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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008 건 검색)

‘구제역 전파 막아라’···대구시, 백신 일제접종 시기 앞당겨
‘구제역 전파 막아라’···대구시, 백신 일제접종 시기 앞당겨
2025. 03. 18 10:08사회
...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최근 전남 한우 사육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백신 일제접종 시기를 앞당겨 진행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시는 지난 14일 구제역 위기 단계를 ‘주의’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경찰 간부들, 항소심도 일제히 무죄 주장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경찰 간부들, 항소심도 일제히 무죄 주장
2025. 03. 17 16:33사회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해 10월17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이태원 유가족이 재판 시작 전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호이태원참사이임재
“두 달간 지정 사실도 모른 무능한 정부”…미 ‘민감국가’ 논란에 야당, 일제히 비판 목소리
“두 달간 지정 사실도 모른 무능한 정부”…미 ‘민감국가’ 논란에 야당, 일제히 비판 목소리
2025. 03. 15 15:24정치
... 미국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일제히 비판하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진보당은 최근 본회의에서 ‘한미동맹 지지결의안’이 통과된 상황도...
‘민감국가’ 지정 파장
“법원이 검찰 지휘하나” 여당, 일제히 천대엽 비판
2025. 03. 13 21:09정치
...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이재명 세력을 위한 정치를 한다” “법원이 검찰을 지휘하나” 등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행정처장으로서 사법부의...

스포츠경향(총 198 건 검색)

[종합] 송혜교 ‘검은 수녀들’, 평론가·관람객 일제히 혹평…예매율 3위 ‘뚝’
[종합] 송혜교 ‘검은 수녀들’, 평론가·관람객 일제히 혹평…예매율 3위 ‘뚝’
2025. 01. 31 14:12 연예
‘검은 수녀들’ 포스터. 송혜교 주연의 영화 ‘검은수녀들’에 평론가, 관람객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3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은수녀들’의 현재 예매율은 19.5%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과 ‘히트맨2’에 밀려 예매율이 3위로 내려앉았다. 관객수도 ‘히트맨2’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검은수녀들’은 전날 14만 3,960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118만 6,517명을 달성했다. 그러나 설 연휴 특수였고, 이마저도 ‘히트맨2’의 25만 1,502명에 크게 뒤진 수치였다. 앞서 ‘검은수녀들’은 예매율 40.9%를 달성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던 바. ‘검은수녀들’이 이처럼 예매율이 곤두박질을 치게 된 건 평론가 및 실관람객한테서 혹평이 쏟아진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기준 ‘검은 수녀들’은 10점 만점에 6.47점을 받았다. 실관람객들은 “지루하다”, “이렇게 긴장감 없는 오컬트물은 처음이다”, “연출이 아쉽다” 등의 목소리를 내며 ‘검은수녀들’에 아쉬운 평을 던졌다. 영화 리뷰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의 ‘검은 수녀들’에 대한 평은 이보다 더 박하다. 31일 기준 왓챠피디아에서 ‘검은 수녀들’은 5점 만점에 2.6점을 받았다. 왓챠피디아의 관객들 역시 “정신산만하다”, “왜 장재현이 아니냐”, “2시간짜리 송혜교의 ‘너의 이름은’” 등의 평을 적으며 ‘검은 수녀들’을 비판했다. 평론가 평도 후하지는 않았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장르에서 구마 의식이 뻔하고 맥없다면”이라는 평을 남기며 5점 만점 2점을 줬다. 박평식 평론가는 이보다 조금 높은 10점 만점 5점을 줬다. 그는 “잡다하게 뒤섞어 거무튀튀해진”이라는 평을 내렸다. ‘검은 수녀들’ 나무 위키. ‘검은 수녀들’을 향한 관람객, 비평가들의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검은 수녀들’ 측이 개봉 5일 차인 지난 28일 나무위키 문서 열람을 차단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와 관련 ‘검은 수녀들’ 측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오징어게임’ 등 스포일러가 중요한 다른 작품들도 나무위키 차단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낸 사례는 없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검은 수녀들’ 측은 이후 ‘검은 수녀들’ 나무위키란을 원상 복구시켰다. ‘검은 수녀들’의 손익분기점은 160만이다. 현재까지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검은 수녀들’은 손익분기점을 손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히 날 악마화, 이대로 못 물러나”
일제히 날 악마화, 이대로 못 물러나”
2024. 12. 24 03:00 스포츠종합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 출마의 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의혹 “시간 지나면 밝혀질 것” 전면 부인…내년 1월14일 선거인단 투표…대항마 7명, 단일화 변수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날 압박하며 악마화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체육계도, 나도 더 물러날 룸이 없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이 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에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체육관광부, 검찰, 경찰, 국회, 국조실, 감사원 등 거의 모든 국가 권력기관이 체육회 조사에 나섰다”며 “체육계 원로, 체육관계자와 만나서 출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해봐도 여기서 물러서면 모든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4∼25일 체육회장 후보자로 등록하면 정식 후보 자격을 얻고 3선 도전에 나선다.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열린다. 선거인단은 약 2300명 안팎이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재정 자립 △학교체육 정상화 △신뢰받는 거버넌스 확립 등을 핵심 비전으로 소개했다. 선거 슬로건은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고 정했다. 독립(Independence), 최적화(Optimization), 협력(Collaboration)이 변화를 이끌 3가지 축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3가지 영어 단어 첫 번째 이니셜을 붙이면 IOC다. 본인이 IOC 위원임을 강조한 뉘앙스다. 이 회장은 “내년 말 IOC위원 임기가 끝나지만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될 경우 IOC 위원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 변화는 궁극적으로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 체육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각 부처에 혼재된 체육 정책을 하나로 묶어 의결하는 기능을 지닌다. 이 회장이 국가 체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현 정부 시스템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 회장도 “국가스포츠위원회는 문체부와 갈등을 일으킬 공약”이라고 인정했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사유화 논란 등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이 회장을 비롯한 8명을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경찰과 검찰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대한체육회, 이 회장 자택 등까지 압수 수색했다. 이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며 무혐의를 주장했다. 현재까지 이 회장 이외 후보는 모두 7명이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일부는 이기흥 회장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단일화 회동을 가졌다.
