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68 건 검색)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쿠데타
- 2025. 01. 12 21:11오피니언
- ... 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분단과 전쟁,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한몸이다. 그래서 분단과 전쟁을 극복하는 것이 곧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극복하는 것이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극복하는...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분단식민계엄윤석열일제
- [정동칼럼]탈분단, 통일 그리고 평화
- 2024. 10. 14 20:46오피니언
- ... 영토 및 인구를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포괄하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즉 분단체제로 인한 모순, 부자유와 차별, 기본적인 권리 억압 그리고 적대적 관계로 인한 만성적 안보 불안...
- 정동칼럼권혁범
- 젤렌스키 “분단 독일은 행복하지 않았다…푸틴 패배가 우리의 공동 이익”
- 2024. 06. 12 21:17국제
- ... 장벽이 들어서지 않도록 왜 최선을 다하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분단을 겪은 독일 역사를 인용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유사점을 들어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 북, 러시아 파병
- [신주백의 사연 史淵]‘분단시대’, 강만길이 바꾸어 놓기 시작한 시선
- 2024. 06. 10 20:26오피니언
- ... 한국 사회에서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반면 각종 검색사이트에서 확인해봐도 분단을 지칭할 때는 분단된 시대, 분단된 국가, 분단국가, 국토분단, 냉전시대와 같은 단어가 자주 나왔다. 이때의 분단이란...
- 신주백의 사연史淵신주백
스포츠경향(총 22 건 검색)
- 슈틸리케 전 감독의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조언 “분단국가 현실, 축구에도 반영”
- 2023. 03. 01 18:29 축구
-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신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9)을 향해 같은 독일 출신인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69)이 공개적으로 조언을 하면서도 한국 축구에 대한 과격한 평가를 쏟아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슈포르트버저’와 인터뷰에서 “규율과 의지, 강인함 등 필수적인 특성이 있어 수비는 꽤 잘한다. 반면 공격에서는 창의성이나 위험을 감수혀라는 의지와 같은 미덕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이 발언은 뜬금없는 남북 분단 상황을 같이 언급해서 더 주목을 끌었다. 그는 “남북 사이 평화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은 줄곧 경계 태세다. 이런 상황이 국민들의 기질에도 반영돼 있다. 축구도 그렇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한국 축구에 대한 ‘쓴 소리’는 K리그까지 이어졌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K리그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한국의 클럽은 독일처럼 회원들이 만든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이니셔티브로 시작됐다”며 “축구에 많이 투자했던 현대와 삼성 같은 대기업이 최근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구단들도 대단히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표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국가대표팀은 지지 기반이 넓고 홍보도 잘 된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도 이런 경향에 더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전 감독은 자신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을 언급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내가 있을 때는 유망주들과 함께 할 기회가 대학 등 학교에 달려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게 유망한 젊은 재능을 볼 수 없었던 이유”라며 “이런 선수들은 대학을 떠난 후 일본 등 이웃 나라로 향했다. 협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유망주를 밀어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도중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는데, 이에 대한 핑계처럼 보인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한국 축구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울 것 같냐는 질문에는 ‘아직’이라고 하면서도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아직 해외 명문 구단에서 뛰는 선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괜찮은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아시아 패권을 두고 다퉈온 이란, 일본을 뛰어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인 손흥민(토트넘)에 대해서는 “그가 없으면 공격이 마비된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한데 이런 부분이 코칭스태프를 편하게 해줄 것이다. 거기에 예의도 바르다”고 칭찬했다. 한편 슈틸리케 전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질문에 “아는 사이지만 이번 계약에 관해서는 연락한 적이 없다”며 “삶을 파악하고, 그곳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제들을 알고, 두려움과 기쁨 등을 경험하기 위해 현지에서 거주해야 한다”며 “한국은 아주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바로 현대성과 전통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어떤 국가든 대표팀 감독은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한국은 아시아의 선도국이 되길 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쟁적인 경기는 잡아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가 크다. 클린스만은 의욕과 야심이 넘치지만 아주 잘 훈련된 선수들과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또 “통역사는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대인 관계에 대한 부분에서도 감독을 도와야 한다”며 통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커튼콜’ 민족분단 아픔부터 가족애까지 아우른 대서사시 마감
