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160 건 검색)
- 검찰, 지인·초등생 두 자녀와 자살 시도 한 40대 친모 구속기소
- 2025. 03. 17 16:07사회
- ... 내북면의 한 공터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자신의 초등생 자녀 2명을 데리고 50대 여성 B씨와 함께 자살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자살을 하려 한다”는 B씨의 지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 B씨자녀지인A씨병원
- ‘평생 인슐린 주사’ 1형 당뇨 환자…자살 위험, 암환자보다 1.8배 높아
- 2025. 03. 10 20:44건강
- ... 각각 4만5000여명, 일반인구 집단 2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추적관찰 중 자살로 사망이나 자살시도로 인한 입원 등을 종합했을 때 1형 당뇨병 환자의 10만인년(1인년은 환자 1명을
- 1형당뇨병주사자살암당뇨
- 유치장 입감 피의자, 자살 시도…유서 발견
- 2025. 03. 10 20:11사회
- ... 마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치장에 입감된 피의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0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절도 혐의 피의자인 40대 여성...
- 평생 인슐린 주사 맞는 고통··· 1형 당뇨병 환자, 암환자보다 자살위험 높아
- 2025. 03. 10 11:07건강
- ... 때 1형 당뇨병 환자의 10만인년(1인년은 환자 1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단위)당 자살 위험 건수는 252.89건이었다. 암 환자의 자살 위험은 141.44건, 일반인구에선 129.6건과 비교해 크게...
- 1형당뇨병주사자살암당뇨
스포츠경향(총 715 건 검색)
- 마음두레, 국내 최초 자살중재훈련 TA 프로그램 인증 획득
- 2025. 02. 03 14:19 생활
-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정신건강전문기업 마음두레가 개발한 자살중재훈련 TA 프로그램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공식 자살예방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기존의 자살위기신호 발견 및 연계에 초점을 둔 생명지킴이 교육과 다르게 자살위기자와의 의사소통능력을 강화하는 훈련형 프로그램으로는 국내 최초이다. 이는 마음두레의 노력과 전문성이 인정받은 결과로, 관련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살중재훈련 TA(Three A) 프로그램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실제 도울 수 있도록 Aware(알아채기), Approach(다가가기), Assist(도와주기)의 3단계 모델을 기반으로 자살위기상황에서의 대응력을 높이는 교육·훈련이다. 1일 7시간 과정으로 오전 이론교육과 오후 실습교육으로 구성된다. 실습은 교육생들이 자살위기자와 도움제공자의 역할을 맡아 시연함으로써 대응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국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전문성과 실효성을 갖춘 프로그램을 엄격히 심사해 인증을 부여한다. 마음두레 김도윤 대표는 “이번 인증은 마음두레의 자살예방 전문성과 교육 역량을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자살중재훈련 TA 보급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생명을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음두레는 자살중재훈련 TA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자살예방 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고, 효과성 연구와 참여자 피드백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자살중재훈련 TA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마음두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공식] 쯔양 법률대리인 “전 남친, 약정위반해 2차 고소했으나 자살”
- 2024. 07. 11 10:44 연예
- 유튜버 쯔양이 전 연인의 협박에 의한 과거를 빌미로 일부 유튜버들로부터 협박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유튜버 쯔양의 법률대리인 태연법률사무소 김태연 변호사가 전 연인의 고소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김태연 변호사는 11일 쯔양의 유튜브 영상 댓글에 “말씀드린대로 쯔양은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저와 함께 정산금청구, 전속계약해지, 상표출원이의 등을 포함해 강간, 특수강간,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으로 1차 고소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이후 전 소속사 대표가 저희 회사에 찾아와 선처를 간곡히 요청했고 이에 더 이상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며 “하지만 이후 소속사 전 대표는 해당 약정을 위반했고 쯔양은 불가피하게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에서 말씀드린대로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 처벌을 예상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후 전 소속사 대표는 안타깝게 자살에 이르렀고, 결국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형사사건은 종결됐다”고 했다. 김태연 변호사는 “이번 사안으로 당사자들에 대한 억측이나 오해가 없기를 바라고 더불어 유가족 등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쯔양을 둘러싼 과거 논란은 최근 유튜버 구제역, 전국진, 크로커다일, 간고, 카라큘라, 엄태웅 등이 소속된 일명 ‘렉카 연합’에 소속된 일부 유튜버들이 쯔양의 이러한 과거를 빌미로 수천만 원의 돈을 뜯어낸 의혹이 제기되면서 알려졌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구제역과 전국진은 수억원을 뜯어내자고 공모했다. 구제역은 “이런 걸로 잘해서 GV80을 샀다. 쯔양이 입막음 비용으로 예전에 같이 일했던 여성들에게 매달 600만원씩 주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고소를 당해봤자, 벌금 몇백만원만 나올 거다. 이건 2억원을 현찰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후 구제역은 쯔양 측과 5500만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고, 금액 중 일부는 전국진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제역과 카라큘라의 녹취도 공개됐다. 이들은 쯔양 협박건과 관련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구제역이 “엿 바꿔 먹는 것이 좋겠냐”고 묻자 카라큘라는 “쯔양을 건드리는 걸로 해서 한 10억원을 받으면 채널이 날아가도 10억원을 받으면 되는 건데, 그런 것이 아니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잘 선택을 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구제역과 카라큘라는 코인 사기 의혹을 받는 서모씨로부터 약 3억원을 받았다며 “입만 맞춰놔라” “피해자들과도 입을 맞췄다” 등 금전적 이득을 함께 취한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여파로 쯔양은 11일 라이브 영상을 켜고 전 연인으로부터 수년간 학대와 불법촬영물 협박을 당하고 강요로 인해 유흥업소에도 출근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약 40억원의 정산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뒷광고·탈세 논란도 전 연인의 행위로 인한 것이었다고 했다. 유튜버들의 협박건에 대해선 “직원들이 일을 처리해 저는 잘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 “‘작곡 사기’ 유재환, 자살 시도 맞아…입원 중 적잖은 소동”
- 2024. 06. 12 15:01 연예
