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145 건 검색)
- [2024 올해의 책] 노벨문학상·텍스트힙 삼킨 계엄···책에서 희망과 위안을 찾았다
- 2024. 12. 27 09:12문화
- 올해 한국 사회는 최고의 시간과 최악의 시간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정점에 올랐던 자긍심은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한순간에 바닥까지 추락했다. 출판계도...
- [책과 삶] 통제할 수 없어 두려운 미래…‘생존 배낭’ 꾸리며 위안
- 2024. 12. 12 20:10문화
-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마크 오코널 지음 |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 336쪽 | 2만2000원 아일랜드 출신 기자 마크 오코널은 종말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녹아내리는 빙산, 뱃가죽이 달라붙은 북극곰...
- 책과 삶
- ‘위안부 전시 반대’ 오사카부 지사, 일본 제2야당 새 대표로
- 2024. 12. 01 21:22국제
- ... 자매결연 파기를 통지했다. 오사카부 지사 시절인 2021년 6월에는 오사카부립 전시시설이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하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
- 요시무라 히로후미일본유신회
- 대만 원주민·미군 위안부 이야기···VR로 체험하는 ‘타인의 세계’
- 2024. 11. 14 18:22문화
- ...,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한국과 캐나다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김진아의 ‘미군 위안부 3부작’을 볼 수 있다. 1992년 벌어진 ‘윤금이 피살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동두천’(2017),...
- VR권하윤김진아미군위안부국립현대미술관
스포츠경향(총 531 건 검색)
- ‘프리미어12 우승’ 대만 야구팀, 지폐 모델 된다···총통 “500위안 지폐에 넣을 것”
- 2025. 01. 02 15:49 야구
- 2024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대만 야구대표팀. 로이터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뤄낸 대만 야구 대표팀의 주가가 뜨겁다. 연봉보다 많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데 이어 대만의 지폐 모델이 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대만 매체 ‘포커스타이완’은 1일 “라이칭더 총통이 12월31일 타이베이 대만 박물관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대만 대표팀 공적 소개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 우승한 야구 대표팀을 500위안 지폐에 넣는 것을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야구의 역사적인 세계 제패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번 프리미어12 야구 대표팀을 지폐 모델로 쓰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 500위안 지폐에는 1998년 대만 전국 초등학교 야구 대회에서 우승했던 난왕초등학교 야구부의 우승 모습이 들어가 있다. 대만이 이번 프리미어12 우승을 달성한 이후 야구팬들이 지폐 모델 교체를 요구한 끝에 정부가 수용했다. 초등학교 야구부가 모델로 들어간 대만 500위안 지폐. 대만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을 4-0으로 꺾고 우승을 달성했다. 대만 야구대표팀이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이변을 연출한 대만 선수단은 자국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았다. 대표팀은 우승 후 F16 전투기 4대의 호위 속에 귀국했고, 타이베이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친 뒤 총통부 청사에서 열리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격려를 받았다. 대만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11월26일 프리미어12 우승 후 입국해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 엄청난 상금도 받았다. 대만 선수들은 정부로부터 수여된 포상금 700만 위안(약 3억원)과 우승 상금 배분 외에도 아시아야구연맹(BFA) 이사장이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부회장을 겸하는 중신 브라더스 구단주 쿠중량의 보너스, 지방자치단체와 소속 구단들의 상금까지 더해져 1000만 위안(약 4억 4600만원) 이상을 수확했다. 대만프로야구에서는 월급 50만 위안(약 2238만원)이 일류 선수의 기준으로 여겨지는데, 선수들은 연봉을 넘어서는 보너스를 받은 것이다. 대만 야구대표팀은 국제대회 우승으로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됐다.
- 김명훈, 판팅위 꺾고 농심신라면배 ‘파죽의 3연승’···다음 상대는 쉬자위안
- 2024. 11. 30 23:25 스포츠종합
- 김명훈 9단. 한국기원 제공 김명훈 9단이 농심신라면배에서 생애 처음 3연승에 성공했다. 김명훈은 30일 부산 호텔농심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5~9국) 첫 경기인 5국에서 중국의 강호 판팅위 9단을 맞아 208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김명훈은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한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국의 두 번째 주자인 김명훈은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열린 대회 1차전에서 중국의 커제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을 차례로 제압했다. 당시 3국에서 커제에게 종반까지 뒤지다 행운의 시간승을 거둔 김명훈은 4국에서는 이야마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이어 이날 재개된 5국에서도 김명훈은 판팅위를 상대로 중반 이후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 초반 포석에서 실리를 챙긴 판팅위를 상대로 두터운 세력을 구축한 뒤 중반 전투에서 상중앙의 흑 대마를 몰아쳐 순식간에 승기를 잡았다. 대국 후 판팅위 9단 및 한국 기사, 중국 기사들과 복기하고 있는 김명훈 9단. 한국기원 제공 18회와 20회 농심배에서 각각 7연승을 달려 중국을 대표하는 ‘농심배의 강자’인 판팅위는 패색이 짙어지자 막판 버팀 수를 연발했지만, 김명훈이 정확한 수읽기로 빈틈을 보이지 않자 돌을 던졌다. 이날 승리로 김명훈은 판팅위와 상대 전적에서도 4승1패로 크게 앞섰다. 김명훈이 3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은 이번 농심배에서 중국과 일본에 한 발 앞서게 됐다. 한국은 김명훈을 포함해 신진서·박정환·신민준 9단 등 4명이 살아남았다. 중국은 딩하오·셰얼하오·리쉬안하오 9단 등 3명, 일본도 이치리키 료·시바노 도라마루·쉬자위안 9단 등 3명만 남았다. 21회부터 24회 농심배까지 신진서의 ‘원맨쇼’에 힘입어 대회 4연패를 이룩한 한국은 이제 5연패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상승세를 탄 김명훈은 다음 상대는 일본의 쉬자위안이다. 상대 전적은 한 차례 맞붙어 김명훈이 졌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5명씩 출전해 이긴 선수는 계속 두고 패한 선수는 탈락하는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농심신라면배는 국가대항전이다. 우승 상금은 5억원이며 3연승 한 선수에게는 1000만원의 연승 상금을 주고 이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씩 추가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다. 판팅위 9단을 꺾은 후 인터뷰하고 있는 김명훈 9단. 한국기원 제공
- “롤러코스터 시즌 아쉬움…170이닝 넘긴 건 위안거리”
- 2024. 11. 19 00:36 야구
- 부진 떨치고 앞당겨 시즌준비 나선 롯데 박세웅 롯데 박세웅 | 롯데 자이언츠 제공 美 프로그램 참가 위해 일찌감치 몸만드는중 목표는 여전히 3점대 평자 승수는 그 뒤에 따라올 것 롯데 박세웅(29)은 올해 비시즌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1일 정규시즌이 끝난 후 박세웅은 예년보다도 조금 더 빨리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박세웅은 전화 통화에서 “올해는 운동을 일찍 시작했다. 12월 초에 드라이브 라인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청을 해놓고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몸을 일찍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밟았지만 이번에는 색다른 시도를 하는 이유가 있다. 박세웅은 올시즌 30경기에서 6승11패 평균자책 4.78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성적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4월18일 LG전부터 5월1일 키움전까지는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 싶더니 다시 들쑥날쑥한 피칭이 이어졌고 8월 중순까지 이같은 양상이 반복됐다. 다행히 8월 말부터는 제 피칭을 되찾아 9월 5경기에서는 32.1이닝 12실점(10자책) 평균자책 2.78을 기록하는 등 제 모습을 찾았지만 막상 그 때에는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좀처럼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당시를 돌이켜본 박세웅은 “매번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많고, 잘 하고 싶었다. 내가 못 던졌던 경기도 많고 타이밍적으로도 승을 쌓을 수 있는 경기가 있었는데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라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이 안 좋았다. 2년 전, 지난해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다”라고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박세웅이 그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국제 대회에 나서는 등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에 피로가 쌓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박세웅은 “그런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핑계를 대기보다는 좀 더 단단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힘든 시즌이었지만 박세웅은 나름대로 소득을 찾았다. 그는 “시즌 후반부 들어서 좋은 모습이 나왔고 이닝을 많이 던졌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올시즌을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이닝이다”라고 밝혔다. 박세웅이 올해 소화한 이닝은 173.1이닝이다. 박세웅이 170이닝을 넘긴 건 2017년 이후 두번째다. 2017년은 박세웅이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해다. 그 해 박세웅은 28경기에서 171.1이닝을 소화하며 12승6패 평균자책 3.68을 기록했다. 준비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바라보는 목표는 같다. 박세웅은 “매년 목표는 같았다. 3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내년 시즌에는 잘 준비해서 3점대 평균자책은 물론 170이닝도 던질 것이다. 승수는 그 뒤에 따라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이문세 “조용필, 은퇴 공연 안 하길··· 후배들에게 위안과 용기”
