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3,475 건 검색)
- 영화 ‘계시록,’ 좀비·지옥 없이도 ‘연상호 응축판’···“믿고픈 것만 믿는 이들의 이야기”
- 2025. 03. 18 14:52문화
- ... 극은 시작된다. 지난 2022년 최규석 작가(작화)와 연상호 감독(스토리)이 연재한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했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 한 장면. 목사 성민찬(류준열)의 교회에...
- 류준열연상호신현빈
- ‘인구 3만’ 강진, 30년 만에 ‘영화관’ 내달 개관
- 2025. 03. 11 20:46지역
- ... 소방시설 점검 및 시설 등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비 총 9억원이 투입된 강진영화관은 강진읍 동성리에 위치한 어울림센터 3층에 들어선다. 기존 도심 속 영화관을 그대로 축소한 것과...
- 인구 3만 강진에 ‘30년 만에 영화관’ 생긴다···최신시설에 관람료도 ‘반값’
- 2025. 03. 11 15:08지역
- .... 기존 도심 속 영화관을 그대로 축소한 것과 같은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2개관 88석 규모로 된 영화관에서는 매일 최신 개봉작이 4~5편씩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일반 영화관의 ‘반값’ 수준이다....
- 수지, 영화 ‘백설공주’ OST 부른다···태연·다니엘 이은 ‘디즈니’ 협업
- 2025. 03. 10 15:57문화
- ...> OST ‘간절한 소원’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속 가수 수지. 디즈니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가수 수지가 영화 <백설공주>의 주제곡을 부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
- 수지백설공주디즈니
스포츠경향(총 13,552 건 검색)
- 삼성전자-하만, CGV와 AI 기반 미래형 영화관 구축
- 2025. 03. 18 10:44 연예
- 삼성전자와 하만이 CJ CGV와 손잡고 미래형 인공지능(AI) 영화관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하만, CJ CGV가 ‘AI 시네마 혁신’을 통한 미래형 영화관 구축’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한국총괄 임성택 부사장, CJ CGV 정종민 대표이사, 하만 아시아태평양 및 인도 총괄 아마르 수바시 부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하만, CJ CGV는 지난 1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AI 시네마 혁신을 통한 미래형 영화관 구축’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CJ CGV의 차세대 영화관은 삼성전자 시네마 LED 스크린 ‘오닉스’와 하만의 고객·공간 맞춤 음향 설루션을 갖추고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 시스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공조 기기, 종이 포스터를 대체할 초저전력 디스플레이 ‘삼성 컬러 이페이퍼’도 적용된다. 상영관 내 환경과 설비·각종 기기는 삼성전자의 AI B2B(기업 간 거래) 설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를 통해 통합 제어된다. 미래형 영화관은 상영관 2개를 선정해 파일럿 운영 후 향후 국내외 CGV 프리미엄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SNS는 지금] ‘연매출 6억’ 노홍철, 이 정도였어? CGV 뺨치는 개인 영화관 ‘여유’
- 2025. 03. 18 10:06 연예
- 노홍철. SNS 캡처 노홍철이 개인 영화관에서 일상을 즐겼다. 18일 노홍철은 개인 SNS 계정에 개인 영화관에서의 일상을 담은 사진 여러 장 올렸다. 노홍철은 “하고 싶은 것 실컷! CGV에서 뭐라고 하시려나... 추억에 대한 감사. 절대 리스펙. 오마주입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노홍철은 지난 4일 개인 영화관을 오픈했다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홍철관”이라며 “단편 영화 혹은 장편 영화 상영 하고 싶은 분. 본인이 만든 어떤 콘텐츠든 올려보고 싶은 분, 노홍철이 폰으로 찍은 영상 극장판으로 편집해 보고 싶은 분 등 언제든 DM 달라”라고 말했다. 노홍철. SNS 캡처 노홍철. SNS 캡처 노홍철. SNS 캡처 노홍철. SNS 캡처
- SNS는 지금
- 배우 우지현, 영화 ‘야당’ 재벌 2세 오재철 역 출연···강하늘과 호흡
- 2025. 03. 18 03:57 연예
- 배우 우지현 눈컴퍼니 배우 우지현이 영화 ‘야당’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야당’(감독 황병국)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해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지현의 캐스팅으로 작품의 풍성함을 더할 것을 예고해 화제다. 우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동인제분 회장의 아들 ‘오재철’ 역으로 변신, 망나니 재벌 2세의 모습을 임팩트 있게 그려 극의 포문을 강렬하게 열 예정이다.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인 우지현이 이번 오재철 캐릭터를 얼마나 개성 있게 구현할지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우지현은 장르를 불문하고 매번 무한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는 배우다. 특히 지난 ‘유괴의 날’, ‘거래’, ‘경성크리처’, ‘감사합니다’ 등 출연작마다 맡은 배역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완성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바. 이처럼 쉬지 않고 매년 여러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우지현. 올해 역시 영화 ‘야당’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그가 보여줄 다양한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 우지현이 출연하는 영화 ‘야당’은 오는 4월 23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 4월 3일 전국 106개 극장에서 기억하는 제주, 다큐 영화 ‘목소리들’
- 2025. 03. 17 22:36 연예
