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11 건 검색)
- [22대 총선] ‘올드보이’ 박지원·정동영, 여의도 ‘귀환’
- 2024. 04. 11 00:22정치
- ...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원내 진입하면 헌정사상 지역구 최고령 당선인(81세)이다. 대표적인 올드보이로 꼽히지만 유세 현장 등에서 “나는 ‘올드보이’가 아니고 ‘스트롱보이’”라고 강조해왔다....
- 화제의 당선인총선정동영박지원올드보이귀환최고령1942년생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민주당
- ‘친명’에 밀려 ‘친문’ 핵심 전해철도 탈락…정동영·박지원 ‘올드보이’ 귀환
- 2024. 03. 13 22:29정치
- ... 이어졌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17개 지역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결과 ‘올드보이’ 박지원 전 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 경선에서 윤재갑 의원에게 승리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 민주당 '친문핵심' 전해철 탈락···'올드보이' 정동영·박지원 공천
- 2024. 03. 13 21:33정치
- ... 선임기자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17개 지역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결과 ‘올드보이’ 박지원 전 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 경선에서 윤재갑 의원에 승리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 민주당
- 민주당, ‘올드보이’ 정동영·박지원 각각 경선 허용
- 2024. 03. 01 13:52정치
- ... 당사에서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일 ‘올드보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경선을 각각 허용했다. 이재명 대표가 ‘새 술...
- 전해철임혁백양문석이인영정성호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스포츠경향(총 81 건 검색)
- ‘올드보이’가 ‘기생충’ 제쳤다…포브스가 선정한 ‘꼭 봐야할 한국영화 30선’
- 2024. 11. 03 11:46 연예
- 영화 ‘올드보이’ 속 한 장면.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가 ‘꼭 봐야 할 한국영화 30편’ 리스트를 최근 발표했다. 놀랍게도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가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올드보이’를 한국영화 TOP 1위에 선정하며 “올드보이는 반전과 폭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불쾌감을 주지만, 여전히 21세기 최고 영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면서 “좁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장도리씬으로 유명하지만, 액션 영화로는 놀라울 정도로 감정적으로 풍부하다”라고 평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꼭 봐야할 한국영화’ 30선은 1위 올드보이, 2위 기생충에 이어 3위부터 10위까지는 버닝, 하녀, 살인의 추억, 아가씨, 곡성, 엽기적인 그녀, 박하사탕, 부산행이 차지했다. ‘악마를 보았다’ ‘패스트 라이브즈’ ‘헤어질 결심’ ‘오발탄’ ‘김씨 표류기’ ‘박쥐’ ‘자유부인’ ‘칠수와 만수’ ‘시’ ‘장화, 홍련’ ‘극한직업’ ‘서편제’ ‘벌새’ ‘지구를 지켜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 ‘친절한 금자씨’ ‘리틀 포레스트’ ‘시월애’ ‘명량’이 뒤를 이었다. 2위 ‘기생충’에 대해선 붕준호 감독이 고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녀’를 4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렸다. 그러면서 포브스는 “최고의 한국 영화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영화 산업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한국 영화는 모든 것을 조금씩 갖추고 있으며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만하다”라고 평했다. 매체는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한국영화는 일본이나 홍콩 영화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서양 관심은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많은 장르가 인기 있지만, 주목할 만한 영화 중 상당수는 스릴러, 공포 또는 슬로우번 로맨스다. 이 목록에 포함된 최고 영화감독으로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목록 다수 영화에는 최민식과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덧붙였다.
- 박성호·박성광···‘개콘’ 올드보이의 귀환
- 2024. 04. 03 07:47 연예
- KBS2 ‘개그콘서트’ 박성호‧박성광‧송준근‧이원구‧정범균 등 ‘개그콘서트’ 도합 경력 약 100년의 개그 내공이 집약된 100% 무대본 코너 ‘챗플릭스’가 시청자들의 웃음 버튼을 연타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밤 10시 35분 방송하는 KBS2 ‘개그콘서트’는 33기 신인 개그맨들을 비롯해 신윤승, 조수연, 홍현호 등 개그를 사랑하는 젊은 피들이 뜨거운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영 보이(YB)’들의 활약에 자극받은 듯, ‘개그콘서트’의 베테랑들이 뭉친 코너가 새롭게 인기 코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새롭게 시작한 ‘챗플릭스’가 주인공이다. ‘챗플릭스’는 현재 방영 중인 ‘개그콘서트’의 다양한 코너 중 출연자들의 평균 개그 경력이 가장 높은 코너다. 하지만 전혀 고루하지 않다. 그 어떤 코너보다 생동감 넘치고,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 웃음지수 또한 매주 상한가를 치고 있다. ‘챗플릭스’는 ‘당신의 채팅이 우리의 콘텐츠가 된다’를 지향하는 인터랙티브 코미디다. 박성호, 박성광, 송준근, 이원구, 정범균 등 ‘개그콘서트’의 베테랑 5인은 상황 설정만 두고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순도 100%의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챗플릭스’는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라는 점에서 다른 코너들과 다르다. 오픈 채팅방에 접속한 현장 관객들은 개그맨들이 제시하는 상황에 기발한 애드리브를 던지고, 개그맨들은 그 내용으로 코너를 끌어간다. 오직 상황만 있고, 대사는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다. 관객들의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는 ‘챗플릭스’의 웃음 지분 절반을 차지한다. 관객들은 ‘조직 보스’ 박성광의 상대를 묻자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사진을 띄우고, ‘국회의원 후보’ 박성호의 정당 이름은 ‘아침마당’이라고 말하는 등 예상 밖의 전개를 유도해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진실 확인이 불가능한 ‘박성광 목격담’은 ‘챗플릭스’의 새로운 웃음 포인트가 되고 있다. 병원 편에서는 “박성광 씨 정안 알밤휴게소 화장실에서 봤는데…. 정말…. 실망이에요….”라는 말이, 국회의원 후보 토론회 편에서는 “백두산 사우나에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 말고 다른데 말리는 거 봤어요”라는 채팅이 관객과 시청자들은 물론, 무대 위 개그맨들까지 웃음바다에 빠트렸다. 무대 위의 중심은 박성호가 잡아준다. 1997년 데뷔한 개그맨 박성호는 어떤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들이닥쳐도 27년 개그 내공을 발휘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박성호는 관객들이 ‘군인’인 자신이 할 훈련으로 “배변 훈련”을 제시했을 땐 즉석에서 ‘배변 훈련 16개 동작’을 창조하고, ‘조직원’인 그가 불곰파 두목에게 조직의 비밀 장부를 넘기고 “은혜 받았다”라고 말하자 찬송가를 열창해 폭소를 불렀다. 2007년 데뷔한 KBS 22기 개그맨 4인방의 활약도 일품이다. 박성광은 박성호가 개그력을 뽐낼 수 있도록 그를 극한으로 내모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관객들의 ‘매운맛 채팅’ 공격을 피하지 못해 웃음을 유발한다. 일방적으로 관객들에게 당하는 것 같지만, 박성광 역시 박성호 못지않은 기지로 언제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정범균과 이원구는 관객들이 그날의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즉석에서 웃음 가득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너무 웃어 혼란스러워지는 분위기를 정리하고,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다. 송준근은 마지막에 등장해 ‘챗플릭스’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특히 ‘병원’ 편에서는 ‘의사’ 박성광의 경쟁자로 등장해 그가 병원장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하려다 방송이 불가능한 단어를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거대한 웃음 핵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송준근의 말실수는 본 방송에 나가지 못하고, 유튜브 채널에 무삭제 풀버전으로 공개됐다. ‘개그콘서트’ 관계자는 “‘챗플릭스’ 5인방은 관객들이 어떤 채팅을 쓰든 웃음으로 살릴 수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라며 “개그 경력 총합 95년이란 숫자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매주 실전으로 증명하고 있다. ‘개그콘서트’ 최선임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달라”라고 밝혔다. 한편,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밤 10시 35분 방송한다.
