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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712 건 검색)

“암울한 인도네시아” 대학생 시위···교육·R&D 예산 삭감에 반발
“암울한 인도네시아” 대학생 시위···교육·R&D 예산 삭감에 반발
2025. 02. 21 15:51국제
... 옷을 입은 채 플래카드를 들고 도로를 행진했다. 현지 언론 자카르타포스트는 시위가 인도네시아 대학생 연합체인 전인도네시아 대학생집행기구연합(BEM SI) 주도로 지난 17일 시작됐다고 전했다....
한-아세안센터, 한국수입협회와 협력해 인도네시아에서 무역 투자 활성화 미션 개최
한-아세안센터, 한국수입협회와 협력해 인도네시아에서 무역 투자 활성화 미션 개최
2025. 01. 20 10:50경제
... 산업군에서 한국 기업 10개사와 인도네시아 기업 40여 개사가 참여한다.  20일 열리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총 3개의 발표를 통해 양국의 무역 투자 동향 및 정부...
인도네시아, 중·러 주도 ‘브릭스’ 10번째 회원국 합류
2025. 01. 07 21:05국제
...,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참가 결정은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헌법적...
브릭스인도네시아글로벌 사우스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브릭스 정회원국 공식 합류···트럼프 대응 구심점 될까
인도네시아, 브릭스 정회원국 공식 합류···트럼프 대응 구심점 될까
2025. 01. 07 13:58국제
... 출범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가 가입 의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브라질 정부는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참가 결정은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브릭스인도네시아글로벌 사우스프라보워 수비안토

스포츠경향(총 487 건 검색)

현존하는 타이타닉호를 만난다면…인도네시아 둘로스 포스 더 쉽 호텔
현존하는 타이타닉호를 만난다면…인도네시아 둘로스 포스 더 쉽 호텔
2025. 03. 17 13:54 생활
인도네시아 숨겨진 보물섬 빈탄 국제 관광 특구는 풍부한 역사와 세계적인 수준의 편의 시설이 조화를 이룬 트로피컬 해변 휴양 단지이다. 싱가포르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로 카약, 제트스키, 스노클링과 같은 해양 스포츠 액티비티의 천국인 라고이 비치, 인공 해수풀 트레저 베이, 열대 식물과 동물의 안식처인 맹글로브숲, 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 서식처인 사파리 라고이, 수백개의 아라한 석상이 장관을 이루는 500 로한 사원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부한 문화,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빈탄섬의 둘로스 포스 더 쉽 호텔(Doulos Phos The Ship Hotel)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1914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가장 오랜 시간 운항한 현역 원양 여객선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과거의 매력과 모던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1912년에 취역한 영국 초호화 여객선으로 미국 뉴욕으로 처녀 항해를 떠났으나 4일만에 침몰로 사라져 미스터리로 남은 타이타닉 보다 2년 늦은 1914년에 운행을 시작한 둘루스는 미국선으로 동일한 증기 엔진 사용, 매우 유사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현존하는 타이타닉에 투숙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둘로스는 SS Medina라는 이름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Newport News)에서 만들어져 화물선으로 사용되었으나 1953년에 Franca C라는 이름의 크루즈 여객선이 되었고 1977년 지금의 MV Doulos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기독교 조직인 OM(Operation Mobilization)에 인수되면서 떠다니는 도서관과 서점으로 30년 넘게 100개국 이상, 297개의 항구를 방문 2,150만명의 방문객을 만났다. 2010년 싱가포르 기업가에 의해 세심한 복원과 개조를 거쳐 2019년 부활절 고급 선박 호텔로 재탄생하였으며 2020년 코로나로 운영 중단 되었다가 2022년 8월 재오픈 하였다. 총 104개의 객실과 편리함, 현대적인 감각은 유지하면서 20세기초 원본 선박 그대로 풍부한 역사를 반영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배에는 해양 박물관을 포함, 기존 엔진실과 역사적 공간들을 관광시설로 관리하여 투숙객들에게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빈탄섬 반다르 베탄 텔라니 페리 터미널 옆의 전용 앵커섬에 자리 잡고 있어 존재감이 확실하다. 선상 레스토랑에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를 제공하며, 손님들이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즐기면서 미식을 체험할 수 있다. 피아노 라운지(The Piano Lounge)는 캐쥬얼 다이닝 공간으로 커피 한 잔과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고 고급 레스토랑인 ARISE ttafel 에서는 고급 인도식 네덜란드 요리를 선보인다. 웰빙 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 마사지 테라피로 휴식과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둘로스 포스 더 쉽 호텔은 휴가 뿐만 아니라 오직 빈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호텔로 진짜 타이타닉 탑승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벤트와 대규모 기업 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를 위한 다목적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빈탄 리조트 가는 길>한국(인천, 부산, 제주)에서 싱가포르까지 매일 다수의 직항 운항을 하고 있으며, 작년 10월부터 인천에서 인도네시아 바탐까지 주 3회 항공이 증편되어 싱가포르와 바탐을 통해 빈탄 리조트를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최근 여행 트랜드인 디투어(De Tour) 우회 여행이란 의미로 한번의 여행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빈탄 두개의 도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호주 축구도 잔디 경계령···인도네시아전 앞둔 시드니 구장, 축구+럭비 이어져 상태 최악
호주 축구도 잔디 경계령···인도네시아전 앞둔 시드니 구장, 축구+럭비 이어져 상태 최악
2025. 03. 14 15:17 축구
시드니FC 선수들이 13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잔디 문제가 서울월드컵경기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호주가 홈경기장의 잔디 문제를 걱정했다. 호주 AAP통신은 14일 토니 포포비치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경기장 피치 상태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오는 20일 시드니에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인도네시아전을 치른다. 호주는 C조에서 6차전까지 1승4무1패 승점 7점으로 일본(승점 16)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3위 인도네시아부터 최하위 중국까지 모두 승점 6점으로 호주에 불과 1점 뒤져 있어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호주 입장에서 홈에서 열리는 인도네시아전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데뷔전이다. 그러나 난데없는 잔디 상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시드니 알리안츠 스타디움은 2022년 개장한 최신식 구장이다. 하지만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고 럭비 경기도 열리는 다목적 구장이다. 축구 A-리그 시드니FC와 럭비 NSW 워라타스, NRL의 시드니 루스터스가 이 구장을 공유한다. 시즌 내내 많은 경기가 계속 열려 잔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전북 선수들이 13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시드FC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경기장에서는 13일 K리그 전북 현대가 시드니FC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전북이 2-3으로 패한 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잔디가 미끄럽다며 피치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경기장은 16일에는 럭비 경기까지 예정돼 있다. 포포비치 감독은 “불행히도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잔디를 보수할 2주 정도 시간이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적응하고 계속해야 한다. 협회와 경기장 관리자들이 국제 축구 기준에 맞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경질’ 인도네시아, 유벤투스 출신 GK 영입 노린다···“토히르 회장, 아우데로 영입에 올인”
‘신태용 경질’ 인도네시아, 유벤투스 출신 GK 영입 노린다···“토히르 회장, 아우데로 영입에 올인”
2025. 02. 25 16:26 축구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에서 활약하던 에밀 아우데로. Getty Images코리아 인도네시아 축구의 폭풍 귀화 영입 시도가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네덜란드계의 인도네시아 혈통을 대거 영입했는데, 이번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는 수준급 골키퍼를 노린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25일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에릭 토히르 회장이 현재 팔레르모에서 뛰는 골키퍼 에밀 아우데로의 대표팀 합류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히르 회장이 노리는 골키퍼 아우데로는 1998년생의 유벤투스 출신 골키퍼다. 그는 삼프도리아를 거쳐 지난해 7월 코모와 4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 시즌 잦은 실수로 세스크 파브레가스 감독 눈에 벗어나면서 이달 초 세리에B 팔레르모로 임대를 떠나 활약하고 있다. 토히르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탈리아 명문 인터밀란 회장을 맡기도 했는데, 자신이 잘 아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인도네시아 혈통이 활약하는 것에 고무돼 영입에 직접 나섰다. 토히르 회장이 노리는 아우데로는 아버지의 국적인 인도네시아에서 출생해 이탈리아에서 성장했다. 이탈리아 연령별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으나 성인 대표팀에는 아직 뽑히지 못했다.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 재임 시절에도 아우데로 영입에 나섰으나, 그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엔 토히르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서면서 영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히르 회장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아우데로와 네덜란드계 딘 제임스와 조이 페르페시 등 3명을 추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동안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에서 3위(승점 6)로 선전했다. 네덜란드계 귀화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전력을 크게 끌어올려 기대 이상 좋은 성적을 냈다.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2위 호주(승점 7)와 승점 1점 차에 불과하다.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새로 선임한 인도네시아는 다음달 호주·바레인, 6월에 진행될 중국·일본전 등 4경기를 통해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한다. 인도네시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지난달 취임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선수 수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태용 감독에도 만족하지 않고 네덜란드 특급 스타 출신 클라위버르트 감독까지 영입했다. 토히르 회장의 계속된 야심찬 계획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
