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183 건 검색)
- 1980년대 마르크스·엥겔스 번역 붐 이끌었던 출판인 김대웅씨 별세
- 2025. 02. 14 11:10문화
- ...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서적 원전 번역이 금기시됐던 1980년대 사회과학 출판계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고인은 백산서당, 두레출판사, 한울출판사, 한마당 등 1980년대 이름을 날린...
- 출판단체 “비상계엄령, 노벨문학상 수상 문화적 가치 무너뜨려”
- 2024. 12. 04 10:50문화
- ... 따라 출판의 자유마저 일시적으로 제한되었고,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했다”면서 “불과 6시간 만에 출판의 자유를 제하려는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우리는 결코 지난밤의 악몽 같은 시간을 잊을 수 없다”고...
-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 제3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서해문집 김선정 편집이사
- 2024. 11. 13 11:07문화
- ....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은 김 이사가 “27년간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전념함으로써 학술 출판의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책이라는 상품은 한 끼 식사 값...
- 억대 선인세 받고 영국서 출판되는 ‘K-라면’ 에세이
- 2024. 11. 09 09:13문화
- ... ‘K-라면’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라면을 주제로 한 국내 에세이가 영국 대형 출판사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9일 민음사에 따르면 수필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윤이나 작가의 라면...
스포츠경향(총 265 건 검색)
- 한국여행작가협회, 신임 회장에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선출
- 2024. 12. 26 14:45 생활
- 유철상 신임 회장, “여행작가들과 더 호흡하고 열정을 다해 협회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 한국여행작가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유철상 여행작가 겸 상상출판 대표. (사)한국여행작가협회를 이끌어갈 제12대 회장으로 유철상 여행작가 겸 상상출판 대표가 선출됐다. 한국여행작가협회는 최근 정기총회에서 2025년부터 향후 2년간 협회를 이끌어 갈 신임 회장으로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총무이사로 김차중 여행작가를 선출했다. 이번에 선출된 유철상 신임 회장은 “여행작가들과 더 호흡하고, 열정을 다해 협회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철상 신임 회장은 중앙일보 레저주간지 ‘FRYDAY’ 여행전문기자, 에이비로드 편집장,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 편집장을 거쳐 상상출판 대표로 있으며, 한국여행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신임 회장단 및 이사진 명단은 다음과 같다. 회장 유철상 부회장 이주영 총무이사 김차중 교육이사 이병권 대외협력이사 고상환 기획이사 길지혜 홍보이사 강한나
- 한국여성문학인회 ‘여성문학’ 출판기념회 성료
- 2024. 12. 08 07:26 생활
- 한국여성문학인회 제공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학인회(이사장 이혜선)의 ‘여성문학’ 제 2, 3호 출판기념회와 2024년 송년회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여성 문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행사는 이혜선 이사장 인사말과 ‘여성문학’을 봉정 받은 여성문학인회 고문인 허영자 시인과 김지연 소설가, 한분순 시인의 격려사, 세계일보 박태해 심의위원에게 감사패 증정, 하옥이 사무처장의 출판 경과보고, 새 저서를 출간한 회원과 문학상 수상 회원을 위한 축하와 신입 회원 환영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혜선 이사장은 “올해도 현대문학 1세대 여성 문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문학탐방과 낭송회 등 각종 의미 있는 행사를 회원들과 함께한 것에 감사한다”며 “지난해 창간한 본회의 기관지 ‘여성문학’이 올해에 두 차례 더 발행됐다.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한 500쪽이 넘는 책으로, 경향 각지에서 격조 높은 잡지로 평가받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특히 ‘탈북여성문인’특집과 함께, ‘작고여성문인 재조명’을 연속해서 특집으로 기획하여 후학들의 연구자료가 되게 한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허영자(시인· 성신여대 명예교수) 고문은 “연간집과 소식지 등으로 발행되던 간행물이, 제29대 이사장단의 노고로 반년간지‘여성문학’으로 창간되어 뜻깊고 기쁜 일이다. 앞으로도‘여성문학’과 함께 우리 한국여성문학인회를 활성화해 지금까지의 빛나는 전통 위에 또 새 역사를 이루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에선 세계일보 박태해 심의위원에게 여성문학 저변 확대 등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감사패를 수여했다. 박 심의위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세계가 한국문학은 물론 한국여성문학을 새롭게 보고 있다”며 ”그 중심에는 지난 60년간 문재가 있는 여성 작가 발굴을 위해 헌신해온 선배 여성문인들이 있었다. 앞으로 여성문학이 더 풍성해져 제2, 제3의 한강과 같은 작가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탈북여성문인 박은아, 봉순이 시인, 송시연 소설가가 초대됐다. ‘윤동주 평전’ 저자 송우혜(윤동주의 고종 송몽규의 조카)의 조카인 송시연 소설가는 “기라성 같은 문인들이 모인 잔치에 초대해주셔서 고맙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작품을 쓰겠다. 탈북민들이 이 땅에 정착하는데 많이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인사해 회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학인회는 1965년 박화성 초대회장을 주축으로 여성문학인 친목 도모와 권익 옹호, 역량 있는 후배 문인 발굴 등을 위해 창립됐다. 주부 백일장을 열어 창작열을 끌어내고, 여성문학전집 발간, 작고 여성문인 재조명 세미나, 해외문학교류, 문학탐방, 소년원과 나눔의 집 방문 등 활동을 해온 여성문학인단체다.
- “당신의 삶을 기록합니다” 성동구, 어르신 자서전 출판
- 2024. 11. 27 23:53 생활
- 서울 성동구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지난 25일 ESG 실천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 자서전을 출판하고 기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지난 2022년부터 ESG에 대한 인식확산과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을 위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분야별 ESG 실천 사업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혁신기업(소셜벤처), 비영리 민간단체 및 법인, 대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하며, 올해는 한강 수중환경 보전 활동, 여성 농구대회 개최 및 스포츠 인권 워크숍, 어린이 ESG 위원회 으쓱단 운영 등 총 20개 사업이 선정됐다. 그중 ‘어르신 자서전 제작’ 사업이 마무리되며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르신 자서전 제작’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회고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서울 성동구 관내 거주 어르신 15명을 대상으로, 6월부터 8주간 자서전 쓰기 교육을 운영했다. 자서전을 쓰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어르신들이 직접 자서전을 집필했다. 최종적으로 총 9명의 어르신 자서전을 출판하였으며,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을 배려해 구술 방식의 영상 자서전도 함께 제작했다.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작을 기념해 25일 성동구청 창의교육실에서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자서전을 집필한 어르신들과 이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지인 등 약 30명이 함께했다. 자서전 소개는 물론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자서전을 출판한 어르신들은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헤쳐갈 수 있다’,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라’는 각자의 인생에서 얻은 귀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아프리카 격언에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르신들의 지식과 경험, 삶의 지혜가 자서전을 매개로 후대에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라며, “어르신이 존중받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
- 뮤직퍼블리셔들의 공식 사단법인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 신임 김찬욱 회장 취임
- 2024. 11. 21 19:41 연예
-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 대한민국 뮤직퍼블리셔들의 공식 사단법인 한국음악출판사협회(이하 ‘KMPA’. Korea music publishers’ association)가 최근 퍼블리싱 전문 기업 ㈜하이파이브 김찬욱 대표를 제10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21일 전했다. 김찬욱 회장은 “작사,작곡자를 프로모션하는 뮤직퍼블리셔들의 전문성 고도화와 적극적인 업무 영역 확대로 케이팝 음악 시장의 질적, 양적 발전을 위한 활력소가 되겠다”고 취임 일성을 던졌다. KMPA는1998년부터 국내의 뮤직퍼블리싱 업무를 담당하는 음반사, 기획사, 레이블 등으로 구성, 운영되어온 단체다 김찬욱 신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날로 커져가는 K팝 시장 환경에서 대한민국 음악출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KMPA가 진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라는 사실을 음악 현장에 깊이 인식시키고,한국 음악 시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 제공 김회장은 또 뮤직퍼블리싱 업무에 대해 “근래에 들어서는 기존의 저작권관리 및 보호, 로열티관리, 콘텐츠 프로모션 등 행정적 업무를 넘어서서, 유망 저작권자 발굴을 위한 송캠프, 각종 컬래버레이션 작업 조율, 미디어 프로모션 등으로 확대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선적으로 ‘음악출판사가 단순한 대리중개업이라거나, ‘저작권단체와 업무의 중복선상에 위치한다’라는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음악출판사와 저작권단체의 공조가 시장 확대에 필수적 요소임을 모두가 인식해야한다. 이를 위해 문체부, 저작권위원회, 저작권보호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세미나 및 설명회를 열어, KMPA의 전문성과 기능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KMPA는 현재 하이파이브,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뮤직큐브, 소니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 제이와이피퍼블리싱, 후지퍼시픽뮤직코리아, 프로시마뮤직엔터테인먼트 등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표적 뮤직퍼블리싱 기업들로 구성되어있다. 뮤직퍼블리싱(음악출판)이란 작사, 작곡가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널리 사용될수 있도록, 적극 프로모션하는 일이다. 과거 출판사에서 악보를 복사하여 판매하는 일에서 유래되었고, 근래에는 작사,작곡가의 곡을 최적의 가수에게 효과적으로 연결하거나, 방송,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에 잘 노출될수 있도록 하는 등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
주간경향(총 180 건 검색)
- “출판사 이름처럼 이야기 파는 회사 꿈꾸죠”(2023. 05. 26 11:00)
- 2023. 05. 26 11:00 문화/과학
