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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26 건 검색)

어둡고 깨끗한 칠레의 안반데기, ‘광해’가 결국 삼킬까
어둡고 깨끗한 칠레의 안반데기, ‘광해’가 결국 삼킬까
2025. 01. 19 08:00과학·환경
... 있다. 한마디로 밤하늘이 칠흑같이 어둡다. 망원경으로 약한 별빛을 잡아내기에 딱 좋다는 뜻이다. 칠레 소재 파라날 천문대 모습. 주변이 사막이어서 인구 밀도가 적고 이 때문에 인공조명도 거의 찾아볼...
칠레 대표로 파리올림픽 나선 ‘중국 탁구 할머니’···“졌지만 꿈 이뤘다”
칠레 대표로 파리올림픽 나선 ‘중국 탁구 할머니’···“졌지만 꿈 이뤘다”
2024. 07. 29 16:26스포츠
... 쩡은 본격적으로 탁구에 몰두했다. 쩡은 지역 탁구대회에 출전해 우승행진을 이어갔고 지난해 칠레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2023년 남미선수권대회에서 개인, 단체전 금메달과 2023 팬아메리칸게임...
파리올림픽 이모저모파리는 지금
포스코그룹, 아르헨티나 이어 칠레서 리튬 추가 확보 나서
포스코그룹, 아르헨티나 이어 칠레서 리튬 추가 확보 나서
2024. 06. 17 09:49경제
... 리튬 확보에 나섰다. 정 사장은 지난 14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칠레 광업부 고위 인사를 만나 칠레 리튬 염호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칠레는 지난해 4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국가 리튬...
칠레 ‘최악의 산불’…“소방관·산림청 직원이 방화”
2024. 05. 26 21:15국제
... 앗아간 칠레의 대형 산불이 소방관과 산림청 직원의 방화 범죄로 조사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칠레 발파라이소 화재 특별수사팀은 25일(현지시간) 산에 고의로 불을 질러 인명 피해를 일으킨...
칠레산불산림청소방관

스포츠경향(총 268 건 검색)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2···아일랜드·칠레·페루
‘위 아 디플로맷츠(We are Diplomats)’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 Part 2···아일랜드·칠레·페루
2025. 01. 14 00:44 연예
아리랑TV 13일 아리랑TV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너도나도 디플로맷’ 에서는 외교 전문 나누리 PD가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 빅토르 코네헤로스 주한 칠레 대사관 공관 차석,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만나 서울 지하철에 소개된 자국의 대표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정확한 이동 시간, 쾌적한 환경을 장점으로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을 돕는 지하철이 이제는 현대인들의 감성까지 챙기고 있다. 밋밋했던 스크린 도어에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며 시민들의 메마른 일상에 촉촉한 감성 한 스푼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 대사관들이 엄선한 각국 대표 시인들의 명시를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한국어와 원어로 소개해, 한국 승객과 글로벌 승객 모두에게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위 아 디플로맷”은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세계 문학 여행”을 주제로 특집 시리즈를 준비했다. 아리랑 TV 외교 전문 프로듀서 나누리 피디가 지하철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각국 외교관들을 만나, 주한 대사관들이 한국에 어떤 시를 소개하고 있는지 또 해당 시를 소개한 이유 등을 알아봤다. 먼저 이대역, 홍대입구역, 이태원역에서는 아일랜드의 대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시인의 ‘이니스프리 호수 섬’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리랑TV 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전설과 신화, 아일랜드어로 된 여러 세대에 걸친 자료를 공부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예이츠의 시는 아일랜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인을 소개했다. 이어서, ‘이니스프리 호수 섬’은 “시인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를 그리는 시로, 이 시는 고국을 떠나 있는 아일랜드인들이 향수병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시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에게 “아름다운 곳으로 피신해 안식처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시민들에게 바쁜 일상을 잊게 해 줄 수 있는 시”라고 덧붙였다. 윈트럽 대사는 한강, 황석영 작가 등 한국 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표하며 특히 조선, 고려 시대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한 아일랜드 출신의 故 케빈 오록(Kevin O‘Rourke) 신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일랜드인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조선 시대 시조의 상당수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이를 아일랜드인이 해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그의 작품이 앞으로 양국에서 더 조명받길 희망 했다. 아리랑TV 서울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명동역에서 만난 빅토르 코네헤로스 주한 칠레 대사관 공관 차석은 대사관의 목표 중 하나가 다양한 칠레의 작가들을 한국에 알리는 것이라 기쁘게 지하철 다국어 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명동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가장 붐비는 역 중 하나다. 비센테 우이도브로(Vicente Huidobro)의 시를 이렇게 멋진 역에 전시할 수 있어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칠레의 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이도브로 시인에 대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과 함께 20세기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리랑TV 이어 나 PD는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시청역에서 만났다. 시청역에는 페루의 시인 세자르 바예호(César Vallejo)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아이데 데사 클라보 주한 페루 대사관 일등 서기관은 “세자르 바예호는 페루의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이자 히스패닉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힌다”고 말했다. 아리랑TV 더불어 대사관 인근인 시청역에 페루의 시가 게시돼 “한국에 살고 있는 페루인들이 업무를 보러 대사관에 올 때 이 역에 페루 작가의 시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니 아주 좋은 일”이라고 지하철 다국어 시 프로젝트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나누리 피디가 발로 뛰며 각국의 대표 시인들과 시를 만나보는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 너도 나도 디플로맷’ 지하철로 떠나는 지하철 세계 문학 여행 시리즈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월 27일까지 총 4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아리랑TV
‘칠레 축구 간판’ 비달, 성폭행 혐의 연루 피소···콜로콜로 동료들과 생일파티 중 사달
칠레 축구 간판’ 비달, 성폭행 혐의 연루 피소···콜로콜로 동료들과 생일파티 중 사달
2024. 11. 05 10:38 축구
칠레 콜로콜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르투로 비달. Getty Images코리아 칠레 축구를 오랫동안 대표해온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37)이 콜로콜로의 팀 동료들과 함께 성폭행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칠레 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5일 “콜로콜로 선수단이 주최한 생일 파티에 참석한 한 여성이 성폭행 혐의로 선수단을 고소했다”면서 이 가운데 비달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다만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됐으나 아직 검거된 사람은 없다”고 취재진에게 알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로콜로 선수단은 칠레 산티아고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선수단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파티에 초대된 한 여성이 고소했다. 칠레 국가대표 비달. Getty Images코리아 칠레 축구계는 일주일 전 국가대표 출신 호르헤 발디비아가 페루 레스토랑에서 한 여성을 구금하고 강간한 혐의로 피소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비달은 칠레 축구 최고의 간판 스타다. 2007년부터 칠레 국가대표로 활약한 비달은 A매치 142경기에 출전해 34골을 기록했다. 유럽 명문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인터 밀란 등 빅클럽에서 활약했다. 2022년 유럽생활을 마무리하고 남미로 돌아온 비달은 올해 1월 자신이 프로에 데뷔했던 친정팀인 조국의 콜로콜로에 17년 만에 복귀했다.