하츠투하츠 카르멘 “인도네시아서 K팝 꿈, 소녀시대 무대에 반해”
하츠투하츠 카르멘 “인도네시아서 K팝 꿈, 소녀시대 무대에 반해”
2025. 02. 24 14:53 연예
걸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카르멘이 2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번째 싱글 ‘더 체이스’ 언론 공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하츠투하츠의 인도네시아인 멤버 카르멘이 K팝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카르멘은 2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진행된 첫 싱글 ‘더 체이스’ 쇼케이스에서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 TV에서 소녀시대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고 너무 멋있어서 따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글로벌 오디션에 지원하게 됐고, 연습생 생활을 하고 데뷔하게 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다. 또 “가족과 친구들 모두 축하하고 응원해줬다. 친언니도 K팝을 좋아해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주변인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하츠투하츠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에스파 이후 4년여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다양한 감정과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은 음악 세계를 통해 팬들과 마음을 잇고 더 큰 ‘우리’로 함께 나아가겠다는 뜻을 가진 팀으로, 지우, 카르멘, 유하, 스텔라, 주은, 에이나, 이안, 예온까지 총 8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첫 싱글 ‘더 체이스’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버터플라이즈’ 두 곡을 수록했다. 데뷔곡 ‘더 체이스’를 통해 하츠투하츠만의 몽환적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24일 오후 6시 공개된다.

주간경향(총 22 건 검색)

[가깝고도 먼 아세안] (47)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군부 권력 강화 신호탄인가
[가깝고도 먼 아세안] (47)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군부 권력 강화 신호탄인가(2025. 02. 28 15:00)
2025. 02. 28 15:00 국제
지난해 10월 27일 군복을 입은 인도네시아 내각 인사들이 만찬에 앞서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각처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당선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챙긴 정책은 전국적인 무상급식 프로그램이다. 프라보워는 대선 기간에 영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까지 8000만명에게 무료급식과 우유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2025년 3월까지 300만명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947만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29년까지는 8000만명 급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무부는 무상급식에 신선한 우유와 육류 공급을 위해 2029년까지 살아 있는 소 200만 마리를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무상급식 예산으로 171조루피아(약 15조원)를 배정했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인도네시아 재정 불안정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가부채에 대담해지겠다고 맞받아쳤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무상급식을 강력히 추진하는 배경에는 인도네시아의 심각한 식량 불균형 문제가 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인도네시아를 식량 불안정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WF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300만명이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어린이 5명 중 1명은 영양실조로 성장에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 30%가 발육 부진 문제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는 세계 16위,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는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2024년 세계기아지수에서 인도네시아는 127개국 중 7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불명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프라보워 대통령 입장에서 무상급식은 국민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의 무상급식 정책은 단순한 사회복지 정책을 넘어 민간 영역에 대한 군의 개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상급식을 전담할 국가영양청을 설립하고도 식자재 선정과 유통관리를 전적으로 군에 맡겼다. 인도네시아 군 당국은 전국 육-해-공군 영내에 무상급식을 지원하기 위한 주방과 식당이 수백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군 소유의 유휴 토지에 추가로 주방과 식당을 건설해 모두 514개가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공군에는 별도로 300㏊ 규모의 국유지를 논과 밭으로 개간해 쌀과 옥수수를 생산해 무상급식 식자재로 공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쌀과 주요 식량 유통을 관리하는 식량조달청(Bulog) 청장에 현역 군 장성을 임명했다. 이는 현역 군인이 민간영역 업무를 겸직할 수 없게 한 인도네시아 군법 위반이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은 해당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 예고하며 군인의 식량조달청장 겸직을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라보워의 무상급식 정책은 단순한 포퓰리즘 논란을 넘어 군이 민간 행정을 장악하는 군부독재 시절로의 회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군부독재 악몽 가시기 전 과거로의 회귀?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비슷하게 1967년부터 1998년까지 32년간 군부독재 체제를 경험했다. 1965년 좌파 지식인, 예술인, 화교들을 색출해 최대 100만명이 학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1967년 좌익 학살 사건을 주도한 수하르토 장군이 대통령직을 찬탈하며 군사정권이 수립됐다. 수하르토 정권 시절 인도네시아 군부는 단순한 국방 역할을 넘어 정치, 경제, 행정 전반을 통제했다. 군 장교들은 전역하지 않고 국회의원, 주지사, 시장, 국영기업 대표직을 겸직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경찰마저 군의 한 조직으로 운영됐다. 프라보워는 이 32년간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위이자 군 최고 실세였다. 1997년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인도네시아 루피화 폭락, 실업률 증가, 물가 폭등으로 민심이 급격히 악화했다. 1998년 극심해진 경제위기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특수부대 사령관이었던 프라보워가 반정부 성향 인사들의 납치, 불법 감금, 고문 사건에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다. 또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인도네시아 경제를 움직이는 화교들에게 덮어씌우려는 공작을 프라보워가 조장했다는 의혹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금기어인 1998년 반화교 대폭동은 3일간 1000여명의 화교가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수많은 화교 여성이 성폭행당하는 대참극이었다. 프라보워는 이 사건들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프라보워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반화교 폭동 참사와 경제위기 속 계속되는 전국적인 시위로 결국 수하르토 대통령은 퇴진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민주적인 총선이 실시되면서 군부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그런데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군의 역할이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 군부독재 시절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는 폭증하기 시작했다 프라보워 내각, 국군사관학교 2박3일 워크숍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4일 차에 장·차관 및 주요 기관장 100여명을 국군사관학교로 소집해 2박3일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내각 장관과 차관들은 군복과 군화를 착용하고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며 새벽 4시에 기상해 체력단련과 제식훈련을 받았다. 식사 전후로는 훈련병들처럼 식사에 감사해하는 구호도 외치게 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내각 워크숍이 아니라 군 출신 대통령이 내각을 군사문화에 순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프라보워는 내각 워크숍 연설에서 “이번 행사는 군국주의 회귀가 아니라 군대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프라보워는 재임 기간 중 연평균 8%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네시아의 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어 괴리가 크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군사작전하듯 ‘하면 된다’라고 밀어붙여서 될 일일까? 2024년 기준 인도네시아 전국에는 2만2400여개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중 14개 회사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평가를 받는 유니콘 기업이다. 이는 아세안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은 숫자로, 전도유망한 유니콘 기업들은 계속해서 탄생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해 군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인도네시아의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민간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다양한 민간기업의 성장과 혁신이야말로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는 진정한 해법이 아닐까?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가깝고도 먼 아세안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7) 인도네시아 부나켄-암컷? 수컷? 성을 바꾸는 ‘니모’ 흰동가리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7) 인도네시아 부나켄-암컷? 수컷? 성을 바꾸는 ‘니모’ 흰동가리(2024. 11. 20 06:00)