이승환, 일제 강제동원 피해 알리기 위해 3천만원 기부
이승환, 일제 강제동원 피해 알리기 위해 3천만원 기부
2024. 10. 22 16:17 연예
가수 이승환.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가수 이승환이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 알리기를 위해 3000만원을 기부했다. 시민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21일 “이승환이 지난 19일 ‘스무 번째 차카게 살자!’의 수익금 가운데 3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부금 증서를 전달하며 2015년 군함도, 2024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일본 정보의 역사 왜곡에 맞서 한국 정보의 외교 포기에 맞서 강제 동원 역사를 알리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민족문제연구소 활동에 지지를 보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금은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는 일에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환은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스무 번째 콘서트 ‘차카게 살자’를 진행했다. 이승환이 직접 기획한 이 콘서트는 2001년 시작돼 20년간 진행됐다. 이승환은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기부해왔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자행된 강제동원 피해 알리기에도 나선 것이다. 특히 이승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선 콘서트 진행을 마무리한다. 이승환은 이날 마지막 자선 콘서트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임재성 변호사에게 기부 증서를 전달하며 “우리를 잊지 않는 우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에 3000만원을 기부한다”고 했다.
부동산플래닛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시장, 수도권 및 비수도권 거래량 거래금액 일제히 하락”
부동산플래닛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시장, 수도권 및 비수도권 거래량 거래금액 일제히 하락”
2024. 09. 11 03:52 생활
부동산플래닛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 총 거래량 및 거래금액은 직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으며 이 같은 양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빅데이터 및 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각자대표 정수민, 엄현포)이 2024년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분석 대상은 6월 말 기준으로 주소 및 건축상태가 확인된 전국 1356개 지식산업센터이며 수도권은 전체의 81.9%(1111개), 비수도권은 18.1%(245개)다. 2024년 2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지식산업센터 거래는 총 913건이었으며 전분기(995건)와 비교해 8.2%, 전년 동기(973건)보다는 6.2% 내린 수준으로 집계됐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지식산업센터는 2021년 분기 평균 약 2천여 건의 거래량을 찍었지만 이후 2022년 3분기(973건)부터 올해 2분기까지 줄곧 1천 건대 안팎의 거래량을 보이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하락세가 뚜렷했다. 올해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거래금액은 1분기 4230억원에서 13.1% 줄어든 367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2분기(4137억원)와 비교해도 11.1%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플래닛 동일 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전용면적당 평당 가격은 평균 1572만원으로 직전 분기 1673만원과 비교해 6%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1660만원)보다는 5.3%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식산업센터 거래가 집중된 수도권의 흐름만 봐도 전국 시장의 침체 양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2분기 수도권에서 이뤄진 지식산업센터 거래는 834건, 이에 따른 총 거래금액은 3413억원으로 확인됐다. 1분기(895건, 3929억원)와 비교할 경우 각각 6.8%, 13.1% 감소한 수준이며 동시에 전년 동기(865건, 3789억원)보다는 3.6%, 9.9%씩 줄어들었다. 비수도권 또한 수도권과 같이 동반 하락 흐름을 보였다. 2분기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직전 분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거래량은 100건에서 21% 떨어진 79건, 거래금액은 301억원에서 13% 내린 2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08건, 348억원)와 비교해도 각각 26.9%, 24.7% 감소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의 전용면적당 평당 가격은 1분기 1751만원에서 1619만원까지 7.5%가량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973만원에서 10.8% 상승한 1078만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플래닛 올해 2분기 서울시에서 거래가 성사된 지식산업센터는 201건, 거래금액은 1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각각 13.4%, 16.1% 감소한 수준이지만 2022년 3분기(130건)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168건)까지 100건 대 수준에 머물렀던 거래량을 고려하면 금번의 하락세 속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2분기 서울시 전용면적당 평당 가격은 2374만원으로 1분기(2905만원)보다 18.3% 줄었다. 자치구 기준으로는 금천구(87건)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발생했고 이어 영등포구(37건), 구로구(25건), 송파구(22건), 성동구(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금액에서도 금천구가 48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영등포구(291억원), 송파구(186억원), 성동구(163억원), 구로구(144억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의 지식산업센터 시장도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였다. 거래량은 직전 분기 590건에서 5.3%가량 감소한 559건, 거래금액은 2103억원에서 12.3% 줄어든 1845억원을 찍으며 분기 거래 시장을 마감했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서울과 달리 전분기 1383만원에서 3.2% 증가한 1427만원의 전용면적당 평당 가격을 형성했다. 시군별 시장에서는 2분기에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역으로 안양시(64건)가 꼽혔으며 하남시(51건)와 성남시(47건), 평택시(43건), 시흥시(42건) 등으로 이어졌다. 