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964 건 검색)
- 연극 창작 특화시설 ‘서울연극창작센터’ 20일 개관
- 2025. 03. 19 14:06문화
- ... 대학로센터, 서울연극센터와 함께 대학로 거점 공연예술 지원 벨트를 완성하게 될 대규모 연극 특화 시설이다. 창작센터는 공연에 따라 무대와 객석의 형태를 원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150석 규모...
- [기고]노인만을 위한 시설은 필요 없다
- 2025. 03. 17 20:38오피니언
- ...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노인 복지시설과 여타 시설을 결합하거나 커뮤니티 공간을 개방해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하는 방식은 고립을 방지하고...
- 강원도, 민방위 경보시설 활용해 산불 예방 홍보 강화···하루 2회 방송
- 2025. 03. 14 11:36사회
- ... 14일 밝혔다. ‘산불 예방 홍보 방송’은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 설치된 245개 민방위 경보시설을 활용해 활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인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3시에 각각 실시한다. 방송 내용은...
- 산불강원도방송민방위경보시설
- ‘영광 백수해안 노을’ 전남도 신규 관광지 지정···“체류형 관광시설 조성”
- 2025. 03. 13 17:51지역
- ... 평가가 많았다. 영광군은 백수해안 노을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상가·음식점 등 상업시설과 숙박시설,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펫파크 등 관광시설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성할...
스포츠경향(총 535 건 검색)
- 故휘성 사망 비보에 나종호 교수 한탄 “약물 중독 병원과 재활 시설 터무니없이 부족”
- 2025. 03. 12 11:23 연예
- 故 휘성 인스타그램 캡처 2000년대 대표 가수 휘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운데, ‘유퀴즈’에 출연했던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 나종호가 “국내 약물 중독 병원과 재활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한탄했다. 휘성의 사망 비보가 전해진 10일 나교수는 자신의 SNS에 “휘성씨 노래를 참 좋아해 앨범도 수없이 반복해 들었다”면서 “동시대를 살아간 예술인들을 잃어가는 일은 나이가 들면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일찍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우는 더 마음이 아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그는 “고인의 사망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나, 약물 과복용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라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몇 년 째 중동재활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쳐왔다. 심지어 식약처장께도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뤄지지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해야 변화가 생길까”라며 한탄했다. 다음날인 11일에 나 교수는 “중독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약물·알코올 중독은 무서운 병이지만, 중독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은 환자들을 매일 만난다. 문제는 중독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재활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일상 속에 스며든 마약 문제를 막을 수 없다. 처벌과 치료·재활이 함께 가야 유의미한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교수가 연이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고 휘성이 과거 우울증과 약물 문제로 오랜시간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인은 2020년 3월과 4월 광진구 한 상가 화장실에서 프로포폴과 비슷한 수면 유도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맞고 쓰러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에토미데이트는 당시에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었다. 휘성은 이듬해 프로포폴을 매수하고 상습 투약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당시 휘성 측은 2018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작고와 지인의 연이은 사망, 자신을 둘러싼 루머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다 병원 입원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어려움 끝에서도 그는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최근엔 건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지난달 생일 팬미팅을 열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난 6일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이어트 끝. 3월 15일에 봐요”라며 KCM과의 합동 콘서트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을 5일 앞두고 돌연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휘성은 10일 오후 6시 29분경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발견 당시 시신 주변에서 주사기가 놓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 측은 12일 “휘성을 아는 모든 분과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이 평생 외롭게 지낸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주면 감사하겠다”며 오는 14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다고 밝혔다. 앞서 고 휘성은 빈소 없이 장례가 치러진다고 알려졌으나 많은 이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기리자는 뜻에서 빈소가 늦게 마련됐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16일이며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
- 약속을 지켜야 하는 서울시설공단, 그래야 A매치도 되찾는다
- 2025. 03. 05 15:26 축구
- 손흥민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끄러운 얼음 잔디 문제는 상암벌(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애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곳에선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잔디에 A매치(국가대항전)도 열리지 않는다. 잔디 관리에 최선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기에 생긴 일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최근 매끄럽지 못한 운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는 잔디와 관련된 민원이 지난 3일부터 200건에 가깝게 올라왔다.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K리그1 3라운드가 열악한 잔디 상태에서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서울 골잡이 제시 린가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엉망진창인 잔디 사진에 골프 관련 이모티콘을 덧붙인 것이 기폭제가 됐다. 린가드는 방향 전환을 하다가 푹 팬 잔디에 발목이 걸려 넘어져 통증을 호소했다. 제시 린가드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 한 시민은 민원 게시글에서 “지난해 시설공단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약 8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당시 이 수익금의 10%(실제로는 2억 5000만원)도 잔디 관리에 쓰지 않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가 2025년 예산을 늘리고 시설 관리 투자를 증액하겠다고 했고, 별개로 시설공단도 세밀한 관심과 관리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는데 5개월이 지난 지금 어떤가? 여전히 잔디는 푹푹 파이고,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그걸 보는 관객은 불안한 마음이다. 시설공단도 할 말은 있겠지만 핑계는 그만 둘러대시고 제발 일좀 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설공단도 운영처를 통해 동절기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이달 내로 잔디 교체에 나서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설공단이 몇 년째 잔디 관리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반 년째 A매치가 열리지 않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 손흥민(토트넘)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불량한 잔디 상태를 지적하자 10월 이란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4차전 개최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바꿨다. 3월 재개되는 3차예선 7~8차전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고양종합운동장(20일·오만)과 수원월드컵경기장(25일·요르단)에서 열린다. 요르단 국가대표로 한국을 상대할 것이 유력한 서울 수비수 야잔은 “이유가 있어 수원에서 A매치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팬들의 우려는 날씨가 풀리는 봄이면 시작되는 공연 및 행사에도 쏠린다. 4월 30일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스프링페스타가 예고되어 있다. 시설공단은 이날 행사에서 잔디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약속대로 관중석 E구역에 스테이지를 마련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객석도 관중석 N, W, S구역만 연다. 2023년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마지막 행사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면서 무대와 객석을 그라운드에 마련했던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시설공단이 팬들의 신뢰를 찾고, A매치까지 열려면 적극적인 투자로 잔디를 살리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겨울철 얼음 잔디가 지나갔다고 방심한다면 여름철 논두렁 잔디로 바뀔 뿐이다. 시설공단이 잔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해결할 수 있을지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
- 경륜경정총괄본부, 해빙기 취약시설 안전점검 실시
- 2025. 02. 18 08:26 생활
- 이성철 경륜경정총괄본부장(오른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이 광명스피돔 공사 현장에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지난 14일 광명스피돔 일대에서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이성철 경륜경정총괄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건설 현장, 옹벽 및 석축, 교량, 유수지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했으며, 특히 건설 현장에 대해서는 공사 품질 관리, 균열 및 변형 여부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했다. 경륜경정총괄본부는 경미한 사항은 현장에서 즉시 개선했으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응급조치와 함께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철저한 안전진단 및 보수·보강을 조속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러한 안전 활동을 지속한 결과, 지난해 광명스피돔을 비롯한 경륜경정총괄본부 전 영업장에서 시설 안전과 관련된 사고는 단 한 차례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올해도 중대재해 및 산업재해 0건을 목표로 ‘2025년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배지환, 3년째 미혼모 생활시설에 후원 “희망 잃지 않는 한부모 가정에게 지속해서 힘 되고파”
- 2025. 02. 04 13:36 야구
- 배지환.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배지환이 미혼모 생활시설에 3년째 후원을 이어갔다. 배지환의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나우아이원매니지먼트는 4일 “배지환이 이번에도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용품과 후원금을 전달하며 매년 선행을 이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올해 따로 귀국 없이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 현지에 계속 머물고 있는 배지환은 개인 훈련에 매진하다 보니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다. 대신 나우아이원 매니지먼트를 통해 후원품을 애란원에 전달했다. 배지환은 “애란원에서 만난 가족들과의 교감을 통해 매번 많은 것을 느낀다”며 여전히 깊은 애정을 표현한 바 있다. 나우아이원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배지환은 미국에서의 시즌 준비로 인해 올해는 직접 방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함과 아쉬움을 표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부모 가정에게 작게나마 지속해서 힘이 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애란원도 “배지환 선수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한부모 가정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감사의 뜻으로 마무리하였다. 나우아이원매니지먼트 제공
주간경향(총 38 건 검색)
-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장애인 격리는 그만…탈시설 예산 늘려야”(2023. 11. 20 07:12)
- 2023. 11. 20 07:12 문화/과학
