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207 건 검색)
- ‘늘려도 시원찮은데’ 줄어든 ‘디지털성범죄’ 예산…직원 1명이 2만건 삭제해야 [플랫]
- 2025. 03. 11 15:08사회
- ... 46억6200만원에서 올해 41억9500만원으로 약 10% 가량 깎였다. ‘DNA 성능평가 제도 도입 및 디지털성범죄물 비교식별 기술도입 기술지원 체계 구축’ 예산도 8억6500만원에서 7억7800만원으로 감액됐다....
- 플랫
- 단독주택 침입 50대 강도, 성범죄도 시도
- 2025. 03. 10 20:00사회
- ... 마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자 혼자 있던 단독주택에 침입해 현금을 빼앗고 성범죄를 시도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강도 등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 [3·8 여성의날]디지털성범죄 피해 느는데 관련 예산은 ‘칼질’…직원 1명이 2만건 삭제
- 2025. 03. 08 06:00경제
- ... 이에 대응해야 할 수요는 크게 늘었으나 정작 지원센터의 인력 증원은 미미하다. 지원센터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건 수는 2018년 3만3921건에서 2023년 27만5520건으로 급증했다. 5년새 9배 가까이...
- ‘온라인 성범죄 대응 입법’부터 팔 걷은 백악관의 멜라니아 [플랫]
- 2025. 03. 05 13:53국제
- ... 내려라) 법안’ 좌담회에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플랫]2년 전 해산당한 ‘디지털성범죄 TF’ 팀장 서지현 “딥페이크, 국가가 아무것도 안 한 결과” [플랫]‘딥페이크’ 논란에도… ‘찔끔’...
- 플랫
스포츠경향(총 282 건 검색)
- 이제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성범죄자’가 된 서준원···KBO도 ‘무기실격 처분’ 철퇴
- 2025. 03. 14 19:30 야구
- 선수 시절 서준원.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은 서준원(전 롯데 자이언츠)에게 ‘무기실격 처분’을 내렸다. KBO는 14일 “지난 1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서준원에 관해 심의했다”며 “서준원의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최종 제재에 대해 심의했다. KBO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무기실격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서준원은 KBO가 극적으로 실격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서준원은 2022년 8월 모바일 메신저 공개 채팅방으로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전송받아 성 착취물을 만들고 음란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돼 2024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또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받았다. 10월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됐다. 서준원은 지난해 5월에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아 입건되기도 했다. 롯데 구단은 2023년 3월 서준원이 위법 혐의로 부산지검의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준원을 방출했다. 선수 시절 서준원.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시사기획창’ 성범죄 블랙홀-딥페이크
- 2025. 03. 11 21:06 연예
- KBS 11일 오후 10시 KBS1 ‘시사기획창’은 ‘성범죄 블랙홀 : 딥페이크’를 방송한다. 딥페이크 사건이 연일 뉴스에 나온다. 정치인의 얼굴을 바꿔 말을 꾸며내거나, 유명 연예인이 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처럼 속인 영상이 떠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딥페이크 성범죄다.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불법 영상은 협박의 도구가 되고, 엄연한 범죄물이 장난으로 소비된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는 자신의 얼굴이 온라인 성매매 광고에 쓰였다며 누가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 성 착취물 만들고 개인 정보 공유…성범죄 블랙홀, 딥페이크 지난해 8월 한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대량 유포된 사실이 드러났다.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피해자가 전국에서 속출했다. 정부는 ‘범정부 딥페이크 대응 전담 조직’을 만들어 SNS, 포털 사이트 제재를 강화하고 불법 딥페이크 특별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취재진은 ‘딥페이크 해주겠다’는 채팅방을 텔레그램에 열었다. 경찰이 특별 단속을 했고, 법을 개정해 처벌도 강화했으니 들어오는 사람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혹은 제작을 의뢰하더라도 조심히 말을 걸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채팅방을 열자마자 딥페이크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온라인 공간은 순식간에 지인의 사진을 주고 받으며 성적인 모욕을 하고,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글로 넘쳐났다. 불법 영상을 이용해 성매매를 유도하거나, ‘특별한’ 영상을 만들어 주겠다며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텔레그램 채팅방은 온갖 종류의 디지털 성범죄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갔다. ‘시사기획 창’은 기자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이 얼마나 빨리 퍼지고,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아봤다. ■ 알아야 한다 vs 몰라도 된다…성교육 대격돌 경찰은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1,202건을 접수해 682명을 검거하고 40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중 10대가 548명, 약 80%를 차지했다. 교육청이 중•고등학생 2,145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를 물었다. 54.8%가 ‘장난으로’라고 답했다.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가 44.1%, 심각하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는 답도 31.4%나 됐다. 아이들이 친구와 선생님을 대상으로 쉽게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동시에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오랫동안 공교육은 가르치기 힘들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성교육을 외면했고, 아이들은 유튜브와 채팅방에서 성에 대해 배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성교육은 성에 관해 어떤 것을, 어느 정도까지 가르쳐야 하는 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있는 분야다. ‘시사기획 창’은 ‘포괄적 성교육’과 ‘생명주의 성교육’이라는 양극단에 있는 열 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각각의 교육 현장에서 너무나 다른 성교육을 하던 양측이 처음으로 만나 ‘올바른 성교육’을 두고 격돌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성교육 토론 현장을 11일 밤 10시 ‘시사기획 창’에서 만날 수 있다.
- ‘유튜버 성범죄 공개’ 구제역 “2차 가해 막으려 한 일”
- 2025. 01. 10 01:35 연예
- 연합뉴스 다른 유튜버 성범죄 전력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해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항소심 재판에서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공론화를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항소 6-1부(신우정 유재광 김은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이같이 최후 진술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구제역은 “본인이 꽃뱀에게 물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방법이 이 방법 밖에 없었음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구제역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은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현재 구속된 상태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사건은 순수한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며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의 영상을 만들었고 수익 창출도 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검찰은 구제역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구제역은 2020년 8월∼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3회에 걸쳐 다른 유튜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유튜버 ○○○는 성범죄로 3년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였습니다”, “제가 찾은 범죄자의 이름은 △△△, 키 ×××, □□□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것으로 파악이 됐다. 구제역은 벌금 300만원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10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건과 별개로 구제역은 유명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에 구속 기소됐다.
