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5 건 검색)
- [2024 경향포럼]“포퓰리즘·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위협”
- 2024. 06. 26 20:46사회
- ...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 대 그들’ 구도를 만드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힐러리 클린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포퓰리즘의 부상과 정치 양극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스차...
- 분열포용경향포럼힐러리 클린턴다양성
- [2024 경향포럼][인터뷰 전문]“정치 양극화 겪는 한국…정치 상대를 ‘경쟁자’ 아닌 ‘적’으로 인식해”
- 2024. 06. 25 06:00정치
- ... 경고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모두 정치 양극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반대 세력을 적으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반대...
- 정치 양극화 원흉은 정치·시사 유튜브?
- 2024. 05. 11 09:00정치
- ... 등 복합공론장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유튜브 채널이 거론되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 유튜브 생태계를 단순 비교해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이념 양극화, 책임 정치엔 긍정적…‘정서 양극화’를 깨야”
- 2024. 02. 08 06:00정치
- ... 2일 경향신문사 여다향에서 중도의 개념과 정치 양극화 완화 방안 등을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 하다. 이번 기획이 시작된 동기 중 하나인 정치적 양극화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정당이나...
-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스포츠경향(총 2 건 검색)
- ‘지오비스타 (The GeoVista)’ 김조은 교수 “일부 정치 지도자들, 양극화 선거 전략으로 삼아”
- 2025. 01. 21 19:39 연예
- 아리랑TV 21일 아리랑TV ‘지오비스타 (The GeoVista)’ 16회는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LD 학부 교수 진행으로 양극화 문제에 대해 김조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함께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양극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정치 양극화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해방 이후 이념 대립과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며 굳어진 지역 갈등이 세대, 성별, 미디어 환경 변화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남동 관저 앞 집회, 이념 양극화 지수 상승, 선거 결과 등은 이를 방증한다. ‘GeoVista’에서는 한국 정치 양극화의 배경과 현황을 분석하고, 화합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주요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은 이대녀(20대 여성)와 대립하며 2030 세대의 젠더 갈등을 부각시켰다. 미국에서도 젊은 남성 유권자의 불만이 보수 성향으로 표출되며 트럼프 당선을 이끌었다. 아리랑TV 젠더 갈등은 청년 세대에서 정치화되고 있으며, 이는 특권 상실과 사회적 지위 하락에 대한 불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조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함께 젠더 논쟁의 정치화 배경, 확산 요인을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후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건에 대해 김조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가 이념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촉발된 사례”라며 “소셜 미디어의 에코 챔버 효과가 극단적 견해를 강화하고 일부 소수를 비이성적 행동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 세대 간 성별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의 연관성에 대해김 교수는 “한국은 가장 빠른 성별 혁명을 겪으며, 세대 내 성별 위계 변화가 젊은 남성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성별 분열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지만, 양극화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성별 갈등의 정치화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은 서구와 달리 이민이나 다문화주의와 같은 정치적 경쟁 이슈가 부족해 성별 갈등이 주요 정치적 원동력으로 떠올랐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선거 전략으로 삼아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리랑TV ‘지오비스타 (The GeoVista)’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방송되며, 전문가 대담은 방송 전날인 월요일 오전, 아리랑TV 유튜브 채널에서 미리 시청할 수 있다.
- ‘이슈 PICK 쌤과 함께’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 그 해법은?
- 2024. 09. 22 06:11 연예
- KBS 22일 오후 7시 10분 KBS1에서 2020년 8월 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0회를 맞은 ‘이슈 픽 쌤과 함께’이 시청자들을 초청하여 ‘소멸과 생존’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집 3부작, 그 마지막 시간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대한민국의 정치 양극화의 현실과 팬덤 정치의 특징과 폐해에 관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반복되는 여야간의 대치로 정작 우선해야 할 민생은 뒷전이 되고 정쟁만이 남은 한국 정치, 이제는 반성과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회 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치 양극화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연구진으로 참여한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와 함께 우리 정치가 양극화된 원인은 무엇인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본다.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 교수의 묵직한 질문이 강연의 시작을 알리고, 난처한 표정으로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패널들의 모습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들의 말장난처럼 정치인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을 볼 때마다 실망스럽다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표하는 방청객 장미경 씨의 답변은 정치 진영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갈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대변했다. KBS 대한민국은 현재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2022년 실시한 주요 국가 정치 양극화 실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미국(2위), 이스라엘(3위), 프랑스(4위)에 앞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적 의견이나 이념이 극단적으로 나뉜 채 정치적 협력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불신과 분열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통합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 정당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는 