- ㆍ· 등 화제…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 사진/이석우 기자 승합차에서 내린 경찰이 권총을 들고 주위를 살핀다. 앞 좌석에는 또 다른 경찰이 벽돌만 한 무전기를 들고 어딘가와 교신 중이다. 흡사 1990년대 영화 포스터 같은, 단박에 눈길을 끄는 책 표지다. 지난 5월 3일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형사 박미옥>(박미옥·이야기장수)이다. 탈옥수 신창원,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도맡았던 박미옥 전 경정의 33년 경찰 인생이 담겼다. 일주일 후인 5월 10일 또 다른 책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이반지하·이야기장수)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제목이라면 책을 펼쳐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책은 주로 성소수자가 직면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책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독보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출간한 지 며칠 만에 중쇄를 찍었다. 이야기장수는 지난해 3월에 문을 연 1년 남짓한 출판사다. 문학동네 임프린트지만 대표가 회계·재무를 제외한 모든 일을 담당하는 1인 출판사에 가깝다.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는 주변에서 ‘간헐적 수면’을 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주목할 만한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에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가녀장의 시대>(이슬아)는 얼마 전 드라마 판권 계약도 마쳤다. 이연실 대표는 “출판사 이름대로 이야기 장수가 꿈”이라며 “드라마나 영화는 몇백만, 많으면 1000만명 이상이 본다. 궁극적으로 드라마·영화 등 파급력이 큰 제작사들이 달려들 만한 이야기들을 출판하는 ‘이야기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3일 합정동 한 카페에서 이연실 대표를 만났다. -<가녀장의 시대>를 비롯해 최근 출간한 <형사 박미옥>,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 이야기장수를 시작할 때 세운 목표가 있다. 2년차에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이야기장수 책 2권을 올리겠다는 목표였다. <형사 박미옥>과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가 최근 나란히 10위 안에 들었다. 단기적인 목표는 이룬 셈이다. 오늘 또 기념할 만한 공식발표가 있었는데, <가녀장의 시대>가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와 계약을 맺고 곧 드라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아 작가가 직접 극본을 써서 내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사실 <가녀장의 시대>의 드라마화는 이슬아 작가와 나의 목표이자 계획이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제작사로부터 드라마 제안이 오지 않으면 직접 책을 들고 제작사를 찾아다니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드라마 제작사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가녀장의 시대> 책 한 권을 두고 여러 제작사가 다양한 장르로 제안을 해왔다. ‘정말 이들은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형사 박미옥>도 출간되자마자 여러 제작사로부터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 -<형사 박미옥>이 출간되면서 박미옥 전 경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 “나는 박미옥 반장님(이하 호칭 생략)이라고 부르는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이런 분이 있다고 처음 소개해줘 알게 됐다. 박미옥 반장이 퇴직하고 제주도에 내려간 이후여서 일단 제주도로 찾아갔다. 사실 내려갈 때만 해도 ‘어떤 분이길래’라는 호기심이 더 많았다. 만나고 나니 책을 꼭 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확신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박미옥 반장 집에는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데, 놀러온 손님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꼭 울게 된다. 박미옥 반장은 제주도이고 또 집에 책이 많다 보니 공간이 주는 힘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나는 이건 전적으로 박미옥 반장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분이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 너무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분을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전문작가에게 맡겨 빨리 출간하는 형식을 생각했는데, 박 반장은 절대 그렇게는 책을 안 쓰겠다고 했다. 그렇게 직접 한줄 한줄 천천히 써서 만든 책이다. 어떤 부분은 너무 수사보고서 같다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엎어 새로 써서 보내주곤 했다.” -이반지하 작가의 첫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문학동네), 이슬아 작가의 첫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도 이연실 대표가 만들었다. 어떻게 이들의 첫 책을 출간하게 됐나. “이반지하 작가는 김하나 작가의 SNS를 보다가 발견했다. 김하나 작가가 ‘요즘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웃기는 사람’이라고 소개해 궁금해서 찾아봤다. 당시 팟캐스트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들어봤는데 정말 너무 웃겼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것과는 묘하게 다른 유머였다. 나를 놀리고 세상을 놀리고 이성애자의 세계를 놀리는데 그 놀림이 기억에 남았다. 또 정말 똑똑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만나서 책을 내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은 3개월 만에 380쪽을 썼는데, 너무 잘 써서 짜릿했던 기억이 난다. 이슬아 작가는 출판계 관계자 등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당시에는 이슬아 작가를 잘 모를 때였는데, 만화 그리는 사람으로만 소개받았다. 그날 이슬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한 매체에 연재한 만화를 찾아보게 됐다. 이슬아 작가가 누드모델을 할 때, 이슬아 작가 어머니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보고 이 이야기는 꼭 책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책은 <일간 이슬아>로 독립출판물이었고,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상업출판으로의 첫 책이다. 좋은 필자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보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장수가 출판한 과 표지 -문학동네 편집자 시절부터 에세이를 주로 출판했고, 그중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좋은 에세이의 기준이 있다면. “유일한 이야기,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다. 투고 원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제일 많은 종류가 퇴사하고 여행한 이야기다. 자신한테는 너무 특별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장이 유려하지 않더라도 자기 삶에 ‘코어(중심)’가 있는 사람들이 좋은 에세이를 쓴다. 자기 자아에 휩싸여 어쩔 줄 몰라 하는 글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에서 더 좋은 에세이가 나온다고 본다. 최근에는 <대화의 밀도>(류재언·라이프레코드)가 정말 좋았다. 내 인생에 남은 대화 한 마디에서 출발하는 에세이다. 짤막한데 아주 담백하다. 또 6070 여성의 일 이야기를 기록한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경향신문 젠더기획팀·휴머니스트)도 정말 좋았다. 제가 정말 책을 내고 싶은 분들은 그런 분들이다. 저에게 본인이 돈이 많다며 책을 내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다. 반면 그 책에 나오는 어머니들은 책을 낼 생각도 없고 책 내는 일에 관심도 없을 테지만, 그런 분들의 삶은 꼭 글자로 남겨두어야만 할 것 같다. 강연할 때 그 책을 언론사에서 낸 책 중에 모범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기자들의 글이 딱딱한 경우가 많다. 그 책은 재미있게 잘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형사 박미옥>, <가녀장의 시대> 등 이야기장수의 표지 디자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형사 박미옥> 표지를 보더니 출판계 한 선배가 ‘이연실표 출판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보통 1인 출판사들은 북 디자인에 외주를 맡긴다. 나는 임프린트이다 보니 내 성향을 잘 아는 문학동네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해줬다. 또 대표가 되니 표지에 내 취향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었다. <형사 박미옥> 표지를 만들 때 박미옥 반장에게 과거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강력반장이나 마약수사팀장할 때 활약을 담은 멋있는 사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진이 별로 없었다. 범인 잡으러 다니느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던 거다. 마침 경찰청 홍보용 사진으로 찍은 게 한 장 남아 있었는데, 보자마자 ‘이게 표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 박미옥>과 <가녀장의 시대>는 표지 디자인에 히어로물 느낌이 나기를 바랐다. 두 권 모두 내가 너무 자신 있게 내세우는 여성 작가들이었기 때문에 표지만 봐도 ‘다 죽었어’라는 느낌이 나왔으면 싶었다. 정확하게 구현됐다고 본다. 나는 ‘표지는 액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책 표지에는 어떤 한순간이 강력하게 담겨 있어 사람들이 그 책을 그냥 갖고만 다녀도 신나는 느낌이 든다면 좋겠다.” -문학동네 편집자에서 임프린트 대표로 전환하면서 두려움은 없었나. “출판사 편집자 평균 정년이 40세다. 이후 관리자로 가거나 1인 출판사를 내는데 모두 내 길은 아닌 것 같았다. 40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문학동네 편집자로서는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되지만, 임프린트는 정확하게 목표한 만큼 매출을 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그 임프린트는 접어야 한다. 40대를 앞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절벽에 설 때가 있는데, 그때 대부분은 안 떨어지려고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그냥 몸을 한 번 확 날려봐라. 허공에 날려보면 그 밑에 풀밭이 펼쳐져 있을 때가 있다’라면서 ‘나도 그랬고, 너도 그럴 만한 내공이 되니까 몸을 날려도 된다. 그러면 내가 너 풀밭이 돼줄게’라고 했다. 서 이사장과는 <영초 언니>(서명숙·문학동네)를 출간하면서 알게 됐고, 최근에는 <흡연 여성 잔혹사>(서명숙·이야기장수)를 만들기도 했다. 이야기장수의 명예고문으로 모실 정도로 인연이 깊다. 지금도 힘이 많이 돼 준다. 서 이사장의 말대로 몸을 날려보니 지금까지 쌓아온 만큼 또 날게 된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종합출판사를 목표로 한다. 지난해에는 에세이를 주로 출간했지만,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큰 목표는 출판사 이름 ‘이야기장수’대로 ‘이야기 회사’가 되는 일이다. 종이책만 파는 게 아니라 제작사와 같은 ‘이야기 사냥꾼’들이 달려올 만한 그런 이야기를 쌓아나가려고 한다. 요즘은 책을 1만 부 팔면 많이 팔렸다고들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몇백만, 많으면 1000만명 이상이 본다. 궁극적으로 드라마·영화 등 파급력이 큰 제작사들이 달려들 만한 이야기를 출판하는 ‘이야기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요새 종이책 시장이 점점 작아져 작가들에게 인세를 줄 때 가끔 슬프다. 작가들은 정말 몇 개월 내지 몇 년에 걸쳐 글을 쓰는데, 너무 적은 금액이 작가들에게 가다 보니 ‘어떻게 먹고 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상 세계의 글값은 종이매체보다 훨씬 높다. ‘판권 파는 작가’가 되게끔 해주고 싶다.”
