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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458 건 검색)

백온유 소설 ‘반의반의 반’ 제16회 젊은작가상 대상 선정
백온유 소설 ‘반의반의 반’ 제16회 젊은작가상 대상 선정
2025. 02. 04 20:57문화
... 선정됐다. 젊은작가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등단 10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7편을 선정해 시상한다. 대상 한 편을 선정하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고 격려하기 위해 7편 모두를...
[우리말 산책]소설 ‘태백산맥’ 덕에 표준어가 된 꼬막
2025. 01. 12 21:11오피니언
... 바뀌어 있다. 그 연유에 대해 소설가 조정래 선생과 관련한 일화가 전해온다. 근 40년 전 선생이 소설 <태백산맥>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을 때 당시 담당자가 선생에게 “소설 속의 ‘꼬막’을...
꼬막고막태백산맥조정래
[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앙상한 기틀에 더해진 문학적 풍성함…‘다음’을 기대하게 해
[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앙상한 기틀에 더해진 문학적 풍성함…‘다음’을 기대하게 해
2025. 01. 01 06:00문화
... 편취당하는 여성의 동난 내면을 경유하며 ‘아이’의 의미를 동물처럼 변환시키는 문체로 전진하는 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결국 아이를 탄생시키고 마는 이 작품의 발화 방식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채를...
2025 경향 신춘문예
[신춘문예 - 소설 당선소감]거울 보고 일기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당신의 이야기를 잘 써내려가기 위해
[신춘문예 - 소설 당선소감]거울 보고 일기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당신의 이야기를 잘 써내려가기 위해
2025. 01. 01 06:00문화
..., 바로 그 일들을 해내느라 하루가 더럽게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계속해 보기로 마음먹고 나서야 소설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침에는 거울을 보고 저녁에는 일기를 써야지....
2025 경향 신춘문예

스포츠경향(총 750 건 검색)

[전문] 민희진, 뉴진스 하니 고용부 진정 개입? “명백한 허위, 추측성 소설” 격분
[전문] 민희진, 뉴진스 하니 고용부 진정 개입? “명백한 허위, 추측성 소설” 격분
2025. 01. 16 10:45 연예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허위성 보도에 분노했다. 민 전 대표는 16일 자신의 SNS 계정 스토리에 기자와 나눈 대화를 캡처해 올렸다. 그는 민희진 전 대표와 큰아버지가 나눈 대화 일부 관련 반론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연일 허위보도를 내고 계시던데 저야말로 묻고 싶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해당 정부 관계자를 알지도 못할 뿐더러 무언가를 지시 하거나 부탁을 한 적은 더더구나 없다. 현재 내용은 다 허위 사실로 추측성 소설에 불과하다”라며 “해당 일자에 큰아버님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고 대화 내용을 다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 날짜에도 관련 대화가 없을 뿐더러 그 날짜 전후의 대화 역시 제가 화자가 아니며 오히려 반대의 상황으로 제가 권유를 받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내용으로 저를 의심하고 확인도 없이 기정사실화하여 보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언론사가 하이브로부터 사주받은 것을 의심케한다. 그리고 반론 요청을 하실 것이 아니라 기사를 내기 전에 확인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일침했다. 이하 민희진 전문 안녕하세요, 연일 허위보도를 내고 계시던데요. 저야말로 묻고 싶습니다. 저는 해당 정부 관계자를 알지도 못할 뿐더러 무언가를 지시 하거나 부탁을 한 적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현재 내용은 다 허위 사실로 추측성 소설에 불과합니다. 해당 일자에 큰아버님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고 대화 내용을 다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 날짜에도 관련 대화가 없을 뿐더러 그 날짜 전후의 대화 역시 제가 화자가 아니며 오히려 반대의 상황으로 제가 권유를 받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기사도 그렇고 이번 기사 역시, 기사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내용으로 대화를 재구성하고 이번엔 캡쳐본으로 사용해서 마치 그 뒤에 내용도 근거가 있는 것처럼 작성하셨더군요. 해당 일자 바로 다음 날의 대화 내용만 봐도 상황이 반대의 경우인 것을 누구보다 잘 읽으셨을 텐데, 기사를 마치 제가 화자이자 오해를 불러일으킨 대상처럼 보이게 의도적으로 작성하신 것은 심각한 언론 윤리 위반이라고 봅니다. 이전 기사도 허위 사실 근거로 추측성 허구의 소설을 쓰셨더라고요. 근거 없는 내용으로 저를 의심하고 확인도 없이 기정사실화하여 보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언론사가 하이브로부터 사주받은 것을 의심케합니다. 그리고 반론 요청을 하실 것이 아니라 기사를 내기 전에 확인하시는 게 순서 아닙니까? 기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음해 모함을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기사 삭제 하시고 저한테 사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계엄령 만큼 핫한 소재 있나” 웹소설 공모전, 비판세례에 사과문
“계엄령 만큼 핫한 소재 있나” 웹소설 공모전, 비판세례에 사과문
2024. 12. 17 13:31 연예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계엄령’을 주제로 웹소설 공모가 진행됐다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중단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웹소설 플랫폼 모픽은 17일 입장을 내고 “비상계엄 사태를 더욱 신중하고 무겁게 다뤘어야 하는 점에 대해 통감하며 저희의 부족한 고민과 접근 방식으로 걱정과 우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시대와 달리 계엄을 통해 느낀 공포와 두려움, 슬픔을 창작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더 많은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기획과 표현 방식에 대해 더욱 충반한 검토를 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계엄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사태를 하나의 소재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모픽은 ▲공모전 소재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재의 시대적, 사회적 의미를 검토하는 과정을 갖을 것 ▲최대한 많은 인원들이 소재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할 수 있게 내부 피드백 채널을 운영해 사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것 등을 약속했다. 앞서 모픽은 계엄령을 소재로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했다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최근에 계엄령 만큼 핫한 소재가 있나?’라는 구호와 함께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계엄령’을 소재로 한 소설 공모전이 시작된다”며 “가장 대중적인 소재로 첫 화만 써봐달라. 작가가 되실 수 있게 모픽이 돕겠다”고 소개했다. 해당 공모전의 주제에 대한 문제성과 함께 비상계엄 사태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랏고 모픽은 이를 인지, 해당 공모전을 중지하고 사과문까지 올린 것이다.
사물 시선으로 포착한 시간의 단면들, 윤대주 장편소설 ‘사물의 메시아’
사물 시선으로 포착한 시간의 단면들, 윤대주 장편소설 ‘사물의 메시아’
2024. 10. 19 02:07 생활
문학수첩 평범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돼 소소한 가족사를 경유하던 스토리가 인간과 사물의 시선이 여러 번 교차되며 스치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가는 독특한 소설이 출간이 됐다. 진중하고 간결한 문장과 독창적인 서술로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이덕화, 서유미)는 심사위원들 찬사를 받으며 문단에 데뷔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사물의 메시아’가 (지은이 윤대주 펴낸곳 문학수첩) 출간이 됐다. ‘자아를 지닌 사물들 세계’라는,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를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가족사로부터 출발한 서사를 문명과 종교, 사회와 역사 등 거대하고 폭넓은 담론으로 풀어낸다. 그의작품을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세계로 여길 수 있는 까닭은 그가 쓴 소설이 철저히 동시대적인 감각 속에서 호흡하며, 신선한 관점으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영역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고발의 태도를 취하지 않고 담담히 교감을 선택하고 그 뒷면에 인간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윤대주의 소설은 새로운 형식과 시각을 제시한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목재가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목재는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상태였고, 목재상은 그것을 두고 “집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목재는 그 말에 설득당한 남자에게 사들여져 낯선 집 기둥으로 만들어진다. 이전 기억을 잃은 목재, 그러니까 기둥은 새로 자리 잡은 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있었던 장소가 불타게 된 경위를 듣는다. 목재가 머물던 장소가 사라지던 날, 사물들은 한 인간을 위해 자신들이 오랜 세월 지켜 온 원칙을 깨고 의지를 지닌 채 행동했다. 그리고 그 집에 있던 겹겹이 쌓인 비밀들과 한데 묶인 채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의지를 지닌 사물’이라는 소재는 보통 인간의 대척점에 서서, 그들을 거부하고 자꾸만 바깥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출근을 거부하는 넥타이, 주인을 골탕 먹이는 토스트기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윤대주가 이야기 속에 그려낸 낸 사물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끊임없이 지워 내고, 언제까지나 수동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존재다. 그것들은 긴 시간 함구하고, 짓눌려 있으면서도 사람을 위해 사람 옆에 있어 왔다. 윤대주 작가 첫 장편소설 ‘사물의 메시아’는 사물들 시선으로 빚어낸 눈부신 시간의 단면들을 이어서 만든 신비로운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결과물을 빚어냈다.
