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07 건 검색)
- “화석연료 제한 발목 잡을 땐 고립”…15개국 국회·시민, 한국에 경고장
- 2024. 12. 05 20:27과학·환경
- ...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협약 참가국 11곳 중 대부분이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동의하고 있지만 한국과 튀르키예만 이 결의 내용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전세계 국회의원·시민단체의 경고 “한국, 화석연료 제한 발목잡다 고립”
- 2024. 12. 05 16:47과학·환경
- ...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협약 참가국 11곳 중 대부분이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동의하고 있지만 한국과 튀르키예만 이 결의 내용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시민 10명 중 6명꼴 “화석연료 더 쓰게 하는 탄소포집저장(CCS)은 부적절”
- 2024. 11. 21 16:32경제
- ...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CCS를 소개하기 위해 설문지에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지하의 심부 암석층에 저장함으로써 대기...
- ‘탈화석 역행’ 한국, 기후변화 대응 꼴찌
- 2024. 11. 20 21:17과학·환경
- ..., 화력발전소를 현재 목표(2050년)보다 앞당긴 2035년에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탈화석연료 흐름과는 반대로 신규 석유·가스 사업을 추진 중인 것도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 저자들은...
스포츠경향(총 20 건 검색)
- 세계 최대 공룡 화석과 대왕고래 등뼈 선보여 화제…KBS ‘우리 집 금송아지’
- 2024. 05. 01 08:42 연예
- 4월 30일 KBS ‘우리 집 금송아지’ 전남 해남군 황산면 편 최초, 최대, 최소 보물 등장 5월 4일부터 6일까지 ‘해남 공룡 대축제’가 열리는 호기심 천국 우항리 공룡 화석지’ 신비로운 바다 생태학습지 ‘해남 땅끝 자연사 박물관’ 깨알 소개 4월 30일 KBS ‘우리 집 금송아지’ 전남 해남군 황산면 편이 방송되면서 5월 4일부터 6일까지 ‘해남 공룡 대축제’가 열리는 우항리 공룡 화석지와 해남 공룡박물관이 화제다. 가수 김정연과 개그맨 정범균이 진행하는 ‘우리 집 금송아지’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각 가정에 숨어 있는 사연 깃든 물품을 찾아 전문 감정위원이 감정가를 매기며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방송이다. 이날 방송된 전남 해남군 황산면 편에서는 세계 최대 공룡 화석, 길이 25m 무게 3톤에 달하는 대왕고래 뼈, 한국화로는 가장 작은 크기의 관제엽서 1호보다 작은 그림 등이 소개되어 우리 금송아지 방송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붙었다.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은 2024 해남 공룡 대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우항리 공룡 화석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별 모양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세계 최대 익룡, 세계 최초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또한, 익룡과 공룡과 새 발자국이 세계 최초로 같은 지층에서 함께 발견된 곳으로 해남 공룡박물관에는 천연기념물 394호도 있어 가족 단위로 하루 종일 놀아도 좋은 곳이다. 이날 방송에선 ‘우리 집 금송아지’ 방송 사상 최초로 지역 단체장인 명현관 해남군수가 출연했다. 해남 공룡 박물관에 티라노사우르스 머리띠를 두르고 깜짝 등장한 명현관 군수는 ‘2024 해남 공룡 대축제’ 홍보도 직접 나서며 “해남 공룡박물관에는 알로 사우르스 진품 화석 등 세계적인 공룡 화석 4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며 “5월 4일부터 7일까지 해남 공룡박물관 일원에서 개최되는 올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야간 개장이 이뤄지는 만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깨알 소개를 했다. 명 군수는 또 해남 옥(玉)으로 만든 문진(文鎭) 1쌍을 들고나와 전국 최고 명품 해남 옥(玉)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와 함께 황산면 연호마을 주민들이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금송아지를 감정받았다. 연호마을회관에 모인 어머님들이 내놓은 ‘조선시대 교의’부터 국가유공자 아버님의 ‘회갑연 축하 그림’과 ‘조선 후기 유병’, 해남 배추·고구마전을 맛있게 부쳐주신 어머님의 손때 묻은 ‘풍구’, 마을 토박이 민경진씨가 이 마을 사업하면서 기증받은 ‘월북화가 이석호 화백의 그림’이 웃음과 눈물이 깃든 사연과 함께 소개됐다. 민경진씨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을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주민의 손때가 묻은 물품을 하나 둘 모았다”며 “기증받은 물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을 역사박물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 집 금송아지’는 전북특별자치도 지역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40분 KBS1TV에서 방송되며, 전국권은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KBS1TV ‘네트워크 특선’, 일요일 오전 5시 10분 KBS 1TV 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편은 오는 5월 5일(일) 오후 5시 10분~ 6시에 KBS1TV를 통해 재방송(50분)될 예정이다.
- 볼보, 글로벌 업계 최초 ‘해상 운송 화석연료 대체’ 본격화
- 2023. 07. 05 14:43 생활
- 볼보자동차가 글로벌 車제조업체 최초로 ‘해상 화물 운송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를 재생 연료로 대체’하는 전환을 본격화한다. 이는 2025년까지 기후 중립적인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따른 것으로, 이를 통해 대륙간 해상 화물 운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5만5000톤까지 즉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보자동차, CO2 배출량 84% 감축을 위해 업계 최초 해상 운송에 화석 연료 대신 재생 연료 도입한다. 이는 화석 연료 사용 대비 약 84%를 감소한 수치로 트럭 한 대가 적도 주변을 약 1200회 가량 주행했을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유사하다. 전통적인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재생 연료는 폐식용유와 같이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매년 수만 개의 생산 자재를 컨테이너 선으로 운반하고 있는 볼보자동차는 앞으로 모든 부품 유통에 재생 연료를 확대 사용할 계획이다. 볼보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 겸 부사장, 하비에르 발레라는 “재생 연료는 아직 전 세계 해상 운송에서 CO2 배출을 없앨 수 있는 최종 선택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기까지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우리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경쟁 우위 요소보다는 탄소 효율적인 해양 운송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효과적인 중간 해결책으로 재생 연료 도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른 제조사들의 참여를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볼보자동차는 2018~2025년 차량 당 수명 주기 탄소 발자국을 40%까지 줄이는 것으로 목표로 물류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할 계획이다.