- 2022. 12. 28 18:15 연예
- KBS 방송화면 캡처 KBS2 월화드라마 ‘커튼콜’(연출 윤상호/극본 조성걸/제작 빅토리콘텐츠)이 지난 27일 반전을 거듭한 전개와 꽉 찬 감동 엔딩으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윤희(정지소 분)가 유재헌(강하늘 분)에게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장면 등은 최고 시청률 6.7%까지 치솟으며 종영까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금순의 일생으로 바라본 가족과 사랑에 대한 울림 강한 대서사시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발한 발상에 전개까지 시청자들에게 가슴 따뜻한 감동과 쫄깃한 긴장을 안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작진이 작품 ‘커튼콜’이 남긴 유산들을 전했다. 먼저 ‘K드라마’ 자금순이 남긴 가족이라는 이름의 대서사시다. 민족 분단의 아픔과 이별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커튼콜’은 우리나라 킬러 콘텐츠인 ‘K드라마’로 사랑을 받았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라쿠텐비키, 아이치이 인터내셔널 등 각종 OTT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꾸준히 톱 상위권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도 통했다는 것은 만국 공통어인 가족과 사랑이라는 힐링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돼 진한 여운을 남겼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커튼콜’은 한국전쟁을 혈혈단신으로 이겨낸 꿋꿋한 자금순의 일생을 통해 조건 없는 내리사랑과 가족의 위대함을 일깨워주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대서사시를 안겼다. 전쟁 속에서도 끊을 수 없는 가족애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아름다운 수미상관을 이루며 먹먹한 감동을 완성시켰다. 둘째로 케미스트리로 입증한 명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라인업 발표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명배우들의 시너지는 작품 속에서도 대단했다. 강하늘, 하지원, 고두심, 성동일, 정지소, 노상현, 지승현, 최대훈, 황우슬혜 그리고 권상우 등 명품 배우들은 매회 밀도 높은 내면 연기로 섬세한 작품을 완성시키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단단했던 배우들의 결속력은 작품 속 환상의 케미스트리로 이어지며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합은 이 작품의 휴머니즘 코드부터 서스펜스에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적 컬러로 표현되며 다채로운 매력을 안겼다. 고두심은 3개월 시한부에도 꼿꼿한 정신력을 지닌 호텔 낙원의 설립자 자금순 역을 맡아 차원이 다른 캐릭터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으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게 고두심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호연들이 모아지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도 반한 ‘연극 속 연극’이라는 참신한 설정이 있다. 배우들이 ‘커튼콜’ 출연을 결심했던 참신한 설정은 이 작품이 지닌 힘이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연극배우가 현실에서도 연기를 한다는 ‘연극 속 연극’은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궤를 하며 차별화된 매력으로 꼽혔다. 연극 자체가 주는 긴장감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빌런이나 악행을 일삼는 악역이 없어도 스릴이 가득했으며, 매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파격적인 전개로 쫄깃한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연극 속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위로와 힐링의 드라마’로 호평을 받으며 남녀노소에게 고른 사랑을 받았다. KBS2 월화드라마 ‘커튼콜’은 가족과 사랑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진한 울림으로 남기며 인생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졌다. ‘커튼콜’ 최종회 시청률은 5.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 [투어테인먼트] 분단의 한, ‘한탄’으로 굽이치고…통일의 염, 물윗길로 이어지다
- 2021. 10. 21 14:33 생활