- 최민식 “올드보이 촬영 때? 모두 미쳐있었다”(유퀴즈)
- 2024. 02. 14 22:07 연예
- 사진=tvN ‘유퀴즈’ 최민식이 ‘올드보이’ 촬영 당시 모두 미쳐있었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14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영화 ‘올드보이’에 대해 “사실 결말이 넘 충격적이었다. ‘이게 한국에서 받아들여질까?’라면서 벽을 느꼈다”라며 “아니나 다를까 영화 개봉 후에 사설에서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지나치다’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술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이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라며 “‘형, 햄릿은? 오이디푸스는? 오대수의 성적 취향이 아니다. 이건 복수의 피해자’라고 하더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작비가 없어서 영화 제작이 중단될 뻔한 적이 많았다. 내가 혀를 자르는 가위가 있는데 한 잡지에 가위 컬렉션이 있었다. 검투사가 칼을 든 모양의 가위가 있었다”라며 “그 장면에 클로즈업으로 나올 텐데 일반 가위보다는 이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한테 ‘이렇게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박찬욱 감독은 ‘돈이 부족한데 어떡하냐? 왜 형은 그런 일을 벌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가위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가위를 은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예산이 몇백만 원 이었다. 많은 논쟁이 제작자 사이에 있었다. 결국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 만약 흔해빠진 가위를 사용했다면 후회했을 것”이라며 “최민식 선배의 문제 제기로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됐다”고 전했다. 최민식은 “서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미쳐있었던 것 같다. 그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라며 “작품 결과물에 포만감이 있는 것도 좋지만 과정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질감의 작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흥행 면에서 서운해도 함께 과정이 좋을 때 느끼는 포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블랙컴뱃9: 올드보이즈’ 치열한 승부 끝 플라이급 2대 챔피언 탄생
- 2023. 11. 21 17:28 스포츠종합
- 블랙컴뱃 제공 ‘블랙컴뱃9: 올드보이즈’ 대회가 치열한 승부를 다뤘다. 블랙컴뱃 주최 측은 지난 18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블랙컴뱃9: 올드보이즈’ 대회가 성료됐다고 21일 밝혔다. 총 5경기가 진행됐고 이 중 3경기가 KO 혹은 TKO로 끝이 났다. 승부가 갈린 2경기도 난타전과 타이틀전이 펼쳐지며 관중석을 달궜다. 이날 경기에서는 DEEP 무제한급 챔피언 ‘챔프’ 록키 마르티네즈가 ‘아자’ 아즈자르갈을 완파했고 ‘아이언 스파이더’ 오하라 주리가 ‘위버멘쉬’ 이환성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외에도 ‘춘천대장’ 지혁민과 ‘한마바키’ 조규준의 경기에서는 조규준이 승리를, ‘헌터’ 박종헌과 ‘미스터사탄’ 조준용의 매치에서는 박종헌이 승리를 차지했다. ‘바이퍼’ 김성웅은 ‘해적왕’ 이강남을 상대로 플라이급 2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는 블랙컴뱃이 종합격투기 단체 공식 출범 후 1년째를 맞이하는 대회이자 9번째 넘버링 대회다. 검정(박평화) 대표는 “1년 간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매번 변함없이 보내주시는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다”며 “다음 대회는 1월 20일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메가 이벤트로 성대하게 개최하려 한다. 1월에는 반드시 1만명의 관객이 함께 한 전석 매진의 꿈을 이루려 한다”고 전했다.