- ④ 장애인의 시민권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김정하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상임활동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2월 3일 시작된 이후 지난 11월 13일로 466일째를 맞았다. 이날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주간경향이 공동으로 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의 마지막 강사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시민권이 온전히 보장될 때까지” 지하철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도 수도권 4호선 혜화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하고 온 터였다. 그가 집회에서 소개받을 때의 일화를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 단체의 이름이 길다 보니 사회자가 가끔 이렇게 부르곤 해요.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오셨습니까’라고요. 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한국사회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려는 사회인지, 장애인을 ‘철폐’하려고 하는 사회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박 대표는 1983년 행글라이더를 타다 추락해 장애를 입게 됐다. 여러 해 절망 속에 살았다. 죽더라도 교회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에 형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탔지만 “왜 119를 부르지 택시를 타냐”는 기사의 핀잔에 중간에 내렸던 일도 언급했다.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로, 교장으로 일하면서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1999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지하철 리프트가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첫 집회가 열렸다. “리프트가 불편하니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세요라고 당시 서울시장에 요구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결국 2년간 소송 끝에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바뀐 건 없었다. 오히려 2001년 12월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리프트가 추락해 노부부 중 장애인 아내가 죽고, 남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비슷한 사고는 발산역에서, 신내역에서 되풀이됐다. 서울의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전장연의 요구는 더디게 실행됐다. 2021년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선전전을 시작한 이유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시민에게’ 강의에서 ‘한국사회, 차별과 혐오의 민낯-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이동하지 못하면 교육을 받을 기회도, 일할 권리도, 건강권도, 다른 사람과 교류할 자유도 제한된다. 이동하더라도 안전하지 않으니 늘 불편하고, 죽음의 위기마저 겪어야 한다.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따르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장애인에게는 그러나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권리다. 그 권리를 달라고 20년 넘게 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예산 없이는 권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과자를 주고, 연예인이 공연을 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자,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2000년부터 정부가 장애인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달에 몇 번 외출하냐고 물었는데 70% 넘는 사람들이 한 달에 다섯 번도 못 한다고 답했죠. 계단이 있고, 거리에 턱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를 말했죠. 그렇게 외출을 못 하면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교육도 40% 가깝게 받지 못했다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이동을 하고, 교육을 받고, 노동하면서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자. 이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예산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반짝 관심이 쏠렸다, 곧 잊히길 반복했다.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돌봄 활동 등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은 효율성과 비용의 문제를 들먹이는 기재부의 칼날에 곧잘 잘려나갔다. 2023년 예산안의 경우 전장연이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의 0.8%인 106억원만 반영됐다. 내년 예산안도 비슷하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은 거의 증액되지 않았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이 지난 7월 개정되면서 특별교통수단의 24시간 운행과 인접 시·군을 넘나드는 광역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운전원 인건비로 배정된 예산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2021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다. 교통약자 5개년 계획에 따라 4차 계획연도(2022~2026년) 저상버스 도입 목표율도 62.0%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달성률은 32.8%에 불과하다. 정부의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내년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은 1674억9500만원으로 올해보다 11.6% 줄었다. 전장연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이동할 자유를 무시한 예산’이라고 보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가 아닌 비용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낯설지 않다. 박 대표는 이날 강연 중 넷플릭스에 올라온 단편영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Forgive us our trespasses)를 소개했다. 영화는 나치의 장애인 안락사 정책인 ‘T4 작전’을 소재로 했다. 영화 말미의 자막은 “1939년 히틀러가 실행한 T4 작전으로 인해 30만명이 넘는 장애인이 학살당했으며 추가 40만명은 강제 불임수술을 당했다. 이 비밀 프로그램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중 수용소에서 사용된 가스실 기술이 개발되었다”라고 나온다. 차별과 혐오가 끔찍한 학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전장연을 민주노총에 이어 폭력 조장 단체로 꼽았다. 서울시는 6억5290만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대표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마틴 루서 킹은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을 하면서 최소 30번 정도 구속을 당합니다. 경찰은 경찰 명령에 불복종한 혐의, 인도를 막고 허가 없이 행진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죠. 우리도 만만찮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지금은 우리도 폭력 조장단체라고 불릴지라도 역사가 지나면 흑인차별, 인종차별에 맞섰던 이들처럼 장애인 차별에 맞섰다고 평가받지 않을까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강연을 마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불편한 존재, 안 보이는 곳으로 보낸 사회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탈시설 시범사업에 59억8200만원만 편성한 반면 장애인거주시설에는 112배 큰 6695억원을 편성했다. 전장연은 이 예산안을 ‘수용시설 감금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예산 23억원도 전액 삭감해 활동지원가 187명이 전원 해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폐지하고, 거주시설연계사업을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최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 전담인력 105명 등 505명을 해고했다.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은 2020년 서울시가 노동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최중증·탈시설 장애인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했다.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이 사업을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 및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의 활동을 해왔다. 정부와 서울시의 움직임은 장애인의 탈시설을 권고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된다. 2008년 한국도 이 협약에 비준해 보고서를 내는데 한국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2·3차 병합보고서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을 강화하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자립하려면 일자리와 이들 곁에서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지원가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유엔의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13만명의 중증·발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예산을 깎았습니다.” 2005년부터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을 만들어 활동하는 김정하 상임활동가 역시 이날 강연에서 탈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은 모두 늙고 아프고 연약해지고, 그때가 되면 누군가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지원을 받길 원할까요. 제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져서 생활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시설로 가게 되는 걸 가장 두렵다고 해요. 우리 할머니·어머니의 이야기이고, 곧 올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 한명이 담당하는 노인이 15명 이상입니다. 노인이 되면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데, 밤에 미안해서 혼자 가려다가 낙상하면 골반이 부러지고, 누워있게 되면서 욕창이 생기죠. 의사 지시로 신체 구속을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입니다. 한국사회 돌봄의 미래이죠. 이렇게 가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있다고 늙었다고 병들었다고 시설로 가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모두를 위한 탈시설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 활동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 다수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례를 접하게 됐다.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이들의 58.3%가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로 목욕을 하고 95.2%가 개인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외부소통권이 제한된 비인권적 환경에서 거주한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이 아닌 정신요양시설까지 본인 동의 없는 입소가 가능하다. 민간이송 차량에서 손발 묶기, 목줄 등 폭력적인 연행이 이뤄지고, 본인 동의로 입원해도 퇴원을 할 때는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이 불가능하다. 정신·행동장애 환자의 평균 재원기간은 200.4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나라 중 가장 길다. 2위 스페인에 비해 140일 많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아동시설 입소율은 높다. 전국 240개 아동양육시설에 1만명 넘게 산다. 김 활동가는 시설이 인권침해의 온상이었음에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을 들었다.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들이거나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도 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한 채 침묵했고, 일반 국민은 손쉽게 별다른 부담 없이 장애인을 우리 주변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시설운영자는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왔다는 동정론에 기대며 보호와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의 사회적 격리를 당연시하고, 이들의 삶의 존엄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장애인 가족은 국가의 지원이나 보조가 없는 상태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부양 부담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집단으로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방식은 통제에 용이할 뿐 개별성을 존중받기 어려운 구조다. 행정조직이나 가족에 의한 비자의적 입소가 많다는 점에서 선택권을 침해하고, 사회적으로 장애인을 격리하고, 배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래서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학대받는 아동이든 해외에선 시설에 입소해 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에선 그러나 탈시설이 지지부진하다. 중앙정부 6695억원과 지방정부 예산을 합하면 시설에 쓰는 예산이 1조원이 넘지만, 탈시설 사업 관련 예산은 8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김 활동가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국가적 돌봄 체계를 만드는 고민을 서두를 때라고 말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탈시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기반의 주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유엔의 탈시설 권고안에 근거해 정부의 탈시설국가계획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사형집행 시설 점검, 단순 엄포? 재개 신호?(2023. 09. 08 11:24)
- 2023. 09. 08 11:24 정치