토론이 아닌 몸싸움이 우선인 ‘동물국회’, 정쟁 대결만 할 뿐 법안 처리는 뒷전인 ‘식물국회’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 교수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맞붙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단 0.73%p의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것 역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냥 나쁘게만 보이는 정치 양극화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정치 양극화는 이념적 양극화와 정서적 양극화로 나뉘는데, 이념적 양극화는 양 진영의 정책 차이가 분명하고 유권자들의 선호 정당이 뚜렷하여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야 정당 간에 정책적, 이념적 입장 차이가 선명하지 않은 반면, 상대편에 적대적으로 반감을 가지는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된 양상을 보인다. KBS 한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세~75세 이하 남녀 약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이와 연애 및 결혼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58%를 차지한 것을 볼 때 정치 영역을 벗어나 우리의 실생활에도 정서적 양극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양극화의 시작점을 묻는 방청객 박종명 씨의 질문에 이 교수는 1997∼1998년을 우리나라 정치사의 중요한 시기로 꼽았다. 1997년에 치러진 15대 대통령 선거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남북 문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고조되었다. 또 1997년은 IMF 외환 위기를 겪은 해이기도 한데, 전에는 없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또한 80년대에 민주화를 이끈 386세대가 신진 주류 세력으로 등장하며 진보적 이념이 강한 세대가 정치 무대에 대거 진입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4년, 우리나라의 정치 양극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후 민주당 내 세력이 분열되고, 86세대를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며 민주당은 양분됐다. KBS 약해진 지지 기반은 탄핵으로 이어졌고,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운동,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현재까지도 탄핵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으며, 정치적 갈등이 더 심화되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정치인에게는 자신을 열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집단인 팬덤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 팬덤은 특정 정치인에게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생각이 다른 정치인과 정치 집단에는 공격적인 태도로 SNS와 댓글 등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수의 극단적 지지층이 정책 결정과 정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팬덤 정치’에서 정작 중요한 민생 입법·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결국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 2021년 트럼프 지지자 의회 불법 난입 사태, 올해 트럼프 피격 사건 등 미국에서도 드러나는 현상인 팬덤 정치는 우리나라에서 2016년 총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연사의 설명. 강성 지지자 집단을 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참여로 여론을 동원했고, 민주당은 온라인 입당을 권장하며 약 10만 명에 가까운 온라인 당원을 모집하며 팬덤을 형성했다. 그 후 팬덤 정치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고, 팬덤이 당의 의사결정에 일방적이고 큰 목소리를 내며 협박 문자와 언론사 항의 등 익명성을 기반으로 상대 정당이나 당내 반대 세력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정치인들이 정책과 공약이 아닌 싸움과 독설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팬덤에 기대어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정치 양극화를 가속시킨 원인인 것 같다며 정치 양극화의 해결 방안을 묻는 방청객 조석진 씨의 질문에 이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 권력이 개인이나 정당에 집중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결 우선 원칙으로 다수파의 전횡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배제되는 다수제 민주주의 선거 제도가 아닌 비례성이 보장되는 합의제 민주주의 선거 제도를 통하여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확립과 함께 상호 관용과 존중의 정치 문화 정립 역시 필요하다고 전하며 정치인의 언어 윤리 규범 정립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입법권은 국가의 심장이다. 심장이 기능을 멈추면 국가는 법이 아니라 입법권에 의해 존속된다”는 철학자 루소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당과 국회가 시민의 대표이자 입법 기관으로서 중요한 민생의 의제를 챙기고 사회적 갈등을 조율해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책임 있는 정당 정치를 구현해 내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의 ‘200회 특집 ’소멸과 생존’ 3부작 3부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 그 해법은?’은 22일 저녁 7시 10분 K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홈페이지, wavve, 유튜브 KBS교양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정치·시사 유튜브가 정치 양극화 주범?(2024. 05. 13 06:00)
- 2024. 05. 13 06:00 정치
- 총선 거치며 정치·시사 유튜브 판도 보수 우위서 진보 우위로 변화 정치적 양극화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이 더 큰 문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 복합공론장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유튜브 채널이 거론되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8일 기사를 통해 김어준 방송에 출연한 출마자들이 김어준의 구호에 맞춰 절하는 것을 비판했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 캡처 “배승희 변호사가 YTN의 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아마 기존 시청자들이나 진보 쪽에선 ‘배 변호사가 누구야’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러나 배 변호사는 보수진영·유튜브 업계에서는 이미 저명인사다. 지난해 12월 한국정치학회에서 발표된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의 논문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 동영상 특성 분석’에 따르면 <배승희 변호사> 채널의 ‘따따부따 라이브’는 논문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121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대형채널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128만명으로 7만명이 더 늘었다. 주간경향의 이번 당선인 유튜브 조사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정치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102만명이었다. 유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여의도 정치인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가진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조사해봤다. 