- ‘히든 어스’ 화석이 살아 돌아다니는 듯한 생생한 CG
- 2023. 03. 23 17:42 연예
- KBS 23일 오후 10시 KBS1에서 30억년에 걸친 드라마를 담은 KBS의 대기획, 5부작 자연사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한반도 30억년(이하 히든 어스)’이 마지막회이자 5부 ‘서울의 탄생’ 방송을 앞두고 있다. 5부에 출연하는 이찬희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가 ‘히든 어스’만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끝까지 ‘본방 사수’를 당부했다. 이찬희 교수는 ‘히든 어스’에 대해 “한반도의 지질과 지질과학을 넘어 지구와 암석이 가지고 있는 신비감을 깊게 보여준 다큐”라며 “지구의 비밀과 같은 주제가 영국과 미국, 호주 등 서구의 시각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히든 어스’는 이 땅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국인의 시선으로 제작한 우리의 이야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사는 이곳이 수십억 년을 지나온 역사적 현장임을 멋진 영상과 더불어 과학적 및 실증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 우리 한반도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히든 어스’였음을 잘 증명했다”고 평했다. 그는 “주제와 내용이 수십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고, 범위도 지구 전체를 망라하는 규모라서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어렵고 상상으로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면서도 “모두 이름난 장소이거나 명승지도, 자연유산 또는 지질유산도 아니지만 모든 곳이 우리 땅의 역사와 한민족의 문화를 일구어낸 우리 삶의 터전”이라고 이 땅 위 돌과 흙의 소중함에 대해 전했다. 이찬희 교수는 ‘히든 어스’를 아직 접하지 못한 시청자들을 향해서는 “어려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법의 CG를 사용해, 화석이 살아나서 돌아다니는 모습 등의 컴퓨터 그래픽이 어느 다큐보다도 실감나게 적용됐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8억년 전 한반도 최초 생명의 흔적’인 소청도 분바위, ‘눈덩이 지구’의 역사와 흔적을 그린 CG, 프리젠터 우경식 교수와 삼엽충의 ‘눈맞춤’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으며 “5부 ‘서울의 탄생’에서는 어떤 명장면이 그려질지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23일 방송될 ‘히든 어스’ 5부 ‘서울의 탄생’에서는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등 화강암 벨트에 둘러싸여 있는 서울을 조명한다. 늘 가까이 있지만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는 화강암과 오늘 도시 문명과의 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석유에서 온 아스팔트, 석영에서 나온 유리 등 우리 발 아래, 도시를 이루는 물질의 고향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생명의 행성 지구,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을 통해 암석-생명-문명의 오늘을 이어볼 ‘히든 어스’ 5부 ‘서울의 탄생’은 23일 밤 10시에 안방극장에 배달된다.
- [스경X초점] 화석 깨고 돌아온 ‘리빙 레전드’
- 2022. 10. 03 16:24 연예
-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pLay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K팝이 글로벌 가요계를 접수한 현재, 그 초석이 된 이들이 다시금 날개를 폈다.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으며 수많은 대한민국 가수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게 되기까지 한국 가요사의 한 면을 장식하며 변화를 이끈 이들이 있다. 이들은 소위 ‘뽕짝’으로 불리던 트로트 장르가 주류를 차지했던 한국 대중가요계에 밴드 음악이라는 새 바람을 일으키며 흐름을 바꿔놨다. 그렇게 역사의 한 줄로 남았던 이들이 다시 뜨거운 호흡을 전한다. 1980년대를 풍미한 록밴드 송골매는 지난달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을 개최해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송골매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배철수와 리드 보컬 구창모가 38여년 만에 재회해 개최된 이번 공연은 지난달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에 이어 내년 초에는 미국 공연도 예정돼 있다. 송골매는 1982년부터 1985년까지 KBS 가요 대상에서 록 그룹상을 수상하며 한국 대중 음악사에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뒀다. 이런 전설의 재회에 관객들 역시 전 공연을 매진 시키며 응답했다. 더불어 배철수가 이번 투어를 마지막으로 음악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열망’은 그야말로 전설로 남을 전망이다. 밴드 산울림 사진 제공 뮤직버스 송골매에 앞서 한국 록의 기반을 다졌던 밴드 산울림은 데뷔 45주년을 맞아 전 앨범을 리마스터링해 재발매 한다. 1977년 1집 ‘아니 벌써’로 가요계에 정식 등장, 독창적인 연주와 노래로 충격을 안기며 당시 국내 록신을 뒤집어 놨다. 이들의 1집과 2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규앨범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까지 총 20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 된다. 산울림은 삼형제로 구성된 가족밴드로, 김창완의 솔로 체제가 있기도 했으나 세 형제가 함께 할 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막내인 김창익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김창완은 더 이상 ‘산울림’으로서의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샀다. 때문에 이번에 공개될 산울림의 리마스터링 앨범은 팬들에게 더 뜻 깊을 예정이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사진 제공 봄여름가을겨울 1980년대 중후반 한국 록의 부흥기를 함께 했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또한 기념 LP로 팬들과 만났다. 지난 1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주년’ 바이닐 앨범이 발매됐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지난 2002년 발매된 정규 7집 앨범으로,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세상 사람들이여’ ‘사랑 하나봐’ 등이 수록됐다. 기념 앨범은 지난 7월 예약판매 시작 후 주간판매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1986년 결성된 봄여름가을겨울은 1988년 김종진과 전태관이 함께 하는 2인조로 재편된 뒤로도 30년이 넘는 시간을 달려왔다. 데뷔 30주년을 맞던 지난 2018년 전태관이 신장암으로 사망했으나, “자신 없이도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김종진은 이듬해 30주년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기념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15일 ‘만원사례’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개최하며 오래 기다려온 팬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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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총회 ‘화석연료 퇴출’ 합의 안갯속(2023. 12. 11 07:05)
- 2023. 12. 11 07:05 국제