- ㆍ“검토 중인가” 질문에 법무부 “답변하기 어렵다” 실제 집행 시 정치적 이용 비판·외교 문제 등 전망 정지윤 선임기자 “사형집행 관련 검토 진행 여부 등은 형집행에 관한 사항이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사항이다. 공개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사형집행을 위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이렇게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정부기관이 으레 내놓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기기엔 뭔가 꺼림칙하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사형을 둘러싼 여러 행보를 보면 그렇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교정시설에 있는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 장관의 지시 내용이 알려지자 대체적인 해석은 이랬다. “잇단 흉악범죄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잠재적 범죄자들의 경각심을 환기하려는 의도.” 그러나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형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이 단행된다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지난 26년 동안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형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 도입도 사형제와 연계돼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를 폐지했을 때 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평가돼왔다. 해외 사례 등에 비춰 절대적 종신형 또한 사형 못지않게 위헌성이 높다는 견해도 많다. 엄포인가, 집행을 위한 포석인가 한동훈 장관은 지난 8월 말쯤 사형집행 시설을 보유한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구치소, 대전교도소 등 4곳에 관련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울러 사형확정자의 수형 태도도 조사토록 했다. 사형확정자는 현재 59명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주간경향에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법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라며 “사형확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형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당연한 업무이자 임무”라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사형집행과 관련해서도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 국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도 말했다. 사형이 형벌로 존재하는 이상 정부가 사형집행을 원천 배제하는 메시지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부의 이번 답변은 한 장관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과 동일하다. 전반적으로 사형집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한 장관의 사형집행 시설 점검 지시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대부분 언론에서 해석했다. 주간경향은 ‘법무부가 사형집행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도 물었다. 또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실이나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검토 중인지’ 등도 문의했다. 법무부는 이에 “형집행에 관한 사항이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이다. 이는 정부기관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다만 NCND는 때론 민감한 사안을 두고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릴 때 ‘긍정’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 장관의 사형집행 시설 점검에 이어 법무부의 답변이 맞물리면서, 실제 사형집행을 위한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사형집행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터라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사형이 법률에 존재하는 형벌인 점, 흉악범죄로 인한 사회 불안 가중, 국민 여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사형집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형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사형집행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향후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을 집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을 집행한다면 정치적 국면을 탈피하거나 다른 중대한 비판 지점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했다. 국제적인 파장도 예상된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전 세계 인권단체가 사형집행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간한 <사형 폐지에 따른 법령 정비 및 대체형벌에 관한 연구>(김대근·이덕인·권지혜) 보고서를 보면, 당시 유럽평의회 소속 47개 국가 가운데 사형제가 있는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했다. 다만 러시아도 2009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2022년 유럽평의회를 탈퇴했다. 유럽평의회는 신규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사형제 폐지를 의무화한다. 유럽대륙에서 유일하게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유럽평의회 소속이 아닌 벨라루스뿐이다. 한국이 가입한 유럽평의회의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에는 ‘유럽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범죄인에게는 한국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8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형제 폐지에 따른 대체 형벌” 법무부가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두고도 논쟁이 뜨겁다. 법무부는 지난 8월 14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인 ‘절대적 종신형’을 형벌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수형 기간이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절대적 종신형은 복역기간과 무관하게 가석방을 원천 금지한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한 장관은 지난 9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사형제를 대체할 생각이었나, 추가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취지인가”라는 질의에 “(둘을) 병존하자는 취지”라고 답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두 부분이다. 사형제를 유지하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절대적 종신형 자체의 위헌성이다. 법무부는 미국의 27개 주에서도 사형과 절대적 종신형이 병존한다는 점을 거론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7월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공감했다. 대법원은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에 다시 수형자를 살해한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원심은 사형을 선고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사형을 선고하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은 현행 법령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지 않는다”라며 사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 교수는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가석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복 범죄나 재범의 우려가 있고 이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교화 불가능한 이들은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기존에 절대적 종신형은 국회와 학계 등에서 주로 사형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다뤄졌다. 1995년 15대 국회에서 현재 21대 국회까지 발의된 사형제 폐지 법안은 모두 9건이다. 15·16대에서 나온 2건을 제외하고 최근 7건은 모두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을 대신토록 규정했다. 2008년과 2010년 발의된 법안은 종신형을 받으면 가석방뿐 아니라 사면법에 따라 사면·감형·복권도 불가능하게 뒀다. 헌법재판소가 2010년 5 대 4로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일부 위헌의견에서 절대적 종신형이 언급되기도 했다. 목영준 당시 재판관은 사형은 위헌이라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형제를 폐지하기 위한 단계적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죽음의 시기만 미루는 것”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절대적 종신형 도입과 관련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여러 단서를 달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확보한 의견서를 보면, 법원행정처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그간 사형제의 대체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이 논의돼왔다며 “사형제 존치를 전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방안은 다른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형사처벌 규정들을 조사·검토해 어느 것을 사형제, 가석방 없는 혹은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절대적 종신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도 서술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수형자를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황폐화시키는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킴으로써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폐지하는 추세”라고 했다. 유럽평의회 47개 국가 가운데 23개 국가에서 ‘가석방 가능한 종신형’을 채택하고 있다. 종신형이 아예 없는 국가도 9곳이다. 절대적 종신형을 채택한 국가는 4곳에 불과하다. 독일이 1949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했지만 1981년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2013년 영국의 종신형이 수형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절대적 종신형을 유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리투아니아도 종신형 수형자에게 석방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논의 중이다. 범죄인의 교화와 사회복귀 가능성을 배제하는 점, 장기간 수용에 따른 형집행 비용의 증가 등도 거론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석방 등은 수형자의 교화에 상당한 동력이 된다”라며 “교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다른 시민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절대적 종신형은 교화나 개선, 사회로 복귀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헌재도 비슷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2010년 사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없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도 판단했다. 헌재는 절대적 종신형을 두고 “사형에 비하면 절대적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 못지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형법에 무기징역을 받고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해도, 형집행 실무상 절대적 종신형을 근간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봤다. 형법은 무기형을 받은 수형자도 복역기간이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가석방은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사망할 때까지 가석방이 안 될 수도 있다. 헌재와 국회, 어디서 결정해야 하나 사형제를 두고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과 국회가 입법을 통해 폐지하는 건 다소 결이 다르다. 헌재는 사형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살피는 것이지만, 국회는 시대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사형제의 유용성·적절성 등을 평가해 결정하게 된다. 헌재는 실제 “사형제의 존치·폐지 여부는 사형제의 존치가 필요한지 유용한지 바람직한지에 관한 평가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입법정책적 문제이지 헌재가 심사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덕인 교수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들은 입법을 통해 해결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통해 폐지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폐지되려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연동돼서 문제를 검토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대근 위원은 이렇게 짚었다. “사형을 입법적으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의사를 수렴해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 제도를 개선하는 게 가장 민주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형폐지 여론이 높았던 적은 없다. 심지어 사형을 전면 폐지한 유럽조차 그랬다. 그럼에도 대개 정치적 결단, 사법적 결단에 의해 제도가 폐지됐다. 기본적으로 사형이 인권과 기본권에 관한 문제라면 이를 다수결로 좌지우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 때문에 정치권은 늘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뽑은 국회와 정부는 상대적으로 여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긴 하지만, 한편으로 다수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이성에 충실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헌재의 결정이 현재로선 불가피하거나 바람직해 보인다.”