주간경향(총 7 건 검색)
- ‘여의도 올드보이’ 연착륙 성공했나(2018. 10. 29 15:27)
- 2018. 10. 29 15:27 정치
- ㆍ이해찬은 강한 여당 이끌어, 정동영과 손학규는 당 장악력 떨어져 ‘여의도 올드보이 전성시대’가 막을 올린 지 두 달가량 지났다. 이해찬·손학규·정동영 세 대표의 인지도와 특성 때문인지 각 당 분위기는 확실히 두 달 전과는 달랐다. 지난 9월 5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국회 사랑채로 향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권호욱 기자 민주당은 ‘강한 여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해찬 대표에 대한 당내 평가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청와대에 밀려 보이지 않았던 당의 존재감이 드러났으며 정책도 선점해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인터넷 은행, 사립유치원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청와대와 물밑 협상이 끝나기 전에 이 대표가 공급 확대와 종합부동산세를 언급해 ‘당·청 혼란’이라는 기사가 나갔지만 이에 대해 한 중진의원은 “오랜만에 당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종 정책에서 당 목소리 내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도 이 대표 ‘작품’이다. 이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불러서 (명단 공개) 날짜까지 짚어준 것으로 안다”며 “이런 건 각 개인 의원들의 역량만으로는 어렵다. 보통 당대표도 아니고 이해찬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 대표를 치켜세웠다.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 선거캠프에 발을 담갔던 한 당직자는 ‘당 장악력’을 강조했다. “대표의 무게감이 빛난 두 달이었다. 결과물을 봐라. 문재인의 복심이라고 하는 최재성, 친문 수장이라고 하는 전해철, 목소리 큰 박영선, 5선 이종걸 의원 모두 조용하다. 당이 장악됐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목소리‘만’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 대표의 성격 때문이다. 한 재선의원 보좌관은 “대표가 일을 잘해서 당이 조용하겠나”라며 “이 대표 눈에 3~4선 의원은 의원도 아니다. 다 자기 밑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원내 라인이 안 보이는 것이 상징적이다. 추미애 전 대표 시절만 해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원내는 물론이고 당을 이끌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 일각에서 ‘홍영표 스루’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스루(through)는 ‘통과한다’ ‘지난다’는 의미다. 홍 원내대표는 이해찬 총리 시절 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이 대표와 나름대로 가깝다고 알려진 이들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중책을 맡는 것으로 한때 거론됐던 한 인사는 만나기로 한 당일 “생각을 해봤는데 할 말이 없다”며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고, 측근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인사도 “워낙 곁을 두지 않는 분이시다.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존재감 있는 당대표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당내 평가는 또 엇갈린다. 대표들이 당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측 관계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이 건강하다는 이야기다”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고 직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 분향소를 찾았다. 이후에도 정 대표는 현장을 강조하며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 옆에 다른 의원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표가 당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당내에서는 애초 예견된 일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전당대회 당시 논란이 된 박지원 의원과 천정배 의원의 이름 앞 글자를 딴 ‘천박연대’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 의원은 이 단어를 사용한 한 관계자에게 “다시는 너를 안 본다. 찾아오지도 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동영의 민생행보, 손학규의 식사정치 한 중진의원 비서관은 현재 상황을 두고 “그럴 수밖에 없고 한동안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 이념보다는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당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이념 스펙트럼이 넓고 당 규모에 비해 3선 이상 중진 비율이 높아 개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어떨 때는 인물을 중심으로 계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 사안마다 의견이 갈리고 그때 그때 뭉치는 의원이 다르니까 불편하다”며 “당에 애정이 있는 인물이 없는 게 문제다. 아직까지 민주당과 합당 이야기가 나오는 거 보면 한심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지도부는 출범 8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당직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내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정 대표를 열심히 도와준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손학규호’도 어수선해 보인다. 손 대표와 지상욱 의원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손 대표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에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들은 “애국심, 애당심을 가져라” “애국심, 애당심이 뭔지 알려주시면 좋겠다”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날을 세웠다. 손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언급하나. 이미 다 잊었다”며 손 대표가 의원들과의 ‘식사 정치’ 등을 통해 당내 갈등을 잘 봉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는 갈등 유발자가 아니다. 오죽하면 젠틀맨이라고 불리겠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슈가 없어서 평가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 고위관계자는 “부드러운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떠올리면 절대 부드러운 리더십이 아니다”라며 “리더십을 발휘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민생행보’에 대해서도 평가가 좋지만은 않다. 손 대표가 보여주는 민생행보가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지 못할뿐더러 크게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민생행보보다는 여당과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범보수 통합론’은 바른미래당에 미묘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한 당직자는 “한국당이 ‘범보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서 손 대표가 ‘갈 사람은 가라’고 할 게 아니라 한국당에서 그런 말이 안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고위관계자도 “손 대표 행보를 보면 마치 민주당 대표를 할 때의 모습 같다. 이 당에서는 ‘왕 노릇’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 입장에서는 최근 출범한 싱크탱크 바른미래연구원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합당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정책연구소는 각각이었다. 이런 비판에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취임 두 달째에 이 정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만 해도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 [경제]경제계 ‘올드보이’들의 우국충정?(2012. 10. 09 14:33)
- 2012. 10. 09 14:33 경제
- ㆍ대선정국 맞아 ‘건전재정포럼’ 창립… 복지확대 공약 맞서 재정 지킴이 자처 9월 26일 건전재정포럼에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강봉균 포럼 총괄대표, 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 최영진 기자 전직 경제관료, ‘모피아’(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의 영문 약자 ‘Ministry Of Finance’와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를 결합한 말. 이들이 정계·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세력을 구축한 것을 빗대 모피아라고 부르고 있다)로 불리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건전재정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해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경제관료 출신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오니까 올드보이를 다 만나는구먼.”(진념 전 경제부총리) 9월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는 거물급 전직 경제관료 출신들이 ‘건전재정포럼’ 창립식장에 모였다. 100여석 남짓 되는 행사장에 경제관료, 학계인사 등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오랜만에 보는 인사들과 인사를 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거물급 전·현직 경제관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럼 창립식 축사를 위해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건전재정포럼 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 군산대 석좌교수), 강경식 전 부총리(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현 삼정KPMG 고문),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 강원대 교수),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해 논란이 됐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시종일관 조용하게 자리를 지켰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신경 안 쓰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헌재 전 부총리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다. 