거래금액 기준으로도 안양시(231억원)가 가장 많았고 성남시(200억원), 용인시(181억원), 하남시(143억원), 수원시(122억원) 순으로 확인됐다. 부동산플래닛 정수민 대표는 “올해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거래량 및 거래금액이 일제히 감소하며 전반적인 거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높은 대출 금리와 실수요를 넘어서는 공급 과잉적 측면 외에도 최근 변화하는 기업 환경과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일부 지역의 거래는 이뤄질 수 있겠으나 시장 불균형과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기간 내에 거래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 마켓리포트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지식산업센터 현황(2024년 6월말 기준) 및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 실거래가 자료(2024년 8월 30일 다운로드 기준) 중 소유권 전부 이전 등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부동산플래닛 모바일 앱 및 공식 홈페이지 내 부동산 인사이드-마켓 리포트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총 29 건 검색)

[오늘을 생각한다] 지금, ‘이재명 주 4일제’가 틀린 이유
[오늘을 생각한다] 지금, ‘이재명 주 4일제’가 틀린 이유(2025. 03. 07 14:30)
2025. 03. 07 14:30 오피니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주 4일제 화두를 던졌다. 조기 대선을 겨냥해 큰 선거에 걸맞은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던진 것이다. 2021년 말 20대 대선을 앞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 4일제 공약을 발표하자, 나는 이 지면에 ‘주 4일제와 노동양극화’라는 글을 실어 반대를 표명했다. 2003년 9월,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 만에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됐고, 그 후로 22년이 흘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찬성한다. 그러나 법정 근로시간을 주 25시간 이하로 단축하기 전에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사반대다. 아무리 외국 사례를 들먹여도 소용이 없는, 명백한 한국 고유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주 4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OECD 1위에 빛나는 최장의 출퇴근 시간이다. 주 40시간·주 35시간과 병행하는 주 4일제는 퇴근 시간의 연장을 의미한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U 27개국 15~64세 임금노동자의 평균 통근 시간은 편도 25분이다. 반면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대도시권 광역교통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대도시권 평균 통근 시간은 왕복 116분, 수도권은 평균 120분에 이른다. 둘째, 상대적으로 긴 점심시간이다. 미국, 영국, 북유럽 국가들은 점심을 일터에서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 노동법은 무급 점심시간이 아닌 20분의 유급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때문에 20분 동안 점심을 해결하고 5시 칼퇴근할 수 있다. 즉 같은 주 40시간제라도 한국의 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늦는다. 주 4일제를 섣불리 말하는 게 무지해 보이는 이유다. 국가는 일을 택하라고 등 떠밀지 말고, 돌봄과 일 중에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 돌봄 시간 쟁취를 원한다. 주 4일제는 아직 멀고 먼 얘기다. “시간 거지.” 돌봄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엄마들이 스스로 붙인 자조 섞인 별명이다.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 저급한 노동자라는 평가 속에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멸시와 혐오를 뼈저리게 체감한다. 공적 돌봄·아동수당 등 양적 확대에 매몰된 정부를 향해 ‘정치하는엄마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제1 요구안으로 꼽았다. 서로 돌볼 시간을 쟁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해결하겠다면서 정부는 여성 고용단절 문제에 전혀 손대지 않는다. 어린이집은 12시간 운영, 초등 돌봄교실은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아니 그럼 우리가 대를 이으려고, 종족을 보존하려고, 인구절벽에 대응하려고 출산했을까? 아니다. 우리는 서로 돌보고자, 그 안에서 행복하고자 출산했다. 여성 임금노동자들이 고용단절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적 정리해고다. “어린이는 국가가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일하라”라는 말에 모든 모순이 담겨 있다. 국가는 일을 택하라고 등 떠밀지 말고, 돌봄과 일 중에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5일치 밥을 4일에 먹이고 하루 굶길 수 없는 것이 돌봄이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 돌봄 시간 쟁취를 원한다. 주 4일제는 아직 멀고 먼 얘기다.
오늘을 생각한다
[박성진의 국방 B컷](23) 육사 명칭은 일제 잔재···‘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져
[박성진의 국방 B컷](23) 육사 명칭은 일제 잔재···‘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져(2025. 01. 03 15:00)
2025. 01. 03 15:00 정치
2021년 3월 2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육사 7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후배 생도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전 세계에서 초급장교 양성기관에 ‘사관학교’란 명칭을 붙이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육군사관학교(육사) 명칭의 원조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다. 일본제국 육사는 일본이 육군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1874년 개교한 군사학교다. 일본제국 육사의 사관(士官)은 일본 봉건시대 무사(武士)인 사무라이의 개념과 맞닿아 있었다. 넓게 보면 메이지유신 이후 사무라이와 같은 세력을 사관으로 대체한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국에만 있는 사관학교 일본제국 육사는 일본의 패전과 함께 1945년 폐교됐다. 일본은 패전 이후 평화헌법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어 1952년 방위대학교를 개교했고, 사관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본 자위대에는 사관이란 명칭도 없다. 대신 자위관이 있다. 자위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위성의 직원으로, 무관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은 미합중국 군사대학(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이다.