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807 건 검색)
- 설 연휴에도 “윤석열 파면”···귀성길 시민들 “탄핵 인용돼야 일상 회복”
- 2025. 01. 24 15:41사회
- ... 내란범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 연휴를 앞둔 2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이끄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귀성객들이 모여든 서울 중구...
- 윤석열 탄핵 정국
- 민주·혁신, ‘탄핵 정국’ 새해 인사···국정 혼란 수습 다짐
- 2025. 01. 24 15:37정치
- (왼쪽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황운하 원내대표 등이 같은날...
- 윤석열 탄핵 정국
- [단독]윤석열 탄핵심판 대리인 보강···석동현 등 합류해 총 16명으로
- 2025. 01. 24 10:59사회
- ... 징계 요청 건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첩했다. 미선임계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석 변호사는 부랴부랴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석 변호사는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 소송...
- 윤석열 구속
- 박범계 “윤 대통령 지연작전 써도 2말3초 탄핵심판 선고 가능”
- 2025. 01. 24 08:48정치
- ...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 윤석열 구속
스포츠경향(총 878 건 검색)
- 윤대통령 탄핵정국 손석희의 ‘질문들’ 돌아온다 …유시민vs홍준표 생방 토론
- 2025. 01. 21 18:19 연예
- MBC ‘손석희의 질문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손석희가 ‘질문들’로 돌아온다. 21일 MBC측은 “시사교양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이 29일 설특집을 시작으로 10부작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마지막 방송 이후 6개월 만이다. 제작진은 “이번 시즌 주제어를 ‘삶은 계속 된다’로 잡았다”고 밝혔다. 새롭게 돌아온 ‘질문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고민을 담고 있지만, 그 결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내란 사태 이후 헌정 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구속 등 초대형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시민들이 삶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특히 2025년 첫 번째 ‘질문들’은 비상계엄실패 이후 급변하는 정치 상황을 주제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가 출연해 설날 당일인 29일 밤 8시 20분 부터 100분동안 생방송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2023년 ‘100분 토론’ 1000회 특집 이후 처음이다. 계엄 내란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설 연휴 이후인 2월 부터는 매주 화요일 밤 9시에 시청자들을 만난다. 정치, 언론, 문화 등 각 분야의 대표 인물들이 손석희와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방송된 ‘질문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고민거리를 인터뷰로 풀어내는 토크쇼였다. 백종원 대표, 유시민 작가, 황석영 작가, 최민식 배우, 윤여정 배우 등으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 ‘썰전’ 전원책vs박범계, 尹탄핵 붙었다
- 2025. 01. 15 14:54 연예
- JTBC 대표 정치 토론 프로그램 ‘썰전’ JTBC 대표 정치 토론 프로그램 ‘썰전’이 오늘(15일 수요일) 저녁 8시 50분, 6년 만의 공백을 깨고 ‘특집 썰전’으로 돌아온다. ‘특집 썰전’의 논객으로 누가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 속에 ‘썰전의 원년 멤버’ 보수의 아이콘 전원책 변호사와 새롭게 상대 논객으로 등장한 ‘판사 출신 법잘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조합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썰전 첫 출연인 박 의원은 “자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일명 ‘뿜계’로 유명할 때도 썰전에서 출연 제의가 없어 한이 맺혔다”라며 오늘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두 사람은 현 시국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통령 체포와 탄핵’에 대한 설전을 벌인다. 특히 ‘내란 혐의 수사 과정에서의 증언’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전원책 변호사는 “증언이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반면 군 관계자의 증언을 직접 받아낸 박범계 의원은 “오염된 증언이면 내 이름을 걸겠다”라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독한 혀들의 귀환’을 증명했다는 후문이다. ‘특집 썰전’ 2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인 여야 4당 현직 의원이 한자리에 모인 ‘여야의 밤’이 마련된다. 이 자리에는 초·재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이 출연한다. 네 사람은 각 당의 현안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내란 특검법’을 두고 뜨거운 공성전을 벌인다. 조정훈 의원은 이준석 의원에게 “진짜 보수 정치인이 맞냐?”라고 묻자 이준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최고의 가짜 보수”라며 맞받아쳤는가 하면, 신장식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집에 가지 못해 국회 사우나에 갔다가 국민의힘 권성동, 윤상현 의원을 만난 사연을 공개한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한 혀들의 하이퀄리티 뉴스 털기 JTBC ‘특집 썰전’은 15일(수) 저녁 8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 ‘윤대통령 탄핵반대’ 배우 최준용 식당에 별점테러 이어져 “여기가 내란 맛집?”
- 2025. 01. 07 14:39 연예
- 배우 최준용 인스타그램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힌 배우 최준용의 식당에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경기 화성시 한 가게 온라인 리뷰에 수일 째 별점 테러와 함께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식당은 배우 최준용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누리꾼들은 “계엄 내란 옹호 식당 안가려고 표시했다” “여기가 내란 맛집이냐” 등의 후기도 이어졌다. 앞서 최씨는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 연단에 올라 “지난해 12월 3일 느닷없이 계엄령이 선포돼 깜짝 놀랐다. 사실 더 놀란 것은 몇 시간 만에 계엄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저는 내심 좀 아쉬웠다. 계엄 하신 거 좀 제대로 하시지, 이렇게 끝낼 거 뭐 하려 하셨나 좀 아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제가 윤 대통령의 큰 뜻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대통령이 항상 말씀하신 반국가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막 나오고 있지 않냐. 중국 공산당이 왜 남의 나라에 와서 그런 짓을 하고 있냐. 우리나라에 간첩이 없긴 왜 없냐”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여자들에겐 “대한민국이 싫으면 북한으로 가 이 XX들아”라고 욕설을 내뱉으며 “윤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드리자”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최준용은 윤 대통령 유세 현장에 등장하는 등 공개 지지한 배우 중 하나다. 2022년 5월에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 반복되는 역사 안타까워, 탄핵집회 간 팬들 힘내길…영화 ‘하얼빈’ 이동욱
- 2025. 01. 07 06:00 연예
- 배우 이동욱.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번쯤 연기로 붙어보고 싶었던 현빈·박정민, 역시 멋지더라 일부러 애도기간 마지막날 기부…여객기 참사 잊지 말아주세요 배우 이동욱은 단단했다. 시국에 대해 소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서 독립운동을 펼친 ‘이창섭’의 마음처럼, 진정 지금의 한국이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랐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이잖아요. 광복 이전보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또 변하지 않기도 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인데요. 이렇게 광복 80주년 되는 시기에 ‘하얼빈’으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습니다. 독립운동의 의미,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나아가 광복 100주년이 되면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이동욱은 6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하얼빈’ 촬영기와 시국에 대한 걱정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우직한 현빈·날카로운 박정민, 멋진 현장이었어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이동욱은 가상 인물이지만 독립의군 이창섭 역을 맡아 ‘안중근’(현빈)의 독립운동 여정에 함께한다. “현빈과 한번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작품을 봐오면서 현장에선 어떨까 궁금했거든요. 이번 영화의 무게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굉장히 진중했어요. 리더십도 있었고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싶었죠. 