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19 건 검색)
- “아저씨·아줌마가 싸워요” 신고에 들통…마약 투약 남녀 징역형
- 2025. 03. 02 09:41사회
- ... 투약하는 등 마약범죄를 저질렀다가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아저씨하고 아줌마하고 싸운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에서 발등에서...
- 마약투약A씨아저씨아줌마
- [문화와 삶]테무 아줌마
- 2024. 09. 18 20:32오피니언
- ... 담는 빨간 소쿠리…. “그게 뭐야?”라고 물을 때마다 아줌마는 어김없이 입술을 모았다. 처음엔 “아줌마, 테무 왔어”라고 하다가 점점 “아줌마, 테무”가 됐고 언젠가부터 그냥 “테무 아줌마”라고...
- 문화와 삶문화와 삶양다솔테무아줌마
- BBC, 헬스장 ‘아줌마 출입금지’ 문구에 “특정 연령 그룹에 대한 불관용”
- 2024. 06. 15 17:42사회
- ...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된 것을 조명했다. BBC는 이날 보도에서 인천에 있는 한 헬스장에 최근 ‘아줌마 출입금지. 교양있고 우아한 여성만 출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붙었다며 ‘아줌마’는 보통...
- 아줌마출입금지BBC불관용
- ‘망언 제조기’ 아소, 아줌마 발언 철회…“부적절했다”
- 2024. 02. 02 21:34국제
- ... 외무상 능력 평가하며 “아름답지 않아” “아줌마” 망언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이 아소 다로(오른쪽) 자민당 부총재....
스포츠경향(총 247 건 검색)
- ‘신동엽♥’선혜윤 PD, 악플 걱정 “평범한 아줌마라 상처받아”
- 2025. 02. 19 15:22 연예
- 송인 신동엽(왼쪽)과 MBC 선혜윤 PD. 연합뉴스 방송인 신동엽의 아내 선혜윤 PD가 웹예능 공개를 앞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선혜윤 PD는 19일 자신이 운영하는 반려견 ‘크림이’ 계정을 통해 “안녕하세요 크림이에요. 오늘 우리 엄마가 케이윌 삼촌 유튜브에 나온대요”라며 글을 남겼다. 선혜윤 PD는 오늘 케이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형수는 케이윌’에 출연한다. 지난 12일 공개된 예고편에서 선혜윤은 “다른 곳에서 ‘출연해달라’, ‘인터뷰해달라’하는 걸 다 거절했는데 형수(케이윌)가 ‘누나 나와야 해’라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선 PD는 “울 엄마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라 악플에 상처받으니 맘에 안 들면 싫어요 버튼 정도로 끝내주시길 부탁해달래요”라고 적으며 속마음을 전했다. 한편 선혜윤 PD는 지난 2004년 ‘일밤-신동엽의 러브 하우스’를 통해 신동엽과 인연을 맺었으며, 2006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 82메이저, 야쿠르트 아줌마 변장 깜짝 카메라 화제
- 2024. 10. 29 05:51 연예
- ‘블립’ 유튜브 아이돌그룹 82메이저가 컴백 이후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82메이저(82MAJOR, 남성모·박석준·윤예찬·조성일·황성빈·김도균)가 지난 25일 ‘블립’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깜짝 카메라 장면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상에서 82메이저는 프레쉬 매니저(야쿠르트 판매원)로 위장해 신곡 ‘혀끝(Stuck)’ 홍보에 나섰다. 이 가운데 박석준의 등장 장면은 훈훈한 비주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박석준은 컴백 이후 잘생긴 외모로 더쿠(theqoo) ‘핫게’, 인스티즈(instiz) 인기 게시물에 꾸준히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시민은 신곡 홍보를 위해 남다른 열정과 패기를 보여준 윤예찬에게는 “현타 안 오느냐”고 궁금증을 드러냈고, 윤예찬은 “인생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명언으로 큰 웃음을 줬다. 깜짝 카메라가 공개된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2메이저의 비주얼과 인성을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82메이저는 지난 15일 미니 2집 ‘X-82(엑스-82)’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혀끝’으로 국내외 팬들과 만나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4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며 자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또 유튜브 한국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99위에 진입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유튜브 차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한 편의 액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혀끝’ 뮤직비디오는 유니크한 영상미와 대중적인 코드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82메이저는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팬들의 요청으로 뮤직비디오 속 핑크 도복을 입고 등장, 남다른 팬 사랑으로 화제 몰이 중이다. 82메이저는 ‘블립’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는 31일 멤버 프로필 영상, 11월 1일 보이스 프로필, 11월 8일 보이스 프로필 커버 메들리, 11월 15일 보이스 프로필 수록곡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블립’ 앱을 통해 82메이저의 다양한 미션 챌린지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 [채널예약] ‘스모킹 건’ 영화 ‘시민덕희’의 실화, 시민 김성자 출연···경찰의 외면 속 ‘아줌마’의 보이스피싱 총책 체포!
- 2024. 10. 07 22:16 연예
- KBS 오는 8일 오후 11시 KBS2 ‘스모킹 건’은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인물이 출연한다. 낮에는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밤엔 부업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성자 씨는 2012년 5월 9일 일하던 공장에서 3.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성자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던 중 가압류를 위해 1,500만 원의 공탁금이 필요하게 되고, 대출을 알아보게 된다. 제1금융권에서는 낮은 신용등급으로 대출이 어렵게 된 상황. 이후 2016년 1월 8일, 성자 씨는 한 대형 캐피탈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KBS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용등급 조회비 등이 필요하다며 ‘선입금’이 필요하다는 것. 성자 씨가 그렇게 보낸 돈은 총 3,200만 원. 하지만, 대출이 실행되기로 한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된 대형 캐피탈 담당자!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은행으로 찾아가자 성자씨와 통화했던 담당자는 실체가 없었다. 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경찰에 신고한 후 끈질기게 전화 발신지로 연락을 시도하던 성자 씨. 이후 자신과 통화했던 사람 중 한 명이 믿기 힘든 제의를 해왔다. “내가 의도치 않게 감금되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고 있으니 여기 총책이 한국에 귀국할 때 검거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성자 씨는 경찰에 알리는 한편, 총책을 검거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기 시작한다. 과연 사기당한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총책이 명절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그의 고향과 중국 사무실 주소, 심지어 비행기 편과 그의 사진까지 확보한 성자 씨. 하지만 경찰은 “이걸 어떻게 믿냐, 아줌마 또 사기당했냐”는 반응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심지어 총책 검거 후 포상금 역시 지급하지 않았는데, 이지혜는 “이 정도로 정보를 주는 데 조사할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라며 “포상금도, 표창장도 하나 주지 않았다니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냐”며 분노했고, 안현모는 ”형사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나서서 한 것”이라며 ”성자 씨 덕분에 몇백 명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그 활약에 감탄했다. KBS 이날 녹화에서는 사건 해결의 지대한 공을 세운 김성자씨가 직접 출연해 피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고, 이범주 법무법인 수사전문위원과 서혜진 변호사가 출연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법과 범죄신고자 보상 제도에 관해 깊이 있게 분석한다. 보이스피싱 총책을 검거한 용감한 시민 김성자의 이야기는 8일 밤 11시 ‘스모킹 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KBS
- ‘욕망 아줌마’ 박지윤 “잠은 죽어서나 자야겠다” (강심장VS)
- 2024. 04. 10 10:08 연예