- 오마이씨네 4·3사건을 경험한 여성들 기억과 생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이 전국 106개 극장에서 상영을 확정했다고 17일 전했다. ‘목소리들’은 제주 4·3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기억을 통해 제주도 현대사를 조명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 1948년 12월, 제주 표선면 토산리에서 한꺼번에 끌려간 마을 남녀 200여 명 중 유일하게 생존을 한 김은순 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토벌대에게 끌려간 후 혼자 돌아온 그는 평생 말문을 닫아버렸다. 4·3연구자 조정희는 그 침묵의 이면을 톺아가며 거대 서사 이면의 여성사가 어떻게 사라지고 왜곡되었는지를 추적해간다. 이 영화는 피해 사실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남자들이 사라진 폐허 속에서 다시 생계를 꾸리고 가족과 마을을 재건해야 했던” 여성들의 강인함, 그리고 그 생존의 역사를 세밀하게 전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여성 서사를 ‘제주4·3’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 온전히 복원한 것이 기록영화 ‘목소리들’의 핵심이다. 오마이씨네 ‘목소리들’은 영화 상영도 극장에 중심을 둔 일반적인 배급 방식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상영을 주도하는 ‘관객참여형 배급’으로 1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 했고 특히 제주도에서는 전 지역 8개 모든 극장이 오는 4월 3일에 이 영화를 상영한다. ‘4·3기억영화제’란 이름으로 기획된 100개 극장 프로젝트가 상영 주체가 될 관객추진단 신청을 받기를 시작한 지 불과 40여 일 만에 이뤄낸 성과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국 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4·3기억영화제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서울을 시작으로, 2월 26일 전주, 3월 7일 대전에서 이 영화의 사전 시사회를 가졌다. 시사회와 SNS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관객추진단이 자발적으로 형상이 됐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스위스, 일본에서도 신청이 들어왔다. 작품의 전국 동시상영은 오는 4월 3일을 기점으로 펼쳐지며, 참여 신청 및 상세 정보는 오마이씨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총 760 건 검색)
- [시네프리뷰]악령: 깨어난 시체 - 베트남판 1960년대 한국 공포영화(2025. 03. 12 06:00)
- 2025. 03. 12 06:00 연예
-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허술하다.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춘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엔케이컨텐츠 제목: 악령: 깨어난 시체(The Corpse)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베트남 상영시간: 122분 장르: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도안 낫 트룽 출연: 광 투안, 카 누 개봉: 2025년 3월 1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내가 베트남산 공포영화를 접한 적 있던가. 영화관에 들어가며 한 생각이다. 있긴 있다. 조안, 차예련 주연의 <므이>(2007)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몇몇 장면만 삽화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베 합작영화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베트남 단독으로 2편 <므이: 저주 돌아오다>(2022)가 제작됐고, 국내 개봉까지 한 모양인데 후속편 제작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도 공포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시즌에는 메콩강에 있다는 물귀신을 소재로 한 영화 <마야>도 수입돼 개봉한 모양인데, 역시 깜깜무소식이었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스스로 돌아봤다. 필자가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건 아닐까. 영화를 보며 계속 떠올랐던 것은 <월하의 공동묘지>(1967) 같은 영화들이다. 엔딩크레딧에 붙어 있는 영화가 근거하고 있다는 ‘실제 사건’ 다큐 영상에서 떠오른 건 다시 <월하의 공동묘지>를 만든 권철휘 감독이 그럴듯한 공포 장면을 만들기 위해 당시 미아리 공동묘지에서 1주일간 밤을 새웠다는 일화 같은 것이었다. 관 속에서 발견된 목걸이의 저주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다가 낙향한 가족 이야기다. 남편 쿠앙은 아내 누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들 산과 살고 있다. 이 남자, 마음씨는 좋지만 능력 없는 백수다. 돈이 떨어지자 상속받은 선산을 팔아치우려 한다. 지관과 함께 나타난 매수자는 선산에 무연고 묘가 있는 걸 발견한다. 산을 팔기 전에 무연고 묘를 처리하라고 하자 쿠앙은 동네 파묘꾼을 데리고 가서 파기 시작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관. 관 속에는 낡은 목각인형이 있는데 꽤 값나가 보이는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다. 임시로 쿠앙의 집에 가져다 둔 관에 파묘꾼이 몰래 접근해 보석 목걸이를 훔쳐 간다. 목걸이엔 저주가 걸려 있었고, 목걸이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차례로 죽어 간다. 남편이 그 지경인지라 아내 누는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영화에서 뚜렷하게 설명은 안 나오지만, 하필이면 직업이 염습(殮襲)하는 염장이다. 영화는 이탈리아 B급 호러들이 신체 훼손과 시신을 집요하게 비추는 것처럼 시신 묘사에 집착한다(왜 저런 직설적인 제목을 붙였지? 라는 의문이 해소된다). 아마도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은 그 대목에서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지 않을까. 영화는 아마도 베트남에서 민간 전승됐을 다양한 괴담을 에피소드로 사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술에 취한 파묘꾼 카가 도박장에서 나와 집에 돌아갈 때다. 술이 떨어진 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동묘지에 누군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놓아두었던 반쯤 찬 술병이다. 감사를 표하고 술병을 잡고 마시려 할 때마다 공중 어딘가에서 손이 나와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빼앗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있음 직한, 그럴듯한 괴담이다. 연출도 훌륭하다. 카메라는 잘생기고 마음씨만 좋을 뿐, 능력은 없는 쿠앙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시신이 차고 있는 시계가 탐난 누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훔치려고 하지만 시신의 ‘보복’을 당한다. ‘만들어진 전근대’의 근대에 대한 복수 가족을 건사하지 못하는 가부장의 ‘위기’는 자식을 돌봐주는 남편의 고모에게 밥도 안 주는 못된 조카며느리 탓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대로 끝난다면 결국 희대의 악녀가 저주를 받는 건 당연한 것이 되겠지만, 영화의 중반부쯤엔 감독이 감춰놓은 반전을 눈치채게 된다. 