채널로만 따지만 부동의 1위는 국민의힘 정치인 출신인 <진성호방송>이다. 지난해 12월 177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82만명으로 늘었다.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으나 정치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채널을 더한다면 현재 2위는 <매불쇼>(168만)다. <매불쇼>는 코미디 장르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당선인 1위 이재명의 구독자 수를 넘어서는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은 위 두 채널 말고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160만), <신의한수>(150만),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44만), <딴지방송국>(133만), <서울의소리>(133만), <배승희 변호사>(128만), <신인균의 국방TV>(122만), <고성국TV>(104만) 등 8개가 있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역 정치인들보다 더 큰 것일까. 10개 정치·시사 채널, 당선인 유튜브보다 구독자 많아 이재명 대표보다 더 구독자가 많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정치성향으로 나눠보면 보수·진보 모두 각각 다섯 개다. 이중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메인 콘텐츠로 삼고 있는 딴지방송국과 TBS에서 유튜브로 옮긴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중심인물이 김어준인 점을 고려해 두 채널 구독자를 합치면 293만명이다. 정치·시사 유튜브 생태계의 판도가 기존의 보수 우위에서 진보로 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정치 팬덤이나 시사 정치 미디어가 통합·분화되는 변곡점은 선거”라고 말한다. 지방선거보다는 총선이나 대선을 기점으로 분화와 재정렬되는 패턴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일종의 파워밸런스가 형성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면 온·오프가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 세력균형을 형성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쉬운 쪽이 ‘궁즉통(궁하면 통한다)’ 비슷하게 온라인에 더 많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장우영 교수나 유승현 교수에 따르면 2020년 대선까지 유튜브의 ‘진영화’는 보수가 주도했다. 이후 정권이 바뀐 뒤에는 진보가 유튜브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갈등의 중심축도 옮겨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 공론장과 진보 공론장이 번갈아서 형성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서적 양극화란 쉽게 말해 존재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정치적 성향 차가 정서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국가별 순위를 매년 집계했는데, 그동안은 미국이 1위였으나 현재는 한국이 1위다. 왜 투표했냐고 물었을 때 ‘이 후보가 좋아서 투표했다’면 문제가 없는데, ‘찍고 싶은 후보는 없지만 이 사람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의 비중이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장 교수가 발표한 ‘유튜브의 정치적 도전과 법적 개선’ 논문엔 이와 관련한 조사가 실려 있다. 2022년 대선 후 조사에서 부정적 투표, 즉 “내가 싫어하는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고 싶어” 투표했다는 사람의 비율이 49.8%에 이른 것이다. “과거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0%대였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이재명이 싫어서 상대방을 찍었다는 사람이 절반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강성지지층이었다. 유권자 분포가 이렇게 이뤄져 있는 구조적 양극화 상황에 정치가 들어설 틈이 없는 것이다. 이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장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유튜브 탓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온라인 공간은 어떻게 말하면 오프라인이 투영된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오프라인 정치문화가 타협지향, 합의 지향적이라면 온라인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안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진 불씨를 온라인에서 화약으로 터뜨려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 “유튜브는 오프라인 갈등의 촉진자” 유승현 교수는 “이번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특징은 기존 미디어가 주도하던 정치 미디어 공론이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복합적 공론장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후보자들도 기존 방송 출연 빈도보다 보수든 진보든 유튜브 정치 시사 채널 출연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의 선거운동이나 정치적 의제를 보여주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공론장의 변화가 좋은 방향이냐 나쁜 방향인지는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유 교수는 진보·보수 공론장의 분열뿐 아니라 각 공론장 안에서 내부집단을 향한 공격이 나타나는 것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경향일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적 공론장이라는 것은 다양한 이해집단이나 정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동일 집단 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자신의 세를 불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일상화되는 것이다. 총선 전 상황을 보면 보수는 이준석을 공격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을 두고 입장차가 벌어졌고, 민주당 성향 진보는 다수를 차지하는 친명이 비명을 공격하는 데서 시사 채널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얻는 식으로 이뤄졌다. 분명한 것은 외집단 공격보다 내집단을 공격하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주는 수단이라는 메커니즘이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보수와 진보 유튜브 생태계를 단순 비교해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기 소장은 “배승희나 보수 유튜버 출신인 성제준이 라디오·공중파를 꿰찬 것을 두고 보수 쪽에서는 지난 정권 때 김어준, 이동형, 신장식 등이 공중파나 라디오를 진행했지 않았냐고 피장파장 논리를 펴는데, 문제는 이들 보수 인사들이 들어간 뒤 시청률이나 청취율이 처참히 망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사실상 김어준 방송국 소리를 들었던 교통방송도 그렇지만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를 YTN이 놓을 수 없었던 이유도 동시간대 청취율 1위라는 성적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점령군처럼 진행자만 꿰찬 모양새지만 청취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과연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 표지 이야기
- “불평등 속 양극화 겪는 청년들…그 해법 고민해야 청년정치”(2023. 12. 08 17:00)
- 2023. 12. 08 17:00 정치
