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074 건 검색)
- 설날 강남 ‘죽음의 사거리’서 잠든 배달라이더를 아시나요···그 곁에 시민들이 섰다
- 2025. 02. 06 17:15사회
- ... 오토바이였다. 유씨는 이 사거리를 지나다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출근길 시민들은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며 유씨의 오토바이를 지나쳤다. 오토바이 위에는 노란색 ‘자진 이동...
- 낮은 곳에서 더 위험한 한파···‘거리의 시민들’ 지키려 나선 사람들
- 2025. 02. 05 14:47사회
- 서울·수도권 곳곳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5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노숙인 텐트촌에서 서울특별시립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 이형운 팀장이 노숙인들에게 방한용품과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 극우정당 손잡은 기민련…독일 시민들 “선 넘었다”
- 2025. 02. 02 20:34국제
- ... 대표 타격 숄츠 총리 “사민당은 다를 것”…메르켈도 비판 성명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독일 시민들이 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인근 노이이젠부르크에서 열린 집회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 [현장]거리와 시장, 편의점과 경비초소에서···구슬땀으로 설 연휴 채운 시민들
- 2025. 01. 30 17:21사회
-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상 장순자씨(67·왼쪽)와 김복임씨(92)가 매대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씨는 연휴 없이 출근한 주변 상인들에게 믹스 커피를 직접 타 나누며...
- 새해신년연휴
스포츠경향(총 246 건 검색)
- 도심서 펼쳐진 스포츠클라이밍…시민들도 “꼭 한 번 도전해 보고싶어요”
- 2024. 12. 17 13:53 스포츠종합
- 1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스포츠 클라이밍 페스티벌’을 지켜보는 시민들. /이충진 기자 hot@khan.kr/이충진 기자 hot@khan.kr “이렇게 다이나믹한 스포츠는 처음 봤어요. 저도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클라이밍 페스티벌’에 이날 쇼핑에 나섰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춘 채 선수들의 한 동작 한 동작에 함께 반응했다. 선수들이 손을 놓쳐 아찔한 순간을 맞을 때 함께 탄식을 내뱉는가 하면, 정상에 오르는 순간에는 다 같이 환호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노스페이스가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과 함께 개최한 이번 ‘스페이스 클라이밍 페스티벌’은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이벤트로,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의 대표적 대규모 복합 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개최돼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스포츠 클라이밍 페스티벌’에 참가한 아마추어 동호인들. /이충진 기자 hot@khan.kr/이충진 기자 hot@khan.kr 남녀 각각 60명씩 총 120명이 참가한 이번 페스티벌은 ‘볼더’와 이벤트 게임인 ‘볼더 스피드’로 펼쳐졌다. 볼더는 4~5m 높이의 인공암벽을 로프를 비롯한 안전 장비 없이 오르며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종목이다. 총 10개의 과제를 시도해 획득 점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이번 이벤트에서는 남녀 상위 8위 이내의 동호인을 대상으로는 토너먼트 방식의 이벤트 경기인 ‘볼더 스피드’가 함께 진행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과 함께 쇼핑을 왔다가 1시간 가까이 대회를 지켜보게 됐다는 김진수씨는 “생전 처음 보는 방식의 스포츠에 아이들이 눈을 떼지 못 해 계속 함께 지켜보게 됐다”면서 “언젠가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스포츠”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 날 대회에서 남자 볼더 부문에서는 1위 장경욱, 2위 장현욱, 3위 이인이 수상했고, 여자 볼더 부문에서는 1위 박도건, 2위 서지연, 3위 박윤진이 각각 수상했다. 이어 펼쳐진 남자 볼더 스피드 부문에서는 1위 노병찬, 2위 이현석, 3위 홍인혁이, 여자 볼더 스피드 부문에서는 1위 박윤진, 2위 박도건, 3위 서지연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스포츠 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남자 볼더 부문 우승자인 장경욱 씨가 기념 메달을 건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이날 남자 볼더 부문 1위를 차지한 장경욱씨는 “첫 출전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져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자 볼더 부문 1위에 오른 박도건씨 역시 “첫 대회였는데, 수상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타임스퀘어에 사람도 많아 긴장했는데, 사람들의 응원에 재밌게 대회를 즐길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대회 중간에는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수 서채현, 정지민, 천종원이 시범 등반을 선보이며 동호인들과 관객들에게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스포츠 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시범 등반을 펼치는 국가대표 서채현 선수. /이충진 기자 hot@khan.kr 이날 시범등반을 선보인 국가대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서채현은 “유동 인구가 많은 대규모 복합 쇼핑몰에서 열린 덕분에 동호인들과 관람객의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이 더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많은 분들께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대회를 마친 뒤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을 보여드리고 스포츠클라이밍을 홍보하기 위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대규모 복합 쇼핑몰에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고 관심을 갖는 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스포츠클라이밍이 더욱 활성화되고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황교익, 임영웅 발언 비판…“집회시민들 모욕처럼 들려”
- 2024. 12. 08 15:46 연예
- 임영웅 ‘2025 시즌그리팅’ 포스터. 물고기뮤직 제공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 당시 반려견 생일을 축하하며 DM 설전을 벌인 가수 임영웅의 발언을 비판했다. 황교익은 8일 SNS에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임영웅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정치인만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추운 날에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 하고 모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에서 배우 임영웅과 나눴다는 DM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어 “민주공화국에서는 모든 시민이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그와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한국의 보통 연예인은 그렇게 살아가고, 이런 자세가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서로 그 정도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설명했다. 정치적 견해가 갈리고 의견을 표출하지 않을 수 있을지언정, 시국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정치인’에 한한 양 말한 것은 옳지 못하다는 해석이다. 임영웅은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과 DM으로 설전 벌인 내용이 공개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임영웅은 반려견 시월이의 생일을 맞아 셀프 스튜디오에서 셀카를 촬영한 사진을 올렸고, 이와 관련해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는 DM을 보내자 “뭐요”라고 답한 것. 이어 누리꾼이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 앞번 계엄령 겪은 나잇대 분들이 당신 주 소비층 아닌가요”라고 지적하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했다. 이 게시글의 합성 및 조작 등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나, 소속사인 물고기뮤직 측은 묵묵부답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 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기습적으로 선포했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령 해지안을 가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께 비상계엄령을 해제했다. 국회는 지난 7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3명(안철수 김예지 김상욱)을 제외하고 모두 투표에 불참하는 집단행동에 나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석)에 미달해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퇴진 및 탄핵요구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불참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곳곳에서 대규모로 진행됐다.