아마도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초반부에도 복선을 숨겨놨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대부분의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추는 진부한 연출의 결과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 연출을 떠올린 까닭이다. 영화는 ‘근대에 대한 전근대의 복수’라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의 인트로에 사용된 마녀의 의식 장면이라던가, 동굴을 나와 밤하늘을 나르는 박쥐 따위는 그 전근대의 고유성조차 이미 근대가 발명한 전통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베트남 영화에 흐르는 유교 문화 /정용인 기자 영화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프리미어 개봉한다. 왜 하필 한국일까. 의문이 들어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사진)에 참석했지만, 뚜렷한 답은 못 들었다. 베트남 영화시장에서 CGV의 멀티플렉스가 꽤 선전하고 있고, 찾아보면 CJ ENM이 히트작 다수 제작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한국투자사가 관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자세히 찾아보진 못했다. 시사회장엔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학생들과 커뮤니티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사실, 기자나 배급 시사 없이 일반시사로 최초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이다(기사를 쓰면서 살펴보니 개봉을 앞두고 기자·배급 시사 일정은 따로 다시 잡혀 공지돼 있다).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들은 베트남 쪽에서는 꽤 유명한 청춘스타인 모양이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간담회에 참석한 누 역을 맡은 카 누는 쩐 탄 감독의 가족 코미디 영화 <더 하우스 오브 노 맨>(2023), <마이>(2024)의 주연을 맡은 국민배우라고 한다(“공포 장르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밝혔다). 앞서 영화를 보며 <월하의 공동묘지>의 권철휘 감독 일화를 떠올렸다고 했는데, 상영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도안 낫 트룽 감독은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며 “실제로 산꼭대기에 올라가 연구했다”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강조한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덧붙여 있는 “아내를 잊지 못해 무덤에 묻은 시체를 파내 집에서 수십 년간 동거했던 남자의 이야기”(자료화면으로 실제 그 남자의 일화가 짧게 덧붙여져 있다)인 듯싶다. 아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은 곳에서 다룰 만한 에피소드다. 사실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일종의 견강부회다. 영화의 절정부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발화점이 됐을 그 이야기는 암시되지 않는다. 찾아보니 ‘베트남 공포영화의 제작현황과 법 제도’를 다룬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신원 리포트가 있어 읽어봤다. 어쨌든 사회주의 나라인 베트남 영화법엔 ‘센서십’, 다시 말해 검열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게 영화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창작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는 자기검열을 가져온다고 한다. 법 제11조를 보면 “사회주의 공화국에 대항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위” 등과 함께 “외설적이고 타락한 생활방식, 범죄행위, 사회악, 미신 및 반동적 사상을 전파하거나 국가와 민족 간의 증오를 조장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선전행위”가 금지돼 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유교 사상이 사회주의 나라인 베트남 대중문화에도 뿌리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시네프리뷰
- [시네프리뷰]미키 17-근미래 SF영화에서 왜 ‘그분들’이 떠올랐을까(2025. 02. 26 06:00)
- 2025. 02. 26 06:00 연예
-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이전 영화와 분명 변화가 있다. 여전히 그는 카메라 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며 우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한 ‘봉준호 월드’의 전형을 그리고 있지만, 세상의 앞날을 보는 그의 시각이 조금 관대해졌다고나 할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미키 17(Mickey 17)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미국 상영시간: 137분 장르: SF, 판타지 감독: 봉준호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개봉: 2025년 2월 2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회가 끝난 후 한 평론가와 영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평론가가 말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촉’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필자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봉준호 감독을 여러 차례 인터뷰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봐서 영화를 찍은 건 2024년 이전이었을 것이고, 시나리오를 최종 탈고한 건 수년 전이었을 것이다. 신통하게도 영화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모든 국민이 적나라하게 목격했던 대한민국 최상부 권력에서 비밀스레 벌어진 일들을 우화 형식으로 야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미국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권력자, 내놓고 이야기한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연상될 것이다. 영화를 찍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소설을 구해 읽었다. 벌써 1~2년 전이다. 거기엔 마셜의 배우자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왔던 기억은 없는데?