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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윤석열 탄핵 찬반 집회 화면 오류 낸 KBS에 관계자 진술 결정
방심위, 윤석열 탄핵 찬반 집회 화면 오류 낸 KBS에 관계자 진술 결정
2025. 02. 10 17:08사회
..., 의견진술 뒤엔 통상 중징계를 내린다. <KBS 뉴스 5> 해당 방송분은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 장면을 바꿔 자막을 표기해 찬성 집회 인파가 많아 보이게 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방심위KBS관계자진술법정제재윤석열 탄핵 정국
국힘 대변인, ‘동대구역 집회’ 보도 방송사 일일이 평가…여당 잣대로 언론 압박
국힘 대변인, ‘동대구역 집회’ 보도 방송사 일일이 평가…여당 잣대로 언론 압박
2025. 02. 10 11:30정치
... 찬성과 반대 집회를 같은 비중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다 보니 자세한 비교가 없어서 똑같은 규모로 집회 있던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MBC를 두고 “‘을사오적 국힘 의원들 참여’,...
윤석열 탄핵 정국
홍준표 “탄핵 반대 집회 연설하고 싶은데…”
홍준표 “탄핵 반대 집회 연설하고 싶은데…”
2025. 02. 08 21:21정치
...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에서 연설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홍 시장은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반대...
영하 6도 맹추위 버티며…주말 서울 도심서 탄핵 찬반 집회 열려
영하 6도 맹추위 버티며…주말 서울 도심서 탄핵 찬반 집회 열려
2025. 02. 08 18:21정치
... 집회를 열었는데, 최근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유명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대구 집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스포츠경향(총 683 건 검색)

반복되는 역사 안타까워, 탄핵집회 간 팬들 힘내길…영화 ‘하얼빈’ 이동욱
반복되는 역사 안타까워, 탄핵집회 간 팬들 힘내길…영화 ‘하얼빈’ 이동욱
2025. 01. 07 06:00 연예
배우 이동욱.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번쯤 연기로 붙어보고 싶었던 현빈·박정민, 역시 멋지더라 일부러 애도기간 마지막날 기부…여객기 참사 잊지 말아주세요 배우 이동욱은 단단했다. 시국에 대해 소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서 독립운동을 펼친 ‘이창섭’의 마음처럼, 진정 지금의 한국이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랐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이잖아요. 광복 이전보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또 변하지 않기도 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인데요. 이렇게 광복 80주년 되는 시기에 ‘하얼빈’으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습니다. 독립운동의 의미,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나아가 광복 100주년이 되면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이동욱은 6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하얼빈’ 촬영기와 시국에 대한 걱정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우직한 현빈·날카로운 박정민, 멋진 현장이었어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이동욱은 가상 인물이지만 독립의군 이창섭 역을 맡아 ‘안중근’(현빈)의 독립운동 여정에 함께한다. “현빈과 한번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작품을 봐오면서 현장에선 어떨까 궁금했거든요. 이번 영화의 무게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굉장히 진중했어요. 리더십도 있었고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싶었죠. 특히 라트비아에선 함께 운동하고 산책도 다녔는데, 우민호 감독이 그걸 보더니 ‘오~둘이 계속 다녀라. 보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엄청나게 웃었죠.” 우덕순 역으로 등장하는 박정민과도 꼭 한번 작품으로 붙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 에너지가 굉장히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리액션 하기에도 굉장히 수월했고요. 평소엔 박정민이 매우 조용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슛만 들어가면 돌변해서 멋지게 연기를 하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죠. 특유의 여유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었어요. 눈 떠서 잘 때까지 계속 붙어있어서 금방 친해진 게 참 좋았고요.” ■“탄핵 소추안 집회 독려, 다 같은 마음 아닌가요?”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국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다.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하얼빈’ 내용이 더욱 와닿는다는 이도 있었다. “안타깝죠. 영화에서도 이토 히로부미가 그런 얘길 하잖아요? 이 나라(한국)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국민의 힘으로 늘 이겨낸다고요. 그리고 이토의 부하가 삼백 년 전에도 침략하려 했지만 그땐 이순신이란 영웅이 있어서 하지 못했다고 하잖아요. 그게 떠오르면서 더 아쉬웠어요. 임진왜란이 일어난 500년 전에도, 이토가 있었던 100여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런데도 국민이 이겨낸 저력이 있으니 그런 DNA로 지금도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가 됐으면 합니다. 하루 앞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잘 해결됐으면 해요.” 탄핵소추안 가결 요구 집회에 나간 팬들을 독려한 이유도 궁금해졌다. 유명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집회에 나가는 팬들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니까요. 제가 옆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으니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여기 있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주항공 참사에 5000만원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선한 마음을 나타냈다. “일부러 1월 4일에 기부를 했는데요그날이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이 이후에도 잊지 않았으면 했거든요사건과 희생자들을 한 번 더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져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이번엔 한남동이다…김C,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참석 인증
이번엔 한남동이다…김C,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참석 인증
2025. 01. 05 15:41 연예
김C 인스타그램 스타들이 여의도, 광화문에 이어 한남동에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수 김C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모습을 인증하며 오랜만에 근황을 전했다. 지난 4일 김C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두 틸 위 캔!(we do till we can!/ 우리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한다)”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속 김C는 “내란수되 윤석열 체포! 구속!”이라고 써 있는 펫말과 응원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C는 시위대가 한남대로에 모인 영상도 공개했다. 한편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는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와 체포를 저지하려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탄핵 반대 집회에 “빨갱이”? 김우리 게시글에 ‘갑론을박’
탄핵 반대 집회에 “빨갱이”? 김우리 게시글에 ‘갑론을박’
2025. 01. 04 17:50 연예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영상을 게재하며 ‘빨갱이’라고 언급했다. 김우리 인스타그램 계정 스토리 캡처, KBS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집행과 관련해 소신 발언을 전했다. 김우리는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먼저 때려잡아야 할 인간들은 빨갱이들이다”라는 글과 함께 한 시위 현장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 시위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 인파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으며, 한 발언자는 마이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것에 대해 미국의 고든 창 변호사도 그 판단은 정확하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뜻하는 멸칭으로, 현재는 극우 세력에서 진보 세력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네티즌은 가수 김흥국, JK김동욱과 같이 윤 대통령 지지에 나선 것이냐는 추측이 몰리는 가운데, 사용한 단어와는 반대로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 영상이 게재된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누가 빨갱이냐, 성조기 든 사람들?’이라고 묻는가 하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한테 빨갱이라니’라는 비난 여론과 ‘독재정권 노린 게 국가를 위협하는 진짜 빨갱이라는 뜻 아니겠냐’는 해석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절차에 돌입,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으나 끝내 집행에 실패했다. 영장 기한은 오는 6일까지로, 공수처는 그 이내에 다시 영장을 집행할지 논의 중이다. 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다음 주 월요일 2차 집행에 나서거나, 추가 집행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탄핵 집회 선결제, 너무 하고 싶었다…뿌듯해” (뉴스쇼)
뉴진스 “탄핵 집회 선결제, 너무 하고 싶었다…뿌듯해” (뉴스쇼)
2024. 12. 25 10:10 연예
