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21 건 검색)
- 박근혜 이어 윤석열까지···‘두 번의 탄핵’ 휘말린 엘리트 관료 최상목
- 2024. 12. 10 15:45정치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간담회를 마치고 국무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탄핵비상계엄최상목박근혜윤석열윤석열 탄핵 정국
- 부모를 죽인 딸·소년을 살해한 엘리트 청년···살인에 관한 두 편의 뮤지컬
- 2024. 10. 21 13:54문화
- ... 니체의 ‘초인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둘의 범죄는 절도, 방화 등에서 납치,살인으로 이어졌다. 엘리트 청년 두 명이 오직 ‘완전범죄’에 대한 열망 때문에 끔찍한 범행을 했다는 소식에 세상은 충격에...
- 리지쓰릴미두산아트센터연강홀에스24스테이지
- ‘독보적 엘리트’ 심우정, 윤 대통령의 ‘안전한 선택’···“민정수석의 페르소나”
- 2024. 08. 11 17:22사회
- ...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 안정화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내에서도 독보적인 ‘엘리트’로 꼽히는 심 내정자는 차분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쿠바통’ 북 외교관 리일규 참사 망명…태영호 이후 최고위급 엘리트 ‘탈북’
- 2024. 07. 16 20:55정치
- ...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같은 해 9월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이후 5년 만이지만 엘리트 계층 탈북민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경향(총 146 건 검색)
- 의외의 ‘영린이’ 엄기준 “엘리트 이미지 붕괴? 안 들어오면 마는 거죠”
- 2025. 02. 03 15:41 연예
- 배우 엄기준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이하 샬라샬라)에 출연한 배우 엄기준이 ‘엘리트 이미지’ 붕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엄기준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샬라샬라’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정승일, 정윤아PD와 함께 출연자 배우 성동일, 김광규, 엄기준, 신승환이 참석했다. 또 다른 출연자 장혁은 촬영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데뷔 후 늘 냉철한 엘리트 또는 주도면밀한 악역 연기로 인기를 얻었던 엄기준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의외로 영어에 문외한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배우 엄기준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JTBC 영국으로 향한 그는 대화 내내 당황한 웃음을 지었고, 성동일의 전언에 따르면 “저녁에 집에와 가장 경쾌하게 캔맥주를 따는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준은 고학력 배역을 많이 했으나 의외로 저조한 영어실력에 대해, 캐릭터의 붕괴 우려는 없었냐는 질문에 “원래 그런 걱정을 안 하고 살았다”며 “안 들어오면 마는 거죠”라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는 “원래 엘리트를 많이 했지만, 정말 머리 노랗게 염색하고 오토바이 타는 배역을 하고 싶다”며 “사실 사람 죽이는 역이 들어오니 그게 싫어 다른 역을 찾았는데, 드라마가 안 되거나 내가 안 됐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나름 고충도 토로했다. 배우 성동일(왼쪽부터), 김광규, 엄기준, 신승환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샬라샬라’는 성동일과 김광규, 엄기준, 장혁, 신승환 등 평균나이 52.8세의 ‘올드맨’들이 난생처음 어학연수를 통해 영국 캠브리지를 방문해 2주짜리 어학연수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멤버들은 영국에 2주 거주하면서 어학연수 교육기관의 과정을 따르며, 평소의 생활습관 그리고 인근 주민들과의 교류를 보여주며 재미를 줄 예정이다. JTBC 새 예능 ‘샬라샬라’는 오는 5일 오후 10시20분 첫 방송 된다.
- 캘러웨이 코리아, 비거리와 관용성 향상된 ‘엘리트’ 드라이버 공개
- 2025. 01. 14 18:05 스포츠종합
- 캘러웨이 골프코리아가 14일 서울 서초구 파스텔 골프클럽에서 행사를 통해 차세대 드라이버 ‘엘리트’ 드라이버를 공개했다. 행사에 참가한 팀 캘러웨이 함정우, 김홍택, 황유민, 이가영, 배용준, 전가람이 캘러웨이골프 코리아 제임스 황 대표(오른쪽 3번째) 등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캘러웨이골프 코리아 캘러웨이골프 코리아가 차세대 드라이버 ‘엘리트(Elyte)’ 시리즈를 공개했다.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파스텔골프클럽에서 개최된 이날 ‘캘러웨이 엘리트 모먼츠’ 행사에는 팀 캘러웨이 골퍼들인 함정우, 전가람, 배용준, 김홍택, 황유민, 이가영이 참석해 ‘엘리트’ 드라이버 시리즈의 성능을 직접 경험했다. ‘엘리트’ 드라이버는 최대 8야드 늘어난 비거리와 더 향상된 관용성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3가지 핵심기술이 적용된 캘러웨이의 최신 드라이버 시리즈다.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된 헤드 디자인, 스핀과 스피드를 최적화한 새로운 Ai 10x 페이스, 그리고 관성 모멘트를 극대화한 신소재 써머포지드 카본(Thermoforged Carbon) 크라운이 결합됐다. ‘엘리트’ 드라이버 시리즈는 완벽한 성능을 추구하는 골퍼들을 위한 ‘엘리트’, 최상의 관용성과 높은 탄도를 원하는 골퍼들을 위한 ‘엘리트 X’, 작은 헤드와 적은 스핀량 및 발사각, 뉴트럴 또는 페이드 샷을 원하는 골퍼들을 위한 ‘엘리트 TD’, 중간 스윙스피드를 가진 골퍼들을 위한 ‘엘리트 맥스 패스트’ 총 4종으로 구성된다. 캘러웨이골프 코리아 마케팅총괄 김태훈 상무는 “엘리트 드라이바는 스피드와 관용성을 동시에 구현한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드라이버에 이어 우드, 하이브리드 클럽, 아이언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캘러웨이골프 코리아는 오는 23일까지 ‘엘리트’ 드라이버 사전 예약 구매와 함께 다음달 27일까지 시타 행사를 진행중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농구계 폭력과 폭언, 끝나지 않는 대물림의 고리…입시 위주 엘리트 체육이 키운 폭력의 악순환
- 2024. 12. 11 15:49 스포츠종합
- 김승기 전 감독의 작전 지시를 듣고 있는 고양 소노 김민욱. KBL 제공 농구계에서 감독과 선수 간, 선후배 간 폭력과 폭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승기 전 고양 소노 감독의 ‘수건 폭행’ 사건이 불거진 후, 피해자였던 김민욱의 연세대 재학 시절 과거 폭력 이력이 드러나며 엘리트 체육계의 뿌리 깊은 ‘폭력의 대물림’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시즌 도중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는 김민욱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후배 때문에 가혹행위를 당하자, 화가 나서 그 후배를 엎드려뻗쳐 하게 한 다음 옥상에 있는 아이스하키 채로 때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엘리트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의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농구계 폭력과 폭언은 오랜 기간 지속해 왔다. 2014년 유재학 전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 중계 도중 선수 함지훈에게 ‘입에 테이프를 붙이라’는 모욕적 발언을 했고, 이듬해에는 김수찬에게 ‘꿀밤’을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KBL은 300만 원의 제재금이라는 가벼운 처벌만 내렸다. 올 시즌에도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과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이 작전시간 중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었고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이에 KBL은 10개 구단에 ‘비속어 사용 주의’ 공문을 발송했으며, 향후 이 같은 행위가 재발할 경우 가차 없이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 간 폭행은 그 전에도 있었다. 2021년 울산 현대모비스의 기승호가 팀 회식 자리에서 동료 장재석을 폭행해 안와골절을 입혔다. 이듬해 법원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고, KBL은 기승호를 리그에서 영구 제명했다. 지도자들의 일탈도 잇따랐다. 2014년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은 경기 중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의 얼굴을 머리로 가격해 5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여자농구계에서는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초등학생 선수들을 상습 폭행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심판에게 항의하는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 연합뉴스 김민욱의 학교 폭력 이력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KBL 관계자는 “2021년 배구계 이재영·이다영 사태 이후 문체부 권고에 따라 규정을 변경했다”며 “신인 선수들이 KBL에 입단하기 전 학교폭력 등의 전력이 있는지 서약서와 진술서를 받아 구단에 통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민욱 선수는 2021년 이전에 입단한 선수라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BL은 현재 선수들의 과거 폭력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강제력은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과거 전력에 대해 직접 조사하기는 어렵다”면서 “학교폭력위원회 개최처럼 명백한 기록이 있는 경우는 필터링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선수 본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는 2025년부터 체육특기자로 들어오는 모든 선수들에 대해 학교폭력이력 확인을 의무제도로 도입했다. KBL은 강도 높은 제재로 폭력 사건을 줄여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체 관계자는 “폭력 관련 사항은 규약 72조 금지사항에 명시돼 있으며, 향후 유사 사건 발생 시 경고에서 최고 제명까지 강도 높은 제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력의 대물림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입시 제도에 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진학 과정에서 감독의 권한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교 운동부에서는 감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 주요 대학 체육특기생 전형의 경우, 전국대회 8강 이상 진출 팀에서 전체 경기 시간의 50~60% 이상을 출전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개인의 실력과 무관하게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대학 진학의 길이 막히는 것이다.