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심야 좌담프로그램에 출연한 봉 감독의 말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셜(마크 러팔로 분)의 부인 일파(토니 콜렛 분)는 음식 소스에 광적으로 집착하는데, 원작 소설에는 없는 창작 캐릭터다. 원작 소설 형식에 담은 ‘봉준호 월드’ SF 장르의 형식을 걸쳤지만, 누차 이야기하는 것처럼 봉준호 영화는 특유의 색깔이 있다. 우화와 같은 블랙코미디. 감독 본인은 반기지 않는 별명인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은 웨스 앤더슨 영화처럼 형식미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큰 이야기 뼈대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미키 7>에 비교적 충실하되, 그 내용은 봉준호식 각색으로 채워 넣었다. 예컨대 소설에서 ‘익스펜더블’에 지원한 주인공 미키는 역사학자였다. 영화 속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한때 유행 타던 마카롱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한 실직 청년이다(<기생충>(2019)에서 기택 가족과 문광 가족의 가세가 몰락한 것은 역시 유행처럼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사라진 대만 카스텔라 가게를 했기 때문이었다). 빚쟁이에 시달리던 미키의 해결책은 우주 식민지 개척단에 지원해 지구를 떠나는 것이다. 당장 떠나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택한 게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과거 잘나가던 1980년대 액션 스타들을 총집합해 놓은 영화 시리즈의 제목이 이 익스펜더블이었다. 익스펜더블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두고 당시 선택한 단어는 ‘총알받이’였던 것이 기억난다)이었다. 익스펜더블은 그러니까 어느 순간에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우주 공간에서 주로 ‘몸빵’을 하는 존재다. 예컨대 그들이 도착한 얼음행성 니플하임의 대기엔 인체에 치명적인 어떤 바이러스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르는데, 사람들이 내려 정착하기 전에 미키만 홀로 내보내 행성 대기 상태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실제 그 임무를 수행한 미키는 죽었고, 백신을 개발해 적용 완료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건 유예된다. 영화는 탐사 수행을 나간 미키 17, 그러니까 17번째 미키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 기지로 돌아와 보니 이미 그가 죽었다고 판단해 프로토콜에 따라 18번째 미키가 만들어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로 시작한다. 감독의 여덟 번째 영화가 담은 주제 의식은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일곱 편에 걸친 그의 작품을 리뷰하면서 필자는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어떤 주제 의식이 있다면 ‘진정성에 대한 냉소’와 계급 혹은 사람들 간의 분리와 단절이라고 봤다. 끝은 항상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에 대한 다짐, 내지는 바람으로 끝나지만 심연에 흐르는 건 그게 과연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 같은 것 말이다. 예컨대 영화 <기생충>의 결말에서 기우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짐한다. “계획을 세웠어요. 돈을 많이 벌어 그 집을 사는 일. 이사하는 날,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그 편지는 지하실에 고립된 아버지에게 부칠 수도 없고, 아버지가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 감탄했던 기우의 마지막 계획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영화는 은연중에 암시하며 끝난다. <미키 17>에서 미키는 이 지구로부터 이주민 중에서도 ‘밑바닥 인생’(그람시가 만들어내고 스피박이 널리 퍼뜨리는 개념으로 말하자면 서발턴(subaltern))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봉 감독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분명 변화가 있다. 여전히 그는 카메라 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며 우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한 ‘봉준호 월드’의 전형을 그리고 있지만, 세상의 앞날을 보는 그의 시각이 조금 관대해졌다고나 할까. 감독과 다시 인터뷰할 기회가 있다면 아카데미상 수상 후 요 몇 년간의 사정을 묻고 싶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교정된 식민주의 대안 판타지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미키 17>은 한국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워너브러더스다. 굳이 분류하자면 할리우드가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에게 투자해 만든 할리우드 영화다. 2019년 <기생충>의 미국 개봉을 앞두고 봉 감독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는 지난 20년간 큰 영향을 가졌음에도 왜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냐”는 질문을 받고 “오스카는 로컬이잖냐”, 그러니까 지역문화제라고 쿨하게 답을 했다. 이 답은 꽤 큰 반향을 끌어냈다. 필자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상을 휩쓸게 된 데는 봉 감독이 미국 주류사회에 일깨워준 그 무엇도 큰 작용을 했다고 본다. 아카데미 작품상 중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것은 2020년까지 92년의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사실 <미키 17>의 서브플롯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교정된’ 서구 정체성의 과거와 대안적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지구이주민들이 도착한 얼음행성 니플하임엔 선 거주자들이 있었다. 마셜은 그들에게 멋대로 ‘크리퍼’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폭살 계획을 세운다. 서구 정체성의 과거라는 것은 콜럼버스 이래로 원주민을 말살·학살한 식민개척사가 감춰진 진실이기 때문이다. 지구이주민의 가장 밑바닥의 하찮은 ‘서발턴’인 미키 17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법을 처음 알아내고, 결국 그들과 공생하는 삶이 독재자의 폭주를 이긴다는 것은 대안 판타지다. 이 점에서 <미키 17>의 세계관은 하인 라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시리즈(사진)와 대척점에 서 있다. 차후에 기회가 되면 여기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뤄보고 싶다.