[공식] “한강 소설에서 예명 따”…박혜원, ‘배성제의 텐’ 출연
[공식] “한강 소설에서 예명 따”…박혜원, ‘배성제의 텐’ 출연
2024. 10. 16 09:31 연예
배성재의 텐. ‘흰’으로 활동 중인 박혜원이 ‘배성재의 텐’에 출연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을 전한다. HYNN(박혜원)은 최근 진행된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 녹화 방송에 참여했다. 관련 영상이 지난 14일 SBS 라디오 공식 파트너 채널 ‘코빨간배춘기 [배성재의 텐]’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이날 DJ 배성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가요계에서 여러가지 화제를 낳고 있음을 언급하며 HYNN(박혜원)이 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당시 방송에 참여한 청취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한강 테마주를 섭외한 거냐” “저점 매수한 것 아니냐” 등 재미난 반응을 보이며 HYNN(박혜원)의 섭외를 크게 반겼고, 당사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배성재는 화제성을 노리고 섭외한 것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앞서 한강 작가에게 노벨상 수상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박혜원은 DJ의 요청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으며, 배성재는 “너무 멋진 작명”이라고 호응했다. 박혜원은 지난 13일 발매한 신곡 ‘오늘 노을이 예뻐서’를 부르며, 이 노래를 작곡한 박근태 프로듀서를 원망하게 된 사연도 밝혔다. ‘지옥의 발라드’라는 평가가 나온 이번 신곡의 녹음 당시를 떠올린 박혜원은 “작곡가님께서 ‘나를 썩 예뻐하지 않는구나’ ‘나를 걱정해주시지 않는구나’ ‘나를 아끼시나?’ 약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외에도 박혜원은 사연을 듣고 비매너인지 아닌지 의견을 밝히는 ‘비매너 참피언스리그’ 코너를 통해 물오른 입담을 뽐냈으며, 16일 밤 10시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 본방송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박혜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면서 소설 ‘흰’ 표지가 담긴 사진을 올렸다. 그는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만을 건낼게’라는 문장을 통해 한 개인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풍파나 상처가 있더라도 진심어린 순수한 마음을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주간경향(총 148 건 검색)

한강은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한강은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2024. 10. 21 06:00)
2024. 10. 21 06:00 문화/과학
문학 연구자들의 한강 관련 논문·평론 분석해 보니 지난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문구들이 부착돼 있다. 권도현 기자 100만 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월 10일 밤부터 10월 16일 오전까지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3개 온·프라인 서점에서 팔린 한강 작가의 책 부수다. 도서관에서, 집안 책장에서 그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속도와 강도로 한강의 작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소설을 읽은 후 반응이란 것에는 답이 없지만,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이해하려 애쓴 독자들이 있다.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무릇 읽는 사람의 몫이지만 우리는 책을 덮기 전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을 읽을 수도 있다. 작품을 조금 더 깊게, 혹은 다른 관점으로 사유하기 위해서 말이다. 문학 연구자들은 한강 작품에 내재한 ‘작가의 생각’을 어떻게 읽어냈을까. 그의 작품이 독자에게 무엇을 던지며, 한국문학사에선 어떻게 자리한다고 평가했을까. 국내 대표적 학술 콘텐츠 플랫폼 ‘DBpia(디비피아)’에서 ‘한강’과 ‘소설’이란 키워드를 넣어 검색했다. 논문·평론 등 177건이 나왔다.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어로 ‘여성’과 ‘식물’, ‘역사’ 등 3가지를 추가 키워드로 넣어 다시 검색했다. 이중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설 <채식주의자>(2007·창비), <소년이 온다>(2014·창비), <작별하지 않는다>(2021·문학동네) 등 세 작품을 중심으로 서술한 논문·평론을 다시 추려 살펴봤다. ■여성: 기존 질서·억압·폭력에 대한 ‘저항’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2004)와 ‘몽고반점’(2005), ‘나무 불꽃’(2005) 등 3편의 연작소설을 묶었다. 3개 소설은 ‘육식을 거부한 주인공 영혜가 끝내 나무 되기에 이르는 과정’을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를 각각 화자로 설정해 이야기한다.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작가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채식주의자>를 두고 ‘남성 중심 가부장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해석이 있다. ‘채식주의자’에서 “남편이 영혜를 묘사하는 방식은 작품 초반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남성 중심의 권력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양상”(윤하은,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폭력성의 이미지 연구, 숭실대학원 대학원 석사논문, 2023.12)을 보인다. 다만 윤하은은 작가의 의도를 ‘가부장제보다 더 넓은 범주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으로 읽는다. 한강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에서) 육식은 어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며 영혜는 채식을 통해 폭력성을 거부하고 결백하고자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렇게 추론한다. 한강 작가는 이 인터뷰(강계숙, 한강, ‘삶의 숨과 죽음의 숨 사이에서’, 문학과사회, 2010년 여름호)에서 ‘결백’의 의미와 관련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어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할 때, 주인공 영혜는 채식을 택함으로써 폭력성을 거부하고 결백하고자” 한다고, “폭력성은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있는 것이어서, 악몽에 시달리고, 먹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전적으로-인간 아닌 것으로-바꿔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말한 ‘폭력성’은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의 뺨을 때리면서 억지로 탕수육을 입에 밀어 넣는 아버지를 묘사한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를 꺼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영혜와 언니 인혜의 관계에 주목한 해설을 보자. 영혜의 삶은 인혜의 시점으로 재구성되며 영혜의 삶을 반추하며 인혜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인혜의 시점으로 쓰인 ‘나무 불꽃’을 보면 인혜의 말을 통해서 아버지의 폭력을 온전히 받아내야만 했던 영혜의 어린 날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또한 인혜는 죽어가는(나무가 되어가는) 영혜를 보며 사회가 정한 ‘맏딸, 아내,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자신이 ‘살아낸 적이 없고 견뎌왔음’을 자각한다. 학술저널 이화어문논집 제60집(2023.08)에 실린 ‘해체와 재생의 드라마 - 한강 소설의 여성성 -’(양현진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에서는 “한강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본 구조는 ‘한 여성이 또 다른 한 여성의 숨겨진 삶을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서술한다. 양현진은 “‘채식주의자’에서 식물이 될 수밖에 없는 동생 영혜를 통해 세상에 대한 거부와 좌절을 드러내며 문제를 제기했다면 ‘나무 불꽃’에서는 남겨진 언니 인혜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며 “‘나무 불꽃’에서 동생의 죽음을 딛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언니의 모습, 즉 두 자매의 관계성이 작품 주제를 구현하는 핵심 내용”이라고 했다. 양현진은 한강 작품에서 작중 여성인물들 관계의 매개항은 ‘파편화된 육체성’이라고 했다. 그는 “육체의 파편화는 ‘경험하는 주체’와 ‘경험되는 대상’의 경계를 허문다”며 “한강 소설의 여성 인물들은 이러한 자기(주체) 해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고 했다. 한강 작품 속 인물들은 두통, 절단, 골절, 화상 등 다양한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인선이 목공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절단된다. 손가락을 살리기 위해선 봉합수술 부위를 3분마다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 ‘고통’이 다른 주체와 연결되는 지점이 된다. 양현진은 한강 작가의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2013, 아시아)에서 항암치료를 받다 고통 속에서 죽은 언니의 장례식 날 화상을 입은 동생이 의도적으로 상처를 방치했다고 전한다. 이를 “‘통증’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언니가 겪었을 고통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해설한다. 