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696 건 검색)
- 경기도, 주거약자·취약계층 899가구 대상 주택개조 지원
- 2025. 02. 02 10:43지역
- ....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주거약자 및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과 생활 편의 향상을 위해 올해 총 899가구 대상으로 주택개조 사업을 지원한다고 2일 밝혔다. 경기도는 고령자의 신체적·인지적 기능...
- ‘약자복지·미래먹거리’ 예산 늘린다더니 삭감···“최소 5.8조 추경 시급”
- 2025. 01. 09 16:25경제
- .... 데이터진흥 등 AI 관련 프로그램 예산도 깎였다. 그간 긴축재정으로 ‘짠물’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약자복지와 미래먹거리 예산은 늘렸다고 강조해온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지방재정을 뒷받침하는 예산도...
- 예산추경나라살림연구소기후위기인공지능탄핵, 경제 후폭풍
- [사설] 약자들엔 무자비하던 공권력이 이토록 무력하다니
- 2025. 01. 05 18:15오피니언
- 지난 3일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실패는 권력자에 무기력한 공권력의 실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윤석열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마저 깔아뭉개면서 여전히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의...
-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변론 시작 전부터 쏟아진 ‘윤석열 방어’
- 2025. 01. 05 15:25사회
- ... 비상계엄 선포 경위 관련 답변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고 말하며 읍소 전략으로 나섰다. 그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하면 언론에서는...
스포츠경향(총 66 건 검색)
- ‘선두 잡는 꼴찌’ 절대 약자가 사라졌다…여자배구 순위 싸움은 안개 속으로
- 2025. 01. 14 11:15 스포츠종합
- GS칼텍스 지젤 실바. KOVO 제공 2024~2025 V리그 후반기, 여자부 하위권 팀들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꼴찌가 선두를 잡는 등 예측 불가한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절대 약자’가 사라진 여자부 순위 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여자부는 흥국생명(승점 43점)과 현대건설(승점 41점)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정관장(승점 34점)과 IBK기업은행(승점 31점)이 중간에서 뒤따르며, 페퍼저축은행(승점 19점), 한국도로공사(승점 15점), GS칼텍스(승점 6점)가 하위권으로 처진 채 반환점을 돌았다. 하위그룹 중에서도 꼴찌 GS칼텍스는 전반기 1승(17패)밖에 하지 못했다. 큰 틀에서 이대로 굳어지는 듯했던 여자부 순위표가 후반기에 요동칠 조짐을 보인다. 올스타 휴식기에 팀을 재정비한 5위 이하 팀들의 경기력이 상위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꼴찌 GS칼텍스는 지난 7일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흥국생명과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기나긴 14연패를 끊었다. 외국인 주포 지젤 실바가 무려 51득점을 올리며 대어를 낚았다. 새 아시아쿼터 투이 트란(등록명 뚜이)이 합류한 효과, 짧은 휴식기에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성과가 나타났다. 강소휘 등 한국도로공사 선수들. KOVO 제공 GS칼텍스는 10일 정관장전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실바가 49득점을 기록하며 2경기 연속 폭발했다. 비록 패했지만, 당시 8연승 중이던 정관장을 코너까지 몰아붙였다. 승부처에서 쉽게 무너지던 전반기와는 달랐다. 6위 한국도로공사도 후반기 첫 경기부터 인상적이었다. 8일 현대건설전에서 강소휘-메렐린 니콜로바-타나차 쑥솟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고른 득점 속에 1, 2세트를 먼저 따냈다. 결과적으로 ‘역스윕’을 당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도로공사는 현대건설전 경기력이 ‘우연’이 아님을 사흘 뒤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증명했다. 도로공사는 고졸 신인 세터 김다은의 조율 속에 양 날개와 중앙에서 고르게 득점했고,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김종민 감독은 김다은의 성장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퍼저축은행 테일러. KOVO 제공 2021년 창단 후 3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은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쳤던 페퍼저축은행은 후반기 IBK기업은행(3-2), 현대건설(3-1)을 연달아 잡으며 신바람을 냈다. 외국인 공격수 테일러 린 프리카노의 득점력이 살아난 것이 주효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주춤한 사이, 9연승 중인 정관장은 여자부 양강 구도를 무너트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페퍼저축은행도 탈꼴찌를 넘어 ‘봄배구’ 불씨를 되살렸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후반기 관전 포인트다. 13일까지 치른 여자부 6경기에서 풀세트 경기만 5차례 나왔다.