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인다. 감독의 추천서가 필요하고, 경기 출전 기회를 얻어야만 프로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선수의 미래가 감독 한 사람에게 달려있나 보니,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도자들의 가혹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흔적이 남지 않는 언어폭력과 정서학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은근한 따돌림이나 심리적 가스라이팅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과도한 훈련을 통한 학대 방식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일반 학교폭력과 달리 지도자에 의한 폭력은 즉각적인 분리 조치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2차 가해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더욱이 다른 학부모들이 자녀의 진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질책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은 폭력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학습하게 되고, 새로운 위계 관계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폭력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한국 체육계는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폭력 발생 시 즉각적인 분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심각한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영구 제명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더불어 입시 제도 개선을 통해 감독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권력 구조 개편,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시스템 구축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트로트 엘리트’ 공훈, 원주시 홍보대사 위촉···“원주시 위해 최선 다할 것”
- 2024. 08. 09 04:46 연예
- 원주시 제공 가수 공훈이 원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공훈 매니지먼트를 맡은 뉴에라프로젝트는 “공훈이 원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원주시청에서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는 원강수 원주시장과 공훈의 팬클럽 회원이 참석했다. 이날 공훈은 원주시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홍보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원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공훈은 추후 축제 참여를 비롯해 지역 특산물 홍보, 홍보 영상, 지역 축제, 공연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펼칠 예정이다 원주시 제공 공훈은 “제 고향 원주에서 처음 저를 주인공으로 불러주셔서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원주시를 위해 많은 활동과 홍보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훈은 앞서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해 시원한 보이스와 독보적인 꺾기 창법으로 최종 6위를 차지했다. ‘트로트 엘리트’라는 수식어답게 탄탄한 실력과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MZ세대를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로 다양한 연령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공훈은 다양한 콘텐츠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원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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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다리]경쟁이 ‘엘리트 배출’에 효과적이다?(2021. 06. 18 15:21)
- 2021. 06. 18 15:21 사회
- 러시아계 미국인 사상가 에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는 미 보수주의자들의 필독서다. 보수주의 시조라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가 계급제도를 사회의 자연스러운 틀로 규정하면서도 도덕적 질서나 겸손을 중시한 순한맛 이론가였다면 랜드는 개인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모든 인간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매운맛 메시지로 네오콘들을 사로잡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아틀라스>는 기업가, 예술인 등 각 분야 최고 엘리트들이 극단적 평등주의가 작동하는 정부의 착취에 저항하기 위해 한꺼번에 ‘파업’을 하고 사라져버리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랜드는 이 소설에서 약자에 대한 온정주의나 사회복지 지출을 비판하고 경쟁을 신성시한다. 그의 관점에선 사회에 젖과 꿀을 가져다주는 건 ‘간섭받지 않는 엘리트’다. 1982년 작고한 랜드의 철학은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선출과 함께 부활했다가(랜드 소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생소설로 꼽은 몇 안 되는 작품이다) 그의 재선 실패로 사망했다. 랜드식 능력주의를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이준석 대표가 재소환했다. “능력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 엘리트주의를 욕하기 전에 지금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준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책 <공정한 경쟁>) 소수 엘리트가 가져온 사회적 효능을 나도 잘 알고 응원한다. BTS의 빌보드 제패에 절로 누나 미소가 나오고,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알파벳에는 매달 월급을 바쳐 미래 투자에 미약한 힘을 보태고 있다. 능력주의 관점에선 양극화를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1:99’ 프레임도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99에 속한 것을 탓하지 말고, ‘영끌 노오력’을 통해 1이 돼야 한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엘리트 배출을 위한 구체적 해법을 내놓는 대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아야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과락도 만들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으로 시장의 경쟁을 공정하게 만들어서 각 분야에서 실력만으로 평가받은 엘리트를 많이 배출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출발선 자체의 불평등을 외면한 순진한 발상이란 비판도 나왔다. 난 ‘경쟁’ 그 자체가 엘리트 배출에 효과적인 방법인지 더 의문이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어 반사회적인데, 거기에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의식을 낮추고 낡은 아이디어에 종속시키는 부작용까지 있다. 이 대표는 엘리트주의를 찬양하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명을 예로 든 적이 있다. 정작 잡스는 과거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애플이 구현한 미학적 천재성은 대학교 자퇴 후 들었던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쟁체제를 일탈한 과감한 선택이 독보적 엘리트가 되는 좋은 영감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경쟁은 어느 선까지만 유용하고 그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이 말은 이 대표의 ‘하버드 선배’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09년 전에 내놓은 진단이다. ‘꼬다리’는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를 말하는 꼬투리의 방언이다. 10년차 이하 경향신문 기자들이 겪은 일상의 단상을 전한다. ‘꼬’인 내 마음 ‘다’ 내보이‘리’라는 의미도 담았다.