양현진은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소년이 온다>로 여성성의 지평을 인간적 연대로 확장했다고 본다. 그는 “한강의 작품은 억압된 여성 자아가 육체성을 통해 구원의 계기를 포착하고 주체성을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서사화한다”면서 “이러한 관심은 역사적 폭력의 현장에서 유린되는 인간 존엄의 문제를, 생의 증거이자 저항의 의미로서의 육체적 고통의 의미와 연계하며, 주체와 타자가 연대하는 소통의 장을 형상화하는 국면으로 확장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주의 시각이 소외와 차별, 억압과 폭력의 면모를 지각하고 표명할 수 있는 매개항으로서, 성차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에 주목하는 연대와 제휴의 장치라고 할 때, 한강의 소설은 여성주의 시각이 문학에 기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성취를 보여준다”고 했다. ■식물: 인간성에 대한 질문 한강 작가의 작품에서 ‘여성’과 ‘식물’은 같은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장치다. 한강 작품들을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가 여럿 있다. 에코페미니즘이란 에코(eco)와 페미니즘(feminism)을 합친 개념으로, 자연과 여성이 똑같은 억압구조에 놓여 있다고 본다. “(<채식주의자>는)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의 대항 방법이 다분히 식물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은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볼 때 여성과 자연의 관계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강의 소설은 남성 중심적 세계를 벗어나 꿈과 나무 되기라는 비현실적인 영역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설정하여 타자화된 여성과 자연을 해방하고자 하는 시도”(김미연, <채식주의자>에 나타난 에코페미니즘 연구,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사논문, 2020.07)라는 해석 등이 그렇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의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내 여자의 열매’(1999)에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이 단편은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다. ‘식물적 주체성과 공동체적 상상력-<채식주의자>에서 <소년이 온다>까지, 한강 소설의 궤적과 의의’(신샛별 문학평론가, 창작과비평 제44권, 2016.06)란 제목의 문학비평에서는 “‘내 여자의 열매’에 기입돼 있는 식물성의 희구가 인간성에 내재한 동물성에 대한 폭로이자 저항”으로 평가돼왔으며 <채식주의자>가 일종의 반동물 소설로서 육식으로 상징되는 남성성 위주의 근대성에 대한 비판임을 상기한다. 한강의 소설에서 식물은 온갖 종류의 폭력을 감당해내고 마침내 다른 생으로의 길을 내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신샛별, 위의 글 <소년이 온다>는 작가의 그 이전 작품과 결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샛별은 두 작품이 “‘인간’과 ‘비(非)인간’ 혹은 ‘반(反)인간’의 경계를 흐리면서 인간이 얼마나 끔찍한 차별과 배제, 폭력과 학살 위에 제 입지를 다져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본다. 두 작품이 작가의 같은 주제의식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이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가장 관심을 받은 작품 중 하나다. 신샛별은 <채식주의자>에서 식물적 주체성의 핵심은 단지 채식(육식 거부)뿐만 아니라고 본다. “동물은 먹이가 될 다른 생명체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지만 식물은 제자리에 머무른다는 점”과 “동물의 성장이 일정 기간 이루어지고 끝나는 데 반해 식물의 성장은 지속적인 자기 갱신을 통해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가능하다는 점”에서 동물성과 식물성의 구도를 짚어낸다. 신샛별은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망각의 회복력에 의존하지 않고, 삶의 갱신을 요청받는 바로 그 순간 정직하게 멈춰선” 영혜를 통해 식물적 주체성을 읽어낸다. 신샛별은 “이런 관점에서 <소년이 온다>는 돌출적인 작품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로부터 10년 동안 숙성된, 그야말로 ‘식물형 소설’에 가깝지 않은가”라고 쓴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한 그루의 나무로 비유하면서 “어떤 근원적 폭력을 거대한 줄기로 이야기의 중심에 품고 있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7명의 주인공이 모두 ‘1980년 5월 광주’라는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며 “그날의 죽음과 분리되지 못한 채 우울증적 상태를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잡아먹는 망각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 책 <소년이 온다>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소년이 온다> 3장 ‘일곱개의 뺨’ 말미에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는 문장이 있다. 신샛별은 소년이 하려 했던 말과 그를 응시하는 눈을 두고 한강 작가의 관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쓴다. 신샛별은 “그(한강)에 따르면 80년 광주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권력욕에 미친 신군부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장소, 즉 민주화의 성지로만 기억돼서는 안 된다. 그때 그곳은 인간의 존엄이 심문받는 법정이었고, 인간성의 가능성이 그 바닥부터 임계까지 실험된 장소”였기에 작품이 던진 질문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소년이 온다> 95쪽)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 흐르지 않는 시간에 대해 ‘정지된 시간과 부서진 자의 파상력-한강의 <소년이 온다>(2014)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을 중심으로’(우미영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부교수, 서강인문논총 50집, 2017.12)이란 제목의 논문은 2010년대 전반기 한국문학계에 <소년이 온다>를 비롯한 5·18 광주와 관련된 일련의 소설이 발표됐으며 “이러한 작업의 추동력은 2009년 용산참사와 관련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의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서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 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고 썼다. 우미영은 “작가가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며 미래로 진행하는 그의 시간이 정지하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각성의 순간을 통해 한강은 새로운 서사적 상상력을 전개했다”고 평한다. <소년이 온다> 1장 ‘어린 새’에 등장하는 동호는 ‘너’라는 2인칭으로 호명되며 결국 죽임을 당한다. 2장 ‘검은 숨’의 정대는 죽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화자이다. ‘유령 인물’인 셈인데, 우미영은 이들이 “시간의 해방 공간에 존재”하면서 트라우마의 시간에 있다고 본다. 또 은숙, 선주, 진수 및 동호 어머니의 시간은 사후적 시간이지만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재구성된 ‘이후’의 시간이 아니”고 “되풀이되는 원의 시간”이라고 해설한다. 트라우마의 시간에서 현재와 과거는 없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다.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2024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는 수상 소식을 접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방금 작가 자신을 알게 된 이들에게 권하는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꼽았다. 한강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와 이어져 있다. 주인공 경하는 2014년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 <소년이 온다>가 나온 때이다. ‘호모 메모리스(Homo Memoris)와 ‘공정’의 글쓰기-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중심으로-’(김소륜 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대우교수, 이화어문논집 제59집, 2023.04) 논문은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과 제주에서 발생한 폭력의 주체를 겹쳐놓음으로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물지 않음을 가시화한다”고 쓴다. “국가에 의해 기획된 폭력, 지배계급의 논리에 의해 자행한 잔혹한 학살은 ‘정의’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또한 한반도 내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주인공 인선이 만든 단편 영화는 베트남에 사는 한국군 성폭력 생존자 인터뷰를 담고 있다. 한강의 소설을 통해 언급되는 ‘제주 4·3사건’에 관한 서사화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기억을 소환하고 그것을 ‘위무’(慰撫)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가치를 획득한다.- 김소륜, 위의 글 김소륜은 “한강은 소설을 통해 ‘기억’해야 할 타자만이 아니라 ‘기억을 위한 과정’에 대해서 서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설 전반부에 앵무새를 구하기 위해 인선의 집을 찾아가는 경하의 여정을 ‘제주에 관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의 은유라고 봤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제주 4·3사건에서 가족이 몰살당하는데, 오빠의 행적을 좇는 인물이다. 