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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신속한 탄핵, 엄정한 처벌, 철저한 개혁
[정동칼럼]신속한 탄핵, 엄정한 처벌, 철저한 개혁
2025. 02. 16 21:30오피니언
윤석열 탄핵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나와 겁먹은 표정으로 혹세무민하는 그의 선동이 도를 넘어 세상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 하던가? ‘한 마리가 짖으니...
[정동칼럼]사면초가 윤석열, 다가올 비극
[정동칼럼]사면초가 윤석열, 다가올 비극
2025. 02. 13 21:31오피니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피청구인이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2월13일 8차 변론에 이르는 동안 윤석열은 믿었던 부하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 먼저 1월23일 4차 변론에 출석한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정동칼럼
[정동칼럼]연금개혁, 급한 불부터 끄자
[정동칼럼]연금개혁, 급한 불부터 끄자
2025. 02. 12 21:21오피니언
국회 연금개혁 논의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두고 신경전이 뜨겁다. 여야 모두 두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모수개혁부터 마무리하자(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위에서 모수·구조개혁을 함께...
정동칼럼오건호
[서의동 칼럼]계엄이 정당화한 ‘적대적 두 국가론’
[서의동 칼럼]계엄이 정당화한 ‘적대적 두 국가론’
2025. 02. 12 21:19오피니언
12·3 비상계엄 시기 소집된 HID(북파공작원) 요원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심문하는 것 외에 어떤 임무가 부여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정보사가 구입한 북한군복 170벌 용도도 분명치...
서의동 칼럼

스포츠경향(총 199 건 검색)

끊임없이 나오는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 가능성···美 칼럼니스트 “연봉 총액 줄이고픈 SF, 김하성이 더 어울리는 선택”
끊임없이 나오는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 가능성···美 칼럼니스트 “연봉 총액 줄이고픈 SF, 김하성이 더 어울리는 선택”
2024. 12. 03 11:44 야구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하성의 행선지로 연일 이정후가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최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2일 자신의 칼럼을 통해 현재 메이저리그(MLB)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예상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행보를 예측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유격수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타일러 피츠제럴드라는 좋은 대안이 있긴 하지만,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사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피츠제럴드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가는 것이 낫다”며 유격수 영입을 예고하고 있다. 현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유격수 최대어’인 윌리 아다메스와 김하성이다. 현재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은 내년 시즌 개막전 출전은 어렵다. 하지만 로젠탈은 “어깨 부상이 없었더라도 타격에서 아다메스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김하성보다 아다메스를 더 높이 평가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우선 과제 중 하나가 연봉 총액 삭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럴 경우 몸값이 날로 치솟고 있는 아다메스 영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로젠탈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최선의 선택은 아다메스다. 하지만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샌프란시스코가 연봉 총액을 줄여 돈을 아끼려는 입장이라면 (아다메스보다) 김하성이 더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하성 역시 예상을 깨고 상당한 수준의 계약을 받을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전망하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받지 않아 영입하더라도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주전 유격수 출발을 피츠제럴드로 하더라도 이후 김하성이 복귀하면 2루수 피츠제럴드-유격수 김하성 시나리오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직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가 바라본 김하성의 행선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아니면 샌디에이고가 될 것”
전직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가 바라본 김하성의 행선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아니면 샌디에이고가 될 것”
2024. 11. 30 15:43 야구
샌디에이고 김하성. AFP연합뉴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퍼를 기다리고 있는 김하성. 2024시즌 부진했고, 어깨 수술로 내년 시즌 초반 결장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계약은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시장 상황이 그에게 나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 관건은 김하성의 행선지다. 이를 두고 과거 신시태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단장을 지냈던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짐 보든이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보든은 30일 디애슬레틱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하성과 폴 골드슈미트를 영입할 팀은 어디일까”라는 팬의 질문에 “김하성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가거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다시 계약할 것 같다”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일찌감치 김하성의 행선지 중 하나로 예전부터 꼽혀온 팀이다. 베테랑 유격수 브랜든 크로프드가 은퇴한 샌프란시스코는 마땅한 주전 유격수가 없는 상황이다.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지난해 잠깐 유격수를 맡아 좋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이 “피츠제럴드는 장기적으로 2루수로 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유격수 영입 가능성을 드러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디애슬레틱도 지난 26일 김하성이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은 시점의 문제다. 샌프란시스코가 김하성을 영입할 이유는 12개 정도 된다”며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유력하게 보기도 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는 키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도 있고,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을 지도했던 밥 멜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애틀랜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강자로,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강팀이다. 올해 애틀랜타의 주전 유격수는 올랜도 아르시아였는데, 아르시아는 수비는 그럭저럭 잘 했으나, 타율 0.218과 OPS 0.625라는 스탯이 말해주듯 타격에서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애틀랜타 역시 이전부터 김하성의 행선지로 꼽혀오던 팀 중 하나다. 원소속팀인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친숙하고 적응도 필요없는 팀이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샌디에이고가 신청할 것이라 생각됐던 퀄리파잉 오퍼를 굳이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은 샌디에이고가 김하성 영입을 그리 무겁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건강칼럼] 두통의 위험 신호… 이럴 땐 병원 찾아야
[건강칼럼] 두통의 위험 신호… 이럴 땐 병원 찾아야
2024. 11. 28 18:06 생활
주부 강 씨(60대, 여)는 며칠 전부터 아팠다 안아팠다 반복되는 두통이 있었다. 진통제를 먹고 지켜봤지만 머리 속이 깨질 듯한 통증에 병원을 찾아야 했다. 뇌CT 검사 결과, 다행히 이상이 없다고는 하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에 불안했다. 직장인 정 씨(40대, 남)는 최근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운동만 하면 두통이 생겼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순간 힘을 줄 때 두통이 생겨 운동을 쉬어야 할 지, 병원을 가봐야 할 지 고민이었다. 두통은 누구나 흔하게 겪는 증상으로, 대부분 가볍게 넘기거나 진통제 등으로 통증을 가라앉히며 단순 통증을 여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두통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통이 참기 힘들 만큼 심하거나 발생 빈도가 잦아진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두통의 원인이 뇌질환일 경우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두통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평소에는 괜찮다가 운동만 하면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운동으로 인해 유발되는 두통은뇌혈관질환이나 기형, 종양 등 구조적 병변이나 심혈관 질환과 연관될 수 있어, 신경영상검사를 시행하여 뇌 실질 및 뇌혈관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점차 심해지고 졸음, 구토, 감각이상 등을 동반한다면 뇌질환의 원인일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뇌질환이 발생한 경우, 대표적인 증상으로 미처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두통에서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양상의 강한 두통도 느낄 수 있고, 동반 증상으로 오심과 구토 증상 또는 취한 듯 휘청거리는 어지럼증, 시야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경우 위중한 질환이 기저에 있을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두통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면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다만 두통을 유발하는 특정 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수면의 양과 질을 조절하며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성근 칼럼] KBO에 고언, 프리미어12 어떤 사명감으로 나갔나