- SBS 방송 캡처 방송인 박지윤이 ‘입담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박지윤은 지난 9일 방송된 SBS ‘강심장VS’에서 천재와 바보는 한 끗 차이 특집으로 남다른 토크 실력을 뽐냈다. 방송에서 박지윤은 전현무와 유쾌한 티키타카를 통해 호칭 정리에 나섰다. 박지윤은 전현무 때문에 ‘강심장VS’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고, 같은 KBS 공채인데 아직 호칭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전현무보다 2년 선배지만 2살 어린 박지윤은 애매한 관계라고 토로, 18년 만에 호칭을 정리했다. 박지윤은 추리, 연기, 말발이 모두 가능하다며 ‘크라임씬’ 모든 시즌에 참여한 이유라고 어깨를 으쓱였다. 전현무, 하니, 장동민 또한 ‘크라임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하차했다고 말하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박지윤은 본인의 호가 “욕망 아줌마였다”며 “욕심 가득한 부정적 느낌이 크기에 요즘은 ‘갓생’박지윤으로 밀고 있다”라며 ‘갓생러’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그는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며, 초 단위로 쪼개어 살고 있다고 말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방송인 겸 사업가인 박지윤은 취미 생활뿐만 아니라 주중에 서울 스케줄도 소화한다며 빼곡한 스케줄을 공개했다. 그는 “노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잠은 죽어서나 자야겠다”며 남다른 입담을 자랑하기도. 대학 시절 박지윤은 학교를 자퇴했다고 오해를 받았던 일화도 공개했다. 과거 성격이 내향형이었던 그는 수업도 모두 야간으로 돌렸고, 무의미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 발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지윤은 방송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지윤은 사람들이 자기를 무서워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사실 나는 무서움과는 거리가 멀다”라며 스스로를 바보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사를 가면 예전 비밀번호 그대로 사용한다거나, 타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고 고백하며 반전 매력을 뽐냈다. 이처럼 ‘강심장VS’ 게스트로 출격한 박지윤은 솔직하면서도 적재적소의 말솜씨로 ‘입담의 여왕’에 등극, 화요일 밤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박지윤은 오는 26일 첫 공개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3’에 출연해 여전한 추리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간경향(총 27 건 검색)
- [시네프리뷰]아줌마-자신을 찾아 떠나는 좌충우돌 한국 여행기(2023. 12. 01 10:44)
- 2023. 12. 01 10:44 연예
- 한국 배우 여진구에 푹 빠져 사는 58세 ‘싱가포르 아줌마’는 난데없이 떠난 한국 여행 중 홀로 낙오된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담은 감독의 소박한 연출과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가 만든 한 편의 ‘착한 영화’다. 싸이더스 제목: 아줌마(Ajoomma) 제작연도: 2022 제작국 : 싱가포르, 한국 상영시간: 90분 장르: 드라마 감독: 허슈밍 출연: 홍휘팡, 정동환, 강형석, 여진구 개봉: 2023년 11월 29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섬나라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경제적으로 우위인 만큼 영화산업도 꽤 활발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적은 인구에 비하면 영화시장 규모가 큰 편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작은 시장의 한계 또한 가질 수밖에 없다. 에릭 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2005)는 드물게 국내에서 개봉한 싱가포르 영화 중 선구적인 작품이다. 다양한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엇갈린 관계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서글프게 그려 세계 유수 영화제에 소개되며 극찬을 받았다. 이후에도 매우 협소하게 개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싱가포르 영화란 낯선 대상이다. 근래 제작되고 있는 싱가포르 영화 상당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춘 상업영화가 명맥을 잇고 있다. 2006년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후 이듬해 3월 개봉한 공포영화 <메이드: 하녀의 저주>(2005)는 <아줌마>의 주연을 맡은 홍휘팡이 출연했다. <일로 일로>(2013)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열두 살짜리 천방지축 소년과 필리핀 가정부와의 우정을 그린다(연출을 맡은 안소니 천 감독은 <아줌마>의 제작자다). 좀비 영화의 인기에 편승해 제작된 <좀비 워>(Zombiepura·2018)도 국내에서 개봉됐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는데, 검색해 보면 의외로 다수의 싱가포르 영화를 찾을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지닌 순기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경을 초월한 어머니들의 마음 싱가포르,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가요 ‘여성시대’에 맞춰 라인 댄스를 추고, 한국 드라마 속 배우 여진구에게 푹 빠져 사는 58세의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 분).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키워온 금쪽같은 외동아들과 함께 모처럼 떠나기로 한 한국 여행에 대한 기대로 마음은 하루하루가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행을 코앞에 두고 미국으로 입사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는 아들의 청천벽력 같은 통보에 아줌마는 넋이 나가고 만다. 더욱더 속상한 것은 아들의 미국행 목적이 단순히 취업에만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들 홀로 미국으로 떠나는 여행 예정일 전날 밤, 림메이화는 여행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아들의 말과 달리, 참석하지 않으면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는 여행사의 최후통첩이다. 이를 어쩌나. 갈등도 잠시. 아줌마는 풀어헤쳤던 여행 가방을 다시 준비한다. 그렇게 난데없이 떠나게 된 한국 여행. 다행히 뒤늦게나마 여행팀과 합류해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가 했는데 버스에서 홀로 낙오돼 졸지에 미아가 되고 만다. <아줌마>는 최초의 한국과 싱가포르 합작영화다. 애초 싱가포르 제작진에 의해 기획돼 시작됐지만, 영화의 80%가량을 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했고 상당수의 한국 스텝이 참여했다. 감독과 어머니의 실화에서 시작된 이야기 언뜻 포복절도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포스터의 느낌과 비교하면 영화는 꽤 차분하고 진지한 편이다. 그렇다고 요란한 소동이나 대단한 반전을 숨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선한 분위기와 따뜻한 인간애가 전편에 녹아들어 있어 시나브로 전해진다. 감독의 소박한 연출과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가 한 편의 ‘착한 영화’를 완성해냈다. <아줌마>는 허슈밍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인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아 2015년경부터 구상을 시작했단다. 감독은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상당 부분을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 속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하며 어머니와 떨어져 생활했던 허슈밍 감독은 꾸준히 자신을 따라다녔던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한국 여행이라는 모험극 안에 녹여냈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 <아줌마>라는 제목도 어떠한 계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원제 역시도 중문(阿朱妈), 영문(Ajoomma) 모두 <아줌마>로 표기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4개월에 걸친 롱 런을 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낯선 싱가포르 영화와 에릭 쿠 감독 edwinkoo.photoshelter.com 싱가포르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에릭 쿠 감독이다. ‘에릭 쿠가 등장하기 전까지 싱가포르인이 만든 싱가포르 영화는 없었다’는 말이 있을 만큼 현대 싱가포르 영화에 있어 그의 입지는 중요하다. 대다수 장편영화가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당연한 이유이고, 작업 외적으로도 싱가포르 영화산업 육성과 검열 완화를 위한 활동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싱가포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대재벌 쿠 텍 푸아트의 아들이라는 계급적 배경과 태생적 수혜가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영화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싱가포르를 넘어 주변 국가들까지 이어졌고, 동남아시아 영화계 전체의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에릭 쿠는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본격적인 창작자로서의 활동은 만화가로 시작했다. 1980년대 만화가로 데뷔한 그는 1990년대 TV 드라마의 콘티를 그리다가 단편 작품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2011년에는 만화가였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애니메이션 <동경 표류일기>(Tatsumi)를 연출하기도 했다. 일본 유명만화가 타츠미 요시히로의 작품과 자서전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50세를 기념해 2015년에 발표한 <호텔 룸>(In the Room)은 싱가포르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942년부터 현재를 관통하는 여섯 커플의 이야기로 한국 배우 최우식과 김꽃비도 출연했다. 그와 한국의 인연이 남다른 데는 아내가 한국인인 이유도 있다. 호주 유학 시절 만난 두 사람은 1997년 결혼해 4명의 아들(사진)을 두고 있다.