- 특집
- 36개월 교정시설 합숙… ‘대체’로 만족하나요?(2022. 08. 26 15:31)
- 2022. 08. 26 15:31 사회
-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대원들이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교육센터에서 개최된 입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연 이것이 몇년 동안 재판을 받으며 기다려온 민간 대체복무가 맞는 것인가, 아니면 더 길어진 (수감에 따른) 노역을 하고 있는 것인가.”(대체복무 대원)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과거 병역기피 혐의(병역법 위반)로 처벌을 받았다. 보통 1년 6개월 동안 교도소에 수감돼 노역을 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2020년 도입됐다. 대체복무자는 3년 동안 합숙 형태로,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복무토록 했다. 재소자들이 하던 기존 업무를 ‘대체’하게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병역기피자’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체복무자가 ‘제복 입은 재소자’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복무자들은 교도관과 유사한 형태의 근무복을 착용한다. 2020년 10월 대체복무 대원 첫 소집 이후 2년 가까이 흘렀다. 지난 7월 말 기준 19개 교정시설에 총 923명이 복무한다. 종교 및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이다. 교정시설에서 ‘대원’으로 불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주간경향은 지난 7~8월 대원 6명을 심층 인터뷰해 속내를 들어봤다. 교정시설에서 대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인권진단’과 ‘복무만족도’ 조사결과도 살펴봤다. 현행 대체복무제는 ‘양심’과 ‘병역’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대체복무자들이 지내는 교도소 내 생활관에는 ‘신념과 병역이 조화로운 대체복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직원식당 업무 기피 대체복무 대원들은 보통 오전 6시에 기상해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야간에는 2명이 교대로 상황근무(불침번)를 선다. 공식적인 업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과 이후에는 제한된 시간 동안 휴대전화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현역병과 비슷하다. 대원들의 업무는 급식, 물품, 교정교화, 보건위생, 시설관리 등으로 나뉜다. 세부적인 업무는 교정시설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원들이 대체로 기피하는 업무는 급식이다. 직원식당에서 식자재 운반, 식재료 손질, 조리 보조, 배식, 설거지·청소 등을 수행한다. 매일 세끼를 정해진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세다고 한다. 새벽 조기 출근, 일과 후 잔업, 주말 근무도 동반한다. 일과 후와 주말에 가능한 종교활동 등 개인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일에 대체휴식이 주어지기는 한다. 구매도 힘든 업무로 꼽힌다. 재소자들이 구매한 음식과 생필품 등을 트럭에서 내리고 분류해 배달하는 일이다. 사회에서 택배노동자의 업무와 유사하다. 수용동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대량의 생수 등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대원도 많다고 한다. 구내·외 환경미화도 대원들에게 인기 없는 업무다. 무더운 여름에 각종 보호장비를 차고 예초 작업을 하다 허리, 팔, 손목 등에 부상을 입을 때도 있다.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열악한 위생 상태에 노출되기도 한다. 재소자들이 일반쓰레기에 음식물쓰레기를 섞어 버리면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다 음식물을 뒤집어쓴 대원도 있다. 쥐와 바퀴벌레가 수시로 출몰해 얼굴과 팔 위로 쥐가 지나간 적도 있다고 한다. 높은 강도의 육체노동은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대원들도 예외는 없다. 현역 입영 대상자 가운데 4급을 받으면 보통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겐 이런 선택지가 없다. 4급 판정을 받은 대원은 현재 44명이다. 대원 A씨는 “4급 판정을 받은 대원들의 지병이 악화되는 것도 목격했다”라며 “교정시설에서 신체 상태를 어느 정도 고려해 업무를 지정하기는 하지만 법적인 장치가 없다. 다른 대원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동일하게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대체복무 대원의 근무복. 법무부 제공 “머리에서 쉰내 난다” 교정시설은 대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인권진단, 매분기 복무만족도를 조사한다. 인권보호와 복무환경 개선 등이 목적이다. 조사결과는 법무부에 보고해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8월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자료를 확보했다. 인권진단은 복무관리관(교정시설 내 대체복무 담당자)이나 다른 대원의 인권침해·부당행위를 ‘예, 아니요’로 답하게 돼 있다. 선택형 63개, 서술형 1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2020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인권진단 조사결과를 보면, ‘복무관리관에 의한 인권침해·부당행위’는 모두 34건이다. ‘대원 간 인권침해·부당행위’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서술형 항목에는 복무관리관·대원 간의 인권침해 행위를 통합해 적도록 했는데, 23건으로 집계됐다. 선택형 항목 조사결과에 비춰 서술형도 대부분 복무관리관에 의한 인권침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대원 B씨는 “이전 복무관리관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그가 대원들을 재소자처럼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복무관리관이 저녁 점검(군대의 점호) 시간에 위생검사를 한다며 대원들의 손발톱 상태를 살폈다. 이어 대원들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한 뒤 40여명의 머리카락을 일일이 만지며 냄새를 맡았다. B씨는 “복무관리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몇몇 대원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쉰내 난다. 좀 감아라’고 말하며 모멸감을 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았지만 지금도 대원들 사이에선 충격적인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고 했다. 복무관리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대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편차가 크다. 대원 C씨는 “현재 복무관리관은 존중심을 가지고 우리를 대한다”라며 “그러나 이전 복무관리관은 대원들을 군인과 재소자의 중간쯤으로 보고 엄격한 관리대상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어떤 복무관리관은 대원들에게 군대처럼 기수 문화를 만들도록 권유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다 그렇게 일한다”라며 업무에 필요한 장비의 요구를 거부한 적도 있다고 대원은 전했다. 복무관리관이 상대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성차별적인 농담을 스스럼없이 던질 때도 있다. 대원 D씨는 “성인지감수성과 장애와 관련한 인식을 제대로 갖췄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라고 했다. 입소 이후 기초교육 과정에서 고위 교정 공무원이 “모든 형태의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노예가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D씨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들이 교육기간 내내 나왔다”라고 했다. 대체복무자들을 상대로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다. 모든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지 않으면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서 ‘진정한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원 E씨는 “복무관리관들이 대원들을 직원과 같다고 여긴다”라며 “법에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로운 복무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초반에는 복무관리관들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가 함께 지낼수록 인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복무관리관의 대체복무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대원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사 실효성 의문 2021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진행된 복무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대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괜찮아 보인다. 복무만족도는 선택형 16개 항목, 서술형 1개(복무관리관과 대체복무 운영의 불만이나 건의사항)로 구성된다. 올 2분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급 물품 만족도’, ‘급식 및 부식 만족도’, ‘주 40시간 업무 준수’, ‘자격증 취득, 공부 시간 보장’ 등은 80~90%대 만족도를 보였다. 복무관리관의 ‘고충 해결을 위한 노력’, ‘대체복무 운영의 만족도’,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 ‘실질적 상담’ 등도 결과는 비슷했다. 다만 ‘현재 복무생활’과 ‘생활관 및 편의시설’의 만족도는 각각 74.8%와 78.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복무생활’의 만족도가 하락한 점이 주목된다. 2021년 1분기 94.3%에서 줄곧 낮아져 올 2분기에는 74.8%로 집계됐다. 복무생활을 할수록 업무에서 느끼는 의미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합숙 생활의 어려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인권진단과 복무만족도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사실대로 작성했다가 전체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했다. 대원 F씨는 “과거 인권진단 항목에 복무관리관의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적이 있었다. 복무관리관이 이 사실을 알게 되자 행정실 내에서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욕설 및 폭언에 대한 민원도 제기되자 또다시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복무관리관이 강압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대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A씨도 “인권진단과 복무만족도 조사를 이용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외려 문제가 심화되거나 다른 문제가 대두돼 분위기가 안 좋아졌던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익명성 보장 여부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B씨는 “조사자료가 복무관리관의 손을 한 번 거쳐 올라가기 때문에 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라며 “기입하는 내용에 따라 작성자가 누군지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등이 2021년 2월 25일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선고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권진단 문항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진단에서 복무관리관의 인권침해 여부 항목은 14개에 불과하다. 반면 대원 간의 인권침해 항목은 49개나 된다. 그렇다고 조사가 아예 불필요해 보이진 않는다. C씨는 “대원들이 복무 중 불공정한 일을 겪은 것을 적어서 제출했고,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고충심사도 청구할 수 있다. 특정 서식의 청구서를 제출하면 담당 직원이 처리한다. 