- 꼬다리
- “변호사시험은 엘리트주의 지키는 수단”(2021. 05. 28 11:32)
- 2021. 05. 28 11:32 사회
- ㆍ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법조계 뿌리 깊은 ‘엘리트 의식’ 지적 한국사회에서 법조인이 되는 것은 대표적인 ‘계층 이동 수단’이었다.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은 학력이나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누구나 뜻만 있으면 응시가 가능했다. 최고령 합격자가 마흔 살을 넘기기 일쑤였고, 10년의 도전 끝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위해 수험생들이 지불하는 시간과 돈은 스스로 조절 가능한 기회비용이었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의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는 사법시험의 이러한 기능을 잘 보여준다.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오랜 기간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이른바 ‘사시낭인’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사법시험의 대안으로 미국 제도를 모방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2009년 문을 연 로스쿨은 2021년까지 1만6042명의 신임 법조인을 배출하며 인력양성 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흘렀다. 사법시험의 문제들은 정말 개선됐을까. 현행 제도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 그런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로스쿨 등록금은 일반 대학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금수저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법조인으로 양성한다고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30대 이상’ 로스쿨 입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다. 상대평가를 통해 응시자의 절반이 떨어진다. 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번 안에 합격해야 한다. 이는 사법시험 시절에는 없던 제약이다. 만약 탈락하면 이른바 ‘오탈자’가 된다. 군 입대를 제외하고 예외는 없다. 임신, 출산, 질병 등의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50% 합격률, 5년 응시제한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까지 생겼다. 과도한 경쟁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것은 상대적 약자다. 변호사시험에서는 ‘특별전형’ 학생들이다. 이들은 사회적·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상대적으로 로스쿨에 쉽게 들어오도록 배려했지만 큰 의미는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 결국, 법조인이 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로스쿨은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주간경향의 ‘오탈자’ 보도(“사시낭인 대신 변시낭인이 됐다” 1428호 5. 24.) 이후 많은 법조계 전문가들이 로스쿨 제도가 망가진 원인을 지적해왔다. 특히 로스쿨 도입 당시 제도 연구를 담당했던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이 선발시험이 된 이유’, ‘특별전형 학생들의 합격률’ 등을 가감 없이 지적했다. 현직 로스쿨 교수가 밝히는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 교수와는 지난 5월 18일, 27일 전화통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로스쿨 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 제도는 시차를 두고 따로 만들어진 제도라는 것부터 설명하고 싶다.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에는 변호사시험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 로스쿨은 교육부가 중심이 돼 인가기준을 만들었다. 반면 변호사시험은 법무부가 중심이 됐다. 나는 교육부가 주도한 로스쿨 연구 용역팀의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로스쿨 관련 규정은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자격시험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자격시험은 평가 분야에 대한 기초적 소양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기초적 소양 측정 시험에서 계속 탈락하면 진로를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래서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번 ‘응시제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법무부 역시 이런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변호사시험을 상대평가에 의한 선발시험처럼 운영하고 있다. 자격시험을 전제로 한 로스쿨과 완전히 엇박자를 낸 것이다.” -변호사시험 제도를 만들 때는 사회적 논의가 없었나. “로스쿨은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청와대가 중심이 돼 만들어진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제도 도입이 확정된 후 동력과 관심이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변호사시험 제도는 사회적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법무부·법조인들 손에 맡겨졌다. 이게 결정적 문제였다.” -왜 법무부는 선발시험을 고집하나. “법무부는 검사들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변협 같은 이익단체의 입김도 작용했다. 이들은 변호사 배출 숫자를 줄여 법조계의 엘리트주의를 지키려고 한다. 쉽게 말해 어중이떠중이가 자신들 같은 법조인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상대평가와 어려운 시험은 엘리트주의를 지키는 수단이다.” -현행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과 다른 점이 있나. “없다. 그나마 사법시험은 원한다면 몇 번이고 도전할 수나 있었다. 오히려 사법시험보다 접근 조건, 경로 변경에 필요한 기회비용은 변호사시험이 더 높다. 사법시험은 합격을 못 하면 상황에 맞게 취업을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응시자격을 갖추는 데만 로스쿨 3년이라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최소 3년을 공부한 사람들만 모아 시험을 치는데 이중 절반이 반드시 떨어진다. 남자의 경우 로스쿨을 졸업하면 30대가 되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렵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 강윤중 기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데. “알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특별전형 학생들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합격률을 신경 쓰는 로스쿨조차 특별전형 학생들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합격 못 해도 좋다는 것이다. 법에서 뽑으라니 할 수 없이 뽑지만, 이들이 합격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특별전형 학생들이 왜 불리한 것인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은 유리하고, 집안 생계가 어렵거나 돌볼 사람이 있는 경우는 무조건 불리하게 시험이 설계됐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로스쿨에 들어와도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에 비해 성취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공부에 전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학생들도 변호사가 될 수 있게 자격시험으로 운영한다. 변호사가 된 후 성공하느냐는 그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자격시험 제도였다면 불리할 게 없다. 그런데 우리 제도는 남들보다 1점이라도 더 따야 하는 상대평가다. 로스쿨 입학이 실패한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만 높이고 있다.” -5년 내, 5번 응시제한과 맞물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 예상되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일반 수험생도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임신, 출산, 질병과 같은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선발시험에 응시제한 규정을 둔 것은 무식한 입법이다.” -응시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변호사가 국가 관료와 비슷한 지위가 부여됐다. 변호사 징계를 법무부가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 변호사는 국가 권력을 대행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상품 서비스로 만들어 파는 변호사 자격을 국가가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다.” -입학부터 오탈까지 8년이다. 사회적 손실 아닌가. “8년 동안 허송세월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탈자라고 해도 8년간 법 공부를 했다. 이들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오탈제도는 이들에게 낙오자 이미지를 씌워 버린다. 이들이 어디 가서 법 공부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8년을 다른 기회를 포기하고 공부만 했는데 이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불합격자를 관리하나. “두 번째 시험 정도까지 관리한다. 학교 와서 공부하게 하거나 경우에 따라 시험 정보도 제공한다. 