- 2024. 11. 13 14:58 연예
- 가수 이문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정규 17집 발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이문세가 17번 째 앨범을 내는 소감을 전했다. 이문세는 13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 코리아에서 진행된 정규 17집 제작발표회에서 “마이크 잡고 대중 앞에서 노래한지 40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 힘든 시간도 있었고 무릉도원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40년 동안 외면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대중을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트렌드한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이문세가 던지고 싶은 음악에 공감해주면 고맙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16집까지 했을 때 회자되는 음반이 몇 장 뿐이다. 히트곡이 몰려있거나 사랑받은 음반도 있지만, 점수를 낮게 받은 음반도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면 반응이 없으니 그만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마이크를 잡고 박수를 받았던 것은, 음반 뿐만이 아니라 공연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음악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활동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또 최근 정규 20집을 발매한 조용필에 대한 언급에 “그분들이 앞장서서 가시니까 저도 뒷짐지고 여유있게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조용필 형님은 은퇴 공연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 무대에 선 모습이 가장 아름다고 존경스럽다. 쓸쓸한 은퇴 공연은 안 하셨으면 한다. 언젠가 못하게 될 수 있겠지만, 그럴지언정 스스로 ‘마지막이야’ 하는 걸 남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묵묵히 쫓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위안과 용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세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정규 17집을 작업하면서, 그 수록곡을 차례대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웜 이즈 베터 댄 핫(Warm is better than hot)’을 선공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6시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와 ‘마이 블루스’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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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화, ‘페트로 달러’에 도전하다(2023. 06. 02 11:29)
- 2023. 06. 02 11:29 국제
- ㆍ중국·사우디, ‘페트로 위안’ 추진…미·중 ‘쩐의 전쟁’ 본격화 지난해 12월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를 찾는 국가가 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맞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탈(脫)달러’ 행렬을 주도한다. 중동과 남미 국가들도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높아지는 위안화 위상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안화가 과연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부상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온 건 맞지만, 당장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흔들 만큼의 위세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중동을 파고든 중국 지난해 12월 7~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일 걸프지역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석유와 가스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한 ‘위안화의 국제화’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왔다. 시 주석은 위안화 결제 외에 중동지역 안보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6개국) 국가들이 자체 안보를 유지하는 데 계속해서 굳게 지지하며, 걸프 지역을 위한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중국과 관계에서 역사적인 새 시기”라고 화답했다. 국제사회는 ‘페트로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이는 1974년부터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져주고,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오직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에 원유를 판 중동 산유국들은 거둬들인 달러를 미 국채와 금융시장 등에 다시 투자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 리사이클링’을 구축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졌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가장 큰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과 GCC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 대해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중국이 결실을 눈앞에 뒀다. ‘페트로 달러’ 체제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자 페트로 달러의 중심에 섰던 사우디가 미국과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중국과 손잡은 배경도 주목된다.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사우디의 행보는 미국이 2010년대 셰일가스 생산으로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은 더 이상 사우디 원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고, 양국은 협력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바뀌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 철군한 것 역시 사우디의 탈미국 행보를 부추겼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미국 정부는 암살의 배후로 빈 살만을 지목했고, 인권을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우디 왕정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로 인해 국내적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에 증산 요구를 했을 때도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주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달러 패권’에 맞서는 국가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위안화를 비롯한 비달러화 결제를 주도하고 있다. 일부 중동 산유국들은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국제 은행들의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된 이후 미국에 보유 중인 자국의 달러 자산이 묶여 있는 상태다. 또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석유 등 에너지 대금의 달러 결제 채널도 원천 봉쇄됐다. 중국과 러시아 교역 규모는 크게 늘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서방세계 제재를 우회한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를 들여왔다. 러시아 타스 통신 보도(5월 10일)에 따르면 올 1~4월 러·중 교역 규모는 731억4000만달러(약 96조8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했다. 