- 바이든 등 주요국 정상 불참…개최국 UAE는 석유세일즈 의혹 12월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자베르 의장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이나, 시나리오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198개국 대표들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중반을 넘어섰다.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GST)’이 첫 시행되고,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저개발국가에 대한 선진국들의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이 마련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퇴출 논의는 겉돌고 있어 맹탕 총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 총회를 석유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COP28은 주요국 정상들의 불참과 개최국 UAE의 석유세일즈 의혹으로 초반부터 잡음이 일었다. 기후변화를 주요 정책 현안으로 삼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2021년 영국 글래스고,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기후총회에 모두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중재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기후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상의 이유로 개막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과 함께 탄소 배출국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불참하며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실리기 어려우리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중 정상을 대신해서는 각각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가 참석했다. 12월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개최국 UAE는 기후 회의를 석유 영업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개막 사흘 전 영국 BBC 방송이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와 공동 입수해 공개한 문건에서 UAE가 이번 기후정상회의에 앞서 외국 정부들에게 자국의 석유·가스 기업을 홍보하고 거래를 제안할 계획이었던 것이 드러나면서다. 공개된 문건에는 COP28의 의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중국·브라질·독일·이집트를 포함한 15개국과 화석연료 거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담겼다. 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드녹(Adnoc)과 재생에너지 회사인 마스다르(Masdar)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알 자베르 의장이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와 마스다르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화석연료 업계 로비스트 수 역대 최대 COP28 측은 “해당문서는 COP28 관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총회가 중동 기업들을 비롯해 각종 이익 관련 업체들의 로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입장권을 중동의 은행이나 통신사, 자동차 회사들이 대부분 쓸어담은 데다 이번 총회에 참가하는 화석연료 업계 로비스트의 수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큰 오염자들 내쫓기’(킥 빅 폴루터스 아웃·Kick Big Polluters Out)에 따르면 COP28에 접근 권한을 얻은 화석연료 이해 관계자는 최소 245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총회와 비교해 거의 4배가 넘는 규모로 소말리아, 차드, 통가, 솔로몬 제도, 수단 등 10개 기후 취약국 대표단을 모두 합친 숫자(1509명)보다 많다. 쉘, 토탈, 엑손모빌 등 대형 화석연료 업체 다수가 이번 총회에 로비스트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페인 그룹 이본 아프리카의 코디네이터 케롤라인 무투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총회는 이들과 같은 업체가 ‘그린워싱’을 시도하고 기후대응 행동을 방해하는 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가디언은 기후 회의에서 벌이는 기업들의 로비 활동이 화석연료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 기업식 농업, 운송 분야 등 기후위기와 깊이 연루된 다른 부문에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육가공 업체인 JBS를 비롯해 글로벌 유제품 플랫폼(GDP)과 북미육류협회(North American Meat Institute) 등 축산·낙농업 대기업들도 대거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COP28에서 처음으로 식량과 농업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제재와 매출 감소를 우려한 이들 기업이 대규모 로비를 준비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평화 회의에 무기 거래상을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과 함께 기후 회의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케냐의 기후활동가 에릭 은주나는 “업계가 회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기 최전선 지역들을 위한 기후 정의를 달성할 수 없다”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회의 주최자에 대한 이해 상충을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기후총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주요 산유국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최종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2월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이 당사국총회 최종 합의문에 담기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만장일치 방식으로 채택되는 당사국총회 최종 합의문 도출에 먹구름이 낀 셈이다. 앞서 알 자베르 총회 의장도 지난 11월 한 행사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된 후 논란이 커지자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기후환경단체들 사이에선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결국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21년 COP26에서는 합의문 발표 직전 인도와 중국 등의 반대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감축(phase down)’으로 조정된 바 있다. 유럽의 친환경 모범국들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주장하는 반면, 산유국과 개도국들은 이에 반대하며 맞서고 있다. 개도국들은 20세기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이 탈 화석연료 주장을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한다.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했던 UAE가 올해 COP28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올해 역시 화석연료 감축에서 퇴출 합의로의 진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오기도 했다.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번 총회에서는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성과가 쏟아졌다. 지난 12월 2일 전 세계 50개 에너지 회사들이 2030년까지 석유나 가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80% 줄인다는 내용의 ‘석유와 가스 탈탄소화 헌장’에 서명했고, 117개국이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협약에 참여했다. 기후 관련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무함마드 아도우 소장은 그러나 각국 대표들에게 구속력 없는 공약에 정신을 팔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COP28은 무역 박람회나 기자회견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며 “합의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날짜를 얻는 일이 남은 기간 동안 각국이 두바이에서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 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세계적 흐름 역행(2023. 12. 05 07:00)