김소륜은 “정심이 단순한 학살의 피해자가 아닌, 해당 사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존재로 위치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심이 마주했던 학살의 기억, 그녀의 내부에서 결코 ‘흐르지 않던 시간’은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꺼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김소륜은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겪은 부당한 학살과 유족들의 고통만이 아니다. 그것을 기억해야 하는 남은 자의 ‘책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해당 사건에 관한 소설을 쓰는 행위, 나아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혐오로 얼룩진 역사를 마주하고, 아집으로 구축된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 공영 SVT 방송(10월 13일 보도)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역사(history)를 통해, 말(words)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그런 역사는)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정치판에 구현한 웹소설 서사와 밈, 2030 불러냈다
정치판에 구현한 웹소설 서사와 밈, 2030 불러냈다(2023. 12. 08 17:00)
2023. 12. 08 17:00 정치
이준석, 청년들 익숙한 ‘서브컬처’로 상호작용 ‘비단주머니’ ‘천아용인’ 등 정치 밈 세대교체 지난 5월 4일 전남 순천역 승강장에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서성일 선임기자 최근 정치에서 흥미로운 관찰 대상 중 하나는 청년정치인이다. 과거에 비해 꽤 역동적인 청년정치가 ‘국민의힘’에서 발현되고 있다. 확실히 정치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몰리는 건 기존에 없던 현상이다. 청년세대의 보수화, 86세대와 경쟁 회피, 국민의힘 내부 조직력 약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의 당대표 선출은 이 같은 흐름에서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사고를 확대해보자. 이준석은 과연 ‘청년정치인’일까? 이준석 본인도 청년정치라는 말을 부인한다. 다른 청년정치인이나 활동가, 평론가들도 이준석을 청년정치인으로 규정하길 꺼리는 듯하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인가 진보 쪽에서는 오랫동안 노동시장 진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진 현실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세대’이며, 이 문제를 정치나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흐름을 청년운동이라고 규정해왔다. 이준석은 이런 맥락의 청년운동 의제를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 화두로 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준석을 ‘청년정치인’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청년정치가 꼭 정체성 정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청년정치의 정의를 ‘청년세대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정치 형태’로 범위를 넓힌다면, 이준석은 분명 청년정치인이다. 정치인 이준석은 서브컬처 문화를 정치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기존의 정치권이나 정치평론에서 많이 놓치고 있는 대목이다. 나는 그의 말과 정치적 선택 그리고 그가 활약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이나 대선 등 특정 국면에서 형성된 정치적 역동성이 지금 20~30대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웹소설’의 스타일과 닿아 있다고 본다. 최근 웹소설은 젠더와 세대에 따라 양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중 남성들을 겨냥한 웹소설을 ‘남성향’이라고 부른다. 남성향 웹소설은 또 헌터물, 게임소설, 판타지, 이(異)세계, 대체역사 등 다양한 하위 장르로 나뉜다. 나는 이준석의 정치서사가 남성향 웹소설 중 ‘이세계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30대 남성들이 이준석에게 몰입되고 친밀함과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이세계물’이란 웹소설의 한 장르다. 주로 판타지 세계에 소환된 현대인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활약하는 모험담을 그린다. 이준석에게 주어진 강력한 무기는 ‘토론’이다. 그는 기성정치인들이 짜 놓은 판에 홀로 쳐들어가 각종 전투에서 ‘무쌍’(편집자 주: 원래는 둘도 없다는 뜻의 한자어 ‘무쌍(無雙)’에서 온 단어로, 혼자서도 일당백이 가능하다는 뜻의 게임용어)을 찍으며 주인공 서사를 쓰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화려한 토론기술을 선보이며 경쟁자 나경원을 ‘나락’으로 보내는 모습.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후, 정치적 모략에 빠져 몰락하고 권력을 상실하는 모습.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중모색하며, 권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등이 모두 웹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서사체험’에 가깝다. 이준석은 현실정치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석의 말을 대표하는 ‘비단주머니’의 밈은 <삼국지연의>에서 시작된 ‘금낭묘계(錦囊妙計)’다. 지금도 장르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클리셰다. 이처럼 서사의 힘은 강력하다. 대중은 이준석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전달한 비단주머니의 상세 전략까지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단주머니’ 자체는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이준석은 이런 ‘서사’의 작동 원리를 기민하게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지난 2월 6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과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김용태 후보, 그리고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기인 후보가 국회 앞 잔디밭에서 ‘윤핵관’ 퇴진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허은아·천하람·김용태 /박민규 선임기자 그를 지지하는 4명의 청년정치인을 상징화하는 방식, 즉 ‘천아용인’이란 용어도 흥미롭다. 천(天), 용(龍), 인(人)은 무협지에서 지겹도록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심지어 ‘천아용인’에서 가운데 글자인 ‘아’를 제외하면 일본의 인기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천룡인’이란 세계귀족집단의 호칭이 된다. 장르문화에서 익숙하게 마주하는 이런 단어들을 통해 천아용인은 자연스럽게 이준석을 호위하는 사천왕이나 던전 레이드가 떠날 때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파티’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한동훈은 20~30대 정치커뮤니티에서 “조선제일검”이라고 불린다. 한동훈은 그러나 자신에게 형성된 서브컬처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준석과는 다르다. 이준석의 이 같은 스타일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장악해온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20~30대 남성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김어준과 이준석, 인터넷 밈의 세대교체 이쯤에서 진보진영의 정치 밈(Meme)과 보수진영의 정치 밈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한국 정치의 핵심적인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후부터 진보진영은 인터넷 밈의 주도권을 잃어본 적이 없다. ‘누리꾼’이란 말은 오랫동안 보수진영에서 미지의 공포와 같은 것이었다. 대표주자는 김어준. 그는 “졸지 마 시바”라고 외치며, 팩트와 음모주장·유머를 적절히 섞은 독자적인 정치콘텐츠를 생산해왔다.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콘텐츠 생산자인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보수진영엔 ‘미지의 공포’가 현현한 ‘코즈믹 호러’의 괴수였다. 이제 청년 세대들은 ‘졸지 마 시바’라는 말보다 ‘비단주머니’나 ‘천아용인’과 같은 밈에 더 열광한다. 이준석은 그동안 김어준이 장악해온 ‘정치콘텐츠(밈)’의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김어준도 이젠 늙어간다. 최근 이준석의 인터뷰와 토론을 보면 자신의 고난을 담백하면서도 절절하게 고백하는 순간들이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경기도지사 패배의 책임을 추궁당한 순간을 회고할 때 깊은 울분 같은 게 느껴졌다. 이는 ‘고난서사’에 해당한다. 이준석이 ‘싸가지없음’의 정체성에 ‘고난서사’를 더한 셈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국면의 빌드업은 끝났다. 만약 총선에서 이준석이 살아남는다면 이야기는 최종국면인 대선으로 넘어간다. 이준석은 과연 ‘별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지금 그가 쓰고 있는 ‘고난서사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물론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 이준석이 써 내려갈 서사의 완성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무관하고, 오히려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 논의는 차후를 기약하자.