- 이진호. 유튜브 방송 캡처 연예부 기자 출신의 유튜버 이진호가 ‘작곡 사기’ 의혹 유재환의 ‘자살 시도 자작극’ ‘병원 난동’ 루머 등에 대해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이진호의 유튜브 채널에는 “자작극? 유재환 병원 난동 부린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이진호는 “유재환 씨의 지인들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유재환 씨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로부터 응급실로 옮겨졌고 이후에 중환자실을 거쳐서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6월 10일경에 퇴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이날 SNS에 남긴 의미심장한 글을 화면에 띄웠다. 당시 유재환은 “다시 살아나버린 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퇴원해서 집 가까이 하루를 돌던 날. 유서를 쓰고 예약하기를 지정 안해서...”라며 “5일 전의 세상을 등진 나를 설명할 방토가 없지만 지금이라도 읽어 보시겠어요?”라고 적었다. 이에 이진호는 “객관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굉장히 작위적으로 보이는 글이었다”라며 유재환의 유서 글에 자작극 의혹이 불거진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유재환 씨는 현재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인들한테 물어본 결과 유재환 씨는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소동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이진호는 “병실에서 깨어난 이후 마주한 현실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고 지인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작곡 사기’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유재환은 유튜브 ‘카라큘라 미디어’에 출연해 과거 50여 명한테서 작곡비 7~8000만 원을 갈취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그는 지난 2021년 비트코인으로 10억 원을 탕진했다고도 고백했다.
- [종합] “어눌 말투+초점 없는 눈” 자살시도한 유재환, 7~8000만원 갈취 인정
- 2024. 06. 11 14:57 연예
- ‘카라큘라 미디어’에 출연한 유재환의 모습. ‘카라큘라 미디어’ 유튜브 캡처 사기 의혹에 휩싸인 유재환이 지난 10일 유서로 추정되는 의미심장한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한 가운데 소동 이전 유재환이 초점 없는 눈과 어눌한 말투로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카라큘라 미디어 측은 ‘무한도전 작곡가 유재환 입니다...’라는 제목의 12분짜리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유재환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카라큘라의 질문에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카라큘라 측이 유재환에게 “작곡 의뢰를 맡겼는데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하거나 환불을 요구했을 때 금전적인 환불 또한 받지 못했다”고 말하자 유재환은 “콜라를 마시려고 콜라를 사서 (따고) 마신 거예요. 그리고 다시 환불해달라고 하는 식으로 요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록 음악 작곡을 의뢰했는데 발라드 음악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 유재환은 “그것은 실수”라고 하며 인정했다. 유재환은 또 “총 170여 명한테서 2022년 3월부터 작곡을 의뢰받았고, 이중 60여 명이 환불을 요구했다. 다 해서 7~8000만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카라큘라 미디어’에 출연한 유재환의 모습. ‘카라큘라 미디어’ 유튜브 캡처 피해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없었느냐는 카라큘라의 질문에 유재환은 “피해자분들과 소통하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사실처럼 흘러가는 것이 좀”이라고 말하며 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50여 명 정도인데, 100명으로 부풀려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카라큘라는 “상식적으로 피해자가 50여 명 정도 되는데, 100명이라고 말했다고 언론에다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재환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재환은 비트코인 때문에 10억원을 잃었다고 털어놨는데, 그 돈을 잃은 시기는 2021년이었다. 유재환은 이듬해 2022년부터 작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재환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유재환의 표정과 행동이 불안정해 보인다며 걱정했다. 한 누리꾼은 “얼굴 말투 먼가 많이 이상한데.. 주변 분들은 일단 병원부터 데려가시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재환이 입고 있는 옷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유재환이 입던 옷은 80만원 짜리 명품 반팔이었기 때문. 옷의 진품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누리꾼들은 “통장에 몇 천원이 남아있다고 하면서 피해자에겐 피해 보상도 하지 않아놓고 명품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아있다”며 유재환의 태도에 비난을 쏟아냈다. 비슷한 시기 유재환은 사기 의혹과 관련 자신의 심경을 장문의 글로써 자신의 SNS에 게재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는 “그만 인생에서 하차하렵니다”라고 운을 뗀 뒤 “날 가장 사랑해주던 명수형, 보성이 형, 리피 형 은이누나 신영이누나 윤현민형 특히 윤도현 형님 그 외에도 방송하며 만났던 형 누나들 동생들 모두 너무 기억에 남는다”라고 하며 유서 형식의 글을 썼다. 피해자 변상과 관련해선 “금액이 너무 커서 지금 당장 한 번에 모든 분께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분할 변제 양해 부탁드리고 있으며 제가 말씀드린 날짜는 무조건 책임지고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간경향(총 54 건 검색)
- [시사 2판4판]‘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2024. 09. 16 06:00)
- 2024. 09. 16 06:00 정치
- 시사 2판4판
- 자살인가 극단적 선택인가 표현 논란(2023. 05. 26 11:00)
- 2023. 05. 26 11:00 사회
- ㆍ언론은 ‘극단적 선택’으로…학계 “선택이란 용어는 부적절” 정부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한 지난 4월 14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의미로 제작된 ‘한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 성동훈 기자 자살은 ‘극단적 선택’일까. 대부분 언론에서 자살이라는 표현을 삼가는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쓴다. 모방자살을 우려해 보다 완곡한 표현을 고안한 것이다. 정부기관 등에서도 그렇다. 최근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자살 사망자가 마치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로 자살을 선택’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자살이 선택 가능한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자살 사망자를 상대로 한 잘못된 편견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는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개념과도 배치될 수 있다. 자살의 원인을 무엇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다. 사회·경제·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다만 언론과 미디어 등에서 자살을 어떤 용어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자살을 대하는 시민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두고서도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자살예방 위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언론은 자살을 보도할 때 기사 제목과 본문에서 자살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최대한 쓰지 않는다. 