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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128 건 검색)

대법 ‘장애인 버스 탑승 시위’에 유죄 확정…전장연 “현행법이 기본권 투쟁까지 압박”
대법 ‘장애인 버스 탑승 시위’에 유죄 확정…전장연 “현행법이 기본권 투쟁까지 압박”
2025. 03. 18 16:00사회
... 원심을 확정받았다. 박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들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몸을 던져 기어가는 포체투지 투쟁을 지금도 매일같이 이어가고 있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장애인 이동권 싸움은 ‘불법’에 머무를...
“해방투쟁으론 대한여자의 모범”…김알렉산드라의 ‘생사고투’ [플랫]
“해방투쟁으론 대한여자의 모범”…김알렉산드라의 ‘생사고투’ [플랫]
2025. 03. 17 14:45사회
... 않았다. 마지막 말은 기록이나 전언으로 남았다. 룩셈부르크는 처형일 저녁 혁명 승리의 필연성과 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적었다. 김알렉산드라도 혁명의 성공을 다짐했다고 한다. 사형장인 아무르강 언저리...
플랫
‘말벌 동지’들이 뜨면…투쟁은 축제가 된다
‘말벌 동지’들이 뜨면…투쟁은 축제가 된다
2025. 03. 14 06:00사회
... 투쟁도 ‘힙’하고 즐겁게 해나, 진아, 가든 등 청년 여성들이 주축이 된 말벌 동지들이 모이면서 투쟁 현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들은 탄핵 광장의 ‘응원봉 문화’처럼 발랄한 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날...
야당 장외투쟁 격화···민주당은 대검 항의 방문, 혁신당은 삼보일배
야당 장외투쟁 격화···민주당은 대검 항의 방문, 혁신당은 삼보일배
2025. 03. 13 15:22정치
...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야당의 장외투쟁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시한을 하루 앞둔...
윤석열 탄핵 심판

스포츠경향(총 97 건 검색)

‘LG 경기’ 보려고 ‘단식 투쟁’까지 했던 열혈 LG팬, 애틀랜타서 애리조나까지 날아와 커피 100잔 쐈다!
‘LG 경기’ 보려고 ‘단식 투쟁’까지 했던 열혈 LG팬, 애틀랜타서 애리조나까지 날아와 커피 100잔 쐈다!
2025. 02. 12 22:36 야구
LG 팬 이준 씨와 그의 가족들.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경기를 보고자 단식투쟁도 불사했던 팬이 선수단을 위해 100잔의 커피를 준비했다. 미국 스프링캠프에 나선 LG 선수들을 응원하고자 차로 25시간 이상, 항공편을 이용해도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LG 구단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팬 이준 씨는 현지시간으로 10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차린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찾아 커피 100잔을 선물했다. 이 씨는 프로야구 출범과 동시에 MBC 청룡(LG 전신) 팬이 됐다. 입시를 준비할 때도 LG 경기를 챙겨본 탓에 어머니가 ‘야구 시청 금지’를 선언했는데, 단식 투쟁을 통해 시청권을 보장받았다. 이 씨는 “LG선수들을 보고 싶어서 애틀랜타에서 넘어왔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커피를 선물했다”며 “LG가 2023년에 우승해서 정말 좋았다. 올해는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부담보다는 재밌고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 계약 마지막 해인 선수들도 좋은 성적으로 다시 좋은 계약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엘린이 출신’ 임찬규는 “캠프 때마다 멀리서 응원해주기 위해 방문해 주시는 팬들이 많다. 그분들을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데, 선수단을 위해 힘내라고 커피까지 선물을 주셨다. 감사하다”며 “이런 팬들의 사랑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시즌 때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KBO리그
‘하얼빈’ 이어 3월엔 안창호 선생 투쟁 영화 ‘호조’ 개봉
‘하얼빈’ 이어 3월엔 안창호 선생 투쟁 영화 ‘호조’ 개봉
2025. 01. 23 13:49 연예
‘하얼빈’을 이어 3·1절이 있는 3월에 새로운 항일 투쟁 영화가 나온다. 3월 개봉을 앞둔 영화 ‘호조’의 보도스틸이 23일 공개돼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호조’는 나라를 빼앗긴 시대, 오직 독립을 위해 뜨거운 투쟁을 이어나갔던 안창호 선생과 손정도 목사의 이야기를 그린 항일투쟁 대서사시다. 영화 ‘호조’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호조’는 항일독립운동단체 ‘신민회’와 민족운동단체 ‘흥사단’을 결성한 민족의 스승 도산 안창호 선생과 독립을 넘어 동포들의 이상촌 건설을 꿈꾸다 일제의 고문으로 끝내 49세에 순국한 손정도 목사의 삶과 투쟁을 그린 작품.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임시헌장 선포, 길림 대검거 사건 등 역사적 순간을 최초로 뮤지컬화하고 조명해 주목받고 있다. ‘호조’를 연출한 권혁만 감독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일사각오’ 등의 작품을 통해 독립유공자들을 꾸준히 조명해온 감독으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안창호 선생을 다룬 영화 ‘호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정지현 음악감독은 제10회 DIMF(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장 담그는 날’의 작곡가로, 이번 ‘호조’의 뮤지컬 작곡에 참여하여 역동적이면서도 때로는 위트 있는 다수의 음악을 제작했다. 주요 배역으로는 배우 장정식(안창호 역), 최민우(손정도 역), 이환의(이시이 역) 등 뮤지컬 공연에서 활약해오던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작품 내 다채로운 뮤지컬 넘버들을 소화하고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호조’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공개된 보도스틸에서는 평범한 청년 손정도가 안창호를 만난 후 독립투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독립운동에 가담할지를 고뇌하는, 갓을 쓴 청년 손정도의 모습은 이후에 나타나는 상투를 자른 목사, 독립 투사로서의 모습과 대비된다. 또한 ‘나라 꼴이 기막히니’라는 뮤지컬 넘버의 한 장면이 공개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당 넘버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시사함과 동시에 뮤지컬로 승화된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안창호를 비롯한 한인들이 일제의 사주를 받은 중국 군경에게 대거 체포당한 ‘길림 대검거 사건’을 담은 스틜이 등장한다. 이어지는 거리시위 장면은 체포된 안창호 선생을 석방시키기 위해 하나로 연대한 남녀노소 한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안창호 선생과 손정도 목사 두 사람의 모습이 함께 담긴 스틸 또한 눈에 띈다. 해당 스틸은 오랜 시간 독립운동에 힘쓰며 같은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의 생애와 우정을 연상시키는 바.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을 통해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영화 ‘호조’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보도스틸을 공개하며 항일 독립 투쟁의 서사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호조’는 오는 3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