[김성근 칼럼] KBO에 고언, 프리미어12 어떤 사명감으로 나갔나
2024. 11. 24 15:44 야구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으로 선수들에게 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 지지 말자, 창피당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너희들 모두 스물다섯 여섯 살 때 대한민국 베스트멤버였다. 진다는 건 창피한 일이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 어느 순간 보니 베테랑들이 이 얘기를 다시 하고 있었다. 어디서도 마찬가지다. 프로는 이겨야 한다.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또 졌다. 몇 년째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우리 대표팀에서 여럿이 빠졌다. 군사 훈련 때문에 빠졌고, 부상으로 또 빠졌다. 아프면 우리는 그냥 쉬어버린다. 배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시합에 나가지 못한다. 또 그러니 살이 찐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가장 중요한 건 사명감이다. 과거 일본 오치아이(주니치 전 감독)는 부상 뒤 회복 과정에서 일주일이 필요하면 그 기간을 사흘로 단축하려 훈련 내용을 빡빡하게 바꾸곤 했다. 그런 의식 있는 선수가 있나 싶다. KBO도 문제가 있다. 일본은 리그의 투타 톱클래스 선수들이 다 나왔다. 우리는 왜 세대교체를 내걸고 야구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표팀 경기를 전면 세대교체 무대로 여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톱클래스를 내면서 세대교체는 필요한 곳 몇 명만 하면 맞는 것 아닌가 싶다.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다. 지려고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KBO는 이런 의식이 너무 모자랐다. 세대교체라는 타협적인 이야기부터 나온 이유였다. 세상 모든 일이 타협으로 시작하면 결국엔 맨 앞에 갈 수 없다. 지난 15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결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표팀은 이런 패턴을 몇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일본전 때 우리 주전 마무리(고우석)이 마지막에 맞아 졌다. 그 후에 KBO부터 무슨 준비를 했나, 싶다. 이번에 일본전에서는 5회 (불펜진이) 또 맞았다. 누가 맞았다, 그 얘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타이밍에 2가지, 3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냥 순간만 넘어가면 되는 줄 안다. 이번에 일본에 진 것은 실력으로만 진 것이 아니다. 준비에서 졌다. 또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면, 이 멤버가 2년 뒤 3년 뒤 그대로 대표팀으로 올라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2026년 WBC에 지금 이 선수들 데리고 싸울 수 있나 싶다. KBO는 모호하고 안이하다. 2~3년 사이 대만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대만은 미국에서 선수들을 데리고 온다. 그 선수들을 내세워 시합에 나왔다. 우리는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는 분위기로 나갔다. KBO부터 대회를 준비하는 태도가 나빴다. 야구장으로 관중이 모이는 건 고마움이지만, 고마움에 어떻게 답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깊은 의식이 필요하다. 프로는 프로다운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온 많은 관중 앞에서 ‘역시 프로는 이런 거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는 경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관중 숫자와 팬들 성원에 도취해 있으면 안 된다. 그에 맞는 기술을 보여야 하는데 기술이 모자라다. 금방 사라질 수 있는 숫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 톱클래스들은 ‘제일 중요한 건 기술’이라고 했다. 요즘 우리 선수들이 시즌 끝나고 마무리캠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듣고 있으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떤 구단은 ‘나이 먹은 선수들은 연습 안 나와도 된다’는 식이라고 들었다. 이는 비단 선수 개인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KIA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어떤 팀도 KIA를 압박하지 못했다. 전체 구단들이 과연 어떤 의식을 갖고 있었나 싶다. 우리 프로야구를 보면 각 구단이 살아가려는 방법이 비슷해져 있다. 돈으로 선수를 사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이 보편적인 길이 되고 있다. 가령, ‘우리는 연습이다. 또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의식으로 아침부터 바보처럼 훈련하는 팀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과거 태평양 감독으로 있을 때 “뒤에서 손가락질받는 선수가 되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 그때 태평양 선수들은 “집에 가면 창피하다”고 했다. 매일 지는 팀의 선수로 야구장 밖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창피했던 것이다. 그래서 “뒤에서 손가락질 받지 말고 앞에서 손짓 받는 선수가 되자”고 했다. 지금 프로야구에서는 ‘이 선수는 돈만 많이 받고’, 하는 식으로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안된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수치심을 가져야한다. 프로야구의 최대 가치는 돈이 아니다. 사명감 그리고 명예다.

주간경향(총 934 건 검색)

[IT 칼럼] 직업과 작업, AI의 노동 대체
[IT 칼럼] 직업과 작업, AI의 노동 대체(2025. 02. 14 15:00)
2025. 02. 14 15:00 경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한국은행은 ‘AI와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 앤트로픽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수행되는 경제적 작업’이라는 타이틀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보고서 모두 AI에 의한 노동 대체 가능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결론과 전망은 엇갈렸다. 한국은행은 AI에 의한 노동 대체 가능성과 위험에 방점을 찍었지만 앤트로픽은 대체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두 보고서의 결정적 차이는 분석 대상으로 삼은 데이터와 분석 단위였다. 한국은행은 한 사람이 수행하는 직업(일자리) 그 자체를 두고 AI에 의한 대체성을 봤다. 거시 지표를 바탕으로 AI 기술 노출도와 보완성을 모델링해 직종과 연령, 교육 수준에 따라 그 영향을 측정했다. AI 기술에 많이 노출되지만, 기술에 의한 보완 정도가 낮으면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행은 국내 일자리의 27%가 AI로 인해 대체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앤트로픽은 직업과 작업을 구분하고 세분화했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노동자는 적게는 수개, 많게는 수십개의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외과의사라고 해서 수술만 하는 게 아니다. 외래 상담도 하고 세미나를 열어 동료 의사들과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다양한 부가 작업도 도맡아야 한다. 앤트로픽은 노동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자사의 실제 AI 활용 데이터를 작업 단위로 들여다봤다. 결론은 노동자 한 명의 모든 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는 것. 그들의 데이터를 인용하자면 단일 직업 안에 존재하는 작업들의 75% 이상에 AI가 사용되는 경우는 4%에 불과했다고 했다. 평균적으로는 대략 25% 내외 수준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의 추론 능력이 높아지고 세계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물리적 작업까지 침범하는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할수록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인간의 적응성과 통합 지능이다. 앤트로픽의 보고서에서도 관찰되지만, 인간은 AI를 자신의 역량 보완과 작업 자동화를 통합해서 이용하려는 경향을 나타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을 때 이를 자신만의 통합적 지능 체계로 내재화하려는 적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직장의 이전을 통한 전환 노력을 시도한다고도 했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요소는 또 있다. 국가의 역할이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지만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인 1800년대 초, 러다이트 운동의 등장은 기술 혁신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한 영국 내 극심한 불황도 한몫을 했다. 그만큼 기술에 의한 노동 대체와 실업률 상승은 기술 하나의 요소만을 떼어내 파악하기가 어렵다. 경기순환 사이클, 법체계와 정책 방향, 지정학적 특성과 전쟁의 유무 등 복합적인 영향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 바로 국가의 역할이 존재한다. 노동 구조의 변화는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해야 하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차원도 두루 살펴야 한다. 오로지 기술 혁신 중심으로만 노동 대체 전망을 판단하는 건 때론 성급할 수도 있다.