- 강원도 철원에 새로운 트레킹 코스가 개통했다. 철원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 코스다. 지난 18일 임시 개통 이후 오는 23일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이용할 수 있다. 태봉대교에서 순담까지 8㎞ 코스로 태봉대교→송대소(은하수교)→마당바위→승일교→고석정→순담을 지나게 된다. 코스가 길다보니 구간별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송대소→은하수교(450m) 코스를 임시 개통한 이후 태봉대교→고석정(6.2㎞) 코스는 11월중 부분 개방하고, 태봉대교→순담(8㎞) 전체코스는 12월초가 되어서야 온전하게 운영된다. 한탄강 주상절리 길도 공식 개통해 이어지면 굽이치는 한반도의 허리길 속살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유료 입장은 태봉대교→고석정(6.2㎞) 코스가 개방되는 시점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1만원이다. 유료 입장객에게 상품권 5000원을 되돌려 준다. 철원 사람들은 무료다. 소림사 고승도 물 위 수㎞를 두 발로 내달린 적은 없을 테니, 새로운 코스에 대한 기대는 새로운 다짐을 새록새록 담아낼 수도 있을 터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태봉대교와 순담 간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이 물윗길은 한탄강의 절경을 ‘한시적 물고기 시점’에서 본다는 안구정화 트레킹 코스다. 걷다보면 승일교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다리는 한국전쟁의 역사를 여전히 품고 있다. 당시 남북간 진격과 퇴각을 거듭하며 반반씩 지어 완공한 다리다. 다리의 교각을 물위길에서 바라보면 그 간격이 확연히 다르다. 한쪽은 좁고 한쪽은 넓다. 자세히 보면 다리 곳곳에 총탄 흔이 남아 있다. 고석정에 이르면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이는 데, 그 중간 구멍 뚫린 곳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고사가 전해진다. 그곳에 숨어있던 의적 임꺽정이 자신을 쫓아온 관군을 피해 민물고기 ‘꺽지’로 변신해 한탄강으로 뛰어들어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이 스토리텔링을 부여잡고 고석정 입구에는 커다란 임꺽정 동상을 세워놨다. 대단한 허세로 이를 뒷받침할 사료는 없다. 하지만 지역을 살리려는 지자체의 분투가 분명 또다른 역사를 만들고 있다.
- [투어테인먼트 박스1] 분단의 한‘한탄’으로 굽이치고…통일의 염물윗길로 이어지다
- [스경X현장] “분단 고통의 해답은?”…‘강철비2’가 던진 질문, 통할까
- 2020. 07. 02 12:26 연예
- 배우 곽도원, 유연석, 정우성,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한반도의 긴장과 분단에 대해선 당사자인 우릴 빼놓곤 세계적으로 저마다 이익을 생각한다. 이걸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없고 실제 이득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고통스럽고, 이 사회가 더 잘 되려면 평화체제가 충분요소인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가긴 어렵지만 그 희망을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 양우석 감독의 말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도돌이표 같은 남북관계는 휴전 이후 50여년간 지속돼왔다.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는 이 끊을 수 없는 패턴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 이 질문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강철비2:정상회담’(이하 ‘강철비2’) 제작보고회에서는 양우석 감독,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함께 자리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가장 관심을 받은 건 역시나 ‘남북관계’란 민감한 소재였다. ‘강철비1’에 이어 이번에도 남북의 정치적 싸움,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치열한 신경전을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풀어내며 눈과 귀를 홀릴 예정이다. ‘강철비2:정상회담’ 공식포스터.양우석 감독은 소재 선택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하며 “냉전이 무너진 후 남북관계는 지난 시간동안 변하지 않았다. 답은 정해져 있고 도돌이표처럼 변했을 뿐이다. 다만 2~3년간 가장 큰 변화는 미중 사이에 정확히 한국이 중간에 껴있다는 점인데, 이 패턴의 도돌이표가 깨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평화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말했다. 이어 1편과 차이점에 대해선 “배우들이 거의 다 그대로 나오는데, 그들의 배역이 남북 진영으로 싹 바뀌었다. 이렇게 남과 북이 바뀐들 현 체제가 바뀔 게 없다는 걸 보여주는 캐스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철비2’가 더 슬플 수 있다. 1편에 비해 더 냉철하게 진행된다. 분단의 당사자인 우리가 우리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출발할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얘기”라고 덧붙였다. 1편에 이어 또 한 번 뭉친 정우성, 곽도원은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남한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은 “이 작품은 한반도가 주인공이다. 우리 땅이 가진 역사와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면서도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 역을 맡겨서, 감독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나 싶었다. 출연하겠다고 마음 먹기까지 큰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대통령 사례들을 살펴보며 그들의 정치적 소신, 사명 등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들이 한반도 미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상회담을 이끌었는지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곽도원은 시즌2를 제안받았을 때 당연히 자신이 남한 대통령 역일 줄 알았다고 농을 던진 뒤 “북한 지도자도 아닌 호위총국장 역이다. 정우성이 남한대통령이니, 유연석이 북한 지도자를 하는게 더 조화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킨다고 낼름낼름 할 순 없었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합류한 유연석은 북한 지도자 역을 제안한 것에 굉장히 놀랐다며 “도망치지 말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내가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나이도 많은 강대국 정상들을 대할 때 어떤 고민을 할까’란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청년의 고민을 담아낸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과 이를 둘러싼 세계 질서의 다툼을 해학과 풍자로 담은 ‘강철비2’는 관객의 마음에 강철비를 내릴 수 있을까. 오는 29일 확인할 수 있다.