- 관악문화재단, 교통약자를 위한 ‘가족배려주차장’ 조성
- 2025. 01. 02 19:28 생활
- 관악문화재단 관악문화재단(대표이사 차민태)이 관악아트홀 및 관악중앙도서관 주차장에 임산부, 영유아,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는 ‘가족배려주차장’을 조성했다. 재단은 지난 3월 ‘서울시 관악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 개정에 따라 가족배려주차장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교통약자의 안전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구획 조성을 착수하여 연내 완료했다. 가족배려주차장 이용대상은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임산부,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 고령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차량 이용이 불편한 사람이며, 이들과 동반한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주차 공간이다. 관악문화재단은 가족배려주차장 조성을 통해 아이가 있거나,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관악문화재단 관악문화재단 IT시설지원팀 박홍철팀장은 “가족배려주차장이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닌 모두가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재단을 방문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팀 리바운드 43개···골 밑 약자 소노는 잊어라
- 2024. 10. 24 12:24 스포츠종합
- 고양 소노 앨런 윌리엄스가 지난 23일 부산 KCC와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고양 소노가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며 새로운 강팀으로 떠올랐다. 소노는 지난 시즌 가장 큰 약점이었던 리바운드를 대폭 보완하며 골 밑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노는 지난 2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KCC 프로농구 부산 KCC와의 경기에서 79-69로 이겼다. 이날 소노는 팀 리바운드 43개를 폭발시켰다. KCC의 리바운드 개수(21개)의 두 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이번 시즌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센터 앨런 윌리엄스가 무려 20개의 리바운드를 책임졌다. 김진유(8개)와 이재도(7개) 등 가드진도 리바운드 싸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소노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20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도 36개의 리바운드에 성공하며 현대모비스(27개)를 압도했다. 기존 강점이었던 외곽슛에 리바운드 능력까지 더해지며 소노는 코트 위 어느 공간에서나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됐다. 소노는 지난 시즌 리바운드 싸움에서 번번이 좌절하곤 했다. 2023~2024시즌 평균 리바운드 개수가 31.5개로 리그에서 꼴찌였다. 3점 슛 평균 성공 개수가 10.9개로 리그 1위였는데도 골 밑에서 밀리며 득점 9위에 머물렀다. 고양 소노 이재도가 지난 23일 부산 KCC와의 경기에서 돌파하고 있다. KBL 제공 소노의 팀 리빌딩 시발점은 골 밑 득점력 강화였다. 소노는 비시즌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는 NBA 출신의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윌리엄스는 NBA 67경기에 출전해 평균 13분 동안 6.2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희재와 임동섭 등 국내 장신 포워드를 영입해 골 밑 전력을 충원했다. 소노는 거친 몸싸움을 뚫고 빠르게 슛을 해야 하는 페인트 존에서도 발전한 득점력을 보여준다. 전날 KCC전에서 소노는 페인트 존에서 21개의 슛에 성공했다. 윌리엄스가 공수 양면에서 골 밑을 확실하게 장악하며 다른 선수들의 공격 옵션이 많아졌다. 시즌 개막 후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소노가 지난 시즌과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소수의 주전에 의존하고 외곽 슛에 집중했던 이전 시즌과 달리 득점 자원과 볼 핸들러가 다양해지며 백업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전날 경기에서는 이정현이 KCC의 수비에 막히자 이재도가 투입돼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재도의 수비에 힘입어 김진유가 공격 리바운드를 따낼 수 있었다. 소노는 길었던 정체기를 벗어나 도약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골 밑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 공정위 ‘롯데마트 이어 홈플러스 판촉비 부당 전가 의혹 집중조사 한다’시장 약자 납품업체 눈물 현실로
- 2024. 09. 02 12:37 생활
- 시장에 약자 납품업체 눈물 현실로 , 이대로 둘건가 대형마트 업계에서 사실상 강요받고 있는 ‘납품업체에 판촉비 전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홈플러스 이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3사 대형 마트 운영사들에 대한 집중 조사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판촉비 관련 계약 자료를 확보 중이다. 특히 홈플러스가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납품업체와 협의 없이 판촉비를 강제로 부담시켰는지 조사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는 지난주에도 판촉 비용 부당 전가 의혹과 관련해 롯데마트를 현장 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기존 납품업체들에 대한 거래장부 등을 비롯해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제공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중소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 3사 모두 실적 악화로 부실 점포 정리 및 매달 월 마감시 손실을 만화하기 위해 비용줄이기, 납품라인 공급망 단축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들이 매번 달라지기에 유통업체, 납품업체들의 고민이 많은게 현실”이리고 말했다.