- 시네프리뷰아줌마
- [암 병동에서](3)“그래서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2020. 08. 28 14:22)
- 2020. 08. 28 14:22 사회
- ㆍ경험과 노하우를 믿는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좇는 건 결국 병을 낫게 해줄 거라는 신뢰다. 중증환자를 둔 집은 의료 관련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요즘 우리는 의사 파업 소식에 관심이 많다. 혹시나 아내의 치료에 지장이 없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뉴스를 보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지만 해법이 다를 뿐, 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는 것 같다. 뻔한 말이지만 의료 격차란 단어는 암처럼 큰 병이 생기면 무시 못 할 현실이 된다. 구급차 안에서 서울 한강이 보인다. 많은 중증환자들이 확진 이후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에서 치료 받기를 원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조용했던 외래주사실, 나란히 누운 중년 여성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암병동의 외래주사실은 마치 주사 맞는 공장 같다. 구역별로 놓인 수십 개의 침대와 의자에 사람들이 줄줄이 누워서, 혹은 앉아서 약을 맞는다. 이곳은 통원하며 치료하는 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누군가는 당장 암을 다스리기 위해 항암제를 맞을 테고, 그런 과정을 이미 거친 이들은 후처치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내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고 퇴원한 뒤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와서 면역증강제를 맞는다. 우리가 맞는 약은 아직 몸속에서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공항체를 만들어준다. 2~3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아내는 잠을 청한다. ‘암’이란 단어를 끼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 활력이 넘칠 리는 없다. 가끔은 그 모습들이 조용함을 넘어 우울한 색을 띨 때도 있다. 함께 누워 주사 맞는 전국 8도 사람들 침묵이 주로 흐르는 곳에서 말소리가 나오니 원하지 않아도 들린다. “아유,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몹쓸 병이 왔는지 모르겠어요.” 머리에 헝겊 비니를 쓴 채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은 같은 난소암 환자였다. 환자와 함께 온 남편들은 그 2~3시간을 견디기 위해 합의라도 한 듯 주사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두 사람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어디서 왔어요? 난 태백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왔는데”, “광주에서 왔어요. 우리도 새벽에 KTX 타고 올라와서 피곤해 죽겠네요.” 그러자 태백의 환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우리는 시골이지만 광주에는 병원 없어요?”, “있어도 다 이쪽으로 올라와서 병원 다니잖아요. 힘든 것만 빼면 괜찮아요.” 듣고 있던 맞은편 보호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기는 엄마를 모시고 부산에서 어제 올라왔다고 했다. 담낭암인데 처음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진단받자마자 여기로 와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15분 거리에 사는 우리는 행운아 같다. 무균실에 있을 때 초등생 여자아이가 신입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남 걱정할 때는 아니었지만 무균실에 들어오는 어린애가 측은해 보였다. 림프종 판정을 받은 아이는 4주 단위로 항암치료를 받는단다. 이곳은 어른도 답답해하는 곳이니 아이는 오죽했을까. 날이 갈수록 꼬마의 짜증이 폭발하는 게 보였다.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먹고 싶은 걸 먹지도 못한다. 인상 깊었던 건 애 엄마의 대처였다.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좋은 말로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도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면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밀당의 고수였다. 하루는 보호자 탈의실에서 이 엄마와 우연히 부딪치는 바람에 조금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보호자들의 대화란 건 공유하는 과정이다. 환자가 언제부터 아팠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 과정을 알게 된다. 지방에 살던 그의 사연은 이랬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났다. 집 근처 병원에 가니 입원하자고 해서 따랐는데 의사는 발열의 원인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열흘 남짓을 기다린 뒤에 들은 게 림프종이라는 병이었다. 병원에서는 계속 입원하길 권했지만 아이 엄마는 병원이 미덥지 않아 퇴원하기로 했다. 그리고선 이 병원의 응급실로 직행해 들어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들은 얘기가 거기서 일주일 동안 들은 얘기보다 많단다. 그 일주일을 허비한 게 너무 속상하다며 자기가 아무것도 모르고 시간을 버린 탓에 아이가 더 나빠진 건 아닌지, 혹시나 애가 그 시간 때문에 잘못되는 건 아닌지 괴롭다고 했다. 그 괴로움은 이해가 됐다. 나 역시 스스로 셀 수 없을 만큼 과거의 일을 복기하고 자책했던 때가 있었다. ‘신뢰’를 지방에 나눠줄 수 있을까 내 가족에게 큰 병이 생기면 누구든 이런 맘을 먹는다. 무조건 서울로 가서 실력 좋다는 병원에서 낫게 하겠다고. 그런데 병을 나중에 공부하고 나면 그 선택이 무조건 옳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내 아내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다. 이 병은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표준치료를 따른다. 1차 항암에는 어떤 약들을 써서 완전관해를 유도하고 2차 항암에는 어떤 약들을 써서 공고화를 한다는 방법론이 딱 서 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치료 과정이 대체로 비슷하단 뜻이다. 반면 합병증을 조심해야 하는 병인데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뒤 생기는 부작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식한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이식편대숙주병이다. 이식으로 몸 안에 수혈된 림프구가 환자의 몸(숙주)을 공격해 생기는 병이다. 구강부터 피부, 장기 등 언제, 어디로 올지 모르는 게 문제다. 급성이든 만성이든 한 번쯤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럴 때 재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지방 거주 환자가 입원했던 서울 소재 병원으로 신속하게 들어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퇴원할 때 간호사가 우리에게 알려줬던 주의사항 중 하나가 이거였다. “열이 얼마 이상 오르면 무조건 응급실로 오셔야 해요.” 다행히 근처에 사는 우린 가능하지만 이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전원을 논의하러 한 메이저 병원에 갔을 때 권위자로 평가받는 유명 교수는 내게 입원하려면 대기가 너무 길다고 했다. “이대로 기존 병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해도 이식만은 여기서 받겠다며 오는 사람도 있다”며 환자가 너무 많단다. 경험과 노하우를 믿는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좇는 건 결국 병을 낫게 해줄 거라는 신뢰다. 응급실에 침대가 없다고 해도 복도 의자에서 수액을 맞아가며 입원실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도 이곳에서는 나를 낫게 해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 신뢰를 지방에 나눠줄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지방에 의사가 더 많이 근무한들 환자들은 계속 서울로 오지 않을까.