- ‘더쇼’ 규빈, 금산 시민들 홀린 ‘Really Like You→Satellite’ 무대
- 2024. 10. 16 20:33 연예
- SBS M ‘더쇼’ 캡처 솔로가수 규빈이 10대 소녀의 다채로운 감성으로 금산 시민들의 마음을 훔쳤다. 라이브웍스컴퍼니 소속 규빈은 지난 15일 SBS M ‘더쇼 : 가을 소풍 in 금산’에 출연하여 기타 연주가 빛난 상큼한 ‘Really Like You’와 가을밤의 아련함을 담은 ‘Satellite’ 두 곡을 선보였다. 이날 규빈은 레트로 풍의 컬러감이 느껴지는 원피스에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악세사리를 착용한 채로 무대에 올랐다. 규빈은 매력적인 비주얼만큼이나 빛나는 라이브를 선보였고 CD를 집어삼킨 듯한 완벽한 무대로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먼저 데뷔곡 ‘Really Like You’ 무대에서 규빈은 기타를 맨 채로 무대에 올랐다. 탄탄한 기타 연주와 함께 관객들의 감성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청아한 목소리를 선보인 규빈은 하이라이트에서 흔들림없는 깔끔한 고음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SBS M ‘더쇼’ 캡처 ‘Satellite’ 무대에서 규빈은 ‘Really Like You’와는 상반된 매력으로 금산의 가을밤을 아련하게 수놓았다. 10대의 혼란과 고민, 위로를 담은 가사를 표현하는 규빈의 섬세한 표현력과 아름다운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힐링을 전하기 충분했다. K-POP 5세대를 이끌어갈 솔로뮤지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규빈은 빌보드,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 뮤직, 일본 라인 뮤직 등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글로벌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간사이 컬렉션’, ‘젤라또 피케’, ‘2025 S/S 서울패션위크’ 등 국내외 다양한 패션쇼에 초청 받으며 패션계가 주목하는 신흥 셀럽으로 급부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대세 솔로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더쇼 : 가을 소풍 in 금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규빈은 향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 하하, 시민들에 ‘6연타’ 인지도 굴욕→유재석 “이름이 석 자도 아니고 두 자인데” (놀뭐)
- 2024. 08. 23 09:44 연예
- MBC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 유재석이 ‘하하 이름 찾기 운동 본부’ 위원장이 되어, 멤버들과 함께 ‘하하 이름 알리기’ 열정 홍보에 나선다. 24일 방송되는 MBC ‘놀면 뭐하니?’(연출 김진용 이주원 왕종석 소인지 방성수/작가 노민선)에서는 이름을 잃어버린 28년차 예능인 하하의 이름 찾기 운동 본부가 출범한다. 앞서 하하는 ‘놀면 뭐하니?’ 녹화 중 만난 시민들에게 6연타 인지도 굴욕을 당해 웃음을 줬다. 하하의 이름을 주우재가 알려준 대로 “히히”라고 답한 초등학생이 그 시작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택시 기사님, 손님 등은 하하를 조세호로 오해하는가 하면 노홍철, 박명수로 착각했다. 하하는 “어떻게 ‘무한도전’을 아는데 날 몰라”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으로 모두를 폭소케 했다. 공개된 사진 속 상암 MBC에 모인 유재석, 주우재, 박진주, 이이경, 미주는 하하 몰래 기획된 이벤트를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준비한다. 하하가 시민에게 들었던 굴욕의 말 ‘존함이 어떻게 되시더라? 얼굴은 알겠는데’가 랩핑 된 승합차와 어처구니없어 하는 하하의 모습이 빅웃음을 안길 이벤트를 향한 궁금증을 키운다. 위원장이 된 유재석은 “설마 하하를 모르실까 했는데…이름이 석 자도 아니고 두 자인데”라고 안타까워하며, 하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주우재는 “하하 형 얼굴이 점점 길어져서 그렇다”라며 팩트 폭격 분석으로 멤버들의 지지를 얻는다. 유재석은 하하의 기를 살려주자며 “여러분! 하하가 오면 힘낼 수 있게 하하를 많이 연호해주세요”라며 응원을 주도한다. 이에 응원인지 놀림인지 모를 멤버들의 우렁찬 구호가 MBC 로비에 울려펴진다. 한편, 하하의 이름 찾기 운동이 시작될 MBC ‘놀면 뭐하니?’ 24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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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유가족·시민들의 의문들 풀어낼 것”(2024. 10. 28 06:00)
- 2024. 10. 28 06:00 사회
- 송기춘 이태원 참사 특조위원장 인터뷰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23일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향미 기자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9월 23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10월 2일 진상규명에 필요한 과제 9가지를 꼽아 특조위에 첫 번째로 신청서를 내면서 “희생된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부터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공직자들의 태도와 관련해 ‘면이무치’(免而無恥·처벌을 피하면 부끄러움을 모른다)란 말을 곱씹게 된다고 했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난 송 위원장은 “유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아픔”이기 때문에 이 참사의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왜 참사가 일어나게 됐는지를 알아야 제도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완벽한 제도도 그걸 운용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이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에 따라 제도가 작동하기도 안 하기도 한다. 일단 중요한 것은 (어디서 잘못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조위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활동한다. 송 위원장은 “일단은 법령이나 업무상 지침, 매뉴얼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이런 적정성 평가를 해야 할 것이고, 책임의 추궁이 필요하면 지적할 것”이라며 “보다 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 부분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못해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고, 국가의 책임·책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굉장히 중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공직자의 얼굴로 시민들과 만난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관련해 공직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참사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송 위원장은 “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법치가 무엇인가 생각한다”며 “헌법이 정한 원칙은 법치주의이고, 이는 국가마저 법에 구속을 받는다는 것인데 현재 공무원들은 (법치는) 권한 집행의 근거로서의 법으로만 생각하고 그것에 위반되지 않으면, 특히 형법에 위반되지 않으면 잘못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진짜 법치는 그런 게 아닌데, 헌법에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을 두는 것은 정말 인권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공무원들이) 굉장히 메마른 공권력 집행을 예정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송기춘 이태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향미 기자 특조위가 출범하기까지 정치적인 이견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특별법이 한 번 수정되면서 기존 법안에 있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권한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권한이 삭제됐다. 특조위 활동 기한(1년+3개월 연장 가능)이 짧다는 우려도 있다. 송 위원장은 이미 주어진 조건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는 “수사는 결국 피의자 중심으로 해서 형사 책임을 입증하기 위한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위원회의 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왜 우리 아이 시신이 경기도 어느 병원에 가 있었는지 묻고 있다. 참사 직후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서 단체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는 의심이 있다. 이런 것은 수사에서는 다루지 못했다. 유족들이, 또 사회구성원이 가지는 이런 의문을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경험 등을 볼 때, 관련자들의 ‘제보’와 ‘진술’이 진실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홈페이지(https://1029itaewoncommission.go.kr)와 e메일(1029itaewon@korea.kr)로 제보를 받고 있다. “어떤 식물은 아스팔트 틈에서도 나오잖아요. 생명이라는 것이 전개되는 과정은 감동적입니다. 어떤 진실이라는 것은 결국은 스스로 드러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그런 신뢰가 있어요. 사람은 어떤 강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이 가진 어떤 양심, 부끄러움이 발동해 움직인다는 것을 믿지 못하면 이건 실패할 수밖에 없죠.” 송 위원장은 특조위에서 이태원 유가족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들이 생성된다. 가짜 정보들을 다룬 영상 등은 시정될 수 있게 하고, 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혐오 발언을 했던 사람들이 좀 스스로 자정하고 수정했으면 하는 소망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조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위원 9명(상임위원 3명·비상임위원 9명)과 사무처 설립준비단(파견 공무원 7명·민간 전문가 8명)은 본격적인 조사를 위한 작업을 해왔다. 시행령안을 만들면서 지난 10월 8일에는 주요 정부기관에 참사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와 보유, 폐기 목록 제출을 요청했다. 기존에 나온 자료를 확보해 읽고,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조사 신청을 받고, 그사이 몇몇 제보와 진술도 확보했다. 송 위원장은 “서둘러 사무처를 구성하고 올 연말 조사 활동을 본격화해 주어진 시간 내에 잘 마치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10월 25일 호주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났다. 이태원 참사에는 한국인 외에도 14개국 26명의 외국인 희생자가 있으나, 이들은 그간 한국에서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 송 위원장은 “피해자 국가의 대사관에 영문으로 번역한 서류를 보내고, 관련 국가의 언어로 대사관에서 번역해 피해자·유가족들에게 전달해서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를 우리 위원회가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10월 26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 부스를 설치해 조사 신청을 받는다.