뉴진스. 캡처 뉴진스가 탄핵집회에 팬들을 후원한 후기를 들려줬다. 25일 크리스마스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뉴진스가 출연해 앵커 김현정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진스는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집회 관련에 대해서 언급했다. 김현정이 “탄핵 집회에 팬들을 위해 많은 양의 음식과 음료를 선사하지 않았냐”고 묻자 다니엘은 “맞다. 날씨도 춥고 그냥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속도 따뜻해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랑도 대화를 나누면서 더 그런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당시 뉴진스는 ‘버니즈와 K-Pop 팬’을 위해 김밥 110인분, 음료, 250잔, 삼계탕 100그릇, 온반 50그릇, 만둣국 50그릇 등 총 560인분을 선결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팬들 반응에 대해서 해린은 “버니즈들이 너무 좋아해줬고 버니즈뿐만 아니라 다른 팬분들을 위해서도 같이 드실 수 있게 준비해서 그분들도 너무 따뜻하게 드셨을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민지는 “버니즈 분들이 많은 팬 분들이랑 먹었다고 인증을 해주셨다. 그래서 되게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는 지난 14일 새로운 SNS 계정을 통해 “버니즈(팬덤)와 케이팝 팬 여러분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며 “아티스트 상관없이 응원봉만 있다면 ‘버니즈’ 이름으로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탄핵 집회를 후원했다.

주간경향(총 44 건 검색)

2030 남성, 그들은 왜 탄핵 집회에 없었나
2030 남성, 그들은 왜 탄핵 집회에 없었나(2025. 01. 06 06:00)
2025. 01. 06 06:00 사회
‘계엄 반대→약자 연대’ 사회 참여 활발한 2030 여성들 연대할 의제와 공간 딱히 없어 각자도생 남성들과 대비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이어진 시민들의 탄핵 촉구 집회 키워드는 단연 ‘2030 여성’이었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2030 여성들이 K팝 노래에 맞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장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30 여성은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대구·부산 등 지역 집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막는 경찰에 항의해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 적극 참여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농성에 연대를 이어갔다. 그런데 같은 시기 ‘2030 남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주간경향은 2024년 12월 30~31일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이번 탄핵 집회 국면에서 2030 남성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2030 남성이 빠진 광장은 이대로 괜찮은지’를 물었다. 30명 중 21명은 계엄 선포 후 집회에 나가지 않았고, 8명은 집회에 나갔다. 1명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침묵하는 자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집회가 외치는 바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하더라도 방법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2030 남성을 ‘극우보수’나 ‘2찍남’ 등으로 쉽게 규정하기 전에 이들의 말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들은 대체로 “지금 우리가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경향신문 계엄 반대하지만 집회엔 안 나간 청년 남성들 이번 탄핵 집회에 2030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분석(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을 통해 확인된다.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의 성별·연령대 분석 결과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0.8%로 2030 여성이 집회 참가자 10명 중 3명꼴(29.7%)이었다. 12월 14일 여의도 집회 때도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2%로 그다음이었다. 2030 남성은 3~5%에 그쳤다. 여성과 남성의 참여 격차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가장 컸다.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 대부분이 계엄은 잘못됐고,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A씨(24)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국가 비상사태라는 계엄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체포 등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행위였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의사는 대거 집회에 나가는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B씨(27)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집회에 나갔다는 인증숏을 많이 올리고 남자인 친구들은 거의 안 올렸다”며 “정치적 입장이 덜한 것은 아니다. 저도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지만, 집회에 나가는 것 말고 탄핵안 가결을 캡처해 올리는 식으로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계엄에 비판적인 2030 남성의 의사는 왜 집회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최근 10년간 2030 여성과 남성의 경험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메갈리아 출현을 시작으로 2030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중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 사건’과 미투 운동이 있었고, 불법 촬영, 텔레그램 n번방, 스토킹·딥페이크 범죄, 교제폭력 등 끊임없이 젠더 의제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발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2030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엑스(X·구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는 2030 여성들이 젠더 의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작동했다. 이들은 함께 토론, 공감하고 연대와 결집, 행동으로 나아갔다. 국회·정부·법원에 항의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 거리로 나갔다. 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개정과 같은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이런 경험이 이번 탄핵 집회에서도 이어졌다. 2030 여성들은 엑스와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집회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숏을 찍어 올리며 서로 참여를 독려했다. 정치·사회문제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이 없다 반면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연대할 의제나 공간이 없다고 했다. 국가가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군 복무 의무와 그에 따른 불이익 문제가 2030 남성의 의제로 꼽히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행동하는 측면에서 2030 여성의 규모에 미치진 못 했다는 평가가 많다. 2030 남성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것은 반페미니즘 이슈 정도다. B씨는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할 만한 20대 남성들의 의제가 없다”며 “커뮤니티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그냥 여성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이지 어떤 요구나 의제가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C씨(27)는 “취업, 돈 모으기는 모두의 어려움인 것 같고 사실 구체적으로 청년 남성만 겪는 어려움은 뭔지 모르겠다”며 “과거와 달리 성차별 없는 사회 때문에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게 억울하다는 정서가 보이긴 한다”고 했다. 2024년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D씨(25)는 온라인의 남초 커뮤니티가 정치·사회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정치·사회문제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문제에 비해 순위,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진지한 논의가 오가기 어렵다”며 “그런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진지한 주장이라기보다는 게임처럼 오락거리의 일종으로 보거나, ‘정치 밈’처럼 소비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치·사회문제가)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 문제이고, 논쟁을 해서라도 좋은 방법을 찾는 공간, 논의, 사회적 조건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논의를 하더라도 조직화해서 광장에 나갈 만한 유인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E씨(30)와 F씨(27)는 “(엑스와 여초 커뮤니티를 하는) 여자친구에게 물어 집회 정보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2030 남성들이 오프라인에서 또래와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G씨(28)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한다고 쳐도 장난스럽게 하면 했지, 진지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경제나 투자, 어떻게 먹고살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여기서 정치까지 가면 대화가 투머치(과도)해진다”고 했다. G씨는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누구는 이랬네’ 정도의 