대체복무 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권진단 등과 마찬가지로 고충심사를 ‘당당하게’ 신청할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자신들을 관리하는 복무관리관과 관련한 문제를 써내면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어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D씨는 “초반에 고충심사를 청구하면 복무관리관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 누군가 고충심사를 제출하려 했을 때는 처우가 (안 좋게) 달라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고충심사의 구체적인 절차 등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는 대원도 있다. E씨는 “교정시설에 배치된 이후 어떤 절차와 기준을 통해 고충심사가 이뤄지는지 들은 바 없다”라며 “건의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공개된 장소에 있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일부 재소자의 조롱·비하 대원들은 재소자와 직접 접촉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보관(영치), 구매, 세탁 등의 업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주친다. 대원들은 재소자 접촉 시 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히 신경쓸 것을 교육받는다. 재소자가 대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략 두가지다. 우선 대체복무 대원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3년 동안 복무해야 하는 대원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재소자도 있다고 한다. 과거 병역법 위반죄로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재소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대원들은 전했다. 반면 대원을 ‘병역기피 범죄자’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돼 자신들과 함께 있어야 할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재소자 중 일부는 특정 종교를 조롱·비하하며 음식물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F씨는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우며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느끼는 대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할 때도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8년 12월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정부가 마련한 대체복무 방안을 규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복 입은 재소자? “이런 날이 오는구나.” 대체복무 입소를 앞두고 대원들은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이전 같으면 범죄자 신분으로 교도소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회에 공헌하고 이웃들에게 유익한 대체복무 대원으로서 교도소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다.”(A씨) 대원들은 대체복무제도 자체는 의미가 크고 이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교정시설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기에 기쁘게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공익적인 의미나 보람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B씨의 말에는 허무함이 녹아 있다. “하루종일 예초 작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지정된 전체 구역을 하는 데 2~3주가량 소요된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서면 처음 깎았던 부분에 풀이 자라 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 대원들의 업무는 기존 재소자들이 하던 일이다. C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런 어려움을 말하면 ‘기존 수용자들은 잘하던 일인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비교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와 격리된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뜻깊게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기존 병역거부자로서 처벌을 받았을 때의 업무를 이어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D씨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다른 교도소에서 파견 근무를 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3종 방역 보호 세트를 입어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사흘에 한 번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게다가 외출까지 제한돼 교도소 내에서만 생활했다.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복무생활 중 가장 뿌듯하고 보람된 경험을 했다. 직원들도 대원들을 동등한 직원으로 대해주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에서 꼭 필요한 곳에서 복무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씨도 “신종 감염병 확산이나 기후위기처럼 사회적인 재난이 심화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복무 영역이 확대돼 다양한 곳에서 공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대원들을 재소자와 동일선상에 놓고 대하는 직원들이나 재소자들을 보면 더 힘이 빠지고 혼란스럽다고 한다. ‘마치 처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소소한 보람을 느끼는 대원도 있다. 그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와 대원들이 새벽에 일어나 눈을 치운 적이 있다. 교도관들이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기여했고,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기뻤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대원들을 같은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격려를 할 때도 그렇다. 상황이 어떻든 대원들은 업무를 게을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F씨는 “이미 입소한 이상 조금씩 개선되길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복무하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권하지 않을 것”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행 대체복무를 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A씨의 답변이다. “권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부적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의 양심이 현 대체복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아직 군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요소들이 남아 있다. 다만 경험자로서 현재 제도의 징벌적 요소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에 참고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인터뷰에 응한 대원들 모두 ‘36개월, 합숙, 교정시설’인 현 제도가 개선되길 바랐다. 아울러 자녀가 있는 대원을 배려하는 장치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역병은 복무 중 자녀가 태어나면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B씨는 “자녀가 있는 대원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이 기나긴 복무기간이 한가정을 앗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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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13) “재생에너지, 국가 필수시설로 인식해야”(2022. 07. 22 11:16)
- 2022. 07. 22 11:16 경제
- ㆍ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후 약 1℃ 올랐는데, 2100년까지 1.5℃ 이내로 묶어놔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목표치였던 2℃도 양의 되먹임 현상(온실효과가 더 큰 온실효과를 불러오는)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줄이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히고, 2050 넷제로를 선언한 배경이다.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현실은 1.5℃ 대신 2.7℃ 상승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빈번해지는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이 그 징후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개인의 노력도 소중하지만, 전기를 만들고 쓰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의 대부분은 기업이 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열쇠를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 전문위원은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보 목표치(전임 정부는 2030년 30% 제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면서 “기후위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국가 필수시설로 인식하고, 지금보다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상기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과학계는 산업화 이후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지 못하면, 피해도 커지지만 자동으로 온도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 우려한다. 지금 우린 2.7℃ 경로로 가고 있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들에게는) ‘올해 여름이 가장 더운 여름일 수 있지만, 생의 전체에서 경험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는.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가뭄으로 식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생태계 다양성 손실과 질병 확산, 식량위기와 사회불안이 겹쳐서 국가 붕괴와 난민 증가,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 무력 분쟁의 증가가 예상된다. 채텀하우스는 이렇게 되면 기업 활동도 제약을 받고, 금융시스템도 붕괴할 것이며 2.7℃로 가면 안정적인 사회, 국가의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10월 기후변화를 인류 최대의 보건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런 인식에서 영국 등 유럽에선 2019년부터 멸종 저항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연구결과가 정책이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올해 과학자 그룹 ‘사이언티스트 리벨리온’은 석유회사 쉘 본사 정문에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업에 투자하는 체이스은행 등 금융기관 정문을 막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기업의 역할은. “한국은 전기의 55%를 산업부문에서 쓴다. 상업용은 30%, 가정용은 15%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노력해 10%를 줄인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기업을 바꿔야 하는데, 금융 치료가 불가피하다. 유엔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가격이 2030년 기준 1t당 100달러 정도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럽은 배출권 가격이 이미 권고수준에 도달했다. 유럽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테슬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자동차 업계를 흔들어놨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48%가 전기, 열 생산과 교통에서 나오는데 테슬라의 임팩트 보고서를 보면, 이 부분을 사업 영역으로 맡겠다고 밝히고 있다. 태양광 지붕 등 일부 사업에서 목표한 만큼 속도가 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도전해 성과를 내는 기업이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탄소제로 달성 시점을 204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정당이 주축이 되어 정권을 잡았다.