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60 건 검색)
- 이스라엘 국방장관 “헤즈볼라와 휴전협상, 포화 속에 이뤄질 것”
- 2024. 10. 17 07:55국제
- ...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이날 146예비사단을 찾아 레바논에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모든 협상은 “포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헤즈볼라 라드완 특수부대 소속 대원 3명을 생포한...
- 이스라엘요아브 갈란트헤즈볼라휴전
- [현장 화보] 포화 속에서 돌아온 레바논 교민·가족들
- 2024. 10. 05 14:40정치
-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 충돌 상황으로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재외국민과 가족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이날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재외국민과 가족 97명이...
- 현장 화보
- “우리도 인간…동정이 아닌 인정을 원한다” 전쟁 포화 속 올림픽 도전하는 팔레스타인
- 2024. 07. 21 20:27스포츠
- ... 와심 아부 살이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훈련하고 있다. 라말라 |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포화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의 올림픽 도전의 불꽃은 활활 타오른다. 오는 26일 막을 올리는 2024 파리...
- 파리는 지금
-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전력 계통…데이터센터 분산 대책 시급
- 2024. 07. 18 14:28경제
- ... 수급 비대칭은 전력 계통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송·배전망 등 전력 계통은 현재도 포화 상태다. 안전성 우려 등으로 사실상 송전망 등 보급 확대가 쉽지 않은 가운데, 지역은 신규 발전원이...
스포츠경향(총 37 건 검색)
- ‘선발투수 포화’, 그래도 다저스는 아직 배가 고프다···이번엔 화이트삭스 에이스에 관심 “크로셰, 다저스와 연결돼 있다”
- 2024. 12. 08 20:45 야구
- 개럿 크로셰.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 초호화 선발진을 구축하고도 LA 다저스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다저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왼손 에이스 개럿 크로셰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다저블루’는 8일 “화이트삭스가 크로셰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일단 크로셰는 다저스와 연결돼 있다”며 다저스가 크로셰 영입에 흥미를 보이고 있음을 전했다. 다저스는 지난달 27일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과 5년 1억8200만 달러(약 2542억원)에 계약했다. 다저스는 내년에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로도 돌아오는데, 이렇게 되면 오타니와 타일러 글래스나우, 야마모토 요시노부, 토니 곤솔린, 바비 밀러에 스넬까지 더해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한다. 더스틴 메이와 클레이튼 커쇼 같은 선수들도 있어 선발 자원은 풍부하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끊임없이 선발 보강을 노린다.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다저스 선발진은 구위는 강력하지만, 모두 크고 작은 부상 이력들이 수두룩하다. 이번 시즌 역시 강력하다는 평가와 함께 출발했으나 부상으로 생각 이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럿 크로셰.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로셰도 2020년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23년에는 어깨 부상까지 당했지만 올해 재기에 성공했다. 32경기에서 6승12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화이트삭스는 시즌 도중 에릭 페디 같은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음에도 크로셰만큼은 남겼다. 크로셰를 트레이드해 최대한을 얻어내려는 생각이다. 만약 크로셰가 다저스로 가게 된다면 다저스 선발진은 아무리 부상 변수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역대급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다만, 크로셰가 다저스 외에도 보스턴 레드삭스나 뉴욕 양키스 등 선발진 강화가 다저스보다 더 급한 팀들 역시 관심을 갖고 있어 다저스가 영입하려면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개럿 크로셰. 게티이미지코리아
- “포화 속 지하실 대피하며 훈련…조국에 메달 바칠것”
- 2024. 07. 22 22:00 스포츠종합
- 우크라 다이빙 대표팀 눈물겨운 도전 안나 피스멘스카가 2022년 2월에 지인들과 함께 지하실에 숨어 있다. CNN 캡처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기억은 그의 머리와 마음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침공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너무 충격적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오전 7시 수영장에 가서 훈련했다.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이나 올림픽 다이빙 선수 안나 피스멘스카(33)가 22일 미국 CNN에 한 말이다. 피스멘스카는 “동료 8명과 파리올림픽 다이빙 종목에 출전한다”며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나라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피스멘스카는 “우리는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다”며 “낮에는 올림픽 준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밤에는 폭발 소리나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다”고 회고했다. 피스멘스카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후 팀과 함께 크로아티아로 이주했다가 2022년 여름에 다시 조국으로 돌아갔다. 끊임없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올림픽을 집중해서 준비하는 게 어려웠다. 그는 “우리는 매일 훈련하면서 신체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어렵다. 반복되는 정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고 회고했다. 러시아 공습이 이어지면서 정전 시간은 길어졌다. 우크라이나 다이빙연맹은 수영장에 발전기를 구입했다. 훈련 중 공습 경보가 울리면 대피소로 들어가는 것은 다반사. 국가대표팀 일리야 첼루틴 감독은 “다이빙은 점프하기 전에 많이 준비하고 워밍업을 해야 한다”며 “대피했다가 돌아오면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고 말했다. 2024년 프랑스 올림픽에 참가할 전 세계 다이빙 선수는 총 136명이다. 심판진은 동작의 아름다움, 다이빙의 복잡성, 물에 들어가는 기술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평가한다. 첼루틴 감독은 “우리 임무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가능한 한 높이 올리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전선에 있다. 강하고 굴복하지 않음을 보여줘야한다”고 다짐했다. 21세로 이번에 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다닐로 코노발로프는 매일 오전 7시부터 두 차례 훈련한다. 공습 경보가 울리면 지하실로 이동해 그곳에서 체력 강화 운동을 한다. 그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뉴스를 읽지 않는다”며 “엄마가 전화로 상황을 알려주면 나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노발로프는 “최선을 다해 올림픽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은 내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방법”이라며 “메달을 따면 우크라이나와 군인들에게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 가자지구 전쟁 포화 속 파리 올림픽 꿈 키우는 팔레스타인 선수 8명…“우리도 인간 메시지, 전 세계에 알리겠다”
- 2024. 07. 21 13:36 스포츠종합