주간경향(총 35 건 검색)
- ‘약자 복지’ 한다면서 가난한 사람 병원 문턱 높이나(2024. 10. 14 06:00)
- 2024. 10. 14 06:00 사회
- 정부,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추진…빈곤층 의료비 부담 늘어날 듯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김정수씨(가명·57)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정형외과를 찾아 주사치료나 물리치료를 받는다. 김씨는 ‘의료급여’ 1종 수급자라 의료비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의료급여제도(노동능력 유무에 따라 1·2종 구분)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무상은 아니고, 일정 금액을 본인이 부담한다. 1종 수급자는 의원(1차 의료기관)에 가면 1000원, 병원(2차)에 가면 1500원, 상급종합병원(3차)에 가면 2000원을 낸다. 약국에서 약을 지으면 500원을 낸다. 그런데 정부가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를 이 같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지난 7월 25일 발표했다. 의원에 가면 진료비의 4%, 병원에 가면 6%,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8%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2종 수급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만 1000원 정액이고, 나머지는 정률제로 본인부담비를 냈는데 모두 정률제로 통일한다. 수급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의료비 부담이 늘 것이라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10월 7일 시작한 제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료급여 개편을 두고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빈곤층 의료비 부담 증가” 수급자들의 부담은 얼마나 늘까.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이 김씨의 2023년 의료이용 기록에 정률제를 적용해 보니, 김씨의 연간 본인부담비는 4만7000원에서 18만4590원으로 늘어났다. 의원에서 물리치료까지 포함된 진료를 보고 1000원을 냈는데 정률제가 적용되면 26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수급자들의 건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월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지원한다. 수급자가 건강생활유지비를 다 쓰지 않고 남기면 현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정부는 정률제로 개편 시 본임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에 ‘보호장치’로서 건강생활유지비를 2배(1만2000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 연간 7만2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받아, 본인부담금을 상쇄하고도 2만5000원을 받았다. 건강생활유지비가 2배로 뛰면 연간 14만4000원을 받지만, 김씨는 4만590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비만 보면 1년간 2만5000원 남던 것이 4만590원 부족한 것으로 바뀐다. 연간 4만590원이면, 한 달 3400원 정도다. 큰 액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김씨 같은 수급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지난 10월 7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에서 만난 김씨는 “무릎이 아파서 걷기도 힘들고 계단 같은 곳은 숨이 너무 가쁘다”며 “병원비가 오르면 부담이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병원을 안 갈 수는 없어서 다른 걸 조금 덜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생계급여로 월 71만3102원을 받는다. 주거급여 수급자여서 주거비로 목돈은 안 들지만, 임대주택 관리비를 비롯해 식비·통신비 등 생활비로 71만여원은 늘 빠듯하다. 그는 식재료가 비싸기도 하고 혼자 밥 먹기가 힘들어 “하루 한 끼 먹을 때가 많다”고 했다. 잃어버린 휴대폰 기기값을 갚아야 해서 100만원을 따로 모아야 한다. 내년도 생계급여가 76만5444원으로 오르지만,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의료비도 더 늘 수 있다. 김씨는 올해 3월부터 우울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최근엔 두통이 심해서 신경외과도 자주 찾는다. 한 번에 먹는 약봉지가 3~4개다. 기초법공동행동이 지난 8월 김씨를 포함해 수급자 16명의 2023년 총의료비를 정액제일 때와 정률제로 바꿨을 때를 비교 분석했더니 이들의 연간 의료비는 평균 9만3319원, 최대 34만9791원 증가했다. 건강생활유지비 인상안을 적용했을 때는 16명 중 6명이 본인부담이 증가하며 그 금액은 평균 13만5000원이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수급자 A씨는 지난해 척추증, 안검염, 담낭 결석, 만성복합치주염 등 9개 증상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연간 본인부담비는 11만6500원(정액제)이었다. 정률제로 개편하면 46만6291원(정률제)으로 증가하는데, 인상된 건강생활유지비를 받아도 32만2291원을 본인이 부담한다. ■정부는 왜 정률제로 바꾸려 할까 의료급여제도는 1977년 건강보험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2001년 이후엔 기초생활보장제 틀 안에서 운용되는 사회보장제도다.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국비+지방비)로 의료비를 지원한다. 2007년 한 차례 개혁했다. 무상 제공에서 외래 진료 시 일부 본인부담(정액제)으로 바꿨다. 의료급여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 사회 각계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일었다. 