위안화 결제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월 11일 보도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을 인용, 지난해 러시아의 수입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의 4%에서 23%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2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연방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간의 합의를 통해 중국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며 반미 결속과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달러 패권 대응을 천명했다. 러시아의 값싼 원유를 필요로 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도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를 하고 있거나 사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에서도 위안화 등 비(非)달러화의 결제 비중이 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3월 중국과의 무역·금융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 또는 자국 통화인 헤알화를 쓰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도 중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한 남미 12개국 정상들은 5월 30일 브라질리아 이타마라치 궁전에 모여 달러 대신 지역 공통 화폐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해양석유(CNOOC)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계약도 위안화로 했다. 중국의 대외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달러를 앞서기까지 했다. 4월 26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대외거래에서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48.4%인 반면 달러화 비중은 2월 48.6%에서 3월 46.7%로 줄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근까지의 ‘탈달러’ 흐름은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비달러화 결제가 절실한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탈달러 흐름이 있었지만, 국제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 논의와 남미 국가들의 비달러화 결제 등이 겹치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세계경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지폐 / 경향신문 자료사진 페트로 위안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남미 등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위안화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외신 등에선 사우디와 이집트가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리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페트로 위안’ 가능할까 하지만 페트로 달러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대체하기엔 위안화의 위상이 아직까진 미미하다는 의미다. 기축통화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상 적자를 감수하면서 위안화를 세계 각국에 퍼뜨려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서 무역 흑자국인 중국이 이런 조건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달러는 2022년 약 6조6000억달러(약 875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사용된 달러화와 유로화의 비중은 각각 39.5%와 35.8%를 차지한 데 반해 위안화는 2.5%에 그쳤다. 자본시장의 신뢰 역시 기축통화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자본통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에서 벌어진 틈을 중국의 위안화가 메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을 비롯한 외신 등에서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를 점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기축통화 조건 등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위안화의 위세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 만큼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에서의 시 주석 발언도 선언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달러 패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위안화의 부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오정석 위원은 “국제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데, 여기에 위안화 등 비달러화 결제가 늘면 (위안화 환율 변동 등으로) 국제유가 시장에 또 다른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다. 만약 페트로 위안으로 거래가 된다고 가정했을 땐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선 수급이나 가격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원유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대체 연료를 개발하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만화로 본 세상]풀-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삶(2022. 02. 04 15:48)
- 2022. 02. 04 15:48 문화/과학
- 2017년 8월 14일 나온 김금숙의 <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년 미국에서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부르는 ‘하비상(최고의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하는 등 나라 바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이 호평받은 이유는 만화미학적 완성도와 함께 폭력과 피해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크다. 가령 작가는 이옥선이 ‘위안소’에서 겪은 첫 강간을 3쪽에 걸친 18칸의 어둠으로 채운다. 피해자가 당한 낱낱의 행위보다 피해자의 마음으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시도다. 김금숙 작가의 표지 / 보리 또한 ‘일본군에 의한 인권유린’으로만 피해자의 삶을 서사화하는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위안소’ 전과 후의 이옥선의 삶에 드리운 층층의 구조적 폭력을 섬세히 짚어낸다. 이옥선은 식민지 조선에서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났다. 감당할 설움이 많고 복잡했다. 조선인이라서만은 아니었다. 가난해서, 여자라서 울었다. 피해자들에게 ‘고향’은 그저 그립고 아름답기만 한 공간이 아니었다. 일제가 패망하고도 이옥선은 오랫동안 중국에 남아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조국은 성폭력을 겪은 여성을 위로하기보다 부끄러워했다. 간신히 한국에 돌아온 이옥선의 가슴에 새로운 상처를 새겼다. 자신을 자꾸만 주저앉히는 세상에서 이옥선은 삶의 강한 의지로 일어섰다. <풀>은 그렇게 일어나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이옥선을 상징한다. 여성폭력의 피해자를 ‘꺾인 꽃’으로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외침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김금숙이 ‘나눔의집’에서 이옥선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나눔의집’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거주시설이다. 이옥선을 포함해 현재 4명의 피해자가 있는 이곳이 2020년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직원들의 공익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후원금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쓰지 않고 피해자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공익제보 후 실시한 민관합동조사에 따르면, 88억여원의 후원금 중 피해자에게 직접 쓴 건 2억원 남짓이었다. 공익제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기울어질 정도로 낡은 침대를 그대로 쓰게 하거나 씹지 못해 부드러운 음식을 드셔야 하는 분들께 일반식을 제공할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충분히 좋지 못했다고 한다. 소중한 역사적 기록인 피해자들의 물품도 함부로 방치하거나 훼손했다. 시설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시민단체들은 나눔의집의 후원금 유용과 허술한 운영 배경에는 이곳을 규모가 더 큰 노인요양시설로 확장하려는 법인의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나눔의집’ 문제는 현재 답보상태다. 세간의 관심이 식으면서 법인은 툭하면 소송을 걸어대는 방식으로 제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제보자들이 더 괴로운 건 할머니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 뿐더러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제보자들은 문제를 드러내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것이 패착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사회는 ‘항일’이나 ‘반일’의 관점과 태도로 ‘위안부’ 문제를 대했지, 피해자의 ‘삶’을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공익제보자 중 한명인 학예사 김대월이 나눔의집에 들어와 연 첫 전시의 제목이 <할머니의 내일>이다. 피해자든 운동가든, 한사람의 단면만 보려 하지 말고 두터운 삶을 가진 한 존재로 오롯이 봐달라는 뜻으로 그는 할머니 한사람 한사람의 일상을 소중히 기록해 전시했다. 그러한 시선이 필요할 때다.