그런데 3년 차 정도 되면 일단 학생들이 학교에 안 온다. 4~5년 차가 되면 연락도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꾸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로스쿨 입장에서는 2년 차까지만 내 새끼다. 3~5년 차 정도 되면 그냥 합격률 떨어뜨리는 존재가 된다.” -다른 나라도 로스쿨을 이렇게 운영하나. “우리는 미국 로스쿨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전혀 다른 형태로 운영 중이다. 미국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다. 변별력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기본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시험은 변별력이 가장 중요하다. 시험 문제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어렵고, 오답을 유도하는 문제가 나온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법에 대해 물어보면 잘 아는 학생도 시험에 떨어진다. 석차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에 적응을 못 하는 것이다. 이 학생이 변호사로서 소양이나 지식이 없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로스쿨 교수들이 앞장서서 개선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 “대부분 관심이 없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첫 번째 시험에서 합격하는 학생들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을 치는 졸업생들은 사실 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내라고 로스쿨 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협의회 구성원이 문제를 개혁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25개 로스쿨 원장들이다. 초기 로스쿨 협의회 이사장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대형 로스쿨 원장이 맡았다. 이들은 로스쿨 제도 자체에 별 불만이 없는 사람들이다. 합격률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초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제도가 고착화돼 버렸다.” -현행 변호사시험에서 ‘오탈자’는 법조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없다고 볼 수 있나. “지금 방식대로라면 시험에 떨어져도 변호사로서 소양이 없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자격시험이라면 100문제 중 60문제를 못 맞추면 기본소양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변호사시험은 경쟁자보다 0.1점 부족하면 떨어지는 제도다. 법적 소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응시생보다 시험을 못 치면 법조인이 될 수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정도다. 이는 어떤 문제를 만드나. “우선 사교육이 활성화된다. 로스쿨도 학생들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못 가르친다. 변호사들이 일을 할 때는 선례도 중요하지만 이에 반하는 주장도 공부해야 한다. 창의적으로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여기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못한다. 항상 정답이 있는 강의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을 주고 ‘변호사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래’라고 물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법원은 뭐라고 판결했나’라고 물어야 하는 식이다.” -다양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뽑기도 어려워지나. “지방 모 로스쿨은 사시 1차 합격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뽑아 합격률을 높인다. 대부분의 로스쿨이 공부에 단절이 없는 학생들을 선호한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실현이 안 된다. 유치원 때부터 로스쿨 입학원서 낼 때까지 한 번도 공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학생들. 소위 말해 ‘범생이들’만 뽑는 구조다.” -로스쿨이 대부분 20대 학생들로 채워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나. “30~40대 학생은 거의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게 예외적인 것이다. 30~40대 중에도 변호사가 되고 싶은 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의 기회는 사실상 박탈됐다. 미국 로스쿨은 학생이 변호사가 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직업을 가졌지만, 다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능이 전혀 수행이 안 된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을 법적 영역에서 활용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합격률을 올리는 것을 반대하는데. “그들은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면 생계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변호사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법률 서비스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 시장의 총매출이 6조원 정도 된다고 하면 그중 2조5000억원 정도가 6대 로펌이 다 가져간다. 절반 가까이를 6대 로펌이 독과점하는데 당연히 나머지 변호사들은 먹고살 길이 없지 않겠나. 생계 문제는 여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오히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못 하면서 먹고살기 힘드니 후배 변호사 숫자만 줄이자고 한다. 40대 이상의 법조인들이 20~30대 변호사들의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면 사회적으로 좋은 점은 무엇인가.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의 장점이 수임료 하락에만 집중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법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보통 양질의 서비스하면 최고의 변호사들이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의 질은 예를 들어, 고객이 변호사 사무실 찾아갔을 때 사무장과 이야기하는 구조에서 변호사가 고객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넘기 힘들었던 고객들도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적합한 변호사가 찾아와 설명해주고 선택지를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법률문제의 처리 구조가 바뀌게 된다.” -로스쿨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법률 소양을 갖추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이런 전제 하에 로스쿨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로스쿨을 가지 않고도 변호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로스쿨을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으로 상당히 실망한 제도다. 이렇게까지 엉터리로 만들어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로스쿨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조인력 양성 기관이어야 하는데 변호사시험 교육기관으로 변질됐다.” 법무부의 합격자 통계에 따르면 제10회 변호사시험까지 누적 합격률은 60.5%다. 제1회 87.15%였던 합격률은 제10회 시험에서 54.0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변호사시험 합격기준 점수는 175.39점 상승했다. 이를 과거 사법시험 때처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제1회 시험은 약 43점, 제10회 시험은 약 54점이 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 때 합격선은 40점대 초반, 수석합격자 성적은 60점대 초반 수준이었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단순 통계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법무부가 발표하는 누적 합격률만 보고 로스쿨 입학생의 60%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우선 법무부 합격률 통계에는 다양한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로스쿨 3년을 공부하고 합격했는지, 8년을 공부해 합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만약 집안 사정 등의 이유로 중간에 휴학했다면 합격까지 걸리는 기간은 더 늘어난다. 최종 오탈되는 시점에 ‘사시낭인’과 다름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특별전형 입학생의 합격률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해진다. 이들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는 제4회 변호사시험까지 특별전형 학생들의 합격률을 공개했다. 하지만 제5회 시험부터는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에 해당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합격자 현황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매해 200명 정도가 새로 오탈자가 되고 누적 오탈자는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정확한 통계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오탈자가 쌓인다는 추세만 확인할 수 있다. 합격자 현황에 대한 관리가 없다면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 적어도 법무부에 ‘낭인’, ‘오탈자’ 문제는 고려 대상조차 아닌 것이다.