가십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H씨(26)도 “행동을 하려면 사람들과 같이하는 게 필요한데 제 주변엔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E씨는 “남자들은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우기만 하지 어떤 것을 하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여자들은 평소에도 그런 이야기를 잘하니까 (이슈가 있을 때) 단합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C씨는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 오프라인에서 모이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집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주변 남성들의 문화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 의견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 사회에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밤새 대치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22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I씨(33)는 20대 대선 전후로 극에 치달은 ‘젠더 갈등’ 프레임과 ‘이대남 논쟁’이 2030 남성들의 공론장을 좁힌 측면이 있다고 했다. I씨는 “(젠더 갈등) 열풍이 지나가면서 온라인에서는 남성들이 정치 담론을 이야기할 만한 장 자체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 남성들이 정치를 엔터테인먼트 성격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졌다가 그 열풍이 지나면서 다시 관심이 줄었다”고 했다. I씨는 “여전히 정치 성향을 띤 커뮤니티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4050 남성들의 전유물이고 2030만의 커뮤니티는 없다 보니 시위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어려웠다고 본다”고 했다. H씨는 “사회가 많이 분열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게 (이번 집회에서) 표면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별로 인해 갈라져 있는데 여성들은 집회 참여에 좀더 능동적·적극적이고 남성들은 수동적·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우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2024년 12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 등에서도 계엄은 잘못됐고 윤석열은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며 “(집회 참여가 적었던 것은) 남성들이 참여 가능한 연결이나 통로,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경우 페미니즘 이슈도 있지만 팬덤 문화가 커지면서 꼭 정치적인 게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일종의 사회적인 조직화를 경험해보는 기회가 있다”며 “그러나 대학의 학생회 문화도 사라진 상태에서 남성은 사회적인 조직화를 해볼 수 있는 통로가 딱히 없다”고 했다. 그는 “청년 여성들이 행동할 때는 그것을 통해서 만들고 싶은 세계관이 있는데, 현재 청년 남성 집단은 도대체 우리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대나 열망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이 느끼는 고통과 관련해서는 2015년 이후 여러 단어와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젊은 남성의 경우 고통을 표현하려는 갈망은 커졌지만 구호와 언어, 논의의 공백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젊은 남성들의 행동이나 생각, 참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세’ 부른다고 형편이 나아지나요”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말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J씨(28)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취업 준비라는 ‘현생(현재의 인생)’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J씨는 “만약 내가 취업을 한 상태라면 부담 없이 역사의 한 축으로서 활동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할 일이 바쁘고 내 밥 먹고사는 일이 더 당면해 있기 때문에 참여를 못 한 것”이라며 “26에서 29 사이가 암울하다는 ‘20춘기’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현생을 제쳐두고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20대 초반 남성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K씨(24)도 수업과 자원봉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K씨는 계엄 당일부터 방송사의 유튜브 라이브와 각종 기사를 찾아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G씨는 “계엄을 보고 시민으로서 공포감을 느꼈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상황인데 ‘현생’을 살기에도 바쁘고, 시위에 참여하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F씨는 “당장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는데 군대에 갔다 오면 2년간 유예가 된다”며 “분명히 성인은 됐고 자기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도 있으니 (사회참여에) 시간을 빼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공정과 능력주의 담론과 함께 ‘각자도생’은 2030 남성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극심한 경쟁 속에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회참여와 연대에 대한 냉소와 회의적 태도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동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자조도 많았다. F씨는 “각자도생과 개인주의가 유행이지 않느냐”고 했다. F씨는 “(2030 남성이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나 하나 나가서 바뀌지 않는다는 낮은 효용성 때문”이라며 “먹고살기가 힘든데 그 시간에 공부해야지, 집회 나가서 ‘다시 만난 세계’(탄핵 집회에서 많이 불린 소녀시대의 노래) 부른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느냐”고 했다. F씨는 “혼자 승리를 독식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 공동체 전체가 다 으?X으?X해서 잘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갖는 남자는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옆의 남자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J씨는 “남자들이 ‘군인 월급을 올리네 마네’ 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사회적 압박에 대해선 각자도생을 한다”며 “그걸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무능력이 된다”고 했다. J씨는 “공감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애초에 응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L씨(30)는 “군대 가서 다치면 떠넘기기 바쁘고, 꼬리 자르기 바쁘지 않나”라며 “과연 ‘내가 나라에 헌신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까’ 했을 때 아니라고 단정 지은 순간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M씨(30)는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끼리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뭐 해봤자 바뀌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은 이런 각자도생 태도에 ‘군대’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F씨는 “군대에선 명령이 완전히 위법하지 않는 이상 부당하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하므로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면 보수성이 강화된다”며 “뭔가 잘못된 게 있더라도 그것을 뒤집는 건 사실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N씨(23)는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면서도 집회엔 나가지 않았다. N씨는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게 있더라도 상명하복이 몸에 배는 것 같다”며 “그냥 ‘알겠습니다’ 수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남성들 집회 나와 함께 공유했으면” 광장에 2030 남성이 없어도 괜찮을까. 인터뷰한 2030 남성 상당수는 근본적으로 정치권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이 됐는데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의견,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끌어내리기만 바빠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20대 대선 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부추긴 것도 정치권이었다. 