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는 미 군사대학이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시에 있어 붙은 별칭이다. 미 해군 장교 양성기관은 미합중국 해군대학(United States Naval Academy)이다.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Annapolis)에 있어 미 군사대학처럼 아나폴리스라는 별칭이 있다. 미 공군 장교 양성기관은 미합중국 공군대학(United States Air Force Academy)으로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있다. 이들 육·해·공군 군사대학은 모두 4년제 연방 교육기관이다. 한국에서 미국 군사대학’을 ‘미국 사관학교’로 부르는 것은 한국 육사에 빗댄 편의적 표현일 뿐이다. 한국 육사는 홈페이지에서 1946년 5월 1일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가 육사의 모체라고 설명한다. 정작 일본에서는 1945년 사라진 사관학교가 1년 만에 한반도에서 부활한 셈이다. 육군사관학교란 명칭이 일제의 잔재라고 하는 이유다. 조선과 대한제국에 ‘사관’(士官)은 없었다. 간부를 양성하는 개념으로는 ‘무관’(武官)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1896년 설립된 육군무관학교(陸軍武官學校)가 대표적인 예다. 1910년 경술국치(한일병합조약)를 앞두고 없어진 육군무관학교는 일제강점기에 신흥무관학교가 그 명칭을 이어받았다.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일본 군국주의의 특징은 천황을 앞세운 국가주의다. 일본 군부는 먼저 독단적으로 행동한 후 자신들을 따르라고 강요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1931년 9월 일본제국 관동군이 일으킨 만주사변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5·16 군사쿠데타도 일본 제국주의 군부의 군사적 사고 및 행동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혁명을 통해 국가를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적 합의 없이 군부가 독단적으로 정권을 탈취한 사건이다. 신군부의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도 국민 동의없이 군대를 앞세워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이었다. 둘 모두 군사력을 정치적 권력을 추종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12·12 군사반란은 정권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고, 12·3 비상계엄은 국민의 저항에 밀려 실패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버지’ 없는 육군 공군은 ‘공군의 아버지’로 제2대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창석 최용덕 장군을 꼽는다. 공군은 “대한민국 공군을 창설한 주역들이 광복군의 독립투쟁을 계승했다”며 “대한민국 공군에는 광복군의 숭고한 조국애가 뜨겁게 흐르고 있다”고 소개한다. 최 장군은 광복군총사령부 총무처장 출신이다. 해군은 초대 참모총장이면서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손원일 제독을 ‘해군의 아버지’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육군은 ‘육군의 아버지’로 추앙할 수 있는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6대 육군 참모총장 13명 가운데 12대 최영희 참모총장을 뺀 12명이 일본군(학도병 포함)이나 만주군 출신인 탓이다. 이중 5명은 정부가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공식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보수 언론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사령관이자 미8군 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한국 육군의 아버지’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한국 육군은 미군의 양아들이란 말인가. 한국 육군의 창군 주역 상당수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군국주의와 맥이 닿다 보니, 육군에는 일본 제국주의 육군처럼 유난히 조작되거나 날조된 육탄용사가 많다. 육탄 10용사와 육탄 5용사가 대표적이다. 1949년 5월 개성 송악산 전투에서 북한군 토치카를 폭파한 후 전사했다고 알려진 육탄 10용사의 상당수가 북한군에 귀순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에 육군이 심일 소령과 함께 북한군 자주포를 화염병으로 폭파했다고 미화한 육탄 5용사는 조작된 ‘유령용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육군은 존재하지도 않은 가공의 군인들을 영웅으로 포장해 매년 추모행사까지 치렀다. 그러다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대국민 사과는커녕 지금도 쉬쉬하고 있다. 육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일본군 출신 육군 수뇌부의 조작품이다. 그들은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를 빌려와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했다. 지금은 원조 가짜 영웅을 만들었던 일본조차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을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육군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 얘기가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광복군 역사 찾기나 국군의 날 변경에 소극적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3번의 군부 쿠데타는 모두 ‘아버지 없는’ 육군의 육사 출신 인사가 주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사회에서 군의 역할보다는 맹목적 국가주의를 앞세운 육사 교육이 낳은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권의 군부는 육사 정신을 유신 시대와 군사정권 시대로 돌리려 했다. 대표적인 것이 독립군·광복군 흉상 철거 시도와 ‘육사 정상화’라는 명목의 교과과정 개편이었다. 먼저 2023년 8월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독립군과 광복군 영웅 흉상을 치우고 일본군 간도특설대 출신인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생도들에게 계엄에 대해 가르쳤던 ‘헌법과 민주시민’ 수업을 폐지했다. 윤석열 군부의 퇴행적 역사관을 보여준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육군사관학교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은 육사를 ‘태릉 육군대학’으로 개칭해 제2의 도약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관학교 통합안도 나온다. 육·해·공군 통합군사대학, 가칭 ‘국군대학’의 출범이다. 군 개혁방안 중 하나로 국군대학과 같은 개념의 통합안이 제시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2009년 3월 국방부의 ‘사관학교 교육 운영 개선 TF’ 구성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사관학교 교육 통합은 조직이기주의에 눌려 흐지부지됐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국군대학이 다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성진의 국방 B컷