- [신간]엘리트 독식사회 外(2019. 06. 10 10:00)
- 2019. 06. 10 10:00 문화/과학
- ㆍ부의 편중과 심해진 불평등 <엘리트 독식사회>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정인경 옮김 생각의힘·1만8000원 혁신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을 돌아보면 기술 혁신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멋진 미래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전세계 부호 8명이 인류 전체 부의 절반을 소유할 만큼 불평등은 심해졌다. 지난 30여년간 미국 하위 절반의 평균임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시장을 독식해 쌓은 부로 억만장자가 된 이들의 일부는 자선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구원하겠다며 선택한 방식은 시장의 방식이다. 대체로 민주적이지 않고, 정부를 우회하려 한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친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논설위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진보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그 부스러기를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상징적으로 건네겠다는 것인데, 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들 중 다수에게 그런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엘리트의 인자한 도움에 기댈 게 아니라 강력하고 평등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민주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마를 찾아서 | 윌바 외스트뷔, 힐데 외스트뷔 지음·안미란 옮김·민음사·1만6800원 알을 배에 품는 바다의 해마처럼 뇌의 해마는 기억을 품고 있다. 서로 다른 경험을 조정하고 온전한 기억으로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 뭔가 특별하면 해마는 더 쉽게 기억을 저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이 책은 기억의 작동방식을 해마를 통해서 들여다본다. 450여년 전 뇌 속에서 해마를 발견한 때부터 해마를 제거한 이후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한 헨리 몰레이슨과 어떤 것도 잊어버리지 않는 솔로몬 셰레셰프스키 등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괴제 나폴레옹 3세 | 가시마 시게루 지음 정선태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황제 나폴레옹 3세를 오명에서 제 위치로 복권시킨 책이다. 심모원려의 정치, 노동자에 대한 관심, 파리 개조와 만국박람회 등 업적을 재조명하고, 나폴레옹 3세가 이끈 제2제정의 역사를 다시 읽어내 19세기 프랑스를 재인식한다. ▲우주를 담아줘 | 박사랑 지음·자음과모음·1만3000원 아이돌 ‘덕후’들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다. 아이돌 덕후인 디디를 비롯한 30대 여자 셋의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 고3 겨울 처음 만난 셋은 서른을 넘어서도 덕질을 계속하는데, 30대의 덕질은 어렸을 때와 조금 달리 진행된다. ▲악어노트 | 구묘진 지음·방철환 옮김 움직씨·1만5000원 대만 소설가 구묘진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아시안 여성의 관점에서 동성애 혐오와 성별 이분법, 가부장제, 자본주의를 솔직하고 대담하게 다룬 젠더 바이너리 문학으로 2017년 영문 번역 후 다수의 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신간
- [신간 탐색]미국 엘리트 능력주의의 허상(2017. 11. 06 15:41)
- 2017. 11. 06 15:41 문화/과학
- 똑똑함의 숭배 크리스토퍼 헤이즈 지음·한진영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1만7500원 똑똑함을 숭배하고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회는 실패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금융위기와 이라크 전쟁, 뉴올리언스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와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돌이켜보면 부의 세습화나 빈부격차, 성별 임금격차 및 유리천장, 학벌주의 등 온갖 불평등은 능력주의에 입각한 ‘줄세우기’ 문화 속에 용인된다. 능력에 따라 보상을 더 받는 게 합당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보 정치평론가인 저자는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엘리트를 편애하면서도 이들 엘리트 탓에 위기에 처한 미국 사회의 모습을 파헤치며 능력주의의 허상을 끄집어낸다. 무너지는 엘리트 사회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개인의 성취 차이를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주의 세태로는 문제를 해결하지도,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 수도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결과의 평등’을 주장한다. 시작의 평등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능력주의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가더라도 결과의 평등함을 통해 구성원 간 소득격차 등 간극이 너무 벌어지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출신 대학으로 사람을 줄세우는 전형적인 엘리트 사회이자, 부와 계급의 세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정경유착 비리가 만연한 한국에도 저자가 던지는 해법은 가볍지 않게 들린다.
- 신간 탐색
레이디경향(총 3 건 검색)
- 엘리트의 나라, 인도 교육법
- 2015. 03. 05 15:24 육아/교육
- 인도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세계 명문대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모셔간다는 엘리트의 나라, 인도의 교육 방식을 주목해보자. 최근 삼성전자 인사에서 삼성의 최연소 임원이 된 인도 출신 프라나브 미스트리(33) 상무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인도 10대 대학 중 하나인 구자라트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MIT 미디어랩에 입학했으며, 200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이력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한 이유는 지금 미스트리 상무와 같이 인도의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인도의 수준 높은 교육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높은 교육열만큼 교육의 결과도 뛰어나다. 미국, 유럽 등의 대학과 기업에서는 장학금과 높은 연봉을 약속하며 인도 출신 인재 영입에 나선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높은 교육열로 정평이 난 인도가 어떻게 우리나라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지 그 비결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 현실과 비교해볼 만한 인도 교육의 특징 인도국제학교나 대학에 가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임상희 인도라 유학원 원장은 인도의 교육에 대해 “영국의 귀족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라고 전한다. 인도가 영국의 통치를 오랫동안 받아 그 영향이 교육 분야에도 뿌리 깊게 남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학교 외에도 사립학교, 국제학교가 무수히 많은 것도 특징이다. 대다수의 사립학교와 국제학교에서는 인도 교육청에서 만든 영국식 교육 시스템인 CBSE(Central Board of Secondary Education) 학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제학제인 IB, ISCE(Council for the Indian School Certificate Examination) 등도 채택하고 있다. 1 학교 정규 수업을 영어로 인도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 과외나 학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규교육이 영어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도 있다. 물론 인도 사람들은 힌디어 등 전통 언어도 많이 쓴다. 하지만 정부가 공문서 등에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으며 회사에 취직하려면 영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중산층은 대부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 무엇보다 사립학교, 국제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만큼은 확실히 익히게 된다. 과거 우리 교육처럼 문법 위주가 아니다. 인도는 발표 수업이 많고 저학년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서술하도록 가르친다. 말하기, 쓰기를 통해 어릴 때부터 영어 에세이 쓰기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 대학에 가기 위해 따로 영어 에세이 과외를 받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도에서 학교를 나오면 영어만큼은 확실히 배운다”라며 인도 유학을 선호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2 수학 수업은 수준별로 나눠서 인도는 유독 수학, 과학 분야의 천재들이 많다. 화학상, 물리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도 다수고 천재 수학자도 많이 배출했다. 일반 학생들도 수학에 강한 편이다. 기초과학, 공학 분야의 강국인 인도의 위상 뒤에는 수학 교육에 집중하는 비밀이 있다. 인도 학교에는 수학 실험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문제를 푸는 일반 수업과는 달리 하나의 수학 공식이 왜 나오게 됐는지 원리를 중심으로 파헤친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원의 수학 수업 같다고나 할까. 수학 과목의 시험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위주다. 