AI가 쓴 소설, 그럴듯한데?(2022. 12. 30 14:55)
2022. 12. 30 14:55 경제
ㆍ챗GPT·미드저니 직접 사용해보니 ㆍ몇초 만에 이야기·삽화 뽑아내지만 ㆍ단순하거나 서구 중심 편향 등 한계도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은 바로 그날 이후였다.” 한 사교육 업체가 “김영하 작가의 첫 문장을 이어 쓸 예비 작가를 찾습니다”라는 광고에서 제시한 문장이다. 오픈AI의 챗봇 ‘챗GPT’ 채팅창에 이 문장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입력했다. 이미지 생성 서비스의 하나인 ‘미드저니’에서 ‘기후변화’ ‘식량위기’ ‘지구’를 키워드로 넣어 만든 일러스트 / 미드저니 챗GPT는 먼저 도심 테러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마음에 들지 않아 채팅창 아래에 있는 ‘재생성’ 버튼을 눌렀다. 누를 때마다 핵 공격, 거대 운석의 지구충돌을 소재로 새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묘사만 있어 심심하니 대화를 넣어달라고 하자 대화도 만들어준다. 한국어로 물으면 답변이 느리고 짧아서 영문으로 물어본 후 구글 번역으로 번역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운석 충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아래처럼 완성됐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은 바로 그날 이후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수요일 오후였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쉬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피드를 넘기던 중 뉴스를 봤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단 몇시간 만에 충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즉시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어 그 소식을 들었는지 확인했다. “자네, 이거 봤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뭘 봤느냐고?” 마이크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소행성! 지구에 충돌할 거래!” 전화기의 다른 쪽 끝에서 긴 멈춤이 있었다. “그럴 리 없어.” 마이크가 마침내 말했다. “사실일 리 없어.” “진짜야.”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말했다. “방금 속보로 봤어. 뭔가를 해야 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마이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소행성이 이미 여기로 오고 있다는데, 우리가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깊은숨을 쉬었다.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지하 어딘가로.” “어디로 갈까.” 마이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절망감이 나를 덮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우리가 알아내야 해. 그래야만 해.” 대화를 마친 우리는 세상의 종말을 이겨낼 수 있는 곳을 필사적으로 찾아 나섰다. 이야기도 척척 기후위기 속에서 한 가족의 생존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하니 아래처럼 만들어준다. 태양은 메마른 땅에 무자비하게 내리쬐며, 갈라지고 갈라질 때까지 땅을 굽고 있었다. 존은 걱정 가득한 무거운 마음으로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구가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나빠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떡할 건데, 존?” 메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더는 여기에 머물 수 없어. 농작물은 사라졌고, 식량은 거의 떨어졌어.” 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 메리.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한 지역사회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늘은 흐릿한 주황색이었고, 땅을 휩쓸었던 수많은 산불이 만든 연기로 가득했다. 농작물이 시들고 죽어 사람들은 굶주리고 절망에 빠졌다. 메리는 어린 두 아들을 먹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한 음식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어느 날 불타버린 식료품점 폐허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을 때였다. 존은 자신을 부르는 희미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무너진 건물 그늘에 함께 모여 있는 작은 무리의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그 소리를 따라갔다. “존, 당신이에요?” 누군가 외쳤다. 존은 그림자 속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고, 친절하고 현명한 눈을 가진 노파를 보았다. “네. 제가 존이에요.” 그가 말했다. “전 사라예요.”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곤경에 처했다고 들었습니다.” 존은 의심했다. “무슨 뜻이에요?” 사라는 존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전 당신과 당신 가족이 피난처와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함께 뭉친 생존자들의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구성원을 찾고 있죠. 당신의 가족은 큰 보탬이 될 거예요.” 존은 주저했지만 메리는 그에게 기회를 잡으라고 격려했다. 그들은 몇 가지 소지품을 챙겨 사라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출발했다. 그 여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결국 그들은 공동체에 도착했다. 큰 도시의 폐허 속에 세워진 작고 자급 자족적인 마을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존의 가족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곧 일자리와 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존과 메리는 새로운 기술을 배웠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이바지했다. 그들은 행성의 남은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두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쳤다. “우리 참 먼 길을 왔어, 메리.” 어느 날 존은 안뜰에서 아들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이런 곳을 찾게 될 줄은 몰랐어.” “알아.” 메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린 해냈어. 기후 변화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지. 이제 우리 아들들을 위해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 기회가 생긴 거야.” 삽화도 척척 이야기를 모험물로 바꾸고 싶었다. 식량위기로 국가 간 전쟁이 터지고, 사회가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반영해 새로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새로운 설정대로 이야기를 다시 썼다. 존의 가족이 갈라진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나머지 내용은 비슷한데 이런 내용이 추가됐다. 그들은 여행하면서 작은 공동체를 공포에 떨게 하는 침입자 무리를 만났다. 존과 메리는 도움을 주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수적으로나 화력에서 열세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침입자들이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기를 거부했다. 의지할 것은 결단력과 용기뿐이었다. 존과 메리는 공동체를 이끌고 침입자를 상대로 대담한 공격을 감행했다. 치열한 전투였지만 결국 그들은 승리했다. 다른 커뮤니티는 존과 메리의 용기에 영감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대의에 동참했다. 그들은 함께 일하면 가장 강력한 장애물도 극복하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번 실험한 결과 A4 한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 긴 이야기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SF영화나 종말론적 소설에서 흔히 본 듯한 서사구조가 두드러진다는 특징도 잡아낼 수 있었다. 몇초 만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경이롭지만, 인간이 쓴 소설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복잡하고, 기존에 본 적 없는 창의적인 서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야기에 맞는 삽화를 만드는 건 역시 인공지능이 잘한다. 키워드나 문장을 제시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합성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하니 그럴싸한 삽화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한계는 보인다. 따로 인종이나 지역을 설정하지 않는 한 대체로 백인에 가까운 인물이 나온다. 챗GPT가 만든 소설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서구식 이름을 달고 있는 등장인물이 많았다. 박성규 강원대 AI융합학과 교수는 “학습데이터 자체에 편향성이 있거나, 데이터 자체는 편향성이 없지만, 모델 자체에서 의도치 않게 특정 피처(데이터)에만 가중치를 주면서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개선과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박주연의 메타뷰](24)“소설·뮤지컬을 변호사가? 선거 등 다양한 경험 덕”(2022. 11. 04 11:16)
2022. 11. 04 11:16 문화/과학
ㆍ법·정치·문화예술 넘나드는 조광희 변호사 백색의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그는 작은 여성용 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휴대전화 등 간단한 소지품을 넣고 다니기 편해 든다고 했다. 흔히 연상되는 중후한 중년의 남성 변호사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겉멋’보다 ‘실용’을 우선하는 이라고 생각했다. 조광희 변호사(56) 얘기다. 사진/이준헌 기자 그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2018년 여러 매체에 써온 글을 엮은 산문집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과 추리소설 <리셋>을 잇따라 펴냈고, 지난해에는 SF소설 <인간의 법정>을 출간했다. 100년 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치열한 법정공방을 통해 던지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그가 직접 각색한 뮤지컬 <인간의 법정>이 서울 대학로 무대(12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 올랐다. 그의 이력은 꽤 다채롭다. 2000년대 중후반 ‘영화사 봄’ 대표로서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등을 제작했다. 2006년 서울시장선거에서 강금실 후보를, 2013년 재보궐선거와 2012년·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정치 경험도 했다. 차가운 법과 뜨거운 정치 그리고 따뜻한 문화예술 사이를 보폭 넓게 오간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11월 1일 오후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의 법정>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2018년 첫 번째 소설 <리셋>을 출간하고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기자가 차기작을 물을 것이라는 지인의 사전 귀띔에 사실은 좀 급조했어요(웃음). 