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경향신문(총 3,359 건 검색)

전태일문학상·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작가 김학찬 별세
전태일문학상·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작가 김학찬 별세
2025. 02. 09 18:23문화
... 자료 전태일문학상과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소설가 김학찬씨가 지병으로 지난 8일 별세했다고 유족이 9일 전했다. 향년 42. 고인은 2008년 ‘화목야학’으로 제17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이어...
전쟁·식민지배 상흔 다룬 동남아 문학 작품 잇따라 번역·출간
전쟁·식민지배 상흔 다룬 동남아 문학 작품 잇따라 번역·출간
2025. 01. 30 11:18문화
... 문학 작품들이 잇따라 국내에 번역·출간되고 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아직 낯선 동남아 문학이지만, 강제 점령과 전쟁이라는 고통스러운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만큼 한국 독자들도 공감할...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성과에 집착하는 교육부 장관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성과에 집착하는 교육부 장관
2025. 01. 20 21:18오피니언
얼마 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고 발표하였다. 국회가 AI 교과서의 ‘교과서...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송용진
한강의 신작이 온다···황석영·정세랑 등 믿고 보는 작가들 로 가득한 2025 한국문학
한강의 신작이 온다···황석영·정세랑 등 믿고 보는 작가들 로 가득한 2025 한국문학
2025. 01. 15 15:14문화
...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에 이어지는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이번 신작을 앞선 두 작품과 함께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스포츠경향(총 352 건 검색)

‘1DAY 1K-CULTURE: K-PEOPLE’ 세계적 아동문학상 ALMA상 후보 고정욱 작가
‘1DAY 1K-CULTURE: K-PEOPLE’ 세계적 아동문학상 ALMA상 후보 고정욱 작가
2025. 02. 01 04:10 연예
아리랑TV 오는 2월 4일 오전 8시 30분, 아리랑TV 데일리 문화정보 프로그램 ‘1DAY 1K-CULTURE: K-PEOPLE’에서는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ALMA상 후보로 선정된 고정욱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고정욱 작가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등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소개된 아동문학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다 그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 2025년 후보로 선정됐다. 알마(ALMA)는 세계적 명작 ‘말괄량이 삐삐 (Pippi Longstocking)’등 100여편 동화를 집필하고 평생을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헌신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작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아동문학상이다. 아리랑TV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입니다” 라고 소감을 말하는 고정욱 작가. 원래 의사가 꿈이었던 그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건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의 꿈이 좌절되면서였다. “대학교 들어갈 때, 의대에서 장애인을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이 다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 되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헬렌 켈러의 명언-신은 인간의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주신다-을 말씀해주시면서, ‘네가 의대라는 문으로 못 나갔으면, 문과라는 창문으로 나가라’고 말씀해주셔서 오늘날 제가 됐습니다” 한 살 때 소아마비 팬데믹으로 인해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돼서 65년 가까이 때로는 좌절하면서 때로는 저항하면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고정욱 작가. 아리랑TV 그가 최초로 쓴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 형(1999년 출간)’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장애를 소재로 다룬 동화이다. 출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고 그 이후 고정욱 작가가 쓴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의 동화책들이 잇달아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편견으로 봤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옛날에 제가 나가면요. 다 구경했어요. ‘와~ 장애인이다. 와~ 휠체어다.’ 요즘 누가 쳐다봐요. 제가 장애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을 참 많이 썼고 많이 또 알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장애인이 된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을 하라는 게 아닌가?” 지금은 장애인이 된 것을 너무 억울해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고정욱 작가. “동화는 정말 매력적이예요. 왜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쓰는 것은 어린이들의 순백의 영혼에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거죠.” 아리랑TV 동화 보다 더 동화같은 삶을 산 고정욱 작가의 작품세계와 철학은 2월 4일 오전 8시 30분 아리랑TV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 방송된다.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4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4
2025. 01. 25 04:22 연예
아리랑TV 27일 오후 7시 아리랑TV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이 나누리 피디 진행으로 방송된다. 마틴 카스페렉(Martin Kasperek) 주한 독일 대사관 서기관,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 대사, 미쉘 윈트럽(Michelle Winthrop) 주한 아일랜드 대사, 이잔 이다유 유소프(Izan Idayu Yusof)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이등 서기관, 치 유 히 빌(Chee Yu Hee Bill)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이등 서기관, 파울 페르난도 두클로스(Paul Fernando DUCLOS PARODI) 주한 페루 대사, 예르네이 뮐러(Jernej Müller)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 강병융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 한국학 학과장, 우미하니 아부하산(Ummi Hani binti Abu Hassan)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부교수, 김동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부교수가 출연하는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4’가펼쳐진다.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에서는 외교 전문 나누리 PD가 서울 지하철에 다국어 시가 소개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번역가들의 소회를 통해 들어본다. 또 한국의 대명절 설날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지하철 세계 문학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대사관들에게 전달하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아리랑TV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기까지, 그리고 오늘날 한국 문학 작품이 세계인들에게 읽힐 수 있기까지 원작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좋은 번역이다.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스크린 도어에 소개된 다국어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양질의 번역 덕분이다. 나PD는 먼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의 한국학 학과장을 맡고 있는 강병융 교수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울 지하철에 소개된 프란체 프레셰렌 작가와 스레초 코소벨 작가가 슬로베니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시인인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아리랑TV 강 교수는 “코소벨은 모더니즘 시인이고 젊은 천재였다는 점에서 한국 문인에 비유하자면 이상 시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에 광화문 광장이 있는 것처럼, 수도 류블랴나에는 프레셰렌 광장이 있고 그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손가락이 간질간질’ 등의 작품을 출판한 소설가이자, 2009년 제8회 한국문학 번역 신인상을 수상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도 슬로베니아 대문호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던 강 교수의 제자가 연결 고리가 되어주었다. 그는 “두 시 모두 원본은 훨씬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시다. 한국 독자들이 읽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번역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자신이 추구했던 번역 방향을 소개했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슬로베니아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현지 언론에서 강 교수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슬로베니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또 그걸 바탕으로 교류가 늘어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아리랑TV 서울 지하철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된 또 다른 작가는 말레이시아의 함자 판수리다. 함자 판수리 작가의 ‘나룻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의 우미하니 아부하산 교수와 김동훈 교수의 공동 번역으로 소개됐다. 아부하산 교수는 ”나룻배는 이슬람 종교의 철학을 담고 있는 매우 긴 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가치가 담겨진 구절을 택해 번역하기로 했다. 또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번역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나룻배’의 한국어 번역을 맡은 김동훈 교수는 자신이 전공한 나라의 문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세계 시민 의식 함양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됐다. 여기에 분명 문학의 역할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잘 번역된 말레이시아 문학을 한국인들이 읽고 공감하고 또 그걸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면 양국 관계에 아주 긍정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부하산 교수는 ”번역은 지역에서만 읽히는 문학이 국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문학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그녀의 작품들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김애란, 황보름, 백세희 작가의 작품이 말레이시아어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며 현지에서 부는 문학 한류 현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아리랑TV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을 주제로 9개국의 대표 작가들과 문학 작품들에 대해 새로 알게 된 나PD는 대사관에 감사의 뜻을 담아 특별한 설 선물을 준비해 대사관을 찾았다. 선물을 받은 주한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한국인들에게 새해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예르네이 뮐러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는 “새해에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는 “푸른 뱀은 지혜와 이해, 변화, 혁신, 인내와 회복력을 상징한다고 들었다.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푸른 뱀의 해를 맞아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운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2025년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아리랑TV 파울 페르난도 두클로스 주한 페루 대사는 “작년 페루가 맡았던 APEC 포럼의 의장국 지위를 한국에게 넘겼다.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2025년 경주에서 APEC 개최를 앞둔 한국에게 “우리는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모토 아래 한국이 성공적인 APEC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하고 확신한다.”고 한국의 APEC 개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국과 주요국들 간 활발한 문학 교류의 이야기를 담은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4‘는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오후 7시,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다. 지하철 세계 문학 여행 시리즈는 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총 4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다.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너도 나도 디플로맷’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3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너도 나도 디플로맷’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3
2025. 01. 21 00:15 연예