[스경x인터뷰] ‘타격 3위’의 투쟁심에 불을 지핀 LG···그리고 송성문이 털어놓은 딱 한 가지 소원
[스경x인터뷰] ‘타격 3위’의 투쟁심에 불을 지핀 LG···그리고 송성문이 털어놓은 딱 한 가지 소원
2024. 08. 24 07:35 야구
키움 송성문이 23일 고척 LG전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년, 송성문(28·키움)은 그야말로 첫 전성기를 맞았다. 서서히 올라가 6월 타율 0.404로 대폭발하며 터지기 시작한 타격의 감을 8월이 끝나가도록 유지하고 있다. 23일 현재 타율 0.347로 리그 3위를 달리며 2015년 데뷔 이후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키움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지만 아직은 상대에게 가장 무서운 타자는 아닌 모양이다. 송성문은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전에서 5타수 3안타 5타점 3득점의 불같은 활약을 했다. 3-0으로 앞서다가 LG가 6회초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자 6회말 키움은 4점을 뽑아 7-3으로 달아나버렸다. 1사 1·3루에서 김혜성의 내야 안타로 4-3을 만든 뒤 계속된 1사 1·2루에서 송성문이 LG 김진성을 상대로 중월 3점포를 터뜨려 승부를 갈랐다. 송성문은 경기 뒤 “사실 홈런 친 타석보다 2회에 2타점을 냈을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최근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 상대 벤치쪽에서 (2번 김혜성 타석에서) 풀카운트인데 어렵게 하라고, 낮게 유인구 던지라고 하는 걸 보고 좀 투쟁심이 타올랐다”며 “1루가 비었으니 (김혜성을) 거르고 나랑 승부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럼 쳐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막 150㎞짜리 직구가 들어왔는데 진짜 공이 좋았는데 그 투쟁심 때문에 친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 송성문이 23일 고척 LG전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앞서 3경기에서 11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송성문은 이날 1회 내야 땅볼로 출루해 선취 득점한 뒤 문제의 2회말 2사 2·3루에서 2번 김혜성이 볼넷으로 출루해 만루를 만들자 LG 선발 손주영의 직구를 당겨 우전 적시타로 2타점을 올렸다. 곧바로 2루를 훔쳐 시즌 16호 도루를 기록했고 6회말에는 3점 홈런, 8회말에도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보크로 득점까지 했다. 맹활약을 펼치며 숨죽었던 타격 기운을 되찾았다.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거의 없었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송성문은 “항상 시즌을 치르면서 사소한 변화들을 많이 줬었다. 안 되면 바로 조금씩 바꿔보고 했는데 올해는 그런 게 거의 없다. 꾸준히 나 자신을 믿고 밀고나가는 점에서 기복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활약으로 송성문은 타율 0.347 16홈런 89타점 67득점 16도루를 기록 중이다. 타율 3위, 안타 5위(146개), 출루율 5위(0.413)에 올라 있다. 송성문은 “에레디아(SSG)와 레이에스(롯데)가 무슨 타격기계처럼 치는 걸 눈앞에서 항상 봤기 때문에 타격 타이틀 이런 건 정말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짜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하나 있다”고 했다. 키움 송성문이 23일 고척 LG전에서 득점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송성문은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 송성문은 “시즌 끝나고 열리는 프리미어12에는 꼭 한 번 국가대표로 뽑혀보고 싶다. 중학교 때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한 번도 뽑힌 적이 없다. 사실 야구하면서 나한테 국가대표는 뭐 꿈만 꿀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많이 목 말라 있었고 어디 가서 얘기하면 ‘네가 뭐 국가대표야’ 비웃을테니 말해본 적도 없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고 또 꿈꿔왔던 얘기를 그래도 좀 할 수 있는 시즌인 것 같다. 얼마 전 박용택 선배님이 ‘국가대표도 한 번 해봐야지’ 하시면서 ‘자기 어필 좀 많이 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단기전에도 항상 강했고 내야 포지션 다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얘기 좀 하고 싶다”고 웃었다. 하위권으로 예상돼도 가을야구에는 나가고, 고만고만한 선수들만 있는 것 같아도 똘똘한 선수들이 많았던 키움은 올해 최하위다. 이정후도 없고, 안우진도 없고, 이용규마저 다쳐서 없는 키움을 송성문이 끌고가는 중이다. 키움은 지금 최하위지만 송성문은 야구인생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정점에 올라 있다. 송성문은 “내 생각에도 올해 아마 인생 마지막 찬스가 될 것 같은데 야구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국가대표 외에) 다른 욕심은 내지 않는다”며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솔직히 내년에는 올해만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2할 중반이 아닌 그 이상의 높은 타율에서 계산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첫 연가투쟁 나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첫 연가투쟁 나서
2024. 06. 07 14:26 생활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에 나섰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천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천명)의 22% 규모다.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삼노는 조합원을 상대로 연가 투쟁 동참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지만,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사상 첫 연가 투쟁이 조합원 자의에 의해 결정됐으면 하는 취지로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여서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아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와 비교하면 오히려 올해 연차 사용률은 작년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는 현충일 전날인 6월 5일이 월요일이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징검다리 연휴이고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의 자동화 생산 의존도가 높은 점을 이유로 “이번 파업 선언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출하량 부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대변되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최근 노조의 파업 선언과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조합원 전원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 부위원장은 “연가 투쟁 후 다른 방식의 파업도 계획 중”이라며 “연가 투쟁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절차”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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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개방 사이···동덕여대 학생 투쟁이 말하는 것들
