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58 건 검색)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따스함에 대하여, 김상욱
- 2024. 12. 22 20:46오피니언
- ...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하여, 우리에게는 따뜻함 몇조각이 필요할 것 같다. 따뜻한 대통령, 따뜻한 국무총리, 그런 미래를 소망한다. 우린 더럽게 날 선 시대를 살고 있다. 우석훈 경제학자 ...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김상욱. 보수
- 우석훈 “국가 소멸 막으려면 ‘알바 공화국’으로 가야”
- 2024. 11. 28 12:34문화
- ... 우리나라 인구가 2024년 5200만명에서 2072년 3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전망은 더 과감하고 더 암울하다. 최근 출간된 <천만국가>(레디앙)에서 그는 “연간...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통상 총리, 유임을 건의함
- 2024. 11. 24 21:48오피니언
- ... 때까지만이라도 총리를 유임시키고, 그가 통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싶다. WTO 체제 붕괴가 예상되는 지금, 일단 살아남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석훈 경제학자 ...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한덕수트럼프보복관세통상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금융실명제와 금융투자소득세
- 2024. 10. 27 21:19오피니언
- ... 가지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큰손 몇 사람에게 의존해서 한국 증시를 지키겠다는 말, 이런 주장이 국제적으로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보이게 만들지 않겠는가? 우석훈 경제학자 ...
- 우석훈의 경제수다방금투세한동훈
주간경향(총 24 건 검색)
- [우석훈의 눈]한국사회에서 40대 여성이란(2014. 10. 13 16:42)
- 2014. 10. 13 16:42 오피니언
- 올해로 내가 책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째이다. 10년 전 딱 이맘때 두 번째 책을 위한 데이터를 한참 정리하고 있었고, 쿠츠네츠라는 경제학자의 글들을 읽고 있었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50~60대 남성 엘리트의 시각과는 다른 눈으로 한국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힘이 없거나 대변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는지, 그런 걸 너무너무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책을 쓰는 동안에 한국은 더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의 최고위층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50~60대를 넘어 70대로 올라가버렸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부자 할아버지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끝에서 나온 게 손자를 위해서 쓴 교육비를 1억원까지 감세해주자는 제안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면 지배층이 미친 거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손자의 학력이 정비례한다는 세간의 지적을 이런 식으로 증명해보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지난 10년간 다루어보고 싶었던 주제는 어느 정도 다룬 것 같은데, 아직도 출간은 엄두도 못 내는 주제가 하나 있다. ‘젠더의 경제학’이라고 부를, 성별 문제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운 경제 분석이다. 너무 어렵고 돈도 많이 드는 연구라서 10년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두 번 정도는 출판사하고 출간 일정까지 협의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힘이 들어서 포기했다. 그 사이에 나의 노안도 심해졌고, 이젠 30대 때처럼 그렇게 밤도 샐 수 없다. 그런데 내 동료 한 명이 ‘40대 여성’에 대해서 연구해보라고 진지하게 부탁을 하였다. 40대? 그것도 여성? 60대 이상의 투표성향과 20~30대의 정치적 경향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40대는 상대적으로 야당 성향이 높게 나온다. 그렇지만 40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는? 주요 여론조사의 자료들을 살펴보니까, 40대 여성이라는 항목으로 분석이 되어 있지는 않다. 40대, 전업주부, 여성, 이런 키워드들을 모아서 간접 분석하는 수밖에 없다. 물어보니까, 모집단 숫자가 적어서 그렇게 세부적인 항목에 대해 세세한 분석까지 하면 표본 오류가 너무 높아진다는 것이다. 40대는 야당 성향이 높지만 남녀로 나누어보면 여성의 경우는 좀 다를 것이라는 추세 분석들이 가끔 있다. 현재 최경환 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를 소위 ‘부채 주도형 성장’이라고 본다면, 이걸 뒷받침하는 사회적 흐름 중에는 40대 여성이 한 축을 이룬다는 가설이 얼마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40대 여성, 나도 안 해봤던 질문이다. 30대 초반, 출산과 함께 일자리에서 밀려난 전업주부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사회화되지 못한 개별적 보육과 육아에서 희생했을 것이고, 집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거조건과 온몸으로 싸워왔을 것이다. 예전에는 ‘짬짜미’, 요즘에는 김부선 사건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해준 아파트 부녀회의 핵심도 여기다. 미국의 ‘사커맘’이 약간 변형되어 도입된 ‘목동식 사커맘’ 역시 40대 여성의 얘기이다. 중간간부 이상으로 승진하기가 어려운, 정말로 고달픈 워킹맘 역시 이 집단의 얘기이다. 이게 다인가? ‘권사님’으로 상징되는 대형 교회의 사회경제적 주축 역시 이 40대 여성의 얘기이다. 작년에 한국을 강타한 영화 의 김수현 열풍 역시 바로 이들이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한국 경제가 지금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이 40대 여성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이들에게 행복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또 다른 숙제 앞에 서 있다. 답을 찾지 못하면, 미래가 너무 어둡다.