- 암 병동에서
- [원희복의 인물탐구]북에 쌀 지원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우리 잣대로 북한 보면 영영 화합 못해”(2019. 05. 20 11:20)
- 2019. 05. 20 11:20 사회
-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후 “인도적 입장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의 이 발표를 두고 미국 측 발표에는 있느니 없느니, 쌀을 지원하는 데 굳이 미국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는 소리도 있다. 지난 5월 13일 세계식량계획(WFP)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으로 136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신은미씨는 2015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 기념 열병식을 한국기자로는 유일하게 취재했다. / 도서출판 말 이미 2017년 북에 쌀을 지원한 사람이 있다. 유엔 제재가 엄연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북과 가장 첨예하게 맞선 미국 시민권자가 쌀을 지원했다. 사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도 아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는 북의 장애인·노인 보호에 773만 달러, 스웨덴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를 통해 568만 달러를 지원했다. 북에 쌀을 지원한 사람은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씨(58)다. 그는 지난 4월 방북 이야기를 묶은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미 2012년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2015년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2016년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어> 등 북한과 관련한 책을 4권이나 냈다. 신씨는 4년 전 미국으로 추방돼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다. 인터뷰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페이스북 메신저와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방북 이야기 묶은 책 펴내 -우리 정부가 북에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떤 생각이 드나. “적극 찬성한다. 북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식량부족이다. 북한 동포들도 식량 자급률은 90% 정도라고 말한다. 외화가 부족해 모자라는 10%를 수입할 사정이 안 되는 것 같다. 식량부족 사태는 북한 농지가 자연재해에 취약해 약간의 홍수나 가뭄에 생산량이 급감한 게 아닌가 추측한다.” -유엔 대북제재에도 개인이 재단을 만들어 58톤의 쌀을 북에 전달했다. 민간도 가능한 쌀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왜 못했을까. 또 굳이 미국의 허락을 얻고 지원해야 하나. “나는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북에 물자를 전달하려면 미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식량은 인도적 지원 품목으로 미국 외 나라들은 미국이나 유엔의 허가·승인이 필요 없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아마 미국의 묵시적 압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동의 없이 지원할 경우 받게 될 여러 불이익을 고려했을 것이다.” -책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에는 미국 재무부 승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매우 까다로웠다. 직접 내가 하지 못하고 재단 이사 중 변호사가 처리했다. 미국 재무부가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아 2~3달 걸렸다.” -과거 했던 한국인의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유엔 제재와 무관하지 않나. “미국 정부는 2017년 9월 1일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막고 있다. 물론 이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과 유엔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두 가지가 바로 북한 관광과 식량지원이다. 금강산 관광 역시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미국교포 중에서는 북을 여행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들이다. 영주권자들은 한국 국적이며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 신씨는 2016년 함경북도에 큰 홍수가 나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재단을 만들고 모금으로 4000만원을 모았다. 그는 어렵게 미 재무부 허가를 얻어 재중동포 무역회사를 통해 쌀을 구입, 트럭에 싣고 세관 등을 통과해 압록강철교를 건너 북에 쌀을 전달했다. 신은미씨 책 / 도서출판 말 일부 야당과 극우단체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웬 식량지원이냐”고 비난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본 것도 있지만 국내 보수세력을 의식한 탓도 있을 것이다. 5월 14일 민화협을 비롯한 종교계·대북지원단체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대북 식량지원을 촉구한 것은 정부에 자신감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JTBC는 지난해 추석과 올 설날 특집으로 북한의 음식을 방영해 큰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금 평양 옥류관 냉면 남한 지점을 내기 위해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는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동강맥주를 독점 수입하려는 유명 주류회사는 돈을 싸들고 남북교류가 열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신씨의 공소장에는 ‘대동강맥주 맛있다’, ‘북한주민 250만명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돼 있다. 지금은 핸드폰을 가진 북한 주민이 450만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경찰과 검찰에 세 번에 걸쳐 50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추방됐고 5년간 한국 입국이 금지됐다. 그는 “수사검사가 ‘북한 주민의 핸드폰이 진짜인 줄 어떻게 아는가’라고 묻더라”면서 “질문이 초등학생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검사만 이랬을까.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00달러에 불과한 북한에서 200만명 이상이 휴대전화를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스마트폰은 북한 돈 330만원 정도로, 쌀 660㎏을 살 수 있는 돈을 써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있는 북한 전문가 수준이 이 정도였다. 2016년 압록강철교 건너 북에 쌀 전달 2011년 그의 첫 방북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이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을 방문하다>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2013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고, 통일부 홍보동영상까지 찍었다. 그는 북한 바로알기와 남북화해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에 통일언론상, 2015년에는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들어 분위기가 갑자기 180도 바뀌었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종북몰이를 통해 정권 정통성의 위기 탈출 계기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신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한국 입국이 금지돼 있다. -박근혜 정권 때 내려진 추방조치를 풀어달라고 재심 등의 요청을 하지 않았나. “변호사가 재심이나 해제 요청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내년 1월이면 입국금지 5년이 만료되니 구태여 지금 그런 요청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찰·검찰 조사를 받을 때 분위기는 어떠했나. “검·경의 조사를 받으며 ‘위에서 시켜서 하고 있다’고 느꼈다. 검사는 ‘내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위에 또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끝날 무렵 부장검사가 ‘세상을 살다보면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위로하더라. 그때가 통합진보당 해산이 끝나고 ‘정윤회 스캔들’도 거의 뉴스에서 사라질 무렵이었다.” -책에는 북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대목만 있지 않다. 207쪽에는 김일성 주석 동상 앞에서 추모하는 사람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라고 썼다. “김일성 주석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을 관람하는데 북한 동포들이 깊은 슬픔에 싸여 있었다. 이후 여덟 차례나 더 여행했지만 지금도 그 이유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지도자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존경이 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다. 북한은 미국과 대결로 국제경제에 참여하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생산물 공동소유와 분배로 인해 인센티브제에 문제가 있다. 북한당국도 농업 수확량의 자율적 지분을 보장하는 ‘포전담당제’, 자율경영과 이익의 자율처분을 보장하는 기업의 ‘독립채산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서 북·미 대결을 끝내고 국제경제에 합류해야 한다.” -북한은 주민에 대한 언론·정당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약하는 많은 부분이 있음은 인정하나. “서방 기준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북한 제도가 당연히 불편하다. 그러나 이는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체제나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지 외부 사람들이 논할 문제는 아니다. 서방세계의 ‘북한 악마화’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 신은미씨가 2015년 평양 경흥 대동강맥줏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도서출판 말 -‘북한 악마화’를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이 국가보안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위헌심판을 신청하려 했나. “북한 악마화는 대략 세 가지를 통해 이뤄졌다. ‘엉터리’ 반공교육과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헌재에 위헌 신청을 하려 했지만 외국인은 안 된다고 하더라.” 