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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735 건 검색)

정선 속섬에 청보리·홍메밀 밭 일군다
2025. 02. 09 20:14사회
.... ‘속섬’은 정선군 남면 낙동리 155번지 일원의 지장천 가운데 자리 잡은 내륙 속의 섬이다. 정선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속섬에 청보리와 홍메밀 단지를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정선속섬청보리홍메밀
정선군, 지장천 속섬에 ‘청보리와 홍메밀 밭’ 조성···민둥산과 연계해 관광 명소화
정선군, 지장천 속섬에 ‘청보리와 홍메밀 밭’ 조성···민둥산과 연계해 관광 명소화
2025. 02. 09 10:43사회
... 제공 강원 정선군은 남면 지장천의 속섬을 명소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속섬’은 정선군 남면 낙동리 155번지 일원의 지장천 가운데 자리 잡은 내륙 속의 섬이다. 정선군은 아름다운...
정선속섬청보리홍메밀
[뉴스분석] 극우화하는 국민의힘…왜 내란·부정선거론에 선 긋지 못할까
[뉴스분석] 극우화하는 국민의힘…왜 내란·부정선거론에 선 긋지 못할까
2025. 01. 21 17:22정치
... 편에 서서 사법부 판단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근거로 든 부정선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투·개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극우세력...
뉴스분석윤석열 탄핵 정국
정선군 “소상공인 시설 개선 지원”···최대 3500만 원
정선군 “소상공인 시설 개선 지원”···최대 3500만 원
2025. 01. 12 10:07사회
... 전경. 정선군 제공 강원 정선군은 침체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시설 개선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소상공인의 사업장 건물과 시설물 개량은 물론...
정선소상공인

스포츠경향(총 442 건 검색)

‘원경’ 연시우, 우아한 카리스마···절제된 감정선
‘원경’ 연시우, 우아한 카리스마···절제된 감정선
2025. 02. 06 16:51 연예
tvN 월화드라마 ‘원경’ 배우 연시우가 ‘원경’에서 신선한 캐릭터로 호연을 펼치고 있다. 거문고 선율과 함께 첫 등장부터 세련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 연시우가 안방극장에 강렬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연시우는 tvN 월화드라마 ‘원경’(연출 김상호, 극본 이영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JS픽쳐스)에서 이방원의 새로운 후궁 ‘권선’ 역을 맡아 매회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 거문고 선율로 채운 첫 등장 권선은 첫 등장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뽐냈다. 아름다운 거문고 선율로 이방원(이현욱 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고귀한 기품과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후궁의 자리에 올랐다. 거문고 연주 장면에서 보여준 섬세한 손끝 연기부터, 후궁으로서의 위엄과 기품을 담아낸 눈빛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거문고 선율과 함께할 때면 한층 더 깊어지는 캐릭터의 내면 연기는 권선이라는 인물의 다채로운 매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 후궁들과의 기싸움 속 빛나는 존재감 채령(이이담 분)과의 첫 대면에서 권선은 “이보시게”라는 단 한 마디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왜 인사를 하러 오지 않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시작된 두 후궁의 신경전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죽고 싶은 게냐”라는 강렬한 대사는 권선의 숨길 수 없는 기개와 위엄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고, 매회 채령과의 끝나지 않는 기싸움으로 긴장감과 함께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 세련미와 당찬 면모의 완벽한 조화 거문고 소리가 태교에 방해된다는 채령의 불만에 “이 정도의 악을 즐길 귀도 가지지 못하였는가, 그런 자가 오로지 몸으로 전하를 현혹하였나 보군”이라는 날 선 비난으로 맞선 권선. 이러한 면모들을 통해 연시우는 우아한 세련미와 강단 있는 면모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며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대사 하나하나에 깃든 감정선과 미세한 표정 연기는 권선이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연시우는 권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거문고 선율만큼이나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세련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완성해 낸 권선의 매력은 앞으로 펼쳐질 후궁들 간의 치열한 권력 다툼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권선과 채령의 대립 구도는 극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키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원경’은 매주 월, 화 저녁 8시 50분 tvN에서 방송된다.
‘옥씨부인전’ 연우, 안방 적시는 촉촉한 감정선
‘옥씨부인전’ 연우, 안방 적시는 촉촉한 감정선
2025. 01. 13 08:28 연예
JTBC ‘옥씨부인전’ 12회 상상임신 절망감 첫 사극 디테일한 조율 김재원과 로맨스 먹먹 배우 연우가 가슴 아픈 눈물 연기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난 11일과 12일 방송된 JTBC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12회에서는 자신과 얽혀 있는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도겸(김재원 분)과 급속도로 냉랭해진 미령(연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도겸을 이해하면서도 달라진 그를 아프게 바라보는 미령의 눈빛과 복잡한 감정들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 가운데 회임한 것이 상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령은 절망감에 빠졌고, 그동안 아이를 위해 준비했던 물건들과 태교 일기를 정리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못하는 도겸이 회임 사실마저 속였다 생각할까 서신을 남기고 떠난 미령은 기방으로 향했다. 이후 그곳에서 마주친 도겸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진심을 솔직하게 전했고, 아픈 내면을 애절함과 담담함으로 그려내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처럼 연우는 처음 도전하는 사극에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캐릭터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미세하게 떨리는 몸짓, 눈빛 연기로 표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어떤 여운 깊은 연기를 선보일지 연우의 활약상에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연우가 출연하는 JTBC ‘옥씨부인전’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 감정선을 꾹꾹 토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 감정선을 꾹꾹 토했다
2024. 12. 29 09:15 연예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의 눈물이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안겼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기획 권성창/ 연출 박상우, 위득규/ 극본 김지운/ 제작 본팩토리, 바람픽쳐스) 10회에서 ‘백사언’ 역으로 분한 유연석은 극중 홍희주(채수빈 분)가 위험에 처하자 맹렬한 분노부터 회한의 눈물까지 진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희주의 위치가 묘연한 가운데, 사언은 납치범(박재윤 분)이 전송한 사진을 보고 낚시터로 향했다. 그는 사진에서처럼 호수에 띄워진 배 한 척을 발견,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이어 차에서 뛰쳐나온 희주와 재회한 사언은 드디어 납치범과 마주했고, 그의 멱살을 움켜쥐며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네 이름? 네 자리? 다 돌려줘?”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사언은 납치범이 희주를 계속해서 들먹이자 주먹을 날린 뒤 격하게 맞붙어 순식간에 긴장감을 치솟게 했다. 이후 희주와 행복한 나날을 약속한 것도 잠시, 사언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납치범에게 다시 붙잡힌 희주가 사언과의 통화를 끝으로 행방불명된 것. 사언은 희주를 찾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고, “백사언이란 이름도, 백의용(유성주 분)의 아들이라는 신분도 전부 가짜고 제 것이 아닙니다”라며 모든 사실을 밝혔다. 또한, 그는 “다음이 없을 줄 알았더라면 그냥 다 해줄 걸 그랬습니다”라고 간절히 도움을 요청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유연석은 다양한 감정의 변주를 완벽하게 담아내며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피가 끓는 듯한 분노와 서슬 퍼런 카리스마를 뿜어낸 것은 물론, 희주에 대한 걱정, 후회 등이 뒤섞인 감정을 꾹 눌러 담다 끝내 터져 나오는 눈물 연기로 슬픔을 극대화했다. 이에 유려하게 감정의 진폭을 넘나든 유연석의 연기 내공이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또 어떻게 빛을 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유연석을 비롯해 채수빈, 허남준, 장규리 등이 출연하는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매주 금, 토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김예원, 질투 폭발→붉은 눈시울 ‘2단 감정선’ (사외다)