아리랑TV 20일 아리랑TV에서 방송이 된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너도 나도 디플로맷’은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3이 나누리 피디 진행으로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는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 대사, 젤다 울란 카르티카(Zelda Wulan Kartika)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대리, 이잔 이다유 유소프(Izan Idayu Yusof)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이등 서기관, 치 유 히 빌(Chee Yu Hee Bill)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이등 서기관이 출연했다. 이들은 서울 지하철에 소개된 자국의 대표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위 아 디플로맷”은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을 주제로 특집 시리즈를 준비해 방송하고 있다. 아리랑 TV 외교 전문 프로듀서 나누리 피디가 지하철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각국 외교관들을 만나, 주한 대사관들이 한국에 어떤 시를 소개하고 있는지 또 해당 시를 소개한 이유 등을 알아보는 기획이다. 아리랑TV 앞서 2주에 걸쳐 유럽과 중남미 지역의 시인과 그들의 작품들을 만나봤으며, 이번 주 방송되는 3편에서는 아시아의 문학을 집중 조명 한다. 한강진역과 옥수역에는 최초의 비유럽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의 시 기탄잘리 21, 35편을 만나볼 수 있다. 대사관에서 만난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는 타고르 작가를 위대한 스승이라는 의미의 ’구르데브(Gurudev)‘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그는 “구루데브 타고르는 매우 다면적인 인물이다. 글도 많이 썼지만 그림도 그렸고, 조각가였으며 국제 관계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많은 글로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영향력은 무척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며 존경을 표했다. 아리랑TV 타고르의 대표작인 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란 뜻으로, “대사관에서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징하고 어려운 상황도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을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추천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작가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가 활동했던 19세기에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타고르는 직접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해외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교감한 결과, ‘패자의 노래(The Song of Defeated)’와 ‘동방의 등불(The Lamp of the East)라는 시를 한국에 전하기도 했다. 쿠마르 대사는 “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중요성, 그리고 다시 한국이 아시아의 큰 중심이 될 밝은 미래에 대한 깊은 감정이 ‘동방의 등불’ 속에 담겨 있다. 아마도 그래서 그 어려운 시기에 당시 조선인들에게 희망과 낙관을 심어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아리랑TV 한강진역과 옥수역에서 또 다른 아시아 문학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말레이시아 시 문학의 선구자, 함자 판수리(Hamzah Fansuri)의 나룻배라는 작품이다. 나누리 PD는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서 두 명의 외교관으로부터 서울 지하철에 말레이시아 문학을 소개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잔 이다유 유소프 이등 서기관은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 외국 문학 작품이나 자료를 전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다른 국가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 곳을 지나가면서 우리의 시를 읽고 여기서 호기심이 피어나고, 결국엔 이 호기심이 사람들은 세계 다른 나라들과 연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말레이시아 문학을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지하철에서 말레이시아 시를 소개하는 것은) 말레이시아의 문화에 대해 공유하고, 양국 간의 유대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함자 판수리 작가는 무려 16세기의 인물이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이 여전히 감동적인 이유에 대해 치 유 히 빌 이등 서기관은 “나룻배는 사실 인생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의 작품은 주로 삶의 의미, 우리의 일상, 그리고 우리가 겪는 감정적 경험을 반영한다.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독려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라고 풀이했다. 아리랑TV 인도네시아 역시 오랜 세월 자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작가 하이릴 안와르(Chairil Anwar)의 작품을 지하?x역에 소개하고 있다. 젤다 울란 카르티카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대리는 대사관에서 만난 나PD에게 “하이릴 안와르는 단순한 시인 그 이상이다. 그는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존재이며 인도네시아의 모든 세대가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는 인물이다. 또 인도네시아 현대 시의 아버지이자 식민지 시절 독립을 위한 민족 투쟁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안와르의 작품 중에서도 ‘나’라는 뜻을 가진 ‘아쿠’를 선정한 의도로 “’아쿠’라는 시에서 작가는 사회적 규범이나 스스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인생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라고 말하고 있다. 용기와 자기 결단이라는 이 보편적인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한국을 포함한 모든 문화권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시”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카르티카 대사 대리는 반대로 인도네시아에 소개된 한국 문학의 사례도 언급했다.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특히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작품이 인기다. 인도네시아어로 26번이나 재출간할 정도(23년 2월 기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리랑TV 나누리 피디가 발로 뛰며 각국의 대표 시인들과 시를 만나보는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 너도 나도 디플로맷’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3‘는 2025년 1월 20일 월요일 오후 7시,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다. 지하철 세계 문학 여행 시리즈는 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월 27일까지 총 4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2···아일랜드·칠레·페루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2···아일랜드·칠레·페루
2025. 01. 14 00:44 연예
아리랑TV 13일 아리랑TV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너도나도 디플로맷’ 에서는 외교 전문 나누리 PD가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 빅토르 코네헤로스 주한 칠레 대사관 공관 차석,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만나 서울 지하철에 소개된 자국의 대표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정확한 이동 시간, 쾌적한 환경을 장점으로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을 돕는 지하철이 이제는 현대인들의 감성까지 챙기고 있다. 밋밋했던 스크린 도어에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며 시민들의 메마른 일상에 촉촉한 감성 한 스푼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 대사관들이 엄선한 각국 대표 시인들의 명시를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한국어와 원어로 소개해, 한국 승객과 글로벌 승객 모두에게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위 아 디플로맷”은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을 주제로 특집 시리즈를 준비했다. 아리랑 TV 외교 전문 프로듀서 나누리 피디가 지하철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각국 외교관들을 만나, 주한 대사관들이 한국에 어떤 시를 소개하고 있는지 또 해당 시를 소개한 이유 등을 알아봤다. 먼저 이대역, 홍대입구역, 이태원역에서는 아일랜드의 대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시인의 ‘이니스프리 호수 섬’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리랑TV 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전설과 신화, 아일랜드어로 된 여러 세대에 걸친 자료를 공부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예이츠의 시는 아일랜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인을 소개했다. 이어서, ‘이니스프리 호수 섬’은 “시인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를 그리는 시로, 이 시는 고국을 떠나 있는 아일랜드인들이 향수병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시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에게 “아름다운 곳으로 피신해 안식처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시민들에게 바쁜 일상을 잊게 해 줄 수 있는 시”라고 덧붙였다. 윈트럽 대사는 한강, 황석영 작가 등 한국 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표하며 특히 조선, 고려 시대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한 아일랜드 출신의 故 케빈 오록(Kevin O‘Rourke) 신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일랜드인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조선 시대 시조의 상당수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이를 아일랜드인이 해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그의 작품이 앞으로 양국에서 더 조명받길 희망 했다. 아리랑TV 서울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명동역에서 만난 빅토르 코네헤로스 주한 칠레 대사관 공관 차석은 대사관의 목표 중 하나가 다양한 칠레의 작가들을 한국에 알리는 것이라 기쁘게 지하철 다국어 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명동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가장 붐비는 역 중 하나다. 비센테 우이도브로(Vicente Huidobro)의 시를 이렇게 멋진 역에 전시할 수 있어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칠레의 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이도브로 시인에 대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과 함께 20세기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리랑TV 이어 나 PD는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시청역에서 만났다. 시청역에는 페루의 시인 세자르 바예호(César Vallejo)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은 “세자르 바예호는 페루의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이자 히스패닉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힌다”고 말했다. 아리랑TV 더불어 대사관 인근인 시청역에 페루의 시가 게시돼 “한국에 살고 있는 페루인들이 업무를 보러 대사관에 올 때 이 역에 페루 작가의 시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니 아주 좋은 일”이라고 지하철 다국어 시 프로젝트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나누리 피디가 발로 뛰며 각국의 대표 시인들과 시를 만나보는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 너도 나도 디플로맷’ 지하철로 떠나는 지하철 세계 문학 여행 시리즈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월 27일까지 총 4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아리랑TV

주간경향(총 131 건 검색)

“먹고사는 이야기가 한국문학엔 왜 없나, 거기서 출발했죠”(2023. 09. 15 10:58)
2023. 09. 15 10:58 문화/과학