정답보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풀이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아도 감점 처리한다. 또 수학 과목은 아이들의 실력에 따라 반을 나눠서 수업을 진행한다. 9학년(중3)부터 심화반과 일반으로 나뉘며 수학 과목만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이동 수업을 한다. 3 학교 시험은 모두 주관식 인도 학교 교육의 특징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시험이 주관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객관식 문제는 극소수에 그친다. 지문을 읽고 요약하라거나 풀이 과정을 서술하라는 등 서술형 시험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답을 찍을 수도, 요행을 바랄수도 없다. 자신이 아는 바를 논리적으로 요약해서 써내야 하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말 그대로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학생들도 많다고. 수업 또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먼저 책을 읽은 뒤 모르는 것을 물어보라는 형태의 수업이 많다. 4 대학 가기 전부터 전공과목에 집중 초중고를 나누지 않고 1~12학년까지 통합한 형태인 인도 학교에서는 11학년(고2) 때부터 희망 진로에 따라 집중 공부를 한다. 특히 수학은 이과대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아니면 11학년 때부터 듣지 않아도 된다. 대신 희망하는 대학에 따라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들이 있다. 그래야 대학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공대를 가려는 학생들은 수학, 화학, 물리 수업을 2년 동안 들어야 한다. 특히 인도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를 선호한다. 공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에 비해 심화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도 성행 중이다. 인문계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영어, 제2 외국어, 역사, 심리학 등을 선택해 듣는다. 경영대를 가려는 학생들은 영어, 비즈니스, 경제 등을 듣도록 돼 있다. 인도 학교는 우리나라처럼 과목이 많지 않아 학생들의 부담이 적은 편으로 희망 전공에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필요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한다. 5 최소한의 안전장치, 유급제도 기초 교육 보장을 위해 인도 학교들은 유급제도를 도입했다. 10학년 말과 12학년 말에 시험을 봐서 일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유급을 시킨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에 통과하는 편이나, 그 어떤 학생이라도 공부를 안 할 수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Mini Interview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업 방식에 만족” 김해상(연세대학교 국제학부 재학생) 인도에는 언제 갔나?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인도로 건너가 2학기부터 국제학교인 안델리의 라이언 글로벌스쿨에 다녔다. 12학년까지 마치고 연세대에 합격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다. 우리나라 학교와 인도 학교를 모두 경험했다. 무엇이 다르던가?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점은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는 점이다. 인도의 학교는 9학년 때부터 전공 대비 수업을 시작한다. 보통 4과목 정도 전공 관련 수업을 듣게 되는데, 나는 경영·경제 분야로 진학하려고 했기 때문에 경영, 경제, 회계 수업을 주로 들었다. 내 전공과 상관없는 과학 수업은 듣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수업 중에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를 해서 등교하지 않으면 안 됐다. 처음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부담스러웠고, 발표 수업도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내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 에세이를 쓰거나, 친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마치 대학교 같은 수업이 많은 것도 인도 교육의 특징이다. 인도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 인도의 학교는 유달리 축제가 많다. 이런 학교 축제에는 학생 전원이 참가해야 하는데, 관심 분야에 따라 직접 무대에 서는 아이들도 있고, 기획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문화 덕분에 성격이 더 활발해진 면도 있고, 인도 친구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적어서 크게 공부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며 학교생활을 하는 행운도 누렸다. 인도 교육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는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그리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나를 인도에 보내면서 ‘영어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히 하겠지’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한다. 인도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나도 학교를 통해 모의 UN, 디베이트(토론) 대회 등에 나가서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 신문에 기사를 써서 글을 잘 쓰는 특기를 인정받기도 했다. 연세대 국제학부에 특기자전형으로 합격하게 된 것도 이런 인도 교육의 장점이 적용된 덕분이라고 본다. Profile 임상희 원장은… 인도인 남편과 함께 인도라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서강대 영어교육학과 석사 출신으로 영어 교육자로 활동하다가 인도 남자와 결혼한 지 11년 됐다. 인도의 교육과 문화 정보통으로 불리며 「론리플래닛」 인도 편을 감수했다. 현재는 인도라 유학원을 통해 인도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인도 국제학교와 대학교에 대한 유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도움말 / 임상희(인도라 유학원 원장)>
- 엘리트 배우 이인혜의 특별한 외출
- 2014. 04. 29 16:12 패션
- 아역 배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학구파 연예인으로 주목받더니 연예인 중 최연소 교수라는 타이틀까지 지니게 된 엘리트 배우 이인혜. 그녀의 논문이 미국의 문화언론학회인 PCA/ACA에 발탁돼 시카고로 논문 발표를 떠나기 1주일 전, 「레이디경향」의 표지와 화보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박사과정 학생과 대학교수, 연기자로 종횡무진 맹활약 중인 이인혜의 향기로운 매력이 스튜디오에 가득 퍼졌다. 레이스 소재의 시스루 블라우스와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화이트 튜브톱 원피스가 여성스러운 매력을 살려준다. 하이넥 레이스 블라우스 10만원대, 미샤. 화이트 튜브톱 원피스 가격미정, 제이어퍼스트로피. 1년여 만에 또다시 「레이디경향」의 표지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인혜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스튜디오를 찾았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연기예술학부의 연예인 중 최연소 겸임교수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언론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의 학생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평소 모습은 예쁜 학구파 학생 그 자체였다. 한 우물만 파기에도 바쁘고 힘들었을 텐데 데뷔 후 방송일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철의 여인이 아닐 수 없다. 1주일에 이틀은 학교에서 학생 연기 지도를, 이틀은 박사과정 수업을, 나머지 3일은 방송일을 하며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사실 ‘엄친딸’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워요. 어려서부터 연기자로 데뷔했는데, 부모님께서 무척 반대하셨거든요. 방송일 때문에 학교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촬영이 없는 날, 악착같이 공부하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유령 학생으로 보이기 싫어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제는 공부가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습관적으로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고 말하는 그녀는 공부와 연기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방송일만 하다 보면 작품이 끝나고 휴식을 취할 때 불안감과 잡념이 생긴다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면 지겨운 것처럼 오랜 연기 활동으로 슬럼프나 일에 대한 회의를 느낄 법도 하지만 캠퍼스를 누비며 강의를 하고 수업을 듣고, 공부도 하니 방송 활동이 더욱 즐겁단다. 공부를 하는 데는 의외로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몸이 피로하면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없기 때문. 그래서 빠른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고함량 비타민 B군 10여 종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아연과 비타민 C가 균형 있게 함유된 대웅제약 ‘임팩타민 파워’를 선택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심한 직장인과 수험생에게 특히 추천한다고. “교수님들께서는 석사와 박사과정은 누가 더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세요.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대충 하는 학생이라는 선입견을 가질까 봐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 덕분에 박사과정을 올 A+ 받았어요.” 