- [단독] ‘제2의 고영욱 막자’···성범죄자 유튜브 금지법 논의된다
- 2024. 12. 27 16:18 연예
- 미성년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산 뒤 출소한 룰라 출신 고영욱.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성범죄자의 유튜브 활동을 막자는 국회 국민청원에 5만명이 동의해 국회 소관위원회가 본회의에서 논의한다. 국회는 최근 ‘성범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의 유튜브 활동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강력한 제재 요청에 관한 청원’이 소관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됐다고 알렸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3일 개시된 청원으로 지난 13일 5만3153명의 동의를 얻어 충족요건인 5만명을 돌파하며 마감했다. 이에 따라 국회 소관위원회가 심사 여부를 결정한 뒤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청원인 정모씨는 해당 청원에서 “성범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가 유튜버로 자신의 채널에서 불특정 다수 구독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또 이를 계기로 기존의 대중매체를 대체하는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플랫폼 방송을 운영하는 자의 기초자격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모씨는 “유튜브가 개개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은 이 시점이야 말로 콘텐츠의 생산과 배포를 책임지고 있는 유튜버의 기초 자격에 대한 사회적 고민 및 제재가 필요한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사회 이슈에 대한 해석이나 자신의 일상을 전파하는 유튜버가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이 유튜버가 제작, 송출하는 콘텐츠를 남녀노소 구분 및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중 매체였다면 당연히 자격 미달로 자체 정화되고도 남았을 수준의 범죄자가 기존 대중 매체 이상의 역할을 하는 유튜브 세상에선 아무런 제한 없이 활동하고 이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국회는 전국민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튜브, 그리고 이에 종사하는 유튜버의 가초 자격 조건을 정립하고 성범죄, 뺑소니, 무면허 운전, 폭행 등 대중 매체 종자사로 부적합한 자들이 운영하는 채널에 대한 제재를 가해주길 청원한다”고 했다. 미성년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산 뒤 출소한 룰라 출신 고영욱이 지난 8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뒤 활동을 예고하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앞서 고영욱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적이 있는데 인스타그램 등 메타 플랫폼은 사용자의 전과를 서비스 이용 불가 사유에 포함시켜 그의 계정을 폐쇄 조치됐다. 고영욱의 유튜브 채널 개설을 두고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유튜브는 뒤늦게 해당 계정을 폐쇄조치했다. 이에 따라 고영욱은 앞으로도 유튜브 채널을 소유하거나 개설할 수 없다. 유튜브 측은 고영욱 채널 폐쇄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튜브가 명확한 규정 없이 여론에 따라 채널을 폐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고 이를 법률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국회 국민청원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시 유튜브 측은 “유튜브 플랫폼 밖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향동을 금지하는 크리에이터 책임에 관한 가이드 라인에 따라 채널을 폐쇄했다”고 했다. 고영욱은 지난 8월 엑스에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올린 것도 아닌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게 과연 형평에 맞는 것이냐”고 했다. 해당 청원을 제기한 정모씨는 “이근 등을 비롯해 성범죄자 확정 판결을 받은 자들이 유튜브에서 여전히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메타의 정책과 대비되는 것”이라며 “유튜브 또한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고 국회가 이를 조속히 법제화 시켜야 한다”고 했다.
- 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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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페이크 성범죄에 우리는 분노한다”(2024. 09. 09 06:00)
- 2024. 09. 09 06:00 사회
- 최지수 서페대연 운영위원·최윤이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인터뷰 최윤이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대표(왼쪽)와 최지수 서울여성회 산하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이 지난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언니네작은도서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앞에 모인 여성들은 이렇게 외쳤다.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전국적으로 학교, 군대, 직장, 가정에 이르기까지 만연해 있다는 것이 드러난 후 여성들이 내놓은 메시지였다. 여기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음에도 이를 방치한 정부, 정치권, 사회 여론에 대한 ‘분노’, 그리고 범죄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구호를 외쳤던 기자회견에는 서울여성회와 산하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정의당 페미클럽) 등 14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공동행동’을 꾸리고 8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강남역 앞에서 여성들의 말하기 대회를 연다. 참여단체는 40여개로 늘었다. 거리로 나온 여성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지난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서울여성회 부설 언니네작은도서관에서 최지수 서페대연 운영위원과 최윤이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를 만났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드러났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윤이 “너무너무 화가 났다. 사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없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피해가 연속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이런 문화가 만연한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젠더 폭력 사건은 사건이 종료됐다고 해도 피해자에게는 피해가 지속해 남는다. 더욱이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는 내가 아는 사람이 가해자일 수 있다. 나의 일상이 위협받는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거다.” 최지수 “처음엔 지친 마음이 먼저였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그런데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겠더라.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즉각적으로 다가온 것은 주변 친구들의 동생들 이야기였다. 동생들이 청소년인 경우가 많은데, 이제 개학해서 이런 학교를 계속 나가야 한다는 것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들었다.” 두 사람은 2015년 소라넷, 2018년 웹하드 카르텔, 2020년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반복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분노’를 말했다. 이 같은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최윤이 “온라인 성범죄는 얼굴만 바꿔서 계속 나온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걸 악용해서 또다시 젠더 폭력의 도구로 일삼는 이런 사회 구조에 굉장히 분노가 인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성들은 싸워왔는데 수사기관은 ‘텔레그램이 외국기업이어서 잡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소극적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겠다고 했다.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했으면 이런 사건이 또 발생했을까.” 최지수 “단톡방 성희롱을 비롯해 딥페이크 성착취물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이런 범죄가 반복돼왔고, 또 그것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경찰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가해자 개인의 책임 문제로 축소한다든지, 텔레그램 수사를 못 한다고 하면서 방조해온 것이다. n번방 사건 이후 법무부에서 만든 TF(태스크 포스)도 흐지부지되지 않았나. 어떤 경우는 여성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올린 것이 잘못이라며 피해자 책임을 묻기도 한다. 여성들에게 더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 대책인가.” 최지수 서페대연 운영위원이 지난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언니네작은도서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겠더라. 그들이 청소년인 경우가 많은데, 이제 개학해서 이런 학교를 계속 나가야 한다는 것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들었다.”- -최지수 서페대연 운영위원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두고 ‘사회 신뢰가 깨졌다’고 말했다. 최지수 “누군가의 몸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 중대한 성범죄라는 것이 상식이 돼 있지 않은 사회다.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옆을 멀쩡히 지나는 사람이 나를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하찮게 여긴다는 것이 충격인 것이다.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면 일상 유지가 굉장히 힘들지 않나. 사회 신뢰가 깨진 상황에 대한 분노가 피해자들에게 가장 와닿지 않나 생각한다.” 최윤이 “SNS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스스로 드러낼 수 없게 된 사회다. 나를 아는 사람이 나를 놀잇감으로 이용했다는 것에서 신뢰가 박살 난 거다. 텔레그램과 같은 성범죄 공간을 국가가 방조하다 보니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모하고 서로 힘이 돼준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 신뢰를 쌓고 시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그걸 외면해왔다. 그것이 이번에 강남역에서 여성과 남성들이 모인 이유다.” 이들은 이 같은 분노를 표출하고 지속해 싸우겠다는 의미에서 강남역 앞 집회에서 말하기 대회를 연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총력 대응을 주문하는 동시에 ‘능욕 문화’에 저항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능욕’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업신여겨 욕보임’과 ‘여자를 강간하여 욕보임’이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는 ‘지인 능욕방’이라는 공간에서 자행됐다. -강남역에서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최지수 “능욕 문화를 분석하면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남성 집단이 자신들의 주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만들고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행위’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고 도구나 물건으로 보는 것이다. 