- 특집
-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시간이 약? 아니에요” “시민들 공감이 힘이죠”(2023. 10. 27 11:21)
- 2023. 10. 27 11:21 사회
- ㆍ①참사와 국가의 책임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서 만난 ‘이태원 엄마’ 송해진씨와 ‘세월호 엄마’ 정부자씨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해진씨(가운데)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정부자씨(왼쪽)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해정 인권기록 활동가(오른쪽)가 사회를 맡았다. / 성동훈 기자 송해진씨는 “재현이 엄마예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부자씨는 “호성이 엄마입니다”라고 말했다. 두 엄마가 호명한 자녀들은 가슴속에 존재한다. 송씨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을, 정씨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을 맡고 있다. 고 이재현군(당시 16세)은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엔 살아서 돌아왔다. 이군은 그러나 참사로 두 친구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트라우마를 겪다가 43일 뒤에 사망했다. 마지막 159번째 희생자다. 고 신호성군(당시 17세)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로 사망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참사 희생자는 총 304명이며 이 가운데 단원고 학생만 250명이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 후 줄곧 외친 구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가슴이 찢어진 건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었다. 8년 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태원과 세월호는 그렇게 겹쳐진다.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주간경향과 공동으로 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이 지난 10월 23일 열렸다. 송해진씨와 정부자씨가 강연장에서 마주 앉았다. 강연에 참가한 시민들과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유해정 인권기록 활동가가 강연의 사회를 맡았다. 유 활동가는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서 활동하며, 유가족과 생존자 및 그 가족 등의 육성을 기록한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등을 썼다. 또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에도 참여해 유가족과 생존자 등의 목소리를 담은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도 집필했다. 결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아요 유해정 “재현이는 참사 이후 43일을 더 머물다가 갔습니다. 많은 죄책감·자책감에 시달리셨을 것 같아요.” 송해진 “힘들게 살아서 돌아왔는데, 저의 챙김과 돌봄이 중요한 상황이었죠. 제가 뭔가 부족해서 아이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인지, 내내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이자 짐인 것 같습니다.” 유해정 “한덕수 국무총리가 ‘본인 생각이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죠.” 송해진 “장례를 치를 때였는데요, 사실 당시엔 크게 화가 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죽음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렇게 보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크게 맺히는 거예요. 재현이도 그렇고 희생자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명예, 존엄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나 시각 때문에 재현이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외로움, 고립감, 죄책감을 더 크게 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아 아쉬워요. 재현이가 많이 했던 말이 ‘혼자 있는 것 같다’,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다’, ‘외롭다’ 이런 얘기였어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종교인들이 지난 8월 24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마포구 마포역을 출발해 국회 방향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014년 9월 2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날 경찰에 막혀 약 180m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해정 “세월호 부모님들도 죄책감과 자책감에 세월을 보냈습니다. 호성이 어머님은 어떤 이유로 그러셨을까요.” 정부자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 동료에게 전화가 왔어요. 진도 앞바다에 있는, 단원고 아이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거예요. ‘이게 뭘까, 설마 아닐 거다.’ 정신없이 단원고에 있는 강당에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TV에서 ‘전원 구조’라고 떴어요. 웅성거리기 시작했죠. 저는 박수를 쳤어요.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애들을 저대로 놔두겠어.’ 안도감에 ‘감사합니다!’ 소리쳤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살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 옷을 챙겨 버스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어요. 버스에서 애한테 계속 전화를 했는데 신호만 가고 안 받는 거예요. 불안이 몰려왔죠. 진도체육관에 갔는데 구조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없었어요.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머릿속에 죄책감이…. 배 안에 물이 차면서 자식이 죽어가고 있는데, 엄마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박수를 쳤던 거예요. 저를 미치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그래서 미친 듯이 몸을 혹사시키고 다녔던 것 같아요. 뭐라도 잊기 위해서.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유해정 “유가족 활동을 보면 자기 고행적이고 자기 대결적인 투쟁을 많이 합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분들도 특별법 통과를 위해 삼보일배를 했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도보행진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내년이면 10주기입니다. 보통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정말 그런가요.” 정부자 “시간이 약이 아니라 유가족들을 보면 병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잇몸이 다 가라앉고 눈이 멀고 머리에 종기 같은 게 나고. 발은 시려서 양말은 신었는데 몸은 더워서 옷을 벗고 있어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면 좋을 텐데, 해결 방법이 세월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나을 줄 알았어요. 이제 몸에 통증이 와요. 밤에 잠을 못 자요. 그러면서 또 아이에게 미안해졌어요. 엄마가 투쟁심이 식었나보다, 울분과 분노,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식어서 내가 통증을 느끼나 보다, 미안해, 이렇게 됩니다. 절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아요.” 유해정 “재현이 어머님도 이런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송해진 “처음 주변분들이 빨리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위로의 말을 해주실 때는 그냥 들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겠더라고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거든요. 한순간에 너무 큰 충격을 받으니까, 전반적인 뇌의 사고나 감정처리 능력이 한순간에 확 떨어지는 걸 느껴요. 특히 대인관계에서 매 순간 위기가 와요. 분노, 슬픔이 제어가 안 돼서 힘든 순간이 지속돼요. 가족끼리 처음에는 예전에 했던 대로 학교나 직장 같은 일상의 얘기를 하려고는 했어요. 그런데 이게 우리에게 필요한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우리에게는 하루, 딱 하루만 잘 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에요. 재현이의 억울함을 제가 대신 말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요. 