- 2023. 12. 05 07:00 경제
- 탈석탄 선언 국민연금,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에 막대한 투자 녹색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3월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석탄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석탄산업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도 관련된 사안으로,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27일 국민연금공단의 ‘석탄산업 투자 제한’ 계획을 묻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공단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한 답변이다.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과 시장의 변동성, 비용 등 때문에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의 채굴과 발전산업 투자를 제한·중단하겠다는 국민연금의 ‘탈(脫)석탄 선언’을 무색게 하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5월 “탄소중립 사회 전환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탈석탄 선언과 함께 향후 석탄 채굴과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 사회 선도하겠다” 선언 하지만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탈석탄 정책이나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석탄화력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액이 2021년 12조6500억원에서 올해 13조원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자산순위 글로벌 10번째 국부펀드이면서 국내 주식시장 6%, 국내 채권시장 1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외 자본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탈석탄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국민연금 입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금융의 탄소 배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 흐름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충격적이다. 세계적인 연기금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인데, 국민연금은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화석연료 직·간접적 투자로 발생하는 피해에서도 국민연금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6월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함께 작성한 ‘국민연금 석탄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 및 건강피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2022년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돼 사망한 사람은 1968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사망 외에 천식에 걸린 어린이가 589명, 미숙아 출산 285건, 천식 관련 응급실 진료 건수 560건 등도 있다. 이중 국민연금의 석탄화력발전 투자 비중으로 계산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11.2%인 220명이다. 같은 기준에서 새로 천식에 걸린 어린이는 67명, 미숙아 출산은 32건, 천식 관련 응급실 진료는 약 63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후솔루션의 11월 28일 ‘LNG 운반선, 가스 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를 보면, 공적 금융기관이 LNG 운반선에 지원한 공적 금융은 지난 한 해만 약 17조9000억원이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근 10년간으로 넓혀보면, LNG 운반선 사업에 약 55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지원 금액 순으로 보면 수출입은행(31조8000원)이 가장 많았고, 한국산업은행(12조8000억원), 무역보험공사(6조9000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3조9000억원) 등이다. 좌초자산 우려가 큰 이유는 LNG 수요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LNG 가격의 지속적 상승, 유럽의 가스 소비 감소, 에너지 전환 등의 이유로 인해 향후 몇 년간의 글로벌 LNG 수요 전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탈석탄을 선언한 민간금융의 화석연료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솔루션 등은 강원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지속하는 6개 증권사(NH·미래에셋·신한·KB·키움·한국투자)에 대해 ESG 경영 흐름과 맞지 않으며, (국내 금융사들의) 탈석탄 선언이 ‘그린워싱’(가짜 친환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열린 ‘기후 비상사태!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환경운동연합 1000인 선언’에 참여한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공적금융의 석탄발전 투자 금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탈석탄 선언에도 화석연료 금융 늘어 공적 금융기관의 탈석탄 움직임은 2018년 본격화됐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같은해 10월 탈석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은 “석탄발전은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 투자와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0월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가이드라인’ 제작으로 이어졌다. 모든 공공기관에 배포된 가이드라인은 새로 시작하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과 설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공적 개발원조·수출금융·투자 등)을 중단하고, 석탄발전 설비 유지·보수 등에 대해선 국제적 합의를 적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간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도 이어져 지난해 6월 말 기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은 모두 104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선언과는 반대로 화석연료 자산 규모는 되레 늘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보면,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금융(대출·채권·주식투자)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여간(2012~2022년 6월)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금(37조2000억원)의 3배다. 천연가스와 석유의 금융 부문이 분리돼 있지 않은 국민연금(16조8000억원)을 제외했을 때,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총 101조7000억원이다. 