연기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자신이 선택한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다소 교과서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기가 원하는 이 모든 일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는 일이 많아지자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아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매 관리를 하는 동시에 체력을 키우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를 비롯한 고른 영양소 섭취로 건강관리에 신경 쓴단다. 일반 음식만으로 맞춰지지 않는 고른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는 비타민제를 따로 챙겨 먹기도 한다. “건강관리나 미용을 위해 흔히들 비타민을 챙겨 먹곤 하잖아요. 저는 다양한 비타민 중에서도 특히 비타민 B 섭취에 신경 쓰고 있어요. 비타민 B는 피로를 빠르게 해소하는 데 도움이 돼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위해 비타민제를 파우치 속에 챙겨 다니곤 하죠.”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와 도트 프린트 데님 쇼츠의 매치로 로맨틱한 캐주얼 룩을 완성했다.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 7만원대, 비지트. 데님 쇼트 팬츠 가격미정, 메릴링 by 스페이스눌. 반지·뱅글 각 30만원대, 토스. 이렇듯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일까? 모델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표현해야 하는 오늘, 그녀는 완벽히 빛을 발했다. 트위드 재킷을 걸친 순간에는 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으며, 레이스 블라우스를 입었을 때는 사랑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다가도 화이트 원피스로 갈아입은 어느 순간에는 소녀와 같은 순수한 매력이 발산되기도 했다. 매사 최선을 다한다는 그녀의 말을 이번 화보를 통해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클래식하면서도 로맨틱한 트위드 재킷은 격식을 갖춰야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아이템. 미니멀한 화이트 블라우스와 볼륨감이 느껴지는 스커트에 트위드 재킷을 매치한 룩은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화이트 블라우스 가격미정, 제이어퍼스트로피. 트위드 재킷·핑크 볼륨 스커트 각 8만원대, 티렌. 반지 1백만원대, 골든듀. TV조선 드라마 ‘불꽃 속으로’에서 주인공 최수종의 아내 역할로 등장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재개한 이인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당차고 당당한 아내 장옥선 역할을 맡았는데,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하고 트럭 운전을 멋지게 소화하기 위해 외국어와 트럭 운전을 배우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1회에서 70대 노인으로 등장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드라마에서 외국어로 연기를 한다는 것도 어려운데, 노인이라는 캐릭터까지 소화해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어요.” 단아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인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던 중 평양 검무 전수자인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빠가 출근하실 때 양말은 물론 속옷까지 다려주시는 현모양처지만 사회에서는 한국무용 전문가로 활동하는 엄마를 보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늘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만 집안에서는 희생을 통한 내조도 마다하지 않는 드라마 속 인물의 캐릭터를 캐치한 것이다. 화이트 컬러의 원피스는 여성스러운 로맨틱 룩을 연출하기에 제격. 펀칭 디테일의 화이트 패턴 슬리브리스 미니 원피스에 발목을 감싸는 독특한 디자인의 화이트 스트랩 샌들로 포인트를 더했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원피스 20만원대, 티렌. 뱅글 20만원대, 판도라. 화이트 스트랩 슈즈 10만원대, 페르쉐. “결혼 적령기가 되니까 엄마의 모습이 내 미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껏 나를 위해 살아왔지만 결혼을 하면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은근히 보수적이죠?(웃음) 내조도 잘하지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장옥선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결혼 후의 모습을 상상했어요. 이렇게 내 안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 말하고 싶어요.” 새틴 소재의 화이트&블랙 스트라이프 원피스는 소녀 감성이 느껴지면서도 컬러가 주는 시크한 멋이 살아 있다. 로맨틱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퍼프 소매의 화이트 블라우스를 이너로 매치해볼 것. 화이트 블라우스 8만원대, JJ지고트. 스트라이프 원피스 10만원대, 매긴. 반지 40만원대, 판도라. 블랙 스틸레토 힐 10만원대, 페르쉐. 배우, 학생,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인혜.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이끈 배경에는 늘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과 꾸준한 건강관리가 있었다. <■진행 / 이서연 기자 ■사진 / 박재찬 ■제품 협찬 / 골든듀(02-540-4723),롤리타렘피카·헤라(080-023-5454), 매긴(02-3442-0220), 메릴링 by 스페이스눌(02-3442-3087), 미샤(02-2138-0220), 비지트·JJ지고트(02-514-0695), 제이어퍼스트로피(02-541-9060), 토스·판도라(02-6911-0728), 티렌(02-548-3956), 페르쉐(02-3442-3087) ■장소 협찬 / 에코스튜디오(02-2235-9771, www.eco-studio.co.kr) ■헤어&메이크업 / 김회광, 정선미(라엔뜨레, 02-544-6998) ■모델 / 이인혜 ■스타일리스트 / 김하늘, 황소희·백재영(어시스턴트)>
- 엘리트 샐러리맨에서 백의의 천사로 간호학도 이준헌씨
- 2009. 03. 16 화제
- 서울대 경영학과 73학번, 대기업 임원, 촉망받는 한의사 등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이준헌씨. 잘나가던 엘리트 샐러리맨이 백의의 천사가 되기까지, 의료봉사를 꿈꾸며 인생의 3악장을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어머니의 죽음 후 의료봉사 결심 성신여대 교정,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중년 신사는 교수가 아닌 이 학교 간호학과 06학번 이준헌씨(57)다. 그의 서류가방에는 강의 자료가 가득한데 ‘간호이론’이라고 쓰인 강의 자료 곳곳에는 형광펜 자국이 선명하다.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간호사 공부를, 그것도 여대에서 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2006년 3월에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에 입학했어요. 그러다가 간호대학이 성신여대 간호학과로 통합되면서 함께 공부하던 남학생 17명과 함께 ‘여대 학생’이 된 거예요.” 지난해 결혼한 외동딸보다 어린 여학생들과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는 그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경제연구소와 그룹 회장실에서 25년 동안 근속한 엘리트 샐러리맨이다. 거기에 미국 한의사 이력을 추가, 3년 전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1년 뇌졸중으로 장기간 투병하던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다. “2000년 새해 아침이었어요.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러 갔는데 잠에서 깨어나시지 않는 거예요. 바로 응급실로 모시고 갔는데 명절 연휴라 인턴들만 있던 상황에서 제대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셨어요. 뇌질환 환자는 발병하고 3시간이 지나면 회생하기가 힘들거든요. 병원에서 혼수상태인 어머니를 돌보며 ‘내가 의사나 간호사였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생기더라고요.” LG경제연구소에서 LG그룹 회장실로 파견을 나와 일하고 있던 때였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와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어머니 곁에서 밤을 새우고 회사에 출근을 해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에게는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석 달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르며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어느 자리를 가든 항상 두 번째로 하라고 하셨거든요. 모두가 우리에게 제일 먼저 하라고 할 때 좋다고 넙죽 받아들이지 말고 한 박자 기다렸다가, 제일 좋은 자리는 사회에 돌려주라던 말씀이 그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25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니 막상 제가 한 일이 없더라고요. 어머니 돌아가실 때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한 줄 알았거든요. 대기업 부장이면 뭐 해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잘살아도 정말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그때 회의를 느꼈어요.” 결국 그는 의료봉사를 결심하고 잘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 2002년 한의학을 배우러 미국으로 떠났다. 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한의사 자격증을 따 환자들을 만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불현듯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하니 가족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집사람한테 말했더니 펄쩍 뛰더라고요. 