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일부 석탄 발전을 재가동했지만 일시적인 조치다. 오히려 재생에너지를 과감하게 확대하기로 했다. 7월 8일 통과된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보면 태양광을 현재의 60GW에서 2030년 215GW로 매년 22GW씩(한국은 2021년 태양광 4.4GW 설치가 최대치) 늘리기로 했다. 육상 풍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별로 토지의 2%를 풍력발전 용도로 지정 의무화했다. 일부 언론이 유럽이 화석연료 발전으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태양광과 육상 풍력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덴마크처럼 본질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설치하는 것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도 포함되지만 수소 역시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다.” -국내 상황을 평가하면. “우린 아직도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3% 사용했지만, 탄소배출량은 16% 늘었다. 현대차는 2045년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최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짓다가 RE100 주관 기구와 청소년 기후행동, 그린피스 등의 항의를 받아 철회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양광이 흉물스럽다고 하지만 기후위기 현실을 감안하면 철없는 소리다. 태양광·풍력발전을 반대하면 답이 없다. 원전도 저탄소 전원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RE100 대응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순 없다. 일본의 동경전력 경영진이 법원 판결로 127조원의 배상을 하게 됐다. 법정에서 인정받은 손실이 그 정도라는 거다. 사고 한방에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는 점에서 민간에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 원전은 건설 기간도 오래 걸려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작다. 발전 용량이 큰 만큼 사고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전력 생산이 한번에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92개 주요 기업은 지난해 일본 정부에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50%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확대 조치가 없으면 애플 등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려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의 목표치를 22%에서 38%로 올렸다. 국내 재생에너지의 목표치는 너무 낮고 정책 또한 믿기 어렵다. 우선 태양광을 위한 정치세력 자체가 없다. 미국은 태양광·풍력발전에 20~30%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우리 기업은 그런 요구도 하지 않고 힘들어 못 한다고만 할 뿐이다. 우리가 힘들다고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면제해주고, 애플이 RE100 이행을 못 해도 공급망에 포함시켜줄까.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땅이 좁다고 하는데 국토의 약 0.5%가 골프장이라는 통계도 있다. 골프장 토지는 강제 수용도 하는데 태양광은 자기 땅에 설치한다고 해도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발이 묶이기 일쑤다. 태양광은 이제 친환경 발전시설로 한정해 볼 게 아니라 국방시설처럼 사회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시설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엔사무총장도 재생에너지를 사회 필수시설로 인식하고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
레이디경향(총 4 건 검색)
- “구로 119소방서 아저씨, 감사합니다”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 친구들
- 2012. 11. 30 19:35 화제
-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119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다. 119는 주로 위급한 상황에 달려오기도 하지만 어려운 곳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도 있었다.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 선생님과 친구들이 매년 시설에 방문해 도움을 주고 있는 구로 소방서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렸다.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은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을 낮 시간 동안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재활 프로그램 및 교육을 제공하는 시설로, 직업 재활훈련도 받기 어려운 중증의 장애인들이 모여 있다. “이 근처에 특수학교 두 곳이 있어요. 그곳을 졸업한 뒤 중증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어 여기 시설을 다니고 있지요. 연령대는 대부분 20대에서 30대까지입니다. 장애 정도가 심해서 직업훈련을 받을 수는 없지만 사회 적응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주로 교육하고 있어요.” 16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시설에는 3명의 교사가 있다. 늘 일손이 부족하다. 친구들을 각자의 집으로 송영하는 운전과 프로그램 진행 외에 식사와 간식 준비도 해야 한다. 게다가 일일보고서 작성 등 행정 일도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 받는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지원 인력은 3명이에요. 교사를 충원하고 싶지만 인건비가 부족해요. 친구들의 식비, 간식비, 시설 임차료까지 내고 나면 운영하기 빠듯하지요.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이라 후원의 손길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민경미(49) 선생님은 상황이 열악해도 내년에는 좀 더 분발하려 한다. 시설 친구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에 대한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하다. 매년 방문해 도움을 주고 있는 구로소방서 직원들은 매우 고마운 존재다. 그들이 처음 방문한 때는 2010년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매년 10회 이상씩 봉사활동을 오시기 시작했죠. 소방서 근무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늘 고단하실 텐데 말이죠.” 예은장애인보호시설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단체는 구로소방서가 유일하다고 한다. 특히 중증 지적장애인들에게 그들의 도움은 큰 보탬이 된다고. “다양한 봉사를 해주세요. 친구들에게 컴퓨터도 가르쳐주시고 교육 프로그램도 도와주세요. 때로는 계단 청소도 해주시고요, 특히 등산할 때 동행해 친구들이 무리 없이 등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제는 오셔서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해야 될 일을 척척 해줄 정도로 익숙해지셨어요.” 시설에 있는 친구들 이름도 외워서 불러줄 정도다. 소방서 직원들은 그들의 친한 형과 누나가 돼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페인트가 벗겨져 부식된 외부와 내부 벽에 새로 도색을 해줬다. “저희가 특별히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재료까지 사와서 칠을 해주셨어요. 사실 여기저기 벗겨진 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거든요. 정말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잖아요. 저희는 그 세심한 마음에 감동했어요.” 늘 밝은 미소로 찾아와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곳을 찾아 묵묵히 봉사하는 구로소방서 직원들. 민 선생님은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지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시설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한글을 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길 부탁했지요. 이걸로 저희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겠지만 편지와 지면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레이디경향」은 시설을 대신해 구로소방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구로소방서 대표로 지난달 페인트 벽칠 봉사를 주도한 장봉진 소방장(39)이 인터뷰에 응해줬다. 장봉진 소방장의 미니 인터뷰 Q 처음 시설에 가게 된 계기는? 정책의 한 일환으로 서울시 산하기관은 복지시설과 자매결연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가게 됐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보여 종종 방문하게 됐는데 이렇게 칭찬을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Q 밤 근무를 마치고 봉사하러 오신다던데? 당직을 서는 직원들 중에 그런 분들도 있다. 우리같이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평일 낮을 이용해 방문한다. 그날그날 여건이 되는 사람들로 구성해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Q 특히 시설 외부 벽면을 칠해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내가 처음 봉사하러 시설에 방문한 건 점심 도우미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리고기볶음을 준비해 갔는데 시설의 복도와 내부 벽면이 부식돼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음에 올 때 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세심한 마음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일 아닌가? 집에서도 도색 작업을 종종 해서 그런지 눈에 띄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작은 일이지만 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 한 일이 아니다. 페인트와 페인트붓 같은 도구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마련했다. Q 시설에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한 부분을 보았나? 현재는 월동기라 소방서가 정신이 없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친구들의 손을 잡고 근처 동산이나 공원으로 나들이를 하고 싶다. 시설에는 지도교사가 부족해 특히 외부 활동하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Q 시설의 한 친구가 감사의 편지도 썼는데? 남들도 다 하는 일을 했는데 무척 민망하고 부끄럽다.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으니 앞으로 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 후원 안내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는 교재교구, 학용품, 식품 및 간식 등 각종 후원 물품과 후원금을 환영합니 다. 자원봉사해주실 개인이나 단체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원 문의 02-2616-4282 ●계좌번호 우리은행 1006-301-212299 ●예금주 (사)서울지적장애인복지협회(예은주간)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원상희>
- [생활 속 상식] 주거&시설-소비자 구제 방법은 무엇일까!
- 2011. 02. 15 13:51 문화/생활