김예원, 질투 폭발→붉은 눈시울 ‘2단 감정선’ (사외다)
2024. 12. 16 07:53 연예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김예원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속 김예원의 스틸이 공개됐다.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연출 박준화/극본 임예진/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블리츠웨이프로덕션)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남자 석지원과 여자 윤지원.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 후, 18년 만에 재회한 철천지원수들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김예원은 극 중 석지원과 윤지원의 18년 지기이자 독목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차지혜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이 가운데 캐릭터에 완벽히 이입한 김예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비하인드 스틸이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18년째 석지원을 짝사랑 중인 차지혜의 다양한 감정선이 사진 너머 고스란히 전달되며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 김예원은 디테일한 표정 연기를 통해 질투에 휩싸인 차지혜의 차가운 모습을 그려내는가 하면, 붉어진 눈시울로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외길 짝사랑’의 서글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지난주 방영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7, 8화에서 김예원은 석지원을 짝사랑하면서도 절친 윤지원을 아끼는 마음으로 복잡한 차지혜의 내면을 세밀하게 풀어내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석지원과 윤지원이 여전히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게 된 차지혜가 결국 자신의 짝사랑을 힘겹게 단념하는 과정을 몰입감 있게 표현해 낸 것. 김예원은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극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탄탄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한편,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매주 토, 일 밤 9시 20분 tvN에서 방송된다.

주간경향(총 6 건 검색)

200여 년의 세월을 넘어…신윤복·정선의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200여 년의 세월을 넘어…신윤복·정선의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2024. 10. 07 06:00)
2024. 10. 07 06:00 문화/과학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구·달·바·별’ 암막을 걷으면, 마치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고요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한글 자음, 모음 형체가 하나씩 빛을 낸다. ‘훈민정음’이라는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 순간으로 초대받은 것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 지난 10월 2일 관람한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의 첫인상이다. 이 전시에선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우리나라 국보·보물, 주요 작품 99점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을 비롯해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의 작품 등을 주제로 한 8개 대형 전시실이 마련됐다. 인터미션(휴식) 공간, 체험존 등을 포함해 총 1462㎡(411평)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시다. ■신윤복·정선의 그림이 살아 움직이니 ‘몰입’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훈민정음해례본 전시실에서 발길을 옮기면 정선의 ‘해악전신첩’과 ‘관동명승첩’을 만날 수 있다. 복도를 둘러싼 긴 미디어월에서 조선 후기 관동지방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지고, 가을이면 나뭇잎이 흩날리고, 겨울이면 소복소복 눈이 나뭇가지마다 쌓인다.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장면마다 ‘한 폭의 그림’이 영상으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풍속화 한가운데 서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실이 다채로운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영상화했다면 ‘혜원전신첩’을 주제로 한 전시실에선 당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른 폭의 그림, 그 그림들에 등장하는 165명의 다양한 사람이 ‘도원’이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살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기생 춘홍과 서생 이난, 애틋한 두 사람과 춘홍에 반한 이 마을의 권력자 최대감이 나온다. 사극 드라마 한 편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달이 기운 밤, 담벼락에 기댄 남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초롱에 의지해 야행에 나선 남녀는 어디로 가는 길이며, 봇짐을 머리에 인 여성과 그네를 탄 여성은 어떤 인사를 나누었을까. 장면마다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그림 속에 살아 움직이는 반딧불이는 호젓함을, 먹구름에 천둥소리는 스산함을, 잔 나뭇가지 타는 듯한 빗소리는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최은지 간송미술관 학예사는 “‘혜원전신첩’ 30점의 그림이 온전히 한 번에 공개되는 일은 없었는데 이 전시 영상에는 30점의 등장인물, 배경이 고루 등장한다”며 “실물로 보기 어려운 작품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일반 전시가 실물 작품의 보존을 위해 전시 기간이 길지 않은 반면에 이 작품들은 긴 시간 볼 수 있고, 각 작가·감독들이 재해석한 작품을 새로운 눈으로 감상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정선의 ‘금강내산’과 탄은 이정의 ‘삼청첩’을 영상화한 작품은 상영시간이 각 7분 35초, 7분 37초로 꽤 길지만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금강내산’은 30대와 70대 정선의 시선이 교차하며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개로 수를 놓은 듯 반짝이는 금강산의 절경에 압도될 만큼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실제 금강산을 찍은 듯한 영상은 금강산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 산세를 내려다보는 느낌을 준다. 최은지 학예사는 “금강산을 둘러보는 영상의 스토리와 크기가 확실히 압도적이고 마치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함께 상영되는 ‘삼청첩’과 비교하면서 보면 두 작품의 느낌이 너무 달라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첩’은 매화, 난초, 대나무를 빛의 입자로 표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빛과 소리, 향기까지···‘오감’ 체험형 전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구·달·바·별’ 전시는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빛과 소리뿐만 아니라 오감을 활용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키네틱아트(작품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 작품), 모션그래픽, 라이다센서(물체 감지 센서) 등의 기술을 적용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의 걸음에 따라 공간의 밝기가 바뀌거나 작품이 다른 모양으로 바뀌는 식이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탄은 이정의 ‘삼청첩’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또 전시실마다 전문 조향사들이 참여해 원작 작품과 영상 연출 콘셉트에 맞는 향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8번째 전시실인 김정희의 서화 전시실로 가는 길에는 그가 사랑한 수선화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암막을 걷고 추사의 방에 들어서면 움직이는 서체들이 눈길을 끄는 동시에 강렬한 묵향이 코끝을 스친다. 전시실 외 인터미션 공간에도 짚을 엮어 깔아뒀다. 관람객들이 짚 향을 맡으며 짚풀의 질감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작품들 사이에서, 잠시 한곳을 가만히 응시하며 고요한 시간을 보낼 전시실도 있다.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전시실이다. 국보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은 17.5㎝의 작은 불상이다. 563년 보화라는 이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전시실에선 “정안수와 같은 물속에 고요히 잠긴 투명한 불상의 모습을 관조하며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추사 김정희의 서화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인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는 간송미술관의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이 광복 후 남긴 예서대련에서 따왔다. 일제강점기, 어둠의 시대를 지나 광복의 새 시대를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한 문장이다. 간송미술관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으로 그려낸 우리 문화유산들, 그 상상력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훈민정음해례본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관은 소장 작품을 디지털 작품으로 재해석한 전시를 이전에도 하긴 했으나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송미술관은 문화유산의 해외 확산을 위해 디지털 전시 ‘이머시브 K(IMMERSIVE K) 시리즈’를 준비해왔는데 이번 전시가 첫 행사다. 간송미술관은 해외 전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달·바·별’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 입장은 오후 7시에 마감된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티켓에서 할 수 있다. 관람비는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아동 1만원이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이기환의 Hi-story](42)이 한국에 돌아온 사연(2022. 07. 15 14:30)