ㆍ‘월급사실주의’ 동인 정진영 작가 인터뷰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 10명과 함께 를 발간한 정진영 작가가 9월 12일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낡은 운동화 밑창을 순간접착제로 붙여가며 일하는 예은, 매일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생수로 점심을 해결하던 학습지 교사 경진, 회사에는 언제나 껌종이처럼 버릴 수 있는 존재이면서 사원들에게는 ‘꼰대’가 돼버린 관리직 차진혜, 코로나19 한복판에서 무급휴직·권고사직·회사 매각 등을 지켜봤던 여행사 직원 수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김의경 외·문학동네)는 지금 한국사회의 노동을 다룬 11개의 작품을 담고 있다. 11명의 작가가 모여 이 책을 만들었다. ‘월급사실주의 2023’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월급사실주의’는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쓰려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침묵주의보>(문학수첩), <젠가>(은행나무), <정치인>(안나푸르나)을 통해 언론사·기업·국회 등 한국사회 주요한 조직의 현실을 조명해온 정진영 작가도 이 동인에 참여했다. 책에 수록된 그의 단편 ‘숨바꼭질’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가상화폐 시장이 들끓으면서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던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노동소득으로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게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과 불안한 주거에 좌절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독자가 씁쓸한 공감을 표했다. 지난 9월 12일 경향신문사에서 정진영 작가를 만났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장강명 작가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지난해 여름 장강명 작가, 김의경 작가, 나 이렇게 셋이 모여 ‘왜 한국문학은 먹고사는 이야기를 안 하나’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한국문학이 안 팔리는 이유 중 하나가 현실과 유리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한국소설이 다뤄온 다양한 소재도 중요하지만, 나는 솔직히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강명 작가를 중심으로 뜻이 맞는 작가들이 모여 먹고사는 문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다만 과거의 노동소설 하면 이념이 중심이지 않았나. 이념을 배제하고 또 판타지를 가미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써보자고 했다. 그런 취지로 작가들을 모아나갔고, 11명이 모여 작품집을 내게 됐다. 함께하는 작가 대부분이 과거 직장생활을 했거나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등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숨바꼭질’은 부동산 급등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주인공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알뜰히 돈을 모으지만, 결국 서울 외곽으로 더 밀려날 상황에 처한다. ‘내 모든 노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 같아 기가 막혔다’는 주인공의 말은 당시 많은 사람이 느꼈던 좌절감을 대변하는 듯하다. “실제 내 이야기다. 신문사를 세 군데 다녔는데, 첫 직장이 지역 신문사였고 이후 서울로 직장을 옮겼다. 광화문에 있는 회사 근처에 집을 찾다가 경기대 서울캠퍼스 쪽의 언덕 부근에 산 적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집주인이 전세금을 많이 올려달라고 해 할 수 없이 이사를 계획하게 됐고, 계약만료일까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집주인과 싸우기도 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화가 많이 났던 순간 중 하나였다. 노동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주거환경은 점점 나빠졌다.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만드는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사례들을 취재해 썼다. 읽어본 사람들이 다들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하더라.” -장강명 작가는 책 서두에 쓴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 우리 시대 노동현장을 담은 작품이 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작가의 전작들은 한국사회의 주요 조직, 노동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침묵주의보>는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는 반응이 별로 없었다. 당시 나도 현직 기자이다 보니 언론사를 다룬 소설을 써놓고 대놓고 광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0년에 <침묵주의보>가 드라마 <허쉬>로 방영되면서 나중에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 언론사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의 직장인들도 ‘우리 회사 이야기 같다’면서 많은 공감을 표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직장이나 조직, 노동현장을 다룬 소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로부터 드라마 제안이 왔을 때도 ‘왜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침묵주의보>가 히트작도 아니었고, 내가 유명작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유가 궁금했다. 제작사는 언론을 주제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데, 관련 작품이 내 소설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지난 5월 출간한 <정치인>도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인데, 이것 또한 내 작품밖에 없다고 하더라. 사실 ‘정말 흔한 소재인데, 왜 작가들이 안 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쓰는 작가가 드무니 내가 경쟁력이 있구나, 계속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전직 기자였다. 저널리즘의 연장으로 소설을 쓴다고도 보여진다. “그렇게 쓴 소설도 있고 아닌 소설도 있다. 기사와 소설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기사는 금방 휘발되기 때문에 깊이 있게 쓰기가 어렵다. <젠가>는 2013년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원전 비리를 다뤘다.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해 소설로 썼다. 그런데 사실 그 사건이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지만, 언론은 새로운 뉴스를 찾는 관성상 그 이후에는 그만큼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기획기사 이상의 사회적인 파급력을 갖고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은 기사처럼 완전히 팩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나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는 소설이 저널리즘 이상으로 사회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로 시작된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품집도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월급사실주의’의 향후 활동 계획이 있다면. “이번 책이 잘되면 멤버를 충원해가며 ‘월급사실주의 2024’, ‘월급사실주의 2025’, ‘월급사실주의 2026’ 등으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인데, 내년에는 새로운 작가들이 또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장강명 작가에게 새롭게 ‘월급사실주의’에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작가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 그런 분들이 또 새로운 작품을 보여준다면 나는 다음 작품집에서는 빠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첫 책인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가 잘돼야 한다.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더 잘돼서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우재의 플라이룸](38)AI, 인문학 그리고 과학(2023. 04. 07 11:45)
2023. 04. 07 11:45 문화/과학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온 인공지능의 엄청난 발전을 목도 중이다. 오픈AI사의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혁명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미드저니 등의 인공지능 생성기는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순식간에 그려낸다.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의상모델 등의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콜센터 상담직원, 사무원, 프로그래머, 기자, 회계사, 통역사 등 반복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은 물론 의사, 약사, 변호사, 통계 연구원 등의 전문직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가 벌어진 건 분명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생명의 미래 연구소’에서 ‘거대 AI 실험 일시중지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일론 머스크(사진), 유발 하라리, 스티브 워즈니악, 앤드루 양 등의 유명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이 연구소를 후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개서한의 진위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 연합뉴스 제프리 힌튼과 인공지능의 기초 바야흐로 AGI, 즉 ‘인공 범용 지능’의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AGI는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AI를 말한다.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는 앞으로 20년 안에 AGI가 구현된다고 말한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의 겨울(침체기)에도, 끈질긴 신경망 연구를 통해 딥러닝의 시대를 열어젖힌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캐나다를 방문해 ‘인공지능 석학과의 대화 및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주최한 이유도 힌튼 때문이다. 힌튼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연구하고 캐나다에 정착했다. 그는 오직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35년간 변방에서 조용히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했고,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혁명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런 힌튼이 자신을 찾아온 윤석열 대통령에게 던진 조언이야말로 미·중 패권이 과학기술력의 경쟁으로 환원되는 이 시기에 우리가 성찰해야 하는 교훈일 것이다. 그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의 지원, 불필요한 행정절차 철폐, 호기심에 기초한 연구”가 자신이 캐나다에서 인공지능 연구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라고 말한다. 대통령과 장관이 인공지능으로 돈 벌 생각만 하고 돌아왔을지, 아니면 100년 후 한국을 위한 연구행정 혁신을 다짐했을지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인문학적 충돌 며칠 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생명의 미래 연구소’에서 ‘거대 AI 실험 일시중지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일론 머스크, 유발 하라리, 스티브 워즈니악, 앤드루 양 등의 유명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춘 AI 시스템이 사회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모든 인공지능 연구소가 GPT-4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학습을 최소 6개월 동안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이 연구소를 후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개서한의 진위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이 서한에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물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이름도 올라가 있는 데다 서한에 인용된 논문의 저자들은 서한이 AI의 윤리적 위험성은 건너뛴 채 종말론적 시나리오만 강조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생명의 미래 연구소는 스웨덴 출신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이 창안했다고 알려진 ‘트랜스휴머니즘’ 혹은 ‘장기주의(longtermism)’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 곳이다. 보스트롬이 쓴 <슈퍼인텔리전스> 라는 책은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 등이 극찬했으며, 그는 인류미래연구소를 설립해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 미래를 종말론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장기주의(장기적 관점 우선주의) 혹은 ‘효율적 이타주의’ 운동과 이번 공개서한의 관계를 자세히 논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이 집단이 기후위기와 같은 인류의 직접적인 위기를 등한시하고, 인공지능의 위협 같은 불확실한 미래를 종말론적으로 경고하는 등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진지한 인문학적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만은 짚어두기로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제언은 이런 종말론적이고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 윤리학은 인문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힌튼이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직접적인 이유는 인공지능 연구가 군사적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미 국방부의 여러 시도가 역겹다고 말했다. 힌튼은 범용인공지능이 사람을 돕도록 설계돼야 하며, 푸틴 같은 독재자가 인공지능 연구를 남용할 수 없도록 제어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인공지능 윤리학의 핵심은 고리타분한 정언명령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아나키즘이어야 한다. 오히려 인문학자들은 수백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은 장기주의자들의 위험한 철학에 대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이자 알파고의 핵심개발자로 유명한 데미스 하사비스는 AGI에 빠르게 접근하는 인공지능 연구가 ‘빠르게 움직이며 깨뜨리자’라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연구가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AGI처럼 사회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 개발에는 그에 합당한 방법론이 수반돼야 한다. 하사비스는 우리가 이미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과학적 방법론이다. 하사비스는 과학적 방법론이야말로 AGI에 근접해가는 우리가 의지해야 할 철학이라고 믿는다. 하사비스는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열광도, 종말론적 경고도, 인문학적 제어론도 우리가 걸어가야 할 현실적 조언이 되지 못한다. 하사비스의 말 속에 인공지능의 철학이 걸어가야 할 길이 놓여 있다. “신중한 검토와 선견지명이 필요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뒤돌아보는 것보다 앞서 볼 수 있는 선견지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스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가설을 생성하고, 엄격한 실험 조건과 정확한 조건하에서 이를 철저히 시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시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은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업데이트하며, 독립적인 동료 평가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데이터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의 목적은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대규모로 배포하기 전에 파악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AGI에 접근하면서 이와 같은 중요한 기술을 존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부수는 대신 대담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학이 인공지능의 윤리학이어야 한다.
