고, 그 인프라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동덕여대 학생은 대자보에 이렇게 썼다.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십시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신입생 수 급감, 그 해결책이 단순히 공학 전환입니까? 잠시 신입생 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후에는요? 공학 간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어떻게 도모할 겁니까? 시설을 새로 짓고, 국가지원금을 받아 운영을 연명하겠지만, 미래 학생들이 신뢰할 수 없는 학교에 과연 지원할까요?” 여대, 그리고 성평등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소멸하지 않는 방법을 제대로 고민하자는 게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이라는 의미다.
- 동덕여대 총학 “공학 전환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 계속”(2024. 11. 22 15:50)
- 2024. 11. 22 15:50 사회
-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지난 11월 20일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11월 22일 “남녀 공학 전환이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동덕여대는 지난 11월 21일 남녀공학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논의 재개 시 학생들과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학교 측이 발표하는 것을 전제로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 해제와 수업 재개에 합의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대학 본부가 제시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때까지, 남녀 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본관 점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는 기존과 다른 민주적인 의견 수렴 절차 구조를 가져올 것을 중앙운영위원회(학생대표기구)와 약속했다”며 “학생 의견 수렴 절차는 교무회의 이전에 이뤄져야 하며 형식적인 것과 달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한 합의를 바탕으로 이날부터 본관을 제외한 백주년기념관과 인문관 등 건물에 대한 점거를 푼다. 아울러 학우들에게 강의실 문을 막는 등의 수업 방해 행위를 지양해달라고 공지했다. 다만 “중앙운영위원회는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수업 거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대학 본부와 학생 측은 오는 11월 25일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 특집
- [사회]뉴라이트, 동덕여대도 접수할까(2009. 09. 24 14:00)
- 2009. 09. 24 14:00 사회
- ㆍ교과부 임기 끝난 이사들에게 ‘승인취소’ 통보 지난 3월 교과부의 감사로 최근 이사승인취소 처분을 받은 동덕여대. “저희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대학, 학생들의 학습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교육환경,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갖춘 대학 건설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이 꿈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 둔 채 떠납니다.” 지난 9월3일 동덕여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존경하는 동덕구성원 여러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글은 동덕 구성원 추천 이사 박경양, 박병섭, 한상권 공동명의로 되어 있다. 동덕여대 이사회 임기는 7월8일로 만료됐다. 아쉬움을 담은 ‘송별사’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9월 초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 이사 앞으로 개별통지문을 발송했다. ‘임원취임승인취소’ 통지였다. 이미 임기도 만료된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교과부 감사처분, 해임 사유되나 세 명의 이사가 올린 글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이사는 “아직도 진행 중인 일이 있어 이 기회에 보고 드린다”면서 “7월 초에 교과부에서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임원취임 승인취소’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니 출두해 진술하라는 통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든 이유는 ▲정관 변경 미이행 ▲ 결원 임원 4명 미보충 및 이사장 미선출 ▲후임총장 미선임 등이었다. 동덕여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박경양 목사(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문회 과정에서도 밝혔지만 승인 취소는 권력의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맞춰 정관 변경을 하지 않고 이사를 충원하지 못한 것은 설령 위법이라도 현재 전국 30여 개 대학이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특정 대학에 대해서만 이사 해임이라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는 행정기관 권력 남용이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말한다. “총장 선출도 그렇다. 교육부가 사립대 총장 선출에 개입한 역사가 없다. 