2022. 07. 15 14:30 문화/과학
“뭔가를 주려면 (이런저런 생각 말고) 기꺼이 줘야 합니다.” 2005년 10월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예레미아스 슈뢰더 아빠스(원장)가 <겸재 정선의 화첩>(21점)을 영구대여형식으로 건네면서 언급한 담화문 중 한구절입니다. 슈뢰더 원장의 담화문을 더 볼까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1925년 한국 방문 당시 구입했다는 에 포함돼 있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우리는 한국인과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겸재 정선 화첩>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12명으로 이뤄진 수도원 장로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선한 반환 <겸재 정선 화첩>은 1911년과 1925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신부가 1925년 가져간 그림첩이었습니다. 화첩은 ‘금강내산전도’와 ‘만폭동’, ‘구룡폭포’ 등 금강산 그림 3폭과 태조 이성계가 함흥의 고향집에 심었다는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도’ 등 18폭을 담았습니다. 이 화첩은 1964년 광부로 독일에 파견됐다가 3년 뒤 뮌헨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유 교수는 1975년 베버 신부가 오랫동안 아빠스로 일하던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선교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겸재 그림을 찾아냅니다. 다시 10년이 흐른 1985년 경북 왜관 성베네딕도수도원의 선지훈 신부가 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1990년대 독일 뮌헨대에서 교회사를 전공하던 선지훈 신부는 막역한 사이였던 예레미아스 슈뢰더 신부가 상트오틸리엔수도원장이 되자 반환을 계속 타진합니다. 이 무렵부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미국 덴버미술관의 케이 블랙 연구원이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을 찾아와 이 화첩을 보고 “숨막힐 듯한 걸작”이라고 극찬합니다. 블랙은 1999년 미술전문지(‘오리엔탈 아트’)에 관련 논문을 실었습니다. <겸재 정선 화첩>은 일약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마침내 뉴욕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경매회사가 나서 ‘50억원’을 호가하며 경매를 권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11년과 1925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1870~1956). 베버 신부는 성베네딕도회 소속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초대 아빠스(원장)이었다. 1925년 한국 방문 후 귀국 때 겸재 정선의 화첩을 가져갔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반전이 일어납니다. 수도원 측은 <겸재 정선 화첩>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외려 ‘해외에서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유물로 평가한다면 당연히 한국에서는 무가지보(無價之寶·값으로 칠 수 없는 문화유산)가 아니겠냐’고 판단합니다.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측은 “2009년은 상트오틸리엔수도원과 왜관의 성베네딕도회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그걸 기념하는 이벤트로 <겸재 정선 화첩>을 기증하는 게 어떠냐”는 선지훈 신부의 간청을 받아들입니다. 결국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측은 경매회사 등의 제안을 뿌리치고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영구 임대 형식으로 반환합니다. 물론 환수 과정에서 화첩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유준영 교수와 기증을 권유한 선지훈 신부 등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만약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수도원 측이 한번 ‘줄 때는 아낌없이!’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은 <겸재 정선 화첩> 외에도 20세기 초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1700여점의 한국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한번 약속한 ‘선한 기증’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2014~2015년에는 희귀한 식물표본 402점과 17세기 익산 지역의 호적대장을 돌려주었고요. 2018년 1월에는 국내 최초의 양봉 교재 중 하나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돌려주었습니다. 2018년에는 조선 후기 보병이 입었던 ‘면피갑(면직물 갑옷)’을 기증 반환했는데요. 18세기쯤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면피갑’은 현재 국내외에 10여벌밖에 남아 있지 않아 유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60여년 전인 19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사용했던 남성용 혼례복(혼례용 단령)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 9월 2일에 세종에서 단종 대 활약한 이선제(1390~1453)라는 인물의 무덤에서 도굴된 분청사기 상감 묘지(죽은 이의 행적을 기록한 글)가 일본으로 밀반출됐다가 16년 만인 2014년 환수됐다. 뒤늦게 불법반출 사실을 확인한 일본 측 소장자의 조건없는 기증으로 환수된 것이다. /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한국문화재 반환은 ‘선한 기증’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무덤 파헤쳐 해외 밀반출 반면 이런 사례는 어떻습니까. 1998년 9월 2일 각 언론이 ‘눈먼 김포세관… 안타깝게 유출된 분청사기 상감 묘지(죽은 이의 행적을 기록한 글)’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분청사기 상감 묘지’는 1454년(단종 2) 세종~단종 연간의 인물인 이선제(1390~1453)의 행적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묘지가 감쪽같이 도난당했던 겁니다. 도굴꾼이 도굴 흔적을 지웠기 때문에 문중에서도 언제, 무엇이 도굴당했는지 알 수가 없었죠. 어떻게 밝혀졌을까요. 밀매단이 1998년 6월 김포공항의 세관원을 뇌물로 매수한 뒤 감정 절차를 생략한 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이선제 묘지’를 일본으로 밀반출해버렸습니다. 사라진 유물은 16년 만(2014)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도쿄(東京) 내 한국문화재의 유통조사를 하던 중 ‘이선제 묘지’의 존재를 알게 됐고요. 뒤늦게 불법 반출 사실을 확인한 일본 측 소장자의 조건 없는 기증으로 환수됐습니다. 한편으로는 50억원의 유혹까지 뿌리치고 한국 유물을 보내준 ‘선한 기증’의 사례가 있잖습니까. 다른 한편에서는 남의 집 조상의 무덤까지 파 거기서 나온 유물을 해외에 밀반출한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군요. 다양한 환수 사례 또 다른 사례를 보겠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이 2017년 경매에 나온 유물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것이 있었는데요. <효명세자빈 죽책>입니다. 효명세자(1809~1830)의 부인인 신정왕후 조씨(1808~1890)가 세자빈으로 책봉될 때 대나무를 엮어 제작한 왕실문서인데요. <순조실록> 등 관련 자료에 죽책의 목록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럼 이 죽책은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빼앗아간 외규장각 도서 중에 포함된 것이 아닐까요. 프랑스군이 본국 정부에 보고한 약탈품 목록에 이 <효명세자빈 죽책>은 빠져 있습니다. 프랑스군 중 누군가 슬쩍해 시중에 팔아넘긴 자료였던 겁니다. 죽책의 소장자가 1930년대 파리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4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선물로 가져온 ‘황제지보’, ‘유서지보’, ‘준명지보’ 등도 기막힌 운명을 갖고 있죠. 2013년 9월 23일이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한국지부가 문화재청에 사진첨부 e메일을 하나 보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해병대 장교의 사위가 고인이 된 장인의 유품을 처분하려 한다. 이 유품들이 도난품인지 알아봐달라.” 미국 내에서는 불법 거래된 문화재의 반입·유통을 형사처벌하는 법규정(관세법·연방도난품법)이 존재합니다. 한미 수사당국은 이미 1년 전(2013), 한국전쟁 때 미군이 슬쩍한 호조태환권(1893년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하려고 발행한 인쇄원판)을 압수한 예가 있거든요. 