복지부는 2007년에 정한 정액 본인부담비가 17년째 유지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의료급여 예산은 2007년 4조2000억원에서 올해 1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물가와 생계급여, 진료비 등이 상승했음에도 의료급여 본인부담비는 동일해 수급자의 비용의식이 약화했다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생계급여는 정해진 급여액을 지급하지만 의료급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서 수급자가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적정 이용을 관리해야 하는 제도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며 “수급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의 특성이 그러므로 개편을 통해서 합리적 의료이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간 형평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인당 진료비가 3.3배 많고, 외래 이용 일수도 1.8배 많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수급자들의 생활비 수준을 봤을 때 의료비 증가가 부담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복지부는 수급자 중 외래 이용이 많은 상위 9%(약 7만3000명)만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국회 복지위에 제출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이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외래 이용 상위 1%(월평균 22.6일)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월 6900원 증가한다. 복지부는 건강생활유지비를 2배 인상하면서 수급자 다수는 오히려 환금액이 늘고, 본인부담상한제(월 5만원 초과 시 초과금액 전액 환급)와 같은 보호장치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많아야 월 6900원 는다는데, 그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닐까’라는 질문을 해보자.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수급자 중에는 10원 단위로 생활비를 나눠 쓰는 분들도 있다”며 “정액제일 때 의료비가 얼마가 들지 예측할 수 있지만, 정률제로 바뀌면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수급자들이) 의료이용을 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도 “심리적으로 병원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며 “본인부담금상한제가 있더라도 선지불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병원을 가기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당장은 정부 말처럼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지만, 수가(의료행위 대가)가 인상되면 (진료비 대비) 정률제니까 당연히 본인부담비도 늘어나게 돼 있다. 4%라는 부담비율도 올릴 수 있고, 건강생활유지비도 (예산에 따라) 바꿀 수 있다”며 “공공부조인 의료급여제도 틀을 흔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했다. ■“공공부조 틀 깨는 것…‘약자 복지’는 어디로” 다음으로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과다 의료이용을 하는 건 사실 아닌가’라는 질문.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지난 10년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 증가 추이는 각각 1.99배와 2.07배로 차이가 없었다. 두 집단 간 1인당 진료비에서 격차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수급자는 높은 고령화율·만성질환 및 장애 보유율, 낮은 소득·교육 수준 등 건강에 불리한 집단적 특성이 있어서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하려면 (통계) 보정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 “또 의료이용 빈도, 서비스 강도를 결정하는 것에는 의료 제공자(의료기관)의 판단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수씨와 종종 병원을 동행하는 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의료서비스는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당사자로서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할 때가 많다”며 “지적장애가 있다든지 의료이용 판단을 할 때부터 취약한 분들이 있을 텐데 그분들의 사례를 면밀히 (정부가) 들여다보지 않고 소수의 과다이용자 몇 명의 사례를 일반화해 수급자의 의료이용을 ‘비용 덩어리’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미충족의료(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 경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진료비가 많이 드는 비급여 진료는 받기 어렵고, 의료서비스 강도가 높은 2·3차 의료기관도 덜 이용한다. 건강 상태가 짧은 시간에 개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1차 의료기관만 길게 자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다음 ‘왜 지금일까’라는 질문. 복지부는 제도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고민은 수년 전부터 지속해왔으며, 2023년에 나온 제3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024~2026년) 등에 정률제를 적용하는 계획을 담았다고 밝혔다. 정성식 연구원은 “(3차 의료급여 기본계획·보건복지 백서 등을 참고해 비교한 결과) 2007년 개혁 때와 비교해보면 당시 의료급여 대상자를 차상위층으로 넓히면서 2006년 연간 총진료비가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세를 보였다”며 “반면 2018~2022년 5년 동안 의료급여 총진료비는 연평균 7.3% 증가했고, 이는 건강보험 총진료비 증가세(연평균 7.2%)와 유사하다. 그렇다고 2007년 개혁 때처럼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과다 의료이용 사례로 ‘물리치료를 많이 받는 사례’를 제시했다. 정성식 연구원이 2021년 한국의료패널 데이터로 정률제 개편 시 수급자의 비용부담 변화를 분석했더니, 물리치료 외래 이용의 부담(수급자 1종·1차 의료기관 이용)은 2.6배 증가한 반면 비물리치료 외래 이용의 부담은 3.5배 증가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률제 개편을 추진하려는 정책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정성식 연구원의 의견이다. 지난 10월 7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서미화 의원은 “2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의료급여 취약계층”이라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느냐”고 질의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당사자 의견 수렴은 하지 않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논의를 했다고만 답했다. 