소멸과 개방 사이···동덕여대 학생 투쟁이 말하는 것들(2024. 11. 25 06:00)
2024. 11. 25 06:00 사회
학교 측 남녀 공학 추진 반발…‘여대란 무엇인가’ 질문 던져 젠더 갈등·폭력 시위 프레임에 “사태의 본질 봐야” 지적도 지난 11월 19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건물에 학생들이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혜리 기자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 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수업을 거부하며,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지난 11월 20일엔 전체 재학생의 약 3분의 1인 1973명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남녀 공학 전환 반대를 의결했다. 학생들은 이 구호를 내세운다.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며, 여대 존속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구호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조롱과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반여성주의 단체와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해 공격하고 혐오 발언을 일삼고 있다. 언론은 ‘젠더 갈등’과 ‘폭력 시위’ 프레임을 앞세운 보도를 하고 있다. 정작 동덕여대 학생들이 ‘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여자대학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자대학은 자주 긴장과 갈등 속에 놓여왔다. ‘여대=페미’라는 낙인, 성차별이 사라졌다는 신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등 복잡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대는 계속해서 그 존재 의미를 입증하라고 요구받는다. 동덕여대 사태는 모든 여대, 사회 전체가 마주한 문제다. 소멸인가 개방인가,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인가. 동덕여대 학생들은 ‘여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 “비민주적 운영에 분노 쌓인 것” 동덕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 검토 사실은 지난 11월 7일 처음 알려졌다. 학생들은 반대 서명, 대자보 붙이기에 이어 11월 11일부터 수업 거부, 본관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학교는 11월 12일 낸 입장문에서 “우리 대학이 처해 있는 내·외부 환경의 위협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루고자 출범한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두 개 단과대학 공학 전환 사안이 포함돼 있었다”며 “모든 구성원과의 의견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었다”고 밝혔다. 학교는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과 소통은 필요한 절차”라며 “아직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우선 학교가 학생들 모르게 공학 전환을 검토한 게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지난 11월 20일 학생총회에서 “어떤 학생은 교수님께 공학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듣게 됐고,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커뮤니티에서 이 사실을 접하게 됐다”며 “여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공학 전환을 학교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글로 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학교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학교 운영에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는데 학교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남학생 6명이 한국어문화전공학과 학부생으로 재학하게 된 과정이나 2015년 여성학 전공 폐지 과정에서도 학생들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총장 선출 절차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총장 직선제도 11월 20일 총회에서 의결했다. 지난 11월 19일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난 한 학생(24)은 “개인적으로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학 전환 자체보다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있다”며 “학교가 교내 사망사고와 안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고, 이미 남학생이 입학한 것도 신뢰가 깨지는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동덕여대는 현재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며 적립금은 사립대학 상위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라며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확립한 후에 공학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 학생은 대자보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젠더 갈등보다 앞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중대사를 처리한 것을 규탄 중인 것”이라며 “학교 자금으로 이사장의 개인 채무 청산, 비민주적 학과 통폐합, 위험·낙후된 시설 방치, 교수 충원 요구 거부와 같은 교내 비리에 학생들 분노가 더해져서 시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물론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녀 공학 전환이다. 학내에 붙은 대자보들을 살펴보면 동덕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여대 폐지를 단순한 입학생 성별의 변화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대 폐지는 성차별과 가부장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위한, 여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13일 게시된 대자보엔 이런 내용이 있다. “대학은 경험주의와 실험주의를 바탕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사실을 발굴하는 곳이고, 대학의 지성인들은 세상을 둘러싼 무지성과 편견을 벗긴다. 