칠레 대표로 파리올림픽에 나선 ‘탁구 할머니’, 한판으로 끝났지만
칠레 대표로 파리올림픽에 나선 ‘탁구 할머니’, 한판으로 끝났지만
2024. 07. 29 09:49 스포츠종합
C타니아 쩡이 지난 27일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예선전에서 실점하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AFP 58세에 타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칠레 탁구 국가대표로 파리올림픽에 나선 중국 국가대표 출신 타니아 쩡(1966년생) 스토리다. 쩡은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예선에서 마리아나 사하키안(레바논)에 세트스코어 1-4로 패했다. 늦깎이 올림픽 첫 도전은 이걸로 끝났다. 쩡은 “30년 만에 탁구로 돌아와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이뤘다”며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는 AFP통신에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할 뜻을 밝혔다.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몸이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 LA올림픽에서 그는 62세가 된다. 타니아 쩡은 중국 광저우 출신으로 원래 이름은 쩡즈잉이다. 그는 9살에 처음 탁구라켓을 잡았다. 어머니가 탁구 코치였다. 쩡은 1983년 중국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1984년 LA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1986년 20세 때 은퇴하고 3년 뒤 칠레로 이주했다. 그는 칠레에서 가구회사를 차렸다. 쩡은 1989년 칠레 북부 아리카에서 학교 아이들에게 탁구를 지도했고 2003년에는 비디오 게임에 빠진 아들과 탁구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약되자 쩡은 본격적으로 탁구에 몰두했다. 쩡은 지역 탁구대회에 출전해 우승행진을 이어갔고 지난해 칠레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2023년 남미선수권대회에서 개인, 단체전 금메달과 2023 팬아메리칸게임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덕분에 꿈에 그린 파리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칠레 팬들은 그를 ‘탁구 할머니’라고 부르며 응원했다. 타니아 쩡(오른쪽)이 2023년 팬아메리칸 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쩡은 “중국에선 꿈(올림픽 출전)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칠레에서 꿈을 이뤘다”며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쩡은 “어릴 때 사람들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올림픽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딸이 올림픽에 나서는 걸 아버지가 보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쩡은 칠레에서 35년 동안 살며 칠레 사람들과 동화됐다. 그는 ‘타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칠레 요리인 팬트루카를 좋아한다.
‘위 아 디플로맷’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 타글레(Eduardo Frei Ruiz Tagle) 전 칠레 대통령 인터뷰
‘위 아 디플로맷’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 타글레(Eduardo Frei Ruiz Tagle) 전 칠레 대통령 인터뷰
2024. 07. 26 19:34 연예
아리랑TV 오는 27일 오전 9시 아리랑TV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너도 나도 디플로맷’에는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 타글레(Eduardo Frei Ruiz Tagle) 전 칠레 대통령이 출연, 발효 20주년을 맞아 돌아보는 한-칠레 FTA의 역사와 효과를 설명하는 인터뷰를 나누리 피디 진행으로 방송한다. 1998년 11월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국-칠레 간 정상 회담 현장에서 양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 즉 FTA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한국으로서는 역사적인 첫 FTA 협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당시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FTA 협상 개시를 논의했던 주인공인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 타글레(Eduardo Frei Ruiz Tagle) 전 칠레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을 찾았다. 아리랑 TV의 외교 전문 프로듀서인 나누리 피디가 주한 칠레 대사관의 제의로 프레이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2016년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프레이 전 대통령은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30년 전인 1994년, 칠레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온 바 있다고 말했다. 아리랑TV 프레이 전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한국이 이룬 변화는 나에게 놀라운 일이다. 완전히 변했고,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나는 이를 축하하고 싶다. 한국은 오늘날 선진국으로 변모했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칠레가 한국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프레이 전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칠레 대통령으로 재임했는데 그의 재임 시기였던 1999년 12월에 제1차 한-칠레 FTA 협상이 산티아고에서 열린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어떠한 자유무역 협정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칠레와의 FTA 추진은 한국 통상정책의 일대 전환을 의미하는 큰 사건이었다. FTA 협상에 돌입했을 당시, 한국은 칠레가 중남미의 모범적인 경제 우등국으로서 자유화의 방향이 우리와 일치하고, 양국의 무역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칠레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오랜 협상 끝에 한국과 칠레는 2003년 2월 FTA에 정식 서명했고 2004년 4월 1일 한-칠레 FTA가 발효됐다. 칠레는 한국의 최초 FTA 체결국이며, 한국은 칠레의 아시아 최초 FTA 체결국이다. FTA를 기반으로 양국은 경제협력 관계를 굳건히 해왔다. 아리랑TV FTA에 서명했던 2003년, 16억 달러 정도였던 한-칠레 간 교역 규모는 20년 만인 2023년 역대 최고치인 88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이에 따른 세계적 공급망 개편 흐름 속에서 양국은 상호호혜적 핵심 파트너로 성장하였다. 나누리 피디와의 인터뷰에서 프레이 전 대통령은 현재 양국이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가 ‘한-칠레 FTA 현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FTA는 20년 전에 체결된 것으로, 이제 새로운 국제 규범을 반영하여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에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 투자 은행인 중남미개발은행(CAF) 대표단을 이끌고 왔다. CAF는 한국에서 파트너를 찾는 데 관심이 매우 많다”며 방한 목적을 설명했다. 지난 4월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협상을 포함해 양국은 지금까지 9차례 FTA 개선 협상을 개최했다. 한국과 칠레는 양국의 교역·투자·협력 관계를 보다 심화시키고, 현대화된 통상규범을 협정문에 반영하기 위해 2018년부터 개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이 전 대통령은 “20년 전에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성 평등이나 디지털 기술 문제도 안건에 없었다. 그 누구도 인공지능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제 이런 문제들을 미래에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우리의 안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배운 것, 경험한 것, 알게 된 것을 고려해야 하고 변화하는 국제 정세 또한 항상 주시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협정을 높은 수준으로 현대화하고 전 세계적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리랑TV 마지막으로 프레이 전 대통령은 “세상은 변했고 현실은 달라졌으며 새로운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라면서 양국 젊은이들을 향해 “눈앞에 높인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우리는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국가를 계속 가꿔나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야 하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 타글레 전 칠레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해 한-칠레 FTA 역사를 되돌아보고 양국 FTA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 짚어본 ‘위 아 디플로맷(We are Diplomats) – 너도 나도 디플로맷’ 칠레 편은 27일 토요일 오전 9시에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칠레는 신자유주의 무덤이 될 것”(2021. 12. 24 15:24)