신경 안 쓴다”면서 “건전재정포럼 활동은 강 장관이 열심히 하면 계속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창립 취지를 보면 포럼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욕구는 더욱 늘어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를 받아들여 과도한 복지 확충이나 미래 성장동력을 저해하는 공약 등을 채택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흐름이 건전재정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거물급 전직 경제장관 등 다수 포진 포럼 총괄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장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포퓰리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국민 여론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1개월 반을 준비해서 포럼 창립식을 열게 됐다”면서 “선거 때 표 얻으려고 복지공약을 쏟아내면 재정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건설 위주의 경제정책이 더 문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4대강 사업 같은 경우 공사한 후에는 돈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 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절대 줄이지 못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이 복지다”라고 말했다. 건전재정포럼은 각종 연구활동 및 공개토론회 등을 열 계획이다. 유력 대선후보 초청 복지공약 토론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경제관료들이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국 OECD 국가 중 공공복지 최하위” 포럼의 활동에 대해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모피아의 특징이 자기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건전재정포럼이나 이영탁 이사장의 세계미래포럼처럼 재경부 출신들이 각종 포럼을 만들어 경제관료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의 지적처럼 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사들은 재무부(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발족)에 뿌리를 둔 경제기획원(1961년)·재정경제원(1994년)·재정경제부(1998년)·기획재정부(2008년·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 출신들이 대다수다. 재무부에 뿌리를 둔 선후배가 건전재정포럼이란 이름으로 함께 뭉친 셈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건전재정포럼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모피아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주도해 왔던 경제정책이 얼마나 차별성이 없었는지, 국민경제가 아닌 기득권을 위한 정책을 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면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복지 지출이 최하위다. 복지인프라 확충이 시대적 과제인 때다. 이런 시기에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치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 [커버스토리]‘70대 올드보이’ 최첨단 방송·통신 장악하다(2009. 04. 02)
- 2009. 04. 02 사회
- 최시중, 대통령 멘토 겸 권력 넘버3 정치 전반까지 무소불위의 힘 발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멘토’란 수식어가 붙은 채 줄곧 회자된 실세가 있다. 청와대를 드나들며 이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하며 방송·통신 분야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서도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72)을 지칭하는 말이다. 3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는 초대 방통위원장으로서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계속된 ‘방송 장악’ 논란과 미디어법안 논의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역할을 빼놓고 방통위의 1년차 공과(功過)를 평가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전반에 미친 적지않은 영향력에 비해 아직까지는 겉모습만 비쳐 생소하기만 하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권의 실세, 최시중 위원장의 숨겨진 인물됨과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난해 12월 최 위원장의 위상이 얼마나 막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다. 이날 최 위원장은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등 자신을 감독하는 국회의 요인들이 줄줄이 참석한 자리에서 MBC를 압박하는 이른바 ‘정명 발언’을 쏟아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 등이 5~10분간 축하 연설한 데 비해 그는 20분이 넘는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험악하게 들릴 법한 장광설을 쏟아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일찍 자리를 떠나버렸다. 자리에 있던 방송계 인사들은 “최시중 위원장이 얼마나 세기에 저렇게 프로토콜(의전)에 맞지 않는 무례할 정도의 발언을 하는가”라며 혀를 내둘렀다. 평소 MBC에 대해 할 말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과욕이 앞선 독주와 ‘방송 장악’ 논란 최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보인 정치적 행보로 인해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정권 실세’ ‘대통령의 좌장’ ‘권력의 넘버3’ ‘방통대군’ ‘방송통제위원장’ 등으로 지칭됐다. 여권에서는 농반 진반으로 “현 정부의 권력 서열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이 대통령, 최 위원장 순”이란 설이 파다했다. 조선시대의 권력 구도를 빗대어 대통령의 친형님인 이 의원은 출신지를 따서 ‘영일대군’, 이 의원의 동향(경북 포항) 친구인 최 위원장은 ‘방통대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위세를 보여주듯 점심·저녁 약속은 항상 빼곡하고 점심조차 ‘두탕’을 뛰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최 위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은 방송통신위원회로 고개를 돌려보면 그의 리더십과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다. 방통위원회는 방송·통신 네트워크의 규제·진흥기관으로, 2008년 3월 26일 출범했다. 장관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일반 정부 부처와 달리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서 추천한 상임위원 5인의 합의제 기관이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있던 콘텐츠 심의 기능은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분리하고 정책·규제 기능을 통합해 새로 편제한 조직이다. 네트워크와 콘텐츠의 분리 규제 제재를 택한 것이다. 방통위를 정부기관이면서도 합의제 기관으로 법에 규정한 것은 과거 방송정책을 관장하던 방송위원회가 민간 독립기구의 위상을 갖고 있어 행정 행위의 효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것이다. 진통 끝에 2008년 2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방통위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설립 근거다. 방통위는 사실 법대로라면 출발도 순탄하고 운영도 매끄러워야 정상이다. 정치권이나 언론학자들도 대부분 출범 전에는 큰 기대를 걸고 그렇게 예상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형님(이상득 의원)의 친구이자 ‘대통령의 멘토’란 위상 때문에 위원회를 이끄는 힘이 최 위원장 개인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2008년 3월 최시중 위원장과 방통위원들이 현판식을 열었다. 최 위원장은 취임 후 KBS 정연주 사장의 축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김금수 KBS 이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정 사장 축출 후 KBS 사장 인선을 위한 청와대 비밀 대책회의 등을 주도했다. 또 국무회의에 자주 참석해 소관 업무가 아닌 정권홍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인터넷과 포털에 대한 통제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YTN 사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쏟아져나왔다. 한마디로 지난 1년간 그의 행보는 정치적 독립성과 직무의 중립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란 공직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여당에는 뚝심 있는 인물로 비쳐졌을지 모르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위법·월권을 일삼는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의 이 같은 독주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실세로서 언론과 포털을 통제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욕이 앞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여권과 방통위 내부의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이경자·이병기 상임위원은 최 위원장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적으로 이경자 위원이 견제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병기 위원의 처신은 극히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과 함께 모두 공무원으로 전환된 방통위 실국장과 직원 들도 권력의 실세가 지배하는 상명하복 체제에 지배당해 잘못을 해도 감히 직언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 분야의 정책적 쟁점들이 대부분 방통위 내부에서 타협·조율되지 못한 채 여당 추천 의원들의 주도로 일방 처리되면서 정쟁의 소재가 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비롯해 소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쟁점으로 인해 방통위 보고나 회의 때마다 여야가 격돌하는 ‘최시중 위원장 청문회장’으로 돌변하곤 했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전 방송학회장)는 최 위원장에 대해 “‘정권 실세’란 개인적 위상과 정치적 중립·독립을 엄수해야 할 공직(방통위원장)을 분별하지 못한 채 위원회를 독주하며 사실상 장관 부처처럼 변질시켰다”고 평가했다. 앞만 보고 밀어부치는 제2 불도저 그렇다면 최 위원장의 독주와 정치적 역할은 어떤 리더십에 근거하고 있을까. 그리고 왜 그런 독주를 멈추지 않을까. 주변의 인사들은 그의 정치적 위상과 이미 굳어진 ‘70대 리더십’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의 정치적 위상은 알려진 대로 비공식 ‘서열 3위’다. 그러다보니 실제 위력은 각종 제약이 많은 방통위원장의 직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조·만찬을 통해 독대하는 분은 정치권에서는 최 위원장, 외부에서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서울 강남 소망교회 장로인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70)”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자신의 고교(대구 대륜고) 후배인 김석기씨를 서울경찰청장에 강력 추천한 것도 그의 위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정권 창출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상득 의원과 동향(경북 포항) 친구였지만 원래 정치적 측근처럼 이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함께 다녀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현지를 여행하면서 한때 영화를 누렸으면서도 전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도 국부를 창출할 뛰어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때 최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그런 지도자로 이명박 시장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에 ‘올인’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결정적 동기가 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연말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당시 거론되는 대권 후보들을 살펴봤는데 박근혜·정동영·손학규씨는 왠지 약해 보였고, 경영인 출신으로 서울시장으로서 뛰어난 추진력을 발휘하던 이명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 등 현 정권 초기 몇몇 핵심인사와 마찬가지로 ‘올드 보이’ 그룹으로 불린다. 