- 스경X현장ㅇ
주간경향(총 25 건 검색)
- [시네프리뷰]백년의 기억-남북 분단과 대립의 기원, 변화에 대한 희망(2020. 06. 12 12:58)
- 2020. 06. 12 12:58 문화/과학
- 제목 백년의 기억(Korea, A Hundred Years of War)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프랑스 상영시간 112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출연 이호철, 박원순, 리종혁, 도널드 그레그, 찰스 암스트롱, 안드레이 란코브 외 개봉 2020년 6월 11일 등급 전체 관람가 수입/배급 전국예술영화관협회 배급총괄 에무시네마 에무시네마 오랜 기억의 한 토막. 무장공비를 사살하면 그들의 장비를 보여주는 전국 순회 전시가 있었다. 공산집단의 남침야욕을 잊지 말자는 반공캠페인의 일환이었으리라. 전시장엔 그들이 타고 온 공작선이라던가, 고무 잠수복, 휴대하고 있던 권총이나 난수표, 캐러멜, 미숫가루 같은 것도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한구석엔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 영상도 반복 상영되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에 만날 TV에서 보는 음소거된 흐릿한 북측 영상이 아닌 선명한 화질에 여성 아나운서의 한 톤 높은 선동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날것 그대로의 북한이 생산한 정보는 마치 포르노그래피를 처음 봤을 때처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익숙한 역사에 대한 낯선 당혹감 프랑스의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이 찍은 <백년의 기억>을 접한 한국의 관객들도 낯선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설정한 역사의 시간-100년-을 놓고 본다면 19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남북한 체제의 기원을 따지는 셈이다. 1945년과 48년을 넘어 이제는 1919년 3·1운동과 그해 임시정부수립까지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서 중요한 계기로 확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내러티브가 있는 한편, 보천보 습격 사건을 대표적인 경력으로 내세우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역사적 정통성의 뿌리로 보는 북한의 ‘이야기’를 대립시켜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경로로 발전해온 이야기들을 영화는 교차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마치 동굴 안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로 세계를 구축해온 두 사람 사이에, 감독이 가운데 서서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벌써 70년 가까이 단절되어 있지만 결국은 같은 부모를 가진 쌍둥이였다는 것을 발견하는 낯섦이라고나 할까.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제 작고해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내려놓고 들려주는 자신의 경험담이다. 원산이 고향인 소설가 이호철은 자신이 어렸을 때 고향에서 들었던 ‘김일성 장군’ 이야기를 한다. 요즘 들어 소식이 뜸하다 싶어 찾아보니 2016년 작고했다. “앞으로 통일은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해요. 내 손자들이, 증손자들이 통일한국에서 살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에필로그처럼 덧붙여져 있는 장면에서 나오는 이희호 여사의 말이다. 지난해 이맘때 세상을 떠난 여사의 말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지난 총선 때 기독자유통일당 선대위원장으로 ‘선’을 훌쩍 넘어 저쪽으로 달려간 운동권 출신 정치인 김문수가 비교적 합리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을 영화에서 드러내는 것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감독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인터뷰 영상은 그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찍은 것 같다. 같은 비중으로 북한의 현역인사들을 다룬다. 리종혁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같은 이는 그간 북·미대화에서 북한 대표로 참석해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생생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묘사하는 북한의 여성장군도 인상적이다. 