동시에 이들은 집회가 2030 여성들만의 것으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갖고 있었다. 2030 남성도 연대할 수 있는, ‘모두의 집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O씨(28)는 “실제 주변 또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어 (2030 여성이 집회에 많다는 언론 보도가)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대하고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독려하고 싶다”고 했다. O씨는 “다만 집회를 응원봉이나 K팝 문화에 국한한다면 (2030 남성의) 참여를 이끌기 힘들 것”이라며 “계엄은 성별과 관계없는 2030의 공동의제이고, 이를 계기로 젠더갈등이 봉합되고 공동의 시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탄핵 집회로 생전 처음 집회라는 것에 참여해본 E씨는 “남성들이 스스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E씨는 “한번도 안 가본 것이라 걱정이 됐고, 어색하고 민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한뜻으로 모인 것을 직접 보고 느끼니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게 좀 부끄럽기도 했다”고 했다. E씨는 “주인의식을 갖고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국민으로서 할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너무 반감을 갖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 봐야겠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며 “매체에서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P씨(26)는 “인터넷 여론도, 친구 넷이 모인 카페 테이블 위도 얼마든지 광장이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내 생각도, 네 생각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학교에서부터 잘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Q씨(23)는 2030 남성들이 집회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Q씨는 “2030 남성으로서 탄핵 집회에 나가는 게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개인 의지로 나갔다”며 “나가보니 광장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Q씨는 “응원봉도 있었고, 농민들 이야기는 사실 잘 몰랐는데 알게 됐고, 전장연에 대한 연대도 늘어났던 것 같다”며 “안 만나던 사람들이 만나니까 서로 이해가 잘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집회에 나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집회에 나오면 좋겠고, 좀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김태욱·박정연·백민정·서현희·우혜림·최경윤 수습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특집
경찰, ‘집회 금지는 최후의 수단’ 잊었나(2023. 07. 07 11:29)
2023. 07. 07 11:29 사회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7월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경찰이 최근 서울 도심에서 퇴근 시간대 집회·시위·행진에 잇따라 금지 통고를 내리고 있다. 교통혼잡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집시법과 그 시행령 등에 따라 금지 조치를 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법원은 그러나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경찰이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에 앞서 조치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실제 ‘집회의 금지’는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등의 다른 수단을 모두 사용한 뒤에야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리하게 금지 통고를 남발한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경찰은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집회 주최 측의 그간 활동을 노골적으로 폄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사회적 배경 등 맥락을 제거한 채 ‘불법 전력’과 ‘시민 불편’만을 강조해 금지 통고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5월 집회 강경 대응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나온 ‘출퇴근 시간대’ 및 ‘불법 전력 단체’ 등의 집회·시위 금지 방안이 그대로 현장에 반영된 모습이다. 경찰, 17년 전 사건까지 꺼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마포대교를 지나는 행진을 하겠다고 6월 12일에 경찰에 신고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경찰은 금지를 통고했다. 신고한 행진 시간이 오후 4~8시인데, “퇴근 시간과 겹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전장연 측은 법원에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행진 하루 전인 지난 6월 28일 “행진을 허용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라며 전장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개 차로를 이용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행진을 허용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 폐지 1박2일 전동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행진이 퇴근 시간대에 이뤄진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는 등 전면적 금지 외에도 교통소통 장애를 해소할 수단이 있다”라며 “전면적 금지는 이런 수단으로도 교통소통 장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정이 명백하게 예상될 때 한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전장연이 과거 집회와 관련한 ‘불법 전력’이 있다는 점을 서술하는 데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행진도 신고 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은 그러면서 17년 전 사건까지 꺼냈다. 2006년 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6시간 동안 기어서 건넜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무단으로 도로나 교차로를 점거한 전력’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경찰은 그러나 장애인들이 당시 ‘활동지원 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배경은 답변서에 담지 않았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에게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경찰은 전장연의 최근 ‘지하철 타기 행동’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발췌하면서도 ‘왜 지하철을 탔는지’ 등의 맥락은 뺐다. 특히 경찰은 전장연의 이런 활동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이익과 언론보도 등 이슈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불법행위든 아니든 다수 시민이 불편을 겪든 말든 불사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이 밝힌 집회 ‘강경 대응’ 기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경찰의 목적은 전장연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려는 등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나쁜 집단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판사를 설득하려는 것”이라며 “집회를 금지하고 싶지만 별다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행진이 신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행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행진이 신고 내용과 달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을 대리한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퇴근 시간대라는 이유로 집회를 못 한다면, 도심 어디에서도 모든 집회는 출퇴근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법원이 경찰의 자의적 조치에 제한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잇따른 제동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6월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 기간에 개최할 집회와 행진 등 36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선순위 신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된 집회 등 8건을 제외하고, 28건은 부분 금지 통고를 받았다. 경찰이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5시 이후’ 집회 및 행진은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대 원활한 교통소통이 이유였다. 이에 민주노총은 우선 7월 4·7·11·14일 퇴근 시간대 촛불문화제에 금지 통고한 부분을 두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에도 경찰의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지난 7월 4일 “집회가 퇴근 시간대에 이뤄진다고 해서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고된 집회장소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세종대로가 왕복 8차선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퇴근 시간대 교통량을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주최 측이 하위 2개 차로만을 이용하는 점, 집회 참여 인원에 따라 집회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고려했다. 경찰이 집회 외의 다른 장소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분산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가인원이 500명 미만이면 인도만, 1000명 미만이면 인도와 1개 차로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대통령의 ‘관저=집무실’이라는 자체 해석에 근거해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지만, 법원이 잇따라 집회를 허용하는 패턴이 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이 지난 6월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했지만 경찰이 이를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최근 일부 야간집회에도 금지를 통고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은 7월 7일 오후부터 1박2일 노숙문화제를 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7시까지는 집회를 금지했다. “인근 사유지·공용재산을 장기간 무단 점유하거나 음주·소란·노상 방뇨 등 행위를 할 수 있고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게 제한 사유다. 