김선민 의원은 “물론 수급자 중 1%의 경우엔 극단적인 사례가 있지만 관리 대상은 환자가 아니라 의료기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곤층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발상’이라는 두 의원의 질의에 조규홍 장관은 “본인부담비를 경감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에 본인부담 예외 대상(아동·임산부·산정특례자 등)이 있는데, 이 대상군을 넓힐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급여 본인부담 정률제 개편은 법 개정 사안은 아니다. 복지부가 의료급여법 하위법령을 변경하면 추진할 수 있다. 복지부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시민사회,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올해 연말까지 정책을 보완한 후 내년부터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급자 당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률제 개편안의 보완이 아닌 철회를 촉구한다. 이들도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줄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관리와 같은 다른 정책을 선행해볼 수 있을 텐데, 왜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위한 예산부터 줄이려는지”(전은경 팀장) 묻는다.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줄어드는 세수를 빈곤층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메우면 안 된다”(정성철 활동가)고 말한다. “수급자들의 미충족의료 경험을 고려하면 오히려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정책”(정성식 연구원)이라고도 한다. 일관된 물음은 이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철학은 약자부터 두텁게 보호하는 ‘약자 복지’가 아니었습니까.”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6)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2023. 08. 25 10:54)
- 2023. 08. 25 10:54 사회
- 직장갑질의 한 피해자가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팻말에 써 들고 있다. / 조해람 기자 “직원 바꿔”, “제가 직원인데요”, “직원 바꾸라니까”, “직원이니까 말씀하세요. 그런데 왜 반말하시는 거죠? 제가 여자라서 그런가요? 아니면 전화 거신 분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요? 그것도 아니면 상급기관이라고 그런 겁니까?” ‘직원 아닌 직원’은 아내다. 아내는 1980년대 후반 금융기관에서 일했다. 당시 ‘하늘 같은’ 감독기관에서 전화를 받았고, 다짜고짜 반말하는 이유를 묻자 상대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부서장 호출이 있었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이가, 남성이란 사실이 권력이던 적이 있었다. 어린 여성이 바른 소리를 하면 ‘여자 주제에 건방지다’는 소릴 들어야 했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다. 상사와 부하, 부자와 빈자, 중앙부처와 산하기관, 사용자와 노동자, 구매자와 판매자, 심지어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식도 그렇다. 권력관계에서는 명령하는 사람과 복종하는 사람, 지배하는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 가해자와 피해자, 서열과 위계가 만들어진다. 힘이나 돈, 영향력에 의해 수직관계, 상하관계,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대부분 강자는 약자 여럿을 거느린다. 강자 하나에 약자는 다수다. 강자는 약자들을 평가하고, 그중에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에 반해 약자는 강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강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산다. 강자가 약자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약자의 비애고, 누구나 강자가 되려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강자는 힘이 커질수록 강자로서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회사 조직에서 부서장일 때보다는 임원일 때, 임원일 때보다는 사장일 때 잘릴 확률이 높다. 힘을 가질수록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그럴수록 역할을 달성하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위로 올라갈수록 힘센 사람의 눈에 띄게 돼 작은 잘못도 숨길 수 없게 된다. 힘이 강해질수록 더 위험해지고 그 지위를 누릴 시간은 얼마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강자는 늘 강자가 아니다. 약자도 마찬가지다. 강자가 약자가 되고 약자도 강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역전과 패자부활이 가능한 것이 민주주의다. 강자는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기에 겸손하고, 반대로 약자는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분발할 수 있다. 강자는 또한 누군가에게는 약자이고, 약자 역시 누군가에게는 강자일 수 있다. 따라서 세상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업신여길 수 있는 대상도 없다. 강자와 약자가 사슬처럼 엮여 있을 뿐이다. 강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아량이 아닐까 싶다. 강자는 베풀어야 한다. 모든 관계에서는 거래가 일어난다. 거래품목은 돈이나 현물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거나, 사랑과 존경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거래 방식은 다섯 가지다.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느냐, 먼저 받고 나중에 주느냐, 동시에 주고받느냐,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느냐, 받기만 하느냐이다. 이 가운데 강자는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방식을 택하는 게 맞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거래도 좋지만, 여간해선 오래 가기 어렵다. 아무리 호인이라 해도 베풀기만 하는 건 한계가 있기에 그렇다.