여성이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며 시민이기 때문에 능욕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대단한 착각인가를 말하고 싶다. ‘능욕할 수 없다’는 우리 스스로 훼손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최윤이 “능욕 문화가 언제부터 있었을까. 여성을 대상화하고 놀잇감으로 치부하는 문화라면, 내 삶 전반에 있었던 것 같다. 여성과 연관된 흔한 욕설부터 학교, 커뮤니티, 게임까지 곳곳에 만연한 문화다. 능욕이란 말 자체가 불쾌하다. 이걸 인정할 수 없다. 순결주의와 성상품화가 뿌리 깊은 사회에서 왜곡된 생각인데, 그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최윤이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가 지난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언니네작은도서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수사기관은 소극적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겠다고 했다.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했으면 이런 사건이 또 발생했을까.”- -최윤이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왜 강남역인가. 여성들의 말하기는 왜 중요한가. 최윤이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한 공용화장실에서 여성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때 수많은 여성이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강남역은 추모와 애도의 공간이면서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라는 것을 읽어낸 장소다. 말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라는, 즉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모든 여성이 다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 여성이 숨어야 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여성의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것이다. 집회 이름이 ‘분노의 불길’이다. 서로 불이 붙으면서 화력이 세지는 것처럼 말하기를 통해 서로 용기를 얻고 이 목소리를 확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지수 “강남역 살인사건은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 계기가 됐다. 성평등 사회를 만들자고 요구해왔지만, 국가가 그 요구를 받지 않고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려는 세력이 정치·사회 영역에서 힘을 얻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넘어서고 더 시끄럽게 대대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역에서 공유한 문제의식·시대인식을 되새기고 지지와 연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위축되지 않고 넘어설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26일부터 허위영상물 특별 집중단속을 시작했고, 이어 허위영상물 제조 방조 혐의로 텔레그램 법인 내사에 들어갔다. 국회에선 정당별로 TF가 꾸려지고 지난 8월 말부터 관련 법률 개정안이 수십건 발의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텔레그램에 성범죄 영상물 삭제 요청을 하고, 텔레그램도 사과와 함께 요청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한다. 교육청별로 각급 학교에서 예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총력전’을 방불케 한다. 부처별·기관별로 이번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여성가족부의 권한, 기능, 예산이 축소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등 14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두 사람은 ‘피해자 관점의 대책’을 주문했다. 최지수 “실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까,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지금 (정부·국회 등에서) 나오는 대책은 사실 다 필요하다. 다만 광의의 성폭력 문제 해결로 놓고 보면 지금 빈 곳 하나는 피해자 지원이다.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 중심으로 보고 해결하려다 보니 ‘피의자를 특정해야 수사가 시작된다’라거나 ‘주동자를 잡으면 해결된다’ 등의 인식이 있다. 피해자 관점으로 법과 제도의 개편이 필요한 것 같다. 피해자가 증거 수집, 피의자 특정, 재판 대응 등을 다 해야 한다. 그 자체도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크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원스톱’으로 수사 의뢰가 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보호와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통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최윤이 “제가 접한 사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경찰에 신고한 후 수사 과정에서 허위영상물에 나오는 인물이 본인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영상 하나하나 보면서 확인하는데 본인 영상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는 것도 괴로웠다고 했다. 피해자가 수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를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 그것 자체로도 피해가 된다.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 피해자는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와 수사기관에 피해 영상물에 대한 삭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디성센터나 경찰에는 플랫폼 사업자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명확히 있지 않아 대개는 방심위를 통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2025년 정부 예산안에서 디성센터 예산은 올해 34억7500만원에서 32억6900만원으로 삭감됐다. 최지수 운영위원은 “피해자가 지금 얼마나 많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보면 사실 전 사회가 달려들어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해결하려면 돈(예산)을 써야 한다”고 했다. 최윤이 대표는 “정부가 이제 젠더 폭력 피해자 현실을 좀 마주하고 예산안 재편성을 통해서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 및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젠더 폭력이 계속되는데,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보나. 최지수 “여성이 피해자인 젠더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남성혐오’라는 프레임으로 젠더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사회·정치 문화도 바꿔야 한다. 범죄자 규모를 따지기도 하는데 어느 드라마에서 ‘모두가 즐겁게 놀던 모래판 위에 바늘 하나가 떨어지면 아무도 그 모래판에 올라가지 못한다’란 대사가 나온다. 바늘 몇 개 떨어졌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을 직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걸 국가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윤이 “(경남) 진주에서 머리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피해자를 돕던 남성도 폭력을 당했는데, 왜곡된 남성성을 거부하는 남성한테도 이 폭력은 갈 수 있는 것이다. 성차별이 존재하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당장은 경찰이 ‘가해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잡겠다’고, 22대 국회가 ‘이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가해자가 안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 특집
- [장하나의 눈]공무원 성범죄, 행정부도 공범(2020. 09. 21 12:22)
- 2020. 09. 21 12:22 오피니언
- 아침부터 심란한 기사를 보면 참 일할 맛이 안 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성매매 또는 성폭력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총 8870명인데, 이 가운데 구속형을 받은 사람은 2966명(33.4%)에 불과하고, 나머지 6000여명은 집행유예·선고유예·재산형 등으로 풀려났다. 만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도 2404명에 달하는데, 구속형은 1006명(41.8%)으로 역시 반도 안 된다. 매일 5명이 넘는 아동·청소년들이 성범죄 피해를 당하지만, 6000여명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은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건데, 왜 잡았다 풀어주는 걸까? 그놈들에게 어떤 딱한 사정이 있었기에 자유를 줬나? 지난 2월 문화재청 소속기관 7급 공무원 A씨는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13세 B양과 성매매를 했는데 검찰은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의자의 연령이나 성향, 정황 등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했고 소속기관은 ‘강등’ 조치만 내렸다. 그렇다. 그놈은 여전히 공무원이다. 2월이면 이미 ‘웰컴 투 비디오’, N번방 사건 등으로 나라 안팎이 흉흉하던 때 아닌가? 강등이라니… 13세 어린이를 성매매한 놈과 얼굴 맞대고 일하다니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배알도 좋다. 문화재청만 이상한 걸까? 지난 6월에는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40대 남교사가 여학생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적발됐다. 그놈 휴대전화에서는 화장실, 샤워실 동영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같은 달 경남 창녕의 한 중학교에서는 30대 남교사가 교직원 전용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했다가 발각되었다. 문화재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9월 11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2017년 1월 이후 임직원의 비위 및 징계현황’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은 공무원 C씨는 정직 1개월, 인터넷 성인광고를 보고 성매매 한 공무원 D씨는 감봉 1개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하고 모텔에 갔다가 현장에서 경찰에게 적발된 공무원 E씨는 공무원 징계 중 가장 낮은 처분인 견책(봉급 및 수당 등은 감액 없이 전액 지급)에 그쳤다. 공직사회의 넘치는 자기 관용에 치가 떨린다. 지난 9월 9일에는 서울 중구에 있는 모 여자중학교의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가 틀어놓은 음란물이 5개 반 학생들에게 일제히 송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교사가 셀프카메라인 줄 알고 ‘음란물을 틀어놓은 채’ 수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음란물을 볼 생각을 하다니 이런 역겨운 놈이 다 있나! 그놈이 교사랍시고, 공무원이랍시고 받아간 월급을 모조리 국고로 환수하고 싶다. 이쯤 되면 개인 일탈이 아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 성규범의 와해 상황부터 해결을 봐야 한다. 진짜 세금이 아깝다.