군사 정권 시절인 1970~80년대 사회활동의 전성기를 보낸 70대 인사들이다. 최 위원장은 그 시절 동양통신·동아방송·동아일보를 차례로 거치면서 기자 생활을 했다. 이들 70대는 민주화에 대한 의식에 세포처럼 몸속에 배어 있지 않은 세대다.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아집이 강한 세대로 평가된다. 고령이란 물리적 한계로 또 다른 권력을 이어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남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 뜻한 바를 강하게 밀어부치는 특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최 위원장을 잘 아는 여권의 한 인사는 “그는 옳고 그름을 떠나 권력자를 직선적으로 받들고 일사 분란함에 익숙한 스타일”이라며 “인정과 속정이 깊지만 한 번 굳은 생각은 잘 고치지 않으며, 남의 의견도 내키지 않으면 잘 수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주요 정책을 추진할 때도 이 같은 ‘고집’이 도드라졌다. 사업의 명암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을 국책사업처럼 밀어부치고 대기업의 방송 참여 기준을 자산 3조 원 미만에서 10조 원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송법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점이 대표적이다. 방통위가 국고 450억 원을 투입해 통신업체가 개설한 각급 학교의 초고속 통신망 개선 사업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케이블 TV업계가 반발하자 반발 이유를 깊이 따져보지 않고 일축한 점도 하나의 사례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방통위 직원들이 사업자를 대하는 가이드라인 등 윤리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지적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양심과 양식에 맡긴다”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에서도 개방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성장 기반은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 일반 서민들보다 기득권자의 시각에 쏠려 있는 것이 그의 성장 과정에서 굳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위원장은 사실 1970년대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이 성장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유층과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일찌감치 권력자를 모시는 법을 익혔으리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대학(서울대 정치학과) 시절 연합통신 사장을 지낸 친구 현소환씨와 함께 대구에서 고교를 마친 후 서울로 올라왔다. 그뒤 머무르게 된 곳은 지금 서울 새문안길 성곡미술관 자리에 있던 김성곤 회장 자택. 여권의 한 인사는 “최 위원장은 대학시절 김 회장의 자녀인 석원·석준씨 등의 과외교사를 맡고 집안일도 도우며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 회장댁에 드나들던 정객과 재계 인사 들을 보면서 권력과 부의 생리를 충분히 간파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쌍용그룹이 대주주였던 동양통신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된 후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적잖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업적을 과시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최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정보통신업체 등 소관 기업과 산하 전파관리소들을 자주 순시하며 경영자들의 의견을 듣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3월 20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계방송 등 보편적 시청권 문제와 KT·KTF 통합 문제를 해결한 점 등은 잘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기업체들은 그의 위세에 눌려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만 한 번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권력의 실세다운 자연스러운 처신이란 분석과 함께 권력의 포만감에서 나오는 과시욕이란 해석이 동시에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석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적잖이 엿보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를 할 때부터 사석에서 박지원 의원이 나를 형님으로 불렀고 박근혜 의원도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 자신을 치켜세웠다. 그가 이렇게 말한 시점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 회장으로 재직할 때다. 그는 동양통신 입사 이후 동아방송으로 옮겼다가 동아일보로 이직해 6공시절 정치부장을 맡은 뒤 부국장을 끝으로 언론계를 떠났다. 이어 1994년 여론조사 회사인 갤럽의 회장을 맡아 여론조사 회사의 컨설팅 기능을 자산으로 정치권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왔다. 장성원·이낙연·이경재씨 등 여야에 포진된 동아일보 출신 의원들을 매개로 대선·총선의 여론조사와 선거 전략을 다듬어주는 사업을 이어왔다. 조사기관의 특성이 말해주듯 최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하면서 정치권과 깊은 교분을 쌓았다. 정치권 진출 기회를 엿본 것이다. 그는 “대선 후 2억 원이 넘는 갤럽 회장의 연봉을 포기하고 권부에 들어온 것은 오직 이명박 정권을 성공시키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직업에 대한 윤리의식과 공직자의 자세에서 의문이 남는 행보가 적지않다는 평가다. 그는 갤럽 회장 시절 조사기관 경영자에서 머물지 않고 점차 정치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객관적 조사 업무를 벗어나 컨설팅 명분으로 대통령 만들기에 직접 나선 것이다. 요즘의 시대정신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조사기관 경영자의 처신이다. 그는 “갤럽에 있을 때 나는 여론조사에 머물지 않고 대통령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면서 “YS(김영삼), DJ(김대중)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3명의 대통령을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원장 취임 후에는 방송법을 어기고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대변인, KBS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몰래 KBS 사장 인선을 위한 대책회의를 주도했다. 국정원 2차장이 참석한 KBS대책회의에도 참석했다가 나중에 들통이 났다. 방통위원장 겸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방통위에서 의사 결정시 5분의 1의 권한만 행사해야 하지만 그는 내내 방통위를 독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은 적지 않은 흠결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원세훈 장관 시절 행정안전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방통위원장은 직원 인사권 외의 모든 사항은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며 잘못된 운영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감이 깊은 아날로그 마인드 정권 실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면에서 정감이 깊은 시골 할아버지의 인상이 강하다. 애향심도 깊고 선후배도 잘 따진다. 기자들을 포함해 대변인, 보좌관 등 측근들에게도 격의없이 대한다. 동향 인사가 운영하는 서울 신문로의 몇몇 음식점은 단골을 넘어 그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방통위원장의 법인카드를 몇몇 단골 업소에서 집중 결재해 지적을 받기고 했다. 노구인데도 기자들의 폭탄주를 곧잘 받아낸다. 아들·손자 얘기를 꺼내면 얼굴이 금방 발그래해지는 그야말로 ‘할아버지’다. 2008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티 타임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그는 방송이라곤 지상파가 거의 전부이던 시대에 신문기자를 지냈다. 이어 여론조사기관에서 나머지 인생을 이어갔기 때문에 아날로그적 사고가 강하다는 평가가 주류다. 미국의 FCC위원장이나 방송사 사장들처럼 ‘문화 코드’와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된 40~50대와는 전혀 다른 마인드다. 최 위원장은 사실 취임 전부터 방통위원장직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디지털 전문성과 시대를 읽어내는 감각의 한계로 최첨단 분야인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에서다. 지난해 말부터 국정원장설이 나돌고 최근 정부의 4대 강 정비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만금특별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온 한 가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이런 소문에 대해 최근 “초대 방통위를 안착시키고 주요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 당분간 방통위원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이란 말의 의미는 다각도로 해석됐다. 최 위원장은 올해 방통위 출범 2년차를 맞아 나머지 4명의 상임위원과 머리를 맞대고 방통 융합을 제도로 완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내 미디어시장을 건강하게 이끌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공익성과 산업 논리를 조화시킨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도 숙제다. 방송·통신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미디어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책무도 안고 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8월) 이사진과 KBS·EBS 사장·이사진(11월) 개편 작업은 공정하게 방통위의 평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대통령의 멘토’인 실세 방통위원장에게 새로운 과제가 부여됐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초대 방통위를 제대로 정착시켰다는 호평과 명예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시책을 관철시키는 데 몰두할 것인가. 전체 임기(3년) 가운데 2년밖에 남지 않은 그의 2년차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력은 유한하고 짧다”는 역대 정권 실세들의 뒤늦은 소회를 귀담아듣는다면 멋진 해답이 있지 않을까.