- 파리 올림픽 63kg급 권투에 출전하는 와심 아부 살이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훈련하고 있다. 라말라|AFP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포화 속에도 팔레스타인 선수들의 올림픽 도전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 팔레스타인 선수 8명이 참가를 확정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팔레스타인의 8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 5명 참가보다 3명 늘었다. 팔레스타인 대표팀 선수단 면면을 보면 태권도, 육상, 수영, 권투, 유도, 사격 등 다양한 종목에 걸쳐 구성됐다. 이 중 태권도 선수 오마르 이스마일은 유일하게 정규 예선을 통과해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스마일은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58kg급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나머지 7명 선수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특별 초청으로 참가 기회를 얻어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800m 육상 선수 라일라 알마스리와 모하메드 드웨다르, 수영의 발레리 타라지(200m 혼영)와 야잔 알바와브(100m 배영), 63kg급 권투의 와심 아부 살, 81kg급 유도의 파레스 바다위, 스키트 사격의 호르헤 안토니오 살헤 등이다.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지브릴 라조우브 위원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400여 명 팔레스타인 스포츠 관계자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캠프 폭격으로 국가대표 배구선수 이브라힘 쿠사야와 하산 주아이터가 사망한 사실도 전했다. 한 남성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참혹한 상황 속에서 올림픽 참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팔레스타인 당국 외교 담당 바르센 아가베키안 장관은 “파리 올림픽에 팔레스타인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 자체가 승리”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수영 선수 야잔 알바와브는 “우리도 인간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라며 올림픽 참가 의미를 강조했다. 그의 동료 발레리 타라지는 “우리는 개인이 아닌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다만 IOC의 정치 중립성 규정으로 선수들의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OC 헌장 50조에 따르면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기술이사 나데르 자유시는 “우리는 동정이 아닌 인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에서의 메달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유명 카페 빵들 트랜스지방·포화지방 기준치 초과
- 2023. 02. 14 13:47 생활
- 소비자원 제공 유명 카페에서 판매하는 빵류의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유명 카페 20곳에서 판매하는 빵류 2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해당 빵류의 1회 섭취참고량 70g 기준 트랜스지방은 평균 0.3g(최소 0.1g∼최대 0.6g), 포화지방은 평균 9g(최소 4g∼최대 16g)이었다. 이는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빵에 대한 조사결과인 70g당 평균 트랜스지방 0.1g, 포화지방 3g와 비교할 때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대비 3배 높은 수치다. 특히 조각 케이크 1개(268g)의 트랜스지방 함량은 1.9g이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일 트랜스지방 섭취권고량(2.2g)의 86.4%에 달하는 것이다. 조각 케이크 1개의 포화지방 함량은 50g으로 식약처 포화지방 1일 섭취기준(15g)을 3배 이상 초과했다. 트랜스지방 함량은 20개 제품 중에 경화유가 포함된 원재료를 사용한 경우 상대적으로 높았다.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중 트랜스지방은 2016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라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지정돼 있다. 소비자원은 이를 두고 영양성분 의무표시 대상이 아닌 ‘카페에서 판매하는 빵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사 대상 카페와 같은 영세 외식 사업자가 식품의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카페에서 빵류를 판매하는 사업자에게는 제빵 시 사용하는 원재료의 트랜스지방·포화지방 함량을 확인하고 ‘경화유’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주간경향(총 7 건 검색)
- 이스라엘·러시아 등 포화 속에 커지는 병역 거부 목소리(2023. 11. 24 16:40)
- 2023. 11. 24 16:40 사회
- ‘살상 반대’ 이야기만 꺼내도 기생충·반역자 취급 이스라엘은 전쟁 망명한 우크라이나인까지 징집 튀르키예선 기본권 박탈도…“국제적 연대 필요” 세계 각지의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개최된 ‘양심적 병역거부, 진단과 모색’을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전쟁없는세상 제공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평화운동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살상과 폭력을 거부하고 나아가 억압적인 군사주의 해체를 지향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 국가에서도 평화운동이 펼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의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11월 29일 전쟁없는세상과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자국의 군사주의 실상을 비판하며, 전쟁 중단을 위한 국제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또 해외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국제적인 지원단체 활동가 등도 자리해 병역거부의 의미를 짚으며 연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40개국의 90개 이상 단체로 구성된 평화주의·반군사주의 네트워크인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 옹호 활동을 하는 국제단체인 커넥션이브이(Connection e.V) 등도 함께했다. ■군모를 쓰고 있는 태아 이스라엘인 오르는 반군사주의 평화운동 단체인 ‘뉴프로파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병역거부 상담을 지원하고 정부의 무기 수출 활동 등을 감시한다. 이스라엘은 여성도 징집한다. 오르는 15년 전 병역을 거부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오르는 “이스라엘은 전역이 군사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모든 시민이 ‘나는 군인이 될 것’이라는 명제를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교육한다며 “학교, 미디어 등을 총동원한 세뇌교육이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오르는 군복을 입은 사람이 어린이들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는 사진을 제시하며 “심지어 유치원생을 상대로도 병역을 거부하면 구직이 어렵고 연금도 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교육한다”고 말했다. 또 한 아이가 기관총을 조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초등학생들이 직업 엑스포 같은 곳에 가서 군인이 되는 미래를 꿈꾸도록 한다. 학교 교실에서도 총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오르는 이날 태아가 군모를 쓴 채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의 광고 포스터도 화면에 띄웠다. ‘임신중지를 할 때마다 군인 한명이 죽는 것’이라는 문구가 담긴 임신중지 반대 광고도 존재한다고 오르는 전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기생충 같은 사람’으로 낙인찍힌다고 했다. 그는 “병역거부 이후 관계가 끊어진 친구들도 있고, 가족 중에서도 나와 지금까지 말을 섞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군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지닌 이들도 많다고 했다. 오르는 “군 내에서도 특정 행위를 거부하는 군인들이 있다”라며 “예를 들어 전쟁이 발발했을 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서는 복무하지 않겠다거나, 공습은 하지 않겠다는 등 선택적으로 군사행위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익 성향의 사람들도 가자지구에 보내면 거부하겠다는 등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이들 또한 뉴프로파일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자국민뿐 아니라 거주권을 가진 모든 사람을 징집 대상으로 삼는다고 오르는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스라엘로 망명한 우크라이나인들도 군대에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오르는 “죽음을 피해 이스라엘로 피란을 와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거주권을 받았지만, 몇 달 뒤 군대에 끌려간다”라며 “입대를 거부하면 추방될지 몰라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위계질서가 아주 강한 군대에서 어떤 지원도 못 받고 복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비공식적으로 확보한 통계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약 1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태아가 군모를 쓰고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의 이스라엘 광고 포스터. 