2024. 11. 20 06:00 문화/과학
2018년 인도네시아 해양국립공원인 부나켄을 찾았다. 그곳에서 이웃한 말미잘에 보금자리를 튼 흰동가리들을 만났다. 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전 세계에 27종이 있다. 몸에 새겨진 빨강 또는 주황과 흰색의 배열이 광대 분장처럼 보여 서구에서는 클라운피시(clownfish)라고 한다. 말미잘(sea anemone)과의 공생으로 아네모네피시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몸을 가로지르는 흰색, 세로줄을 특징화해 흰동가리라 한다. 흰동가리는 ‘니모’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때문이다. 주인공 니모란 이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모 선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전 세계 관상어 시장에서 흰동가리 수요가 폭증했다. 현재 관상어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약 5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 규모은 5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대부분 말미잘 하나에 서너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모계 중심으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 중 한 마리가 암컷으로 바뀐다. 수명이 13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흰동가리들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살아가는데 제주도 남쪽 연안에서도 발견된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가깝고도 먼 아세안](34) 인도네시아의 꿈, 수도 이전 좌초 위기
[가깝고도 먼 아세안](34) 인도네시아의 꿈, 수도 이전 좌초 위기(2024. 07. 26 16:00)
2024. 07. 26 16:00 국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8월 17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새 수도 누산타라에서 수도 이전을 공식 선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을 두 달 앞두고 최고 책임자 2명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더니 별다른 설명 없이 자카르타와 누산타라 두 곳에서 각각 독립기념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조코위는 누산타라의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할 것이라며 수도 이전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언론 CNA는 지난 7월 8일 조코위가 전기, 수도와 같은 기본 인프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수도 이전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포화상태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3340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심각한 과밀상태다. 해마다 최대 8㎝씩 지반도 침하하고 있다. 게다가 극심한 차량 정체와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오래전부터 수도 이전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핵심 권력과 자본이 몰려 있는 자카르타 기득권의 반대가 극심해 매번 무산됐다. 그런데도 재선에 성공해 국민의 지지를 업은 조코위는 2019년 4월 칼리만탄(보르네오섬)에 새 수도 누산타라 건립을 선포한다. 2040년까지 모두 3단계로 진행되는 인도네시아 새 수도 건립사업은 1단계로 2024년까지 대통령궁, 정부청사, 국회 등 주요 국가기관 이전을 목표로 한다. 2단계는 2030년까지 6개 위성도시를 포함해 교육, 의료 상업지구 등을 개발하고 2040년까지 수도 확장 사업을 하는 것을 3단계로 사업이 종료된다. 총비용 300억달러(약 40조원)의 수도 건립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 예산 20%를 투입하고, 나머지는 해외투자를 포함한 민간자본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었고,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조코위가 해외 곳곳을 다니며 누산타라 외자 유치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투자 유치가 어려운 이유로는 정권 교체로 인한 수도 이전 프로젝트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0월 20일 취임하는 대통령 당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선거기간 중에는 수도 이전을 지속하겠다더니 당선 이후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대선 공약인 8230만명의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100% 무상급식을 우선 이행하겠다는 공언을 여러 차례 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450조루피아(약 38조5000억원)으로 수도 건립 전체 사업비와 맞먹는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무상급식 공약 이행 시 인도네시아 재정위기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프라보워 측은 국가부채에 대담해지겠다고 맞받아쳤다. 지난 7월 18일 무상급식 공약 이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변하던 프라보워의 조카가 신임 재무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무상급식에 밀린 수도 이전 사업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인도네시아 민족주의 산물 누산타라 세계 주요 언론은 조코위가 임기 내에 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안착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이전하면 현지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환경보호론자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대도시 출신의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은 상류층을 형성하고 현지 원주민들은 하층민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조코위는 수도 이전 계획을 강행했다. 인도네시아 국민 지지율이 77%에 달하고, 인도네시아 외교 위상을 드높인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던 조코위는 왜 수도 이전에 집착할까?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한 자바섬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2023년 5월 16일자에 실린 조코위와의 인터뷰를 통해 누산타라 수도 이전 속뜻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누산타라는 고대 자바어로 ‘군도’(무리를 이루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라는 뜻으로 1만700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수도를 뜻한다고 한다. 즉 지금까지 자카르타는 전체인구의 57%가 모여 살고, GDP 60%가 집중된 자바섬만을 위한 수도였다면 누산타라는 인도네시아 전체를 위한 수도라는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도 이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도네시아만을 위한 수도가 아닌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필리핀 모두를 아우르는 아세안 해양대국의 중심지 역할을 원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2022년 2월 독일 언론 도이체 벨레(DW)는 인도네시아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라하디안 룬잔(Rahadian Rundjan)의 외부 기고를 통해 조코위의 수도 이전 계획은 ‘과거 식민지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수도 자카르타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건설된 도시로 인도네시아에서 착취한 향신료를 유럽에 원활하게 수출하기 적합한 위치에 건립됐다. 인도네시아 지도를 펼쳐보면 자카르타는 인도양을 통해 유럽을 향한 대서양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좋은 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세안 중심 수도라 하기에는 외곽 밑으로 처져 있다. 이에 반해 새 수도 누산타라는 아세안 해양 5개국의 중심에 있다. 게다가 보르네오섬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소외된 영토인 ‘사라왁’과 ‘사바’주가 인도네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라하디안 룬잔은 “보르네오섬에 새 수도 누산타라가 들어서면 말레이시아의 외곽지역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의 연합체를 꿈꾸고 그 연결 고리로 새 수도를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르네오섬에 새 수도를 건립하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제시한 사람은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였다. 수카르노는 1950년 식민지배의 산물인 자카르타 대신 보르네오섬에 새 수도를 건립하고 말레이시아와 연방국을 수립하고자 했다. 앞서 ‘가깝고도 먼 아세안’ 11회(주간경향 1529호 말레이·필리핀·인니 ‘마필린도’를 꿈꾸었다)에서 다룬 것처럼 아세안 해양 5개국은 본래 한 뿌리였다. 조코위는 수카르노처럼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은 아세안 5개국 연합국가를 꿈꾸고 수도 이전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는 이 큰 그림을 위해 지난 2월 치러진 대선에서 자신이 속한 여당 후보 대신 반대 진영이자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프라보워를 지지해 대통령에 당선시켰지만 토사구팽당하게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라보워가 소유한 재벌 기업 이름이 ‘누산타라 그룹’인데 누산타라 수도 이전 계획은 프라보워에 의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가깝고도 먼 아세안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0) 인도네시아 렘베해협-바다의 카멜레온, 넙치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0) 인도네시아 렘베해협-바다의 카멜레온, 넙치(2024. 06. 26 06:00)
2024. 06. 26 06:00 문화/과학
넓을 광(廣)에 물고기 어(魚)를 쓰는 광어의 표준말은 넙치다. 넓적하게 생겨서 그렇다. 넙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횟감이다. 고기 맛이 좋은 데다 대량 양식에 성공한 덕이다. 저서성 어류인 넙치는 바닥 면에 배를 붙인 채 생의 대부분을 살아간다. 이때 몸빛과 질감을 주변 환경에 맞출 수 있어 오징어, 문어와 함께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모래 바닥에는 모래의 색깔에, 자갈 바닥에는 자갈의 색깔에 맞춰 배경에 숨어든다. 자연 상태에서는 1m까지 자라는데,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10㎝ 정도 크다. 넙치 몸의 가장자리에는 다소 단단한 지느러미가 있다. 등 쪽에는 77~81개, 배 쪽에는 59~61개의 뼈가 지느러미로 나와 있다. 넙치는 같은 저서성 어류인 가자미와 마찬가지로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 태어날 때는 다른 물고기처럼 머리 양측에 눈이 있고,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치는데 3주쯤 지나 몸길이가 10㎜ 정도로 성장하면 눈이 이동하는 변태를 한다. 삶의 터전을 바닥으로 옮기는 것도 이 무렵이다. 넙치와 가자미를 구분하려면 눈의 위치를 봐야 한다.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넙치, 오른쪽이면 가자미다. 그래서 넙치의 방언인 광어, 경상도에서 가자미를 통칭해 부르는 도다리의 앞글자를 붙여 ‘좌광우도’라 하기도 한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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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스티스에서 인도네시아 ‘퍼스트레이디’까지…데비 부인의 삶 [세기의 비하인드]