특히 라트비아에선 함께 운동하고 산책도 다녔는데, 우민호 감독이 그걸 보더니 ‘오~둘이 계속 다녀라. 보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엄청나게 웃었죠.” 우덕순 역으로 등장하는 박정민과도 꼭 한번 작품으로 붙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 에너지가 굉장히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리액션 하기에도 굉장히 수월했고요. 평소엔 박정민이 매우 조용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슛만 들어가면 돌변해서 멋지게 연기를 하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죠. 특유의 여유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었어요. 눈 떠서 잘 때까지 계속 붙어있어서 금방 친해진 게 참 좋았고요.” ■“탄핵 소추안 집회 독려, 다 같은 마음 아닌가요?”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국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다.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하얼빈’ 내용이 더욱 와닿는다는 이도 있었다. “안타깝죠. 영화에서도 이토 히로부미가 그런 얘길 하잖아요? 이 나라(한국)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국민의 힘으로 늘 이겨낸다고요. 그리고 이토의 부하가 삼백 년 전에도 침략하려 했지만 그땐 이순신이란 영웅이 있어서 하지 못했다고 하잖아요. 그게 떠오르면서 더 아쉬웠어요. 임진왜란이 일어난 500년 전에도, 이토가 있었던 100여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런데도 국민이 이겨낸 저력이 있으니 그런 DNA로 지금도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가 됐으면 합니다. 하루 앞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잘 해결됐으면 해요.” 탄핵소추안 가결 요구 집회에 나간 팬들을 독려한 이유도 궁금해졌다. 유명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집회에 나가는 팬들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니까요. 제가 옆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으니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여기 있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주항공 참사에 5000만원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선한 마음을 나타냈다. “일부러 1월 4일에 기부를 했는데요그날이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이 이후에도 잊지 않았으면 했거든요사건과 희생자들을 한 번 더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져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주간경향(총 71 건 검색)
- 헌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기각···직무복귀(2025. 01. 23 10:15)
- 2025. 01. 23 10:15 사회
- 이진숙 방통위원장(오른쪽)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1월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헌법재판관 8인 중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탄핵소추는 기각됐다. 국회는 지난해 8월 2일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법정 인원인 5인 중 2인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국회 측은 “방통위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는데, 이때 ‘재적 위원’이란 법으로 정해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하므로 의결을 위해서는 5인의 과반수인 3인 이상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정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재적위원은 문제 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며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피청구인(이 위원장)과 김태규 2인뿐이었다”고 했다. 이에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며 “재적위원 2인에 의해 의결을 한 것이 방통위법 13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관은 이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기피 신청 의결에 참여해 각하한 것에 대해서도 “기피신청은 방통위에 심의·의결을 할 수 있는 위원으로 김태규 1인만 남게 해 그 자체로서 위원회의 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해 부적법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과거 MBC 재직 당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기자들을 징계하는 데 동참한 의혹이 있는데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다는 탄핵소추 사유는 “회피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를 부실하게 심사해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거나 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45분 정도였다는 것만으로는 추천·임명 과정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반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2인의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며 “피청구인으로서는 방통위 구성·운영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최소화하고 방통위를 온전하게 구성해 적법한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우선 국회에 방통위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등 ‘2인 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가 기각되자 취재진에 “헌법과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결론을 내려준 헌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 장주영 변호사는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도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헌재가 엄중하게 판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8월 2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세 차례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자신은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을 뿐 파면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윤 탄핵심판’ 첫 변론 4분만에 끝···재판관 기피는 기각(2025. 01. 14 14:51)
- 2025. 01. 14 14:51 사회
- 이미선 헌법재판관(왼쪽)과 정정미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기일인 1월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4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측이 접수한 재판관 기피 신청은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1월 14일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1회 변론을 개최해 양쪽 당사자와 대리인들의 출석 여부만 파악한 뒤 2시 4분쯤 종료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오늘은 피청구인이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헌법재판소법 52조 1항에 따라 변론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다음 변론 기일에 당사자들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판정에는 국회 측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시도로 인한 신변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헌재법 52조는 당사자가 변론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되, 그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불출석 상태로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2차 변론은 오는 1월 16일 오후 2시다. 문 대행은 앞서 지난 1월 13일 접수된 윤 대통령 측의 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은 기각했다. 문 대행은 “그분(정 재판관)을 제외한 일곱 분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결정문은 오전에 송달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심판정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문 대행은 5차 변론기일까지 일괄 지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헌재법 30조 2항, 헌재 심판규칙 21조 1항에 근거한 것이며 형사소송규칙을 적용한 바가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헌법재판소이지 형사 법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종료 후 헌재 결정을 “월권”이라고 비판하면서 반발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재판 기일을 일괄 지정하려면 대리인(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한 형사소송법·형사소송규칙을 근거로 헌재의 기일 일괄 지정이 법령을 어겼다고 이의신청을 냈다.