- ‘청년정치에 미래는 있는가’ 좌담회 참석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의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청년정치의 미래 좌담회’가 지난 12월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우석훈 경제학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정치의 발화점은 우석훈 교수가 2007년 펴낸 <88만원 세대>였다. 이후 수많은 세대론과 이에 기댄 논의가 터져나왔다. 삼포세대, N포세대, 흙수저 담론, 헬조선 등. 주간경향도 2015년 우석훈 교수의 문제의식에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문제를 더한 ‘장기 386시대’의 도래를 전망한 기획을 내놓았다. 당시 한국사회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의사결정권 단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던 386세대가 각 분야의 정점에 올라서면 특유의 인적 연결망과 자원을 동원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리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환갑을 넘은’ 86세대들의 이른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즉 노인지배가 중앙과 지방권력에서 오랫동안 관철되리라는 꽤 ‘절망적인’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이는 학술적 논의로도 뒷받침됐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2019)에서 86들의 ‘과두지배’는 정치 영역뿐 아니라 한국사회 대기업들 임원과 노조에도 관철되고 있음을 실증했다. 세대착취론에 대한 반박도 없지는 않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2022)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본질적인 것은 세대 간 착취가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라고 짚었다. <88만원세대>가 출간된 지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전망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2018년 우석훈 교수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88만원 세대>를 통해 당시 20대 청년들에게 건넨 “토익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당부가 “바리케이드는 자기 마음에 쳤고 짱돌은 386들에게 던지는” 식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능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직화하여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라는 뜻의 주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평가다. <88만원 세대> 이후 반값등록금 운동과 함께 시작된 세대정치, 청년정치의 역사도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세대 문제의 당사자들이 정치적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했던 청년정치는 이후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여야 정당에서 청년정치를 주창하는 인사는 많지만, 그중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던 DJ·YS처럼 성장할 정치인은 있을까. 오히려 세대착취론의 수혜는 청년정치 바깥에서 혐오에 기반한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고난극복 서사’를 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좌담회를 열었다. 12월 4일 경향신문에서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는 “포지션 싸움에 능숙한 이준석은 누구와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선에서는 한동훈을 잡을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기 때문에 이준석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왜 그렇게 보는 걸까. - 3주 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당을 만들 거냐, 안 만들 거냐 설왕설래했는데 지금은 거의 상수가 된 듯합니다. 당시 기획회의를 하면서 나왔던 여러 이야기 중 하나가, 오늘 좌담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가 펴낸 <88만원 세대> 이후 ‘청년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에 따른 정치적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이외에 정의당에서도 청년정치 실험이 있었고, 그 결과 민주당에서도 청년인 전용기·장경태 의원이 배출됐고, 국민의힘 쪽도 좌담 참석 중인 김온수 부대변인한테 들으니 현 최고위원의 절반 이상이 청년이라고 합니다. 성과라면 성과겠지만 그럼에도 국민이 바라보는 ‘청년정치’에 대한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신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이 30대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청년정치의 상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지적부터 <88만원 세대>를 관통한 ‘세대착취론’ 논의가 시효를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의당의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비례 앞순위를 받았던 것 가지고도 논란이 많았죠.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의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비판이 일었고요. 지금 상황은 역설적으로 청년정치인인지도 애매한 이준석과 천아용인을 제외하면 독자적인 비전이나 자기 세력 형성에 성공한 청년정치인들이 잘 안 보인다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 좌담회에는 여야 두 당뿐 아니라 시민사회 쪽에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와있는데,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청년정치란 제도권 정치 진출만 염두에 두는 건 아니겠지요. 영향력의 정치, 청년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 얼마나 반영해낼 것인가의 넓은 과제도 포함될 듯싶습니다. 먼저, 돌아가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석훈 경제학자/서성일 선임기자 “이준석은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찍어주고 싶게 만드는’ 개인적인 매력이 있는 겁니다.”- 우석훈 박사- - 우석훈 박사 우석훈 경제학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이하 우석훈) “한국에서 청년정치라면 일종의 여의도 문법 같은 이야기이고, 일반 국민은 그런 생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88만원 세대>를 쓸 때와 비교하면 당시엔 아예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그나마 좀 생긴 것 자체가 변화라고 볼 수는 있겠네요. 사실 제가 그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이 정치권에 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였습니다. 그때가 40대 초반이었을 텐데 보수당 대표도 하고 내부정치를 정리하고 총리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일 오래된 나라라고 하는 영국도 저렇게 바뀌는데 한국은 왜 저게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젊은 사람끼리 뭉쳐서 뭘 하는 것보다는 전체를 끌고 갈 리더로 젊은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후 프랑스도 마크롱이 등장했고 캐나다도 40대인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등장했죠. 그런데 나이순, 연장자 우선순위로 가는 것은 한국, 동북아의 한·중·일뿐입니다. 이 세 나라는 왜 나이를 먹어야만 할 수 있을까, 여전한 의문입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꼭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온다고 보진 않지만, 당사자라는 관점으로 청년세대가 가지는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그래도 조금 더 느낄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제일 실감했던 게 박근혜 정부 초반에 정년 나이를 연장하는 일이 있었죠. 