오르 제공 오르는 이스라엘 내에서 ‘평화’를 말하면 상당한 위협이 뒤따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전쟁 반대 메시지를 적어도 추적을 당한다”라며 “전쟁이 싫으면 가자지구에 들어가서 같이 죽으라는 식의 욕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러한 군사주의를 바탕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오르는 봤다. “한쪽에서 민간인을 죽이면 다른 쪽에서 분노를 느껴 폭력으로 복수하게 된다. 복수는 꼬리의 꼬리를 문다. 양측 간 증오와 분노가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폭력은 악순환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사회의 군사화를 중단해야 폭력을 멈출 수 있다.” ■“국제적인 연대 필요” 러시아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러시아 내 평화단체인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한 운동(MCO)’에서 활동하는 타라스와 나탈리아가 참석해 자국 상황을 전했다. 타라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NS 구독자 숫자가 대폭 증가했고, 특히 2022년 9월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타라스는 “러시아에서 살상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말했다. “군을 지지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역자가 된다”라며 “나도 지금 반역자”라고 부연했다. 나탈리아는 러시아에서 대체복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살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재판이 군사법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 내 활동가 개인은 물론 가족들도 위협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타라스와 나탈리아는 한목소리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국내 평화수감자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병역거부의 진정한 의미를 널리 확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운동을 진행하다가 가택 연금 중인 유리 셸리아젠코도 이날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보냈다가 기소됐다”라며 “나는 분명히 러시아 침략 전쟁을 규탄한다고 했는데, 외려 침략 전쟁을 정당화한다는 터무니없는 혐의를 씌워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형태의 전쟁 수행도 거부하며 평화적 수단으로 저항한다”라며 “누구든 살상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모두가 그러면 세계에서 전쟁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화된 정치·문화·경제는 전쟁을 낳는다. 모든 걸 동원해 피부에 와닿는 평화의 방식을 퍼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각종 권리 박탈 해외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태국의 네티윗 초티팟파이살은 2014년 9월 태국 최초로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태국에선 1932년 이후 ‘성공한 쿠데타’만 13차례 발생했다. 네티윗은 “군부가 사회적 담론을 지배하는 시기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폭력이 일상화돼 있다”라며 “이런 사회적 상황을 거부하고 비판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징병제를 운용하는 태국의 군 내에서 학대로 사망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군은 급여도 낮고 부정부패도 만연하다고 네티윗은 말했다. 이런 입대는 ‘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태국은 21세가 되면 추첨을 실시한다. 빨간색을 뽑으면 2년 동안 군 복무를 해야 하고, 검은색을 뽑으면 면제된다. 네티윗은 “제비뽑기 전에 사원에 가서 검은색을 뽑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학생 시절에 1주일에 하루, 3년 동안 훈련을 받으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으나 이는 특권층만 가능하다고 했다. 네티윗은 병역거부 이후 매년 입영통지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도 통지서가 오면 불응하며 공개적으로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부가 집권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불복종하고 거부해야 한다”라며 “변화의 희망을 더욱 열어나가기 위해, 희망의 불씨를 지펴나가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개최된 ‘양심적 병역거부, 진단과 모색’을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에서 병역거부자이자 활동가인 튀르키예의 메르베 아르쿤(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 제공 튀르키예 병역거부자들이 각종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실태도 발표됐다. 메르베 아르쿤은 튀르키예 ‘양심적 병역거부 감시단(COW)’ 활동가이면서 여성 병역거부자다. 여성은 병역 의무가 없지만, 단순히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의미를 넘어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여성운동의 맥락에서 뿌리 깊은 군사주의에 저항한다는 취지다. 튀르키예에서는 2004년 첫 여성 병역거부자들이 등장했다. 튀르키예 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1989~2022년 약 600명으로 추정된다. 실제 거부자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메르베는 말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유럽평의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체복무제도가 없는 것이다. 메르베는 병역거부자들은 여러 사회·경제·정치적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선 행정적으로 벌금 처분을 받고, 형사기소도 당한다. 메르베는 “불이익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이후에 정기적인 신원 확인을 진행할 때마다 다시 벌금을 받고 형사기소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또 선거 참여와 고등교육 이수가 제한될 수 있다. 공공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일할 수 없다. 메르베는 “병역거부자를 고용한 사람도 기소된다”라며 “이에 따라 거부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어서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동의 자유도 제약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병역거부는 당사자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그의 가족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메르베는 이처럼 병역거부자가 겪는 권리 침해가 증가하면서, 망명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로 출국하는 것을 고려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가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출국이나 망명 신청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메르베는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튀르키예의 상황을 지역 및 국제 인권단체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표지 이야기
- 연천 제3현충원으로 국립묘지 ‘포화’ 풀릴까(2023. 06. 02 11:30)
- 2023. 06. 02 11:30 정치