IT칼럼
[메디칼럼] (47) 고기도 안 먹는데 이상지질혈증이라뇨
[메디칼럼] (47) 고기도 안 먹는데 이상지질혈증이라뇨(2025. 02. 07 14:50)
2025. 02. 07 14:50 건강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지혈증은 혈액 내 지방 수치가 높은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보면 LDL 콜레스테롤이 많거나, 중성지방값이 상승하거나, HDL 콜레스테롤 농도가 낮은 경우가 있다. 이처럼 혈액 내 지방의 수치가 높고 낮은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이라 하는데, 개인별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약물로 치료한다. 건강검진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임에도 약물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더 해본 뒤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지 않으면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LDL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양보다 간에서 합성되는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음식 조절이나 운동 증량 등의 노력이 혈액검사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약물 미복용 기간이 길어진다면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경화증이 진행돼 심장이나 뇌의 혈관이 좁아질 수 있고, 이후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을 꼭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땐 혈관 협착 더 빠르게 진행 나이가 많아지거나 체중이 늘어나면 중성지방 농도가 상승한다. 과체중이나 비만한 상태가 되면 간에서의 중성지방 합성이 증가하고, 체중을 감량할 경우 중성지방의 수치는 낮아진다. 따라서 고중성지방혈증을 진단받았지만, 약물을 투여할 정도는 아닌 수준의 경우에는 식습관 교정 및 체중 감량을 통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식사에서의 지방 섭취를 제한하고 적정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며 채소 및 섬유질의 섭취를 늘리는 식단으로 바꾸고, 유산소 운동을 통한 지방 연소 및 체중 감량을 한 뒤 공복 혈액검사를 통해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한다. 이렇게 해도 호전되지 않거나 일정 수치(400㎎/㎗) 이상 인 경우에는 췌장염 등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라도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 지방과 탄수화물, 당류가 많은 식사와 운동 부족, 이로 인한 체중 증가가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LDL 콜레스테롤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인데, 이것이 혈액 내에 기준치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경우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을 좁아지게 할 수 있다. 혈관 벽에 쌓인 LDL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 염증 세포들을 불러 모아 플라크 형성이 촉진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혈관 협착은 더욱더 빠르게 진행되므로 동반 질환의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플라크가 터져 신체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의 관상동맥 또는 뇌의 동맥을 막게 되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급성 중증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예방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 및 나이, 흡연 여부, 고혈압, 당뇨병 유무 등으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가늠하고 그 위험도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의 목표 수치를 정하고 약물 용량을 결정한다. 병원에서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고 투약하는 경우의 절반 이상은 LDL 콜레스테롤 상승으로 인해 스타틴을 복용하는 사례다. 스타틴이라는 약물은 간에서 LDL 합성이 일어나는 과정 중의 한 부분을 억제해 LDL 생성을 막는 기전으로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LDL 콜레스테롤 레벨을 낮게 유지하면 동맥경화성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약물 복용하며 습관 개선하게는 게 효율적 스타틴 복용으로 인한 혈당 상승, 간 기능 저하,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있어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는 환자 개개인이 가진 질환이나 수술 이력, 생활습관, 가족력,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약물 시작 여부를 결정한다.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약을 먹는 것이 추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중증질환의 예방에 효과적이므로 의사와 상의 후에 필요하다면 투약하는 것을 권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2023년 건강검진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194만3855명으로 2016년의 62만4345명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잘못된 식습관만으로 생기는 질환은 아니지만, 지방과 탄수화물, 당류가 많은 식사와 운동 부족, 이로 인한 체중 증가는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의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활동 감소, 비대면 활동 증가, 배달음식의 활성화도 유병률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단순히 습관을 바꾸려 하면서 이상지질혈증의 호전을 기다리는 것보다 약물을 복용하며 습관 개선을 위해 애쓰는 것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한 번의 혈액검사를 통해 나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으니, 이번 달에는 공복으로 병원에 방문해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메디칼럼
[IT 칼럼] 딥시크, ‘일반기억’의 대중화
[IT 칼럼] 딥시크, ‘일반기억’의 대중화(2025. 02. 07 14:50)
2025. 02. 07 14:50 경제
딥시크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에는 의식이 없다. 결국 입력을 넣으면 출력하는 전산 설비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세상의 모든 기억으로 학습된 다소 진보된 외장 기억장치라 할 수 있으니 루소의 일반의지는 되지 못해도 ‘일반기억’이라고는 충분히 불릴 만하다. 인간의 진짜 기억처럼 오염도, 환각도 벌어진다. 기억은 입력된 정보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 출력 정보를 통제하려면 입력을 관리하면 된다. 그렇기에 각국은 제각각의 모델을 지녀야 한다는 ‘소버린 AI’(주권 AI) 국산품 생산 장려 운동에 매료된다. 유럽도 한국도 국가별 AI 순위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던 중 온 세상이 딥시크로 시끄러워졌다. 중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수출을 막았으니 못 만들 줄 알았던 물건을 보란 듯이 만들어내고, 그 사본 또한 누구나 받아 내릴 수 있도록 공개해버렸다. 무역전쟁 중인 미국 정부, AI 챗봇의 대명사 오픈AI와 구글 그리고 오픈소스 AI 모델로 판을 새로 짜보려던 메타까지 갑자기 머쓱해져 버렸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딥시크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알려진 지는 꽤 됐다. 품질은 챗GPT를 무색게 하는데, 무료라는 소문에 알음알음 쓰고 있었던 상태. 중국제인지도 몰랐고, 별 관심도 없었다. 뉴스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일상 사용자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을 터다. 중요한 건 효용이었다. 한국어도 국산품 못지않게 잘한다. 갑자기 튀어나온 못은 망치를 부른다. 비판과 검증이 쇄도했다. 챗GPT 같은 기성품을 ‘증류’라는 방식으로 불법 사용해 만들었을지도, 개인정보가 다 수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중국은 정보의 무상 활용을 당연시하는 역사와 문화 안에 산다. AI 학습 자료를 모으는 데도 저작권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 세계 어떤 모델보다 크고 광활한 데이터를 소화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미제 모델로 몰래 단련했다면 관점의 다양성도 확보됐을 수 있다. 딥시크는 메타의 라마(Llama)처럼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기에 누구나 가져다가 만져볼 수 있다. 온라인판 딥시크와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된 딥시크 모델을 자가 설정해서 쓰면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공산당에 민감한 정보도 태연히 알려준다. 딥시크는 전 세계의 일반기억이 될 소양을 실은 갖추고 있었다. 생성형 AI는 그 덩어리를 그대로 가져다가 ‘조율(파인튜닝)’하거나, RAG(검색증강생성)라 불리는 외부 정보를 외장하드 붙이듯 더해 나만의 AI를 만들 수 있다. 동일한 일반기억을 공산당식 소버린 AI 풍으로 검열 후 운영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러한 일반기억이 양산돼 흩어질수록 인터넷의 소중함은 옅어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포켓 사전을 들고 다녔던 것처럼 우리는 일반기억을 인터넷 검색 대신 참조할 터다. 그게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다면. 날것이 소화가 힘든 것처럼 인터넷의 살아 있는 정보에는 인지능력이 소모되니 피곤하다. 일반기억을 남이 추려서 떠먹여 주면 편하다. 낡아버린 정보일 수도 있지만 편하면 그만이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났을 수도 있고, 첨가물이 잔뜩 들어 있을 수도, 근본적으로 썩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전의 판올림처럼 갱신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인터넷이 발견되기 전까지 익숙했던 방식처럼. 딥시크의 등장과 품질은 그러한 미래를 엿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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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