그건 금방 국회까지 다 통과해버리더군요. 그런데 청년과 관련해선 툭 하면 격론이 붙어요. 국회 입법은커녕 발의까지도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시절에 청년기본법인가요? 그건 계속 국회에 계류 중인데 노인 관련 법은 후딱 통과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청년은 아직도 정치현장에서 과소대표되고 있고, 여의도라도 많이 가고 국회에 있어야지 사회적으로 좀 균형이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하 지수) “우 교수께서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당사자 청년의 정치’를 언급해 주셨는데 이 부분에 지금 청년정치가 마주하고 있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세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게 대체 뭔가’라는 질문에서 청년세대가 마주한 불평등과 차별이 외면받는 문제 말입니다. 이준석만 하더라도, 지금 이 사회가 개인들이 각자도생하면서 겪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답 혹은 당신이 이 문제를 겪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살을 끊임없이 약자를 향해 돌리고, 더 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 앞서서 혐오를 앞세운 사실상 정말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한테 청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그냥 연령대를 표현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과 다름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문제 제기하고 기존 사회질서 그리고 기존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입니다. 기존 사회가 굴러오던 방식대로는 계속해서 불평등이 심화되니 이것이 아닌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세력들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저는 거기서 길을 잃지 않는 정치와 사회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하 김온수) “개인적으로 ‘청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콘텐츠라고 봅니다. 이건 잠깐 동안만 적용되는 명칭일 뿐, 실제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길이나 활동은 나이와 무관하게 지속되지 않을까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고 저도 1980년생이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역할을 보면 실질적인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앙당에서 상근부대변인으로 처음 일하게 됐을 때 경험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차증’이었어요. 사실 국회출입증이 있으면 둔치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첫 사흘 동안 매일 1만6000원씩 주차비를 물었습니다. 식권도 어떻게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흔히 정치권에서 쓰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실전에서 마주한 정치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캄캄한 곳에서 조명도 제가 설치하고 대본도 직접 써야 했습니다. 청년정치인으로서 제가 배운 것은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나 알려주거나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더 큰 기회를 잡으려면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정당 안에서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활동 무대가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죠. 국회의원 등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 신민준 집행위원장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이하 신민준) “사실 민주당의 역할로 간담회에 초대받았지만, 당에서 활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한 경력이 더 많아요. 일단 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민주당이든 다른 정당이든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청년정치인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주요 의사결정 단위가 아니라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거든요. 여성정치의 목표가 과반이라면 청년정치의 목표는 보통 15%로 이야기돼요. 그 15%가 주변부 인원으로는 채워지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든지 최고위원 같은 정당의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의 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양적인 변화보다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그 방안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의원으로 정치적 역량을 쌓고 다양한 상설 의제 위원회에 참여해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정책·입법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학교 등이 운영되면서 정당 안에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정당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민주당의 문화예술특별위원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일상적인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집행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함께하는 분들도 같이 공유하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제안을 받고 막상 와보니 일종의 개점 휴업 상태더군요. 당비를 월 5만원씩 납부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선배들한테 당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네가 활동가 출신이라면 부딪쳐서 어떻게 바꿀까를 생각해야지 불만만 말하고 있어서 될 일이냐’는 타박을 받았습니다. 다소 꼰대 같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과거에는 문제와 맞닥뜨리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당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행위원장이라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냈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불러들여 일할 사람으로 집행부도 다시 꾸렸습니다. 3가지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중 80%는 해낸 것 같아요. 혼자선 할 수 없었을 텐데 많은 사람이 도와줘 가능했던 듯합니다.” -제도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의견이 다 ‘없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했던’ 각자도생 체험에서 시작하네요. 우석훈 교수께서는 지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할 말씀이 많을 듯 한데요. 우석훈 “형식적인 변화에 대한 새로운 조건을 보면요. 인구 구성 변화가 앞으로 굉장히 클 겁니다. 그러니까 1970년대엔 연간 한 100만명 조금 넘게 태어났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게 64만명 정도로, 30년 동안 3분의 1이 줄어들었어요. 그 뒤에 다시 20만명 정도 줄어들거든요. 지금 중2와 중3 정도면 한 40만명 정도 태어나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유지되다가 그 밑은 20만명대로 바뀌어 버립니다. 