자신들이 뭔데 총장을 선출하고 하지 않았는지를 이사 승인 여부와 연계시켜 결정하는지 근거 조항이 전혀 없다. 총장 징계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전혀 잘못이 없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지만 교육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손봉호) 총장을 원직에 복직시켰다. 임기를 마치고 나간 건데….” 옛 재단에 맞선 2003년의 투쟁 이후 부임한 손봉호 총장을 두고 동덕여대 구성원들은 찬반으로 갈라졌다. 2007년 11월 해임 후 소청을 통해 복직이 결정된 손 총장의 출근을 두고 찬반으로 갈린 학내 구성원들이 정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당초 이들 이사는 교육부가 취소통지를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법정으로 가면 교과부가 소송에서 지게 될 것이고, 어차피 임기가 만료된 후 2개월이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므로 그냥 유야무야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승인취소 통보는 강행됐다. 이상철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정책자문위원은 “미디어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관련 조치를 강행하는 것처럼 불명예 퇴진으로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였다. 교과부 감사는 이 학교 교수협의회(회장 우남희 아동학과 교수, 이하 교협)의 요청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교협 임원 A교수는 “원래 이사회에 대해 감사요청을 했는데 이사회만 하기가 뭐하니까 학교 교수에 대한 감사를 함께했다”고 밝혔다. 교과부의 ‘감사결과 처분서’를 보면 ▲정관개정 미이행 등 임원 간 갈등으로 이사회 및 학교운영 장애 ▲총장 미선임으로 인한 학사행정 차질로 현 이사 6명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 사임한 전 이사장과 이사들 4명에게는 경고처분을 각각 했다. 이 학교 교수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는 정창석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교과부가 감사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인 데다 승인취소 사유로 든 내용도 과연 승인 취소까지 갈 사안인가 의문이 드는 처분”이라면서 “결국 9월에 열리게 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를 통해 임시이사를 파견한다.우리 쪽 예상으로는 교과부가 뉴라이트 계열 이사들을 파견하고, 거기서 총장을 뽑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손봉호 총장 취임 후 구성원 반목 시작 갈등의 골은 깊다. 교협 A교수는 “굉장히 진보인 척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박경양씨는 이사장에 대한 자리욕심만 있었던 사람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이사가 과거 손봉호 총장을 쫓아낼 때 이름도 없는 외부세력을 앞장세워 소란을 피웠고,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할 때도 선동하는 등 이사로서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교수노조와 관련해서도 그는 “교협 선거에서 회장 후보로 나왔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외곽에 만든 단체로, 실제 회원은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수노조 측은 “현재 교협에 신물이 난 교수 다수가 이탈한 상황이며,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지만 교수노조 소속 교수는 20여 명이다”고 맞받아쳤다. 2003년 옛 재단에 맞서 학내민주화투쟁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교수들 입장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의 발단은 손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한상권 전 이사는 손봉호 당시 서울대 교수를 총장으로 영입하는 데 있어 학내 구성원이나 이사회에서 반대는 없었다고 전한다. “행정능력이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사회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무난할 것으로 봤다. 본인 스스로 ‘학과장을 맡은 경험도 없고 대학운영구조도 잘 모른다’면서 학교운영은 내부구성원에게 맞기고 총장 역할을 대외활동에만 치중하려고 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한 전 이사는 일부 기독교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운동’에 손 총장이 나서는 것을 보면서 잘못돼 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협 회장에게 견제를 부탁했지만 거꾸로 갈등만 심해졌다. 2005년과 2006년에 손 총장은 칼을 뽑아들었다. 그런데 그 대상은 총학생회였다. 총학생회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 총장이 이끌던 시민단체가 개입했다. 논란은 시민사회로 확산됐다. 결국 이사회는 손 총장 해임을 의결했다. 복잡한 대립구도 속에 이사 몇 명은 사임하고 떠났다. 2006년에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교내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 종전의 이사회는 3:3:3의 구도였다. 3명은 옛 재단, 3명은 구성원 추천 이사, 3명은 교과부 파견 이사다. 손 총장 해임 과정에서 떠난 이사들은 교과부 파견 이사들이다. 새로 선임해야 할 이사의 성격을 두고 옛 재단 측과 구성원 추천 이사들은 맞서면서 임원은 충원되지 못했다. 