- 국회 측 “내란행위 모두 심판 대상”…대통령 측 “내란죄 빠지면 탄핵소추 각하해야”(2025. 01. 07 15:35)
- 2025. 01. 07 15:35 사회
-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행위가 모두 심판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진한·장순욱 변호사 등 국회 측 대리인단은 1월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란 우두머리의 국헌 문란 행위라는 소추 사실은 한 글자도 변경되지 않았다. 내란 행위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에는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국회는 탄핵소추 사유로서 국헌문란의 구체적 행위, 즉 사실관계를 기재하고 있다. 내란죄의 ‘범죄’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탄핵소추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소추의결서에 내란죄가 언급된 것은 피청구인(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청구인(국회)의 ‘평가’일 뿐 별개의 탄핵소추 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에 따른 심판 대상은 어디까지나 비상계엄과 관련한 사실관계이고, 내란죄·직권남용죄가 언급된 부분은 일종의 평가로서 덧붙여진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절차의 성격에 맞게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판단 받겠다는 것”이라며 “(탄핵심판은)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했다. 헌재가 국회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 비상계엄 관련 사실관계는 그대로 다투되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헌법상 각종 책무를 어겼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국정 혼란이 이어질 우려가 있고, 소추 사유를 변경하는 게 아니라서 별도 의결은 필요하지 않으며 내란죄의 성립 여부는 형사 법정에서 판단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형법 위반(내란죄) 여부가 다뤄지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단순히 2가지 소추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무려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마땅히 각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각하란 청구가 적법하지 않을 때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소추의결서 40쪽 분량에서 윤 대통령의 각종 담화와 포고령 1호 등을 제외한 분량은 26쪽이고, 이중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이 21쪽을 차지하므로 수량적으로 계산해보면 8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도 판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단정하고 내란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했기 때문에 권한 행사를 정지하고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가 적합하지 않으므로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평가”라고 밝혔다. 선례에 따라 국회가 탄핵심판을 청구한 뒤 별도 의결 절차 없이 소추 사유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같은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을 두고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헌재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심판 기관”이라며 “헌법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내리는 헌재 결정을 가지고 새로운 헌법 분쟁을 만드는 건 헌재를 만든 주권자의 뜻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2030 남성, 그들은 왜 탄핵 집회에 없었나(2025. 01. 06 06:00)
- 2025. 01. 06 06:00 사회
- ‘계엄 반대→약자 연대’ 사회 참여 활발한 2030 여성들 연대할 의제와 공간 딱히 없어 각자도생 남성들과 대비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이어진 시민들의 탄핵 촉구 집회 키워드는 단연 ‘2030 여성’이었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2030 여성들이 K팝 노래에 맞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장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30 여성은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대구·부산 등 지역 집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막는 경찰에 항의해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 적극 참여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농성에 연대를 이어갔다. 그런데 같은 시기 ‘2030 남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주간경향은 2024년 12월 30~31일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이번 탄핵 집회 국면에서 2030 남성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2030 남성이 빠진 광장은 이대로 괜찮은지’를 물었다. 30명 중 21명은 계엄 선포 후 집회에 나가지 않았고, 8명은 집회에 나갔다. 1명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침묵하는 자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집회가 외치는 바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하더라도 방법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2030 남성을 ‘극우보수’나 ‘2찍남’ 등으로 쉽게 규정하기 전에 이들의 말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들은 대체로 “지금 우리가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경향신문 계엄 반대하지만 집회엔 안 나간 청년 남성들 이번 탄핵 집회에 2030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분석(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을 통해 확인된다.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의 성별·연령대 분석 결과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0.8%로 2030 여성이 집회 참가자 10명 중 3명꼴(29.7%)이었다. 12월 14일 여의도 집회 때도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2%로 그다음이었다. 2030 남성은 3~5%에 그쳤다. 여성과 남성의 참여 격차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가장 컸다.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 대부분이 계엄은 잘못됐고,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A씨(24)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국가 비상사태라는 계엄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체포 등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행위였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의사는 대거 집회에 나가는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B씨(27)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집회에 나갔다는 인증숏을 많이 올리고 남자인 친구들은 거의 안 올렸다”며 “정치적 입장이 덜한 것은 아니다. 저도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지만, 집회에 나가는 것 말고 탄핵안 가결을 캡처해 올리는 식으로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계엄에 비판적인 2030 남성의 의사는 왜 집회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최근 10년간 2030 여성과 남성의 경험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메갈리아 출현을 시작으로 2030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중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 사건’과 미투 운동이 있었고, 불법 촬영, 텔레그램 n번방, 스토킹·딥페이크 범죄, 교제폭력 등 끊임없이 젠더 의제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발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2030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엑스(X·구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는 2030 여성들이 젠더 의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작동했다. 이들은 함께 토론, 공감하고 연대와 결집, 행동으로 나아갔다. 국회·정부·법원에 항의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 거리로 나갔다. 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개정과 같은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이런 경험이 이번 탄핵 집회에서도 이어졌다. 2030 여성들은 엑스와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집회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숏을 찍어 올리며 서로 참여를 독려했다. 정치·사회문제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이 없다 반면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연대할 의제나 공간이 없다고 했다. 국가가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군 복무 의무와 그에 따른 불이익 문제가 2030 남성의 의제로 꼽히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행동하는 측면에서 2030 여성의 규모에 미치진 못 했다는 평가가 많다. 2030 남성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것은 반페미니즘 이슈 정도다. B씨는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할 만한 20대 남성들의 의제가 없다”며 “커뮤니티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그냥 여성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이지 어떤 요구나 의제가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C씨(27)는 “취업, 돈 모으기는 모두의 어려움인 것 같고 사실 구체적으로 청년 남성만 겪는 어려움은 뭔지 모르겠다”며 “과거와 달리 성차별 없는 사회 때문에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게 억울하다는 정서가 보이긴 한다”고 했다. 2024년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D씨(25)는 온라인의 남초 커뮤니티가 정치·사회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정치·사회문제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문제에 비해 순위,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진지한 논의가 오가기 어렵다”며 “그런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진지한 주장이라기보다는 게임처럼 오락거리의 일종으로 보거나, ‘정치 밈’처럼 소비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치·사회문제가)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 문제이고, 논쟁을 해서라도 좋은 방법을 찾는 공간, 논의, 사회적 조건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논의를 하더라도 조직화해서 광장에 나갈 만한 유인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E씨(30)와 F씨(27)는 “(엑스와 여초 커뮤니티를 하는) 여자친구에게 물어 집회 정보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2030 남성들이 오프라인에서 또래와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G씨(28)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한다고 쳐도 장난스럽게 하면 했지, 진지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경제나 투자, 어떻게 먹고살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여기서 정치까지 가면 대화가 투머치(과도)해진다”고 했다. G씨는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누구는 이랬네’ 정도의 가십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H씨(26)도 “행동을 하려면 사람들과 같이하는 게 필요한데 제 주변엔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E씨는 “남자들은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우기만 하지 어떤 것을 하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여자들은 평소에도 그런 이야기를 잘하니까 (이슈가 있을 때) 단합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C씨는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 오프라인에서 모이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집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주변 남성들의 문화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 의견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 사회에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밤새 대치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22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I씨(33)는 20대 대선 전후로 극에 치달은 ‘젠더 갈등’ 프레임과 ‘이대남 논쟁’이 2030 남성들의 공론장을 좁힌 측면이 있다고 했다. I씨는 “(젠더 갈등) 열풍이 지나가면서 온라인에서는 남성들이 정치 담론을 이야기할 만한 장 자체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 남성들이 정치를 엔터테인먼트 성격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졌다가 그 열풍이 지나면서 다시 관심이 줄었다”고 했다. I씨는 “여전히 정치 성향을 띤 커뮤니티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4050 남성들의 전유물이고 2030만의 커뮤니티는 없다 보니 시위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어려웠다고 본다”고 했다. H씨는 “사회가 많이 분열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게 (이번 집회에서) 표면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별로 인해 갈라져 있는데 여성들은 집회 참여에 좀더 능동적·적극적이고 남성들은 수동적·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우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2024년 12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 등에서도 계엄은 잘못됐고 윤석열은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며 “(집회 참여가 적었던 것은) 남성들이 참여 가능한 연결이나 통로,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경우 페미니즘 이슈도 있지만 팬덤 문화가 커지면서 꼭 정치적인 게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일종의 사회적인 조직화를 경험해보는 기회가 있다”며 “그러나 대학의 학생회 문화도 사라진 상태에서 남성은 사회적인 조직화를 해볼 수 있는 통로가 딱히 없다”고 했다. 