2021. 12. 24 15:24 국제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젠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다.” 좌파연합 ‘존엄성을 지지한다’의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6)가 지난해 12월 19일 칠레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6년생인 그는 올 3월 민주화 이후 최연소 칠레 대통령이 된다. 1973년 군부쿠데타로 비극적 최후를 맞은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 이후 이념적으로 가장 왼쪽에 있는 대통령이다. 칠레 제헌의회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새 헌법을 적용받을 첫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신자유주의의 종식”을 선언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신자유주의는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 이전 칠레 시민의 피와 무덤 위에서 싹을 틔웠다는 역사적 사실이 새삼 환기됐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선거 중 1차 투표의 일부 결과를 얻은 후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970년 소아과 의사 출신 좌파 정치인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 최초로 혁명이 아닌 선거를 통해 들어선 사회주의 정부였다. 세계경제가 불경기의 늪으로 빠져들던 무렵이었으며, 칠레에서는 토지 없는 농민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시위를 벌이는 등 빈부격차 문제가 특히 불거졌다. 아옌데 대통령은 구리 산업 국영화, 아동 무상 우유 급식, 토지개혁, 사회보장 확대 등을 추진했다. 아옌데 임기 첫해 인플레이션은 34.9%에서 22.1%로 크게 줄었고, 전 정부에서 3%도 이루지 못했던 경제성장률은 8%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책에 불만과 두려움을 품은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끊으면서 칠레 국내총생산(GDP)은 곤두박질쳤고 물가상승률도 140%로 뛰어올랐다. 지주, 고용주, 백인 상류층 등 국내 보수파들도 아옌데의 정책에 반발했다. 아옌데가 구리 광산을 국영화하자 미국은 구리 가격을 일부러 폭락시켜 칠레경제를 뒤흔들었다. 오일쇼크 등 세계적 경제위기도 칠레경제를 혼돈으로 몰아갔다.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당시 국방장관(1915~2006)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아옌데의 교전 끝 자살로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사회주의 정권은 막을 내렸다. 피노체트 군부정권의 비극 피노체트 군부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아옌데의 모든 정책을 무효화했다. 정권은 미국과 영국의 시카고학파 출신 경제학자들을 초청해 경제정책을 만들도록 했다. 복지·교육예산 등이 삭감됐고, 259개 국영기업 중 14개의 기업과 1개의 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됐다. 연금, 보험, 교육, 전력 송배전 등의 공공서비스가 대거 민간영역으로 넘어갔다. 1973년 평균 94%이던 관세율은 1978년 14%로 대폭 내려갔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영국과 미국보다 칠레에서 먼저 만들어졌던 것이다. 해외투자가 재개되면서 1975년 470%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안정됐으며 피노체트 집권 시절 칠레경제는 연평균 6%씩 성장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빈곤율이 상승했다. 민영화된 연금 체제에서 칠레 노동자들은 기여금 대비 40%도 되지 못하는 연금을 받았고, 대학 등록금은 비쌌다.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은 잔혹한 탄압을 받았다. 칠레 정부의 과거사 조사결과에 따르면 17년간의 피노체트 집권 기간 사망자가 약 3000명, 실종자가 1200명 발생했으며 고문 피해자도 수만명에 달한다. 피노체트 시절 국가범죄에 대한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칠레에서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친 뒤에야 대처와 레이건의 시대가 열렸고, 한국의 신군부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2019년 10월 25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 EPA·로이터연합뉴스 칠레는 1989년 피노체트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1988년 10월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피노체트 시절인 1980년 제정된 헌법은 이후에도 개정되지 못했다. 피노체트 헌법에는 교육, 의료, 복지 등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내용이 없었으며 노동법률 등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었다. 민주화 이후 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해도 칠레 정부가 떠안은 피노체트 시대의 유산은 해결할 수 없었다. 칠레의 1인당 GDP는 2018년 기준 1만6000달러가 넘는다.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인구의 45%는 여전히 빈곤층에 해당한다. 지니계수도 0.46(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칠레에서 ‘신자유주의 종식’을 요구하는 대중운동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대학 등록금 인상에 맞서는 시위가 칠레 전역에서 벌어졌다. 당시 칠레대 재학 중이던 보리치 역시 시위를 이끈 학생 지도자 중의 한명이다. 보리치는 2013년 고향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본격 입문했으며,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버스요금 인상이 기폭제가 돼 벌어진 2019년 시위에서는 ‘1973=2019’란 팻말 구호도 등장했다. ‘1973년 체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였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중도 우파 성향인 세바스타인 피녜라 대통령은 2020년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의 압력을 더 이상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칠레 국민 78.99%는 개헌을 택했다. 2021년 7월 ‘마푸체’ 원주민 여성인 엘리사 롱콘(59)을 의장으로 하는 제헌의회가 출범해 1년 동안 개헌을 논의했다. 2019년 시위부터 제헌의회 출범까지 이어진 좌파 시민운동이 보리치의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칠레 시민은 ‘신자유주의 종식’에 대한 지지와 양극화된 경제만큼 깊고 넓은 분열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리치는 최저임금 인상과 대대적인 사적 연금 개편, 의료 시스템 정비, 국영 리튬 회사의 설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파 연합 기독사회전선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6)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비판,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 등으로 정치 아웃사이더에서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했다. 피노체트 시절의 경제 성과에 대한 긍정평가도 했다. 아옌데와 피노체트의 대리전처럼 벌어진 선거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스트 지지자인 아우로라 오비에도(68)는 “난 아옌데 정권도 경험했는데 매우 혼란스러웠다. 먹을 것도 없고 뭐든 구하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레야 가르시아(65)는 “쿠데타는 우리 가족을 완전히 파괴했다”며 “이번 선거는 칠레를 위험에 빠뜨릴 극우와 젊은 층을 대변할 후보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50년의 세월 동안 더욱 깊어진 분열의 골은 보리치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개헌과 함께 칠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매듭지어진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세계]지진피해 없이 칠레와인 잘 익을까
[세계]지진피해 없이 칠레와인 잘 익을까(2010. 03. 17 17:06)
2010. 03. 17 17:06 국제