이에 공동투쟁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의견 표명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야간에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 내용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5월과 6월 이들 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연 두 차례 문화제를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켜 논란을 빚었다. “시민들끼리 싸움 붙인 꼴” 대통령실은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집회·시위의 요건 및 제재 강화’를 ‘국민참여 토론’에 부쳤다. 추천 12만9416건, 비추천 5만3288건으로 집계됐다. 총 13만1283건의 의견이 달렸다. 대통령실은 이런 결과를 분석한 뒤 국민제안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관련 부처에 권고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권고안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재 여부를 심층 토론 없이 간단한 설문조사로 결정하려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선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한 채 시민들을 갈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랑희 활동가는 “국가가 시민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있다. ‘집회 때문에 불편하죠? 저 집회하는 사람들 때문이에요’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집회는 당연히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런 점을 설득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반대로 기본권을 축소·제한하기 위해 시민들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간집회 금지를 위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집회·시위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발의한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시위를 금지한다.
집회 강경대응이 ‘적극행정’이라고?(2023. 06. 02 11:30)
2023. 06. 02 11:30 사회
ㆍ‘불법’ 낙인찍어 봉쇄에 야간집회 제한 추진 ㆍ폭력 진압·캡사이신 엄포…‘물대포’ 부활론도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지난 5월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하려 했지만 경찰이 이를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최근 집회·시위에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집회·시위를 제한 및 진압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이 꺼낸 ‘대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집회·시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이다. 야간 및 출퇴근 시간대나,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집회의 신고 단계에서부터 금지·제한 통고를 통해 걸러내겠다는 얘기다. 당정은 지난 5월 24일 이런 내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이런 방안들은 국회의 법안 심사나, 가처분 신청에 따른 법원의 심리 등을 통해 견제할 수는 있다. 다른 하나는 사후 대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월 25일 집회·시위 진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적극 면책하겠다고 밝혔다. ‘적극행정’이란 표현까지 썼다. 특진 등 포상도 거론했다. ‘과해도 좋으니 적극 막으라’는 신호를 일선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자취를 감췄던 최루액의 일종인 ‘캡사이신’이 지난 5월 31일 민주노총 집회 현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사용되지 않았지만 ‘엄포’만으로도 집회의 위축 효과는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과잉 대처 등 위법한 공무집행을 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법원이 민·형사 사건에서 경찰 대응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시간이 다소 걸린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한 시민들의 즉각적인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것이다. 대법원 앞 문화제 강제해산, 정당한가  강경대응 기조는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됐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지난 5월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개최하려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 앞에 모인 이유는 기업의 불법파견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대법원에는 아사히글라스, 한국지엠,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의 불법파견 등 사건이 수년째 계류돼 있다. 문화제에 참석한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장의 말이다. “아사히글라스는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등 3개 사건이 대법원에 있다. 대법원에만 2~5년째다. 총 9년째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사건도 3년째 대법원에 걸려 있다. 심지어 지난해 7월 최종 선고가 난 포스코의 불법파견 사건은 전체 소송 기간이 총 11년이었다. 그사이에 정년퇴직해 피해를 복구 받지 못한 노동자도 나왔다. 판결이 늦어질수록 기업은 이익을 보고 노동자는 피해를 보게 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5월 3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문화제는 지난 3년 동안 간헐적으로 20여 차례 진행됐다. 그간 경찰의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그런데 경찰은 이날 문화제를 집회로 규정했다. 경찰관 수백 명을 투입해 봉쇄에 나섰다. 문화제가 시작되자 경고방송을 했고 집회 참가자들이 이에 불응하자 강제로 해산시켰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인 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따라 대법원 주변 100m 이내에서 집회가 금지된다는 점을 해산의 근거로 들었다. 차헌호 지회장은 그러나 “예전에는 경찰이 문화제 공간에 질서유지선을 쳐서 진행을 보호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인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경찰관들이 막아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라며 “대통령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불법이 됐다”고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집회로 보더라도 경찰의 해산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신고 집회라고 해서 경찰이 무조건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이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순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 미신고 집회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조항을 구현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헌재는 집회의 신고제를 두고 “경찰 등이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 도모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협력의무로서의 신고”라고 규정한다. 류하경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는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는 것은 일종의 호의다. 그런데 경찰은 신고를 받는 게 권리인 줄로 착각한다”라며 “부당한 해산조치는 외려 경찰이 집회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회 주최 측은 집시법 제11조가 대법원 주변 100m 이내라도 예외적으로 집회를 허용한다는 점도 거론한다.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이다. 당시 문화제 참가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해 규모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은 적었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문화제의 주요 주제와 발언은 불법파견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는 취지와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등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구체적 사건과 법관을 특정해 어떤 요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시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화제가 대법관 등이 퇴근했을 수 있는 일과시간 이후에야 열렸다는 점도 강제해산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이다. 경찰은 이날 문화제에서 무대로 사용할 차량도 견인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앞에 있던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집회 주최 측은 정부와 윤희근 경찰청장, 서초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 없이 문화제를 봉쇄하고 강제로 해산시킴으로써 집회·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주최 측은 오는 6월 9일 대법원 앞에서 다시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집회 중인 시민을 곤봉으로 때려 다치게 해 ‘폭력 진압’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 도로에서 7m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 농성을 하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체포했다. 김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경찰은 곤봉으로 김 사무처장을 수차례 가격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김 사무처장의 주변에는 난간 등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다. 