신씨는 1961년 대구 출생이다. 외할아버지가 목사 출신 제헌의원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국가보안법 제정을 주도했다. 그는 “나를 처벌한 국가보안법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프로에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인 장본인으로 외할아버지 이름과 사진이 나왔다”면서 “70년 전 할아버지가 만든 법에 손녀가 걸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도 6·25 때 압록강까지 진격한 육군장교였다. 70년 전 할아버지가 만든 법에 걸려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장로교)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신씨는 어려서 리틀엔젤스로 활동하면서 전세계 40여개 국에 공연을 다녔고 청와대 공연도 자랑스럽게 여겼다. 1980년 이화여대 음대(성악과)에 진학, 좀처럼 시위하지 않던 이대생들이 ‘주걱’을 들고 시위할 때도 그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데모하는 학우들 앞을 ‘때때옷’ 차려입고 지나칠 정도로 당시에는 철이 없었다”고 말했다. 1985년 대학을 졸업하고 86년 미국으로 유학해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꼴통 아줌마’로 통했다”면서 “‘원수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에서도 북한은 사랑할 수 없는 나라였다”고 고백했다. 그의 사고가 바뀐 계기는 2011년 남편과 직접 평양을 여행하고부터다. 남편은 서울에서 대학(연세대)을 다니다 미국에 경제학을 공부하러 온 사람이었다. 그는 “남편은 ‘사회주의 체제 인센티브 제도’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다 북한을 같이 여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내가 배워 알고 있던 그런 ‘무시무시한’ 나라가 아니었다”면서 “북녘 동포들은 정신이 곧고 심성이 착하고 고운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신씨가 ‘꼴통 아줌마’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바뀐 것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가슴으로 느낀 결과였다. 이후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민족 화합과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와 많이 다른 북녘의 모습을 틀린 것이 아닌,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잣대로 북한을 보고 판단하면 남과 북은 영원히 화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요즘도 부부는 같이 여행을 다니는데 신씨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는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
- [영화 속 경제]〈스파이〉-이웃집 아줌마의 ‘자아실현 욕구’(2015. 06. 30 10:50)
- 2015. 06. 30 10:50 경제
- 요즘 스파이는 날렵하고 섹시한 것이 대세다. 007이 그렇고, 킹스맨이 그렇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다. 그런데 이런 요원들도 단점은 있다. 한눈에 딱 ‘스파이’라는 티가 난다. 스파이의 핵심은 상대가 스파이라고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덕한 몸매에 푼수라면? 더구나 여자라면? 그것도 본드걸의 몸매가 아닌. 폴 페이그 감독의 는 이웃집 아줌마 스타일의 스파이를 창조해 냈다. CIA 내근 요원인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 분)는 외친다. “난 CIA에 들어오면 멋진 스파이가 될 줄 알았어. 그런데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잖아.” 그녀는 뭔가 멋진 일을 하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교직을 내던졌다. 하지만 후덕한 몸매에 사람 좋은 얼굴은 스파이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CIA 본부에 앉아서 모니터를 통해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 분)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핵무기 밀거래를 막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던 브래들리가 죽고 다른 요원들도 정체가 탄로난다. 급해진 CIA는 수잔을 대체 요원으로 투입한다. 알고 보니 수잔은 CIA에 들어올 때 최고의 성적을 냈던 재원이다. 하지만 CIA 국장은 그녀가 미덥지 못하다. 브래들리를 대신해서 현장에 투입되는 수잔. 두려우면서도 “내가 스파이가 되다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수잔의 동료 요원은 “넌 잘할 거야”라며 계속해서 힘을 넣어준다. 수잔은 원래 교사였다. 그녀는 왜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나온 걸까. CIA는 봉급도 그다지 많지 않다. 힌트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으로 욕구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1단계 욕구는 생리적 욕구다. 먹고 자는 것과 성욕이다. 2단계 욕구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위험, 질병, 추위, 빈곤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 미래의 빈곤을 대비하기 위한 안전 욕구다. 또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도 여기에 속한다. 3단계는 사회적 욕구다. 가정을 이루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 혹은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소속돼 애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구다. 4단계는 자기존중의 욕구다. 소속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명예나 권력을 추구하는 욕구다. 마지막 5단계가 자아실현의 욕구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목표한 것을 성취하려는 욕구다. 매슬로는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각 욕구들이 병렬적으로 펼쳐진 게 아니라 계단처럼 하나씩 올라간다는 것이다. 욕구 5단계 이론을 따르면 ‘교사’ 수잔은 3단계까지는 성취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짐으로써 의식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고, 빈곤에 빠지거나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적다. 또 학교에 소속되면 조직에서 애정을 느끼고 싶은 사회적 욕구도 충족됐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4단계다. 교사 직업으로는 명예나 권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힘들다. 특히 5단계에서 수잔은 목마름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수잔은 교사라는 직업은 안정성은 제공하지만,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 성취감을 극대화시키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국가 조직(CIA)에서 국민의 안녕을 위해 공적인 일을 수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성취감을 줄 수 있다. 핵무기 밀매자들은 핵을 구입해 뉴욕에 터트릴 심산이다. 수잔에게 주어지는 특수 무기는 모든 보안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스프레이 무좀약, 치질 환자용으로 포장한 마취제 물티슈 등이다. 수잔은 피자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암살자를 추격하면서 외친다. “나 정말 멋진 것 같아!”
- 영화 속 경제
레이디경향(총 85 건 검색)
- ‘아줌마 대통령’ 이중문의 재발견
- 2014. 10. 27 17:30 연예
- 매일 아침 안방극장으로 출근하는 이 남자. 원빈과 차태현을 살짝 섞은 듯한 외모와 훤칠한 키만 해도 고마운데 밉상 악역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착한 심성까지 지녔다. 여주인공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는 덤이다. 아침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사기 캐릭터’로 아줌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배우 이중문을 만났다. 이름보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 인터뷰가 진행된 한 커피숍. 지나가던 어머님들이 그를 보고 멈춰 섰다. “아침드라마의 그 남자”로 시작한 대화는 “멋있다, 귀엽다, 사위 삼고 싶다” 등 멈추지 않는 칭찬으로 이어졌다. 데뷔 12년 차인 배우 이중문(30)은 주로 일일극에서 ‘주부들의 남자’로 활동해왔다. ‘당돌한 여자’, ‘다함께 차차차’, ‘미우나 고우나’ 등 출연한 드라마만 해도 다섯 편이 넘는다. 덕분에 ‘아줌마 대통령’, ‘어머님들의 EXO’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그의 이름을 듣고 단번에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는 반응일 뿐이다. 그런 그가 요즘 SBS-TV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에서 은현수(최정윤 분)를 짝사랑하는 장서준 역을 맡아 열연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 12년 차 배우인데 인터뷰 기사가 거의 없어요. 제가 말을 잘 못하거든요(웃음). 인터뷰랑 화보 촬영은 몇 년 만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아마 옛날 자료밖에 없을 거예요.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다 연기 외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게 조심스러워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도 출연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신인 연기자로 알고 있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연기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드라마가 없었으니까요. 요즘도 ‘이중문’이라고 하면 모르세요. 얼굴만 아는 정도죠. 데뷔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제 스스로의 연기 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연기자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아주 잘못된 판단이었죠(웃음). ‘청담동 스캔들’ 시청률이 15%를 넘었어요. 아침드라마로는 이른바 ‘대박’ 난 것 맞죠? 그렇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놀랐어요.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고요. 그런데 아침드라마라 촬영 분량이 어마어마해요. 직장인들은 주 5일 근무하는데, 저는 요즘 주 6일 출근해도 빠듯할 정도예요.