ㆍ생산 기반시설 큰 타격, 최소 1억5000만병 사라져 지난 2월 27일 칠레를 강타한 지진은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칠레 와인에도 큰 피해를 줬다. 지진으로 무너진 와인 양조장(와이너리)에는 멜롯, 카베르네 쇼비뇽 등이 쏟아져 흘렀다. 양조장에 저장돼 있던 와인 가운데 250만ℓ를 잃은 파블로 모란데는 “와인이 속절없이 땅 위로 쏟아져 흐르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칠레를 덮친 강진으로 산타크루즈 지역 와인 저장고의 와인통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연합뉴스 칠레에서는 매년 2월 마지막 주 또는 3월 첫째 주에 포도를 수확하기 시작한다. 이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청포도의 수확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올해 생산되는 와인은 대체적으로 피해를 별로 보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에서는 저장탱크 등이 부서지면서 이미 수확을 끝내고 저장 중인 와인의 피해가 주로 컸다. 관개수로 파괴… 포도밭 물 주기 비상 지진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약 70%는 주요 와인 생산 지역이기도 하다. 콜차과, 쿠리코, 마울레, 카차포알밸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와인 피해는 높이 5 가까이 되는 와인 저장탱크가 무너지면서 커졌다. 강진으로 저장탱크를 지탱하고 있던 다리가 부러져 탱크가 쓰러지고, 주변에 있던 다른 탱크와 와인 저장통 및 와인병들도 연달아 밀려 넘어지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피해 지역의 와인 저장소들은 와인뿐만 아니라 와인 관련 기반시설의 피해 역시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진이 일면서 땅 속으로 설치된 관개 시설이 끊겼다. 산에서 내려오는 신선한 물을 포도 밭에 대는 관개수로가 파괴된 것이다. 포도를 막 수확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와인 저장소에서는 관개시설을 돌릴 수 있는 발전기를 먼저 확보하려고 난리가 났다. 시설 피해로 포도 밭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올해 포도 수확과 와인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사스 델 보스케 와이너리의 그랜트 펠프스 대표는 워싱턴포스트에 “마울레에는 아직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서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시기임에도 포도 밭에 며칠째 물을 주지 못하고 있다. 포도가 건포도가 되어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번에 5000ℓ의 와인 손실을 봤으며, 수도 산티아고 인근의 카사블랑카밸리에 있는 자신의 와인 저장소는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직후 직원들과 함께 재빨리 임시 발전기를 구해 와 부서진 통에 남아 있는 와인을 뿜어 올려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발전기를 구하지 못한 와인 저장소에서는 와인이 바닥에 쏟아져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저장량 20% 손실, 피해 3억달러 추정 세계 10위권 와인 생산국인 칠레의 지난해 와인 판매 규모는 6억7000만ℓ, 금액으로는 13억달러에 달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은 아직 완전히 집계되지 않았다. 와인 생산자들은 3월 초부터 피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칠레 와인산업의 95%를 차지하는 전국와인생산자협회인 와인오브칠레는 3월 3일 회의를 열고 피해 상황을 추정했다. 저장 와인 가운데 약 20%가 손실된 것으로 봤고, 금액으로는 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병으로 따지면 최소 1억5000만병의 와인이 이번 지진으로 사라졌다. 현재 미국에서의 와인 소매가격 기준으로 피해액은 약 9억7500만달러라고 계산한 와인 산업 전문가들도 있다. 와인오브칠레 등을 포함한 몇몇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칠레의 와인 가격이나 공급에 이번 지진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에 경기 침체로 와인 판매량이 줄어들었지만 반면에 생산량은 풍부했던 만큼 칠레 와인의 재고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은 실제 와인 피해 규모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칠레 와인의 수출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와인 생산자는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저장 와인의 80% 이상을 잃었지만 대외적으로는 15%만 파괴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와인 유통업자들이 지진 피해가 심각한 와인 생산자를 거래 대상에서 제외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규모로 칠레의 다섯 번째 수출 품목인 와인은 정규직 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매년 3월이면 포도를 수확하는 일용직 노동자 수천명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엔 지진으로 도로와 노동자 숙소가 파괴돼 수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요 생산자들은 앞으로 와인 주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포도 확보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에 칠레 와인을 미국에 앞서 소개한 와인 수입업자 알프레도 바르솔로마우스는 지진이 칠레 와인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지금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손실된 와인이 수출용인지 국내용인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칠레의 지진 피해 상황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칠레 와인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반짝 늘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와인오브칠레의 르네 메리노 회장은 “자연재해를 당한 나라를 돕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면서 “최근 칠레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월드리포트]페루-칠레 자존심 건 ‘감자전쟁’(2006. 04. 11)
2006. 04. 11 국제
안데스산맥 두 나라 팽팽한 원산지 주장… 뿌리 깊은 ‘앙숙 국가’ 갈등 고조 퀴즈-다음에 설명하는 작물은 무엇일까. 유럽인들은 처음 이 작물을 본 뒤 관상용 정원 식물이라 생각했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최음제라고 여겨 좋아하기도 했다. 땅속에 무성하게 매달려 자라는 열매와 빠른 생장 속도 때문에 ‘악마의 식물’로 불리면서 심한 배척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게으름뱅이들을 가리킬 때 ‘이것으로 된 피를 가졌다’고 말하며 미국에서는 ‘얼간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답은 감자다. 오늘날 밀, 쌀과 더불어 주식으로 애용되는 감자는 잉카인들의 주요식량으로 1570년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유럽에 소개된 뒤 전 세계에 퍼져서 오늘날 100여 개국에서 매년 3억t 가량 생산되며 밀, 쌀과 더불어 주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감자의 원산지는 어디인가. 요즘 감자를 놓고 안데스 산맥에 자리한 앙숙, 페루와 칠레가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감자의 원산지는 페루에서부터 아르헨티나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잉카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페루는 감자의 원산지 역시 페루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페루의 자존심을 칠레가 건드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칠레의 한 농업대학 교수가 칠레 남부 칠로에 섬에서 자라는 감자 280개 품종을 칠레의 국가 재산으로 등록하겠다고 발표했다. 칠레 오스트럴 대학 농업과학대의 안드레스 콘트레라스 교수는 칠레의 감자를 국가 재산으로 등록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 감자품종들은 이 나라에서 자라고 발전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칠레 국가재산 등록 발표에 페루 발끈 이같은 칠레의 계획과 발언은 2009년부터 전 세계에서 벌어질 종자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콘트레라스 교수는 “우리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이 감자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돈을 요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감자가 칠레의 원산지라고 말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칠레지역 감자품종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루는 ‘감자를 국가재산화하겠다’는 칠레의 계획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오스카르 마우르투아 페루 외무장관은 “감자가 페루 남부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어 왔으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적 유산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농무부가 지원한 한 연구도 페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농무부의 지원을 받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생 및 재배용 감자 360종의 DNA를 분석한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데이비드 스푸너 박사도 연구결과에서 감자의 원산지는 7000년 전 페루의 농부들이 키운 감자 한 종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배용 감자의 원산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감자의 원산지는 페루 남부 한 곳뿐”이라고 말했다. 