- 금주의 칼럼
- [우석훈의 눈]대기업들도 국정감사를(2014. 09. 16 11:26)
- 2014. 09. 16 11:26 오피니언
- 국회의원들이 진행하는 국정 전반에 관한 감사는 당사자들이야 어떻든 연구자로서는 감춰진 자료들이 나오는 귀중한 통로다. 분당 이전 민주노동당의 현애자 의원이 국정감사 때 밝혀낸 아토피에 관한 지역별 통계는 여전히 이 분야 연구의 바이블과도 같다. 요즘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대부분은 법을 제때 안 만든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국정감사에 대해서만큼은 다다익선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하면 할수록, 자세히 하면 할수록 세금 낭비도 줄고, 부패도 줄어들 것이다. 내 질문의 요건은 간단하다. 정부기관과 공기업 말고, 대기업들도 국정감사를 받게 할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다. 간만에 법률을 좀 뒤져봤더니 현재도 가능하다. 다만 ‘본회의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예외적으로 7조 4항에서 감사원법의 감사대상 기관도 국정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감사원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 보조금, 장려금, 조성금, 출연금 등 재정지원을 받은 자의 회계를 감사할 수 있도록 ‘선택적 감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보면, 예를 들면 연구개발비를 받거나 정부 사업에 참여해서 돈을 받은 기업 혹은 정부 발주사업의 수주를 받은 곳들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고, 국회 본회의의 의결이라는 전제하에 지금도 국정감사를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한국의 공기업 등 정부기관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다. 그렇지만 국정감사법 7조 3항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은행,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이 세 곳을 콕 짚어서 국정감사를 받으라고 하고 있다. 정부 위탁사업을 많이 하고, 정부 돈도 들어가니까 국정감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4대강에 참여한 건설사들, 정부의 장기 연구개발에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국정감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농협, 수협은 협동조합이지 공기업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 돈을 많이 쓰면 당연히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논리이다. 이걸 가장 부드럽게 처리하는 방법은 국가재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비타당성평가 흔히 ‘예타’라고 하는 제도의 평가대상을 준용하는 방식이다. 일일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다 안 한다, 별도 의결할 것 없이 대규모 사업을 실시하기 전에 미리 평가하게 되어 있는 사업들과 일정 규모 이상의 연구개발 사업 등을 법률 안에 집어넣으면 가능하다. 대기업이 국정감사를 받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기업 경영이 최소한 지금보다는 투명해지고, 그 안에서 개선이든 혁신이든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귀찮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그 기업을 들여다보면서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는 게 알려지면 기업 신인도도 국제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이나 기업이나 전부 좋은 일이다. 국정감사에서 기업의 모든 걸 탈탈 뒤질 수는 없다. 국회가 논다고 요즘 난리다. 국정감사를 제때 할지 이것도 모른다. 이 기회에 국정감사에 정부 일 많이 하는 특정 대기업들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면 좋겠다. 국회의원이 대기업을 국정감사 대상으로 한다, 이건 확실히 획기적이지 않은가?