- ㆍ전국 호국원 현충원 승격·독립유공자 묘역 별도 조성 등 개혁 목소리 높아 5월 29일 방문한 제3 국립현충원 예정지인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현충원 예정지 안내판 옆에 주민들이 내건 ‘주민 무시한 현충원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5월 29일), 제3현충원 조성예정지인 경기 연천 대광리에 갔다. 이틀 연속 비 온 끝 풍광은 좋았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시멘트 포장 농로가 4~5㎞ 남짓 끊임없이 이어졌다. 드문드문 민가가 있었다. 그리고 집마다 걸려 있는 플래카드. “현충원 결사반대-혐오시설 속에서 절대 살 수 없다: 곰기골 주민 일동”. 한 농가에 주차된 검은색 승합차에도 곰기골 주민 명의의 “주민과 협의 없는 현충원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차를 돌려 나오다 보니 마을 입구에 걸린 ‘국립연천현충원 조성예정지’ 안내판 옆에도 현충원을 결사반대한다는 주민 명의의 플래카드가 뒤늦게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 주민 입장을 들어봤다. 제3현충원 반대 주민대책위 소속이라고 밝힌 손규익씨의 말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언가요. “여기에 사는 주민들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니 무시를 당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관련해서 대광리 주민들 대상으로 공청회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예정부지 500m, 1㎞ 안쪽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전혀 통보도 없었어요. 추진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사업백지화 요구도 불사할 겁니다.” -구체적인 생활피해가 예상되나요. 예컨대 공장이라면 건립 이후 지속적인 소음이나 분진피해 같은 걸 예상할 수는 있을 텐데…. “수용된 산120번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블루베리 농장 같은 걸 한다던가, 농사짓는 사람, 산에서 잠깐 농사짓는 사람 등이에요. 뭐가 들어설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 들었는데 아무래도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생긴다면 아무리 국가시설이라고 하더라도 혐오시설 아닙니까.” -들어오면서 동네 입구 쪽을 보니 토목공사가 한창이던데요. “아, 그건 도로공사입니다. 도로도 그렇고, 국립시설이 들어오면서 동네나 지역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건립지 바로 옆에 사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주민들은 5월 30일 연천군청 앞에서 제3현충원 조성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연 첫 집회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윤갑춘 제3현충원 곰기골 대책위원장과 통화했다. “나는 여기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는 사람입니다. 한 100명 정도 제 농장에서 아로니아를 사서 먹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어요. 현충원이 들어오면 혐오스러워 계속 먹을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런 상황인데, 우리가 어찌 생계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 가서도 집회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현충일을 앞둔 6월 3일 시민 및 유가족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수빈 기자 2025년 연천 3현충원 개원 가능할까 제3현충원 실제 공사가 언제부터 시작될지를 놓고선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손씨는 “올가을께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윤 위원장은 “올해 11월부터”라고 찍어 말했다. 2020년 보도 기사를 보면 2021년 실지 설계를 거쳐 2022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모두 980억원의 예산을 들여 5만 기 안장을 예정으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방문 때까지 착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면 공사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 2025년 완공은 가능할까.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대표는 연천현충원 추진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장소도 굉장히 외진 데에요. 원래는 호국원 부지로 시작해 갑자기 현충원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저는 둔갑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대전현충원이 다 차니까 이것이라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현충원으로 바꾼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도 현지에 가봤는데 그 위치가 대광리 검문소 너머 있는 곳입니다. 거의 최전방이라는 말이에요. 백마고지도 멀지 않아요. 처음엔 거기도 호국원 부지였는데 제주호국원을 만들면서 현충원으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다가 다시 호국원으로 내려오면서 연천 쪽은 올라간 거죠. 저는 이것이 한국 국립묘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짚어보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해보면 2021년 5월 6일자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에 설치하는 국립묘지 명칭을 ‘현충원’으로 변경하는 취지’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등록돼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돼 심사 중이다. 발의 시점에서 2년이 지났다. 그해 12월 제주호국원이 문을 열었다. 현충원으로 명칭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송재호 의원실 측의 말이다. “이 건으로 지난해에도 이슈가 있어서 당시 국가보훈처와 논의를 했습니다. 문제는 일부 단체가 이견을 보인 상태라는 점입니다. 우리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어 일단 지켜보는 중입니다.” ‘제주현충원’ 추진 좌절된 이유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2021년 5월 법 발의 후 관련 논의가 있었다. 그해 11월 17일이었다. 당시 보훈처 담당자가 ‘제주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현충원으로 개칭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했다. 처음 분위기는 ‘독립유공자와 민주유공자를 포함 다 안장돼 있고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제주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현충원으로 이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식으로 흘렀다. 일부 의원들이 “국립묘지 준공을 앞두고 있으니 제주 먼저 변경해달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주만 특별하게 현충원으로 해주면 호국원으로 돼 있는 다른 지역에서 문제를 제기할 게 뻔하다”는 반박이었다. 결국 국립묘지 개원 전 제주현충원으로 개칭을 추진하는 방안은 진전없는 상태로 남게 됐다. 현충원과 호국원은 국립묘지의 종류다. 국립묘지법 제3조에 보면 국립묘지 종류는 현충원과 호국원, 민주묘지, 선열공원으로 종류가 나뉘어 있다. 영어로는 똑같이 국립묘지(national cemetery)로 돼 있지만, 국립묘지법 제5조를 보면 안장 대상은 구분돼 있다. 현충원에는 ①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및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 ②독립유공자 ③전몰·순직 군인 ④무공수훈자 ⑤장성급 장교 및 20년 이상 장기복무제대군인 등이 들어가게 돼 있다. 호국원에는 ①전몰·순직군경 ②전·공상군경 ③참전유공자(6·25, 월남) ④10년 이상 장기복무제대군인 등이 들어간다. 예컨대 6·25 참전군인이나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는 호국원 안장대상이다. 그런데 국가유공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현충원 안장대상인지, 호국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뒤에 언급할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참전군인 출신이지만 기자의 취재를 통해 자신이 호국원에 안장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재의 국립묘지 개혁 방향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국립묘지의 평등성 확보예요. 우리나라 국립묘지가 국군묘지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계급적이고, 또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박태호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연례적으로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다. 6월을 맞아 현충원을 방문한 노인유가족 사진이다. 노인이 어루만지는 묘비를 보면 상단이 둥글게 돼 있다. 앞의 사진을 보자. 꼼꼼히 보면 묘비가 조금 다르다. 상단을 차지하는 국무총리, 국회의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의 묘비는 받침돌-비대석(碑臺石) 위에 서 있다. 바로 밑의 묘비도 일반사병 묘비와 묘비 윗부분이 살짝 다르게 관을 쓴 듯한 모양새다. 묘비를 보면 중위부터 대령까지 장교들의 묘임을 알 수 있다. 장교 출신 안장자 묘비는 ‘귀접이비 규수형’이고, 일반 사병이나 하사관 묘비는 ‘원수형’이다. 살아생전 계급이 죽어서 묘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어요. 똑같이 예우합니다.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 차별을 둡니다.” 2021년 국립묘지개혁방안 연구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던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 군인이 계급사회다 보니 죽어서도 그것이 이어지는 거죠. 