단순한 추론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자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여자대학은 세상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권위인 가부장에 반문하기 위해 존재한다. 여대는 남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인간으로서 여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성 지성인의 공간이다. (…) 여대가 필요 없다는 사람에게 묻는다. 여대를 없애려는 이유가 여대로 하여금 가부장이 타파됐기 때문인가. 여대가 가부장을 깨부수는 것이 두려워서인가.” 성차별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여자대학의 필요성도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여자대학의 끝은 공학 전환이 아닌 자기 소멸”이라고 쓴 대자보도 있었다. 필자는 “1950년 동덕여대 개교 이래 70여 년이 지난 2024년 지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진정한 성평등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성폭력, 몰카 걱정 없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으며 ‘여대생’이 아닌 ‘대학생’으로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여자대학”이라며 “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누구보다 앞장서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할 대학본부가 학생들의 인권에 단 한 톨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른 이는 대자보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남편과의 일화가 먼저 언급되고 노벨문학상 ‘정도’는 별거 아닌 상이 돼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 수많은 여성 혐오 범죄는 일상다반사라 무딘 반응이면서,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보기만 해도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나는 이런 사회에서 어디서 누워 자도 안전한,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해도 어떤 위협이 가해지지 않을 ‘여자대학교’라는 공간에서 ‘정신 교육 당하며’ 페미니즘만 배운 게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어떤 논의를 해야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동덕여대 17학번 졸업생은 대자보에서 “나는 이곳 동덕에서 많이 바뀌었다. 여성학 수업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여성을 알게 됐으며, 무엇보다 나는 나를, 평생 여자임을 거부하고 싶었던 여성으로서의 나를 알게 됐다”며 “그것은 이곳 동덕이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에게 열린 공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한 동덕여대 학생(21)은 기자와 만나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하고 교육청이 성평등 도서를 폐기하는 상황에서 여성학 교수가 있고, 여성학에 대해 학문적 논의를 하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이 사회에 설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곳은 오직 여대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적어도 여대에서는 여성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표출할 수 있다. 전혀 눈치 볼 게 없다”며 “한국에서 여대가 없어지면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여성으로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여대는 여성 인권의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위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전체 146개 국가 중 하위권인 105위였다. 지난 11월 19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동덕여대 졸업생이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쓴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지난 11월 20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혜리 기자 젠더 갈등·폭력 시위 프레임에 본질 사라져 지난 11월 19~20일 기자가 방문한 동덕여대는 대자보로 캠퍼스 전체가 뒤덮여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상당수 학생은 기자와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학생들은 “개별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말이 잘못 나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저항이 알려진 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혐오가 들끓고 ‘폭력 시위’라는 프레임이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여성주의 단체인 신남성연대는 “동덕 폭도”라는 단어를 쓰며 학생들 신상을 특정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누리꾼은 “취업길 막혔다”, “페미대는 회사에서 안 뽑는다” 등의 혐오 댓글을 쓰고,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리는 등 동덕여대 학생들을 겨냥한 조롱, 비난, 공격을 이어갔다. 여기엔 ‘한국은 이미 성평등한 사회다’,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는 논리와, ‘입결(입시 결과)’을 기준으로 한 대학 줄 세우기가 뒤따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덕여대 시위를 가리켜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는 글을 올려 불을 지폈다. 학교 측이 폭력 사태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언론엔 ‘폭력 시위’를 앞세운 기사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1월 20일 성명을 내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학생들의 분노와 표출된 의사 표현을 두고 폭력 세력으로 낙인찍는 태도는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라며 “개혁신당은 여대에 대한 훈수를 멈추라”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반응은 ‘페미니즘 리부트(재부흥)’에 대한 ‘백래시(반격)’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 사건, 2018년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며 젠더와 여성 인권 신장이 사회이슈로 부각된 반면 페미니스트 낙인찍기, SNS 댓글 테러 등의 백래시도 나타났다. 