[메디칼럼]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2025. 01. 24 15:00)
2025. 01. 24 15:00 건강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될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2월 시작한 의료대란이 2025년 새해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이제 슬슬 그 영향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당분간 신규 의사는 기존의 10분의 1로, 신규 전문의는 5분의 1 이하로 급감할 것이다. 모든 의료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내가 몸담은 장기이식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장기기증을 한 뇌사자는 397명이다. 2011년 이후 처음 400명 이하로 내려갔다. 2022년 코로나19 창궐 때도 405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했다. 2024년 장기이식은 코로나19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한 것이 1355건이니 뇌사자 1명이 3.3명의 환자에게 장기이식을 한 셈이다. 2023년은 코로나19 유행에서 벗어나 장기기증이 다시 활성화되던 해로 483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2024년의 의료대란만 없었다면 약 100명의 뇌사자가 더 장기기증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약 330명이 새로운 삶을 찾았을 것이다. 공든 탑 무너지는 장기이식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장기기증을 희망했고, 각막이식으로 이어지자 이듬해 장기기증 건수가 증가했다. 2017년 뇌사자의 아버지가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더니 ‘장기는 적출하고 시신은 아버지가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오자, 2017년 515건이었던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2018년 449건으로 급감했다. 이후 한국장기기증원(KODA)과 이식학회 등이 인식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으나 급감하는 추세만 늦추었을 뿐이다. 다행히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2023년 483명으로 다시 올랐으나 지난해 의료대란으로 장기기증 건수는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대표적인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 사례다.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은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이 연속적인 과정을 거쳐 결국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의료대란이 해결되더라도 예전만큼의 장기기증과 장기이식 수술 활성화는 단기간에는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어려움은 작년 겨울 한국장기기증원에서 하는 모임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대학병원에서 ‘잠재 뇌사자’ 발굴과 기증이 특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심각한 뇌 손상이나 뇌병변이 의심돼 잠재 뇌사자로 판단되면 병원은 한국장기기증원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뇌사 판정을 받고 유족이 장기기증 의사를 보이면 그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한 뒤, 장기기증 수술 전까지 뇌사자를 관리한다. 이렇듯 장기기증 수술을 하기까지는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 듯한데, 그것이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대학병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분야는 장기이식 분야만이 아닐 것이다. 응급의료 체계 또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응급실은 의사 부족과 배후진료 역량의 부재로 환자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곳이 없어 적기를 놓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대거 이탈하면서 응급실 폐쇄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지역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아야 하는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부산대병원 본원의 경우 종양내과 의료진의 사직으로 암 환자의 진료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생존율 감소가 우려된다. 대다수의 대학병원에서는 항암 치료 일정이 연기되거나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2024년의 초과 사망률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초과 사망률의 증가는 미미했으니, 2024년의 의료대란은 전무후무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의료대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또 해결되더라도 이제 과거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의사와 정부 사이의 불신은 돌이킬 수 없고, 내가 몸담은 장기이식과 같은 필수의료에 투신하려는 의사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장기이식, 북유럽식 제도 고려해볼 만 한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은 미국과 유사하다. 장기이식을 하는 모든 병원이 각자 대기자를 등록하고 경쟁적으로 이식수술을 시행한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2019년에는 전국에 신장이식을 하는 의료기관이 80여개나 됐다.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이 제대로 나타나려면, 장기이식을 하는 병원이 경쟁해 우수한 병원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장기이식을 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버린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아 유입도 줄어든다면 이런 시스템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영국이나 북유럽식의 장기이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에딘버러에 있는 ‘로열 인퍼머리’에 가야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장기이식을 오슬로대학병원에서만 한다. 오슬로대학병원에서 복부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는 1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도 장기이식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줄어든다면, 모든 병원에 장기이식을 하는 외과 의사 및 기자재를 분산할 것이 아니라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그곳으로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미 외상센터들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만일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적은 인원으로 더 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수립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필요한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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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동기부여가 팀워크와 기회를 만든다…더배럴 박상진 대표
[칼럼]동기부여가 팀워크와 기회를 만든다…더배럴 박상진 대표
2022. 11. 10 14:01 문화/생활
콘텐츠 전문기업 ‘더배럴 컴퍼니’ 박상진 대표는 재출발이 망설여질 때 주변의 작은 도전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도전은 곧 동기부여다.2000년대 초반 스페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 전략을 세웠다. 베컴, 피구, 호나우두, 지단 등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유입해 팀을 결성한 것이다. 마블 영화의 어벤저스처럼 어마어마한 조합이었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갈락티코는 유럽 리그를 제패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을 조직력, 즉 팀워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이 모였더라도 팀워크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팀워크는 스포츠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 등 모든 조직에 필요하다. 이제 4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촬영 전문 기업 ‘더베럴’도 예외는 아니다. 더베럴은 모델 에이전시, 아티스트 컴퍼니로 시작해 스튜디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프로덕션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덕션 사업은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베럴의 촬영 서비스에는 영상 작업도 포함되어 있지만 작년까진 외주로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광고주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자사를 적극 피력하기 어려웠고, 이를 계기로 프로덕션 운영을 결심했다. 촬영감독, 편집자, 기획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해 팀을 꾸렸으나 초기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로 합이 맞지 않아 소품이 누락되거나 촬영이 지연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팀워크에 문제가 있으니 일을 추진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헨리 포드는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하지만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내게도 팀이 협력해서 함께 뛰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했다. 고민을 거듭하며 생각한 방법은 영상 공모전 출품이었다. 상업 촬영은 일정한 수익과 목표치가 있고 압박이 큰 작업이다. 