- 1인 출판 지원 ‘플랫폼P’ 구청장 바뀌고 존폐위기(2023. 05. 19 11:25)
- 2023. 05. 19 11:25 문화/과학
- ㆍ마포구, 관련 조례 무시하고 쪼개기 계약 ㆍ“구민 28% 불과해 일자리센터로 개편”에 ㆍ“디자인·출판진흥지구 특수성 무시” 지적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 마포구청 홈페이지 서울 홍대입구역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코-스테이션(CO-STATION) 건물 2·3층에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가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8월 개관한 플랫폼P는 창업 초기 출판사, 스타트업, 1인 창작자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개관 당시부터 입주자 모집 경쟁률이 5:1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 출판 관련 세미나·콘퍼런스·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제공, 국제교류행사 개최 등 섬세하고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입주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편집자, 작가,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출판·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루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플랫폼P의 지원을 바탕으로 1인 출판사 등 신생 출판사들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창작자들은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직종이 어우러진 공간은 출판·예술계에 활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다. 존폐위기에 놓인 플랫폼P 지난 3년 동안 신진 출판인·창작자들의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플랫폼P가 최근 존폐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마포구의 플랫폼P 운영 정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플랫폼P는 지난해 연말부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마포구는 출판물 관련 업체를 선정해 플랫폼P 운영을 위탁해왔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출판문화진흥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3조는 “구청장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출판문화진흥센터의 운영을 위탁할 수 있으며, 위탁기간은 3년 이내로 한다. 다만 구청장은 수탁자의 운영실적 등을 평가하여 위탁기간을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는 지난해 연말 위탁운영사와 계약만료 시점이 도래했음에도 해당 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업체를 찾아 신규계약을 맺지도 않았다. 마포구는 기존 위탁운영사와 3개월 계약연장을 하고, 이후 다시 9개월 계약을 하는 등 쪼개기 계약을 이어갔다. 지난 3월 29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 구청의 쪼개기 계약이 지적됐다. 차해영 마포구의원은 “2020년 9월 문화예술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관리운영 성과평가를 했는데, 100점 만점에 82.5점으로 우수평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차 의원은 이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마포구의회 예결위에서 해당 업체에 운영을 재위탁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플랫폼P가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차 의원은 “당시 구청 문화예술과장도 ‘내년도에 (의회가) 예산 많이 지원해주면 좀더 좋은 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라며 “지난해 12월 구청이 정식계약 연장이 아닌 3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하고, 2월에 12월 31일까지 9개월 연장계약을 진행하게 된 사유는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마포구청은 지난 4월 출판과 관련이 없는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 15명을 플랫폼P에 입주시키기도 했다. 또 플랫폼P 입주자 자격도 변경해 마포구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로 입주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최근에는 위탁운영사에 4기 신규 입주자를 뽑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오는 7월이면 2020년 입주한 1기 입주자들이 3년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플랫폼P를 떠난다. 새로운 입주자를 뽑지 않는다면 대거 공실이 발생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플랫폼P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기 입주자인 김은화 딸세포 대표는 “2021년 선발된 2기, 2022년 선발된 3기 입주자들은 심사를 거쳐서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인데, 구청이 ‘마포구 1년 이상 거주자’로 조건을 제한하면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또 예년대로라면 4월에 모집 공고가 나와 5월에는 신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어야 하는데, 진행이 전혀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포구민을 위해서? 마포구청 관계자는 파행 운영과 관련해 “위탁기간은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3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규 입주자 모집 중단과 관련해서는 “2024년에 플랫폼P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려고 한다. 개편을 앞두고 신규 입주자를 모집하게 되면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으로 계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규 입주자 선발을 중단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 마포구청 홈페이지 출판문화진흥센터 개편 방향에 대한 마포구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다. 조현익 플랫폼P입주사협의회 회장은 “마포구청장의 발언과 마포구청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마포구청은 플랫폼P를 마포구민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일자리센터나 창업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에 출석한 박강수 구청장은 “입주 구성원 중 마포구민은 28%에 불과한 출판문화진흥센터에 국비와 시비의 지원은 전혀 없이 연간 10억원이 넘는 운영비가 구비로 투입되고 있다”라며 “기존 센터를 마포구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 관련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창업지원센터로 운영하고, 일부는 마포 지역의 출판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마포구가 관련 조례를 지키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출판문화진흥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7조(운영위원회 구성), 제8조(운영위원회 기능)에 따르면 플랫폼P 운영 등에 관한 주요사항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사업 입주, 신규 입주자 선발 등은 운영에 관한 결정인 만큼 구청직원과 외부인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마포구청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또 ‘마포구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편하겠다는 방향은 플랫폼P의 설립 배경인 ‘마포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마포구의 홍대·합정·연남·망원 일대에는 다수의 출판사와 독립서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0년 서울시와 마포구는 홍대 앞 일대를 ‘마포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플랫폼P는 이러한 마포구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설립됐고, 쇠퇴하고 있는 출판·디자인 산업을 강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다. 현재 서울시는 마포구를 비롯해 모두 6개의 자치구에서 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 현황과 활성화 방향>(오은주·양재섭·허등용·윤종진)’에 따르면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밀집한 서울형 전략산업과 첨단산업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사업 및 특정개발진흥지구’ 제도를 운용 중이다. 마포구 외에 종로 귀금속지구, 성수 IT지구, 동대문 한방지구, 중랑 패션봉제지구, 중구 인쇄지구 등이 있다. 진흥지구 지정의 목표는 당연히 해당 지역 권장업종의 성장이다. 보고서는 마포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구에서는 권장업종의 규모 증가, 특화도 증가 같은 현상이 확인돼 전반적으로 권장업종이 진흥지구 내에서 지속성장하거나 진흥지구에서 권장업종의 산업경제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마포구에서만 진흥지구 지정 이후 해당 산업이 쇠퇴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급등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주효했다고 분석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좀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익 회장은 “2010년 마포구가 디자인·출판진흥지구로 지정된 이후, 마포구청의 주도로 출판산업을 키우고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왔다”라며 “플랫폼P 또한 마포구 외부에 있는 출판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앵커시설(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핵심 거점 공간)로 만들어졌다. 입주자 중 마포구민이 28%라는 이유로 이 센터의 용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장기적인 산업 정책 차원에서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플랫폼P의 한 입주자는 “마포구민도 봉제 창업을 하기 위해 중랑구의 지원센터를 가는 등 다른 자치구의 앵커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만약 해당구가 자기 구민만 받겠다고 하면 마포구민의 이익 또한 훼손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일방통행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해에도 관내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로 용도 변경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려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마포구청은 지난해 10월 27일 작은도서관 9곳의 수탁 운영을 맡길 기관 선정 결과를 발표했으나, 열흘 만에 이를 번복하고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로 직영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마포구청은 기존의 작은도서관 기능은 유지하면서 야간에 이용가능한 스터디카페를 결합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에 따르면 작은도서관 대부분이 동주민센터와 연결돼 야간출입이 어렵고 규모가 워낙 작아 스터디카페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없다. 