진압 과정에서 자칫 그가 추락할 위험성도 상존했다. 2016년 12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항한 행위는 처벌 못 해  경찰의 집회 대응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은 수차례 나온 적이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의 집회장소 침범에 따른 실질적인 집회 제약과 심리적인 위축감 등을 두루 지적한 판결은 현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4월 서울 중구청은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를 철거했다. 경찰은 이곳에서의 집회를 제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그해 7월 집회 통제를 규탄하는 취지의 집회를 진행하려 했다. 경찰은 역시 제한 통고를 내렸다. 민변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집회를 전면 허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장소에 경찰관을 배치하고 플라스틱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폭 2.88m 가운데 0.9m 공간에서만 집회가 가능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으로 인해 경찰은 그나마 1.5m 공간을 내줬다. 류하경 변호사 등은 정당방위를 행사한다며 집회장소에서 경찰관을 밀어내고 폴리스라인을 치우려 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류 변호사 등 6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된 후 기소됐다. 법원은 그러나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은 경찰관과 폴리스라인 배치는 과도하게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집회를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해야 할 질서유지선이 사실상 집회의 제한 통고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폴리스라인으로 인해 현수막이 가려져 의사표현이 방해받은 점, 경찰관과 폴리스라인이 집회 참가자들을 포위하는 형태를 이룬 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집회 참가자들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관들이 이들을 주시하고 채증 활동을 벌여 마치 삼엄한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라며 “상당한 심리적 위축을 일으킬 수 있고, 집회에 동조하는 일반 시민의 자유로운 집회 참여를 제한할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류 변호사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이런 공무집행이 위법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항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2심 재판부는 특히 “집회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위법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9년 1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류 변호사 등은 정부와 경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일부 승소했다. “야간집회로 민주주의 실천 가능”  정부와 여당이 추진키로 한 집회 제한 방안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집시법 제10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한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야간에 ‘옥외집회’를 금지한 부분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0년 6월 30일을 법 개정 시한으로 제시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헌재는 또 2014년 3월 야간에 ‘시위’를 금지한 부분을 두고 한정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해가 진 이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면 위헌이라고 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여당의 집시법 개정 시도에 반발한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지난 5월 25일 성명을 내고 “집시법 제10조가 13년 동안 개정되지 않은 것은 개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야간 집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2017년 3월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를 예로 들었다. 출퇴근 시간대나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사전에 제한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에서 금지한 허가제처럼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또 경찰이 금지·제한 통고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허용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의 방안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공언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집회는 문제’라는 인식을 강화시키고 집회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을 갈라침으로써 민주노총 등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대포’ 부활하나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19일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 말했다. 살수차 운용을 재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5월 3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살수차 재도입 여부를 두고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살수차는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이후 운용을 중단했다. 경찰은 2020년 1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살수차를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불법 집회·시위’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를 쏘려면 이 규정을 바꿔야 한다. 최대 20대까지 운용되던 살수차는 2021년 모두 폐차됐다. 경찰청 훈령인 ‘살수차 운용지침’ 또한 2021년 7월 폐기됐다.
[주간 舌전]“국민이 불법 집회 막는 정부 선택했다”
[주간 舌전]“국민이 불법 집회 막는 정부 선택했다”(2023. 05. 26 11:00)
2023. 05. 26 11:00 정치
“국민께서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를 선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24일 ‘야간집회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계기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한 장관이 지지 의사를 밝히며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한 장관은 “2023년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집시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합법적 한에서 최대한 보장하고 오히려 권장할 것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합법 아닌 불법 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불법 집회 악습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정권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며 “집회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하다 하다 이제는 헌법 정신마저 부정하는 정부 여당이 되려 하느냐”고 말했다.
주간 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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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탄핵·건강 다 잡아요…‘집회룩’ 어떻게 입지?
[주말&]탄핵·건강 다 잡아요…‘집회룩’ 어떻게 입지?
2024. 12. 13 12:40 화제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면 체온 유지를 위한 준비가 필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땐 지체하지 않고 귀가하기. 윤이나 씨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6일(토요일) 날씨는 전국적으로 차가운 날씨가 예상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5도에서 1도, 낮 최고기온은 5도에서 10도로 맑은 날씨가 예보되지만 찬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2~5도 정도 낮을 가능성이 높아 방한 대책이 필수적이에요.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면 체온 유지를 위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상체는 내가 갖고 있는 갖아 두꺼운 롱패딩을 입어야 해요. 코트 안에는 히트텍과 같은 보온 내의 또는 두꺼운 니트, 플리스 재질의 옷을 겹쳐 입어 따뜻함을 유지합니다. 또한, 목도리를 사용해 목과 가슴 부위를 보호하면 찬 공기로 인한 체온 저하를 막을 수 있어요. 하체는 기모 내복이나 방한 바지를 착용합니다. 움직임이 많은 경우, 적당히 여유 있는 바지를 선택해 활동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발은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양말을 겹쳐 신거나 발열 깔창을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피켓이나 응원봉 들고있다보면 손이 시렵습니다. 꼭 장갑을 끼세요. 핫팩을 준비해 주머니나 양손에 넣어 손과 발의 온기를 유지하세요. 핫팩은 붙이는 패치용이 걸리적 거리지 않고 좋아요. 모자나 후드가 달린 외투를 활용해 머리와 귀를 동시에 보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 체온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으니, 방한용 담요나 방석을 준비하면 편리합니다.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올 수 있으니 여러겹 겹쳐 앉는 것이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서는 평소보다 체온이 빨리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몸을 데우고, 충분히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지럽거나 몸에 이상이 느껴지는 경우 지체하지 않고 집회 장소 주변의 온열 쉼터를 활용하거나 귀가하셔야 합니다.