김우재의 플라이룸
[박주연의 메타뷰](8)국내 전기문학 지평 연 이충렬씨(2022. 04. 01 14:20)
2022. 04. 01 14:20 문화/과학
ㆍ“전기 쓰다 세 번 죽을 고비…지금 삶은 덤이죠” 이충렬씨(68)는 ‘전기문학’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현실에서 ‘오아시스’ 같은 인물이다. 8만부가 판매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간송 전형필>을 2010년 출간한 이래, 삶이 아름다웠던 인물들을 엄선해 치밀한 취재와 맛깔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생애를 온전히 엮어냈다.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2012),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2013), <아, 김수환 추기경>(2016),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2017),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2018), <천년의 화가 김홍도>(2019), <신부 이태석>(2021)이 간송의 뒤를 이었다. 오는 7월에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이자 순교 성인인 김대건 신부의 전기를 펴낸다. 이충렬씨는 “전기는 자료와의 싸움”이라며 “자료가 풍성해야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고, 새로운 자료가 많아야 독자들이 흥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인물을 복원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되게 즐겁다”고 했다. / 김창길 기자 그는 45년의 세월을 이민자로 살았다. 글쓰기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에 위안이 됐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봄햇살은 따뜻했다. 이충렬씨는 깔끔한 정장에 중절모를 쓴 채 나타났다. 그는 시종 환한 얼굴로 전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대건 신부>(가제) 집필은 끝났습니까. “집필은 끝났고, 현재 1교(교열)를 보고 있어요.” -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쓸 생각을 했나요.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전기를 쓰면서 김 추기경님의 조부님이 천주교 순교자임을 알게 됐어요. 순교자 이야기를 다뤄볼까 해서 서울대교구 소속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신부님과 연구이사님을 찾아가 상의했죠.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정본 전기로 만들어보라고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 자료가 참 적어요. 일대기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200년 전 한국 천주교사를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면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한 자료를 샅샅이 뒤졌어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굴했습니까. “어린 시절의 공백은 물론이고, 신부님이 마카오에서 8년간 어떤 교재로 공부했는지, 어떻게 라틴어를 익혔는지, 또 어떻게 신부가 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다 발견했어요. 김대건 신부님은 열다섯 살 때 마카오에 가서 8년간 신학교를 다녔고, 신의주를 통해 귀국했다가 다시 상해로 가서 주교님과 신부님 한분을 모시고 들어옵니다. 그 과정의 세부 이야기를 마카오의 스승 신부님들의 자료 등을 보면서 알아냈어요. 어렴풋하게나마 뭘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한두줄씩 나오거든요. 이런 걸, 옆구리신공이라고 합니다(웃음).” -옆구리신공이오. “우회로를 통해 알아낸다는 거죠(웃음). 친구, 동창, 스승, 후배들의 기록을 뒤져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한줄이라도 찾아내는 겁니다. 그걸 취합한 후 꿰어맞추는 거죠. 그다음에 200년 전 교우촌(천주교인들이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박해 시기에 산간벽지에 조성한 천주교공동체)에서 몰래 생활했는데 당시 생활상과 언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박해는 어떻게 피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다행히 1800년대 말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윤의병(바오로) 신부가 쓴 소설 <은화>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전에 작가의 역사가 궁금했다. 작품은 결국 작가를 담는 그릇이니까. 이충렬씨는 이민자였다. 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해 어린 시절에는 부유하게 살았다. 1976년 아버지의 사업체가 무너지면서 온 가족이 파라과이로 농업이민을 떠났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단국대 국문학과 3학년 재학 때였다. 그는 소년 시절부터 문학을 꿈꿨다. 가톨릭계인 동성중·고 시절 청계천 헌책방을 들락거리며 문학에 빠졌다. -청계천 헌책방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사 봤습니까.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우리의 고전역사와 <한국단편문학전집>, <한국전후문학전집>과 카뮈, 사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주로 읽었어요. 동네 사랑방처럼 우리 집에 와서 책을 읽거나 빌려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웃음).” -가족이 향한 곳이 왜 남미지역이었나요. “원래 계획은 미국이었는데,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파라과이로 가게 된 거예요. 그곳에선 희망이 없었어요. 이후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를 거쳐 1980년 3월에야 미국에 갈 수 있었어요.” -고생이 많았겠군요. “제가 2남2녀 중 맏이인데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대인의 하청을 받아 6명의 가족이 오바로크와 미싱을 하며 겨우 먹고살았어요. 가내수공업이었죠. 에콰도르에서는 식당도 하고 신발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힘들게 박박 긁어모은 돈으로 한사람당 1000달러씩 주고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갔습니다. 캘리포니아주 LA에 정착했어요.” -관광비자로 입국해 눌러앉은 건가요. “2년간 불법체류자로 살았어요. 닭가공공장에도 다니고, 봉제공장에도 다녔어요. 아버지와 저, 남동생은 밤마다 남의 사무실과 병원 청소도 했고요. 저는 중매로 1981년에 결혼도 했어요. 영주권은 1982년 1월에 나왔습니다. 가족 모두가 허드렛일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LA에서 1시간 떨어진 샌버나디노의 흑인 동네에서 식료품 가게를 열었죠.” -집안사정상 문학은 사치였겠어요. “가게에 침입한 강도가 제 머리에 총구를 겨눈 게 두 번이에요. 그런 일을 당하면 세상 살기가 싫어집니다. 자괴감과 함께 모국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죠.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1980년 중반부터 교포 잡지에 가끔 글을 썼어요. 신문사 사람들과 문인들을 만나면서 좀 위안이 됐어요. 그러다 1992년 LA에서 4·29 흑인 폭동이 일어나 피해를 입고 식료품점을 정리했더니 수중에 5000달러가 남더군요. 그 돈으로 1993년 애리조나주로 이사해 멕시코 국경 작은 도시 노갈레스에서 잡화점을 열었습니다.” 그는 1994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가깝고도 먼 길’로 등단했다. 주인공은 인민군 출신으로 휴전협정 때 중립국을 선택해 인도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정착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길을 열어준다. 그는 고심 끝에 방북하지만, 동생이 자신의 형은 6·25전쟁 때 전사했다며 돌아온 형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허물어진다. 이충렬씨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중립국행 포로의 이야기에 방북 때 실제로 본 이산가족 이야기를 더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방북은 언제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1991년 월북 예술가의 흔적을 취재하고 싶어 방북했어요. 김기림, 백석, 이태준, 한설야, 박태원, 홍명희… 이런 분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거든요. 10일간 체류했는데 조선작가동맹에서 두 사람이 나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홍명희 선생의 손자 홍석중씨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요. 당시 취재한 내용은 한겨레신문에 4차례에 걸쳐 기고했습니다. 이후 한겨레 통신원으로 1994년 김일성 사후의 북한과 1995년 대홍수 이후의 식량난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두차례 더 방북했어요.” -전기작가는 어쩌다 된 겁니까. “글을 써야 하는데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 실정에 어두웠어요. 그러면 시공간 제약을 덜 받는 역사소설을 써보자 생각했죠. 남인에서는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를, 서인에서는 우암 송시열 계열인 겸재 정선을 같이 등장시키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교 시절 우리 집에서 역사서를 열심히 읽다가 서강대 사학과에 진학하고, 이후 미술사학자가 된 친구 이원복(전 국립광주박물관장)에게 이야기했죠. 나를 간송미술관에 데리고 가더군요. 겸재 작품이 많다고요. 1995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재와 겸재가 등장하는 역사소설이 아닌 간송 전형필의 전기를 냈네요. “귀국할 때마다 간송미술관을 찾아갔어요. 간송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간송 전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2010년 책이 출간되기까지 몇년이나 준비했나요. “취재부터 집필까지 7~8년 걸렸어요. 자료조사를 하면서 공부한 기간이 꽤 길었거든요. 간송을 제대로 알려면 역사 공부가 필수입니다. 간송의 삶은 물론이고 청자 발달사부터 인사동 고서점, 활판 인쇄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도굴 상황까지 일일이 공부해야 했어요. 수집한 문화재에 얽힌 사연과 함께 어떤 것은 왜 기와집 10채 가격이고, 또 어떤 것은 기와집 20채 가격인지도 알아야 했고요.” -방대한 작업이군요. 일의 순서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전기는 자료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료가 풍성해야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고, 새로운 자료가 많아야 독자들이 흥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에 연보를 작성합니다. 세상을 떠난 날까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어난 중요 사건을 연도별, 월별, 일별, 시간별 순으로 먼저 작성한 후 그 안을 1~2년간 꾸준히 보강하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이충렬씨가 전기를 썼던 미국 애리조나주 노길레스의 잡화점 / 이충렬씨 제공 -그렇게 메우다 보면 한권 분량이 나오는 거군요. “그렇죠. 처음에 200자원고지 30장 분량으로 시작했던 게 100장, 500장, 1000장, 3000장이 돼요. 연보작업이 700~1200매는 돼야 주인공의 윤곽이 비로소 나타납니다. 그러면 시대와 주인공을 제가 지배할 수 있게 돼요. 이후 중요한 대목을 뽑아 스토리를 만들고, 부각시킬 부분을 정하죠.” -시대와 주인공을 지배한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주인공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거죠. 또 전기를 쓰려면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잡화점의 장사가 좀 안 된 날에는 간송에게 감정이입이 안 돼 글이 전혀 안 써졌어요(웃음). 간송은 기와집 수십채 되는 돈을 투자해 문화재를 사들이는데, 제 주머니는 빈털터리니까…. 반면 장사가 잘 된 날은 글도 자신감 넘치게 질러지더라고요. 그런데 감정이입을 열심히 하다 보면 놀라운 일이 생겨요.” -어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료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김수환 추기경님의 전기를 준비할 때도 여러 번 있었어요. 김 추기경님의 생애는 길어 중간에 공백이 많았습니다. 가령 1956년에 왜 독일에 가셨는지 등을 알 수 없는데 온라인 검색 자료도 전혀 없는 거예요. 그래서 1950년대 이후 가톨릭신문 영인본을 들춰봤습니다. 단서가 막 쏟아지더라고요(웃음).” -전기의 주인공이 도와준다고 느끼나요. “그렇죠.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집필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어요.” -전기 한편 마무리할 때마다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는다고 들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졌어요. 잡화점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틈틈이 집필 자료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도 서너시간만 자고 몰입했으니까요.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김환기 화백의 전기를 쓸 때 한 번씩 심장마비가 와서 총 3번 응급헬기를 타고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스텐트는 6개 시술했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 삶은 덤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아이들이 대학을 마치고서야 가게를 접고 피닉스로 이사해 작가로만 살 수 있었어요.” -사실관계에 대한 고증은 어떻게 합니까. “팩트 체크는 이중삼중으로 해야 합니다. 서로 증언이 다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쓴 전기에서는 팩트 문제로 큰 말썽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 화백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다룬 전기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환기미술관 측으로부터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하는 일을 겪었다. 