“일제 식민지배로 경제 성장? 뉴라이트의 무식한 이야기”
일제 식민지배로 경제 성장? 뉴라이트의 무식한 이야기”(2024. 09. 02 06:00)
2024. 09. 02 06:00 정치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정태헌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2019년 출간된 책 <반일 종족주의>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근거 없는 ‘통념’을 반박한다는 이 책이 부정한 것은 일본제국주의(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었다. 이들은 일제에 의한 쌀 ‘수탈’은 ‘수출’(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강제동원은 ‘신화’(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로 규정했다. 대표 저자인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책 도입부에 “한국의 거짓말 문화는 국제적으로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들은 이른바 ‘뉴라이트’라 불리며 여전히 유사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주로 경제학을 전공한 이들이 제기하는 이러한 주장은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했다’는 해묵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학문적 자유를 토대로 한 ‘소수 이론’이 주목받는 만큼 이를 논박한 책, 논문 등도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이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수치나 통계와 같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주류 역사학은 감정적인 ‘민족주의’에 입각해 있다는 착각을 만든다. 실제로 이들 주장은 학계를 넘어 이제 정치권에서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를 서울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처럼 경제사학을 연구했다. 하지만 이들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는지 물었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우리 역사를 일부 수치와 통계만으로 비하하지 않았다.” 정 교수의 답변이었다. -뉴라이트는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했다’고 주장한다. “식민지 근대화론, 식민지 시혜론이라고 불리는 주장은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지속해왔다. 기독교 입장에서 비기독교인을 야만으로 규정하고 개종시키는 것을 정당화한 것에서 시작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활용한 제국주의의 식민지배까지 포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침략, 수탈, 차별, 제노사이드 등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한 것 역시 침략의 주체들이었다. 그런데 한국 ‘뉴라이트’는 침략을 당한 쪽에서 이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마치 대감댁 머슴이 본인이 대감인 양 행동하는 꼴이다. 당연히 논리적 일관성도 정체성도 없다.” -정체성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자신이 발 딛고 사는 곳이 사고의 중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결국 국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식민지배 하에서 ‘자본주의’가 도입됐고,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독립할 필요도 없고, 독립운동가는 자본주의 성장을 방해한 세력이라는 인식을 한다. 그렇다고 ‘무정부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면서 시장경제만 부르짖는 식이다. 자본주의는 민족경제, 즉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받으면서 출발했다. 자본주의 3대 주체가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정부)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현대사회에서도 국가가 새로운 시장도 창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거나 이를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나.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인, 조선인 기업에는 그런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식민지 자본주의’ 운영 주체는 일본 정부, 조선총독부, 일본 기업이었다. 즉 일본의 경제와 대륙침략을 위해 한반도 경제와 조선인들에게 ‘불공정한 교환’을 강요했다. 이러한 관계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자본주의적 교환이 이뤄졌다고만 하면 안 된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수치·통계만으로 모든 걸 재단해 정작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을 호도한다. 식민지배나 민족 차별이라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경시하면 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뉴라이트는 경제성장을 강조한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제국주의가 식민통치를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제대로 뽑아 먹겠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즉 일제의 필요에 따라 ‘일본 자본이 주체가 된 개발을 통해 수탈한다’는 것이 식민지 경제의 기본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개발 추진 주체와 목적, 성과와 귀결, 한반도 경제의 산업 연관성 여부 등을 논외로 한 채 무턱대고 식민지배로 ‘경제가 성장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무식한 이야기다.” -뉴라이트는 수치나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는데.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통계정치학이다. 심지어 정확하지도 않다. 일제강점기는 국내총생산(GDP) 개념, 측정 방법이 정립되기 전이기 때문에 당시의 경제성장 수치란 것도 결국 ‘추계’의 산물이다. 더구나 기준점이 되는 1910년대 전반기 통계는 통감부,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것으로 굉장히 부실하다. 즉 분모로 사용하는 1910년대 자료가 워낙 저점에 있다 보니 강제병합 이후 경제가 눈에 띄게 성장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1939년 본격적인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절대치가 감소한다. 이들이 통계를 정말 일제강점기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 접근했다면 당연히 많은 질문도 수반했어야 한다. 예컨대 ‘조선인과 일본인의 소득분배를 추론할 수 있는 자본소득비율(자본 소유주 소득/GDP)이나 노동소득비율은 어땠을까’, ‘조선인의 생활 수준을 유추해볼 수 있는 노동시간당 GDP(GDP/노동시간)는 어땠을까’, ‘식량 총생산량이 늘어났다면 쌀 소비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등이다. 