일본 호스티스에서 인도네시아 ‘퍼스트레이디’까지…데비 부인의 삶 [세기의 비하인드]
2023. 12. 17 09:45 문화/생활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세 번째 부인인 일본인 데비 수카르노. SNS 캡처 데비 수카르노 일명 ‘데비 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 방송인이 있습니다. 그의 본명은 네모토 나오코. 순수 일본인인 그녀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세 번째 부인입니다. 일본을 방문한 58세 수카르노 대통령이 19세였던 나오코에 한눈에 반해 그녀를 인도네시아로 데려갑니다. 가난을 이기지 못해 일본 환락가 호스티스가 된 여성이 어떻게 한 나라 수장의 아내가 되고 또 프랑스 사교계를 뒤흔들었으며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방송인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던 걸까요? 그녀의 인생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데비 부인의 어린 시절 사진. 일본 방송 캡처. 네모토 나오코는 가난한 목수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순수 100% 일본인이지만 매우 이국적인 용모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탓에 야간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가족을 부양하고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화류계로 발길을 돌립니다. 도쿄로 상경한 나오코는 긴자의 고급 클럽 ‘코파카바나’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물 한 잔 가격이 대학 졸업생 초봉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무나 접대를 받을 수 없는 고급 클럽이었습니다. 나오코는 그중에서도 아름답고 영리한 접대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정계와 재계의 초 거물급을 상대하는 상위 1% 호스티스로 자리잡습니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과 데비 부인. 당시 인도네시아와 큰 사업 관계를 맺고 있던 한 일본 무역회사가 수카르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고급 접대부를 수소문하다가 나오코를 고용하게 됩니다. 하룻밤 상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오코는 이것이 자신의 일생일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감했습니다. 자신보다 거의 40년 연상인 데다, 이미 자국에 두 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수카르노 대통령이지만 그녀는 모험을 결정합니다. 그를 따라 인도네시아행을 택한 겁니다. 명목상 무역회사의 비서 자격이었지만, 그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과 데비 부인. 그의 정부가 된 지 2년 만에 나오코는 세 번째 부인 자리에 앉게 됩니다. 참고로 당시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율법에 따라 한 남성이 4명의 아내를 합법적으로 둘 수 있었습니다. 나오코는 일본인 요리사 2명을 포함해 총 30명이 시중을 드는 궁정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본명을 버리고 인도네시아 이름인 라트나 사리 데비 수카르노(Ratna Sari Dewi Sukarno)로 개명까지 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데비 부인’이라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데비는 인도네시아어로 여신을 뜻합니다. 젊고 아름다운 데비 수카르노는 다른 부인을 제치고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고귀한 영부인 생활은 8년이 지나지 않아 끝이 납니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네덜란드 식민지에서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이룬 국부로 추앙받지만 국가 경제를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60세가 된 그는 젊은 군인 수하르토의 군사쿠데타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대통령 가족은 1965년 가택 연금 상태가 됐습니다. 쿠데타로 인해 대통령이 가택 연금 되자 데비 부인은 딸 카리나와 함께 망명을 시도 합니다. 데비와 대통령 사이에서 딸 카리나가 태어난 것도 가택 연금 시절입니다. 데비 부인은 딸이 태어나자 목숨이 위태로운 인도네시아에서 이대로 살 수는 없는 판단이 이릅니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망명 신청을 했으나 일본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외교적 사정으로 인해 거절당하자 프랑스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다행히 데비 부인은 셋째 부인인 덕분(?)에 새 정권의 수장인 수하르토의 시야에서 벗어나 쉽게 망명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수하르토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애초부터 데비 부인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데비 부인은 수카르노의 막대한 유산을 받지는 못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대통령 부인에게 주는 연금은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인맥으로 메이저 석유 회사에서 로비스트로 일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갑니다. 대통령 부인으로 호화로운 생활에 취해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던 거죠. 그간 인도네시아어, 프랑스어, 영어를 습득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주도면밀함도 있었던 겁니다. 그저 예쁘고 운이 좋은 여자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거주 시절 데비 부인과 친분을 나누던 알랭 드롱. 게다가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며 사교계에서 ‘동방의 진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여러 남성과 염문을 뿌리죠. 법적으로 아직 수카르노의 부인임에도 화가 살바도르 달리, 비틀스의 링고 스타, 배우 알랭 들롱까지 많은 남성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염문을 뿌리다 보니 좋지 않은 평판도 따라왔습니다. 프랑스 사교계에서는 지나치게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좋지 못한 평판을 뒤로하고 데비는 1991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합니다. 거기서도 사교계에 입성하려다가 한 여성과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데비 부인은 VIP 파티장에서 만난 제4대 필리핀 대통령의 손녀 미니 오스메냐가 자신의 출신을 두고 비아냥거리자 샴페인잔으로 폭행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상해죄로 구속이 되기도 한다. AI 생성 이미지 데비 부인은 한 VIP 파티장에서는 제4대 필리핀 대통령의 손녀 미니 오스메냐와 맞닥뜨립니다. 그 자리에서 오스메냐가 자신의 과거를 들추며 비아냥대고 모욕을 주자 데비 부인은 샴페인 잔을 깨고 그 파편으로 그녀의 얼굴을 그어버립니다. 대통령의 손녀는 서른일곱 바늘이나 꿰매는 큰 수술을 받았고 데비 부인은 상해죄로 한 달간 구속되기도 합니다. 데비 부인은 출소하자마자 “감옥생활이 기숙사 생활 같아서 즐거웠다”며 남다른 멘탈리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노년이 되어 고향 일본으로 돌아온 데비 부인은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캡처 노년이 된 데비는 비로소 자신의 고향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80세가 넘은 그녀는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데비 부인’이라며 영부인의 호칭을 써주고 있지만 그녀는 “불임의 99%는 낙태가 원인”이라는 둥 비상식적인 발언과 처신으로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몸개그도 마다않는 그녀는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먹방’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캐릭터였던 겁니다. 가난한 10대 소녀에서 상위 1% 호스티스로 그리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부인으로 또 프랑스 사교계 명사로, 말년에는 예측불가능 방송인으로 웃음을 주는 데비 부인, 마치 여러 사람의 인생을 한꺼번에 살아온 것 같은 버라이어티한 삶의 독보성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하네요. ■자료제공: 유튜브 채널 <지식 아닌 지식> 지식 아닌 지식역사의 뒤안길 인물을 조명합니다. 매주 토,일 업로드합니다https://www.youtube.com/@yeswawa/videos
인도네시아에서 온 만능 엔터테이너 부산댁 김야니
인도네시아에서 온 만능 엔터테이너 부산댁 김야니
2014. 01. 27 15:35 화제
호기심 많은 한 소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산업 연수생으로 뽑혀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 후로 14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예쁜 딸도 낳았다. 지금 그녀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배우 김야니’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인으로 살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그녀가 전화를 걸어 “근처인 것 같은데 도무지 약속 장소를 찾을 수 없다”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녀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 초등학생 딸의 재잘거림에 맞장구를 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여인이 보였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을 때 그녀가 먼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이제 막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열정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기자가 느낀 그녀의 첫인상이다. “표준어도 잘 쓰는데 이젠 부산 사투리가 더 익숙해요. 아, 서울은 무척 춥네요(웃음).” 무스토파 야니(35), 한국 이름 김야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고향인 그녀는 지난 2000년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혈혈단신 의지할 데 없는 낯선 땅이었지만 그녀는 씩씩하게 적응했다. 타고난 친화력으로 동료들과도 금세 가까워졌다. 배필이 된 고인철씨(43)도 그녀의 동료 중 한 명이었다. “남편은 전산 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었어요. 다른 파트이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회사이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더라고요. 얼굴도 잘생겼지만(웃음), 그것보다는 성실함과 똑똑함에 끌렸어요.” 그러나 2002년 비자가 만료되면서 그녀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게 됐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두 사람은 2년간의 공백기를 잘 견뎌내고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시간은 ‘평생 이 사람과 함께해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결혼식 하루 전날, 남편이 신혼집에서 ‘나랑 결혼해줄래?’라고 수줍게 말한 것이 프러포즈의 전부였어요. 드라마나 영화처럼 근사하고 우아한 곳 잊지 못할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무척 감동을 받았죠. 이렇게라도 해주는 게 어디인가, 싶으면서요(웃음). 사실 당시만 해도 국제결혼이 흔지 않아서 혼인신고가 복잡했거든요. 