페루의회는 지난해 감자보호법안을 통과시켰고 현재 감자가 페루의 특산물이라는 국제 특허를 낼 계획이다. 페루는 감자문제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감자의 원산지 및 상표권을 놓고 벌어진 페루와 칠레의 공방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나라는 안데스 산맥을 따라 마주하고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그리 원만치 않다. 양국은 영토, 영해, 수산물, 알코올음료 등을 놓고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맞붙었으며 심지어 해커들마저도 양국 정부의 홈페이지를 해킹하기까지 했다. 오른쪽_양국의 갈등을 보여주는 페루의 한 광고. 포도송이로 라틴아메리카를 재현하면서, 칠레에 해당하는 부분을 포도알은 없이 황폐한 줄기만 남은 것으로 묘사했다. 왼쪽_포도를 증류해 만드는 피스코. 칠레와 페루는 모두 동일한 증류방식으로 피스코를 만들지만 당도는 약간 다르다. 비슷한 문화와 역사,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 두 나라의 갈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페루와 칠레는 모두 스페인 정복 이후 19세기에 독립전쟁을 통해 근대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인종 구성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페루가 원주민이 54%, 원주민과 백인 간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34%로 이뤄진 ‘인디오의 나라’인 데 반해, 칠레는 스페인계 메스티소와 백인이 인구의 95%를 차지하고 인디언은 3%에 불과하다.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콜롬비아 남부에서 칠레 중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과 1200만 명에 달하는 백성을 거느렸던 ‘태양의 제국’의 후손인 페루인들로서는 자신들의 문명을 파괴한 백인들의 후손의 나라인 칠레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약 150여 년 전 칠레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 이후 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1879년~1883년에 벌어진 태평양 전쟁에서 페루는 비옥한 광물자원이 매장된 남부 영토 상당 부분을 칠레에 뺏겼다. 이 지역은 두고두고 양국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당시 볼리비아도 태평양과 접하고 있던 유일한 아리카 항구를 칠레에 넘겨줘야 했다. 칠레가 할양받은 지역은 초석과 인산질 비료의 원료인 구아노의 산지로 칠레는 이 지역의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번영의 기반을 닦았다. 영토분쟁 불씨 경제·문화계로 확산 페루와 칠레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1950년대 페루와 칠레는 영해문제로 대립하다가 조약을 맺고 화해했다. 그러다 지난해 1995년 페루-에콰도르 전쟁 때 칠레가 에콰도르에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양국의 관계는 악화됐다.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칠레 정부가 사과하지 않자 페루는 지난 5월 항의의 뜻으로 칠레와 자유무역협상 중단을 선언했으며 미주기구(OAS)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칠레 내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거절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페루의회가 태평양의 어장 확보를 위해 칠레와의 해양 국경선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 제정을 추진했다. 그러자 칠레는 이 법안이 1950년대에 맺은 국경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양국의 외교 갈등은 최근 들어 경제계·문화계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2002년 말 양국은 포도주로 만든 브랜디 ‘피스코’의 원산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페루와 칠레 모두 피스코의 상표권을 주장하면서 각각 이를 입증할 증거가 있다고 나섰다. 페루가 피스코라는 단어 자체가 새를 뜻하는 잉카어로 1540년 이래 페루에서 제조되어왔다고 주장하자, 칠레는 경제적 관점에서 상표권 우위를 주장했다. 페루보다 피스코의 생산량은 물론이고 수출량도 3배 가량 많으며 피스코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페루나 칠레 모두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양국의 합작을 제안했지만 칠레는 페루산 피스코의 수입을 1961년 이후 금지해왔으며 페루 역시 마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뿌리깊은 라틴아메리카의 앙숙, 페루와 칠레. 양국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인가?
월드리포트

레이디경향(총 6 건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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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칠레 와인이 궁금해? 초보자도 실패없는 에라주리즈의 와인들
2024. 10. 03 12:00 요리
칠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의 와인들. 아영FBC 제공 140년 전통을 가진 칠레의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 창업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1870년 아콩가구아 밸리(Aconcagua Vally)에 포도밭을 일군 것을 시작으로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어온 에라주리즈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칠레 와인으로 사랑받는다. ‘대한항공 일등석 와인’으로 유명한 돈 막시미아노를 비롯해 와인초보자도 실패없는 에라주리즈의 4가지 와인을 소개한다. 에라주리즈 맥스 소비뇽블랑 에라주리즈 맥스 소비뇽블랑 에라주리즈의 150년 기술이 농축된 데일리 소비뇽블랑. 영롱한 빛이 감도는 금빛 볏짚 컬러에 풋사과, 파인애플, 시트러스, 신선한 허브향이 풍부하게 어우러진다. 뛰어난 산도와 상큼함이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복합적인 구조감과 바디감을 잃지 않았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3만원대 가성비 최고 와인. ○ 어떤 음식과 마실까 - 해산물 요리, 조개류, 샐러드, 염소 치즈 에라주리즈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고급 와인 생산지 아콩카구아의 떼루아(Terroir·포도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과 기후 조건)를 한껏 드러낸 부르고뉴 스타일의 샤르도네. 감귤류와 파인애플, 레몬의 시트러스향을 시작으로 부드러운 건과일과 브리오슈, 구운 빵의 풍미가 함께 느껴진다. 적당한 산도가 신선한 풍미를 더 하고 피니쉬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5만원대. ○ 어떤 음식과 마실까 - 훈제오리와 훈제 닭 요리, 생선 요리, 해산물 요리, 치즈 베이스의 파스타 샐러드 등. 에라주리즈 빌라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 빌라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의 최상급 와인 레인지인 ‘아이콘’에 속하는 돈 막시미아노의 세컨드 와인.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블랜딩 와인으로 풍부한 과즙, 벨벳같이 부드러운 타닌, 뛰어난 산미로 사랑받는 와인이다. 강렬한 레드체리와 블루베리 등 베리 계열의 과일들과 타바코 넛맥의 아로마가 조화롭다. 11만원대 ○ 어떤 음식과 마실까 - 양고기나 육류, 가금류, 매운 음식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 ‘대한항공 1등석 와인’으로 유명한 에라주리즈의 대표 아이콘 와인.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의 이름을 딴 와인답게 과실 자체의 집중도 있는 깊은 맛과 산도가 놀라운 밸런스를 이룬다. 블랙프룻, 카시스와 사랑스런 허브향의 복합미도 매력적이다. 2023년 독일 영소믈리에 900개 와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대한항공 일등석 와인으로 채택됐다. 19만원대 ○ 어떤 음식과 마실까 - 스테이크나 치킨, 양고기 등 육류를 곁들인 요리, 허브를 곁들인 감자 요리, 각종 샐러드 [인터뷰] 토마스 무노즈 에라주리즈 수석 와인 메이커 에라주리즈의 수석 와인 메이커 토마스 무노즈. 아영FBC 제공 에라주리즈는 젊은 와인메이커를 발탁해 장기간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것은 와이너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춤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2021년 수석 와인메이커로 에라주리즈에 합류한 토마스 무노즈(34)는 대학에서 농업공학과 생태학, 화학을 연구하고 칠레의 콘차 이 토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펫저 빈야드, 뉴질랜드의 킴 크로포드 등 유명 양조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의 조건은 무엇인지 물었다. Q. 