주민들의 반발로 마포구청은 이후 정책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 5월 3일에는 당시 구청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는 이유로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을 파면해 또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송 관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예산 30%를 삭감하라는 지시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수탁 협약 체결이 다 끝난 작은도서관들을 독서실로 전환해서 ‘동(洞)문고’가 운영하라는 지시는 더 이해가 안 간다”라고 적었다. 인사위원회는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마포구청장의 작은도서관 운영 검토 방향에 대해 불신과 오해가 생기도록 했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구청의 정책에 비판하는 의견을 개인 계정에 올렸다는 이유로 최고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이 결정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포구립작은도서관을지키는사람들’을 비롯한 마포 주민들은 마포구청에 송 관장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성명서를 전달했다. 작은도서관은 오랜 세월 마포구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온 풀뿌리 공간이다. 플랫폼P는 오랜 세월 출판산업의 거점이 됐던 마포구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 업계 종사자들과의 소통 없는 마포구청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형설출판 “검정고무신 글·그림 원작자 간 중재 위해 저작권 지분 참여”(2023. 03. 31 11:24)
- 2023. 03. 31 11:24 문화/과학
- ㆍ형설출판그룹, 저작권·수익배분 불공정 계약 의혹 부인 사태와 관련한 문제의 중심에는 형설출판그룹이 있다. 이들은 현재 창작자의 날개를 꺾고, 죽음에 이르게 한 ‘만악의 근원’으로 지탄받는 중이다. 이들이 이우영 작가와 맺은 계약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 이우영 작가에게 지급한 수익 배분이 정당했느냐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논리로 이들이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완전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저작권 전체가 원작자에서 출판사로 넘어간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저작권 지분은 쪼개져 있다는 점, 원작자를 상대로 저작권 관련 소송을 벌인 이유 등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 전경 / 김찬호 기자 사실관계 여부는 법원 판결을 통해 가려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법적 판단과 별개로 한번 확인해보고자 했다. “형설출판그룹은 왜 그런 걸까” 하는 부분이다. 출판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모르겠다. 직접 한 번 물어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오히려 “형설 쪽에서는 뭐라더냐”고 되묻는 상황이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들을 추려 형설출판그룹 산하 콘텐츠를 담당하는 형설앤 정종민 전무를 지난 3월 28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에서 만났다. 형설앤은 쟁점이 된 애니메이션 사업의 담당 주체다. 만남 전 정 전무에게 미리 질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즉석에서 바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가 어떤 설명을 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보여달라고도 요청했다. 정 전무를 통해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은 가감없이 인터뷰 형식의 기사로 정리했다. 이유가 있다. 그의 답변은 대립 상황에 놓여 있는 한쪽의 ‘주장’이다. ‘사실’로 확정된 내용이 아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인의 뜻을 이어 받은 대책위는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첨예하게 맞붙은 주장과 주장 사이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에서 만난 정종민 형설앤 전무는 검정고무신과 관련한 분쟁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보여주며 입장을 설명했다./김찬호 기자 -핵심은 ‘출판사가 이우영 작가의 저작권을 빼앗았는가’이다. 대책위 측은 2007년 처음 체결된 이 작가와 형설앤 사이 계약으로 인해 ‘약 15년간 으로만 77개에 달하는 사업이 진행됐고, 이 작가님은 배제됐다’고 했다. “‘15년간’이라는 기간 설정부터 틀렸다. 형설앤이 관련 애니메이션 사업에 참여한 것은 2015년 초, 4기부터다. 1~2기는 원작자가 계약에 참여하지 않았고, 3기만 이영일·이우영 작가가 서명해 KBS미디어가 사업을 진행했다. 2007년, 2008년 각각 체결한 사업권설정계약이 있고, 2010년 체결한 양도각서가 있다. 각각의 내용은 분리해 봐야 한다. 2007년 체결한 사업권설정계약은 회사와 창작가 간의 계약이고, 2008년 계약은 저작권을 쪼개 가진 사람들 간의 계약이다. 보다 정확히는 애니메이션 및 출판물 활성화를 위해 지분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뒤 사업 주체를 누구로 할지 2008년 계약에서 결정했다. 2010년 양도각서는 사업권설정계약을 위반해서 몰래 작품활동을 하다가 적발돼 또 위반하면 법적 처벌도 감수한다는 각서다. 모두 이 작가의 서명이 있는 계약이다.” -사업권설정계약을 2007년에 체결했는데 7~8년 동안 사업을 안 했다는 말인가. “이 작가와 KBS가 2004년 계약한 애니메이션 3기 계약서에는 향후 10년 동안 애니메이션 사업은 KBS미디어가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고 돼 있다. 즉 2014년까지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2010년 초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 게다가 KBS미디어가 1~3기 애니메이션화를 추진했지만 투자금 회수율이 약 25% 수준에 불과했다. 적자 콘텐츠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와 KBS가 맺은 계약과 같은 조건인 사업매출의 3%를 원작료로 작가에게 지급하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또 77개 사업을 하면서 원작자를 배제했다고 하는데 무슨 기준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 정확히 좀 알려주면 좋겠다. 사업 분야인지, 계약업체 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중 몇 개 사업은 우리가 디자인 및 인력비용을 부담하고 진행했다. 캐릭터 및 원작자를 알리는 홍보를 벌였다는 의미다. 이 작가가 직접 참석한 ‘부천시 숲속 만화로’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검정고무신 원작, 애니메이션, 3D 별 캐릭터의 변화./김찬호 기자 -이 작가는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것도 몰랐고, 동의한 적도 없다는 입장인데. “4기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 전 사업설명회에 참석했고, 방영 소식과 사업설명회 소식을 본인 SNS에 올려 지인들 축하도 받았다. 그때가 2015년 4월 18일이다. 실제 4기 정식계약이 이뤄진 건 4월 27일이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면서 형설 장 모 대표가 저작권을 이 작가와 나눠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계약 당시 상황이 있었다. 은 그림만 있는 작품이 아니다. 그림을 그린 이우영 작가와 이야기를 만든 이영일 글 작가가 있다. 두 분 주장이 서로 달라 작품이 미뤄지는 사례가 허다했다. 게다가 KBS는 적자로 인해 4기 제작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었다. 애니메이션화를 하면 수입은 늘어나지만 원작자 간 이견이 있었고, 마땅한 투자자도 없는 상황에서 작가님들이 형설 장 대표에게 투자 제안을 했다. 작가 간 분쟁을 중재하고, 투자도 한다는 의미에서 지분계약 형태로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지분을 쪼갠 대가로 이 작가가 받은 건 없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다. 총 3가지 조건의 구두 합의가 있었다. 첫째, 애니메이션에 투자해 달라. 둘째,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가 절판된 책을 복간해 달라. 셋째, 신간을 내게 되면 출간에 적극 나서 달라는 것이다. 이 조건 모두 적극 이행했다. 지분은 처음에는 형설 장 대표가 40%를 갖고, 나머지 60%를 작가분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계약 당일 이 작가가 직접 전화를 해서 본인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동생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대신 그렸으니 지분 10%를 주자고 했다. 이영일 작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종적으로 장 대표 36%, 이영일 27%, 이우영 27%, 이우진 10%가 됐다.” -그러면 왜 이라는 작품 자체가 아닌 만화 속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등록만 한 것인가. “처음에 저작권을 어디에 등록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특허청 상표권 등록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하는 방식이 있었다. 이중 저작권위원회는 서류만 내면 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그래서 지분등록을 하기로 하고 모두 함께 갔다. 가서 지분등록을 하겠다고 하니, 신청서 양식을 줬다. 으로 등록을 하려고 하니 미술저작물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그려서 내라고 했다. 그래서 주요 캐릭터인 기영, 기철, 땡구까지 해서 내려고 하다가 이왕 하는 거 조금 알려진 캐릭터는 다 하자고 해서 9개 캐릭터가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이 아닌 캐릭터 9개 지분만 줬다고 하는데 캐릭터는 미술저작물이다. 이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글 작가는 왜 지분을 갖게 됐는지 되묻고 싶다.” 형설출판그룹이 이우영 작가에게 지급했다고 밝힌 금액과 세부내역 / 김찬호 기자 -사업을 통해 이 작가가 받은 돈이 12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명목으로 지급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드렸나. “애초에 그 1200만원이 어떻게 계산해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형설앤이 애니메이션화 및 캐릭터 사업을 통해 지급한 돈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2323만원이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3기 계약으로 작가들에게 지급한 원작료가 500만원 정도다. 형설앤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원작료만 8600만원 지급했고, 이 작가에게는 지분 27%에 해당하는 2323만원을 드렸다. 출판사까지 합치면 형설에서 이 작가에게 지급한 돈이 모두 1억330만원이다. 세부 항목 역시 모두 분류돼 있고 공개 가능하다.” -이 알려진 것에 비하면 사실 큰돈은 아닌 것 같다. 형설은 얼마를 벌었나. “적자다. 과 연계해 나온 책이 30~40권이다. 재판을 찍은 책은 두 권 정도이고 나머지는 초판에서 끝났다. 만화책의 경우 7000~8000부는 찍어야 투자금 회수 및 수익이 나는데 초판만 찍으면 2000~3000부이다. 