-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어떻게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는지 그 방법과 절차를 알지 못한다. 이에 「레이디경향」에서는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아파트 하자 보수 요구 “입주한 지 5개월 된 아파트 하자 보수해달라” vs “자연 현상으로 인한 하자 보수는 책임 없다” 신청자 새 아파트에 입주한 B씨. 하지만 새집에 산다는 기쁜 마음은 얼마 가지 못했다. 입주 5개월 만에 안방의 바닥, 벽체, 장롱 등에서 곰팡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장롱에 있던 옷은 모두 입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너무 화가 난 B씨는 시공업자와 사업자에게 강력하게 하자 보수를 요구했다. 사업자 B씨가 요구하는 결로 현상은 공동주택관리령에 명기되어 있지 않은 ‘자연현상’이다. 또 하자보증약관에 의거해봐도 보증 이행 대상이 아니므로 “하자 보수를 해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 소비자보호원 위원회에서 양측 현장 조사를 나간 결과, 아파트 외벽 면의 단열재 이음 부위가 시공 불량으로 인해 결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벽체, 바닥, 장롱 등에 곰팡이가 발생되어 단순히 실내의 오염뿐 아니라 불쾌한 냄새까지 더해져 거주자 생활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사업자는 하자담보책임으로 B씨의 집 안방 외벽 면의 하자 보수를 해야 한다. 숙박 계약 후 이용 3일 전 취소에 따른 환급 요구 “계약금을 환불해달라” vs “나도 정신적·물질적 손해가 크다” 신청인 A씨는 1박 2일 숙박비 총 85만원 중 100,000만원을 계약금으로 펜션 측에 지급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약일 3일 전, 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계약금 10만원의 환급을 요구했다. 사업자 A씨에게 자신이 입은 정신적·물질적인 손해가 커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 계약금을 환급하겠다고 주장했다. 결론 이 사건은 당사가 간에 별도의 약정이 없고, A씨와 사업자 간의 보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숙박 업종의 경우 계약 2일 전 취소를 하면 계약금을 환급하도록 되어 있다. 사업자는 A씨에게 10만원을 환급해야 한다. 계약과 다른 벽지 시공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 “계약한 벽지와 다르다” vs “시공 과정에서 달라졌을 뿐 똑같은 벽지다” 신청인 F씨는 집을 예쁘게 꾸밀 작정으로 ‘엠보싱’벽지로 공사 업체와 시공 계약을 하고 공사가 완료됐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계약 당시 샘플로 본 벽지와 달리 엠보싱이 없는 벽지가 시공되어 있었다. 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업자 도배 공사의 경우 시공 후 주름이 생기는 문제 때문에 풀칠을 먼저 한 뒤 벽지를 당기는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벽지의 엠보싱이 없어진 것이다. 계약했던 벽지와 동일한 벽지이기 때문에 금전 배상을 하기는 어렵다. 결론 벽지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시공 과정에서 풀칠을 한 뒤 빨리 시공을 하면 엠보싱이 모두 보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사업자는 풀을 바르고 1시간 이상 경과한 이후 시공을 했고 그로 인해 벽지의 엠보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F씨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모델 하우스와 다르게 시공된 아파트 보상 요구 “모델 하우스와 다른 부분 수리해달라” vs “모델 하우스와는 시공 환경이 달랐다” 신청자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한 C씨는 모델 하우스를 보고 흡족해했던 아파트 내부가 실제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분양 카탈로그에는 거실 바닥이 원목마루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실제는 온돌마루로, 부부 욕실 세면대 상판과 욕조 옆면 대리석이 견본 주택과 달리 통판이 아닌 조각으로 시공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조각별로 색상이 눈에 띄게 달랐고 대리석에서 토분이 떨어지는 등 모델 하우스에서 봤던 집과는 달리 너무 조악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이에 C씨는 모델 하우스 주택과 똑같이 재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업자 분양 당시 모델 하우스에는 ‘온돌마루’로 시공되어 있었고, 분양 카탈로그에 ‘원목마루’로 표기되어 있었던 것은 표시 착오지 고의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욕실 세면대를 통판으로 시공한 견본 주택은 수도꼭지를 달지 않아서 가능했고 실제 시공할 때는 수도꼭지 등을 시공할 때 파손의 위험이 있어 3등분으로 분할해서 시공할 수밖에 없었다. 또 천연 대리석의 색상을 일률적으로 맞추기 힘들었으나 대리석의 색상 차이가 확연한 세대에는 하자 접수 처리를 하고 있다. 결론 (1)분양 카탈로그와 다른 온돌마루▶조사 결과 ‘원목마루’로 표기한 것은 표시상 착오라고 보이고, C씨가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 (2)부부 욕실 대리석 조각 시공▶대리석을 통판으로 시공하지 못한 것에서 사업자의 과실을 찾을 수 없고 분할 시공한 세면대가 기능상·미관상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하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 (3)대리석 색상 차이▶천연 대리석의 특성상 미묘한 색상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확연히 다른 색상 차이가 나면 교체해줘야 한다. (4)대리석에서 토분 발생▶천연 대리석에 포함된 토분 등 이질적인 성분들이 수분에 접촉될 경우 생기는 것으로 보이며, 사업자는 피막제를 시공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 C씨의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토분이 떨어지는 대리석은 교체해주는 것이 옳다. 쇼핑 중 진열대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 “병원비 손해배상해달라” vs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신청자(E씨)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던 E씨. 한창 매장을 돌며 옷을 구경하던 중 갑자기 2m가량의 진열대가 넘어져 뒤통수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E씨는 MRI 촬영 비용과 진찰료 등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사업자 E씨와 함께 진열대에 팔을 부딪친 다른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다. E씨가 과잉 반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고 직후 E씨에게 청심환을 사주었고 안정을 되찾아주고자 최선을 다했다. 당시 경찰관은 현장 상황을 전해 듣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돌아갔다. E씨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결론 소비자보호원 담당자가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자의 매장은 여전히 옷걸이 등이 쓰러질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민법에 따르면 공작물의 설치 혹은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는 공작물의 주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사업자는 E씨에게 진찰비와 MRI 촬영비를 지급해야 한다. 누수 공사 불량에 따른 배상 요구 “누수 공사 부실했다” vs “공사 당시 발견할 수 없었다” 신청자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이웃으로부터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말을 듣고 사업자를 불러 누수 공사를 맡긴 D씨. 하지만 공사를 마친 이후에도 아래층에서 계속 물이 새고 있었고, 다른 공사업체를 부를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난 D씨는 누수 하자가 개선되지 않았으므로 사업자에게 보수비용의 배상을 요구했다. 사업자 D씨의 집 난방 배관이 낡아 물이 새는 것으로 판단해 배관을 교체해 누수 하자를 개선했다. 하지만 발코니 부분의 누수 하자는 공사 당시 발견할 수 없었고 견적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D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결론 D씨가 처음 사업자에게 공사를 의뢰한 계기가 \'아래층 누수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사업자도 인정하고 있다. 견적서 내용을 보면 사업자가 행한 공사 내용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고 품목 내역만 열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가 D씨와 체결한 누수 공사를 완공했으나 하자가 있었다고 보인다. 때문에 사업자는 D씨의 요구대로 다른 공사업체에 지급한 비용의 50%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 <■정리 / 김민주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한국소비자원(www.kca.go.kr)>
- 생활 속 상식
- 치매 노인요양시설 운영하는 김정희 대표
- 2005. 03. 01 화제
- “치매 노인 가족처럼 모십니다” 너싱홈 김정희씨는 간호사 출신으로 치매 노인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 주택가에서 따뜻한 가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치매 노인들과 가족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치매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너싱홈’을 만들다 김정희씨는(50) 10년 전 일이 떠올랐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던 친정 아버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남편과 함께 일본 유학길에서 돌아온 그녀는 치매증세가 심한 아버님으로 인해 가족들이 지쳐있었다. “4남매가 절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님을 맡기더군요. 그땐 섭섭한 감정이 앞섰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싶어요. 치매 환자를 겪어본 사람은 아마 이해하실 겁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몸서리치게 싫었던 그녀도 조금씩 지쳐갔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의 임종도 못 지켜본 불효자식이 돼 있었다. 유학 전에도 국립의료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했던 그녀는 다시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치매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노망’이 들었다고 치부하며 정신병원을 찾는 치매환자들이 많았다. 물론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온 이들은 정신병자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 치매환자와 정신병 환자들을 함께 치료한다는 건 잘못된 현실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병원뿐만 아니라 요양시설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치매환자는 가족들을 무척 힘들게 하는 병입니다. 치매 환자 한명으로 인해 가족간에 뿔뿔이 흩어지거나 정신적으로 쇠잔해져가는 현상을 많이 지켜보던 중 직접 요양시설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신문 기사가 보도되면서 치매에 대한 생각이 점차 변화하고 있기도 했고요.” 당시 은평구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집을 허물고 요양시설에 알맞은 건물을 건축하게 됐다. 세상을 떠난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며 철저히 준비작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요양시설을 오픈하기 이전부터 입소문이 났다. 치매환자와 함께 살고 있는 가정에선 문의전화가 오곤 했지만 정작 어려운 현실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다. 주위 주민들의 반발이 생긴 것이다. 치매환자 요양시설이 생기면 주위 환경이 안좋아진다며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고 가정에서도 돌볼 수 있는 아담한 시설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수십명의 치매환자를 돌볼 여력도 없었다. 가정과 똑같은 정성을 쏟아붓기 위해선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겨우 주민들을 설득하고 나자 또 하나의 시련이 그녀에게 닥쳤다. 느닷없이 찾아온 imf는 그녀를 다시 한번 고민에 빠뜨리는 시기였다. 치매환자를 요양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엔 세상이 너무 힘들게 돌아가고 있었다. ‘너싱홈’이란 이름을 직접 만들었다. 간호사 출신이 직접 운영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97년 12월 정식 오픈을 하고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가정식’ 전문 요양시설임을 알리고 끊임없이 병원을 다니며 소식을 알렸다. 오픈한지 6달만에 찾아온 5분의 치매 노인들. 그 중 1분은 현재까지도 시설에서 지내고 있으며 나머지는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았다. “요양원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맞벌이 부부인 가족들도 있고 자녀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설로 보내온 경우도 있어요. 죄송스런 마음때문인지 저녁이면 부부가 손을 붙들고 시설을 찾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곤 했죠. 