나는 팀원들이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서로 합을 맞추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대학 시절 조별 과제나 열정 넘치던 업계 초년생들처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말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우리는 근 1년 사이 총 13개의 공모전에 도전했다. ‘제2회 컴포트랩 영상 공모전’ ‘2022 창원 미디어 페스티벌’ ‘제7회 미추홀구 영상공모전, 홀며들다’ 등 5개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5개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수상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저절로 따라오니 직원들 모두 상당히 고무되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어느 하나 공들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가장 의미 깊은 작업을 꼽자면 창호 회사 ‘㈜정직한 도움’이 주최한 공모전(2022 정직한도움 완성창 유튜브 UCC 공모전)이다. 결과 발표 후 회사 대표님이 인상 깊은 영상물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직접 감사를 표하셨다. 그리고 영상물을 회사 홍보물로 사용하길 원하셔서 별도의 대가를 지불받고 편집 영상과 저작권을 전달해 드렸다. 수상을 떠나 더베럴의 영상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뿌듯했다. 공모전을 통해 얻은 최고의 성과는 우리가 ‘팀 더베럴’로 뭉쳤다는 점이다. 새롭게 모인 팀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결합해 움직이게 됐다. 축구 경기에서 11명의 선수가 각자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해내고 팀을 승리로 이끌 듯이 말이다. 광고주와의 사전 미팅 시 자사만의 레퍼런스가 풍부해진 것, SNS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덕분에 상업 촬영 문의가 늘어났다는 것도 기쁜 일이다. 비록 업계 후발주자지만 우리의 노력과 능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더배럴 컴퍼니’ 박상진 대표. ‘경단녀’라든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데 용기가 없는 분들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작은 일이라도 뭔가 도전할 거리를 찾아 꾸준히 시도하는 모든 것이 기회가 된다. 공모전이든, 작은 이벤트에 응모를 하든 우리 주변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 인생 두 번째 스텝의 첫 걸음이 될 것이란 것을 경험했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쁜 상업 촬영 와중에도 공모전 준비에 열정을 쏟은 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한 작품 한 작품 제출하고 수상하며 기뻐했던 시간,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자고 다짐했던 순간들이 오늘의 ‘팀 더베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뭉클함, 뿌듯함, 자신감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바로 촬영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더베럴 컴퍼니가 되자는 것이다. 건전한 발전을 이루는 기업의 중심엔 반드시 사람이 있다. 더베럴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면 언젠가 좋은 성과와 변화로 보답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우리는 모두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자질이 있는 존재들이다. 더베럴은 지속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고 웹드라마와 단편영화 제작도 해볼 계획이다. 난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촬영 현장에서 발로 뛰며 팀원들과 호흡하려고 한다. 더베럴은 끈끈한 팀워크로 무장한 ‘어벤저스들’과 함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성장하며, 각자 마음속에 품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주부를 변화시키는 지상특강]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_집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
[주부를 변화시키는 지상특강]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_집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
2015. 05. 08 18:40 화제
현대사회에서 집은 가족 구성원이 거주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은 인문학적으로 건축을 바라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집이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회를 반영하는 ‘집’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을 공학적이거나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한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재테크 측면으로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건축은 인문학적이기도 하다. 옷이 단순한 패션을 넘어 시대를 반영하고 유행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듯 건축 역시 사회·문화 현상이라는 것. 집은 의외로 사회를 굉장히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 주택은 핵가족 위주로 내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공간들로 구성돼 있어요. 이와 달리 조선시대의 주택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응접실, 식당 등 공적인 영역에서는 손님을 초대해 맞이했고, 사적 영역이라곤 침실밖에 없었죠. 그 당시엔 거실이나 어린이 방과 같은 개념이 없었어요. 지금은 어느 집이나 거실, 안방, 식당 겸 부엌과 자녀 방으로 구성돼 있죠. 밥 먹고 잠자는 침식 기능이 많이 강화됐고 응접실같이 외부 사람을 맞이하는 공적 개념이 사라지고 내밀한 공간이 됐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주택 역시 개인화된 셈이죠.” 자녀 위주라는 것 역시 현대 주택이 갖는 특징이다. 한 가정에서 낳는 자녀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개인적 영역인 독방을 제공했다. 게다가 교육열이 높아져 자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주택 내에서도 자녀의 영역이 점점 비대해졌다. “어떤 가정은 방이 3개 있는데, 어른 둘이 방 하나를 쓰고 아이가 혼자 방 2개를 쓰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공부방과 자는 방을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 하나가 방 2개를 쓴다는 게 굉장히 이상하죠. 집도 결국 이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남성 가장이 쓰는 주인실과 여성의 주부실이 따로 있었고, 아동실은 뭉뚱그려져 있었어요. 당시에는 아이가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집은 여성의 지위 변화도 담고 있다. 20세기 초반 많은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거나 포로로 잡혀갔기 때문에 여성들은 군수산업에 종사하며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산업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야 했는데, 이에 따라 ‘주거 근대화’가 나타났다. 부엌 설비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엌에 아궁이와 부뚜막을 없애고 싱크대를 놓으면서 입식 부엌을 갖추게 됐죠. 부엌의 위상이 높아지니까 남성의 가사 분담을 유도하기도 쉬워졌어요. 부엌을 현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여성의 공간이라고 알려진 안방을 화려하게 꾸몄어요. 드레스룸이나 파우더룸 같은 공간을 두기 시작하면서 안방이 비대해졌죠.”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은 사랑채와 안채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남성이 머무르는 사랑채는 접객의 공간이자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었지만, 여성에게는 가사와 휴식의 기능을 하는 안방과 주방만이 주어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은 주방을 현대화하고 안방에 드레스룸을 부가하는 등 여성의 공간이라고 알려진 곳의 위상을 높여왔다. 혹자는 이에 대해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다고 하지만, 그 이면엔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다. “결국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출산과 육아, 가사뿐이라는 의미인 거예요. 우리 사회에서는 방이 하나 남으면 남성의 서재로 꾸미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까진 여성을 위한 서재, 아내를 위한 서재는 생소하죠.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를 보면 ‘맘스 데스크’, ‘맘스 오피스’라고 해서 엄마의 공간을 두곤 하는데, 하나의 방이 아니라 부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요. 여성들이 베란다를 개조해서 ‘나만의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베란다는 집의 주된 공간이 아니죠. 이렇듯 집이 여성의 높아진 지위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면이 있어요.” 아파트의 숲,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아파트가 많은 대한민국의 도시들. 본래 아파트는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주거지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집단 노동자 주택이었다. 서양에서는 아파트가 빈민 주거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반해 우리 사회에서는 그 반대의 인식이 강하다. “1960, 70년대 급격한 근대화 시기에 아파트는 부유층이 사는 선진화된 서구식 주거지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어요. 산업화로 인해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게 되자 정부는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주택정책을 펼쳤죠.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몰리면서 집값은 크게 올랐고, 그 과정에서 집은 가장 손쉬운 자본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있었어요. 