미래의 법정 드라마라면 유니크한 데다 내가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살해하고 재판을 받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막상 쓰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작업할 때 전체 줄거리를 먼저 쓴 다음 그것을 각 챕터로 나눈 후 한 챕터씩 써내려가거든요. 그런데 전체 줄거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완성했나요. “2년여쯤 묻어뒀어요. 그러다 재작년 가을 무렵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전체 줄거리를 작성했어요. A4용지 20매 분량으로 완성해 지인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힘을 얻어 쓰기 시작해 작년 4월 책을 출간한 거예요.” 소설은 2112년, 뮤지컬은 2084년의 미래사회가 배경이다. 인간의 DNA를 바탕으로 주인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를 사고파는 게 일반화된 시대다. 안드로이드에게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의식생성기를 장착하면 감각을 느끼고 생각도 할 수 있다. 작품은 의식생성기를 장착한 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안드로이드 ‘아오’가 의도치 않게 주인을 살해한 후의 법정 다툼이 주내용이다. 의식을 가진 로봇이 인간처럼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일원으로서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가를 두고 ‘아오’를 대리하는 변호사 ‘윤표’와 경찰청 소속 변호사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다. -이 작품을 접하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 영화 <A.I>를 떠올린 이도 있을 것 같아요. 필요에 따라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이용하고 폐기하는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차별당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인간의 법정> 집필에 참고한 작품이 있습니까. 첫 소설 인터뷰 때 급조했던 법정 선 안드로이드 얘기 뮤지컬로 각색해 대학로에서 공연 중 “과거 <A.I>,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영화를 두루 봤지만, 특별히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집필이 끝난 후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스토리가 뛰어난 게임, 드라마 등 관련 콘텐츠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차라리 안 찾아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먼저 봤다면 제 상상이 제약됐을 거예요.” -인간의 노예와 다름없는 안드로이드들이 자유 의지를 갖게 되면서 도주한 동물들과 연대해 ‘포스트휴먼 해방전선’을 결성해 인간에게 대항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더군요. “인간 내의 소수자들은 투쟁을 통해 보편적 권리를 취득해가는 과정에 있어요. 저는 그것이 거의 마무리되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간에 계급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의 발전 법칙에서 봤을 때 시혜를 통한 문제해결은 거의 없어요. 그러면 그런 존재들이 인간보다 우월한 어떤 능력을 바탕으로 해방운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한 거예요.”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채식주의자인가요. “(웃음을 터뜨리며) 그래서 제가 일관성이 없어요. 젊었을 때 채식을 시도해본 적은 있는데 철저히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조금 죄의식을 느끼면서 육식도 해요. 하지만 방향은 그리(채식)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체육도 점점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솔출판사 -뮤지컬 판권은 장소영 음악감독이 사서 직접 제작했는데, 영상화 판권도 이미 팔렸다고요. “<버닝> 등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많이 제작한 나우필름과 <부산행>, <반도>를 제작한 레드피터가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공동구매했어요. 현재 각본 작업 중인 것으로 알아요. 소설은 베트남, 태국, 독일에 판권이 팔렸고요.” 그는 1966년생이다.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 인근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생계를 위해 경북 영천에서 상경한 그의 부모는 빈손으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철거민이 되어 신림동에 머물다가 이곳으로 떠밀려왔다. 무허가집 방 한 칸에서 다섯식구가 살았다. 아버지는 작은 세탁소를 운영했다. 그는 “연탄가스를 마신 나를 누군가 등에 업고 새벽길을 내달린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가족은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사했다. 당시만 해도 인근에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가난한 동네였다. 아버지는 쌀가게를 열었다. 초등학생인 그에게는 외상 장부를 정리하고 곡물 가격을 적는 일을 시켰다. 체구가 유난히 작았지만 일손이 달리면 배달도 했다. 그는 새벽에 친구와 함께 빈 병을 주워 용돈을 벌기도 했다. 소수자들의 권리 위한 투쟁처럼 인간 아닌 존재의 해방운동 상상 영화와 드라마로도 판권 팔려 -초등학생 아들에게 외상 장부를 맡긴 것을 보면 꽤 똑똑했나 봅니다. “조금은 명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버지가 호적상 만 4세, 실제 나이로는 만 5세 때 학교에 입학시켰어요. 호적 나이가 실제와 다른 이유는 1년 늦게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가난 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했어요. 그로 인한 한(恨) 때문인지 교육열이 대단하셨죠. 아들을 변두리 학교에 안 보내겠다며 위장전입까지 해서 서대문구 연세로에 있는 서울창서초등학교에 다니게 했어요. 상암동에 버스가 없어 혼자 북가좌동까지 30분간 걸어 나와 142번 버스를 탔어요. 등교시간만 1시간씩 걸렸죠. 중학교도 이대부속을 다녔고요.” -어린이 혼자 그 먼 거리를 통학했다고요. “형과 같이 다니기도 했지만 혼자서도 많이 다녔어요. 지금이라면 아동학대로 신고 들어갈 일이죠(웃음).” -어려서부터 작문이나 문학에 재능이 있었습니까.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한 책값은 아끼지 않았어요. 당시엔 가정집을 상대로 책을 팔러 다니는 출판사 영업사원들이 있었어요. 그들로부터 사들인 문학전집과 위인전이 집에 많았고,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영화도 많이 봤어요. 저희 쌀가게가 개봉 영화 포스터 붙이는 지정 장소였거든요. 그 대가로 영화초대권을 줬어요. 상암동에는 극장도 없어서 모래내 은좌극장까지 가서 봤어요. 그리고 문학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시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예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국어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시 외우기를 독려하고 낭송하게 했어요. 시 장부도 작성하게 했고요. 강박적으로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언어의 뉘앙스와 리듬을 배운 것 같아요.” -문학을 꿈꿨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문예반 활동도 안 했어요. 대학 때 습작을 한 적은 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중·고 시절 내내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아유, 아닙니다. 고교는 경성고를 다녔는데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2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디스코텍, 술집을 돌아다녔어요.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제일 먼저 영화관에 달려갔고요. 술 먹고 사고친 친구가 조광희도 디스코텍 다닌다고 선생님께 일러바쳐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어요(웃음).” 인권변호사 목표로 법조인 되고 영진법 제정 참여로 영화계와 인연 영화사 대표 거쳐 관련 소송 단골 1984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뒤늦게 뛰어든 건축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집안 살림이 활짝 폈다. 그는 1990년 삼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입소를 연기하고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녔다. 진보적 법률학술단체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활동을 하고 이적단체로 판결난 ‘노동자대학’에서 노동법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연수원 졸업 후 1994년 법무법인 ‘화우’의 전신으로 미국식 로펌 시스템을 도입한 ‘우방종합법무법인’에 취직했다. 하지만 그는 주로 대기업을 자문하는 업무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결국 1년 만에 퇴사하고 1995년 서초동에 개업했다. 이때부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가입해 활동했다.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으로 재판받은 이들을 지원했다. 1997년 백승헌, 송두환, 차병직, 정연순 변호사 등과 법무법인 ‘한결’을 설립했다. 뮤지컬 /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호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기는 전두환 집권기였어요. 정권에 맞선 민주화 시위가 빈번했죠. 하지만 2학년 때까지 저는 용기가 없어 심정적으로만 동조했어요. 그런 어느 날 사범대에 다니던 저와 같은 중학교 출신 선배 한 분이 갑자기 공장으로 들어간다는 거예요. 공부해서 사회에 기여하면 되지, 왜 저런 방식이어야 할까 이해가 안 됐어요. 이유를 꼭 알아야겠다 싶어서 사회과학서적을 보기 시작했어요. 석 달 만에 의식화가 되더라고요. 법률가가 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요. “국가보안법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구속되는 등 법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법을 전공하는 게 의미 없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사법시험을 안 보겠다고 선언했는데, 동의하지 않으셨어요. 저항의 표현으로 3학년 2학기 때 휴학했어요. 아르바이트와 독서, 시·소설 습작을 하며 1년을 보냈어요. 그러다 판·검사 말고 인권변호사가 되겠다고 타협한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판·검사를 안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당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일부 판·검사들의 행태 때문이겠군요. “당시 시국 사건에서 정치적 판단을 해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숱하게 있었으니까요.”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가 된 건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사법연수원 시절 몇몇 동기와 주동해 영화동아리를 결성했어요. 