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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584 건 검색)

겨울바다의 악몽, 여수 해역서 139t급 어선 침몰…5명 사망·5명 실종
겨울바다의 악몽, 여수 해역서 139t급 어선 침몰…5명 사망·5명 실종
2025. 02. 09 16:14사회
생존 선원 “갑자기 기울어 구명조끼도 못 입어” 해경 “2.5m 파도에 대형 선박 침몰은 이례적”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선원침몰어선해경해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처참했던 현장 떠올라 악몽”…소방관 1000명 ‘긴급심리상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처참했던 현장 떠올라 악몽”…소방관 1000명 ‘긴급심리상담’
2025. 01. 09 12:56사회
... 과학수사대 등이 마무리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권도현 기자 “참혹했던 현장이 자꾸 떠올라 악몽을 꾸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전남의 한 소방서...
현장참사제주항공여객기악몽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금주의 B컷]철조망 너머 비행기 잔해들…악몽이 된 크리스마스 여행
[금주의 B컷]철조망 너머 비행기 잔해들…악몽이 된 크리스마스 여행
2025. 01. 01 20:46사회
기자들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세 번째로 요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환 시간은 아직 몇십 분 남아 있었지만, 그가 나타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러던 중...
금주의 B컷
광주·전남 언론인회, 옛 전남도청 ‘보도검열관실’ 복원 촉구···“비상계엄 악몽 잊지 말아야”
광주·전남 언론인회, 옛 전남도청 ‘보도검열관실’ 복원 촉구···“비상계엄 악몽 잊지 말아야”
2024. 12. 26 17:28지역
광주·전남 언론인회가 2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운영됐던 보도검열관실 복원을 촉구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광주·전남 퇴직 언론인들이...

스포츠경향(총 549 건 검색)

[스경X이슈] 하정우→손나은…다시 떠오르는 ★휴대폰 해킹의 악몽
[스경X이슈] 하정우→손나은…다시 떠오르는 ★휴대폰 해킹의 악몽
2025. 02. 13 14:22 연예
롯데엔터테인먼트, YG 제공.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담긴 개인 휴대폰을 해킹해 협박하는 범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12일 소속사 YG는 “최근 손나은의 개인 휴대폰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해킹범은 불법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했고, 손나은은 가족 및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이에 한 차례 응한 바 있다”고 밝혔다. 손나은 SNS 캡처. 그러면서 “하지만 해킹범은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 금전을 요구하며 다시 협박 해오고 있다”며 “손나은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연락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정식 수사 중이며, 사생활 침해 및 협박 등과 관련한 모든 범죄 행위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이 개인 휴대폰 해킹으로 인해 당하는 사생활 유출, 협박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배우 하정우 역시 개인 휴대폰 해킹 피해를 입었다. 당시 해킹범은 하정우의 휴대폰 속 개인 정보 유출을 빌미로 하정우에게 15억원 가량의 금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정우는 협박범과 재치있게 대화를 이어 나가며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성시경 ‘만날텐데’ 캡처. 이후 2023년 하정우는 성시경의 유튜브 ‘만날텐데’에 출연해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1947 보스톤’ 영화를 찍을 때 해킹을 당해서 해킹범과 딜을 하면서 촬영을 했다”며 “몇 개월을 준비한 씬인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배우 주진모. 배우 주진모 또한 같은 범인에게 해킹을 당해 사생활 피해를 입었다. 2020년 1월 주진모 소속사 화이브라더스는 “당사는 최근 주진모씨의 개인 핸드폰이 해킹된 것을 확인했다”며 “연예인이란 이유로 사생활 침해 및 개인 재료를 언론사에게 공개하겠다는 악의적인 협박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킹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후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진모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유포돼 한 차례 논란이 됐다. 하정우와 주진모를 비롯해 연예인 총 8명을 상대로 휴대폰을 해킹한 범인은 조선족 출신 자매 부부로 밝혀졌다. 이들은 8명 중 5명에게 약 6억1000만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스경X이슈