지금의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보면 매년 한 40만~45만명 정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의 마지막 연령층입니다. 이것을 386, 그러니까 586과 비교해보면 그 사람들은 1년에 100만명씩 태어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일종의 거대한 흐름 같은 걸 만들어내던 세대인데, 지금은 이제 이 청년들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공간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위로는 한쪽에 586이 있고, 그 위로 또 박정희와 같이 살았던 유신세대처럼 강력한 세대가 있어서 거기서 어떻게 하면 발언권을 얻을 거냐와 같은 시대적 소명이 있었어요. 지금 청년들은 10대까지 포괄해도 어떻게 하면 이 사회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저변이 쪼그라들어버린 것이죠. 얼마 전부터 진짜 고민하는 문제가 있어요. 시민단체에서 20~30대 활동가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마저도 이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요. 정치 쪽으로 가신 분들은 그래도 정당보조금도 있고, 양당의 경우 최근 당원도 늘고 해서 그나마 낫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회원도 줄고 돈도 없어요. 그렇다고 사업비가 있냐 하면 한국은 선진국인데도 이상하게 외국 펀드가 많이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데 수익구조가 이렇다 보니 요즘은 환경영역이나 이런 데를 보면 마치 외국인 하청노동자 같습니다. 가난해도 자긍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결기 같은 게 있었는데 활동도 위축되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그렇다고 위에 있는 50대 사무총장이나 대표급들이 이런 사정을 이해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준석만 그런 게 아니고 장혜영도 사방에서 욕을 먹습니다. 어쨌든 스타가 된 셈인데 이들을 향해 워낙 가차 없이 비판을 쏟아내니 청년정치를 주제로 논의를 끌고 나갈 동력 자체를 얻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사실 이준석은 혐오를 앞세운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시작점을 찾고, 기존 사회질서와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라 생각합니다.”- - 지수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의 경우 2011년 만들어졌으니 10년이 넘은 단체인데요, 위원장을 맡은 지수씨도 정치권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단체의 전망은 후배활동가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등 고민 지점이 많을 듯합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원가족의 거처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방으로 거처를 이행할 때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사회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청년 개개인들이 배제돼 빈곤·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특정 청년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주휴수당을 안 주는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을 하던 청년들, 그리고 ‘지옥고’(편집자 주: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진 조어)에서 살게 되고 주거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활동을 해왔어요. 민달팽이유니온은 단지 세대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세대 안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30대 청년이 서울에 12억원 하는 아파트를 사려고 대출받고 부모에게 상속증여를 받고 다른 집에 세입자 보증금 끌어오고 자기신용이나 직장인 대출을 받으면 그걸로 내 집은 마련할 수 있죠. 보수언론지가 ‘이것이 청년세대의 주거 불안이다’라고 이름을 붙일 때 진보언론은 뭐 하고 있었냐, 사실 똑같이 ‘영끌세대’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벌어졌던 것은 전체 인구구성에서 유일하게 청년 1인 가구라는 인구집단이 수치상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진보언론조차 여기에 주목하지 않았어요. ‘영끌해서 주거사다리에 올라타고 싶다’에 모두가 휩쓸릴 때 그나마 ‘지옥고’ 이야기가 나와도 이내 한물간 청년주거 이슈 취급을 받았죠. 그 이상한 현상을 저는 잊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청년세대는 유행이 아니라 언제나 존재했던 연령대이고 청년이라는 연령대를 앞세워 정치에 자기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청년운동이 제시하는 사회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냐 하면, 아니었습니다. 청년정치 아닌 이들이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끌 담론에 휩쓸려 이 시대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하지 못하고 바로 압도되고 말았을 때, 혐오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이준석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흔들렸을 때, 그때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고 버텼던 사람이 없진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말할 수 있고 미래 전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석훈 “젠더를 혐오로 쓰는 것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에요. 다른 나라에 그걸 안한 것은 그 요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산해보면 이게 오히려 욕만 먹고 더 마이너스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이준석이 그걸 쓸 수 있었던 것도 메이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페미니즘 정치만 가져오는 사람들도 마이너 내에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젠더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가 되는 순간에는…. 이준석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본인이 인정했던 안했던 매우 강렬한 젠더정치를 한 겁니다. 그 수혜를 받았던 셈인데 이걸 계속한다면 이준석은 영원히 메이저 정치는 못할 거에요.” -논의의 흐름을 깨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주간경향이 3주 전에 이준석을 인터뷰했습니다. 이준석 본인은 ‘내가 정말 혐오발언을 했으면, 그 구체적 증거를 가져와 봐라. 나를 혐오정치, 갈라치기 정치인으로 규정하는데 내 구체적인 워딩을 놓고 그렇게 말한다면 인정하겠다’고 주장하더군요. 예컨대 여성임금이 남성임금의 65%다, 그렇다면 이걸 개선하는 정책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OK지만 예컨대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자라서 죽었다’, 이런 식의 이념이 들어가면 같이 토론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배격하는 게 음모론과 특정 이념에 기반해 사실을 왜곡하는 거라면서요. 우석훈 “장애인단체에 대해 한 말이 있는데 그 정도 혐오를 혐오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치매죠. 이준석이 포지션 싸움은 잘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준석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준석이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바가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예전에 독일 녹색당에 페트라 켈리라는 여성정치인이 있었어요. 나중에 불행하게 죽는데 등장할 때 본인만 정치인으로 커진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녹색당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커졌습니다. 