- 시네프리뷰
- [시네프리뷰] 검은 수녀들-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진일보(2025. 01. 29 06:00)
- 2025. 01. 29 06:00 연예
- 판타지 세계를 그린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검은 신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 풍경을 강조한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다채로운 도시 풍경은 확실히 의도적으로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영화사 집 제목: 검은 수녀들(The Priests 2: Dark Nuns)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4분 장르: 공포, 드라마 감독: 권혁재 출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개봉: 2025년 1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홍보 요소다. 2015년 공개된 <검은 사제들>은 서양에서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엑소시즘(Exorcism·퇴마(退魔), 구마(驅魔), 축사(逐邪))을 전면에 등장시킨 모험적 영화로 평가받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2014)를 확장해 장편 데뷔식을 치른 장재현 감독은 이후 <사바하>(2019), <파묘>(2024) 등 꾸준히 오컬트 장르를 선보여 흥행시키며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한 축을 개척한 연출가로 우뚝 섰다. <검은 수녀들>은 앞선 <검은 사제들>과 등장인물이나 감독이 다르지만, 판권을 가지고 있는 ㈜영화사 집이 기획·제작한 정식 속편이다. 엄밀히는 직접적 속편과 구분하는 스핀오프(Spin-Off·파생작, 번외작)로 보는 것이 옳겠다. 단순히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검은 사제들>의 인물들이 수시로 언급될 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 면에서도 상당한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전편에 경의를 보냄과 동시에 전편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향한 일종의 선물로 읽힌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참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장재현 감독은 <검은 수녀들>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제 절정의 배우들을 만나는 반가움 고대로부터 언급돼 오던 최강의 악마인 12형상 중 하나가 소년 희준(문우진 분)의 몸을 빌려 다시 출현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신부들의 부재로 세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보다 못한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가 악령 퇴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윗선에서는 도움은커녕 절차와 전통을 이유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에게 간신히 도움을 청한 유니아 수녀가 세운 원칙은 하나다. ‘이번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장르적으로는 보통 신부가 행하는 것이 당연한 구마 의식을 수녀들이 집행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흥미를 유발하는 포인트다.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 송혜교와 전여빈에 대한 관객들의 호감이 고조된 시점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한동안 활동이 주춤했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혁신하고 연기파로 거듭난 송혜교가 모처럼 출연한 영화라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골초에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 유니아 수녀의 모습을 그만의 차갑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통해 매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여빈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경력 중 최고의 연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물의 설득력을 끌어내기는 충분해 보인다. 독특한 화면비와 다양한 특별관 상영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검은 신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 풍경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다채로운 도시 풍경은 확실히 의도적으로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근래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화면비인 16 대 9(1.77 대 1) 비율이 아닌 초기 와이드 스크린 비율인 1.66 대 1로 제작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보통 극장에서 보는 화면보다 좌우가 짧아서 답답하게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촬영감독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관객들의 시선이 인물에 더욱 집중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이런 의도는 화면비뿐 아니라 빈번한 클로즈업과 극단적인 ‘오버 더 숄더 숏’(앞의 인물이나 사물에 일부가 가려진 피사체를 포착하는 법)을 통해서도 구현되는데, 대상만을 강조하는 만큼 답답한 느낌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민감한 관객들에게는 불만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영화로는 모처럼 돌비 애트모스, 4DX, SCREENX, IMAX 등 다양한 특별관에서 상영한다. 특히 1.66 대 1의 좁은 화면 비율은 IMAX 스크린에서 최적의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모독까지 감내하는 ‘넌스플로이테이션’ /amazon.co.uk 1960~197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익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착취)’ 장르로 구분되는 영화들이 있다. B급 영화 안에서도 특정 소재나 관객의 취향을 집중해 겨냥한 노골적 상업 영화를 일컫는다. 대부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완성도보다 오로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지갑을 열게 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폭력과 섹스에 집착하는 작품이 많았다. 이 안에서도 관객의 취향만큼 다양한 전문 분야(?)가 갈라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명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다.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상업영화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무대로 나치의 잔악상과 고문, 학대를 다룬 작품들인 ‘나치스플로이테이션’, 이소룡 아류 영화들을 일컫는 ‘브루스플로이테이션’, 성적 묘사에 집착하는 ‘섹스플로이테이션’과 표현 수위의 극한까지 밀어붙인 ‘쇼크플로이테이션’, 저예산 호주 영화만을 묶어 명명하는 ‘오즈플로이테이션(Ozploitation)’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인 갈래가 수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넌스플로이테이션’이다. 1990년대 말 국내에 무삭제 비디오로 출시됐다 회수됐던 사건이 전설처럼 회자하는 이탈리아 영화 <악령 속의 사춘기>(Malabimba·1979·사진)가 대표적 작품이다. 단순히 성스러운 처녀의 존재를 초월해 종교적 의미를 지닌 수녀란 이미지를 세속화해 신성모독의 위험까지 감내한 이런 작품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점잖은 방향으로 선회하며 대중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근저에 내재한 발칙한 호기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시네프리뷰