- 금주의 칼럼
- [우석훈의 눈]최경환의 거품 정책, 글쎄요?(2014. 08. 11 16:07)
- 2014. 08. 11 16:07 오피니언
- 신임 경제부총리인 최경환이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겠다는 얘기를 해서, 일순 ‘깜놀’, 정말 놀랐다. 도대체 지금 새누리당의 경제기조에서 특별한 복지정책이나 재정정책 없이 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증가조치가 뭐가 있을까, 궁금하게 지켜보았다. 그런 게 있으면 전임자들이 벌써 했겠지, 그런 생각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그런 게 최경환 주머니에 들어 있을까? 결국 기업 유보금에 대한 몇 가지 조치들을 보면서 ‘푸하하’, 세월호 참사 이후로 웃음을 잃고 지내던 내가 정말 크게 웃었다. 기업의 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늘리도록 하고, 이게 가처분소득의 증가조치라는 것은 최경환이 선사한 웃음의 하이라이트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주식회사가 배당금을 높이는 경향을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부른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가장 장기적이며 건전한 것이 주식 발행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주주들이 기업이 번 돈을 그냥 자신에게 주라, 이렇게 결정을 하면서 생겨난 문제점을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부른다. 그걸 정부가 나서서 조장하면서 이게 가처분소득 증가조치라고 갖다 붙이니 안 웃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주주 배당금 비율이 적은 것을 일반적으로 해석하면, 아직까지는 오너가 있는 특수구조이다 보니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가 덜 하다, 그렇게 보는 것 아닌가? 어쨌든 전체적인 기조와는 달리 소소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주 깨알 같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가 촘촘히 박혀 있다. 돈 많고 주식 많은 사람들에게는 배당금도 늘고 거기에 세제혜택도 해주는 데다가, 분리과세까지 해주겠다는 것 아니냐? 종합소득세에서 집 많은 사람은 빼주고, 주식 많은 사람도 빼주고, 모두가 다 내는 지방세는 올리고. 게다가 노동자들의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은 없앤단다. 도대체 가처분소득은 어디서 높여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장식품으로 끼워넣은 몇 가지 세제혜택을 빼면 최경환 경제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은 거품 정책이 남는다. 갖은 구실을 대서라도 집 살 때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거니, MB도 하지 않은 가장 강도 깊은 거품 정책을 쓰겠다는 거다. 의도와 의중은 알겠다. 그러나 이게 그의 생각대로 성공할까, 의구심이 든다. 기본적인 것은 DTI, LTV를 대거 풀어주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생긴 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기’ 하면 세금부담이 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경제부총리의 계획인 것 같다. 일단 주택대출 제한을 풀어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작년 이후로 은행 등 금융권이 어렵고,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중이다. 예전에는 은행에서도 실적, 즉 대출 총액 위주로 인사관리를 했는데 요즘은 부실채권까지 성과관리에 반영하는 흐름이 생겼다. 괜히 대출 잘못해줬다가는 대출계 직원들의 자리가 위험해진다. 지금도 DTI, LTV 한도까지 대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직장과 연봉뿐만 아니라 개인적 신용도, 공시지가, 게다가 방의 개수와 집의 구조 등 진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주택대출이 나간다. 지금의 상한선에서도 그만큼 대출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걸 높인다고 해서 추가 대출이 있을까? 은행에서 안 해준다. 그렇다면 갈아타기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혹은 보험사에 대출이 많은 사람들, 당연히 은행권 신용등급에서 마이너스 요소이다. 은행이 공격경영을 할 때에는 그런 것들도 신경 안 쓰고 턱턱 돈을 빌려줬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말 강남의 안전한 집 일부에만 해당하는 일이지, 개인 신용도 문제로 갈아타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보시라. 은행권, 특히 대출계에서 불만이 많다. 그리하여 올해 하반기에도 경제부총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금주의 칼럼
- [유인경이 만난 사람]‘내릴 수 없는 배’ 펴낸 우석훈 박사 “세월호 이후 박근혜 정부 ‘재난 자본주의’ 극명해져”(2014. 08. 04 18:09)
- 2014. 08. 04 18:09 사회
-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승자독식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꼬집은 우석훈 박사. 그가 세월호 참사 100일 무렵에 책 를 선보였다. 아직도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건과 사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차라리 덮어버리고 싶은 페이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는 비극을 통해 배우고, 어떤 사회는 재난을 통해 더 망가진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정치가 만난 가장 슬픈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우석훈 박사를 만나 세월호 참사의 의미는 뭔지, 그리고 내릴 수 없는 배에 태워진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는지 물었다. 사회학자도 아닌 경제학자가 왜 세월호에 관한 책을 썼습니까. “저도 세월호 뉴스를 운전하면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막연히 사망자가 있겠지만 그래도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배를 탄 사람들의 숫자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등등의 소식을 접하며 경제학자로서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공산주의 체제를 대표하던 구소련에서 경제가 부패하면서 전략 핵잠수함에 불량부품이 사용돼 일어난 K-19 사건처럼 이 사건도 자본주의 경제가 문제일까, 혹은 시장경제나 신자유주의가 문제인가 등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죄책감도 있었습니다. 