그는 “청년 여성들이 행동할 때는 그것을 통해서 만들고 싶은 세계관이 있는데, 현재 청년 남성 집단은 도대체 우리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대나 열망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이 느끼는 고통과 관련해서는 2015년 이후 여러 단어와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젊은 남성의 경우 고통을 표현하려는 갈망은 커졌지만 구호와 언어, 논의의 공백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젊은 남성들의 행동이나 생각, 참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세’ 부른다고 형편이 나아지나요”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말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J씨(28)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취업 준비라는 ‘현생(현재의 인생)’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J씨는 “만약 내가 취업을 한 상태라면 부담 없이 역사의 한 축으로서 활동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할 일이 바쁘고 내 밥 먹고사는 일이 더 당면해 있기 때문에 참여를 못 한 것”이라며 “26에서 29 사이가 암울하다는 ‘20춘기’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현생을 제쳐두고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20대 초반 남성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K씨(24)도 수업과 자원봉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K씨는 계엄 당일부터 방송사의 유튜브 라이브와 각종 기사를 찾아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G씨는 “계엄을 보고 시민으로서 공포감을 느꼈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상황인데 ‘현생’을 살기에도 바쁘고, 시위에 참여하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F씨는 “당장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는데 군대에 갔다 오면 2년간 유예가 된다”며 “분명히 성인은 됐고 자기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도 있으니 (사회참여에) 시간을 빼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공정과 능력주의 담론과 함께 ‘각자도생’은 2030 남성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극심한 경쟁 속에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회참여와 연대에 대한 냉소와 회의적 태도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동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자조도 많았다. F씨는 “각자도생과 개인주의가 유행이지 않느냐”고 했다. F씨는 “(2030 남성이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나 하나 나가서 바뀌지 않는다는 낮은 효용성 때문”이라며 “먹고살기가 힘든데 그 시간에 공부해야지, 집회 나가서 ‘다시 만난 세계’(탄핵 집회에서 많이 불린 소녀시대의 노래) 부른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느냐”고 했다. F씨는 “혼자 승리를 독식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 공동체 전체가 다 으?X으?X해서 잘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갖는 남자는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옆의 남자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J씨는 “남자들이 ‘군인 월급을 올리네 마네’ 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사회적 압박에 대해선 각자도생을 한다”며 “그걸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무능력이 된다”고 했다. J씨는 “공감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애초에 응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L씨(30)는 “군대 가서 다치면 떠넘기기 바쁘고, 꼬리 자르기 바쁘지 않나”라며 “과연 ‘내가 나라에 헌신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까’ 했을 때 아니라고 단정 지은 순간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M씨(30)는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끼리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뭐 해봤자 바뀌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은 이런 각자도생 태도에 ‘군대’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F씨는 “군대에선 명령이 완전히 위법하지 않는 이상 부당하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하므로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면 보수성이 강화된다”며 “뭔가 잘못된 게 있더라도 그것을 뒤집는 건 사실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N씨(23)는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면서도 집회엔 나가지 않았다. N씨는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게 있더라도 상명하복이 몸에 배는 것 같다”며 “그냥 ‘알겠습니다’ 수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남성들 집회 나와 함께 공유했으면” 광장에 2030 남성이 없어도 괜찮을까. 인터뷰한 2030 남성 상당수는 근본적으로 정치권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이 됐는데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의견,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끌어내리기만 바빠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20대 대선 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부추긴 것도 정치권이었다. 동시에 이들은 집회가 2030 여성들만의 것으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갖고 있었다. 2030 남성도 연대할 수 있는, ‘모두의 집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O씨(28)는 “실제 주변 또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어 (2030 여성이 집회에 많다는 언론 보도가)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대하고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독려하고 싶다”고 했다. O씨는 “다만 집회를 응원봉이나 K팝 문화에 국한한다면 (2030 남성의) 참여를 이끌기 힘들 것”이라며 “계엄은 성별과 관계없는 2030의 공동의제이고, 이를 계기로 젠더갈등이 봉합되고 공동의 시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탄핵 집회로 생전 처음 집회라는 것에 참여해본 E씨는 “남성들이 스스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E씨는 “한번도 안 가본 것이라 걱정이 됐고, 어색하고 민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한뜻으로 모인 것을 직접 보고 느끼니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게 좀 부끄럽기도 했다”고 했다. E씨는 “주인의식을 갖고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국민으로서 할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너무 반감을 갖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 봐야겠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며 “매체에서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P씨(26)는 “인터넷 여론도, 친구 넷이 모인 카페 테이블 위도 얼마든지 광장이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내 생각도, 네 생각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학교에서부터 잘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Q씨(23)는 2030 남성들이 집회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Q씨는 “2030 남성으로서 탄핵 집회에 나가는 게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개인 의지로 나갔다”며 “나가보니 광장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Q씨는 “응원봉도 있었고, 농민들 이야기는 사실 잘 몰랐는데 알게 됐고, 전장연에 대한 연대도 늘어났던 것 같다”며 “안 만나던 사람들이 만나니까 서로 이해가 잘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집회에 나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집회에 나오면 좋겠고, 좀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김태욱·박정연·백민정·서현희·우혜림·최경윤 수습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 특집
레이디경향(총 4 건 검색)
- 계엄·탄핵·경기 불황…여행이 멈췄다
- 2025. 01. 22 10:14 레저/여행
- 컨슈머인사이트가 ‘월간 국내·해외 여행동향 보고서’를 전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12월 여행 경험률은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낮게 나타났다. 픽셀즈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월간 국내∙해외 여행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2월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64.6%로, 전월 대비 4.7%p 하락하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평균 여행 기간은 2.94일, 1인당 총 경비는 23만 2천 원, 1일당 경비는 7만 9천 원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여행(1박 2일)은 최근 3개월 동안 증가세를 보였으나, 3박 4일 이상의 장기간 여행은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 이전 대비(2019년 12월 기준)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과 계획률은 코로나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전라권, 충청권이 코로나 이전 대비 숙박여행 경험률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계엄령과 탄핵 정국 그리고 경기 불황이 원인으로 인한 여행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지목된다. 12월 국내 여행 계획률은 63.0%로 계속 하락 중이며, 이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하반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6.8%p 감소했으며, 코로나 이전 대비 7.8%p 낮은 TCI 89를 기록하며 국내 여행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은 어떨까? 해외여행 경험률은 35.1%로, 지난 1년간 31~36% 사이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평균 여행 기간은 6.56일, 1인당 총 경비는 173만 6천 원, 1일당 경비는 26만 5천 원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지역은 해외여행 경험률 79.5%, 계획률 78.1%로 여전히 해외여행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여행 경험률은 코로나 이전 대비 크게 낮아졌으며,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 여행과 마찬가지로 해외여행에서도 감소 추세를 예상했다. 경기 불황과 지출 감소로 인해 해외여행 시장의 정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가심비를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아시아 지역 중심의 근거리·단기간·저비용 여행이 계속해서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 [주말&]탄핵·건강 다 잡아요…‘집회룩’ 어떻게 입지?