- 만화로 본 세상
- [장르물 전성시대]위안위안의 비눗방울(2021. 07. 12 15:15)
- 2021. 07. 12 15:15 문화/과학
- ㆍ기후조절은 양날의 칼이다 불의 발명 이래 인간은 늘 자연에 대한 통제를 꿈꿔왔다. 이러한 욕심의 끝판왕은 기후·기상조건의 인위적 조절이다. ‘비행기 인공강우’의 역사는 미국기업 GE 소속 빈센트 쉐퍼 박사의 1946년 실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사상 최대의 인공강우는 2007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시도됐다. 구름과 만나 비를 만들어낼 일종의 씨앗(먼지검댕이)들을 잔뜩 실은 로켓을 무려 2181발이나 발사한 끝에 약 8억t의 비가 쏟아졌다. 경기도 전역에 50㎜의 비가 내린 꼴이다. 국토가 넓어 가뭄에 시달리는 곳이 많은 중국에서 인공강우 연구는 반세기가 넘었는데, 류츠신의 단편 ‘위안위안의 비눗방울’은 이러한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류츠신 지음) / 에브리북 이 짧은 소설은 어려서부터 성인이 돼서까지 비눗방울 놀이에 집착하는 딸과 중국 내륙 서북부에 건설된 계획도시가 만성 물 부족으로 유령도시가 될 위기를 막고자 백방으로 애쓰는 아빠의 삶을 대비시킨다. 이공계 박사 출신에다 첨단벤처기업 CEO가 돼 돈방석에 오른 딸이 이루려는 꿈은 아빠 눈에 이기적인 현실도피 오락 같기만 하다. 초강력 계면활성제 덕분에 빌딩군을 품을 만큼 덩치를 키워도 좀처럼 터지지 않는 초거대 비눗방울을 개발하겠다니! 하나 운 좋은 오비이락이랄까. 애초 이 비눗방울은 딸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뜻밖에도 아빠가 평생 염원해온 소망을 이뤄준다. 남중국해 해변과 공중에 설치된 수많은 대형 하늘그물에서 거대 비눗방울들이 쏟아져 나와 길이 약 2000㎞의 대열을 이루며 기류를 타고 중국 서북부로 향한다. 바닷가의 습기를 가득 채운 지름 수㎞의 비눗방울 수억개는 성층권까지 떠올라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 이 특수한 비눗방울들은 점성과 연성이 남달라 아무리 커도 잘 터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증발하다(막의 두께가 얇아지다) 목적지에서 수명을 다한다. 그 결과 아빠가 구하려던 도시 상공에 시원한 빗발을 뿌린다. 과학소설이 주목하는 관심 분야 중 하나인 환경생태학은 과학기술이 양날의 칼이란 사실 또한 잊지 않는다. 딸이 만들어낸 거대 비눗방울 시제품은 도시에 떨어졌다가 도무지 터지질 않아 그 안에 갇힌 주민들을 위기로 내몬다. 외부공기 차단으로 질식은 물론이고 햇빛에 달아오른 온도를 외부로 방출할 수 없어 내부 기온이 섭씨 60도까지 오를 기세니까. 이와 대조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개량한 결과, 거대 비눗방울은 무인도시가 될 뻔했던 신도시를 비옥한 낙원으로 바꿔놓는다. 환경친화적인 것 같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의 해법은 설사 훗날 그런 기술이 가능해진다 해도 만능은 아닐 듯하다. 중국 특정지역의 가뭄 해갈에는 좋겠으나 대량의 수분을 남중국해에서 억지로 빼낸다면 원래 그곳의 생태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현지 주민들과 해양생태계는 어찌 될까? SF작가라고 다 류츠신처럼 환경개조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지는 않는다. 만일 중국의 대국중심주의(혹은 중화주의)가 혹여 생태계에까지 개입하는 날이 온다면 이것이 또 다른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 장르물 전성시대
- ‘위안부 2차 판결’ 무엇을 배울 것인가(2021. 04. 30 11:28)
- 2021. 04. 30 11:28 사회
- ㆍ‘국가면제 인정’ 소송 각하… 인권 영역에서 선도적 판결 아쉬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제문제다. 국내 법원이 일본을 피고로 재판을 해도 판결의 전제는 국제법이 된다. 이에 따라 국내 법원에서 승소해도 그 요건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못하면 실질적 해결은 될 수 없다. 일본을 판결에 승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크워크 소속 회원들이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2건이 3개월 간격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두 재판의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피해자들이 승소한 판결에는 ‘정의’라는 명예가 붙었다. 반면, 패소한 판결에는 ‘몰지각한 판결’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법원에서의 승패가 아니다. 승소해도 당장 피해자들이 일본에 청구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내 법원에서의 승패가 아닌 두 판결 중 어느 쪽이 더 국제법 요건에 부합하느냐이다. 이를 파악해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편의상 1·2차 소송으로 나뉜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나눔의집 할머니들이 중심이 된 1차 소송에 “피고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지난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동일한 피해 사안을 다룬 2차 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사안에 대한 상반된 판결 동일 사안에 대한 정반대의 판결은 ‘국가(주권)면제’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 국가면제란 주권국가의 행위는 타국의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가면제는 일본에 유리하고, 국가면제 예외는 피해자 측에 유리한 구조다. 1차 소송 재판부는 원고 일본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차 소송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국제법의 대세”라며 2차 소송 재판부를 비판한다. 하지만 다수의 국제법 학자들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여전히 국가면제의 인정”이라고 전제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가면제에 예외를 두자는 의견이 조금씩 제기된다”는 것이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에 따르면 소송이 제기된 국가 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라도 국가면제가 인정된다”며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해 부당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법의 취지는 국가 간 합의로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 있는 학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2차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선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경향을 불문하고 타국의 주권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된 원칙”이라며 “상업 행위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제한적 국가면제론’ 정도까지 나아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툴 것을 주장하는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 역시 “냉정히 말해 국가면제 예외를 대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판례 대부분 국가면제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2차 판결의 논리가 이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법의 이 같은 경향은 소송 과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예외를 밝힌 ‘유엔 국가면제협약’, ‘유럽 국가면제협약’을 논박하고 ‘ICJ 판결’을 국가면제의 근거로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엔 국가면제협약은 비준국의 수를 채우지 못해 정식 발효되지 못했고, 유럽 국가면제협약 가입국은 8개국 정도다. 유엔 국가면제협약의 비준국 수는 회원국 총 193개국 중 11.3%에 불과하다. 이를 유럽 국가면제협약 가입국과 합산해도 19.2% 정도다. 또 이탈리아와 독일이 ICJ에서 국가면제를 두고 맞붙은 결과 ICJ는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했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들 역시 ‘제한적 국가면제론’을 주장했다. 국제법의 대세가 ‘국가면제 예외’라면 굳이 ‘제한적 국가면제론’을 주장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 논리는 위안부 피해자를 모집하는 과정이 일본과 민간업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일종의 ‘상업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는 위안부 문제의 주체를 일본이 아닌 사적 행위로 보게 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를 맡은 이상희 변호사는 “국가면제는 주권행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법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다”며 “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면제를 벗어나기 위해 이용 가능한 모든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2차 소송을 통해 드러난 문제는 국가면제라는 제약만이 아니다. 각하 결정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 나온 이른바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제시했다. 합의가 존속하는 한 재판 외에도 권리구제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위안부’ 합의를 검토했다. 그 결과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정부가 흠결이 있다고 밝힌 합의는 지금도 명백히 존속 중이다. 외교부는 지난 4월 28일 기자의 문의에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는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대내외적 노력 이루어져야” 재판부는 해당 합의를 이유로 대한민국은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보호권은 피해자의 국적 국가가 가해국을 상대로 피해구제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흠결’이 있는 합의를 존속시킨 것이 법원이 ‘외교적 보호권’이 행사되고 있다고 본 근거가 됐다. 보호권 행사는 반드시 가해국과의 합의일 필요가 없다. ICJ 제소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선택한 대안은 없었다. 정부의 소극적 행보에 대해 2차 소송 재판부는 이렇게 지적했다. “대한민국 행정부가 위 합의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일관되지 아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대한민국이 위 합의를 파기하는 등의 이유로 합의가 효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피고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노력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2차 소송 판결이 법리에 어긋난 것으로 보기 어렵더라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백 교수는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해야 할 근거도 부족하지만 반대로 반드시 인정해야 할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언제까지 피해자들에게 국제법 때문에 안 된다고만 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은 각 국가의 법 시행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인권범죄와 같은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판례를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신 박사 역시 “국가면제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원고들의 재판청구권은 인정됐어야 했다”며 “2015년 합의가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 외에 다른 권리구제 수단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내적으로만 합의에 반대한다고 선언하지 말고 외교적으로도 일본을 압박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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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 <할매 이즈 백> 송혜교, 목소리로 위안부 할머니 응원 보낸다
- 2023. 02. 28 17:25 문화/생활
- 송혜교가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MBC 제공 배우 송혜교가 삼일절 오전 방송되는 MBC 3•1절 특집 다큐멘터리 <할매 이즈 백>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1991년 최초의 미투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세상에 나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10명.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11년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와 간판, 작품들을 후원하는 등 역사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과 지원을 보여온 송혜교가 관련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한다. MBC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이 오는 3월 1일 삼일절 아침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MBC 제공 송혜교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질 다큐멘터리 <할매 이즈 백>의 주인공은 올해 96세인 이용수 할머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제 100살이 가까워진 위안부 피해자다.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는 노래. 특히 가사가 자신의 인생 같다는 ‘여자의 일생’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10> 우승자인 조광일이 함께한다. 조광일은 이용수 할머니의 인생사를 듣고, 가사를 만들어 재능기부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에 조광일의 랩이 더해지면서 혼자만의 고통과 아픔을 슬퍼하는 노래가 아닌, 모두가 기억하고 위로하는 노래로 재탄생한다. MBC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삶과 다양한 기록, 문서를 통해 2차 대전 당시 위안소의 설치 배경 및 일본군의 성 착취를 증언한다. 더불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도 함께 생각해 본다. <할매 이즈 백>은 1일 수요일 오전 8시 50분 방송된다. 이어 3월 3일 금요일 저녁 8시 50분 앙코르 방송된다.