이 작가의 바람대로 지금까지 총 17종의 책을 복간했다. 작가계약금 및 각종 편집, 인건비 제외한 제작비용만 모두 2억원이 넘었다. 작품당 1000만~2000만원 정도씩 손해가 났다. 애니메이션은 투자금 회수율이 77% 수준이다.” -상품 사업도 있지 않나. 이 작가는 ‘롯데마트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그 대가로 5만6700원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와 진행한 검정고무신 행사 관련 세부 내용/김찬호 기자 “롯데마트와의 계약은 한 달 동안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을 홍보하는 내용에 대한 것이다. 즉 상품판매 수익과는 별개다. 왜 이걸 뭉뚱그려서 롯데마트에서 상품을 팔고 5만6700원만 지급한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 롯데마트와는 1000만원짜리 홍보계약을 했다. 이 1000만원에 대한 원작료 3%를 계약에 따라 지급해 드렸다. 이외에 롯데마트에서 팔린 상품들 각각에 대해서도 로열티 3%씩 정산해 보고서를 보내드렸다. 정산금은 정산지급일인 이달 말에 지급할 예정이다.” -2019년 이 작가의 개별 창작활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이유는 무엇인가. “소송을 형설앤이 주도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시작은 2018년 같은 원작자인 이영일 작가가 이우영·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자신의 동의 없이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관련 작업을 한 것에 대한 저작권료의 정당한 배분을 요구했다. 또 이우영 작가가 이 본인의 단독 창작물인 것처럼 인터뷰하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우리가 나선 것은 2018년 내용증명 사건 이후, 정식계약을 맺고 캐릭터를 활용한 업체들을 상대로 이우영 작가가 내용증명을 보내기 시작하면서다. 정식 계약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형설출판그룹이 사업관련 지출한 내역 / 김찬호 기자 -이 작가의 어머니 농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고 소송을 건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농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돈을 내면 애니메이션 관람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명백한 수익사업에 원작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이다. 당장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한 업체 측으로부터 조치 요구가 있었고, 사업의 주체인 우리가 나서 제지하게 된 것이다.” -만화·웹툰업계의 계약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출판사의 견해는 무엇인가. “이번에 논란이 된 매절계약은 주로 아동 관련 그림책 등에 많이 적용된다. 이런 책은 2000부 정도 찍는 것이 일반적인데 출판사는 작가 인세 주고, 각종 부대 비용 제하고 수익의 10% 정도를 가져간다. 굉장히 적은 돈이다. 매절계약이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을 막으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책이 출간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또 신인작가의 데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새로운 그림 작가를 발굴하느니 외국 대형 이미지 제작업체와 계약 맺고, 거기서 제공하는 이미지들을 쓰는 것이 낫다. 사용료만 주면 저작권 문제도 다 풀린다. 비용도 국내 작가들과 계약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매절계약을 문제의 원흉이라고 보는 시각이 과연 초점을 잘 맞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저작권법을 강화해 매절계약을 막으면 인세계약만 남는다. 아동 그림책이 팔리는 규모는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다. 글 작가가 따로 있다면 또 수익의 몇% 정도를 인세로 가져갈 텐데, 과연 매절계약으로 받는 계약금보다 수익이 더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 표지 이야기
- [박주연의 메타뷰](29)“책 만들 힘 있다면 출판 위기는 없다”(2022. 12. 30 14:55)
- 2022. 12. 30 14:55 문화/과학
- ㆍ‘출판편집 37년’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60)는 오래된 습관이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침실 한켠 책장에 꽂힌 1200여권의 시집 중 한 권을 무작위로 뽑는다. 아무 데나 펼쳐 시를 소리내 읽는다. 그는 “오늘 나는 문학적인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 위한 습관”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음식의 질은 물론 접시와 수저받침 하나까지 정성을 다한 자신만의 아침식탁을 차린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가 지난 12월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음산책 6층 집무실에서 책을 펼쳐 보다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평생 편집자로 불려지길 원한다는 그는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언어로 생각을 담은 원고를 만날 수 있을지 설렌다”고 말했다. / 김춘호 사진작가 출근길에는 단골 꽃집에 들러 꽃을 한아름 산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음산책 출판사 6층 회의실에 놓인 커다란 화병의 꽃을 깔아끼우기 위해서다. 중정(中庭)을 사이에 두고 집무실 맞은편에 위치한 회의실은 대형 탁자 위 꽃과 오디오 기기, 책과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그는 “작가를 비롯해 필자 대다수가 예술가이다 보니 일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 꽃과 음악으로 분위기를 먼저 부드럽게 만드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소한 행동 하나에도 치밀한 전략이 숨은, 경영인다운 면모다. 이 회의실에서 지난 12월 23일 정 대표를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앞머리를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그는 목둘레에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에 체크무늬 스커트를 매칭한 샤방샤방한 옷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출판사가 참 예쁘네요. 건물을 직접 지어 입주한 거지요. “창립 20년을 맞은 2020년에 완공해 그해 12월에 입주했어요. 건물의 2~4층은 임대를 주고 1층은 주차장, 5층은 편집부와 디자인실, 6층은 제 집무실과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하홀이 특히 의미 있어요. 2018년부터 ‘마음산책 북클럽’을 하고 있는데, 매해 100명씩 선정된 독자들이 같이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해요.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아 애를 좀 먹었는데 이제 이 건물 지하에 홀을 만들어 독자들이 언제든 방문하고 북토크와 저자 특강 등을 열고 있어요. 요즘에는 독자 모니터링이 중요하거든요. 마음산책 북클럽은 누적 500명의 회원이 있고, 내년에 6기를 뽑아요.” -출판편집인으로는 37년, 여기에 더해 출판경영인으로 산 지도 22년이 됐더라고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출판에서 맺은 인연들이 저를 살렸어요. 책이 아니었으면, 또 출판 편집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 직업 덕분에 제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어렸을 때는 거의 자폐적인 성격이었어요. 사람을 잘 못 만났죠. 대학교 기숙사 생활 4년간 같이 밥 먹는 게 너무 어색해 식당 여는 시간을 놓쳐 자주 굶었을 정도예요. 그런데 출판 일은 타인의 힘을 구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거예요. 협업이 기본이더라고요. 성격 때문에, 또 두려움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이 일을 못 해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먼저 다가가 제안하는 용기를 내기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렀어요.” -1996년부터 출판 불황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2000년 8월 마음산책을 설립해 22년을 보내는 동안 경영상 큰 위기는 없 었습니까. “절실한 마음으로 출판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견디겠다는 각오를 매번 다졌기에 위기를 잘 느끼지 못했어요. 살아 움직이고 있고, 책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위기는 없다’는 마음으로 위기를 둔감하게 받아들인 거죠. 위기에 예민해지기보다는 새로운 기회에 민감한 출판 인생을 살아왔어요.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언어로 생각을 담은 원고를 만날 수 있을지 설레요.” -마음산책은 문학/예술/인문서 출판사이지요. 특히 기획이 빛나는 예술가들의 산문으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왔어요. 틈새시장 공략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마음산책을 설립할 때 어떤 지향점을 가진 출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문학과 그림, 영화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 방면의 원고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문학/예술/인문서가 될 텐데 그런 책을 전문적으로 내는 내로라하는 출판사는 이미 많은 거예요. 차별화할 길은 하나밖에 없었어요. 기획서를 들고 특정 예술가를 찾아가 ‘이런 글을 산문으로 써달라’고 하는 거죠. 예전에는 여기저기 발표한 글을 모아 산문집을 내는 게 흔했고, 그것이 잡문집이라면서 의미 부여를 안 했어요. 제가 생각한 산문은 달라요.” 김춘호 사진작가 -어떻게요. “어떤 작가를 연구하거나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는 데 최적의 장르이자 민낯의 얼굴이 산문이에요. 그러니 아주 중요하죠. 실제로 프랑스나 영미권에서는 산문이 이미 오래전부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요. 저는 출판하고 싶은 산문이 아주 많았어요. 가령 화가의 그림은 전시회를 직접 가거나 도록을 사는 게 낫지, 책 속에 작고 평범하게 인쇄된 그림을 보는 것으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없잖아요. 제가 궁금한 것은 작가의 삶과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에요. 즉 이야기가 담긴 예술서를 해당 예술가의 육성으로 내자고 마음먹은 거죠.” 소설가 김영하의 영화산문 <굴비낚시>를 시작으로 박영택(미술평론가), 이해인 수녀, 김소연(이상 시인), 김점선(화가), 박완서, 김중혁, 이승우, 정이현, 김연수(이상 소설가),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이상 영화감독), 권남희(번역가), 신형철(문학평론가), 박용만(전 두산그룹 회장) 등의 산문이 마음산책에서 줄줄이 나왔다. 정 대표의 기획력은 또 다른 곳에서도 빛났다. 박완서의 <박완서의 말>을 비롯해 사상가 또는 문학가의 말을 엮은 ‘말 시리즈’, 김금희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등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의 짧은 소설을 펴내는 ‘짧은 소설 시리즈’, 여성의 일과 성장을 담은 ‘직업 이야기 시리즈’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릴 땐 사람 잘 못 만나는 자폐적 성격 협업이 기본인 출판 일 때문에 바뀌어 “위기에 예민하기보다 기회에 민감하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뭔가요. “김용택 시인이 문학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시인들의 시 중 특히 오랫동안 남아 빛나는 시들을 한데 묶어낸 <시가 내게로 왔다>예요. 2001년부터 시리즈로 5권이 출간됐는데, 지금까지 80만부가 판매됐어요.” -지금까지 몇 종의 책을 출간했습니까. “마음산책에서는 520종,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해 편집자로 참여한 책을 모두 합하면 1400여종이에요.” 