이중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61조8000억원(산업은행 보유 한국전력 지분 약 20조원 포함)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자산(39조9000억원)보다 많았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우 손해보험이 9조7000억원, 생명보험 15조원, 은행 13조9000억원, 증권사 1조3000억원 등이다. 국제사회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등 기후행동을 강화하고 있다.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금융지원을 지속하는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11월 20일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 발표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2019~2021년 연평균 기준 해외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 공적 금융 투자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일본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 일본 약 12조130억원, 한국 약 8조3820억원, 중국 약 7조7920억원, 캐나다 약 6조860억원, 미국 약 4조2440억원 등의 순이다. 한국과 일본은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한 글래스고 선언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선언은 화석연료에 대한 국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청정에너지 전환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내용으로, 30개 이상의 국가가 서약했다. 기후솔루션, 지구의 벗 재팬 등 전 세계 61개 환경·시민단체들은 1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울산전동화공장 주차장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현대모비스 제공 정부의 탈석탄 의지가 중요 윤석열 정부 들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와 관련 산업 위축이 금융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진 소장은 “국내적으로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 시그널이 약해지면서, 금융사들도 기후위기 대응을 단순한 구호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특히 공적과 민간 금융 모두 투자 대비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데, 최근 국내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이런 운영 기조가 심화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보면, 2030년 전체 발전량 중 원전이 32.4%, LNG 22.9%, 신재생에너지 21.6%, 석탄 19.7%, 수소·암모니아 2.1%, 기타 1.3% 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10월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비교해 원전은 8.5%포인트 상향되고, 신재생에너지는 8.6%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오는 12월 17일부로 충북 음성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하고, 최근 생산직 노동자 18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금융팀장은 “화석연료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금융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를 비껴갈 수 없다. 물론 개별 금융기관이 에너지 안보 문제 등과 같은 대형 이슈에 맞서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화석연료 투자 축소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공적 금융과 민간금융도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척블루파워 앞에서 “화석연료 퇴출” 외치다(2023. 09. 22 11:24)
- 2023. 09. 22 11:24 경제
- ㆍ전국에서 달려온 어린이·청소년 등 장대비 속 ‘기후파업’ ㆍ해안침식에 경제성 낮지만 내년 완공…“탈석탄법 제정을” 경기 광명 볍씨학교 학생들이 9월 15일 강원도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 공원에서 진행된 ‘기후파업’ 시위에서 ‘하나뿐인 지구’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 9월 15일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을 내려다보는 한재공원인증센터. BTS가 앨범 <버터>의 표지 사진을 촬영한 맹방해수욕장이 멀리 보인다. 그러나 지척에서 시선을 붙잡는 건 공사 중인 작은 항만과 방파제다. 완공되면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될 삼척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에 유연탄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해변에 방파제 구조물이 8층 높이의 거대한 뼈대를 드러낸 채 서 있다. 해상으로 도착한 유연탄을 산 너머 발전소로 운반할 컨베이어 벨트와 지하터널 공사도 한창이다. 방파제에 쏟아부을 토사를 가득 실은 배도, 거대한 크레인을 단 바지선도 보인다. 궂은 날씨였다. 오후 들어 그치리라 기대했지만,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약 150명이 우산을 들고, 우의를 입은 채 이곳에 모였다. ‘화석연료 시대에 종말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후파업’ 참가자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세대가 모였지만 어린이,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학업과 일을 파하고 온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건 화석연료 퇴출과 그 시작이 될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이다. 하남에서 온 고등학생 박채윤은 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임에도 이를 허용하고 추진하는 정부와 기업을 비판했다. “9월 14일, 어제 세계기상기구는 2023 기후과학 합동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가 있을 가능성이 98%에 이르고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지금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8℃나 상승시킬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해야 할 위기 상황임에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높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여느 때보다 줄여야 할 상황이지만 2022년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20개국(G20) 중 2위인 한국은 화력발전소 건설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 투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맹방해변은 부드러운 모래밭이 풍성히 펼쳐진 ‘명사십리’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밭, 소나무숲이 어울린 풍경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공사가 시작된 지난 2년 사이 완전히 변했다. 해변은 발전소 부대시설인 해상터미널과 석탄 이송 터널 공사 과정에서 해안침식을 겪으며 황폐해졌다. 공원 난간에 걸린 사진이 이를 증언했다. 1차 행사를 마친 이들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까지 행진했다. “화석연료 퇴출하자, 공공중심 전환하자”,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와 같은 구호가 이어졌다. 삼척화력발전소 부지는 동양시멘트가 운영하던 석회석 광산이었다.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움푹 들어간 땅에 발전소가 들어섰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끼리 바통을 터치하는 셈이다. 