- 2024. 12. 13 12:40 화제
-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면 체온 유지를 위한 준비가 필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땐 지체하지 않고 귀가하기. 윤이나 씨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6일(토요일) 날씨는 전국적으로 차가운 날씨가 예상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5도에서 1도, 낮 최고기온은 5도에서 10도로 맑은 날씨가 예보되지만 찬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2~5도 정도 낮을 가능성이 높아 방한 대책이 필수적이에요.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면 체온 유지를 위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상체는 내가 갖고 있는 갖아 두꺼운 롱패딩을 입어야 해요. 코트 안에는 히트텍과 같은 보온 내의 또는 두꺼운 니트, 플리스 재질의 옷을 겹쳐 입어 따뜻함을 유지합니다. 또한, 목도리를 사용해 목과 가슴 부위를 보호하면 찬 공기로 인한 체온 저하를 막을 수 있어요. 하체는 기모 내복이나 방한 바지를 착용합니다. 움직임이 많은 경우, 적당히 여유 있는 바지를 선택해 활동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발은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양말을 겹쳐 신거나 발열 깔창을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피켓이나 응원봉 들고있다보면 손이 시렵습니다. 꼭 장갑을 끼세요. 핫팩을 준비해 주머니나 양손에 넣어 손과 발의 온기를 유지하세요. 핫팩은 붙이는 패치용이 걸리적 거리지 않고 좋아요. 모자나 후드가 달린 외투를 활용해 머리와 귀를 동시에 보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 체온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으니, 방한용 담요나 방석을 준비하면 편리합니다.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올 수 있으니 여러겹 겹쳐 앉는 것이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서는 평소보다 체온이 빨리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몸을 데우고, 충분히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지럽거나 몸에 이상이 느껴지는 경우 지체하지 않고 집회 장소 주변의 온열 쉼터를 활용하거나 귀가하셔야 합니다.
- 주말&
- 부드러운 음식을 탄핵하라!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음식 건강법
- 2010. 01. 14 16:56 요리
- 의약품의 창시자인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식품이 약이고 약이 식품\'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식품도 일종의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잘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거친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파키스탄의 훈자, 그루지야의 코카서스, 불가리아의 로도피 산맥, 이탈리아의 캄포디멜라, 중국의 바마와 루가오, 일본의 오키나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귀에 선 오지라는 점이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수마을이라는 데서 일맥상통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크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와 겉껍질을 완전히 벗겨내지 않은 거친 상태의 곡물을 먹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다. 이 사실은 부드러운 음식, 씹기 편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비결은 적어도 식생활만큼은 케케묵은 옛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농사짓는 교수’로 유명한 이원종씨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강릉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로 식생활에 관한 여러 책을 펴내는 한편, 농가 주택에서 유기농 채소를 기르고 세탁기 없이 손수 손빨래를 하느라 살찔 틈이 없다고 한다. 장수마을의 비결, 거친 음식이란? 첫째, 도정하지 않은 음식 거친 음식이란 곧 예로부터 먹어오던 음식이다. 자연 속에서 자라난 채소나 산나물, 도정하지 않은 현미와 보리, 잡곡, 각종 장류 등이다. 반대로 가공식품은 부드러운 음식에 속한다. 겉껍질을 완전히 벗겨낸 흰쌀이나 흰 밀가루에 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씹기에 편하고 소화도 금세 되지만 비만을 비롯해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암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꼽힌다. 곡물을 도정하지 않은 상태로 먹어야 하는 이유는 도정 과정에서 벗겨지는 씨눈과 겨층에 대부분의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현미나 통밀가루 등에 풍부한 비타민 B1은 식욕 감퇴와 우울증을 예방하며, 식이섬유는 변비를 없애주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앞서 예로 든 장수마을에서도 거친 곡물을 주식으로 먹는다. 파키스탄의 훈자에서는 보릿가루나 밀가루 반죽을 구워 만든 차파티를,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에서는 감자와 옥수수를, 일본의 오키나와에서는 고구마와 콩을, 그루지야와 불가리아, 프랑스 남부에서는 통밀로 만든 거친 빵을 주로 먹는다. 둘째, 오염되지 않고 가까이에서 나는 음식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밀이나 콩, 옥수수의 90% 이상, 육류의 6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광우병으로 인한 쇠고기파동이 일어난 것이 바로 지난해였는데 과연 식탁에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외국 농산물의 상당 부분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생산한다. 육류도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최근에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돼지고기가 발견되는 등 안심하고 먹기가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재료라고 해도 식품을 먼 지역까지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방부제나 농약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입 식재료가 건강에 좋을 리 만무하다. 반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그 지방의 기후와 풍토, 식성에 맞는 특성이 있다. 수확한 후에 가공이나 보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영양가도 높다. 자연 상태로 자란 야생식물에 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뿌린 식물은 연약하고 생리활성물질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해 영양가가 떨어진다. 비닐하우스에서 단기간에 키워낸 과일이나 채소는 햇볕을 받지 못해 미량 영양소의 함량도 부족하다.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란 제철 식품을 먹어야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거친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미국의 학자 파인골드는 인공색소와 향료, 방부제와 살리실산염 등의 식품첨가물이 과잉활동장애를 일으킨다고 보고했다. 유난히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거나 지나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첨가물을 먹지 않도록 했더니 50%가 그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치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가공식품이 과잉활동장애를 유발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합성감미료, 인공색소, 산화방지제 등은 독성을 지니고 있어 구토나 경련, 복통을 일으키며 유력한 발암물질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첨가물이 함유되지 않은 가공식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에서 일일이 요리를 해서 먹이고 싶어도 바쁜 엄마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가능한 한 가공식품을 줄이고 구입할 때는 첨가물의 종류와 양을 잘 살펴 구입하는 것이 차선이다. 