그런데 덮어놓고 조선은 자본주의로 이행할 능력이 없었고, 일제강점기 경제총량은 증가했다로 얘기가 끝난다. 중요한 전시체제기는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통계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남긴 연구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1931년부터 1935년까지 이여성, 김세용은 <숫자조선연구>라는 책을 통해 식민지 경제가 수치상 성장하고 있지만, 민족별 경제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어, 당시 5개 도시(경성·평양·부산·대구·인천) 전체인구 중 약 74%를 차지한 조선인이 소유한 토지는 전체의 33%에 불과하지만, 약 26%의 일본인은 전체 토지의 63%나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1929년 기준 일본의 교육비는 세출의 8.1%였지만, 1930년 조선총독부의 교육비는 세출의 3.5%에 불과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당시 교육 실태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 대부분 쓰였다. 당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도 조선총독부가 쓰는 재정이 조선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쌀 소비로 당시 상황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일본의 1인당 쌀 소비량(연 1.1석)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조선은 증산에도 불구하고 소비량이 1911~1934년 사이 52%나 격감(연 0.79→연 0.38석)했다.” -통계로는 볼 수 없는 현실은 어땠나. “1930년대 농촌현실을 담은 채만식의 소설들이 있다. 소설 속 조선인 농민은 대부분 소작농이고, 고율 소작료와 고리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총량이 늘어났다면 그만큼 조선인 생활 수준이 나아져야 할 것 아닌가. 1936년 울산 달리 지역에서 ‘농촌위생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사진촬영사로 참여한 미야모토 케이타로는 ‘조선 농촌에서는 1935년 전후에도 전등이 보급되지 않아 호롱을 사용하고, 이마저도 어려운 하층 농가는 어유를 태워 불을 밝힌다’고 썼다. 조사를 주도했던 최응석은 ‘동물 같은 원시적인 생활을 한다. 옷은 몸을 가리는 데 불과하고, 집은 흙으로 된 방이다. 길가에는 회충이 알을 까고 있다’고 적었다. 이 조사는 경제외적 수탈-약탈이 극심했던 전시체제기 이전에 진행됐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조선 경제’와 ‘조선인 경제’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는데 한반도는 해방 직후 세계 최빈국이었다.” 정태헌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정효진 기자 -뉴라이트 주장을 보면 일제가 아니었다면 결코 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없는 것 같다. “‘가정의 정치학’이다. 자본주의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기존 신분 주도 사회에서 돈이 주도하는 사회로 바뀌는 것이고, 그러한 변화를 국가정책의 뒷받침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몰락 양반이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고, 개성상인이나 경강상인 등이 세를 드러내고, 흥부가 매를 맞아 돈을 버는 모습은 신분에서 돈이 주도하는 사회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변화의 흐름은 분명했지만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이 취약한 가운데 일제가 자기 편의에 맞게 식민지화해버린 것이다. 변화가 지속했다면 어땠을지는 ‘가정’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반대로 일제에 의해 중단된 변화를 평가절하하는 것 역시 ‘가정’에 불과하다.” -일제에 의해 우리가 근대화된 것은 맞나. “근대의 특징은 ‘자본주의’, ‘주권 국가’ 그리고 ‘개인의 자유’다. 이 세 가지 개념 중 식민지 조선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 하나라도 있나. 첫째로 일제강점기 자본주의는 국가를 상실한 식민지 자본주의라고 이미 지적했다. 둘째로 당연히 우리 민족의 ‘주권 국가’는 없었다. 셋째로 민족차별이 제도화된 식민지에선 ‘개인의 자유’는 설 자리가 없었다. 일제가 동화정책을 선전했지만 조선인에게 의무교육, 참정권 등은 없었다. 심지어 보통학교-소학교, 고등보통학교-중학교처럼 학교 명칭조차 징병을 위해 통일될 때까지 달랐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조선말이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나. 기업인이라고 다를 것 같나. 1910년대에는 회사령 때문에 회사를 설립하려면 조선총독부에 허가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친일파도 일본인에게 쏠린 시장과 금융의 민족차별적 환경에 불만이 컸다.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 나면 중국 침략을 위해 부설한 철도 부설 정도만 남는다. 이것을 근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실체가 없는 것 아닌가.” -일제강점기가 한국이 달성한 경제발전, 근대화의 초석이란 주장은 어떻게 보나. “이런 얘기 자체가 국가 주권 문제를 가볍게 보는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식민지 경제와 해방 후 경제가 어떻게 동일 선상에서 이어지나. 질적으로 다르다. 한국이 달성한 경제발전은 국가 주권을 회복하면서 비로소 가능했다. 한국 정부가 화폐·금융 주권을 발휘하고,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달성한 것이다. 기업가들은 경영환경 자체가 달라진 상황에서 활발하게 회사를 일궜다. 일제강점기는 청년 정주영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사채를 얻어 사업을 해야 했던 시대였다. 이런 식민지 상황에서 어떻게 현대나 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나. 상식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 기업인 중에도 뉴라이트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있다. 국가의 존재 여부가 기업의 경영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같은 경제사학자임에도 뉴라이트와 정반대 분석을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나. “첫째로 나는 그들처럼 ‘한국사’를 비하하지 않는다. 그들의 특징을 보면 모든 기준이 ‘나’가 아닌 ‘남’이다. ‘국민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하지 않나. 둘째로 그들처럼 ‘자본주의’만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성장 ‘수치’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삶’이고 이들이 만들어 가는 ‘국가’다. 그렇기에 주권을 되찾고 식민지 자본주의를 극복하려 한 독립운동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수치·통계만으로 모든 걸 재단해 정작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을 호도한다. 식민지배나 민족차별이라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경시하면 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차별이 제도화된 식민지 자본주의 현실을 외면하고 역사를 보면 그들처럼 허상의 세계에 취하게 된다.”