매력으로 보면 진짜로 찍어주고 싶은 거예요. 양국의 정치가 달라도 그런 게 있습니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정의당이나 민주당에서 나온 청년정치를 표방했던 분들이 덜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남성·여성 그런 문제가 아니고 ‘나는 쟤랑 같이 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파토스(감성)가 안 움직인 겁니다. 이준석은 방법은 어떻든 사람들의 파토스를 움직였어요. 정치라는 게 로고스(논리)만 작동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누가 또 다음 세대의 파토스를 움직여나갈 것인가, 이것은 개인 매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진보·보수 하는 이런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보수 쪽에서 나온 것이고, 그런 사람이 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1973년생 한동훈은 어떻게 봅니까. 기사를 몇 번 썼는데 댓글 달린 것 보면 진짜 댓글조작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팬층을 몰고 다닙니다. 출마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출마하면 상당한 영향력이 예상되긴 합니다만. 우석훈 “한동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동훈이 나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다고 봐요.” -그게 아이러니인 거죠. 청년정치가 아닌 쪽으로 청년세대의 지지가 쏠린다는 사실이…. 우석훈 “개인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이준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고요.” 지수 “글쎄요. 민주당에서 이준석을 이길 사람이 그 연령대에서 아무도 없다, 라는 그 감각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면, 그 이유는 민주당이 자기들이 제시할 수 있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국민의힘과 다른지, 자신들은 어떤 이야기로 누구를 대변할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그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찾아야죠.” 신민준 “저는 소위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은 잊을 만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 들고 있고, 게임회사에 트럭을 보내거나 집단시위를 하면 게임회사나 정치권이 반응을 해주잖아요. 반면 20대 여성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때는 언제였을까 생각합니다. 총선과 대선과 같은 정치적 국면의 필요성에 따라 동원만 당해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준석이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우석훈 박사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준석이 다음 대통령에 가장 가깝다는 말씀, 사실 제 주변 선배활동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정말로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냐고 그에게 묻고 싶어요. 저는 이준석이 스스로 부정하는 것처럼 그가 하는 게 청년정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청년정치라는 건 사회적 불평등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세상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투신하는 거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게 청년정치였고요.”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지만, 실질적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전 정치는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청년정치인도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죠.”- - 김온수 부대변인 김온수 “박사님 말씀을 듣고 머리에 망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가장 빨리 탄핵을 당하는 대통령 아닐까요. 정당생활을 하면서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한동훈 장관을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국민이 왜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없을지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태도 변화를 가져야 하고, 이준석 대표도 과거 혐오정치에 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정치인들도 이준석 전 대표가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정치이념을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석훈 “한국 자본주의는 여러모로 기형적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좀 이상하고 사회적 불균형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 혐오를 거쳐 이젠 젠더까지 온 건데…. 이걸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극복해왔어요. 투표를 하면 누군가가 좋아서 찍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뭔가를 반영시켜나가며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미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선거를 통해야 문제가 풀리지 그냥 저 사람이 이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만 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안 풀립니다. 새로운 사람이 나오는 공간도 그런 에너지 속에서 탄생할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다음 총선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새로 나와 새로운 흐름이 생기면, 단번에 바꾸진 못하더라도 몇 년 지나면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주거 문제가 다음 대선에선 진짜 1호 공약이 되어 불평등을 줄이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되든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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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식의 사회]정치 양극화를 넘어 경제민주주의로(2016. 09. 05 16:55)
- 2016. 09. 05 16:55 사회
-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사라질 권력은 사라지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낼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양극화 해소니 경제민주주의니 하는 경제학적 수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주기가 찾아온 셈이다. 공자는 나이 50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知天命)고 하였는데, 사석에서 농담 삼아 늘 하는 말이거니와, 그것은 실증적 명제라기보다는 규범적 명제인 것만 같다. 진짜로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깨우쳐야 한다는 당위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언감생심 공자와 맞수가 될 꿈을 꾸겠냐만, 이 나이 정도 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칠 법도 한데 왜 이리 세상은 내가 무엇을 상상하건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지 좌절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가치없이 잘라내기’와 ‘악착같이 버티기’ 인류 역사를 보면 온갖 변혁 속에서도 예외 없이 극에서 극으로 흐르는 정치성향의 주기적 변동 같은 것이 있었던 법한데, 어쩌면 경제만 주기적 경기변동을 겪는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라 부르건 사회가 지닌 자의식이라 부르건 간에 하여튼 그 무엇도 시계추처럼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움직이는 듯하다. 