환기미술관은 한두 내용의 삭제를 요청했고, 그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 침해로 맞서 검찰로부터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환기미술관 측은 항소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한 싸움이 싫어 그는 3쇄까지 찍은 책의 절판·폐기에 결국 합의해줬다. 그는 “이후부터는 유족이 ‘협조는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약속을 안 하면 아예 시작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전기를 계속 쓰는 이유는 뭔가요. “한 인물을 복원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되게 즐겁기 때문이에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제 작업을 통해 새롭게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크거든요. 또 한국 전기물의 전통도 만들고 싶습니다. 전기는 어떻게 쓰는 건지 후배 작가들에게 표본이 되어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집필 대상을 선정하는 데 기준이 있습니까. “그 사람의 삶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이완용의 평전은 가능하되 전기는 쓸 수 없는 이유입니다. 평전은 학자들의 주관적인 평과 함께 저자의 평가가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한국에 자서전이나 회고록, 평전은 많아도 전기물은 별로 없는 걸까요. “그래서 없고, 자료조사 과정도 지난하기 때문이에요. 또 전기의 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해 샘플이 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요. 1918년 육당 최남선이 2권으로 집필한 <이충무공 전서>가 거의 마지막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어떤가요.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벽돌 두께의 전기가 무수히 쏟아진 데 반해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전기물이 없잖아요. “한국 법 때문이에요.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거든요. 그래서 유족이 걸면 걸립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든 누구든 전기라면 공과를 다 써야 하는데 과(過)를 쓰면 유족에게 고소당하는 거죠. 반면 다른 선진국에서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의 전기가 저마다 수십권이 나와 있고, 모두 공과를 다루고 있어요. 한국도 역대 대통령의 전기가 잘 기술되면 역사도 좀 정리가 되는데 안타깝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의 전기 집필을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정 회장의 전기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는 할 마음이 있어요. 창업보다 더 힘든 게 수성(守城)인데 삼성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돌아가신 지 불과 2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러니 유족들도,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하고, 어느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도 서로 진중하게 논의돼야 할 거예요. 그런데 과연 유족들이 할 마음이 있겠는가, 아마도 아직은 아닐 것 같아요.” -삶 자체가 감동을 주는 위인들의 공통점이 있습니까. “전기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인데, 꼭 멘토가 있습니다. 전형필은 오세창과 박종화, 최순우는 전형필, 김홍도는 강세황, 김수환 추기경은 독일인 신부 테오도르 게페르트와 장병화 신부, 이태석 신부는 제임스 신부가 멘토셨어요. 멘토가 없는 독자라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씨는 지난해 10월 40년간 동고동락한 아내 이은경씨를 잃었다. 아내는 2017년 뇌종양 진단 후 수술을 받고 투병해왔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은경씨의 손을 꼭 잡고 동행하던 그는 아내가 떠난 후 영구귀국했다. 홀어머니와 함께 경기 남양주 천마산 아래에 살고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점찍은 또 다른 두 인물의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이충렬씨(68)는 ‘전기문학’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현실에서 ‘오아시스’ 같은 인물이다. 8만부가 판매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간송 전형필>을 2010년 출간한 이래, 삶이 아름다웠던 인물들을 엄선해 치밀한 취재와 맛깔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생애를 온전히 엮어냈다.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2012),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2013), <아, 김수환 추기경>(2016),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2017),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2018), <천년의 화가 김홍도>(2019), <신부 이태석>(2021)이 간송의 뒤를 이었다. 오는 7월에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이자 순교 성인인 김대건 신부의 전기를 펴낸다. 그는 45년의 세월을 이민자로 살았다. 글쓰기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에 위안이 됐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봄햇살은 따뜻했다. 이충렬씨는 깔끔한 정장에 중절모를 쓴 채 나타났다. 그는 시종 환한 얼굴로 전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대건 신부>(가제) 집필은 끝났습니까. “집필은 끝났고, 현재 1교(교열)를 보고 있어요.” 이충렬씨는 2010년 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편의 전기문학을 출간했다. 오는 7월에는 (가제)를 펴낸다. 전기물 외에 간송 집필 앞뒤로 (2008)과 (2011)도 발간했다. / 김창길 기자 -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쓸 생각을 했나요.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전기를 쓰면서 김 추기경님의 조부님이 천주교 순교자임을 알게 됐어요. 순교자 이야기를 다뤄볼까 해서 서울대교구 소속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신부님과 연구이사님을 찾아가 상의했죠.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정본 전기로 만들어보라고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 자료가 참 적어요. 일대기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200년 전 한국 천주교사를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면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한 자료를 샅샅이 뒤졌어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굴했습니까. “어린 시절의 공백은 물론이고, 신부님이 마카오에서 8년간 어떤 교재로 공부했는지, 어떻게 라틴어를 익혔는지, 또 어떻게 신부가 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다 발견했어요. 김대건 신부님은 열다섯 살 때 마카오에 가서 8년간 신학교를 다녔고, 신의주를 통해 귀국했다가 다시 상해로 가서 주교님과 신부님 한분을 모시고 들어옵니다. 그 과정의 세부 이야기를 마카오의 스승 신부님들의 자료 등을 보면서 알아냈어요. 어렴풋하게나마 뭘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한두줄씩 나오거든요. 이런 걸, 옆구리신공이라고 합니다(웃음).” -옆구리신공이오. “우회로를 통해 알아낸다는 거죠(웃음). 친구, 동창, 스승, 후배들의 기록을 뒤져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한줄이라도 찾아내는 겁니다. 그걸 취합한 후 꿰어맞추는 거죠. 그다음에 200년 전 교우촌(천주교인들이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박해 시기에 산간벽지에 조성한 천주교공동체)에서 몰래 생활했는데 당시 생활상과 언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박해는 어떻게 피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다행히 1800년대 말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윤의병(바오로) 신부가 쓴 소설 <은화>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전에 작가의 역사가 궁금했다. 작품은 결국 작가를 담는 그릇이니까. 이충렬씨는 이민자였다. 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해 어린 시절에는 부유하게 살았다. 1976년 아버지의 사업체가 무너지면서 온 가족이 파라과이로 농업이민을 떠났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단국대 국문학과 3학년 재학 때였다. 그는 소년 시절부터 문학을 꿈꿨다. 가톨릭계인 동성중·고 시절 청계천 헌책방을 들락거리며 문학에 빠졌다. -청계천 헌책방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사 봤습니까.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우리의 고전역사와 <한국단편문학전집>, <한국전후문학전집>과 카뮈, 사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주로 읽었어요. 동네 사랑방처럼 우리 집에 와서 책을 읽거나 빌려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웃음).” -가족이 향한 곳이 왜 남미지역이었나요. “원래 계획은 미국이었는데,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파라과이로 가게 된 거예요. 그곳에선 희망이 없었어요. 이후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를 거쳐 1980년 3월에야 미국에 갈 수 있었어요.” -고생이 많았겠군요. “제가 2남2녀 중 맏이인데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대인의 하청을 받아 6명의 가족이 오바로크와 미싱을 하며 겨우 먹고살았어요. 가내수공업이었죠. 에콰도르에서는 식당도 하고 신발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힘들게 박박 긁어모은 돈으로 한사람당 1000달러씩 주고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갔습니다. 캘리포니아주 LA에 정착했어요.” -관광비자로 입국해 눌러앉은 건가요. “2년간 불법체류자로 살았어요. 닭가공공장에도 다니고, 봉제공장에도 다녔어요. 아버지와 저, 남동생은 밤마다 남의 사무실과 병원 청소도 했고요. 저는 중매로 1981년에 결혼도 했어요. 영주권은 1982년 1월에 나왔습니다. 가족 모두가 허드렛일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LA에서 1시간 떨어진 샌버나디노의 흑인 동네에서 식료품 가게를 열었죠.” 전기가 출간되면 강연 요청이 잇따른다. 사진은 2012년 출간 후 이충렬씨가 독자들과 만나는 모습이다. / 이충렬씨 제공 -집안사정상 문학은 사치였겠어요. “가게에 침입한 강도가 제 머리에 총구를 겨눈 게 두 번이에요. 그런 일을 당하면 세상 살기가 싫어집니다. 자괴감과 함께 모국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죠.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1980년 중반부터 교포 잡지에 가끔 글을 썼어요. 신문사 사람들과 문인들을 만나면서 좀 위안이 됐어요. 그러다 1992년 LA에서 4·29 흑인 폭동이 일어나 피해를 입고 식료품점을 정리했더니 수중에 5000달러가 남더군요. 그 돈으로 1993년 애리조나주로 이사해 멕시코 국경 작은 도시 노갈레스에서 잡화점을 열었습니다.” 그는 1994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가깝고도 먼 길’로 등단했다. 주인공은 인민군 출신으로 휴전협정 때 중립국을 선택해 인도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정착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길을 열어준다. 그는 고심 끝에 방북하지만, 동생이 자신의 형은 6·25전쟁 때 전사했다며 돌아온 형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허물어진다. 이충렬씨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중립국행 포로의 이야기에 방북 때 실제로 본 이산가족 이야기를 더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방북은 언제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1991년 월북 예술가의 흔적을 취재하고 싶어 방북했어요. 김기림, 백석, 이태준, 한설야, 박태원, 홍명희… 이런 분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거든요. 10일간 체류했는데 조선작가동맹에서 두 사람이 나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홍명희 선생의 손자 홍석중씨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요. 당시 취재한 내용은 한겨레신문에 4차례에 걸쳐 기고했습니다. 이후 한겨레 통신원으로 1994년 김일성 사후의 북한과 1995년 대홍수 이후의 식량난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두차례 더 방북했어요.” -전기작가는 어쩌다 된 겁니까. “글을 써야 하는데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 실정에 어두웠어요. 그러면 시공간 제약을 덜 받는 역사소설을 써보자 생각했죠. 남인에서는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를, 서인에서는 우암 송시열 계열인 겸재 정선을 같이 등장시키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교 시절 우리 집에서 역사서를 열심히 읽다가 서강대 사학과에 진학하고, 이후 미술사학자가 된 친구 이원복(전 국립광주박물관장)에게 이야기했죠. 나를 간송미술관에 데리고 가더군요. 겸재 작품이 많다고요. 1995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재와 겸재가 등장하는 역사소설이 아닌 간송 전형필의 전기를 냈네요. “귀국할 때마다 간송미술관을 찾아갔어요. 간송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간송 전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전기물이 없는 이유를 이충렬씨는 “법 때문”으로 설명했다. “전기는 공과를 다 다뤄야 하는데,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유족이 문제를 제기하면 출판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안타깝다”고 했다. / 김창길 기자 -2010년 책이 출간되기까지 몇년이나 준비했나요. “취재부터 집필까지 7~8년 걸렸어요. 자료조사를 하면서 공부한 기간이 꽤 길었거든요. 간송을 제대로 알려면 역사 공부가 필수입니다. 간송의 삶은 물론이고 청자 발달사부터 인사동 고서점, 활판 인쇄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도굴 상황까지 일일이 공부해야 했어요. 수집한 문화재에 얽힌 사연과 함께 어떤 것은 왜 기와집 10채 가격이고, 또 어떤 것은 기와집 20채 가격인지도 알아야 했고요.” -방대한 작업이군요. 일의 순서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전기는 자료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료가 풍성해야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고, 새로운 자료가 많아야 독자들이 흥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에 연보를 작성합니다. 