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하니까 촬영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푹 쉬어요. 피임약을 먹이는 시어머니,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막장 논란도 있어요. 드라마 소재가 좀 센 편이라 배우들이 연기의 중심을 묵직하게 잘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덜 자극적으로 보시겠죠. 감독님도 그렇고 출연진들도 미니시리즈나 영화 찍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연상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청담동 스캔들’의 최정윤씨, ‘당돌한 여자’의 이유리씨, 영화 ‘언니가 간다’의 고소영씨까지. 모두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누나들이네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 한결같았어요. 뒤에서 짝사랑하는 순정남 캐릭터(웃음)! 제가 약간 선한 이미지라 그런가 봐요. 실제 연애할 때도 비슷해요. 말도 잘 못 걸고 쑥스러워하고. 외고 출신 모범생의 연기 입문기 화보 촬영 중반, 서른이 넘은 남자 연예인이 소품으로 준비한 맥주병을 그토록 어정쩡하게 잡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맥주 많이 안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술을 잘 못한다며 웃는다. 스물일곱 살에 클럽을 처음 가봤다는 그는 알고 보니 외고 출신의 엘리트 모범생이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학창 시절에는 ‘12년 개근’할 정도로 모범생이었어요. 외고를 졸업하고 수능 점수에 맞춰 가느라 유전공학과에 교차 지원했어요. 문과생이 공대에 입학했으니 수업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적성도 안 맞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길이 아닌 것 같았어요. 스무 살 때 처음으로 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불현듯 떠오른 게 연기였어요. 연기는 평생 해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착실하던 아들이 뜬금없이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까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6개월 동안 준비할 테니 연극영화과에 붙으면 보내달라고 했죠. 떨어지면 군대라도 갈 작정이었어요(웃음). 다니던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연기학원 등록해서 준비했어요.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그렇게 합격한 학교가 동국대 연극영화과군요. 조인성, 신민아와 동기라고 들었는데 잘나가는 동료나 선후배들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겠죠? 정말 부럽죠. 다른 세상 사람 같기도 하고,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한숨도 나오고(웃음). 인성이 형은 그때 ‘별을 쏘다’라는 작품을 마치고 입학했는데 인기가 대단했어요. 강의실에 형을 보러 온 학생들로 인해 수업 진행이 안 될 정도였죠. 워낙 열심히 사는 분이라 더 잘될 줄 알았어요. 박선영, 류수영씨와 함께 첫 주연을 맡은 월화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이 끝나고 한창 얼굴을 알릴 무렵 군대를 다녀왔어요. 그때 몇 작품 더 했다면 지금쯤 조인성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때 제가 스물아홉 살이었어요. 입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였죠. 연기자이기는 하지만 제 인생도 있잖아요. 눈앞의 인기를 위해 군대를 피하면 멀리 봤을 때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2년이란 시간이 꽤 길더군요. 그동안 정말 많은 신인 연기자들이 등장했고, 연기의 경향도 많이 바뀌었고요. 제대하고 나니 10년 동안 연기 생활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된 기분이었어요.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조바심은 없었나요? 제대 뒤에도 2년을 더 쉬어서 공백기만 4년이에요. 당시 방송국 관계자분들이 저를 두고 ‘한물갔다’라고 표현해서 일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속상하더라고요. 앞으로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없었어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죠.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꾸준히 연기 연습을 했고, 정신적으로 많이 단단해졌죠. 덕분에 지금 ‘청담동 스캔들’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확고해졌겠죠? 인기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배우가 인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져요. 물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인지도는 필요하겠지만, 인기는 있다가도 없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죠. 출연할 작품이 있다는 것,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롱런하고 싶어요 굵고 짧은 것보다는 가늘고 긴 게 좋다는 이중문.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스타’보다는 오래도록 자신의 색을 지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밝힌 그의 생각에는 12년 연기 생활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중문을 검색하면 아직도 이요원씨가 연관 검색어로 나와요. 데뷔 초에는 ‘이요원 사촌동생’으로 주목받았죠. 요즘은 ‘사촌동생’ 꼬리표는 덜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가끔씩 연예인 가족 관련 기사에 이중문·이요원, 이완·김태희 이렇게 묶여 나가는 정도?(웃음) 저는 친남매도 아니고 사촌인데, 가끔 민망할 때도 있어요. 누나는 같은 미용실에 다녀서 요즘도 자주 봐요. 아이들 키우면서 잘 지내고 있죠. ‘아줌마 대통령’, ‘어머님들의 EXO’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 정말 좋죠. EXO 친구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만족합니다(웃음). 아마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주연배우 중 제일 어린 편이라 귀엽게 봐주셔서 그런 별명을 붙여준 것 같아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몇 분 더 계시죠. 원기준 형, 오창석 형 등등. 어머님 팬들은 소녀 팬들과 달리 애정 표현이 확실하세요. 볼도 만지고, 어깨도 토닥거려주시고, 꼭 껴안아주시기도 하고. 아주 화끈하세요. 하하! 아침드라마 말고 미니시리즈나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미니시리즈에도 출연해봤고 영화도 찍어봤지만 아침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주부들의 남자’가 됐는데(웃음),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어떤 작품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은 배우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영화, 연극, 뮤지컬 가리지 않고 다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나요?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위 환경이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즐겁게 연기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까지는 주로 착한 남자 캐릭터를 맡았는데, 앞으로도 쭉 이런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그게 대중이 원하는 제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요. 옛날에는 못해본 역할에 욕심을 냈는데, 지금은 제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게 더 경쟁력 있는 것 같아요. ‘착한 남자’ 연기를 가장 잘하는 연기자, 꽤 괜찮은 타이틀 아닌가요?(웃음) 마지막으로 전국의 수많은 주부 팬들께 한마디해주세요. ‘청담동 스캔들’은 재미있는 만화 보듯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과 누구 하나 욕심 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촬영하고 있답니다.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앞으로도 석 달 넘게 부지런히 안방극장으로 출근 도장 찍을 예정이에요.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모두 경험하며 그는 스스로 만족할 줄 알게 됐다. 소녀 팬의 열렬한 환호가 없어도 괜찮다. 화려한 캐스팅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도 좋다. 그저 묵묵히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듯, 자신의 자리를 지키다 보면 머지않아 이중문이란 이름 석 자가 언젠가는 빛을 발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김성구 ■장소 협찬 / BOMBMME(02-322-8577) ■헤어&메이크업 / 에브뉴준오 청담(02-2138-0605) ■스타일리스트 / 김예진>
- [아줌마 백은주의 프랑스 교육 이야기]유리와 유나 자매의 프랑스 교육 체험기
- 2012. 09. 13 17:38 육아/교육
- 공교육 세계 1위의 선진국, 프랑스의 교육 비결은 도대체 뭘까? 하루 종일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이 바로 그 답이다. 어느 누구도 “공부하라”라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교육비 부담도 전혀 없으며, 천천히 ‘느림’의 교육을 실천하는 프랑스의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자. 1 ‘찰리를 찾아서’로 변장한 프로젝트 수업. 2 유나 반의 분장 프로젝트 수업 ‘윌리를 찾아서’. 3 어릴 때부터 시를 배우고 외우게 하는 프랑스 교육. 4 음악의 날 야외 공연. 1 이달엔 파리 근교 5존 디즈니랜드 근처에 있는 레솔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리, 유나 자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자매는 한국어, 프랑스어, 중국어 3개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자라고 있답니다. 왜냐고요? 아빠와는 중국어, 엄마와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부부는 중국어로 대화한다고 합니다. 우와~ 이 가족이 모이면 도대체 어떤 언어를 쓸까 싶네요. 2 유리와 유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교육을 받고 있어 앞으로 프랑스인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아요. 때문에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이 자매의 엄마에게 프랑스 교육의 좋은 점을 들어봤답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두 번째는 공교육 덕분에 경제적 부담이 없다고 하네요. 