숙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숙제 잘 끝냈고, 이번 한 주도 잘 살아냈고, 또 한 달을 잘 보냈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지난 6월 28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문재원 기자 변한 게 없어요 유해정 활동가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잃은 두 어머니의 사연을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한명이 자녀를 잃고 힘들어할 때, 같은 지역에 사는 다른 어머니가 지지를 보냈고 연대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도움을 주던 그 어머니의 자녀가 이번 이태원 참사로 희생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던 세월이 무섭고, 죄책감에 짓눌려 많이 힘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유 활동가에게 보냈다. 유해정 “대형 참사가 발생해 누군가 사라지게 되면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 대해 설명해줄 선배나 후배가 없습니다.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라서 우리 사회가 이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 하는지 배워본 적도 없고요. 그래서 유족분들이 고독한 길을 가게 되더라고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의지했던 분들이 5·18 유가족분들입니다. 민주화운동을 하신 배은심 어머님과 이소선 어머님께도 많이 의지했어요. 세월호 유족분들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굉장히 힘들어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부자 “우리가 조금 더 움직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아픈 부모들이 나오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힘내고 여기까지 온 것이죠.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겪고 나니 한동안 몸이 바닥으로 축 가라앉아서 어떻게 할지 몰랐어요. ‘왜 막지 못했나, 우리가 움직여서 뭐할까.’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행태를 보니 바뀐 게 없었습니다. 희생자 대우와 유가족을 대하는 행동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나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인가. 지금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유해정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9번의 공식적인 진상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를 보면서 어떠셨는지요.” 정부자 “너무 순진하게도 ‘국가가 우리를 계속 이대로 살 게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사가 이뤄질 때마다 뭔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 시간만 때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족들은 지금도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 내 새끼가 왜 이렇게 됐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구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하고 그들은 빠져나왔는지, 왜 배가 급속하게 침몰했는지…. 내년이면 10년이 되는데 뭐 하나 된 게 없습니다.” 유해정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과제는 무엇일까요.” 송해진 “우선 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태원 근처에 살고 있어요. 해마나 핼러윈 축제가 있을 때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리에 나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집된 인파를 왜 그날, 그 행사 때만 관리하지 않았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참사 당일 희생자와 생존자분들이 그렇게 많은 신고를 했는데, 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는지도 명확하게 가려져야 합니다. 몇몇 책임자의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하나같이 풀려났죠. 원래 자리에 가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퇴한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누가 이걸 납득할 수 있을까요.” 따뜻한 마음을 받고 나눠요 유해정 “영국에서 재난참사가 발생하면, 국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가족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동병상련의 마음과 정보를 나누면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죠. 한국 정부는 희생자 가족의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았죠. 재현이 어머님은 어떻게 유가족협의회에 가게 되신 건가요.”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출범은 기사를 봐서 알고는 있었어요. 재현이 장례를 치르고 발인을 하고 왔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연락도 없었어요. 재현이의 죽음이 개인의 사정, 우리 가족만의 일로 치부되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부모로서 잘 키워내지 못한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재현이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에는 사회적 요인이 분명히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유가족협의회에 연락했어요.” 유해정 “유가족협의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송해진 “저 스스로 위태위태하다고 생각할 때가 고립감을 느낄 때입니다. 나만 혼자 떨어져 있는 고립감. 누구도 날 알아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잘 제어가 안 됩니다. 저에게 남은 역할과 책임도 안 보이고 순간순간 위험한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다른 유가족분들 만나면 나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느낌이 편합니다. 특히 서울시청 앞 분향소는 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희가 일상이나 관계에서 힘들고 지치면 분향소에 가서 가족들 만나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받아요. 유가족들은 서로가 서로의 치료사인 것이죠. 재현이를 위해서 병원과 상담치료센터 같은 곳을 막 찾아다녔어요. 재현이도 자기와 비슷한 연령대의 참사 생존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더라면, 참사 이후 시간을 겪어내는 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심리치료는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게 밑바탕이 돼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측면이 있어 많이 아쉬워요.” 강연에 참가한 시민들이 사회적 지지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시민 개인이 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송해진 “사회가 돌아가는 동력이란 것을 정치하는 사람, 대통령, 서울시장 등 굉장히 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회적 참사를 겪은 당사자가 되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죠. 정치권력이나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서만 사회가 돌아간다면, 지금 분향소도 지킬 수 없었을 거예요. 생각보다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따뜻하게 발언하는 분들이 솔직히 말해서 의외로 많더라고요. 수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사회가 돌아가는 큰 동력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자 “시민들한테 받은 게 많습니다. 저희가 4·16가족나눔봉사단을 출범해 나눔을 하는 것도 함께해주신 분들께 받은 게 많아서 돌려드려야겠구나 해서입니다. 서울에서 연탄 봉사를 하고, 안산에서 지역 어르신과 청소년들에게 김장을 해서 나눠주고 있어요. 쓰레기 줍기, 설거지 등 여러 활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세월호 것들 뭐하러 왔냐’고 내쫓던 분들도 이제는 커피도 타주고 너무 친해졌어요. 이런 활동들이 유가족을 성장시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같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죠.” 송해진 “생명안전기본법이 있었다면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얼마 전에 인원을 채웠다고 합니다(지난 9월 28일 동의 인원 5만명을 넘어 자동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편집자 주). 큰 위안이 됐습니다. 시민들이 안전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저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처럼 생계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투쟁이나 정치적 활동이 아니더라도, 각자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것 같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참사가 발생했을 때 구조적 원인 등을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를 상설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명확히 했다. 안전영향평가 제도 시행도 규정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워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자 “4·16합창단이 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합니다. 4·16가족나눔봉사단은 오는 11월에 김장을 합니다. 소외된 청소년, 어르신들께 나눠요.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있는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에서 피케팅과 문화제를 하는데요, 여기 와주셔도 좋고요. 이렇게 유가족, 시민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뭘 해야 할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함께해봐요.”