그걸 해결하느라 이미 지쳐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겸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한국에 이어 현지법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살면서 문화적인 차이로 힘든 적은 없었어요. 남편이 일 때문에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도 1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잘 알고 또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은 편이에요. 여전히 인도네시아에는 없는 ‘시댁’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리고 또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친정 식구들에게 잘하지 못해 속상한 적은 있지만, 뭐 이 정도면 결혼 잘한 것 같아요(웃음).” 내친김에 남편 자랑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를 먹었어도 내 눈에는 꽃미남이다. 웃는 게 정말 예쁘다. 책임감도 강하고 성실하고 정확한 사람이다”라며 술술 ‘사랑의 콩깍지’를 풀어냈다. 물론 부부 싸움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선한 그 미소에 속았어요(웃음). 결혼하고 나서 보니 은근히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남자더라고요. 특히 결혼 초기에 남편이 직장 때문에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큰아이를 저 혼자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가끔씩 TV에서 외국인 여자들이 ‘한국 남자 자상해서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전 이렇게 말해요. 데리고 한번 살아봐라(웃음).” 노력이 만든 행복 그녀는 말을 참 잘했다. 가끔씩 조사를 생략하고, 말끝마다 “그랬습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 있었다. 한순간도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이다. 한때 그녀는 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상을 휩쓴 적이 있다. 결혼 후에는 이런 재능을 살려 통역 일을 했다. 그리고 6년 전,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아는 이 하나 없는 그곳에서 그녀는, 이번에도 꿋꿋하게 ‘영역’을 넓혀나갔다. 엄마가 되고 난 뒤에는 그 범위가 더 넓어졌다.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인맥이 중요하더라고요. 친한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커피 타임도 갖고 수다도 떨면서 아이들의 교육 정보를 공유하곤 해요. 때로는 남편 험담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가끔은 찜질방을 함께 다니며 등도 밀어주죠(웃음).” 그러던 어느 날, 다문화센터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부산·경남 지역 방송인 KNN에서 시트콤 ‘촌티콤 웰컴 투 가오리’를 제작하는데, 이주 여성 출연자가 필요해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제 앞으로 서른 명이나 있더라고요. 준비된 대본을 읽고 나오는데 PD님께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 역으로 제격인데, 애초 대본상에는 베트남 이주 여성이 등장하기로 돼 있어 고민된다고 하시면서요. 그 말을 듣고는 아, 내 것이 아닌가 보다, 하고 체념했어요. 그러고는 2주 뒤에 다시 연락이 왔죠. 작가님들께서 캐릭터의 국적을 인도네시아로 바꾸기로 하셨다고요(웃음).” 비슷한 시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인도네시아어 통역 및 외국인 근로자 상담을 할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했다. 비록 계약직 직원이었지만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 연기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결국 그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로 결심했다. 성실히 일했고 최선을 다했다. 밝고 야무진 성격에 반한 PD와 작가들이 입소문을 내주면서 방송 일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남들이 말하길 제가, 눈치가 좀 빠르다고 하네요(웃음).” 숱한 시행착오는 그녀를 단단하게, 야무지게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KNN이 제작한 범죄 재연 드라마 ‘현장 추적 사이렌’에서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 여성 역으로 열연을 펼쳤고, 현재는 부산 KBS-TV ‘아침마당’과 MBN 채널 ‘소문난 며느리 토크쇼’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아줌마의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각종 광고에도 캐스팅됐다. “시트콤을 1년 10개월 동안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혼도 많이 났고요. 언제까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배려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더 열심히 했죠. 연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아이러니한 게 이주 여성의 역할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선 한국말을 잘해도 안 되고, 또 못해도 안 돼요. PD님들은 ‘적당히, 중간으로 해’라고 하셨는데, 그 ‘적당히’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죠. 한 번은 너무 잘해서 NG가 난 적도 있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대사 따로 표정 따로, 뭐 그랬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니까 결국엔 되더라고요. 지역 방송국에서 주는 ‘눈물의 여왕상’도 탔어요. 한국에서 많은 일들을 해봤지만 그중에서도 배우 일이 제일 맞아요. 또 연기를 하는 동안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딸과 바쁜 일정을 이해해주는 남편은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다. 때때로 지나치게 객관적이라는 점이 문제이지만. “남편도 딸도 저를 믿어주고, 제가 하는 일을 존중해줘요. 초반에 찍었던 연기를 다시 돌려보면서 ‘진짜 못한다. 더 잘해야겠다’라고 냉정하게 평가도 하고요. 그런데 그건 제가 봐도 못해서, 뭐라 변명할 길이 없어요(웃음).” 레드카펫을 밟을 그날까지 카메라 앞에서 지어 보이는 표정이나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제2의 김혜수’를 꿈꾸는 그녀의 차기 목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다.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난겨울에는 학생들이 막걸리를 개발해 특허를 받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막걸스’ 촬영을 마쳤다. 첫 상업 영화인 만큼 거는 기대가 크다. 그녀는 극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의 엄마 역을 맡았다.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 부산에 산다는 이야기를 안 했어요. 사전에 말씀드리면 행여 멀어서 스케줄을 펑크낼까봐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나중에 다 끝난 뒤 말씀드렸더니 ‘대단하다’라며 깜짝 놀라시던데요? 문제는 고등학생 역할의 배우와 제가 나이 차이가 크게 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웃음). 결국엔 분장으로 커버했지만요. 이렇게 말하면 제 자랑 같지만 종종 ‘이주 여성 같지 않고 그냥 예뻐 보인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분명 칭찬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요. 모든 이주 여성들이 흔히 TV에 나오는 것처럼 가난하고 불행한 건 아니데, 선입견이란 게 정말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전 이렇게 말해요. ‘언제까지 이주 여성들을 불쌍하게 보실 겁니까? 행복한 사람들도 많아요. 저처럼 꿈을 찾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 편견을 버려주세요’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둘째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혹여 지금껏 쌓아온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지만 그래도 잠시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축복에 감사하기로 했다. 조금 돌아간다 한들, 조금 늦게 간다 한들 목적지만 분명하다면 괜찮다고, 멀리 보고 가자고 그렇게 도닥거리는 중이다. “큰애도 제법 컸고 그래서 이제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또 좋은 작품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해 한껏 들떠 있었는데 덜컥 임신이 돼 혼란스러웠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그중에서도 송혜교·강동원 주연의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오디션을 보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쉬워요. 대본을 받아 맹연습까지 했는데 하필이면 오디션 당일 입덧이 너무 심해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았거든요.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지만, 배부른 아줌마를 써주시진 않겠죠?(웃음) 활동을 안 하는 동안 저와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날까 봐, 아니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짠하고 등장해 저란 존재가 사라질까 봐 겁이 나긴 해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도 몸 관리 잘하고, 감정 연기로 태교를 하면서 더 큰 기회를 기다려보려고 해요. 별수 있나요? 이미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아내, 엄마, 연기자, 방송인, 통역사 등 1인 5역을 해내는 그녀. 하루하루가 고되지만 그녀는 오늘도 자신과 같은 이주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을 낸다. 인터뷰를 끝내고 딸의 손을 꼭 잡고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반짝거렸다. 머지않아 레드카펫을 당당하게 밟으며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길, 나지막이 응원해본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웃음) 한국은 몰랐던 제 재능을 발견해준 곳이자 꿈을 이루게 해준 나라예요.” <■기획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
인도네시아의 속살을 맛보다
2013. 01. 02 11:50 레저/여행