- [시네프리뷰] 노스페라투-영화사 첫 고전 흡혈귀 영화의 통속적인 재해석(2025. 01. 22 06:00)
- 2025. 01. 22 06:00 연예
- 이 102년 뒤의 리메이크 영화는 그 ‘주류적 해석’을 그대로 영화로 재현해 내놨다. 연출이나 연기는 비교적 훌륭하다. 몇몇 장면의 연출은 나중에 하나하나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유니버셜 픽처스 제목: 노스페라투(Nosferatu)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2분 장르: 공포 감독: 로버트 에거스 출연: 빌 스카스가드, 릴리 로즈 뎁, 니콜라스 홀트, 애런 존슨, 윌렘 대포 개봉: 2025년 1월 15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노스페라투>.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부터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감독으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가 1922년 만든 무성영화다. 한국에서는 시네필(영화광)의 시대였던 1990년대 다른 초기 고전 영화들과 함께 비디오로 출시됐다. 이제는 <노스페라투>가 세상에 나온 지 100년도 넘었으니 저작권이 풀려 다양한 버전의 영화 완전판을 유튜브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다(원래 필름은 독일에서는 저작권 소송에서 져 모두 사라졌고, 북미에 넘어간 판본과 남미에서 발견된 자투리 필름들을 모아 전체 영화가 복원됐다). 독일 표현주의를 말하자면 반드시 거론되는 게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독일의 사회상이다. 표현주의를 다른 말로 하면 추상과 상징이다. 돈이 없으니 많은 부분을 세트와 조명, 상징으로 때우는 와중에 완성된 연출기법이다. 영화 <노스페라투>의 대표적 장면으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계단을 올라 희생자에게 다가가는 올록 백작의 괴기스러운 그림자다(박스 기사 사진).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로, 그림자 연출만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독일 표현주의 대표작의 103년 후 리메이크 1월 15일 개봉한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노스페라투>는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100여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무르나우가 창시한 ‘그림자 기법’은 이번 리메이크 영화에서 최소 두 차례 변주된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 이어 절정부에서 도시 위를 나르는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 분)의 그림자가 나온다. 여자주인공 엘렌(릴리 로즈 뎁 분)의 방문 앞에 도달한 올록 백작의 손 그림자는 문의 손잡이 위에 머무는데 문은 요술처럼 활짝 열린다. 영화는 원작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지고 와 해석한다. 엘렌의 침대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1922년 원작 무성영화에 삽화처럼 삽입된 ‘새 신부 엘렌이 고양이와 장난치는 장면’을 해석해 부연한 것이다. 원작 무성영화에는 꽃을 받은 엘렌이 무심한 듯 “불쌍한 꽃들을 왜 죽이느냐”고 받아치는 대사가 적힌 슬라이드가 삽입돼 있는데 많은 평론가는 이 대목을 근거로 ‘엘렌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흡혈귀 올록 백작은 실은 그의 우울증이 만들어낸 자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103년 뒤의 리메이크 영화는 이 ‘주류적 해석’을 그대로 재현해 내놨다. 은유를 실재 사건으로 재해석하기 연출이나 연기는 비교적 훌륭하다. 몇몇 장면의 연출은 나중에 하나하나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원작과 달리 이번 리메이크작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엘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물은 배우 빌 스카스가드가 맡은 올록 백작이다. 통상 드라큘라라고 하면 완전히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빗은 벨라 루고시(1931년 작·토드 브라우닝 감독)나 크리스토퍼 리(1958년 작·테렌스 피셔 감독)가 떠오르는 것처럼 ‘짝퉁 드라큘라’인 올록 백작 하면 떠오르는 건 무르나우 영화의 창백한 얼굴에 깡마르고 어딘가 모르게 신경질적인 외모를 지닌 배우 막스 슈렉이다. 빌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올록 백작은 히어로 영화의 빌런(악당)처럼 근육질에 썩어 문드러진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원작은 무성영화이다 보니 모든 연기가 거의 사백안이 되도록 부릅뜬 눈과 과장된 표정으로 특유한 기괴함을 만들어내는데, 리메이크작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컴컴한 어둠 속에서 진행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노스페라투’는 영화가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언급된다. 게다가 여기서 노스페라투는 그냥 역병이다. 단순한 은유다. 독일 표현주의에서 완성된 데포르메(회화 등에서 대상을 과장·왜곡·생략해 표현하는 기법)를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실사로 되돌린 느낌이랄까. 노스페라투는 원작에서는 올록 백작을 만나러 가던 후터가 묵는 여관방에 뒹굴고 있던 싸구려 괴기 모음집에 실린 뱀파이어의 이름이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베낀 노스페라투 /Wikipedia <노스페라투>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무단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의 제작자인 알빈 그라우는 뻔뻔하게도 자신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세르비아의 한 농부에게서 들었던 ‘자기 아버지가 흡혈귀가 돼서 다시 돌아온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드라큘라의 원작자 브램 스토커의 저작권을 상속한 미망인 플로렌스 스토커가 영화화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브램 스토커는 1912년 사망했는데, 당시 독일은 저작권 관련 국제 협약인 베른협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사후 50년까지 저작권이 보장되므로 <드라큘라>의 저작권은 1962년까지 살아 있어 여지없이 소송을 당할 판이었다. 그라우는 저작권 문제 해결 없이 영화제작을 강행했고, 소송을 피하고자 영화 제목을 <노스페라투>로, 백작 이름을 올록으로 변경했다. 1922년 영화가 개봉한 뒤 아니나 다를까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결국 그가 설립한 독일 무성영화사 프라나 필름은 이 영화 한 편을 끝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모든 사본을 거둬들여 파기하라는 법원의 판결이었고, 이는 철저히 이행됐다. 독일에선 <노스페라투>의 프린트가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1922년 작 <노스페라투>는 어떻게 된 것일까.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은 당시 베른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소설 <드라큘라>의 저작권은 풀려 있었다. 그렇게 <노스페라투>의 프린트가 여기저기에서 살아남았다. 극적으로 이야기를 과장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직 한 프린트만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이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가 재발견된 이후 군데군데 남아 있던 프린트 릴을 조합해 오늘날 1시간 28분 12초짜리 완전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 시네프리뷰