그런 사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공조수사가 이뤄진 겁니다. 전문가 검토 결과 대한제국 국새(‘황제지보’)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장임을 확인합니다. 소장자인 참전 미군은 “공산군이 철수하면서 덕수궁 소장 문화재 모두를 약탈해갔으며, 이 인장들은 구덩이에 묻혀 있던 것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수사과정에서 이 물품은 명백한 도난품임이 밝혀졌습니다. 미국 수사당국은 2013년 11월 18일, 대한제국 선포(1897)를 계기로 제작한 국새(‘황제지보’) 등 9점을 전격 압수했고요. 압수 유물은 이듬해 오바마 대통령(재임 2009~2017)의 방문 때 정식 반환됩니다. 이후 한미 양국 간 문화재 수사의 신속한 해결을 강조하는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는데요. 덕분에 한국전쟁 전후로 미국에 불법 반출이 된 왕실과 황실 소유의 국새·어보가 속속 환수되고 있습니다. . 프랑스 파리에서 경매에 나온 것을 구입 환수했다.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 중 하나이다. /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017년 경매에서 구입 환수된 강노(1809~1889·좌의정 역임)의 초상화 또한 재미있습니다. 이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에 강노의 증조할아버지인 강세황(1713~1791)과 강현(1650~1733·강세황의 아버지), 강인(1729~1791·강세황의 장남), 강이오(1788~1857·강세황의 손자) 등 ‘강씨 4대의 초상화’가 있었는데요. 구입 환수한 강노의 초상화가 어쩌면 그렇게 기존의 강씨 4대 초상과 닮았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아직도 214208’ 지난 7월 7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환수문화재 40여점을 출품한 특별전(‘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 열리고 있는데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전시입니다. 특별전에는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영구기증형식으로 보내준 <겸재 정선 화첩>을 전시하고 있고요. 2021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와 올해 3월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과 ‘백자동채통형병’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2022년 1월 1일 현재 21만4208점의 문화유산이 25개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중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1~2021년 사이에 환수한 유물은 2341점(7개국 61건)에 달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들이 지구 160바퀴(629만㎞)를 돌면서 거둔 실적인데요. 하지만 산술적으로 따지면 전체 국외 소재 유산(21만4208점)의 0.11%에 불과하죠. 천덕꾸러기에서 아시아 톱 10으로 그렇게 발품을 팔아 찾아내고, 한점 한점 환수한다면 언젠가는 0에 가까워지겠죠.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적법하게 반출돼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 중인 문화유산의 경우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 문화유산이 그 자리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겁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해학반도도’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 병풍은 거센 파도 속에서 복숭아나무, 대나무, 소나무로 꾸며진 선경 위에 백학 6마리가 노니는 장면을 그린 작품인데요. 불과 몇년 전까지는 16~17세기의 중국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수진 성균관대 연구교수와 일본인 이도 마사토(井戶美里) 교토(京都)공예섬유대 교수의 현지조사 결과 ‘한국(대한제국기) 병풍’임이 밝혀졌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 병풍을 국내에 들여와 1년 6개월간 보존처리를 한 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국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 뒤 돌려보냈는데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적인 미술전문 매체(‘아트뉴스’)가 ‘오랫동안 (중국 그림으로) 오인되던 100년 전 그림이 한국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는 제목으로 소개했습니다. 베버 신부가 가져간 에는 금강산 그림 3점을 비롯해 겸재 정선의 다양한 산수화풍을 알 수 있는 그림 21점이 들어 있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제공 보존처리 후 미국으로 돌아간 ‘해학반도도’는 데이턴미술관의 특별대접을 받았다는데요. 피터 되블러 데이턴미술관 아시아담당 큐레이터는 “보존처리된 이 작품은 미술관의 아시아 유물 중 ‘톱 10’에 쉽게 들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6월 25일 개막해 오는 9월까지 열리는 데이턴미술관의 ‘보존처리 유물 특별전’에서 메인 전시품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해학반도도’의 사례는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9개국 25개 기관을 대상으로 44건의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의 보존 및 복원과 활용사업을 지원해왔는데요. 이 ‘해학반도도’의 사례가 국외 소재 문화유산 관리·보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불법 유출됐거나, 미술시장에 나온 유물 중 우수한 것은 환수 추진을 원칙으로 해야겠죠.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해당 문화유산이 그 자리에서 제대로 된 대접과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국외 소재 문화유산의 투트랙 전략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례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존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해학반도도’는 영원히 ‘중국 유물’로 치부됐을 것이 아닙니까.
이기환의 Hi-story
[주목! 이 사람] 펴낸 서지희·정선혜씨 “천연화장품은 안심되는 집밥 같아”(2017. 08. 01 10:27)
2017. 08. 01 10:27 사회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12년 전 유행했던 화장품 회사의 광고 카피다. 하지만 실제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품 성분들을 확인하면 현실과 다를 수 있다. 화장품 성분이 대부분 인공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처럼 먹을 수 있는 재료로 구성된 화장품은 없는 걸까. 뉴미디어 전문가인 서지희씨(46)는 “인공 화합물을 쓰지 않고, 시중에서 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들로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3년 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인 정선혜씨(45)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천연화장품 레시피를 담은 책인 (경향신문사)을 7월 25일 출간했다. 이들은 평범한 ‘워킹맘’이다. 남들처럼 시중 화장품을 쓰면서 지내다가 화장독이 심해지면서 천연화장품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천연화장품도 쓰다 보니 피부에 일부 부작용이 생겨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인 두 사람은 이론을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증류기·자력교반기·가열봉 등 각종 실험도구를 구입해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개발한 천연화장품의 안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 실험연구소에 성분 검증을 받았다. 서지희(왼쪽) 뉴미디어 전문가, 정선혜(오른쪽) 서울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정씨와 서씨가 만든 천연화장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화장품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서씨는 “평범한 워킹맘이지만 안전한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들이 즐겨 마시는 녹차·루이보스·캐모마일 같은 차를 재료로 천연화장품을 만든다. 첨가물도 거의 없다. 만드는 과정은 3~11단계만 거치면 된다. 정씨는 “원래 레시피는 더 단순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면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늘린 거다. 나는 책에 서술된 것보다 더 간소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2016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길다.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복잡한 것보다 편한 것을 찾게 된다. 서씨는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이 사서 쓰는 화장품보다는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은 ‘집밥’이라 생각한다. 집밥은 여러 모로 품이 많이 들지만, 사람들을 건강하게 살게 만들어 준다. 천연화장품도 집밥처럼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내가 믿고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씨와 정씨에 따르면 숙달만 된다면 화장품 하나 만드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정씨는 “우리 책은 기존 화장품들을 비판하거나 우리 것이 좋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을 더 편하게 즐기는 것이다.