올해도 또 무관? 손흥민의 악몽으로 남은 골대 불운
올해도 또 무관? 손흥민의 악몽으로 남은 골대 불운
2025. 02. 07 10:11 축구
카라바오컵 결승 진출 실패에 고개를 숙인 손흥민 | EPA연합뉴스 손흥민(33·토트넘)이 올해도 ‘무관(無冠)’의 아픔을 겪는 것일까. 손흥민이 클럽 커리어에서 첫 우승 가능성이 기대됐던 카라바오컵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토트넘은 7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리버풀에 0-4로 완패했다. 지난달 9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토트넘은 1~2차전 합계 1-4로 리버풀에 결승전 티켓을 빼앗겼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카라바오컵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과 인연이 없어 이번 대회를 노렸으나 리버풀 원정에서 15경기 무승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이래 첫 우승 도전이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날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지만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0-3으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첫 슛을 시도했는데 아깝게 골대를 때리고 말았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의 품에 안겨 위로받는 장면만 눈길을 끌었다. 축구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 가운데 볼 터치가 29회로 가장 적었다. 패스 성공률도 59%에 그쳤다. 드리블과 크로스는 각각 2회와 3회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토트넘이 전반적으로 리버풀에 크게 밀리는 양상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30분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에게 골문이 열렸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토트넘은 전반 34분 코디 학포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6분 무함마드 살라흐에게 페널티킥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토트넘은 후반 30분 소보슬러이에게 0-3으로 끌려가는 추가골을 허용한 뒤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버질 판데이크의 쐐기골까지 내주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는 카라바오컵 준결승을 앞두고 리버풀(41.9%)과 뉴캐슬 유나이티드(32.7%)의 우승 확률이 1~2위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로 두 팀이 3월 16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토트넘은 16%의 기적을 바랐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다만 토트넘이 아직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4위로 우승이 아닌 강등이 더 걱정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럽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리그에선 16강에 직행했다. 또 잉글랜드 축구에서 유이한 컵대회 중 하나인 FA컵 역시 4라운드에 진출한 상태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전력이 온전치 않은 토트넘은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친 선수들이 돌아오길 바라야 한다.
외국인 투수 악몽은 그만…SSG가 1994년생 동갑내기 앤더슨·화이트에게 거는 기대
외국인 투수 악몽은 그만…SSG가 1994년생 동갑내기 앤더슨·화이트에게 거는 기대
2025. 02. 03 14:20 야구
SSG 새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 SSG 랜더스 제공 2025시즌 SSG 선발 마운드를 책임질 외국인 투수 드루 앤더슨과 미치 화이트는 공통점이 많다. 미국 출신의 1994년생 동갑내기인 데다, 190㎝ 장신으로 신체 조건까지 비슷하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50㎞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질 줄 아는 구위형 투수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속앓이를 했던 SSG는 올해 ‘외국인 강속구 듀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SSG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이었다. 선발 투수 평균자책(5.26) 꼴찌에 이닝(690.2이닝)도 8위에 그쳤다.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광현(162.21이닝)이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특히 아쉬웠다. SSG 드루 앤더슨. SSG 랜더스 제공 1선발을 염두에 두고 영입한 로버트 더거가 6경기 3패 평균자책 12.71로 최악의 부진을 겪다 방출됐다.