동남아시아의 1만7천 개에 달하는 거대한 군도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그것을 이루는 어지러운 섬들의 숫자만큼이나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나라였다. ‘적도의 에메랄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사람이 많이 사는 인구 대국’, ‘마지막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발리가 있는 곳. 그간 이 먼 나라를 대표하던 수식어들을 걷어내고 오감으로 느껴지는 인도네시아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혼돈과 평화가 공존하는 이 크고도 작은 나라는 신에게 바치는 공경심만큼이나 따뜻하고 신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천 년의 시간이 잠든 신비의 사원, 보로부두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7시간,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 도착해 국내선으로 갈아탄 뒤 다시 1시간여를 날아 족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세계 최대의 섬나라인 만큼 인도네시아를 이해하려면 몇 개의 주요 섬들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단 인도네시아의 주도(州都)이자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와 태고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수마트라, 최근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술라웨시 정도는 머릿속에 넣어두자.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띤 부처의 불상.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하다.사원 벽면에는 부처의 일생이 새겨져 있다.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자바 섬의 문화 중심지다. 화려함과 번잡함으로 수도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자카르타와는 달리 고대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도네시아의 고도(古都).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주 정도가 되는 곳으로, 30개가 넘는 대학이 있어 인구의 40%가 학생인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를 지나쳐 족자카르타를 먼저 찾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세계 최대의 불교 건축물인 보로부두르 사원을 보기 위해서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불리는 보로부두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불교 유적지로 아직까지도 수많은 비밀에싸여 있는 신비의 사원이다. 거대한 화산으로 둘러싸인 푸른 쿠두 평원 한가운데 위치한 이 사원은 기원전 9세기경 샤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건설됐다가 지어진 지 1백 년 만에 인근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묻혀버리고 만다. 보로부두르의 목이 잘린 불상.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부처의 목은 식민 시절마다 선물로 바쳐져 씁쓸하고도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동남아 최대 힌두 사원인 프남바난. 사원이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1천 년 뒤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영국군에 의해서다. 1천 년의 시간을 고요히 잠들어 있던 사원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에 휩싸였고, 녹지로 둘러싸인 평원 한가운데에서 고대인들이 어떻게 돌을 구해 이 거대한 사원을 완성했는지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고고학적 가치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대의 전설이 아니더라도 보로부두르는 여행자들에게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피라미드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구조와 1층부터 10층까지 정방형으로 쌓아 올라가는 거대한 규모에, 사원 벽면에는 부처의 생애를 담은 생동감 넘치는 부조가 새겨져 있는데 이 부조에 등장하는 인물만 무려 1만 명에 달한다. 해 질 무렵 고대의 정령들이 춤추는 사원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녹색 들판과 운무에 휩싸인 산들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이방인을 둘러싼 신성한 기운이 그저 깊은 탄성으로 터져 나올 뿐이다. 자카르타의 작은 시장. 인도네시아 어디에서든 열대과일과 향신료를 맛볼 수 있다.아름다운 자바 건축의 백미, 프남바난 보로부두르를 봤다면 이제 힌두 사원인 프남바난을 볼 차례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을 비롯해 힌두교와 불교, 기독교, 가톨릭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데, 족자카르타는 자바 섬 중남부라는 개방적인 위치로 인해 여러 종교들이 저마다의 독자적인 문화를 평화롭게 이어나가고 있다. 1천 년이 넘는 불교 사원 보도부두르와 힌두 사원 프남바난이 한 도시에 공존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동남아 최대 규모의 힌두 사원인 프남바난은 9세기 중부 자바에서 번성한 마타람 힌두 왕국에 의해 지어졌다. 힌두 전통신인 시바 신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원래 이름도 ‘시바의 집’이라는 뜻의 ‘시바그라’였다고. 보로부두르가 웅장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면 프남바난은 정교함과 세련된 균형미를 뽐내며 자바 건축의 백미를 보여준다. 보로부두르와 마찬가지로 프남바난 역시 모진 풍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16세기에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무너져 2백 년 넘게 방치되다가 일부 신전이 복원됐으며 현재 나머지 신전들도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프남바난 사원은 넓은 벌판에 50여 개의 사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앙에 솟은 시바 신전은 47m 높이로 동남아 최대 규모다. 해 질 녘에 방문하면 노을빛에 드리워져 더욱 아름다운 크고 작은 사원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사원 옆 야외극장에서 힌두 전통 무용인 ‘라마야나 공연’도 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들러보자. 화려한 힌두 고유의 의상과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몸놀림이 신비로운 남국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동남아시아 제1도시, 자카르타 시내 전경. 거대한 카오스 속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의 도시, 자카르타 인구 1천1백만 명의 동남아시아 제1의 도시, 크고 화려한 건물들 사이로 소음과 활기 가득한 자카르타에 적응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새것과 낡은 것, 부(富)와 빈(貧), 무질서와 평화가 어우러진 거대한 카오스 한가운데에서 이방인은 잠시 어찌할 줄 모르는 심정이 돼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혼란의 도시에 흡수되는 건 한순간이다. 동틀 녘, 여행객의 귀를 깨우는 기도 소리, 여유롭고 환한 미소로 이방인을 반기는 거리의 발 벗은 이들, 매혹적인 축제와 이국의 풍습,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노점들과 넘쳐나는 먹을거리들은 가난한 여행객의 여정을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만든다. 인도네시아 민속촌 \'타만 미니\'에서 만난 전통춤을 추는 소녀들.자카르타를 찾은 이라면 ‘타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다’에서 한층 더 깊은 인도네시아를 경험할 수 있다. ‘자카르타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인도네시아를 축소시켜놓은 작은 공원’이라는 뜻의 민속촌으로,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아름답게 조성해놓은 테마파크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분 거리에 위치한, 150ha 규모의 거대한 공원 안에는 개성 강한 양식으로 지어진 인도네시아 각 지방의 가옥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여러 종족의 의식주는 물론 문화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놀이시설과 아름다운 호수, 동물원과 다양한 전시관까지 마련돼 관광객들은 물론 많은 자카르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볼거리 중 파충류 전시관과 새 전시관은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살아 있는 공룡이라 불리는 ‘코모도’ 왕 도마뱀과 인도네시아 각지의 화려한 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1 인도네시아의 전통의상인 바틱을 만들고 있는 여인. 2 족자카르타의 바틱 공장. 알록달록한 염료들이 바틱에 수를 놓는다. 3 족자카르타는 은세공으로 유명하다. 곳곳에서 정교한 은세공 공예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독특한 인도네시아 전통 공예품과 동남아시아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카르타는 쇼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시내의 주요 쇼핑센터로는 그랜드 인도네시아 몰과 플라자 인도네시아, 스나얀시티 쇼핑몰 등이 있고 블록엠 지역과 수라바야 거리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한 기념품과 선물로 많이 찾는 전통 공예품,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을 만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파리’, 사랑스러운 고산도시 반둥 주말이면 자카르타 사람들은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180km 떨어져 있는 고산도시 반둥으로 향한다.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는 반둥은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로, 연평균기온 22℃의 시원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이다. 선선한 기후, 다양한 음식뿐 아니라 화산 관광과 온천 체험, 쇼핑과 골프를 즐기기 위해 주말이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특히 중소 규모의 아웃렛이 밀집된 쇼핑의 천국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이곳은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레스토랑과 쇼핑몰들이 늘어서 있어 ‘인도네시아의 파리’라 불리기도 한다. 자카르타에서 반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보고르 식물원과 따만 사파리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관광명소. 반둥 시내 인근에 있는 ‘탕쿠반 프라후’ 휴화산을 구경하고 천연 유황온천수로 유명한 ‘치아트르’ 온천에 몸을 담그면 천혜의 자연 속에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인도네시아 여행 정보 전 지역 평균기온이 25~27℃에 이르는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 화폐는 루피아(Rupiah)로 1천 루피아가 우리 돈으로 120원 정도다. 시차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자카르타와 자바, 수마트라 지역은 한국보다 2시간, 발리와 칼리만탄, 슬라웨시는 1시간 느리다. 공항과 정부기관, 사원에서는 소매가 없는 옷이나 짧은 반바지, 비치샌들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고, 물은 끓여 마시거나 미네랄워터를 사서 마실 것을 권장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왼손은 부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악수를 하거나 물건을 받을 때는 가급적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30일 이하 체류시에는 25달러를 내고 공항에서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글&사진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취재 협조 / 인도네시아 관광청(tourism-indonesia.kr)>
인도네시아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돌아온 전미선의 행복한 나눔 이야기
인도네시아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돌아온 전미선의 행복한 나눔 이야기
2012. 06. 07 17:23 연예