레이디경향(총 398 건 검색)
- 영화도 보고 뜨개질도 하고…
- 2025. 02. 26 15:04 문화/생활
- 영화를 보며 뜨개질을 하는 이색적인 영화상영회가 열린다. CGV는 27일을 시작으로 전국 10여개 극장에서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 ‘뜨개상영회’를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에서는 CGV강변, 구로, 대학로 등 3곳이고 지방에서는 일산, 동수원, 배곧, 동탄역, 신세계경기, 평촌, 청주지웰시티, 광주상무, 여수웅천, 대구한일, 동래 등 모두 10개점에서 실시된다. 이달에는 한국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관람하며 뜨개질을 하게 된다. 뜨개상영회를 하는 동안은 다른 관람관과 달리 상영관 내 조도를 높인다. 또 뜨개질에 집중할 수 있는 잔잔한 내용의 영화가 선택됐다. CGV는 지난달 23일 서울 CGV강변에서 <리틀 포레스트>와 함께 실시했던 첫 뜨개상영회가 전석 매진되는 등 관람객의 호응이 높아 이같은 이벤트를 지속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실시됐던 뜨개상영회. CGV 제공
- 올해의 콘텐츠는?…영화는 <파묘>, 책은 <구의 증명>
- 2024. 12. 18 10:31 문화/생활
- 국내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올 한 해 1인당 평균 감상한 콘텐츠 수는 3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시청하고 평가한 영화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다. 왓챠피디아 제공 국내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올 한 해 1인당 평균 감상한 콘텐츠 수는 3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시청하고 평가한 영화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 시리즈(드라마)는 <살인자ㅇ난감>, 도서는 <구의 증명>이었다. 왓챠는 연말을 맞아 한 해의 콘텐츠 감상 기록을 정리하는 ‘왓챠피디아 연말결산 2024’을 발표하고, 이용자 개개인의 콘텐츠 취향을 분석하는 연말 결산 페이지를 오픈했다고 17일 밝혔다. 올 한 해 1인당 평균 감상하고 평가한 콘텐츠 수는 약 39개로 집계됐다. 영화, 시리즈, 도서, 웹툰 등을 모두 포함해 왓챠피디아 내에서 감상한 콘텐츠에 평점을 매긴 1인당 평균 개수다. 가장 많이 평가된 영화 1위는 <파묘>였으며, <인사이드 아웃 2>, <듄 파트 2>,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데드풀과 울버린>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이 평가된 시리즈는 <살인자ㅇ난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The 8 Show>가 차지했다. 도서 부문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효과’에 힘입어 한국 문학, 그중에서도 한국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SNS에서 화제가 되어 누적 평가 수 2만 개 이상을 기록한 최진영의 <구의 증명>이 1위를, 2030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출간된 지 25년 만에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양귀자의 <모순>이 3위를 차지했으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쓰인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한강 신드롬에 힘입어 5위에 올랐다. 한강의 경우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작가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노벨상 분위기를 반영했다. 올해 연말 결산은 ‘디깅’을 키워드로 ‘2024 왓챠피디아 연말 결산-험한 것이 나올까’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영화와 시리즈의 평가 개수가 10개 이상인 이용자는 누구나 연말 결산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올 한 해 콘텐츠 취향을 확인하고 SNS에 공개할 수 있다. 자신이 평가한 ‘콘텐츠의 수’, ‘평균 별점’, 영화, 시리즈, 책, 웹툰을 통틀어 ‘별점을 가장 높게 매긴 작품’ 5개 등 나의 이력을 타인과 공유하여 콘텐츠 취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 ‘왓챠피디아 연말 결산’은 지난 1년간 영화, TV 드라마 등 내가 평가한 콘텐츠를 분석해 나의 콘텐츠 감상 취향과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능이다. 지난 2016년부터 왓챠피디아와 왓챠 앱 및 웹페이지에서 진행해 왔으며, 왓챠피디아만의 차별화된 분석 노하우와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1년 동안 관람한 개인의 취향이 담긴 정산 결과를 공유, 소통하는 이벤트다. 올해는 좀 더 세분화된 취향 분석이 추가됐다. 개인별 선호 인물 부분에선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만난 배우 TOP 1’,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제작자 TOP 1’을, 별점 부분에선 ‘남들보다 별점 높게 준 작품(영화, 시리즈)’, ‘남들보다 별점 낮게 준 작품(영화, 시리즈), 평가를 매긴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사람들은 무관심하지만, 나는 관람한 작품, 선호 태그 등 다양한 테마로 개인의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왓챠 관계자는 “연말 결산은 지속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왓챠피디아의 대표적인 연간 이벤트”라며 “왓챠피디아의 신규 이용자들까지 모두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인 연말 결산을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영화 ‘시네마 천국’ 감동 그대로…오감 만족 이머시브 전시 오픈
- 2024. 12. 11 13:40 문화/생활
- 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컷. 왓챠 제공 오는 20일 전 세계 최초로 ‘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 TO.TOTO’가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G층에서 공개된다. 1990년 국내 개봉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은 제4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62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주인공 토토의 추억과 성장, 사랑을 담은 줄거리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OST는 지금까지도 대중에게 울림을 전한다. 개봉 이후 30년 넘게 세계 곳곳에서 재상영되고 있는 이 영화는 OTT, 유튜브에서 새로운 세대와도 연결되고 있다. 