인식과 대량 공급, 투자 가치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파트가 잘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지만 그들의 이상적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아니다. 아파트에서의 삶은 일시적이고, 어쩔 수 없이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이상적이고 완결된 주거 형태로 단독주택을 꼽는다. “사람들은 10세 이전에 살았던 집의 형태를 무의식중에 주거의 원형이라고 생각하고 이상적 주거 형태로 평생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경향은 특히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서 많이 나타나요. 그들은 어렸을 때 단독주택에 살았고, 상당수가 지방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상경했고 직장을 다닌 경험을 집단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아파트는 부박한 삶을 견디는 일시적인 주거지일 뿐이에요. 연어가 회귀하듯이 은퇴 뒤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는 꿈을 꾸죠. 이런 것도 시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삭막한 아파트의 숲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서 작가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한 번 아파트를 짓고 나면 계속 아파트 부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파트 한 동에 100가구가 산다고 해보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한다면 100가구를 수용할 만한 아파트를 지어야 해요. 아파트를 헐고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10채밖에 못 지어요. 그럼 90가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90가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비용을 부담하고 10가구만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죠. 오래되고 가구 수가 적은 소규모 아파트를 헐고 공원을 만든다든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근 많이 형성되고 있는 대단지 같은 경우 계속 그 부지에 아파트가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리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으니까요.” 좋은 집의 의미 우리 사회는 집을 소유, 재산 증식의 수단,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주는 매개체로만 바라보고 있다. 투기가 만연해지면서 집은 삶의 공간이 아니라 되팔아서 돈 버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자본주의 내에서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2가지 가치가 있어요. 사용가치는 물건의 유용함을 의미하고, 교환가치는 되팔 수 있는 정도를 말하죠. 그림 1장이 2억원이라면 그것이 비싼 이유는 지금 내가 2억원에 사도 10년 뒤에 5억원에 되팔 수 있다는 교환가치가 월등하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주택도 교환가치가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집값의 거품이 꺼지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집에서 그동안 부풀려졌던 교환가치가 사라지고 실제 사용가치만이 남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품이 빠진다는 건 결국 교환가치가 소멸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에요. 주거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가 강화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과연 뭘까. 아파트보다는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사는 것일까. 서 작가는 끝내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한다.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에요. ‘언젠간 전원주택 지으실 거죠?’, ‘집 지으셔야죠?’ 이런 질문을 많이 들어요. 대중은 손수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 거라고 말하는데, 사실 집이라는 것에 답은 없습니다. 단독주택이 언젠가 완결돼야 할 이상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집을 잠만 자는 곳이라는 단순한 장소로만 여기게 되면 우리의 삶 역시 그저 먹고 자는 것의 연속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집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 곧 내가 사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니까요.” Profile 서윤영(47) 수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명지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건축 칼럼니스트가 됐다. 주로 건축을 사회·문화·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을 쓰고 있다. <■글 / 노도현기자 ■사진 / 안지영>
[프런트 에세이]푸드 칼럼니스트 차유진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프런트 에세이]푸드 칼럼니스트 차유진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2013. 01. 07 15:57 문화/생활
2011년 가을부터 나는 급작스럽게 여주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마흔 중반이 되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보긴 했었는데, 10년이나 일찍 시골에서 살게 된 것이다. 여주는 외가댁의 선산이 있는 곳이라 정착해서 평생 살아온 고종사촌들이 있기는 했지만 내겐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어느 정도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냐면 귀향을 결정하고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기까지 2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익숙한 서울을 떠나 혼자만의 시골생활을 시작하는 내게 힘이 됐던 단 한 가지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생활방식대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바로 내 손으로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자급자족하는 생활에 대한 기대였다. 자신이 요리할 재료를 재배하는 데 대한 로망이 없는 요리사가 과연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뭐든지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요리는 대부분 순수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믹서나 전자레인지 등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구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재료를 다듬고, 썰고, 볶고, 담아내는 모든 일들을 손으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계의 힘을 빌려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귀찮더라도 사람 손이 한 번 더 가도록 해 만들면 맛은 물론이고 음식에 전해지는 좋은 기운도 다르다고 굳게 믿는다. 취미로 조금씩 하고 있는 염색과 바느질도 그렇고, 키보드로 옮기기 전에 손으로 일일이 꾹꾹 눌러 글을 쓰는 습관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손과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해도 시골의 끊이지 않는 일거리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처음 집을 수리해 들어갈 때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소소한 못질, 주변의 풀을 베고 돌을 골라내는 일, 구멍 난 방충망을 때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었다. 전화를 하면 즉시 방문하는 수리 센터도 없고 뭔가 떨어졌을 때 금방 나가서 사오면 되는 집 앞 편의점도 없었다. 스스로 뭐든지 고치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알뜰하게 사는 방법을 깨칠 수밖에 없었다. 동네분들이 이것저것 먹으라고 갖다 주시는 농작물들을 갈무리해서 보관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시골에도 대가족이 아닌, 어르신 두 분만 사는 경우가 많아서 남아도는 식재료를 나눠 먹거나 말리고 쪄서 갈무리하는 일로 1년 내내 바쁘다.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른들을 도와 신선한 재료를 잘 다듬어 저장했다가 서울에서 지인들이 오면 요리해서 주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메주를 빚고, 청국장을 띄우고, 무청과 배추 잎으로 우거지를 엮어 말리는 것도 배웠다. 갓 이사를 해서 내가 재배하는 것이 없던 가을에도 그 많은 일들을 도와드리느라 정신없었는데, 해가 바뀌고 봄이 돼 아주 작게나마 나의 텃밭이 생기자 일은 몇 배로 늘어났다. 흙을 붓고, 다시 쇠스랑으로 흙을 뒤집어 돌을 골라낸 다음 거름을 주고, 씨와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지지대를 세워주고 나면 날이 더워지면서 잡초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뽑은 다음 뒤돌면’ 다시 쑥 자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열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를 치고 비가 오기 전에 비료를 주고, 진딧물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만든 약을 주거나 손으로 잡고, 무당벌레를 진딧물 근처로 옮겨주는 일도 했다. 그 일들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농사일을 비롯한 시골생활이 도시 사람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환경보호와 유기농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다. 왜 시골 어르신들이 내가 무농약이나 유기농을 말하면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뚱하게 바라보셨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자급자족, 핸드메이드는 타샤 튜더의 책 안에서나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다. 느리게 살기, 손으로 만들기, 에코적인 생활.