최근의 한국 사회에서는 소통의 부재라든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일방적 행사라든지 하는 것들이 키워드라도 된 느낌이었다. 정치적으로 진보냐 보수냐, 혹은 더 단순명료하게 말해서 뉴스에 나오는 최고권력자의 얼굴을 보는 것이 즐거운가 짜증나는가에 따라 이들 문제에 대한 견해는 달라질 것이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10년’ 동안 이른바 좌파 대통령을 온갖 언어로 조롱했던 이들이 모두 진정한 의미의 우파나 보수라고 하기 어렵듯이, 최근 10년 동안 역시 온갖 언어로 이른바 우파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 역시 진정한 의미의 좌파나 진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헛된 이념의 계급장을 떼어내고 생각하자면, 물론 내 기억의 무의식적 착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말하거니와, 우리 시대의 정신인즉 ‘가차없이 잘라내기’에서 ‘악착같이 버티기’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연례행사로 되풀이되곤 하는 고위공직자 후보 청문회에 등장하는 갖가지 추문과 그 뻔한 귀결을 예상하며 언뜻 드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민주화운동의 잔영이 진하게 남아있던 시절, 지금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버티고도 남을 만한 과거의 실수에도 임명 뒤 몇 주일을 못 채우고 물러나는 고위공직자들이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보수정권인 문민정부 하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광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굳이 지면을 축내며 얘기할 필요도 없다. 사실 정치조직의 논리는 종종 죽고 살기의 싸움을 무릅써야 한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범죄조직의 논리와도 매우 비슷하다. 때로는 하수인들을 처절하게 제거해야 하며 때로는 악착같이 버텨야 하되, 일관된 논리는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며 더 따지고 들어가보면 보스를 옹위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가치없이 잘라내기’와 ‘악착같이 버티기’는 서로 다른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똑같은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치권력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당장 오늘 하루 먹고사는 일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잔혹한 독재정권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마치 좋았던 옛 시절처럼 기억되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수준에서의 권력의 행사방식은 낮은 수준에서의 그것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마치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명제처럼이나 일상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권력에서 그 모습을 복제한다. 대학이건, 종교단체건, 슬프지만 비판적 지식인이나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이들이 이끄는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보스는 축자적으로 해석된 규범에 따라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밀어붙인다. 반대의 목소리는 조직 발전이라는 명분 하에 묵살되거나 제거된다. 이것은 좌나 우의 문제도 아니고, 자본주의냐 아니냐의 문제만도, 권력자의 캐릭터 탓만도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았어야 할 나이가 된 내게 요즘 희미하게 그 윤곽을 비춰주는 천명의 실체인 듯도 하다. 그러하니 너무나 진부한 얘기지만 항상 깨어 있고 항상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존재야말로 크고 작은 조직들이 조금이라도 더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불가결한 조건이 되며, 바로 그 때문에 정말로 위험한 것은 정치적 견해의 양극화라는 현실이다. 또 하나 잊기 쉬운 진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극적인 전향, 이를테면 골수 주사파에서 극우파로, 존경할 만한 노동운동가에서 보수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이들을 ‘내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열악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회사원인데 어느 재벌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면, 재벌체제의 해악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며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결국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탓하기 전에 민중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그들 자신의 물질적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과 직결되지 않는 정치권력 폴란드 출신의 케임브리지 경제학자 미할 칼레츠키는 1943년에 완전고용이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임을 간파한 ‘완전고용의 정치적 측면’이라는 논문을 쓴 바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만들어냄으로써 고용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조만간 적당한 수준의 실업을 통해 노동자를 길들이려는 비즈니스 리더들과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등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다시 긴축정책으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마도 칼레츠키가 살아서 보았다면 “바로 저들이 내가 말한 그들이야”라고 했음직한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의 발언권은 어느 정도 위축되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심지어 IMF 같은 기관조차 보고서를 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분배 불평등의 심화라는 현실이 놓여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현실이 곧바로 민주주의의 발전이나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예컨대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선풍에 작용라는 정치적 허무주의와 공격적 차별의 어두운 그림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을 패러디하자면, 우리가 정확하게 언제 죽을지는 몰라도 죽는 날에 하루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사라질 권력은 사라지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낼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양극화 해소니 경제민주주의니 하는 경제학적 수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주기가 찾아온 셈이다. 가운데로 수렴하던 경제적 수사가 선거 뒤에는 다시금 양극화된 정치지형을 따라 일시에 흩어지는 악순환, 칼레츠키가 얘기했던 정치적 경기변동의 한국 버전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문제는 그 악순환을 깨는 것, 요컨대 다시 정치인의 것이니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천명일는지도 모르겠다.
- 비상식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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