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내복사근 부상으로 40일 이상 전열에서 이탈했다. SSG는 임시 대체 제도를 통해 영입한 시라카와 케이쇼로 엘리아스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외국인 투수 리스크를 떠안고 전반기를 보냈다. 외국인 투수 흉작 속에 더거 대신 영입한 앤더슨은 거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한 앤더슨은 23경기 11승3패 평균자책 3.92를 기록했다. 특히 발군의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며 9이닝당 12.2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SSG는 앤더슨과 재계약하며 그와 비슷한 유형인 미치 화이트를 새 외국인 투수로 맞이했다. MLB 통산 71경기(185이닝) 4승12패 평균자책 5.25의 성적을 보유한 화이트는 2024시즌에도 짧지만 빅리그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빠른 공 최고 구속은 시속 157㎞, 평균 구속은 152㎞를 기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 캠프에서 훈련 중인 화이트(왼쪽)와 앤더슨. SSG 랜더스 제공 SSG는 2024시즌 종료 후 선발 오원석을 트레이드 매물로 활용해 KT 불펜 김민을 영입했다. 성장세가 더뎠다고는 하나 오원석은 지난 시즌 선발 투수로 118이닝을 던졌다. 오원석이 빠진 4선발과 5선발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4, 5선발이 불확실한 만큼 화이트, 앤더슨, 김광현 등 1~3선발이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일단 외국인 투수 2명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즌보다 숨통이 트인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화이트와 앤더슨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한국 무대 데뷔를 앞둔 화이트는 “지난 2년간 신체적으로, 야구적으로 굴곡이 많았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완벽하다. 한국에서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기복 없이 계속 던지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KBO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준비 중인 앤더슨은 “무엇보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올시즌은 6이닝을 더 완벽하게 막겠다. 더 긴 이닝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6이닝을 확실하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빅리그 현역 선발’ 온다…굿바이, 외인투수 악몽
‘빅리그 현역 선발’ 온다…굿바이, 외인투수 악몽
2025. 01. 29 09:36 야구
에이스 콜 어빈에 시선집중 양의지 등 베테랑 활약 기대 두산 어빈 | 게티이미지코리아 외국인 에이스 콜 어빈이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발의 위력을 과시하며 더스틴 니퍼트-조시 린드블럼-라울 알칸타라로 내려온 두산 외국인 에이스 계보에 새로 이름을 올린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한 토마스 해치 대신 발 빠르게 영입한 잭 로그까지 든든한 2선발 역할을 해낸다. 2025시즌 두산이 그리는 ‘행복 시나리오’의 1차 조건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간 투산 외국인 투수들은 1시즌 평균 293.2이닝을 던졌다. 어빈과 로그가 이 정도만 던져줘도 지난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6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두산 불펜에 숨통이 트인다. 다승왕 곽빈을 필두로 최승용, 최준호, 최원준, 김유성 등이 경쟁하는 국내 선발진은 감독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할 만큼 탄탄하다. 신인왕 김택연을 향한 기대는 새해에도 뜨겁다. 이승엽 감독은 ‘언젠가 오승환을 넘어설 것’이라고 극찬했다. 2005년 오승환은 신인왕을 차지했고, 2년 차에 단일 시즌 최다 47세이브 기록과 함께 구원왕을 차지했다. 야수진 핵심은 강승호다. 강승호가 성공적으로 3루에 안착한다면 상대적으로 공격 부담이 덜한 2루수와 유격수 자리에 젊은 자원들을 시험해 볼 여유까지 생긴다. 주장 양의지는 지난해처럼 불운한 잔부상만 없다면 여전히 KBO 최고의 타자다. 부활한 김재환도 든든하다. 마침 올해가 FA 계약 마지막 해,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양석환은 김재환에 이어 국내 선수 중 역대 2번째 2년 연속 잠실 30홈런에 도전한다. 2루수와 유격수는 아직 무주공산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기대할 여지도 더 크다.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등 기존 1군 야수들과 여동건, 임종성, 오명진, 박준순 등 아직 긁지 않은 복권들이 시드니 전훈부터 본격 경쟁에 들어간다. 행복 시나리오의 방점을 김대한이 찍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통산 타율 0.184의 1차 지명 야수 김대한이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팬들의 도파민도 최대치로 폭발한다.