주목! 이 사람
[유성문의로드포엠]정선아라리
[유성문의로드포엠]정선아라리(2006. 07. 04)
2006. 07. 04 스포츠
구절역 기차는 오지 않습니다 그렇드래요 작고 소박한 꼬마기차였습니다 지난 여름, 지독스레 비는 퍼붓고 세상의 모든 길은 끊어졌습니다 녹슨 철로 사이를 버티고 선 저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는 건 이제는 구절양장, 심심산골을 쏟아져내리는 서글픈 햇살입니다 - 정선 구절역 * 오래 전에 찾았던 구절역을 다시 찾았다. 그때 구절역에 기차는 오지 않았다. 강원도 일대를 휩쓴 호우로 철로가 유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이 끊기고 난 다음, 잠깐 사이에 철로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역 마당에는 녹슨 볼트, 너트들이 나뒹굴었다. 다시 찾은 구절역에도 기차는 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거의 바닥을 기는 수송률 덕분에 역은 폐쇄되었고 선로는 레일바이크의 놀이터로 바뀌었다. 그때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종착역의 막막함은 이제 황당한 이물스러움으로 변해버렸고, 더불어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그리움도 끊겨버렸다. On road 정선 - 정선장(2·7일장) - 난향노원|음부바위 - 항골|돌탑촌 - 아우라지|옥산장(정선아리랑 듣기) - 구절역|레일바이크 - 오장폭포 - 노추산계곡 이제는 명맥조차 희미한 밀양아리랑이나, 마치 ‘무대에라도 올라간’ 듯한 진도아리랑과는 달리 정선아리랑에서는 산골에서의 퍽퍽한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고려 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지켰던 거칠현동(居七賢洞)의 은거선비들의 탄식에서 그 유래를 찾으나, 나는 그에 동의할 수 없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모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울어/아침저녁 돌아가는 구름은 산끝에서 자는데/예와 이제 흐르는 물은 돌부리에서만 운다 - 수심편 뼈에 사무치는 아라리가락은 골 깊은 산과 여울 급한 물들이 빚어내는 소리이며, 사람이라면 단지 백성들이 피고 지는 소리일 뿐이다. 더구나 아라리가락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사발그릇이 깨어지면은 두세쪽이 나는데/삼팔선이 깨어지면은 한덩어리로 뭉친다/앞남산의 호랑나비는 왕거미줄이 원수요/시방시체 청년들은 삼팔선이 원수다 아우라지 처녀상과 나룻배 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남으니, 그에 빌붙어 살아야 하는 사람의 삶 또한 떨칠 수가 없다. 관광열차를 타고 장터를 찾고, 부질없는 나룻배보다 차로 더 빨리 피안에 닿지만, 골짜기의 아라리가락은 여관방 한켠에 자리를 내어주고, 시름을 안고 달리던 선로 위로 레일바이크를 탄 유객(遊客)들이 내닫지만, 산골과 산골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수심 역시 따라서 진화한다. 신발 벗고 못갈 곳은 참밤나무 밑이요/돈 없이 못갈 곳은 행화촌이로다/술 잘 먹고 돈 잘 쓸 때는 금수강산이러니/술 못 먹고 돈 떨어지니 적막강산일세 아, 나는 더 이상 말 못하겠다. 거칠현동 아래 백이산과, 별어곡과 자미원, 함백탄광과 예미역, 사북과 고한, 그 너머 강원랜드의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막장과 막장 위에 들어선 허튼 이물들과, 그곳에서 무너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떨거지와 개털들의 삶을, 그 속에서 아우라지는 아라리가락의 깊은 그늘을.
유성문의 로드포엠

레이디경향(총 12 건 검색)

‘척추의 신’ 정선근 교수 “목 디스크? 4가지만 지켜라”
‘척추의 신’ 정선근 교수 “목 디스크? 4가지만 지켜라”
2024. 09. 18 06:00 건강
‘척추의 신’ 정선근 교수가 EBS <명의>에 출연해 건강한 목 디스크를 위한 핵심 꿀팁을 전한다. EBS 제공 정선근 교수가 건강한 목 디스크를 위한 핵심 습관 4가지를 전한다. EBS 건강프로그램 <명의>에서는 추석 연휴가 지난 오는 20일 ‘목을 위해 도도하게 삽시다! - 목 디스크’ 편을 방송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척추의 신’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정성근 교수가 출연해 목 디스크 예방을 위한 생활 속 꿀팁들을 전한다. 정선근 교수는 목 디스크를 위해 해야 할 것 네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것 네 가지인 ‘4하라, 4마라’를 제시하며 일상생활 속 생활 습관의 개선을 제시한다. 네 가지 해야 할 것 ‘4하라’는 ‘신전 동작을 열심히 하라’, ‘흉추를 펴라’, ‘걷기와 달리기를 하라’ ‘본인만의 루틴을 만들어라’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 ‘4마라’로 ‘나쁜 스트레칭 하지 마라’, ‘목 근력 강화하려고 애쓰지 마라’, ‘턱 당기지 마라’, ‘상체 운동 세게 하지 마라’이다. 평소 우리가 목 건강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조금은 다르다. 또 정 교수는 올바른 척추 위생 자세, 환자들이 어려워하는 흉추 신전 자세, 스위스 치즈 이론 및 목 디스크 치료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목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디스크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법까지 다양한 꿀팁을 담은 EBS 1TV <명의>는 9월 20일(금) 밤 9시 55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년 허리’ 정선근 교수 “‘이 자세’ 거북목 통증 없앤다”
‘백년 허리’ 정선근 교수 “‘이 자세’ 거북목 통증 없앤다”
2022. 08. 01 18:41 건강
거북목 증후군(일자목 증후군)으로 인한 통증과 증세는 다양하다. ‘백년 허리’ 정선근 교수가 6개월이면 목 통증이 사라진다는 ‘이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어깨에 곰 한 마리가 올라 앉은 듯한 거북목 증후군(목 디스크), 그냥 두면 이명, 만성 두통 심지어 어금니 통증까지 유발한다는데…. ‘백년 허리’로 유명한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를 통해 ‘이것만’ 지키면 목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한다. 목뼈는 옆에서 보면 C자를 그려야 하는데 그 C자가 일자로 바뀌거나 오히려 반대로 구부러지는 C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목 디스크 중 하나 이상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일자목(거북목) 증후군’이란 목 디스크 가운데 하나 이상이 찢어진 증상이다. 정선근 교수는 “X-ray 사진 상 이미 일자가 된 목은 디스크에 손상이 많이 갔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목 디스크 초기 증상은 팔저림이나 어깻죽지 뭉침이 가장 흔하다. 그로 인해 얼굴이 붓고 곰 한 마리가 올라 앉은 것 같은 묵직한 통증이 동반된다. 좀 더 심해지면 안면 통증, 이명, 두통, 흉통 등 다양한 연관통이 생긴다. 정 교수는 “어금니가 아픈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일자목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하게도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을 보는 자세에 있다. 정 교수는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컴퓨터를 오래 보는 것, 장시간 한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목에 무리가 간다”며 올바른 자세와 습관에 대해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 캡처. 첫 번째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를 항상 높게 들거나 놓고 보는 습관이다. 허리와 목에 좋은 자세로 앉은 다음에 컴퓨터 모니터를 시선보다 높게 올려보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컴퓨터 작업 중에는 30분마다 눈 감고 쉬어주기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다 보면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무언가를 뚫어지고 보고 있는 한 목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루 12시간 모니터를 뚫어지게 본다면 그 힘만으로 목 디스크를 찢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목을 풀어준다거나 거북목을 예방하기 위한 기존의 스트레칭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팔로 당겨서 목의 좌우, 앞으로 힘을 주는 스트레칭은 금물이다”라며 “나 역시 옛날에는 목 디스크 환자분들에게 이런 스트레칭을 많이 시켰는데 이는 되려 C자형을 없애는 자세며 디스크 속 수액을 뒤로 밀어내는 나쁜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 교수는 목 근력 운동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손바닥을 이마에 대고 서로 밀어내는 근력 강화 운동이나 턱을 당기는 친턱 자세도 “사실은 목에 매우 무리를 주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거북목 환자는 ‘베개 유목민’이 되기 십상이다. 베개에 수십 만원을 투자해도 자고 일어나면 찌뿌둥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커버형 베개는 좋지만 나무로 만든 목침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잠을 잘 때 우리는 한 시간에 육백번 목을 움직인다. 호흡을 하면서 목뼈가 앞뒤로 움직이는데 그럴 때마다 목뼈가 목침을 친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 캡처. 거북목에는 어떤 자세가 좋을까? 정 교수는 “목에 가장 좋은 자세는 가슴(경갑골)과 허리를 펴고 턱을 치켜드는 자세, 이 자세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면 한 달에서 석 달, 보통 6개월이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좋아진다”고 답했다. 그는 “거북목을 가진 분들은 이상한 통증을 많이 느끼는데 그 통증은 대부분 이 자세를 유지하면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그우먼 정선희, 그녀의 온도