그러다 1996년 영화진흥법 제정 작업에 합류하면서 영화인들과 교류하게 됐죠. 1990년대는 사전검열이나 스크린쿼터 폐지 문제 등이 크게 불거졌을 때니까요. 1999년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가 해임된 감독을 법률대리해 제작사를 상대로 영화 제작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승소했어요. 그러면서 영화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죠(웃음). 이후 많은 영화사가 제게 법률자문을 구했어요.” 조광희 변호사는 “공장으로 간 학교 선배의 결단을 이해할 수 없어 법대 3학년 때 사회과학서적을 보기 시작했고 법률가가 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갈등 끝에 타협안으로 판·검사가 아닌 인권변호사가 되기로 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11월 1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 이준헌 기자 그는 2001년 영화진흥법상 등급보류분류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냈다. 또 <하얀방>, <범죄의 재구성> 등 상영중지 가처분 사건과 저작권 관련 소송을 도맡았다.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계는 모든 계약서가 달랑 한장짜리에 불과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쓰는 계약서들을 참고해 한국식 계약서 형식을 만들었다. 2003년 종류별 계약서 샘플을 담은 책 <영화인을 위한 법률 가이드>도 펴냈다. 당시 한국영화 크레딧에는 ‘법률자문 조광희’가 단골로 적혔다. 2004년 안식년을 맞아 1년간 뉴욕에서 체류하고 돌아온 그는 2006년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같은해 6월에는 ‘영화사 봄’에 3년 계약으로 제작관리본부장으로 영입돼 이듬해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강금실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비서실장은 어쩌다 한 겁니까. “민변 후배이고 도울 사람이 필요한 상황인데, 마침 저는 변호사를 휴직하고 ‘영화사 봄’으로 이직하는 상황이라 그사이에 합류해 뛰게 됐어요.” 대선 등 네 차례의 선거캠프 참여 낙심한 마음 안정 위해 소설 집필 새 작품에도 선거 속 인물 그릴 것 -2012년 18대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의 비서실장이었지요.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 경선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고요.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까. “2012년 송호창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주선으로 안 후보를 만났어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돕기로 했어요. 그러다 서로 간 신뢰가 생겨 그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된 2014년 재보궐선거와 2017년 대선도 도운 거예요. 정치와 선거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이후 인간적 관계는 유지하되 정치적 관여는 안 하고 있어요. 저는 안철수 의원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시장선거와 대선에서 지지한 후보가 연거푸 낙선해 상심이 컸겠군요. “실은 2017년 대선에서 진 슬픔 때문에 소설을 쓴 겁니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은 쓸쓸해서 그동안 썼던 칼럼을 모아 책을 내야 하나 살피다 몇년 전에 써놓은 <리셋> 스토리를 다시 읽게 된 거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집필에 매진했어요.”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전임 시장과 유력 정치인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조사 과정에서 권력과 금력의 추악한 거래를 발견하면서 오히려 피의자로 몰린다. 그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스릴 있게 그렸다. 2018년 펴낸 추리소설 과 산문집 / 솔출판사 -네 차례 큰 선거를 치르면서 겪은 일들이 집필에 큰 도움이 됐겠어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선거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들끓는 시공간이에요. 특히 전국적인 선거인 경우에는 언론보도 하나하나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굉장히 드라마틱한 경험을 하게 되죠.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게 되고요. 거기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아요.” -<리셋>도 판권이 팔렸습니까. “가까운 영화 제작자가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계약 없이 허락했는데, 그분이 시나리오 단계에서 멈췄어요. 그래서 <리셋>의 모든 판권은 저에게 있어요.” -영화사에서 보낸 3년은 어땠습니까. “문화예술이나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어 영화사 봄 설립자인 오정환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데, 성과가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영업이 더 안 되는 악순환이 오고…. 그래서 2009년 변호사 업무를 다시 시작한 거예요(웃음).” 조 변호사는 2009년부터 강금실 전 장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에 소속돼 있다. 여전히 조 변호사가 맡는 사건의 70~80%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문화예술 분야다.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상대로 저작인격권 소송을 제기한 드라마 <안나>의 각본·연출자 이주영 감독을 법률대리하고 있다. 이 감독은 쿠팡 측이 감독의 허락 없이 8부작 드라마 <안나>를 6부작으로 일방적으로 재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바쁜 와중에 주로 언제 글을 구상하고 쓰나요. “글은 평일 저녁에 한두 번, 주말에 한나절 정도 써요. 집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주로 쓰죠. 구상과 메모는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해요. 집이 있는 용산구 삼각지에서 사무실이 있는 서초구 뱅뱅사거리까지 버스를 이용하는데, 50분 정도 소요되거든요. 또 저는 매 주말 남산 트레킹을 해요. 마을버스를 타고 후암동에서 내려 하얏트호텔까지 걷죠. 그때 남산도서관에 들러 필요한 책을 읽거나 온라인으로 택배대출한 책을 반납하는 것도 일상이 됐어요.” -지금 쓰고 있거나 기획한 새 작품이 있습니까. “두 편이 있는데, 하나는 콘셉트가 강해 보안을 유지해야 할 것 같고요. 다른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의 이야기예요. 정치 등 우리 사회에 상당히 깊고 넓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도시의 은자(隱者)로 살아가는 인물이죠. 제가 선거를 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본 직종이에요.” -앞으로 인생의 그림은 어떤 건가요. “저는 변호사 업무를 생업이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일들을 계속해나갈 거예요. 또 시간을 잘 할애해 소설과 각본을 쓰는 일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2018년 후배 둘과 함께 영화제작사 파이엔터테인먼트를 차렸으니 여기서 제가 쓴 작품으로 영화도 제작해야겠죠(웃음).”
박주연의 메타뷰

레이디경향(총 87 건 검색)

당신도 ‘웹소설’을 쓰고 싶나요?…스토리피아 랩 인터뷰①
당신도 ‘웹소설’을 쓰고 싶나요?…스토리피아 랩 인터뷰①
2024. 10. 30 14:37 문화/생활
나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이들을 만났다. 웹소설 시장으로 모두가 작가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픽셀즈 드라마로도 제작된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의 산경 작가도 대기업 무역 업무 담당자로 일하다 늦은 나이에 웹소설 작가로 등단한 경우다.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월 매출 1억원 그리고 편당 유료 조회 수 3만 뷰를 돌파하며 한국 웹소설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글쓰기에 연륜과 경험은 강력한 자산이 된다. 늦은 나이란 없다. 경력단절여성, 투잡러… 나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뉴미디어 신기술 스토리피아 랩 창작자들이다. 1975년생 정재휘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오랜 기간 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드라마 작가로 전향했다. 드라마 공모전에 몇 차례 수상한 이후 정식 계약으로 이어졌고 드라마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에서 드라마, 웹소설 작가로 활동 중인 정재휘 작가, 그는 “글쓰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그저 나만의 타이밍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스토리피아 제공 그는 <정장표씨 대리인> <와일드 카드> <나의 주인님> <소금별> <크로스로드> <하드캐리 박동팔>까지 6편을 출간한 웹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작업한 시나리오 습작 작품을 스토리피아를 통해 소설로 바꾸어 완성했다. 웹소설 창작에 대해 그는 자신의 창작물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지 않고 정식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었다. 그는 ‘늦고 빠르고는 없다 타이밍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가 2022년도 모 방송국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어요. 당선자들을 만나는 자리에 갔더니 저만 전업작가고 다들 투잡러시더라구요. 경찰, 변호사, 기자… 그만큼 드라마나 웹소설 작가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는 특히 웹소설 쪽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사례처럼 소재만 독특하다면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용기를 갖고 문을 두드리세요. 과거에는 인맥이 작가 등단의 유일한 통로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공모전이 있습니다. 기존의 직업을 놓지 마시고 3~5년간 묵묵히 글을 써보고 공모전에 도전해보세요. 그래도 상을 받지 못했다면 취미로 남겨두면 되죠.” IT 개발자 출신으로 직장 생활 5년 후 서른 즈음 글쓰기를 시작한 장희재 작가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겁먹지 말고 일단 ‘쓰라’고 조언한다. 스토리피아 제공 장희재(가명) 작가는 IT 개발자 출신이다. 5년 간 직장 생활을 한 후 서른이 다 되어서 ‘자아 탐색’을 시작했고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에 돌입했다. 그는 드라마 교육원 출신으로 보조작가 생활을 하다 결혼을 계기로 최근 웹소설과 웹툰 스토리 작가로 거듭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웹소설 작가로서의 성과는 화려하다. 2권의 소설을 출간했고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소설 전자책도 나올 예정이다. 그는 웹소설 작가의 가장 큰 역량을 ‘엉덩이의 힘’이라고 말한다. “웹소설의 양은 방대해요. 판타지 로맨스에 비해 현대 로맨스 장르의 분량이 더 짧긴 하지만, 웹소설은 30만 자는 기본으로 나와야 해요. 엉덩이의 힘, 성실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 웹소설은 빠르게 성장한 만큼 트렌드도 빠르게 달라져요. 그 흐름을 분석하며 다른 작품도 봐주는 것이 좋아요.” 장 작가는 웹소설을 쓰고 싶다면 ‘일단 써보는 게 답’이라고 말한다. “사실 글을 쓰라고 하면 겁이 먼저 나잖아요. 뭔가 완벽하게 쓰겠다고 시작하면 자기가 그것이 매몰되어 쉽게 포기하고 말아요. 한 문장 한 문장 그냥 좀 부족해 보여도 쓰세요. 10회까지 완성하면 내가 부족한 것이 ‘인풋’인지, ‘레퍼런스’인지 ‘어휘력’인지 ‘심리 묘사’인지 알게되거든요. 부딪혀가며 써보는 것이 바로 웹소설 장르입니다.” 장 작가가 꼽는 웹소설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리듬감이다. 스크롤하며 보는 글이라 호흡이 빠르고 간결한 문장 구사가 중요하다. 그 리듬을 체득하는 방법은? ‘다독’ 그리고 ‘다작’이다. 지름길은 없다. “드라마는 쓸 기회조차 얻기 힘들고 운이 필요한 장르지만, 웹소설이나 장르 소설은 나 혼자 쓰면 돼요. 망해도 나만 망하는 것이고(웃음) 망했다고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겁낼 필요가 없어요.” 나이 서른에 작가가 된 그는 40대에는 글을 이용한 사업을 꿈꾸고 있다. 글을 통해 인생을 바꿨고 또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시나리오를 웹소설로 바꾸는 시간? ‘AI로 12분’