- [표지 이야기]사이버 성범죄 처벌 너무 약하다(2018. 11. 12 14:32)
- 2018. 11. 12 14:32 사회
- ㆍ가해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 규제가 솜방망이에 그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음란물 유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이버 성범죄 방지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되는 음란물에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등 성범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경찰청이 지하철 공덕역에 만든 ‘몰카 아웃 계단’을 시민들이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에 무감한 여자는 없지 않을까요?”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의 말이다. 얼마 전까지 A씨는 웹하드 사이트에 접속해 ‘승무원’ ‘○○항공’이라는 단어를 매일 검색했다. 혹시나 자신이 등장하는 영상이 ‘몰카’ ‘국내’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을까 걱정돼서다. 몇 달 전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니네 부모와 회사에 니가 한 짓을 다 보내겠다”며 “니가 모르는 게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 A씨는 “이전 남자친구가 수차례 동영상 촬영을 요구했지만 단 한 번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몰래 찍으려면 얼마든지 몰래 찍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전체 성폭력 범죄의 28.6%에 달해 A씨는 만일을 대비해 ‘디지털 장의사’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디지털 장의사가 완벽한 해법은 아니었다. 디지털 장의사는 영상 고유의 코드를 분석해 해당 영상을 차단하는데, 영상이 가공되거나 편집될 경우 이 고유 코드도 변경된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사이버 성범죄는 ‘급증’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증가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5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341건이었다. 10년이 지난 2015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7730건(약 39배)이 발생했다. 이는 2015년 전체 성폭력 범죄의 약 28.6%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성추행, 강간 등 기존 성폭력 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사진이 찍힌 사실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아 실제 발생한 범죄가 몇 건인지, 피해자는 몇 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지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지난해 7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정책의 개선방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피해는 기존에 범죄로 인한 ‘피해’라는 정의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강간, 강제추행 범죄도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는 범죄행위와 동시에 확정된다. 하지만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촬영물 유포를 통해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지속 여부 자체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사이버 성범죄와 관련한 법적 규제는 ▲가해자 ▲해당 정보 ▲정보를 매개하는 플랫폼 사업자 등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규제를 살펴보면, 법 자체에 구멍이 있거나 법을 적용한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먼저 가해자 처벌이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별법)은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이를 전시·상영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았다 해도 이를 전시·상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다. 해당 영상을 영리목적으로 유포했을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다. 사실상 경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발의된 성폭력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벌금규정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기존 1000만원, 500만원, 3000만원을 각각 5000만원, 3000만원, 7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운받는 사람들도 책임 물어야 논란이 된 양진호 회장과 관련된 부분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플랫폼 사업자 규제가 중요한 이유는 촬영물이 이미 유포된 이후에는 가해자를 형사처벌한다고 해도 불법 촬영물의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법 촬영물을 아예 업로드하지 못하게 한다면 확산은 상당 부분 방지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음란물, 명예훼손 등의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법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고 불법정보가 유통된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플랫폼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때만 사업자를 법적 처벌한다. 물론 웹하드와 P2P 사이트 같이 특수한 사업자는 조금 더 강한 법적 규제를 받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이들 플랫폼 사업자가 음란물 검색 제한, 업로드 및 다운로드 제한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등록취소, 과태료 등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유료 영상물인 데다가 저작권료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몰카 등 불법 영상물은 웹하드 업체에 큰 이윤을 주는 ‘황금알’이었다”며 “이런 황금알을 웹하드 업체가 과태료가 무서워 삭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법망을 피해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제2·제3의 유통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성폭력특별법에는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 지난해 발의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에는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이 있으나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신고를 받은 즉시 삭제하고 해당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유 의원은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을 불법으로 유출하고 또 그것을 삭제하고 재유통시키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웹하드 업체들의 카르텔을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며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은 총 132개다. 김현주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불법 촬영물의 업로더뿐 아니라 보유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며 “영상을 올리는 사람보다 다운받는 사람이 당연히 다수임에도 현재로서는 불법 영상물을 다운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 표지 이야기
- [배상훈 프로파일러의 범죄도시](4)그루밍 성범죄에 취약한 아동과 청소년(2018. 04. 02 15:18)
- 2018. 04. 02 15:18 사회
- 처음에는 말하는 법과 옷 입는 행위 등을 통해 어른스럽고 독립된 삶을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다들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몸을 접촉하거나 보다 깊은 성관계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그루밍(grooming)은 원래 주인이 자신의 취향대로 동물의 털을 손질하거나 몸단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루밍은 동물을 주인 마음대로 길들이는 행위에서 착안해 피해자가 친절과 호감을 갖게 길들인 뒤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성적 대상으로 삼는 ‘길들이기 성범죄’를 뜻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주로 어린 여자 초등생이나 여중·고생 등이 그 대상이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가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접수된 성폭력 사례 78건 중 34건이 그루밍에 해당되며, 피해 당시 연령은 14~16세 44.1%, 11~13세 14.7%, 6~10세 14.7%라고 분석하고 있다. unsplash 바로 옆방에는 ‘작업용’ 침실이 있었다 그루밍의 가해자는 학교나 학원의 교사, 교회(절)의 청년부 지도교사, 친척 오빠 등이 주를 이룬다. 통상 피해자가 되는 아동·청소년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이때 자신을 구속하려고만 하는 부모를 떠나 자신만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새로운 관계를 찾으려고 하는데, 부모의 이런 행동을 비난하고 좋은 말로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가해자)이다. 최근에는 ‘중요한 타자’ 범주의 전통적인 직업인 교사에서 그 범위를 확장해 ‘아이돌 기획사’의 사장(매니저)이나 사회복지·상담 담당자 등도 가해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성범죄자는 부모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아의 실현과 멋진 삶으로서의 독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듯 피해자를 유혹한다. 마치 자신들이 조력자와 멘토, 혹은 메시아 같은 역할을 자청하면서 친밀감과 신뢰, 연대의식과 존경심 등으로 엮어 미성년자들이 자연스럽게 성적인 관계에 응하도록 만든다. 처음에는 말하는 법과 옷 입는 행위 등을 통해 어른스럽고 독립된 삶을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다들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몸을 접촉하거나 보다 깊은 성관계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바로 2013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15세 여중생과 성관계를 강요하여 임신까지 하게 만든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 피해 여중생이 대표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 중 ‘사랑한다’는 말과 사랑을 의미하는 이모티콘, 그리고 교도소 접견기록에서 발견된 서로 애정을 가진 사이를 명시적으로 나타낸 내용들이 논란이 됐다. 