농업 공학과 화학 전공자로서 자연과 과학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중요한 요건인가. ‘자연’이다. 좋은 와인은 화학적 기술과 자연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지만 좋은 자연에서 좋은 떼루아를 갖췄다면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학적인 기술은 미묘한 맛을 조절할 뿐 좋은 지역과 장소가 갖춰져야 유니크한 맛을 낼 수 있다. (남아메리카 최고봉 아콩카구아 밸리에 위치한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는 동쪽으로 안데스산맥, 서쪽으로 태평양, 북쪽으로 아타카마 사막이 자리해 다양한 포도품종이 재배되며 섬세한 와인을 만드는데 최적화돼 있다.) Q. 기후위기와 함께 와이너리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이슈다. 에라주리즈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에라주리즈는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수자원과 전력 감축을 위한 2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와이너리에 공급되는 물 사용량을 측정해 35~40%의 수자원을 감축했고, 전력 에너지 안정화를 통해 전기 사용량을 기존보다 90% 줄였다. 전기 사용량을 지금보다 60~70% 더 줄이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 패널도 설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와이너리 주변의 학교, 병원 등 인근 커뮤니티와의 소통에도 신경 쓰고 있다. Q. 젊은 와인 메이커로서 변화하는 글로벌 와인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현재 글로벌 와인트렌드는 크게 2가지로 첫 번째는 화이트와인 시장의 성장, 두 번째는 저도주 인기와 와인소비량 감소다. 에라주리즈는 레드와인 못지않은 좋은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섬세한 블랜딩으로 도수를 낮춘 와인을 생산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대와 연결하는 스마트하고 트렌디한 와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프리미엄 칠레 와인 에라주리즈, 한국 전용 제품 내놨다
프리미엄 칠레 와인 에라주리즈, 한국 전용 제품 내놨다
2023. 05. 06 08:49 화제
칠레 프리미엄 와인 ‘에라주리즈 맥스’가 한국인의 입맛에 특화된 블렌딩 제품을 선보인다. 주류수입사 아영FBC는 한국 와인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선별된 ‘에라주리스 맥스 마스터 블렌드’를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제품은 칠레 현지 아콩카구아 밸리에서 품질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만을 선별해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한국 시장에서만 판매된다. 회사 측은 “10년 동안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을 분석해 ‘코리아 블렌딩’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기획, 생산한 제품”이라며 “균형감 있는 타닌과 긴 여운을 갖고 있어 한국적 양념이 있는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에라주리즈는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와인 명가다. 칠레 중북부 아콩카구아 밸리에 포도밭을 일군 것을 시작으로 5대째 가족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주류 전문지 드링크 인터내셔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에라주리즈 맥스 마스터 블렌드
[아메리카 여행기]가족과 함께여서 더욱 감동적인 풍경 - 칠레&아르헨티나
2012. 02. 15 11:47 레저/여행
하루하루 반복되는 ‘오늘’을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은 자유와 새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는 것을 꿈꾼다. 여기,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길을 떠난 가족이 있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을 배웠다는 이 용감한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달에는 칠레 아타카마 달의 계곡을 지나 아르헨티나 소금사막까지를 여행한다. (편집자 주) 달 표면과 같아서 달의 계곡이랍니다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타카마의 명승지를 찾았다. 이곳 역시 지난달 소개한 간헐천 투어와 더불어 투어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차가 있는 우리 가족으로서는 굳이 투어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차에 동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싣고 아타카마 달의 계곡으로 향했다. 1 아타카마의 달의 계곡. 정말 달 표면 같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2 칠레의 새해맞이 불꽃놀이.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구경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곳저곳 둘러보자니 메마른 모습이 딱히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나는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그곳에서 뜨는 달의 모습이 예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리는 줄 알았는데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의 모습이 달의 표면과 유사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공원의 경계와 바깥이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차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공원을 지나쳐서 밖으로 나가버렸을 정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차를 돌렸는데 다행히 지키는 사람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니들같이 착각하고 지나치는 사람들 많다’라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차를 세워놓고 이런저런 기암괴석을 보자니 나름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한규도 신이 나서 뛰어다니니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데 멜라니가 해가 지니 빨리 이동하자고 재촉했다. 원래 달의 계곡은 석양이 유명하다나? 역시 마누라는 똑똑한 마누라를 두고 볼 일 이다. 차를 몰고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달의 계곡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이미 전망대 위에 진을 치고 모여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다 같이 올라가는데 한규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다. 별 수 있나, 내가 둘러업는 수밖에. 노새와 같은 남자의 삶이란. 한규를 목마 태우고 힘겹게 전망대로 올라가는데 한규는 편해지니까 발을 구르고 신이 났다. ‘너도 나중에 애 낳아서 나 같은 고생을 하겠지’ 생각하니 나름 속이 짠해졌다. 전망대에 올라서 해가 지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멜라니가 춥고 출출하다고 투정을 부렸다. 다시금 노새같이 내려가서 주전부리와 담요를 가지고 올라오자 다리가 풀려버렸다. 드디어 저 멀리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던 중 옆에 있던 미국인 사진작가 아주머니가 “이런, 이건 내 인생 최고의 석양이야”라며 감탄한다. 아줌마, 여기 동감 한 표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의 석양. 무척이나 아름답다. 대체 왜 여기에 한국 사람이? 칠레의 팬아메리칸 하이웨이(알래스카에서 남미의 끝 우수아이아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길 옆에서 웬 휴게소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사실 휴게소라고 하기엔 뭐하고, 길옆에 조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앞에는 수박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다. 날도 덥고 해서 쉬었다 가려고 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일하는 아가씨가 메뉴판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책자 같은 걸 가져와서는 수줍게 내밀었다. 펼쳐보니 그 집의 방명록 같은 것으로 1996년부터 작성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으로서는 우리가 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펼쳐봤더니 그 조그만 휴게소에 다녀간 온갖 나라의 사람들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이며 스리랑카며 몽골 사람까지 다녀갔으니, 허름한 집에 비하면 초호화 다국적 군단이다. 칠레의 황량한 도로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 이곳 방명록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남겼다. 우리 가족이 첫 한국인일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 한국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줄이야!