- 대선 개표 현장 시민들 ‘감시의 눈’(2017. 05. 16 10:28)
- 2017. 05. 16 10:28 정치
- ㆍ시민단체, 정당 참관인으로 등록해 개표 과정 조직적으로 감시 19대 대선은 5년 전에 비해 많은 게 달라진 선거였다. 지난 대선과 달리 여러 시민단체가 정당 참관인으로 등록해 개표 과정을 조직적으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이후 시민단체들은 단체 대화방을 통해 개표 참관인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김준형씨(가명)도 시민단체를 통해 참관인으로 이번 대선에 나섰다. 김씨가 사는 경기도 용인 수지구는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선에서 수지구는 83.9%의 투표율로 전국 지자체 투표율 1위를 기록했다. 한때는 보수세력의 텃밭으로 불릴 정도였으나, 2014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점차 진보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지역이다. 김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영화 을 보고 개표 참관인으로 나서서 개표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이 제작한 영화로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본 김씨는 개표 참관인 모집을 하고 있던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공선넷)에 가입했다. 김씨는 “현장에 오기 전부터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여러 의혹에 대한 글을 많이 읽었다. 영화와 글을 보면서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는데 현장에 와서 직접 확인하면서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었다”며 “그 전에는 개표 과정에 대해 무조건 믿으라는 말만 들고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보다는 낫다. 그런 점에서 직접 참관활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초등학교에서 한 개표 참관인이 투표함 봉인상태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초등학교에서 개표 참관인들이 우편투표함 개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아래) / 백철 기자 카메라 들고 개표소 전체 모습 통째 녹화 김씨는 개표가 시작되기 전인 5월 9일 저녁 6시30분쯤에 일찌감치 개표장소인 상현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강당에는 선관위 직원들과 선거사무원들이 개표 준비를 위해 투표지 분류기와 계수기 등을 설치하느라 북적댔다. 강당에서 100m가량 떨어진 1층 교실에서는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동네 주민이어서인지 개표 참관인들과 선거 사무원들이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상현초등학교를 찾은 참관인은 60여명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여러 시민단체를 통해 정당 참관인으로 등록한 사람들이었다. 개표소 내부는 총 7줄로 이뤄져 있었다. 각 줄마다 투표함이 도착하면 개함부에 앉은 사무원들이 투표지들을 정리한다. 정리된 투표지들은 분류기를 거쳐 후보자별로 나뉜 채 심사집계부로 넘어간다. 심사집계부의 사무원들은 계표기를 이용해 투표지들이 정확히 분류됐는지 확인한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너 명씩 7개 조를 짜서 맡은 줄을 돌아다니면서 틀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참관인들의 감시활동은 개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시작됐다. 오후 8시쯤부터 수지구 ‘시민의눈’ 단체 텔레그램 방에 투표함 사진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8시30분쯤 첫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하자 또 다른 시민의눈 활동가가 카메라를 들고 투표함을 찍은 뒤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업로드했다. 투표소 출발 때와 개표소 도착 당시 투표함 봉인상태가 제대로 유지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투표함이 개표소 입구를 통과해 개함부에 도착하자 10여명의 참관인들이 모여들었다. 개함부에 투표용지가 다 쏟아진 이후에도 몇몇 참관인들은 혹시라도 남은 표가 있는지 빈 투표함 내부를 살피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한 참관인이 카메라를 들고 개표소 전체 모습을 통째로 녹화하기도 했다. 시민의눈 활동가 박태석씨(가명)는 “저희가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부분은 투표함 봉인상태와 혼표 여부다. 분류기 혹은 심사집계부에서 무효표나 다른 후보의 표를 분류해내는 혼표 현상이 생기면 선거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설명대로 몇몇 참관인들은 분류기 앞에, 다른 참관인들은 심사집계부 앞에 서서 분류가 정확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번 대선이 첫 참관이라는 박씨는 참관 이후 개표 과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참관 전에는 심사집계부에서 분류기의 오류를 잡아내기가 어렵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막상 계수기를 보니 혼표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육안으로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투표함 봉인상태와 혼표 여부 집중 확인 물론 참관인 중에는 개표 과정이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이도 있었다. 수차례 개표 참관인 활동을 해왔다는 권해명 영화감독(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담은 다큐멘터리 를 연출)은 수개표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지난 대선 때는 분류기를 거친 표들을 심사집계부에서 사무원들이 손으로 센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부터는 심사집계부에 도입한 계수기를 이용해서 눈으로만 확인을 한다. 육안 확인으로도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1분에 100장이 넘어가는 것을 눈으로만 봐서 정확히 혼표를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지구는 선관위와 참관인들이 큰 갈등 없이 개표를 마무리지었다. 선관위 직원이 단상에서 수차례 참관인들에게 “인원을 적절히 배분해서 역할분담을 하면 좀 더 정확하게 개표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의눈 텔레그램 방에는 선관위가 비협조적이었다는 소식도 올라왔다. 박태석씨는 “시민단체 회원이 적었던 인근 지자체에서는 선관위와 참관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참관인의 이의제기가 타당하지 않다며 단상에서 공개망신을 줬다는 소식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자신을 한 정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참관인 최숙현씨(가명)는 “사실 정당에서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 분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시민단체의 경우 몇 주에 걸쳐 꼼꼼히 참관인 교육을 한다. 하지만 내가 속한 정당의 경우 어제 참관인들끼리 모여 인사를 하고 간단히 참관 과정에 대해 설명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많이 참가하진 못했지만 시민단체에서 매주 권역별로 모여서 교육을 했다. 예를 들어 경기 북부권은 의정부시의 한 시민단체 회의실을 빌렸고, 경기 남부권은 평택시의 시립도서관에서 모였다. 매주 2~3시간가량 개표소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고, 참관인들이 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교육받았다.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도 텔레그램을 통해 교육자료 프리젠테이션과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저도 정당의 당원이지만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이 고생하는 것은 순전히 정당의 역량 부족 때문”이라며 “시민들이 정당의 참관인 자리를 얻어서 개표를 감시할 게 아니라, 정당이 시민들을 모집하고 교육해서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표 참관인 이민성씨는 “투표하는 것 외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선거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정이 넘으면 사무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의도치 않게 실수할 가능성도 있다. 개표 끝까지 남아 혹여라도 사무원들이 실수를 할 경우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감시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개표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이씨는 “참관인만 해도 문재인 후보 지지자도 있고 자유한국당 참관인들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겠나. 선거 사무원 명단을 보니 구청 공무원과 교사들이 많은데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개표부정을 저지르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개표 과정에 의문을 갖고 있는 분은 내년 지방선거 참관인을 신청한다면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특집]2017년 대선, 호남시민들이 열망하는 것(2017. 02. 21 14:50)