그 배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몇 번의 계기가 있었거든요. 경제학자로 배 산업에 관한 관심도 있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주요 개발계획 중에 크루즈 사업이 있었는데 그 자료를 보면서 국내 페리의 위험을 알게 됐습니다. 또 오랜 친구가 암으로 병상에 있을 때 병문안을 갔더니 인천~제주 페리가 정말 재미있다며 꼭 타보라고 권했어요. 혼자 여행이 아니라 아내, 아이와 함께 갈 여행이라 꼼꼼하게 알아봤더니 정말 문제가 많아 안 탔죠. 진작 그런 위험들을 경고했어야 했다는 자책감도 컸습니다. 또 시민단체의 경우 오래된 곳은 쌍용자동차 문제 등 할 일이 너무 많아 탈진한 상태이고, 신생단체는 노하우가 없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면으로 분석하고 의미있는 작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자료를 찾고, 집필 기간 내내 펑펑 울면서 쓸 만큼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발표를 보고서였습니다. 배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배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게 너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지적하는 언론도 없더군요. 세월호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입니다. 진상규명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이뤄지면 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대체 왜 그 배에서 사고가 났을까, 왜 그 배는 탑승자 명단도 엉성하고 과적 등등 문제가 많은지를 잘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불감증, 관피아, 유병언 가족에 관해 탓하기 전에 배에 관련한 제대로 된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썼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뭔가요. “이 사건은 세월호에서 구조된 학생들도 강조했듯이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재난 자본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 ‘재난 자본주의’의 작동을 극명히 보여줍니다. 재난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엄청난 재앙에 놀라고 당황할 때, 그 사회 기득권 집단이 자신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강력히 전개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에도 ‘관피아’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책 중 하나로 ‘5급 공무원 공채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공무원 공채를 줄이고 특채를 늘리면,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겠습니까? 부유층 자녀들이 특채로 5급 공무원이 되겠다는 얘기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도 마찬가지로 ‘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걸 만드는 데만 1년 넘게 걸릴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나머지 임기를 보내겠다고 볼 수도 있죠.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어서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여기서 했습니다. 이걸 이명박 정부 때 없애버렸어요. 사실 세월호 참사 때도 전 국민이 목격한 것처럼, 대형 참사가 터지면 구조 가능한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1분, 1초가 너무 중요하거든요. ‘바다에 뛰어들어서 구조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최고권력자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은 돈과 목숨이 달린 일이라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바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왜 이걸 없애고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합니까? 결국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떠안기 싫다는 뜻 아닌가요?” 외국에서도 대형 사건이 일어나면 조직개편을 하지 않나요. “미국도 9·11 테러 이후에 국토안전부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쪽으로 행정조직을 개편했다가 2005년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 이후 다시 백악관이 재난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사건이 나면 조직을 만들거나 기념건물부터 만들려는 안일한 생각이 계속 사고들을 일으키는 셈입니다.” 우리나라 배, 선박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사고가 난 근본 원인은 선박산업의 문제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연안여객의 이윤율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KTX)와 저가항공이 비슷한 시기에 다 도입됐습니다. 여기에 고유가까지 겹쳤습니다. 승객은 줄고 비용은 늘고, 이윤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했느냐 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라는 명분하에 선박 연령을 늘려주는 쪽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선박 제한 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고, 세월호는 일본에서 중고 선박을 사다가 증축한 배입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우리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기 전에는 못 살아도 새 배를 탔거든요. 그런데 이전보다 훨씬 잘 살게 됐는데, 일본이 타다가 버린 배를 타는 나라가 됐어요. 중국도 선박 제한 연령이 28년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중국이 타다 버린 배를 타는 나라가 되게 생겼어요. 더욱 더 가슴 아픈 것은 단원고 학생들은 배를 탄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 의해 배에 태워져 수장된 것입니다.” 고등학생들이 배에 태워지다니요. 어떤 의미인가요. “단원고는 선박여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로 ‘저렴한 비용’을 댔습니다. 뱃삯이 비행기삯보다 싸고 숙박비도 하루치를 아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납득이 안 됐어요. 저가항공이 널려 있고 대규모 인원이라 숙박비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거든요. 