내년 완공을 앞둔 삼척블루파워는 2.1GW로, 단일 호기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가동될 경우 연간 약 13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 정부가 농·축·수산 부문에서 12년간 줄이겠다는 온실가스양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12년간의 감축 노력이 단지 일 년 동안 삼척화력발전소를 돌리면 다 헛수고가 되는 셈이다. 온실가스에 더해 연간 570t의 초미세먼지도 나온다. 6년째 공사 중인 삼척화력발전소는 해안침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부 요청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공사비는 2013년 처음 계획 당시 3조3000억원에서 4조8790억원으로 늘었다. 공사비가 투자 제안 당시보다 크게 불어난 건 최근 수년 사이 민간기업이 준공한 화력발전소에서 반복된 일이다. 일례로 고성그린파워는 1040㎽급 발전소 2기 건설비로 3조384억원을 제안했지만, 2021년 5월 준공 당시 제출한 최종 비용은 5조1960억원이었다. 건설비 증가분은 민간석탄발전소의 건설비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력거래소(한전 자회사)의 ‘표준투자비’ 규정에 따라 ‘합리적 소명’이 가능한 경우 한전이 보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된 한전의 부담이 커지면 이는 전기요금에 반영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이 “기업이 석탄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제성이 있든 없든 무조건 정부가 세금으로 메꿔주기 때문입니다”라며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필요 없는 전기를 구매하느라 적자가 나고, 그래서 전기료를 올리고 기후위기는 악화되는 ‘환장의 콤보’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좌초자산 우려에 회사채 미매각이 이어져 완공 후에도 투자비 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85% 이용률을 유지할 때 수익이 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일대의 송전선 용량이 설비용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근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내년 신한울 2기가 가동되면 석탄화력발전의 가동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척화력을 비롯해 동해안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기후파업 시위가 열린 강원도 삼척 한재공원인증센터에서 삼척석탄발전소의 부대시설인 석탄이송터널 공사 현장이 내려다보인다. /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이 중단되지 않는 건 국내에서 화력발전은 수익이 보장된다는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석탄발전소에 대해 전력거래소가 인정하는 투자비에 적정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총괄원가보상제도’(전력거래소 규정)를 적용 중이다. 사업주도 투자자도 송전제약 등으로 이용률이 하락해도 전력판매가격을 조절해 적정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용률 등락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공사가 지연돼 비용이 더 발생하거나 송전제약으로 전기 생산이 안 되더라도 이를 보상해주는 관행은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총괄원가보상제도가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고, 향후 분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석탄화력발전은 건설 과정에서 비용이 계속 늘어나 굉장히 비싼 발전소가 됐다. 거기에 송전제약의 문제가 겹쳐 있다. 아직 가동 1년도 되지 않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의 적자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력을 팔아야 하는데, 송전제약 탓에 발전하지 못하고 대기만 하면서 용량보상금만 받고 있다. 총괄원가보상이 법적으로 보장된 게 아닌데도 한전(전력거래소)에 보상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결국 분쟁이 늘고,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가동하는 삼척화력발전소도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스럽다.” 석탄발전소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회사채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삼척블루파워는 2018년 전체 사업비 중 약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태로 본 공사에 착수한 후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부터 9차례에 걸쳐 1조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대응 기조가 강해지고 화석연료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도 외면받게 됐다. 2021년부터 5회에 걸친 9500억원의 채권 발행은 370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미매각됐다. 지난 9월 7일 새로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매수주문이 240억원에 그쳤다. 다만 최종 발행에선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할 용도로 기관투자자가 매입하면서 대부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석탄범 제정해 퇴출과 전환 지원해야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매각을 주관하는 6개 증권사(NH투자·미래에셋·신한투자·KB·키움·한국투자)는 삼척블루파워와 5년간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을 맺은 상태다. 회사채가 매각되지 않을 경우 이들 증권사가 인수하게 된다. 이들은 시중의 다른 채권보다 2~3% 높은 금리(약 7.3%)에 매월 이자를 주는 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9월 1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들 증권사가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지속하는 한 탈석탄 선언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압박했다. 사업주와 투자자, 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민간사업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사업주는 정부 전력수급 정책을 따라 시작했다고 말한다. 좌초자산이 되더라도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왜곡된 기대도 갖고 있다. 투자자는 대출약정서에 따라 중도에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은 신규 사업에만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누구도 중단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지난 8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탈석탄법은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석탄발전사업의 철회와 신규 허가 중단의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자, 노동자 등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규정했다. 박지혜 변호사는 “적법하게 인가받아 운영되고 있더라도 탄소중립이나 2030 국가감축목표 등 새로운 정책 목표를 반영해 특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른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든 법”이라면서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지원에 관한 위원회에서 철회대상 사업을 정하고, 사업주와 노동자,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퇴출 계획을 마련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빨리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발 앞서 이미 탈석탄법을 도입한 나라들이 있다. 독일은 2020년 8월부터 ‘석탄발전종료법’을 시행 중이다. 