남녀 공학 대학에선 ‘총여학생회 폐지’가 백래시로 나타났는데, 동덕여대 사태를 기화로 ‘여대 무용론’으로 강화됐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필진 송유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경쟁력 확보,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 여대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한 무지가 더해져 지금의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폭력 시위 프레임이 붙고, 페미니스트 여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그들의 공간을 침범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여성 혐오가 팽배한 사회라는 것, 여대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11월 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 혐오와 여자대학, 그 변화의 시작’ 토론회에서도 권김현영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여성 혐오와 페미니스트 혐오라는 백래시가 같이 만난 게 요즘의 여대 혐오의 특징”이라며 “‘여대에 안 가겠다’는 말이 예전에는 남녀 공학에서 더 많은 기회를 쌓고 싶다는 소망이었다면, 요즘에는 ‘여대 낙인’에 대한 우려로 드러난다”고 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11월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의미의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성동훈 기자 여대 정체성과 미래 제대로 논의 시작해야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은 1886년 설립된 이화학당이다. 1910년 대학과 설립, 1946년 종합대학 인가로 지금의 이화여대가 됐다. 여성은 교육받을 필요 없는 존재로 여겨진 과거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평등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입시·취업을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화가 심해지고 양성평등이 제도화되면서 ‘여대가 경쟁력이 있느냐’, ‘여대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낮은 출생률과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남녀 공학으로 전환(상명대)하거나, 전환을 시도했다가 학생들 반대로 철회(덕성여대·성신여대)한 사례가 나왔다. 현재 7개 여대가 남아 있다. 계속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대란 무엇인지’, ‘여대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대에선 학생회·동아리 등 학생 자치단체 활동, 수업에 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 여성 친화적이고 평등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며, 여성들의 연대도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대 학생들이 공학 학생들보다 성차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취업하지 않는 것보다 취업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권김 위원은 “남녀 공학으로 전환된 학교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본 연구를 보면 모든 리더십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고, 여학생들이 교수에게 질문하는 빈도가 줄어들거나 진로 탐색 기회가 하락한 것이 나타난다”며 “여학생이 남녀 공학에서 네트워크가 확장되기보다 배제에 시달리는 점도 드러난다”고 했다. 미국엔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는 여자대학, 흑인교육을 위해 설립된 흑인대학들이 있다. 여대들이 ‘서열 경쟁’, ‘입결(입시 결과) 경쟁’에 대한 몰두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며 남녀 공학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존폐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나임윤경 연세대 인류문화학과 교수는 이화여대의 역할과 여대들의 연대를 언급했다. 나임 교수는 “이화여대가 여대라는 기표를 선점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서 통제 불가능한 여성이라고 할 때 과연 다른 여대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나임 교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다른 여대와 함께 여대라는 기표 아래 우산을 쓸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여기(토론회)에 있는가”라며 “이화여대, 숙명여대는 리딩 유니버시티(선도적인 대학)로서의 역할은 없는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 대해 이화여대의 총학생회나 단과대학 학생회 등 학생 자치단체들은 공식적으로 지지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른 여대의 수십개 자치단체가 집단으로 지지 성명을 낸 것과 대조된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구호가 쓰여있다. 성동훈 기자 여대의 교육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에 국한할 것인지는 남은 문제다. 2020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학생이 논란 끝에 입학을 포기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대에 재학하거나 졸업한 22명의 트랜스젠더퀴어를 인터뷰한 김유진씨는 지난해 논문에서 “여자대학은 단지 성별이 분리된 공간이라는 협소한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원화된 성별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되기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항적이고 대안적인 공간으로서의 여자대학이 지닌 역량은 그 내부 구성원들이 모두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 공간 내부의 차이와 권력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오는 차별과 억압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토론회에서 “여대는 ‘누가 여자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도전을 받아왔고, 여성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며 “포용적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식의 인프라가 있어야 하고, 그 인프라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동덕여대 학생은 대자보에 이렇게 썼다.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십시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신입생 수 급감, 그 해결책이 단순히 공학 전환입니까? 잠시 신입생 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후에는요? 공학 간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어떻게 도모할 겁니까? 시설을 새로 짓고, 국가지원금을 받아 운영을 연명하겠지만, 미래 학생들이 신뢰할 수 없는 학교에 과연 지원할까요?” 여대, 그리고 성평등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소멸하지 않는 방법을 제대로 고민하자는 게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이라는 의미다.