한국은 공부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는 완벽한 아이를 추구하는 반면, 프랑스는 공부든, 예체능이든 아이가 잘하는 걸 발전시킬 수 있도록 키워준다고 합니다. 교육비가 무료고 아이의 재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예체능을 전공하고 싶은데 경제적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한국 실정과는 많이 다르죠. 이런 점은 정말 부럽더라고요. 3 아이들이 세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가는데, 이때 프랑스가 공교육 세계 1위 선진국임을 처음 느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믿음이 간다”라고 그러더군요. 한 학급 정원이 20명 정도인데 선생님이 두 분이고,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가 무엇보다 안전해서 좋다고 해요. 외부 사람이 교실에 들어올 수도, 들여다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학부모조차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교실 앞에서 아이를 바로 선생님에게 보내기 때문에 안전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4 프랑스 교육은 개념을 차근차근 이해시키는 서두르지 않는 ‘느린 교육’이라고 합니다. 두 달간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공부는 하루에 30분만 하고 자매가 함께 정원에서 이것저것 재밌는 놀이를 하며 지낸다고 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는 하루 종일 뛰어놀았던 기억이 나요. 산골에서 뭘 하고 놀까 궁리하면서 컸죠. 우리나라 아이들은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온종일 놀아본 기억이 있을까 싶네요. 5 이 학교는 체육회를 이틀 동안 하는데, 전교생이 모여서 함께 뛰는 코스가 재미있다고 합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까지 구간을 정해 함께 뛰는 거죠. 코스는 공터나 공원, 구청 앞 도로 등 학교 사정에 맞도록 하고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블로뉴 숲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뛰는 모습을 보았는데 부럽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학생들도 좀 이렇게 단체로 뛰어다니면서 활기차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참, 저도 우리 큰아이 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서울랜드에 갔던 생각이 나네요. 다만, 행사 마치고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지만요. 6 제가 이달에 소개해드린 유리와 유나 자매는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잘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답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을 해나갈지 정말 기대가 돼요. 프랑스 통신원 백은주(47) www.twitter.com/pistos11 프랑스 특파원으로 발령받은 남편 덕분에 지난해 여름부터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결혼 22년 차 주부다. 남편, 중학생 아들, 대학생 딸과 프랑스 생활에 적응 중이다. 평소 두 자녀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직접 체험하면서 교육 분야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앞으로 1년 더 파리지엔으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백은주 주부가 전하는 프랑스의 교육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에 들어가보자! 팔로잉을 맺는 순간 궁금했던 프랑스 교육의 장이 활짝 열릴 것이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백은주>
- 백은주의 프랑스 교육 이야기
- 거침없는 정치 풍자 논객 ‘강남아줌마’ 강영란
- 2012. 09. 04 19:41 화제
-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 때 녹음한 파일을 플레이했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슨 오류가 났는지, 외계인의 언어 같은 해독할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 받아 적는 습관과 ‘강남 좌파 아줌마 논객 1호’라는 타이틀을 단 강영란의 글이 고스란히 책으로 엮여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휘발한 이야기들은 그저 열심히 수다를 떤 셈 쳤다. 실제 인터뷰도 그랬다. 정치 평론을 쓰는 아줌마? 이 익숙지 않은 조합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가벼운 에세이를 끼적이던 대한민국 아줌마가 촛불을 들게 되고 반정부적인 글을 쏟아내게 된 발단은 바로 국민을 들끓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사태였다. 2008년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에 ‘강남아줌마’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엄청난 조회 수를 올리며 화제가 됐던 주부 강영란(52)은 여전히 정부를 비판하는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평범한 국민을 ‘좌파’로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토록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을까. 그 사이 강남아줌마의 일상도 변했다. 강남 소재의 아파트와 본인 소유의 차를 팔고 익숙지 않은 강북 도심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백화점 슈퍼마켓의 잘 손질된 재료가 아니라 재래시장에서 산 식재료로 요리를 하게 됐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열심이라는 것, 교수 남편을 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아줌마, 강영란의 일상을 인터뷰 내용과 책 「나를 너희 편에 서게 하라」를 바탕으로 재구성해봤다. 작가 특유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경어를 쓰지 않았음을 양해해주시길. 그래 내가 강남아줌마야 내가 ‘강남아줌마’란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잖아. 근데 더는 강남에 살지 않게 됐어. 그래도 일단 알려진 필명이니 강북아줌마로 바꾸기는 좀 그렇더라고. 강북으로 이사 오니 어떠냐고? 강남 살 때는 극장도 코앞이고 문화생활을 즐기기 편했는데, 이사 와서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 운전할 엄두가 안 나 차를 팔았어. 물론 집 근처에도 영화관이 있지만 더 외출을 안 하게 되고 가까운 곳에도 잘 안 나가게 되네. 집 근처의 재래시장은 싸고 정감 있는데, 손질된 재료만 사 먹다가 일거리가 배로 늘었어. 안 그래도 게으른 주부인데, 휴. 환경이 달라지니 이질감이 드는 건 당연해. 그래도 삼청동이나 부암동, 성북동에 가면 강남보다 훨씬 품격 있고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이란 느낌을 받아. 강남이 미국이라면 이쪽은 유럽이라고나 할까. 내 비유 어때, 좀 적절했나?(웃음) 아이들이 둘 다 근처의 명문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이사한 것도 있어. 아들(25) 하나, 딸(22) 하나가 있는데 둘 다 공부는 곧잘 했지. 극성스러운 엄마 아니냐고? 사실 그건 아니야. 애들 공부는 남편이 챙겼어. 유학까지 한 교수 남편 뒀다가 어디에 써먹어. 남편이 워낙 꼼꼼해서 나는 가끔 싫은 소리나 한 번씩 하는 정도. 원래 천성이 조용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나도 내가 글 써서 책까지 내게 될 줄은 몰랐어. 원체 책은 읽는 용도로만 사용했지, 별반 써먹는 데가 없었기 때문에 가족이 그리 반기질 않았거든. 오프라인에서 사람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하는 게 편하고 잘 맞아서 이것저것 쓰기 시작했어. 나름 ‘키보드 워리어’이기는 한데, 악플러는 아니니까 악플은 자제해줘. 내가 은근 소심하다고 아까 말했지? 이 같은 평소 성격과 달리 웹에서는 활달하고 까불고 좀 그래. 날더러 사납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요즘엔 블로그도 잘 안 하고 주로 트위터로 얘기해. 내 계정은 @kangnamajumma, ‘강남아줌마’야. 이만 하면 일관성 있지? 강남 사는 50대 주부 좌파로서 강남에 대해 할 얘기가 얼마나 많겠어. 강남이 겉으로 점잖은 척 체면 차리는 분위기잖아. 강남에서도 대치동을 기준으로 위에 사느냐 아래에 사느냐, 종부세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클래스가 현격하게 달라져. 나도 강남 살았지만 강남 사람들 참 이기적이야. 가뜩이나 부가 편중돼 있는 강남이 투표 때마다 한나라당에 몰표나 주고 그러니까 무개념하다고 생각하겠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그곳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다 사람 사는 곳이잖아. 대선을 앞둔 시기지만 정치색만 드러내는 책은 아니야. 내용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재밌게 썼고.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이 정권의 실상을 알릴 수 있다면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지. 주목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나름 익명성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책 하나 내고 유명해지고 싶어 하겠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어쩌지? 이민 가야 하나? 아무튼, 정치에 무관심한 게 시크한 게 아니란 사실을 명심하라고. 꾸준히 한 거라곤 글쓰기 보통 주부가 책 썼다고 하면 무지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야. 그래 당신 잘났다, 자상한 남편에 단란한 가족 뭐 그런 뻔한 이야기 아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어줬으면 해. 시골치고는 유복한 환경에서 막내로 고이 자란 건 맞는데, 부모님 바람처럼 의사 남편 만나서 편하게만 살았다면 지금하고는 많이 달라졌을 거야. 유학생 남편을 만나 독일에서도 살고, 미국에서도 산 덕에 시야가 넓어진 덕을 좀 봤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스물넷에 남편을 만났어. 선을 봤는데 의사 남편감 마다하고 택할 정도로 남편이 맘에 들었지. 유학생이라 가난했지만 의식이 뚜렷하고 지적이었어. 그래서 결혼하고 독일에 따라갔지. 그 나라는 복지도 잘 돼 있고, 시스템도 반듯한데 왠지 답답한 게 있었어.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이긴 해도 피부색으로 차별받은 적도 있고. 미국에서도 한국 사람들 보면 성공한다고 해도 교민 사회에서 벗어나기 힘들더라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살면서 40대엔 나름 사업도 해봤는데 일하는 체질은 아닌 것 같아. 치열한 성격이어야 하는데 느긋하고 게으른 편이라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해버렸지. 그나마 제일 꾸준히 한 게 글쓰기야. 사실 문학 소녀도 아니었고 어릴 적 방송국에 엽서도 한 번 보낸 적 없어. 그런데도 책은 굉장히 많이 읽었어. 말주변이 없다 보니 남편한테 불만이 있어도 눈물이 먼저 나는 거야. 