- 2017. 02. 21 14:50 정치
- ㆍ정권교체와 지역정치 독점구도 타파 요구… 청년층 등에선 일자리 문제와 지역경제 현안 관심 광주광역시의 만 19세 이상 인구는 2017년 1월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117만6621명, 같은 연령대 전 인구의 2.8%에 해당한다. 전남과 전북을 합한 호남지역 전체의 인구는 전국의 10%다. 영남권이나 충청권보다 절대적 수가 적은 이 10%의 선택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수도’의 선택은 늘 선거의 향배를 좌우해 왔다, 현 시점에서 정당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치르는 전국 순회 경선도 호남에서 시작한다. 호남발 ‘반전’과 ‘바람’은 이번에도 가능할까. ‘바람의 키’를 쥔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호남발 ‘바람’은 이번에도 가능할까 “아직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네요. 확실한 마음은 못 정한 거 같아요.” 광주 송정동에서 만난 정모씨(48)의 말은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돼 있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각각 33%와 22%를 기록해 지지율이 함께 상승했다. 문 전 대표는 전 주의 하락세에서 반등했고, 안 지사는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당내 경선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최저선으로 평가되는 수치다. 안 지사의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제 두 후보가 한 쪽의 지지율 상승이 다른 한 쪽의 지지율을 깎는 ‘제로섬 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단은 함께 웃었다. 11일 안 지사는 목포와 광주에서, 문 전 대표는 전주를 방문하면서 한 주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호남 총력전’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 야권 대선주자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5일 오후 전남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전남 네트워크 출범 및 탄핵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여 악수하고 있다.(왼쪽)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 열린 시국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후 광주 CGI센터에서 로봇팔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오른쪽) / 연합뉴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격차가 전 주에 비해 1%포인트 벌어졌지만, 충청권에서 34%로 문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1%로 상승폭이 작았다. 문 후보 측은 보수, 중도층의 지지가 뒤섞인 안 지사와 달리 야권 지지층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들로 대세를 굳혀갈 방침이다. 지난 총선의 화두였던 호남의 ‘반문정서’는 해결된 것일까.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호남에서도 압도적이다. 그러나 2월 첫째 주 41%까지 고공행진했던 지역 내 지지율이 안 지사가 등장하자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고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안 지사 이전에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21%(갤럽 12월 둘째 주)를 기록하는 등 호남지역은 끊임없이 문 전 대표 대세론에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견제구의 수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들이 입고 있다. 광주의 정치지형과 역사성이 만들어낸 민심이다. “우리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절대 못 찍어요. 정책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내 부모 형제를 죽인 사람들인데, 어떻게 찍어요. 세월이 흘러도 바뀔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늘 투표할 때마다 선택의 폭이 없기는 했죠.” 광주 시민들의 투표는 ‘전략적 선택’ 50대 초반의 고위 공직자는 광주 시민들이 투표에 임하는 자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광주 시민들의 투표는 흔히 ‘전략적 선택’이라 불린다. 2002년 노무현 돌풍도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은 보수정당 후보를 떨어뜨릴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은 호남에서의 전폭적 지지로 성장했지만, 호남의 지역정치는 ‘일당독재’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광주지역의 투표율은 42.4%, 2006년 17대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은 46.3%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오모씨(37)도 “구청에 비리를 신고해도 다 그놈이 그놈이고, 서로 인맥으로 얽혀 있어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자체가 워낙 지긋지긋하고 미워서 2012년에도 여론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동구 주민 김성진씨(62)는 “우리는 솔직히 2012년에 안철수 후보를 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야권 단일후보로 문 전 대표가 되자 정권교체를 위해 전폭 밀어줬다. 광주에서 92%나 몰표를 줬는데 문 후보는 떨어졌다.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운 일이었고, 그때 충격 때문에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보면서도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고민하는 구석이 있다”고 전했다. 광주지역 60대 이상들이 공유하는 반문 정서의 이유다. 윤영덕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路) 소장은 “참여정부 시기 ‘호남 홀대론’은 선정적 언론 보도로 인해 과장된 측면도 있고, 정치 엘리 트 간 갈등과정에서 확산된 측면도 있지만, 지역정치가 철저히 독점구도라는 점에 대해 서는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이 지역에서 전 의석을 석권한 이유다. 역설 적으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 번 혼났 으니 이번에는 문 전 대표를 밀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 총선과 달리 반문정서는 덜하다 고 윤 소장은 전했다. 광주·전라지역에서의 문 전 대표 지지율은 부산·울산·경남지역 및 전국 평균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로 안정돼 있다. 특히 2030세대 에게 반문정서는 거의 없다. 정두용 사단법 인 청년문화허브 대표는 “현재 광주의 20대 는 중장년층과 달리 민주당에 투표해 본 경 험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에 대한 반발이 적고, 저번 총선에서도 정권 에 대한 분노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는 분위 기였다”고 전했다.