표지 이야기
[주간 舌전]“일제에 지배당해 좋았을 수도”
[주간 舌전]“일제에 지배당해 좋았을 수도”(2024. 03. 18 06:00)
2024. 03. 18 06:00 정치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조수연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백성들은 조선 왕조보다 일제강점기 지배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대전 서구갑에 출마하는 조수연 후보가 2017년 8월 25일 작성한 글이다. 그는 “일본 욕을 하지만,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조 후보는 지난 3월 13일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이 시기는 7년 전으로 제가 정치에 뛰어들기 전임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조 후보를 겨냥해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 친일 적통임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지난 행각이 드러나며 고심에 빠진 것은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강북을 지역구 후보로 공천된 정봉주 후보는 2017년 6월 <정봉주의 전국구>란 유튜브 방송에서 “DMZ에는 멋진 것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고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2015년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 14일 “다시 한 번 나라를 지키다 사고를 당하신 두 분의 피해 용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군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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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광복절, 다시 정주행···일제강점기 다룬 영화·드라마
2022. 08. 14 07:57 문화/생활
왓챠가 광복 77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를 다룬 영화 및 드라마 5편을 추천했다. 왓챠 제공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광복 77주년을 맞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다룬 영화 및 드라마 5편을 추천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조명하는 작품들로, 모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전달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육사 생애 다룬 ‘절정’ 2부작 드라마 ‘절정’은 아무도 빛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암흑의 시대에 시를 통해 따뜻하고 찬란한 빛을 보여준 시인 ‘이육사’의 모습을 그린다. 수인번호 ‘264’를 자신의 이름으로 새긴 이육사는 일제 치하에서 열일곱 차례 감옥에 수감됐고, 고문 후유증으로 40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쳤다. 드라마는 김동완, 이승효, 서현진 등 배우들의 진정성 가득한 열연과 극중 등장하는 이육사의 주옥같은 시 ‘황혼’, ‘소년에게’, ‘청포도’, ‘광야’ 등을 통해 깊은 감동을 안긴다. 2012년 제45회 미국 휴스턴 영화제 특집극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의열단 활동 기록 착안한 ‘암살’ 영화 ‘암살’의 모티브는 1932년 조선 총독 우가키 가즈시게 암살 작전이다.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암살’은 친일파 암살작전을 위해 모인 암살자들과 임시정부요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까지, 조국도 이름도 용서도 없는 이들의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허구의 인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의열단의 활동 기록에 착안해 실제 인물과 장소들이 곳곳에 등장해 생동감을 더한다. 개봉 당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비중 있게 다뤄 화제를 모았고,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배우들의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독립운동 첩보 액션 드라마로 완성한 ‘이몽’ 첩보 액션 드라마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조선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를 모티브로 탄생한 에스더(윤지혜)를 필두로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 등 실존했던 다수의 독립운동가가 등장하고 언급되며, 조선총독부 폭파 사건 등 독립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실제 사건들을 담아내 전율을 선사한다. 총 40부작 동안 격동의 삶을 살아내는 인물들을 그려내며, 오로지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살다 간 의열단의 흔적을 되짚으면서 과거의 상처로부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한다. ■창씨개명 맞선 보통 사람들 이야기 ‘말모이’ 창씨개명까지 이르렀던 일제 통치 기간 동안 우리말은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이 의문에서 시작된 영화 ‘말모이’는 역사의 기록이 놓쳤을지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를 배경으로,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과정을 따라가며 역사가 위인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들로 이뤄지는 것임을 전한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눈물주의 감동주의 ‘아이 캔 스피크’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감독상에 빛나는 ‘아이 캔 스피크’는 끝까지 보고 난 뒤에야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영화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천 건인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두 사람이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밝혀지는 일을 그린다. 상극 그 자체인 옥분과 민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옥분의 진심이 드러나면서 영화의 발판인 2007년 미 하원 공개 청문회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현재를 조명하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같이 전하는 작품이다.
주말&
일제고사 반대하다 해임된 설은주 교사가 기다리는 봄
2009. 02. 10 화제
지난해 10월, 전국 단위로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 당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일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설은주 교사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고 7년간의 교직 생활 중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는 밝고 씩씩하다. 머지않아 아이들과 다시 만날 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담임편지’ 통해 일제고사 알려, 학부모들께 선택권 이양했을 뿐 방학을 앞둔 지난 12월 17일 오전, 서울 수유동 유현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전날 해임 통보를 받은 이 반의 담임 설은주 교사(30)가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너희들이 체험학습 가서 선생님이 학교에 못 나오는 건 절대 아니야. 당당하게 어깨 펴. 오늘이 방학식이라고 생각하자. 선생님은 너희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선생님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아이들도 이내 상황을 알아차리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29명 아이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불렸다. “영석이(가명)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소민(가명)이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결국 선생님의 인사는 끝을 맺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선생님의 슬픔과 하루아침에 선생님을 잃게 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교실 가득 울려 퍼질 뿐이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헤어지게 된 건 설은주 교사가 지난 10월 학업성취도평가 당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일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부모들께 편지를 써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알릴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편지는 그녀가 학부모, 아이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소통이었다. “가정통신문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고요, ‘담임편지’라고 해요. 학부모님들이나 아이들과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어요. 3월에 처음 담임이 됐을 때 제 사진을 넣어 함께 보내드렸고 아이들 알림장에 붙여드리거나 개인 상담이 필요할 때 전해드리곤 했죠.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가정통신문만으론 부족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럴 땐 편지를 통해서 어떤 행사인지, 준비물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려드렸어요. 지난 학업성취도평가 때도 그러한 맥락이었어요.” 10월 13일,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교사로서 과연 일제고사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정보공시제도가 도입돼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정보 열람이 가능해지는 마당에 일제고사가 학교 서열화와 학생 줄 세우기를 위한 밑 작업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제고사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지옥 같은 입시 전쟁,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는 학생은 가차 없이 낙오시키는 엘리트 교육으로 대변되는 어두운 미래의 중심에 있었다. “담임편지에 일제고사에 대한 교사로서의 소견을 적어 보내드렸어요. 이러한 시험이고 응시 여부는 학부모님들께서 결정하라는 내용이었죠. 학부모님들은 가장 질 좋은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계세요. 교육자로서 소신을 밝히고 결정을 해야 하는 분들께 선택권을 이양한 것뿐이에요.” 13명 학생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시험 대신 체험학습에 보내는 것을 선택했고 그녀는 학부모들의 선택에 따랐다. 