주간경향(총 23 건 검색)

[시네프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종군기자 렌즈에 찍힌 근미래 내전의 악몽
[시네프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종군기자 렌즈에 찍힌 근미래 내전의 악몽(2024. 12. 25 06:00)
2024. 12. 25 06:00 연예
마지막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 ㈜마인드마크 제목: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액션, 전쟁, 드라마 감독: 알렉스 가랜드 배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12월 3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공동제공: 콘텐츠웨이브, ㈜하이스트레인저 무장 민병대가 총을 겨누며 “당신들은 어느 쪽 미국인이지?”라고 물었을 때, 극장 관객석에서 작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마 영화에 몰입해서겠지만. 시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잘 만든 영화란 방증이다. 지난 10월쯤, 서울 용산 CGV 내부에 거대한 광고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수입사에 문의하니 “개봉 시기는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수입사가 예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세상에나, 느닷없이 한밤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가 일으킨 ‘내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국민’ 긴급 담화를 자청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이제 10% 남짓에 불과할 자신의 지지 세력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선동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맞춘 한국 개봉 시점 영화가 다루는 건 근미래의 미국이다. 어쩌다 미국이 내전(civil war·보통은 1861년에서 1865년까지 벌어졌던 남북전쟁을 지칭하는 말이다)의 구렁텅이에 빠졌는지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종군기자들의 대화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게 된 경위가 언급될 뿐이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이 “승전은 코앞에 와 있다”라는 연설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군기자들의 대화 속 정보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3선을 했는데, 시민에게 공중폭격을 하라고 명령 내린 폭군이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연합해 반기를 들어 서부 연합군(WF)을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내건 깃발과 어깨에 붙이는 견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0개 주가 별로 표시된 미국 성조기에서 두 개의 별만 남아 있다. 그냥 소총이나 IED(임의조제 폭발물)로 무장한 비정규군이 아니다. 서부 연합군도 최신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나 탱크, 장갑차를 갖춘 정규군이다. 그러니까 미군도 둘로 쪼개진 것이다. 앞서 미국 대통령은 “승전이 코앞에 와 있다”고 TV 생중계 연설에서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패배 직전이었다. 로이터통신에서 일하는 베테랑 종군사진기자 리(커스틴 던스트 분)와 동료 조엘(와그너 모라 분)은 워싱턴으로 가서 패전을 앞둔 대통령을 인터뷰하려 한다. 워싱턴에 가기 위해서는 서부 연합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 현장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픽업트럭으로 전장을 우회해 시골길로 워싱턴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여행엔 이들이 인생의 멘토로 존경하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새미와 리처럼 유명 사진기자가 되고 싶은 신출내기 제시도 참여한다. 그런데 우회하는 시골길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이들이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끔찍한 악몽 같은 참상이다. 종군기자라는 직업적 숙명 영화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었다. 앞서 가랜드 감독은 전작 <멘>(2022)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독립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A24는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많은 돈(5000만달러)을 투자했다고 한다. 나름 블록버스터급 영화인데 카메라의 앵글을 전선을 따라가는 종군기자들의 동선으로 좁혀 비용을 아꼈다. 