사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죽어서까지 계급을 따지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제주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주호국원을 제주현충원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실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제주현충원 추진은 불발되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2월 개원한 국립제주 호국원 전경 / 국립제주 호국원 제공 죽어서도 계속되는 계급차별 문제는 현재의 국립묘지시스템이 이 ‘위계’에 따라 임기대응식으로 확장돼왔다는 점이다. 현재 동작동 국립묘지는 포화상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생장, 그러니까 화장하지 않은 상태로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힌 사람은 세 사람밖에 없다. 김대중·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다. 지금은 안장문화가 바뀌어 대부분 화장을 한다. 전직 대통령 중 현충원에 묻히지 않은 노무현·노태우·전두환 대통령 모두 화장했다. 서울 동작동이나 대전의 경우 과거에는 화장하더라도 유골항아리를 묻고 그 옆에 묘비를 세우는 봉안묘를 만드는 식으로 했으나 현재는 묘역이 거의 꽉 찬 상태다. 박 대표의 말이다. “대전현충원에 봉안묘 자리의 여유가 있을 때는 그나마 그쪽을 택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유골을 땅에 묻어주니까. 대전에도 자리가 없어 납골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니 다시 서울현충원으로 몰리기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군장기복무자들도 서울현충원을 선호하는 겁니다. 서울현충원 납골당이 손님으로 미어터집니다. 원래 2024년까지 쓸 계획으로 임시봉안당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조기에 다 차버리니 결국 나오는 것이 연천에 제3현충원을 짓는 계획입니다. 제가 보기엔 전형적인 돌려막기이자 ‘임시 땜빵’이 될 수밖에 없어요.” 서울과 대전 현충원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 조성된 묘역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전현충원 정문을 들어가면 현충광장을 지나 현충문 맞은편에 국가원수묘역이 있다. 전직 대통령 중 최규하 대통령이 이곳에 매장돼 있다. 국가원수묘역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장군1묘역, 오른쪽에는 국가사회공헌자묘역과 독립유공자 제1-1, 1묘역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속되는 한 국가에 헌신한 희생자는 앞으로도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조성된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은 오른쪽 위쪽 꼭대기 독립유공자 4, 5, 7묘역 사이에 띄엄띄엄 조성돼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원래 국군묘지로 출발한 현충원에 독립유공자들이 안장되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독립유공자 중에는 기존 현충원에 계셨던 분들과 싸운 분들이 있거든요. 역사의 아이러니죠. 실제 일제강점기 만주군 출신으로 창군에 관여한 사람이 현충원에 여러 분이 있으니까요. 현충원 안장을 두고 계속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그대로 둬야 할까요.” 실제 현충원 안장자의 과거 경력을 두고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에도 안현태(5공화국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와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두고 국립묘지가 기리려는 대상과 이념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국회 세미나에서 나왔다. 당시 광복회에서는 ‘친일파로 밝혀진 경우 파묘해야 한다’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의 논의에서 빠뜨린 것이 한국은 징병제 국가라는 점입니다. 군대 복무한 것 자체가 영예가 돼서는 안 됩니다. 군대에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았다든지, 해외파병을 나갔다든지 아덴만에 나가 6개월 배를 탔다든지 우대할 만한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모를까, 단지 장기복무자라고 국립묘지 안장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건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봐요.” 해법은 없을까. 현충원과 호국원 등으로 차등화된 것처럼 보이는 국립묘지 종류를 통폐합해 현충원으로 하고, 독립유공자 등은 별도의 구역을 만들어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국립묘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통폐합 방법은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을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에 추진 중인 호국원과 전남 지역 호국원까지 만들어지게 되면 제주 호국원까지 포함해 전국 모든 도 지역에 국립묘지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13번째로 만들어지는 연천현충원까지 포함해 전체를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서울이나 대전의 현충원을 꼭 찾지 않아도 된다. 거주 지역 인근의 현충원을 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5월 30일 경기 연천 대광리 곰기골 주민들이 연천군청 앞에서 현충원 개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공청회 등 현충원 추진 과정 중 절차에서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 윤갑춘 제3현충원 주민대책위 위원장 제공 보훈부 “명칭 변경 안장 대상자·사회적 합의 있어야” 여기에 현재 현충원에 같이 안장을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들을 예컨대, 천안독립기념관 인근에 묘역을 마련하는 것도 안장 대상을 두고 벌어지는 이념 갈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박 대표는 제안한다. 현충원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독립유공자 묘소들을 하나로 모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동안 현충원 내 친일경력 인사의 파묘를 주장해온 쪽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2019년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라는 책을 통해 “76명의 친일파가 항일독립운동가들과 국립묘지에 함께 안장돼 있다”는 주장을 편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의 말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한 사람들의 80%는 사회주의 계열이었다. 해방이 막 된 시점에는 사회주의 쪽이든 민족주의 쪽이든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구분 없이 존경받았다. 이념적 지향이라는 건 우리나라가 독립했을 때 어떤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이상을 밝힌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해방 그날을 기준으로 1945년 8월 15일 순간까지 변절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다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그렇게 모셔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올해 8월 15일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을 들었다. “실제 치열하게 독립운동한 경우는 멸문을 당한다. 오빠도 있고 동생·언니도 있지만, 자손이 없다. 독립운동 때문에 멸문됐다. 사회주의계열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이런 분들을 챙기지 않으면 다음에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들을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독립운동자 묘역을 따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분리·관리하자는 방안’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나와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국립묘지 개혁 방안이다.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권역의 국립묘지를 현충원으로 바꾸는 안(案)에 대해선 기존 보훈대상자들(국가유공자들을 포함해서)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현재 현충원에는 국가유공자뿐 아니라 대통령 묘소도 있고, 명칭상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관련법 상 호국원 안장대상자들이 현충원으로 간다고 해서 현충원의 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천 제3현충원의 개원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주간경향 질의에 국가보훈부는 “현재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으로 2025년 준공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을 현충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독립유공자 묘역을 별도로 조성하는 등의 국립묘지 개혁안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관련 내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또 안장 대상자들 및 관련자들과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까지 이뤄내야 하는 부분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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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홍이 만난 사람](3)티소믈리에 정승호 “커피는 포화상태, 차의 시대가 온다”(2022. 07. 08 14:23)