모방 등을 통한 자살을 예방하려는 조치다. 이는 한국기자협회가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자살보도 윤리강령’에 따른 것이다. 또 2004년 처음 마련된 이후 2013·2018년 두 차례 개정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보건복지부 공동 제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윤리강령과 권고기준의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자살 사건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이다.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을 제외하면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보도를 해야 한다면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을 쓰도록 권고한다. 또 자살의 동기·방법·도구·장소 등 자세한 경위는 보도해선 안 된다.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권고하는 내용은 사실 없다. 언론이 자체적으로 완곡한 표현을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자살 명령’ 환청을 듣기도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는 외려 극단적 선택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경계의 목소리는 ‘자살이 과연 개인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른 선택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2022년 5월 출간한 저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에서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해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나 교수는 앞서 2019년 10월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씨가 사망했을 때도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정신의학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 용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는 설리씨가 사망하기 전 레지던트 동기를 자살로 잃었다고 한다. 나 교수는 지난 5월 24일 주간경향과 서면 인터뷰에서 “그때부터 극단적 선택에서 ‘선택’이란 부분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라며 “내가 기억하는 동기의 마지막 모습은 끝까지 우울증에 맞서 싸운, 자신을 평생 괴롭힌 우울증을 치료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걸은, 용감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저서와 이번 인터뷰에서 극단적 선택 용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선택은 개인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행위다. 자살 사망자들은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선택지가 없음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 절망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런 감정이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나 교수의 책에 담긴 내용이다. “자살 생존자들에게 시도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질문하면, 십중팔구 자살 생각에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마치 자살을 명령하는 환청을 들은 것 같다고 답하는 환자도 있다. 그 순간에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며 극도의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 이런 고통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나 교수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대부분은 생존한 사실에 안도한다고 말하며, 그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뉴욕에 있는) 벨뷰병원에서 총기 자살 시도로 얼굴의 3분의 1 이상이 손상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그에게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살짝 웃으며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또 ‘극단 선택’이란 용어는 힘들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자살이 하나의 선택지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이 표현의 사용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굳이 우회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보도원칙 어기고 있다” 자살 사망자를 상대로 한 그릇된 편견을 더 공고히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나 교수는 밝혔다. 그는 “흔히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이기적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다”라며 “자살을 선택으로 규정하는 것은 편견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자살 시도자는 외려 자신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나 교수는 자살을 이기적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자살예방까지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 자살 생각이나 시도의 경험을 외부에 드러내는 걸 주저하게 함으로써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실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살 유가족을 낙인찍을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유가족들에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내버려 뒀느냐, 왜 막지 못했느냐”라는 질문은 이들을 더 고립된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살 유가족 모임에서는 고인을 ‘전사’라고 표현한다고 들었다”며 “끝까지 생의 의지를 놓지 않고 병마와 맞서 싸운 이들을 기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선택이라는 용어가 자살을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게끔 만들 수 있다고 나 교수는 말했다. 이와 맞물려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외려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방어기제의 작동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자살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2021년 자살 사망자는 1만3352명이다. 하루에 평균 36.6명이 자살했다. 2020년보다 157명(1.2%) 증가한 수치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심각성이 더 뚜렷하다. 한국의 연령표준화 자살률(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은 2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나 교수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두고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전역 군인들의 자살률이 한국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전역 군인의 건강과 처우를 관리하는 미 보훈부의 1순위 정책은 자살예방”이라며 “한국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살예방 예산은 보다 자살률이 낮은 일본의 예산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규모”라고 했다. 