연출도 돋보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정말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끝내 마지막 백악관 전투의 목격자가 된 조엘의 ‘대통령 최후 인터뷰’도 여러 각도에서 곱씹을 대목이 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지만, 숙명처럼 그것을 기록해야 하는 종군기자의 일에 대해서도. 전쟁기록 사진 대표작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 논란 /MoMA 영화에서 리를 닮고 싶어하는 23세의 신출내기 사진기자 제시는 디지털 대신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그것도 흑백 사진으로. 제시의 재능을 알아본 리는 수십 년 넘게 전장을 누빈 자신의 경험을 전수한다. 종군사진기자는 비극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냉정한 기록자로 남아야 하는 걸까. 제시는 리에게 묻는다. “내가 사진을 찍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면 그 순간도 사진을 찍을 건가요.” 그는 대답을 얼버무린다. 영화 중반의 이 문답 장면은 영화의 끝이자 절정부인 장면과 대구를 이룬다. 워싱턴에 들어가기 전 서부 연합군 기지에서 리는 평생 멘토로 삼았던 언론계 선배 새미의 시신 사진을 삭제한다. 그가 지켜왔던 직업 윤리상으론 그것 역시 피사체의 존엄을 세상에 남기는 기록 행위였다. 그러나 가장 가까웠던 이의 죽음으로 리의 냉철함은 흔들린다. 영화의 주요 전투 장면마다 스틸컷으로 제시가 찍은 사진이 나온다. 현장의 절박감과 고통, 죽음의 공포가 잘 표현된 사진들이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건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그려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사진)다. 사진에 얽힌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페데리코 보렐 가르시아라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24세 남자다. 카파가 1936년 9월 5일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세로 무리아노 지역 전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낙 유명한 사진이다 보니 여러 이설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보렐은 죽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카파의 설명과 달리 사진이 찍힌 장소는 세로 무리아노 지역에서 남쪽으로 50㎞ 이상 떨어진 에스페호라는 지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설까지. 1954년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폭사한 카파는 생전에 자신의 이 대표작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보렐이 카파를 위해서 자세를 취하다 저격당해 죽었기 때문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고, 실제 그 사진은 자신의 조수로 활약하다 일찍 사망한 여성 전쟁 사진작가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이기 때문에 카파가 그 사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말을 아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네프리뷰
[편집실에서] 악몽보다 못한 현실
[편집실에서] 악몽보다 못한 현실(2024. 10. 23 06:00)
2024. 10. 23 06:00 오피니언
홍진수 편집장 군대를 다녀온 한국의 남성들에게 가장 흔한 악몽은 ‘재입대’하는 꿈입니다. 농담 같지만 진담입니다. 저도 몇 번 꿔봤는데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이미 군대를 다녀왔다”라고 소리쳐봐도 저승사자 버금가는 징집관들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10년 전쯤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을 때도 꿔 봤습니다. 역시나 끌려가면서 “내가 국방부 장관도 알고, 병무청장도 잘 안다(취재하면서 몇 번 만나본 것이 다였지만)”라고 호기롭게 외쳤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끌려가다가 깰 때도 있고, 신병교육대까지 입소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일찍 꿈에서 깨면 다행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악몽도 현실보다는 나은 삶인가 봅니다. 경향신문 보도 등을 보면 강원도 춘천지검 형사2부는 최근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A씨는 지난 7월 원래 입대해야 할 B씨 대신 입대해 두 달 넘게 군 생활을 했습니다. B씨의 신분증을 들고 강원 홍천의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훈련을 마친 뒤 자대배치까지 받은 모양입니다. 