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혹은 도시 속이라 하더라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니, 관심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하나 둘씩 그 수를 늘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 농장을 가꾸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를 이용해 소규모의 농사를 짓고, 식탁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모두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의 시골생활 방식은 그곳에서 평생 살아오신 분들이 보기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다짜고짜 유기농이 아니면 안 된다고 우기는 유통업체나 농약이나 비료 쓰는 것을 마치 실패한 농사같이 여기고, 시골 삶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도시 삶을 시골에 그대로 가져와 생활하며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농사짓는 방식을 무시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질려버린 분들도 많았다. 나 또한 열 평 남짓의 텃밭을 가꾸며 약 안 뿌리고 제대로 된 열매를 키워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벌레 잡기부터 땅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한 해씩 건너가며 농사를 짓고, 음식물로 퇴비를 만드는 일들이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기 때문에 몇만 평씩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의 하소연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적어도 유기농, 무농약 재배를 하려면 농작물 옆에서 그야말로 손이 썩어나도록 보살피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농촌에는 일손, 특히 젊은 사람들이 너무나 없기 때문에 어르신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던 사람의 손으로만 가꿔지는 작물은 사실 아주 적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텐데, 그 과정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다짜고짜 유기농 채소를 내놓으라는 사람들을 고운 눈으로 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유기농으로 약 안 치고 기르면 열매가 작고 벌레가 뜯어먹은 부분이 있다고 싫어하는 도시 사람들이 많다며 웃는 분들을 보면서 유기농이나 흙에 가까운 삶을 살겠다고 주장하기 전에 더 많이 공부하고, 도시와 시골 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다. 대안적 도시농업이나 옥상 유기농 재배를 하며 소규모 유통을 꿈꾸는 사람들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람 몸에 좋은 농작물을 키우려는 취지 또한 이해가 간다. 나 또한 그런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쉽게 시골로 내려갔으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도시 안에서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하니까. 일단 머릿속으로 생각한 대로 재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해서 키워놓은 물건들의 맛이나 질이 떨어질 때 마주하는 고민도 커진다. 역시 스스로 재배하고 소비하는, 개인을 위한 자급자족과 무언가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게 된다. 농사와 유통. 유기농과 대체에너지 등 큰 주제들이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려면 어쩌면 나의 세대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산업화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복구하기 위해선 시간뿐 아니라 새롭고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일들이 모이면 곧 그것이 혁명이 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 나는 믿는다. 사실 상추와 고추를 기르기 위해 베란다에 화분을 들이는 것보다 더 쉽고 간단한 일도 있다. 지금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푸드 칼럼니스트인 아만다 헤서(Amanda Hesser)의 책 「미스터 라테(Cooking for Mr. Latte)」를 보면 아만다는 미래의 시어머니와 함께 요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적어도 여자들끼리 계속해서 물려받았을 요리 노트의 레시피에는 시어머니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본인이 그때그때 만들어보고 기록한 팁들과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낡은 노트를 물려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보고 덧붙여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만드는 것이다. 아만다와 미래의 시어머니는 블로그 및 인터넷으로 인해 직접 기록해 물려주는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한다. 이러다가는 정말 소중한 것, 남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될 거라고 말이다. 시골로 옮겨 농사를 짓는 것 이외의 작은 실천, 이를테면 위와 같이 주변의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과거에서 좋은 답안을 찾는 것이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실천이자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10년 전 책을 보고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간되는 요리책 중에는 특히 할머니의 요리법 내지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법 그리고 그렇게 대를 물려주는 요리 노트들을 재현해내는 책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남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확히 용량을 계량하고, 눈대중으로 만들던 엄마와 할머니의 요리법을 기록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노트와 계량 도구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진정한 ‘핸드메이드 행동’이라는 생각에 나도 레시피용 수첩을 따로 사서 지금은 요양원에 계시는 외숙모의 녹두 김치전과 엄마의 코다리조림과 들깨탕을 기록해두었다. 요리를 하면서 당연히 재료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게 되고 그리고 그 재료들이 옛날에는 어떻게 재배됐는지, 현재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전해 내려오고 살아남았는지, 아니면 혹은 잃어버렸는지 저절로 알고 기록하게 된다. 나는 농촌과 도시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도 바로 나만의 집안 레시피 기록 남기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작년 여름부터 나는 시골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직접 재배한 재료를 이용해 보존제와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은 홈메이드 푸드를 만들어 선보이는 작은 마켓을 운영 중이다. 재료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좋은 음식, 새로운 음식에 대한 경험도 해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존제를 넣지 않은 음식의 유통기한에 당황해하던 고객들도 매주 조금씩 자주 마켓에 들러 음식을 사고 그때그때 즐기면서 먹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자신이 먹는 음식과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 그때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도 기록하고 싶어질 거라 믿는다. 진정한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날도 머지않았다. 편집 후기 외국 사람들이 가장 낯설어 하는 한국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밥’으로 대체되는 일상의 대화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자연스레 “식사는 잘 하셨어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하고, “점심은 뭐 먹었니?”라는 말로 상대의 ‘안녕’을 묻기도 한다. 호감 가는 사람에게 “언제 같이 밥 한 번 먹죠”라며 넌지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맛있는 저녁 사겠습니다”라며 한발 다가가기도 한다. 먹는 행위와 관련된 말들은 사람 사이에서 원만한 관계의 출발을 예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호감과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밥(식사)’이라는 것은 단순한 명사 이상의 깊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생각해보면 음식에는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굉장한 힘이 내재돼 있는 듯하다. 아내와 크게 다투고 난 뒤 미안한 마음을 담은 토요일 브런치를 준비하는 남편에게서, 오늘도 ‘공공의 적’ 직장 상사의 횡포에 시달리다 한자리에 모인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생각만 해도 볼이 발그레해질 만큼 사랑스러운 연인과 함께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서, 유독 자신에게만 가혹한 것 같은 세상일에 지친 친구에게 가진 돈 탈탈 털어 고기 한 판을 사주는 이의 모습에서, 시험 날 아침 속부터 든든히 챙기라며 뜨끈한 국을 내어주는 엄마의 손길에서, 우리는 그 ‘특별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갈수록, 아니 살아낼수록 그 ‘특별한’ 힘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경험도 더 많이 쌓여만 간다. 음식이 단순한 에너지 연료가 아닌 내 인생 하나의 사연이 깃든 ‘고유명사’가 됨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좋은’ 마음으로 키워낸,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찾아내고 가까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 행위 안에 숨겨진 복잡 미묘한 파장과 떨림을 좋아한다. 