따뜻한 미소의 배우 전미선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씩씩하게 꿈을 키워나가는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을 만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흔히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는, 거창해야 할 것만 같은 실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망설이고 걱정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경계도 서려 있지 않은 환한 웃음으로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 앞에서 일행은 오히려 더 큰 위안과 뭉클한 설렘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오래오래 가슴속에 남을 뿌듯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행복이 가득했던 그곳에서의 특별한 이야기를 독점 공개한다.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나눔’의 기적 동남아시아 남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인도네시아는 발리 등 아름다운 휴양지로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잦은 자연재해와 오랜 가난으로 어려움에 허덕이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천연자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계층 간 빈부 격차가 크고 낙후된 지역이 많아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고, 제대로 된 복지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하고 밝은 마음으로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배우 전미선이 국제구호단체 플랜코리아와 함께 길을 나섰다. 획일화된 나눔과 기부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지원하는 플랜코리아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특별한 여정에는 촬영감독인 남편 박상훈씨가 동행해 보다 큰 의미를 더했다. 전미선 부부가 찾은 곳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렘방 지역.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 그곳에서 또다시 차로 세 시간여를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너른 평야를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서 들어가면 고유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을에는 한 개의 초등학교와 두 개의 유아 교육시설, 보건소밖에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주거 및 위생환경도 열악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지역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사실 예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잘 몰랐고, 그렇다고 의욕만으로 섣불리 나서는 것도 주저돼 실천으로 옮기질 못했어요.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해외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있을까 싶어 망설였죠.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아무도 손을 뻗지 않는 어려운 곳부터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용기를 내 오게 됐어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인도네시아행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머리를 스쳤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과연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등 생각할수록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혼자서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공유하고 실천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눔은 꼭 대단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에서였다. 장애를 넘어선 배움의 의지 렘방 지역에 도착한 전미선은 가장 먼저 팀브라강 마을에 살고 있는 열 살 소년 세툐 바스코로의 집을 방문했다. 엄마와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 바스코로는 듣고 말하는 데 장애가 있는 어린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 지금껏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읽고 쓰는 능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엄마 혼자 농장에서 일한 품삯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연로하신 할머니가 종일 바스코로를 돌보고 있다. 장애를 겪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바스코로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그저 꿈만 꿀 뿐이다. 친구들을 따라 매일 학교까지 갔다가 혼자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주위를 맴돌다 돌아온다. 이따금씩 친구들이 운동장으로 나오는 쉬는 시간이 바스코로에게는 가장 반갑고 신나는 순간이다. “바스코로의 엄마는 생활이 어렵다 보니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다 아이가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대요. 학교에서도 바스코로가 특수교사가 없는 교육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 보니 어려운 점이 더욱 많은 것 같아요.” 바스코로에게도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고 기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일행은 곧바로 마을의 초등학교를 찾았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였다. 바스코로가 얼마나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지를 전해들은 전미선은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선생님을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또래 학생들 중 바스코로와 비슷한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 학교 선생님들과 엄마 모두 마음을 돌렸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7월부터 바스코로를 입학시키기로 한 것. 전미선과 플랜코리아도 바스코로가 앞으로 온전한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바스코로는 신이 나서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물론 바스코로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지라 ‘바스코로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 스스로 무척이나 원하고 있고 ‘하고 싶다’라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잘 해나갈 거라 믿어요. 또한 조금 모자라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다행히 바스코로 곁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 마음이 놓여요. 학교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바스코로의 얼굴을 보니 도와주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심을 담아 마음으로 나눈 대화 학교에서 등록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전미선 부부는 바스코로에게 공부방을 마련해주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뚝딱뚝딱 망치질을 해 책상을 만들고 준비해간 책과 학용품들을 채워 넣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듣고 말하는 것이 불편한 바스코로를 위해 쉽게 글을 쓰고 지울 수 있는 작은 보드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놀 수 있는 블록 장난감도 선물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 개구쟁이 바스코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선물은 무엇보다도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축구화였다. 낡은 운동화 대신 새 축구화를 신고 골대를 가를 통쾌한 슛을 날릴 생각에 들뜬 바스코로는 전미선이 축구화 끈을 묶어주는 짧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뻐했다. “축구하러 같이 운동장까지 가기로 해놓고 새 축구화를 신자마자 제 손을 탁 놓고 마구 달려가는 바람에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 뭐예요(웃음). 그래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곳에 오기 전 바스코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떨리기도 하고 아이를 어떻게 보듬어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만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기차고 건강해서 안심이 되네요. 나이는 열 살이라도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체구도 작고 장애 때문에 행동도 미숙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순수하고 밝은 것 같아요. 선물 하나에도 크게 기뻐하고 고마워하고요. 제가 너무 어른의 잣대로만 바스코로를 바라봤나 봐요. 오히려 제가 이 아이에게서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동네 아이들까지 한데 모여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서야 모두들 둘러앉아 식사 시간을 가졌다. 고마운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밥상이었다. 메뉴는 단출했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녹아 있는 맛있는 한 끼. ‘화려한 배우’가 아닌 ‘자상한 엄마’ 전미선은 바스코로와 친구들의 그릇에 반찬을 하나씩 놓아주며 식사를 챙겼고, 바스코로는 평소 가장 좋아하는 반찬인 튀긴 달걀 두 개로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아이들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풍선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또 생전 처음 제기차기를 하며 깔깔댔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과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진정한 소통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다 더욱이 바스코로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친구라 우리가 함께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바스코로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거침없이 제 팔을 잡아 이끌 때 뭔가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 아이가 제 마음을 믿고 답해준다는 느낌이요. 우리는 나이도, 사는 곳도, 살아온 방식도, 생각도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감정을 나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요.” 그녀의 말대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고 옆에 서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바스코로가 함께 찍은 즉석 사진을 건네자 먼저 전미선의 손을 잡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사진 속 전미선의 얼굴을 가리키며 웃다가 더 예쁘게 찍어주겠다는 듯 카메라를 빼앗아 들기도 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신나하는 바스코로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어요. 제가 이 아이의 인생을 모두 바꾸고 책임질 수는 없어요. ‘내가 큰 도움을 줘야지’라는 생각도 욕심이고요. 