2015. 12. 01 10:32 연예
이제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던 예전의 모습에 미련이 남기도 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으니 마음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정선희(43)는 요즘 ‘기분 좋게 바쁜 정도’로 살고 있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SBS-TV ‘TV 동물농장’뿐이지만 뭔가 더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계속 움직이는 중이다. 방송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뒤늦게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무척이나 많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로 돈과 상관없이 계속 바쁜 사람이 따로 있나 봐요(웃음). 한창 방송을 많이 할 땐 일을 그만두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집에 있어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해요. 개를 7마리나 키우기도 해서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만날 곯아떨어져요.” 최근에는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더 바빠졌다. 그녀가 직접 한국어로 옮긴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고바야시 히로유키 저, 지식공간)이 출간됐기 때문이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써보라는 것. 방법은 단순하다. 하루 중 가장 안 좋았던 일, 가장 기뻤던 일, 내일의 목표 세 가지를 생각한 다음 한 줄로 적으면 된다. 2년 전 한 프로그램에서 ‘욕 일기’를 쓴다고 밝혔던 게 번역의 계기가 됐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출판사 대표가 그녀에게 러브콜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 ‘욕 일기’를 잠깐 쓴 적이 있는데, 이게 의외로 후련했어요. 말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쏟아내도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 않잖아요. 그런데 글을 쓰면 눈에 보이니까 브레이크가 걸려요. 잔뜩 욕을 써놓은 게 아주 흉측했죠(웃음). 번역을 시작하면서부터 저도 세 줄 일기를 쓰고 있는데, 확실히 감정의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너무 끓고 있는 건 도움이 안 되잖아요. 온도가 내려가니 여유가 생겼어요.” 자기 계발서보다는 서사가 있는 소설이 그녀의 취향. 그러니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하지만 번역을 하면서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에 그만 설득당하고 말았다. 비록 밤샘의 연속이었지만 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일기라는 것이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써놓고 보니까 괜히 제 자신이 대견해지더라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보였고요. 전 번역자일 뿐이지만 주변에서 책이 좋다고 하면 저도 모르게 성취감이 들어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숫자와는 영 친하지 않다는 그녀. 대신 ‘언어’와는 아주 가깝게 지냈다. 외국어를 한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었다. 이는 곧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그녀에게 일본인 이모부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모부랑 만나면 대화가 안 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그 무렵에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일본어가 좋겠다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1년 공부하다가 2년 놀고, 공부 한 게 아까워서 다시 공부하고…. 이렇게 계속 이어지다 보니 일본어 교재도 내고 번역도 하게 됐네요.” 슬픔이여 안녕 남편 안재환이 세상을 떠난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어떻게든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게 두려웠다. 힘들다는 걸 인정한 순간,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피하려고 할수록 불행해져갔다. 모든 걸 시간에 맡겨둘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 상처도 아물 것이기에, 지금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동안 제가 왜 힘들었는지 생각을 해봤어요. 저한테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오해받는 현실이 너무 억울했던 것 같아요. 연예인들은 대중의 리액션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잖아요. 자신이 누군지 깨닫기도 전에 어느 누군가가 돼야만 하죠. 물론 제가 좋은 사람이 돼야 하겠지만, 선행을 하면서 스스로가 불행하면 안 되잖아요. 문득 내가 행복하게 살면서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이 정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그 고리를 끊겠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에 대한 미련도 버리기 시작했고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에 대해 ‘땡큐’라고 의미를 부여했어요. 사람은 참 신기해요. 생각한 대로 변하더라고요. 박수 소리가 커지면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같이 느껴지고 소리가 작아지면 초라해질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과 무관해졌어요.” 그녀는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나한테 쪽팔리지 않게 살면 돼”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서 그런지 자신을 내세우는 게 쉽진 않았다. “자신한테는 본인이 겪었던 슬픔이 가장 크게 다가오잖아요. 저는 그렇게 되는 게 정말 싫었어요. 한 많은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속으로 계속 빌었던 것 같아요. 내가 겪은 게 최고의 아픔인 양, 남의 아픔을 우습게 여기는 할머니로 늙기 싫다면서 말이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요. 어떤 때는 ‘내가 개그우먼인데, 이제 어떻게 사람들을 웃기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선천적으로 웃기는 걸 좋아하고 밝은 사람이거든요. 세상이 저한테 슬퍼하기를 바란다고 해서 우중충하게 살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바뀌기 시작했어요.” 여행을 하던 중 길을 잃은 상황. 어찌할 줄 몰라 헤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 펼쳐진 새로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도 있다. 정선희는 카메라를 들기로 했다.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굳이 외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져요. 요새는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겪어봤으니 힘든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해요.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아요. 