그는 1962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이다. 아버지는 도청 공무원이었다. 3남2녀 중 막내로, 늘 다락방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그를 식사 때마다 불러내리는 게 가족의 일상이었다. -혼자 다락방에서 뭘 했나요. “‘새농민’, ‘주부생활’ 같은 각종 잡지가 다락방에 쌓여 있었어요. 학교도 다니기 전이니 의미도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읽었죠. 그걸 통해 세상을 만났어요. 김말봉(1901~1961)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어요. ‘새농민’에 그분의 소설이 연재됐는데, 제가 모르는 단어가 수천 개씩 나왔어요. ‘이건 어른들이 쓰는 단어인가보다’ 하며 수상한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나요. ‘주부생활’ 첫 장을 넘기면 나오는 큰 광고 하단에 쓰인 작은 글씨가 너무 예뻐 손으로 몇 번이고 쓰다듬었던 기억도 있어요. 활자에 관심이 많았어요.” 낯가림이 심한 그가 좋아하는 것은 독서와 달리기였다. 삼중당 문고를 읽으며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150원이면 손바닥만 한 문고판을 살 수 있어 하염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산이고 들이고 뛰어다녔다. 달리기만큼은 늘 1등이었다. 중앙여중을 거쳐 1978년 전주여고에 입학했다. 고교평준화가 이뤄지기 바로 전 해에 시험을 치르고 입학했다. 하지만 오직 ‘입시’만 강조하는 학교생활에 숨이 조여왔다. 답답한 마음에 야간학습 때면 홀로 교실에서 빠져나가 운동장을 달리거나 드러누웠다. 그는 “공부한다고 세상을 차단한 채 사는 아이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가 학교에 불려왔다. 엄마의 설득에 그는 더 이상 야간학습을 빼먹지 않았다. 대신 글을 썼다. -어떤 글을 썼습니까. “시를 썼어요. 하루 일과 중 포착된 어떤 것들에 대해서요. 어느 날 이화여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다섯 살 위 언니가 제 시노트를 우연히 봤어요. ‘너 글을 쓰고 싶어하는구나’ 하며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까 ‘사회에 도움이 되고 대중과 소통도 되는 사회적 글쓰기를 해보면 어떻겠니? 기자를 하면 사회적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해요. 그때부터 신문기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도움이 될까 해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간 거고요.” -81학번으로 1985년 2월에 졸업했지요. 언론사 기자직 공모에는 응시했나요. “경향신문과 KBS에 도전했지만 떨어졌어요(웃음). 어느 날 일간지 하단광고면에 출판사 ‘홍성사’의 기자 채용 광고를 봤어요. ‘꿈과 일터’라는 막 창간한 잡지의 기자를 뽑는 거였어요. 우여곡절 끝에 합격했어요. 하지만 ‘꿈과 일터’는 창간 6개월 만에 휴간했어요. 그후 단행본 편집자로 일하게 됐는데, 신세계였어요. 제게는 천국이었어요(웃음).” 김춘호 사진작가 -어떤 점에서요. “기자로 일할 때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뭇사람들을 섭외하고 만나서 취재하는 게 힘들어 끙끙 앓았어요. 그에 비해 편집자는 필자와 내밀하게 잘 소통하면 일의 상당부분이 해결돼요. 책 만드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반죽이 계속 잘 안 되다가 결국 풍미 좋은 빵이 완성되는 과정과 같아요. 처음 받았을 때 오자와 탈자, 문맥상 오류 등으로 불완전했던 원고가 저자와 편집자의 꾸준한 소통과 여러 단계를 거쳐 한 권의 멋진 책이 되어 나오니까요. 첫 책을 받아들었을 때 정말 울 뻔했어요. 저는 지금도 매번 책이 나올 때마다 너무 놀라워요.” 마음산책에서 520종, 편집은 1400여종 처음 단행본 편집자 됐을 때 천국 맛봐 “지금도 매번 책 나올 때마다 놀라워” -37년이나 책을 만들었는데도 그렇다고요. “새 책이 막 나와 그것을 보고 만질 때의 흥분감은 어마어마한 중독이에요. 그런데 제가 좀 특이한 경우라고는 해요. 노동으로 보면 이 일이 변수가 많아 자신을 굉장히 갉아먹거든요. 나만 잘하면 될 일이 아니라 필자가 마음을 바꿀 수도, 디자인 작업이 잘못될 수도, 인쇄나 제본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은 번아웃이 많이 생긴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출판업에 딱 맞는 행운의 체질을 타고난 것 같아요.” 그는 ‘홍성사’에서 1년을 보낸 후 <소설 영웅문>으로 대중출판의 선두에 섰던 ‘고려원’으로 옮겨 3년을 일했다. 100권으로 기획된 중편소설선집과 시집, 장편소설들을 편집했다. 대형 베스트셀러였던 조성기의 <야훼의 밤>, 남지심의 <우담바라>가 그의 손을 거쳐 출간됐다. 이윤기의 신화소설 <뮈토스>도 그가 편집자였다. 이후 ‘삼성출판사’에서 2년을 보낸 후 문학의 세계가 그리워 1992년 ‘세계사’로 이직했다. 그는 ‘세계사’에서 만드는 계간지 ‘작가세계’의 편집장이었다. 1996년 ‘열림원’ 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비롯해 시인 정호승, 김용택, 곽재구, 이해인 수녀의 시집과 이청준의 전집, 현각 스님의 <만행> 등을 출간했다. -세계사에서 근무할 때인 1992년에 ‘작가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지요. 어쩌다 시인이 된 건가요. “‘고려원’ 다닐 때 편집장이던 최승호 시인이 당시 ‘세계사’ 주간으로 계시면서 저를 데려갔어요. 일간지가 공모하는 신춘문예에 계속 탈락하면서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20~30대 내내 매일 시를 써왔어요. 안 쓰고는 견딜 수 없었거든요. 잠들기 전에 반드시 시 한 편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어요. 어느 날 상사인 최승호 시인께 그동안 제가 써놓은 시 수십 편을 보여드렸어요. 며칠 동안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길래 낙심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몇 편을 고를 테니 등단하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등단하게 됐어요.” -1994년 첫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에 이어 1999년 두 번째 시집 <나만의 것>을 발표하고선 더 이상 펴낸 시집이 없어요. 이유가 뭔가요. “2000년 ‘마음산책’을 차린 후 24시간 내내 마음산책에 온 신경이 집중된 삶을 살아왔어요. 그러니 시 쓸 시간이 있나요(웃음).” 그가 마음산책을 경영하면서 ‘휘청’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남편 윤성근 시인(1960~2011)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맞았을 때다. 대장암 말기였던 윤 시인은 2011년 4월 8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1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나는 햄릿이다>(1992)를 비롯해 시집 4권을 냈다. 1999년부터는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로 일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그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시를 썼다. 원고를 아내에게 주며 “부고하지 말 것”과 “1주기 때 유고시집을 만들어달라”고 유언했다. 아내는 마음산책에서 남편의 마지막 시집 <나 한 사람의 전쟁>을 출간했다. “시인으로 살다 간 남편, 늘 선물 같아” 거리풍경 보며 달릴 때 엔도르핀 샘솟아 묘비에도 ‘편집자로 살았다’ 쓰고 싶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습니까. “남편의 투병생활을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회사와 병원을 오갔어요. 매일 남편이 입원한 서울성모병원에서 새벽을 보낸 후 출근해 급한 업무를 처리했죠. 남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남편이 그렇게 떠난 후 5년간은 서울성모병원 앞을 차마 지나가지 못했어요. 남편이 누워 있던 꼭대기층의 병실, 그리고 그 병실 창밖 우리의 고통과는 상관없는 견고한 세상을 보며 가졌던 생각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남았기 때문이에요.” 김춘호 사진작가 -남편은 어떤 분이었나요. “어느 모임에서 남편을 알게 됐는데, 이후 퇴근 무렵이면 제가 일하는 출판사 앞에서 저를 기다렸어요. 세 번째 데이트한 날 남편이 청혼했어요. 그래서 만난 지 3개월 만인 1988년 10월에 결혼했죠. 저는 그분이 시인인 게 좋았어요. 만나면 시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았고요. 저는 그분이 끝까지 시인으로 살다 간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좋은 선물을 주고 간 것 같았어요.” 정 대표의 자택은 마포구 신공덕동에 있다. 그는 주 2회 필라테스를 하고, 주말이면 집에서부터 효창공원을 거쳐 다시 집까지 4㎞ 정도를 달린다. 그는 “거리의 풍경을 보며 달릴 때 세상이 내 몸을 통과하고 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 들어 엔도르핀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경영인보다 여전히 ‘편집자’로 불리기를 원한다지요. “책의 세계에는 저자나 독자와 다른 차원의 편집자 영역이 있어요. 저자 섭외, 원고 기획, 교열, 편집, 디자인 작업을 거치면서 세상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본 시선을 담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책을 생산하는 직업이죠. 편집자로 37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더 새로운 모습의 편집자로 거듭날 겁니다. 같은 원고를 줘도 편집자마다 다르게 책을 만들 수 있어요. 원고를 해석하고 편집하는 데 편집자의 시각과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이에요.” 그는 언젠가 자신이 사망한 후 새겨지기를 원하는 묘지명이 있다고 했다. ‘정은숙은 편집자로 살았다’이다. 간결한 이 한 문장이 그의 꿈과 인생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 박주연의 메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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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에 뭘 볼까? 이달의 출판만화 3편 발표
- 2023. 07. 26 17:33 문화/생활
- 이달의 출판만화로 선정된 세 작품. <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좁은 방>이 7월 이달의 출판만화로 선정됐다. 압듈라 작가의 <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교양만화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고의 교양만화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수신지 작가의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미숙했던 시절의 감정과 이유를 명랑한 이야기로 풀어낸 지극히 현실적인 학원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최성민 작가의 <좁은 방>은 몰입도 높은 이야기와 ‘출판만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연출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 이달의 출판만화는 한국만화가협회 부설기관인 만화문화연구소가 웹툰에 가려져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보석 같은 출판 만화 작품들을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출판만화’를 주목하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시작됐다. ‘6월의 출판만화’ 일링스 작가의 <수린당 1~6 권>, 하람 작가의 <쉼터에 살았다 1, 2 권>이 선정됐다. 이달의 출판만화로 선정된 작품을 대상으로 연말에 ‘올해의 출판만화’ 최종 1편을 선정하여 시상할 예정이다.