- 표지 이야기
- [커버스토리]당·정·청 라인도 모두 올드보이(2009. 03. 05)
- 2009. 03. 05 정치
- 박희태 대표·한승수 총리·이상득 의원, 13대 국회 입성 동기생 김덕룡, 박희태, 이상득, 한승수, 최시중, 정정길(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순) "13대 국회로 시곗바늘이 되돌아갔다.” 당·정·청을 장악하고 있는 수장들의 경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의 시간은 13대 국회에 맞춰 있다. 1988년에 열린 13대 국회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한승수 국무총리가 초선 의원으로 여의도 땅을 밟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실제로 당의 실세인 이상득 의원 역시 13대 초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모두 민정당 출신이다. 방송·통신 분야를 좌지우지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공교롭게도 1988년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장으로 활동했다. 최 위원장은 이상득 의원과 오랜 친구이고 이 의원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 의원과 박 대표는 1957년에 같이 입학해 각각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했고 1961년 동시에 졸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13대 초선으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구처럼 지내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 대통령이 연결됐다. 최시중,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장 박 대표와 한 총리 역시 13대 국회에서 만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갔다. 한 총리가 주미 대사 등의 직책으로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할 때 전화로 꼭 소식을 나눴다고 한다. 대선 당시 6인회 멤버로 캠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김덕룡 대통령 특보 역시 13대 국회에서 초선이었다. 통합민주당 출신이지만 이들은 나중에 민자당에서 만난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1988년 당시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이들이 초선으로, 정치부장으로, 행정학과 교수로 활동하던 1988년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했다. 박철언 전 의원은 초선이었지만 실세 의원으로 정무1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맡았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실세 정치인을 통한 막후 정치와 안기부를 통한 공안 통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던 시기였다. 최근 촛불시위-무리한 입법 추진-용산 참사 등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야당으로서는 당·정·청, 올드 멤버들이 당시 정치적 꿈을 키웠던 1988년의 13대 국회로 20년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만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월 26일 의원총회에서 “영화 속 벤자민 버튼의 시간만 거꾸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국회의 시간도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영 중인 할리우드 영화 를 빗댄 말이다. 이 영화에는 한 기차역의 대형 시계를 거꾸로 돌게 한 장인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회창 총재가 지적한 시간은 시곗바늘과 같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구시대적인 정치 문화를 말한다. 당·정·청 라인은 온통 ‘올드 멤버’로 구성돼 있다. 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만 봐도 ‘올드 멤버’임을 알 수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1936년생으로 73세다. 한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청 쪽에 앉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1942년생으로 67세다. 맞은편에 앉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938년생으로 71세다. 1941년생인 이 대통령(68세)의 바로 옆에서 당·정·청, 3두 마차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모두 고령에 속한다. 정정길 실장은 서울대 교수 활동 한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이명박 정부 1주년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국민과 가까이하면서 정책을 많이 생산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총리와 장관들, 정책 지도부가 조금만 더해주면 완전한 봄이 올 수 있는 만큼 국민이 희망을 만들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기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사에서 일제히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했지만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이명박 정부 1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한 1년”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일반 국민과 극명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1년 동안 다만 소통이 문제였다’는 식의 시각은 이들이 나이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낡아빠진 사고방식이 문제가 됨을 알 수 있게 한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물리적인 나이를 말하기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현 정부에서는 올드 에이지(old age)가 아니라 올드 패션(old fashion)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드 에이지’는 연령을 말하지만 ‘올드 패션’은 낡은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박 의원은 “이들이 ‘내가 해봐서 안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당정협의회에는 박 대표가 참석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 실제적으로 여론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이상득 의원이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은 1935년생으로 74세다.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를 뜻하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신조어는 최근 ‘만사형결(萬事兄結)’로 바뀌었다. 모든 일은 형님이 마무리짓는다는 뜻이다. 2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여야 최대쟁점 법안인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적으로 상정한 것도 이 의원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이 의원은 “되든 안 되든 밀어붙여야 한다”면서 “이번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의 친이 세력 내부에서 이 의원을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에 속한다. 이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든,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든다. 2007년 대선이 끝나자마자 친이 공신들 사이에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라는 화두를 꺼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의 2선 후퇴론을 누가 거론할 것인가에 대한 비유였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이 결국 방울을 달기 위해 나섰지만 이 대통령은 친형의 손을 치켜세웠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과 정 의원은 ‘정치적 겨울’을 맞아야 했다. 이 의원이 여권 내부에서 사실상 국정 운영의 키를 쥐게 되면서 청와대 역시 이 의원계 인물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특히 인사 라인과 민정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이 의원 측과 줄을 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한나라당 보좌관의 청와대 행과 각 부처 정책보좌관 행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언급된다. 박 국무차장은 이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최측근이다. 이 의원의 영향력 확대는 방송·통신 분야의 수장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파워와 궤를 같이 한다. 최 위원장은 이 의원의 절친한 친구로, 이 대통령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두 축을 이룬다. 최 위원장은 1937년생으로 72세다. 여권의 핵심을 이루는 올드 멤버의 뿌리는 대선 기간 중에 만든 ‘6인회’라고 할 수 있다. 6인회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의원, 최시중 위원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 박희태 대표, 김덕룡 대통령 특보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 캠프의 모든 결정은 6인회에서 이뤄졌다. 이 전 최고위원이 1945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김 특보가 1941년생으로, 6인회 멤버의 나이 평균이 70세에 육박한다. 6인회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하는 것에도 큰 역할을 했지만 BBK 의혹으로 곤경에 몰릴 때 재산 환원, 특검 수용 등의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들의 노회한 전략이 대선 국면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 시간 거꾸로 가나”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들의 노회한 전략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고소영’ ‘강부자’로 대표되는 인사부터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발해 일어난 촛불시위에서는 구시대적인 방식을 동원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소위 ‘MB 악법’으로 야당에서 비난하는 법안들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에 주력했다. 이 중심축에는 당·정·청의 ‘올드 멤버’가 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힘의 정치’라는 구시대적인 정치 방식을 문제삼았다. 우 의원은 “이 정부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힘을 내세운다”면서 “대선에서 득표 차, 의회 의석 같은 수(數)를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구닥다리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또 “이런 구닥다리 방식은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나타나듯 30대 지지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서서히 20대와 40대도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의 사고나 마인드에 갇힐 위험성이 있다”면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방식을 고수한다”고 분석했다. 유 평론가는 인터넷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껴안고 소통하는 것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올드 멤버’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은 “박 대표라든지 이 의원이라든지 회의에서 보면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예리한 면이 있다”면서 “나이가 많은 정치인은 연륜과 경륜이 있는 만큼 모든 사안을 한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보는 판단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상황을 보면 촛불 시위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너무 조급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여유가 없지만 조금만 풀리면 연륜 있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들은 경험이 많아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에 쌓았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장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박 의원은 “나이가 많은 정치인은 고집을 부린다”면서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 주위에서 적절한 견제가 필요한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우윤근 의원은 ‘원로 정치’의 문제점으로 인사를 지적했다. 우 의원은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연고와 개인적 인연을 따져 동종교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소영·강부자 인사에다 최근 경북·고려대 중심의 인사가 대표적인 예다. 원로정치의 대표적인 예로 1998년 김대중·김종필 체제의 DJP연합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비슷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김 전 대통령은 IT 분야의 발전이라든지 새로운 것과 변화에 부단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똑같이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선숙 의원은 “그 당시 두 사람은 실무 장관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했을 뿐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서 “당시 노·장·청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회고했다.