일단 우리의 이름을 적고 자랑스럽게 한글로, “아마도 최초의 한국인이 아닐까 싶네요^^”라는 말까지 써놓고 다시 앞장부터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명의 한국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리보다 1년 먼저 다녀가신 두 분, 무슨 일로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칠레 북부에서 한글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그로부터 다시 1년 후, 이 내용이 담긴 멜라니의 블로그를 보고 본인이 두 분 중 한 분의 아들이라며 반가운 글을 쓰셨다. 참 넓고도 좁은 세상이다). 그대에게 바치는 우리만의 소금사막 칠레 북부 여행만 마치고 바로 아르헨티나로 들어섰다. 돌이켜보니 집을 떠난 지 어느덧 7개월이 됐다. 여기저기 벌레 물린 자국에 도저히 본래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지 않게 까맣게 타버린 피부, 어설프게 조금씩 늘어나는 스페인어, 놀랄 정도로 유창해진 한규의 영어 실력, 계속해서 부서져 나가는 우리의 차…. 그럼에도 우리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내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규가 커나가는 과정을 24시간 함께 부대끼며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랄까? 한규도 이제 나름 베테랑 여행자라고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잘 논다. 한 달에도 두어 번씩 걸리던 감기조차 한규를 떠나버린 지 오래. 한규가 태어나서 가장 건강한 모습으로 뛰노는 것을 지켜보는 게 우리 부부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다. 새로 산 나무 기타를 가지고 기타 연주에 심취 중 서둘러 칠레를 떠나게 된 건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카니발을 보기 위해서였다. 2001년 제대 후 떠났던 여행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들인 호세와 길헤르메에게 “카니발 표를 구해놨으니 속히 와라”라는 연락을 받고, 미련 없이 차를 돌려 브라질로 향한 것이다. 사실 칠레 북부에서 볼리비아를 넘어갔다 오려 했으나 나의 고산 증세가 심해 그냥 포기하게 됐다. 멜라니가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었는데 허약한(?) 서방을 둔 덕분에 눈물을 머금고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로 접어들어서 차로 한참을 달리다 보니 표지판이 하나 보였다. ‘살리나스 그란데’라고 적혀 있다. ‘살리나스’라면 염전을 말하는 거고 ‘그란데’라면 크단 얘긴데…. 뭐지? 뭐지? 궁금해하며 차를 몰고 있는데 옆에서 가이드북을 뒤적이던 멜라니가 “자기야! 여기에도 소금호수가 있대!”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가이드북에는 ‘우유니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지만 볼리비아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유니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옵션이다’라는 친절한 설명도 나와 있다. 우리 가족만의 소금사막.차를 몰아서 들어가보니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하긴 우유니 소금사막의 크기가 우리나라 전라남도와 같다고 하니 어지간해선 우유니보다 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말이 호수이지 살짝 물이 고여 있는 정도라 얼마든지 안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여기저기 소금을 쌓아두고 큰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모두 식용으로 쓰이고 있단다. 옛날에 안데스 산맥이 융기할 때 분지 지형이었던 이곳의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같이 융기했다가 나중에 수분만 증발이 되어 ‘소금밭’이 형성된 것이다. 어느새 차에서 뛰어내린 한규는 바닥에서 소금을 집어먹으며 깔깔거리고 멜라니도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우유니를 가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던 멜라니가 행복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절로 뿌듯했다. ‘이봐, 마누라, 여긴 당신에게 바치는 우리만의 우유니라고.’ 글쓴이 덩헌(이정현)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세상 구경을 하겠다며 떠난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 좋은 사람’ 멜라니(정미자)를 만나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일 아침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헐레벌떡 회사로 향하던 어느 날, 결혼할 때 ‘너무 늙어 힘 빠지기 전에 세계 일주를 떠나자’라던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잘나가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 준비에 착수해 드디어 2007년 5월, 생후 43개월 된 아들 한규까지 데리고 거의 ‘무계획’이나 다름없는 일정을 세워 길을 나섰다. 처음의 계획은 미국 LA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2년의 여행이었지만, 1년여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뒤 어쨌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북미, 중미, 남미를 거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깨달음 등을 담은 책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를 펴냈으며, 아르헨티나에서 얻은 ‘보석’ 둘째 은규까지 넷이서 함께 계속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덩헌>
[아메리카 여행기]칠레에서 보낸 새해의 추억
2012. 01. 18 18:15 레저/여행
하루하루 반복되는 ‘오늘’을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유와 새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는 것을 꿈꾼다. 여기,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길을 떠난 가족이 있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을 배웠다는 이 용감한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달 이야기는 칠레 국경에서부터 시작한다. (편집자 주) 칠레 국경 통과하기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다. 페루를 벗어나 국경으로 향한 우리는 그곳에서 맞닥뜨린 기나긴 줄에 놀랐다. 황량한 사막에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데, 이 줄이 도무지 줄어들지를 않았다. 멍하니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앞에 서 있는 차가 눈에 들어왔는데, 아저씨가 트렁크를 열고 깨끗이 청소를 하고 계셨다. ‘저 아저씨는 참 깔끔한 성격인가 보구나’ 생각하고는 다시 보니 그 앞차도 트렁크를 정리하고 있고, 그 앞 차도, 눈에 들어오는 차들이 모두 운전자나 차량 탑승자가 내려서 열심히 트렁크를 정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칠레 사람들이 잘 산다고 하더니 이런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해서 잘 사나 보다’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줄이 줄어들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국경 세관원들이 정비공장 신출내기 정비사처럼 차를 뜯어먹을 듯이 검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다른 차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 모두 트렁크를 싹 비우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차는…. 지난 5개월간의 여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차가 아닌가. 1 우리 가족은 칠레에서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았다. 2 국경 근처에 늘어선 차들. ‘백만 년’의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됐고 무섭게 생긴 세관 아저씨가 운전석 옆으로 다가와서 매우 유창한 영어로 “차에 있는 모든 짐을 내려서 X-ray 검사대로 옮겨”라고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라고 말했으나 돌아오는 “왜?”라는 대답에 말없이 내려서 차 뒤로 돌아가서 트렁크를 열었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생긴 우리 차의 문을 열자마자 굴러 떨어지는 ‘까나리액젓통’부터 시작해 살림 못해 소박맞은 며느리의 냉장고처럼 첩첩이 쌓인 온갖 잡동사니들…. 처음 여행 나올 때는 겨우 트렁크 한 개, 배낭 한 개가 짐의 전부였으나 차를 사고 나서는 생기는 대로, 사는 대로 차에 집어넣고 다니다 보니 이제 이건 가사 도우미 일개 소대를 불러도 언제 정리가 될까 싶을 만큼 쌓여버린 것이다. 망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이거, 이거, 이거는 내리고 나머진 그냥 놔둬”라고 말했다. 그래도 트렁크에 쌓인 짐의 거의 반절을 내리라고 했다. 나와 멜라니와 함께 여행을 하던 희영이까지 달라붙어 낑낑대며 짐을 옮겨 검사를 받고 나니 남은 짐에 멜라니만 한 마약견이 달라붙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까나리액젓통에 코를 박았다가 심히 당황해하는 녀석을 보니 좀 불쌍한 생각도 들었다. 