제가 알아보니 세월호 비용이 절대 싸지가 않아요. 학생들도 총 33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을 겁니다. 왜 그랬을까란 의문이 들어 다른 고려사항이 없었는지를 뒤졌고, 그러다 공문을 손에 넣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2011년 부산해양항만청과 제주해양관리단이 ‘페리 산업이 어려우니 수학여행을 보내 달라’고 교육당국 등에 협조공문을 보낸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월호 운임이 편도 7만1000원으로 저가항공과 비교하면 결코 싸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수학여행 비용 일부가 페리 산업의 생존에 보태진 것이고 국가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동원해 업계의 이익을 보장해준 셈이죠. 집권 후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에서 선박업계의 ‘수익성 보장’은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을지 모릅니다. 돈을 벌어 교육에 쓴다는 상식이 아닌, 교육을 돈 버는 데 쓴다는 비상식의 상징인 사건입니다. 학생들에게 페리 수학여행을 독려한 데는 교육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을 벌주기는커녕 부총리로 격상시킨다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제기했던데요. “배와 비행기의 문제에서도 양극화가 확인되더군요.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9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행기와 연안 선박의 ‘안전’을 비교해보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양극화’의 또 다른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배경뿐 아니라 참사 이후로도 ‘양극화’는 계속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제기된 의문 중 하나가 ‘서울 강남 고등학교 학생들이 피해자였다면 구조작업이 이렇게 엉망으로 진행됐을까’입니다. 괜한 억측이 아닙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수학여행 실태를 좀 들여다보니 서울 강남지역의 학교들은 비행기를 이용하더라구요. 또 강남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재난이 2011년 우면산 산사태였습니다. 당시 인근 호텔이 피해자들에게 빵을 무료로 주고 방도 최저가로 제공해줬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떤가요. 체육관에서 난민처럼 지냈습니다. 팽목항에서 유가족들이 수용됐던 진도체육관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국립 남도국악원이 있어요. 숙박시설이 갖춰진 이 곳에 누가 묵었나요? 현지 파견된 공무원, 경찰, 일부 기자들이 묵었습니다. 이게 양극화의 단면이 아닌가요.” 세월호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벌써 인천~제주 간 항로가 폐쇄돼 물류난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우리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가장 슬프게 만난’ 사건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무슨 생각으로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국가개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는 그 첫 단추로 ‘연안여객의 완전공영제’를 제안합니다. 스코틀랜드, 캐나다 등이 ‘안전’을 위해 연안여객 공영제를 도입한 나라들이죠. 연안여객 산업규모를 보니까 선박회사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1조원, 부채를 제하면 4000억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현재 운항이 중단된 세월호 노선인 인천에서 제주만 시범적으로 운행한다고 하면, 연간 50억원 정도면 됩니다. 이 노선은 청해진이 독점적으로 운항하던 것입니다. 여긴 현재 운항하고 있는 회사가 없으니, 관련된 4개 지자체(서울, 경기, 인천, 제주)가 같이 운항하면 어떨까요. 여기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하면, 적어도 배의 ‘안전’ 문제는 개선될 것 같습니다.” 여객선의 ‘공영제’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영화’ 문제와 정확히 반대로 가자는 주장인데요. “세월호 참사는 민간의 실패를 보여줍니다. 선박과 관련해 정부가 관리하던 영역을 민간으로 떠넘길 경우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는지, ‘재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해 만들어진 구조가 어떻게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지 보여준 셈이죠.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문제는 매우 장기적 과제입니다. 그 시작은 ‘내릴 수 없는 배’에 태워진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배를 정박하고 내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이제 다시 우리 아이들을 배에 태워도 좋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정부, 선박업계, 심지어 교육기관까지 배에 관련한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유병언씨는 사망했지만 그 자녀들로부터 환수한 돈으로 유가족 보상이나 연안여객 공영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건 배의 안전이나 선박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입니다. 섬에서 사는 분들이나 어떤 이유건 반드시 배를 타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도 안전하게 배를 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내릴 수 없는 배에 탔다는 이 불안감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저는 유병언씨 자녀들을 공개 수배한 포스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정도 돈을 유용했다고 전단지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 재벌 2·3세들은 모두 벽보에 사진이 도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카뮈의 로 시작되는 이 책은 우리 선박업만이 아니라 재난 자본주의와 관련된 사안들을 의미있으면서도 쉽게 풀이했다. 그런데 정작 우 박사의 다른 책들에 비해 잘 안 팔린단다. 말로는 “세월호, 절대 안 잊겠다”를 강조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게 아닐까. 외면하다가 더 큰 상처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말이다.