[신간] 여성 노동자 고공농성 투쟁사
[신간] 여성 노동자 고공농성 투쟁(2024. 08. 28 06:00)
2024. 08. 28 06:00 문화/과학
체공녀 연대기, 1931~2011 남화숙 지음·남관숙 옮김·후마니타스·2만원 1931년 5월 29일 평양 평원고무농장 노동자 강주룡은 임금 삭감에 항의해 파업을 주도하다 일제 경찰이 파업 노동자들을 해산시키자 12m 을밀대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다. ‘체공(滯空)’. 공중에 머물러 있음을 뜻하는 단어가 강주룡이란 이름 앞에 붙은 까닭이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모습과 겹친다. 그사이 1970년대엔 수많은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한국의 노동사·여성사를 오래 연구해온 저자가 한 세기에 걸쳐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사를 쓴다. 여성 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서 소환한다. ‘온순한 존재’인 여성 공장 노동자들이 전투적 행동에 나서게 되는 것이 그들의 순진함과 무지를 이용한 외부세력의 조정 때문이라는, 바로 그 ‘통념’을 깨려는 시도다. 고정관념에 가려졌던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서사와 그들의 투쟁이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풀어낸다. 영원의 전쟁 벤저민 R. 타이텔바움 지음·김정은 옮김·글항아리·1만9800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민자를 배척하고 세계화에 등 돌린, 두 지도자 뒤엔 ‘책사’라 불리는 두 사람이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브 배넌과 러시아의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민족음악·우익운동 연구자인 저자는 두 사람을 인터뷰해 글을 썼다. 그는 민족음악을 연구하다 전통주의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우익운동, 제도 권력과도 연결돼 있음을 알아챈다. 저자는 두 사람이 각자의 인생에서 전통주의를 어떻게 체계화했는지, 국가의 영원성을 어떻게 획득하려 했는지 인터뷰에서 끌어낸다. 이들을 아는 것이 현재 미국·러시아, 일부 유럽국의 극우 포퓰리즘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몽골제국 연대기 라시드 앗 딘 지음·김호동 옮김·사계절·2만7000원 중앙유라시아 연구 권위자인 김호동 서울대 명예교수가 20년에 걸쳐 번역한 <라시드 앗 딘의 집사>(5권)를 한 권으로 축약했다. <집사>는 13~14세기 몽골제국은 물론 이란, 중국, 유럽의 다양한 사료와 전승을 수집해 쓴, ‘최초의 세계사’로 불린다.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마크 베코프 지음·김민경 옮김·두시의나무·2만4000원 동물행동학자인 마크 베코프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감정이 있다고 말한다.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다양한 일화와 연구를 소개한다.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변화와 책임을 촉구한다. 2007년 나온 초판에 새로운 내용을 더해 전면 개정했다. 판토미나 마거릿 캐번디시 외 지음·민은경, 최유정 옮김·문학동네·1만6000원 17~18세기 영국의 정치적 격변기에 여러 영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 3명의 다섯 작품을 실었다. 연애와 결혼, 정절의 문제, 사회적 관습과의 갈등 등을 다룬다. 여성이 적극적 욕망의 주체로 등장, 기존 로맨스의 문법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간
[한기홍이 만난 사람](1)민중가수 임정득 “모든 투쟁의 뿌리는 사랑에 있죠”(2022. 06. 24 17:17)
2022. 06. 24 17:17 사회
주미영 작가 나에게 노래는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중요하다. 가사를 먼저 써야 곡이 떠오른다. 전문적인 공부를 한 친구들은 멜로디부터 쓰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메시지가 없으면 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임정득(41)은 영남대 1학년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 노래 동아리 ‘예사가락’에서 ‘민중가요’라는 형식의 노래를 만났다. TV에서 전혀 듣거나 보지 못했던 노래였다. 신선했다. 특히 가사가 좋았다. 경북 군위군의 궁벽한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다. 대구로 유학 와서 중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학교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말이 없었다. 항상 겸손하고 모범적으로 처신했다. 대학 시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가치, 존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단과대를 돌며 노래 공연을 하면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의 노래에 반해 동아리에 신입부원이 여럿 몰려들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임정득은 민중가수로 현장에서 잘 알려져 있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수백㎞ 떨어진 행사장을 찾아 공연하고 발언하는 가수로도 유명하다. 그를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할까. 민중가수, 진보예술인, 싱어송라이터, 그냥 ‘노래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 어딘가에 그는 존재한다. “민중가수라는 호칭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투쟁가 형식의 노래는 나 말고도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서정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편인데, 민중가수의 정체성은 투쟁가요만을 부르는 존재로, 박제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민중가수’란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노래를 부르는 존재다. 나를 그렇게 불러준다면 그것은 너무도 고맙고 소중한 타이틀이다.”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처럼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민중가수’도 있다. 임정득이 ‘민중가수’라는 호칭에 겸양하는 이유는 ‘민중’이라는 말이 지닌 보편성과 대중성의 차원에 자신의 노래가 아직은 다다르지 못했다는 자각일 수도 있다. 데뷔 후 거의 매년 단독 콘서트 임정득은 2011년 데뷔 이후 거의 매년 단독 콘서트를 가진 가수다. 여전히 그는 집회와 시위의 현장에 모습을 더 자주 내비친다. 깔끔한 미성에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짧은 연설을 토해낸다. 그 메시지 전달의 능력과 재능이 발군이다. 그는 투쟁가요도 서정적으로 쓴다. 분노도 크지만 결국 사랑으로 회귀한다. 임정득은 “살아가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모든 투쟁의 뿌리는 사랑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목숨을 바친 ‘열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눈물 나게 표현한 곡이 많다. 투쟁 과정에서 숨진 노동자와 철거민 등을 위해 여러 곡을 썼다. ‘일흔일곱 날의 기억’, ‘저녁녘’, ‘사라지다’, ‘그랬으면 좋겠다’ 등이 그 노래다. 2020년 12월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을 위한 희망버스 행사에 참여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임정득. 임정득 제공 밀양 송전탑 투쟁, 한진중공업 고공 투쟁,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세월호 유가족 집회 현장에 그는 달려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수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초대도 하지 않은 투쟁사업장을 무작정 방문하기도 했다. 자주 가던 곳이 한진중공업 현장이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때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만났다. 