- 이효리가 만든, '위안부' 피해생존자 영화 '코코순이' 주제곡 공개
- 2022. 08. 11 10:17 문화/생활
- ‘코코순이’ 뮤직비디오 스틸 컷 가수 이효리가 참여한 영화 ‘코코순이’의 엔딩곡 ‘날 잊지 말아요’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영화 ‘코코순이’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미 전시정보국(OWI) 49번 심문보고서’가 주관적인 평가로 왜곡됐음을 고발하고, 직접 추적한 단서를 따라 사실에 근거해 기록한 르포 무비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심도 깊게 파헤쳐온 KBS 탐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팀과 제작팀이 참여하고 이석재 기자가 연출을 맡았다. 이효리는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이 작품에 힘을 더했다. 특히 따뜻한 목소리와 시적인 가사로 긴 여운을 선사한다. ‘하늘 바람과 별 그리웠던 엄마의 품 속’ ‘이제 다시 볼 수 있나’와 같은 가사를 통해 가족과 고향을 두고 떠나야 했던 수많은 코코순이들의 심정을 드러낸다. 여기에 ‘겨울왕국’의 안나, ‘유미의 세포들’의 감성세포 역으로 친숙한 박지윤 성우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어 담담하고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편 ‘코코순이’ 제작진은 코코순이의 행적을 따라 함양, 제주, 미얀마, 파키스탄, 미국, 호주를 거쳐 세계 각지에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발굴했다.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미치나의 조선인 위안소 현장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등 스케일까지 신경썼다. 제작진은 “올해는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 15주년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기림의 날) 공식 제정 10회차가 되는 해인만큼 영화 ‘코코순이’ 개봉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 이효리
-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 ‘귀향’ 그리고 조정래 감독
- 2015. 08. 27 15:52 화제
- 6분으로 압축한 촬영 영상 상영만으로도 미국 뉴욕타임스 한 면을 장식했던 영화. 바로 일본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이다. 4만여 명의 국민이 낸 성금으로 지난 6월 기적적으로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여전히 제작비와 배급사 문제로 개봉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이틀 앞둔 날,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을 만났다. 시놉시스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촬영을 마치기까지, 꼬박 13년 동안 이어온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월 28일에 미국 워싱턴 의원회관에서 6분으로 압축한 촬영 영상을 상영했어요. 그 영화를 미국 의회에 선보였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이야기죠. 다른 분들은 13년이라고 하면 많이 놀라시지만, 13년이란 시간은… 제겐 숫자에 불과해요. 이제는 오래됐구나 하는 느낌도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바쁘게 버티면서 정말 ‘하루’만 살았던 것 같아요.” 오랜 기간 동안 야외 촬영 현장을 누비며 작업하느라 검게 그을린 조정래(42) 감독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소위 영화판 특유의 깡이랄까, 거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외유내강이라고 했던가. 외부의 숱한 압력과 방해, 제작비 부족으로 촬영은 수시로 중단됐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13년을 매달려 기어이 촬영을 마친 보이지 않는 강한 오라에 절로 긴장이 됐다. 봉사로 시작된 만남, 실상 알고 충격에 빠져 묻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주보고 앉아만 있어도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저절로 알아지는 경우가 있다. 조 감독이 그랬다. 조 감독은 미 의회에 상영됐다는 압축 영상을 인터뷰 시작 전에 보여줬다. 압축 영상만으로도 아픈 마음을 추스르기가 버거웠다. 눈물을 감출 길이 없어 말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연신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지만 한동안 말을 잇기 어려웠다. “제가 죄송해요. 저야 남자니까… 더 죄인이에요. 촬영하면서 배우들이랑 스태프들과 함께 진짜 많이 울었거든요.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원망도 많이 하고요. 그래도 1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님들과의 약속 때문이었죠.” 조 감독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우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 같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어딘가 함께 울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조 감독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었다. 영화감독이지만 국악에도 조예가 깊다. 그리고 판소리 고수이기도 하다. 판소리와 민요를 하는 친구들과 경기도 광주 퇴촌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가게 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아름답고도 긴, 하지만 어쩌면 조금은 모진 인연이 시작됐다. 매달 봉사활동을 가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조 감독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강일출 할머님께서 심리치료를 받을 때 그리신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이었어요. 당시 끌려갔던 조선 소녀들의 평균 나이가 16세라고 해요. 요즘 신체 나이로는 12세 정도밖에 안 돼요. 거의 초경도 안 한 어린 소녀였죠. 아프거나 쓸모가 없어지면 고쳐준다고 부대 밖으로 데려가서 할머님의 그림처럼 소각장 같은 데서 태워 죽이는 거예요. 증거를 없애는 거죠.” 조 감독은 표현이 조심스럽다면서 당시에는 일본군들에게 조선인 소녀들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고 실상을 공개했다. 정조 관념이 있어 깨끗하고, 병사들에게 연애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짧게는 3일, 길어야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면 다 죽었다. 성병에 의한 죽음은 거의 없었다. 초경도 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신체 파열, 즉 자상으로 인한 출혈로 숨을 거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군의 구타에 의한 죽음도 많았다. 위안소에 들어가서 여자아이들을 무자비하게 때린 것이다. 막연하게 성적인 학대로 죽음을 맞았을 거라고 예상한 조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와달라는 할머니들의 부탁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정말 사실이야?’, ‘이게 사실이야?’예요. 얼마 전 미얀마 국경 지대에 버려졌던 시신들이 조선인 위안부로 판명됐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잖아요. 할머님들의 증언집을 보면 같이 있던 사람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하세요. 본인도 구사일생으로 살았다고. 거의 죽을 뻔했는데 중국인 농부가 구해줬다, 뭐 이런 식이에요.” 조 감독은 지금 살아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결심은 굳어갔다. 13년간 촬영한 영화 ‘귀향’의 시작이다. 시놉시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리플릿부터 자료집까지 온갖 것을 제작해 13년간 안 다녀 본 곳이 없다고 했다. 