- 유인경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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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의 힘으로 함께 더불어 ‘우석훈 박사의 행복 경제론’
- 2013. 06. 04 18:20 화제
-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질문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4천 달러를 넘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분배의 문제를 떠나서, 확실한 것은 그 시절보다 지금이 5배 행복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더 불행해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로 절망의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위안을 주었던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에게 물었다. 왜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하는가? 고양이와 아이, 두 배의 행복 봄날의 공원은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도 숨 쉴 곳이 있구나, 하는 안도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우석훈 박사가 피크닉이라도 온 듯 잔디밭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인터뷰 촬영 때문에 포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학 박사라면 정갈한 슈트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근사한 사무실의 마호가니 책상에 걸터앉아야 어울릴 것 같지만, 그는 달랐다. 신사복에 운동화를 신은 것도 그랬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선택한 언어들은 격의 없이 자유로웠다. “요즘은 고양이를 돌보며 살아요. 내가 돌본다고는 하지만 녀석들이 나를 돌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덕분에 행복하니까요.” 얼마 전 그는 「아날로그 사랑법」(상상너머)이라는 책을 냈다. 그 속에는 그동안 돌봐온 ‘길냥이’들과의 삶이 담겨 있었다. 또 결혼 9년 만에 지난해 얻은 아들의 보송보송한 사진도 실려 있다. 마당 고양이들을 호령하는 동거묘 ‘야옹구’와 제법 몸놀림이 자유로워진 아들. 이 두 ‘운명적 존재’가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행복은 배가됐다. 행복하다면서도 주변 걱정을 했다. 다들 죽겠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자신만 행복하니 미안하단다.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아이 덕분에 행복해졌어요. 하는 짓 보면 쥐어뜯고 환호하고(웃음). 사실 저는 20대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왜 사는지 몰랐고 30대 초반에는 약간 우울증도 있었어요. 사람들 만나는 걸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그때가 공식적으로는 커리어가 가장 화려했을 때였는데 말이에요. 국무총리실에 있을 때가 클라이맥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흔 넘어서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사니까 정말 편하더라고요. 아, 원래 사는 것이 이렇구나.” 잘나가는 젊은 학자이자 능력 있는 연구원 시절이었다. 돈도 적잖이 벌어서 젊은 나이에 내집 마련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는 ‘왜 사는지, 공부는 왜 했는지’라는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힘든 30대 초반을 지나온 뒤 조직을 나왔고 결혼을 하게 됐다. “행복에 대해서는 덜 먹고 덜 쓴다고 생각하고 나서는 무지 편해졌어요. 물질적인 욕구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1백억쯤 가진 사람들, 이른바 ‘슈퍼리치’라는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고요. 그냥 마음속으로 뭔가 편한 것이 없을까, 하고 찾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인간은 누군가를 돌봐야 행복을 느끼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행복을 위해서는 대가 없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는 그것이 ‘돌봄’이라고 했다.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말이다. “사랑을 하면 자꾸 소유하고 싶어져요. 혹은 이미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죠. 고양이들은 잘 죽어요. 아니면 길을 잃거나 집을 나가곤 해요. 그럼 되게 속상한데, 실은 속상할 필요가 없는 일이거든요. 걔는 그냥 자신의 삶을 산 거고 나는 그냥 돌봐주었을 뿐이지요. 고양이 밥 주고 똥 치워주는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힘든 일이지만 전 그거 하면서 재밌었거든요.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사실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행복은 제 발로 온다 요즘처럼 내 맘 같지 않은 시절도 그는 고양이를 돌봄으로써 잘 넘길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미칠지도 모를 정도’였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돌봄은 서로에게 행복을 나누어준다. “흔히들 돈은 돈을 좇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하죠. 