나 교수의 주장이 그렇다고 자살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자는 건 아니다. 극단적 선택과 비교했을 때 자살 용어가 조금 더 낫다는 얘기다. 나 교수는 “특히 유명인의 자살을 보도할 때는 자살과 극단적 선택 모두 지양하는 것이 좋다. ‘사망’이나 ‘숨지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과 이를 참고해 만든 한국의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언급하며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하는 건 언론보도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는 제목에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등 외에도 ‘극단적 선택’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권 교수는 통화에서 “자살 사망자의 상당수는 현실 판단에 장애가 온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스트레스 등으로 몸에 변화가 오고 이로 인해 마음에도 변화가 생겨 마지막에 정신적 문제를 겪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 표현은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죽으면 안 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성동훈 기자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 정부 내에서도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2월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자살예방을 위한 여러 대안을 모색한다는 목적이다. 특위는 인식개선을 위해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자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위 위원장인 한지아 을지대 교수는 지난 4월 21일 제9차 회의에서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자살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과 역할’ 세미나에서 특위 위원인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극단적 선택 용어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며, 새로운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위는 버스정류장 광고판 등에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싣는 등 구체적인 캠페인 전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 교수는 통화에서 “미디어 등에서 살기 힘들고 고통스러워 자살하는 모습이 나오는 등 자살을 선택지로 제공하는 경향이 있고, 자살을 선택으로 보는 문화마저 있다”라며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택이라는 용어를 아예 쓰지 말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예방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향후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언론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고도화’가 포함됐다. “혼자가 아니다” 나종호 교수는 지금 어디선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우울증을 앓는 뇌는 우리 머릿속에 희망 대신 절망감을 심어요. 그리고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라는 거짓된 생각을 주입합니다. 여러분이 자살을 생각하는 건 의지가 약하거나 정신력이 약해서가 아니란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자살 생각은 실제로 우울증의 9가지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5%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요. 혼자가 아닙니다. 꼭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받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오늘을 생각한다]세상이 그대론데 자살이 줄까(2023. 04. 21 13:55)
- 2023. 04. 21 13:55 오피니언
- 지난 4월 1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이상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자살 위해 물건에 대한 관리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과연 이런 대책만으로 자살률이 감소할까? 참여정부 시기 보건복지부는 ‘제1차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2004~2008년)’을 수립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생명존중문화에 대한 광고와 예방 교육, 상담 전화 운영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자살률의 근본 원인인 사회구조적 모순은 그대로 두었고, 같은 해 11월엔 노동계로부터 비정규직 양산법이라 비판받은 ‘기간제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서민들이 살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공익광고가 귀에 들어오기나 할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은 당시 사회상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1975년 인구 10만명당 31.9명까지 치솟았던 자살률은 1971~1977년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서민 생계의 불안정성과 유신 독재 정권의 정치적 억압이 배경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 잠시 감소했던 자살률은 광주민중항쟁 이듬해인 1981년 다시 높아졌고, 이후 3저 호황과 정치적 민주화에 힘입어 안정화됐다. 1997년 외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자살률은 26.9명으로 다시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엔 30.2까지 치솟았다. 즉 최소한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생계위기와 정치적 억압이라는 구조적 모순과의 상관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플랫폼에서의 자살은 분명 줄었다. 그러나 자살 방법이 바뀌었을 뿐, ‘자살률 1위국’이라는 오명은 그대로다. 왜 그런가? 사회구조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살고 싶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높은 자살률은 단순한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구조적 요인과 개인의 사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양자를 세심하게 고려하고, 사회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만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사회복지 예산을 축소하면서 자살 예방 캠페인만 확대하는 것은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리는 격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과로 문제에 대한 몰인식을 드러냈다. 노동시간에 대한 미약한 권한마저 기업에 완전히 몰아주면, 우리는 더욱 노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경제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노인빈곤 문제도 그대로다. 각박해진 일상에서는 가족과 연애, 돈 문제 등 사소한 갈등이 죽음의 방아쇠가 된다. 그러니 어떤 자살도 순전히 개인으로부터 기인하지 않는다. 사회구조적 모순은 심화시키면서, 자살률 걱정이나 하고 있는 위정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살인자들일지도 모른다.