이들의 범행은 B씨가 지난 9월 병무청에 자수하면서야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온갖 비리가 있었지만, 아예 입대자를 바꿔치기하는 ‘대리 입영’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씨가 병역을 대신 치르면서 받은 대가를 보고 또 놀랐습니다. “월급을 반씩 나누기로 했다”는 말을 처음에는 ‘B씨가 원래 병역을 치러야 하는 기간 사회에서 버는 돈의 절반’으로 이해했습니다. 당연히 A씨가 군대에서 받는 월급은 다 가져가고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월급은 군대에서 받는 월급이었습니다. A씨는 “군대에서 월급을 많이 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입영했다. 명의자와 반반씩 나누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병사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정부가 정해 준 곳에서 정해 준 방식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으로 다시 가는 사람이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20대 청년이 말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과 4곳의 기초단체장을 새로 뽑는 재보궐선거가 진행됐습니다. 투표율은 24.62%에 그쳤습니다. 기초단체장 투표율만 따로 떼어봐도 53.9%로 절반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한국 유권자들이 지금 한국 정치에 기대하는 수준이 이만큼밖에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대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대리입영’ 사건이 보여주듯이, 여전히 한국사회는 살펴야 할 곳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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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끝나지 않은 악몽(2022. 08. 26 15:31)
2022. 08. 26 15:31 사회
형제복지원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연생모씨는 숨이 가빠진다. 책상에 엎드려 숨을 달래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연씨는 끝내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1975~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등의 학대로 657명이 사망했다.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전두환 정권은 박 원장을 부랑아 퇴치에 공로가 있다며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이 그곳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국가의 첫 진실규명은 35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연생모씨는 부랑자가 아니었다. 옷차림이 낡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연씨를 형제복지원에 보내버렸다. 4년 동안 구타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가 부랑자가 된 것은 단돈 1만원을 받고 형제복지원에서 퇴소한 이후였다. 몸은 자유를 얻었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 노숙인 생활을 오래 했던 그는 지금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렌즈로 본 세상
[골목 내시경]남영동-검은 벽돌 건물, 그곳의 악몽을 기억하며(2022. 07. 01 14:51)
2022. 07. 01 14:51 사회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 잇대어 남영동이 있다. 용산구 남영동은 현대사의 상처와 변곡점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영역 플랫폼에서 담벼락 넘어 보이는 검은 벽돌 건물이 남영동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1976년에 경찰청 치안본부의 대간첩 수사를 위해 만들었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다시 나기 위해 공사 중이다. 본디 목적을 뛰어넘어 대공분실은 언제부턴가 고문과 조작의 악명을 뒤집어썼다. 영화 <1987>이나 <남영동 1985> 등이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세월이 변했어도 남영역에서 바라보는 검은 벽돌 건물은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던진다. 남영역은 남영동의 중심이다. 남영역은 일반적인 전철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차가 지나는 철교에 이어져 역이 있는 형국이라 겉보기에도 낯설다. 역을 나서자마자 남쪽으로 꺾인 샛골목을 들어서면 청년 주택을 짓는 건축현장이 있고, 곧바로 길게 철조망이 쳐진 담이 나온다. 그곳에 검은 건물이 있다. 골목은 대체로 평범하지만, 성인용품 가게와 각종 모텔이 들어서 있어 정치적이기보다는 육감적이다. 대공분실이 있던 곳과 맞닿아 ‘미군 위문 협회(USO)’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철수하고 없다. 