하지만 이 아이가 지금 이 순간 조금이라도 행복해하고, 또 앞으로 살아가는 데 제가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아직 어린아이라 살면서 금방 저를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슴을 설레게 한 소녀를 위해 흘린 땀방울 팀브라강 마을에서의 뭉클한 여운을 간직한 일행은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인근 지역 카자르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전 병으로 아빠를 여의고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열두 살 소녀 프리얀티가 살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엄마는 고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집 안에서 지내고 있고,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가 사는 헛간 한 모퉁이에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좁은 공간은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둡고 허름했으며, 소와 닭 등 가축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무엇보다 집 안 보수 및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아이가 살고 있는 환경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라는 귀띔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가파른 산길을 지나고 고개를 몇 개 넘었는데, 정말 이런 곳에 집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일 처음 뛰어나와 우리를 맞는 프리얀티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어요. 너무나 예쁜 여자아이가 먼저 제 손을 덥석 잡는데 마음이 쿵쾅쿵쾅 설레더라고요. 저도 아들을 키우지만 보통 남자아이들은 무뚝뚝한 편이잖아요. 어제 만난 바스코로는 쑥스러워서인지 처음엔 자꾸 제 눈을 피하고 그랬는데, 프리얀티는 먼저 손을 내밀고 안기는 모습이 딱 애교 있는 여자아이더라고요. 처음 만났지만 어쩐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프리얀티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받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한 이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 안쓰럽기만 했다. 프리얀티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며 공부를 마쳤지만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어 6km 떨어진 테갈도 마을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두 곳을 오가는 교통편이 없는 실정이다. 프리얀티가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학교 등록 및 기숙사 비용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6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엄마는 프리얀티와 떨어져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충만한데도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을 풍족하게 누리면서도 불평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잖아요. 저 또한 그랬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고 싶은 게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프리얀티 엄마도 무척 힘들 거예요. 저도 엄마로서 그 심정을 아니까 더 짠했어요. 그래서인지 프리얀티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쁜 소녀의 환대에 힘을 얻은 전미선 일행은 우선 모녀가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을 살피고 보수하기로 했다. 각자 역할을 나눠서 위험한 곳을 손보고, 낡은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온 생활용품들을 차곡차곡 수납하고 당분간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음식과 저장용품 등도 채워 넣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또한 당장 학교를 다닐 수는 없지만 혼자서라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프리얀티를 위해 책상과 선반도 만들고 책과 노트 등의 학용품을 선물했다. 프리얀티가 악기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모니카를 준비해온 전미선은 직접 동요 ‘학교종’을 들려주며 음계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프리얀티의 꿈은 소아과 의사래요. 나중에 커서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데 공부할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속상하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도 못 다니는데다 몸이 불편한 엄마를 도와서 소 먹이도 주고 물도 길어오는 등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대요. 지금은 비록 힘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프리얀티가 꼭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직 아이인 만큼 앞으로 또 다른 관심을 가질 수도, 새로운 꿈이 생길 수도 있겠죠. 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프리얀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온 마음을 다해 너의 삶을 응원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곤 국가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식수로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을 얻기 위해 뙤약볕 아래 험난한 길을 몇 시간씩 걷거나 위험 지역을 지나야 하는 어려움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프리얀티는 물을 길어오기 위해 무거운 물통을 메고 매일 한 시간이 넘는 길을 다닌다. 이 일은 프리얀티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뭐든 돕고 싶은 마음에 같이 물을 길러 가기로 했는데 막상 그 비탈진 산길을 한 시간 넘게 걸어가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길은 험하고 물통은 무거울 텐데, 이 어린 소녀가 매일매일 얼마나 힘이 들지 가슴이 미어졌어요.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막막한 마음만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더 꽉 잡아주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마음속으로 계속 얘기했어요. ‘나는 너를 아직 잘 모르지만, 너를 응원한단다. 너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어려움이 있어도 꼭 이겨내다오’라고요. 그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함께한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나눈 마음만큼은 깊고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나란히 걷던 프리얀티가 발길을 멈추고 섰을 때 통역을 담당했던 이에게 뭔가를 묻더니 서툰 발음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사랑해요”라고. 아마도 그녀를 생각하고 아끼는 전미선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진심이란 애써 드러내고 포장하지 않아도 마음의 온기를 타고 전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고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나눔’이란 서로 마음이 오고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물질적으로 뭔가를 채워주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거기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저 일방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말겠죠. 대신 단 0.1초라 해도 서로간에 교감이 이루어졌다면 그 감정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진심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을 나눠줄 것이기 때문이죠.” 잊지 않고 지켜나갈 나눔의 약속 마치 꿈을 꾼 듯 빠르게 스쳐간 3박 5일은 전미선 부부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벅찬 감동과 함께 한편으로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짧은 만남 속에서도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어준 사람들을 통해 기쁨과 희망의 단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경험이 그저 한때의 감상만으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 두 사람은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볼 생각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제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한 번, 두 번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사랑을 나누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의욕만 앞세워 섣부른 약속은 하지 않으려 해요. 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공부하고 고민해서 실천할 거예요.” 마음을 나누기 위해 찾아간 인도네시아에서 그보다 더 큰 행복을 발견하고 돌아왔다는 전미선 부부. 앞으로는 이 값진 경험과 교훈을 세상에 알리고 되돌려주는 데 머리를 맞대보려 한다. 섣불리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진심을 다해서 말이다. “지금의 이 마음과 다짐, 잊지 않고 오래 가져갈 거예요. 바쁘다는 핑계로, 또 현실이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으려고요. 앞으로 살면서 나태해졌을 때 남편과 서로 꼭 깨우쳐주자고 약속했어요. 이래서 나눔은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좋다고들 하나 봐요(웃음).” 3박 5일을 동행했던 남편 박상훈씨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촬영감독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눔의 방법과 크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일단 작은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보세요”라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상의 이웃들을 위해 잊지 않고 마음을 기울이는 것, 이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전미선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소중한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반드시 유효하다. 플랜코리아와 함께 사랑을 실천해요! 플랜코리아는 1937년 설립된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비종교·비정치·비정부 국제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은 UN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기구로, 한국은 1953년부터 1979년까지 후원을 받아오다가 1996년 세계 최초로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격상됐다. 현재 플랜인터내셔널은 21개 후원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48개국 1백50만 명의 아이들과 9백만 명의 지역 사회 주민들을 돕고 있다. ●후원 신청 및 문의 02-790-5436 www.plankorea.or.k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취재 협조 / 플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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