- 오늘을 생각한다
- [신간]자살에 대하여 外(2021. 07. 19 10:37)
- 2021. 07. 19 10:37 문화/과학
- ㆍ보다 깊고 진지하게 생각한 ‘자살’ <자살에 대하여>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1만3500원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 책의 서문은 이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철학자인 저자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투쟁하던 자신의 실존적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에둘러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으로 보도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이 나올 정도로 자살은 금기시되는 주제지만,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여러차례 기록했듯 자살이 도처에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그만큼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저 회피하는 대신 좀더 섬세하게 살펴보고 근본적인 질문들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에야 자살을 둘러싼 다방면의 쟁점을 깊이 고민한 뒤 마침내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자살에 대한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말 몇 마디”를 제외하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는 글귀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살이라는 책의 주제가 단지 철학자로서 다루는 학문적인 문제를 넘어 스스로의 삶을 극복해보려는 시도에서 택한 것이어서다. 자살을 다룬 수많은 사람이 철학적 논증과 문학적 수사를 진지하게 다루며 한편으로는 자살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의 틀을 깨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죽음을 향한 충동과 그에 맞서는 생의 의지를 긴장과 모순 속에서 드러낸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이 작업이 가진 한계까지 인식하며 더 넓고 자세하며 깊은 차원에서 자살을 대하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도 역설한다. 복잡한 삶과 모둠살이의 성격만큼 ‘삶의 의미’ 역시 단순하게만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은 자살을 보다 일상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남궁인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그간 서로 다른 질감의 에세이를 선보여온 두 작가 사이의 서간 에세이를 책으로 묶었다. 이들의 편지글은 각자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깨달음, 고백을 통해 차츰 진심을 드러내며 유쾌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맛깔나게 보여준다. ▲신의 전쟁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3만4000원 종교의 이름을 내걸고 나타난 폭력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주요 종교의 기원과 폭력 그리고 문명과 국가의 관계까지 돌아본 뒤 종교에는 본래 폭력의 씨앗이 배태돼 있다는 인식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인식으로 그 자체로 폭력적일 수 있음을 입증한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정식 지음·글항아리·1만5000원 HIV 감염 양성 판정을 받고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다. 에이즈라는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낙인찍히고 죽어갔던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름없이 사라지는 감염인들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 신간
레이디경향(총 11 건 검색)
- 서울대병원 자살예방 가이드라인 개발했다
- 2025. 01. 14 10:01 건강
- 서울대병원이 자살 위험을 낮추는 정신질환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한국형 자살예방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보건복지부 인증을 획득했다. 픽셀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팀이 개발한 ‘정신과 진료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수용개작 표준진료지침’이 최근 자살예방 효과와 근거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인증을 획득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제도’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효과를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증은 예비인증과 본인증으로 구분되며, 학술연구를 통해 근거와 효과가 입증된 프로그램만 본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인증받은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확산, 보급되도록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지원을 받는다. 전문가를 위해 마련된 지침·권고 프로그램이 본인증을 획득한 것은 안 교수팀의 사례가 처음이다. 서울대병원 제공 ‘정신과 진료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수용개작 표준진료지침’은 자살 위험을 낮추는 정신질환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한국형 자살예방 임상 가이드라인이다. 기존 미국·스페인·브라질의 자살예방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문헌검토와 전문가 합의를 통해 국내 의료 시스템에 맞춰 수정하는 수용 개작(Adaptation) 방법으로 개발됐다. 안용민 교수를 중심으로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양정훈 교수, 중앙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원영 교수 등 15인의 개발진과 11명의 외부 자문진이 개발에 참여했다. 자살 사망자 90%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정신질환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다른 질환보다 자살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주요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환자는 정신과적 치료와 동시에 자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정신건강의학과에는 환자의 자살 행동 예방과 치료 방법을 다룬 표준 진료지침이 부재했다. 이 진료지침은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구분된다. 각 지침은 환자의 연령과 질환에 따른 치료 권고안, 문헌적 근거, 국내 수용성·적용성 평가, 전문가 합의 등으로 구성된다. 각 치료 권고안에는 근거수준(A~D)과 권고등급(Ⅰ,Ⅱa,Ⅱb, -)이 부여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에게 가장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자살예방 치료법을 찾아 적용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예를 들어 자살 위험성이 있는 성인 양극성장애 환자를 진료할 경우, 전문의는 이 지침을 참고해 근거수준(A)과 권고등급(Ⅰ)이 가장 높은 ‘성인 양극성장애에서 리튬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치료 권고안을 우선적으로 참고하여, 환자의 자살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다만 지침이 반영하지 못하는 실제 임상 현장의 복잡성을 고려해, 권고안에서 추천되지 않은 치료라도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진료지침은 정신질환 환자의 자살 행동을 예방하는 국내 최초의 표준 진료모델로 자리매김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안용민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받은 국내 최초의 자살예방 진료지침을 개발하게 돼 뜻깊다”며 “수많은 전문가의 지견을 모은 이 진료지침이 자살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인 표준 치료를 제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진료지침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지원을 받은 ‘주요정신질환 장기추적조사 및 정책 활용 전략 개발’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병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교육·홍보될 예정이다.