우리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장군 칭호를 받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을 듯하다. 6·25 참전 회고를 하는 걸 보면 최소 80세가 넘은 할머니인데 비교적 정정한 편이다. 북한 기록물 보관소를 운영하는 분의 인터뷰는 아마도 감독이 북측이 보관하고 있는 필름을 얻어 자료화면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주체사상과 북한 체제에 대한 캄보디아 전 국왕 시아누크의 증언 영상은 그렇게 얻은 귀한 자료로 보인다. 북측 자료를 접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아누크는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친북인사였다. 우리야 주로 북한 측 문서 자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의 친북적 생각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증언 영상을 발굴해낸 것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감독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감독은 1971년생이다). 악화된 남북관계 희망의 역설 영화가 공개된 시점은 지난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남북관계나 한반도 주변 정세는 꽤 괜찮았다. ‘하노이 노딜’이라는 별칭이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지난해 2월 베트남 북·미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6월 판문점 남·북·미정상회동은 또다시 역사에서 전례 없는 사건으로 희망의 끈을 이었다. 영화는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대립과 분단의 끝자락에 마침내 다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 전망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문재인 정부 1년차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영상이 그 희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탈북자 대북전단 문제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 변화 가운데 냉정한 분석과 조심스러운 낙관을 담은 영화가 개봉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역설적 풍경이다. 남북을 아우르는 전통무예, 태권도? 앞서 한반도 상황과 문화에 대한 감독의 조예가 상당하다고 이야기했지만 한계는 있다. 감독은 한국의 전통무술 태권도의 품새를 그가 묘사하는 남북 체제의 공통 키워드이자 각자의 발전경로를 보여주는 핵심 주제어로 사용한다. 태권도 품새 ‘고려’에서 오늘날 남과 북을 지칭하는 공통된 영문 표기인 ‘코리아(KOREA)’가 기원했음을 알려주는 식이다. 에무시네마 그런데 한국의 전통무술이라는 것, 태권도의 성립 역사를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발명된 전통’이란 걸 안다. 오늘날 남북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태권도의 기원은 일제강점기 말 1944년 서울에 있는 가라테 도장들이다.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55년 ‘태껸’에서 착안해 최홍희가 ‘태권도’라는 이름을 붙일 때까지 불리던 이름은 ‘공수도’라든가 ‘수박’과 같은 이름이었다. 최홍희가 망명하면서 그가 주도한 국제태권연맹(ITF)이 북에 들어간 것이 오늘날 남북에서 각자 발전한 태권도 역사의 시작이다. ITF에 대립해 세계태권도연맹(WF)을 만든 김운용씨를 인터뷰한 것을 보면 감독도 이 ‘만들어진 전통’을 어렴풋이 눈치챘을 텐데 영화에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체’와 같은 품새는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북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품새다. 시사회가 끝난 뒤 프랑스에 있는 감독과 원격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품새로 장·절을 나눈 아이디어와 관련해 남북 간 차이를 아는지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은 “남과 북에서 다른 품새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대한태권도연맹에서 소화할 수 없는 품새는 별도로 찍었다”고 답했다. 영화를 보면 ITF 소속으로 보이는 외국인 수련자가 ‘주체’ 품새 등을 선보이고 있다.