주말&
공기업·의료 민영화 등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논객  진중권
공기업·의료 민영화 등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논객 진중권
2008. 08. 19 화제
아직까지 ‘진중권이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묻는다면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100일을 향해 달려가는 쇠고기 정국에서 진중권은 토론장과 집회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일명 ‘촛불 정국 최고 유명인’으로 떠올랐다. 대중의 호불호를 떠나, ‘논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그만큼 어울리는 이도 없을 것이다. #1 비 오는 청계광장 청계광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어김없이 비가 왔고 시청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은 전경 버스에 막혀 있었으며 사람들은 무언가 들뜬 기분에 우왕좌왕했다. 진보신당의 인터넷 방송 ‘칼라TV’ 리포터로 벌써 두 달 넘게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생중계해온 진중권 교수는 “여성지에서 취재를 온다 하여 옷을 몇 벌 갈아입는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곧이어 쏟아지는 거침없는 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걸 어떻게 글로 옮기지?’ 벌써 두 달이 넘는 강행군이에요. 그동안 연행도 됐었고, 폭행도 당했는데 건강은 어떠신가요? 지금 바지가 안 맞아서 헐렁헐렁해요. 체중이 2kg 빠졌는데 저한테 2kg 빠진 건 정말 엄청난 거예요. 지난번 연행되면서 생긴 상처가 결국 흉터가 됐어요. 이거 안 없어질 것 같아요. 다른 건 괜찮은데 잘생긴 얼굴에 상처 낸 건 못 참겠더라구요(웃음).촛불집회가 1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동안 현장에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 이제 서서히 장기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도 일이 있는 사람이고 다들 생업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이렇게 매일 나와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상황에 맞춰서 촛불집회가 진화해가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보면 평일에는 소수의 사람이 모이고 주말이나 특별한 이슈가 있는 날엔 좀 많이 모이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도 규모는 줄어들 듯합니다. 아무래도 4년 내내 이래야 될 것 같거든요.4년 내내 촛불집회, 정말 그렇게 보고 계신 건가요? 왜냐하면 앞으로 쇠고기 사안뿐만 아니라 민영화 문제부터 줄줄이 걸려 있어요. 모두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들이에요. 수돗물, 전기세 민영화는 국민의 에너지권 문제고. 돈 없는 사람은 물 끊겠다는 거 아닙니까. 의료 민영화는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가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쇠고기는 도화선에 불과해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터져 나온 겁니다. 물론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촛불이 가라앉으면 정부는 또 다시 그런 정책을 시도하려고 할 겁니다.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분들 계시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비폭력으로 가야 된다고 봐요.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여기 계신 상인 분들 장사 못하셨어요. 그분들은 죄가 없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책임을 느껴야 되거든요. 합법 시위를 하고 가능한 한 도로로 나가는 것을 피해야죠. 사람들이 한두 번이야 참아줬지만 몇 달씩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참아주기 힘들어요.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도 그렇잖아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죠. 예컨대 집회 끝나면 그동안 집회 때문에 피해봤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든지, 최대한 매출을 올려줘야죠. 또 격렬한 시위가 끝난 후에 전경들에게 위문품을 보낸다든지, 그동안 다소 과격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너희들이 미워서 그랬던 건 아니다’ ‘너희가 했던 행동도 다 용서하겠다’는 식의 마무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2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집회 현장의 여성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의 불안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을거리 문제에 민감한 엄마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집회에 나섰고 20, 30대 여성이 주회원인 인터넷 패션 카페 회원들은 신문에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광고를 냈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자친구와 집회 현장을 찾는 여성들을 보고 진 교수도 처음엔 갸우뚱했다고 한다. 유난히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촛불집회였어요. 현장에서 느끼시나요? 처음에는 여고생, 그다음엔 어머니들이 나왔어요. 남녀가 다른 게 남자는 ‘미국산 쇠고기 먹어도 광우병 걸릴 확률 10억 분의 1밖에 안 된다며? 까짓 거 난 먹을 수 있어’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아이에게 그런 음식을 먹여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다른 거예요. 아이가 먹을 텐데 ‘병 걸릴 확률 몇 십억 분의 일밖에 안 되니까 그냥 먹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학생들은 급식 선택권이 없잖아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영어 몰입식 교육이다, 0교시 부활이다, 당장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쇠고기는 마음대로 협상하고 억지로 먹으라니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여성들의 감성 있잖아요. 그게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그런 여성의 반응이 도화선이 된 거죠. 이번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여성은 굉장히 생산적인 역할을 했어요. 남성들도 ‘생각해보니 그러네’ 하며 동참할 수 있게 만든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현장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만난 시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 있습니까? 많죠. 그동안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거였어요. 경찰 앞에서 바로 팔짱을 딱 끼고 스크럼을 짜고 있는 분께 “데모 좀 해보셨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아니, 오늘 처음 해보는데요”였어요. 시위 나오는데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신고 가슴 푹 파인 옷 입고 나오는 여성분들도 계세요. 