- 2022. 07. 08 14:23 사회
- 차는 느림의 음료다. 속도보다는 깊이와 방향, 가치를 추구한다. 커피의 테마가 ‘각성’이라면 차(茶)는 ‘치유와 고요함’이 특성이다. 티소믈리에 정승호(51·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원장)의 삶도 오래전 궤도가 수정됐다. 화려함보다 깊이와 질(質)을 추구하게 됐다. 차가 건넨 선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정승호는 차를 마시는 대중의 눈높이와 수준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 업계의 판도변화도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 주미영 작가 그는 차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향기를 지녔다”고 말했다. 중국 윈난성의 보이차는 쓴맛과 떫은맛이 강하다. 그해에 만들어진 차는 마시기 어렵다고 한다. 통상 5년은 지나야 겨우 마실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제맛을 내려면 20년이 돼야 한다. 최고의 맛을 인정받으려면, 심지어 30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런 보이차에는 묘하게 깊은 맛이 있다. 한번 넘긴 차의 맛과 향이 다시 목으로 코로 되돌아 나온다. 이것을 ‘회운(回韻)’이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로네펠트 티에 반하다 정승호는 지난 20년간 한국 차 시장의 압축된 변화 과정을 지켜봤다. 차는 기다림의 가치가 깃든 전통이지만, 이미 산업화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그는 그 양상에 주목한다. 차는 커피의 진화를 뒤따라 걷고 있다. 그가 보기에 커피보다는 다소 더디고, 부침과 굴곡이 많은 과정이다. 젊은 시절 그의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 시점에 바로 차의 세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미국 유학 시절 경영학을 공부했고, 캐나다 회계법인과 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대 후반 IT 기업 오라클(Oracle Corporation)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일을 수행했다. 승승장구, 아주 빠르게 성공했다. 오라클은 기업용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며, 특히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바쁘게 일하던 젊은 시절을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1999년 오라클 한국지사에서 한 대기업의 ERP(전사적자원관리)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금융팀에서 일할 때는 국내 두 시중은행의 통합 작업에도 참여했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맡았다. 한편으로는 성공한 삶이었지만 마냥 행복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늘 일이 생활을 압도했고, 술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에 고객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했고, 그 개념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본사와 한국지사를 숨 가쁘게 오갔다. 스타벅스가 다운타운가 큰 건물 1층을 잠식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고객 10명 중 3명이 차를 마시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 시장과 공존하는 차 시장의 전망을 희망적으로 보게 됐다.” 차는 전혀 알지 못했다. 차보다는 커피 문화에 익숙했다.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 외국계 기업에 커피숍 투자자문을 해준 적도 있었다. 차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로네펠트 티하우스(Ronnefeldt Teehaus)’의 한국 판권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출장길에 부모를 만나러 잠시 캐나다에 들렀다가 이 브랜드를 알게 됐다. “어머니가 로네펠트 티를 챙겨주면서 마셔보고 선물도 하라고 권했다. 그 맛에 반했고, 한국에 없다는 말에 눈이 확 뜨였다.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로네펠트 본사에 한국 판권을 달라고 제안서를 썼고, 얼마 후 일본에서 미팅을 하자는 답장이 날아왔다.” 로네펠트는 1823년 독일에서 창립됐다. 최상급 차만을 생산하며, 모든 생산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전통적인 제법(Orthodox Method)을 사용해 섬세한 맛을 그대로 살린다. 작은 규모의 로컬 차 회사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한 케이스다. 정승호는 차를 마시는 대중의 눈높이와 수준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 업계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인도 다르질링 광활한 차밭의 풍광. 세계3대 명품 홍차가 생산되는 곳이다. / 정승호 제공 “홍차 시장의 경우 저가의 영국 브랜드, 주로 티백을 찾았던 대중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스페셜티(specialty)급의 차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 그들은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산지의 차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안목과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산지에서 엄선된 차를 직접 가져와 제품화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연구원을 세우게 된 배경도 그런 맥락이다. 차를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키우려는 시도였다.” 차는 크게 ‘차나무의 차’와 ‘차나무의 차가 아닌 차’로 나뉜다. 학명이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로 불리는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가 전통차다. 그 밖의 차는 대용차로 부른다. 우열은 가릴 수 없다. 다만 허브 등 대용차는 전통차의 특별한 효용을 강조하는 형식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 용도와 효용이 비교적 분명하다. 진정 효과, 면역력, 풍부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을 내세운다. 티 회사들은 소위 ‘웰니스(wellness) 시장’을 주목한다. 대용차의 효용과 기능에 따른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정승호는 커피와 차의 분기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커피의 효용은 ‘각성’ 효과에 있다. 차는 각성의 효용도 물론 있지만 주로 진정 효과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각성 음료 시장은 워낙 크다. 그래서 에너지 드링크 시장이 형성돼 커피를 위협하고 있다. 차는 에너지 음료와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각성’이란 효용으로 시장을 주도한 적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다운타운 커피하우스는 보통 4~5시경이면 문을 닫는다. 오전과 오후 커피를 집중적으로 마시고, 그 시간 이후에는 자제한다.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차와 커피의 효용을 구분하지 않고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 차 산지를 방문해 생산된 차를 종류별로 시음하고 있는 정승호 대표 / 정승호 제공 12년간 티소믈리에 5000여명 배출 정승호는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기업과 카페 창업자의 컨설팅에 응한다. 지난 12년간 5000명 정도의 티소믈리에를 배출했다. 매년 400~500명의 학생이 새로 등록한다. 지난해 수입한 다양한 차 규모는 무려 25t에 달한다. 통관할 때 각종 품질검사 비용으로 연간 수천만원이 든다. 그가 보기에 한국처럼 차 수입에 관세가 높고, 국가 차원에서 까다로운 검사를 요구하는 나라는 드물다. 