그동안 중동에도 파견을 나갔고 해외 출장도 잦아서 결혼생활의 반 정도를 떨어져 지냈는데 또 떨어져 사는 건 허락할 수 없다고요. 딸아이도 아빠 뜻은 충분히 맞지만 엄마가 계시는데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하고. 그후 6개월 동안은 그야말로 냉전이 따로 없었어요.” 하지만 가족의 반대도 그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돈이 아닌 시간만 달라’며 아내를 설득했고 결국 서울 개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 언제 끝날지 모를 미국에서의 학비와 생활비였다. 그렇게 그는 지천명의 나이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2년제 한의학 전문 대학원 사우스베일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음료수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어요. 학교 옆에 하숙집을 구해서 외식 한 번 안 하고 학교와 도서관, 집을 오갔죠. 가끔 집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언젠가 만날 환자들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즐거운 거예요. 제 인생 중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죠.”진정한 의료란 환자 곁에서 함께 웃어 주는 것 2005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한의사 자격증을 딴 그는 1년 동안 대학 부속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하루하루 환자들을 만나며 쌓여가는 정은 그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커다란 감동과 목표를 안겨줬다. “미국은 주치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일생을 함께할 의사가 정해져요. 의사를 평생 친구나 가족으로 생각하는 거죠. 제가 환자에게 정을 주는 것 이상으로 환자도 저에게 정을 주고 신뢰하는 것을 느끼면서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보람이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들이 한국전에 참전한 남편의 사진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한국인과 미국인이 아닌 그야말로 예전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친지나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료는 환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진료실 앞은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병원은 특진을 받기 위해 3시간 기다렸다가 3분 진료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미국은 한 의사가 하루에 8명 이상의 환자를 볼 수 없어요. 한 번 볼 때도 1시간 이상 봐야 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 진료실에는 항상 줄이 밀려 있는 거예요. 환자가 하는 말이 저는 항상 만나자마자 껴안는 대요.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갈 때까지 손을 잡고 간다는 거예요. 환자에겐 의사가 절대적이잖아요. 자주 눈을 맞추고 껴안아주고, 의사가 자기에게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안정감을 느껴요. 그러면서 더 마음을 여는 거죠. 환자들로부터 다른 한의사들보다 말이 잘 통한다는 말을 듣고 ‘아, 내가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한의사로서 보람과 자신감을 쌓아가던 중 또 한 번 그의 행로를 바꾸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보다 간호사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즐겁다는 환자들의 말 때문이었다. “팔, 다리 마비 증상 때문에 통원치료를 받던 할머니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병원에 오시라고 했더니 전문 요양시설에서 간호사와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즐겁다며 올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료란 환자 곁에서 함께 웃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대학 부속 병원에서 실습기간이 끝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는 간호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마음먹게 된다. 물론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국제학생을 받아주는 간호대학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입학이 가능한 대학에는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희망을 걸고 찾아간 산타바바라 대학에서 그는 대기자 명단이 3년치나 밀려 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청강이라도 들어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그건 가능하대요. 복잡한 심정으로 딱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정말 그때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한의사로 환자들을 만나며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수업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예요. 분명 예전에 배웠던 생화학인데 하나도 안 들리더라고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바로 문을 닫고 나왔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오면서 ‘내 영어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겠구나. 운 좋게 여기서 간호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나중에 병원에서 환자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자는 말과 눈빛, 손잡는 것으로 1분 안에 의료진을 판단한다. 그러한 판단을 하고 나서 자신이 이 사람에게 모두 말해줄지, 반만 말해줄지, 말하지 말지를 결정한다.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데에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교감과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믿어왔던 그였다. 때문에 영어는 그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는 다시 고국행을 택했다.받을 만큼 받은 삶,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 “한국행을 결심하고 인터넷을 둘러보니 서울대 간호대학 원서 마감이 사흘 뒤, 국립의료원 원서 마감이 이틀 뒤였어요.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지(웃음). 한의사가 되겠다고 어렵게 미국에 왔는데 또다시 한국에서 간호사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집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어렵게 미국까지 가서 고생한 남편이 또다시 힘든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니 아내가 그의 결정을 반길 리 만무했다. 결국 처남댁에게 부탁해 겨우 원서 접수를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면접을 봤다.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에 합격, 간호사의 꿈을 이제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이 있기까지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맨 처음 한의사 공부를 시작하며 아내에게서 금전적 도움을 받지 않겠다던 약속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한 달 용돈 30만원 중 10만원은 교통비, 10만원은 식대, 10만원은 학원비로 쓰고 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3개월 동안 중소기업에서 전자부품을 조립하기도 했다. 휴대전화도 없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도서관과 집을 오가는 그의 열정에 아내도 조금씩 남편의 선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우연으로 여대에 다니며 지긋한 외모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이제는 즐겁게 웃어넘길 정도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저를 보고 ‘교실을 잘못 찾았나’ 하면서 되돌아가는 외부 초빙 강사도 많았어요. 학교 식당이나 도서관 가면 교직원들조차 교수님으로 착각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는 건 기본이고요. 제가 먼저 교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일일이 설명을 하기도 번거로워서 그냥 웃으면서 인사에 답하곤 합니다(웃음).” ‘마음을 먹고 결정만 하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그의 신념은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일들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내’자 하나만 빼라고 말한다. “많은 분이 망설이고 계시죠. 물론 남들보다 늦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두려움이 따라요. 그런 두려움은 나의 이기심에서 시작될 수도 있어요. 나, 내 가족, 내 직장, 내 노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던 삶에서 이제는 ‘내’자를 빼보세요. 그러면 모두가 가족이고 모두의 직장이고 모두의 노후가 돼요. 우리는 받을 만큼 받았어요.” 그의 계획은 2년 정도 국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서 의료봉사를 펼치는 것이다. 평소 소록도나 백령도 등 도서 지역의 간호사 모집 공고를 보고도 자격증이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시험에 합격하면 그동안 간직한 안타까움을 실천에 옮겨보고 싶다고 한다. 목표가 있고 공부할 수 있고,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모두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어 더욱 즐겁다는 그. 그의 얼굴에는 오늘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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