하루 종일 모실 때보다 더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 간다는 느낌 아세요.” 24시간 치매환자를 돌보며 하루도 쉬지 않았다. 가족들이 예고없이 방문하기 때문에 정리정돈이 엉망일 수도 없다. 처음엔 요양시설이라고 해서 병원보다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편견을 안고 온 가족들도 시설을 보며 안심을 하고 돌아갔다. 월 백만원선이면 치매환자를 24시간 돌봐준다. 치매환자 중에는 3개월 정도 머물다 돌아가기도 한다. 3개월 미만 요양시설에서 머무는 환자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희씨는 임종을 지킨다는 건 하늘이 내린 복이라고 말한다. 수십번 임종을 지켜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 가족처럼 슬퍼한 날들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수많은 간호사 출신들이 그녀를 찾았다. 너싱홈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며 요양시설을 견학하고 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현재는 전국 20여개가 생겼다. 각자 운영하면서 2년 전 협회를 만들어 마케팅 전략에 힘을 모으고 있다. 초대 회장으로는 김정희씨가 뽑혔다. “크고 화려한 시설도 좋지만 주택가에 있으면서 가족처럼 대해주는 그런 시설이 오히려 치매환자들에겐 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거라 믿어요. 고령화사회에 발맞춰 전국 주택가에 이런 시설 하나씩만 들어선다면 치매환자로 인한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반으로 줄거라 생각해요. 옆집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것과 똑같은 거니까요.”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기업이나 복지재단이 교외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는 시설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 따라서 그녀는 민간이 주택가 등지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운영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에서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한다. 전국 너싱홈 현황 기관명 주소 연락처 간호나라너싱홈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031-258-9393 남서울너싱홈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031-726-9195 너싱홈그린힐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031-768-5226 노인간호나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054-262-6209 다사랑노인간호센터 경기도 광주시 초원면 031-769-7980 샤안발사나어너싱홈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031-322-0028 실버릿지그랜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031-723-5812 연희실버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2동 02-338-3434 엘리에설노인간호센터 서울시 성북구 정릉3동 02-911-7782 에버그린복지재단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02-352-2010 은애너싱홈 부산시 수영구 광안1동 051-759-1228 이화실버케어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031-504-5551 E-좋은 둥지 경기도 군포시 둔대동 031-437-3939 제일너싱홈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031-323-3007 한마음너싱홈(경기)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 031-798-0081 정성너싱홈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031-252-1607 혜인요양원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031-667-4773 북악실버 서울시 종로구 신영동 02-395-1025 한마음너싱홈(서울)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02-2699-7323 밝은아침간호세ㅌ너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031-977-0286 정훈간호센터 서울시 강북구 미아4동 02-988-5481 화성너싱홈 경기도 화성시 무송동 031-355-1266 늘푸른너싱홈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031-358-0056 글 / 강수정 기자 사진 / 강예지
- 불우아동시설 방문해 선행 베푸는 멜리나 르메이·제니퍼 맥키·데보라 새넌
- 2003. 12. 01 화제
- “천사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손수 만든 과자와 초콜릿을 팔았죠” 양초, 도넛, 피자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아 고아들을 돕는 외국인들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캐나다, 미국에서 건너온 미혼의 외국인들. 지난 2001년, 건양대 제자들과 함께 논산애육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선행을 베풀게 됐다는 이들은 다가오는 성탄절에도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애육원생들과 과자 나누며 할로윈 축제 건양대 영문학과 교수인 멜리나 르메이(35)·데보라 섀넌(27)과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제니퍼 맥키(28)는 충청도 논산 지역에서 알아주는 스타들이다. 금발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유도 있지만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대학 내에서 과자를 파는 외국인으로 소문났기 때문. 이들이 학교내에서 과자를 팔게 된 이유는 논산 애육원생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 건양대 학생들의 봉사활동 일환으로 불우아동시설을 방문하게 됐는데 논산애육원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어린 친구들을 돕게 된 것은 어찌보면 저희들 스스로 위안을 받기 위해서일지도 몰라요. 교수로 있긴 하지만 따지고보면 저희들도 향수병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성탄절만 되면 괜히 고향에 가고 싶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 제자들과 함께 논산애육원이란 곳을 가게 됐어요.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가 이 단체를 지속적으로 돕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할로윈 데이 축제를 애육원에서 한번 열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지만 막상 뜻은 세웠으나 이들을 어떤 식으로 도와야 할지 막막했다.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막막했다. 이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멜리나 르메이 교수였다. 할로윈 놀이도 하고, 음식을 팔아 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동료들은 그녀의 아이디어에 대찬성. 우선 멜리사 르메이는 고향에 있을 때 배운 종이접기와 미술 실력을 발휘했다. 얼굴에 분장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었다. 데비 섀넌은 캐나다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장문의 편지를 띄웠다. 불쌍한 아이들을 도울 생각인데 과자와 쵸콜릿을 만들어 소포로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 쉴라는 정성스럽게 과자를 굽고 초콜릿을 만들었다. 제니퍼 맥키도 피자와 양초, 도넛을 만들었다. 어머니가 만들어 보낸 과자가 도착하자 이들은 학교내에서 양초와 피자 등을 팔기 시작했다. 처음엔 말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체면을 무릅쓰고 “피자 사세요, 과자 사세요”를 외쳤다. 한국말이 서툰 탓에 어색한 광경도 연출됐다. 처음엔 길거리를 지나가는 학생들은 교수들이 왜 저러냐며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교수들이 음식을 판다고 하니 학생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뜻을 헤아린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교직원까지 나서서 이들의 판매를 도왔다. 이 행사를 기획한 멜리나 르메이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고 한다. “파는 것은 둘째치고 저희들이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처음엔 아주 애를 먹었어요. 교수 신분으로 학교에서 무언가를 판다는 것도 어색했구요. 그런데 논산애육원에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니까 용기가 솟아나더라구요. 음식을 만들어놓고 몫이 좋은 자리에 서긴 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판사판 발음은 부정확하지만 큰 소리를 내면서 판매를 시작했죠. 남대문시장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처럼요.(웃음) ‘피자 사세요! 피자 사세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외쳤지요. 그제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라구요.(웃음) 어떻게 됐냐구요? 공연으로 따지면 완전 매진이었어요. 나중엔 피자가 동이 나서 인근 피자집에 가서 사올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렇게 잘 끝마치기까지는 저희들의 수완보다는 학생들과 동네 분들의 수고가 많았습니다. 지금 통역을 해주시는 김재신 교수님, 건양대 관계자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데비 셰넌도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편지를 뛰워 과자를 공수해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과자를 만든 재료비보다 소포비가 더 비싸게 들었던 것. 빠른 소포로 보내 물건을 잘 받았지만 우편요금이 더 들었다며 다음부터는 직접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애육원 도움 줄 분들은 언제라도 대환영 “이런 일도 있었어요. 캐나다에 계신 엄마가 저에게 줄 물건을 부치셨는데 막상 소포를 풀어보니 제 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애육원 아이들에게 줄 선물만 보내신 거예요. 처음엔 조금 서운하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마의 속마음을 알겠더라구요.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셨던 것이지요.” 피자, 양초, 과자, 초콜릿을 판 돈은 약 1백40여만원. 적은 액수였지만 애육원 원장은 이들의 선행에 눈물을 보였다.후원금을 직접 전달도 하고 원생들에게 줄 선물을 직접 포장도 했다. 정성이 담긴 장난감과 인형을 받아든 아이들은 기뻐했다. 눈 색깔이 다르고 금발에 코가 큰 외국사람이었지만 말하지 않고도 마음이 움직인 것. 선물을 준비한 사람들은 이들뿐만 아니었다. 건양대 인문학부생 교양필수과목인 영어커뮤니케이션 수강생들이 동화책과 옷가지들을 준비했다. 세 사람의 외국인이 뜻을 모아 마련한 자선행사가 학교 전체의 행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논산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제니퍼 맥키는 이런 행사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좋은 일하기’ 경합을 벌이는 행사로 발돋움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들이 정한 규칙이 있다. 애육원을 돕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물질적이든 자원봉사든 가리지 않고 대환영이라는 것. “현재 저희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은 논산이에요. 또 저희들이 이곳에서 기거하다 보니 고아원을 방문하는 일 등 지역적인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일에 동참하시겠다는 분들이 많아지고 후원자들이 생겨난다면 전국의 대학과 연계해서 ‘사랑의 릴레이 바자회’를 개최하고 싶어요. 그땐 정말 아이들과 함께 멋진 음악회도 열고 연극 축제도 벌이고 가면 무도회도 열고 싶어요. 불우한 아이들을 돕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문을 항시 열어둘 생각입니다. 예쁜 저희들을 보러 논산에 오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가득 담고서요.(웃음)” 멜리나 르메이·데비 셰년 제니퍼 맥키는 오는 12월 성탄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성탄절 때 논산애육원을 다시 찾기로 원생들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학교내에서 피자와 양초를 팔며 돈을 모아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풀고 있는 벽안의 외국인들. 정말로 아름다운 인생들이다. 글 / 연세영 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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