판사들은 이러한 기록을 통해 여중생의 자발적 성관계를 인정한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에 방영된 미국 범죄드라마 ‘뉴욕 성범죄수사대( Law & order SVU)’에서 소개된 고등학교 문학교사의 사례이다. 이 성범죄자는 기혼에 자녀도 있었지만 학생들에게는 별거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는 부인이 자신의 순수한 열정을 오해하면서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자취하게 된, 마치 고상하고 예술과 문학을 좋아하는 잘 생긴 남자 문학교사라는 이미지를 여고생들에게 보이려고 만든 장치이다. 그의 숙소 한쪽 벽면에는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가 수백 권 전시되어 있고, 다른 벽에는 오래된 LP판 수백 장이 팝스타들의 포스터와 같이 전시되어 있다. 또 그 옆에는 CD 수백 장이, 그 옆에는 은하수를 헤엄치는 어린왕자를 찾는 천체망원경이 있고, 그 옆에는 여고생이 좋아하는 소설이나 시집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소품들은 벼룩시장에서 도매치기로 사온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방에는 ‘작업용’ 침실이 있었다. 대개 교사가 그루밍의 가해자인 경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들은 문학이나 예술, 공연 등과 같이 사춘기 여자청소년의 감성을 자극할 수단을 가진다) 매년 한 학년에 한 명 정도 피해대상을 선정한다. 이는 한 명이 넘게 되면 감수성이 예민한 아동청소년이라 눈치를 챌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선정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지는데 성적으로 조숙해 보이는 경우나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진 아이가 대상이 된다. 또 미래와 외부세계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경우 등 이들 범죄자는 피해자를 몇 단계에 걸쳐 선별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접근하고 피해자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 직업이나 주된 수단이 어린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연예기획사 사장, 여고 문학 및 예술선생님 등이라는 점과 연결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왜 이렇게 정신적으로 종속되는지 알 수 있다. 이들 성범죄자는 절대로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과감하게 포기한다. 어차피 피해대상은 많고 시간도 충분하니까! 절대 조급하게 강제로 성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입맞춤 정도까지 하고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피해대상이 졸업한 이후에는 절대 연락하지 않는다. 이렇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정리하기 때문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이들 성범죄자는 교내에서의 평판이 지극히 좋다. 너무나도 너그럽고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잘 이해해주며 많은 학생들의 멘토로 자리 잡고 있고, 좋은 동료 선생님으로도 인식된다. 따라서 7년이 지난 후에야 중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여성의 사례에서와 같이 피해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해봤자 다른 아이들을 시기하는 나쁜 아이로 찍힐 것이 뻔하고, 실제 이들 성범죄자는 그렇게 고발자의 입을 막곤 했다. 선생님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위계 선생님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위계뿐 아니라 좋은 평판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심리적 지배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본인이 어떤 성범죄의 피해자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만성 지남력 장애의 상태, 성폭력의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저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맥락은 친척 오빠 혹은 아저씨의 경우도 유사하다. 가족을 최우선시하고 근친상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 친척들이 성적인 행동과 말들이 “원래 다들 이렇게 한다”로 고착되면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성폭력을 자연스러운 행위로 정당화하게 되고 부모들도 애써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한때의 기분 나쁜 기억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러나 피해자인 자기 딸이 왜 그때부터 어긋나서 결국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와 의절하고 지내는지 모르는 채로 입 닫고 귀 막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게 바로 친척 그루밍 성범죄의 위험성이다. 그루밍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성관계에 동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미성년자 의제(擬制)강간 연령’이 만 13세이다. 이 기준에 따라 폭행·협박 등이 없었고 사전에 합의를 했더라도 만 13세 미만과 성관계를 했다면 성폭력으로 처벌 받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대부분 주나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의제강간 연령을 만 16세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권리 부여의 척도에서는 청소년의 성숙도를 낮게, 보호조치의 척도인 성문제에서는 청소년의 성숙도를 높게 평가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존중되어야 하기에 의제강간 연령을 무조건 높이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그 입증책임을 상대 성인에게 부여해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양 당사자의 ‘정보의 비례성’, ‘의사결정의 비례성’, ‘의사소통의 구체성’ 등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연코 연령의 문제가 아니고,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이고 결국 권력을 가진 자의 폭력의 문제이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 역할을 주입해 성적 대상으로 삼는 범죄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교육적 방안도 필요하다. 핵심은 마음이 강해질 수 있는 인문학적 교양과 사회성 교육, 폭력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또한 범죄 대처의 측면에서 고도로 전문적인 기술과 숙련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사체계와 기소체계, 전담 재판부, 전문적인 교정 프로그램 등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 배상훈 프로파일러의 범죄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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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비하인드] “기왕 이렇게 된 거…” 성범죄자와 결혼시킨 악습 거부한 여성 이야기
- 2023. 11. 12 11:22 문화/생활
- 1973년 10대 동급생간 성폭력 사건 소송 판결로 판사가 “짝을 지어주어 백년해로시키는 게 좋겠다”라며 양가 부모를 설득한 사건이 있었다.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1973년 한국에서 10대 남성이 동급생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판사의 판결은 충격 그 자체였죠. 당시 재판부는 1심에서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판사가 “그럴 게 뭐 있느냐? 기왕 버린 몸이니 오히려 짝을 지어줘 백년해로시키자”라고 발언했습니다. ‘법원 중매’. 이것이 성범죄 피해자를 보는 70년대 우리의 낡은 인식이었습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60년대 이전부터 ‘재활 결혼’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납치된 여성이 순결을 잃었다며 ‘재활’이라는 이름을 붙여 성범죄자와 결혼시키는 악습 중 악습입니다. 마피아 아들에게 납치돼 폭행을 당한 프랑카 비올라는 ‘재활 결혼을 하자’는 제안을 거부해 ‘강간범이 피해자와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소멸시키는 법 조항을 폐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신문 기사 자료. 이런 악습에 정면으로 대항한 여인이 있습니다. 프랑카 비올라는 지역 마피아의 아들에게 납치되어 일주일 넘게 인질 상태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후 재활 결혼을 하자는 마피아의 제안을 그는 거부했습니다. 그의 이런 결단은 강간범이 피해자와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무화시킬 수 있는 법 조항을 폐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프랑카 비올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 알카모 마을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포도원을 운영했지만 궁핍한 삶이었습니다. 15세 비올라에게 여기저기서 중매 제안이 들어오자, 부모는 밥은 굶지 않겠다며 그 지역 마피아 우두머리 돈 멜로디의 막내아들 필리포와 결혼을 주선합니다. 필리포는 예쁜 비올라가 마음에 들었죠. 두 사람의 약혼 일주일 후 필리포는 사고를 칩니다. 태생이 마피아 아들이니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예비 신랑은 절도 혐의로 기소돼 1년간 옥살이를 합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어디서 무얼 하는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비올라의 아버지는 딸을 필리포와의 정략결혼에서 해방시킵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비올라의 자유는 짧았습니다. 1년 후 필리포가 근처에서 목격됐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석방된 필리포는 비올라가 다른 남성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납치 계획을 세웁니다. 어느 날 필리포는 마피아 일당과 농부의 집에 들이닥쳐 비올라를 납치하고 알 수 없는 장소로 데리고 갑니다. 여린 외모지만 마음은 강인했던 비올라, 납치 결혼이라는 상황이 눈앞에 놓였지만 절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필리포는 비올라를 시골집에 8일 동안 감금하고 결혼에 동의하도록 강요합니다. 