- 출판사 북 카페에서 찾은 인테리어 트렌드
- 2012. 12. 04 19:00 리빙
- 도서관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바벨의 도서관」의 작가 보르헤스가 알았다면 반했을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출판사 북 카페. 출판사마다의 개성이 드러나는 인테리어는 그간 북 카페들이 지녔던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한층 모던하고 트렌디해졌다.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요소는 받아들이면서 운치는 고스란히 살린 그곳에서 집 꾸미기 팁을 얻어보자. 공간에 생명력을 더하는 Lighting Point 호텔 로비에서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샹들리에와 차가운 형광등 조명을 상상하고 비교해보자. 고급스러운 호텔 공간을 초라하게 만드는 형광등 조명이 얼마나 동떨어진 존재인가. 그만큼 인테리어에서 조명은 공간만의 분위기와 특성을 연출하고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 천장이 높은 북 카페에서는 주로 부분적인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펜던트 조명을 사용해 공간에 리듬감을 더한다. 간접조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빛을 은은하게 걸러줌으로써 실내 공간을 보다 편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북 카페 세 곳에서 최근 가장 트렌디한 인테리어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조명 활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1 컬러풀한 공간에 힘을 더하는 차분한 조명 한길사가 운영하는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포레스타.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책장, 그리고 레드와 그린 컬러 테이블과 의자가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여기에 넓은 통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조화를 이루도록 천장에 한지 느낌의 소재로 은은한 빛을 내는 조명을 달았다. 차분한 조명으로 인해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한층 정리된 느낌. 2 공간을 더욱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백라이트 창작과비평사가 문을 연 마포 서교동에 있는 인문카페 창비는 중앙에 자리한 책꽂이 뒤쪽에 간접조명을 설치해 창가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이로 인해 공간의 깔끔한 구조와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가 자연스럽게 돋보이며, 동시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3 아늑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레트로풍 펜던트 조명 콘크리트 노출형 천장에 복고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모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완성한 마포 서교동의 자음과 모음. 보통 자연광을 강조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반 북 카페와 비교되는 색다른 조명 선택이 돋보이는데, 특히 블랙 컬러의 펜던트 조명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천장과 조화롭게 매치돼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심 공간 속 쉼표 Healing Theme 가슴속 상처와 치부를 드러내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 그 열풍에 힘입어 인테리어 트렌드에서도 진정한 휴식과 안정에 포인트를 맞춘 내추럴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적인 느낌을 내는 콘크리트나 철제 장식을 배제하고, 나무와 돌 등 자연에서 얻은 건축자재를 이용해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이 힐링 인테리어의 특징.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한 북 카페는 이러한 힐링 테마를 가장 발 빠르게 도입했다. 나무 그늘 아래, 혹은 볕 좋은 작은 중정에서 읽는 한 권의 책은 지친 삶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힐링이 된다. 1 도심 속 별장 테라스 한 그루뿐인 나무가 단출해 보이기보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위치적 특성상 학생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카페 꼼마는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곳으로 학업과 작품에 대해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힐링공간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손님들이 세워둔 자전거가 커다란 나무와 조화를 이룬 풍경이 아날로그적인 멋을 더해준다. 2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자연 쉼터 자음과 모음은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 아래의 공간을 중정 겸 테라스로 활용했다. 해가 뜨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광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만함을 정리하는 Simple&Point 책이 있는 공간은 자칫 어수선해질 우려가 있다. 제대로 정리하는 것만이 깔끔함을 유지하는 비결일 텐데, 먼저 책을 배치할 수 있는 가구나 도구 선택에 신경을 쓴다면 산만한 느낌을 덜어낼 수 있다. 정답은 심플한 책장과 포인트 선반. 간결한 디자인의 키 낮은 책장은 공간의 여백을 살려주며, 벽면에 디자인 요소를 살린 선반을 달아 포인트를 주면 책이 있는 공간이 한층 멋스러워진다. 1 책이 그림 액자처럼 멋스럽게 보이는 디자인 선반 인문카페 창비에서는 벽면에 부착한 삼각형 모양의 디자인 선반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아무것도 없으면 밋밋했을 하얀 벽에 설치된 선반은 기능과 멋을 동시에 살린 오브제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낸다. 마치 그림 액자처럼 책 커버를 전면에 놓은 디스플레이 또한 돋보인다. 2 시선을 낮춘 키 작은 책장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사계절출판사의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은 미니멀한 테이블과 소파가 놓인 카페 곳곳에 높이가 낮은 도서 전시대를 배치했다. 자리에 앉거나 이동할 때 책과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일반 가정에도 들이기 좋은 디자인과 크기로 책장이 벽면을 꽉 채우지 않아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하는 Academic Space 북 카페의 공통적인 인테리어 스타일 포인트는 책이 지닌 ‘학구적인’ 느낌을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다리를 올려야만 책을 꺼낼 수 있는 거대한 책장과 책을 돋보이게 하는 간접조명, 디자인이 강조된 책장 등을 활용해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포인트. 독서실 책상을 들여놓으면 좀 더 아카데믹하면서도 운치 있는 공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면학 분위기를 연출하는 독서실 책상 카페 꼼마 내부. 통창에서 전해오는 자연 채광을 이용한 밝은 분위기가 나만의 명상 시간이나 독서를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자연스레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는 독서실 책상의 배치는 모던한 내부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국적인 도서관 느낌을 연출한다. <■진행 / 김성실(객원기자) ■사진 제공 /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031-955-8597), 인문카페 창비(02-322-8626), 자음과 모음(02-333-1749), 카페 꼼마(2호점, 02-326-0965), 포레스타(031-949-9303)>
- 내가 쓰고, 내가 만드는 1인 출판의 세계
- 2012. 01. 10 12:16 문화/생활
- ㆍ이제 누구나 내 책을 만들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태블릿 PC를 만든 것은 아들의 가방을 가볍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두꺼운 교과서 대신 얇고 가벼운 태블릿 PC 속에 도서관을 통째로 넣어주고 싶었던 스티브 잡스의 바람대로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는 종이로 찍어내는 인쇄가 아닌 태블릿 PC나 전용 단말기,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자책을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다면, 주목해보자. 전자책 저자가 되는 법. ‘나도 책을 쓴다’ 프레시안 전자책 저자 되기 강사 이동준이 말하는 전자책 저자 되는 법 종이책 출판의 제약 기존 종이책의 특징은 편집, 교정, 인쇄, 유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출판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가가 자비로 출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출판사에서는 위험요소를 가진 작품을 출판할 이유가 없다.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이 출판사가 존속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인들이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 출판사 편집자의 책상 위에는 매일 수백 편의 원고가 쌓이기 때문에 일일이 읽어볼 시간조차 없다(요즘에는 메일로 원고를 받는다).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가진 글이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가진 작품일지라도 편집자의 눈에 띄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전자책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의 경우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부당하거나 혹은 출판사의 조건을 맞출 수 없어 종이책 출판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 전자책 시장의 규모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매체다. 우선 공급자 입장에서는 인쇄비, 제본비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인쇄와 유통 과정이 축소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책을 받아볼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음성이나 그래픽, 동영상 등이 첨가되어 더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엄청난 수요의 나무 벌채나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오죽하면 교과서도 전자책으로 출판될 움직임을 보일 정도일까.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자책이 차세대 출판시장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전자책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전자책 출판은 상당히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 회사, 통신사, 컴퓨터 개발 회사,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 등이 각자 자기들만의 규격과 단말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작가나 책을 읽는 독자나 많은 혼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별도의 전자책 단말기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얼마든지 전자책을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5월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량이 모든 종이책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연평균 32.3%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전자책 판매량은 전년 대비 7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발간하는 경우 10명 중 4명이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용 단말기인 킨들(Kindle)이나 누크(Nook)도 인기를 끌고 있고, 무엇보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전자책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장르문학은 전자책이 대세 무협지, 판타지, 로맨스 소설 등의 장르소설의 경우 일찌감치 전자책으로 터전을 옮겼다.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연재하고 이를 전자책이나 종이책으로 출판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한 권 이상의 장편 연재물인 경우는 전자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한 권이 출판된 이후 두 권 출판까지 인쇄와 유통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며 분량적인 문제에서도 전자책의 이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저자 1인 출판의 시대가 열린다 전자책의 보급은 독자들이 쉽고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작가들이 예전보다 손쉽게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인쇄와 유통 과정이 획기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자기 집 안방에서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전자책 출판 과정은 글쓰기→전자책 만들기→판매하기의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글을 쓰고,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받아 책을 만들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전자책에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램과 파일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인터넷 서점 판매 과정도 얼핏 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해주는 회사도 생겨났다. 아예 인터넷 서점에서도 텍스트만 보내주면 전자책으로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들 사이에서 전자책 출판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종이책에 비해 작가들에게 할당되는 인세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 종이책의 경우 판매가격의 10% 내외의 인세로 받는 반면 전자책은 70%(아마존 KDF 판매 기준)를 받을 수 있다. 전자책 발행을 대행해주는 업체의 도움을 받더라도 기존 종이책의 인세 비중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책 가격이 종이책에 비해 워낙 저렴하다는 점, 아직 전자책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 독자 확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전자책 출판으로 큰 이득을 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유명 작가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2003년 미국의 유명 공포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은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 전자책 「총알차 타기」를 출간해 1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미 수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이외수, 은희경 등의 유명 작가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올린 글을 묶어 전자책을 발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평범한 40대 주부에서 로맨스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되기까지 전자책 「가야」 박선숙 작가 인터뷰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가야」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더 먼저 나왔어요. 무명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는 사이트인 ‘조아라’에서 작품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10권 분량의 작품을 2년여 만에 완결하고 나니까 개인 소장용으로 출판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조아라’ 관계자와 상의를 해서 자비로 종이책을 출판했어요. 책은 ‘조아라’의 도서 숍에서만 판매되고 있죠.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 소설치고는 너무 길고 판타지 소설의 대세와 맞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기대는 하지 않았죠. 사실 종이책이 얼마나 판매됐는지는 잘 몰라요(웃음). 그런데 종이책 출간 이후 ‘조아라’의 제의로 e-book을 출판하게 됐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유료로 다운로드받아서 보셨더라고요. 책을 출판한 후 한 달에 500~600건씩 다운로드되고 있어요. ‘조아라’를 통해 글을 연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주로 시나 수필, 단편소설을 조금씩 썼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장르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읽어 활자중독증이라는 놀림도 받았어요(웃음). 그리고 상상과 공상에 빠지곤 했어요. 그것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고도 심지어 불혹을 넘겨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던 중 책 대여점에서 초창기 판타지 소설을 접하게 됐고 그 무한한 상상과 공상에 공감하며 정신없이 빠져들었어요. 