대안은 역시 ‘거친 음식’이다. 자연 상태에서 자란 거친 식물을 일정량 섭취하는 것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이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성 화학물질)이 바로 그 열쇠다. 파이토케미컬은 체내에서 면역력을 높이고 각종 암과 성인병을 예방, 치료하는 역할을 하며 색깔과 향기가 진하고 씹는 감촉이 있는 거친 음식일수록 더 많이 들어 있다. 식품 자체가 거칠기 때문에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데 소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포만감을 주어 체중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표에 나온 식물을 비롯해 색이 진한 식품은 가능한 한 줄기와 뿌리, 잎까지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함께, 거친 음식 먹기 사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거친 음식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막상 식탁에 올리려면 손이 많이 가고, 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먹기도 힘들다. 특히 아이들은 씹기 편한 가공식품을 좋아한다. 사실 아이의 식성은 상당 부분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다. 자칫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은 가족 모두의 노력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몸에 좋은 채소는 가능한 한 예쁘게 요리하는 것이 포인트다. 동물 모양 등으로 예쁘게 썰어 샐러드를 만들거나 아예 잘게 썰어 소스나 수프로 만들 수도 있다. 당근이나 피망, 콩으로 빵을 만들어 먹이면 자연스럽게 채소의 맛에 익숙해져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된다. 단 너무 무른 채소는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므로 조리할 때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채소와 친근해지게 하는 데는 직접 키워보는 방법만 한 것이 없다. 기르기가 비교적 쉬운 상추나 고추, 토마토 등의 모종을 사다 베란다나 마당에서 키우면 식물의 생명력을 직접 볼 수 있어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 직접 기른 채소라면 아이도 버리거나 골라내지 않을 것이다. 채소를 키울 공간이 없다면 가족 나들이 대신 주말농장에 가서 땀을 흘려보는 것은 어떨까. 패스트푸드의 대안을 찾아 거친 음식을 먹는 습관은 아이들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걱정하는 어른에게도 필수적이다. 거친 음식은 대개 포만감을 주고 혈당지수가 낮아 건강하면서도 보기 좋은 몸을 만든다. 혈당지수란 식품을 먹은 후 2~3시간이 지난 다음에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측정한 값이다. 쌀밥과 흰 빵, 떡, 쿠키, 케이크, 튀긴 밀이나 콘플레이크, 콜라, 건포도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고 과일이나 채소류, 콩과 유제품 등은 혈당이 낮아 소화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세계적으로 획일화된 입맛을 만들고 대량생산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것이 바로 ‘슬로우푸드’ 운동이다.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가 문을 여는 것에 반대하면서 생겨난 이 움직임은 전통 음식과 지역 농산물, 곧 거친 음식을 먹자고 외친다. 만약 패스트푸드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샐러드나 우유, 주스 등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 거친 음식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 등에 길들여진 입맛이 차츰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되면 오히려 훨씬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친 음식은 가능한 한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이 좋지만 요리할 때는 시간과 정성을 듬뿍 넣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곧 최고의 조미료이자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다. 비타민 C가 듬뿍 _ 양배추 양배추는 4천 년 전부터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다.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 칼슘과 칼륨이 풍부해 심장 질환에 좋고 파이토케미컬을 많이 함유해 암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장암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양배추를 전혀 먹지 않은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았다고 한다. 양배추수프 만들기 1 양배추(1/5통)를 4등분해 두꺼운 줄기 부분을 저민 뒤 한 입 크기로 썬다. 2 토마토(1개)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뒤 잘게 썬다. 3 양파와 감자(1개씩)는 껍질을 벗겨 채썰고 양송이버섯(3개)도 모양을 살려 썬다. 4 냄비에 양배추와 토마토, 양파, 버섯, 감자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두뇌활동을 돕는 _ 견과류 딱딱한 껍질을 깨서 먹는 견과류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뇌의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두에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이기 때문에 심장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일주일에 1번 이상 먹으면 심근경색을 22%, 5번 이상 먹으면 5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견과류에는 아연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키 크는 데도 필요하다. 견과류샐러드 만들기 1 방울토마토(10개)는 반으로 썰고 껍질을 깐 귤(1개)은 하나씩 떼어 반으로 썬다. 2 당근과 오이(1/4씩)는 반 갈라 0.5cm 두께로 썬다. 3 사과 반쪽을 4등분해 0.5cm 두께로 썰고 파프리카도 얇게 썬다. 4 큰 볼에 채소와 견과류를 넣어 소스(올리브유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를 넣고 다진 파슬리를 뿌린다. 성장에 꼭 필요한 _ 콩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말처럼 콩에는 단백질이 40%나 들어 있고 인체 기능에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칼슘, 뇌에 활력을 주는 레시틴이 함유된 건강식품이다. 현미나 도정하지 않은 보리 대신 쌀밥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효자인 셈이다. 흰 밀가루나 버터 등의 유지류를 넣지 않고 빵을 만들면 고단백 식품이 되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으며 식이요법에도 효과적이다. 콩가루빵 만들기 1 미지근한 물에 건조 효모(1작은술)를 녹여 10분간 상온에 둔다. 2 ①에 소금(1/2작은술)과 설탕(1작은술), 식초(1/2작은술)를 녹인다. 3 콩가루(3/4컵), 글루텐가루(1/4컵), 통밀가루(1/4컵)를 섞어 10분간 치댄다. 4 볼에 기름칠을 하고 치댄 반죽을 넣은 뒤 양이 2배가 될 때까지 1시간 정도 발효시킨다. 5 반죽의 가스를 뺀 뒤 밀대로 밀어 둥근 빵 모양을 만들고 빵틀에 넣어 30분 동안 2차 발효를 시킨다. 6 반죽을 165℃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빵틀에서 떨어질 때까지 1시간 정도 굽는다. Tip 거친 음식을 살 수 있는 곳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현실이 두렵다면 믿고 살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알아두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유기농산물은 가격이 비싸고 종류도 한정되어 빠듯한 살림에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우리 농산물을 살리고 건강한 식탁도 꾸릴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싼 값으로 긴급하게 판매하는 상품과 1만원 안쪽에 구입할 수 있는 유기농 먹을거리 등을 눈여겨볼 것. 몇 차례 약간의 흠이 있는 저농약 사과 5kg을 9천9백원에 판매했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는 반응이다. 