싸우는 것도 잘 못하고. 30대 후반이 되니까 이렇게 늙어가나 싶어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어. 사업도 그만두고 나서는 한 달이면 28일은 집에 있었어. 종일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우울증이 왔어. 다른 재주가 없으니까 글로 조금씩 풀었지. 처음에는 일상을 재밌게 써봤는데 그러면서 처음으로 나를 발견했어. 남편이 나보다 내 글을 더 좋아해준 덕분이지. 조금씩 우울감이 극복이 됐고 활기를 찾았어. 어느 인터넷 카페에 글을 썼는데 남편이 혹시 없어질지 모른다면서 그걸 다 모아놓은 덕분에 책을 낼 수 있었지. 또 책 쓸 때도 평가도 해주고 많이 도와줬지. 요즘 주부들은 얼마나 젊고 능력 있어. 할 수 있다고. 날 부러워할 일이 아니야. 약자를 짓밟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것일 뿐 정치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는데 장바구니나 교육이나 모든 게 정치와 연결되어 있잖아. 왜 노인 연금이 없어지고 그게 어떻게 4대강 사업하고 연관됐는지 알아야 해. 일하랴, 아이들 선행학습시키랴 정신없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들이 공부하고 달라져야지. 나도 누구 못지않게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지만 역사를 너무 몰라서 일부러 역사서를 찾아 읽었어. 전우용, 이덕일, 남경태씨의 역사책을 추천해. 전우용씨는 역사적 사실과 현실을 적재적소에 결합해 쓰는 걸로 유명하지. 「서울은 깊다」라는 책을 보면 서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이덕일씨의 「사도세자의 고백」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알았던 왜곡된 사실을 제대로 알게 해줘서 추천해. 남경태씨의 「종횡무진 한국사」는 과거를 모르고 현재를 진단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줘.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를 제대로 지키자는 의미에서 읽어보면 좋겠어. 소설은 일단 재밌어야 돼. 「모방범」이나 「화차」를 쓴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사회적 추리소설이라고 하는데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책들이지. 한국 작가는 박민규, 은희경을 좋아해. 영화나 책은 취향이 달라서 추천하는 것도 우습고, 그냥 본인이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이는 좀 있어도 딸 같은) 기자가 물으니 그래도 답해줄게.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 기억에 남는 영화는 ‘타인의 삶’이야.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때문에 신문지상에도 오르내린 영화야. 도청이나 사찰이 줄기를 이루지만 냉혈한 비밀경찰이 점점 인간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품격 있는 영화야. 최근에는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도 봤지. 재개발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그렇게 무작정 물대포로 쏘고 무리한 진압으로 화재가 나도록 하고, 유가족 동의도 없이 부검하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영화보다 더 무섭고 슬픈 현실이 안타까워. 아이들에게 이런 현실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 이제 다 커서 얼른 결혼해 애 낳고 싶어 하는데, 딸한테 서른 살 전에는 하지 말라고 해. 연애도 많이 해보고 시행착오도 해보면서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했지. 대신 책임질 일만은 하지 말라고 해. 내가 결혼을 일찍 해서 사람과 세상을 모르고 갇혀 살았잖아. 40대 이후에야 글 쓰면서 세상을 알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요즘 주부들 보면 30대 때 애 키우면서 그동안 쌓은 커리어가 사라지며 퇴보한 듯한 기분도 들고, 남편이나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힘들어하잖아. 시간 지나면 어떻게든 조금씩 해결이 될 거야. 어떤 일이든 얻으면 잃는 게 있고, 잃으면 얻는 게 있는데 그게 똑같은 비율은 아니니까 당장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 쓰거나 집착할 필요는 없어. 나이가 들면서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일, 작은 일에도 원칙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에야 새삼 알 것 같아. 나는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급진적인 변화를 바라는 게 아니야. 다만 힘 있는 사람이 약자를 짓밟지 않는 사회,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사회, 국가와 사회가 날 버리지 않을 거란 믿음을 주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보통 사람일 뿐이야. 이렇게 상식적인 내가 ‘세 보이는’ 건 다 이 정부 탓이라고. 아이고, 말을 너무 많이 하려니 숨이 차네. 혹시 나한테 할 말 있거든 연락해. 내가 아까 트위터 계정 알려줬지?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원상희 ■참고 서적 /「나를 너희 편에 서게 하라」(강영란, 모요사) ■장소 협찬 / 카페 체화당(02-364-9356)>
- [아줌마 백은주의 프랑스 교육이야기]프랑스의 국제학교 EAB 빅토르위고
- 2012. 06. 25 17:41 육아/교육
-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지 않아도 되며, 수영, 축구, 그림 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프랑스의 국제학교 EAB 빅토르위고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다. 1 학부모 참관 영어 수업. 2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학년 전체가 공원에서 게임하고 놀면서 보낸 하루. 3 미술 시간에 그렸던 바다 생물로 표현해보기. 4 학부모들이 자식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Open Day’. 1 EAB 빅토르위고 학교는 파리에서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15구에 자리한 빌랑그(영어 70%+프랑스어 30%) 학교인데 영어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영어 학교로 생각하면 돼요. 이 학교는 파리에 있는 한국 상사 주재원의 자녀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에요. 제가 프랑스에 와서 알게 된 수빈이(13)는 아빠를 따라서 파리에 온 지 1년 반 정도 됐고, 이 학교 6학년에 다니는 학생이에요, 이달에는 수빈이의 경험을 살짝 공유해보겠습니다. 2 매주 목요일 오후는 온전히 학교 전체가 스포츠 시간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수영을 하거나 공원에서 축구를 하기도 하고 몸싸움, 달리기, 복싱 등 체육을 하는 점이 좋다고 해요. 아쿠아불바(유럽 최대의 워터파크) 같은 큰 체육 시설에 지도 선생님까지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도 없고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한국처럼 공부를 많이 시키지는 않지만 교육 방식은 참 마음에 듭니다. 아이가 직접 도서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영어책을 골라서 읽고 큰 도화지에 자신의 생각을 요약 3정리해서 2분 스피치를 한다는데, 수빈이는 이 수업이 가장 재미있다고 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과 함께 사고력, 구성력, 발표력 등이 향상됐다고 하는데, 한국 학생들도 이렇게 자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EAB 빅토르위고는 국제학교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아이들과 사귈 수 있어요. 프랑스 친구는 없지만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일본,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이 많고, 특히 아시아계 학생이 많은 편이라 아시아 친구들과 더 빨리 친해졌다고 합니다. 수빈이는 성격이 좋아서 친구가 많은 편인데,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 집에 들러서 저녁 7, 8시까지 놀기도 한대요. 그러면 아빠가 데리러 가기도 하고, 전화로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서로의 집에서 자기도 해요. 수빈이는 다른 나라 음식도 먹고, 이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보면서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한답니다. 4 수빈이는 아빠가 프랑스에 머무는 기간이 끝나도 이곳에서 공부를 더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7점 만점에 6.5 정도를 받을 만큼 학교 성적도 좋아요. 매주 금요일마다(학년마다 다름) 간단한 시험을 보기는 하지만, 한 학기에 두 번 시험을 본다고 해요. 수빈이는 한국에서 특별히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이 학교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수빈이의 그림이 복도에 자주 걸리곤 한답니다. 미술 전공을 하는 친한 교회 언니와 박물관에 가서 그림도 보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대요. 5 수빈이가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입니다. 파리의 학교는 바캉스를 자주 가는 편이고, 매번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나 프랑스의 작은 도시들로 가족 여행도 떠납니다. 다만, EAB 빅토르위고의 급식은 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정평이 났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는 점이 가장 불편하고, 졸업식이 너무 간략해서 조금 서운했다고 하네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에서 느꼈던 사교육에 대한 부담과 입시 스트레스가 없고 자유롭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렇게 자유로운 교육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프랑스 통신원 백은주(46) www.twitter.com/pistos11 프랑스 특파원으로 발령받은 남편 덕분에 지난해 여름부터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결혼 21년 차 주부다. 남편, 중학생 아들, 대학생 딸과 프랑스 생활에 적응 중이다. 평소 두 자녀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직접 체험하면서 교육 분야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앞으로 2년 더 파리지엔으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백은주 주부가 전하는 프랑스의 교육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에 들어가보자! 팔로잉을 맺는 순간 궁금했던 프랑스 교육의 장이 활짝 열릴 것이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백은주>
- 백은주의 프랑스 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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