돈이 가는 거지. 길게 보면 그 말이 대충 맞는 듯해요. 행복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행복해지지 않더라고요. 행복 또한 그냥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파랑새와 같은 속성이거든요. 열심히 찾아다녀봐야 집에 있는 건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돈을 좇는다고 돈이 오지 않는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경제학자의 입으로 들으니 묘한 느낌이었다. 좀 힘도 빠진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그래도 돈이 따라올까. “가난하면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거든요.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세 끼 먹을 걱정이 없는 거면 그날은 편안한 거 아니에요? (현실에서도) 평생 세 끼 먹을 걱정 없이 살다 가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질적으로는 그 이상을 바랄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성공을 위해 오늘 하루도 힘겹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마냥 동조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예전과는 달리 취직도 어렵고 사업을 해도 경제적 안정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패러다임을 바꿔야지요.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롭게 해주고, 좀 더 허용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람이 가장 창조적으로 되는 상태가 되겠지요. 창조라는 것이 노는 사람한테만 허용된 특권인 거 같더라고요. ‘9 to 5’ 하는 사람에게서 창조가 나오기란 굉장히 어렵죠. 창조적인 순간은 몇 초일 거 아니에요. 또 그 몇 초는 함수화되지 않을 거고요. 노는 사람들한테만 창조가 허락된 거다, 라고 생각하면 미래가 참 더러운 거예요. 계속 노는 사람들이 돈은 더 벌게 돼 있거든요.” 요즘 회자되는 창조경제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화이트칼라가 더 오래갈 거라고 했다. 블루칼라가 하는 일은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할 거라고. 그런데 이제는 화이트칼라가 하는 일도 상당 부분 전산화돼버렸다. 결국 산업이든, 예술이든 사람이 하는 창조의 영역이 남게 됐고, 그쪽으로 경제의 흐름이 옮아가는 당연한 결과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유, 게으름, 여유, 돌봄 이런 것들. 다시 말하자면 2000년대에는 배부른 사람들의 가치였던 것이 최고의 가치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놀 수만은 없는 현실이 아닌가. 당장 오늘이 행복해야 행복한 것인데 말이다. 배고픈 놈은 먹고, 있는 놈은 내고 “욕심을 줄여야지요. 제가 한창 돈 잘 벌 때는 스피커를 사느라 돈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하나도 안 샀거든요. 그런데 별로 불행해진 거 같지 않아요. 이사를 하고는 앰프에 손도 못 댔어요. 손봐둘 것도 많고, 몇 개 사야 할 것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곧 망가뜨릴 건데 그걸 살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요즘은 음악도 안 듣고 살거든요. 이제는 돈 생기면 아이 유모차에 씌울 거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지요(웃음).”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 그저 버려도 될 욕심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의 경제관념은 어떨까. “살다 보면 같이 밥을 먹거나 할 때 돈을 써야 하잖아요. 그걸 꼭 n분의 1을 해야 하느냐, 연장자가 내야 하느냐 하는데, 배고픈 사람이 먹고 있는 놈이 내면 돼요. 예전에 현대차 CEO였던 분이 했던 얘기인데,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주는 사람은 교만하지 말고, 받는 사람은 비굴하지 말라는 그 말이 좋더라고요.” 경제원칙은 50% 정도, 비경제적 원칙이나 비경제적 동기가 50% 정도인 나라가 선진국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원칙이 90~95%라 안타깝다고 했다. 즉, 모든 게 돈으로 설명이 된다는 얘기다. “지금 같은 사회는 강자도 불행하고, 약자도 불행해요. 1백억원을 가진 사람을 몇 아는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지긋해지니 아마도 유산 때문이겠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며느리들이 무척이나 살갑게 잘하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런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행복하지 않은 거죠. 돈이라는 게 움직여서 사람의 행위를 결정하면 행복하기 참 어려워요.” 돈 때문에 결정된 인간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눈을 의식한 행동 역시 행복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명품에 열광하는 우리 젊은이들을 걱정했다. IMF 사태를 겪은 이후 우리의 삶의 기본 덕목이 돼버린 재테크. 최근에는 어린이 경제교육 열풍도 뜨겁다. 말이 경제교육이지, 돈 잘 벌고 잘 모으는 요령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현실적이다. “미친 짓이죠. 