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박지현씨(26)는 “2012년에도 문 후보를 지지했다. 문 후보가 탄핵을 위해 여지껏 애써 왔고, 깨끗하니 이 번에는 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전북도청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정신’이 경제적 소외 가속화? 청년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광 주는 비교적 젊은 도시다. 2015년 기준 중위 연령은 38.9세로, 전국 평균(40.2세)보다 젊 고 청년층 비율도 전국 평균 이상이다. 그러 나 이는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심각한 전남·전북의 청년인구가 광주로 유출된 결 과이기도 하다. 광주의 청년고용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5.0%로, 전국 평균(42.3%)을 훨씬 밑돈다. 전남(34.7%)과 전북(34.1%)의 청년고용률도 전국 최하위다. 연간 1588만원 선인 광주지역의 1인당 평균 개인소득도 전 국 평균(약 1716만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 다. 대선에서 잘 부각되지 않는 이슈다. 정 대표는 “5·18에서 이어지는 정신을 흔 히 ‘광주정신’이라고 하지만 청년층은 ‘광주정 신’을 공유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 용문제 등이 너무 열악하고 워낙 살기 어렵 다보니 ‘광주정신’이라는 걸 내세우는 데 공 감하지 못한다. 청년들마다 지지하는 인물은 다른 것 같다. 특히 ‘세상이 그냥 확 뒤집혔으 면 좋겠는데, 문 후보는 너무 모범생 같은 이 미지’라며 이재명 시장에게 지지가 쏠릴 때도 있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로 조직된 청년들 은 국민경선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 다. 광주지역의 청년들은 야권 지지라는 성 향은 공유하지만 지역적 정체성보다 세대적 정체성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그 결과 지역 전체가 배타적으로 한 후보를 택 하기보다 여러 후보를 고르고 관망할 가능 성이 높다는 의미다. 정치 엘리트들의 입장 을 대변하는 ‘호남 홀대론’이나 ‘호남 총리론’ 이 바닥 민심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는 다는 분위기다. 전북의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지역민들이 일자리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특히 전북 을 중심으로 일자리 문제와 지역경제 현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14일 전북 군산시 롯데마트 앞에서 군산시 장을 포함해 1만3000여명이 참석한 결의대 회가 열렸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전북도민 총 결의대회였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의 불 황으로 (도크가 1개 있는) 군산조선소의 가 동을 오는 6월 중단할 방침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행사에 참여해 “서해안의 상징인 군 산조선소의 폐쇄 문제가 경영논리로 가면 안 되고 다른 곳과 형평성 차원에서 유지돼야 한다. 최선을 다해 가동 중단이 안 되도록 노 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만금 조기 완공과 국 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연계해 500여 개 금융기관 전북 이전 추진 등은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공약이다. 군산이 지역구인 김 관영 의원은 새만금 내 카지노 개발이 가능 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지역에서는 논 란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표도 12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옥을 방문해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기금본부 전북 이전’ 을 공약하고 (민주당이) 주도해서 국민연금 법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전북기자협회가 주관한 토론회에 서 “전북과 광주, 전남을 함께 묶어서 호남이 라는 이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전북을 경제 나 인사와 관련해 별도의 권역으로 생각하고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지도 부는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비 판했다. 박지원 대표와 정동영·김광수·유성 엽 의원 등 국민의당 지도부는 13일 전북도 청 브리핑룸에서 회견을 열고 “전북을 별도 권역으로 설정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 언은 위험한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의 한 산업계 관계자는 “순천·여수산단 이 있는 전남과 달리 전북은 대규모 산업단 지가 없어 먹고살 거리가 없다. ‘호남’의 대명 사로 광주·전남이 거론되는데, 서운한 감정 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왜 광주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거론되지 않 을까. 김욱 서남대 교수는 2015년 출간한 에서 ‘신성도시 광주’라는 개념 으로 설명했다. 5·18을 거치면서 광주는 인권 과 평화를 담보해야 할 신성한 도시로 격상됐 고, 이 점이 지역민들이 응당 추구해야 할 지 역의 이익 추구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 호남의 경제적 소외를 가속화시켰다는 내 용이다. 김 교수는 ‘영남 패권주의’의 한 형태 라고 지목해 논쟁이 일었다. 윤영덕 광주로 소장은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아직은 지역 내에서도 확실히 공유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 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광주 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일자리 관련 모임에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광주 지역의 중요한 현안이다. / 광주청년센터 숲 제공 호남 이슈 향후 본격적인 대선 의제 될 것 호남정치는 민주화의 원동력이자 한국 정 치에 역동성을 제공하는 동력으로 평가받는 다. 그러나 호남정치는 정작 호남의 문제를 해결했을까.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에서 중앙과 지방 간 관계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으니 선거 때만 되면 서울의 권력 핵심부에 지역의 줄 을 만들겠다는 지역주의 선거가 판을 친다. 후보가 서울에 어떤 줄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게 투표의 주요 판단기준이 되는 선거와 민 주주의가 갈 길은 뻔하다. ‘풀뿌리 정신’에 충 실할수록 오히려 당선은 어려워진다. 한국인 의 정당 충실도는 대단히 높은데, 정당을 신 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보기 때문에 더욱 정 당에 집착한다. 정당은 불공정과 편파에 능 한 집단이기에 지역 발전을 위해선 힘이 있 는 정당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유권자들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다.”(119쪽) 안희정 충남지사는 ‘중앙’과 ‘지방’ 간 관계 의 근본적 재설계를 유일하게 언급했다. 안지 사는 11일 목포시민문화센터에서 열린 즉문 즉답에서 “지방정부가 (중앙에) 예산을 따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국가 발 전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 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 내용은 없다. 목포 주 민인 이영미씨(54)는 “안 지사를 최근에야 알 게 된 사람들이 많다. 안정적이고 예의 바른 태도가 호감이고 특히 충남에서 평가가 좋다 고 해서 좋은 이미지를 미치고 있다”고 말했 다. 대학원생 이모씨(32)는 “문재인 대표는 여 성정책이나 노인정책 등 구체적 이야기를 하 는데, 안희정 지사는 두루뭉술하게 원칙만 반복한다는 느낌이 있다. 확 폭발적으로 몰입 하기 힘들다”며 “안풍 대역전이 일어나기에는 아직 뭔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호남에서는 대선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 다는 열망과 지역정치의 독점구도를 깨야 한 다는 열망이 섞여 있다. 후자의 경우 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대선이 아니라 개헌이나 새 로운 시민운동, 지역정치 등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관계자들 은 전했다. 윤 소장은 “탄핵이 가결되면 호남 지역 이슈도 보다 본격적인 대선 의제가 될 것이다. 결국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 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지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특집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괜찮을까?···코로나19 '추석 대이동' 꺼리는 시민들