미8군 쇼 무대를 주관하던 곳으로 유명했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며 남영동 곳곳엔 이렇게 버려진 미군 관련 시설이 여럿 보인다. 그 남쪽으로 삼각지가 있고, 전쟁기념관이며 요사이 가장 주목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남영역 남쪽 골목길은 여기서 그친다. 일반적인 전철역과는 다른 곳 큰길인 한강대로를 건너면 검은 건물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남영동 골목길을 볼 수 있다. 미군부대가 있던 담벼락이 길게 이어지고 길을 따라 반듯한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된 동네라 대충 보이는 간판들은 40여년 전 분위기고, 그 연륜만큼 오래 장사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칼국숫집과 해물탕집, 횟집과 오래된 미용실이며 무술도장도 사이사이 있다. 젊은이가 주고객인 골목상권이라 세련되게 새로 고친 고깃집을 볼 수 있고, 산뜻한 카페와 빵집도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물도 있지만, 그 속을 채운 건 요즘의 문화다. 젊은 감각은 놀랍도록 색다르고 세련됐다. 골목에 잇댄 철조망 쳐진 담벼락엔 그곳이 미군 관련 시설물임을 알리는 간판이 아직도 붙어 있다. 간판뿐 아니라 미군이 오가던 흔적은 오래된 식당에서도 볼 수 있다. 남영동 골목길의 식당 대부분은 다른 곳과 비슷한 메뉴를 다룬다. 이 골목만의 독특한 식당이 너댓곳 눈에 띈다. 바로 스테이크 전문점. 소시지구이와 부대찌개도 함께 팔고 있다. 가게들은 대략 수십년 동안 미국식 스테이크를 내놓고 있단다. 겉보기엔 일반 동네 식당과 다를 바 없다. 메뉴는 남영동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이와 비슷한 식당은 아무래도 동두천이나 송탄쯤 가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낮부터 스테이크를 즐기는 젊은 손님들이 가게마다 있다. 가게 분위기는 얼핏 보기에도 연륜과 실력이 엿보인다. 다양성과 새로움이 남영동 골목을 채우고 있다. 골목 내내 먹고 마시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이사이 여관과 모텔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환락가와 비슷한 모습이다. 여관들의 호시절은 한참 전에 지난 듯했다. 문 닫은 곳도 있고 임대 안내판을 붙인 곳도 눈에 띈다. 길 건너편으로 새롭게 단장한 호텔과 고급 모텔들에 손님을 많이 빼앗겼다고 한다. 어떤 곳은 게스트하우스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팬데믹 여파로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짐작이 갔다. 늘 좋은 날은 없고 그렇다 해 늘 지옥 같지만도 않은 것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도심지에 가까운 금싸라기 땅이라 몇몇 공동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을 상업용으로 쓴다. 군데군데 도심에서는 드물게 넓은 공간을 끼고 앉은 창고나 공장도 보인다. 골목길을 지나면서 참 색다른 모습과 분위기가 혼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너무 혼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고요하지도 않은, 적당한 혼돈이 골목에 서려 있다. 미군부대가 있던 자리를 끼고돌면 용산고등학교가 나온다. 그 건너편으로 수도여고가 있었다. 지금은 이사했고, 서울시교육청(2024년 이전 예정)이 그 자리에 들어서 있다. 철길 굴다리를 지나면 숙명여자대학이 있어 남영동으로 젊은이를 끌어들인다. 1978년쯤 4대문 안 도심지역에 학원을 금지하면서 서울역 인근 갈월동과 남영동 일대에 입시 전문학원들이 몰려들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물론이고 학원생과 재수생들이 남영동 일대를 메웠다. 그다지 크지 않은 권역이지만 젊은이들이 모여 놀기에는 충분했다.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함께 있다. 교육환경 바뀌며 변한 거리 교육환경이 바뀌면서 학원도 노량진과 강남 등지로 이사를 했고, 인터넷 강의 등으로 대치되면서 변화를 맞았다. 지금은 뒷골목 식당 아저씨만이 당시를 기억한다. “고깃집보다 여기저기 분식집이 더 많았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허구한 날 싸움질도 많았고 골목이 소란했다. 그래도 그땐 참 활기가 있어 좋았다.” 그땐 지금처럼 너그럽지는 않았지만, 세월은 송곳 같던 사람의 감정도 무디게 만든다. 마을의 ‘성장 동력’이 떨어졌는지 큰 길가에도 낡은 상가들이 여럿 보인다. 그중 몇은 리모델링을 위해 건물을 비워 더 을씨년스럽다. 용산시대가 열린다니 그 곁의 남영동도 좀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다시 나고 있다. 남영동엔 유명한 극장 3곳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성남극장, 재개봉관 중 시설 좋기로 유명했던 금성극장 그리고 남영극장이다. 당시 영화관은 개봉관을 일류 극장이라 했고, 재개봉관을 이류라 불렀다. 동시 상영을 하는 변두리 극장을 삼류라 불렀다. 요즘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통칭이다. 일류 개봉관에서 돌고 돈 필름이 재개봉관을 거쳐 동시상영관까지 올 무렵이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크린엔 흠집으로 비 내리는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일류와 삼류 사이의 격차가 분명히 있었다. 