식재료 외에 유기농 생활재 등도 갖추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유기농도 믿지 못하겠다면 사실 직접 길러 먹는 수밖에 없다. 생활협동조합은 조합원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식품의 생산과정과 유통경로까지 검증되어 믿고 먹을 수 있다. 2만원 정도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한살림(www.hansalim.co.kr), 두레생협(www.dure.coop), 한국여성민우회 생협(www.minwoocoop.or.kr) 등이 있으며 대형 마트 등에 입점해 있는 기업형 유기농 매장보다 훨씬 저렴하다. 나무위에, 빵집(cafe.naver.com/overthetree) 주로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빵을 주문 판매하는 곳이다. ‘맛있는 건강빵’을 지향하며 도정하지 않은 통밀로 만든 빵 외에도 쌀빵이나 과자, 케이크 등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유기농 밀가루와 국내산 재료를 쓰고 있어 소화가 잘 되고 속이 든든하다는 평이다. “대안은 역시 ‘거친 음식’이다. 자연 상태에서 자란 거친 식물을 일정량 섭취하는 것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이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파이토케미컬이 바로 그 열쇠다” 질병에 효과가 있는 거친 음식 식품성분효능현미, 보리, 잡곡 파틴산, 아라비노자일란, 리그닌, 폴리페놀, 사포닌콜레스테롤 저하, 발암물질 생성 저해보리, 귀리, 버섯베타글루칸콜레스테롤 저하무청, 시금치,양배추, 브로콜리,풋고추, 감자아스코르빈산항산화제(항암작용)녹색 채소, 씨눈토코페롤항산화제(항암작용)당근베타카로틴항산화제(항암작용)토마토리코핀항산화제(항암작용)녹차, 감잎카데킨산화방지제(항암작용)마늘, 양파, 부추알리신산화방지제 및 지방 분해콩류이소플라빈골다공증 예방 및 항암작용미역, 다시마알긴산, 엽록소혈압 저하, 발암물질 배출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참고 서적 / 「거친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이원종, 왕의서재)
- 탄핵안 막으려 온몸 던진 최연소 국회의원 임종석 & 김소희 부부
- 2004. 04. 01 화제
- “외동딸 동아가 준 결혼 기념 선물은 탄핵의 몸싸움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국회의원 임종석의 인터뷰다. 그 역시 16대 국회의원이기에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그 오명의 마지막을 비명으로 장식하게 한 국회에서 비통한 그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판정을 받았기에 그를 옹호한다. 이 기사의 시작은 여론조사에 의지해 지지도가 많은 사람들의 입장으로 작성된 것이다. 경도된 기사인 만큼 뜻과 의를 달리하는 분이 읽으면 역겨울 수 있으니 일독마저 삼가시길. 이후 임종석과 김소희란 평등부부의 이야기를 그들의 육성으로 담았다. 격전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전투구! 막는 놈이나 들어가겠다는 놈이나 다 그렇고 그렇다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뭔가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은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후닥닥, 단 몇 분을 버티는 게 고작인 시시한 싸움. 하나씩 들려나가는 군상들, 무에 그리 서럽다고 목놓아 울어대는지…. 그 떨림은 저미는 아픔이 되고 풀어헤쳐진 그들의 옷매무새는 씁쓸한 현실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간 설움을 복받치게 한다. 승자에 대한 축하는 그만! 방송 카메라를 향해 흔쾌히 만세를 외치던 모습으로 가늠할 뿐. 패자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이제 그만! 아픔을 내내 읊조리기엔 국민이란 사람들이 처절히 불쌍할 터이니. 우리가 국민이라며 70%가 되어, 80%로 치달으면서 민심의 향배를 보라 해도 어차피 힘없는 백성의 탄식인 것을…. 잊자, 잊자! 그러나 그날의 잔상은 아직도 머리를 휘감는다. 한 정치인이 운다. 까무잡잡 미소 띤 얼굴하고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그지만 단 몇 분 사이로, 처절한 용틀임을 눈물로 쏟아내는 상처 입은 표범이 된다. 그치지 않고 데굴데굴 구르듯 탈진해가는 그의 모습은 그후에도 수차례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불이 되고 물이 되었다. 우리의 심장을 벌렁이게 한다. 분명 누군 옳을 것이고 누군 그를 것이다. 세상사처럼 누군 힘이 있었으면 누군 힘이 없었을 게다. 멀쩡한 심장이 벌렁이듯 춤을 추는 것은 옳긴 옳은데 힘이 없는 탓이다. 임종석(38). 그는 국회의원이다. 광화문 거리에 모인 인파가 ‘근조’라 외쳐대는 대한민국 제16대 최연소 국회의원.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격랑 속에 ‘전대협 의장’이란 이름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그가 바로 그랬다. 탄식하고 통곡하고 들려나갔으며, 탈진하도록 비분강개했다. 정치적인 편린 속에 투영된 모습! 혹자는 작위적이라고 저건 쇼라고 힐난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연기를 너무 잘한다. 아마추어를 프로라 평가절상하는 것도 잘못이고 꿍꿍이다. 결국 비통함을 풀어내는 장면은, 그의 심정이고 생활이며 뜻이었으니 가능한 모습이었을 게다. 하여간 그날의 정치 다큐멘터리는 그랬다. 어차피 16대는 종언이다. 격정도 종언! 격전은 종식! 이미테이션이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답다 결혼식 기념으로 외동딸이 전한 커플링 다시 현실로 온다. 임종석 의원과 그의 아내 김소희씨를 마주했다. 임 의원은 조금은 피곤한 모습이다. 아직 그때의 곤혹스러움을 기억하고 있는 듯. 그의 아내는 조용한 낯빛으로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다. 격한 감정보다는 조용히 그날을 돌아보기로 했다. 임 의원은 갑자기 새끼손가락에 헐겁게 걸려 있는 은빛 반지를 빼 보였다. “동아가 결혼기념일이라고 선물한 거예요.(미소) 3월 9일이었으니까 탄핵안 가결이 있기 며칠 전이었죠. 그날 허리띠까지 어디로 달아났나 모를 지경이었어요. 혹시 이것마저 달아나지 않을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어 그나마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동아가 그랬대요. ‘아빠, 싸우는 곳에 가지 마!’ 뭐라 할 말이 있어야죠. 그래도 반지는 안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좋아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그런대요. 아빠 허리끈도 잃어버렸지만 자기가 선물로 준 반지는 안 잃어버렸다고요.” 동아는 그의 외동딸이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동아가 선물한 헐거운 반지는 약지에 들어가기는 버겁고 새끼 손가락에 끼는 남는 크기라 평상시 끼고 다니기엔 불편하기 그지없을 터. 하지만 그의 말처럼한동안 벗어두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결혼반지마저 어디 둔지 모르는 그지만 제대로 된 숙제를 하나 안은 셈이다. “동아가 친구들하고 문방구에 간다고 해서 2천원을 줬어요. 그게 아마 2월 20일쯤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갔다 와서 뭘 샀는지 얘기를 하지 않더라구요.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밖에요. 수다쟁이인 동아가 열흘 넘게 용케도 참아내 3월 9일 아침에 선물로 내놓은 거죠.” 가만히 보니 의원의 아내에게도 은빛 반지는 소담스레 손가락을 감싸고 있다. 동아가 준비한 것은 커플링이었다. 동아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을 즈음, 샛노란 그러나 개구쟁이답게 조금은 땟물이 흐르는 초등학교 체육복을 입고 그들의 딸 동아가 나타난다. 동아를 위해 가족사진을 먼저 찍었다. 역시 초등학교 1학년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필름 한 롤이 돌아가고 나서야 그나마 만족스런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동아는 친구의 손을 잡고 뛰어나간다. 얘기는 다시 이어진다. 예의 조용한 아내와 의원인 남편의 삶은 내조나 외조하고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에 돌아온 동아 아빠는 피곤하다면 잠자리에 들었어요. 몇 가지 인터넷으로 체크할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대신해주기로 하고 자게 놔두었지요. 제가 하는 내조가 그래요. 솔직히 잘 못하나 봐요. 그 다음날 몇몇 동료 의원의 사모님들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안마도 해드리고 손도 따드리고 했대요. 뭘 해주었나 묻기에 그냥 자게 놔두었다고 했더니 야단들이세요. 그러면 그날의 피로가 안 풀린다고요. 저도 아니다 싶어 어린이도서관 엄마들에게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죠. 