예전에 데모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처음엔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파악이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게 촛불집회의 특징인 것 같아요. 한쪽에선 격렬히 부딪치고 한쪽에선 모여 앉아 노래 부르고.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많은 단체들이 집회에서 대중들을 이끌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을 보고 운동권이 반성을 많이 했죠. 사람들은 새로운 욕망과 새로운 불안이 있는데 그걸 과거의 낡은 생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거죠. 유모차를 끌고 집회 현장에 나온 주부들에게 아이를 방패 삼는다는 정부의 비난도 있었어요. 유모차 주부들은 위험한 현장에는 오지 않아요. 앞쪽에서 버스 끌어내고 있는데 유모차 끌고 가겠어요? 항상 시위 앞부분은 격렬해도 한 50m 뒤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다른 세상이에요. 투쟁으로서의 정치, 놀이로서의 정치가 함께하는 거죠. 정부가 아이를 방패 삼는 거냐고 하잖아요.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은 아이를 진압할 의지가 있다는 거죠. 어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살의를 느꼈다고 해요. 자기는 운동권도 아니고 그저 애한테 미국산 쇠고기 먹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데리고 나온 건데 그런 식으로 매도를 당했다구요. 치사하게 자기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물고 늘어지는데 정말 참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진 교수님도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서 그런 의견에 동감하나요? 물론 저도 애한테 위험한 걸 먹이고 싶진 않죠. 저는 남자니까 어머니 마음만큼은 아니겠지만 일단 위험이 있으면 피해야 되는 거잖아요. 피하고 싶은 건 거부하게 돼 있죠.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현재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진중권은 누구인가요? 정체성을 정의하신다면요. 첫째로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의견에 동감하기 때문에 나온 거고, 둘째로 리포터로 나온 거고, 세 번째는 미디어 미학자로서 지금의 현상이 재밌으니까 나와요.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의 집회는 처음이잖아요. 촛불집회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아마 사태가 좀 진정되면 풀어낼 거예요. 일부는 칼라TV를 통해서 이미 풀어냈구요. 칼라TV가 집회 현장을 인터넷에 생중계하잖아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지시를 내리면 그 지시를 받고 인터뷰를 해요. 싸우는 사람들 말려달라고 하면 말려주고 중재해달라면 중재해주고. 현장에 없는 시민들도 원격 제어로 집회에 개입하게 되는 거죠. 처음에는 우리도 책상 갖다 놓고 카메라 고정시키고 하다가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뛰기 시작했어요. 노트북이니까 그게 됐죠. 사람들이 저를 ‘포로리(‘보노보노’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만화 캐릭터. 진 교수를 닮았다고 하여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편집자 주)’라는 캐릭터로 만들어버리잖아요.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거죠. 칼라TV 후원금을 게임 아이템 모으듯 ‘아이템을 모아 마련해주자’ 이런 식이에요. 제가 연행 당했을 때도, 게임하다 캐릭터가 죽으면 얼마나 열 받겠어요. 진지함과 놀이와 기대가 결합되어 있는 것. 굉장히 재밌는 미디어 현상이에요. #3 천하무적 진중권 작년 이맘때에도 진중권은 토론의 중심에 있었다. 사실 토론보다는 논란에 가까웠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 ‘디워’를 혹평해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 1년 후 전세는 역전(?)됐지만 여전히 진 교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거침없는 발언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비난과 협박은 무섭지 않다.촛불 역시 ‘냄비다’라는 얘기가 있어요. 정부는 식을 때까지 두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구요. 냄비가 두 달 동안 가는 거 봤어요? 이게 어떻게 냄빕니까. 저도 지겨워 죽겠는데(웃음). ‘선거 때 되면 까먹고 또 찍을 거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번엔 좀 다를 거예요. 시민들이 이제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촛불집회 했죠, 도로로 나갔죠, 불법이라고 해서 다시 들어왔죠. 이제는 수가 없는 거예요. 정부는 여전히 말 안 듣고. 시민들이 정치의식을 운동권식으로 습득한 게 아니거든요. 말이 안 된다는 걸 체험으로 깨닫고 스스로 경찰에 맞서고 연행됐단 말이죠. 이제는 구속되기까지 했죠. 이런 체험을 했다는 게 굉장히 큰 자산으로 남을 거예요. 교수님도 연행됐었고 폭행도 당했었고, 살해 협박에 그야말로 ‘갖은 고초’를 겪었는데 주위 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이 사람들이 집으로 전화를 해요. 집에 노모가 계시는데 제가 받으면 괜찮은데 어머니가 받으시면 좀 그렇더라구요. 전화 코드를 뽑아놨어요. 불만이 있으면 직접 와서 말을 하지 죽이러 온다고 협박하는데 오지는 않고 전화만 계속하니 짜증이 나죠. 온다고 온다고 말만 하고 안 오니 내가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그게 어떻게 보면 유명세의 부작용 아닌가요? 인기가 많은 만큼 안티도 늘어나는. 반짝 유명세라고 생각해요. 연예인들 인기와 마찬가지죠. 연예인도 처음엔 막 인기 있다가 1, 2년 지나면 잊혀지잖아요. 그 많은 가수들, 누가 이름 기억하나요? 지금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지식인한테 필요한 건 인기가 아니라 신뢰죠. 상처받고 그러면 ‘이런 짓’ 못하죠. 악플이나 협박에 상처 안 받아요.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현장에 계실 건가요? 촛불집회가 끝날 때까지 있어야죠. 쇠고기 문제 때문에 묻힌 것들이 많아요. 비정규직, 이랜드, KTX 승무원 등등. 쇠고기 문제는 이 정도였지만 앞으로 터져 나올 이슈들, 예를 들어 의료 민영화 같은 사안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때는 매우 격렬해질 겁니다. 어쨌든 집회가 계속되는 한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결합하면서 대응 방법을 찾아 나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정치라는 게 삶과 이렇게 밀착되어 있구나’라고 느끼셨을 거예요. 이번 집회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힘이 굉장히 큽니다. 어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백화점에 가면 남편한테는 ‘고객님’이라고 부르고 자기한테는 ‘어머니’라고 부른다고요. 어머니와 모성애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여성의 모든 정체성을 담는 건 아니잖아요. 어머니의 역할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가세요.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중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관심 갖지 마세요. 먼저 책 읽고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그대로 따라 해요. 아이들은 스스로 자랄 때 가장 잘 큽니다(웃음). ■ 글 / 노정연 기자■사진 /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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