그러다 인터넷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것이 ‘조아라’ 소설 사이트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라는 존재는 하늘의 별처럼 멀고 높게만 느껴졌는데, ‘조아라’에 연재되는 글을 읽으며 어느 순간 저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망설이다가 갓 20대로 접어든 딸아이에게 내색을 해보였죠. 그런데 의외로 “멋진 일이야! 해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당장 소설을 등록했고 신들린 듯 쓰기 시작했죠. 그것이 「가야」였어요. 인터넷을 즐기는 연령대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인터넷 작가로 첫발을 내딛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제가 쓰고 싶어 하던 글이 주로 10대 후반에서 많아야 30대 초반인 작가들이 쓰는 영역이더라고요. 독자층도 10대와 20대가 70%를 이룬다는 점에서 마흔을 넘긴 제가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하지만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직장인으로 살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만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이런 열망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나이 같은 것에 구애받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죠.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셨는데, 책을 출간했을 때 학생들이나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정받고 싶고 존경하는 분에게 “잘했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좋아하는 벗에게 “그럴 줄 알았어, 멋지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죠. 우리 꼬맹이들은 “우와! 우리 선생님 짱!”이라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웃어주었죠. 제 아이들에게는 “엄마, 난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독서를 즐기지 않는 제 남편이 무려 10권에 달하는 「가야」를 끝까지 다 읽어주었을 때 무척 행복했어요. 그런데 제 소설이 ‘15세 이상가’라서 제 꼬맹이들에게는 금지령을 내렸죠. 다만 “엄마, 언니, 누나들은 읽어도 괜찮아” 하며 은근슬쩍 홍보는 했답니다(웃음).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직장생활에 살림까지 다 하시면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 장편소설을 완성하실 수 있으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빠듯하고 정신없는 일상생활 때문에 시작할 엄두가 쉽게 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더라고요. 글을 쓰는 시간은 퇴근 후 집안일이 끝나는 저녁 9시부터 12시 사이에요. 아이들이 한참 공부하던 시절에는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12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었죠. 무엇보다 가족들이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시부모님은 긍정적으로 대해주시고, 남편은 외조를 아끼지 않았으며, 아이들은 열렬한 팬이 되어 서평은 물론 팬 아트까지 선물해주었거든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완성하시면서 창작의 고통이 적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작품의 특성상 소재가 대부분 상상 속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 근간이 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잡식성 독서지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상상의 나래를 어떻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풀어내냐는 거였어요. 처음 실마리를 끄집어내면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그게 안 될 때 가장 힘들죠. 전자책을 출판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연재하고 있었고 ‘조아라’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연재물은 한 화, 한 화의 진행에 비중을 두는 대신 출판본은 챕터에 따라 줄거리 흐름이 연결돼야 해서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쳤어요. 작가가 하는 일은 여기까지고, 작품을 전자책으로 만들고 인터넷 서점에 노출시키는 것은 ‘조아라’에서 도맡아 해주셨죠(웃음). 전자책으로 「가야」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야」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 삶의 목표인 여인 ‘가야’와 강하고 포용력이 강한 그녀의 남자 ‘라휘’,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그녀의 기사 ‘세르’, 복수에 집착하여 세상을 파괴하려는 어둠의 지배자 ‘은휘’의 이야기가 시리우스 제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전쟁물이나 영지물, 가공할 무위나 힘이 난무하는 영웅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요즘 판타지 소설의 단골 등장인물인 엘프나 정령, 용이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만큼 「가야」는 요즘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형태의 글이에요. 그런데 차츰 조회 수가 늘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자 눈물이 날 만큼 기뻤죠. 보통 독자들의 호응도가 높은 작품은 기본 설정이 좋고 줄거리가 탄탄하며 흡입력이 강한 작품들이에요. 또 사건의 진행이 억지스럽지 않고 타당성이 있어야 하죠. 주인공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주변 인물들에게 소홀하면 이야기의 짜임새가 어긋날 수 있어요. 물론 전자책이라고 문학성과 작품성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독자들의 취향에 부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책의 권수가 너무 많아서 전자책으로 모두 다운받아 보시기엔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인터넷상에서 작품이 공유되다 보니 독자의 반응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의도나 글의 흐름을 알고 적시에 요목을 짚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요. 설렁설렁 읽으면 지나치기 쉬운 복선이나 사실들을 꼭 집어내는 예리함을 가진 독자들도 있죠. 이런 독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것이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는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적지 않은 나이에 작가가 되셨는데, 앞으로 바람이 있으시다면.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행운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유명 인터넷 서점에서 제 책이 올해의 책으로 떡하니 올라 있는 것을 보는 겁니다(웃음). 전자책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고, 좋은 책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나 전자기기 및 매체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자책 출판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인터넷은 신세계이자, 공상이 영그는 세계이면서도 저의 꿈을 현실로 이끌어냈던 공간이에요.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만 말고 먼저 목표를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 번에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길이 열리게 될 거라고 믿어요. 전자책 만드는 법 1 글쓰기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분량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짧은 글이라도 내용이 좋다면 전자책으로 출판한 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된다. 2 유통사 선택 글이 완성되면 책을 만들기 전에 유통사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앱북을 만들 것인지, 일반 e-book을 만들 것인지와 e-book 제작시 통신사나 인터넷 서점 중 어떤 유통사를 통해 책을 판매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야 전자책 제작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3 전자책 만들기 한글문서를 작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Word, 메모장, 한컴오피스 등으로 다양한 것처럼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실제 종이책 제작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르다. 전자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는 ePup과 PDF를 추천한다. 아이패드에서 사용되는 전자책 플랫폼인 아이북스에서도 ePup과 PDF 파일 형태를 동시에 지원하고, 삼성전자 등에서 출시되는 단말기에서는 ePup 파일 형태를 지원한다. 전자책을 출시할 때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포맷과 플랫폼을 찾아 그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듯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전자책 만들기’라고 검색하면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30세 이상은 전자책 제작사에 맡기고, 30세 이하는 직접 만들라’는 말이 있다. 컴퓨터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 전자책을 대신 만들어주는 업체에 부탁해도 제작 단가가 3만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등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도 텍스트 파일만 보내주면 대신 전자책을 만들어 판매까지 해주고 있다. 4 표지 디자인 전자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상에서도 표지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책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표지에 공을 들이고 싶다면 웹디자이너에게 맡기면 된다. 보통 7만원 정도에 의뢰가 가능하다. 5 유통사와의 계약 이때 필요한 것이 ISBN 번호다. 아무리 간단한 전자책이라도 유료로 유통시키려면 이 ISBN 번호가 있어야 한다. 이는 국제표준도서번호로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헌번호센터에서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관할 시군구청에 출판사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개인 출판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면 사업자 등록을 해놓는 것이 좋다. 구청에 한 번 방문하면 그 뒤로는 인터넷상에서 ISBN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이 번거롭다면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박선숙 작가는… 12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장르문학 사이트인 ‘조아라’에서 2008년 6월부터 판타지 소설 「가야」를 연재했다. 총 295편까지 연재된 「가야」는 10권의 전자책으로 완결, 발행됐다. 연재하는 동안 누적 조회수는 2백만 건이 넘는다. ‘올레 이북’과 ‘예스 24’, ‘알라딘’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1961년생인 박선숙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며 여전히 ‘조아라’를 통해 소설 「신운」을 연재하고 있다. 참고로 ‘알라딘’에서 전자책 분야 검색어로 ‘가야’를 입력하면 「가야」 한 권을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제공 / 박동민, 안진형(프리랜서), 박선숙 ■자료 제공 / 조아라>
- [1인 기업 주부이야기]작가, 남의 책을 만들다! 1인 출판 정수은
- 2010. 11. 10 15:44 화제
- ㆍ“만만치 않은 출판, 그러나 비전을 보았어요” 어린이 서적 전문 작가였던 정수은씨는 결혼과 출산으로 5년간 일을 그만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유치원에 다니면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이나 출판은 현역에서 일할 당시에도 욕심이 났던 일이라 덜컥 일을 벌였다. 그야말로 아줌마 파워로 1인 출판계에 뛰어든 것이다. 전세금을 털어 시작한 출판사 정수은씨는 어린이 전문 서적 분야에서 인정받는 작가였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5년을 보내고 나니 다시 책 쪽으로 눈길이 갔다.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 작가로 일할 때도 책 기획이나 출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관심과 경험은 엄연히 달랐다. “글쓰는 건 자신 있었지만 실제로 출판을 하려니 막막하더라고요. 인쇄와 종이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고 인쇄 단가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요. 게다가 나가는 돈은 얼마나 많은지 창고비, 배본비 그리고 반품 해체비라는 것도 있어요.” 다행히 지인이 가르쳐준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1인 출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많은 조언을 구했고 조금씩 틀을 만들어나갔다. “그동안 작가 일을 하면서 모았던 돈으로 시작했어요. 출판이 그렇게 돈 먹는 하마인 줄 몰랐죠. 서점에 책이 깔려도 제작비가 바로 회수되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는 그대로 잠겨 있는 거예요.” 새로운 책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작년 말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시댁으로 들어갔다. 현재 그녀의 출판사는 웹툰 전문 브랜드 ‘보리별’과 아동 전문 브랜드 ‘초록우체통’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낸 책이 7권이다. 보통 1쇄 3천 권이 넘어야 이익이 남는 것으로 보는데, 2쇄를 찍은 책도 있고 영화사와 시나리오 계약이 된 책도 있다. “출판하는 것이 아이를 낳는 거라면 판매는 아이를 키우는 거예요. 그만큼 마케팅이 중요하죠. 서점에서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신간 코너에 깔아줘요. 그때 시선을 받지 못하면 정신없이 반품이 들어오죠.” 그녀는 한때 망설이긴 했지만 안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좋은 책을 내는 것은 곧 사회공헌이라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특히 「우리가 평화를 선택할 수 있어요」나 「다섯 친구들의 가족 이야기」, 「약속했으니까요!」 등 그녀가 만든 책은 대부분 따뜻하고 밝다. “「일하는 엄마와 아이의 행복 찾기」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호되게 혼내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동화책이에요.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뒤돌아서 가슴 아파한 제 경험담을 살린 책이죠.” 꾸준히 좋은 책을 만들면 독자들이 알아봐줄 거란 정수은씨의 믿음과 노하우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출판’ 나만의 성공 노하우 ★ 우리 아이의 책을 만든다는 생각 나는 보통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책을 기획한다. 아이들이 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 말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든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해 책으로 만들었던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 좋은 책을 만든다는 기본에 충실 1인 출판사는 마케팅에 쏟을 자본이 없기 때문에 좋은 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직접 경험했지만 좋은 책이면 독자들은 반드시 알아본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자신이 ‘이건 내 책이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 노력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 무조건 콘텐츠 열 개 이상 갖고 시작해라 ‘이런 책 만들면 잘 팔릴 거야’ 하며 한 가지 아이템만을 갖고 1인 출판계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참 위험한 생각이다. 최소한 열 개의 아이템은 갖고 시작해야 한다. 자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1인 출판으로 성공하는 길이다. ★ 특화된 아이템이 1인 출판의 길이다 책을 쏟아내는 대형 출판사에 맞서려면 특화된 아이템밖에는 살아남을 길이 없다. 고가 정책을 쓰더라도 특정 타깃을 잘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아는 1인 출판 기획자는 애완동물에 관련된 책만 내어 출판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도 했다. ★ 제작 단가 최소화를 위해 알아서 뛰자 1인 출판은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스스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고생스러우면 고생스러울수록 제작 단가가 내려간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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