금성극장은 1963년 최신식 시설을 갖춘 개봉관으로 문을 열었다. 곧 재개봉관이 됐다. 금성극장은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와 시대를 함께했다. 날아다니는 칼날과 화려한 초식에 눈이 팔린 까까머리 학생들은 관람 불가를 피해 몰래 극장을 드나들었다. 영화의 전성시대가 저물어가면서 극장쇼의 시대가 열렸다. 특히 금성극장과 성남극장의 쇼무대는 알차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시대가 오면서 1992년 금성극장이 먼저 문을 닫았다. 성남극장은 그 긴 역사만큼 오래도록 버티다가 2003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철길 사이사이 청파동으로 이어지는 굴다리들이 남영동의 상징 중 하나다. 성남극장 뒤편 주택가엔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 등장하는 그림공장들이 있다. 귀국하는 미군을 위한 초상화부터 풍경화와 정물화 등 팔릴 만한 갖가지 그림을 찍어내던 그림공장들은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다. 남영동 전철역으로 통하는 길목의 한 그림 가게 주인은 “당시엔 실력 있는 화가들도 먹고살 길을 찾아 공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남영동에 그림공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언젠가 남영동 골목 어느 한편에 짙은 물감 냄새가 배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주민과 함께 나이를 먹은 집들 남영동에서 서울역 쪽으로 다가서면 갈월동과 동자동이 이어진다. 골목 안 풍경은 이곳 골목들이 남산을 중심으로 펼쳐졌음을 알게 한다. 낮은 울타리의 그만저만한 집들이 이어지고 1970~1980년대 지은 빌라들도 눈에 띈다. 골목은 대체로 고즈넉하다. 전형적인 주택가의 모습이다. 구시가의 고질병인 주차난이 한눈에 드러나 좁은 골목의 반은 주차된 차들이 점령하고 있다. 슈퍼라는 이름의 구멍가게가 여전히 건재한다는 사실은 반가웠다. 부동산 주인은 “도심에서도 비교적 방값이 싼 편에 속한다. 예전엔 미군 가족들도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다 평택으로 갔다”고 말했다. 젊은 감성의 카페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1980년대 이후 변화를 멈춘 듯 새롭지는 않지만 차분한 편이다. 종종 마주치는 주민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아 보였다. 미술학원과 음악학원들도 눈에 띄어 어린 학생들도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골목 깊숙한 곳에 채소 과일가게와 옷 수선집도 보여 골목길의 연륜을 느낄 수 있다. 주민과 함께 집들도 나이를 먹어간다. 군데군데 건축 수리점이 있다. 한 수리점 주인은 “터가 좀 넓은 집들은 예전에 집주인이 밀고 빌라를 지었다. 1층짜리 오래된 집들은 주인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사람이나 집이나 오래 쓰면 고장 나는 일이 태반이라 고치고 손볼 것투성이다. 그 덕에 나 같은 사람도 먹고사는 게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남영동의 골목길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세월의 나이테가 드러나 있어 걷는 맛도, 보는 재미가 있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그 골목을 기웃거리며 무엇인가를 찾는다. 좀더 오래된 주택가는 서울 도심의 옛 주택가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산책하며 마음에 무엇인가를 떠올리기에 좋은 길이다. 다채로움과 정숙함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배어 있다. 남영동 골목엔 격변의 시기가 녹아 있다. 우리가 어찌 살아왔는지가 길 위에 쌓여 있다. 한때는 민주주의의 적들도 이 골목의 주인이었다. 지금은 공사 중인 검은 벽돌의 대공분실 건물을 바라보면 그들은 무엇이 그리 두려웠으며, 세상에 어떤 공포를 강요했는지 묻게 된다. 한강대로를 사이에 두고 젊은이의 자유분방함과 억압의 공간이 공존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고문의 시절이 그다지 오래전이 아니었음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엔 아직도 더 많은 시행착오가 남아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침묵하지 않고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거듭 말할 때 세상은 미래를 향해 더디게나마 무거운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다. 남영동 골목은 그 희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들면 남영동 골목길의 검은 벽돌 건물 앞을 지나가 보자. 열린 세상을 향한 길이 여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골목 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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