손에 잡히는 명예는 사실 별거 아니에요. 저도 일단 명예를 얻고 보자 하던 때가 있었어요. 한창 명예가 고플 신인 때 과로가 꿈이라고, 링거 한번 맞아봤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죠(웃음). 타인의 삶에 참견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해서 걷고 있는 삶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어요.” 이제야 보이는 것들 지난해 1월, 그녀는 ‘TV 동물농장’에 다시 복귀했다. 딱 6년 만이었다. 2주에 한 번 녹화가 진행되는데, 이때마다 큰 에너지를 얻고 온다. 동물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으니 현장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신)동엽 오빠, (김)생민이랑은 20년 지기니까 정말 편하죠. (장)예원이는 무척 귀엽고요. 큰일 났어요, 새끼처럼 귀여워서(웃음). 예전에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할 당시에도 ‘TV 동물농장’은 특히나 편안하고 즐거운 방송이었어요. 지금은 이게 유일한 일이다 보니 더 각별해진 것 같고요.” 한때 8개 프로그램을 도맡아 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계속 방송에 집착할수록 껍데기가 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이 줄어서 스트레스 받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어요. 완벽하게 예전과 동일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다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저를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하고 매력 없게 만들더라고요. 주어진 기회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남자친구가 소홀한 상황에 비유를 하자면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친구도 만나고 학원도 다니면서 재미있게 사는 거예요. 그가 저한테 마음을 주지 않으면 딴사람 사귀지 뭐, 이런 깡으로 가자는 생각이죠(웃음).” 정작 그녀는 모든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지만 아직 더욱 활발한 활동을 바라는 팬들이 있다. 라디오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반응 일색이다. 지난해 10월, SBS 라디오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에서 전한 인사를 끝으로 더 이상 DJ 정선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런 바람들에 힘이 실리고 시기가 맞아떨어지면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저 혼자 라디오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이 사람의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 애걸복걸하느냐, 아니면 나를 잘 가꾸면서 기다리느냐. 딱 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당연히 그 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책을 읽다가도 좋은 구절이 나오면 적어놔요. 다시 꺼낼 날이 있을 테니까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소통하는 법을 배워보라는 후배의 말에 계정을 개설하긴 했지만 아직 익숙지 않아 주로 ‘눈팅’만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사진을 업데이트할 성격도 못 되고, 쑥스럽기도 해서 SNS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후배 하나가 언니는 완벽하게 갖추기 전엔 보여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한번 일상을 공유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함께 소통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큰 힘을 실어줄지도 모른다면서요. 귀가 얇아서 바로 계정을 만들긴 했는데, 아직도 뭘 올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글자를 쓸 때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가 좋아 번역을 할 때도 컴퓨터보단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다. 2년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한자를 쓰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녀는 이런 자신을 ‘촌년’이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번역만 하지 말고 직접 글을 써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글보다는 말로 갈증을 푸는 편이라 큰 욕심은 없다. 단, 50대가 되면 동화를 써보고 싶은 소망은 있다. “가끔 동화를 읽거든요. 마음이 뭉클해지는 작품들이 있어요. 동화를 쓰는 건 모든 문학 분야 중에서도 가장 순도 높은 작업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할머니가 되고서 쓰려고 해요. 전투적이고 호전적일 때보다, 마모가 돼서 낡아졌지만 따뜻한 온기가 있을 때….” 스무 살에 데뷔해 매일같이 일만 하다가 이제야 여유를 즐기게 됐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워커홀릭으로 살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요즘엔 영화나 전시, 공연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여행 다녀온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고요. 관절에 무리가 오기 전에 아르헨티나에 가서 탱고를 배우고 싶어요(웃음). 여행 계획을 짤 때의 그 묘미가 있잖아요. 요즘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각을 자주 봐요.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덴마크, 이집트가 지금 몇 시인지 보면서 혼자 흐뭇해하죠.” 올 연말까지는 강연 스케줄이 많이 잡혀 있다. 지방에 갈 땐 주로 기차를 이용하는데, 얼마 전부터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단다. 내년에는 꼭 기차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행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게 목표다. 어느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나이가 됐다. 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오늘도 그녀는 더 큰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밖으로 향한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제공 / 하이씨씨>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가을 여행의 정석 강원도 정선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가을 여행의 정석 강원도 정선
2013. 11. 06 11:53 레저/여행
억새가 춤춘다. 바람이 리듬을 더하고 태양이 조명을 비춘다. 너른 억새평원에 재잘거리는 참새 떼처럼 가을 나들이를 나선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선이 고운 항아리를 닮은 민둥산 능선에는 권력을 잃어버린 고려 지배층의 한이 아리랑이 되어 전해진다. 첩첩산중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서울에서 3시간을 달리면 보고 싶은 정선 땅이다. 벌거숭이산 민둥산, 억새가 바다를 이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은 새마을운동 때 사방사업을 거치면서 벌거숭이 형태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드물게 벌거숭이산으로 남아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1,118.8m)이 그런 곳이다. 민둥산의 옛 이름은 ‘한치 뒷산’이었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정선아리랑 가사에 나오는 ‘한치 뒷산’이라는 노랫말이다. 남면에 한치마을이 있고, 민둥산은 그 마을 뒤편에 있다. 민둥산이 벌거숭이산이 된 이유는 울창했던 산림을 벌목한 뒤 그 자리에 조림을 하지 않아 억새가 자라기 시작했고, 군락을 이루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매년 주능선 일대에 불을 놓아 민둥산이 됐는데, 억새는 불에 태우면 다음해에 더 많이 자란다는 것. 실제로 이곳에서는 곤드레 등 산나물이 많이 난다. 민둥산 들머리는 증산초교를 지나 민둥산 통제소를 거쳐 갈림길을 지나면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한 뒤 정상까지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왕복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휴식시간의 정도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다. 