조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구걸’을 하며 다녔다고. 도움을 주려던 큰 회사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투자를 받는 데 모두 실패했다. 소재가 상업성과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홀로코스트를 만든 영화는 무척 많은데 말이죠. 이런 건 한국 영화에선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 선배는 마지막 남은 영화 금맥인데 왜 영화가 안 만들어지겠냐면서… 우리는 안 해본 줄 아냐고, 안 된다는 거예요. 단언컨대 안 된다고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제가 할머니들을 책으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이야기로 전해 들은 게 아니잖아요. 직접, 직접 만나서 들었잖아요, 증언을. 어떻게 멈춰요.” ‘태워지는 처녀들’ 조 감독은 지금도 힘들고 지치는 날엔 나눔의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마당에 있는 소녀의 동상 앞에서 혼자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온다고. “지금도 살아 계신 분들이 계시지만… 제가 아는 할머님들은 다 돌아가셨어요. 올해만 해도 여덟 분의 할머님들이 세상을 뜨셨고요.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영화를 완성해드리고 싶어요. 할머님들에게 ‘도와달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달라고요. 무엇으로 지금껏 버텼는가 물으셨죠? 할머님들의 말씀과 눈빛이요.” 조 감독은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집도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만든 것은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게 영화다. 집 팔고, 차 팔아서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조 감독은 정말 집 팔고, 차 팔아서 영화를 찍었다. “100% 후원으로 제작된 영화죠. 개인적으로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클라우드 펀딩으로 후원을 받았고요. 사전에 티켓을 판다는 형식이었죠. 여기 후원자분이 4만2,000명이 넘어요. 그러니까 저희 영화는 상영 전임에도 4만 명 넘는 관객을 확보한 거예요. 또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펀딩이란 코너를 통해 2억5,000만원이란 기적적인 후원금을 지원받기도 했고요.” 촬영은 마쳤지만 후반 작업비 등 제작비 문제에 부딪혀 다시 한번 뉴스펀딩 후원을 받았을 때다. 후원 기사 업데이트 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다 채우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자기 돈 들여가며 영화 찍은 스태프 후원의 기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귀향’은 스태프의 기적도 한몫 단단히 했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건 무조건 잘 찍어야 하는 영화”라고 먼저 결의를 다졌던 것은 스태프였다. 차를 팔고, 전세금을 빼고, 심지어 장모님 집을 팔기도 했다. “세트 만드는 스태프도 투자했고요. 적금도 깼어요. 스태프가 카드론 받아서 업체들 월급 주고요.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후원자들도 감사하지만, 우리 스태프들도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충무로 예산으로 액면가 환원을 하면 40억, 50억원 예산의 영화가 나온 셈이라고 했다.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 감독은 이 영화에 한해 말하자면 돈 많은 분들은 안 도와주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도와줬단다. 영화사 사무실에 나와 다양한 작업을 하며 일을 돕고 있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다 자원봉사로 시작해 여태 남아 자신들의 몫을 묵묵히 하고 있단다. “저희가 미 의회에 초청받아 6분 압축 영상을 상영했잖아요. 그리고 뉴욕타임스 한 면 전체에 기사로 소개도 됐고요. 그때 그 영상을 보고 제가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정말 그랬냐’라는 거였어요. 정말 사실이냐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하루 찍고, 또 돈 빌려서 하루 찍고, 돈 갚은 다음 또 빌려서 하루 찍고 그렇게 왔어요.” 영화에서 끌려가는 연기를 한 여배우가 실제 중학교 3학년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진짜 이렇게 끌려갔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실제 일본군에게 끌려갔던 가장 어린 소녀의 나이는 11세.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영화가 갖는 힘을 조 감독은 물론이고 스태프들까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기 돈을 들여가며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초등학교 교사이신 후원자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소녀들이 아닌 할머니들이 끌려간 줄 알더래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런 오해는 안 하죠. 시각적인 효과, 영화가 갖는 힘이죠. 왜 이런 걸 만드는가 하는 비아냥거림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것들, 그런 게 있더라고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배우들도 재능 기부에 가깝다. 배우들은 중학생도 있고 재일교포 4세들도 있다. 일본어 구사 문제 등이 있다 보니 재일교포 4세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재일교포 배우들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삯까지 전부 개인이 부담해가며 영화에 출연했다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재일교포가 우리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한국 배우와는 다른 의미거든요. 만약 이 영화가 잘돼 세상에 알려지면 그들은 당장 생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신변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그런 말을 제게 하더군요. 자긴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늘 조선 사람이었다고. 자신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귀향할 수 있었다고요.” 그날도 촬영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그렇게 영화 ‘귀향’은 저마다에게 진정한 귀향을 선물하고 있었다. 한 번 상영 때마다 한 명의 소녀가 귀향한다고 믿어 한 장면, 한 장면 가슴 아프지 않은 장면이 없지만 그래도 촬영하면서 유독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을 것 같았다. “강일출 할머님의 그림처럼 태워지는 처녀들 찍을 때 제일 안 좋았어요. 배우도 스태프도 다 정상이 아니었죠. 그날은 촬영 시작 전에 제사도 지냈어요. 저는 촬영할 때마다 처음에 절하고, 끝나고 절해요. 신기한 게, 광주 나눔의 집에 가면 지하에 위안소 모형이 있어요. 관계자분 말이, 거긴 한여름에도 영하에 가깝게 서늘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촬영장이 그랬어요. 너무너무 추웠어요. 계절에 상관없이요.” 조 감독이 알 수 없는 서늘함마저 무심히 흘려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소녀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아준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영화는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 전쟁 나면 제일 먼저 여성과 아이들이 피해를 받는 건 당연하다, 굳이 그런 걸 들춰내 영화화해야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많았다. 조 감독은 가장 나쁜 논리라고 일축했다. 모 신문사의 기자는 “좌파가 도와주고 있나?” 하고 물어오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 영화만큼 보수적인 아이템이 어디 있냐며 항변했다. 