초기에는 발전사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고, 2027년 이후 감축을 의무화했다. 2038년 완전 중단을 목표로 한다. 58세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가 발전소 폐지로 실직할 경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 5년간 금전적 보상도 한다. 네덜란드는 2019년 12월부터 시행한 ‘석탄전력생산금지법’에서 2025년 이후 발전 효율이 44% 이하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2030년 1월 1일 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규정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활동가는 탈석탄법이 화력발전소 퇴출을 위한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 “정의당에서 공식 발의했지만 시작 자체는 5만명이 넘는 시민이 청원을 넣고,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이해관계자를 찾아가 하나하나 의견을 모아 만든 법이다. 법이 실제 시행돼 화력발전소를 끈다면 시민의 힘으로 화력발전소를 멈춘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특별법이고 신규 발전소에 한해 퇴출할 수 있는 법안이라 향후 전체 탈석탄 로드맵이 담긴 기본법으로 계승해야 한다.” 고동현 팀장은 “금융기관도 어느 정도 책임 의식을 느끼고 있고, 사업주도 사업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탈석탄법에 기반해 사업을 중단하고, 보상한다면 사업주나 금융기관도 수용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기환의 Hi-story](58)태풍 ‘매미’의 선물···‘신석기 배’와 똥화석(2022. 11. 11 15:05)
- 2022. 11. 11 15:05 문화/과학
- 혹시 태풍 ‘매미’를 기억하나요. 2003년 9월 12~14일 한반도 남부에 불어닥친 슈퍼태풍입니다. 중심부 최저기압이 이전까지 태풍의 대명사였던 ‘사라’(1959·952헥토파스칼)보다 낮은 950헥토파스칼(h㎩)로 역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상자가 130명(사망 117명·실종 13명), 재산피해가 4조2225억원에 달한 최악의 태풍이었습니다. 7700년 전 신석기인이 타고 다녔을 배(선박)가 2005년 여름 경남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확인됐다. 전년 태풍 매미로 피해를 당한 양·배수장 확장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배는 비봉리 유적의 가장 아래층, 즉 신석기시대 중에서도 조기층(7700년 전)에서 출토됐다. 남아 있던 배의 최대 길이는 310㎝, 최대폭 62㎝, 두께 2.0~5.0㎝였다. 통나무를 파내 만든 U자형 배였다. /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매미’는 북한이 지은 태풍 이름이었는데요. 1999년 11월 열린 제32차 아시아·태평양 태풍위원회에서 14개국이 10개씩 제안한 태풍 이름 140개 중 하나였죠. 태풍위원회는 140개 이름을 5개조로 나눠 28개씩 차례로 쓴다고 합의했는데요. ‘매미’는 2003년 너무나 큰 피해를 준 재수 없는 이름이라 해서 ‘불명예 퇴출’당합니다. ‘매미’ 대신 ‘무지개’가 채택됐습니다. 왜 뜬금없이 ‘문화유산’ 기사에서 태풍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태풍 ‘매미’가 일깨운 8000년 전의 세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때는 태풍 ‘매미’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04년 봄이었는데요.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마을에서는 6개월 전 ‘매미’ 때문에 침수된 양·배수장을 수리·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마침 인근지역에서 지표조사를 펼치던 발굴기관 조사원이 공사장 옆을 지나다가 발길을 멈춥니다. 그는 양수장을 확장하려고 파낸 땅의 토층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그 토층에서 조개껍데기와 함께 신석기 및 청동기시대 토기편이 보였습니다. 조사원은 즉각 창녕군에 발견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창녕군의 의뢰로 현장에 달려간 경남도 문화재위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 조개무지(패총)’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양·배수장 공사가 긴급 중단됐습니다. 국립김해박물관 발굴팀이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발굴을 지휘한 당시 임학종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유적 발견 자체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유적의 입지부터가 그랬답니다. 청도천(낙동강 지류)을 따라 높게 쌓아올린 제방과 그 위에 놓인 지방도로가 바로 옆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유적 위를 덮고 있었습니다. 유적의 한쪽은 이미 양·배수장 건물이 치고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더구나 유적 위에는 7~8m가량의 흙이 두껍게 덮고 있었습니다. 만약 태풍 피해 때문에 양·배수장 확장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유적이었던 겁니다. 태풍 ‘매미’는 이 땅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 이름조차 제명된 신세가 됐지만 그나마 한가지 선물은 남긴 셈입니다. “신석기시대엔 바다였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발굴에서 신석기(8000년 전)~청동기시대까지 유물층이 켜켜이 쌓인 조개무지 유적임을 확인했습니다. 나뭇가지, 낚싯바늘, 가래와 함께 민물조개인 재첩과 바다에 서식하는 굴, 그리고 상어, 가오리, 복어, 숭어의 뼈가 나왔습니다. 어떤 저장구덩이에서는 도토리 껍질을 깨뜨리고 갈았던 도구인 갈돌과 갈판 등이 출토됐다. 도토리를 가공했던 흔적이다. /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이상한 일이죠. 비봉리는 바다와 60㎞ 떨어진 육지거든요. 왜 이런 육지에서 바다의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일까, 발굴단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비봉리 사람들이 낙동강을 통해 바닷가 사람들과 교류해왔던 것이 아닌가. 혹은 비봉리 사람들이 바닷가까지 나가 어업활동을 한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사고의 틀을 바꾸었습니다. ‘혹시 신석기시대에는 비봉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과연 이런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습지의 여러 층위에서 흙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바다규조가 발견된 겁니다. 황상일 경북대 교수는 “6800년 전 이전에는 비봉리가 내만(內灣·back bay)의 해안에 있었으며, 해안선은 청도천을 따라 인교(나무다리) 부근까지 전진해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가설대로 신석기시대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도토리 전분으로 만든 피자 혹은 파전 비봉리에서 첫 번째 주목할 만한 유구가 확인됐는데요. 18기의 도토리 저장구덩이였습니다. 저장공의 길이는 52~216㎝로 상당히 다양했고요. 이 구덩이에 도토리를 보관했습니다. 여기에 신석기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군요. 바닷물에 도토리를 썩지 않도록 보관한 겁니다. 무엇보다 도토리에 남아 있는 떫은맛, 즉 타닌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군요. 즉 바닷물이 드나드는 과정을 몇 번 거치면 도토리의 떫은맛이 제거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밀물 때는 입구가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노출되는 절묘한 곳에 도토리 저장구덩이를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답니다. 만약 물 밖으로만 노출돼 있었다면 도토리의 타닌 제거도 어려웠을 것이고, 또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도 피할 수 없었겠죠. 또 물속에만 있었다면 도토리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는 작업이 곤란했겠죠. 그래서일까요. 