비올라의 재활 결혼 사건을 다룬 당시 기사. 당시 실제로 시칠리아 법은 여성 강간에 대한 처벌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강간 피해자임에도 결혼 전 처녀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도나 베르고나타(donna vergognata)’ 글자 그대로 ‘부끄러운 여성’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를 가한 악습입니다.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던 비올라는 결혼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풀려난 직후, 경찰서로 달려갑니다. 당시 통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용기있는 행동이었지요. 비올라는 자신은 마피아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며 납치와 강간 혐의로 그를 고소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경찰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필리포 무리를 고소하면서 그녀와 부모는 지속적인 마피아의 위협이 시달립니다. 자그맣게 농사를 짓던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인 포도원도 방화로 잿더미가 돼 버렸습니다. 비올라의 재활 결혼 사건을 다룬 당시 기사. 당시 사회 통념을 거스르는, 그야말로 큰 화제를 일으킨 소녀의 발언은 지역 언론을 움직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이탈리아 의회에서까지 거론되고 해외 매체마저 주목합니다. 당시 두 사람만 모여도 비올라의 재판에 대해 떠들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숭배자도 시칠리아의 프랑카만큼 사람들을 부르지 못한다”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해당 사건을 보도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의미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재판 결과는 비올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필리포는 11년형을 선고받고 그의 공범 7명은 4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프랑카 비올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가장 아름다운 아내>. 1966년 프랑카 비올라는 납치와 강간을 당한 후 범죄자와 ‘재활결혼’을 거부한 최초의 이탈리아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이탈리아의 문화적 진보와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물론 금방 법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강간범이 피해자와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무화시킬 수 있는 법 조항은 1981년까지 폐지되지 않지만, 새로운 판례를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비올라의 극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1970년 오르넬라 무티 주연의 <가장 아름다운 아내>라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였습니다. 이후 비올라는 1968년 어린 시절 친구였던 회계사 주세페 루이시와 결혼합니다. 루이시는 10여 년 후 출소할 필리포가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때 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10년을 사는 게 훨씬 낫다“라고 말하며 비올라에 대한 강한 애정을 전했습니다. 필리포는 어떻게 됐을까요? 10년 후인 1976년 감옥에서 풀려나긴 했습니다. 그러나 마피아 짓을 하다 2년 후 총에 맞아 객사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를 만난 프랑카 비올라와 남편 주세페 루이시. 교황 바오로 6세는 공개적으로 용기 있는 부부 프랑카 비올라와 주세페 루이시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부부는 이탈리아 전역을 넘어 다른 나라에까지 여성 인권과 해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했고 악습 폐지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부부는 다복하게 자녀 셋을 낳고 그들의 고향인 알카모 마을에서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일상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유튜브 채널 <지식 아닌 지식> 지식 아닌 지식역사의 뒤안길 인물을 조명합니다. 매주 토,일 업로드합니다https://www.youtube.com/@yeswawa/videos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포르노, 성범죄 넘어 젠더 갈등 만들다
- 2021. 02. 01 07:12 문화/생활
-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세 번째 책은 ‘포르노랜드’(게일 다인스 지음 / 신혜빈 옮김 /열다북스)다. 이번엔 제원이 쓴다. ▶포르노, 투명한 폭력을 만들다 ‘Real Person Slash’를 줄인 RPS(이하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등장인물로 한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2차 창작물을 말한다. 최근 일부 아이돌 팬들이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포르노 소설을 제작·유포해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알페스 포르노를 둘러싼 젠더 갈등이 불거졌다. 알페스 포르노가 단순 성범죄를 넘어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진 이유를 알려면 사건의 이슈화 양상을 살펴봐야 한다. 사건을 공론화한 사람들의 입장은 두 분류로 나뉜다. n번방과 딥페이크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 알페스 포르노 사건을 통해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입장이 하나이고, n번방·딥페이크와 알페스 포르노 사건의 죄질을 동일한 차원에서 취급하는 것을 방어하려는 페미니스트의 입장이 또 다른 하나다. 공격하려는 쪽과 방어하려는 쪽의 입장이 부딪치면서 사건은 젠더 갈등으로 확전됐다. 두 입장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는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사건의 피해 규모와 규명,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사건을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려는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건 해결을 위해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알페스 포르노는 하루이틀이 아닌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진 범죄다. 남자 아이돌 팬의 수는 어림잡아 수십만이다. 그들 모두가 포르노를 소비하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 그 존재 정도는 짐작했거나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공공연한 사실이 최근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도 여겨진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나는 ‘포르노 산업’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포르노랜드’의 저자 게일 다인스는 30년 넘게 포르노 사업을 연구한 보스턴 윌록 대학의 명예교수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책이 설명하는 포르노 산업의 실태는 한도가 없는 신용카드 같았다. 그 안에서 인간의 타락에는 정해진 한도가 없었고, 오로지 더 추락하는 것만이 가능했다. 이런 극한의 폭력을 30년이 넘게 추적하기 위해 저자가 다졌을 각오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포르노그래피’는 그리스어 ‘포르네’(창녀·매춘부)와 ‘그라페인’(기록하다, 그리다)의 합성어에서 왔다. 직역하자면 ‘창녀에 대한 기록’ 또는 ‘매춘부에 관한 그림’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물을 파는 가게나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라고 생각한다면 완벽한 착각이다. 포르노는 광범위하고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이돌에게 점점 더 많은 노출을 요구하고, 소비하면서 아름답다고 하는 말 ‘꿀벅지’ ‘짐승남’ 등 상대의 성을 대상화하는 언어가 버젓이 흘러나오는 미디어는 모두 포르노적 상상을 자극한다. 포르노의 대중화에는 해당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의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미국의 남성 잡지 플레이보이만 하더라도 포르노의 대중화를 위해 고급화 전략을 사용했다. 기존 포르노 잡지가 여성의 나체에만 집중했다면, 플레이보이는 여기에 칵테일·시계·칼럼 등 고급문화를 더했다. 포르노에 고급문화가 더해지자 사람들의 인식에는 전환이 일어났다. 포르노의 선정성·폭력성에 경계가 흐려지고, 플레이보이를 포르노에서 라이프 스타일 잡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레이보이는 불티나게 판매됐고, 창간자 휴 헤프너는 돈방석에 앉는 것과 함께 놀 줄 아는 남자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플레이보이의 진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플레이보이 이후로 그 스타일을 모방한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의 잡지가 생기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유통망이 생기면서 포르노 산업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포르노 업계의 전략이 고급화뿐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특별한 비법을 더해 포르노를 소비에 최적화된 형태로 만들었다. 그 비법이란 포르노 배우에게서 인간성을 벗겨내고 그 자리에 걸레·창녀 등 모욕적인 언어를 채우는 일이었다. 인간성을 박탈당한 배우는 ‘강간당해도 마땅한’ 또는 ‘오로지 성행위를 위한’ 존재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포르노 소비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얻게 됐다. ‘포르노랜드’의 문제 제기는 배경이 된 미국만이 아닌 포르노 산업이 성행하는 모든 사회를 저격한다. 성 착취 DNA의 계보를 잇는 사건이 즐비한 한국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르노의 폭력적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화·대중화·비가시화로 위장된 포르노 산업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 본질을 부각해야 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듯이 대중성의 가면을 쓴다 해도 폭력이라는 포르노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포르노랜드’의 출판사 열다북스는 ‘해설: 한국이라는 포르노랜드를 말하다’에서 ‘홍대 몰카사건’(여성이 남성을 몰카로 촬영,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은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가 적용된 편파 수사였으며, 여성들은 억압과 폭력에 맞서 대항했다”고. 