- 시네프리뷰
- [장르물 전성시대]이중 도시-우리의 분단현실과 닮은 적대적 도시국가(2018. 03. 05 16:35)
- 2018. 03. 05 16:35 문화/과학
- 양국 시민들은 바로 길 건너 상대국 사람들을 안보고 안듣는 척하기 위해 정말 안보고 안듣는다고 자기암시를 걸며 살아간다. 한마디로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자신 역시 투명인간 취급 받는 세상이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국 BBC에서 제작 중인 드라마의 한 장면. BBC/Mammoth Screen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대회는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제전일 뿐 아니라 여자하키 남북단일팀이 급조될 만큼 남북화합을 위한 스포츠외교가 다양하게 시도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반목과 상반된 평가는 불과 4㎞ 남짓한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반세기를 훌쩍 넘기도록 대치해온 분단의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판문점은 한층 더 극적인 현장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마주선 양 진영의 병사들은 서로 무장한 채 보고도 못 본 척 하루를 보낸다. 베를린이 동서로 나뉘었을 때에는 상대 쪽을 볼 수 없게 높은 장벽이라도 있었지만 판문점의 기이한 모양새는 영국작가 차이나 미에빌(China Mieville)의 장편 SF <이중 도시(The City & the City)>(2009년)를 불현듯 떠올리게 한다. (서구에서는 이 소설을 자기네와 무슬림 간의 대립각을 그린 우화로 본다.) 어째서 외국소설을 읽고 그런 연상을 하게 되냐고? 이제부터 그 곡절을 들어보면 당신 역시 일종의 기시감을 느낄지 모른다. 체제가 주입한 배척 이데올로기 이 소설이 마치 우리의 분단현실에 대한 상징적 비유처럼 느껴지는 결정적 이유는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살아야 하지만 겨우 골목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적대적인 두 도시국가 베셀과 울코마를 무대로 하기 때문이다. 만일 금기를 어기고 베셀 주민이 길 건너 울코마 주민을 봤다는 기색을 티내기라도 하는 날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된다. 울코마도 상황은 마찬가지. 곳곳에 물샐 틈 없이 배치된 CCTV와 감시망 탓에 두 나라 주민 간 이른바 ‘침범’(?)이 포착되면 ‘침범국’에서 위반자들을 붙잡아간다. 침범국은 시(市) 정부들보다 상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다. 잡혀간 사람들의 소식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양국 시민들은 바로 길 건너 상대국 사람들을 안보고 안듣는 척하기 위해 정말 안보고 안듣는다고 자기암시를 걸며 살아간다. 한마디로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자신 역시 투명인간 취급 받는 세상이다. 물론 지구상에 이러한 도시국가들이 실재하지는 않는다. 형식상 이 소설은 우리 지구와 거의 비슷하지만 역사가 부분적으로 다르게 전개된 평행우주가 배경이다. 하지만 묘사되는 상황과 맥락은 아주 디테일한 구석까지 우리 현실과 상당수 부합된다는 점에서 <이중 도시>는 참으로 풍자적인 SF다. 언제부터인지 체제가 주입한 배척 이데올로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온 두 사회에 어느 날 공동의 위기가 닥친다. 살인사건이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살인이 양국 경계를 무단침범하며 일어난 게 문제다. 캐나다 국적의 한 여성이 살해된 채 베셀 시의 버려진 차량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그녀가 원래 방문한 곳은 울코마였다. 베셀 여권 따위는 소지하고 있지도 않다. 두 도시에서 금기로 여기는 이른바 ‘침범’이 일어난 것이다. 베셀 경찰의 ‘볼루’ 경위는 자기네 관할이 아니니 침범국에 넘기면 될 일이라 여긴다. 허나 곧이어 이 사건이 침범과 무관하다는 방증이 나오는 동시에 계속 경찰에서 수사하라는 압박이 가해진다. 볼루 경위는 궁금해진다. 