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다는 의미는 다양하다. 약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강자가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약자들이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 보이는 것, 일이 잘못됐을 때 남 탓하지 않고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 자기 말을 따라줄 것을 기대하기 전에 자신부터 몸을 낮추고 경청하는 것 등이다. 그 방식이 어떻든 남에게 베푸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베푸는 일이다. 성경에도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고 하지 않았나. 혹여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런 정도의 위험부담은 감수할 용의를 가져야 하는 게 강자의 자리다. 그런데 통상 강자는 먼저 받고 나중에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기껏해야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주고받기를 동시에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베풂과는 거리가 멀다. 강자는 주는 대로 받는다는 진리를 믿어야 한다. 내가 베풀면 상대도 베풀 것이라는, 사람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 그렇다면 약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나는 문제의식과 저항정신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깨어 있어야 한다. 강자는 발언권과 영향력이란 무기를 갖고 있다. 발언권이 세기에 몇몇 강자의 말은 여론이 되고 모든 사람의 말로 둔갑한다. 강자는 조직이라는 방패도 갖고 있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고 한다. 강자의 이익에 불과한 일도 모두의 번영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이기주의자라고 매도한다. 강자는 또한 지금까지 그래왔다며 전통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래야 하는 게 우리의 문화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들이 강자가 될 수 있었던 환경을 유지하고 더 강고하게 다지고 싶은 것이다. 이에 응하는 게 구성원의 마땅한 도리라고 말한다. 따르지 않으면 “너는 태도가 글러먹었다”며 약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한다. 약자는 이런 강자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아무리 강자의 요구라 하더라도 모든 걸 들어줄 순 없다. 또 강자의 말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들어줘선 안 된다. 약자는 또한 누군가에게 입은 피해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거나 대물림하는 방식으로 가해자 대열에 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손해와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나부터 부당한 먹이사슬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아내가 은행 지점에서 일할 때다. 공과금 내는 마감 날, 영업시간이 지났는데도 객장 안은 사람으로 붐볐다. 시간 안에 시재(입출금)를 맞춰야 하는 창구 여직원들은 발을 구르며 수납 업무를 했고, 일부 남직원과 상사들은 뒤쪽에서 팔짱 끼고 구경만 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 아내는 “나 못 해”라는 단말마와 함께 돈통을 객장 안에 던져버렸다. 동전이 사방으로 튀었고, 객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마감시간이 있음에도 으레 받아주리라 믿고 뒷문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과 바쁜 텔러 직원들을 뒤로 한 채 한가하게 노는 남직원들에 대한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숙직실로 들어갔던 아내가 30여 분쯤 지나 나와 보니 뒤에서 노닥거리던 직원 모두가 달려들어 업무를 거의 다 처리해놓고 있었다. 이후 아내는 인사 때마다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되곤 했지만, 지금도 그날의 돈통 투척 사건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닌다.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 [방구석 극장전]사회 약자와 함께한 (2021. 02. 26 14:18)
- 2021. 02. 26 14:18 문화/과학
- 설 연휴가 끝나자 백기완 선생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 향년 88세, 군부독재에 맞서던 ‘재야’ 운동권의 상징인 고인의 부고 소식은 현대사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시 무력한 야당을 대신했던 존재가 ‘재야’운동권이었다. 탄압을 감내하며 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1987년 6월항쟁 후 정당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 분화돼갔다. 다큐 「내 친구 정일우」 포스터 / 시네마달 한국 근현대사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늘 격렬한 논쟁 대상이다. 진영대립에 갇혀 세대를 넘어선 객관적 평가가 정립되기 힘들다. 특히 재야운동권 인사들의 경우 사회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조명 기회가 드물다. 그래도 어쩌면 백기완 선생은 추모 차원에서 전기영화가 시도될지 모르지만, 생전에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고(故) 정일우 신부 전기영화 <내 친구 정일우>는 특별한 사례다. 백기완 선생이 당대 주요 사회적 의제에 ‘올 라운더(all-rounder)’라면, 정일우 신부의 활동 분야는 빈민운동에 집중된다. 같은 시대에 활약했지만 겹치는 동선은 적다. 하지만 야만의 시절, 개인 안위를 포기함은 물론 소외되고 억울한 이들 삶으로 자신을 동화시킨 예시로 둘의 일생은 닮은꼴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거리와 현장을 지켰다는 점 또한 같다. 그래서 백기완 선생 전기영화가 시도된다면 그 선례로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존 빈센트 데일리 신부는 1972년 서강대 교편을 잡던 중 제자들이 유신에 항거하다 잡혀가자 상복을 입고 피켓을 든 채 명동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이를 계기로 대학을 나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신부는 독재정권의 개발 논리에 기반을 둔 강제개발에 항거하며 도시빈민의 삶을 시작한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효시인 <상계동 올림픽> 등에서 파란 눈의 등장인물이 바로 정일우 신부다. 