한편 손 총장은 교육소청심사위원회에 자신의 해임처분과 관련한 소청을 냈으며, 교육소청심사위는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소청을 받아들였다. 총장직에 복귀한 손 총장은 잔여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났다. 여기까지는 교수노조와 사학국본 등 사학개혁 관련 교육시민단체의 시각이다. 교협의 생각은 다르다. 교협 소속 교수들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연락된 A교수는 “교수들 사이의 분열보다 이사회에서 분열돼 결정을 못하는 문제가 더 컸다”라고 말했다. 이사장 직무대리를 하는 사람이 자기 세력 학생들의 농성을 지지하면서 대부분의 교수가 이사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손 총장의 학사운영과 관련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손 총장은 교수 충원 과정 등에서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했고, 말도 안 되는 관행을 혁파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회도 손을 댔다.” 교협 “무능·전횡 이사회 퇴출은 당연” 대립은 총장 선출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기존에 이사회에서 논의된 총장 선출지분비율은 7(교수): 2(직원):1(학생)이었다. 그러나 교협은 교수 지분 비율이 좀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과부 파견 임시이사와 관련해 A교수는 “전횡을 일삼는 옛 재단의 복귀도 반대하지만 새로 오는 이사는 이념보다 상식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협이 추천한 후보는 7명이다. 직원노조 등 다른 학내 구성원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는 모두 26명이다. 사분위가 어떤 사람을 임시이사로 선정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할 따름이다. 이상철 위원은 “교협 출신으로 부총장을 했던 사람이 한나라당 공천으로 출마한 적도 있기 때문에 뉴라이트·한나라당 성향의 인사가 여럿 추천됐을 것”이라면서 “실제 이사로 거론되는 인사 중에는 MB 정부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동덕여대는 어떻게 될까. 교과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면서 “임시이사를 언제 파견하게 되고, 누구를 파견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사들과 교수노조 등이 주장하는 감사의 부당성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해당 법인에 물어볼 일이지 교과부가 답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다. 한상권 전 이사는 “사학재단 이사를 보은용 자리로 생각하는 저쪽 시각에서 동덕은 비교적 재정도 튼튼한 편이기 때문에 군침을 삼킬 만하다”면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민주적 총장 선출의 틀이 표류하고 있다. 새로 오는 이사들이 과연 기존의 제도를 존중해 주겠느냐는 것이 뜨거운 감자”라고 말했다. 임시이사 파견 후 동덕여대의 학내민주화가 빠른 속도로 훼손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는 “현재는 잠복상태이지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재연되면서 옛 재단도 학내 세력을 규합해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실컷 하게 내버려뒀더니 밥그릇 싸움을 하더라, 차라리 옛 재단이 낫더라’는 식으로 학내민주화운동을 전개했던 다른 사립대학에도 누를 끼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감사, ‘교협 제 발등 찍기’ 이사회 논란과 별도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교과부 감사 결과의 나머지 부분인 교수들에 대한 조치다. 본지는 교과부 감사결과처분서를 입수했다. 신분상 조치를 당한 이들은 모두 73명. 경고는 45명이었으며, 주의조치는 28명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신분상 조치를 당한 교수 가운데 ‘교협’ 소속 교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손봉호 전 총장 체제에서 보직을 맡거나 학장 등을 한 교수들이 총장 미허가 해외여행 및 결강으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경제학과 모 교수는 2007년 1학기부터 2008년까지 학기마다 10여 일을 해외여행하면서 보강수업을 하지 않았다. 식품영양학과 모 교수는 결강을 보강도 하지 않았으면서 부당하게 초과강의료를 수령했다. 이상철 위원은 “수업을 한 번 빼먹을 수는 있지만 보강도 하지 않았으면서 돈을 다 받는 것은 교육자로서 있을 수 없는 파렴치한 일”이라면서 “애초 교과부 감사가 교협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고 꼬집었다. 교협 관계자는 “실제 학기 중에 여행을 간 경우가 문제로, 대부분 시말서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교협만 주의나 경고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저쪽(교수노조) 교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항변했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보직을 맡은 교수노조 쪽 교수가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적받은 내용을 보면 모두 손봉호 전 총장 체제 때 전임이 저지른 일을 뒤집어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교과부의 적발 사항을 보면 손 전 총장 때 일이 대부분”이라면서 “당시 보직을 맡은 교수들의 전횡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 주는 징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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