아직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영화 속으로나마 모셔 밥 한 끼 드시게 하는 게 잘못된 거냐고 반문한다. “우리 영화는 반일 영화가 아니에요. 반전 영화예요. 할머님들이 도와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셨다고 했잖아요. 앞에 말까지 덧붙이자면 ‘후세에는 자신들처럼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알려달라, 도와달라 하신 거예요. 전쟁 없는 평화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봐요. 일본은 벌써 평화헌법 없애고 전쟁헌법으로 가고 있고요.” 할머니들은 그런 걸 체감하고 있으신 것 같다고 했다. 조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잔인한 범죄라고 단언했다. 일종의 시스템을 만들고, 어린아이들에게 하루 스무 명씩 상대하게 한 후 아프거나 더 이상 위안부를 할 수 없으면 부대 밖 소각장으로 끌고 가서 태워 죽였다는 건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능가하는 엄청난 전쟁 범죄다. 조 감독은 그래서 이 영화를 꼭 완성해 가능한 한 많이, 오래 상영하고 싶다. 한 번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소녀가 돌아오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분들 후원 조약에 보면 유튜브 조항이란 게 있어요. 배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영화를 유튜브에 올린다고요. 다 동의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조항 때문에 투자해주신 분도 계세요. 비공식적으로 20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전 그분들이 모두 돌아오시도록 20만 번 상영됐으면 해요. 그게 목표예요.” 조 감독은 대체 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어떻게 감당해왔을까. 늘 힘들어서 힘든 줄 몰랐다는 조 감독이지만 무서울 때는 있단다. 바로 300명의 배우와 스태프, 4만 명이 넘는 후원자들까지 셀 수 없을 만큼의 후원과 수고다. 부족한 자신이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후원금이 쌓이는 게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했다. 꼭 필요한 돈이지만 그 어느 것보다 무섭다. 영화를 반드시 만들라는 일종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감격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것이 바로 후원금이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하나하나 역사 아닌 게 없었던 만큼 이 역사를 완성해가려 한다. 그래서 조 감독은 오늘도 뛰고 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사진 제공 / 제이오엔터테인먼트>
- 두 매력남의 미니 비정상회담…장위안&알베르토 몬디
- 2014. 08. 27 11:52 연예
- 11개국의 대표들이 모여 세계 평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한다는 컨셉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JTBC의 ‘비정상회담’이 동시간대 지상파 시청률을 앞지르며 화제다. 그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매력적인 두 남자를 위해 따로 회담장을 마련했다. 방송 출연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알베르토 몬디(이하 알베르토) 점심을 사와서 먹어야 하는 거요. 원래 직장 동료들과 나가 먹었는데, 식당에 가면 많이 알아보니까요. 사진 찍자고 요청도 많이 하고요. 전 괜찮은데… 동료들이 불편하죠. 동료라 해도 거의 선배나 상무님이고요(웃음). 장위안 알베르토는 외국인이라 정말 많이 알아봐요. 하지만 저는 같은 동양인이라 밖에서 알아보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알베르토 쉬는 날이 없어졌다는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죠. 장위안 저도요…. 알베르토 우리 둘은 직장인이에요. ‘비정상회담’ 녹화는 일요일이고요. 요즘은 조금 시간이 날 때면 이렇게 인터뷰를 하죠. 바빠진 거,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거 빼곤 사실 달라진 건 없어요. 재미있어서 해요.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고, 방송이나 잡지에 나가는 것도 신기하고요. 이 프로그램 덕분에 내 나라 이탈리아와 지금의 한국 그리고 내 생각에 대해 정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돼서 좋아요. 재미없으면 그만둘 거예요. 전 방송인도 아닌걸요. 참, 장위안 너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잖아! 장위안 … 지하철 탈 때 조금 불편해지긴 했어(웃음). 알베르토 회사 동료들이 장위안 여자친구 있냐고, 소개시켜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도 달라진 점이에요!(웃음) 정말 많이 물어봐요. 장위안 전 중국어 고급반, 시험 준비반을 가르치는데 학원으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오나 봐요. 우리 원장님이 내년에는 1단계 기초반 하자고 하세요(웃음). 알베르토 그래도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비정상회담’ 각국 대표 친구들이 생긴 거 아닐까요? 현무 형, 세윤이 형, 시경이 형하고 친해져서 좋아요. 우리끼리 단체 ‘카톡’도 하고, ‘밴드’도 하는데 늘 시끌벅적해요. 장위안 맞아, 맞아. 수업 끝나고 나서 보면 1백 개, 2백 개씩 쌓여 있다니까요. 카메라 뒤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요? 알베르토 호주 친구 다니엘은 친하진 않지만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 친한 형 결혼식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줄리안의 룸메이트랑은 원래 친해서 줄리안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고요. 우린 1회부터 모두 친해졌어요. 분위기 짱이었다니까요. 장위안 아니야. 홍보 사진 촬영 때부터 분위기 좋았고, 친해졌어. 다 비슷한 나이대 남자들이어서 그런지 정말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알베르토 맞아요. 우린 경쟁하지 않고 편하게 대화해요. 그래서 금방 친해졌나 봐요. 장위안 보통 5~6시간 녹화하는데, 정말 즐겁고 재밌어요. 방송에 나오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은데 서로 너무 시끄럽게 떠드니까 편집을 도저히 못해 자를 정도라니까요(웃음). 알베르토 서로 함께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으니까 쓸데없이 더 말을 많이 하게 돼요(웃음). 장위안 대본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만 나오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요. 중국어 라인이라 불리는 알베르토와 가장 친한 편이죠. 알베르토 장위안, 줄리안, 기욤과 친해요.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하니까. 20대와 30대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호주인 다니엘이나 프랑스인 로빈의 말을 들으면 ‘아!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지’ 하고 공감도 되고요. 장위안 다니엘과 로빈 이야기 들으면 ‘아, 어리고 아직은 시간이 많구나’ 싶어요(웃음). 알베르토 공부하고 있는 타일러도 순수하다고 느껴요. 장위안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줄리안이죠.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웃음). 그런데 귀여워요. 알베르토 줄리안과 샘은 완전 예능 전문가잖아. 방송 때문에 때리거나 의견이 대립돼도 끝나면 정중하게 늘 사과해요. 장위안 가장 오해 많이 받고 있는 게 저와 일본인 타쿠야의 관계인데요. 우린 정말 친해요. 친하니까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거고요. 끝나면 서로 대화 많이 해요. 타쿠야는 과거 역사에 대해 전혀 몰라요. 안 배웠대요. 타쿠야는 언제나 “아! 그런 문제도 있구나. 많이 배운다”라며 열린 마음으로 들어줘요. 정말 좋은 동생이에요. 알베르토한·중·일의 과거 역사 얘기는 아내로부터 많이 들어서 잘 알아요. 