- 표지 이야기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Cine People]올 겨울 최고 화제작 ‘올드보이’최민식
- 2003. 12. 01 문화/생활
- 어느 배역을 맡던 자기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천부적인 능력을 인정받아온 연기자 최민식. 지칠 줄 모르는 끈기와 노력으로 일상생활에서도 극중 캐릭터와 닮기 위해 그가 보이는 행동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한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아니다. 주연보다도 더 빛나는 조연을 여러 번 거치면서 그의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했다. 그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최민식이 출연하는 영화라면 무조건 연출을 하겠다”던 감독과 “박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라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그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 서로를 존경하는 연기자와 감독이 만났으니 뭔가 큰 사고(?)를 칠거라는 기대감은 무리가 아니다. 1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홀로 갇혀 지낸 오대수의 역을 맡은 최민식은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도 과감히 레게파마로 바꿨다. 난생처음 해보는 파마에 어색한 듯 멋쩍은 표정을 지은 그는 장장 5시간에 걸친 변화에 흡족해했다. 배역에 한발 더 다가간 느낌이 들어서일까. 눈빛이 살아있는 그는 이미 오대수가 되어버린 듯 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해서 산다’의 앞 글자만 따서 오대수라 부른다며 이름풀이도 그럴듯하게 말하는 평범함 샐러리맨. 영화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최민식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언뜻 보면 싸구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감금방. 중국집 군만두를 먹으며 8평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텔레비전을 보는 게 전부다. 그가 감금당하고 일년이 지난 후 그의 부인이 살해됐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그리고 그 살인범으로 바로 오대수, 그가 지목된다. 이제 그는 자신을 감금한 것까지 모자라 아내 살인범으로 몬 이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올드보이’라는 말은 사전에 찾아보면 성인 남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 중에 결코 마음대로 버릴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운명을 지칭한다. 누가, 아니 왜 사람을 15년 동안이나 감금하는 일을 벌이는가. 이것은 영화 ‘올드보이’의 의문이며 ‘올드보이’가 자랑하는 매력적인 미스터리의 시작이다. 그러나 시작과 함께 그를 감금한 자가 등장하면서 미스터리는 ‘가둔 이유’를 향해 질주하는 새로운 미스터리로 탄생한다. 추적하는 남자와 이를 지켜보는 남자의 팽팽한 대결, 드러나는 비밀이 이야기의 끝이라고 생각할 때 영화는 다시 진짜 비밀을 향해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숨겨진 비밀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비극의 절정이다. 최민식은 오대수를 연기하기 위해 10개월 동안 체력단련을 해 체중을 10kg이나 줄였고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실연하기도 했다. 특히 ‘올드보이’의 라스트 신에서 그가 대본 없이 쏟아낸 4분 동안의 독백은 마치 그의 인생 전부를 토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교한 미스터리와 비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낸 최고의 재미와 감동이 2003년 겨울, 한국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다. new movie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반지의 제왕이 드디어 마지막 종말을 고할 듯 하다. 2부 ‘두개의 탑’에서 전쟁 스펙터클에 주력하느라 원작을 많이 훼손했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3부 ‘왕의 귀환’에서는 볼거리 못지않게 감성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가미했다. 운명이 점지한대로 프로도는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의 끝에 다다르고, 아라곤은 곤도르의 왕위를 계승하게 되지만 적잖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절대 반지의 최후가 어떻게 형상화 될지 관심 있게 주목해보자. 낭만자객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으로 흥행에 성공한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코믹 무협물. 조선 시대 돈을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가리지 않고 살생을 하는 엄청난 자객들이 있다. 이들은 청탁을 받아도 실패만 하는 어수룩한 자객들이다. 어느 날 모처럼 큰 건으로 인질을 끌고 가던 이들은 길을 잃고 숲 속 흉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흉가는 한 맺힌 처녀귀신들이 사는 흉가였다. 이들은 졸지에 천도를 위한 귀신들의 한풀이에 나서게 된다. 야마카시 파리의 뒷골목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7명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서클 ‘야마카시’. 이들은 아무런 안전기구와 일체의 장비 없이 도시의 고층빌딩 등을 타오르며 점핑, 건물타기 등의 X-sports를 즐기는 순수 스포츠 서클이다. 하지만 도시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이들은 경찰의 끝없는 추적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게 사회로부터 차별받아온 뒷골목의 아이들 사이에는 서클 ‘야마카시’ 열풍이 불게 되고 그들을 영웅으로 숭배하기 시작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전운이 살벌하게 흐르는 조선 인민군해군 제 13전대 매봉산 기지. 과묵하고 고지식한 북한장교 최백두와 제대말년 뺀질이 병사 림동해는 바다에 낚싯대 드리우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분 좋은 바람에 살며시 잠이 든 두사람 그때까진. 행복한 것만 같았다. 살며시 눈을 뜬 두사람 앞에 펼쳐진 것은 피서철 남한의 동해안! '간첩'도 '평화사절단'도 아닌 두사람은, 난데없이 눈앞에 펼쳐진 해변가 풍경에 눈앞이 아찔하다. 입으나마나 한 옷만 걸쳐 입은 여자들이 수백 명, 입만 떼면 건달들은 연변총각이라 무시한다. ...ing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과 영화 ‘장화 홍련’의 임수정이 출연한 영화. 홀 엄마가 뽀뽀하자고 달려들면 “욕구 불만이야. 애인을 구해봐”라고 얘기하는 여고생 민아. 맥주를 마시고 엄마 몰래 담배도 피우고 록 음악도 즐겨 듣지만 비행소녀는 아니다. 오히려 맘속에는 온갖 장애를 뛰어넘는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 어느날 민아의 아랫집에 서글서글한 외모의 사진 전공 대학생 영재가 이사를 온다. 활달함이 지나쳐 느물거리지만 결코 밉지 않은 영재. 경영오기자
- 장거리 마라톤에 나선 ‘올드보이’최민식
- 2003. 09. 01 연예