차에 돌아오니 세관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고추장통을 들고 “이건 뭐야?” “한국의 매운 소스인데?”, 간장을 들고 “이건?”, “한국의 안 매운 소스야” 김치통을 가리키며 “이건?”, 흠칫! (칠레는 농업국가인 관계로 채소류, 과일류, 치즈류, 고기류에 대한 검색이 무척 엄격하다. 국경에 대문짝만하게 ‘이거이거’ 안 된다라고 붙어 있는데 김치는 채소와 발효식품 중에서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금지 식품인 것이다.) “아…, 그건…, 그건 말이지…, 수프를 끓이는 한국 소스야”라고 말하니 이 아저씨 잠깐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다가 그냥 넘어갔다. 휴…. 칠레에서 맞은 새해 우리가 국경을 통과한 날은 12월 31일. 원래의 계획은 목적지인 산페드로데아타카마까지 가는 것이었으나 국경에서 예상치 못하게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바람에 국경 근처의 해안 마을인 아리카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숙소를 잡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됐다. 숙소 주인에게 밥이나 먹을까 하고 물어보니 12월 31일이기 때문에 불꽃놀이를 하니 밖에 나가보란다. 한규는 목마를 태우고 멜라니, 희영이와 밖으로 나갔다. 어디에서 불꽃놀이를 하는지도 모르고 나갔지만 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쪽을 향해 가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그쪽으로 향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듯한 풍경이었다. 자정 무렵부터 신년 카운트를 시작하더니 00:00시가 되자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처럼 화려하고 장엄하지는 않았지만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키스하는 연인들, 환호하는 아이들, 포옹하는 부모와 아이들 틈에서 우리도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간헐천 투어 드디어 산페드로데아타카마에 도착했다. 아타카마는 칠레 북부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에 속하는 곳으로, 간헐천 투어와 달의 계곡 투어가 유명하다. 숙소에 일단 짐을 풀고 잠시 쉰 다음에 투어를 알아보니 가격이 꽤 비쌌다. 가는 길을 물어보니 딱히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따로 허가된 차만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우리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새벽 세 시 반에 잠에 취한 한규를 둘러 안고 차를 몰고 나가니 이미 간헐천 투어를 위해 출발하려는 차들로 길이 북적거렸다. 대지와 대기의 온도 차가 가장 심한 해 뜰 무렵에 간헐천의 분출이 가장 심하기 때문에 이때 출발하는 것이다. 1·2 부글부글 끓는 간헐천. 이곳에서 먹는 찜닭 맛은 정말, 끝내줬다. 여하튼 딱히 길을 찾아 헤맬 것도 없이 그냥 앞차만 따라가도 되겠거니 했는데 웬걸, 도저히 우리 고물 차로는 앞차를 따라갈 수 없었다. 억울한 게 다른 차들도 크기는 우리 차와 비슷하고 게다가 타고 있는 인원 수는 다른 차들이 훨씬 많은데, 멕시코에서부터 고난의 세월을 겪은 우리 차의 덜컹거림은 ‘이러다가는 차가 주저앉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해서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고원지대에서 차가 퍼지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차를 모두 보내고 힘들게 힘들게 차를 몰았고 다행히 해가 뜨기 전에 간헐천에 도착했다. 1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고생한 우리의 차를 타고 국경을 향해 달린다. 2 칠레에서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경험을 맛봤다. 차가 심하게 덜컹거려 일찌감치 잠이 깬 한규는 땅에서 끓어오르는 물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이미 도착해 있던 다른 여행자들도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한쪽을 보니 투어로 온 차량에서는 테이블을 깔고 우유와 커피통을 간헐천에 담가서 데우고 있었다. 급히 나오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우리 역시 뭐 먹을 게 없나 차를 뒤졌더니 전날 밤에 먹다가 남은 찜닭이 담긴 압력솥이 보였다. 간헐천 한 곳에 담가놓고 놀다 보니 슬슬 김이 오르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웃기지만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박장대소를 하고 친구들을 불러와서는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다. 떠오르는 태양과 부글거리며 물과 수증기를 뿜는 간헐천에서 먹는 찜닭 맛이란.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말라고! 나를 우습게 보지 말라니까 아타카마에서 잡은 호스텔에서 3박을 했다. 딱히 그 호스텔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마침 그 호스텔에 주차장이 있었고, 예전에 과테말라에서 차 유리가 깨진 이후로 차는 무조건 안전한 곳에 주차한다는 것이 우리 나름의 신조였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예약한 마지막 밤,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데 호스텔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리, 내일 체크아웃하는 거 맞아?”라고 물어봤다. 불친절한 아줌마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고 생각 중이었기 때문에 “응. 그런데?”라고 물으니 “그럼 네 차를 좀 빼줘야겠어. 오늘 들어온 사람이 주차할 곳이 필요하거든”이란다. 이 무슨 개가 풀 뜯어먹다가 사레들릴 소리란 말인가? 오늘 체크아웃하는 것도 아닌데 차를 빼달라니. 그렇잖아도 아줌마 때문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인데 이 아줌마, 불같은 내 성격에 휘발유를 부어주셨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처음에 체크인할 때 당신이 주차장 사용 가능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차를 빼달라니?”라고 소리를 지르자 “밖에도 안전해”라며 이번엔 부채질을 해줬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밖이 그렇게 안전하면 그 사람보고 거기에 세우라고 하라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이 아줌마 답변이 궁했는지 갑자기 잘하던 영어를 버리고 스페인어로 마구 떠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턴 내가 영어로 해도 “난 영어 못해”만 반복하며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스페인어로 “쟤가 이상한 거다. 난 잘못 없다”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점점 열 받은 나는 호스텔을 돌아다니며 영어와 스페인어가 가능한 사람을 찾았고 한 스페인에서 온 아가씨가 나를 도와줬다. “내 말 똑바로 전해줘. 내 말에 들어가는 욕도 죄다 그대로 전해줘”라고 당부를 하고 “내가 이 집을 선택한 단 한 가지 이유가 이 빌어먹을 집에 주차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일 체크아웃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차를 더 이상 주차하지 못한다는 건 대체 칠레식 매너냐? 난 내일 체크아웃 시간까지 차를 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고, 내 차는 처음 약속한 대로 저 자리에 그대로 나갈 때까지 있을 거다”라고 전했다. 내 강경한 말에 주변 여행자들도 동조의 눈빛으로 아줌마에게 압박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 아줌마, 결국은 백기를 들고 “뭔가 오해가 있었다. 나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총총히 사라져갔다. 글쓴이 덩헌(이정현)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세상 구경을 하겠다며 떠난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 좋은 사람’ 멜라니(정미자)를 만나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일 아침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헐레벌떡 회사로 향하던 어느 날, 결혼할 때 ‘너무 늙어 힘 빠지기 전에 세계 일주를 떠나자’라던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잘나가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 준비에 착수해 드디어 2007년 5월, 생후 43개월 된 아들 한규까지 데리고 거의 ‘무계획’이나 다름없는 일정을 세워 길을 나섰다. 처음의 계획은 미국 LA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2년의 여행이었지만, 1년여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뒤 어쨌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북미, 중미, 남미를 거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깨달음 등을 담은 책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를 펴냈으며, 아르헨티나에서 얻은 ‘보석’ 둘째 은규까지 넷이서 함께 계속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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