민둥산은 비교적 완만한 구간이어서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다. 탁 트인 풍광을 내려다보며 저물어가는 가을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기에 좋다. 위치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 문의 1544-9053 아리힐스리조트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수려한 정선의 경관.철로 따라 달리고, 외줄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정선은 우리나라 레일바이크의 원조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고 하여 이름 붙은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묵은 체증이 뻥 뚫린다. 조명으로 치장한 터널을 통과하면 아이들은 절로 괴성을 지른다. 동강을 따라 아찔한 철로를 지날 때면 묘한 쾌감에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이 맛에 성수기는 물론 비수기 주말에도 이용객이 많다. 따라서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레일바이크는 최고 속도 30km까지 낼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구경하느라 10, 20km 이내 속도로 운행한다. 2인승과 4인승이 있으며 내리막 코스가 많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굴러간다. 시발역에는 여치의 꿈 카페가, 도착역에는 어름치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아우라지에 도착하면 정선 풍경열차를 이용해서 구절리역으로 돌아오면 된다. 위치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290-4 문의 코레일관광개발 033-563-6050~3, www.railbike.co.kr 정선의 새로운 명소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하늘을 향한 인간의 동경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하늘을 걷는다는 뜻의 스카이워크는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을 벼랑 밖으로 돌출시켜놓은 정선의 새로운 명소다. 바닥은 투명 안전유리로 마감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발아래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고, 눈앞에는 태초의 모습을 닮은 동강과 한반도 모양의 밤섬이 펼쳐져 있다. 제법 긴 거리지만 내리막길이 많아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 짚와이어 또한 지나칠 수 없다. 아시아 최장 길이와 세계 최고 높이(325.5m)를 자랑한다. 4명씩 조를 맞춰 활공하기에 앞서 깊은 호흡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본다. 옆 라인의 여자 체험자는 무서운 마음에 눈을 감아버렸다. “출발”이란 짧고 명료한 말 한마디에 난간 안전문이 열리고 몸이 둥둥 떠오른다. 4줄의 와이어와 안전벨트가 내 몸을 붙잡고 있다는 것은 잠시 잊은 채, 마치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순식간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순간적으로 유체 이탈이라도 경험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엄마” 하고 외치는 비명 속에는 ‘재미있다’라는 말이 숨어 있다. 해발 607m 위치에서 최고 속도 120km/h(70~120km/h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로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위치 강원 정선정선읍 북실리 620-7 문의 아리힐스리조트 033-563-4100, www.ariihills.co.kr 정선아리랑은 다르다 강원도 정선 땅은 첩첩산중 오지다. 오죽하면 유배지로도 부적합했을까. 귀향을 보내는 사람이야 어떻게든지 포승줄에 묶여 가겠지만 그 죄인을 압송하는 관리들도 죄인처럼 목숨을 담보로 길을 재촉해야만 했다. 그만큼 산짐승이 많고 험한 길이란 말이다. 정선아리랑은 노랫말이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과 사뭇 다르다. 정선아리랑이 이 고장에서 불리기 시작한 것은 고려왕조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던 시절이다. 그때 고려왕조를 섬기던 정치 세력이 정선으로 들어왔다. 지난날의 권력을 회상하며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한 심정을 한시로 읊은 것이다. 노랫말에 보면 ‘타관객리 외로이 난사람 괄시를 마라…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웬갖 것이 모두 시름뿐이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시대적 아픔을 담은 정선아리랑은 정선아리랑전수관에서 들을 수 있다. 주변에서는 아우라지 뗏목 체험도 가능하다. 강 건너편에는 아우라지 처녀상과 정자각(여송정)이 있다. 위치 강원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86-1 문의 정선아리랑전수관 033-560-2897 정선아리랑전수관이 있는 아우라지. 인심 넉넉한 정선 5일장, 먹을거리도 풍성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구성진 정선아리랑이 장터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니 야외 무대가 마련돼 있다. 어르신이 신명을 주체 못해 아리랑에 맞춰 춤사위를 펼친다. 이어 배꼽을 훤히 드러낸 아주머니들이 출렁이는 뱃살을 털면서 벨리댄스 춤판을 벌인다. 그 외에 마술 공연, 밴드 공연, 떡메 치기 등 가족들이 함께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구경거리가 많다. 정선 5일장의 매력이다. 1 정선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곤드레나물밥. 2 정선 5일장의 인기 상품은 단연 곤드레나물이다. 3 강원 도민들이 즐겨 먹는 배추전. 주전부리를 빼고 장터 구경을 논할 수 없는 법. 5일장에서 인기 있는 음식 중에 콧등치기국수가 있다. 면이 쫄깃쫄깃하고 탄력이 좋아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 지역민들이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다. 곤드레의 정식 이름은 고려엉겅퀴.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 곤드레라고 불렀단다. 외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비벼 먹으면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곤드레나물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양념장을 한 번에 끼얹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넣어가며 비벼 먹는 것. 그래야 최적의 간과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광장(033-378-5100)은 비빔밥을 먹고 나면 곤드레밥 누룽지를 내놓는다. 누룽지 맛을 본 사람은 다음에 잊지 않고 다시 찾을 만큼 구수하고 맛있다. 정선을 대표하는 약재를 꼽으라면 현지 사람들은 황기에 표를 던진다. 그만큼 정선에서 재배되는 황기는 다른 지역 것보다 그 효능이 뛰어나다. 황기는 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매우 좋은 약재로 알려졌다. 또 만성궤양을 치료하고 간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황기를 넣고 백숙을 만들 때는 따로 기름을 제거하지 않는다. 황기가 기름을 분해해 국물 맛을 담백하고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귀한 손님이 오면 황기백숙을 대접한다고 하니 정선을 찾는다면 황기백숙도 맛봐야 하겠다. 황기백숙은 삼거리쉼터식당(033-562-5190)이 유명하다. 백숙을 완성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화로 예약하는 편이 좋다. 정선 5일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린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장이 운영된다. 장날에 맞춰 정선아리랑시장(정선 5일장) 열차가 정기 운행되고 있다. 위치 강원 정선정선읍 봉양7길 39 문의 033-563-6200, jsarirangmarket.com 여행 정보 가족 여행 1박 2일 코스 민둥산→정선 5일장→숙소→아리힐스리조트→레일바이크 숙소 정선통나무집펜션(010-4213-6975)은 통나무와 황토 자재로만 지은 친환경 펜션으로 원룸 형태로 주방, 욕실 등 생활에 필요한 집기들이 잘 갖춰져 있다. 비수기 주말 2인실이 6만원 선이다. 자연 속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가리왕산휴양림(033-562-5833)도 좋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4인실 기준 주말 이용 요금이 5만8천원이다. 여행작가 임운석은…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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