녹화장에서는 더 높은 수위의 말도 오가요. 장위안 시경이 형이 한국 입장에서 많이 말하거든요. 근데 방송은 늘 제 것만 나가요(웃음). 시경이 형이랑 역사 문제 많이 이야기해요. 알베르토 시경이 형 요즘 악플 많이 받는 것 같아 슬퍼요. 진짜 좋은 형인데 말이에요. 마음이 정말 따뜻해요. 시경이 형이 없다면 우리 대화가 절대 깊어지지 못할 거예요. 장위안 세윤이 형은 진짜 머리가 좋은 사람 같아요. 똑똑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알베르토 세윤이 형 진짜 웃겨요. 그 형은 영어로 말해도 재밌어요. 우리 단체 카톡방에서 영어로 개그를 하는데, 정말 늘 보자마자 폭소가 터져요. 최고! 두 명의 매력남이 보는 한국 여자의 매력이 궁금해요. 알베르토 전 한국 여자는 아내 한 명밖에 못 사귀어봐서…(웃음). 장위안 전 아주 옛날에(?) 한 번 한국 여자와 연애해봤어요. 딱 한 번. 한국 여자랑 결혼할 수 있냐고요? 네, 당연하죠. 물론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조금 신경 쓰시겠지만 말이에요. 알베르토 저는 연애 많이 해봤고, 진지하게 사귄 여자도 두 명 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만난 여자 중 아내와 가장 잘 맞았죠. 정말 재미있고 다정했어요. 중국에서 유학생으로 만났는데 첫눈에 반했어요. 장위안 중국 여자는 매우 강해요.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죠. 그런데 한국 여자는 남자에게 기댈 줄도 아는 것 같아요. 부드럽고요.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이에요.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자신의 매력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알베르토 맞아요. 외모에 관심이 많고, 성형수술도 많이 하죠.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남자들보단 같은 여자들 사이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꾸민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성형수술을 남자에게 어필하려고 한다면 그건 남자를 잘 모르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자들이 보는 건 90% 그 사람만의 매력이에요. 외모와 매력은 달라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외국 남자 눈에도 성형 많이 한 얼굴은 비슷하게 보여요. 장위안 한국은 성형수술이 가장 발전한 나라죠. 그런데 저는 작은 눈, 귀여운 스타일이 좋아요. 방송에서 이영자씨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는데요. 자신감 넘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좋아서예요. 전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자신감 있는 모습이 남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중국 남자가 보는 한국 여자는 부드럽고 정말 마음이 따뜻해요. 일부러 져줄 줄도 알고요. 전 중국 여자와 싸워서(?) 이겨본 적이 없다니까요(웃음). 작년부터 결혼보다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요즘 아이가 정말 예뻐요. 3년이나 5년 안에는 결혼하지 않을까요? 알베르토 아내와 만난 지 거의 8년 됐어요. 옛날엔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도 많았죠.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남자친구처럼 여자‘친구’도 있는데, 한국은 아니잖아요. 다른 여자 만나면서 “그냥 친구야!”라고 하는 걸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결혼 뒤 집에선 아내와 이탈리아어로 말해요. 지금은 아내가 이탈리아어 잘해요. 서로의 언어를 익히는 만큼 편해지고 오해도 줄었어요. 외국어의 달인들이잖아요! 공부 비법을 알려주세요. 알베르토 우리에게 한국어 잘한다고 해서 저도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 시작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다른 친구들이 한국어를 워낙 잘해서요. 장위안 맞아(웃음). 전 거의 한국어를 안 배웠어요. 어학당에서 6개월 정도 배운 게 전부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 때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다들 무척 잘해요. 요즘 우리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한국어예요. 알베르토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어요. 사실 모든 언어는 똑같은 것 같아요. 간단한 건 금방 배워요. 하지만 잘하려고 하면 더 어려운 거죠. 외국어는 대화의 도구일 뿐이에요.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까 남의 눈치 보지 마세요! 요즘 전 되레 중국어를 많이 잃어버렸어요. 장위안이 들으면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서로 대화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장위안 전 대표들 중에서 한국어를 못하는 편에 속해요. 그럼에도 제가 한국어로 말하는 방송에 출연을 결심한 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서예요. 조금 못해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 그게 외국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니까요. 중국어 강사인 제가 직접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알베르토 저도 외국어 재능은 없어요. 외국어에 재능 있는 사람은 발음, 억양도 완벽하고 빨리 외우더라고요. 하지만 모국어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외국어는 조금 못해도 괜찮아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공부했어요. 장위안 전 한국어 받침이 제일 어려워요. 학교는 하교. 방학은 방하로 말하게 돼요. 중국 사람들에겐 어려운 부분이에요. 알베르토 저도 ‘아’, ‘하’ 이런 거 구분하기 어렵고 발음 안 돼요. 하지만 ‘순우리말’이라는 한국어는 무척 아름답고 하늘, 바람 같은 자연과 관련된 단어들도 정말 좋아요. 장위안 전 특별히 한국어의 의성어나 의태어가 정말 부러워요. ‘돼지가 꿀꿀꿀’ 이런 거 정말 재미있어요. 중국어는 그런 표현이 별로 없거든요. 한자로 못해요. 그래도 외국어 공부의 왕도는 노력이에요. 단어 많이 외우세요(웃음). 알베르토 이탈리아 속담 중에 ‘인생은 짧아서 하기 싫은 거 할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 있어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웃음). 부담이 없어야 느는 게 외국어예요! 장위안 앞으로의 계획이요? 인터뷰에 꼭 나오는 질문이네요(웃음). 글쎄, 중국 CCTV에 한국어 채널이 생겼다던데 나중에 중국에서 한국어로 방송하고 싶어요. 알베르토 한국은 이탈리아만큼 아름다운 나라예요. 보길도, 거제, 통영 등등 웬만한 데 거의 다 가봤어요. 근데 한국은 관광 마케팅이 잘 안 돼 있어요. 관광 마케팅은 이탈리아에서 배워야 해요. 한국관광공사 사장님을 외국인이 맡기도 하셨는데, 사장님 말고 직원으로 한국 관광을 위해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웃음). profile 알베르토 몬디는… 31세. 연 6천 대 계약을 성사시킨 유능한 카 딜러로 일명 ‘알차장’이라 불린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 중국으로 유학 갔다가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올해로 결혼 3년 차 유부남으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profile 장위안은… 30세. 중국 북경 TV 아나운서 출신으로 훈훈한 외모와 매너로 인기 상승 중. 방송국 격무에 시달려 사표를 내고 잠깐 쉬려고 온 한국에 반해 눌러앉은 지 5년째다. 현재 교통방송 VJ부터 유명 어학원 중국어 강사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비정상회담’ 11명의 각국 대표들 중 가장 소신 있는 발언을 한다는 평.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성구 ■헤어&메이크업 / 양혜지, 김민정, 강지원(니케인뷰티, 02-514-4425) ■스타일리스트 / 최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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