좋은 점도 있지만 우려할 점도 있다. 한국 차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경우를 그는 이런 잣대로 비교한다. “싱가포르는 차를 전혀 재배하지 않지만 세계 차 무역의 중심국이다. 좋은 차를 수집해 기획하고 리패키지, 디자인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다. 전통적인 차 산지는 5개 권역으로 구분한다. 인도, 중국, 스리랑카, 일본, 대만이다. 사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이들 5개 국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나라다. 생산되는 차의 질도 매우 우수하다. 생산량이 너무 적고 가격이 비싸다. 차 구매력이나 차 문화 전반도 아직은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의 차 산업 육성 방안에 눈을 떠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차밭을 조성하고 수확하기까지 15년 이상이나 소요된다. 확대의 여지, 투자 여력은 있다. 한국 산림은 부가가치가 떨어진다. 그곳에 차밭을 조성하는 방법이 있다. 차를 관광 등 다른 부문과 접목해야 한다. 이른바 6차 산업인데 이미 활성화된 곳이 많다.” 싱가포르가 세계 차 무역의 중심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차 생산량이 전무하기 때문에 자국의 재배 농가를 보호하는 국가 차원의 규제가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차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오픈 마켓이다. 차를 소비하는 대중의 수준도 높고 구매력도 왕성하다. TWG는 1837년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설립을 기념해 설립한 대표적인 차 브랜드다. 동서양 차 무역의 중심이 된 싱가포르의 역사를 상징한다. TWG는 전 세계의 다원과 독점계약을 맺고 신선한 찻잎을 공급받는다. 장인들이 만들어낸 차가 10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신흥 산지는 주로 아프리카권에 형성돼 있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등 동아프리카 벨트 국가들이다. 케냐가 그 중심이다. 아시아권은 네팔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꼽힌다. “지나친 보호와 규제는 차(茶) 산업의 발전에 이롭지 않다.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 외제차가 지천이 됐지만, 그 결과 한국 자동차의 세계 경쟁력은 일취월장했다. 김대중 정부 때 일본문화를 개방한다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게 한류문화 전파의 기폭제가 됐다. 수입이 완전 자유화된 커피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우리 브랜드로 수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차 산업도 자유롭게 경쟁해야 체질이 강해진다.” 정승호 대표는 그간 23권의 차 관련 책을 출간했고, 전 세계 산지를 방문해 차 연구에 몰두했다. / 주미영 작가 전 세계 차 산업 중심에 있는 ‘호레카’ 정승호는 로네펠트 티하우스의 한국 판권을 갖게 되면서 6성급 호텔의 호텔리어에게 차 강의를 시작했다. 차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 세계 주요 차 산지를 모두 방문했다. 각국 주요 도시의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에서 현지인의 차 문화를 연구했다. “전 세계 차 산업의 중심에는 ‘호레카’가 있다. 호텔과 리조트, 레스토랑과 카페다. 호스피탈리티 산업(hospitality industry·환대산업)의 주축을 이루며, 동시에 차의 하이엔드 시장이 펼쳐지는 무대다. 각 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초거대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새로운 호텔 브랜드를 세우거나,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를 차별화한다.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다이내믹한 성장을 추구한다. 이곳에서 차 산업과 문화가 어떻게 전개되고 서로 경쟁하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해보니 차 산업의 수준은 국가의 품격과 비슷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지난 몇년간 이 분야 연구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를 <호레카 속 티의 세계>라는 2권짜리 단행본으로 기획했다. 7월 중 출간 예정인 제1권은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을, 2권은 인도·오세아니아·아시아·북남미 지역을 다룬다. ‘파인 다이닝과 티의 명소’를 중심으로 소개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펼치는 관련 산업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회만 되면 차의 산지로 날아갔다. 처음엔 인도 다르질링에 너무 가고 싶었다. 콜카타공항에 내리면서 오지 탐험이 시작됐다. 2004년 무렵이다. 이런 데서 차가 나오는구나 하는 엄청난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 거대한 차밭이 펼쳐졌다. 눈에 보이는 몇개 능선 전체가 차밭이었다. 현지 방갈로에서 마셨던 차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곳의 온갖 나무와 다양한 풀, 공기와 햇빛이 찻물 속에 녹아든 것 같았다.” 지금도 정승호의 책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다르질링 차 봉지가 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차다. 다르질링은 티베트어로 ‘번개와 천둥이 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습도가 높고 기온차가 커 이 홍차의 독특한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바, 기문과 더불어 세계 3대 홍차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가볍고 섬세한 맛, 머스캣 포도향이 특징이다. 밝고 옅은 오렌지색으로 우러나온다. 5~6월에 생산되는 두물차(2nd Flushing)가 최고급이다. 차 한 잔을 같이 나누는 것에서 좋은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티소믈리에연구원의 로고가 박힌 전용 찻잔 / 주미영 작가 “요즘 젊은이들은 베리에이션 티를 즐긴다. 스타벅스도 3~4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운 베리에이션 티를 선보인다. 아직은 응용 메뉴에 치중한다. ‘티(Tea)’라는 존재가 관심을 끄는 코드임은 스타벅스가 감지했다. 차 본연의 맛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차 전문 회사를 여러개 인수하기도 했다. 20년 전 커피도 그랬다. 달달하고 우유가 많이 들어간 음료가 인기를 끌었다. 2007년에 전파를 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판도를 바꿨다. 로스터리 카페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됐다. 그때부터 커피 본연의 맛을 찾게 됐다. 불행하게도 그 무렵 차 업계는 수입 중국차의 농약 문제로 된서리를 맞았다. 그게 우리 차 산업의 가장 불행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커피는 날았고, 차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황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차, 커피의 진화 순서 밟을 듯” 요즘 커피 마니아는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작아도 맛이 좋은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차를 찾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차 본연의 맛, 산지 중심의 질 좋은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리란 전망이다. ‘트리거(trigger·기폭제)’라는 표현을 썼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같은 커피 시장의 방아쇠가 차 시장에도 격발되리란 관측이다. 이런 논리다. “커피의 진화 순서를 밟고 갈 것으로 본다. 정통성을 지키는 티 전문점들이 생겨날 것이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다. 아주 작은 규모라도 상관이 없다. 우리 차 시장의 구매력과 소비패턴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런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몸은 내추럴하다. 결국 자연스럽고 맛있는 것을 찾게 돼 있다. 차는 붐보다 저변이다. 커피보다는 늦은 속도로 간다. 사회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돈을 벌겠다고 밤새워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차는 ‘안정의 시대’에 사람들이 찾는 음료다. 커피는 이미 완벽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이제 차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한기홍이 만난 사람
-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설탕 음모론과 포화지방 그리고 콜레스테롤(2018. 04. 30 14:31)
- 2018. 04. 30 14:31 건강