침범사건은 어차피 침범국 관할인데, 정부 내 고위층 힘까지 빌려 굳이 경찰 선에서 유야무야 처리되게 이리도 신경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대방을 부정하며 살도록 길들여져 여기서 두 도시 간의 역사나 구원(舊怨)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베셀과 울코마 시민들이 서로 상대의 존재 자체를 물리적으로 부정하며 살도록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는 점이다. 맞은편 도시 사람이 불쑥 나타나면 눈 뜬 장님 시늉을 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대국 차량이 주행 중인 국경도로에 함부로 끼어들어도 운전자는 상대 운전자에게 눈을 부라리기는커녕 아예 못 본 척 돌부처가 되어야 한다. 상대 운전자가 괘씸해서 다시 앞지르려 해도 마치 앞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양 운전해야 한다. 어겼다간 국경 무단침범죄로 언제 어디서 침범국에게 체포될지 모른다. 한국어판 표지. 아작 설상가상으로 베셀과 울코마의 국경은 마치 양쪽 시민들을 정신적으로 고문하려 만들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두 도시의 경계가 팔을 내밀면 바로 상대편에서 붙잡을 수 있을 만큼 바짝 붙어 있는데도 시야를 가리는 격벽이나 장애물로 차단되어 있지 않은 곳이 너무나 많다. 철책이나 경계지표가 두 도시 사이에 있긴 하나 철조망이나 구조물의 틈새로 건너편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부지불식간에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상대 도시 사람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못 본 척 외면해야 한다. 이쯤은 약과다. 자동차 간선도로의 경우 일부 구간이 양국의 공용구간인 곳이 적지 않아 이미 설명했듯이 상대국 차를 보지 않으면서 그 차를 추월해야 하는 기괴한 묘기를 운전자들이 곳곳에서 벌여야 한다. 심지어 각각 베셀과 울코마에 속하는 번화한 거리가 아무 가림막 없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을 다닐 때 시민들은 각기 자기네 편에 속한 거리만 걸어 다니며 반대편은 일절 보지 않거나 어쩌다 고개를 돌리더라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척해야 한다. 침범국의 CCTV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이중 도시>가 지향하는 바는 <1984년>과 사뭇 다르다. 베셀과 울코마 사람들은 살인사건이 해결되자 상대방을 안보고 안듣고 안느끼는 상태로 화급히 돌아가며 그제야 편안해 한다. 베셀인은 베셀인에게만, 울코마인은 울코마인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며 양국을 농단하는 침범국에 도전할 엄두를 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주인공 볼루 경위는 부조리와 사회악이 버젓이 공존하는 정황을 꿰뚫어보되 감히 수술하려 덤벼들지 않는다. 그가 살인사건의 배후에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의심을 품을 때만 해도 체제의 구조적 부조리나 구악에 저항할 만한 인물처럼 여겨지지만, 사건이 해결국면으로 들어서자 그는 예의 전형적인 공무원 모습으로 돌아간다. 사건 종료와 동시에 만사 끝이다. 차이나 미에빌은 조지 오웰처럼 아무리 몸부림쳐도 절망밖에 돌아오지 않는 잔혹한 디스토피아를 노골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각도에서 독자가 소름끼치게 한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침범국이 아니다. 서로 내외하며 자기네 시민들을 길들이는 데에만 골몰하는 시 정부들도 아니다. 바로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데 어찌 세상이 바뀌랴! 차이나 미에빌의 볼루 경위는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탐정소설 주인공 ‘필립 말로’를 닮았다. 추악한 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필립은 사회구조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사람도, 이를 만인 앞에 고발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의뢰 받은 사건을 해결한 다음 외투를 여미고 사라지는 외로운 늑대일 뿐.