- 시각 장애 청소년 자살 위험성, 약 10배 높았다
- 2024. 04. 25 16:17 건강
- 시각 장애가 있는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이 정상군 대비 약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 장애 환자군이 정상군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김영국 교수팀은 2024년 2월 이전까지 발표된 ‘시각 장애와 자살의 연관성’과 관련된 30건의 코호트 연구 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실시하고, 시각 장애가 자살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시각 장애는 선천적 이상 혹은 후천적 안질환으로 인해 의학·광학적 방법으로 개선할 수 없는 시력 및 시기능 장애를 말한다. 기존에는 시각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며,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위험도가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기존에 발표된 시각 장애와 자살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들의 규모와 일관성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관련 위험도의 평가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합해 메타 분석을 통해 자살위험도를 수치화한 연구는 지금껏 국내에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PubMed, EMBASE, Scopus 등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문헌 검색을 통해 2024년 2월 이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30건의 코호트 연구 결과를 종합해 총 374만3668명의 표본을 확보했다. 이후 메타분석을 통해 시각 장애가 잠재적으로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자살 위험성은 ‘자살 시도’ 및 ‘자살 사망’을 포함하는 ‘자살 행동’을 뜻한다. 연구 결과, 시각 장애 환자들은 정상군과 비교했을 때, 자살 위험성이 약 2.5배(상대위험도 2.49, 95% 신뢰구간 1.71~3.6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 장애와 자살 행동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위험 추정치. 서울대학병원 제공 특히 연령대별 분석 결과, 시각 장애가 있는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이 약 10배(상대위험도 9.85, 95% 신뢰구간 4.39~22.10)로 가장 높았다. 이는 청소년 시각 장애군이 생리적·심리적 변화가 시작되고 새로운 기술 습득 및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청소년 시기에 불안, 긴장, 고통 등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다음으로는 65세 이상의 노년층 자살 위험성이 약 6.7배(상대위험도 6.66, 95% 신뢰구간 2.95~15.00)로 잇따랐다. 안과 김영국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시각 장애가 환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며 “안과 전문의는 책임감을 가지고 저시력 상태에 있는 안질환 환자, 특히 청소년층의 스트레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도가 높은 경우 정신과 전문의 혹은 사회복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가 필요하며 가족과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 최신호에 게재됐다.
- 새 연구 “다낭성 난소 증후군, 자살 시도 확률 8배 높인다”
- 2024. 02. 06 11:36 건강
-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8배 더 높다고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픽셀 이미지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앓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8배 더 높다고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호르몬 장애로 생기는 대표적인 여성 질환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난소에 많은 작은 낭종(물혹)이 생기며 무월경,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5일(현지 시각) 의학 저널 미국 내과 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대만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만8000명 이상의 여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PCOS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COS가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스웨덴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PCOS를 앓고 있는 여성은 다른 여성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40% 높았다. 연구진은 PCOS가 불안과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는 불규칙한 생리 주기와 그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가 우울증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임기의 모든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동을 겪지만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들이 있다. 또한 PCOS로 인한 각종 질환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좌절감을 느끼게 해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PCOS는 항안드로젠, 메트포르민 같은 호르몬 조절제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말한다. 또 우울증이 동반됐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자살 시도자와 유가족들의 마음 쉼터…연희동 정진씨네
- 2012. 12. 11 16:11 화제
-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 때가 있어요. 한 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인터뷰를 시작하며 그녀는 말했다. 누가 어떻게 죽으려 했는지가 아닌, 어떻게 살려 했는지에 대해 나누고 싶다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녀가 만난 우리 이웃과 가족 그리고 소중한 생명들에 관한 것이다. 서울 연희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하얀색 이층집. 울창한 소나무 숲 옆으로 작은 정원을 둔 그녀의 집은 계절을 피해가는 듯 초록과 온기로 가득하다. 정진씨(55)네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연희동 언덕배기의 소나무 숲이 민간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에 탄원서를 내고 숲을 돌본 소나무 숲 지킴이로 그녀를 만난 것이 2010년 초였으니, 2년 반 만이었다. 숲을 돌보던 그녀는 이제 자살자 유가족과 자살 시도자 그리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소나무 숲 옆 이층집은 마음 쉼터 ‘위드하우스’라는 이름을 달았다. “가까운 지인이 10년에 걸쳐서 10회 정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먼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인데 그 친구를 도우러 제가 다섯 차례 정도 찾아갔었죠. 