- “카리스마요? 전 칼 없구요, 망치 들고 설칩니다” 눈빛이 예리한 남자배우들에게 수식어처럼 붙어다니는 말이 있다. ‘카리스마’라는 아주 식상한 수식어 말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을 만나면 ‘카리스마’ 어쩌고 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막상 그를 대하고 보니 역시 그 단어 외에는 그를 수식할 어떤 말도 찾을 수가 없다. 붓을 들고 설치던 ‘오원 장승업’에서 망치 들고 설치는 ‘이대수’로 돌아온 최민식의 요즈음. ‘취화선’ 이후 1년 반 만에 ‘올드보이’로 스크린 컴백 영화 ‘올드보이’.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사설 감옥에 갇혀 있었던 한 남자가 또다시 영문도 모른 채 풀려나, 자신을 가둔 인물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아주 간략한 줄거리 외에 그 어떤 영화적 정보도 노출되길 거부하는 영화. 최민식이 15년간 갇혀 살아야 했던 오대수역을, 유지태가 상대역 이우진을 맡았다. 영화 세트장은 양수리에 위치한 한국종합촬영소에 마련되어 있었다. 37층 고층 빌딩 꼭대기에 위치한 1백7평짜리 펜트 하우스. 제작비만 2억6천만원이 소요된 이곳은 극중 이우진이 살고 있는 유지태의 ‘집’이다. 하지만 ‘집’이라기보다는 그냥 1백7평짜리 하나의 텅빈 ‘공간’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해보인다. 방 한가운데는 초록빛으로 빛나는 수로까지 마련되어 있다. 방의 구분 없이, 부엌, 침실, 샤워부스와 사무실이 그냥 한쪽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을 뿐인데, 어디에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화장실은 밖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았어요. 생활의 공간이기는 하나, 사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도록, 생활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제작한 겁니다.” 박찬욱 감독의 말.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높아만 갔다. 공간의 규모에 질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잠시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스태프들이 ‘수로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러건만 취재기자 중 두 명이 수로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아마, 너무도 이질적인 이 공간에 잠시 넋을 빼앗기고 촬영에 열중했기 때문이리라. 이와 반대로 오대수의 공간은 3평 남짓한 모텔 방으로 그야말로 감옥이 따로 없는 그런 곳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 곳에서 15년간 만두만을 먹으며 얼굴도 모르는 존재에 복수심을 키워 가는 그. 최민식은 그 공간이야말로 사람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얘기한다. 황량한 펜트 하우스보다 10배나 더 큰 황량함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날 촬영 신은 극중 오대수가 마침내, 자신을 가둔 남자 이우진을 찾아오면서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오대수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히 샤워를 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유유히 팬티, 와이셔츠, 바지, 넥타이, 슈트 순으로 옷을 챙겨 입는 이우진. 이우진을 연기하는 유지태의 눈빛은 한줌의 동요됨 없이 시종일관 차가울 뿐이다. 그러면서 내뱉는 차가운 한마디.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일순 혼란스러운 오대수. 최민식의 눈빛은 먹잇감을 놓친 사자의 눈빛처럼 잠시 흔들린다. 감독의 만족스런 ‘OK’ 사인이 떨어진다. ‘선수 활동론’ 펼치는 충무로의 장거리 마라토너 최민식은 임권택 감독과 함께한 작품 ‘취화선’ 이후 1년을 넘게 쉬었다. 그 시간 동안,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음껏 마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지더란다. “역시 선수들은 자주 뛰어줘야 해요. 실험도 해보고 시도도 해봐야지 몸을 사리면 안 되는가 봐요. 이번 작품 찍으면서 이제 정말 쉬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1년을 쉬다가 다시 연기를 하려니 영 자세가 안 잡히는 것 있죠. 오대수의 감정선을 따라잡기 위해서 꽤 애먹었어요.” 어려운 것은 연기의 선을 잡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15년간 방안에서 갇혀있는 오대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10kg 이상 줄이고, 헤어스타일도 확 바꾸었다. 본인은 “작품에 따라서 영화배우들이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이 크게 미화되고는 하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며 다소 겸손하게 얘기했지만 영화에 따라 스타일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부터 차를 타고 이곳(양수리 영화촬영소)을 찾아오는데 저쪽 언덕길에서 누가 뛰어오는 게 보이더라구요. 가만히 보니 최민식 선배였어요.” 몸을 유지하기 위해 가파른 산을 매일같이 뛰어오른다는 게 박찬욱 감독의 말. ‘최민식’이 출연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감독’맡겠다고 했다던 그답게 배우에 대한 신뢰가 무척이나 강해보였다. 역시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는 모양이다. 최민식의 헤어스타일 또한 독특하다. 취재진에게 배포된 포스터 속에서의 최민식은 지금 막 자다 일어난 사자 머리처럼 마구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이었다. 어찌 보면 베토벤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게리 올드만 같기도 하다. “처음엔 ‘야, 내가 무슨 양동근이냐’ 그랬어요. 난 염색도 안 해본 사람인데, 갑자기 이런 헤어스타일을 소화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아닙니까. 하지만 15년 동안 감금당한 사람이 그 사이 미용실 가서 꽃단장할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럽긴 하겠죠?” 박찬욱 감독은 어느 한 인터뷰에서 최민식과 송강호를 비교하며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송강호가 차가운 이미지라면 최민식은 뜨겁다고…. 그 차이를 명백히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눈’이라고 얘기했다. “최민식은 눈이 귀엽잖나. 근데 송강호는 눈이 좀….(웃음)” 언뜻 카리스마가 가득해보이는 눈매인 것 같지만 자세히 눈을 들여다보면 최민식의 눈은 한없이 착해보인다. 가끔은 장난기 가득한 다섯 살 아이의 눈처럼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촬영장에서 그는 웃음제조기로 통한다.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우스갯 소리 한마디로 촬영장의 긴장감을 일순간에 일갈해버리는 그다. “그 어떤 스타일의 배우라도 모두 하나씩 배울 만한 점을 갖고 있죠. 하지만 존경받을 만한 배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최민식 선배님은 정말로 제가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선배님이세요.” 유지태의 이 말은 그저 대선배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뱉어내는 그런 입 발린 소리만은 아니었다. 최민식은 존재감이 큰 배우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배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일단 ‘최민식’이 출연한다고 하면, 영화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관객동원이요? 뭐… 다 하늘의 뜻이겠죠. 하늘의 뜻대로라면 한 2천만정도?(웃음)” 어쨌든 또다시 그의 영화를 보게 된다는 것 자체가 관객에겐 기쁨이지 않을까. 글 / 이윤주(자유기고가) 사진 / 배동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