물론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시험을 잘 보게끔 최선을 다했다. “제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거부’라는 표현은 우리 반이 시험을 아예 안 봤거나 혹은 시험 보려고 하는 아이들을 막았거나 채점,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거나 하는 행위예요. 시험을 보겠다고 한 아이들한테는 시험 잘 보라고 쪽지를 써줬어요. 감독도 하고 채점도 하고…. 거부를 유도했다는 말도 맞지 않아요. 유도를 하고 유도를 당했다는 건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당당히 아이들 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 학부모들에게 유도당했다고 매도하는 건 그분들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교실서 숨죽인 아이들도 포용해야 하는 곳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된 그녀지만 그렇다고 학생운동을 했다거나 교사인권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는 ‘투사’는 아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그녀는 여느 대입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입시지옥을 몸소 겪은 98학번이에요. 고등학교도 시험 보고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무조건 서울대’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싶은 생각뿐이었죠. 솔직히 교사로서 큰 꿈이 있어서 교대에 진학한 건 아니었어요. 안정되고 적성에도 맞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선생님이 되면 글 쓸 시간이 많겠다 싶었는데 학교에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교사로서 가져야 할 사명에 눈을 뜬 건 선배들이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미아리 성매매 집결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던 때였다. “거기서 책에서만 보던 걸 봤어요. 집창촌에 모여 살고 있는 서민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아, 이런 현실이 있구나. 선생님이 되면 이런 아이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3년 반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거기서는 다 똑같은 아이들이에요.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가고 전 그런 애들 잡으러 다니고. 밝고 명랑하고 개구쟁이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는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아요. 공부방에서는 활발한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있다 오는 거예요. 나중에 우리 반에 말 없는 아이 중에 저런 아이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내가 관심을 갖지 않고 물어봐주지 않으면 계속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 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평등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그녀의 신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진짜 선생님이 됐을 때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건 그녀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치에 가장 어울리는 울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교편을 잡으며 초등학교 교사로서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세상은 그녀가 대한민국 교육을 송두리째 바꾸려 작심한 강성 교사로 여기는 눈치다. 공무원도, 전교조도 아닌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 할 만큼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건지 아직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11월 말에 중징계 이야기를 듣고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구나 예상은 했어요. 중징계면 정직이나 해임, 파면 중 하난데 솔직히 해임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한 일은 가정통신문 보내고 체험학습을 허가한 것뿐인데, 교육자로서 소신을 밝히고 학부모님께 선택권을 이양한 것이 교사를 학교에서 쫓아낼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학부모님들도 감봉이나 정직 3개월 정도일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라고, 아이들 졸업식 때 보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결과는 해임이었다. 해임과 파면은 교사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교사 자격증이 박탈되고, 교사가 되려면 각각 3년과 5년 뒤 다시 임용고시를 치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8년 3월 학부모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 교사들에게 경징계 결정을 했고 2007년에는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학생들에게 시험 선택권을 준 것이 성추행한 교사보다 더 큰 잘못을 한 것인지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유독 정이 많이 든 6학년 아이들과 하루아침에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 “해임 결정이 나고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열흘 정도였는데 언제 그만 나오라는 통지서가 나올지 몰랐어요. 통지서가 나오면 바로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올 수 없으니 매일매일이 가시방석이었죠. 하루 정도 힘이 빠져 있다가 이튿날부터는 수업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만두기 전까지 최대한 진도를 나가고 싶었어요. 그동안 못했던 과학실험도 챙겨서 하고 ‘얼마 남지 않은 방학까지 담임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떠나자’고 생각했죠. 아마 7년 교사 생활 중 제일 바쁘게 수업한 때였을 거예요(웃음).” 아이들은 교사의 삶에서 배운다 선생님의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해맑기만 하다. 선생님과 헤어지던 날 울면서 선생님을 붙잡았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개구쟁이로 돌아갔다.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선생님 잘렸다’라고 얘기하니까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다독이더라고요. 선생님 걱정 말라고. 당연히 돌아올 건데 그냥 살짝 겁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누가 누구랑 싸웠다, 점심때 무슨 반찬이 나왔다, 케이크가 나왔는데 선생님 못 드셔서 어떡하나….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는지 훤히 알 정도예요(웃음).”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그녀의 휴대폰은 아이들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와 학부모들의 격려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렸다. 한파가 계속되는 겨울의 한가운데, 며칠 동안 이어진 농성으로 몸이 축날 대로 축난 그녀지만 아이들의 전화를 받을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 된다. 시름 많은 세상, 아이들만큼은 걱정 없이 뛰어놀게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경쟁에 치여 점점 표정을 잃어가는 아이들, 사교육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건 교사로서 느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북 지역의 많은 학부모님이 학원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신 분도 계세요. 모두 공감하는 문제죠. 지금의 교육이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잖아요. 올라가면서 걸러지고 떨어진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요. 그대로 방치돼요. 문제인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는 거예요.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자식을 포기한 부모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니까요. 학원에 보내도, 보내지 않아도 모두 불안한 게 요즘 학부모님들의 현실이에요.” 어쨌든 지금은 경쟁시대 아니냐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해결할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다면 내고 싶다고, 정말로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이번 일을 겪으며 그런 학부모들의 고민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지금 당장 몸은 고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과 자신을 믿어주는 학부모들이 있는 한 머지않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긍정한다. 지난 12월 24일 설은주 교사를 비롯해 해임, 파면된 6명의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신청했다. 3개월 내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아이들이 저에게 보내주는 무한한 사랑을 느꼈어요. 부모로서의 욕심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도 이번 일이 없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제가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배웠어요.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 모두가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게 배우고 함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볼 날이 오겠죠.”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골랐다. 과연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요즘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배움은 저절로 ‘일어난다’라는 것. 무언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배우도록 한다는 거다. 때문에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살아가며 타협도 하고 합리화도 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가야 한다고 마음먹은 다짐한 길은 계속 갈 생각이다. 비록 지금은 그 길이 춥고 어둡지만 계절이 바뀌듯 그녀와 아이들에게도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올 거라 믿는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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