음식 하나하나마다 나만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일도 즐겁고 뿌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차유진 작가의 ‘손녀딸의 네타스마켓’을 알게 된 것은 2012년 최고의 수확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온기 가득한 이 마켓을 찾아 정성과 긍지가 가득한(무엇보다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는 ‘맛’을 자랑하는) 메뉴들을 구경하고 맛보고, 또 그곳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고 있다. ‘네타스마켓’ 음식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음식마다 꼭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진득하게 짜낸 생강 진액은 이맘때면 언제나 목이 잠겨 고생하는 엄마를, 짭조름한 올리브는 밤마다 와인 홀짝이길 좋아하는 선배를, 고소하게 양념된 오징어젓갈은 오랜 자취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를, 폭신폭신하게 구워진 머핀과 과육이 살아 있는 애플 캐러멜잼은 주말 메뉴를 고민하는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정말 좋은 음식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어야 더욱 맛있고 좋기 때문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대충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는 식사는 그저 지루한 단순노동이 될 뿐이다. 나와 네가, 우리가 함께 마주 앉아 있기에 그 식탁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꾸만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한 인생이야말로 풍요롭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매서운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이 겨울,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청하고 싶어진다. 이번 주말, 같이 ‘네타스마켓’ 샌드위치 나눠 먹을까요? 차유진 작가는… ‘손녀딸’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푸드 칼럼니스트 차유진은 섬유미술을 전공한 뒤 사회생활을 하다가 영국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2년 영국 탕트마리 요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귀국해 쿠킹 스튜디오 ‘손녀딸의 테스트키친’을 열고 요리 강좌, 케이터링, 카페 메뉴 컨설팅, 화보 촬영, 푸드 칼럼 연재 등 다양한 방면의 작업을 해왔다. 특히 요리 관련 글쓰기와 번역에 몰두하고 있으며, 2012년 가을부터는 소규모 홈메이드 푸드 마켓과 음식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네타스키친’을 운영 중이다. 펴낸 책으로는 「푸드러버를 위한 손녀딸의 테스트키친」, 「청춘남미」,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와 여러 명의 다른 작가와 함께 참여한 「소울푸드」가 있다. 「프렌치 테이블」, 「파스타의 기하학」, 「푸드러버를 위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진행 / 이연우 기자 ■글 / 차유진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프런트 에세이
[닥터 칼럼]몸이 따뜻해야 건강하고 암도 예방할 수 있다
2012. 07. 11 12:24 건강
ㆍ여성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남자, 김달래 원장 한여름인데도 당신은 푸치니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의 주인공인가. 아랫배가 차서 설사를 하고 생리 때마다 고통을 당하면서도 배꼽티를 입지는 않는지…. 게다가 시린 발 때문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다닌다면 자신이 ‘냉증’ 환자일 수 있으며,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각종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따뜻한 남자, 김달래한의원의 김달래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대 겸임교수)이 암과 냉증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냉증은 특히 여성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주범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여성들 스스로 따뜻한 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젊었을 때는 한겨울에 ‘하의 실종’ 패션을 하고 다녀도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몸을 차갑게 하는 습관이 여성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중년 이후가 되면 냉증으로 고생하며, 남편을 원망하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남자들은 배우자나 연인의 차가운 몸을 더 많이 어루만져줘야 합니다.” 김 원장은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상체질 전문 명의(名醫)로 명성을 쌓았고 ‘따뜻한 남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냉증 전문 한의원을 개업해 바쁜 진료 스케줄과 연구를 하면서도 사상의학적으로 암 예방과 암 환자의 치료에 관해 풀이한 책인 「암은 냉증이다」를 펴내 심오한 체질의학의 지평을 넓혔다. 매일 많은 여성들의 차가운 손과 발, 복부를 진찰하며 가슴이 시린 적이 많았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몸이 차가운 증세인 냉증에 걸리면 단순히 냉대하나 생리통, 혈액순환 장애 등 만성적인 질환을 앓는 정도에 그치지 않아요.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고, 자연 치유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평소 손이나 발, 복부가 찬 사람들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식생활과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여성들 스스로 따뜻한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냉증이란 한마디로 복부와 손발이 한여름에도 차가운 경우를 말한다. 냉증의 진단은 맥에너지 측정, 피부 전도율 측정, 혀 상태 관찰과 피부의 적외선 체열 촬영 등을 통해 이뤄진다. 원인은 지나친 다어어트, 운동 부족, 나쁜 생활습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것이 아니어도 나이를 먹어가면 점차 몸이 냉해진다. 체온이 0.5도 내려가면 효소의 활동력 약화로 면역력이 35%나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백혈구의 기능도 향상되어 면역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한의서에 따르면 암은 덩어리(積)를 이루고, 덩어리는 몸이 차가워지면(冷) 쉽게 생긴다.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집니다. 암 조기 진단 후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잘됐다 하더라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암 치유력 증진과 재발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한국 여성들에게서 암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볼 때 체온 건강법 실천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체온을 올리는 생활 건강법 실천해야 현대문명은 사람의 노동력을 덜어주는 이점이 있지만 이런 편리함이 바로 냉증을 불러오게 된다. 세탁기와 청소기, 자동차는 근육량을 줄이고, 냉장고에 보관된 차가운 음식과 에어컨 냉방도 냉증의 주요 유발 요인이다. 생활 속에서 냉증을 피하고 체온을 올리는 건강법을 실천해야 한다. 체온을 올리려면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배를 드러내는 옷차림을 피해야 합니다. 한여름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평소에 많이 걸으세요. 하루에 만 보 정도 걷는 것이 좋아요. 걷기는 아주 좋은 보약입니다. 또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면 대사량이 많아져 체온이 올라가죠. 몸이 항상 차고 의기소침한 사람(소음인에게 많다)은 여름철에도 굽거나 완전히 익힌 음식, 따뜻하게 데운 음식을 먹는 ‘체질에 맞는 식사’를 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깊은 호흡도 좋은 건강법이라고 소개했다. 호흡의 리듬과 깊이에 의식적으로 변화를 주면 심장박동, 혈압, 혈액순환, 소화를 조절할 수 있어 몸이 따뜻해진다. 복식호흡을 통해 교감신경 우위의 자율신경을 부교감신경 우위로 바꾸면서 면역력을 크게 증강시킬 수도 있다. 이때 브래지어나 거들 등 몸통을 조이는 옷은 벗는 것이 바람직하다. 꽉 끼는 옷이나 작은 신발도 혈액순환을 방해해 몸을 차갑게 한다. “여름철에는 옻닭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드세요. 옻은 성질이 따뜻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운을 잘 통하게 하며, 뭉친 피를 풀어주고, 살균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혈로 인한 각종 증세, 월경이 멎는 증세, 음식물에 심하게 체한 증세 등이 있을 때 사용합니다. 특히 손발이 차고, 생리 전에 아랫배가 차고 아픈 여성들,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픈 노인들에게 좋아요. 하지만 독성이 없다는 사실을 검증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안전합니다. 발효 음식도 많이, 자주 드세요. 된장·고추장·청국장·김치에는 비타민 B12가 풍부하고 소화를 촉진해 몸의 온도를 올려줍니다. 막걸리 등 한두 잔의 술도 좋습니다.” 김 원장은 냉증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뜸, 좌훈, 옻제제 등을 처방해 냉증을 다스린다. 그러나 이런 것이 전부는 아니다. 냉증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등을 두드려줄 때 그동안 쌓였던 냉증이 풀린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김 원장이 여성들에게 진정 따뜻한 남자로 통하는 것이다. 「암은 냉증이다」사상의학으로 암 예방과 치료를 풀이한 책 사상체질 전문가인 김달래 원장이 최근 「암은 냉증이다」를 출간했다. 암을 사상의학과 체온 건강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체온이 건강한 삶과 질병 예방에 어떻게 작용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생활과 암이 냉증에서 비롯되는 이유를 밝히고, 명상·운동·숙면·호흡·목욕·금연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도 알려준다. 전통 음식의 특징 및 우수성과 함께 체질에 따른 식이요법, 옻, 양배추, 토마토, 발효 식품 등 수십 가지 항암 식품의 복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체온 건강 지침서 「냉증과 열증」의 저자이기도 한 김 원장은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을 올려주는 생활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몸이 바쁘고 마음이 불안할 때는 1분 동안이라도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고, 짬을 내서라도 따뜻한 음식이나 차를 마실 것을 권했다. 경향신문사, 1만3천원. <■글 / 박효순(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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