시나리오를 웹소설로 바꾸는 시간? ‘AI로 12분’
2024. 10. 23 16:21 문화/생활
AI로 12분 만에 드라마와 영화 대본→소설로 생성 초기 대본 상태에서 흥행까지 예측 뉴미디어 신기술 콘텐츠 랩 우수작 인터뷰 현장. 스토리피아 랩 제공 생성형 AI의 기술이 콘텐츠 업계 판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콘텐츠 전문 딥러닝 된 AI는 초기 단계의 대본만 입력하면 흥행을 예측하고, 대본을 소설로 장르까지 바꿔버린다. 단 12분 만에 말이다. AI, 콘텐츠 시장가 만나다 2020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온 콘텐츠 기업 ㈜메타유니버스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스토리피아’를 오픈했다. 자체 보유 기술로 초기 대본 상태에서 흥행을 예측하며 자사 IP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작가가 저작권을 가진 대본을 소설로 생성, 2차 저작물로 출판할 수 있는 ‘웹소설’ 기능도 탑재했다. 60분짜리 대본이 소설이 되는데 12분 정도가 걸리며, 웹소설 기능은 자체 보유 기술과 GPT-4o 및 Claude3.5를 사용한다. 작가들의 기획력과 창작력에 인공지능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여 더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스토리피아’를 기획·개발한 변문경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기업의 미래가치는 ‘재미있는 콘텐츠 기획’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유니크한 아이템에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콘텐츠만이 메가히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선 영상화 전 초기 대본 상태에서 ‘재미’있는 스토리인지, 잘 구성되어 흥행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흥행 예측이 중요합니다.” 스토리피아 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키워드는 바로 ‘재미’다.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콘텐츠 소비자가 ‘재미’있을 이야기여야 한다는 철학으로 기획, 개발하고 있다. 드라마 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는 언젠가 제작의 기회가 온다며, 스토리피아 랩은 전문직들의 경험을 특화한 드라마를 기획 개발하고 있다. 특히 메디컬, 전통과학, SF, 사이버범죄, 교육 비리 등의 특화된 소재를 발굴하여 독창적인 기획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스토리피아 랩 제공 기획과 스토리만 있어도 ‘당신도 인기 작가’ 콘텐츠 시장 위축은 드라마, 영화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경기에도 기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스토리피아 랩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작가에게 원천스토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트북 안에 잠자는 대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저작권도 지키는 방법은 원천스토리로 출판하는 것. 최근 MBC에서 방송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소설 원작이며,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다. tvN <정년이> 역시 유명 웹툰 원작을 토대로 제작됐으며, 웹소설 <재혼황후>는 웹툰 제작 이후 드라마화를 위한 캐스팅에 돌입했다. 탄탄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보다 많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토리피아 랩에서는 2024년 뉴미디어 콘텐츠 랩 사업의 일환으로 정재휘 작가의 영화 <소금별> 대본을 소설화했고, <크로스로드>, <하드캐리 박동팔>, <나의 주인님>, <정장표씨 대리인>, 윤수경 작가의 <큐피드소녀> 등 6편의 원천스토리를 선 출간했다. 전문가들은 쇼츠 영상까지 생성하는 플랫폼이 개발되면서, 영상 제작 속도가 가속화 되면 ‘재미’있는 원천스토리를 시장에서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당신의 노트북에서 잠자고 있는 스토리나 대본이 있다면 출판을 통해 나만의 IP를 갖고 세상과 소통해보는 건 어떨까? 인공지능 기능이 당신의 미래 가치 만들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웹소설 쓰다 막힌다고요? 생성형 AI에게 물어보세요
소설 쓰다 막힌다고요? 생성형 AI에게 물어보세요
2023. 11. 21 09:58 문화/생활
스토리피아 제공 2023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Chat GPT. 사용자의 질문에 검색 기반의 답을 주는 것 이외에도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다는데? 생성형 인공지능 보조작가 플랫폼 스토리피아에 주목해보자. 스토리피아가 웹소설 생성기능을 추가하며 2024년 공식 론칭한다. 2022년 개발 후 2023년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스토리피아’는 창작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동의 강도를 낮추어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보조작가 플랫폼 스토리피아 매커니즘. 기존 ‘스토리피아’는 드라마 대본, 영화 대본, 영상 스토리보드 제작을 위해 등장인물, 장소 등 기초통계, 흥행 예측, 에피소드 발굴, 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써볼 수 있었다. 공식 출시 전 추가되는 핵심 기능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소설 출판 기능이다. 자신이 쓴 대본을 입력하면 웹소설로 초안을 생성해주는 기술이다. 스토리피아는 작가가 기획한 서비스로 창작 과정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기획 개발해왔다. 최근 드라마 영화 제작의 위축 때문에 웹소설, 웹툰과 같은 원천스토리 창작으로 전향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작법이 달라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스토리피아는 이들의 문제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방안을 연구하여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영화, 드라마, 웹툰 대본이 있는 창작자들이 웹소설로 출판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 OSMU 원소스멀티유스로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또한 자신이 가진 대본을 토대로 웹소설을 생성한 경우 웹소설의 저작권도 본인에게 있다는 법률검토 의견도 함께 공개했다. 스토리피아 제공 ·드라마 기획서와 대본이 노트북에서 잠자고 있다. 누군가 도와준다면 문피아나 네이버에 웹소설로 출판해서 원천스토리로 보유하고 싶다면? ·요즘 원천스토리 없이는 제작투자가 쉽지 않더라. 영화 대본을 중편 소설로 출판하여 원천스토리로 보유하고 싶다면? ·보유한 웹툰 대본을 웹소설화 해줄 수 있는 각색 작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OSMU One source multi-use하여 세계관을 확장하고 싶다면? ·웹소설 쓰다 막힐 때 어울리는 중간 장면(신), 중간 스토리를 추천받고 싶다면? ·내 대본을 어딘가에 공개해서 독자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집단창작이 수월한 창작자용 웹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토리피아에서는 공식 출시에 앞서 2023년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12월 초부터 펀딩 참여자들과 스토리피아 3.0버전에 대한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후 2024년 1월 1일 공식 오픈한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2월 초부터 스토리피아 3.0을 한 달 먼저 체험할 기회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에 장편 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발간
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에 장편 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발간
2023. 04. 13 11:37 문화/생활
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에 장편 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 발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13일 일본에서 출간했다. 신간 소설은 무라카미 작가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한 중편과 동명의 소설이다. 그간 책으로 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는 ‘환상의 소설’로 불리던 작품이라 이번 출간이 큰 이목을 끌고 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장편 소설을 발간했다. FNN프라임 캡처 무라카미 작가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안에 있는 사춘기 같은 것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신작 소설을 발표한 계기를 전했다. 신작 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는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에 있다고 말하는 소녀를 생각하고 있던 ‘나’의 10대 추억 그린다. 또 소녀가 사라져 상실감을 안은 채 중년이 된 ‘나’가 소녀가 이야기하던 이상한 거리로 파고드는 이야기가 병행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의식 흐름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필체가 고스란히 집약된 소설로 예측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13일 0시에 신주쿠 기노쿠니아 서점에 몰려든 무라카피 하루키의 팬들. FNN프라임 캡처 FNN프라임 보도에 따르면 도쿄 신주쿠구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 측은 13일 자정을 기점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판매를 시작했다. 6년 만의 신작 소식에 약 70명의 팬은 카운트다운 이벤트를 하며 출간을 기념했다. 한 남성 팬은 “앞으로 무라카미 씨의 장편을 몇 편이나 읽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소중히 읽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무라카미 작가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로 “시작과 끝에서 주인공이 어떤 의미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저 자신도 소설을 쓸 때마다 뭔가를 배워 한 단계 올라갔으면 좋겠다”라는 출간 소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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