이로써 사건의 핵심은 몰카 피해가 아닌 여성에 대한 탄압으로 전환됐다. 과연 피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었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는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가해에 대한 성찰은 있어야 했다. 성폭력에 대한 성찰 없이는 탈포르노 또한 없다. ■세희의 한마디 음… 나는 이번 논의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아직 고민이 많아. 나 역시 알페스가 일종의 착취라는 지점에 동의해. 알페스가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시장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환경에 있는 아이돌 입장에서는 알페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알페스 논란이 전개되는 양상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딥페이크, AI 이루다 성희롱 등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있어 왔지만 알페스 논란만큼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슈가 공유되지는 못했거든.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사회가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편향성이 있는 거지. 알페스 사건 이후 SNS에는 알페스에 연관된 기록을 지워 준다는 것을 빌미로 여성의 알몸 사진이나 자위 영상을 요구하는 등 또 다른 성 착취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있어. 하지만 문제를 공론화한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 문제를 공론화한 사람들이 정말로 피해자를 위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일까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야. 만약 정말로 성착취를 막고 싶은 거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게 도의가 아닐까?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박세희우제원알페스 포르노
-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성범죄자 꼼짝 마! 화학적 거세에 '주사용 피임제' 쓴다
- 2020. 07. 08 16:32 건강
- 주사용 피임제 데포-프로베라.주사용 피임제는 한 번 맞으면 3개월 동안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보통 여성의 팔이나 둔부·허벅지에 맞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주사제로 데포-프로베라(Depo-Provera®)인 DMPA(Depot Medroxyprogesterone Acetate)가 있다. 이는 프로게스틴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관 점액을 끈끈하게 해서 정자가 통과하기 어렵게 하는 원리를 지닌다. 데포-프로베라는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차단하는 효과로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대체요법에 사용되기도 하며, 미국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위해 성범죄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화학적 거세, 즉 화학적 약물치료는 아동 성범죄자와 같은 상습 성범죄자들에게 가해지는 의학적 제재를 말한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1929년 덴마크가 최초로 시도했고, 이후 많은 유럽 국가가 수십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로 정의하고 있다. 물리적 거세가 외과적인 수술로 고환을 제거하는 것인 데 반해 화학적 거세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킨다.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고환을 거쳐 분비되며, 생식기관 발육을 촉진해 정자를 생성한다. 근육을 발달시키고 수염이 나도록 하는 등 남성의 2차 성징을 발현시킨다. 부족할 경우 성욕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화학적 거세는 호르몬제를 투입해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낮춰 성적 충동을 줄인다. MPA(Medroxyprogesterone Acetate)는 합성 프로게스틴으로서 ‘데포-프로베라’라고 알려져 있다. 원래는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된 호르몬제이지만 남성에게 주사하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1966년 미국에서 한 정신과 의사(Jone Money)가 최초로 사용해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도했고,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루이지애나, 몬태나, 위스콘신, 조지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10여개 주에서 화학적 거세가 실시되고 있다. 현재는 남성 성범죄자의 성적 공상이나 성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되며, 캐나다에서는 같은 원리를 가진 CPA(Cyproterone Acetate)라는 호르몬제를 사용한다. 물리적 거세는 과거에 미국의 일부 주나 유럽의 몇몇 국가들에서 시행됐으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신체 훼손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아 점차 사라졌다. 물리적 거세를 해도 이전과 같은 성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재범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성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물치료인 화학적 거세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화학적 거세의 효과는 약물 투여 기간에만 발생한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형법 제645조를 살펴보면 ‘재범 이상의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강제로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석방의 조건으로도 화학적 거세가 명시돼 있다. 화학적 거세는 미국 교정국이 교도소위원회에 치료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할 때까지 이어진다. 즉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 [심영규·김정일의 남성 대담]성범죄의 민낯을 들추다
- 2016. 01. 06 16:17 화제
- 2010년 당시 모델 에이전시의 대표로 ‘착한 글래머’를 유행시키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던 심영규씨. 2011년 그는 또 다른 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속 여성 모델에게 강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고 법정 공방끝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 그로부터 5년 후,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것 같았던 그가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김정일건강의학과의원 원장과의 공저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성(性)을 토로하다 기자가 심영규씨(42)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막 성장하고 있는 모델 에이전시의 대표로 있던 시점이다. 자신감과 패기가 넘쳤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때까지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 보기와는 다르네!’ 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5년 후, 우연히 개인 SNS에서 그가 최근 자전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슨 할 말이 남았을까? 반신반의하며 5년 전 그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했고, 그렇게 김정일(58) 원장과 심영규씨의 대담이 성사됐다. 먼저, 출간한 책이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주세요. 심영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의 제 심경을 그대로 쓴 책이에요. “유죄 선고까지 받은 성범죄자가 무슨 자랑이라고 책을 내냐”라고 질타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일로 인해 저는 모든 것을 잃었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받았어요. 다른 남성들도 제 경우를 보고 경각심을 느끼고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쓴 책입니다. 김정일 원장님도 함께하셨는데, 두 분은 어떤 계기로 인연이 됐나요? 심영규 원장님은 2010년에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해 만났습니다. 주제는 ‘걸 그룹 섹시 코드 이대로 좋은가?’라는 것이었고 저는 그라비아 아이돌 기획사 대표로 찬성 쪽, 원장님은 반대쪽 패널이셨죠. 당시에는 서로 싸우듯 토론을 했는데, 이렇게 친해졌으니 아이러니하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친해진 것이 신기하네요. 김정일 토론 특성상 반대편에 섰지만 저도 ‘가벼운 성적 자극(mild Sexual Arousal)’은 남성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사회가 경쟁을 부추기며 모두를 지치게 하는 구조에서 가벼운 성은 원기를 자극하고 상처를 치유하죠. 너무 적나라하거나 하드코어적인 포르노가 아니라면, 예를 들어 심영규씨가 기획했던 그라비아 수영복 화보 등을 보는 것으로 남성들의 긴장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거죠. 자극은 자극으로 끝내야 하는데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바람에 문제가 되는 것이겠죠? 김정일 그렇죠. 지인 중에 은행 지점장이 있는데, 고된 업무에 지칠 때마다 이상하게 대학 시절 데이트했던 여인이 떠오른다는 말을 해요. 일종의 자정 능력처럼 그런 가벼운 성적인 상상들이 치유 역할을 하는 거죠. 단, 상상에 그쳐야겠죠. 심영규 원장님, 저는 그 간극이 매우 궁금합니다. 그라비아 사업을 할 때는 사람들에게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하냐?”라며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어요. 우리가 성적으로 너무 억압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OECD 국가 중 포르노가 불법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얼마 전 일본 포르노 제작사들이 일명 ‘야동’을 불법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국내 비투비나 웹하드 업체들을 다 고소했어요. 그런데 우리 법원은 야동 자체가 불법 제작물이어서 법적인 보호를 못해준다고 판결했죠. 