어린이에게는 많은 정보량이 중요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동물도 직접 만져보고 해야죠. 그런데 그 시간에 경제교육을 하면 기회비용으로 봐도 아깝지 않나요? 어른이 되면 30분 만에 알 수 있는 건데, 그걸 여덟 살짜리 아이가 이해를 하려면…, 아니 당연히 이해를 못하죠. 그 시간에 마징가, 로봇 태권브이와 건담을 아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어요. 그건 우주에 대한 꿈이고 지구에 대한 사랑이잖아요. 전 절대로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지 않을 겁니다.” 이해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고 꿈이다. 그럼에도 아이들 경제교육에 민감한 이유 중의 하나는 엄마 스스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행복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주부가 행복해지는 법을 물었다. “남편이 한 축으로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주부 혼자 행복해질 수 없겠더라고요. 남편이 조금이라도 가사에 참여하고, 늦게 들어오더라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하고 얘기를 해야 하고요. 자신도 힘들게 일했겠지만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에게 남편이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말에 한 끼 정도는 부부가 함께 만들기를 조언했다. 이를 위해 주중에 상의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순간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장식품이 돼버린다고 했다. 맞벌이든 아니든 부부 사이에 공통의 언어, 공통의 이해를 만들지 못하면 뭘 하든 불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부간의 이해가 부족하니, 엄마들이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해서 ‘헬리콥터 맘’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내는 조금 비싸더라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은데 남편은 삼겹살이나 먹자고 하고…. 그런 부분이 맞춰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노력해야 하거든요. 남편 스스로 조금씩 여성화되는 걸 감당하고 노력할 때 집안이 평온할 거예요.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없는 건 알겠어요. 그렇다고 대화까지 안 할 필요는 없잖아요. 평소 대화가 없으니 다들 거실에서 잘 놀고 있다가도 아빠가 집에 오는 소리만 들리면 황급히 TV를 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지요. 남자들이 더 노력해야 해요.” 결국은 소통의 문제다. 행복한 주부, 또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하고, 그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공통의 언어와 이해를 위해 남편 그리고 아빠가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주문했다. 모처럼 그로 하여금 양복을 갖춰 입게 만든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무 계획 없어요. 쓰기로 한 책이 몇 권 있어서 일단 책은 쓰려고 하고요. 영화를 더 할지, 아니면 조금 편하게 별거 안 하고 있을지는 아직…. 요즘은 루틴하게 살아요. 아침에 눈뜨면 평일에는 아침 방송 하고, 주말에는 놀아야지!(웃음) 꼬질꼬질하게 보내려고요.”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여성심리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한편, ‘행복연구소 해피언스’를 통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임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행복 찾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행복 멘토’라 불리고 있다. 2008년 1월호부터 3년간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을 통해 서른여섯 명의 긍정 아이콘을 만나 그들이 가진 긍정의 힘과 행복 노하우를 독자들과 공유해왔다. 저서로는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심리학 초콜릿」, 「스타트 신드롬」, 「애티튜드」가 있다. 트위터 @happy_mentor 우석훈 박사는…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이른바 출세 가도를 달렸다. 대기업 산하 연구원, 국무총리실,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의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던 해로 꼽는 2005년부터 자칭 C급 경제학자로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시대의 산물이 된 「88만원 세대」를 비롯해 스무 권이 훨씬 넘는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정치의 뜨거운 현장에 섰으며, 방송을 하고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요즘은 SBS CNBC ‘집중분석 takE’에 출연 중이다. <■기획&진행 / 장회정 기자 ■글 / 김진세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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