- 2020. 09. 03 16:59 화제
- 추석을 앞두고 직장인 절반 이상이 고향 방문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3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은 개인회원 4387명을 대상으로‘올해 추석 계획’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고향 방문을 계획하는 이들은 3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지난 추석 고향 방문 여부를 물어본 결과‘방문했다(58.2%)’고 답한 이들보다 23.1%p 줄어든 수치.‘추석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이들도 31.3%나 됐는데, 그 이유로는‘코로나19 확산이 염려돼서(52.4%, 복수응답)’가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티몬이 지난달 27~30일 고객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가량(47%)이 이번 추석을‘직계 가족끼리만 보내겠다’고 응답했고‘가족과 친척을 모두 만나지 않을 것’이란 답도 18%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올 추석 고향 방문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를 통제해 추석 명절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일 신규확진자는 20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가며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기에 근접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추석 연휴 기간 이동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추석 연휴를 없앴으면 한다’,‘벌초 및 추석 명절 모임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일부에서는 명절 기간‘이동 제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겸 태풍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언급하며 “이번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불씨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께서는 방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휴계획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물론 각 시·도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더 엄격하게 하는 방안과 함께 밀접도를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맞춰 창측 좌석만 발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긴급 시스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KTX 예매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오는 8~9일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 코로나19
-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독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
- 2012. 07. 17 11:08 육아/교육
-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구조조정은 대부분 비인기 학과의 폐지와 통폐합 등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독일인들은 남의 일처럼 ‘관망’하지 않는다. 폐지와 통폐합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참여’를 함으로써 좀 더 나은 정책을 이끌어낸다. 1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학재단의 재정적 부실은 교수진과 연구 시설의 미흡으로 이어져 결국 교육의 질이 하향화되는 결과를 만들죠. 얼마 전 한국 정부는 부실 대학의 명단 공개를 시작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명단에 포함된 학교의 학생들이 대출받을 때 그 한도를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실 대학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것인데, 이를 대출 제한으로 연결한 정부 정책에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제도의 효율성과 학생들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한 정책이냐는 거죠. 같은 연장선상에서 대학은 비인기 학과의 폐지를 정책 수순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 독일에도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학과 폐지 문제 때문에 저희 학교 학생들이 옆 도시인 드레스덴에 모여 데모를 했습니다. 라이프치히 대학 역시 학과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두 개의 학과 과정과 총 여섯 개 단과대학에서 정원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과 폐지의 대상은 ‘약학과’입니다. 그 대신 석사 과정으로 ‘비교문학’과 ‘민족학’이 독립적으로 개설됩니다. 약학과의 폐지는 20년 전부터 서서히 그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서독과 동독 통일 후 유럽 내 약사의 위치는 예전에 비해 많이 위축됐습니다. 거기에 라이프치히 근처에 있는 할레마틴루터 대학 내 약학과의 신입생 유치 경쟁 때문에 약학과 정원이 삭감됐었는데 결국 올 가을 학기부터는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3 라이프치히 대학 측은 2020년까지 총 170명의 정원을 축소하는 것이 정부의 대학 발전 정책 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과는 철학 단과대학으로 총 여섯 명의 정원이 삭감된다고 합니다. 이전에 비해 사회학과, 철학과, 경제학과, 수학과와 컴퓨터정보학과 그리고 역사, 예술, 동양학 등의 단과대학에서 본래 정원의 절반가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비단 저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정 부족으로 인해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이미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물리치료 석사 과정이 폐지됐으며 2016년까지 의과대 폐지가 결정된 상태입니다. 4 저는 ‘대학의 폐지 및 학과 통폐합’이 잘못됐다거나 무조건 반대해 광장으로 나가자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뤼벡(Lubeck) 대학 내 의과대 폐지를 둘러싼 ‘독일 시민들의 참여’를 전하고 싶습니다. 뤼벡 대학은 2012년 가을 학기부터 의과대학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 속의 노란 물결을 이룬 사람들은 의과대 폐지 결정으로 직접적 피해를 보는 의대생들만이 아닙니다. 2010년 7월 8천여 명의 뤼벡시 시민들이 일제히 노란색의 드레스 코드에 맞춰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들, 평범한 직장인, 은퇴한 노인들, 또 시내 상점과 건물, 일반 집에도 노란 옷가지를 내걸어 반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5 결론을 말하자면 뤼벡 시민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뤼벡시가 속한 주가 250억 유로의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년 15억 유로가량의 지출이 필요한 의과대학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 같은 적극적 참여는 정치가와 여러 경제학자들이 교육을 정치적·경제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의대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4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
-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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