철거용역과 공권력에 맞서 맨 앞줄에서 싸우다 함께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빈민공동체 건설과 경제적 자립을 위한 사업으로 복음자리 딸기잼을 만들기도 했다. 정일우 신부는 1998년부터 충북 괴산에서 농촌사목에 힘 쏟다 2014년에 노환으로 별세한다. 고인과 오랜 지우였던 김동원 감독은 어찌 보면 <상계동 올림픽>의 후일담과 같은 작품을 2017년에 선보인다. 영화는 고인의 드라마틱한 삶 소개를 너머 당시 한국사회 풍경과 경제개발에서 소외된 이들의 상황을 조명한다. 박제된 ‘성자’가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술도 잘 마시고 욕도 잘하던 신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영화는 현재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역사인물 전기영화는 한국에서는 고난이도 작업이지만 후속 세대에 참고가 될 수 있게 활성화돼야 할 과제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전기 다큐 영화가 올해 선보일 예정이기도 한 바, 아무쪼록 다음 세대가 시대와 함께한 사회운동가들의 삶과 투쟁을 온전히 기억하는 방향으로 관련 작품들이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 방구석 극장전
- [만화로 본 세상]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2020. 12. 18 14:58)
- 2020. 12. 18 14:58 문화/과학
- 얼마 전 서울 잠실의 한 대형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출입하는 것을 거부해 공분을 샀다. 이 안내견은 정식으로 훈련을 받기 전 1년간 퍼피 워크라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는데, 마트의 매니저가 이를 비시각장애인과 왔기에 안내견이 아니라는 해석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매니저의 고성에 주눅이 든 안내견의 사진과 사연이 올라와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결국 마트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렸고,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밖의 사람들」표지 이 사건에는 분명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으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매니저의 태도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단지 한사람 혹은 해당 마트 혹은 그 기업만의 문제일까.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게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그들은 식당을 찾을 때마다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하고 안내견이라는 해명을 해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무교육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권리보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훨씬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는가. 여기에 대기업이라는 미워하기 편한 대상은 이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사건은 어느 한명의 무지나 하나의 기업이 직원교육을 잘못한 예외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지금도 거리의 노란색 점자블록 위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의 점자 버튼은 코로나19를 방지한다며 항균 필름으로 덮여 있다. 이 사건은 의무교육의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낮은 인식, 반려동물에 대한 거부감과 고객의 민원에 대한 두려움 같은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사회문제이다. 단순히 악당을 응징해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 일류 기업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공장에서 벌어진 메탄올 중독사건을 다룬 실화 <문밖의 사람들>(김성희·김수박 지음)이라는 만화를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만화는 사건의 피해자 이진희씨와 노동건강연대 직원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진희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에 실습만 남겨 놓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일자리를 구했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그는 메탄올 중독으로 겨우 4일 만에 시각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가해자가 분명해 보인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작업을 지시한 고용주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최근 재판에서는 피해자들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도 내려졌다. 그래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가. 아니다. 이 사건이 그저 안타까운 남의 사연으로 끝나버려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기업의 하청업체 관리책임에 관한 문제, 청년실업, 불법 파견직, 안전불감증, 치열한 단가경쟁 같은 문제가 뒤섞여 있다. 그렇게 이 사회와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다시 한 번 차별한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대로는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 기업은 사회공헌사업으로 안내견을 훈련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이들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버튼을 만들다가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안내견을 거부한 마트를 불매하자며 소리치는 우리는 사회취약층의 특별채용이 나와 내 가족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말한다. 아이러니다.
- 만화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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