세상을 떠난 날까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어난 중요 사건을 연도별, 월별, 일별, 시간별 순으로 먼저 작성한 후 그 안을 1~2년간 꾸준히 보강하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메우다 보면 한권 분량이 나오는 거군요. “그렇죠. 처음에 200자원고지 30장 분량으로 시작했던 게 100장, 500장, 1000장, 3000장이 돼요. 연보작업이 700~1200매는 돼야 주인공의 윤곽이 비로소 나타납니다. 그러면 시대와 주인공을 제가 지배할 수 있게 돼요. 이후 중요한 대목을 뽑아 스토리를 만들고, 부각시킬 부분을 정하죠.” -시대와 주인공을 지배한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주인공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거죠. 또 전기를 쓰려면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잡화점의 장사가 좀 안 된 날에는 간송에게 감정이입이 안 돼 글이 전혀 안 써졌어요(웃음). 간송은 기와집 수십채 되는 돈을 투자해 문화재를 사들이는데, 제 주머니는 빈털터리니까…. 반면 장사가 잘 된 날은 글도 자신감 넘치게 질러지더라고요. 그런데 감정이입을 열심히 하다 보면 놀라운 일이 생겨요.” -어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료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김수환 추기경님의 전기를 준비할 때도 여러 번 있었어요. 김 추기경님의 생애는 길어 중간에 공백이 많았습니다. 가령 1956년에 왜 독일에 가셨는지 등을 알 수 없는데 온라인 검색 자료도 전혀 없는 거예요. 그래서 1950년대 이후 가톨릭신문 영인본을 들춰봤습니다. 단서가 막 쏟아지더라고요(웃음).” -전기의 주인공이 도와준다고 느끼나요. “그렇죠.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집필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어요.” -전기 한편 마무리할 때마다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는다고 들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졌어요. 잡화점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틈틈이 집필 자료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도 서너시간만 자고 몰입했으니까요.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김환기 화백의 전기를 쓸 때 한 번씩 심장마비가 와서 총 3번 응급헬기를 타고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스텐트는 6개 시술했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 삶은 덤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아이들이 대학을 마치고서야 가게를 접고 피닉스로 이사해 작가로만 살 수 있었어요.” -사실관계에 대한 고증은 어떻게 합니까. “팩트 체크는 이중삼중으로 해야 합니다. 서로 증언이 다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쓴 전기에서는 팩트 문제로 큰 말썽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 화백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다룬 전기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환기미술관 측으로부터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하는 일을 겪었다. 환기미술관은 한두 내용의 삭제를 요청했고, 그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 침해로 맞서 검찰로부터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환기미술관 측은 항소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한 싸움이 싫어 그는 3쇄까지 찍은 책의 절판·폐기에 결국 합의해줬다. 그는 “이후부터는 유족이 ‘협조는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약속을 안 하면 아예 시작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전기를 계속 쓰는 이유는 뭔가요. “한 인물을 복원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되게 즐겁기 때문이에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제 작업을 통해 새롭게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크거든요. 또 한국 전기물의 전통도 만들고 싶습니다. 전기는 어떻게 쓰는 건지 후배 작가들에게 표본이 되어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집필 대상을 선정하는 데 기준이 있습니까. “그 사람의 삶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이완용의 평전은 가능하되 전기는 쓸 수 없는 이유입니다. 평전은 학자들의 주관적인 평과 함께 저자의 평가가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한국에 자서전이나 회고록, 평전은 많아도 전기물은 별로 없는 걸까요. “그래서 없고, 자료조사 과정도 지난하기 때문이에요. 또 전기의 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해 샘플이 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요. 1918년 육당 최남선이 2권으로 집필한 <이충무공 전서>가 거의 마지막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어떤가요.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벽돌 두께의 전기가 무수히 쏟아진 데 반해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전기물이 없잖아요. “한국 법 때문이에요.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거든요. 그래서 유족이 걸면 걸립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든 누구든 전기라면 공과를 다 써야 하는데 과(過)를 쓰면 유족에게 고소당하는 거죠. 반면 다른 선진국에서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의 전기가 저마다 수십권이 나와 있고, 모두 공과를 다루고 있어요. 한국도 역대 대통령의 전기가 잘 기술되면 역사도 좀 정리가 되는데 안타깝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의 전기 집필을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정 회장의 전기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는 할 마음이 있어요. 창업보다 더 힘든 게 수성(守城)인데 삼성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돌아가신 지 불과 2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러니 유족들도,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하고, 어느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도 서로 진중하게 논의돼야 할 거예요. 그런데 과연 유족들이 할 마음이 있겠는가, 아마도 아직은 아닐 것 같아요.” -삶 자체가 감동을 주는 위인들의 공통점이 있습니까. “전기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인데, 꼭 멘토가 있습니다. 전형필은 오세창과 박종화, 최순우는 전형필, 김홍도는 강세황, 김수환 추기경은 독일인 신부 테오도르 게페르트와 장병화 신부, 이태석 신부는 제임스 신부가 멘토셨어요. 멘토가 없는 독자라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씨는 지난해 10월 40년간 동고동락한 아내 이은경씨를 잃었다. 아내는 2017년 뇌종양 진단 후 수술을 받고 투병해왔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은경씨의 손을 꼭 잡고 동행하던 그는 아내가 떠난 후 영구귀국했다. 홀어머니와 함께 경기 남양주 천마산 아래에 살고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점찍은 또 다른 두 인물의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연의 메타뷰
[김정수의 시톡](7)경남 사천 문학잡지 ‘마루문학(2022. 02. 25 15:00)
2022. 02. 25 15:00 문화/과학
ㆍ삼천포로 빠지다? 아니 사천에 빠지다 오늘은 삼천포로 빠져볼까 합니다. 왜 하필 삼천포냐고요. 사실은 삼천포, 아니 경남 사천에서 ‘마루문학’이라는 잡지 한권이 왔습니다. 봉투가 거의 뜯어졌는데도 무사히 배달된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내용물이 삼천포로 빠질 뻔했는데도 제대로 찾아왔지요. 삼천포는 1995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당시 사천군과 통합돼 사천시가 됐지요. 삼천포로 빠진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지명을 바꾸는 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마루문학’의 마루는 머리와 그 뿌리를 같이하는 우리말이라 합니다. ‘높다, 시작하다, 처음이다, 거룩하다’는 뜻과 삼천포의 옛이름인 말문리(末文里), 즉 ‘마르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거대 문학단체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 운영도 어려운데, 남해안 바닷가에서 만드는 잡지는 어떨까요. 사천에서 온 잡지는 어떤 색깔을 보여줄까요. 안채영 시인(왼쪽)과 ‘마루문학’ / 마루문학협회 지역 문학 통해 전체를 보려는 작은 시도 ‘마루문학’ 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41’이라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옆을 보니 ‘since 1990’이라네요. 32년을 발간했는데 41호라니, 좀 이상합니다. 연간지라면 32호, 반연간지라면 64호, 계간지라면 128호가 되겠지요. 의문은 금방 풀렸습니다. 잡지 맨 뒤에 있는 ‘마루문학族을 모십니다’라는 안내글을 보면 “마루문학이 계간지로 창간된 후 어려움에 봉착하자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진 지역 여성들 주도로 마루문학 후원회를 결성”했다네요. 그러니까 시작은 계간으로 했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간으로 발간한 것이지요. 중간에 부침도 있었을 겁니다. 꾸준히 이어온 것이 대견합니다. 마루문학회장을 맡고 있는 안채영 시인은 ‘발간사’에서 “지역 문학을 통해 나라 전체를 보고 외부의 시선으로 내부를 보려는 작은 시도”를 해보려 했다면서 이를 “작은 역설”이라 했습니다. ‘부분과 전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으로, 부분을 정확히 알면 전체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또한 부분과 전체는 상대적으로 규정되며 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일 수 있습니다. 부분과 전체가 단절되지 않고 연관돼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도는 잡지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우선 필자가 눈에 띕니다. ‘권두언’은 최문자 원로시인과 송창섭 전 삼천포여고 교장 겸 마루문학 회원이 썼습니다. 문학의 논쟁을 다룬 ‘시각’에서도 박명호 작가와 서지월 시인의 글과 회원인 신진균 옥종고 역사교사와 이승리 시인의 글을 수록했습니다. 문학잡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작시도 회원인 이종만, 송창섭, 박종현, 이승리 시인과 민왕기, 윤선길, 우혁 시인으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특이한 것은 연변작가협회 소속 김상군 시인의 시 2편을 수록했다는 것입니다. ‘명태국’, ‘겨레의 꿈’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향을 그리워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입니다. 전문가·아마추어가 함께 만드는 잡지 경남 사천시 갈대샘길 30-6번지에 삼천포 뱃사람들의 쉼터 한일여인숙이 있습니다. 여인숙 벽면에는 ‘since 1971, 그리움이 머무는 그곳, 낭만여인숙 in 사천’이라 쓰여 있습니다. 이 여인숙을 소재로 최문자, 박우담, 박해람 시인이 시를 썼습니다. 최문자 시인은 “사천 낭만여인숙에서 하루 묵을 때/ 무음에서 나는 무쇠 냄새”(‘무음의 밤’)를 맡고, 박우담 시인은 “마룻바닥에 축축하게 덧댄 상처와 기호의 얼굴”(‘낭만 여인숙’)을 마주하고, 박해람 시인은 “밤늦어 끊어진 길들이 6호실”에 머물며 “투숙(投宿)하지 않은 인생”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사천의 삶과 정서가 배어 있는 공간을 외부 시인들이 맛깔나게 시로 쓴 돋보이는 기획입니다. 가족이 함께 시를 쓴 ‘파릇파릇-문학 싹이 파랗다, 벌써’ 코너도 눈길을 끕니다. 채춘자 회원(엄마)이 “7월 뙤약볕/ 여기저기 땀방울이 매달렸다/ 이 방망이로 시원하게 홈런 어때?”(‘조롱박’) 하고 묻자 막내딸 구가을(정동초 3학년)이 시합에서 “이겼을 땐/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 때처럼 기쁨// 졌을 땐/ 마치 천둥번개처럼 슬픔”(‘변덕쟁이’)이라고 화답합니다. 동생 구가람(정동초 6학년)이 여름마다 찾아오는 모기를 “몰래 찾아오는 불청객 같아/ 아! 그만 물어 간지러워”(‘모기’)라고 하자 형 구가온(사천중 2학년)은 “겨울은 항상 신나서 항상 웃지만/ (…) 눈물이 모여 눈을 이룬다// 어쩌면 겨울은 슬픈 계절일지도 몰라”(‘겨울’)라며 의젓하게 화답합니다. 손글씨와 그림을 곁들인 이우찬·이라희 쌍둥이 남매(삼성초 3학년)의 시는 파릇파릇합니다. 이우찬은 치킨을 좋아하나 봅니다. ‘내 사랑, 치킨’에서 “바삭바삭 치킨/ 어제 먹어도 맛있어// 겉바속촉 치킨/ 오늘 먹어도 맛있어// 후라이드, 양념/ 메뉴 안 가리고 다 맛있어// 내 사랑, 치킨/ 매일매일 먹고 싶다”고 합니다. 이라희는 탁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림을 곁들인 ‘탁구’에서 “내가 이기면 아싸! 말한다”면서 “쇼트를 하면 배가 아프다”네요. 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탁구채가 배를 꾹꾹 누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탁구 재밌지” 하고 물어보면 머뭇거리게 된다네요. 고성중 1학년들의 디카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과 함께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한 시를 말합니다. 백종윤은 의자에 앉아 통로로 내놓은 다리 사진과 함께 “안진의 다리는 조곤조곤 말하는 것 같다/ 반장의 다리는 잔소리처럼 보인다/ 김시형의 다리는 시처럼 짧아 보인다// 다리는 오늘도 시끌시끌하다”(‘다리’)라고 했습니다. 반 친구들의 다리를 통해 교실의 풍경을 잘 표현했습니다. 지역 문학은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해체해 경계가 없는 탈중심의 세계를 지향해야 합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처럼 문학도 지역성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지역의 다양성을 담아내고, 인문학으로서의 문학 정체성을 회복하고, 문학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지역 잡지 ‘마루문학’을 주목한 이유입니다. 시인의 말 안부 나호열 지음·밥북·1만2000원 내게 시는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안타까움의 고백이었을 뿐이지만, 이 말은 나름대로 생(生)을 통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낯설게도 다정해라 장순금 지음·문예바다·8000원 길은 멀고 시작 없는 끝은 늘 돌아가고 싶어했다. 달빛이 혼자 기우는 늦은 저녁엔 당신이 온통 허공이었다.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김점미 지음·산지니·1만2000원 30여 년의 문을 닫고 아직은 낯선 문을 열려는 마음으로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 새로운 문고리가 손끝에 살짝 닿는다. 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서수찬 지음·시인동네·1만원 오랫동안 혼자 버텨 온 〈시금치 학교〉에게 짝을 드디어 안겨줘서 훨훨 날아갈 것 같다. 세상의 부모 마음이 다 같으리라. 맨 뒤에 오는 사람 이문희 지음·한국문연·1만원 그 말들이 다른 말이 될 때까지 나는 좀더 다른 내가 되려 한다. 내가 어딘가에서 자꾸만 태어난다.