18기의 저장구덩이 조성 위치가 시대에 따라 해발 0.75m ~0.38m~0.26m~0.50m~0.12m로 바뀌는데요. 이 저장구덩이의 해발고도가 당대 해수면의 높이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셈입니다. 도토리 구덩이에는 초본류(풀), 참나무·소나무로 만든 작은 나뭇가지, 그리고 직경 10㎝ 정도의 굵은 목재가 들어 있었습니다. 도토리 등이 물에 유실되는 것을 막고, 저장구덩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넣은 여러 장치였음을 알 수 있죠. 그중에는 꼭 칼을 거꾸로 꽂은 듯한 나무도 보였습니다. 그걸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같다고 표현한 발굴자가 있더라고요. 일부 구덩이에선 도토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망태기와 솔방울 등이 썩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가공시설이었던 구덩이도 보였는데요. 파쇄된 도토리 껍질이 확인된 저장공 2기, 갈돌과 갈판이 출토된 저장공 1기들이 바로 그런 곳들입니다. 저장구덩이 안에서 도토리를 가공했을 수도 있는 복합기능 공간이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럼 도토리를 갈아서 무슨 음식을 만들었을까요. 출토 유물 중 토기 내부에 붙어 있는 불에 탄 유기물의 흔적이 그 실마리를 풀어줍니다. 그 유기물 중에는 달래와 같은 양파계 뿌리식물이 있었는데요. 불에 탄 것으로 보아 도토리 전분과 섞어 조리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도토리 전분과 달래 같은 파류, 조리기구까지…. 얼핏 파전 같은 부침개 생각이 나지 않나요. 비봉리에서는 멧돼지가 그려진 토기조각도 발견됐는데요. 토기편의 위쪽과 옆선에 작살과 줄을 표현한 것 같은데요. 아마도 사냥장면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죠. 당시 발굴을 지휘한 임학종 실장이 그럴듯한 상상의 나래를 폈습니다. “도토리 저장공과 음식물이 눌어붙은 토기…. 그렇다면 신석기인들은 도토리 가루에 달래, 그리고 돼지의 가슴살을 올려 피자나 혹은 돈가스 같은 음식을 해먹지 않았을까요?” 7700년 전 배가 발견된 경남 창녕 비봉리는 지금은 낙동강 지류에 접한 내륙(왼쪽)이다. 그러나 6800년 이전에는 바닷가 해안지역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황상일 경북대 교수·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제공 사상 첫 똥화석의 발견 한참 음식 얘기하다가 ‘거시기’한데요. 비봉리 유물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역시 ‘똥(糞)화석’일 겁니다. 발굴 때 파낸 흙을 0.2~1㎜짜리 그물망으로 일일이 체질한 결과 찾아낸 ‘보물 똥화석’인데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어떤 신석기인이 시원하게 배설했는데, 그것이 따가운 햇볕에 굳어져 버렸고, 그 위에 계속 흙이 쌓여 결국 화석으로 변한 거니까요. “똥화석을 보면 팥알 반 크기의 알갱이가 있습니다. 똥 속에 음식물 잔해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당시 이정근 학예사·현 국립김해박물관장) 고고학적 발굴사상 처음으로 ‘똥화석’을 발굴한 조사단이 흥분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발굴현장에서는 “똥 찾았어요?” 하는 게 인사였답니다. 유물을 체질할 때 너도나도 똥화석을 찾는 게 일이었고요. 어느 날 임학종 실장이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데요. “십자가 같은 어떤 물건 위에 놓인 끈을 잡고 한참을 걸었어요. 그랬더니 거기에 이상하게 생긴 나뭇조각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임 실장은 ‘예전에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면 배(舟)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요. 그러던 차에 그런 생생한 꿈을 꾸자 임 실장은 현장으로 달려가 조사원들을 불러모았다는데요. “내 꿈에 나타난 십자가가 무슨 뜻일까. 우리가 파놓은 발굴 트렌치(콘크리트 구조물)야. 십자가 끈을 따라 흙을 파보면 배가 묻혀 있을 것 같아.” 임 실장의 말에 다른 조사원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장님이 더위를 먹었나 보다. 며칠 쉬셔야겠다”고 피식 웃었답니다. 임 실장은 현장 작업 중인 굴착기(포클레인)를 보면서 “누구든 배를 발견하는 사람은 저 포클레인(현금으로 치면 3000만원)을 사줄 것”이라고 농 섞인 공약을 했답니다. 누구도 그 꿈이 정말 현실로 다가올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비봉리 1호에서 25m 떨어진 곳에서 두 번째 배의 잔해가 출토됐다. 기원전 5000~6000년 전 배로 추정된다. 비봉리 1호 출토지점과 약 9m 떨어진 곳에서 배 젓는 도구인 노(櫂)를 찾아냈다. 노의 길이는 181㎝이며, 자루(66㎝)와 물갈퀴(115㎝)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8000년 전의 배가 출현하다 발굴이 막바지에 이른 2005년 여름이었는데요. 그날의 현장 발굴책임자가 급한 일로 현장을 비웠고요. 공교롭게도 임학종 실장이 대신 현장을 지켰다는데요. 발굴터를 유심히 살피던 임 실장의 숨이 멎을 뻔했답니다. “발굴 구덩이에서 제일 낮은(오래된) 층에서 나뭇조각 하나가 눈에 띄는 거예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저거다!’ 했어요.” 임 실장은 4m나 되는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어 떨리는 손으로 흙을 파헤쳤는데요. 나뭇조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꿈에서 보인 완만하게 휘어진 큼직한 배의 흔적이었습니다. 임 실장이 환호성을 지르자 조사원들이 모여들었답니다. 현장에서는 “만약 그날의 발굴책임자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면 3000만원에 해당하는 포클레인을 사줄 판이었는데 그것도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라고 농담했답니다. 신석기시대 비봉리 배의 출현은 그야말로 고고학 발굴 사상 역사적인 성과였습니다. 배는 비봉리 유적의 가장 아래층, 즉 신석기시대 중에서도 조기층(7700년 전)에서 출토됐는데요. 남아 있던 배의 최대길이는 310㎝였습니다. 최대폭은 62㎝, 두께는 2.0~5.0㎝였습니다. U자형으로, 통나무를 파내 만든 배였습니다. 배의 수종은 소나무였으며,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일본 조몬시대(繩文·1만2000년 전~1만2300년 전)의 배보다 2000년 이상 빠르고, 중국 저장성(浙江省) 콰후차오(跨湖橋)에서 출토된 나무배와 비슷한 시기에 건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단은 이 배의 이름을 ‘비봉리 1호’라 했는데요. 그 배의 출토지점에서 약 25m 떨어진 곳에서 두 번째 배 조각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비봉리 2호’ 배입니다. 2010년 2차 발굴에서는 ‘비봉리 1호’ 출토 지점과 약 9m 떨어진 곳에서 배 젓는 도구인 노(櫂)를 찾아냈습니다. 노의 전체 길이는 181㎝이며, 자루(66㎝)와 물갈퀴(115㎝)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7000년 전 운항한 배를 저었던 노로 짐작됩니다. 창녕 비봉리에서 확인된 신석기시대 배의 흔적은 경북 울진 죽변에서도 발굴됐는데요. 2010년 죽변에서 확인된 신석기유물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7500년 전 배의 조각과 노 등을 확인한 겁니다. 신석기 배의 발견은 만시지탄 사실 이와 같은 신석기시대 배(선박)의 발견은 만시지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 등에서 표현된 고래잡이 모습이나 패총에서 보이는 고래 뼈의 존재, 일본 열도와의 원거리 교역을 알려주는 흑요석의 확인 등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신석기시대에 이미 원양어업에 나설 정도로 배 건조기술이 만만치 않았다는 거죠. 어떻습니까. 비봉리에서는 국내 최고(最古), 최초의 수식어가 붙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죠. 두 가닥의 날줄로 씨줄을 꼬는 ‘꼬아뜨기 기법’으로 만들어 신석기시대 편물기술을 웅변해준 망태기라든지, 저장공에서 확인된 최고의 칼 모양 목제품, 신석기 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똥화석, 멧돼지 그림이 새겨진 신석기 초기의 동물 그림…. 여기에 남해안은 물론이고, 멀리는 일본 규슈까지 오갔을지도 모를 선박도 나왔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8000년 전 신석기인들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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