아무리 먼 길을 찾아가 달래고 위로해도 한번 먹은 마음이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한 번 잠적하면 몇 날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애태우곤 했는데, 어느 날 제가 힘든 일을 겪고 그 친구 응답기에 정말 힘들다, 살기 싫다고 메시지를 남긴 적이 있어요. 전화를 3백 통 해도 답이 없던 친구가 바로 전화를 하더라고요. 자기를 생각해서라도 죽지 말라고. 저한테 힘이 돼주고 싶었던 거예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그날, 살기로 마음먹었대요.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죽지 못해요.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며 상처를 어루만져줄 쉼터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먼 곳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조용한 주택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울창해지는 소나무 숲이 있는 곳. 그녀는 가족의 생활공간을 1층으로 옮기고 볕이 잘 드는 2층을 쉼터로 꾸몄다. 쉼터가 생긴 지 2년, 지금까지 50여 명의 자살자 유가족과 자살 시도자 그리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자살 사고(思考)자들이 위드하우스를 다녀갔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더 큰 아픔 안고 사는 자살자 유가족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처방과 치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살자 유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치유 시설은 매우 미비한 상태. 사랑하는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큰 충격과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그녀는 남겨진 가족들을 눈여겨봤다. “자살자 가족들이 겪는 아픔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예요.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죠.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고 심각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쉼터를 마련하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살자 유가족들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짧은 한마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안고 그녀 역시 눈물을 쏟았다. “대부분의 자살자 유가족들은 수치심과 죄의식, 자괴감에 빠져 있어요. 가족을 떠나보낸 것이 자신의 탓인 듯 괴로워하죠. 처음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분들께 위로가 될까 싶었는데,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짧은 위로에 큰 안도를 하시더라고요. 한 사람의 생명이 다한 것은 내 탓도 아니고 그 사람의 탓도 아니라고, 그저 그의 운명이 다한 것뿐이라고 말씀드리죠.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떠나간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 몫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한번은 자신의 집을 찾아와 목숨을 끊은 형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유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집에 돌아가기 힘들어하는 그에게 그녀가 해준 말은 “형제분이 죽기 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였다. 원망으로 가득 찼던 그의 마음에 용서를 싹트게 한 한마디였다. 이제 그는 죽은 형을 생각할 때마다 ‘마지막으로 날 보고 가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단다. 딸 세은양과 함께. 마음 쉼터를 운영하며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함께 지내던 이가 목숨을 끊은 경우 가족들에게 집은 돌아가기 힘든 곳이 돼요. 떠나간 이와 자신을 용서하고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두려울 수밖에 없는 곳이죠. 그런 분들에게 쉼터는 집이 되어드려요. 오셔서 함께 지내시거나 잠시 들렀다 가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만큼 자살자 유가족으로서 아픔을 털어놓을 공간과 따뜻한 위로가 절실하다는 거겠죠.” 자살자를 비난하는 사회의 이목도 떠나간 사람과 떠나려 한 사람, 남겨진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얼마나 독하기에” 혹은 “얼마나 나약하기에.”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지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결코 독하거나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에 기댈 곳이 없었을 뿐이다. “어느 날 한 어머니가 딸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어요. 딸은 2년 사이 너댓 번 자살을 시도했었고, 문자에는 ‘이제 끝을 내야겠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담겨 있었죠. 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는 노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끊임없이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일뿐이었어요. 사랑한다 얘야, 집에 오너라,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그깟 문자에 마음을 돌릴까 싶지만, 사람이 말이에요. 마지막 순간을 코앞에 두었을 때 그래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까 확인하게 돼요.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붙잡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거고 없으면 죽는 거예요. 우리는 그들을, 우리 가족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잡아야 해요.” 결국 딸은 어머니의 문자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작은 한마디와 위로가 누군가를 살게 한다면 그리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제 ‘얼마나 아팠기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잖아요. 아무리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반응하면 그 사람 잃을 수도 있어요. 그러고 나서 후회하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때 그 한마디를 귀담아들을 걸, 가슴 치며 울어봐도 되돌아갈 수 없죠. 나는 너무 힘든데 눈여겨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는 거예요. 단 한 명만이라도 내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한 사람이 눈에 밟혀서라도 삶을 놓지 못해요. 그 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 그리고 잊고 있던 가족과 만나게 하는 게 쉼터가 하는 일이에요.” 일상에 감사하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삶 현재 위드하우스에는 두 명의 쉼터 식구가 함께하고 있다. 쉼터 식구들을 돌보는 일부터 자살자 유족들을 찾아가는 일, 찾아오는 가족들을 상담하고 집으로 돌아간 식구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살피는 일까지 모두 그녀의 일이다. 