김정수의 시톡

레이디경향(총 35 건 검색)

‘목마와 숙녀’ 박인환의 문학세계 네이버tv로 만난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의 문학세계 네이버tv로 만난다
2020. 08. 30 22:28 문화/생활
‘명동 백작’ ‘모던 보이’ 등으로 불리던 박인환 시인이 서울의 한 언덕에서 멋을 뽐내고 있다.  사진 | 인제군 제공‘박인환 문학축제’가 9월5일부터 20일까지 인제군 일대에서 펼쳐진다. 인제군문화재단은 지난 20일 최상기 이사장을 비롯해 담당 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9월 개최 예정인 박인한 문학축제의 프로그램을 전면 수정해 비대면 온라인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다만 거리두기가 가능한 문학특강 등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강원도 인제군과 인제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박인환 문학축제는 시인의 고향에서 시인을 생각하고 기리는 행사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으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은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인제공립보통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서울로 이사를 갔다. 서울로 이사한 박인환은 산문 ‘내 고장 자랑’에서 “나는 인제에서 태어났다”고 밝히거나 시 ‘에버렛의 일요일’에서 “미칠 듯이 고향 생각이 난다”고 노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뿌리 의식이 무척 강했다. 박인환은 1949년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로 입사해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하는 등 경향신문과도 인연이 깊다. 박인환과 관련한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인제문인협회 등에서 ‘박인환문학제’나 ‘박인환문학콘서트’ 등의 이름으로 백일장·시낭송 등을 중심으로 한 문학행사를 열어 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단순한 문학행사에서 벗어나 연극·공연·미술 등 문화예술 전 범위로 확대해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 장남 박세형 선생이 태어난 지 6개월 됐을 때 박인환 시인이 아들에게 선물한 동인지.  사진 | 인제군 제공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박인환상’ 시상이다. 박인환상은 박인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인제군문화재단, 경향신문사, 박인환시인기념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박인환상은 시 부문과 학술 부문(문학·영화평론)으로 나뉘어 시 부문엔 3000만원, 학술 부문에는 문학 500만원과 영화평론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 부문은 등단 15년 이상의 시인으로 2019년 6월30일에서 2020년 7월1일까지 간행된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또 학술 부문은 문학은 박인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며 박인환의 문학작품을 연구한 논문으로, 영화평론은 장르의 구분 없이 영화와 관련한 자유주제의 평론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12일 오후 3시부터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이번 축제의 주행사로서 축제 개막식을 대신한다. 다만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면서 수상자와 시상자만 참석하며, 네이버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시상식 말미에는 최불암·김경란이 출연하는 연극 ‘세월이 가면’이 공연된다. 예술인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올리는 무대이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객석에 관객은 없다. 인제군은 박인환 선양사업을 전국 축제로 확대하면서 지난 7월 원로배우 최불암씨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는 최불암씨 어머니와 박인환과의 인연 때문이다. 박인환이 세상을 등지기 3일 전 당시 단골집이던 선술집 ‘은성’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종이에 뭔가 써 내려갔고, 이를 동석한 극작가 이진섭이 즉석에서 작곡하고 테너 임만섭이 노래를 부른 것이 ‘세월이 가면’이다. 그 ‘은성’의 주인장이 최불암씨의 어머니였다. 이번 박인환 문학축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행사는 ‘문학강연 - 나의 아버지, 박인환’으로, 박인환의 장남 박세형 시인을 초청해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섭섭함 그리고 우리 문학사에 미친 영향 등을 듣는다. 박세형 시인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바람이 이렇게 다정하면’이란 시집을 출간한 서정 시인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가장 1950년대다운 시인이며, 아버지는 불행한 시인이 아니었다”는 등 그동안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밝혀 왔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처음으로 인제에서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와 일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19일 오후 5시부터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이번 문학강연은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호응하기 위해 사전접수자만 들을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 밖에도 배우 홍의준 주연의 연극 ‘박인환, 시를 살다’가 9월5일과 6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것을 비롯해 ‘박인환 시인을 기억하다전’과 ‘박인환 시인 그리움전’이 지난 15일부터 9월30일까지 박인환문학관과 갤러리 은성에서 진행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연이어진다. 한편 인제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축제에 대해 “코로나19로 인제군민은 물론 전국민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안전을 기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축제를 선보일 수 있도록 축제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김춘일, ‘박인환 문학제’ 대한민국 대표 문화제로 키운다
[인터뷰] 김춘일, ‘박인환 문학제’ 대한민국 대표 문화제로 키운다
2020. 04. 27 10:36 문화/생활
김춘일 상임이사가 시인 박인환의 삶과 작품활동 등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의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모두 멈춰 섰다. 일정을 가을 이후로 미룬 축제나 행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취소됐다. ‘따뜻한 겨울’로 산천어축제 등 겨울축제가 줄줄이 최소되더니 벚꽃축제 등 봄축제마저 사라지면서 우리 땅에서 신바람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기 마련. 즉 봄에 사라진 축제나 행사가 가을에 더 풍성하게 펼쳐지고, 지금 잃어버린 신바람이 가을에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9월11일부터 13일까지 펼쳐질 ‘박인환 문학제’도 그중 하나다. 인제가 낳은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시인 박인환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열리는 ‘문학잔치 한마당’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김춘일 인제군문화재단 상임이사(60)를 만나 ‘박인환 문학제’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김춘일 상임이사-박인환 문학제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어떤 행사인가. △문학 관련 행사는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열고 있다. 각 지역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서 축제 콘텐츠를 첨삭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는 중이거나 아니면 문학상 선정과 시상 정도에 그치기도 한다. 박인환 문학제는 인제의 문화·예술·관광·역사를 아우르는 대표축제를 목표로 만들어진다. 그 중심에 ‘문학’이 자리한다. 지역민과 함께하고, 외지인과 소통·상생하며 위로와 휴식을 안겨주는 마당이다. 이는 자연스레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박인환은 어떤 사람인가.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시 ‘목마와 숙녀’를 쓴 시인이다. 가수 박인희가 불러 크게 히트한 ‘세월이 가면’도 그의 시다. 인제군 인제읍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과 평양 등에서 공부하고, 1946년 시 ‘거리’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아메리카 영화 시론’을 필두로 영화평론도 썼다. 서점 마리서사를 경영하면서 김광균·김수영·오장환 등과 교류하며 모더니즘 계열에 합류했다. 특히 김수영과의 관계를 통해 전후 이데올로기의 고통과 번민을 느끼고, 도시문명의 우울·불안·절망·체념 등을 감상적인 시풍으로 노래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번역해 미국 현대 연극의 고전을 한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종군기자로도 활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 1949년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그는 6·25전쟁이 일어난 후 경향신문이 대구에서 전선판 신문을 발행할 때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전쟁에 참여한 중공군 얘기를 간접 취재한 기사와 전투로 폐허가 된 서울 외곽을 르포한 기사가 당시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간 ‘댄디 보이’ 박인환의 작가정신과 사상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아쉽다. -인제에 박인환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 남아 있나. 박인환 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춘일 상임이사.△박인환문학관이 있다. 하지만 박인환이 인제군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문인들을 제외하고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박인환 문학제를 여는 것이다. 이제 그는 박인환 문학제를 통해 세상의 빛으로 환생할 것이다. 박인환을 알리기 위해 벽화거리와 박인환 거리도 조성된다. -박인환 문학제를 추진한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인제군의 축제는 ‘청정 인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했다. 겨울의 ‘빙어축제’와 가을의 ‘가을꽃축제’가 가족초대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축제의 기초적 매개체인 ‘문화자산’들은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거나 위축된 상황 속에서 내부적 부침과 굴곡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현재 세월은 문화와 예술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축제의 형태와 방향성 등이 변화해야 할 때다. ―계획 중인 박인환 문학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인제군의 상설 공연을 위한 ‘박인환 관련 연극’ 개막공연을 비롯해 박인환의 활동지역인 명동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 폐막공연으로 선보인다. 자작나무숲-박인환문학관-공공미술관-시집박물관 등을 엮는 문화벨트화를 3개년 계획으로 시작한다. 문학제가 그 출발점이다. 또 영화평론과 문학 관련 학술논문도 포함된 문학상이 새로이 만들어진다. 이 밖에 스토리텔링 중인 박인환과 관련된 문학기행, 문인들을 초대한 문화콘서트, 대학생들과의 문학 간담회, 지역주민과 외지인이 함께하는 합창 및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우리 인제만의 문학축제’를 선언할 것이다. -박인환 문학제의 대내외적 의미와 가치 그리고 효과는…. △인제군에는 3만2000명이 거주한다. 그런데 보편적 문화 혜택에서 다소 소외돼 왔다. 군민의 문화적 수준과 의식은 상당히 높은데, 이를 엮어 풀어주는 코디네이팅이 약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 박인환 문학제를 통해 인제군 군민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문화적·경제적 가치도 창출될 것으로 확신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이탈리아)처럼 인제군도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을 떠올리게 하는 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기업회의, 포상관광, 이벤트와 박람전시회 등을 가능케 하는 마이스산업의 기틀을 박인환 문학제가 놓는 셈이다. ―박인환 문학제를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올해는 문학제 본연의 모습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동안 소원시된 박인환 알리기에 주력한다. 내년에는 통일, 가을, 목마, 숙녀, 세월 등을 소재로 한 거리극과 상시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불빛 페스티벌 등을 접목한다. 한편 인제에는 박인환 외에도 신라의 왕자 마의태자, ‘무예도보통지’의 저자인 무사 백동수, 독립투쟁 열사와 의사, 6·25전쟁 때 산화한 선열들과 무명전사 등 문화자산이 차고 넘친다. 3차연도에는 이들 문화자산을 한데 엮어 ‘문학제’에서 ‘문화제’로 전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김춘일은 누구? 지난해 3월 취임한 김춘일 인제군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지역 문화자원 발굴 등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해 지역축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후 인제군문화재단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챙기고 있는 김 상임이사는 지난 1월 인제군 남면 부평리 인제빙어축제장을 찾아 축제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등 늘 인제의 축제와 함께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 출신으로 청주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수원문화재단 본부장, 수원도시공사 평생학습기관 장안구민회관장 등을 지냈다. 수원화성문화제, 수원국제연극제, 리틀정조, 행궁길 개발 등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에 참여해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 방송에 인문학 꽃을 피우다, 김학순 PD