그래서 여전히 처벌받지 않는 불법행위로 누구나 다운로드를 받고 있죠. 참 이상한 경우 아닌가요? 김정일 성적 억압이 심해지면 오히려 성에 사로잡혀버리기 쉬워요. 억압하면 할수록 원시적이고 극단적인 성을 깨우게 마련이지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위험수위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여성 단체들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겠어요. 우리 조심합시다(웃음). 착각은 자유? 금물! 남녀가 서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희롱 기준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다. 남성은 그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으로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 말에 여성은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남성들은 시대가 바뀌면 모든 시각의 기준도 바뀐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고소를 당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늦은 변명이 될 뿐이다. 심영규 요즘은 SNS 등 감시 역할을 하는 것들이 많아서 옛날처럼 가벼운 성적 농담이나 욕설에 대한 자유가 차단된 시대예요. 그뿐 아니라 누구나 어떤 이슈든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대중의 인민재판이 두려워 쉽게 이야기를 못해요. 김정일 최근에 가수 아이유에게 ‘제제’ 논란이 있었죠? 어느 기자가 저에게 의견을 묻는 전화를 하셨어요. 여기저기 연락했지만 의견을 받지 못하고 결국 저한테 하신 거 같더라고요. “기사 나가죠?”라고 물었더니 “그렇다”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노코멘트했습니다. 제 생각이 대중에게 전해졌을 때 혹여 난도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심영규 섹시 성인 화보 제작사에, 성추행 전력까지 있는 저는 어떻겠습니까? 스스로 위축돼 저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요. 요즘은 정말 믿을 만한 소수의 사람과 술집도 아는 곳만 다녀요. 점점 단절되고 외로워져요. 김정일 그저 조심하는 것밖에 없어요.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되도록 아내와 함께 다녀요. 혹여 불미스러운 일에 엮일 수도 있으니까요. 때로는 진료 중 어떤 순간에 단추를 누르면 카메라로 녹화되는 시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요. 그런데 상담 장면을 찍는 것은 의료법으로 불법이라 불가능하죠. 심영규 여자가 만취해 쓰러져 있어도 도와주면 안 되는 사회예요. 실제로 아는 사람이 겪은 일이에요. 쓰러진 여자를 도와주려다 주변 사람들이 그걸 보고 오해해 신고해버렸죠. 경찰이 여자에게 “만약에 저 사람이 성추행을 했다면 처벌을 원하냐”라고 묻더래요. 기억을 못하는 여자는 당연히 원한다고 했겠죠. 그 이후로 바로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몰고 가버린 거죠. 그 사람이 하도 억울해서 시민 단체를 찾아갔지만 피해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어요. 결국 큰돈을 주고 합의했더라고요. 성범죄는 정말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면 그걸 증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거예요. 심영규씨의 경우는 어땠나요? 실제로 유죄를 받았잖아요. 심영규 저는 유죄를 받았기에 할 말은 없지만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건에 엮이는 것만으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시시비비를 따지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죠. 1심은 보통 고소인 위주이고 2심으로 갈 때까지 1년이 꼬박 걸려요. 또 한두 번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경찰 조사로 불려 다니는데 가정이나 사회생활이 온전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조심해야 돼요, 정말.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심영규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믿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등을 돌렸던 일이죠. 그때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는 여전히 제 곁에 있지만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주변 시선에 견딜 수 없을 때가 많나 봐요. 저는 신앙으로 이겨내고 있고 여자친구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정말 미안할 따름이죠. 김정일 남성조차 남성을 옹호하지 못하는 심리가 있어요. 누군가가 성희롱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남성은 그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은 조금이라도 깨끗해 보일 수 있잖아요.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에 대해 한두 가지 정도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원죄 의식이 있어요. 관련된 사람을 비난하면서 성적 도덕성의 우위를 표하는 거죠.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남성 심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성적 수치심은 여성만의 전유물인가요? 여성이 엉덩이를 친다든지 야한 사진을 보낸다든지, 남성들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떤가요? 심영규 대부분의 남성들이 수치심보다는 그냥 웃어버릴 거 같은데요? 김정일 요즘은 남자들도 바뀌고 있어요. 마초나 터프한 성향이 줄어들고 다소 여성적인 섬세한 남성들은 때에 따라 수치심을 느낄 수 있겠죠. 심영규 법이 변하는 시대상을 잘 반영해서 남성 인권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정일 바뀌겠죠. 요즘은 무고죄도 엄중히 처벌하잖아요. 신기한 것이 미국은 우리만큼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해요. 그렇게 도덕과 성은 균형을 맞추며 나름의 질서가 잡힐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낭만? 현재의 범죄! 심영규씨는 책에 불미스러운 일 이후 피폐해진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원히 자신의 치부가 될 수 있는 기록들. 그는 숨기고 감추기보다 공개를 통해 자유로워지는 것을 택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남성들에게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가 세컨드 찬스를 잡을 수 있을까? 책을 내기까지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었나요? 심영규 대인기피증으로 무척 힘들 때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만리장성을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순간적으로 ‘이 세상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나만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는 주문을 외웠어요. 김정일 심영규씨는 재판 때부터 봐왔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었죠. 점점 볼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잖아요. 자신의 경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해 좀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남성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은가요? 심영규 과거의 낭만(결과적으로 낭만은 아니지만)이 지금은 범죄가 되는 세상입니다. 물론 성범죄 가해자는 강력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성범죄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성이기에 남성의 시각에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요? 심영규 학교나 직장 내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수 있어요. 스킨십 생각도 들 수 있겠죠. 마음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몇 번 웃어줬다거나 베푼 친절을 이성적 호감으로 받아들여 상대방이 원치 않은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성범죄예요.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습니다. 그럼 이성에게 어떻게 호감을 표시해야 할까요? 심영규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거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말고 그저 그녀 곁에서 오랫동안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만이, 한순간의 실수로 성범죄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성범죄는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네요. 심영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예요. 이런 이야기를 누가 진정성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나락으로 떨어져본 사람만이 그 절실함을 알 수 있죠. 성범죄가 나쁘다고들 하지만 막상 연루가 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바람과 해님의 내기’ 이야기로 남녀의 관계를 빗댔다. 길을 걷는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닌 따뜻한 온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모든 남성들에게 강조한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서로 상처받지 않고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두 남자의 대담이었다. Profile 심영규는… 국내 최초 그라비아 아이돌 화보집 ‘착한 글래머’의 기획자.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일본 진출까지 확정했으나 돌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재는 저서 「낭만과 범죄 사이」를 출간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Profile 김정일은… 김정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사회현상 전반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견해로 주요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활약 중이다. 「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남자의 마흔: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나이」, 「누군가 내 사랑을 노리고 있다」 등 30여 편의 저서를 펴내며, 특히 중년 남성의 심리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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