소액의 후원금으로 쉼터를 운영하며 무보수로 밤낮없이 일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모자라다고 느낀다. 자살자 유가족과 시도자들이 와서 거주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요즘은 딸과 함께 트위터로 쉼터 소식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경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쉼터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또다시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죠. 최소한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현재로선 쉽지 않아요. 후원자를 모집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쉼터를 찾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분이 없다. 남자, 여자, 청년, 노인, 가진 자, 못 가진 자. 누군가의 소개나 부탁으로 오는 사람도 있고 저 멀리 땅끝에서 알음알음 물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어떻게든 살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이 쉼터에서 쉴 수 있는지 묻는다면 그녀의 대답은 ‘모두’이다. “자살예방센터는 많은데 자살과 관련해 이러한 다양성을 가진 쉼터는 아마 이곳이 유일할 거예요. 기관에서 운영하는 센터들의 경우 문 여는 시간과 문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살피기가 쉽지 않거든요. 쉼터는 생활을 함께하는 곳이다 보니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보다 깊은 교감을 만들어나갈 수 있죠.” 아침 7시 기상. 쉼터의 하루는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와 청소를 한다. 쉼터에서는 모든 것이 ‘함께’다. 아침 청소가 끝나면 집 뒤에 있는 텃밭에서 고구마며 배추며 상에 올릴 푸성귀들을 일구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타박타박 서로의 발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오후가 되면 독서와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해 질 무렵 갖는 감사 시간은 쉼터 생활에서의 중요한 일과다. “하루에 세 가지씩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처음 쉼터에 오신 분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매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죠. 한번은 쉼터에 오신 50대 아버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평생 힘들게 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떨어져서 죽을 생각까지 한 사람인데 어떻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냐고요. 이렇게 힘든 인생 도대체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먼 지방에서 이곳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오셨잖아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시작해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예요.” 회복의 열쇠, 가족 하루에 세 개씩,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조금씩 감사하는 것이 쌓인다. 중요한 것은 날이 갈수록 고마움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떠 밝은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것에 감사, 따뜻한 잠자리에서 잠들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다. 그동안 무의미했던 일상의 작은 부분들이 하나 둘 의미를 찾기 시작하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때문에 늘 힘들어했던 아침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매일의 축복이 된다. 단조로워 보이는 쉼터의 하루지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쉼터에서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 시간 이상 누워 있을 수 없다. 쉼터 식구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활동한다. 매일 노동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 쉼터 지킴이로서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 청년이 왔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살 생각밖에 없었어요.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 죽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루 종일 하던 친구였죠. 그런데 쉼터에서는 매일 다 같이 명상하고 책 읽고 산책하고, 죽겠다 생각할 여지를 안 주거든요. 2주 정도 지나니까 그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제가 동네에 작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줬는데 폐를 끼치는 것 같다며 3일 만에 그만두겠다고 하더군요. 전에도 일을 해보려 하다 하루 만에 그만둔 적이 있었대요. 제가 ‘이번엔 3일이나 했네’라고 칭찬을 해줬어요. 나중에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다고요.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나 하잘것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부분을 인정받으니 온몸에 피가 도는 것 같았대요. 작은 성취를 객관적으로 인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누군가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에게는 다시 한번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쉼터에 온 식구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면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 가족을 부를까 생각한다. 회복의 열쇠를 쥔 것은 결국은 가족이라는 것. 그녀가 많은 자살 시도자들을 만나며 얻은 결론이다. “죽을 만큼 힘든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온 힘을 다해 마음을 던지는 걸 보고 멈추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더 무심할 수 있는 것이 가족이거든요.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아파해주는 가족이 있으면 극단적인 생각까지는 하지 않아요. 지금 곁에 있는 딸과 아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귀담아들으세요. 한 번 더 눈 맞추고 한 번 더 안아주세요.” 쉼터를 떠난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생명을 북돋운다. 그렇게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녀의 마당에는 사시사철 봄처럼, 매일 새로운 생명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마음 쉼터 위드하우스에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분들은 후원 계좌(우리은행 1002 342 499854)와 문의 전화(02-6080-2450)를 통해 마음을 전해주세요. 트위터(www.twitter.com/cjin0109)를 통해서 위드하우스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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