2015. 04. 29 17:20 화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TV 아침 프로그램은 늘 비슷했다. 살림 비결, 건강 정보, 연예인 근황, 가정불화 솔루션 등 돌림 노래 같은 레퍼토리에 싫증을 느끼는 시청자도 부지기수. 그런데 KBS의 간판 아침 방송 ‘여유만만’이 180도 달라졌다. 다시 TV 앞에 앉고 싶어질 만큼 흥미롭게! 하루를 여는 인문학 담소 KBS-2TV ‘여유만만’은 지난 1월에 과감한 개편을 단행했다. 역사, 심리, 문학, 예술 심지어 철학까지 주제로 삼고 철학자, 역사학자,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좀처럼 깨지지 않는 방송가 불변의 공식이었던 전통적 아침 방송 포맷을 대체 누가 이처럼 과감하게 바꿔놓았는지, 그 주인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갔다. ‘여유만만’의 김학순(55) PD를.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익히 알던 그 ‘여유만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방송을 본 분들은 다들 그러더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방송이나 인터넷 뉴스에서도 연예인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굳이 우리까지 다뤄야 하나 싶었다. 그런 종류의 내용도 필요한 면이 있지만 그보다는 삶과 관련된 본질적인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본질적인 이야기라니 심오하다. 그동안 어떤 주제를 다뤘나? 원초적 본능, 화를 다스리는 법, 두 발로 생각하는 걷기의 힘,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슬로 리딩, 인생을 바꿔주는 질문의 힘,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악하게 만드나 등등 삶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장자」, 「동의보감」으로 해석한 여성의 몸 이야기 등도 쉽게 전달이 됐다며 반응이 좋았다. 매주 목요일은 역사 문화 기행으로 꾸며서 지역마다의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탁석산 박사, 기생충 전문가 서민 교수, 문학평론가 고미숙 등 소위 ‘주부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패널들이 나온다. 섭외에 공을 들여 모셨는데 시청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 특히 철학자가 TV 프로그램 패널로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우리 프로그램에는 그분들의 생각이 필요할 때가 많다. 모두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한 것 하나만으로 흔쾌히 출연해주신 분들이다. 심지어 출연료도 묻지 않으신다. 패널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뿐이다. ‘주부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오프닝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사실 꼭 주부에 한정된 말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가만히 보면 물질적으로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그런데 내가 여태까지 살아본 것에 비춰보니 물질로는 행복할 수 없다. 의식적으로라도 사람들이 정신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시청자 게시판이 호평 일색이다. 한 편의 명강의를 듣는 것 같다고 하더라. 요즘은 지역 문화센터나 도서관에도 다양한 시민 강의가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TV는 리모컨만 누르면 되니까 더 쉽게 만날 수 있지 않나. 쉽게 볼 수 있는 토론 강의 같다는 면에서 호평해주시는 것 아닐까. 또 워낙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들께서 우리 프로그램을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데 시청자 게시판에 칭찬만 있다는 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증거다(웃음). KBS니까 해야 하는 이야기 시청률이 아쉽나? 방송은 철저히 시청률 지상주의다. 그런데 시청률이 낮더라도 KBS니까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영방송 KBS는 좀 재미가 없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여유만만’ 시청률이 낮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고(웃음). 동시간대 아침 프로그램 중에서 단연 튄다. 어려움은 없나?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시청자에게 가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나.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게 고민이다. 나를 비롯해 우리 스태프의 숙제다. 다행히 지금 KBS 조대현 사장이 교양 부문을 강화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전체적으로 그런 쪽으로 개편되고 있어서 힘이 되는 부분이 있다. 스태프에게 숙제를 많이 낸다고 들었다. 작가들, 현장 PD들에게 일주일에 1권씩 책을 사준다. 나는 프로그램의 큰 판을 짜는 역할이지만 세세한 결은 나보다는 그들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주일에 5개의 주제를 정해야 하는 프로그램인데 당연히 만드는 이들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회의할 때마다 숙제 점검을 하는데, 아마 힘들 거다(웃음). 방송 만들면서 생소한 책 읽고 공부한다는 게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거라 믿으니 계속할 거다. 애독가일 것 같다. 애독가를 넘어 활자중독인 것 같다. 호기심이 많아서 한 번에 5권 정도씩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다. 어렸을 때 집에 책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에 빠졌다. 다섯 번 읽는 걸 한 번 본 걸로 칠만큼 반복해서 읽는 편이다. 청소년기에는 그저 글자를 읽다가 대학교 때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고는 시도 좋아하게 됐다. 요즘에는 한시를 필사해서 지인들에게 SNS로 배달하는 게 취미다.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역사를 좋아한다. 나중에 은퇴하면 역사에 관련된 책을 써보고 싶은 소망도 있어서 자료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조선시대 산문집도 끊임없이 관심이 가는 것 중 하나다. 박지원, 정약용 선생의 글을 보면 얼마나 미문(美文)이 정말로 많다. 서양에만 문장가가 있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기회가 되면 방송에서도 다뤄보고 싶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꼭 철학자 같은 느낌이다. 내가 원래 재미가 없다(웃음). 주부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프로그램을 해보니, 어떤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니 재밌기도 하고, 전달하는 면에서는 어렵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아침에 잠깐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평소에 잘 몰랐던 ‘다른 세상’을 느낄 수 있다면,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전달자 역할만 잘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Profile 김학순 PD는… 1987년 KBS 공채로 입사. ‘6시 내 고향’, ‘신세대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문화탐험 오늘’, ‘VJ 특공대’, ‘기적체험 구사일생’, ‘성공예감 경제특종’, ‘TV 책을 말하다’, ‘문화지대’, ‘생로병사의 비밀’, ‘아침마당’, ‘생생정보통’ 등 KBS 간판 프로그램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여유만만’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성구>
문학 강연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15. 04. 24 16:21 화제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교정에서 신세계 그룹이 준비한 인문학 강연회 ‘2015 지식 향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 주목할 점은 행사의 주최자인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강연자로 무대에 섰다는 것이다. 지식 향연의 개막 강연으로 포문을 연 정 부회장의 강연은 때로는 위트로, 때로는 냉철한 시대 비판으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마트 시대를 경계한다 지난 4월 9일, 신세계 그룹이 대학생을 위한 ‘지식 향연’이라는 인문학 강연회를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강연회는 오는 7월까지 10개 대학에서 열릴 예정으로,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포문을 여는 이벤트로 정용진(46)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삶에 대한 깊은 지식, 철학적 문제 해결 등 인문학의 중요성을 대학생들에게 역설했다.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 등장한 정 부회장은 오랜만에 대학교 교정을 거닌 소감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제가 몇 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해 교정을 둘러봤는데 확실히 공기가 다르네요. 회사 일만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지요. 대학에 오니 마치 신입생…, 아니 복학생이 된 기분이에요. ‘대학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무척 바쁘잖아요.” 정신없이 허덕이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 이는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점점 생각의 기능이 퇴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것이 인류 기술의 집합체 스마트폰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저는 지금의 시대를 스마트폰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은 뭘까요? 바로 배터리가 나가는 겁니다. 여러분, 두렵지 않으세요? 전 패닉이 되더라고요. 여자친구와 저녁 8시에 강남역에서 만나자 하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가는 도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된 거예요. ‘멘붕’ 아닌가요? 어떻게 할 거예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최근 상당히 의미심장한 단어를 발표했다. 바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다. 디지털 기계에 의존하다 보니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휴대전화에 600~700개, 많게는 1,000개의 번호가 저장돼 있다고 하는데, 그중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인가요? 저는 피처폰을 쓸 때만 해도 전화번호 70, 80개는 항상 외우고 다녔어요. 기억력이 꽤 쓸 만했죠. 요즘은 제 휴대전화번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지금 사는 집 전화번호도 모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20년 전에 살던 집 전화번호는 지금까지도 외우고 있어요. 그러니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쇠한 것은 아닐 테죠. 사람은 필요에 의해 진화하고 퇴보하는 거죠.” 정 부회장은 이런 점에 함정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생각하는 힘은 기억이라는 정보의 집합소에서 나온다. 기억이 퇴화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도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떨어져가는 기억력은 아마도 우리에게 보내는 빨간 경고등일 수도 있다. “사고 능력이 퇴화되면서 건강한 비판적 사고도 줄고 있어요. 그저 개인과 개인의 단편적인 헐뜯기만 넘치고 있죠. SNS를 통해 특정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비난 혹은 지지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소통은 쉬워졌지만 신중함은 사라졌어요. 저도 SNS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고객인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두 아이 유학도 보내고 쌍둥이들도 잘 키우고 있죠(웃음). 그런데 이제 좀 더 신중해지려고 해요. 짤막한 문장으로 앞뒤 사정을 살피는 것이 쉽지 않아 조심스럽거든요.” 그는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스마트 시대의 축복을 제대로 누리자고 설파했다. 사고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인문학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생각의 근육 단련시키는 세 가지 방법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의 당착에 빠지지 않으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다. 정신적인 근육 역시 훈련을 통해 단련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는 이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저는 권유하거나 제안할 때 꼭 세 가지를 제시해요. 두 가지는 너무 간단하고 재미없으며 네 가지는 그 순간 잊어버리기 쉬워서 말이죠. 이번에도 세 가지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운 좋게 딱 들어맞았습니다(웃음). 첫 번째,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책을 읽으세요.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읽는 겁니다. 스마트폰의 단편적인 정보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한 이미지들입니다. 우리 지식 체계에 절대 편입될 수 없어요.” 책을 선택하기 힘들다면 그는 역사책을 보라고 조언한다. 역사책은 문학과 철학이 공존한다. 역사적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은 종합적 사고력을 요하며 역사의식도 세울 수 있다. 과거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 삶의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조선 사대부들의 대의명분으로 일어난 우리의 치욕스러운 전쟁사를 담은 역사평설 「병자호란」(한명기 저)과 백성을 위해 청나라의 문물을 전파하려 했던 실학자의 저서 「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이희경 저)를 권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인문학적 사고의 과정이에요. 하버드대는 혹독한 글쓰기 훈련 수업을 신입생들의 필수 과정으로 정해놓는다고 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손 편지를 써보세요. 저는 가끔 씁니다. 편지쓰기를 통해 생각을 다듬고 그것으로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면 참 좋은 시간이 되겠지요.” 생각 키우기 세 번째 방법으로 그는 토론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타인의 생각을 읽는 사고력은 나의 사고력도 정교하게 만든다. 또 말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논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저는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듭니다. 그 사원들에게는 얼마나 떨리는 자리인지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에게도 매우 소중한 시간이에요. 토론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도 많고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죠.” 정 부회장은 인문학이란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누군가와 교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특히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꿔야 하는 청년들에게 그가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강연이 이어진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1,000여 명 대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정 부회장. 그는 장차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