- 어떤 것이 과학적 진실에 부합되는 주장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는 정보의 질보다는 정보의 양과 빈도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종교적 구원이나 깨달음은 비교 대상이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과학은 늘 상대적입니다.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가설과 추론에서 비롯된 ‘입증 가능’한 이론이 지배하는 자연과학도 역시 비판이 가능하고 수정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과학이 신념과 다른 지점입니다. 세대가 지나면서 새로운 발견이 더해지고 당시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적 데이터가 축적되면, 과거의 이론은 폐기되거나 보완되어 새로운 증거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의학 역시 불완전한 인간의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에 의해 전개되기 때문에 영원한 불변의 진리는 없으며 단지 당시의 모든 기술과 사고능력을 동원하여 생명현상을 가장 그럴 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구축할 따름입니다. 과학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그래서 비판과 발전에 대해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에 열려 있다고 해서 모든 비판이 늘 올바르거나 영향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이론을 전복하고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려면 과거 이론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와 논리를 극복하거나 포섭할 수 있는 더욱 포괄적이고 강력하고 명백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주장이나 비판은 해당 학문 사회에서 검증되고 비판 받고 결국은 기각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학문의 프로세스입니다. 설탕 음모론 그런데 인터넷과 출판의 발달로 자신의 주장을 학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언론이나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과거와 같았으면 논증의 빈약함이나 연구방법의 결함, 결정적이지 않은 데이터 등을 이유로 학계에서 기각되어 소멸되었어야 할 여러 가지 주장들이 전문가가 아닌 저널리스트와 대중에게 바로 전달됩니다. 또는 저널리스트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맞는 기록과 전문가를 접촉하여 사실에 부합되지 않지만 대중적으로 흥미를 끌 만한 화끈한 주제를 만들어 유포합니다. 어떤 것이 과학적 진실에 부합되는 주장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는 정보의 질보다는 정보의 양과 빈도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아무리 잘못된 주장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어느덧 그것이 진실로 각인됩니다. 일상생활에 별로 상관이 없는 분야라면 문제가 덜 심각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향 받는 의료와 공중보건에서도 이런 현상이 매우 심해지고 있습니다. 잘못 인도된 대중과 그들의 민주적 표심에 의지하는 정치인이 이런 주제에 대해 잘못 빠지면 재앙적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경솔한 의사의 비과학적인 주장에 당시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까지 가세한 대소동이 그 예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금 콜레스테롤과 심장병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설탕 음모론(sugar conspiracy)’입니다. 설탕 음모론은 사실 새로운 주장은 아닙니다. 1960년대 중반에 심장병은 식사로 섭취하는 포화지방(산)과 그것 때문에 올라가는 혈중 콜레스테롤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이 천명된 후부터 줄기차게 산발적으로 제기되었던 주장입니다. 설탕 음모론에 따르면, 심장병의 원인은 사실 과다한 설탕 섭취인데, 영악한 설탕업계의 로비로 인해 설탕은 쏙 빠지고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한 포화지방에 의도적으로 누명을 씌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늘 등장하는 사람이 2명 있는데 포화지방 섭취-혈중 콜레스테롤 증가-심장병 패러다임의 단초를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제시한 미국의 안셀 키즈(Ancel Keys) 박사와 심장병은 과다한 설탕 섭취에 의해 생긴다고 주장한 영국의 주드킨(Judkin) 박사입니다. 정사에서는 키즈 박사는 현재 이론의 수호자로 존경 받고 있으며 주드킨 박사는 그 이론 자체는 고려할 만했지만 연구방법의 결함과 논증의 허술함으로 인해 잊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잊혀진 설탕 이론이 비만분야에서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만분야에서의 정설은 비만은 과식, 특히 칼로리가 높은 지방 섭취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방을 줄여 먹어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만이 줄지 않았고 새로운 증거들은 오히려 단순 탄수화물의 과다한 섭취와 그에 따른 인슐린 과다 분비가 비만의 일부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만 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극단적·전도적인 움직임은 탄수화물을 완전히 줄이고 지방(포화지방도)을 많이 먹는 식사법의 유행까지 초래했습니다. 일곱 나라 연구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이 식사법이 비만을 더 효과적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고포화지방 식사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올리는데, 당연한 수순으로 심장병을 유발한다면 이 식사법은 해로운 것이 됩니다. 따라서 이 식사법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포화지방-혈중 콜레스테롤-심장병 이론의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당연한 귀결로, 콜레스테롤 이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인물인 안셀 키즈 박사와 포화지방-콜레스테롤-심장병 패러다임의 공고한 초석이 되었던 ‘일곱 나라 연구(Seven Countries Study)’로 전쟁의 불꽃이 확산됩니다. 일곱 나라 연구는 의학사에서 획을 긋는 굉장히 중요한 대규모·다국가 연구이고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장기간의 연구입니다. 1950년대 중반에는 심장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지금 퇴행성 관절염을 바라보는 시각과 동일한데, 심장병은 그냥 나이가 들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예방할 수도 없고 덜 생기게 할 수도 없는, 사람이 조절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보았습니다. 몇몇 관찰력이 뛰어나고 통찰이 깊은 연구자들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키즈 박사는 미네소타대학에서 미국의 회사 임원에 대한 건강통계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부유한 회사 임원들과 노동자들의 심장병 발생률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퇴행성이라면 이런 현상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1951~52년에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됩니다. 그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미국 남자들만큼 콜레스테롤도 높지 않고 심장병도 많지 않았습니다. 심장병이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나이 들어 생기는 것이라면 이런 차이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때 키즈 박사는 심장병이 퇴행성 질환이 아니라 그 사람의 유전전 배경, 인종 배경, 그리고 생활습관 특히 식사습관에 의해 좌우되는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침 혈중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산발적인 여러 나라의 질병 통계에 따르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심장병 사망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계나 데이터의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연구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했습니다. 여러 생리학자의 업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은 주로 포화지방산 섭취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도 당시 막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회에 관련 내용 이어집니다.
-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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