맨소래담 로션을 이용해서 하는 것인데,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로션을 못 구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평등부부의 평등 세상 만들기 서로의 할 일 인정하다 아내 김소희씨는 솔직히 고백한다. 살림 잘 못한다고. 그녀 역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도 환경운동 쪽에서는 나름대로 지명도를 가진 ‘환경지킴이’였다. 93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발간하는 월간 「환경운동」의 기자로 활동했다. 또한 99년 5월, 자신이 그간 취재해온 지식을 바탕으로 지구 생태 이야기를 다룬 책 「생명시대」를 펴내기도 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와 계신데, 동아가 와서 배고프다며 밥을 녹여달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의 눈이 동그래지셨죠. 밥을 미리 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녹여 데우면 갓 한 밥 같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먹은 것인데, 시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네 남편도 그렇게 주냐?’고 정색을 하셨죠.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한 꾸중이었고요.” 결혼한 지 8년이면 살림을 잘하진 못해도 제법 시늉은 할 만한데, 아예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도 보였다. 한편으로는 임종석 의원이 무던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평등부부로 상대의 삶을 존중하는 가운데 나온 자연스런 생활 방식이란 느낌을 받았다. “결혼할 때 동아 아빠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임종석에게는 임종석의 할 일이 있고, 김소희는 김소희의 길이 있으니 그 길을 가라’고요.” 그 말대로 김소희씨는 지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공부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내 일을 하다 보니, 사실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처음에는 지구당 분들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죠. 동아 아빠가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 내가 대신 나가야 한다고 성화셨어요. 그런데 동아 아빠가 그런 요청을 많이 막아주었어요. 사실, 일부 의원들 같은 경우엔 그분들 아내가 출마해도 당선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할 정도로 내조와 외조를 가리지 않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우리 도서관 회원 중엔 제가 국회의원의 아내란 사실을 모르는 분도 있으니까요.” 관습적인 정치인의 행보와 달리 가는 것은 임 의원만이 아닌 듯싶다. 김소희씨 역시 다른 세상 사람처럼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의상이 좀 나은 거예요. 사진 촬영한다고 해서요. 평상시에는 찢어진 청바지도 입고 다녀요.” 정치, 절망의 터널을 떠나 희망으로 외동딸 예쁘게 자라는 모습도 못 봐 그렇다고 정치인의 아내로서의 삶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국회 앞을 지나는 데, 택시 기사 왈.“저 안에 누가 사는지 아세요? 개자식들이 살아요. 개 말이에요.” 대답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머쓱해하는 표정을 할 밖에. 그리고 속으로 ‘정말, 내가 개와 같이 사는 건가?’라며 실소가 흘렀다고. 이래서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런 말을 한지 모르겠단다. “처음 동아 아빠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을 때 주변에서 ‘내조하기 힘들겠다’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혹시 동아 아빠가 정치라도 하게 된다면 정치인의 아내로서 할 일이 만만찮을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들의 콩깍지를 벗겨내기엔 역부족인 충고였다. 92년 원주교도소에 복역할 때다. 수인(囚人)에게 편지처럼 반가운 것이 있을까. 임종석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6개월 형을 언도받고 ‘조신하게’ 수형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낯선 여자 후배의 편지를 받았다. 좋은 벗이 생긴 것이다. 학생운동의 방향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긴 편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로 이어졌다. 이 편지는 임 의원에게는 바깥 세상을 보는 창이었고, 김소희씨에게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경험한 사회의 이질적인 모습에서 오는 불안함을 상쇄시키는 일기와도 같았다. 이듬해 5월, 출소해 만난 이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청년정보문화센터를 만든 임 의원은 김소희씨에게 운영위원으로 들어와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삶의 코드를 맞춰가던 이들에게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 단골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우정이 쌓여 단단해진 사랑은 임 의원의 ‘여보’란 농담마저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드디어 96년 수덕사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임 의원이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했고, 같은 해 3월 9일 웨딩마치를 울린 것. 결혼한 이듬해에 두 사람 사이에서 딸 동아가 태어났다. 동아는 부부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동아가 네 살 되던 해 경북 봉화의 농촌시인 전우익씨를 찾아간 적이 있다. MBC-TV ‘느낌표’ 열번째 선정 도서(꼭 이래야만 설명이 가능하니)인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지었고, 나무에 푹 빠져 나무만큼 정직하게 살고 있는 분이다. 그분이 던진 “소희야, 네 딸은 햇빛을 좋아하는구나”란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고. 그저 다른 아이보다 영특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만 해오던 터라 미안하기까지 했다고. 부부는 당장 이사를 결심했고, 모든 것을 감수하고 넓은 창과 마당 같은 베란다를 갖춘 집으로 이사했다고. 부부는 콘크리트 베란다를 채소밭·꽃밭으로 만들었다. 시골에서 자란 임 의원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화단을 만들었다. 변화는 그런 것인가 보다. 도회에 살고 있는 어린 동아는 식물의 성장이나 자연의 변화에 대해 깨우쳐갔고, 식물들과 자신의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화초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고 씨 뿌리고 물 주고 자기의 간식을 나눠주면서 꽃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정치인 임종석이 되고 나서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햇빛을 좋아하는 동아가 커 가는 재미를 모르는 아빠가 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서로 알지 못하면 같이 있는 시간이 버거울 수 있다. 이제 아빠 임종석은 외동딸 동아와 단 30분을 놀기에도 힘에 부치고 따분해진 아빠가 돼버린 것. 결혼 초에 아침밥도 차리고, 설거지도 하던 임 의원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비법대로 주물러 찌개를 끓이는 모습도 아련하다. 지역구 행사에 가면 몇 순배를 돌도록 잔술을 말술로 받아마셔야 하고, 집이라고 들어오면 긴장했던 밖에서의 조아림이 갑갑했든 지, 그냥 정신을 놓고 잠에 빠져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세태에 찌들거나 현실에 야합하는 수는 배우는 머리가 없는 듯. 어릴 적 두 손 가득한 아카시아 잎사귀를 어린 종석의 머리에 뿌리며 ‘산화공덕’의 축원으로 “훌륭한 사람 돼라” 명하던 아버지, “우리 종석인 코도 흘리지 않는다”며 끝없는 애정을 보여주신 어머니, 젖은 수건으로 곤한 잠에 빠진 남편의 시름을 씻어 내리는 아내와 아빠처럼 사람 사랑하는 것을 배우며 크는 동아의 공덕이 그를 지키는 것일 수도… 나아가 정체성을 잃어가는 386의 ‘불멸의 모범’이란 상징성이 그를 지켜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에게도 선거는 다가온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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