김진숙은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에서 무려 309일간이나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임정득의 명곡 ‘소금꽃나무’는 김진숙을 만나 탄생했다. 2015년 발표한 1.5집 앨범 <당신과 상관없는 노래>에 수록됐다. 2007년 김진숙이 썼던 동명의 책에서 제목을 따왔다. “현장을 찾아가 ‘노래로 연대하고 싶다, 노래 불러도 되냐’고 쑥스럽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김진숙씨는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었고, 매일 열렸던 문화제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쌍용차 투쟁할 때도 노조원들이 좋아하는 가수로 임정득을 꼽아줬다. 지난 2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명예 복귀를 하고 퇴직 기념행사를 할 때, 부산 HJ중공업 현장에 가서 김 지도위원과 함께 ‘소금꽃나무’ 노래를 불렀다.” ‘소금꽃나무’는 임정득 노래의 절정이다. 깊고 넓어진 그의 음악세계가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그 비장미가 자못 도저하다. 소금꽃은 노동자의 등에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를 의미한다. 임정득은 노래에서 그 노동자를 “아침이면 어디 있는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로 묘사한다. 종국에는 “눈부신 열매를 맺고서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저 거친 세상 속으로 저 지친 어깨에 흐드러진 꽃을” 피워내는 존재다. 사실 민중가수로서 임정득의 저력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의 한 노래패에 속했던 6년간의 세월에 형성됐다. 당시 그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대구 성서공단에서 작은 공연을 펼쳤다. 공단 노동자의 애로사항을 돕기 위해 노무사가 부스에서 상담했고, 그 시간 임정득은 노래를 불렀다. 6년이나 이 공연을 지속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2019년 한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행사에 참여한 임정득의 뒷모습. 항상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며, 연민과 함께 연대의 의지를 자발적으로 보여준다. 임정득 제공 “성서공단에는 매우 영세한 기업에 특히 이주노동자가 많았다. 공단에서 맡았던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가 지금도 나는 듯하다. 그들의 기본 권리는 너무도 심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장장 6년이나 지속했기 때문에 어떤 집회 현장보다 애착이 가는 장소다. 노래를 하고 발언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맞닥뜨린 현장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임정득은 종종 영화에서 노래의 영감과 소재를 얻는다. 리얼리즘 영화의 대가로,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켄 로치(Ken Loach)를 좋아한다. 켄 로치는 노동계급이나 아일랜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켄 로치 감독이 2007년 연출한 <자유로운 세계(It’s a Free World)>는 이주노동자의 착취에 관한 이야기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세태에 착안했다. 노동자 착취가 ‘근대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는 자유시장의 환상을 착취자의 관점에서 익살스럽게 꾸짖는 영화다. 임정득이 말하는 자유란 임정득은 영화와 같은 이름의 곡을 썼다. 임정득이 자신이 쓴 노래 중 가장 사랑하는 곡이 바로 ‘자유로운 세계’다. 1집의 앨범명이자 타이틀곡으로 삼았다. 임정득에게 ‘자유로운 세계’란 ‘살아남은 사람의 법칙만 존재하는 세계’다. 그는 자유를 이렇게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말을 35번이나 썼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착취하고 지배하는 자의 자유까지 우리가 인정한다면, 도대체 자유라는 것이 뭔가.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다 열려 있다던가,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실상 그런 자유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는 아름다운 말처럼 들리지만 이미 타락했고, 그 의미가 오염돼 있는 것이다.” 임정득은 곡을 직접 쓴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솔로 가수가 된다는 의미는 청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는 것, 전파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이 쓴 곡을 부른다는 것은 가수로서의 창발성을 고양하는, 중요한 방법론이다. “나에게 노래는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중요하다. 가사를 먼저 써야 곡이 떠오른다. 전문적인 공부를 한 친구들은 멜로디부터 쓰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메시지가 없으면 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곡을 쓰지 않으면 너무도 괴롭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노래라는 형식 안에서만 가능해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미국 가수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는 압도적인 예술성으로 가사를 썼다. 그가 나의 롤모델이다. 1800년대 아이들에 관해 쓴 미국 시인의 시를 수집해 곡을 만들었다. 그 스토리를 찾기 위해 손수 도서관을 뒤졌다고 한다. 페미니즘의 문제, 삶과 죽음의 단상도 포함돼 있다. 공연할 때는 자유롭고 분방하게 춤을 춘다. 그 눈빛과 말이 너무도 힘이 있고 따뜻하다. 여성이나 이주민의 삶에 주목했고, 지금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머천트의 예술에서 나오는 아우라와 에너지는 정말 대단하다.” 주미영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권정생 선생 코로나19 때문에 연말에 기획하던 송년 모임 음악회를 2년간 하지 못했다. 1시간 30분 정도 작은 콘서트에서 다양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올해부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말에 4집 음반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가수 이상은과 강산에를 좋아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삶과 사상에 매료된 적이 있다. 권정생은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힘없는 주인공들이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을 표현했다. 그런 점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권정생은 닮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날카롭게 저항했다. 두 사람 다 평화주의자, 생태주의자이면서 아나키스트(모든 제도화된 정치조직·권력·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가 및 운동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임정득의 정신적 지향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얼마 전 선배 노동가수 지민주와 대화한 적이 있다. 지 선배는 현장성이 있는 가사, 투쟁가요의 성격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게 말했다. 지금의 상황을 굉장히 엄혹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래 자체에 욕심은 없다고 했다. 거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생각했다. 지 선배는 투쟁의 선명함에 자신의 정체성을 결합했다. 그런 대범한 자리매김에 공감하며,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열사들의 노래를 부를 때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이렇게 아마추어티를 내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삼성전자 서비스의 최종범 열사가 고인이 됐을 때 많이 힘들었다. 고인과 내가 동갑내기였다. 내 노래를 제일 좋아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기일에 그의 무덤을 찾아가 노래를 한곡 바치고 돌아온다.”