또한 클래식 연주회, 필름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도 재해석되며 영화의 문화적 영향력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전시 전문 기획사 ‘숲인터내셔날(SOOP International)’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이머시브 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 전시 전문 기획사 숲인터내셔날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막강한 콘텐츠 힘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이머시브 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 전시는 영화 원작의 감동을 기반으로 3가지 주요 포인트를 포함, 총 18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관람객에게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Originality’s Zone’에서는 영화 속 시칠리아 자전거, 의상 등의 원작을 배치하고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감독 등의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영상을 준비했다. 전시장 입구부터 <시네마 천국> 속 영화관의 입구를 재현했으며 영화의 주요 배경인 영화관, 광장 등을 구현해 관람객이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Overwhelming Zone’은 국내 최대 규모 전시장과 첨단 디지털 기술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 속 러브스토리의 배경인 밀밭을 실제 밀밭과 디지털 하늘로 구현해 광활한 공간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청년 토토 시절의 하이라이트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 등을 이머시브룸으로 마련해 관람객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에 청각적 감동을 더한 ‘Ennio’s Music Room’에서는 <시네마 천국>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코네의 OST를 입체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시네마 천국> 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언터처블>, <미션>, <러브 어페어> 등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음악계의 거장이다. 한편 양준보 숲인터내셔날 대표는 “성수동을 시작으로 동남아와 이탈리아를 거치는 글로벌 투어가 예정돼 있다”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클래식 영화 <시네마 천국>이 이머시브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형사 전문 배우 정홍재가 ‘29초 영화제’ 달인이 된 이유
- 2024. 11. 14 17:05 문화/생활
-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향…‘숏폼 영화제’ 제패하다 장편 영화 <할루시네이션> 후반 작업 중 ‘29초의 장인’으로 불리는 정홍재 감독, 그는 숏폼 영화제의 최다수상자다. 어딘지 낯이 익은 정홍재 감독은 드라마 <괴물> <검법 남녀 시즌2> 주로 ‘형사’같이 선 굵은 역을 맡는 배우다. 그리고 이제는 숏폼 연출로 시작해 감독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는 연출 업계에서는 ‘29초의 장인’으로 불린다. 그는 29초 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쇼츠 영상 공모전에서 총 22회(2024년 11월 기준) 수상했다. 그가 배우에서 연출가로 넘어간 계기는 2015년 부산으로 장기 연극 공연을 떠났던 때다. 저녁 공연을 앞두고 낮 시간이 비었던 배우들이 추억 삼아 부산의 주요 지역을 돌아다니며 뮤직비디오를 찍자고 나선 사소한 놀이에서 그의 연출은 시작됐다. “그때는 촬영 개념도 없이 그저 뭔가를 남기자고 휴대전화로 찍기 시작했어요. 영상을 찍고 있는데 제가 본능적으로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하고 있더라고요. 편집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뭔가 ‘버튼이 눌러진’ 기분이었어요. 연출이 너무 재밌어서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찍으며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죠.” 카메라 앞 보다 뒤에서 천직을 찾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의도에 따라 영상을 잘라내고 편집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당시 숏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29초 영화제를 향한 그의 도전도 시작됐다. 이렇다 할 장비 하나 없이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로 찍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34세 배우에서 감독으로도 도전을 꽤한 그는 ‘늦은 것’이 아니라 ‘쌓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정 감독의 첫 도전은 ‘2017 KORAIL 초단편 철도 영화제’였다. 그는 우수상을 받았고 시상식에서 다른 프로 감독들과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제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다른 감독님들 옆에 앉아있는데 그들이 하는 대화를 저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무슨 장비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뭘로 찍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그냥 이걸로 찍었는데요’ 했더니 그들의 눈빛이 싹 바뀌는 걸 느꼈어요. 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는데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그때 좀 깨달았어요. ‘내가 만든 결과물이 사람들한테 닿는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34세, 늦다면 늦은 나이에 시작한 연출이었다. 이어지는 수상 사례에 어느새 ‘29초의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우로 캐스팅에 목말라하던 시절도 있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영상 제작을 했다면 어땠을까. “늦었다는 생각이나 일찍 시작할 걸 그랬다는 후회는 없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경험했던 재료들이 있었기에 또 다른 길을 갈 수 있고 지금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뭔가가 계속 쌓이면서 연출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어느새 국내 대부분의 숏폼 영화제를 제패하고 ‘장인’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무명에 가까운 배우로 지내며 평탄하게 살았을 리가 없다. 그는 초연한 듯 ‘다 이유가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어떤 삶의 결과도 알 수 없죠. 고난과 실패가 찾아오더라도 ‘내가 어떤 태도로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기에서 갈리는 것이 삶인 것 같아요. ‘그래 오케이. 알겠어’하고 받아들이고 소화하면 결과가 어찌 됐든 나는 성장할 수 있어요. 그걸 쳐내기 시작하면 이 세상이 원망스러운 거예요.” 정홍재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한창이다. 바로 장편 영화 연출이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AI 소재 치정 로맨스 영화 <할루시네이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참신하면서 충격적인 AI 소재극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손끝에서 어떤 만듦새로 완성될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