- 장르물 전성시대
- [내 인생의 노래]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남북분단의 현실을 알게 되다(2017. 09. 04 16:52)
- 2017. 09. 04 16:52 문화/과학
- 인간의 자아의식이 명료해지는 것은 대략 4~6세 사이인 것 같다. 이때가 되면 자아의식은 어떤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서 표면의식으로 불쑥 솟아오르게 된다. 그 이전의 기억이 파편적으로, 연속성 없는 퍼즐 조각처럼 존재한다면 그 이후에는 기억이 지속성을 갖게 되며 현재의 나 자신과 뚜렷이 이어진다. ‘사랑해’는 나의 자아의식이 깨어날 무렵인 6살때 처음으로 접한 노래다. 1971년, 우리 가족은 형편이 어려워져서 본적지인 영등포를 떠나 잠시 돈암동 친척집에 머물고 있었다. 친척집은 당시 유행하던 아담한 신식 한옥집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친척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두 나가시면 나와 두살배기 동생만 집에 남았다. 그럴 때 동생을 돌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러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형이었던 나는 동생 입에 공갈 젖꼭지를 물리고 보행기에 태워 마루에 풀어놓은 다음 대청 유리 미닫이문을 닫아놓은 채 내 볼 일을 보러 쏘다녔다. 특히 이웃집에 동갑내기가 있어서 자주 놀러 갔다. 그 친구의 이름은 지훈이다. 지훈이는 내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최초의 친구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례했다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집에 거의 매일 놀러갔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열광하듯 당시에는 눈에 밀착해서 들여다 보는 회전식 컬러슬라이드가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나는 지훈이의 회전 슬라이드를 들여다보면서 탄성을 질러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훈이 어머니가 음악을 들려주셨는데 그 노래가 바로 ‘사랑해’였다. 레코드 판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해졌다. 나는 지훈이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특히 “예이~예이~예이~예예예 예이~예이~예이” 부분에서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깔깔대고 웃었다. 지훈이 어머니도 다정하신 목소리로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셨다. 나는 이 노래를 하도 많이 듣고 따라 불러서 가사를 다 외우게 되었다. 하루는 내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사랑해’를 불렀더니 아버지께서 어머니에게 이 노래가 KAL기 납북사건(1969년)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길에 북한 사람들과 함께 부른 노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나는 북한이 뭐냐고 아버지께 여쭤봤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가 원래 하나의 나라였는데 지금은 남과 북으로 나눠졌다고 설명해주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남북분단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훗날 ‘사랑해’는 1972년 평양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첫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우리 측 이범석 수석대표와 북측 김태희 대표단장이 손을 맞잡고 불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사랑해’는 남북이 공식석상에서 함께 부른 최초의 노래가 되었다. ‘사랑해’는 원래 60년대 말 대학가에서 불려지던 작자 미상의 노래였는데 1971년 라나에로스포가 1집 앨범에 수록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사랑해’는 국민가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로 한반도 정세가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냉전의 마지막 꼭지가 모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먹구름이 걷히고 남북이 함께 ‘사랑해’를 부를 그 날이 언제 다시 올 것인가?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 내 인생의 노래
- [신간 탐색]분단 경계지대 역사의 질곡(2017. 06. 12 16:44)
- 2017. 06. 12 16:44 문화/과학
- 한국전쟁과 수복지구 한모니까 지음·푸른역사 펴냄·3만5000원 한반도를 두 동강 낸 선은 1945년 해방 당시 38선에서 한국전쟁 이후엔 휴전선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38선 이북이면서 휴전선 남쪽’인 지역이 생겼다. 분단과 한국전쟁이 낳은 매우 독특한 지역, 바로 ‘수복지구’다. 책은 1945년부터 1960년 사이, 수복지구 거주민들이 겪은 남·북한 체제를 다뤘다. 수복지구 주민들은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제, 북한, 유엔군사령부, 남한의 통치를 차례로 받았다. 주민들도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해방 전엔 일제의 ‘신민’이었고, 해방 이후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민’이 되었으며, 이후 유엔 군정의 ‘주민’을 거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분단의 경계지대였던 수복지구 주민들의 삶에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의 삶도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남·북한 두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한국전쟁 전후 현대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강원도 인제군의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전쟁 전후 수복지구의 체제 변동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방대한 문헌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한편 수년간의 현지 조사로 주민들의 구술을 채록했다. 저자는 수복지구의 역사가 미래의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에 대해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남한과 북한, 복수의 역사 경험이 축적된 수복지구가 분단 극복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복지구의 경험은 남·북한의 통일이 전쟁과 점령이라는 방식을 통해 어느 한쪽 체제에 일방적으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매우 실질적으로 보여주며, 상호 존중의 체제 통합 및 그에 대한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강조한다.
- 신간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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