한기홍이 만난 사람
[신간]깻잎 투쟁기 外(2022. 05. 20 15:41)
2022. 05. 20 15:41 문화/과학
ㆍ깻잎 따는 이주노동자의 현실 <깻잎 투쟁기> 우춘희 지음·교양인·1만6000원 한국인만 좋아해 먹는다는 깻잎은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저자가 만난 깻잎을 따는 노동자들은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쉬며 하루 10시간씩 밭에서 일했다. 그들의 근로계약서에는 하나같이 하루 ‘근로시간 11시간(휴게시간 3시간 포함)’이 적혀 있었다. 임금은 최대 8시간만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 받았다.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깻잎 15상자를 채우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시간도 아끼며 쉴 틈 없이 깻잎을 땄다. 책은 우리 먹거리의 핵심 생산자이자 한국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전한다. 저자는 직접 밭에서 깻잎을 따는 일을 하면서 낯선 세계를 만났다.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을 보며 “그곳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그들이 말한 ‘가난’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권경영 이상수 지음·태학사·2만2000원 기업은 과학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현대사회의 유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동노동, 강제노동, 분쟁광물 이용, 독성물질 유발, 환경파괴, 중대산업재해, 불법 해고, 임금 미지급, 노동자 학대와 차별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여러 문제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기업이 ‘인권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권경영의 개념부터 국제규범의 역사적 전개, 법제화 사례와 가능성,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사례까지 인권경영의 모든 것을 책에 담았다. ▲독일은 왜 잘하는가 존 캠프너 지음·박세연 옮김 열린책들·2만3000원 전후 75년간 독일의 변화를 분석했다. 저자는 “오늘날 독일은 세상이 봐왔던 최고의 독일”이라 말한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권위주의 국가의 득세 속에서도 여전히 놀라운 경쟁력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독일 사회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김병연, 배성호 지음 철수와영희·1만3000원 이산가족, 한국전쟁, 평화협정, 남북분단 등 통일과 관련된 주제와 사례를 통해 왜 평화통일을 해야 하는지, 북한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통일을 어떻게 이루면 좋을지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준다. ▲누가 도시를 통치하는가 신혜란 지음·이매진·1만8500원 문화경제의 정치는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신혜란 교수는 20년 넘게 광주라는 도시에서 문화와 경제가 통합하고, 기억과 개발이 갈등하고, 도시 정치와 거버넌스가 뒤섞이는 모습들을 포착하고 분석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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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천지수의 그림이 되는 책] 상상초월 능력 보유 '잡초의 생존 투쟁기'
[천지수의 그림이 되는 책] 상상초월 능력 보유 '잡초의 생존 투쟁기'
2021. 06. 03 17:05 문화/생활
천지수.intro 천지수는 화가다.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 ‘지오반니 페리코네’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는 2008년 탄자니아로 떠난다. 이후 사자처럼 지낸 2년간은 천지수에게 예술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새로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천지수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맹렬한 생명’ 그 자체였다. 그는 ‘페인팅북리뷰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독서로부터 포착한 영감을 그림과 문장으로 동시에 구현해 일간지(스포츠경향)에 연재했다. 지성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매우 독특한 작업이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이 5년 동안의 성과를 모아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2021년 6월 출간예정)를 펴낸다. 그리고 이제 화가 천지수는 페인팅북리뷰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천지수의 그림이 되는 책’ 제1편은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김소영 옮김 / 김진옥 감수 / 더숲) “잡초는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 하지만 잡초는 밟히고 또 밟혀도 반드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긴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잡초의 혼이다.” 이 문장은 마치 섬광과도 같았다. 세상에 잡초의 혼이라니!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유한 반전의 존재가 바로 잡초였던 거다. 잡초는 아이처럼, 60.5x50㎝, Oil on Canvas 2021 ⓒ천지수‘전략가, 잡초’를 읽는 동안 ‘아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아이와 잡초는 모두 ‘통칭(通稱)’이기 때문일까? ‘통틀어 가리키는 이름’ 말이다. 명칭보다 통칭으로 불리는 존재들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자신만의 이름을 갖기 원한다면 말이다. 잡초는 아이처럼 사랑스럽다.
천지수그림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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